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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8일 목요일

[야! 한국사회] 영리병원만 문제인가 / 백영경


이글은 한겨레신무 2012-11-07일자 기사 '[야! 한국사회] 영리병원만 문제인가 / 백영경'을 퍼왔습니다.

  
백영경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얼마 전 정부는 지난 10여년 동안 밀어붙여 오던 의료 영리법인 설립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경제자유구역에만 ‘예외’적으로 설립되는 것이므로 건강보험 체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말로는 떳떳하다면서도 해묵은 사회적 논쟁거리를 꼼수로 은근슬쩍 처리해 넘긴 솜씨는 당한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진부하다.그런데 사실 진부하기는 영리병원에 대한 야권의 반대논리도 마찬가지다.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 참여정부라는 기원 논쟁은 일단 제쳐놓기로 하자.) 영리병원은 의료 양극화와 위화감을 조장할 것이며, 결국 건강보험 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되고, 대신 국공립 병원을 증설하여 의료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반대 주장의 골자라 할 수 있다. 큰 틀에서야 공감하는 바이지만, 현재 국공립 병원의 실태를 보면 그 수를 늘려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에 한국 의료현실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는지 의심스럽다. 유일한 국립 종합병원이었던 국립의료원은 지난해 적자 경영을 이유로 법인화된 뒤 부지 매각 및 이전 결정이 난 상태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돈만 잡아먹는” 공공의료 대신 의료산업단지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공공의료기관들이 대중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고, 적자 폭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사실 한국의 ‘비영리법인’ 병·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영리병원 반대가 새삼스러울 지경이다. 국내 유수 재벌들은 거의가 이미 대형병원을 소유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영리병원의 문제라고 지적하는 매출경쟁, 불필요한 진료, 비용 절감을 위한 인력 삭감, 수익에 따른 진료 분야 결정, 환자 거부 등은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으니 말이다.일각에서는 영리병원의 내국인 이용을 제한하고 의료관광 목적으로만 운영하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의료 선진화나 의료산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시각이다. 그러나 최근의 의료인류학 연구들은 의료산업화나 의료관광 문제를 단지 효율성과 가격 대비 성능, 경쟁력과 같은 잣대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의료관광에는 저렴한 의료비뿐만 아니라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은 실험적 치료, 성전환 수술이나 성형수술처럼 남의 눈을 피하고 싶어하는 치료 등도 중요한 유인 요건이 된다. 사실 장기매매, 대리모같이 한 나라에서는 불법이지만 다른 나라에서 가능한 일들은 의료관광의 매우 중요한 동인이다. 건강검진 같은 분야는 불법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돈 되는 분야로만 우수 의료인력이 몰리게 만드는 문제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사실 의료를 ‘선진화’하고 국제화하자는 요구가 나오는 것은 현재 한국 의료가 처한 난맥상 때문이기도 하다. 불만스러운 의료에 지친 국민들은 차라리 외국 의사를 수입해 ‘경쟁’을 붙이자고 하며, 의사들은 거추장스럽고 수익은 나지 않는 국민건강보험 체계와 국가의 ‘부당한’ 규제에서 벗어나 ‘민영화’를 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의료선진화의 방향이 영리병원을 기본으로 하는 산업화만은 아니며, 민영화는 국민이 주체가 되는 ‘민영’이 아니라 자본의 ‘사유’화라는 사실을 망각한 논의에 불과하다. 생명을 담보로 폭리를 취하거나 뭔가 수상쩍은 일을 벌이지 않는 한 의료에서 큰 이윤을 내는 일은 어렵고 내려고 해서도 안 된다.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의료를 산업화한다는 것이 가능한가? 현실이 불만스럽다고 시장에 기대는 악수는 이제 그만둘 때도 되었다. 애초에 의료자본은 공정에 관심이 없다. 그것이 영리병원이 문제지만, 영리법인만이 문제는 아닌 이유다.

백영경 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

2012년 10월 20일 토요일

의협의 당연지정제 폐지 요구 의료민영화로 가는 지름길


이글은 레디앙 2012-10-18일자 기사 '의협의 당연지정제 폐지 요구 의료민영화로 가는 지름길'을 퍼왓습니다.

지난 9월 25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소송을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연지정제 폐지라는 요구는 국민의 지지도 받기 힘들 뿐만 아니라 의사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아니다.
질병의 과학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던 시절 귀신을 쫓아야 한다는 굿판이 벌여진 것처럼, 의협이 당연지정제라는 유령과 싸우고 있는 동안 보건의료체계의 문제는 더욱 곪아갈 것이다. 제대로 된 보건의료체계의 개선을 위해서는 국민과 의사 간 소통과 공동 모색이 필요하다.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 재추진의 배경

국민건강보험법에 규정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란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의 요양급여를 실시해야 한다는 제도다.
이 제도로 인해 국민은 모든 병의원에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고, 병의원이 시행한 의료행위의 비용은 건강보험이 정한 수가로 동일하게 책정된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국민건강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 복지정책의 역할을 하는 근간이 되는 제도로 평가된다.
의협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의료기관의 “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며 수단의 정당성을 인정받기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입장에서도 질병의 치료방법에 대한 개인의 선호 및 기호가 무시되어 국민의 진료 선택권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의협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여 2002년에도 헌법소원을 낸 적이 있으나 당시 헌법재판소에서는 7:2로 합헌 판결을 받았다. 이번에 밝힌 의협의 입장 역시 2002년 헌법소원을 냈을 때와 대동소이하다. 의협은 “다시 한번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 여부를 다퉈 볼 필요성이 있어 진행되는 것”이라는 발언을 통해, 이번 헌법소원 제기가 지난 2002년도의 연장선에서 추진되는 것뿐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그간 민간의료보험은 양적, 질적으로 성장해왔다. 의협이 최초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2002년 당시, 민간의료보험 시장은 5조 6593억원 정도 규모였으나 2008년 33조원을 돌파하면서 6년 사이에 6배에 가까운 성장을 이뤘다. 보험가입자가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에 따라 보장을 해주는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이 증가하면서 질적인 변화도 생기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처럼 병원과 직접 거래를 하거나, 병원의 진료를 통제하려는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3월 발효된 한미FTA 금융서비스 장에서는 건전성 사유 외에는 신금융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의료보험의 이윤추구와 시장 확대는 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한편 공적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10년 현재 62.7%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부족하다. 건강보험의 수가 결정 및 운영은 의료기관의 매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지속적으로 갈등을 만든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공급체계는 민간부문이 절대 다수이기 때문이다. 공공병원의 비율은 2010년을 기준으로 7.3%, 병상 수 기준으로도 11.8%에 불과하다.

당연지정제 폐지는 의료민영화의 수순

이렇게 민간보험은 성장하고, 국민건강보험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연지정제가 폐지된다면 건강보험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고급 장비와 시설을 갖춘 일부 병원은 건강보험 가입자를 받지 않고 자기들이 정한 고가의 가격으로 진료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고소득층에게 건강보험의 필요성은 사라지는 반면, 건강보험이 보장해 주지 않는 항목이 많아질수록 민간의료보험의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된다.
결국 당연지정제 폐지는 보편적인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접근을 가로막게 되고 의료의 공공성을 위협할 것이다. 국민들이 받게 될 의료서비스는 감기같은 비교적 경미한 질병에서부터 암과 같은 중증질환에 이르기까지 보험가입 여부와 보험서비스의 종류, 보험회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고소득층은 민간보험에 가입해 고급 영리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저소득층은 약화된 건강보험의 보장성으로 인해 병원의 문턱도 넘어가기 힘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국민들이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것은 이러한 차별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민간의료보험이 국민의 건강에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8일 금융위원회에서 40세 가입자가 가입 시점 보험료 1만5000원, 3년을 만기로 갱신되는 실손형 의료보험에 가입했다는 전제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가입자가 82세가 되면 보험료로 매월 166만 6801원을 납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민간보험의 구조가 이와 비슷하다.

당연지정제 폐지는 의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

그렇다면 의사들에게는 당연지정제 폐지가 어떠한 형태로든 도움이 될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의사들의 불만은 건강보험이 의료행위의 가격을 낮게 통제하고, 그마저도 모자라서 심사를 통해 급여지급을 삭감한다는 것에 있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고 건강보험이 약화된다고 의사들이 자율적 진료를 보장 받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민간의료보험의 통제력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민간보험회사들은 계약권을 빌미로 의료기관 및 의사들을 그들의 통제 하에 둘 것이며 그들의 영리행위에 방해가 되는 의사 및 의료기관들과의 계약을 해지할 것이다. 결국 의사들의 진료권은 보험회사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의사들은 보험회사에 고용된다. 의사들은 보험에 가입된 환자 외의 다른 환자를 진료할 수 없으며 혹 진료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추가 부담이 필요하다.
보험회사들이 고용한 의사들은 가입한 환자를 얼마나 잘 치료하느냐에 의해서 인센티브를 받는 것이 아닌 보험회사의 이익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였는지에 따라서 인센티브를 제공받게 된다. 이를 유도하기 위해 보험회사에서는 보험가입자에게 의료인들의 정보를 직접 제공하는 식의 유인 알선 행위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들은 환자의 건강상태 및 자신의 지식과 소신대로 진료를 할 수가 없으며 보험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진료를 하게끔 유도될 수밖에 없다.
환자, 국민과 의사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실질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민간의료보험, 대형병원이지만 현장에서 환자를 대하는 것은 의사다. 의사는 환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치료 성과도 좋아지고,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이윤을 추구하는 시스템이 강화될수록 환자들의 불신은 더 강화될 것이고, 이러한 모순된 요구를 현장에서 의사 개인이 감당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당연지정제 폐지는 의료민영화로 가는 길이며, 이는 국민과 의사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길이다. 포괄수가제를 반대하면서 의료민영화의 문제를 말했던 의협이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며, 이러한 의협의 주장을 국민들이 얼마나 신뢰할지 스스로 자문해보아야 한다.

의협은 파국으로 가는 주장을 멈춰라

현재 보건의료체계는 문제가 많다. 의사들의 불만도 거기에서 온다. 그러나 그 해결책이 국민과 의사가 함께 건강할 수 있는 보건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한 방향인지 여부를 고민하고 따져봐야 한다. 그러한 방향에서 정부가 체계적이고 전반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에 국민도 공감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기에 의협의 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한 주장은 그 부담을 직접 짊어져야 할 국민들에게는 물론 “영업의 자유”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우선시 하고자 하는 대다수의 의사들에게도 전혀 득이 되지 않는, 오히려 되돌릴 수 없는 파국으로 가는 주장일 뿐이다.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2012년 6월 8일 금요일

정부 '영리병원'으로 의료민영화 박차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6-07일자 기사 '정부 '영리병원'으로 의료민영화 박차'를 퍼왔습니다.
보건의료노조 삭발식에 연일 촛불집회…심상정 "재벌 위한 특혜"

▲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시행규칙 입법예고를 앞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무상의료국민연대,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재벌특혜 위한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도입 반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12.5.23/뉴스1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송도 영리병원 도입 저지를 위해 삭발 투쟁을 감행하는 등 전국적으로 의료 민영화를 반대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7일 오후 보건복지부 앞에서 '영리병원 도입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유지현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유 위원장은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비싼 의료비로 국민건강을 파탄 내는 영리병원 도입을 결사 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정부가 국민과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기어이 입법을 추진해 영리병원을 도입한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면서 현정부를 강하게 규탄했다.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해 "영리병원은 재벌을 위한 특혜이다. 정부는 공공의 이익에 필요한 공익사업을 모두 민영화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고, 조영호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도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의료까지 영리화하려고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보건복지부 앞에서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시행규칙 폐기를 촉구하면서 천막농성·촛불문화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영리병원 도입 반대다.
현재 국내에서는 비영리병원만 도입 가능하다. 현대의 아산병원이나 삼성병원 역시 비영리법인인 아산재단과 삼성의료원에 의해 운영된다.
그렇다면 영리병원이 승인되면 어떻게 될까? 영리병원은 기본적으로 기업과 같이 이윤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병원. 대기업이 영리병원을 만든다는 가정 아래 이들은 충분한 재정을 통해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를 갖춘 병원을 만들어 환자를 확보할 것이다. 이는 지역 병원의 폐업으로 이어지고, 해당 지역에 영리병원은 지역 의료 서비스를 독점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의료서비스의 독점은 △ 질 낮은 의료 서비스 △ 높은 진료비 △ 고급인력 축소, 비정규직 확충 △ 의료인력 부족 △ 극단적 영리추구현상 등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또 한·미 FTA가 체결된 시점에서 외국계 영리병원까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포가수가제'가 '영리병원'과 맞물리면서 의료민영화를 더욱 앞당길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포가수가제란 같은 질병일 경우 수술비를 같은 선으로 맞춰 보다 진료비를 저렴하게 만들어 서민경제를 돕고자 만든 제도이다.
하지만, 일부 여론은 동일한 수술비를 적용했을 때, 병원측에선 일정 부분 이윤을 남기기 위해 저급한 의료 서비스를 공급할 것이며 병원간 시설이나 비용 대비 좋은 서비스로 경쟁이 심각해질 것이라 우려한다. 결국, 살아남는 병원은 '돈이 많은 병원'인 영리병원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명박 정권초 '의료선진화'라는 이름 아래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다 촛불집회 탓에 두 번이나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 2월 '서비스산업선진화 추진계획'을 보면 의료법 개정(원격진료허용, 의료법인합병절차마련 및 병원 경영지원 허용), 약사법 개정(약국법인 허용), 의료채권발행법, 건강관리서비스법 제정 등을 지속적인 입법추진 과제로 의료민영화의 포석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등 전국의 6개 지역이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지역에서 영리병원 1호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트위터리안들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의료민영화 재앙의 시작) 미국의 개인파산자 가운데 62%는 의료민영화로 인한 과도한 의료비 관련 부담 때문. 오바마 정부는 해결책으로 한국을 벤치마킹하며 전국민건강보험을 추진중이다. 한국은 경제자유구역 내의 의료민영화가 시작된다(발끈해 6.15지지선언****, ‏@BB****)
생명을 다루는 일로 수익사업이라. 자본주의 세상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진**, ‏@railwa***)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대한민국 의료체계는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정상가 진료비로 위험한 진료를 받는 일반병원과 포괄수가제가 적용되지 않는 고가 진료비로 안전한 진료를 받는 영리병원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대한민국은 부자만 안전한 진료를 받는 나라가 될 것이다(173***, ‏@17****)
일부 트위터리안은 FTA를 통해 의료 민영화와 더불어 국권의 침해를 받을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
미국 영리병원 센츄리온은 캐나다연방법의 건강보험이 영리법원의 이익을 침해한다며 2009년 ISD를 통해 캐나다를 제소하였다. 이는 국가의 공공의료정책이 FTA 때문에 완벽히 무력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끔찍한 예(이명박근혜****, @op****)
또 일각에서는 현정부 들어 대부분의 민영화가 실패했으며, 서민경제에 오히려 독이 됐음을 지적하는 여론도 있다.
KT와 SK의 민영화는 서민부담의 문제로 왔고, 유공은 기름값 상승의 주 요인이 되고 있다. 청주국제공항은 혈세로 대줄 것은 다 대주고 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과 KTX 민영화와 가스·수도까지 민영화하겠다고? 이 모든 것이 국민에게 득이 될 것이라 믿는 것인가?(19***, @19***)

김경환 기자  |  1986kkh@pressbyple.com

2012년 5월 1일 화요일

다시 시동 걸린 의료민영화, 그들의 노림수는?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01일자 기사 '다시 시동 걸린 의료민영화, 그들의 노림수는?'을 퍼왔습니다.
[복지국가SOCIETY]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진출과 의료민영화

2012년 4월 17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경제자유구역법)'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원래 경제자유구역법은 김대중 대통령 때 제정된 것인데, 진보 개혁적 학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때 청와대 주도 하에 경제자유구역법의 개정을 거듭함으로서 외국인 영리병원의 설립을 허용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행령을 개정하여 외국인 영리병원 설립의 구체적 사항을 명시함으로써 외국계 병원이 우리나라 6개 권역의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병원사업을 할 수 있도록 구체화한 것이다.


지식경제부에 의하면, 병원 개설의 허가권자인 보건복지부가 6월에 보건복지부령을 시행하면 인천 경제자유구역(송도)에 600병상 규모의 영리병원이 설립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법'에 근거하여 의료인 개인과 비영리법인만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경제자유구역에 국한하여 최초로 우리나라에 영리법인 병원이 생길 예정이다.


영리병원의 건립비용은 약 6000억 원인데,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기 1년 전인 2011년 3월 22일에 이미 투자자를 선정하였다. 당시 선정된 투자자는 일본의 대표적인 증권사인 다이와증권(Daiwa Securities Group)의 계열사인 다이와 시크릿티즈 캐피탈 마켓스(Daiwa Securities Capital Markets), 삼성증권, 삼성물산, KT&G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컨소시엄이다. 당시 계획으로는 총사업비의 절반인 3000억 원을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대여하기로 합의하였고, 이 중 500억 원을 특수목적법인 설립 자본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당초 계획한 일정보다 다소 늦어지기는 했지만, 1년 전에 예정된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설립되는 외국 의료기관은 외국인 투자 유치의 활성화를 위한 정주 환경의 조성 차원에서 허용된 사항이므로 투자개방형 병원의 전국 확대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즉, 의료민영화 조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의료비 상승을 부추기지도 않으면서 외화벌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 환자의 진료만으로는 국민의료비의 증가는 없다. 왜냐하면 외국인이 국내에서 소비한 비용은 의료의 수출로 처리되어 국민의료비 계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식경제부의 주장대로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의료기관이 외국인 환자만을 진료한다면 이 영리병원에 자본을 투자한 투자자들의 기대수익을 보장하기는 어렵게 된다. 그 이유로는 다음의 3개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외국인 환자 수가 너무 적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송도, 영종, 청라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인구는 2011년 10월말 기준으로 1,912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병의원을 이용하지 않고, 의료비의 100%를 본인이 부담하는 영리병원을 이용할 리 만무하다. 600병상 규모의 영리병원이 완공 예정인 2016년까지 외국인 인구가 일정하게 늘기는 하겠으나 투자자들의 기대수익을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둘째, 투자자들에게 배당할 정도의 수익을 얻으려면 또 다른 의료수요를 찾아야 할 것인데, 이것이 용이하지 않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미용성형, 라식 등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외 환자를 유치할 수 있겠지만, 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에 한해 비영리병원들도 환자의 소개, 유인, 알선 행위를 할 수 있으므로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2008년 기준 우리나라를 방문한 해외 실환자수는 27,400명이고 향후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모든 해외 환자가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을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적자를 면하기는 어렵다.


셋째, 고소득자와 해외 원정 진료자 등 고급 의료욕구를 가진 일부계층의 환자를 흡수할 수도 있겠지만, 그 비중은 매우 작다. 한국은행의 서비스 무역 세 분류 통계에 의하면, 건강 관련 해외여행에 지급된 비용(카드결제 및 해외송금)이 2008년 현재 1,500억 원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많은 부분이 해외 원정 출산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어서 실제 우리 국민이 국내의료서비스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순수하게 고급 의료서비스의 충족을 위해 해외를 방문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이처럼, 외국인 진료와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는 고급 의료수요만으로는 영리법인 병원의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영리병원이 투자금 6000억 원에 상응하는 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자들과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어떤 노력을 경주할까? 아마도 법령을 추가 개정해서 영리병원이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바꿀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환자를 보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의료기관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투자자 소유 영리병원이 급성기 병상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보험자나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를 통해서가 아니었다. 1965년에 미국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는데, 미국 투자자 소유 민간병원은 메디케어에서 제공하는 기금을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1972년 미국 영리병원은 메디케어가 말기 신부전 환자를 보험급여에 포함하자마자 발 빠르게 영리 투석 의료기관을 설립하였고, 메디케어의 공적 의료보험 재정을 활용하여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1983년에 메디케어가 급증하는 의료비를 통제하기 위해 병원 의료비 상환방법을 후불방식의 행위별수가제에서 선불방식의 포괄수가제로 바꾸었을 때도 영리병원은 이익이 남는 환자들을 선별해서 진료함으로써 이익을 남겼다. 즉, 장기입원이 예상되는 환자는 피하고, 높은 평균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 질병의 환자만을 선별해서 진료하거나, 단순폐렴을 복합폐렴이라고 부정청구를 하였다. 이렇게 하려면 영리병원의 전담행정부서를 강화해야 했고 당연히 행정비용이 증가하였지만, 의료서비스의 질은 낮아졌다.


미국이 아닌 프랑스, 독일, 영국을 비롯하여 캐나다의 영리병원들도 재원은 공공재정을 통해 조달하되, 영리병원의 설립을 허용하여 의료서비스 공급에 경쟁 요소를 도입하였다. 그 결과를 보면, 내부시장 기제를 도입한 이후 영국의 행정비용은 급증하였고, 독일은 사회보험 운영에 경쟁 모델을 채택한 이후에도 행정비용이 급증하였는데, 그 증가율이 1992년부터 2003년까지 63.3%이었고, 의사들에게는 전에 없던 많은 서류 업무가 부가되었다.


한국의 영리병원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영리병원이 일정한 수익을 확보하기까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영리법인 병원에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이들 병원은 건강보험 환자를 병원 수익의 기본 원천으로 삼고, 돈이 되는 값비싼 영리 환자도 보고,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더욱 개발함으로써 건강보험 환자를 상대로 수익을 높일 것이다. 이에 따라 평균 진료비가 증가할 것이고, 결국에는 고가의 실손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들만 영리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영리병원은 확보된 투자 자금으로 좋은 시설과 장비, 유능한 의사를 갖추었기 때문에 기존의 비영리병원에 비해 우월한 조건을 가지고 건강보험 환자를 확보할 수 있다. 이후 국민건강보험 진료보다 3배 또는 5배의 의료수가를 받아도 될 만큼 고급화에 성공하게 되면 그때 가서 서서히 국민건강보험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영리병원 진료비의 상당부분을 보상해주는 맞춤형 민간의료보험과 짝을 짓고 가장 영리적인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유럽 선진국들에서도 영리병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국가의료제도는 의료서비스의 공급과 재정 모두에서 공공부문이 압도적 우위를 지킴으로써 의료이용의 형평성을 충분히 달성한 가운데, 일부 영리의료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영리부분은 국가의료제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할뿐더러 국가의료제도의 공공성에 미치는 악영향도 거의 없다. 유럽 선진국에서 영리의료는 공공의료를 일부 보완하는 역할이나 틈새시장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을 뿐, 국가의료제도의 공공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국민건강보험의 의료수가를 통제하는 것 이외에 보건의료자원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거의 다 풀려있다. 공공병원의 병상 비중이 9%에 불과하고, 기본적으로 민간의료 중심의 의료공급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의료인력, 시설, 장비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의료시장의 진입이 용이해서 매년 그 숫자가 증가하고 있고, 국민의료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리법인 병원이 민간의료보험과 짝을 이루게 되면 대규모 자본이 투자된 영리병원을 정점으로 하는 병원의 서열화가 일어날 것이다. 또한 이들 최고급 영리병원의 값비싼 의료비와 함께 기존의 비영리병원들도 돈벌이 중심의 비급여 진료를 확대함으로써 국민의료비의 폭등을 불러올 것이다. 결국 의료이용의 계층화와 양극화의 심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의료는 대표적인 사회서비스로서 모든 국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공공적 영역이다. 세계적 경험을 보더라도 미국을 제외한 모든 선진국들이 그렇게 해오고 있다.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가의료제도의 민영화를 초래할 영리병원의 설립이 아니라, 의료공급과 의료재정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하여 현재 부족하고 부실한 공공병원을 적극적으로 확충하고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평균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다.


▲ ⓒ프레시안(김윤나영)

김철웅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충남대학교 교수

2012년 4월 19일 목요일

MB ‘영리병원’ 도입 가시화…트위플 “결국 의료민영화?”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4-18일자 기사 'MB ‘영리병원’ 도입 가시화…트위플 “결국 의료민영화?”'를 퍼왔습니다.
국무회의서 경자법 의결…트위플 “지옥문 열려, 건강보험파탄 현실화”

정부가 해외병원의 외국의료기관 운영참여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하 경자법 시행령) 개정안을 1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함에 따라 외국계 영리병원의 설립이 가능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번 시행령은 경제자유구역에 한정된 것이지만, 이로 인해 영리병원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반대여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 통과된 17일 국무회의 ⓒ 청와대

트위터 상에는 “헬게이트가 열리고 있습니다”(va****), “우리나라 국무회의가 맞는건가?”(cjmotor1), “병원문턱 겁나 높아지것당”(oilov***), “내가 제일 두려워 했던 의료민영화가 결국”(ZZa****) 등의 반응들이 이어졌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제주대 교수/@SangYi21)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법률도 아닌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실상 편법으로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는 MB정부의 오만을 보라”고 비판했다. 

역사학자 전우용 씨(@histopian)는 “지옥문이 열렸습니다. 지옥문 열겠다는 사람들을 열심히 응원한 국민들 공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mindgood)은 “건강보험파탄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권영길 통합진보당 의원(@KwonYoungGhil)은 “‘K0TX민영화’, ‘영리병원 허용’. MB정부가 정권말기에 폭주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위원장은 새누리당 동의아래 추진되는지에 대해 답해야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지난해 7월 미국 체류 중 현지 병원에서 받은 자신의 치료비 인증샷을 공개하며 의료민영화 정책의 문제점을 경고한 의 이상호 기자(@leesanghoC)는 “아..여러분..보고계신가요?”라고 탄식했다.(☞ 관련기사 보러가기 )
 

보건의료노조는 “4.11 총선이 끝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국무회의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처럼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시행령 개정을 의결한 정부의 오만함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외국 면허 소지자에 대해서도 의료행위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행령은 국내의사면허를 취득하지 못할 경우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 현행 의료법상의 규정을 넘어서까지 권한을 행사하는 수 있도록 만들어 현행법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조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도입될 외국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투자개방형의 영리병원으로, 국민건강보험 파탄과 의료비 증가 등 우리의 의료체계 및 제도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며 국민건강권을 위협할 것이 자명한 일”이라고 밝혔다. 

지경부 “투자개방형병원의 전국 확대와는 별개 사안”

지식경제부가 17일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경자법 시행령 개정안은 △외국의 법률에 따라 설립, 운영되는 의료기관과 운영협약 체결 등 협력체계를 갖추고 있을 것 △외국면허 소지 의사, 치과의사를 일정비율 이상 확보할 것 △개설 허가절차에 관해 필요한 사항 등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지경부는 “보건복지부는 4월 중으로 동 개정안에 따라 세부사항을 담은 부령안을 마련하여 6월부터 시행 할 예정”이라며 “이번 시행령 개정 및 보건복지부령 마련으로 외국의료기관 설립이 가시화 될 경우, 우선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600병상 규모의 외국 의료기관이 설립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 및 연간 5만 여망에 가까운 국내외 외국인 환자 유치를 통해 경제자유구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성장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조만간 인천 송도와 같은 경제자유구역에 해외 유명병원과 연계된 국제병원이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외국 의료기관이 국내 의료체계에 미칠 영향을 염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홍 장관은 “향후 경제자유구역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외국의료기관의 전체 병상규모를 국내 총 병상수 대비 일정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경부는 반발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보도자료에 ‘외국의료기관 설립 관련 Q&A’를 첨부하기도 했다. 

“외국의료기관은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 전국 확산의 시발점이 아니냐”는 의문에 대해서는 “경제자유구역 내 설립되는 외국의료기관은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정주환경 조성 차원에서 허용된 사항이므로 투자개방형병원의 전국 확대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의 전국 도입은 현 의료법의 체계(비영리법인 중심)를 전면적으로 변경해야 하는 것으로 정부 내부의 조정, 의료계, 시민단체 등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하므로 단순 확대논리로 보기는 어려운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전반적 의료비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외국의료기관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국내병원보다 전반적인 의료비가 다소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국내 병원 등과의 잠재적 경쟁관계 감안 시 지나치게 높은 진료비 책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지경부는 “국내 거주 외국인은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므로 의료서비스 비용이 높을 경우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기존 국내 의료기관을 두고 외국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경우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첨언했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는 성명을 통해 “지경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설립되는 외국의료기관은 투자개방형 병원의 전국확대와는 별개사안이라고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경제자유구역내 투자개방형 병원도입은 경제자유구역 확대에 따라 전국적으로 언제든 확대가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현재 정부는 전국 주요 권역별로 이미 6개의 경제자유구역을 지정, 운영하고 있으며 추가로 제 3차 경제자유구역 지정대상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처럼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투자개방형 병원 도입이 보건복지부의 시행규칙 마련을 통해 제도적 절차를 완성할 경우 전국 모든 권역으로의 확대는 이미 기정사실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는 “더구나 이렇게 확대될 영리병원은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종국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을 무력화시키고 민간의료보험 시장을 확대하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며 “정권 말기까지 의료영리화 정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면 지난 촛불 투쟁과 같이 강력한 범국민적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우종 기자

2012년 2월 23일 목요일

강용석 사퇴 … 전의총·동아일보 불똥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2-23일 기사 '강용석 사퇴 … 전의총·동아일보 불똥'을 퍼왔습니다.
'강용석 감싸기' 비판여론 급증하자 변명으로 일관

강용석 무소속 의원이 21일 사퇴의사를 밝혔지만 비난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강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씨가 병역기피 의혹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박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MRI 사진은 조작된 것으로, 다른 디스크 환자의 것과 바꿔치기했다는 것.
그러나 22일 박씨가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다시 MRI 검사를 실시한 결과, 강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진 직후 강 의원은 “의혹제기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인신공격과 명예훼손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강 의원이 사퇴의사를 표명한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 잔여임기가 석 달밖에 남지 않은 점, 4월 총선 불출마 여부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그의 의원직 사퇴가 '꼼수'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과 동아일보 등 일부언론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앞서 전의총은 “척추 MRI의 주인공은 비만 체형을 가진 30~40대 이상 연령대일 것으로 보이며, 20대(박 시장 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동아일보도 강 의원 측의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기사를 내보내며 박 시장 아들 병역비리의혹을 대서특필했다. 강 의원의 주장에 이들이 힘을 실어준 셈이다.
문제는 강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이후에도 이들은 변명하기에 급급했다는 점이다. 
전의총은 “전문가의 소견을 밝힌 목적이 논란을 부추기고자 함이 아니었다”며 “논란을 종식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던 만큼 사실 확인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명확한 사과라기보다는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변명과 발뺌인 셈이다.
동아일보도 23일 사설에서 “그동안 박 시장이 소극 대응하면서 의혹이 증폭된 측면이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적 목적으로 무책임한 의혹을 터뜨리는 행태가 사라지기 바란다”고 촌평했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주신씨 병역기피 의혹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곳은 동아일보였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이들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이 많다.
“강용석 주장에 동조했던 전의총이라는 의사집단의 대표로 있는 노환규씨는 뉴라이트 출신 의사입니다. 차기 의협회장까지 바라보고 있는 것 같고요. 전의총?? 의사들 사이에서도 뉴라이트 수구꼴통 집단으로 취급받고 있네요”
“이번 일로 의료계 전체가 신뢰를 잃을 것 같아 두렵다. '전의총'이란 단체는 의협산하단체가 아니고, 의료민영화를 주장하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보수적 단체이며, 보수시민단체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분이 대표로 있는 단체인데. 절대 대표성 있는 집단이 아님!”
“미친 전의총 의사협회. 권력의 개가 되려나… 배운 놈들이 이렇게 사는 거보면. 참 가방끈과 인간됨됨이는 무관함이 증명된다. 소신도 없고. 희망도 없고. 배려도 없고. 촌스럽게 그지없는 그지같은 인간들”
“동아일보 어제 자폭용 기사를 1면 톱으로 실었다! 강용석의 거짓말이 백주에 탄로나는 날 강용석 말을 뒷받침해주는 소위 전문가들의 말로 1면 톱을 도배했다. 참으로 위험한 도박을 벌였고 결과는 처참했다”
“동아일보가 왜 동아일보인지 알 수 있다.~박원순 아들 병역 의혹 허위로 입증… 강용석 따라서 칼춤 췄던 ‘부끄러운 언론’” 등 강용석 의원의 무책임한 폭로를 지지했던 이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줄을 잇고 있다. 

2012년 2월 7일 화요일

의료민영화 '괴물'은 언제든 되살아난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07일자 기사 '의료민영화 '괴물'은 언제든 되살아난다'를 퍼왔습니다.
[복지국가SOCIETY]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평가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정부와 한나라당 쪽에서 영리법인병원 추진을 줄기차게 주장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영리법인병원 추진이니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니 하는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조차 평생맞춤형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주요내용으로 포함하는 복지국가를 실현하겠다고 하는 판이니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표 떨어질 이야길 일체 삼가는 상황이고, 청와대나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되지도 않을 이야기를 해봐야 득이 될 것이 없으니 입을 다물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를 통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와 경제특구의 레칫 조항과 같은 의료민영화 추진의 중요한 수단 하나를 확보하기는 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야심차게 추진한 의료민영화 관련 법·제도의 변화는 제대로 이루어 낸 것이 없는 실정이다. 국민적 우려와 반발 때문이었다. 이 문제를 굳이 이 시점에서 제기하는 이유는 다음 정부에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 개개인을 못 믿어서라기보다는 참여정부에서 시작하여 이명박 정부까지 의료민영화 추진이 지속되고 있는 데에는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와 배경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평가에 앞서 우선 그 배경부터 짚어보자.

일련의 의료민영화 추진 흐름은 전 지구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보건의료개혁의 한국판 버전으로서 자유주의 세력을 포함한 한국사회의 우파가 주도한 의료개혁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민영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내수 활성화가 불가피한 상황 때문이다. 과거 선진국의 경험을 놓고 볼 때 이러한 국면에서 취한 대응방식은 유럽식 복지국가 전략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보편적 복지의 확대와 미국식 금융·의료·교육산업 육성 전략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우리의 경우 2000년대 초반이라는 구체적 시점에서 미국식 모델을 본격적으로 선택한 결과가 지난 10여년의 의료민영화 추진 논란으로 이어져온 것이다. 청와대와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정부 당국은 일련의 의료민영화 조치들을 통해 자본시장의 여유 자금을 의료시장으로 유입시켜서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자 시도 한 것이다. 즉,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합법화와 의료비 재원 조성과 배분을 담당하는 민간보험회사의 활성화가 그 요체였다.

이 두 가지 조치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의 근간이 훼손될 것이란 점에서 '의료민영화'라 명명되어 왔던 것이고. 그 어떤 집권 세력이든지 청와대 입성 후 가장 절실한 국정운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손쉬운 수단을 외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안타깝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았고, 웬만한 지금의 웬만한 여야 정치인들도 결코 예외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둘째,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과 의료 관련 기업들이 의료시장에 들어와서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설립하거나 기존 의료기관을 그 산하로 인수하여 돈을 벌고, 동시에 보험회사를 통해 의료보험상품을 보다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기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갖고 있다. 직접 투자자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들도 비슷할 것이다. 이들이 갖는 정치사회적 영향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인천 송도에 삼성이 직접 투자하고 운영하는 영리법인병원 설립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란 소식이 계속되고 있는 데, 이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셋째, 현재의 국민건강보험 저수가 체계와 과도한 경쟁에 지쳐하는 의료계 일각의 의료민영화 추진 흐름이다. 병원 운영자 입장에서 보면, 치열한 환자유치 경쟁 구도 속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투자가 절실한 상황인데, 영리법인병원 합법화는 이러한 갈망에 들어맞는 정책 대안이다. 개원가를 중심으로 해서는 영리법인병원 합법화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계기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를 흔들어 수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거나 수익이 높은 민간의료보험으로 갈아타려는 의도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일부이지만 영리법인병원을 통해 본격적인 돈벌이에 나서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넷째, 소위 의료관광으로 대표되는 개발도상국의 영리법인병원 성공사례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의료산업 선진화를 통한 국부 창출론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의료를 통한 수출 증대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확산되었다. 태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도 의료로 달러를 벌어들인다는데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단순 논리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러한 인식이 한국사회 주류의 인식을 장악해 나가면서 영리법인병원 허용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로 대변되는 의료민영화 추진방향이 자연스럽게 대세로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다.


 ▲ ⓒ뉴시스

이 네 가지 흐름과 요인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최근 10여 년 동안 '의료선진화'를 명분으로 한 우파적 의료개혁 흐름이 맹위를 떨쳤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그들이 추진한 의료개혁의 성과가 기대보다 변변치 못했던 것일까? 왜, 국민적 반감과 저항에 부딪치게 된 것일까? '신자유주의 의료개혁이기 때문에' 식의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주장만으로는 제대로 설명하기도 어렵거니와 설득력도 떨어진다.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가장 큰 이유는 의료시장을 통한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비용 부담을 국민에게 요구하고 전가시키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누군가 의료비를 더 부담해야만 의료를 통해 내수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하느냐이다. 의료민영화 추진론자들의 논리를 따라가 보면 그 부담주체는 국내 환자와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환자이다. 국민들에게 돈 더 내라는 이야기는 꺼내기가 어려웠는지, 열심히 해외환자 유치를 통한 국부창출 논리만 더 큰 소리로 되풀이 해댔다.

이 대목에서 의료를 통한 내수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대표적 사례인 미국의 경험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데, 미국은 그 비용을 기업과 세금을 매개로 국가가 부담해 왔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 미국 의료체계가 본격적으로 상업화하기 시작한 1970년대 중반 이전부터 미국 의료비의 대부분을 기업과 국가가 부담해왔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미국 내수의 버팀목으로 성장해 올 수 있었다. 지금에야 너무 비대해지고 낭비적인 탓에 국가와 기업들이 그 비용의 적지 않은 부분을 국민들에게 전가시키면서 반발과 저항이 고조되고 있지만. 만약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처럼 1970년대 중반 무렵부터 국가와 기업이 국민들에게 내수산업 육성과 일자리창출을 위한 추가 비용을 온전히 국민들에게 요구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둘째, 정부 당국과 기업에서 내수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비용 부담 주체로 상정한 해외 환자들의 규모가 국가의 미래 전략산업으로 간주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하다는 점이다. 2010년부터 해외환자들이 국내에서 쓰고 간 돈이 1,000억 원을 넘기 시작했다. 한류 바람이 뒤를 받쳐주고, 최소한 지난 5년간 정부와 민간에서 정말 열심히 일한 성과가 이렇다. 국내 유명 아웃도어 기업(섬유산업) 한 곳의 매출액이 같은 해 1조 5천억 원을 넘긴 것에 비하면 한 국가의 전략산업이라는 말이 무색한 지경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의료관광 산업의 성공은 누가 더 저렴한 임금과 비용으로 보다 질 좋은 서비스를 제시할 수 있는가에 의해 좌우된다. 개도국에도 공부 잘해서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교육받고 수련 받은 우수한 의사들이 있고, 이들이 영리법인병원을 매개로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선진국 의료소외계층들에게 제시하기 때문에 의료관광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경쟁 원리가 섬유산업이나 신발산업과 똑 같다. 이러니 우리의 인건비와 부대비용 수준을 고려할 때 우리가 차지할 수 있는 시장의 파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도 해외 환자를 대상으로 '메디컬 코리아!(Medical Korea!)'라는 입소문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기존 공간과 분리하여 병원시설의 일부라도 미국식 병원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을 갖추고 해외 환자를 맞이해야 한다. 물론 동남아 국가 대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가격도 어느 정도 이상으로 착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병원을 찾는 해외환자 규모로는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 어떤 병원도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국내를 찾는 환자들도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분산되고 있어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 전망도 난망한 실정이다.

외국의 경험으로 볼 때 해외환자를 끌어들이는 원리도 국내환자 유치와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찾는 환자가 소수지만 서비스가 좋고 가격 경쟁력도 있으면서 치료 결과가 좋아야 좋은 입소문이 나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환자도 늘어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정 단계로 올라서는 데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인데, 소리만 요란했지 내실 있는 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실정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해외환자 유치사업에 대해서는 그 규모와 실상에 걸 맞는 대접을 해 주어야 하며, 새로운 기조 속에서 기존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사업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방향과 전략의 수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셋째, 의료선진화로 칭하든, 의료민영화로 칭하든 간에 그 실체가 의료개혁 담론으로서의 완결성이 낮았다. 내수 경제의 활성화, 일자리 창출, 해외환자 유치를 통한 국부창출과 같은 정책 추진의 명분은 있었지만, 복잡하게 얽힌 의료제도의 난맥상을 관통하는 논리가 부족했기 때문에 설득과 동의를 구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넷째, 모순이 심화되는 미국 의료제도의 실상이 국내에 적극적으로 소개되면서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우연히도 2008년 초 국내에 소개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를 비롯하여 미국 의료제도의 실상을 체험한 무수한 사람들이 쏟아내는 처참한 실상들이 국민적 각성과 반발의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더불어 2009년을 관통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의료개혁 논란도 적지 않은 자극제가 되었다.

다섯째, 의료민영화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 분화와 의료계의 일관된 지지 확보 실패 탓도 적지 않았다. 환자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울 소재 초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시장으로 외부 자본이 본격적으로 영입되었을 때 나타날 양상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재래시장에 미친 영향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의료계의 입장에도 일정한 분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윤리적 측면에서 미국식 의료제도로의 변화를 원치 않는 의료계의 정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차기 정부가 취할 기존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평가와 정책 방향이다. 복지국가 실현을 너도 나도 이야기 하는 속에서 의료민영화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울 정당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과거 집권세력으로 일정한 책임이 있는 탓에 아마도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평가나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 입성 후에도 이러한 기조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외 경제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고, 내수경제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며, 보건복지 분야에서 일자리를 늘리고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증세와 전달체계 혁신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5년 임기 안에 일정한 성과를 도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와중에 자본주의 고도화에 따른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한 내수 확장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의료민영화와 의료선진화 담론이 어떤 식으로든 국정과제로 부상할 여지는 남아 있다. 집권세력을 둘러싼 정치적 역관계의 변화와 재벌을 필두로 한 대기업과 보수언론의 영향력, 강고한 보수 지지층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2012년 정치공간에서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활발한 평가, 논쟁, 그리고 적극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의료민영화는 최근 여야가 경쟁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포함한 '복지국가'와는 상극의 위치에 놓여 있다. 우리는 지금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의료공공성을 획기적으로 확충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역동적 복지국가로 가자는 게 우리의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박형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제주대학교 교수

2011년 12월 9일 금요일

위기의 '건강보험', 통합재정 위헌 결정나면…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09일자 기사 '위기의 '건강보험', 통합재정 위헌 결정나면…'를 퍼왔습니다.
헌법소원 최종 변론…"보장성 하향되고 보험료 올라갈 것"

'통합 국민건강보험' 체제의 존폐를 가를 수도 있는 위헌 심판의 마지막 변론이 8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이뤄졌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비롯한 7인은 지난 2009년 6월 "건강보험 재정을 통합해서 직장 가입자의 평등권과 재산권이 침해됐다"며헌법소원을 청구했었다.

공단 "건강보험 쪼개면 사회연대 실현 불가"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이번 헌법소원을 두고 "전형적인 건강보험 쪼개기 시도"라고 반발해왔다. 건강보험 재정 통합이 위헌이라고 결정될 경우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재정이 쪼개진다. 그런데 지역가입자들 중에는 소득이 없는 노인이나 영세민이 많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분리되면 사회보험의 핵심가치인 '사회연대성의 원리'가 깨진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해관계인인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은 이날 공개변론에서 "국민의 생애주기를 살펴보면 대개 젊었을 때 직장가입자였다가, 나이가 들면 소득이 없는 지역가입자로 옮겨간다"며 "젊고 건강할 때 보험료를 많이 내서 늙고 병들었을 때 혜택을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해관계인 측은 "청구인들의 요구는 가난한 집단에 대한 재분배 기능을 재고해달라는 것인데, 이를 받아들이면 사회연대 원리에 의한 소득 재분배 기능이 박탈되고, 전 국민 건강보험이 붕괴될 것"이라며 "가입자 개인으로 봐도 고소득자는 보험료 부담이 낮아지고, 저소득층은 보험료 부담이 높아져 건강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의 기능을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8일 오후 2시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47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의료민영화 중단과 건강보험 지키기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경만호 의협 회장 "건강보험 부과 기준 불평등해" 

반면에 청구인인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 측은 "직장가입자가 월급에 근거해 건강보험료를 투명하게 내야하는 것과는 달리, 지역가입자의 소득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며 "건강보험공단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을 함께 사용하면서, 보험료 부과 기준을 달리해 부담 불평등이 일어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가입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기준인 '보험료부과점수'는 실제소득이 아니라 추정소득"이라며 "현행 보험료부과점수 산정기준은 자의적"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소득이 파악되는 직장가입자가 소득이 파악되지 않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어 직장가입자의 평등권과 재산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은 "일부에서는 이 사건 헌법소원이 건강보험 재정통합을 분리하고, 건보공단을 해체하고, 종전의 제도인 지역조합주의로 회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보험료 부담의 형평이 실현되지 않음을 문제 삼을 뿐"이라고 밝혔다.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논리적으로 건강보험 체계를 분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 통합된 건강보험 재정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건강보험 통합 전, 부자 조합 따로 가난한 조합 따로"

위헌 결정이 나면 현행 건강보험 체계에 어떤 변화가 일까. 이날 오후 2시에는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47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의료민영화 중단과 건강보험 지키기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보험 재정이 분리된 후의 상황은 건강보험이 통합되기 전의 상황을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조경애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2000년 건강보험이 통합되기 전에는삼성과 중소기업이, 강남구와 구로구의 의료보험조합이 쪼개져있었다"며 "가난한 의료보험조합은 재정 적자에 허덕였고, 부자 조합은 (가입자들이) 건강해서 오히려 흑자이면서도 보험료도 적게 냈다"고 지적했다.

의료보험조합마다 보장성도 달랐다. 가입자가 어느 조합에 가입했는지 여부에 따라 혜택이 다르다는 장벽이 있었다. 조 공동대표는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건강보험 통합 덕분에 보장성을 전 국민적으로 확대할 수 있었다"며 "위헌 결정이 나면 과거 수백 개의 의료보험조합 시절로 돌아가는 후퇴가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하향 평준화될 것"

이와 관련해 보건의료 관계자들이 내다보는 시나리오는 두 가지다. 우선 건강보험 재정이 분리돼 취약해진 만큼 건강보험 보장성이 떨어질 우려가 높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지역가입자 중에 50대 이상은 59%, 미취업자가 40%, 취업자 중 비정규직이 67%로 지역가입자는 대부분 가난하고 고령인 분들"이라며 "재정을 분리하면 건강보험 보장성이 지역가입자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되거나 지역 보험료가 대폭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큰 우려는 건강보험을 민영화할 단초가 제공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우 실장은 "직장보험의 일부를 떼어 민영화하거나, 지역보험이 재정난을 줄이려고 민간업체에 위탁운영을 시범 실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 보면 의사협회가 목표로 하는 '건강보험과 민영보험이 경쟁하는 다보험체제'로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사협회 부설 정책연구소가 지난 4월에 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효율적 관리운영체계 개발'이라는 보고서는 "다보험자 체계의 구축은 규제된 경쟁적 보험체계를 만들기 위한 가장 필수적이고 선행적인 요소 중 하나"라며 그 방안으로 "현행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역본부와 지사를 활용하거나, 대체형 민간보험자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관련 기사 : "밖으론 FTA, 안으론 '건보 쪼개기'…MB식 의료민영화 꼼수")

우 실장은 "의사가 국민 건강을 지키려고 해야지 건강보험 보장성을 낮추고 건강보험을 쪼개겠다고 헌법소원을 내야하느냐"라면서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은 지금 자기가 지역에 가난한 사람보다 보험료를 더 낸다고 위헌 소송을 걸었다. 의사협회가 이러면 안 된다. 같은 의사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 8일 오후 3시30분 대한의사협회가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소원 취지의 왜곡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가운데).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헌법소원은 의료민영화와 상관 없다"

이에 대해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날 3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간 나를 포함한 청구인들이 제기한 헌법소원 청구의 취지를 왜곡해왔고, 오늘도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적 외압은 있을 수 없다. 이는 헌재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경 회장은 또한 "국민건강법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은 의료민영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는 국민건강보험을 해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보 재정 통합 자체가 독자적인 위헌은 아니다? 

"이럴 거면 헌법 소원을 왜 걸었지? 시행령만 바꾸면 될 걸…"

'국민건강보험 재정통합 사건'을 상대로 한 최종 변론이 끝난 이날 오후 7시. 헌법재판소에 남아있던 기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들렸다. 청구인 측이 '건강보험 재정 통합이 직접적인 위헌 요인은 아니다'라고 기존 입장의 뉘앙스를 바꾸면서다.

이번 헌법소원 심판대상은 "공단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을 통합해 운영한다"고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33조 2항,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과기준을 다르게 산정한 국민건강보험법 62조 4,5항, 63조 1항, 64조1항, 65조 3항이다.

재판부가 "청구인이 건강보험 재정 분리를 주장하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청구인 측은 "보험료 부과에서 평등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재정 통합 (관련 조항)도 논리적으로 위헌이 된다는 뜻"이라고 답변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건강보험 재정 통합 자체가 독자적인 위헌이 아니라면, 헌재가 왜 (건강보험 재정을 통합해야 한다고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33조 2항을 심판대상으로 삼아야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했다.

청구인 측은 "현재 직장가입자는 실소득을 근거로, 지역가입자는 추정소득을 근거로 이원적으로 보험료를 부과한다"며 "지역가입자도 추정소득이 아니라 실소득을 파악한 후 보험료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역가입자가 실소득을 신고하고, 건보공단은 실사를 통해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파악해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며 "지역가입자가 신고하는 소득에 대해서 국가기관에서 실사 기법만 제대로 개발한다면, 그들도 소득에 따른 보험료가 나오기 때문에 불평등 문제가 안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공단이 지역가입자의) 소득을 부실하게 파악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현행 건강보험법 때문인지, 법의 취지에 맞게 (공단이) 집행을 못하고 있기 때문인지"를 물은 뒤, "보험료율을 (불평등하게) 산정하는 요인이 시행령 때문이라면 청구인은 왜 법의 위헌성을 주장하느냐"고 추궁했다.

재판부는 "자영업자는 소득이 명백하게 잡히지 않는다. 국세청도 소득을 제대로 파악 못해서 특별 세무조사 등 비상적인 수법을 통해서 소득을 찾아내는 판국"이라며 "징세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기관도 못하는 업무에 대해서 공단이 지역가입자들의 (신고만으로) 소득 재산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김윤나영 기자

2011년 12월 5일 월요일

[기고]한미FTA와 김종대 이사장, 위협받는 건강보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2-04일자 기사 '[기고]한미FTA와 김종대 이사장, 위협받는 건강보험'을 퍼왔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 정책실장 송상호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임 이사장은 지난 달 16일 취임식에서 "재정을 통합했으면 보험료 부과 기준도 단일화해야 한다는 기본적이 생각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한미FTA 법안의 여당 날치기 통과와 이명박 대통령의 서명. 우리나라의 경제, 보건, 의료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미국의 원칙과 기준에 의해 합법적으로 이식되는 순간이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서 한미FTA가 끼칠 악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자유․시장적 논리가 가장 강력하게 지배하는 국가다. 이는 건강보험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미국은 OECD국가 중 유일하게 전체 국민을 커버하는 공적 의료보험이 없는 국가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민간의료보험 상품에 가입해야 하며, 보험료는 가구당 월평균 150만원에 이른다. 그리고 값비싼 보험료 때문에 6천만명이 무보험자다. 또한 개인파산 신청의 첫 번째 이유가 의료비 때문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30조원 규모의 민간보험시장, 이미 기형적으로 비대화

민간의료보험의 천국인 미국을 제외한다면 우리나라처럼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기형적으로 거대한 국가는 없다.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규제도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민간의료보험 규모를 30조원 정도로 파악한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 때문이다. 큰 병에 걸리면 본인 부담이 너무 높아 불안하기 때문에 너도나도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있다. 유럽 선진국들의 경우 본인부담은 전체 진료비 중 10% 안팎이다. 때문에 굳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고 민간의료보험 시장도 성형, 요가 등 극히 제한적이다. 

정부는 한미FTA 협정에서 건강보험은 사회공공부 서비스로 유보했기 때문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민간의료보험은 금융분야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 민간의료보험사가 정부의 정책 즉, 보장성 강화 등으로 상품판매에 장애가 생길 경우 투자자 국가 제소제도(ISD)를 통해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건강보험에서 미국과 우리의 기준은 확연히 다르다. 암에 대한 보장성을 대폭강화하면 암보험 시장이, 중대상병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면 이른바 중대상병 보험(CI 보험)의 시장이 대폭 축소된다. 이 경우 한미FTA 협정에 따라 보험회사들이 시장 축소를 정부의 간접수용으로 간주하여 투자자-정부제소 제도에 호소하고 보장성 강화를 막으며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 2009년 미국의 영리병원 기업인 ‘센츄리온’(centurion health)기업을 대표해 멜빈 호워드(Melvin Howard)는 캐나다정부가 자신의 기업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캐나다 정부를 북미FTA(NAFTA)의 ISD를 통해 국제중재재판에 제소했다. 센츄리온 기업은 캐나다 연방법이 캐나다 정부가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과 무상인 건강보험서비스를 시행하도록 규정해 센츄리온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는 정부가 결정한 의료비 외에 환자에게 별도의 의료비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와 동일한 것이다. 즉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도 ISD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일보조차 비판한 부적격자, ‘MB 낙하산’ 김종대 이사장

이러한 한미FTA 논란 속에 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이 11월15일 전격 취임했다. MB가 아무리 막가는 보은인사를 해왔어도 그 조직을 끝까지 부정한 인물을 조직의 수장으로 앉힌 사례는 없었다. 대부분의 언론, 심지어 조선일보조차 사설에서도 부적격자라고 비판했지만 MB는 임명을 강행했다. 김종대 신임 이사장은 현재 공단에 대해 일관되게 의료시장주의 세력들과 동일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민영화와 분권화를 주장했으며, 현재의 공단이 위헌이니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어떤 언행에서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 대목은 찾아볼 수 없다. 

60%에 불과한 낮은 보장성은 영리병원 설립과 민간의료보험 확대로 대표되는 의료민영화의 가장 큰 자양분이다. 정당․노동․시민단체가 한결같은 목소리로 김종대의 이사장 임명을 반대한 이유이다. 우리나라 사회보험 중 유일하게 성공한 제도로 평가받는 건강보험이 머지않은 미래에 어떻게 피폐해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사회보험지부 지난 2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김종대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 정책실장 송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