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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6일 화요일

무식한 홍준표 "의료보험은 박정희 좌파정책"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4-15일자 기사 '무식한 홍준표 "의료보험은 박정희 좌파정책"'을 퍼왔습니다.

골수보수 비스마르크가 도입한 의료보험이 좌파라니...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5일 "공공의료는 박정희 대통령 때 의료보험이 도입되면서 출발한 좌파정책"이라고 주장하며 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도 색깔공세를 폈다.

홍 지사는 이날 도청에서 열린 실·국장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며 "공공의료를 빙자한 강성노조의 저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는 공공의료보다 서민의료정책을 수립해 전개해야 한다"며 "앞으로 가난하고 불쌍하고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는 사람들을 위한 서민의료 대책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홍 지사가 이처럼 1977년 의료보험을 도입한 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까지 색깔공세를 펴고 나선 것은 박근혜 정부가 자신의 진주의료원 폐원에 반대하며 즉각 철회를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인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은 홍 지사를 만나 진주의료원 폐원에 반대하며 홍 지사가 고집을 꺾지 않을 경우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겠다고 통고했다.

박 대통령도 홍 지사의 폭주에 대해 대단히 불쾌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홍 지사가 박정희 대통령의 좌파 경력을 겨냥해 이같은 비난을 폈는지는 모르나, 의료보험은 그의 주장처럼 좌파가 만든 게 아니라 우파가 만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의료보험은 독일제국 '철혈 수상'이었던 비스마르크가 1883년 도입한 것이 효시다. 비스마르크는 의료보험 도입을 시작으로 1889년까지 산재보험을 도입하고 나중에는 연금보험까지 시행했다.

골수보수이자 철권통치자인 비스마르크가 이처럼 일련의 복지제도를 도입한 것은 독일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하지 않았다가는 당시 유럽 전역을 강타하던 노동자들의 공산주의 혁명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7년 의료보험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급속한 산업화는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했고 노동자를 위시한 약자층의 사회적 불만을 급속 고조됐다. 이에 박 대통령은 독일에서 재정학을 공부한 뒤 서강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던 김종인 교수를 불러 조언을 구했고, 김 교수는 의료보험 도입을 건의해 각료와 재계 등의 강력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의료보험을 도입하기에 이른 것이다. 당시 김 교수가 지난 대선때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선점해 박근혜 후보를 도왔던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이었다.

홍 지사는 툭하면 자신의 반대진영 인사들에게 색깔공세를 폈던 인사로 유명하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 더 나아가 독일의 비스마르크에게까지 빨간 딱지를 붙인 것은 '오버'를 넘어서 '무지'일 뿐이다.

박태견 기자 

2012년 6월 7일 목요일

진료비 싸진다는 포괄수가제... 솔직히 걱정됩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06일자 기사 '진료비 싸진다는 포괄수가제... 솔직히 걱정됩니다'를 퍼왔습니다.
[주장] 의료 재정에 대한 고민 없이 진행되는 정책결정

며칠 전 의사협회로부터 전자 메일을 통해 공문이 도착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시간부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탈퇴합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공문에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아래 '건정심') 위원회 구성의 불합리함과 그로 인한 이번 포괄수가제의 강제 표결 통과를 앞두고 의사협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으로 '2012년 5월 24일'이라는 날짜로 끝을 맺고 있다. 이번 포괄수가제 확대 조치를 결정한 건정심은 2012년 5월 30일에 열렸으므로 사전 엄포의 의미와 의사협회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다고 볼 수 있다. 

포괄수가제와 행위별수가제, 어떤 것이 좋을까

▲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도 발전방안 연구(충북대·서울대 산학협력단, 2009)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도자료

국민들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해당 병의원에서는 진료비 수입을 얻게 된다. 거기에는 행위별수가제, 포괄수가제, 인두제, 총액예산제, 봉급제 등의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외래 중심의 동네 의원에 대해서는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일정한 수의 가입자가 특정 의료공급자에게 등록하고, 의료공급자는 진료비를 등록자당 일정금액을 지불받는 방식)가 적용되고, 수술 및 난위도 높은 치료를 하는 병원급에 대해서는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행위별수가제는 진료 행위에 따라서 진료비가 달라지는 것인데, 충수돌기염(맹장염) 수술을 하더라도 투여한 약이나 재료, 입원 날짜에 따라 진료비가 달라진다. 포괄수가제는 세세한 구분 없이 같은 수술에는 일정한 비용을 적용하는 것이다.

정부를 비롯한 일부에서는 포괄수가제가 더 훌륭한 제도인 것처럼 말하지만, 두 가지 방식 중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더 우월한 정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행위별수가제에서는 의사들이 필요한 치료 방법을 더 적용하려고 해 더 나은 재료나 수술 방법을 쓰게 돼 환자들로부터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진료비가 거기에 따라 올라가므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포괄수가제에서는 치료 방법이나 재료에 구분 없이 일정한 진료비가 적용되므로 진료비 상승 요인을 줄일 수 있고, 환자들은 진료비가 얼마인지 항상 알 수 있어서 편리하다. 하지만 획일적인 치료 방법이나 재료를 사용하게 돼 자칫 치료의 수준이 낮아지거나 부작용에 대한 대처를 하기 힘들 수 있다. 더욱이 병원에서는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싼 재료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폐기해야 할 치료도구들을 소독해서 재사용하는 일이 빈번할 것이다.

이러한 장단점에도 정부는 이용의 편리함과 의료비 상승 억제라는 명목만으로 포괄수가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2012년 7월 1일부터 확대적용하려고 한다. 사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이미 7개 질환에 대해서 시범사업을 통해 많은 의료기관에서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그것을 확대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느꼈던 것 같다. 7개 질환에 대한 수술에는 편도수술, 제왕절개술, 자궁적출술, 탈장수술, 항문(치질)수술, 충수절제술, 수정체수술을 말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고 수술기법이 비교적 어렵지 않거나 표준화된 것들을 말한다.

포괄수가제, 의사들은 왜 반대할까

▲ 대한의사협회의 기자회견문. 이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한의사협회는 "이것은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라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포괄수가제의 확대는 절대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대한의사협회 갈무리

정부의 홍보대로 의료비 상승을 낮출 수 있고, 국민들이 수술 치료비를 알기 쉽게 돼 편리하다면 이번처럼 의사협회는 왜 반대를 하는 걸까.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들 이면에 복잡한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어느 정부든지 의료정책을 펼치면서 재정 계획을 충분히 확보하거나 계획을 발표한 적은 없었다. 그것은 진보적 정부이든 보수적 정부이든 관계 없었다. 김대중 정부에서의 의료제도 개혁이나 일차의료제도 안정화 노력에는 재정이 없었고, 박정희 정부의 전국민건강보험 실시 때는 오히려 의료 수가를 줄여버렸으며, 김영삼 정부 시절에 주치의제도 시행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거기에 합당한 재정 계획은 없었다. 현재의 이명박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도 의료 정책을 많이 발표했지만, 제대로 된 재정을 수립하지 않고 발표만 하면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일관했다.

모든 나라에서 의료정책을 새로이 실시할 경우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2006년 주치의제도(Preferred Doctor Scheme)를 처음 도입할 때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동네의원 의사들의 수입을 보장해 주면서 시작할 수 있었다. 영국에서는 일차의료 전담의(GP)들의 질을 높이고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의료재정을 확대했고, 의사들의 수입을 보장해줬기 때문에 지금의 영국 1차의료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재정 계획 없이 발표만 하는 정부의 의료 정책이 문제

이번 포괄수가제의 문제는 반대 논리로 내세우는 진료의 질 저하 우려나 의료기술의 발전 저해라는 것보다는 사실 거기에 들어가는 의료재정을 확보하지 않고 제도를 바꾸려는 것에 있다고 봐야 한다. 심장 수술 못 하는 흉부외과, 분만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가 늘어가는 한국의 의료 현실. 힘들고 어려운 의료는 피하려는 형국은 의사들의 태도도 문제이지만, 지금 더 중요한 문제는 적절한 의료재정에 대한 고민이 없는 정부의 정책결정 방식이다.

포괄수가제는 의료비를 완만하게 만들고, 국민들에게 유용한 의료제도임에 분명하다. 의사들도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을 보면서 불안해 하고, 반발하는 것이다.

이번 포괄수가제는 앞으로 이어질 병원 진료나 많은 수술들에 대한 확대가 예정돼 있다. 그러자면 분명히 정치권에서는 의료전달체계와 일차의료 개선과 더불어 의료재정을 적재적소에 어떻게 들여야 할 것인지, 그리고 그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먼저 답을 만들어야 가능하리라고 본다.

아울러 의사협회도 더 이상 반대 논리로만 치닫지 말고 자신들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건강권과 안정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도 대승적으로 판단하기를 권한다. 오랫동안 의사들이 정부의 정책에 강제적으로 협조했던 것을 알지만, 의사들도 주체적으로 주치의제도나 1차의료 개선 방안에 대해서 이렇다 할 정책들을 내놓지 못했던 것도 문제가 아니던가. 긴 안목으로 정책 제안을 하면서 정부와 손잡고 국민의 건강을 더 높이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고병수 기자는 새사연 이사이며 현재 제주도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가정의학 전문의입니다.

 고병수 (sesayon)

2011년 12월 5일 월요일

[기고]한미FTA와 김종대 이사장, 위협받는 건강보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1-12-04일자 기사 '[기고]한미FTA와 김종대 이사장, 위협받는 건강보험'을 퍼왔습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 정책실장 송상호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임 이사장은 지난 달 16일 취임식에서 "재정을 통합했으면 보험료 부과 기준도 단일화해야 한다는 기본적이 생각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한미FTA 법안의 여당 날치기 통과와 이명박 대통령의 서명. 우리나라의 경제, 보건, 의료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미국의 원칙과 기준에 의해 합법적으로 이식되는 순간이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에서 한미FTA가 끼칠 악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자유․시장적 논리가 가장 강력하게 지배하는 국가다. 이는 건강보험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미국은 OECD국가 중 유일하게 전체 국민을 커버하는 공적 의료보험이 없는 국가다. 개인의 능력에 따라 민간의료보험 상품에 가입해야 하며, 보험료는 가구당 월평균 150만원에 이른다. 그리고 값비싼 보험료 때문에 6천만명이 무보험자다. 또한 개인파산 신청의 첫 번째 이유가 의료비 때문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30조원 규모의 민간보험시장, 이미 기형적으로 비대화

민간의료보험의 천국인 미국을 제외한다면 우리나라처럼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기형적으로 거대한 국가는 없다.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규제도 전무하다시피 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민간의료보험 규모를 30조원 정도로 파악한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 때문이다. 큰 병에 걸리면 본인 부담이 너무 높아 불안하기 때문에 너도나도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있다. 유럽 선진국들의 경우 본인부담은 전체 진료비 중 10% 안팎이다. 때문에 굳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없고 민간의료보험 시장도 성형, 요가 등 극히 제한적이다. 

정부는 한미FTA 협정에서 건강보험은 사회공공부 서비스로 유보했기 때문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민간의료보험은 금융분야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 민간의료보험사가 정부의 정책 즉, 보장성 강화 등으로 상품판매에 장애가 생길 경우 투자자 국가 제소제도(ISD)를 통해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건강보험에서 미국과 우리의 기준은 확연히 다르다. 암에 대한 보장성을 대폭강화하면 암보험 시장이, 중대상병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면 이른바 중대상병 보험(CI 보험)의 시장이 대폭 축소된다. 이 경우 한미FTA 협정에 따라 보험회사들이 시장 축소를 정부의 간접수용으로 간주하여 투자자-정부제소 제도에 호소하고 보장성 강화를 막으며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예를 들자. 2009년 미국의 영리병원 기업인 ‘센츄리온’(centurion health)기업을 대표해 멜빈 호워드(Melvin Howard)는 캐나다정부가 자신의 기업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캐나다 정부를 북미FTA(NAFTA)의 ISD를 통해 국제중재재판에 제소했다. 센츄리온 기업은 캐나다 연방법이 캐나다 정부가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과 무상인 건강보험서비스를 시행하도록 규정해 센츄리온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캐나다는 정부가 결정한 의료비 외에 환자에게 별도의 의료비를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와 동일한 것이다. 즉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도 ISD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선일보조차 비판한 부적격자, ‘MB 낙하산’ 김종대 이사장

이러한 한미FTA 논란 속에 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이 11월15일 전격 취임했다. MB가 아무리 막가는 보은인사를 해왔어도 그 조직을 끝까지 부정한 인물을 조직의 수장으로 앉힌 사례는 없었다. 대부분의 언론, 심지어 조선일보조차 사설에서도 부적격자라고 비판했지만 MB는 임명을 강행했다. 김종대 신임 이사장은 현재 공단에 대해 일관되게 의료시장주의 세력들과 동일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민영화와 분권화를 주장했으며, 현재의 공단이 위헌이니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어떤 언행에서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 대목은 찾아볼 수 없다. 

60%에 불과한 낮은 보장성은 영리병원 설립과 민간의료보험 확대로 대표되는 의료민영화의 가장 큰 자양분이다. 정당․노동․시민단체가 한결같은 목소리로 김종대의 이사장 임명을 반대한 이유이다. 우리나라 사회보험 중 유일하게 성공한 제도로 평가받는 건강보험이 머지않은 미래에 어떻게 피폐해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사회보험지부 지난 2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김종대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사회보험지부 정책실장 송상호

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김종대 '건보 해체' 책동 보며 쿠바를 읽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5일자 기사 '김종대 '건보 해체' 책동 보며 쿠바를 읽다'를 퍼왔습니다.
[윤재석의 '쾌도난마']

국민건강보험공단 신임 이사장이라는 자, 참 희한하다. 지구촌에서 가장 앞서 있는 대한민국의 선진 보건의료 시스템을 스스로 무너트리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집주인이 자기 집 담 허물려 흔드는 격.

김종대, 그는 지난 15일 건보공단 이사장 취임 일성으로 현행 통합 건강보험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대표적인 의보 시스템 파괴자다. 1989년 국회에서 통합 건보시스템이 통과되자, 당시 청와대 경제비서관이었던 그는, 노태우 대통령을 부추겨 거부권을 행사하게 한다. (☞관련기사 "김종대, 머리에 뿔난 거 맞거든?" 참조)

그 때문에 통합 건보시스템은 11년 뒤인 2000년 DJ 정권에서 시행된다. 그는 "헌재가 정신이상자 기관이 아닌 한, 100% 위헌 판결을 내릴 것"이라는 망언도 서슴지 않았다.
다음 달로 예정된 헌재 판결에서 '위헌'으로 낙착될 경우, 대한민국 건강보험은 지역조합과 직장조합으로 다시 쪼개진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비싼 돈을 지불하고 의보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그뿐 아니다. MB 정권은 의료 민영화와 영리법인 도입도 도모하고 있다. 거기까지 가면, 우리는 의료 후진국 미국의 전철을 밟아야 한다. 서민 대부분이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상위 10%만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호화판 의료 서비스를 향유하고 90%는 미국의 서민처럼 의료 혜택 사각(死角)에 놓이게 된다.

서가에 먼지 쓰고 있는 책 펼치다

문득 서가 한 귀퉁이에 꽂혀 있는 책 한 권에 눈길이 간다. (요시다 다로 지음, 위정훈 옮김, 파피에 펴냄). 무려(?) 6개월 전에 나온 이 책은 출간 당시 미디어의 관심을 별로 끌지 못했지만, 요즘 우리의 건보 시스템을 망가트리려는 세력이 준동하면서 다시 팔리기 시작했다는 풍설이 있을 정도의 노작(勞作).


▲ 피델 카스트로

이 책은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으로 사회주의 체제를 구축한 이래, 반세기 동안 미국의 가혹한 경제제재 속에서 가난에 허덕이는 카리브 해 연안의 빈국, 쿠바에서 실시되고 있는 지상 최고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해부하고 있다.

우선 패밀리닥터(가정주치의 시스템)로 불리는 1차 진료 전문의 제도. 나라에서 하숙비까지 댈 정도로 100% 무료로 의과대학 수업을 받고 배출된 이들은, 도시 변두리부터 두메산골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98%에 달하는 커뮤니티에 상주하며 쿠바 건강전선을 지킨다.

이들은 국민의 건강 파수꾼인 동시에 치료보다 예방을 위해 담당 환자들을 상시 돌보고 있다. 이들에겐 여권도 발급되지 않는다. 이들이 맡은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선 해외여행이 불가하다는 당국의 방침 때문이다.


▲ 다큐멘터리 <엘 메디꼬> 포스터

마을마다 상주하는 가정주치의

그런 상황은 지난 10월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다큐멘터리, 에도 잘 나타나 있다. 영화에서 가수를 꿈꾸는 가정주치의 엘 메디꼬는 스웨덴에서 온 제작자의 꾐에 빠져 해외공연을 시도하나, 예의 패밀리닥터 근무지 이탈불가 규정에 따라 여권발급을 받지 못한 채 좌절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
쿠바의 환자 대 의사 비율은 165명당 1명, 세계 1위다.
"복지의료는 국가의 책무이며, 모든 사람이 건강할 권리를 갖는다"는 1960년의 선언을 실천·실현한 것이다. 현재 미국의 유아 사망률은 1000명당 7명이지만, 쿠바는 6.2명이다.

다음, 암 치료부터 심장이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진료 행위가 전부가 무료로 이뤄진다. 참고로 미국에선 맹장수술에만 3000만 원이 들어간다. 미국 인구의 12%인 4300만 명에게 의료보험이 전무하다는 통계도 대비된다.

의료 시스템, 기술 모두 최상

뿐만 아니다.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는 쿠바 의료진은 세계 여러 나라의 환자들을 쿠바로 유인해 짭짤하게 외화벌이를 할 정도다. 그러나 미국의 극빈층에겐 무료 진료의 아량을 베풀고 있다.

바이오 공학의 연구에 박차를 가해 자체 개발한 항콜레스테롤제나 B형간염 백신은 세계적으로 그 성가를 인정받고 있고, 쿠바가 작성한 대체 의료 철학 기준은 유엔이 주요 5대프로젝트의 하나로 선택한 바 있다.
쿠바는 자체 개발 백신을 사용하는 빈국엔 로열티(기술특허사용료)를 받지 않는다. 대형다국적 제약사들의 악랄한 돈 챙기기와 대비된다. 이 모든 건 카스트로가 극빈의 국가 재정 상황에서도 과학과 의료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총체적 의료 시스템은 서방국가의 관심과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2001년 영국 하원 건강특별위원회는 쿠바를 방문한 후 작성한 보고서 '예방중시와 커뮤니티 의료에 토대한 의료제도'에서 쿠바의 선진 의료시스템을 극찬했다.
'지속가능한 개발' 개념을 제창한 그로할렘 브룬틀란트 전 노르웨이 총리도 "쿠바의 의료 시스템은 체계적인 복지의료를 향한 노력이 있고, 그것이 전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지구촌 전역이 쿠바의 인술 대상

쿠바의 인술은 국제적으로도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덮쳤을 때 쿠바는 1500명의 의사로 국제 의료봉사단을 조직했다. 하지만 미국은 쿠바의 호의를 거절했다. 쿠바는 이 의료단을 해체하지 않고 오히려 인원을 더 늘렸다. 히말라야 산중으로부터 남미의 정글까지 2만5000여 명에 이르는 쿠바 의사들이 68개국을 누비며 인술을 베풀었다. 무슨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구촌의 색안경은 이내 쿠바 의료진의 진정성에 의해 벗겨졌다.

쿠바가 시행하고 있는 '인간의 얼굴을 한 의술'의 근원은 어디 있는가. 바로 카스트로의동지인 아르헨티나 출신 의사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델 라 세르나.
그는 생전에 "단 한 명의 인간의 생명은 지구 상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의 전 재산보다도100만 배나 더 가치가 있다. 이웃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자부심은 높은 소득을 얻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축재(蓄財)할 수 있는 모든 황금보다도 훨씬 결정적으로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인민들의 감사의 마음이다"라는 어록을 남겼다.


▲ 체 게바라

쿠바 의료 기저엔 체 게바라 철학

그의 마음은 오늘날 쿠바 의사들의 마음속에 그대로 간직돼 있다. "(혁명가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한 의대생의 말은 울림을 준다.

저자는 공무원 시절 유기농 자급을 배우기 위해 쿠바 시찰을 나섰다가 의료 천국 쿠바의 진면목을 보고 이 책을 집필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는 쿠바의 앞선 농업 정책과 교육 정책 등에 관한 책을 내놓기도 했다.

주로 인터뷰와 사례 중심으로 쿠바 의료복지의 생생한 모습을 기술해 현장감이 돋보인다. 1959년 쿠바혁명 직후 의사의 3분의 2가량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열악한 상황이었던 쿠바가 어떻게 의료 선진국이 될 수 있었는지 파헤치면서 저자는 무상교육과 사회 분위기 등 다양한 측면을 취재해 책에 넣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한 권. (토머스 케이건 지음, 한상연 옮김, 부키 펴냄).

* 필자의 이메일 주소는 blest01@daum.net 입니다. 기사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 분은 주저말고 메일 보내주세요.



/윤재석 언론인

2011년 11월 24일 목요일

한미FTA 불복종 운동, 어떻게 벌일 것인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4일자 기사 '한미FTA 불복종 운동, 어떻게 벌일 것인가?'를 퍼왔습니다.
[한미FTA가 바꿀 농업③·끝] FTA로 끝 아니다. '자발적 민영화' 반대해야

태초에 한나라당의 날치기가 있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탄생했다. 그러나 박근혜 의원을 포함한 151명의 한나라당 의원들 중 한미 FTA 출생의 마지막 모습을 본 사람은 없다. 한미 FTA는 한번 생명을 얻으면, 쉬지 않고 거듭 탄생한다.

한미 FTA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그 증거는, 한나라당이 한미 FTA 날치기에 곧이어 날치기한 14개 법률 총 37개 조항이다. 이 법률들은 오로지 한미 FTA와 어긋난다는 이유로 끌려 나와 도매금으로 고쳐졌다. 그 안에는 한국의 우체국은 앞으로 새로운 보험 종류를 취급할 수 없다는 조항도 있다.(우체국 예금 보험에 관한 법률)

도대체 왜 우체국은 새로운 보험을 취급해서는 안 될까? 미국의 영리병원을 장악하고 있는 막강한 미국 민간 의료 보험의 영업을 위해서다.

위 14개 법률의 날치기는 끝이 아니다. 더 고쳐야 할 법령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약값을 올릴 독소 조항인, 의약품 시판 허가 시 특허 연계를 실제로 보장할 조항, 의료보험 약값 책정에 저항하는 미국 제약회사를 위한 약값 검토 절차 민영화 조항-이런 것들이 수없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한미 FTA는 끝없이 탄생한다. 쌀, 쇠고기 광우병 검역 등은 아직 분만 대기실 입장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미 FTA 자체가 탐욕의 무한 팽창을 위한 재생산 장치를 가지고 있으니, '관세 철폐의 가속화'를 위한 협의 의무가 이미 규정되어 있다(2.3조).

중국 봉쇄 'TPP' 가입 강요

위대한 탄생은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미국의 탐욕은 한미 FTA에 만족하지 않는다. 중국을 봉쇄하는 환태평양 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한국이 가입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한미 FTA 자체가 이미 미국의 'TPP' 전략의 디딤돌이다. 미국과 FTA를 하면서 'TPP'에 가입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국이 TPP에 가입해서 일본과 FTA를 하면 한국의 무역 흑자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묻고 싶다. 과연 박근혜 의원과 한나라당은 미국을 추종하는 것을 넘어서는 원대한 외교 통상 전략을 가지고서 한미 FTA를 날치기한 것인가? 어제 한미 FTA 환영 성명을발표한 대기업 중에서 중국 시장을 잃고 연명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가?

한미 FTA 불복종 운동

한미 FTA의 비극은 만족할 줄 모르고 끝없이 팽창하는 탐욕에 있다. 탐욕을 정화시켜 줄 시민 불복종 운동이 필요하다. 이른바 14개 이행법안부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왜 한미 FTA와 어긋난다는 이유로 터무니없는 법률을 만들어야 하는가? 14개 이행법 37개 조항은 시민과 소농의 공공복리를 보호하는가?

그리고 의약품 시판 허가 시 특허 연계 보장 법률을 제정하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 왜 식약청이 의약품을 허가할 때, 안정성과 유효성 외에 특허까지 판단해야 하는가?

또한 미국 제약회사를 위한 약값 검토 절차 민영화 조항을 만드는 것도 거부해야 한다. 도대체 왜 건강보험료 약값 책정에서 보험공단이 배제되어야 하는가? 물건의 값을 정하는 절차에서 물건을 살 사람을 배제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그리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골목 상권과 재래 시장을 획기적으로 보호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학교 급식에 우리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23일 저녁 서울 중구 시청광장 앞 도로에서 경찰과 대치 중이던 한미 FTA 비준동의안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집회 참여자들이 경찰이 쏜 물포를 맞으며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뉴시스

자발적 민영화 방침을 저지하는 운동

무엇보다도 전기, 수도, 가스, 의료보험, 우체국, 공항 민영화를 저지해야 한다. 자발적 민영화는 한미 FTA의 치명적 독을 몸속 구석구석으로 퍼지게 하는 모세혈관이다. 외국 자본이 공공부분을 장악하는 것이 민영화다. 한미 FTA는 한국 정부가 외국 자본과 체결한 민영화 계약을 어겼다는 이유로도 투자자 국제 중재(ISD)에 회부되도록 했다. 자발적 민영화 방침을 저지하는 운동은 한미 FTA의 탐욕을 줄이는 데에 효과적인 운동이다.

한미 FTA 시민 감시 운동

그리고 시민과 소농은 한미 FTA 자체를 감시해야 한다. 당장 한미 FTA 발효 과정부터 감시해야 한다. '이행법'이라는 명목으로 14개 법률 37개 조항을 날치기한 한국이다. 그런 한국은 과연 미국에 미국 법률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가? 한국 정부는 한미 FTA와 어긋나는 미국 법령을 파악하고 있는가?

시민과 소농은 감시해야 한다. 누가 투자자 국가 중재권(ISD)으로 한국의 공공정책에 도전하고 있는가? 그리고 끊임없이 한미 FTA관련 정보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한미 FTA의 최고 집행기관인 '공동위원회'의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한미 FTA는 폐기되거나 약한 것으로 재구성될 것

나는 결국 한미 FTA는 폐기되거나 약한 수준으로 재구성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칠 줄 모르는 탐욕의 끝은 사망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민과 대중의 끊임없는 참여와 각성의 성취물일 것이다. 총선과 대선 '한방'으로 한미 FTA가 폐기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농어촌 특별세와 지역 식품체계

원래 3회차인 이 글은 우리 농업의 대안을 토론하는 글이 되어야 했다. 한미 FTA 날치기 때문에 간략한 내용으로 대신한다. 매년 4조 원이 넘는 농어촌 특별세를 포함해서, 국민의 막대한 세금으로 소농을 탈락시키고 대농을 집중 지원하는 '농업 경쟁력' 이데올로기는 지난 20년 간 실패했다. 아무리 한국 대농의 경작 면적을 늘려 주더라도 미국과 호주의 대농과 규모에서 경쟁할 수 없다. 그리고 농산물 가격이 내려가는 한, 대농조차 농사를 지어 가계를 유지할 수 없는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4조 원인 넘는 농어촌 특별세를 대농 집중 지원이 아니라, 지역 농업을 지탱하는 '식품체계'를 위해 써야 한다. 식품체계란 소농이 소농으로 고립 단절되지 않고 시민과 지역사회와 연계되는 틀이다. 지금 농촌에서 가장 긴요한 것이다.

지역의 교육기관 그리고 복지 시설의 급식에서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아야 한다. 서울과 대도시 학교 급식도 연계 지역의 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하여 소농과 연계된 식품체계의 싹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지역의 소농 역량이 해체되지 않는 수준이 되도록 기초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야 한다. 소농 지역 사회가 해제되면 WTO가 인정하는 식량 안보는 불가능하다. 모순된 WTO 규정을 변경해야 한다.

소농이 어떤 방식으로 협동체를 결성하여 활동할 것인가를 소농들이 완전히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농업 협동체의 활동은 독점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소농들이 살아남아 지역사회의 주인이 되어야만, 지역의 농지와 물과 같은 지역 자원을 돌보고 통제할 수 있다. 농지를 모텔이나 아파트에 뺏기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에, 우리의 아이들의 아이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송기호 변호사 

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한미 FTA 발효시 약값 35% 오를 것"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1일자 기사 '"한미 FTA 발효시 약값 35% 오를 것"을 퍼왔습니다.
[토론회] "FTA 발효하면 건강·공공성 규제 무력화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이해를 따지는 공방이 날로치열해지는 가운데, 농업과 더불어 협정 발효 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분야로 꼽히는 건강·보건 부문의 유불리를 따지는 토론회가 열렸다.

21일 오전 서울 마포 사회보험노조 대회의실에서는 '한미 FTA, 의료민영화의 또 다른 이름' 토론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익히 주장해 온 바와 같이 한미 FTA가 의료·제약 산업에 대한 국가 규제를 무력화시켜 건강·복지분야를 약화시키고, 이는 궁극적으로 약값 상승과 건강보험 무력화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송기호 변호사, 신형근 건강 사회를 위한 약사회 정책실장, 이상윤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 장호종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원, 송상호 사회보험노동조합 정책실장이 참석했다.

발제를 맡은 우석균 실장의 주장을 중심으로 이들의 주장을 정리하고 토론회에서 언급된 해외의 실제 사례를 제시했다.


▲담배 제조회사도 규제에 따른 이익침해를 이유로 정부를 중재제판소에 끌고 갈 수 있다. 한미 FTA 발효 시 금연정책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뉴시스

금연 정책 집행 어려워져

한국은 수입 담배에 관세 40%를 부과하고 있으며, 국내 담배와 마찬가지로 광고와 판매를 제한하고 경고 문구를 표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 발효 시 15년에 걸쳐 관세를 점진적으로 철폐한다. 또 현재 시행 중인 정책 외 추가 금연 정책 도입이 어려워진다. 이는 한국 정부가 2005년 비준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과 충돌하게 된다.

실제 캐나다 정부는 로고나 트레이드마크를 달지 않고 표준화된 포장으로 담배가 판매되도록하는 단순포장 법안을 냈으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따른 제소 위협을 받았다. 지난해 필립모리스는 담배 포장지 앞뒷면의 80%를 건강 경고로 커버하는 등의 담배 규제 정책을 편 우루과이 정부를 제소했다.

약값 35% 오를 것

한미 FTA 반대론자들이 강조하는 대표적 독소조항인 의약품 허가-특허 도입 제도는 약값을 인상시킨다. 이는 의약품에 한해 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권을 주장할 경우 자동으로 특허 기간을 연장해주는 제도다. 미국에만 존재한 제도로,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들에 도입됐다. 특허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신약제조회사의 가격결정력이 강해져, 이로 인한 약값 상승이 이어지는 셈이다.

그나마 지난 2007년 미국의 신통상정책(New Trade Policy for America)에서 독소조항으로 규정됨에 따라, 미국과 FTA를 맺은 페루, 콜롬비아, 파나마 등은 이 조항을 삭제했다.

약가 결정 과정에 다국적 제약회사의 개입이 허용됨에 따라 의약정책의 공공성이 약화될 것 또한 뻔하다. 정부는 (제약회사의) 원심 번복권한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 별도의 독립적 기구는 정부의 약값결정이나 보험적용 결정과정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와 같은 기구 설립 절차는 한미 FTA가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미·오스트레일리아 FTA는 "독립적 검토절차를 둔다"고만 규정했으나, 한미 FTA는 독립적 이의제기를 위한 '별도의 기구(independent review body)' 설립을 규정하고, 이 기구를 정부와 별도로 둘 것을 상세히 규정해 두었다.

실제 '다국적 제약회사의 무덤'이라고 불렸던 오스트레일리아는 FTA 체결 이후 공공약품정책(PBS)이 붕괴되다시피 했다. 비용대비 효과를 따져 책정하던 약가 제도가 신약 약가 책정 시에는 적용되지 않도록 FTA가 규정했고, 이로 인해 특허약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제약산업 기반을 위축시켰다.

한미 FTA 발효 시 정부는 국내 제약산업이 입을 피해추산액을 향후 10년간 1조 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으나 이는 지나치게 축소됐다. 특허소송기간을 9개월로 잡았고 특허소송분쟁증가율도 국내제약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만을 근거로 잡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부는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따른 피해규모만 추산했다. 그러나 실제 약가 적정화 방안의 무력화로 인한 약값상승까지 감안하면 피해는 더 커진다. 정부 정책목표인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약가비중 기준으로 자체 계산 시, 한미 FTA에 따라 약값은 발효 전보다 35% 정도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기에도 적용

그간 미국이 맺은 FTA가 건강분야에 대한 규제완화를 의약품 등에만 규정한 반면, 한미 FTA는 최초로 의료기기까지 자유화 범주에 포함시켰다. 한·유럽연합(EU) FTA에서 의료기기가 협정 대상에 포함된 까닭 역시 한미 FTA 때문이다.

의료기기에 대한 정부 규제 완화는 의료비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속적으로 의료기기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실례로, 난청수술에 쓰이는 인공와우관은 20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제품이다.

최근 국내에서 각광받는 다빈치 로봇시술기기 등 첨단 의료기기가 한국에서 매우 빨리 도입됨을 감안하면, 의료기기 도입에 대한 규제 완화는 의료비 부담을 크게 늘릴 것이다.

영리병원 도입 못 막아


▲지난 4월 1일 오후 제주특별자치도청 정문에서 보건의료노조, 민주노총제주본부, 영리병원저지제주대책위가 '우근민 도정 규탄 및 제주영리병원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영리병원은 대구, 부산, 인천, 광양만, 당진 서산 등 황해안, 새만금 등 6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설립이 가능해진다. 한미 FTA 발효 시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 영리병원을 미래유보조항의 예외로 지정해 둬, 이들 지역에 대한 규제 조치는 이전으로 돌릴 수 없게 된다.

정부는 한미 FTA에서 한국의 보건의료제도는 예외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영리병원 규제가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에 비해 의료비 상승 요인이 크며, 필수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정부가 충북·강원 등 3곳에 경제자유구역을 추가 지정하려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전국에 영리병원이 들어서는 셈이다.

건강보험제도 무력화

건강보험제도는 분명히 투자자-국가제소제(ISD) 대상이 된다. 정부가 보건의료제도는 예외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건강보험제도가 보건의료제도에 속하는지 다른 협정문에 속하는 지는 한국 정부가 규정하는 게 아니라 국제중재재판이 결정하는 사안이다.

실제 지난 2009년 미국의 영리병원 기업 센추리온(Centurion Health)은 캐나다 정부가 기업이익을 침해했다고 ISD를 통해 캐나다 정부를 국제중재재판에 제소한 바 있다.

캐나다 연방법은 캐나다 정부가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과 무상 건강보험서비스를 시행토록 규정해뒀는데, 이에 따라 캐나다 정부가 정당한 기업이익을 침해했다고 센추리온은 주장했다. 결국 캐나다 연방법과 동일한 내용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도 ISD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한미 FTA로 인해 민간보험 규제가 어려워지고 건강보험이 무력화된다는 게 문제다. 한국 정부는 공공적 사회서비스는 포괄적 예외라고 강조하지만 아니다. 사회보장서비스, 건강보험은 미래유보조항에 포함돼 있는 게 사실이지만, 최소기준대우와 수용·보상에 대해서는 유보조항에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캐나다 뉴브런즈윅 의회는 2004년 4월, 보험료 인하를 위해 공적자동차 보험 도입을 주정부에 권유한 바 있다. 그러나 보험기업들의 ISD 제소 위협으로 이 제도 도입을 자체 철회했다. 공공보험의 보장성 강화가 약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민영보험 시장이 더 팽창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각종 분쟁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민영보험의 덩치가 커지면 그만큼 공공보험의 보장성은 더 위협받는다.

유해물질 규제 어려워져

1996년 9월 미국 에틸(Ethyl)사는 연료첨가제인 망간함유 휘발유첨가제(MMT) 수입을 금지한 캐나다 정부를 NAFTA 중재기구에 제소했다. 이 중재에서 캐나다 정부가 패소해, 캐나다 정부는 MMT를 금지하지 못하게 됐다. 이로 인해 캐나다 정부는 MMT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음에도 에틸사에 1900만 달러를 배상했다.

유해물질의 인체위험에 대한 규제의 경우, 규제당국이 이 위험도를 입증해야 하나 인체실험을 하기 쉽지 않으므로 매우 어렵다. 이에 따라 국민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지도 모를 유해물질을 규제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