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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8일 목요일

[야! 한국사회] 영리병원만 문제인가 / 백영경


이글은 한겨레신무 2012-11-07일자 기사 '[야! 한국사회] 영리병원만 문제인가 / 백영경'을 퍼왔습니다.

  
백영경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얼마 전 정부는 지난 10여년 동안 밀어붙여 오던 의료 영리법인 설립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경제자유구역에만 ‘예외’적으로 설립되는 것이므로 건강보험 체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말로는 떳떳하다면서도 해묵은 사회적 논쟁거리를 꼼수로 은근슬쩍 처리해 넘긴 솜씨는 당한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진부하다.그런데 사실 진부하기는 영리병원에 대한 야권의 반대논리도 마찬가지다.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 참여정부라는 기원 논쟁은 일단 제쳐놓기로 하자.) 영리병원은 의료 양극화와 위화감을 조장할 것이며, 결국 건강보험 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되고, 대신 국공립 병원을 증설하여 의료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반대 주장의 골자라 할 수 있다. 큰 틀에서야 공감하는 바이지만, 현재 국공립 병원의 실태를 보면 그 수를 늘려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에 한국 의료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는지 의심스럽다. 유일한 국립 종합병원이었던 국립의료원은 지난해 적자 경영을 이유로 법인화된 뒤 부지 매각 및 이전 결정이 난 상태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돈만 잡아먹는” 공공의료 대신 의료산업단지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공공의료기관들이 대중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고, 적자 폭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사실 한국의 ‘비영리법인’ 병·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영리병원 반대가 새삼스러울 지경이다. 국내 유수 재벌들은 거의가 이미 대형병원을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영리병원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매출경쟁, 불필요한 진료,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삭감, 수익에 따른 진료 분야 결정, 환자 거부 등은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으니 말이다.일각에서는 영리병원의 내국인 이용을 제한하고 의료관광 목적으로만 운영하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의료 선진화나 의료산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시각이다. 그러나 최근의 의료인류학 연구들은 의료산업화나 의료관광 문제를 단지 효율성과 가격 대비 성능, 경쟁력과 같은 잣대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의료관광에는 저렴한 의료비뿐만 아니라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은 실험적 치료, 성전환 수술이나 성형수술처럼 남의 눈을 피하고 싶어하는 치료 등도 중요한 유인 요건이 된다. 사실 장기매매, 대리모같이 한 나라에서는 불법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가능한 일들은 의료관광의 매우 중요한 동인이다. 건강검진 같은 분야는 불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돈 되는 분야로만 우수 의료인력이 몰리게 만드는 문제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사실 의료를 ‘선진화’하고 국제화하자는 요구가 나오는 것은 현재 한국 의료가 처한 난맥상 때문이기도 하다. 불만스러운 의료에 지친 국민들은 차라리 외국 의사를 수입해 ‘경쟁’을 붙이자고 하며, 의사들은 거추장스럽고 수익은 나지 않는 국민건강보험 체계와 국가의 ‘부당한’ 규제에서 벗어나 ‘민영화’를 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의료선진화의 방향이 영리병원을 기본으로 하는 산업화만은 아니며, 민영화는 국민이 주체가 되는 ‘민영’이 아니라 자본의 ‘사유’화라는 사실을 망각한 논의에 불과하다. 생명을 담보로 폭리를 취하거나 뭔가 수상쩍은 일을 벌이지 않는 한 의료에서 큰 이윤을 내는 일은 어렵고 내려고 해서도 안 된다.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의료를 산업화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현실이 불만스럽다고 시장에 기대는 악수는 이제 그만둘 때도 되었다. 애초에 의료자본은 공정에 관심이 없다. 그것이 영리병원이 문제지만, 영리법인만이 문제는 아닌 이유다.

백영경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김종대 '건보 해체' 책동 보며 쿠바를 읽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5일자 기사 '김종대 '건보 해체' 책동 보며 쿠바를 읽다'를 퍼왔습니다.
[윤재석의 '쾌도난마']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임 이사장이라는 자, 참 희한하다. 지구촌에서 가장 앞서 있는 대한민국의 선진 보건의료 시스템을 스스로 무너트리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집주인이 자기 집 담 허물려 흔드는 격.

김종대, 그는 지난 15일 건보공단 이사장 취임 일성으로 현행 통합 건강보험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대표적인 의보 시스템 파괴자다. 1989년 국회에서 통합 건보시스템이 통과되자, 당시 청와대 경제비서관이었던 그는, 노태우 대통령을 부추겨 거부권을 행사하게 한다. (☞관련기사 "김종대, 머리에 뿔난 거 맞거든?" 참조)

그 때문에 통합 건보시스템은 11년 뒤인 2000년 DJ 정권에서 시행된다. 그는 "헌재가 정신이상자 기관이 아닌 한, 100% 위헌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다음 달로 예정된 헌재 판결에서 '위헌'으로 낙착될 경우, 대한민국 건강보험은 지역조합과 직장조합으로 다시 쪼개진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비싼 돈을 지불하고 의보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그뿐 아니다. MB 정권은 의료 민영화와 영리법인 도입도 도모하고 있다. 거기까지 가면, 우리는 의료 후진국 미국의 전철을 밟아야 한다. 서민 대부분이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상위 10%만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호화판 의료 서비스를 향유하고 90%는 미국의 서민처럼 의료 혜택 사각(死角)에 놓이게 된다.

서가에 먼지 쓰고 있는 책 펼치다

문득 서가 한 귀퉁이에 꽂혀 있는 책 한 권에 눈길이 간다. (요시다 다로 지음, 위정훈 옮김, 파피에 펴냄). 무려(?) 6개월 전에 나온 이 책은 출간 당시 미디어의 관심을 별로 끌지 못했지만, 요즘 우리의 건보 시스템을 망가트리려는 세력이 준동하면서 다시 팔리기 시작했다는 풍설이 있을 정도의 노작(勞作).


▲ 피델 카스트로

이 책은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구축한 이래, 반세기 동안 미국의 가혹한 경제제재 속에서 가난에 허덕이는 카리브 해 연안의 빈국, 쿠바에서 실시되고 있는 지상 최고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해부하고 있다.

우선 패밀리닥터(가정주치의 시스템)로 불리는 1차 진료 전문의 제도. 나라에서 하숙비까지 댈 정도로 100% 무료로 의과대학 수업을 받고 배출된 이들은, 도시 변두리부터 두메산골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98%에 달하는 커뮤니티에 상주하며 쿠바 건강전선을 지킨다.

이들은 국민의 건강 파수꾼인 동시에 치료보다 예방을 위해 담당 환자들을 상시 돌보고 있다. 이들에겐 여권도 발급되지 않는다. 이들이 맡은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선 해외여행이 불가하다는 당국의 방침 때문이다.


▲ 다큐멘터리 <엘 메디꼬> 포스터

마을마다 상주하는 가정주치의

그런 상황은 지난 10월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다큐멘터리, 에도 잘 나타나 있다. 영화에서 가수를 꿈꾸는 가정주치의 엘 메디꼬는 스웨덴에서 온 제작자의 꾐에 빠져 해외공연을 시도하나, 예의 패밀리닥터 근무지 이탈불가 규정에 따라 여권발급을 받지 못한 채 좌절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쿠바의 환자 대 의사 비율은 165명당 1명, 세계 1위다.
"복지의료는 국가의 책무이며, 모든 사람이 건강할 권리를 갖는다"는 1960년의 선언을 실천·실현한 것이다. 현재 미국의 유아 사망률은 1000명당 7명이지만, 쿠바는 6.2명이다.

다음, 암 치료부터 심장이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진료 행위가 전부가 무료로 이뤄진다. 참고로 미국에선 맹장수술에만 3000만 원이 들어간다. 미국 인구의 12%인 4300만 명에게 의료보험이 전무하다는 통계도 대비된다.

의료 시스템, 기술 모두 최상

뿐만 아니다.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쿠바 의료진은 세계 여러 나라의 환자들을 쿠바로 유인해 짭짤하게 외화벌이를 할 정도다. 그러나 미국의 극빈층에겐 무료 진료의 아량을 베풀고 있다.

바이오 공학의 연구에 박차를 가해 자체 개발한 항콜레스테롤제나 B형간염 백신은 세계적으로 그 성가를 인정받고 있고, 쿠바가 작성한 대체 의료 철학 기준은 유엔이 주요 5대프로젝트의 하나로 선택한 바 있다.
쿠바는 자체 개발 백신을 사용하는 빈국엔 로열티(기술특허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대형다국적 제약사들의 악랄한 돈 챙기기와 대비된다. 이 모든 건 카스트로가 극빈의 국가 재정 상황에서도 과학과 의료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총체적 의료 시스템은 서방국가의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1년 영국 하원 건강특별위원회는 쿠바를 방문한 후 작성한 보고서 '예방중시와 커뮤니티 의료에 토대한 의료제도'에서 쿠바의 선진 의료시스템을 극찬했다.
'지속가능한 개발' 개념을 제창한 그로할렘 브룬틀란트 전 노르웨이 총리도 "쿠바의 의료 시스템은 체계적인 복지의료를 향한 노력이 있고, 그것이 전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지구촌 전역이 쿠바의 인술 대상

쿠바의 인술은 국제적으로도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 쿠바는 1500명의 의사로 국제 의료봉사단을 조직했다. 하지만 미국은 쿠바의 호의를 거절했다. 쿠바는 이 의료단을 해체하지 않고 오히려 인원을 더 늘렸다. 히말라야 산중으로부터 남미의 정글까지 2만5000여 명에 이르는 쿠바 의사들이 68개국을 누비며 인술을 베풀었다. 무슨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구촌의 색안경은 이내 쿠바 의료진의 진정성에 의해 벗겨졌다.

쿠바가 시행하고 있는 '인간의 얼굴을 한 의술'의 근원은 어디 있는가. 바로 카스트로의동지인 아르헨티나 출신 의사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델 라 세르나.
그는 생전에 "단 한 명의 인간의 생명은 지구 상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의 전 재산보다도100만 배나 더 가치가 있다. 이웃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자부심은 높은 소득을 얻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축재(蓄財)할 수 있는 모든 황금보다도 훨씬 결정적으로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인민들의 감사의 마음이다"라는 어록을 남겼다.


▲ 체 게바라

쿠바 의료 기저엔 체 게바라 철학

그의 마음은 오늘날 쿠바 의사들의 마음속에 그대로 간직돼 있다. "(혁명가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한 의대생의 말은 울림을 준다.

저자는 공무원 시절 유기농 자급을 배우기 위해 쿠바 시찰을 나섰다가 의료 천국 쿠바의 진면목을 보고 이 책을 집필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는 쿠바의 앞선 농업 정책과 교육 정책 등에 관한 책을 내놓기도 했다.

주로 인터뷰와 사례 중심으로 쿠바 의료복지의 생생한 모습을 기술해 현장감이 돋보인다. 1959년 쿠바혁명 직후 의사의 3분의 2가량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열악한 상황이었던 쿠바가 어떻게 의료 선진국이 될 수 있었는지 파헤치면서 저자는 무상교육과 사회 분위기 등 다양한 측면을 취재해 책에 넣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한 권. (토머스 케이건 지음, 한상연 옮김, 부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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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