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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1일 수요일

영리병원 허용이 복지국가? “박 캠프 대국민 기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21일자 기사 '영리병원 허용이 복지국가? “박 캠프 대국민 기만”'을 퍼왔습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박근혜 후보에 영리병원 관련 입장 촉구…10대 정책요구 발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영리병원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10대 대선 정책요구도 발표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박근혜 후보 캠프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상의료·공공의료확충·의료민영화 중단은 평등한 사회를 위한 국민들의 최소한의 요구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난 10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와 의협신문이 주최한 ‘18대 대선후보 캠프 초청 보건의료 정책토론회’에서 박 캠프 측이 영리병원과 내국인 진료를 허용한다고 발언했다며 박 후보에 영리병원에 대한 명확한 입장 발표를 촉구했다.
당시 토론회에 박 후보측 토론자로 나온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과 민주통합당은 최근 발언의 진의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의협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박 의원은 영리병원 확대에 대해 “국내 의료전달체계의 총체적인 붕괴를 야기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박 의원은 그러나 의협신문에서 “캠프가 정책·공약을 검토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단정지어 얘기할 수는 없지만 개인 의견을 전제로 현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국제기구 및 외국 투자자들의 진료 목적과 국내의 발전된 의료서비스를 통한 국익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내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용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기 때문에 ‘현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것은 우회적으로 영리병원에 대해 찬성한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제주에 내국인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는 ‘제주특별자치도법 개정안’과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법안’ 통과를 시도했지만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여의치 않자 지난 4월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에 대한 지식경제부의 시행령과 보건복지부 시행규칙을 발표했다. 인천송도의 영리병원 설립도 계속 추진되고 있다.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은 “유력 대선 후보는 복지국가로 진입할 듯 휘황찬란하게 포장을 하고 있지만 내용은 복지와는 역행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영리병원에 찬성하면서 복지국가를 얘기하는 것은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김정범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박근혜 후보는 무상의료운동본부의 정책요구안에 대해 답변도 없고 면담도 받지 않고 있다”며 “공약이 무엇인지도 알 길이 없고 4대 중증질환 의료비 100% 보장 공약의 경우도 실현가능성이 나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의협신문에 따르면 지난 16일 한국보건행정학회 등의 주최로 열린 ‘대통령 선거 보건의료 이슈’ 토론회에서는 보건의료분야 공약에 대한 질문에 유일하게 답변서를 보내지 않은 박 후보에 대해 “공약 내용도 부실한데다 질문에 답변조차 하지 못하는 정책 불비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표방하며 복지국가를 강조해 온 박 후보의 행보와는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온 것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날 ‘병원비 걱정 없는 사회를 위한 무상의료 실현 10대 핵심요구’로 △연간 병원비 본인부담금 100만원 상한제 △선택진료비(특진비)·상급병실료 폐지 △보호자 없는 병원 △영리병원 반대 △민간보험에 대한 규제 △환자 안전과 양질의 의료 제공을 위한 병원 인력 확충 등을 발표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기자회견에서 “몇몇 특정 질병에 한정한 의료비의 면제나 감면은 평등한 의료와는 거리가 멀다”며 “무상의료실현, 공공의료확충, 의료민영화 중단이라는 우리의 요구를 지지하는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조현미 기자 | ssal@mediatoday.co.kr 

2012년 11월 11일 일요일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허용 ‘손익계산서’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10일자 기사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허용 ‘손익계산서’'를 퍼왔습니다.

·보험업계·병원업계·삼성·국민 중 누가 이익이고, 누가 손해일까

10월 29일 보건복지부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의료기관의 개설허가 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관보에 게재하면서 영리병원 논란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캠프는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보건복지부와 지식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 내에서만 허용하는 것이어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이미 경제자유구역이 전국적(광역시 3곳, 시 이하 지자체 13곳)으로 허용돼 있는 데다, 내국인 진료가 100% 보장돼 있다는 점에서 국내 영리법인과 마찬가지이며,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영리법인 병원 허용은 내국인 영리병원 허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보험업계’ ‘병원업계’ ‘삼성’ ‘국민’을 열쇳말 삼아 영리병원이 확산될 경우 예상될 수 있는 이익과 손해가 각기 어떤 집단에 집중될지 따져봤다.

보험업계

보험업계는 영리병원 도입으로 가장 큰 수혜를 얻을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보험업계에서는 당연히 건강보험보다는 민간보험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이익이다. 영리병원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로 민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병원에서 청구하는 모든 비용을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에 비해 높은 진료비가 발생하므로,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사람들의 민간보험에 대한 수요는 그만큼 증가하게 된다. 보험업계가 영리병원 도입을 원하는 이유다. 게다가 논의 초기에는 외국인만을 진료할 수 있었지만, 관련법과 시행규칙 및 시행령이 제·개정되는 과정에서 현재는 내국인도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2009년 7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창길 기자

건강보험의 의존도가 떨어질수록 민간보험 의존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최근 민간보험 시장이 급성장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60% 수준인 상황에서 민간보험 시장은 보험료 기준으로 2009년에 이미 약 12조원에 달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분석에 따르면, 민간보험 시장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규모가 30조원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중이다. 특히 의료기관 이용시에 발생하는 진료비를 보상해주는 실손형 의료보험 시장의 성장이 눈에 띈다. 실손형 의료보험 시장은 2003년 5월 노무현 정부가 집단형 실손보험을 허용하면서 시작됐는데, 가입 대상을 개인으로까지 확장하고 생명보험사의 실손형 의료보험 판매를 허용한 2005년 이후 4년 동안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실손형 의료보험 가입자는 이미 2007년에 150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 국민 3명 중 1명꼴이다.

보험업계 입장에서 보면, 영리병원 도입이 단순히 민간보험 의존도 상승이라는 효과를 수동적으로만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보다 파급력이 더 높은 것은 보험업계 자본이 영리병원 설립에 직접 뛰어드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법 및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보면, 국내 자본도 외국 자본 50%를 끼고 영리병원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 신영전 한양대 교수(예방의학)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분석한 논문에서 “의료민영화의 기초적인 자료와 논리는 이들 대형 민간보험회사가 내놓고 있는 것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업계는 기존 보험 시장의 포화와 외국계 보험사의 국내 시장 진출로 인한 난국을 건강보험 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보상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정책국장은 “정액형 의료보험은 지금 포화상태다. 실손형 의료보험을 키우려면 건강보험이 망하거나,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떨어지거나, 보험회사가 병원을 경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업계


2008년 1월 대한병원협회는 ‘담대한’ 구상 하나를 발표했다. 이른바 ‘5000만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이 구상은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미국인들 5000만명을 국내 병원으로 유치하겠다는 발상이었다. “한·미 양국 항공사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이 방안이 용이치 않을 경우 미국 군함을 이용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의료를 ‘산업’의 관점에서 보고 ‘의료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처럼 의료를 산업의 관점에서 보는 병원협회의 시각은 인수위원회 시절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병원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 민영화 정책을 검토한 이명박 정부나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용 등 의료산업화 정책을 추진한 노무현 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외국 자본에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국내 병원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국내 병원도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병원협회가 일관되게 견지해온 주장이다. 2010년 6월 당시 성상철 대한병원협회장이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의료서비스는 미래산업이다. 투자개방형(영리) 병원과 의료채권을 허용해야 의료산업이 도약할 수 있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공공의료의 틀을 유지하면서 의료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영리병원을 대놓고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의협은 지난 9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을 추진하겠다면서 “2012년 9월 19일부터 개설한 지 90일 이내의 의료기관의 장을 대상으로 청구인 모집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환자를 받도록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체계의 근간이다. 병원업계가 이처럼 영리병원 도입을 바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형준 인의협 정책국장은 “병원 입장에서는 병원으로 자본이 투입되고 병원에서 올린 수익을 병원 밖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영리병원은 매력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업계가 영리병원 허용을 원하는 이유는 더 많은 수익을 내려는 욕구와 병원 간 경쟁 격화다. 현재 산업구조로는 팽창 가능한 한계상황에까지 와 있는 병원 자본이 주식 발행 등의 형태로 외부 자본을 조달해 덩치를 키움으로써 병원 간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이런 전략은 대형 병원이 구사하기에 알맞은 전략이다. 

그렇다면 중소형 병원은 어떨까. 정 정책국장은 “한국 병원의 대다수(약 57%)가 개인병원인데, 작은 병원들은 영리법인으로 전환했을 경우 법인세가 지금 개인사업자로 내는 소득세에 비해 10%포인트쯤 낮아진다. 영리법인으로 가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2009년 3월 당시 권영욱 중소병원협회 회장은 의료전문지 인터뷰에서 “중소 병원 부도율이 10%에 육박했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리병원 제도가 도입되면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박형근 제주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낭떠러지에 몰린 사람이 동아줄을 찾는 것이다. 500병상 규모 병원을 만드는 데도 자본만 2500억원 이상이 들고 조직과 인력 노하우 등 필요한 게 많다. 중소병원은 경쟁에서 살아나기 위해 투자자금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2월 삼성은 인천시와 송도지구 내 삼성 바이오제약 입주협약을 체결했다. 경향신문자료사진

삼성

보험업계와 병원업계가 영리병원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보험 사업과 병원 사업을 모두 갖추고 있는 집단은 어떨까. 재벌 계열사로는 삼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삼성이 영리병원 허용 등 의료민영화에서 수혜를 입을 대표적인 집단으로 거론되는 것은 비단 삼성그룹이 삼성생명과 삼성의료원을 주축으로 하는 보험사-병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의료산업은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산업의 위치로 부상했다. 

삼성은 2010년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 후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했다. 이 중 하나가 바로 바이오산업이다. 삼성은 2020년까지 2조1000억원을 바이오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주요 거점은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송도지구다. 삼성증권, 삼성물산, KT&G, 일본 다이와증권은 지난해 컨소시엄(ISIH 컨소시엄)을 구성해 송도국제병원 설립을 추진해왔다. ISIH 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다. 삼성은 지난해 ‘의료사업일류화추진단’을 발족시켰는데, 추진단은 삼성의료원 산하 병원, 삼성 바이오로직스, 삼성메디슨, 삼성전자 의료장비팀, 삼성에스원 등이 계열화한 형태다. 병원, 제약, 의료기기, IT(정보기술)가 결합되는 형태인 것이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2003년 이후 삼성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관통하는 ‘의료산업 선진화’ 정책의 로드맵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고 본다. 2005년 9월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자료집을 통해 삼성생명, 삼성의료원, 삼성경제연구소의 의료산업 관련 전략이 비슷한 시기 정부 및 국회 입법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분석한 바 있다. 자료집은 “의료산업화정책 추진의 핵심 인사들이 제시하는 의료산업화 필요성과 근거는 그동안 삼성에서 제시한 내용을 그대로 채택하고 있음”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사정이 비슷하다. 2010년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삼성경제연구소가 그해 10월 발표한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 보고서(보건복지가족부 용역 의뢰)를 입수해 폭로했는데, 보고서가 강조한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와 원격의료 도입이 당시 국회에 상정돼 있던 건강관리서비스법과 의료법 개정안의 내용과 같았다. 한편 중앙일보는 지난해 7월 11일부터 15일 사이에 투자병원(영리병원) 관련 기사 16건을 쏟아낸 바 있다. 이 시기 중앙일보가 보도한 기사 중 하나는 ‘투자병원 법안 8월 국회 처리’(7월 14일자)였다.

박형근 교수는 “바이오산업의 최종 소비처는 병원이다. 노무현 정부 초·중반까지는 의료산업 구상이 잘 진행됐는데, 삼성 비자금 문제가 터지고 이건희 회장이 물러나면서 주춤했다. 이건희 회장이 복귀하면서 다시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추진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영리병원 허용으로 대표되는 의료민영화의 손해는 일반국민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만의,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매도할 일이 아니다. 보건의료정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원의 결과가 그렇다. 2009년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과 보건산업진흥연구원에 공동으로 작성한 용역보고서(‘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영리병원 등 의료민영화 관련 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진 그간의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경제관료의 논리를 반영한 한국개발연구원과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연구원의 결론이 달랐다. 정부 부처 사이에도 이견이 존재했던 것이다. 당시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후임자인 진수희 전 장관이나 현 임채민 장관과 달리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보고서는 의료기관 성장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본조달 방법으로서 영리병원 도입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곧이어 “단순한 자본조달로서의 측면뿐 아니라 기타 보건의료체계와의 관련성 및 도입시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심도있게 검토해야 함”이라고 밝혔다. 산업적 측면이 아니라 보건의료체계의 공익성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현황에 비추어 영리병원 도입이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결과를 압축하면 이렇다. 우선 “현재의 개인병원이 영리법인 의료기관으로 20%만 전환하여도 국민의료비가 약 1조50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음으로 “영리병원 도입시 추가로 필요한 의료인력(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약사)의 공급에 있어 비영리병원으로부터의 이동은 불가피하며, 도미노 현상에 의해 현재 의료인력 공급 취약 지역의 의료인력 수급 어려움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봤다. 개인병원이 영리병원으로 20% 전환할 경우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 약 66~92개 소속 전문의가 일시에 유출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건산업진흥원 분석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의사의 90%, 병의원의 90%, 병상의 86%는 도시에 집중돼 있고 응급의학과가 없는 지역이 106개에 이른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2012년 11월 8일 목요일

[야! 한국사회] 영리병원만 문제인가 / 백영경


이글은 한겨레신무 2012-11-07일자 기사 '[야! 한국사회] 영리병원만 문제인가 / 백영경'을 퍼왔습니다.

  
백영경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얼마 전 정부는 지난 10여년 동안 밀어붙여 오던 의료 영리법인 설립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경제자유구역에만 ‘예외’적으로 설립되는 것이므로 건강보험 체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말로는 떳떳하다면서도 해묵은 사회적 논쟁거리를 꼼수로 은근슬쩍 처리해 넘긴 솜씨는 당한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진부하다.그런데 사실 진부하기는 영리병원에 대한 야권의 반대논리도 마찬가지다.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 참여정부라는 기원 논쟁은 일단 제쳐놓기로 하자.) 영리병원은 의료 양극화와 위화감을 조장할 것이며, 결국 건강보험 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되고, 대신 국공립 병원을 증설하여 의료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반대 주장의 골자라 할 수 있다. 큰 틀에서야 공감하는 바이지만, 현재 국공립 병원의 실태를 보면 그 수를 늘려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에 한국 의료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는지 의심스럽다. 유일한 국립 종합병원이었던 국립의료원은 지난해 적자 경영을 이유로 법인화된 뒤 부지 매각 및 이전 결정이 난 상태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돈만 잡아먹는” 공공의료 대신 의료산업단지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공공의료기관들이 대중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고, 적자 폭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사실 한국의 ‘비영리법인’ 병·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영리병원 반대가 새삼스러울 지경이다. 국내 유수 재벌들은 거의가 이미 대형병원을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영리병원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매출경쟁, 불필요한 진료,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삭감, 수익에 따른 진료 분야 결정, 환자 거부 등은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으니 말이다.일각에서는 영리병원의 내국인 이용을 제한하고 의료관광 목적으로만 운영하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의료 선진화나 의료산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시각이다. 그러나 최근의 의료인류학 연구들은 의료산업화나 의료관광 문제를 단지 효율성과 가격 대비 성능, 경쟁력과 같은 잣대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의료관광에는 저렴한 의료비뿐만 아니라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은 실험적 치료, 성전환 수술이나 성형수술처럼 남의 눈을 피하고 싶어하는 치료 등도 중요한 유인 요건이 된다. 사실 장기매매, 대리모같이 한 나라에서는 불법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가능한 일들은 의료관광의 매우 중요한 동인이다. 건강검진 같은 분야는 불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돈 되는 분야로만 우수 의료인력이 몰리게 만드는 문제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사실 의료를 ‘선진화’하고 국제화하자는 요구가 나오는 것은 현재 한국 의료가 처한 난맥상 때문이기도 하다. 불만스러운 의료에 지친 국민들은 차라리 외국 의사를 수입해 ‘경쟁’을 붙이자고 하며, 의사들은 거추장스럽고 수익은 나지 않는 국민건강보험 체계와 국가의 ‘부당한’ 규제에서 벗어나 ‘민영화’를 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의료선진화의 방향이 영리병원을 기본으로 하는 산업화만은 아니며, 민영화는 국민이 주체가 되는 ‘민영’이 아니라 자본의 ‘사유’화라는 사실을 망각한 논의에 불과하다. 생명을 담보로 폭리를 취하거나 뭔가 수상쩍은 일을 벌이지 않는 한 의료에서 큰 이윤을 내는 일은 어렵고 내려고 해서도 안 된다.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의료를 산업화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현실이 불만스럽다고 시장에 기대는 악수는 이제 그만둘 때도 되었다. 애초에 의료자본은 공정에 관심이 없다. 그것이 영리병원이 문제지만, 영리법인만이 문제는 아닌 이유다.

백영경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2012년 11월 3일 토요일

[사설]물꼬 튼 영리병원 대선후보들이 막아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01일자 사설 '[사설]물꼬 튼 영리병원 대선후보들이 막아야'를 퍼왔습니다.

도입을 둘러싸고 지난 10년 동안 논란을 빚었던 영리병원이 결국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설 모양이다.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지식경제부가 지난 4월 영리병원 관련 시행령을 바꾼 데 이어 보건복지부가 10월29일 시행규칙을 관보에 실어 공포하는 ‘편법’을 통해 영리병원을 허용한 것이다. 정부가 돈벌이를 위해서는 아무나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주식회사형 병원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합법적인’ 물꼬를 터준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영리병원이 외국인을 위한 편의시설이며, 경제자유구역에만 있는 만큼 국내 의료제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영리병원은 외국의료기관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실제 외국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아니다. 국내 기업이 지분 50%까지 투자할 수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지난해 3월 영리병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투자자도 일본 다이와 증권에다 삼성증권, 삼성물산, KT&G다. 영리병원은 100% 내국인 진료가 가능하다. 전체 의료진의 10%만 외국 면허를 가진 의사를 두면 된다. 외국인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국내기업이 운영하고 우리나라 의사가 내국인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는 국내 영리병원인 셈이다. 

경제자유구역에만 들어선다고 하지만, 경제자유구역은 인천 송도뿐 아니라 이미 전국 6곳에 이른다. 더욱이 경제자유구역에만 들어선다는 보장도 없다. 병원협회는 외국자본에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면서, 전면적인 영리병원 허용을 부르짖고 있다. 

정부는 영리병원을 도입해야 서비스 질도 높아지고, 일자리도 늘어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갖가지 부작용이 우려된다. 일단은 의료비 부담이 문제다. 국책연구원인 보건사회연구원은 개인병원의 20%만 영리병원으로 전환해도 연간 1조5000억원의 의료비가 오른다고 전망했다. 지방 중소병원 100개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 의료복지를 지탱해온 건강보험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영리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자기 마음대로 의료비를 비싸게 받을 수 있다. 영리병원의 고용효과도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 방침에 대해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은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설립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여당이 반대하면 통과가 어렵다. 설사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정부가 허가를 내준 다음이어서 기나긴 소송전을 예상할 수 있다. 현 정부의 계획을 저지하려면 대선후보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부작용 우려가 큰 영리병원 도입을 막기 위해 후보들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2012년 10월 31일 수요일

MB, 퇴임 4개월 남겨두고 기어이 일 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30일자 기사 'MB, 퇴임 4개월 남겨두고 기어이 일 냈다'를 퍼왔습니다.
[우석균 칼럼] 삼성재벌을 위한 MB 정부의 '마지막 먹튀' 영리병원

이명박 정권이 며칠이나 남았는지 오래간만에 이명박 퇴임시계를 찾아보았다. 117일 남았단다. 4달도 안 남은 정권이, 또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두고 기어이 일을 벌이고야 말았다. 어제 보건복지부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고시하여 영리병원을 끝내 허용한 것이다. 의 표현대로 "영리병원 도입 장장 10년만"의 일이다. "임기 끝까지 일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관련 기사 : MB "임기, 아주 끝까지 일을 하려고 한다")

이명박 정권은 이 '외국의료기관'은 외국인을 위한 편의시설이고 또 경제자유구역에만 있으므로 국내의료제도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 말한다. 과연 그럴까?

우선 이 외국의료기관은 말로는 외국의료기관이지만 사실상 국내영리병원이다. 이 병원은 국내기업 50%가 투자가 가능하다. 당장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투자자가 바로 삼성증권, 삼성물산, KT&G이고, 이들 국내기업이 50%, 그리고 일본 다이와증권이 50%를 투자한 것으로 사실상 삼성재벌 소유의 기업이다. 국내기업이 직접 운영도 가능하다.

내국인 진료도 100% 가능하다. 외국인 진료를 위한 것이라지만 전체 의료진의 10%만 외국면허를 가진 의사를 두면 된다. 이름은 외국병원 이름을 빌려오겠지만 사실상 국내기업이 운영하고 한국인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는 국내영리병원이라는 의미이다.

문제는 경제자유구역에만 한정돼 있으므로 문제가 없을까라는 점이다. 그러나 경제자유구역도 이미 6곳으로 전국에 분포되어 있다. 인천송도에만 있는 것이 아
니라 대구, 부산 등 광역자치시만 3곳이고 강원도를 제외한 전국에 있다.

게다가 경제자유구역만으로 끝난다는 보장도 없다. 당장 병원협회는 "해외자본에게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며, 한국에 전면적인 영리병원의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번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허용은 한국의 병원자본과 재벌들이 애타게 기다려온 영리병원 전면허용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삼성특혜병원 허용

이명박 정권은 임기 말까지 국민의 의사와 반대로 한 나라의 의료제도를 바꿀 수 있는 중차대한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임기 말까지 이렇게 영리병원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게는 이 정권 말기 영리병원 허용조치가 삼성재벌을 위한 이명박 정권의 막판 먹튀로 볼 때에만 겨우 이해가 간다. 애초 이명박 정권의 영리병원 허용정책도 삼성이 낸 정책이다. 기재부와 복지부가 삼성경제연구소에 단독으로 용역을 준 영리병원 도입보고서가 그것이다(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 2009.12.15).

이후 이명박 정권은 국회에서 법개정을 통해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영리병원 설립을 하려고 여러차례 시도를 했다. 특히 2011년 3월, 삼성이 인천송도의 영리병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18대 국회 막판까지 법개정이 집요하게 시도되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를 점했던 18대 국회에서도 워낙 반대여론이 커서 법 개정은 실패했다.

국민들의 반대로 영리병원 허용이 실패하자, 이 때 두 발 벗고 나선 것이 사실상 삼성계열인 다. 법개정이 안되면 시행령을 바꾸어서라도 영리병원을 허용해야 한다고 가 1주일 동안 1면부터 사설까지 기사 도배를 했다. 가 정부에 지령을 내리자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지시 하에 지식경제부가 시행령을 바꾸었다. 이것이 올해 4월 20일이다. 이때 지경부는 아예 솔직히 말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우선협상대상자를 다시 선정한 상황에서" "하위법령 개정을 추진"한 것이라고. 여기서 우선투자협상대상자는 이미 밝혔듯이 물론 삼성이다. 그리고 국민건강을 담당하는 부서인 보건복지부가 어제 기어이 일을 냈다. 이명박 정권이 끝나기 전에 일을 해치워 버리겠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국책연구원조차 "영리병원 허용 시 진료비 급증"

영리병원의 폐해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 바로 가기)을 낸 적도 있고 지면을 통해서도 여러 번 설명했다. 다만 이명박 정권에서 나온 보건사회연구원(국책연구원이다)의 보고서를 몇 줄만 인용하자. 이 보고서는 개인병원의 20%만 영리병원으로 전환해도 "연 1.5조 원(2.5% 인상) 의료비 인상"이 예상되고 "영리병원의 비급여 진료비가 1% 상승 시 1070억 원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급여 즉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가 20%만 늘어난다고 가정해도 연간 3조 2000억 원의 의료비가 오른다는 이야기다.

이것만이 아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전국의 지방병원 100개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금도 52개 지자체가 응급의료기관이 없고 48개 지자체는 분만실이 없다. 여기서 또 100개의 지방병원이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지방에서는 살지 말라는 이야기다.

정부나 어떤 논자들은 OECD 국가들은 모두 영리병원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나라들? 그 나라들은 공립병원이 90%가 넘는 나라들이다. 미국조차 공립병원이 35%이고 OECD 평균 공립병원 비중은 75%다. 한국의 공립병원은 7%다. 93%의 사립병원이 이미 대도시에만 모여 지극히 상업적 진료를 하고 있는데 여기에 영리병원까지 허용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재앙일 뿐이다.

민영화 = 의료비 폭등, 가스요금, 철도요금 폭등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의료민영화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지금 이명박 정권은 가스민영화도 추진하고 있다. 가스 직도입권을 재벌에게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그 재벌은 바로 우리가 매일 주유소나 도시가스 요금고지서에서 보고 있는 SK, 현대오일뱅크, GS, 에쓰오일(한진) 등의 재벌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잘 알려진 대로 철도민영화도 추진하고 있고 심지어 KS마크까지도 민영화를 하려한다. 그 결과는 의료비 폭등, 가스요금 철도요금 폭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요즘 복지국가를 이름붙인 조직도 많고, 주장도 많다. 그런데 '복지국가라고?' '공공요금'자체가 재벌에 내는 요금이 되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데 무슨 복지국가가 가능하겠는가.

▲ 지난해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그리고 이를 모두 이 정권이 끝나기 전에 끝내려 한다. 국민들의 공공재산인 의료와 가스, 철도를 빼앗아 재벌에게 넘겨주고 정권을 내놓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권의 다짐인 모양이다. 그리고 이것이 임기 마지막까지 일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다짐의 실체다. 마지막까지 재벌들을 위해 서민들을 등쳐먹겠다는 것.

민영화 반대 없는 복지공약은 거짓

▲ ⓒ보건의료단체연합

나는 대선 후보들에게도 묻는다. 우선 박근혜 후보는 지금 여당인 새누리당의 보스로 이명박 대통령과 정권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후보는 지금의 이명박 정권의 막판 의료민영화를 포함한 가스, 철도 민영화 밀어붙이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까지 수많은 복지공약을 내놓은 박근혜 후보고, 의료부문에서도 4대 중병 100% 의료보장 등의 공약을 내놓았지만 영리병원 반대나 다른 부분의 민영화 반대를 그에게서 들어본 적이 없다.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정권의 막판 공공서비스 통째 민영화 밀어붙이기에 동조한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도 마찬가지다. 이들 또한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민영화조치에 대해 한마디 말이 없다. 영리병원이나 자유무역협정(FTA)을 시작한 민주당의 후보라서? 아니면 기업가 출신 후보라서? 복지는 줄 수 있지만 복지를 가로막는 민영화에는 동의한다는 것인가?

수많은 복지공약 이전에 박근혜, 그리고 문재인과 안철수가 해야 할 일은 지금 당장 이명박 정권이 막판까지 몰아붙이고 있는 민영화를 중단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그들의 모든 복지공약은 거짓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임기가 4달도 남지 않은 정권이 제정신이 아닐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참아야만 하는가. 10월 31일 사회보험과 가스노동자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이 정권 막판 '막장 민영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는 모양이다. 오늘도 복지부 앞에서 무상의료운동본부 제 시민사회단체는 영리병원 강행 규탄 기자회견과 항의행동을 벌였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15만 볼트 철탑 위에는 올라가지 못하더라도. 대통령 선거만 바라보고 기다리다간 그전에 나라가 결딴날 지경이다.

▲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부대표 

2012년 6월 8일 금요일

정부 '영리병원'으로 의료민영화 박차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6-07일자 기사 '정부 '영리병원'으로 의료민영화 박차'를 퍼왔습니다.
보건의료노조 삭발식에 연일 촛불집회…심상정 "재벌 위한 특혜"

▲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시행규칙 입법예고를 앞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무상의료국민연대,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재벌특혜 위한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도입 반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12.5.23/뉴스1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송도 영리병원 도입 저지를 위해 삭발 투쟁을 감행하는 등 전국적으로 의료 민영화를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7일 오후 보건복지부 앞에서 '영리병원 도입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유지현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유 위원장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비싼 의료비로 국민건강을 파탄 내는 영리병원 도입을 결사 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정부가 국민과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기어이 입법을 추진해 영리병원을 도입한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면서 현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해 "영리병원은 재벌을 위한 특혜이다. 정부는 공공의 이익에 필요한 공익사업을 모두 민영화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고, 조영호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도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의료까지 영리화하려고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보건복지부 앞에서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시행규칙 폐기를 촉구하면서 천막농성·촛불문화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영리병원 도입 반대다.
현재 국내에서는 비영리병원만 도입 가능하다. 현대의 아산병원이나 삼성병원 역시 비영리법인인 아산재단과 삼성의료원에 의해 운영된다.
그렇다면 영리병원이 승인되면 어떻게 될까? 영리병원은 기본적으로 기업과 같이 이윤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병원. 대기업이 영리병원을 만든다는 가정 아래 이들은 충분한 재정을 통해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병원을 만들어 환자를 확보할 것이다. 이는 지역 병원의 폐업으로 이어지고, 해당 지역에 영리병원은 지역 의료 서비스를 독점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의료서비스의 독점은 △ 질 낮은 의료 서비스 △ 높은 진료비 △ 고급인력 축소, 비정규직 확충 △ 의료인력 부족 △ 극단적 영리추구현상 등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또 한·미 FTA가 체결된 시점에서 외국계 영리병원까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포가수가제'가 '영리병원'과 맞물리면서 의료민영화를 더욱 앞당길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포가수가제란 같은 질병일 경우 수술비를 같은 선으로 맞춰 보다 진료비를 저렴하게 만들어 서민경제를 돕고자 만든 제도이다.
하지만, 일부 여론은 동일한 수술비를 적용했을 때, 병원측에선 일정 부분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저급한 의료 서비스를 공급할 것이며 병원간 시설이나 비용 대비 좋은 서비스로 경쟁이 심각해질 것이라 우려한다. 결국, 살아남는 병원은 '돈이 많은 병원'인 영리병원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명박 정권초 '의료선진화'라는 이름 아래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다 촛불집회 탓에 두 번이나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 2월 '서비스산업선진화 추진계획'을 보면 의료법 개정(원격진료허용, 의료법인합병절차마련 및 병원 경영지원 허용), 약사법 개정(약국법인 허용), 의료채권발행법, 건강관리서비스법 제정 등을 지속적인 입법추진 과제로 의료민영화의 포석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등 전국의 6개 지역이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지역에서 영리병원 1호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트위터리안들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의료민영화 재앙의 시작) 미국의 개인파산자 가운데 62%는 의료민영화로 인한 과도한 의료비 관련 부담 때문. 오바마 정부는 해결책으로 한국을 벤치마킹하며 전국민건강보험을 추진중이다. 한국은 경제자유구역 내의 의료민영화가 시작된다(발끈해 6.15지지선언****, ‏@BB****)
생명을 다루는 일로 수익사업이라. 자본주의 세상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진**, ‏@railwa***)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대한민국 의료체계는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정상가 진료비로 위험한 진료를 받는 일반병원과 포괄수가제가 적용되지 않는 고가 진료비로 안전한 진료를 받는 영리병원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대한민국은 부자만 안전한 진료를 받는 나라가 될 것이다(173***, ‏@17****)
일부 트위터리안은 FTA를 통해 의료 민영화와 더불어 국권의 침해를 받을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
미국 영리병원 센츄리온은 캐나다연방법의 건강보험이 영리법원의 이익을 침해한다며 2009년 ISD를 통해 캐나다를 제소하였다. 이는 국가의 공공의료정책이 FTA 때문에 완벽히 무력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끔찍한 예(이명박근혜****, @op****)
또 일각에서는 현정부 들어 대부분의 민영화가 실패했으며, 서민경제에 오히려 독이 됐음을 지적하는 여론도 있다.
KT와 SK의 민영화는 서민부담의 문제로 왔고, 유공은 기름값 상승의 주 요인이 되고 있다. 청주국제공항은 혈세로 대줄 것은 다 대주고 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과 KTX 민영화와 가스·수도까지 민영화하겠다고? 이 모든 것이 국민에게 득이 될 것이라 믿는 것인가?(19***, @19***)

김경환 기자  |  1986kkh@pressbyple.com

"MB 정부, 4대강 사업처럼 영리병원 추진"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07일자 기사 '"MB 정부, 4대강 사업처럼 영리병원 추진"'을 퍼왔습니다.
우석균 정책실장 "국민 건강권 재벌 손에 들어간다"

▲ 영리병원 결사반대!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노조는 7일 보건복지부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정부가 추진하는 영리병원은 국민의 생명을 볼모 돈벌이하는 재벌에 넘겨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 강민수

"하버드 의과대학의 힘멜 슈타인 교수는 영리병원은 뱀파이어 효과를 부른다고 했습니다. 뱀파이어에게 물린 사람이 다시 뱀파이어가 되는 것처럼 영리병원이 한 군데 생기면 그 지역 비영리 병원의 의료비도 올라간다는 이론입니다. 돈 없는 사람은 병원에 못가게 되는 거죠. 영리병원은 뱀파이어처럼 한국의 의료비를 올리고 국민 건강을 파탄으로 몰고 갈 것입니다."

우석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영리병원의 도입은 병원 진료비를 연쇄적으로 높여 의료 공공성을 침해하고 국민 건강권이 의료 재벌의 수중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 실장은 "한국 의료 시설은 지나치게 상업화된 측면이 커서 돈에 돈을 부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여기에 영리병원을 도입하면 한국 의료, 국민의 건강을 재벌에 팔아 넘기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7일 서울 성동구 성수의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 실장은 "영리병원은 국내 기업이 외국인 파트너를 만나 법인을 세우면 자동차를 만들고, 휴대폰을 만드는 것처럼 의료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의료는 공공성이 가장 강한 분야이기에 시장에 맡길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영리병원 4대강처럼 소 귀에 경읽기"

19대 총선 후인 지난 4월 17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을 통과시켰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8일까지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곧 시행령 공고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공고 이후에는 전국 6개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 의료기관 설립이 가능하게 된다.

▲ 우석균 정책실장 우석균 보건의료연합 정책실장은 "의료는 공공성이 가장 강한 분야이기에 시장에 맡길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영리병원의 도입을 비판했다. ⓒ 강민수
우 실장은 MB 정부의 집요한 영리병원 도입을 '꼼수'라 비판했다. 18대 국회에서도 새누리당은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을 밀어붙이지 못했다. 국민들의 영리병원 반대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MB정부는 정부 입법, 즉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개정을 통해 영리 병원 도입의 수순을 밟았다. 우 실장은 "끝까지 밀어붙인 4대강 사업처럼 MB정부는 여론을 소 귀에 경읽기로 일관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은 6곳(부산·진해, 인천 송도,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광양만권, 황해)이다. 우 실장은 이 중 부산, 대구, 인천 세 광역시는 결코 적지 않는 숫자라고 말한다. 우 실장은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인 투자 유치가 아니라 귀족 학교, 영리 병원을 만들기 위해 자본의 논리로 만들어졌다"며 "영리병원이 세 광역시에서 시작하면 독버섯처럼 전국에 퍼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영리 병원은 복지 측면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무상보육, 무상의료를 내세운 보편적 복지는 의료를 민영화하려는 영리병원과 대척점에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중증 질환자에게 의료비를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앞으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 우 실장은 "의료비 올리는 영리병원은 복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면서도 "보편적 복지는 나중의 문제고 현재 있는 의료보험, 비영리 병원부터 지켜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미FTA의 투자자-국가 소송 조항, 역진방지 조항도 영리병원 반대에 걸림돌이다. 우 실장은 "시행규칙에 맞게 영리병원 도입을 신청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복지부 장관이 거부를 할 수 없다"며 "만약 자의적 이유로 거부하면 투자 업체는 한미FTA의 ISD(투자자-국가 소송제도) 조항으로 제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 간에 규제를 완화한 규정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래칫 조항에 대해 우 실장은 "영리병원이 도입될 당시의 기준을 벗어나 규제하는 조치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우 실장은 국회 입법의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우 실장은 "국회가 영리병원 도입을 반대하는 여론을 받아들여 경제자유구역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 된다"면서도 "먼저 민주당이 입장을 명확히 해주고 새누리당이 답하는 방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리병원 도입, 국민 생명을 볼모로 돈벌이"

한편, 무상의료 국민연대,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등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은 이날 보건복지부 앞에서 영리병원 도입 규탄대회를 열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30일부터 9일째 보건복지부 앞에서 1인시위, 선전전, 집회를 벌여왔다. 이날에는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 정용건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함께 전국의 보건의료노조본부장들이 참석했다.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노조는 투쟁 선언문을 통해 "영리병원은 국민 건강을 파탄내는 의료 대재앙이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돈벌이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영리병원 도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원 200여 명은 'NO! 영리병원 도입, YES 무상의료실현'의 문구가 적히 피켓을 든 채 "의료 공공성 강화하자!, 영리병원 결사반대" 구호를 외쳤다.

▲ 유지현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유지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위원장은 7일 오후 삭발 결의는 "국민 건강권을 지키고 돈보다 생명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선포"라며 "보건의료노조가 국민들의 건강권을 지켜내는 데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 강민수
이날 보건의료노조 투쟁대회에서는 유지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의 삭발 결의식이 진행됐다. 유 위원장은 결의 발언에서 "이번 결의는 국민 건강권을 지키고 돈보다 생명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선포"라며 "보건의료노조가 국민들의 건강권을 지켜내는 데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당이 복잡한 상황이라 영리병원 문제를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유지현 위원장이 삭발로 단호한 결의를 보여줘서 마음도 무겁고 여러분들 볼 면목도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심 의원은 유 위원장의 머리를 보며 "머리를 만져보니 이쁘더라. 조금은 안심 된다"고 웃으며 "빨리 당이 회복해서 영리병원 반대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하겠다"고 응원했다.

윤영규 보건의료노조 부산지역본부장은 "영리병원 도입은 국민 전체에 대한 집단 살인"이라며 "병원이 국민들을 대상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은 돈이 없는 사람들은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영리병원을 막는 일은 국민살인을 막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무상의료 국민연대와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국민들이 서명한 입법 예고에 대한 의견서 1만2000여 장을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앞으로 전달했다. 

 강민수 (cominsoo)

2012년 5월 27일 일요일

창궐하는 의료 상업화의 ‘막장’들


이글은 한겨레21 2012.05.14 제910호 기사 '창궐하는 의료 상업화의 ‘막장’들'을 퍼왔습니다.
창궐하는 의료 상업화의 ‘막장’들 [2012.05.14 제910호] [특집1] ['병원 OTL-의료 상업화 보고서' ② '가짜 원장' 양산하는 병원들] 고가의 치료를 많이 하면 인센티브 주는 ‘바지원장’의 네트워크병원들… 병원 소유 자격 없는 비의료인의 ‘사무장병원’ 단속하며 영리병원 키우는 정부의 모순

» 의료시장의 경쟁이 격화되자 일부 중소 병원은 규모를 불리려고 편법과 탈법의 담장 위를 오가고 있다. 지하철 통로의 한 벽을 가득 채운 병원 광고 속에서 병원들의 몸부림이 엿보인다. 정용일 기자

그는 가짜 병원장이었다.치과의사인 강정석(가명)씨의 이야기다. 그는 2010년 한 치과병원에 취직했다. 첫날, 병원에서는 그에게 ‘권리약정서’를 내밀었다. 서류에서 병원장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권한은 없었다. 병원 건물의 소유권은 물론 없었고, 직원을 채용하거나 해고할 권한도 없었다. 약정서에서 그는 ‘을’이었다. 이런 대목도 있었다.


“사업장 운영과 관련된 ‘을’ 명의의 입출금 통장은 ‘갑’의 소유이며 ‘을’은 그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없다. 계좌번호 및 비밀번호 등 통장 운영과 관련된 모든 것은 ‘을’이 임의로 변경 또는 분실신고 또는 재발급할 수 없다.”


비싼 치료를 많이 해야 받는 인센티브


자신의 통장까지 넘겨줬다는 얘기다. 약정서 속의 ‘갑’은 여러 의사와 이런 식으로 거래를 하는 듯했다. 강씨와 같은 ‘바지사장’, 아니 ‘바지원장’들은 명의만 빌려주고 가짜 노릇을 했다. 기본급도 없었다. 대신 월매출의 20%를 인센티브로 돌려받았다. 더 벌려면 더 많이 치료해야 했다. 이가 멀쩡한 환자라도 그냥 돌려보내면 안 됐다. 게다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청구액은 그의 매출에 계산되지 않았다. 고가의 비급여 치료만 그의 매출에 포함됐다. 그러니 ‘쓸데없이’ 기본적인 치료를 해서는 수입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왕이면 치료를 비싸게, 많이 해야 했다. 병원이 그에게 제시한 ‘당근’을 따라 그가 진료량을 늘리면,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병원 수입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구조였다. 뭐, 어차피 자기 병원도 아니었다. 일단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또 이상한 일이 생겼다. 치과에서는 의사가 흔히 환자의 상태를 보고 치료 계획을 세운다. 강씨도 환자가 찾아오면 차트에 기록을 남겼다. 그런데 막상 치료를 하려면, 차트에 치료 항목이 자주 늘어났다. 간호조무사나 치위생사가 한 일이었다. 그들은 환자와 직접 상담을 하며 진료량을 늘렸다. 그들도 ‘인센티브’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병원에서도 그가 환자와 오래 상담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아침 병원 직원회의에서도 배제됐다. 본점에서 보낸 실장이 중심이 된 경영진이 병원 운영을 좌우했다. 그는 그저, 시키는 대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피고용인에 불과했다. 병원의 마케팅은 공격적이었다. ‘무료 스케일링’ 따위가 광고 문구에 붙었다. 환자도 끊이지 않았다. 환자의 회전 속도가 높으니, 돈벌이는 좋았다.


지난 5월1일 서울 공덕동의 한 카페에서 강씨를 만났다. 그는 이제 그 병원에서 일하지 않는다. 문제의 병원이 돈을 버는 생리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환자 처지에서는 무료 스케일링이라도 받고 나면 약간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치료를 많이 하라고 해도 그걸 믿고 따르죠. 내 병원에서라면 환자를 그렇게 다루지 않을 겁니다. 동네에서 신뢰를 쌓으려면 그렇게 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월급쟁이로 들어가면 약간 다릅니다. 게다가 인센티브를 생각하면 더 달라지죠. 치과의사들은 대부분 이런 곳에서 일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우리끼리는 거기를 흔히 ‘막장’이라고 합니다.”


그가 갔던 ‘어둠의 끝’은 흔히 ‘네트워크병원’이라 이른다. 네트워크병원이란 적어도 두 개 이상의 병원이 같은 브랜드를 쓰며 함께 영업하는 유형을 일컫는다. 물론 모든 네트워크병원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진짜’ 원장이 있는 병원들이 함께 같은 브랜드를 쓰며 느슨하게 연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강씨가 몸담은 의료기관은 의료법을 위반했을 여지가 크다. 우리나라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나 비영리법인 등만 병원을 세울 수 있다. 일반인이나 영리법인은 병원을 세울 수 없다. 또 의료인이라도 2개 이상의 병원을 가질 수 없다. 병원을 소유한 법인은 병원 운영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다른 목적에 써서는 안 되고, 병원에 고스란히 재투자해야 한다. 이런 엄격한 기준을 들이미는 이유는? 병원이 돈을 벌려고 영리적인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더 벌려면 더 많이 치료해야 했다. 이가 멀쩡한 환자라도 그냥 돌려보내면 안 됐다. 게다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청구액은 그의 매출에 계산되지 않았다. 고가의 비급여 치료만 그의 매출에 포함됐다. 그러니 ‘쓸데없이’ 기본적인 치료를 해서는 수입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왕이면 치료를 비싸게, 많이 해야 했다.



악덕 네트워크병원에 ‘합법 면허’준 대법


강씨가 일했던 곳과 같은 네트워크병원은 논란의 와중에도 계속 성장했다. 2003년 대법원 판결도 네트워크병원의 성장을 도왔다. 당시 법원은 병원을 하나 가진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로 병원을 하나 더 세워서 경영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판결했다. 일부 악덕 네트워크병원에도 사실상 ‘합법 면허’를 준 셈이었다. 덕분에 네트워크병원 시장도 팽창했다. 2006년에는 대한네트워크병의원협회도 만들어졌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협회에 가입한 네트워크 브랜드는 56개, 소속 병·의원 수는 1천여 개였다. 네트워크병원 성장세의 그늘 속에서 음습하게 자란 일부 네트워크병원도 바지사장을 내세우고 세력을 불렸다.


일부 네트워크병원이 편법의 공간에서 성장했다면, 이른바 ‘사무장병원’은 불법의 토양에서 자라났다. 사무장병원이란 병원을 소유할 자격이 없는, 의료인이 아닌 ‘사무장’이 의사를 명목상의 사장으로 고용해 영업하는 병원이다. 물론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다. 일부 물정 모르는 의사가 불법의 공모자가 됐다. 물론 돈이 필요한 의사가 물주와 담합한 경우도 있다. 지금은 인천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오성일 원장도 불법의 덫에 걸려든 경우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오 원장은 2006년 의대 선배의 소개로 한 병원 원장 자리에 ‘부임’했다. 그는 뒤늦게 병원의 주인이 비의료인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병원 주인과의 1년에 가까운 공방 끝에 그는 2007년 11월 대한의사협회 불법신고센터에 자진 신고를 했다. 그가 모든 책임을 떠안았다. 그는 300만원의 벌금과 의사 자격정지 3개월, 병원 근무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병원에 지급한 18억원에 대한 환수 조처를 당했다. 불법적인 의료행위에 대한 법률상의 책임이 그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병원의 ‘진짜’ 대표를 상대로 형사고발과 민사소송 등을 했지만 모조리 졌다. 현재 의료법에서는 사무장병원의 운영에 대한 책임을 의사만이 지게 되는 맹점이 있었다. 그는 현재 사무장병원 피해자 모임을 이끌고 있다. 그는 “사무장병원에서 피해를 본 많은 의사들이 처벌을 두려워해 나서서 발언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의 공간에 속한 사무장병원의 규모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정부는 2010년 현장 조사를 통해 사무장병원 8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물론 빙산의 일각이다. 당시 보건복지부가 사무장병원으로 추정되는 60개 병원에 한정해 조사를 한 결과였다. 당시 적발된 사무장병원 8곳 가운데 6곳이 치료비를 허위·부당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의사는 “병원계에서는 ‘악마’ 의사도 ‘천사’ 사무장보다 낫다는 말이 떠돈다. 대부분의 사무장은 수익을 노리는 업자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사무장병원으로 추정되는 60개 병원에 한정해 조사를 한 결과였다. 당시 적발된 사무장병원 8곳 가운데 6곳이 치료비를 허위·부당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의사는 “병원계에서는 ‘악마’ 의사도 ‘천사’ 사무장보다 낫다는 말이 떠돈다. 대부분의 사무장은 수익을 노리는 업자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 MSO 활성화 통해 영리병원 길 터


사무장병원과 관련한 정부의 단속과 상충하는 국가 정책도 있다. 2006년 기획재정부는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병원경영지원회사’(MSO)라는 새로운 기업 모델을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MSO는 의료행위를 제외한 병원 서비스를 대행해주는 회사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여러 병원이 개별적으로 하던 의약품 및 기기 구매, 인력 관리, 진료비 청구, 홍보 등의 서비스를 대신해주고 그 대가를 받는다. 병원 처지에서는 MSO를 쓰면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구입하던 물품이 공동구매를 통하면 가격이 떨어지는 이치다. 대부분의 네트워크병원이 별도의 MSO를 설립해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우리나라 의사들은 경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MSO를 잘만 활용하면 병원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문제는 병원이 MSO를 이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본말이 전도돼 오히려 MSO가 의사를 이용하는 경우다. 즉, 비영리법인인 병원이 일부 서비스를 외부 기업에 아웃소싱하는 것이 아니라, 영리법인인 MSO가 의사를 고용해 일부 비용을 떼주고 수익을 챙기는 유형이다. 바꿔보면, MSO가 ‘머슴’에서 ‘사무장’으로 돌변하는 셈이다. 박웅섭 관동대 교수(예방의학)는 “현행 의료법 체계하에서 금융자본이나 벤처캐피털 같은 민간자본이 병원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정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MSO를 통해 투자를 간접화해 정서적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물주’들이 병원을 간접적으로 소유하고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는 의미다.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가 MSO를 두고 병원을 영리법인으로 만들려는 정부의 꼼수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정부 쪽도 이를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낸 ‘서비스 부문 선진화를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MSO의 활성화를 통해 영리법인병원의 단계적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왼손으로 사무장병원을 단속하는 정부가, 오른손으로는 모양만 다른 유형의 영리적 모델을 육성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에서도 정부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했다. KTB투자증권은 2010년에 낸 보고서에서 이렇게 전망했다. “우리는 병원산업의 영리자본화 초기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MSO에 대해 중·장기적인 관심을 권고한다. …향후 MSO 등을 통해 병원도 외부로부터 자본 조달 등이 가능해질 경우 주식시장에서 의료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할 전망이다.” 이미 MSO를 표방하는 업체들이 주식시장에 등장한 지도 오래다. 불임 시술로 유명한 차병원그룹의 차바이오앤디오스텍과 척추 수술로 유명한 우리들병원그룹의 위노바가 대표적인 예다. 김양균 경희대 교수(의료경영학)는 “MSO 모델이 시작된 미국에서는 MSO가 병원들의 원가 절감과 경영 효율화를 돕는 구실을 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은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영리법인으로 가는 매개로 다르게 정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병원들이 돈벌이를 위해 달려가는 동안, 희생되는 것은 환자들의 건강이고 호주머니 사정이었다. 수도권의 한 병원 벽에 걸린 병원윤리강령 앞으로 지나가는 환자 한 명의 실루엣이 보인다. 박승화 기자
네트워크병원 급제동 건 개정 의료법
상업화를 향해 빠르게 이동하던 네트워크병원 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지난해 있었다. 지난해 12월 양승조 민주통합당 의원의 발의로 개정된 의료법에서는 ‘의사 1인 1병원 개설’의 원칙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했다. 이른바 ‘바지사장’을 내세운 편법적인 네트워크병원에는 불법의 낙인이 정확히 찍혔다. 이 법은 오는 8월부터 시행된다. 일부 네트워크병원에 급제동이 걸렸다. 시장도 빠르게 반응했다. 최근 한 비만 전문 네트워크병원은 지점 20여 곳을 대상으로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유명 치과 네트워크병원도 최근 120여 개 지점의 운영권을 매각하며 본점에서 컨설팅을 제공하는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 이 병원은 대한치과의사협의회의 누리집 게시판에 이런 광고를 냈다. “자본 투자 없이 매출 1억5000(만원) 병원을 운영하십시오. 가입비 1000만원(후불 가능), 인테리어, 시설, 장비 갖춰져 있음.” 제도 변화에 따라 네트워크병원의 변신이 진행되고 있다.
네트워크병원과 MSO가 시장에서 강하게 일으키던 병원 상업화의 바람은 한풀 꺾였을까. 의료시장 사정에 밝은 박종욱 변호사는 “병원들이 지점을 늘리는 식으로 횡적 팽창을 하는 것은 앞으로 한동안 힘들 것이다. 대신 현재의 지점망을 MSO를 매개로 느슨하게 운영하며, 본점 1곳의 규모를 키우는 형식으로 사업 방식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풀이했다. 병원들의 사업 확장 유형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의료시장의 미래를 그리는 정부의 방침은 어떨까. 영리법인병원을 도입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경제자유구역 안에서 외국 의료기관의 설립 허가 절차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은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4월30일 입법 예고했다. 시민단체들은 바로 다음날 보건복지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의료 분야에서 영리 모델을 그리는 자본에 정부는 든든한 ‘뒷배경’이 되고 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2012년 5월 1일 화요일

“영리병원 도입 중단하라” 노동시민단체 거센 항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5-01일자 기사 '“영리병원 도입 중단하라” 노동시민단체 거센 항의'를 퍼왔습니다.
노동절 맞아 규탄집회 개최...항의서한 전달하려다 경찰과 충돌


ⓒ민중의소리 "영리병원 도입 위한 시행령과 시행규칙 폐기하라"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국민건강권을 위해 영리병원 도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단체연합,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노동·시민단체들은 1일 낮 12시 30분께 서울 보건복지부 앞에서 공동결의대회를 열고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폐기하라”며 "영리병원의 목적은 이윤창출에 있기 때문에 결국 의료비 상승과 의료서비스 질 저하, 국민건강보험체계 붕괴라는 대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17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투자개방형 영리병원’ 도입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개정했고, 지난 30일에는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및 외국의 법률에 의해 설립, 운영되는 의료기관과의 협력체계 등에 관한 규칙(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입법 예고된 시행규칙을 살펴보면, 2002년 제정 당시 경제자유구역 내 제한적으로 허용된 영리병원 규정을 ‘외국인이 외국 의료인을 고용해 외국인을 진료하는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에서 ‘국내자본이 국내의사 90%를 고용해 내국인을 진료하는 영리병원’으로 변경시켰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과 시행규칙 제정 입법예고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정주 여건 개선과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지만,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2011년 10월 송도에 거주중인 외국인은 1834명으로 이미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고 외국인 진료를 위한 의료센터도 마련돼 있다”며 “600병상 규모나 되는 외국인 대상 외국의료기관이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입법 예고된 시행규칙을 통해 오는 6월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11월부터 국내 첫 영리병원 준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영리병원을 통해 돈벌이를 하려고 혈안이 돼있던 이명박 정부가 결국 정권말기에 영리병원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며 “정권말기에 지난 4년동안 국민들이 반대하고 막아와던 영리병원을 도입한다는 것은 ‘먹튀’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역시 “이명박 정권에 대해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국민들이 뭉쳐서 막아내야 한다”며 “영리병원은 결국 재벌에게 돈벌이를 위한 수단일 뿐이고, 보건복지부는 이 수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집회 뒤 노동·시민단체들이 보건복지부에 영리병원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김대현 기자 kdh@vop.co.kr

다시 시동 걸린 의료민영화, 그들의 노림수는?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01일자 기사 '다시 시동 걸린 의료민영화, 그들의 노림수는?'을 퍼왔습니다.
[복지국가SOCIETY]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진출과 의료민영화

2012년 4월 17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경제자유구역법)'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원래 경제자유구역법은 김대중 대통령 때 제정된 것인데, 진보 개혁적 학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때 청와대 주도 하에 경제자유구역법의 개정을 거듭함으로서 외국인 영리병원의 설립을 허용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행령을 개정하여 외국인 영리병원 설립의 구체적 사항을 명시함으로써 외국계 병원이 우리나라 6개 권역의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병원사업을 할 수 있도록 구체화한 것이다.


지식경제부에 의하면, 병원 개설의 허가권자인 보건복지부가 6월에 보건복지부령을 시행하면 인천 경제자유구역(송도)에 600병상 규모의 영리병원이 설립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법'에 근거하여 의료인 개인과 비영리법인만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경제자유구역에 국한하여 최초로 우리나라에 영리법인 병원이 생길 예정이다.


영리병원의 건립비용은 약 6000억 원인데,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기 1년 전인 2011년 3월 22일에 이미 투자자를 선정하였다. 당시 선정된 투자자는 일본의 대표적인 증권사인 다이와증권(Daiwa Securities Group)의 계열사인 다이와 시크릿티즈 캐피탈 마켓스(Daiwa Securities Capital Markets), 삼성증권, 삼성물산, KT&G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컨소시엄이다. 당시 계획으로는 총사업비의 절반인 3000억 원을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대여하기로 합의하였고, 이 중 500억 원을 특수목적법인 설립 자본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당초 계획한 일정보다 다소 늦어지기는 했지만, 1년 전에 예정된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설립되는 외국 의료기관은 외국인 투자 유치의 활성화를 위한 정주 환경의 조성 차원에서 허용된 사항이므로 투자개방형 병원의 전국 확대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즉, 의료민영화 조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의료비 상승을 부추기지도 않으면서 외화벌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 환자의 진료만으로는 국민의료비의 증가는 없다. 왜냐하면 외국인이 국내에서 소비한 비용은 의료의 수출로 처리되어 국민의료비 계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식경제부의 주장대로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의료기관이 외국인 환자만을 진료한다면 이 영리병원에 자본을 투자한 투자자들의 기대수익을 보장하기는 어렵게 된다. 그 이유로는 다음의 3개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외국인 환자 수가 너무 적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송도, 영종, 청라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인구는 2011년 10월말 기준으로 1,912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병의원을 이용하지 않고, 의료비의 100%를 본인이 부담하는 영리병원을 이용할 리 만무하다. 600병상 규모의 영리병원이 완공 예정인 2016년까지 외국인 인구가 일정하게 늘기는 하겠으나 투자자들의 기대수익을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둘째, 투자자들에게 배당할 정도의 수익을 얻으려면 또 다른 의료수요를 찾아야 할 것인데, 이것이 용이하지 않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미용성형, 라식 등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외 환자를 유치할 수 있겠지만, 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에 한해 비영리병원들도 환자의 소개, 유인, 알선 행위를 할 수 있으므로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2008년 기준 우리나라를 방문한 해외 실환자수는 27,400명이고 향후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모든 해외 환자가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을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적자를 면하기는 어렵다.


셋째, 고소득자와 해외 원정 진료자 등 고급 의료욕구를 가진 일부계층의 환자를 흡수할 수도 있겠지만, 그 비중은 매우 작다. 한국은행의 서비스 무역 세 분류 통계에 의하면, 건강 관련 해외여행에 지급된 비용(카드결제 및 해외송금)이 2008년 현재 1,500억 원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많은 부분이 해외 원정 출산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어서 실제 우리 국민이 국내의료서비스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순수하게 고급 의료서비스의 충족을 위해 해외를 방문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이처럼, 외국인 진료와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는 고급 의료수요만으로는 영리법인 병원의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영리병원이 투자금 6000억 원에 상응하는 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자들과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어떤 노력을 경주할까? 아마도 법령을 추가 개정해서 영리병원이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바꿀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환자를 보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의료기관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투자자 소유 영리병원이 급성기 병상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보험자나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를 통해서가 아니었다. 1965년에 미국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는데, 미국 투자자 소유 민간병원은 메디케어에서 제공하는 기금을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1972년 미국 영리병원은 메디케어가 말기 신부전 환자를 보험급여에 포함하자마자 발 빠르게 영리 투석 의료기관을 설립하였고, 메디케어의 공적 의료보험 재정을 활용하여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1983년에 메디케어가 급증하는 의료비를 통제하기 위해 병원 의료비 상환방법을 후불방식의 행위별수가제에서 선불방식의 포괄수가제로 바꾸었을 때도 영리병원은 이익이 남는 환자들을 선별해서 진료함으로써 이익을 남겼다. 즉, 장기입원이 예상되는 환자는 피하고, 높은 평균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 질병의 환자만을 선별해서 진료하거나, 단순폐렴을 복합폐렴이라고 부정청구를 하였다. 이렇게 하려면 영리병원의 전담행정부서를 강화해야 했고 당연히 행정비용이 증가하였지만, 의료서비스의 질은 낮아졌다.


미국이 아닌 프랑스, 독일, 영국을 비롯하여 캐나다의 영리병원들도 재원은 공공재정을 통해 조달하되, 영리병원의 설립을 허용하여 의료서비스 공급에 경쟁 요소를 도입하였다. 그 결과를 보면, 내부시장 기제를 도입한 이후 영국의 행정비용은 급증하였고, 독일은 사회보험 운영에 경쟁 모델을 채택한 이후에도 행정비용이 급증하였는데, 그 증가율이 1992년부터 2003년까지 63.3%이었고, 의사들에게는 전에 없던 많은 서류 업무가 부가되었다.


한국의 영리병원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영리병원이 일정한 수익을 확보하기까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영리법인 병원에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이들 병원은 건강보험 환자를 병원 수익의 기본 원천으로 삼고, 돈이 되는 값비싼 영리 환자도 보고,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더욱 개발함으로써 건강보험 환자를 상대로 수익을 높일 것이다. 이에 따라 평균 진료비가 증가할 것이고, 결국에는 고가의 실손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들만 영리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영리병원은 확보된 투자 자금으로 좋은 시설과 장비, 유능한 의사를 갖추었기 때문에 기존의 비영리병원에 비해 우월한 조건을 가지고 건강보험 환자를 확보할 수 있다. 이후 국민건강보험 진료보다 3배 또는 5배의 의료수가를 받아도 될 만큼 고급화에 성공하게 되면 그때 가서 서서히 국민건강보험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영리병원 진료비의 상당부분을 보상해주는 맞춤형 민간의료보험과 짝을 짓고 가장 영리적인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유럽 선진국들에서도 영리병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국가의료제도는 의료서비스의 공급과 재정 모두에서 공공부문이 압도적 우위를 지킴으로써 의료이용의 형평성을 충분히 달성한 가운데, 일부 영리의료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영리부분은 국가의료제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할뿐더러 국가의료제도의 공공성에 미치는 악영향도 거의 없다. 유럽 선진국에서 영리의료는 공공의료를 일부 보완하는 역할이나 틈새시장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을 뿐, 국가의료제도의 공공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국민건강보험의 의료수가를 통제하는 것 이외에 보건의료자원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거의 다 풀려있다. 공공병원의 병상 비중이 9%에 불과하고, 기본적으로 민간의료 중심의 의료공급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의료인력, 시설, 장비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의료시장의 진입이 용이해서 매년 그 숫자가 증가하고 있고, 국민의료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리법인 병원이 민간의료보험과 짝을 이루게 되면 대규모 자본이 투자된 영리병원을 정점으로 하는 병원의 서열화가 일어날 것이다. 또한 이들 최고급 영리병원의 값비싼 의료비와 함께 기존의 비영리병원들도 돈벌이 중심의 비급여 진료를 확대함으로써 국민의료비의 폭등을 불러올 것이다. 결국 의료이용의 계층화와 양극화의 심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의료는 대표적인 사회서비스로서 모든 국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공공적 영역이다. 세계적 경험을 보더라도 미국을 제외한 모든 선진국들이 그렇게 해오고 있다.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가의료제도의 민영화를 초래할 영리병원의 설립이 아니라, 의료공급과 의료재정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하여 현재 부족하고 부실한 공공병원을 적극적으로 확충하고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평균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다.


▲ ⓒ프레시안(김윤나영)

김철웅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충남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