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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8일 수요일

한강에서도 '독성 남조류' 확인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08-08일자 기사 '한강에서도 '독성 남조류' 확인'을 퍼왔습니다.
수도권 식수원에도 초비상, '조류주의보' 발령 초읽기

최근 한강 녹조에서도 독성 남조류가 발견돼, 수도권 식수원에 초비상에 걸렸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일 잠실수중보 인근 5개 지점에서 검출된 남조류 세포를 분석한 결과 3개 지점에서 남조류의 일종인 마이크로시스티스가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간암 등 간질환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분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농도에 대한 음용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놓고 있는 독성물질이다. 마이크로시스티스는 최근 녹색연합이 낙동강에서 채취한 시료에서도 검출된 바 있다.

지점별로 보면 ㎖당 세포수는 풍납취수장이 190개로 가장 많았고, 자양취수장은 80개, 강북ㆍ암사취수장은 60개였다. 구의취수장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마이크로시스티스의 세포수가 많지 않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며 독성물질도 검출되지 않았으나, 채수 시점이 녹조가 그다지 심하지 않던 지난 1일로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한강 전역으로 녹조가 극심하게 확산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수도권 식수원에 비상이 걸린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날 한강의 수질을 다시 측정하고 또다시 기준치를 넘을 경우 이르면 9일 조류주의보를 발령한다는 방침이어서, 조류주의보 발령이 초읽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서울시가 조류주의보를 발령한다면, 이는 초유의 일이다.

최병성 기자

2012년 8월 6일 월요일

아프니까 장애인이다? 사회가 손상을 장애로 만든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05일자 기사 '아프니까 장애인이다? 사회가 손상을 장애로 만든다'를 퍼왔습니다.
[리뷰]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배제된 일할 수 없는 몸"

대다수 선진국의 ‘장애’ 규정에 준거가 되는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의 국제장애분류기준에 비추어 볼 때 장애에 대한 한국의 법적 정의는 한참 뒤떨어져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장애를 의학적이거나 생물학적 기능장애로 보지 않고, 장애의 사회적 모습을 고려한다(ICF takes into account the social aspects of disability and does not see disability only as a ‘medical’ or ‘biological’ dysfunction.). 세계보건기구는 1997년부터 여러 차례 장애에 대한 정의를 수정하면서 상황적(contextual)·환경적(environmental) 요인을 추가했다.

그러나 는 보건기구의 정의 또한 “주류적 정의”라고 평가하며 “‘의료 모델’에 기초해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한국의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을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로 본다. 보건기구의 정의에도 미치지 못할뿐더러 ‘상당한 제약’의 근거로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든다.

책을 쓴 김도현은 “‘손상→기능제약→사회적 불리’라는 3단계 도식에서 장애의 본질과 원인은 결국 개인이 몸에 지니는 손상에 있으며, 따라서 장애 문제 역시 이러한 손상을 잘 치료하거나, 치료하다가 안 되면 재활을 통해 소위 잔존 능력을 강화시켜 해결하고자 한다”며 장애에 대한 주류적 정의와 인식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밝힌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명칭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추적하면서 정치적 함의를 찾는다. 그에 따르면 1970년대까지 한국에서는 불구자나 폐질자라는 용어가 쓰였다. 폐질은 고질(고칠 수 없는 병)을 뜻하며 고려 때부터 장애인을 지칭하는 용어로 문헌에 등장한다. “이러한 용어법은 장애를 질병과 구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역시 의료적 관점에 굳게 기초해 있지만, 그 의미상 더 이상 치료나 재활을 도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근대의 장애 개념보다 나은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인다.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제정되고 장애라는 표현이 공식화된다. 이 법은 1990년에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되고 장애인이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김도현은 이를 영어 disability를 번역한 일본어 ‘장해자’를 참고해 옮긴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치권을 비롯해 일부 장애인단체에서는 여전히 ‘장애우’라는 말을 쓴다. 이에 대해 김도현은 “장애인이 자기 자신을 주체적으로 나타내는 1인칭의 표현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그의 말대로 “나는 장애우입니다”라는 표현은 성립할 수 없다. 이는 “비장애인과의 관계에서 불평등한 권력 관계가 반영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김도현은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의 마서즈 비니어드에서 농인(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은 장애인이 아니라는 얘기를 한다. 왜냐면 섬의 모든 사람들이 영어와 수화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바이링귀스트(bilinguist)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장애를 만드는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10대 중 1대만 저상버스인 한국의 대중교통은 나머지 9대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 일부에게 ‘장애’를 느끼게 한다. 휠체어 이용 시민은 저상버스에서 장애를 느끼지 않는다. 2011년 기준 전국의 저상버스 도입 비율은 12%고, 서울의 경우 24%다.

텔레비전 시청도 마찬가지. 수화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농인은 텔레비전 앞에서 장애인이 되고, 드라마 생방송에 화면해설이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맹인은 장애인이 된다.

이 같은 사례는 특정한 ‘손상’이 바로 ‘장애’가 되는 경우가 아니다. 사회가 장애를 만드는 경우다. 마치 사고로 깁스를 한 사람에게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데 힘든 것처럼 장애는 손상을 차별하는 사회가 원인이라는 시각이다.

김도현은 ‘장애’가 자본주의의 자본-임금노동 관계에서 생겨난 개념이라며 “일을 할 수 있는 몸(the able bodied)를 선별하기 위해 일을 할 수 없는 몸(the disabled bodies)를 명확히 규정하고자 했다”고 지적한다. 테일러·포드주의 시스템 등 엄격한 노동규율과 표준화된 동작을 요구하는 시스템은 장애인을 노동에서 배제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최저임금법’이다. 한국에서 최저임금법 적용의 예외 대상은 유일하게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다. 장애인을 노동에서 배제하는 이러한 시각은 북유럽 복지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김도현은 “스웨덴의 경우에도 장애인은 ‘신체적 결손, 정신적 결손, 사회적 장애(알코올·약물중독, 언어장애가 있는 이민자)로 인해 취업이나 직장유지가 곤란한 자’로 정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김도현은 장애인을 비정상인으로 보는 비뚤어진 시각이 우생학의 유령을 되살아나게 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황우석 사태를 예로 들며 ‘척수 장애인을 번쩍 일어나 걷게 만들겠다’는 황우석의 발언은 장애인을 ‘제거되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인다. 현재도 모자보건법은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을 근거로 장애여성에 대한 임신중절 수술을 합법적·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김도현은 장애인운동의 근본적 과제로 통합이 아닌 변혁을 든다. 그는 “우리의 신체성 자체가 자본주의를 부정하고 있다”는 1960년대 일본의 급진적 장애인 운동의 구호를 소개하면서 진보적 장애운동이 자본주의 사회와 양립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단순히 배제만이 문제라면 장애인들을 현재의 사회에 통합시키면 된다”면서 “그러나 기존의 사회 자체가 장애인의 실존 자체와 충돌한다면 그러한 통합은 새로운 체제, 새로운 문명으로의 전환을 전제로 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당신은 장애를 아는가/ 김도현 지음/ 메이데이/ 2007년 4월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2011년 11월 22일 화요일

ISD에 발목잡힌 호주, 담배 회사에 소송 당해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1일자 기사 'ISD에 발목잡힌 호주, 담배 회사에 소송 당해'를 퍼왔습니다.
ISD 앞에 무너지는 국가 공공정책 생생한 사례

담배 회사인 필립모리스가 세계 최초로 모든 담배에 똑같은 글꼴을 사용하는 밋밋한 담뱃갑 포장을 의무화한 호주 정부를 상대로 21일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앤 에드워즈 필립모리스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밋밋한 담뱃갑 포장이 금연에 효과적일 것임을입증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호주 정부는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고, 그러한 포장이 심각한 법적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호주 안팎의 우려가 퍼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했다"고 소송의 이유를 밝혔다.

이 소송은 홍콩에 있는 필립모리스 아시아(PMA)를 통해 이뤄졌다. PMA는 필립모리스 호주 지사를 소유하고 있다. 소송의 근거는 호주와 홍콩이 지난 1993년 맺은 양자투자협정으로, PMA는 이 협정에 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를 이용해 중재 통지서를 전달했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있는 ISD가 한 나라의 공공정책을 어떻게 무력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호주 담뱃갑 포장지 예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5년 당시 세계 흡연 인구가 10억 명이며 그 중 80%는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이라는 자료를 제시하면서 담뱃값 포장의 획일화를 고려해 보라고 회원국들에게 촉구했다.

이에 호주 정부는 지난해부터 모든 담뱃값의 포장에 광고 문구를 빼는 대신 글씨는 모두같은 글꼴을 사용하고 담배로 인한 건강 파괴의 이미지만을 담도록 하는 규제를 추진했다. 또 모든 담뱃갑 포장지는 갈색이어야 하며, 회사 로고를 넣어서도 안 된다.

이 법은 상원을 거쳐 지난 주 하원을 통과하면서 입법 절차를 끝냈고, 내년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법안 통과 후 니콜라 락슨 보건 장관은 모든 담배 회사들이 호주 의회의 금연 의지를 존중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락슨 장관은 담배 업계가 자신들의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지만 호주 정부는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세계 최대의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는 작년 6월 27일 호주 정부를 정식 제소하겠다는 입장을 통지한 바 있다. 호주는 올 4월 앞으로 모든 자유무역 및 투자 협정에서 ISD를 원천 배제하겠다고 공표했지만, 18년 전 홍콩과 투자협정을 맺으면서는 ISD를 넣은 바 있다. 이 사실을 확인한 필립모리스가 이날 홍콩 PMA를 이용해 직접적인 법적 행동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필립모리스는 호주의 새 법안 때문에 수십억 달러의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호주 정부를 상대로 호주 고등법원에 소송을 낼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에드워즈 대변인은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도 지난 10일 호주 정부를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통신은 담배 업계 분석가들이 호주의 이같은 조치가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같이 새로 떠오르는 중요한 시장으로 확산되어 매출 성장세가 꺾일까 걱정하고 있다. 반면 비슷한 법안을 검토하는 유럽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의 정부는 호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담배 회사들은 이같은 움직임이 세계적 추세로 이어질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지적재산권 협정에 따라 개별 정부는 국민 건강을 위한 법안을 만들 권리가 있다면서 법원이나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호주 정부의 새 금연정책을 저지하려는 담배 회사의 시도는 실패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는 덧붙였다.

호주는 현재 인구의 15% 정도인 흡연 인구를 2018년까지 10%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보건 당국은 흡연으로 인해 매년 1만5000명의 국민들이 사망하고 있고 연간 320억 달러의 보건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황준호 기자

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한미 FTA 발효시 약값 35% 오를 것"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1일자 기사 '"한미 FTA 발효시 약값 35% 오를 것"을 퍼왔습니다.
[토론회] "FTA 발효하면 건강·공공성 규제 무력화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이해를 따지는 공방이 날로치열해지는 가운데, 농업과 더불어 협정 발효 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분야로 꼽히는 건강·보건 부문의 유불리를 따지는 토론회가 열렸다.

21일 오전 서울 마포 사회보험노조 대회의실에서는 '한미 FTA, 의료민영화의 또 다른 이름'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익히 주장해 온 바와 같이 한미 FTA가 의료·제약 산업에 대한 국가 규제를 무력화시켜 건강·복지분야를 약화시키고, 이는 궁극적으로 약값 상승과 건강보험 무력화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송기호 변호사, 신형근 건강 사회를 위한 약사회 정책실장, 이상윤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 장호종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원, 송상호 사회보험노동조합 정책실장이 참석했다.

발제를 맡은 우석균 실장의 주장을 중심으로 이들의 주장을 정리하고 토론회에서 언급된 해외의 실제 사례를 제시했다.


▲담배 제조회사도 규제에 따른 이익침해를 이유로 정부를 중재제판소에 끌고 갈 수 있다. 한미 FTA 발효 시 금연정책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뉴시스

금연 정책 집행 어려워져

한국은 수입 담배에 관세 40%를 부과하고 있으며, 국내 담배와 마찬가지로 광고와 판매를 제한하고 경고 문구를 표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 발효 시 15년에 걸쳐 관세를 점진적으로 철폐한다. 또 현재 시행 중인 정책 외 추가 금연 정책 도입이 어려워진다. 이는 한국 정부가 2005년 비준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과 충돌하게 된다.

실제 캐나다 정부는 로고나 트레이드마크를 달지 않고 표준화된 포장으로 담배가 판매되도록하는 단순포장 법안을 냈으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따른 제소 위협을 받았다. 지난해 필립모리스는 담배 포장지 앞뒷면의 80%를 건강 경고로 커버하는 등의 담배 규제 정책을 편 우루과이 정부를 제소했다.

약값 35% 오를 것

한미 FTA 반대론자들이 강조하는 대표적 독소조항인 의약품 허가-특허 도입 제도는 약값을 인상시킨다. 이는 의약품에 한해 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권을 주장할 경우 자동으로 특허 기간을 연장해주는 제도다. 미국에만 존재한 제도로,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들에 도입됐다. 특허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신약제조회사의 가격결정력이 강해져, 이로 인한 약값 상승이 이어지는 셈이다.

그나마 지난 2007년 미국의 신통상정책(New Trade Policy for America)에서 독소조항으로 규정됨에 따라, 미국과 FTA를 맺은 페루, 콜롬비아, 파나마 등은 이 조항을 삭제했다.

약가 결정 과정에 다국적 제약회사의 개입이 허용됨에 따라 의약정책의 공공성이 약화될 것 또한 뻔하다. 정부는 (제약회사의) 원심 번복권한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 별도의 독립적 기구는 정부의 약값결정이나 보험적용 결정과정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와 같은 기구 설립 절차는 한미 FTA가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미·오스트레일리아 FTA는 "독립적 검토절차를 둔다"고만 규정했으나, 한미 FTA는 독립적 이의제기를 위한 '별도의 기구(independent review body)' 설립을 규정하고, 이 기구를 정부와 별도로 둘 것을 상세히 규정해 두었다.

실제 '다국적 제약회사의 무덤'이라고 불렸던 오스트레일리아는 FTA 체결 이후 공공약품정책(PBS)이 붕괴되다시피 했다. 비용대비 효과를 따져 책정하던 약가 제도가 신약 약가 책정 시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FTA가 규정했고, 이로 인해 특허약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제약산업 기반을 위축시켰다.

한미 FTA 발효 시 정부는 국내 제약산업이 입을 피해추산액을 향후 10년간 1조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나 이는 지나치게 축소됐다. 특허소송기간을 9개월로 잡았고 특허소송분쟁증가율도 국내제약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만을 근거로 잡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부는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따른 피해규모만 추산했다. 그러나 실제 약가 적정화 방안의 무력화로 인한 약값상승까지 감안하면 피해는 더 커진다. 정부 정책목표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약가비중 기준으로 자체 계산 시, 한미 FTA에 따라 약값은 발효 전보다 35% 정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기에도 적용

그간 미국이 맺은 FTA가 건강분야에 대한 규제완화를 의약품 등에만 규정한 반면, 한미 FTA는 최초로 의료기기까지 자유화 범주에 포함시켰다. 한·유럽연합(EU) FTA에서 의료기기가 협정 대상에 포함된 까닭 역시 한미 FTA 때문이다.

의료기기에 대한 정부 규제 완화는 의료비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속적으로 의료기기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실례로, 난청수술에 쓰이는 인공와우관은 20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이다.

최근 국내에서 각광받는 다빈치 로봇시술기기 등 첨단 의료기기가 한국에서 매우 빨리 도입됨을 감안하면, 의료기기 도입에 대한 규제 완화는 의료비 부담을 크게 늘릴 것이다.

영리병원 도입 못 막아


▲지난 4월 1일 오후 제주특별자치도청 정문에서 보건의료노조, 민주노총제주본부, 영리병원저지제주대책위가 '우근민 도정 규탄 및 제주영리병원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영리병원은 대구, 부산, 인천, 광양만, 당진 서산 등 황해안, 새만금 등 6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설립이 가능해진다. 한미 FTA 발효 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 영리병원을 미래유보조항의 예외로 지정해 둬, 이들 지역에 대한 규제 조치는 이전으로 돌릴 수 없게 된다.

정부는 한미 FTA에서 한국의 보건의료제도는 예외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영리병원 규제가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에 비해 의료비 상승 요인이 크며, 필수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정부가 충북·강원 등 3곳에 경제자유구역을 추가 지정하려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전국에 영리병원이 들어서는 셈이다.

건강보험제도 무력화

건강보험제도는 분명히 투자자-국가제소제(ISD) 대상이 된다. 정부가 보건의료제도는 예외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건강보험제도가 보건의료제도에 속하는지 다른 협정문에 속하는 지는 한국 정부가 규정하는 게 아니라 국제중재재판이 결정하는 사안이다.

실제 지난 2009년 미국의 영리병원 기업 센추리온(Centurion Health)은 캐나다 정부가 기업이익을 침해했다고 ISD를 통해 캐나다 정부를 국제중재재판에 제소한 바 있다.

캐나다 연방법은 캐나다 정부가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과 무상 건강보험서비스를 시행토록 규정해뒀는데, 이에 따라 캐나다 정부가 정당한 기업이익을 침해했다고 센추리온은 주장했다. 결국 캐나다 연방법과 동일한 내용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도 ISD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한미 FTA로 인해 민간보험 규제가 어려워지고 건강보험이 무력화된다는 게 문제다. 한국 정부는 공공적 사회서비스는 포괄적 예외라고 강조하지만 아니다. 사회보장서비스, 건강보험은 미래유보조항에 포함돼 있는 게 사실이지만, 최소기준대우와 수용·보상에 대해서는 유보조항에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캐나다 뉴브런즈윅 의회는 2004년 4월, 보험료 인하를 위해 공적자동차 보험 도입을 주정부에 권유한 바 있다. 그러나 보험기업들의 ISD 제소 위협으로 이 제도 도입을 자체 철회했다. 공공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약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민영보험 시장이 더 팽창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각종 분쟁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민영보험의 덩치가 커지면 그만큼 공공보험의 보장성은 더 위협받는다.

유해물질 규제 어려워져

1996년 9월 미국 에틸(Ethyl)사는 연료첨가제인 망간함유 휘발유첨가제(MMT) 수입을 금지한 캐나다 정부를 NAFTA 중재기구에 제소했다. 이 중재에서 캐나다 정부가 패소해, 캐나다 정부는 MMT를 금지하지 못하게 됐다. 이로 인해 캐나다 정부는 MMT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음에도 에틸사에 1900만 달러를 배상했다.

유해물질의 인체위험에 대한 규제의 경우, 규제당국이 이 위험도를 입증해야 하나 인체실험을 하기 쉽지 않으므로 매우 어렵다. 이에 따라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지도 모를 유해물질을 규제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