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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8일 목요일

"내가 건강보험료를 30%나 더 내고 싶은 이유"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17일자 기사 '"내가 건강보험료를 30%나 더 내고 싶은 이유"'를 퍼왔습니다.
[복지국가SOCIETY] 민간의료보험 드느니 건보료 더 내는 게 이익

2010년 현재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은 62.7%이다. 만약, 의료기관의 총 진료비가 1,000만 원이라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불하는 비용이 627만 원이고,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373만 원으로, 본인부담률로 표현하면 37.3%이다.

우리나라가 모든 국민에게 의료보험증을 나누어주기 시작한 1989년도의 본인부담률은 60%를 넘었다. 그러던 것이 조합주의 의료보험이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통합된 2000년 이후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해서 김대중 정부 말기였던 2002년에는 본인부담률이 48%까지 낮아졌다.

김대중 정부가 1997년 외환위기와 2001년 2조7천억 원의 건강보험재정 적자를 겪은 상황에도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늘릴 수 있었던이유는 다음의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먼저 1998년 227개의 지역의료보험조합을 하나로 통합하고, 다시 2000년 140개의 직장의료보험조합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보장성 수준을 높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통합 이전에는 가난한 동네의 의료보험조합에 보장성을 맞추다보니 부자 동네의 의료보험조합 적립금을 사용할 수 없었는데, 통합 이후에는 위험분산의 범위가 가난한 조합에서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상대적으로 넉넉한 재정을 가진 조합의 적립금을 활용해서 온 국민의 보장수준을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전국 차원의 사회통합과 사회연대를 건강보험 영역에서 실현해 낸 것이다.

둘째, 건강보험재정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 2001년 건강보험료를 큰 폭으로 인상하였다. 즉, 2000년 12월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운영위원회에서 2001년에 직장가입자에 대해서는 21.4%, 지역가입자에 대해서는 15%의 보험료 인상을 결정하였고, 2002년에도 건강보험료를 전년대비 6.7%이나 높였다.

셋째, 정부재정으로부터의 지원금이 급격히 늘어났다.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정부지원은 1999년 1조 원을 갓 넘는 수준이었으나, 2000년에는 1.6조 원, 2001년 2.6조 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결국, 조합주의 의료보험의 통합일원화와 함께 건강보험료의 인상, 그리고 정부재정 지원 증가는 의약분업이라는 거대한 제도 개혁 이후 초래되었던 2001년 건강보험재정 적자 사태를 수습하도록 하였다. 이에 더해, 2002년 담배 한 갑당 150원의 건강증진 부담금 부과를 통한 추가적 지원은 건강보험재정을 안정화시키면서 보장성을 확대하고, 본인부담률을 낮출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2002년에 48%였던 본인부담률이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에는 35.4%까지 낮아졌다. 그 당시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을 높여달라고 요구를 했는데, 이것을 당시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이 대폭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김근태 장관이 취임한 2004년 7월에는 '본인부담액 상한제'가 실시되었는데,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진료비 중 6개월간 300만 원까지만 환자가 부담하고 초과금액을 국민건강보험이 지불하는 제도이다. 2005년에는 MRI가 급여대상이 되었고, 분만의 본인부담이 면제되었다. 또한, 2005년 6월에는 보장성 강화 대책이 발표되면서 암 등 고액중증질환의 법정본인부담이 20%에서 10%로 경감되었다. 2006년부터는 만6세 미만 입원아동의 본인부담이 면제되고 장기이식수술이 급여대상으로 되었으며, 입원환자 식대에 건강보험 보험이 적용되었다.

이와 같은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07년에 64.6%까지 높아졌고, 본인부담률은 35.4%까지 낮아졌다. 이렇게 보험급여 항목을 늘리고, 보장성을 확대하려면 보험재정이 늘어나야 했다. 건강보험의 주된 재원은 건강보험료이므로 보험료율이 계속 높아졌다. 그래서 2003년에 보험료가 8.5% 인상되었고, 이어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각각 6.75%, 2.38%, 3.9%, 6.5%를 인상했다. 2005년과 2006년을 제외하고는 6%가 넘는 높은 인상율을 기록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시기에 경제상황의 개선으로 근로자의 임금이 급속하게 늘어났고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근로소득의 범위가 확대되었으므로 건강보험료 수입은 훨씬 더 크게 늘어났다. 또, 2005년부터 담배부담금이 150원에서 354원으로 늘어남에 따라 건강증진기금으로부터의 추가지원액이 크게 증가하였다. 이 모든 재원을 사용하여 보장성의 확대를 추진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는 의료비 본인부담률은 오히려 37.3%로 늘어났다. 그 이유는 우선 보험급여가 일부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식대의 본인부담률이 20%에서 50%로 상향조정되었고, 6세 미만 아동의 입원 법정본인부담도 100% 면제에서 10% 본인부담으로 상향조정되었다. 또한, 2008년부터 2010년까지의 건강보험료 인상율도 이전 시기에 비해 낮아져서 건강보험재정의 증가율이 둔화되었고, 보장성 확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008년 말 금융위기의 여파로 건강보험료 인상율은 0%였고, 2009년 건강보험료 인상율도 4.9%에 불과하였다. 또, 건강증진기금 지원액도 2007년 9,676억 원에서 2010년 1조631억 원으로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다만, 2007년도 2.7조 원이었던 국고지원액이 2008년 3.0조 원, 2009년 3.7조 원, 2010년 3.8조 원으로 다소 증가하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국고지원의 법정기준에서 매년 적게는 5천억 원에서 많게는 8천억 원까지 부족한 금액을 지원하였다. 사실상 정부가 국민과의 법적 약속을 어긴 것이다.

이렇게 해서 2010년의 의료비 본인부담률은 37.3%로 높아졌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의료비 본인부담률인 15% 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이 때문에 우리 국민들사이에 '의료비 불안'이 구조화되어 있다. 그 결과, 2009년 기준으로 전체가구 78%가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있고, 매월 내는 민간의료보험의 보험료는 평균 18만 원에 달한다. 민간의료보험회사만 큰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2010년 암으로 돌아가신 나의 어머니의 총 병원비용은 약 1억 원이었다. 암과 같은 중증질환의 경우, '진료비 상한제도'가 있어서 법정급여 내의 진료비에 대해서는 환자본인이 200만 원까지만 부담하면 되었지만, 우리가족에게 청구된 비용은 3천만 원이었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서 본인이 전액 부담하는 선택진료료, 병실차액, 최신방사선치료 등과 같은 비급여 진료 항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어머니가 5번에 걸쳐서 병원과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셨는데, 이때마다 일당 8만 원으로 간병인을 구해야 했고, 퇴직하신 아버지가 옆에서 간병을 도와야 했다. 간병하시는 아버지가 아프실 때에는 내가 휴가를 내야 했다. 온 가족이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높여 어떤 경우에도 환자 1인당 급여, 비급여 진료를 모두 포함해 1년에 본인부담금 총액 한도를 100만 원으로 정하면 어떨까? 기적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의 추계에 따르면, 2012년 현재 건강보험재정에 약 14조 원 추가하면 이 기적을 이루어낼 수 있다.

추가재원이 필요하다. 국고지원 사후정산제도를 도입하여 정부가 법적으로 약속한 그대로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를 제대로 낼 수 있도록 강제하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하여 금융소득과 임대소득에도 보험료를 부과하고, 보험료의 상한을 인상하거나 폐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재정의 주된 재원이 건강보험료이기 때문에 건강보험료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건강보험료를 30% 정도 더 내자! 그러면 가입자의 보험료, 기업의 분담금, 정부의 지원금이 동시에 30% 가까이 오르게 되어, 가입자가 14.2조 원의 약 절반인 6.5조 원을 기업이 4.4조원을 그리고, 정부가 나머지 3.3조원을 추가로 책임지게 된다.

2001년에 보험료를 20% 인상한 적도 있었다. 그 때보다 10%를 더 늘리면 된다. 이를 국민 일인당으로 계산하면, 현재 부담하고 있는 건강보험료에 월 평균 11,000원 내외를 추가로 부담하는 꼴이다. 가구당으로 계산하면, 월 평균 약 28,000원 내외를 추가 부담하면 된다. 물론, 국민 일인당 11,000원, 가구당 28,000원도 적은 돈은 아니다. 이것은 전체 국민의 평균 개념이어서 기존에 건강보험료를 많이 내던 사람들의 불만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매월 적게는 수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씩 내고 있는 민간의료보험료를 생각해 보라. 민간의료보험료로 매달 꼬박 꼬박 빠져나가는 돈의 일부만을 떼어서 건강보험료로 내면 된다. 오히려 90% 이상 대부분의 가계에서는 돈을 버는 일이다. 민간의료보험 없이도 치료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온 국민 완전건강보장'의 새 세상이 가능하다.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효율적이고도 정의롭다.

이제 10월부터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가 내년도의 건강보험료와 보장성 수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서 11월에 결정할 것이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지금처럼 다음 해 의료비 지출의 자연증가분 정도를 따라잡는 수준에서 국민건강보험료를 적게 내고 높은 의료비 부담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그래서, 개별적으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여 가계의 부담을 키울 것인지, 아니면 국민건강보험료를 지금보다 30% 정도 더 내고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함으로써 더 이상 민간의료보험료를 내지 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여야 정치권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요구해야 한다.

▲ ⓒ뉴시스

/김철웅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충남대학교 교수

2012년 5월 1일 화요일

다시 시동 걸린 의료민영화, 그들의 노림수는?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01일자 기사 '다시 시동 걸린 의료민영화, 그들의 노림수는?'을 퍼왔습니다.
[복지국가SOCIETY]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진출과 의료민영화

2012년 4월 17일 국무회의에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경제자유구역법)'의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원래 경제자유구역법은 김대중 대통령 때 제정된 것인데, 진보 개혁적 학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때 청와대 주도 하에 경제자유구역법의 개정을 거듭함으로서 외국인 영리병원의 설립을 허용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행령을 개정하여 외국인 영리병원 설립의 구체적 사항을 명시함으로써 외국계 병원이 우리나라 6개 권역의 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병원사업을 할 수 있도록 구체화한 것이다.


지식경제부에 의하면, 병원 개설의 허가권자인 보건복지부가 6월에 보건복지부령을 시행하면 인천 경제자유구역(송도)에 600병상 규모의 영리병원이 설립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법'에 근거하여 의료인 개인과 비영리법인만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경제자유구역에 국한하여 최초로 우리나라에 영리법인 병원이 생길 예정이다.


영리병원의 건립비용은 약 6000억 원인데,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기 1년 전인 2011년 3월 22일에 이미 투자자를 선정하였다. 당시 선정된 투자자는 일본의 대표적인 증권사인 다이와증권(Daiwa Securities Group)의 계열사인 다이와 시크릿티즈 캐피탈 마켓스(Daiwa Securities Capital Markets), 삼성증권, 삼성물산, KT&G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컨소시엄이다. 당시 계획으로는 총사업비의 절반인 3000억 원을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대여하기로 합의하였고, 이 중 500억 원을 특수목적법인 설립 자본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이 당초 계획한 일정보다 다소 늦어지기는 했지만, 1년 전에 예정된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설립되는 외국 의료기관은 외국인 투자 유치의 활성화를 위한 정주 환경의 조성 차원에서 허용된 사항이므로 투자개방형 병원의 전국 확대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즉, 의료민영화 조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의료비 상승을 부추기지도 않으면서 외화벌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 환자의 진료만으로는 국민의료비의 증가는 없다. 왜냐하면 외국인이 국내에서 소비한 비용은 의료의 수출로 처리되어 국민의료비 계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식경제부의 주장대로 경제자유구역의 외국 의료기관이 외국인 환자만을 진료한다면 이 영리병원에 자본을 투자한 투자자들의 기대수익을 보장하기는 어렵게 된다. 그 이유로는 다음의 3개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외국인 환자 수가 너무 적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송도, 영종, 청라지구)에 거주하는 외국인 인구는 2011년 10월말 기준으로 1,912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병의원을 이용하지 않고, 의료비의 100%를 본인이 부담하는 영리병원을 이용할 리 만무하다. 600병상 규모의 영리병원이 완공 예정인 2016년까지 외국인 인구가 일정하게 늘기는 하겠으나 투자자들의 기대수익을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둘째, 투자자들에게 배당할 정도의 수익을 얻으려면 또 다른 의료수요를 찾아야 할 것인데, 이것이 용이하지 않다.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미용성형, 라식 등의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외 환자를 유치할 수 있겠지만, 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에 한해 비영리병원들도 환자의 소개, 유인, 알선 행위를 할 수 있으므로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2008년 기준 우리나라를 방문한 해외 실환자수는 27,400명이고 향후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모든 해외 환자가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을 방문한다고 하더라도 적자를 면하기는 어렵다.


셋째, 고소득자와 해외 원정 진료자 등 고급 의료욕구를 가진 일부계층의 환자를 흡수할 수도 있겠지만, 그 비중은 매우 작다. 한국은행의 서비스 무역 세 분류 통계에 의하면, 건강 관련 해외여행에 지급된 비용(카드결제 및 해외송금)이 2008년 현재 1,500억 원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많은 부분이 해외 원정 출산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어서 실제 우리 국민이 국내의료서비스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순수하게 고급 의료서비스의 충족을 위해 해외를 방문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이처럼, 외국인 진료와 건강보험에서 제외되는 고급 의료수요만으로는 영리법인 병원의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영리병원이 투자금 6000억 원에 상응하는 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자들과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어떤 노력을 경주할까? 아마도 법령을 추가 개정해서 영리병원이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바꿀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환자를 보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의료기관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투자자 소유 영리병원이 급성기 병상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보험자나 민간의료보험 가입자를 통해서가 아니었다. 1965년에 미국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공적 의료보험인 메디케어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는데, 미국 투자자 소유 민간병원은 메디케어에서 제공하는 기금을 성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1972년 미국 영리병원은 메디케어가 말기 신부전 환자를 보험급여에 포함하자마자 발 빠르게 영리 투석 의료기관을 설립하였고, 메디케어의 공적 의료보험 재정을 활용하여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1983년에 메디케어가 급증하는 의료비를 통제하기 위해 병원 의료비 상환방법을 후불방식의 행위별수가제에서 선불방식의 포괄수가제로 바꾸었을 때도 영리병원은 이익이 남는 환자들을 선별해서 진료함으로써 이익을 남겼다. 즉, 장기입원이 예상되는 환자는 피하고, 높은 평균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 질병의 환자만을 선별해서 진료하거나, 단순폐렴을 복합폐렴이라고 부정청구를 하였다. 이렇게 하려면 영리병원의 전담행정부서를 강화해야 했고 당연히 행정비용이 증가하였지만, 의료서비스의 질은 낮아졌다.


미국이 아닌 프랑스, 독일, 영국을 비롯하여 캐나다의 영리병원들도 재원은 공공재정을 통해 조달하되, 영리병원의 설립을 허용하여 의료서비스 공급에 경쟁 요소를 도입하였다. 그 결과를 보면, 내부시장 기제를 도입한 이후 영국의 행정비용은 급증하였고, 독일은 사회보험 운영에 경쟁 모델을 채택한 이후에도 행정비용이 급증하였는데, 그 증가율이 1992년부터 2003년까지 63.3%이었고, 의사들에게는 전에 없던 많은 서류 업무가 부가되었다.


한국의 영리병원에 투자한 투자자들도 영리병원이 일정한 수익을 확보하기까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 영리법인 병원에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면, 이들 병원은 건강보험 환자를 병원 수익의 기본 원천으로 삼고, 돈이 되는 값비싼 영리 환자도 보고,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더욱 개발함으로써 건강보험 환자를 상대로 수익을 높일 것이다. 이에 따라 평균 진료비가 증가할 것이고, 결국에는 고가의 실손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 사람들만 영리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영리병원은 확보된 투자 자금으로 좋은 시설과 장비, 유능한 의사를 갖추었기 때문에 기존의 비영리병원에 비해 우월한 조건을 가지고 건강보험 환자를 확보할 수 있다. 이후 국민건강보험 진료보다 3배 또는 5배의 의료수가를 받아도 될 만큼 고급화에 성공하게 되면 그때 가서 서서히 국민건강보험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영리병원 진료비의 상당부분을 보상해주는 맞춤형 민간의료보험과 짝을 짓고 가장 영리적인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유럽 선진국들에서도 영리병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국가의료제도는 의료서비스의 공급과 재정 모두에서 공공부문이 압도적 우위를 지킴으로써 의료이용의 형평성을 충분히 달성한 가운데, 일부 영리의료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영리부분은 국가의료제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할뿐더러 국가의료제도의 공공성에 미치는 악영향도 거의 없다. 유럽 선진국에서 영리의료는 공공의료를 일부 보완하는 역할이나 틈새시장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는 데 그치고 있을 뿐, 국가의료제도의 공공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국민건강보험의 의료수가를 통제하는 것 이외에 보건의료자원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거의 다 풀려있다. 공공병원의 병상 비중이 9%에 불과하고, 기본적으로 민간의료 중심의 의료공급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의료인력, 시설, 장비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의료시장의 진입이 용이해서 매년 그 숫자가 증가하고 있고, 국민의료비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리법인 병원이 민간의료보험과 짝을 이루게 되면 대규모 자본이 투자된 영리병원을 정점으로 하는 병원의 서열화가 일어날 것이다. 또한 이들 최고급 영리병원의 값비싼 의료비와 함께 기존의 비영리병원들도 돈벌이 중심의 비급여 진료를 확대함으로써 국민의료비의 폭등을 불러올 것이다. 결국 의료이용의 계층화와 양극화의 심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의료는 대표적인 사회서비스로서 모든 국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공공적 영역이다. 세계적 경험을 보더라도 미국을 제외한 모든 선진국들이 그렇게 해오고 있다.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가의료제도의 민영화를 초래할 영리병원의 설립이 아니라, 의료공급과 의료재정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하여 현재 부족하고 부실한 공공병원을 적극적으로 확충하고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의 평균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다.


▲ ⓒ프레시안(김윤나영)

김철웅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충남대학교 교수

2012년 2월 7일 화요일

의료민영화 '괴물'은 언제든 되살아난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07일자 기사 '의료민영화 '괴물'은 언제든 되살아난다'를 퍼왔습니다.
[복지국가SOCIETY]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평가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정부와 한나라당 쪽에서 영리법인병원 추진을 줄기차게 주장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영리법인병원 추진이니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니 하는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조차 평생맞춤형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주요내용으로 포함하는 복지국가를 실현하겠다고 하는 판이니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표 떨어질 이야길 일체 삼가는 상황이고, 청와대나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되지도 않을 이야기를 해봐야 득이 될 것이 없으니 입을 다물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한미 FTA를 통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와 경제특구의 레칫 조항과 같은 의료민영화 추진의 중요한 수단 하나를 확보하기는 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야심차게 추진한 의료민영화 관련 법·제도의 변화는 제대로 이루어 낸 것이 없는 실정이다. 국민적 우려와 반발 때문이었다. 이 문제를 굳이 이 시점에서 제기하는 이유는 다음 정부에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 개개인을 못 믿어서라기보다는 참여정부에서 시작하여 이명박 정부까지 의료민영화 추진이 지속되고 있는 데에는 무시하기 어려운 이유와 배경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평가에 앞서 우선 그 배경부터 짚어보자.

일련의 의료민영화 추진 흐름은 전 지구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보건의료개혁의 한국판 버전으로서 자유주의 세력을 포함한 한국사회의 우파가 주도한 의료개혁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의료민영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내수 활성화가 불가피한 상황 때문이다. 과거 선진국의 경험을 놓고 볼 때 이러한 국면에서 취한 대응방식은 유럽식 복지국가 전략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보편적 복지의 확대와 미국식 금융·의료·교육산업 육성 전략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우리의 경우 2000년대 초반이라는 구체적 시점에서 미국식 모델을 본격적으로 선택한 결과가 지난 10여년의 의료민영화 추진 논란으로 이어져온 것이다. 청와대와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정부 당국은 일련의 의료민영화 조치들을 통해 자본시장의 여유 자금을 의료시장으로 유입시켜서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고자 시도 한 것이다. 즉,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합법화와 의료비 재원 조성과 배분을 담당하는 민간보험회사의 활성화가 그 요체였다.

이 두 가지 조치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국민건강보험의 근간이 훼손될 것이란 점에서 '의료민영화'라 명명되어 왔던 것이고. 그 어떤 집권 세력이든지 청와대 입성 후 가장 절실한 국정운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손쉬운 수단을 외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안타깝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이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았고, 웬만한 지금의 웬만한 여야 정치인들도 결코 예외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판단이다.

둘째,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과 의료 관련 기업들이 의료시장에 들어와서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설립하거나 기존 의료기관을 그 산하로 인수하여 돈을 벌고, 동시에 보험회사를 통해 의료보험상품을 보다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기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갖고 있다. 직접 투자자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들도 비슷할 것이다. 이들이 갖는 정치사회적 영향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인천 송도에 삼성이 직접 투자하고 운영하는 영리법인병원 설립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란 소식이 계속되고 있는 데, 이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셋째, 현재의 국민건강보험 저수가 체계와 과도한 경쟁에 지쳐하는 의료계 일각의 의료민영화 추진 흐름이다. 병원 운영자 입장에서 보면, 치열한 환자유치 경쟁 구도 속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투자가 절실한 상황인데, 영리법인병원 합법화는 이러한 갈망에 들어맞는 정책 대안이다. 개원가를 중심으로 해서는 영리법인병원 합법화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계기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를 흔들어 수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거나 수익이 높은 민간의료보험으로 갈아타려는 의도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일부이지만 영리법인병원을 통해 본격적인 돈벌이에 나서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넷째, 소위 의료관광으로 대표되는 개발도상국의 영리법인병원 성공사례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의료산업 선진화를 통한 국부 창출론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의료를 통한 수출 증대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확산되었다. 태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도 의료로 달러를 벌어들인다는데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단순 논리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러한 인식이 한국사회 주류의 인식을 장악해 나가면서 영리법인병원 허용과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로 대변되는 의료민영화 추진방향이 자연스럽게 대세로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다.


 ▲ ⓒ뉴시스

이 네 가지 흐름과 요인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최근 10여 년 동안 '의료선진화'를 명분으로 한 우파적 의료개혁 흐름이 맹위를 떨쳤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그들이 추진한 의료개혁의 성과가 기대보다 변변치 못했던 것일까? 왜, 국민적 반감과 저항에 부딪치게 된 것일까? '신자유주의 의료개혁이기 때문에' 식의 추상적이고 이념적인 주장만으로는 제대로 설명하기도 어렵거니와 설득력도 떨어진다.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가장 큰 이유는 의료시장을 통한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비용 부담을 국민에게 요구하고 전가시키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누군가 의료비를 더 부담해야만 의료를 통해 내수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하느냐이다. 의료민영화 추진론자들의 논리를 따라가 보면 그 부담주체는 국내 환자와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환자이다. 국민들에게 돈 더 내라는 이야기는 꺼내기가 어려웠는지, 열심히 해외환자 유치를 통한 국부창출 논리만 더 큰 소리로 되풀이 해댔다.

이 대목에서 의료를 통한 내수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대표적 사례인 미국의 경험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는데, 미국은 그 비용을 기업과 세금을 매개로 국가가 부담해 왔다는 점에서 우리와 차이가 있다. 미국 의료체계가 본격적으로 상업화하기 시작한 1970년대 중반 이전부터 미국 의료비의 대부분을 기업과 국가가 부담해왔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미국 내수의 버팀목으로 성장해 올 수 있었다. 지금에야 너무 비대해지고 낭비적인 탓에 국가와 기업들이 그 비용의 적지 않은 부분을 국민들에게 전가시키면서 반발과 저항이 고조되고 있지만. 만약 미국에서도 우리나라처럼 1970년대 중반 무렵부터 국가와 기업이 국민들에게 내수산업 육성과 일자리창출을 위한 추가 비용을 온전히 국민들에게 요구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둘째, 정부 당국과 기업에서 내수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비용 부담 주체로 상정한 해외 환자들의 규모가 국가의 미래 전략산업으로 간주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하다는 점이다. 2010년부터 해외환자들이 국내에서 쓰고 간 돈이 1,000억 원을 넘기 시작했다. 한류 바람이 뒤를 받쳐주고, 최소한 지난 5년간 정부와 민간에서 정말 열심히 일한 성과가 이렇다. 국내 유명 아웃도어 기업(섬유산업) 한 곳의 매출액이 같은 해 1조 5천억 원을 넘긴 것에 비하면 한 국가의 전략산업이라는 말이 무색한 지경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의료관광 산업의 성공은 누가 더 저렴한 임금과 비용으로 보다 질 좋은 서비스를 제시할 수 있는가에 의해 좌우된다. 개도국에도 공부 잘해서 미국이나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교육받고 수련 받은 우수한 의사들이 있고, 이들이 영리법인병원을 매개로 양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선진국 의료소외계층들에게 제시하기 때문에 의료관광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경쟁 원리가 섬유산업이나 신발산업과 똑 같다. 이러니 우리의 인건비와 부대비용 수준을 고려할 때 우리가 차지할 수 있는 시장의 파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나마도 해외 환자를 대상으로 '메디컬 코리아!(Medical Korea!)'라는 입소문을 제대로 내기 위해서는 기존 공간과 분리하여 병원시설의 일부라도 미국식 병원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곳을 갖추고 해외 환자를 맞이해야 한다. 물론 동남아 국가 대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가격도 어느 정도 이상으로 착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병원을 찾는 해외환자 규모로는 적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그 어떤 병원도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국내를 찾는 환자들도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분산되고 있어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투자 전망도 난망한 실정이다.

외국의 경험으로 볼 때 해외환자를 끌어들이는 원리도 국내환자 유치와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찾는 환자가 소수지만 서비스가 좋고 가격 경쟁력도 있으면서 치료 결과가 좋아야 좋은 입소문이 나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환자도 늘어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정 단계로 올라서는 데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인데, 소리만 요란했지 내실 있는 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지도 못한 실정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해외환자 유치사업에 대해서는 그 규모와 실상에 걸 맞는 대접을 해 주어야 하며, 새로운 기조 속에서 기존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사업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방향과 전략의 수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셋째, 의료선진화로 칭하든, 의료민영화로 칭하든 간에 그 실체가 의료개혁 담론으로서의 완결성이 낮았다. 내수 경제의 활성화, 일자리 창출, 해외환자 유치를 통한 국부창출과 같은 정책 추진의 명분은 있었지만, 복잡하게 얽힌 의료제도의 난맥상을 관통하는 논리가 부족했기 때문에 설득과 동의를 구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넷째, 모순이 심화되는 미국 의료제도의 실상이 국내에 적극적으로 소개되면서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우연히도 2008년 초 국내에 소개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영화 식코(Sicko)를 비롯하여 미국 의료제도의 실상을 체험한 무수한 사람들이 쏟아내는 처참한 실상들이 국민적 각성과 반발의 촉매제 역할을 하였다. 더불어 2009년을 관통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의료개혁 논란도 적지 않은 자극제가 되었다.

다섯째, 의료민영화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 분화와 의료계의 일관된 지지 확보 실패 탓도 적지 않았다. 환자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울 소재 초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시장으로 외부 자본이 본격적으로 영입되었을 때 나타날 양상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재래시장에 미친 영향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의료계의 입장에도 일정한 분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윤리적 측면에서 미국식 의료제도로의 변화를 원치 않는 의료계의 정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추진은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문제는 차기 정부가 취할 기존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평가와 정책 방향이다. 복지국가 실현을 너도 나도 이야기 하는 속에서 의료민영화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울 정당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과거 집권세력으로 일정한 책임이 있는 탓에 아마도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평가나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청와대 입성 후에도 이러한 기조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외 경제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고, 내수경제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며, 보건복지 분야에서 일자리를 늘리고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증세와 전달체계 혁신을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5년 임기 안에 일정한 성과를 도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와중에 자본주의 고도화에 따른 서비스 산업 육성을 통한 내수 확장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되면서 의료민영화와 의료선진화 담론이 어떤 식으로든 국정과제로 부상할 여지는 남아 있다. 집권세력을 둘러싼 정치적 역관계의 변화와 재벌을 필두로 한 대기업과 보수언론의 영향력, 강고한 보수 지지층을 고려할 때 더욱 그렇다.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2012년 정치공간에서 의료민영화 추진에 대한 활발한 평가, 논쟁, 그리고 적극적인 대안 모색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의료민영화는 최근 여야가 경쟁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포함한 '복지국가'와는 상극의 위치에 놓여 있다. 우리는 지금 의료민영화가 아니라 의료공공성을 획기적으로 확충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역동적 복지국가로 가자는 게 우리의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박형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제주대학교 교수

2011년 12월 5일 월요일

[기고]한미FTA와 김종대 이사장, 위협받는 건강보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2-04일자 기사 '[기고]한미FTA와 김종대 이사장, 위협받는 건강보험'을 퍼왔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 정책실장 송상호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임 이사장은 지난 달 16일 취임식에서 "재정을 통합했으면 보험료 부과 기준도 단일화해야 한다는 기본적이 생각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한미FTA 법안의 여당 날치기 통과와 이명박 대통령의 서명. 우리나라의 경제, 보건, 의료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미국의 원칙과 기준에 의해 합법적으로 이식되는 순간이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서 한미FTA가 끼칠 악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자유․시장적 논리가 가장 강력하게 지배하는 국가다. 이는 건강보험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미국은 OECD국가 중 유일하게 전체 국민을 커버하는 공적 의료보험이 없는 국가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민간의료보험 상품에 가입해야 하며, 보험료는 가구당 월평균 150만원에 이른다. 그리고 값비싼 보험료 때문에 6천만명이 무보험자다. 또한 개인파산 신청의 첫 번째 이유가 의료비 때문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30조원 규모의 민간보험시장, 이미 기형적으로 비대화

민간의료보험의 천국인 미국을 제외한다면 우리나라처럼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기형적으로 거대한 국가는 없다.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규제도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민간의료보험 규모를 30조원 정도로 파악한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 때문이다. 큰 병에 걸리면 본인 부담이 너무 높아 불안하기 때문에 너도나도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있다. 유럽 선진국들의 경우 본인부담은 전체 진료비 중 10% 안팎이다. 때문에 굳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고 민간의료보험 시장도 성형, 요가 등 극히 제한적이다. 

정부는 한미FTA 협정에서 건강보험은 사회공공부 서비스로 유보했기 때문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민간의료보험은 금융분야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 민간의료보험사가 정부의 정책 즉, 보장성 강화 등으로 상품판매에 장애가 생길 경우 투자자 국가 제소제도(ISD)를 통해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건강보험에서 미국과 우리의 기준은 확연히 다르다. 암에 대한 보장성을 대폭강화하면 암보험 시장이, 중대상병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면 이른바 중대상병 보험(CI 보험)의 시장이 대폭 축소된다. 이 경우 한미FTA 협정에 따라 보험회사들이 시장 축소를 정부의 간접수용으로 간주하여 투자자-정부제소 제도에 호소하고 보장성 강화를 막으며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 2009년 미국의 영리병원 기업인 ‘센츄리온’(centurion health)기업을 대표해 멜빈 호워드(Melvin Howard)는 캐나다정부가 자신의 기업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캐나다 정부를 북미FTA(NAFTA)의 ISD를 통해 국제중재재판에 제소했다. 센츄리온 기업은 캐나다 연방법이 캐나다 정부가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과 무상인 건강보험서비스를 시행하도록 규정해 센츄리온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는 정부가 결정한 의료비 외에 환자에게 별도의 의료비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와 동일한 것이다. 즉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도 ISD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일보조차 비판한 부적격자, ‘MB 낙하산’ 김종대 이사장

이러한 한미FTA 논란 속에 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이 11월15일 전격 취임했다. MB가 아무리 막가는 보은인사를 해왔어도 그 조직을 끝까지 부정한 인물을 조직의 수장으로 앉힌 사례는 없었다. 대부분의 언론, 심지어 조선일보조차 사설에서도 부적격자라고 비판했지만 MB는 임명을 강행했다. 김종대 신임 이사장은 현재 공단에 대해 일관되게 의료시장주의 세력들과 동일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민영화와 분권화를 주장했으며, 현재의 공단이 위헌이니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어떤 언행에서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 대목은 찾아볼 수 없다. 

60%에 불과한 낮은 보장성은 영리병원 설립과 민간의료보험 확대로 대표되는 의료민영화의 가장 큰 자양분이다. 정당․노동․시민단체가 한결같은 목소리로 김종대의 이사장 임명을 반대한 이유이다. 우리나라 사회보험 중 유일하게 성공한 제도로 평가받는 건강보험이 머지않은 미래에 어떻게 피폐해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사회보험지부 지난 2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김종대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 정책실장 송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