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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24일 일요일

"최문순 지사는 석고대죄해야"..."도민 열망에 찬물"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3-22일자 기사 '"최문순 지사는 석고대죄해야"..."도민 열망에 찬물"'을 퍼왔습니다.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투자유치 양해각서' 체결 실적 조작 논란

강원도가 지난해 '동해안 경제자유구역'을 지정받기 위해, 사전에 국내외 기업들과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일부 양해각서 체결 내용을 조작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도내 정치권에 책임 공방이 오가고 있다.

KBS는 지난 19일, 강원도가 일본, 중국, 미국 등 외국 기업들과 체결한 것으로 발표한 양해각서가 "상당수 조작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강원도지사가 직접 일본까지 건너가 양해각서를 체결한 기업도 투자 계획이 전혀 없었다"고 보도했다.

강원도는 지난해 6월 "최문순 도지사가 경제자유구역 지정의 당위성을 높이기 위해 외자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일본의 4개 기업과 1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일부 KBS 보도 내용과 달랐다.

이에 조영기 도의원(강원도의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을 비롯한 강원도 도의회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21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해각서의 상당수가 조작됐다는 언론보도에 새누리당 도민과 함께 경악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이날 "보도에 따르면, 강원도는 연예업체를 부동산업체로 둔갑시키고, 투자 능력이 없는 업체의 매출을 엄청나게 부풀리는 등 상상할 수 없는 조작으로 도민들을 우롱했다"고 비난하고, 최문순 도지사에게 "석고대죄"를 요구했다.

"일본 기업 등과 양해각서, 투자 수요 가늠 위한 것"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최문순 도지사를 공격하고 나서자, 민주통합당 강원도당은 22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KBS 보도를 계기로 대형 호재라도 만난 듯 성명을 발표하여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응수했다.

민주당은 "동해안 경제자유구역은 강원도민의 숙원사업으로 김진선 도지사 시절인 2007년부터 총력을 기울였으나 유치하지 못하다가 최문순 도지사 당선 이후 비로소 결실을 본 사업"이라며, "강원도민들의 열망에 찬물을 끼얹은 행위는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또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리당략적으로 최문순 지사의 성과를 흠집"내고 있다고 지적하고, "강원도 발전에 여야가 따로 없다. (경제자유구역 내) 기업유치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강원도는 양해각서 내용이 상당수 조작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양해각서는 법적 의무가 없는, 투자 의향을 밝힌 것일 뿐"이라며, "일본 기업 등과의 양해각서는 기업의 투자 수요를 가늠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일부 일본 기업이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은 것은 일본 기업의 특성 때문으로 파악된다"고 말하고, 양해각서 체결 내용이 다른 것은 "2007년부터 계속돼온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지연되면서, 그 사이 일부 기업에서 업종 전환과 휴폐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2월 4일, 강릉시와 동해시 일원 4개 지구(8.25㎢)를 동해안 경제자유구역으로 공식 지정했다. 그 발표가 있은 이후, 강원도는 도내 전역에 환영 현수막을 내거는 등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강원도는 이후 "동해안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완료되면, 최소한 35억 달러에 달하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이뤄지는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약 2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발표하고, 오는 5월 '경제자유구역청'을 개청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낙선(solpurn)

2012년 11월 11일 일요일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허용 ‘손익계산서’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10일자 기사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허용 ‘손익계산서’'를 퍼왔습니다.

·보험업계·병원업계·삼성·국민 중 누가 이익이고, 누가 손해일까

10월 29일 보건복지부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의료기관의 개설허가 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관보에 게재하면서 영리병원 논란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캠프는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보건복지부와 지식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 내에서만 허용하는 것이어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이미 경제자유구역이 전국적(광역시 3곳, 시 이하 지자체 13곳)으로 허용돼 있는 데다, 내국인 진료가 100% 보장돼 있다는 점에서 국내 영리법인과 마찬가지이며,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영리법인 병원 허용은 내국인 영리병원 허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보험업계’ ‘병원업계’ ‘삼성’ ‘국민’을 열쇳말 삼아 영리병원이 확산될 경우 예상될 수 있는 이익과 손해가 각기 어떤 집단에 집중될지 따져봤다.

보험업계

보험업계는 영리병원 도입으로 가장 큰 수혜를 얻을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보험업계에서는 당연히 건강보험보다는 민간보험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이익이다. 영리병원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로 민간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병원에서 청구하는 모든 비용을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에 비해 높은 진료비가 발생하므로,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사람들의 민간보험에 대한 수요는 그만큼 증가하게 된다. 보험업계가 영리병원 도입을 원하는 이유다. 게다가 논의 초기에는 외국인만을 진료할 수 있었지만, 관련법과 시행규칙 및 시행령이 제·개정되는 과정에서 현재는 내국인도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

2009년 7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창길 기자

건강보험의 의존도가 떨어질수록 민간보험 의존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은 최근 민간보험 시장이 급성장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60% 수준인 상황에서 민간보험 시장은 보험료 기준으로 2009년에 이미 약 12조원에 달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분석에 따르면, 민간보험 시장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규모가 30조원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중이다. 특히 의료기관 이용시에 발생하는 진료비를 보상해주는 실손형 의료보험 시장의 성장이 눈에 띈다. 실손형 의료보험 시장은 2003년 5월 노무현 정부가 집단형 실손보험을 허용하면서 시작됐는데, 가입 대상을 개인으로까지 확장하고 생명보험사의 실손형 의료보험 판매를 허용한 2005년 이후 4년 동안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실손형 의료보험 가입자는 이미 2007년에 150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 국민 3명 중 1명꼴이다.

보험업계 입장에서 보면, 영리병원 도입이 단순히 민간보험 의존도 상승이라는 효과를 수동적으로만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보다 파급력이 더 높은 것은 보험업계 자본이 영리병원 설립에 직접 뛰어드는 것이다. 경제자유구역법 및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보면, 국내 자본도 외국 자본 50%를 끼고 영리병원에 투자하는 것이 가능하다. 신영전 한양대 교수(예방의학)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분석한 논문에서 “의료민영화의 기초적인 자료와 논리는 이들 대형 민간보험회사가 내놓고 있는 것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보험업계는 기존 보험 시장의 포화와 외국계 보험사의 국내 시장 진출로 인한 난국을 건강보험 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보상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정책국장은 “정액형 의료보험은 지금 포화상태다. 실손형 의료보험을 키우려면 건강보험이 망하거나,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떨어지거나, 보험회사가 병원을 경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업계


2008년 1월 대한병원협회는 ‘담대한’ 구상 하나를 발표했다. 이른바 ‘5000만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이 구상은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미국인들 5000만명을 국내 병원으로 유치하겠다는 발상이었다. “한·미 양국 항공사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이 방안이 용이치 않을 경우 미국 군함을 이용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의료를 ‘산업’의 관점에서 보고 ‘의료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처럼 의료를 산업의 관점에서 보는 병원협회의 시각은 인수위원회 시절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병원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 민영화 정책을 검토한 이명박 정부나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용 등 의료산업화 정책을 추진한 노무현 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외국 자본에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국내 병원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국내 병원도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병원협회가 일관되게 견지해온 주장이다. 2010년 6월 당시 성상철 대한병원협회장이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의료서비스는 미래산업이다. 투자개방형(영리) 병원과 의료채권을 허용해야 의료산업이 도약할 수 있다. 국민 건강을 지키는 공공의료의 틀을 유지하면서 의료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 이견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영리병원을 대놓고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의협은 지난 9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을 추진하겠다면서 “2012년 9월 19일부터 개설한 지 90일 이내의 의료기관의 장을 대상으로 청구인 모집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환자를 받도록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체계의 근간이다. 병원업계가 이처럼 영리병원 도입을 바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형준 인의협 정책국장은 “병원 입장에서는 병원으로 자본이 투입되고 병원에서 올린 수익을 병원 밖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영리병원은 매력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업계가 영리병원 허용을 원하는 이유는 더 많은 수익을 내려는 욕구와 병원 간 경쟁 격화다. 현재 산업구조로는 팽창 가능한 한계상황에까지 와 있는 병원 자본이 주식 발행 등의 형태로 외부 자본을 조달해 덩치를 키움으로써 병원 간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이런 전략은 대형 병원이 구사하기에 알맞은 전략이다. 

그렇다면 중소형 병원은 어떨까. 정 정책국장은 “한국 병원의 대다수(약 57%)가 개인병원인데, 작은 병원들은 영리법인으로 전환했을 경우 법인세가 지금 개인사업자로 내는 소득세에 비해 10%포인트쯤 낮아진다. 영리법인으로 가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2009년 3월 당시 권영욱 중소병원협회 회장은 의료전문지 인터뷰에서 “중소 병원 부도율이 10%에 육박했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리병원 제도가 도입되면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 측면이 많다”고 말했다. 박형근 제주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낭떠러지에 몰린 사람이 동아줄을 찾는 것이다. 500병상 규모 병원을 만드는 데도 자본만 2500억원 이상이 들고 조직과 인력 노하우 등 필요한 게 많다. 중소병원은 경쟁에서 살아나기 위해 투자자금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2월 삼성은 인천시와 송도지구 내 삼성 바이오제약 입주협약을 체결했다. 경향신문자료사진

삼성

보험업계와 병원업계가 영리병원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보험 사업과 병원 사업을 모두 갖추고 있는 집단은 어떨까. 재벌 계열사로는 삼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삼성이 영리병원 허용 등 의료민영화에서 수혜를 입을 대표적인 집단으로 거론되는 것은 비단 삼성그룹이 삼성생명과 삼성의료원을 주축으로 하는 보험사-병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의료산업은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산업의 위치로 부상했다. 

삼성은 2010년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 후 ‘5대 신수종 사업’을 발표했다. 이 중 하나가 바로 바이오산업이다. 삼성은 2020년까지 2조1000억원을 바이오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주요 거점은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송도지구다. 삼성증권, 삼성물산, KT&G, 일본 다이와증권은 지난해 컨소시엄(ISIH 컨소시엄)을 구성해 송도국제병원 설립을 추진해왔다. ISIH 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다. 삼성은 지난해 ‘의료사업일류화추진단’을 발족시켰는데, 추진단은 삼성의료원 산하 병원, 삼성 바이오로직스, 삼성메디슨, 삼성전자 의료장비팀, 삼성에스원 등이 계열화한 형태다. 병원, 제약, 의료기기, IT(정보기술)가 결합되는 형태인 것이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2003년 이후 삼성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관통하는 ‘의료산업 선진화’ 정책의 로드맵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고 본다. 2005년 9월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자료집을 통해 삼성생명, 삼성의료원, 삼성경제연구소의 의료산업 관련 전략이 비슷한 시기 정부 및 국회 입법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분석한 바 있다. 자료집은 “의료산업화정책 추진의 핵심 인사들이 제시하는 의료산업화 필요성과 근거는 그동안 삼성에서 제시한 내용을 그대로 채택하고 있음”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사정이 비슷하다. 2010년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삼성경제연구소가 그해 10월 발표한 ‘미래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산업 선진화 방안’ 보고서(보건복지가족부 용역 의뢰)를 입수해 폭로했는데, 보고서가 강조한 건강관리서비스 시장화와 원격의료 도입이 당시 국회에 상정돼 있던 건강관리서비스법과 의료법 개정안의 내용과 같았다. 한편 중앙일보는 지난해 7월 11일부터 15일 사이에 투자병원(영리병원) 관련 기사 16건을 쏟아낸 바 있다. 이 시기 중앙일보가 보도한 기사 중 하나는 ‘투자병원 법안 8월 국회 처리’(7월 14일자)였다.

박형근 교수는 “바이오산업의 최종 소비처는 병원이다. 노무현 정부 초·중반까지는 의료산업 구상이 잘 진행됐는데, 삼성 비자금 문제가 터지고 이건희 회장이 물러나면서 주춤했다. 이건희 회장이 복귀하면서 다시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추진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영리병원 허용으로 대표되는 의료민영화의 손해는 일반국민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만의,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매도할 일이 아니다. 보건의료정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원의 결과가 그렇다. 2009년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과 보건산업진흥연구원에 공동으로 작성한 용역보고서(‘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영리병원 등 의료민영화 관련 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진 그간의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경제관료의 논리를 반영한 한국개발연구원과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연구원의 결론이 달랐다. 정부 부처 사이에도 이견이 존재했던 것이다. 당시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후임자인 진수희 전 장관이나 현 임채민 장관과 달리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보고서는 의료기관 성장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본조달 방법으로서 영리병원 도입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곧이어 “단순한 자본조달로서의 측면뿐 아니라 기타 보건의료체계와의 관련성 및 도입시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심도있게 검토해야 함”이라고 밝혔다. 산업적 측면이 아니라 보건의료체계의 공익성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현황에 비추어 영리병원 도입이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결과를 압축하면 이렇다. 우선 “현재의 개인병원이 영리법인 의료기관으로 20%만 전환하여도 국민의료비가 약 1조50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음으로 “영리병원 도입시 추가로 필요한 의료인력(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약사)의 공급에 있어 비영리병원으로부터의 이동은 불가피하며, 도미노 현상에 의해 현재 의료인력 공급 취약 지역의 의료인력 수급 어려움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봤다. 개인병원이 영리병원으로 20% 전환할 경우 300병상 이하 중소병원 약 66~92개 소속 전문의가 일시에 유출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건산업진흥원 분석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의사의 90%, 병의원의 90%, 병상의 86%는 도시에 집중돼 있고 응급의학과가 없는 지역이 106개에 이른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2012년 11월 1일 목요일

정부,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용


이글은 경향신문 2012-11-01일자 기사 '정부,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 허용'을 퍼왔습니다.

ㆍ국회 반대에도 시행규칙 공포… 진료비 인상·건보 붕괴 우려

한국에도 영리병원이 영업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완비됐다. 정부의 허가만 받으면 외국 투자자나 재벌 기업도 영리병원을 세워 돈을 벌 수 있다.

영리병원은 경제자유구역 안에서만 영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병원업계는 “외국 투자자에게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설립지역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영리병원이 확대되면 취약계층이 의료혜택에서 소외되는 의료양극화와 함께 지난 30년간 한국 의료복지를 지탱해온 건강보험체계가 붕괴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9일 경제자유구역 안에 영리병원을 설립할 수 있는 요건을 규정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의료기관의 개설허가 절차 등에 관한 규칙’을 공포한 것으로 31일 뒤늦게 확인됐다. 시행규칙을 보면 국내 자본은 50%까지 영리병원에 투자할 수 있다. 외국 의사 면허를 가진 10% 이상의 의사만 확보하면 나머지는 국내 의사로 채울 수 있도록 했다. 영리병원이 돈을 벌 수 있게끔 내국인도 진료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국내 첫 영리병원 설립은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송도국제도시가 유력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송도국제도시에 세울 영리병원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이 결정됐다”며 “이 영리병원 운영은 서울대병원과 미국 하버드대병원이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삼성증권·삼성물산과 KT&G가 자본금의 50%를 출자하고 나머지는 일본 다이와증권이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자 무상의료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병원협회는 ‘해외자본에만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영리병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어 국내 의료체계가 영리병원 체제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의료기관까지 영리병원으로 바뀌면 건강보험체계는 붕괴된다”고 덧붙였다.

2010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결과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연간 1조5000억원의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왔다. 의료민영화저지 무상의료실현 운동본부는 성명서를 내고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의료민영화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해놓고 정권 막판에 의료민영화 조치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가 법안 통과를 반대하자 행정부가 하위법령을 바꿔 영리병원을 허용한 것은 민주주의를 무시한 처사”라고 했다.

한대광·박준철 기자 chooho@kyunghyang.com

2012년 7월 25일 수요일

부동산 규제 완화, DTI가 끝일까?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25일자 기사 '부동산 규제 완화, DTI가 끝일까?'를 퍼왔습니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다 풀어라! 단, 자본가 호주머니만 빼고!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경제자유구역 카지노 설립 규제 완화, 호텔 관련 건축 규제 완화….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합동 집중토론회"의 결과이다. 오후 3시에 시작해 자정을 넘겨 무려 10시간 가까이 '끝장토론'을 방불케 했다 한다. 그 결과가 수많은 '규제 완화' 시리즈이다.

물론 규제 완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골프장 개별소비세 면제, 중견기업 연구개발 비용 세제 지원 등 부자들과 기업을 위한 정책도 듬뿍 들어 있다. 내수활성화를 위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기본권 보장과 노조법 2조 개정 등을 이 정권에 기대하는 것은 무망한 것일까? 하기야 "민관합동"에서 '민(民)'이 뜻하는 것도 허창수 전경련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등 자본가들이었으니!

규제 완화와 빗장 풀기는 시작일 뿐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어서 DTI 규제 완화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던 이명박 정부였다. 세계경제가 위기이지만 한국은 이를 잘 극복하고 있어서 별 문제가 없다던 경제부처 장관들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그렇게 거짓말을 하고 있던 시간에도 한국경제의 시한폭탄 시계추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관련 기사: (인사이드 경제) 한국경제 시한폭탄 째깍째깍, 모든 게 MB 탓?)

최근 스페인·그리스 재정위기가 깊어지자 언론사들이 앞 다투어 이 나라의 실상을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 국가 모두 위기가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시작되었음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세계 모든 나라의 위기가 거의 공통적인 기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 경제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밑바닥 노동자들도 잘 알게 된 것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부동산 혼자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여기에 최첨단 금융 기법이 결합되면서 거품을 키우게 되며, 거품이 일시적으로 만들어낸 자산으로 상품 소비가 벌어지면서 경제가 돌아갔던 것이다. 특히 부동산 담보 대출이 성행하며 빚을 내서 소비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가계 대출 문제가 심각해지고 따라서 소비도 위축되면서 경제위기가 시작된다. (☞관련 기사: (인사이드 경제) 부동산과 금융의 결합, 한국판 서브프라임 서막인가?)

이제 한국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기존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180도 뒤집으며, 부랴부랴 DTI 규제 완화를 비롯한 부동산과 금융 관련 대책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규제 완화 자체가 심각한 사회양극화를 낳는 주범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규제 완화 정책은 빗장 풀기의 서막일 뿐이기 때문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합동 집중토론회'에 앞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왼쪽부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한덕수 무역협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막다른 골목에 도달한 선제적 대응

(인사이드 경제)가 보는 바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위기의 신호를 거의 본능에 가까울 정도로 감지한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문제가 생긴 이후에야 행동하는 반면, 한국 정부는 문제가 터지기 이전에 움직인다. 그러나 이제 용 빼는 재주가 없는 한, 그런 선제적 대응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부동산과 금융 관련 위기 신호가 감지되었다는 것은, 거의 막다른 골목에 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그리고 유럽에서, 부동산과 금융 관련 위기가 시작되면, 수많은 정책수단을 동원해도 '백약이 무효'였다. 잠깐 동안 위기는 진정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에는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들이 사용한 핵심 정책수단은 국가 재정 투입이었다.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는 식이었다. 결국 미국과 유럽 모두 재정위기에 봉착하게 된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번 청와대 '집중토론회'의 내용을 한번 살펴보자. 언론 보도에 따르면 "풀 수 있는 건 다 푼다"고 나오지만, 딱 한 가지 수단은 배제하고 토론이 이뤄졌다. 바로 '추가경정예산 투입'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와 경제 관료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과 금융 관련 위기를 국가 재정으로 풀기 시작하면 종국에는 재정위기에 봉착한다는 것!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경제관료들이 쏟아내는 얘기들 중 일부는 청개구리처럼 읽어야 한다. "절대로 위기가 아니다"라는 말은 위기가 코앞에 왔다는 뜻으로, "강남투기지역 해제는 시기상조"라는 말은 해제 조치가 멀지 않았다는 뜻으로, "DTI 규제 완화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말 역시 조만간 규제 완화를 실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어 읽어야 한다. 실제로 일이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던가.

똑같은 논리를 적용해보자. 청와대의 이번 토론회에서 "추경 예산 편성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다면? 그렇다! 결국에는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읽어야 한다. 게다가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라, 추경 예산 편성은 경제 논리 못지않게 정치 논리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막다른 골목'이란 말처럼 현재 상황을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말이 또 있을까?

미국 금융위기 당시의 경험 : 백약이 무효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터져 나온 미국발 금융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빵~!" 하고 터진 사건이 아니다. 이미 3차례에 걸쳐 서브프라임모기지론(서민형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앞서 존재했다. 1차 사태는 2007년 7월, 몇 개의 작은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 폭락을 몰고 왔다. 한국 주식시장도 7월말을 기준으로 하면 8월 16일까지 20일 사이에 무려 170조의 돈이 사라졌으며, 8월 16일 하루에만 72조 원이 사라졌다.

이 위기는 2007년 연말쯤에 진정되는 것처럼 보이더니, 2008년 3월에는 미국 투자은행 5위를 달리던 베어스턴스가 부도 위기에 빠지며 2차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가 촉발되었다. 대공황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 속에서도 살아남은 베어스턴스 사태는 미국 금융당국을 극도로 긴장시켰다. 결국 구원투수로 나선 연준(FRB)이 300억 달러에 달하는 단기 신용을 공급했는데, 연준이 투자은행에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불법이어서 상업은행인 제이피 모건을 대출통로로 끌어들이는 편법까지 동원되었다. 이런 편법은 1932년 대공황 당시 '비상 긴급상황' 이래 최초였다.

다시 진정 국면을 맞은 것처럼 보이던 미국 금융권은, 2008년 7월 들어 다시 '제3차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를 맞게 된다. 페니메이와 프레디맥, 사실상 국책 모기지론 업체라 할 수 있는 두 회사 주가가 17년 만의 최저치인 10달러 밑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미국 연준은 긴급하게 일요일인 7월 13일 밤, 두 회사에 대한 신용 확대와 주식 매입 등을 포함한 긴급 구제안을 발표하게 된다. 애초 국영 회사였다가 1968년에 민영화되었던 이들 회사는, 결국 이 조치들로 사실상 재국유화의 길을 걷게 된다.

베어스턴스와 페니메이·프레디맥이 보유한 모기지 채권의 규모는 당시 미국 GDP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긴급 구제금융이 실시되었지만, 결국 두 달 뒤인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전 세계의 경제는 마치 핵폭탄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일시에 정지되며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해 11월에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 행정부는, 다음 해까지 '구제금융 정부'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이들 부실 은행 살리기에 쏟아부어야 했다.

하지만 사태는 금융권을 넘어 실물경제로 번지더니, 2009년에는 미국의 자존심이라 할 '빅 3' 중 포드만 빼고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신청을 하기에 이른다. 24시간 연방 재무성이 달러화를 찍어내고 폐차보조금 제도를 도입하며 내수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국가 재정이 추가로 투입되었다. 그러나 글자 그대로 '백약이 무효'였다. 결국 2년 뒤인 지난해 7월, 미국 역시 유럽에 이어 재정위기에 빠지게 된다.

끊임없는 빗장 풀기 : 빚 권하는 사회


자, 이제 한국 상황과 비교해보자.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 PF 대출 문제이긴 했지만, 3차례에 걸쳐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고 10여 개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결국 PF 대출 역시 부동산 거품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의 변형태에 불과하다. PF 대출 문제와 별도로 주택담보대출 역시 '가계부채 1000조'가 말해주듯 심각한 상태이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한 청와대 집중토론회를 열게 된 것이다. 토론의 결과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 외에 다른 조치들은 8월까지 정책으로 확정할 예정이라 한다. 다시 말해 '백가지 처방'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임을 깨닫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 사이 '정부 조치가 실효성이 있네, 없네' 쓸데없는 경제전문가들의 논란은 지속된다. 그러나 그 논란의 끝은 항상 동일하다. "지금까지의 약한 처방으로는 안 된다. 정부가 빗장을 더 풀어야 한다."

최근 CD 금리 짬짜미(담합)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 당국이 과연 짬짜미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안 것일까? 기준 금리는 동결되거나 내려가는데, 가계 대출 금리는 오히려 올라가는 이상한 현실은, 인터넷만 검색해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던 정보인데 말이다.

오히려 CD 금리 담합에다 DTI 규제 완화를 묶어서 본다면, (인사이드 경제)는 좀 색다른 의혹을 제기하고 싶어진다. 시중은행의 대출에 대한 각종 규제라는 빗장마저 풀어버리려 한다는 의혹이다. 내수를 활성화하고 소비를 진작시키려면, 우선 노동자와 시민들의 호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하는데, 빚을 내서 돈을 마련할 길을 열려는 것 아닐까?

그동안 시중은행에서 빚을 내는 주요 수단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었다. 저축은행의 경우에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서 엄청난 수단을 동원한 편법 대출이 이뤄지며, 결국 부실 대출이 늘어난 10여 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저축은행 문제가 너무 심각해져서, 더 이상 저축은행 규제 완화를 통한 대출 확대는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수단은 그동안 엄격하게 규제를 해왔던 시중은행의 대출을 늘리는 길이다. DTI 규제가 완화된다면 그동안 묶여 있던 대출 총액한도가 늘어나서, 가계별로 추가 대출을 늘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여기에 CD 금리 담합 문제의 해결책으로 "시장 원리에 맞는 금리를 개발하자"는 답을 찾게 되면, 결국 시중은행의 자율에 맡기자는 식으로 빗장을 풀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중은행의 대출 관련 규제 완화의 결말은? 저축은행이 겪었던 사태가 이제 시중은행으로 넘어오게 된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가 1~4차로 갈수록 부도 위기를 맞는 은행의 규모가 커지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솔직히, 그 뒷얘기는 이제 꺼내고 싶지도 않다.

끝장토론에 담긴 단 하나의 긍정적 의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토론회가 가진 일말의 긍정성이 있다. 그동안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사실, 즉 한국도 경제위기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을 청와대가 인정했다는 점이다. 경제위기가 아니고서야 무려 9시간 45분에 달하는 토론회를, 그것도 주말에 모여서 진행할 이유가 있겠는가?

하지만 이 사실 하나를 제외하면 더 이상 긍정적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 "풀 수 있는 건 다 푼다"고 했지만, 자본가들의 이윤에 대해서는 단돈 1원도 건드리지 않았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순이익이 8조 원에 달하고,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1/4분기 당기순이익만 5조 원이 넘는다. '경제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상 최고치 이윤 기록을 갱신하는 이들 대자본에는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는다.

아니, 책임을 묻기는커녕 또다시 이들은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골프장 개별소비세를 인하해 준다는데, 그거야말로 골프장 가시는 사장님들 편의 제공에 불과하다. 호텔 건설 규제도 풀어주고, DTI 규제도 완화하여 부동산 경기 활성화시킨다 하니, 건설 자본 입장에서는 쌍수 들고 환영할 문제 아닌가!

최저임금 언저리에 무려 500만의 노동자들이 몰려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자신의 임금이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재임기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은 고작 평균 5% 수준이다. 공식 물가상승률만 3~4% 수준이고, 생활필수품과 공공 재화의 물가는 이보다 더 빠르게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 그렇다면 문제는 매우 간단해지지 않는가? 경제위기의 대가를 누가 지불해왔고, 혜택을 누가 누려왔는지 말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대가를 치러온 밑바닥 노동자들이 혜택을 입을 차례이고, 특혜를 받아온 대자본들이 대가를 치러야 할 때 아닌가!

청와대의 1박 2일 vs 현대차의 1박 2일

▲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21일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에서 밤이 새도록 집중토론회가 벌어지던 똑같은 시각, 21일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2000여 노동자들이 1박 2일간 '원·하청 연대 한마당'과 '울산공장 포위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현대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연대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 목 놓아 외친 슬로건은 "비정규직 철폐"와 "심야노동 철폐"였다.


바로 이 2가지 슬로건이, 현재 현대차를 비롯한 금속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고 있는 핵심 이유이다. 여기에다 대고 지난 7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 자리에서 "경제가 어려운데 고소득 노조가 파업하는 나라는 우리뿐", "정말 어려운 계층은 파업도 못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인 것은 꼭 4년 만의 일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취임 직후 쇠고기 파동 시기에 벌어진 파업 이후 처음이다. 4년 만에 벌어진 파업을 두고 "해선 안 된다"는 얘기를 한다면, 한 해 8조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현대차 자본에 파업권을 반납하란 말에 다름 아니다.


아울러 현재 벌어지고 있는 파업은,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심야노동 철폐와 비정규직 철폐를 내걸고 있다. 다시 말해 '파업도 못 하는 어려운 계층'의 문제가 함께 담겨 있다는 것이다. 십여 년 동안 불법파견으로 사내하청을 사용해온 범죄행위를 반성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 노동자의 수명을 14년이나 단축시키는 발암물질인 심야노동을 폐지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당연히 이 모든 문제는 자본가의 이윤을 대가로 지불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가 재정이 아니라, 그동안 혜택을 입어온 자본가들이 경제위기의 비용을 대야 한다는 것이다.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만큼 확실한 '내수 활성화' 방안이 또 어디 있겠는가!


물론 이 문제는 단순히 현대차 정규직·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에 납품하는 부품사 노동자들, 2차-3차 하청으로 이어지는 생산연쇄에 묶여 있는 자동차산업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누려야만 온전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사실 8조 원의 순이익은 현대차 정규직·비정규직만이 아니라 이 생산연쇄에 포함되어 있는 모든 노동자의 피와 땀이 배어 있는 돈 아니던가! 그 웅대한 길을 가기 위한 첫걸음이 비정규직 철폐, 심야노동 철폐라는 슬로건으로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펼쳐졌던 것이다.


진짜 내수 활성화의 답은 청와대의 1박 2일이 아니라 현대차 앞의 1박 2일에 놓여 있다. 우리는 이제 출발점에 서 있을 뿐이다. 8~9월 내내, 아니 어쩌면 대통령 선거 시기까지 사회 전체 구성원이 달라붙어 토론하고 답을 내야 할 문제이다. 는 토론자의 일원으로 끊임없이 설파할 것이다. 경제위기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자본이어야 한다고!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부동산 규제 완화, DTI가 끝일까?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25일자 기사 '부동산 규제 완화, DTI가 끝일까?'를 퍼왔습니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다 풀어라! 단, 자본가 호주머니만 빼고!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경제자유구역 카지노 설립 규제 완화, 호텔 관련 건축 규제 완화….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합동 집중토론회"의 결과이다. 오후 3시에 시작해 자정을 넘겨 무려 10시간 가까이 '끝장토론'을 방불케 했다 한다. 그 결과가 수많은 '규제 완화' 시리즈이다.

물론 규제 완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골프장 개별소비세 면제, 중견기업 연구개발 비용 세제 지원 등 부자들과 기업을 위한 정책도 듬뿍 들어 있다. 내수활성화를 위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 특수고용·간접고용 노동기본권 보장과 노조법 2조 개정 등을 이 정권에 기대하는 것은 무망한 것일까? 하기야 "민관합동"에서 '민(民)'이 뜻하는 것도 허창수 전경련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등 자본가들이었으니!

규제 완화와 빗장 풀기는 시작일 뿐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어서 DTI 규제 완화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던 이명박 정부였다. 세계경제가 위기이지만 한국은 이를 잘 극복하고 있어서 별 문제가 없다던 경제부처 장관들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그렇게 거짓말을 하고 있던 시간에도 한국경제의 시한폭탄 시계추는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관련 기사: (인사이드 경제) 한국경제 시한폭탄 째깍째깍, 모든 게 MB 탓?)

최근 스페인·그리스 재정위기가 깊어지자 언론사들이 앞 다투어 이 나라의 실상을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 국가 모두 위기가 서브프라임 사태처럼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시작되었음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세계 모든 나라의 위기가 거의 공통적인 기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 경제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밑바닥 노동자들도 잘 알게 된 것이다.

정확히 얘기하면 부동산 혼자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여기에 최첨단 금융 기법이 결합되면서 거품을 키우게 되며, 거품이 일시적으로 만들어낸 자산으로 상품 소비가 벌어지면서 경제가 돌아갔던 것이다. 특히 부동산 담보 대출이 성행하며 빚을 내서 소비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가계 대출 문제가 심각해지고 따라서 소비도 위축되면서 경제위기가 시작된다. (☞관련 기사: (인사이드 경제) 부동산과 금융의 결합, 한국판 서브프라임 서막인가?)

이제 한국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기존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180도 뒤집으며, 부랴부랴 DTI 규제 완화를 비롯한 부동산과 금융 관련 대책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규제 완화 자체가 심각한 사회양극화를 낳는 주범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규제 완화 정책은 빗장 풀기의 서막일 뿐이기 때문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합동 집중토론회'에 앞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왼쪽부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한덕수 무역협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막다른 골목에 도달한 선제적 대응

(인사이드 경제)가 보는 바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위기의 신호를 거의 본능에 가까울 정도로 감지한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 문제가 생긴 이후에야 행동하는 반면, 한국 정부는 문제가 터지기 이전에 움직인다. 그러나 이제 용 빼는 재주가 없는 한, 그런 선제적 대응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부동산과 금융 관련 위기 신호가 감지되었다는 것은, 거의 막다른 골목에 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그리고 유럽에서, 부동산과 금융 관련 위기가 시작되면, 수많은 정책수단을 동원해도 '백약이 무효'였다. 잠깐 동안 위기는 진정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에는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들이 사용한 핵심 정책수단은 국가 재정 투입이었다.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는 식이었다. 결국 미국과 유럽 모두 재정위기에 봉착하게 된 원인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번 청와대 '집중토론회'의 내용을 한번 살펴보자. 언론 보도에 따르면 "풀 수 있는 건 다 푼다"고 나오지만, 딱 한 가지 수단은 배제하고 토론이 이뤄졌다. 바로 '추가경정예산 투입'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와 경제 관료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과 금융 관련 위기를 국가 재정으로 풀기 시작하면 종국에는 재정위기에 봉착한다는 것!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경제관료들이 쏟아내는 얘기들 중 일부는 청개구리처럼 읽어야 한다. "절대로 위기가 아니다"라는 말은 위기가 코앞에 왔다는 뜻으로, "강남투기지역 해제는 시기상조"라는 말은 해제 조치가 멀지 않았다는 뜻으로, "DTI 규제 완화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말 역시 조만간 규제 완화를 실시하겠다는 뜻으로 풀어 읽어야 한다. 실제로 일이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던가.

똑같은 논리를 적용해보자. 청와대의 이번 토론회에서 "추경 예산 편성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다면? 그렇다! 결국에는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읽어야 한다. 게다가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라, 추경 예산 편성은 경제 논리 못지않게 정치 논리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막다른 골목'이란 말처럼 현재 상황을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말이 또 있을까?

미국 금융위기 당시의 경험 : 백약이 무효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터져 나온 미국발 금융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빵~!" 하고 터진 사건이 아니다. 이미 3차례에 걸쳐 서브프라임모기지론(서민형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앞서 존재했다. 1차 사태는 2007년 7월, 몇 개의 작은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업체가 부도가 나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 폭락을 몰고 왔다. 한국 주식시장도 7월말을 기준으로 하면 8월 16일까지 20일 사이에 무려 170조의 돈이 사라졌으며, 8월 16일 하루에만 72조 원이 사라졌다.

이 위기는 2007년 연말쯤에 진정되는 것처럼 보이더니, 2008년 3월에는 미국 투자은행 5위를 달리던 베어스턴스가 부도 위기에 빠지며 2차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가 촉발되었다. 대공황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 속에서도 살아남은 베어스턴스 사태는 미국 금융당국을 극도로 긴장시켰다. 결국 구원투수로 나선 연준(FRB)이 300억 달러에 달하는 단기 신용을 공급했는데, 연준이 투자은행에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불법이어서 상업은행인 제이피 모건을 대출통로로 끌어들이는 편법까지 동원되었다. 이런 편법은 1932년 대공황 당시 '비상 긴급상황' 이래 최초였다.

다시 진정 국면을 맞은 것처럼 보이던 미국 금융권은, 2008년 7월 들어 다시 '제3차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를 맞게 된다. 페니메이와 프레디맥, 사실상 국책 모기지론 업체라 할 수 있는 두 회사 주가가 17년 만의 최저치인 10달러 밑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미국 연준은 긴급하게 일요일인 7월 13일 밤, 두 회사에 대한 신용 확대와 주식 매입 등을 포함한 긴급 구제안을 발표하게 된다. 애초 국영 회사였다가 1968년에 민영화되었던 이들 회사는, 결국 이 조치들로 사실상 재국유화의 길을 걷게 된다.

베어스턴스와 페니메이·프레디맥이 보유한 모기지 채권의 규모는 당시 미국 GDP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엄청난 규모의 긴급 구제금융이 실시되었지만, 결국 두 달 뒤인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전 세계의 경제는 마치 핵폭탄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일시에 정지되며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해 11월에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 행정부는, 다음 해까지 '구제금융 정부'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이들 부실 은행 살리기에 쏟아부어야 했다.

하지만 사태는 금융권을 넘어 실물경제로 번지더니, 2009년에는 미국의 자존심이라 할 '빅 3' 중 포드만 빼고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신청을 하기에 이른다. 24시간 연방 재무성이 달러화를 찍어내고 폐차보조금 제도를 도입하며 내수 활성화를 위해 막대한 국가 재정이 추가로 투입되었다. 그러나 글자 그대로 '백약이 무효'였다. 결국 2년 뒤인 지난해 7월, 미국 역시 유럽에 이어 재정위기에 빠지게 된다.

끊임없는 빗장 풀기 : 빚 권하는 사회


자, 이제 한국 상황과 비교해보자.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 PF 대출 문제이긴 했지만, 3차례에 걸쳐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고 10여 개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결국 PF 대출 역시 부동산 거품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의 변형태에 불과하다. PF 대출 문제와 별도로 주택담보대출 역시 '가계부채 1000조'가 말해주듯 심각한 상태이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한 청와대 집중토론회를 열게 된 것이다. 토론의 결과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 외에 다른 조치들은 8월까지 정책으로 확정할 예정이라 한다. 다시 말해 '백가지 처방'을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임을 깨닫기까지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 사이 '정부 조치가 실효성이 있네, 없네' 쓸데없는 경제전문가들의 논란은 지속된다. 그러나 그 논란의 끝은 항상 동일하다. "지금까지의 약한 처방으로는 안 된다. 정부가 빗장을 더 풀어야 한다."

최근 CD 금리 짬짜미(담합)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 당국이 과연 짬짜미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안 것일까? 기준 금리는 동결되거나 내려가는데, 가계 대출 금리는 오히려 올라가는 이상한 현실은, 인터넷만 검색해 봐도 쉽게 알 수 있었던 정보인데 말이다.

오히려 CD 금리 담합에다 DTI 규제 완화를 묶어서 본다면, (인사이드 경제)는 좀 색다른 의혹을 제기하고 싶어진다. 시중은행의 대출에 대한 각종 규제라는 빗장마저 풀어버리려 한다는 의혹이다. 내수를 활성화하고 소비를 진작시키려면, 우선 노동자와 시민들의 호주머니에 돈이 있어야 하는데, 빚을 내서 돈을 마련할 길을 열려는 것 아닐까?

그동안 시중은행에서 빚을 내는 주요 수단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었다. 저축은행의 경우에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서 엄청난 수단을 동원한 편법 대출이 이뤄지며, 결국 부실 대출이 늘어난 10여 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저축은행 문제가 너무 심각해져서, 더 이상 저축은행 규제 완화를 통한 대출 확대는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수단은 그동안 엄격하게 규제를 해왔던 시중은행의 대출을 늘리는 길이다. DTI 규제가 완화된다면 그동안 묶여 있던 대출 총액한도가 늘어나서, 가계별로 추가 대출을 늘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여기에 CD 금리 담합 문제의 해결책으로 "시장 원리에 맞는 금리를 개발하자"는 답을 찾게 되면, 결국 시중은행의 자율에 맡기자는 식으로 빗장을 풀 가능성이 높아진다.

시중은행의 대출 관련 규제 완화의 결말은? 저축은행이 겪었던 사태가 이제 시중은행으로 넘어오게 된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가 1~4차로 갈수록 부도 위기를 맞는 은행의 규모가 커지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솔직히, 그 뒷얘기는 이제 꺼내고 싶지도 않다.

끝장토론에 담긴 단 하나의 긍정적 의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토론회가 가진 일말의 긍정성이 있다. 그동안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사실, 즉 한국도 경제위기 국면에 들어섰다는 것을 청와대가 인정했다는 점이다. 경제위기가 아니고서야 무려 9시간 45분에 달하는 토론회를, 그것도 주말에 모여서 진행할 이유가 있겠는가?

하지만 이 사실 하나를 제외하면 더 이상 긍정적 의미를 찾을 수가 없다. "풀 수 있는 건 다 푼다"고 했지만, 자본가들의 이윤에 대해서는 단돈 1원도 건드리지 않았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순이익이 8조 원에 달하고,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1/4분기 당기순이익만 5조 원이 넘는다. '경제위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상 최고치 이윤 기록을 갱신하는 이들 대자본에는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는다.

아니, 책임을 묻기는커녕 또다시 이들은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골프장 개별소비세를 인하해 준다는데, 그거야말로 골프장 가시는 사장님들 편의 제공에 불과하다. 호텔 건설 규제도 풀어주고, DTI 규제도 완화하여 부동산 경기 활성화시킨다 하니, 건설 자본 입장에서는 쌍수 들고 환영할 문제 아닌가!

최저임금 언저리에 무려 500만의 노동자들이 몰려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자신의 임금이 올라가게 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재임기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은 고작 평균 5% 수준이다. 공식 물가상승률만 3~4% 수준이고, 생활필수품과 공공 재화의 물가는 이보다 더 빠르게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 그렇다면 문제는 매우 간단해지지 않는가? 경제위기의 대가를 누가 지불해왔고, 혜택을 누가 누려왔는지 말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대가를 치러온 밑바닥 노동자들이 혜택을 입을 차례이고, 특혜를 받아온 대자본들이 대가를 치러야 할 때 아닌가!

청와대의 1박 2일 vs 현대차의 1박 2일

▲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21일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에서 밤이 새도록 집중토론회가 벌어지던 똑같은 시각, 21일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2000여 노동자들이 1박 2일간 '원·하청 연대 한마당'과 '울산공장 포위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현대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연대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 목 놓아 외친 슬로건은 "비정규직 철폐"와 "심야노동 철폐"였다.


바로 이 2가지 슬로건이, 현재 현대차를 비롯한 금속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고 있는 핵심 이유이다. 여기에다 대고 지난 7월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비상경제대책회의 자리에서 "경제가 어려운데 고소득 노조가 파업하는 나라는 우리뿐", "정말 어려운 계층은 파업도 못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인 것은 꼭 4년 만의 일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취임 직후 쇠고기 파동 시기에 벌어진 파업 이후 처음이다. 4년 만에 벌어진 파업을 두고 "해선 안 된다"는 얘기를 한다면, 한 해 8조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현대차 자본에 파업권을 반납하란 말에 다름 아니다.


아울러 현재 벌어지고 있는 파업은,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심야노동 철폐와 비정규직 철폐를 내걸고 있다. 다시 말해 '파업도 못 하는 어려운 계층'의 문제가 함께 담겨 있다는 것이다. 십여 년 동안 불법파견으로 사내하청을 사용해온 범죄행위를 반성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 노동자의 수명을 14년이나 단축시키는 발암물질인 심야노동을 폐지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자는 것이다.


당연히 이 모든 문제는 자본가의 이윤을 대가로 지불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가 재정이 아니라, 그동안 혜택을 입어온 자본가들이 경제위기의 비용을 대야 한다는 것이다.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만큼 확실한 '내수 활성화' 방안이 또 어디 있겠는가!


물론 이 문제는 단순히 현대차 정규직·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에 납품하는 부품사 노동자들, 2차-3차 하청으로 이어지는 생산연쇄에 묶여 있는 자동차산업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누려야만 온전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사실 8조 원의 순이익은 현대차 정규직·비정규직만이 아니라 이 생산연쇄에 포함되어 있는 모든 노동자의 피와 땀이 배어 있는 돈 아니던가! 그 웅대한 길을 가기 위한 첫걸음이 비정규직 철폐, 심야노동 철폐라는 슬로건으로 현대차 울산공장 앞에서 펼쳐졌던 것이다.


진짜 내수 활성화의 답은 청와대의 1박 2일이 아니라 현대차 앞의 1박 2일에 놓여 있다. 우리는 이제 출발점에 서 있을 뿐이다. 8~9월 내내, 아니 어쩌면 대통령 선거 시기까지 사회 전체 구성원이 달라붙어 토론하고 답을 내야 할 문제이다. 는 토론자의 일원으로 끊임없이 설파할 것이다. 경제위기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자본이어야 한다고!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2012년 5월 1일 화요일

“영리병원 도입 중단하라” 노동시민단체 거센 항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5-01일자 기사 '“영리병원 도입 중단하라” 노동시민단체 거센 항의'를 퍼왔습니다.
노동절 맞아 규탄집회 개최...항의서한 전달하려다 경찰과 충돌


ⓒ민중의소리 "영리병원 도입 위한 시행령과 시행규칙 폐기하라"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국민건강권을 위해 영리병원 도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운수노조, 보건의료단체연합,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노동·시민단체들은 1일 낮 12시 30분께 서울 보건복지부 앞에서 공동결의대회를 열고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폐기하라”며 "영리병원의 목적은 이윤창출에 있기 때문에 결국 의료비 상승과 의료서비스 질 저하, 국민건강보험체계 붕괴라는 대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17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투자개방형 영리병원’ 도입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개정했고, 지난 30일에는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및 외국의 법률에 의해 설립, 운영되는 의료기관과의 협력체계 등에 관한 규칙(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입법 예고된 시행규칙을 살펴보면, 2002년 제정 당시 경제자유구역 내 제한적으로 허용된 영리병원 규정을 ‘외국인이 외국 의료인을 고용해 외국인을 진료하는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에서 ‘국내자본이 국내의사 90%를 고용해 내국인을 진료하는 영리병원’으로 변경시켰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과 시행규칙 제정 입법예고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정주 여건 개선과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지만,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대국민 ‘사기극’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2011년 10월 송도에 거주중인 외국인은 1834명으로 이미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있고 외국인 진료를 위한 의료센터도 마련돼 있다”며 “600병상 규모나 되는 외국인 대상 외국의료기관이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입법 예고된 시행규칙을 통해 오는 6월 영리병원 도입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11월부터 국내 첫 영리병원 준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영리병원을 통해 돈벌이를 하려고 혈안이 돼있던 이명박 정부가 결국 정권말기에 영리병원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며 “정권말기에 지난 4년동안 국민들이 반대하고 막아와던 영리병원을 도입한다는 것은 ‘먹튀’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역시 “이명박 정권에 대해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국민들이 뭉쳐서 막아내야 한다”며 “영리병원은 결국 재벌에게 돈벌이를 위한 수단일 뿐이고, 보건복지부는 이 수단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집회 뒤 노동·시민단체들이 보건복지부에 영리병원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방문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는 경찰과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김대현 기자 kdh@vop.co.kr

다시 시동 걸린 의료민영화, 그들의 노림수는?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01일자 기사 '다시 시동 걸린 의료민영화, 그들의 노림수는?'을 퍼왔습니다.
[복지국가SOCIETY]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진출과 의료민영화

2012년 4월 17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경제자유구역법)'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원래 경제자유구역법은 김대중 대통령 때 제정된 것인데, 진보 개혁적 학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때 청와대 주도 하에 경제자유구역법의 개정을 거듭함으로서 외국인 영리병원의 설립을 허용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행령을 개정하여 외국인 영리병원 설립의 구체적 사항을 명시함으로써 외국계 병원이 우리나라 6개 권역의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병원사업을 할 수 있도록 구체화한 것이다.


지식경제부에 의하면, 병원 개설의 허가권자인 보건복지부가 6월에 보건복지부령을 시행하면 인천 경제자유구역(송도)에 600병상 규모의 영리병원이 설립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법'에 근거하여 의료인 개인과 비영리법인만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경제자유구역에 국한하여 최초로 우리나라에 영리법인 병원이 생길 예정이다.


영리병원의 건립비용은 약 6000억 원인데,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기 1년 전인 2011년 3월 22일에 이미 투자자를 선정하였다. 당시 선정된 투자자는 일본의 대표적인 증권사인 다이와증권(Daiwa Securities Group)의 계열사인 다이와 시크릿티즈 캐피탈 마켓스(Daiwa Securities Capital Markets), 삼성증권, 삼성물산, KT&G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컨소시엄이다. 당시 계획으로는 총사업비의 절반인 3000억 원을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대여하기로 합의하였고, 이 중 500억 원을 특수목적법인 설립 자본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당초 계획한 일정보다 다소 늦어지기는 했지만, 1년 전에 예정된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설립되는 외국 의료기관은 외국인 투자 유치의 활성화를 위한 정주 환경의 조성 차원에서 허용된 사항이므로 투자개방형 병원의 전국 확대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즉, 의료민영화 조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의료비 상승을 부추기지도 않으면서 외화벌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 환자의 진료만으로는 국민의료비의 증가는 없다. 왜냐하면 외국인이 국내에서 소비한 비용은 의료의 수출로 처리되어 국민의료비 계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식경제부의 주장대로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의료기관이 외국인 환자만을 진료한다면 이 영리병원에 자본을 투자한 투자자들의 기대수익을 보장하기는 어렵게 된다. 그 이유로는 다음의 3개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외국인 환자 수가 너무 적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송도, 영종, 청라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인구는 2011년 10월말 기준으로 1,912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병의원을 이용하지 않고, 의료비의 100%를 본인이 부담하는 영리병원을 이용할 리 만무하다. 600병상 규모의 영리병원이 완공 예정인 2016년까지 외국인 인구가 일정하게 늘기는 하겠으나 투자자들의 기대수익을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둘째, 투자자들에게 배당할 정도의 수익을 얻으려면 또 다른 의료수요를 찾아야 할 것인데, 이것이 용이하지 않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미용성형, 라식 등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외 환자를 유치할 수 있겠지만, 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에 한해 비영리병원들도 환자의 소개, 유인, 알선 행위를 할 수 있으므로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2008년 기준 우리나라를 방문한 해외 실환자수는 27,400명이고 향후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모든 해외 환자가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을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적자를 면하기는 어렵다.


셋째, 고소득자와 해외 원정 진료자 등 고급 의료욕구를 가진 일부계층의 환자를 흡수할 수도 있겠지만, 그 비중은 매우 작다. 한국은행의 서비스 무역 세 분류 통계에 의하면, 건강 관련 해외여행에 지급된 비용(카드결제 및 해외송금)이 2008년 현재 1,500억 원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많은 부분이 해외 원정 출산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어서 실제 우리 국민이 국내의료서비스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순수하게 고급 의료서비스의 충족을 위해 해외를 방문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이처럼, 외국인 진료와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는 고급 의료수요만으로는 영리법인 병원의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영리병원이 투자금 6000억 원에 상응하는 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자들과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어떤 노력을 경주할까? 아마도 법령을 추가 개정해서 영리병원이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바꿀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환자를 보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의료기관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투자자 소유 영리병원이 급성기 병상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보험자나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를 통해서가 아니었다. 1965년에 미국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는데, 미국 투자자 소유 민간병원은 메디케어에서 제공하는 기금을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1972년 미국 영리병원은 메디케어가 말기 신부전 환자를 보험급여에 포함하자마자 발 빠르게 영리 투석 의료기관을 설립하였고, 메디케어의 공적 의료보험 재정을 활용하여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1983년에 메디케어가 급증하는 의료비를 통제하기 위해 병원 의료비 상환방법을 후불방식의 행위별수가제에서 선불방식의 포괄수가제로 바꾸었을 때도 영리병원은 이익이 남는 환자들을 선별해서 진료함으로써 이익을 남겼다. 즉, 장기입원이 예상되는 환자는 피하고, 높은 평균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 질병의 환자만을 선별해서 진료하거나, 단순폐렴을 복합폐렴이라고 부정청구를 하였다. 이렇게 하려면 영리병원의 전담행정부서를 강화해야 했고 당연히 행정비용이 증가하였지만, 의료서비스의 질은 낮아졌다.


미국이 아닌 프랑스, 독일, 영국을 비롯하여 캐나다의 영리병원들도 재원은 공공재정을 통해 조달하되, 영리병원의 설립을 허용하여 의료서비스 공급에 경쟁 요소를 도입하였다. 그 결과를 보면, 내부시장 기제를 도입한 이후 영국의 행정비용은 급증하였고, 독일은 사회보험 운영에 경쟁 모델을 채택한 이후에도 행정비용이 급증하였는데, 그 증가율이 1992년부터 2003년까지 63.3%이었고, 의사들에게는 전에 없던 많은 서류 업무가 부가되었다.


한국의 영리병원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영리병원이 일정한 수익을 확보하기까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영리법인 병원에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이들 병원은 건강보험 환자를 병원 수익의 기본 원천으로 삼고, 돈이 되는 값비싼 영리 환자도 보고,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더욱 개발함으로써 건강보험 환자를 상대로 수익을 높일 것이다. 이에 따라 평균 진료비가 증가할 것이고, 결국에는 고가의 실손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들만 영리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영리병원은 확보된 투자 자금으로 좋은 시설과 장비, 유능한 의사를 갖추었기 때문에 기존의 비영리병원에 비해 우월한 조건을 가지고 건강보험 환자를 확보할 수 있다. 이후 국민건강보험 진료보다 3배 또는 5배의 의료수가를 받아도 될 만큼 고급화에 성공하게 되면 그때 가서 서서히 국민건강보험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영리병원 진료비의 상당부분을 보상해주는 맞춤형 민간의료보험과 짝을 짓고 가장 영리적인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유럽 선진국들에서도 영리병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국가의료제도는 의료서비스의 공급과 재정 모두에서 공공부문이 압도적 우위를 지킴으로써 의료이용의 형평성을 충분히 달성한 가운데, 일부 영리의료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영리부분은 국가의료제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할뿐더러 국가의료제도의 공공성에 미치는 악영향도 거의 없다. 유럽 선진국에서 영리의료는 공공의료를 일부 보완하는 역할이나 틈새시장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을 뿐, 국가의료제도의 공공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국민건강보험의 의료수가를 통제하는 것 이외에 보건의료자원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거의 다 풀려있다. 공공병원의 병상 비중이 9%에 불과하고, 기본적으로 민간의료 중심의 의료공급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의료인력, 시설, 장비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의료시장의 진입이 용이해서 매년 그 숫자가 증가하고 있고, 국민의료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리법인 병원이 민간의료보험과 짝을 이루게 되면 대규모 자본이 투자된 영리병원을 정점으로 하는 병원의 서열화가 일어날 것이다. 또한 이들 최고급 영리병원의 값비싼 의료비와 함께 기존의 비영리병원들도 돈벌이 중심의 비급여 진료를 확대함으로써 국민의료비의 폭등을 불러올 것이다. 결국 의료이용의 계층화와 양극화의 심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의료는 대표적인 사회서비스로서 모든 국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공공적 영역이다. 세계적 경험을 보더라도 미국을 제외한 모든 선진국들이 그렇게 해오고 있다.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가의료제도의 민영화를 초래할 영리병원의 설립이 아니라, 의료공급과 의료재정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하여 현재 부족하고 부실한 공공병원을 적극적으로 확충하고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평균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다.


▲ ⓒ프레시안(김윤나영)

김철웅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충남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