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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1일 일요일

‘사장님’ 한국 의사 vs 독일 의사 ‘선생님’


이글은 한겨레21 2012-07-02일자 제917호 기사 ' ‘사장님’ 한국 의사 vs 독일 의사 ‘선생님’'을 퍼왔습니다.
[기획연재 ‘병원 OTL- 의료 상업화 보고서’ ⑦ 의사는 왜 ‘자영업자’가 됐나] 한국·독일 의사 비교로 살펴본 한국 의료계 사익추구적 토양… 의사가 되기까지 국가 지원 전혀 없는 시스템 근본 원인

연재순서
① 과잉진료 권하는 병원
② ‘가짜 원장’ 양산하는 병원들
③ 폐업하는 동네의원
④ 거대병원의 무한경쟁
⑤ 무너지는 공공의료
⑥ 의료사고, 상업화의 그늘
⑦ 의사는 왜 ‘자영업자’가 됐나

» 김응수 원장. 김명진 기자

 » 틸로 슈나이더 원장. 한주연 제공
과잉의료, 리베이트, 의료사고, 수술 거부….
왜, 언제부터 우리나라 의사들은 사고뭉치로 돌변했을까. 수많은 전문직 가운데 유일하게 선비 ‘사’(士)가 아닌 스승 ‘사’(師)자가 붙은 직업인이면서도 왜 의사들은 대부분 마땅한 존경을 받지 못할까. 왜 한국의 의사들은 ‘스승’의 위치에서 벗어나 저잣거리의 장사치를 자임하기 시작했을까. ‘병원 OTL’ 7회에서는 그 까닭을 풀이해보았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의사들이 자라나고 살아가는 토양을 파헤쳐보았다. 도대체 어떤 자양분을 먹었고 자랐기에 한국의 의사들은 이토록 타락하고 위축됐는지 그 영문을 알기 위해서다.
상대적인 분석을 위해서 한국과 독일의 의사를 한 명씩 호출했다. 한국에서는 서울 동작구에서 동네의원을 단독 운영하고 있는 김응수(43) 원장이, 독일에서는 옛 동독 지역의 도시 로스토크에서 동네의원을 공동 개원한 틸로 슈나이더(38) 원장이 나섰다. 둘 다 각자의 지역에서 건전하고 상식적인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두 사람에게 10개의 공동 질문을 던졌다. 두 나라 사이에서 토양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설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병수 새로의 도움을 받았다.

한 건물 병원 6곳 vs 병원수 지역별 제한

1. 일주일에 근무시간은?

김응수 원장(이하 김): 일주일에 60시간 조금 넘게 일한다. 3년 전부터는 수익을 늘리려고 화요일과 목요일에 야간 진료도 하고 있다. 월·수·금은 아침 9시~저녁 7시, 화·목은 아침 9시~밤 9시, 토요일은 아침 9시~오후 4시 병원 문을 연다. 환자가 오든 안 오든 영업시간을 늘리는 것이 병원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근무시간을 더 늘려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 주변에 개원하는 병원이 늘어 경쟁이 치열하다. 물론 방문진료는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틸로 슈나이더 원장(이하 슈나이더): 3명이 공동 원장이 돼서 병원을 운영한다. 의사 1명을 고용해 우리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수는 모두 4명이다. 보통 진료는 일주일 가운데 5일만 한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아침 8시~오후 4시에 근무한다.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에는 근무하지 않는다. 이날에는 방문진료를 할 때가 많다. 목요일엔 오후 1시부터 시작해서 저녁 7시에 끝난다. 바빠서 점심시간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근무 외의 시간에는 연수와 가족을 위한 시간을 만든다. 우리 의원은 잘 조직돼 있어서 근무량이 좀 적은 편이다.

2. 하루에 몇 명의 환자를 보는가?

김: (컴퓨터 모니터를 보여주며) 오늘 환자 49명을 봤다. 개원의 가운데서는 아주 많이 오는 편은 아니고, 그렇다고 적은 편도 아니다. 계절에 따라 찾아오는 환자 수는 변동이 있다. 대략 40~70명이 온다. 평균적으로 이 정도 수준이다. 환자 1명마다 진료하는 시간은 3~10분이다. 오래 진료하고 싶어도 환자들이 바쁠 때도 있다. 또 다른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마음이 급해져서 오래 진료하지 못한다. 당뇨병 환자들은 20분 정도 좀더 오래 이야기를 나누며 건강관리 방법 등을 두루 알려주고 싶다. 그렇지만 시간이 생각처럼 쉽게 나지 않는다. 안타깝다.
슈나이더: 오전에 20~35명, 오후에 20명 정도 진료한다. 그 가운데 몇몇은 정기적으로 검진하러 오는 경우다. 나는 환자 1명에게 10분 정도의 시간을 들이려고 노력한다. 이것도 불가능할 때가 종종 있다.

3. 병원들 사이의 경쟁은?

김: 10년 전에 개원했다. 그사이 건물에는 안과, 재활의학과, 이비인후과 병원 3곳이 더 생겼다. 지금은 한 건물에 병원만 6곳이다. 좁은 집에 가족이 꽉 찬 ‘풀하우스’다. 치과는 이웃한 건물 2곳에도 다 있다. 그러니 병원들은 완전히 자율 경쟁을 한다. 의사들은 알아서 벌이를 해야 하고, 책임도 각자 져야 한다. 동네의원은 동네슈퍼랑 처지가 비슷하다. 주변에 홈플러스나 이마트 등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밀려나게 된다.
슈나이더: 우리 병원이 위치한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에서는 의원 수가 지역마다 제한돼 있다. 그래서 개원할 수 있는 동네와 이미 의원이 포화 상태인 동네가 따로 있다. 의사가 포화 상태인 지역에서 개원하려면 의원 자리를 사야 한다. 물론 개원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그냥 개원할 수 있다.
1회 3800원 vs 1분기 10유로

4. 환자들은 진료비를 얼마나 내는가?

김: 기본적인 증상의 경우, 환자들은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을 때마다 3800원을 낸다. 그러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9090원을 채워 병원에 보상해주는 방식을 취한다. 물론 진단이나 치료 내용에 따라 비용은 다르다. 환자들은 치료를 추가적으로 받을 때마다 부가적인 비용을 낸다.
슈나이더: 환자는 분기마다 10유로만 내면 모든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말하자면, 환자 1명에 대한 총액예산제다(상자 기사 참조). 한 분기 동안에는 환자가 병원을 몇 번 찾아오든 상관이 없다. 주마다 의료보험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의료보험의 돈은 의사협의회에서 협상한 내용에 따라 의사들에게 배분된다. 이론적으로 보면, 분기마다 환자 1명꼴로 30~50유로의 수입이 생긴다. 어린이나 노인 같은 환자 진료에 대한 병원의 수입은 약간 더 많다. 2004년 총액제를 도입한 이후 의사들은 되도록 많은 환자를 받기 원한다. 한 분기 동안에는 일단 한 번 본 환자는 다시 안 오기 바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일부 전문의들은 다음 진료 예약을 다음 분기로 미루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보면 의사 수입이 그렇게 많은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의사들의 수입은 적지 않다. 비보험 환자에 대한 수입이나 민간보험 환자에게서 나온 치료비 등 다른 수입들이 있기 때문이다.

5. 포괄수가제에 대한 의견은?

김: 가정의학과는 당장 상관이 없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제왕절개나 치질 수술과는 상관이 없다. 그렇지만 포괄수가제로 완전히 바꾸었을 때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결국 정부에서 재정지출을 절감하려는 시도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의료비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 이해를 구하면 협조할 생각도 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의사들이 매도당하는 것 같아서 불편한 심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슈나이더: 모든 시스템에는 장단점이 있다. 독일에서도 옛날엔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해 모든 진료 행위에 대해 각각 계산됐다. 이로 인해 과잉 진료 행위가 생겼다. 이제는 (포괄수가제보다 더 적극적인 방식인) 총액요금제를 통해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지금 총액요금제에 만족한다. 우리 의원은 질 좋은 기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환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6. 개인 수입은 얼마나 되는가?

김: 일반 봉직의보다는 조금 좋은 편이다. (흔히 ‘페이닥터’로 알려진, 일반 병원에 고용된 의사를 가리키는 봉직의의 월급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 수도권에서는 보통 500만~1천만원이다.) 그런데 개원 비용을 아직 못 갚고 있다. 채무를 갚고 나면 저축을 하기 힘든 수준이다. 지출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다. 골프도 치지 않고, 출퇴근용 차도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집도 전세로 살고 있다.
슈나이더: 우리 지역의 주치의는 의료보험 환자를 본 수입으로만 1년에 10만유로(약 1억5천만원) 정도를 할당받는다. 그 밖에 소견서를 쓰는 등 다른 데서 생기는 수입이 있다. 여기서 소득세와 민간보험비를 공제한 것을 보통 주치의들의 평균수입이라고 보면 된다. 소득 액수에 따라 15∼42%의 소득세를 낸다. 독일의 세금 구조는 누진적이다. 대다수 의사에게 최고과세율이 적용된다. 그만큼 수익이 높다는 뜻이고, 세금도 많이 낸다.

» 우리나라에서 의사는 비싼 대학 등록금과 수억원의 개원 비용을 스스로 감당한다. 공공 지원은 거의 없다. 이 과정을 거쳐 의사 집단은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자영업자’로 규정하게 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등록금 비싼 한국 vs 등록금 거의 없는 독일

7. 수입에 만족하는가? 수입을 늘리려고 어떤 활동을 하는가?

김: 저축을 못하고 있다. 그러니 불안하다. 그래서 야간 진료를 한다. 피부 레이저 시술도 한다. 이런 시술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아서 병원에 돌아오는 수익이 크다. 피부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매력도 있다. 건강보험에서 보상하는 수가가 매우 적기 때문에 건강보험 환자만 봐서는 병원이 생존하기 힘들다. 수익만 생각하면 피부나 미용 시술만 하면 된다. 물론 그럴 수는 없다. 동네에서 오래 봐온 환자들도 있다. 지역에 대한 일종의 책임감이 있다. 그러니 건강보험 환자들도 계속 본다.
슈나이더: 의사들의 불평은 많은 편이지만 돈은 충분하다. 로스토크에서 내가 아는 모든 의사는 우선 삶의 질과 노동 부담 문제를 개선하고 싶어 한다. 우리 지역에서는 의사 수에 비해 환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과로가 가장 큰 문제다. 돈은 그다음 문제다. 의사들이 넘쳐나는 베를린에서는 운영난에 빠진 의원들도 있다. 그들은 환자를 얻으려고 고군분투한다.

8. 의과대학에 다니는 비용은 얼마였는가?

김: 내가 의대 다닐 때, 1년 등록금이 270만원이었다. 다른 전공은 200만원 이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참 비쌌다. 의대에 다니는 것이 효도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교재비도 한 학기에 20만~30만원이 들었다. 당시에는 복제본 교과서를 많이 봤다. 그래서 그나마 그 정도 든 것이다. 지금은 저작권 때문에 원서를 사야 한다는데 부담이 클 것이다. 의대 교육 과정에서 정부 지원은 없었다.
슈나이더: 등록금은 거의 들지 않는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한 학기에 100유로 정도의 등록금을 냈다. 이는 버스와 기차, 그리고 학교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금액이다. 책과 자료에 드는 돈도 별로 많지 않다. 부모님의 소득이 낮은 학생에 한해 학자금 융자도 받을 수 있다.

9. 의대에 다닐 때 의료윤리에 관한 과목이 있었는가?

김: 본과 2년차에 의료윤리학 수업을 들었다. 물론 ‘국·영·수’는 다른 과목들이었고, 의료윤리학 과목은 학점 비중이 낮다. 말하자면, 고등학교 때 윤리 같은, 그러니까 시험 전날 벼락치기로 공부하는 과목이다. 게다가 본과 때라서 밤늦게 해부학 실습을 하기 때문에, 윤리학 수업은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
슈나이더: 들은 바 없다. (독일 하노버의과대학의 나이츠케 박사가 지난 2008년에 쓴
“시골 개원 때 5만 유로 무상 지원”

10. 개원 비용은?

김: 10년 전 개원할 때 2억원을 대출했다. 당시 의료 관련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에서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2억원을 빌려줬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돈은 없었다. 중간에 이자 부담이 적다는 ‘엔화 대출’로 갈아탔다가 엔화 환율이 크게 올라 빚이 오히려 많이 늘었다. 아직도 그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 당시 다른 개원의들도 엔화 대출을 했다가 손해를 많이 봤다. 지금껏 금융기관의 노예가 된 느낌이다. 이자를 제때 갚아야 하니까.
슈나이더: 정확하게 이야기하긴 어렵다. 의사가 부족한 시골 지역에서 개원할 때는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다. 내가 사는 주에서도 도시에서 떨어진 시골에 의원을 열 경우 무상으로 5만유로를 받는다. 지역에 따라 지원 내용이 다르다. 도시에서 주치의가 병원을 여는 비용은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다. 아주 비싼 기계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개원할 때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게 컴퓨터 장비들이다.

11. 하고 싶은 말은?

김: 다른 병원에 가면 나도 환자다. 의사라고 다 좋은 사람만 있는 거 아니다. 치과에 가서 입 벌리고 있으면 나도 ‘이거 속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의사들이 양심적으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제도적·재정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이런 말을 하면 ‘너희만 고생하냐’라는 말 듣는 것 알고 있다. 그래도 양심적으로 운영하는 병원들이 안 망할 수 있게 해주는 기반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공익적인 의료를 하고 싶지만 ‘수익을 위해서는 피부·비만에 비중을 둬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도 그걸 바라는 거 같다. 비싼 레이저 시술을 하고, 공격적으로 홍보하라고. 그러면 돈을 더 대출받아서 병원 확장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는 “아직도 보험 환자 받냐”고 말하기도 한다. 돈이 되는 성형외과나 피부과로 진료과목을 갈아탄 사람들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내가 배운 가정의학을 버려야 하나, 이런 억울함이 있다.
슈나이더: 독일에서도 1차 의료 전담 의사 수는 부족하다. 현재 정부(기민련-자민당)도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지만 전문의 이익단체의 뜻을 거스르는 데 주저하고 있다. 그래서 1차 의료 전문의 시스템을 제대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사민당은 주치의제도를 강화해서 불필요한 진료로 생겨나는 비용을 제한하려 한다. 그들이 정권을 잡으면 이 개혁을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용어설명

행위별수가제: 의사가 진료량에 따라 보상을 받는 방식. 이를테면 병원이 수술 환자에게 주사나 검사 등 치료 행위를 많이 할수록 수입이 늘게 된다.
포괄수가제: 의사가 질환별로 정액의 보상을 받는 방식. 질병에 따라 보상액이 미리 정해져서 주사나 검사 등 치료행위가 늘어도 병원의 수입이 늘지 않는다.
총액예산제: 병원이 한해 예상되는 비용을 정해놓고 그에 맞춰 진료하며 보상을 받는 방식. 수입 총액이 미리 정해져서 주사나 검사 등 치료 행위를 여러 번 해도 수입이 늘지는 않는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로스토크(독일)=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2012년 6월 16일 토요일

포괄수가제 의협 반발... "오히려 모든 질병군에 시행해야 한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6-15일자 기사 '포괄수가제 의협 반발... "오히려 모든 질병군에 시행해야 한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민중의소리 정형준 인도주의실현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보건복지부가 모든 병·의원에 포괄수가제를 시행한다고 밝힌 데 대해 의사들이 수술 거부까지 내세우며 강하게 반발해 ‘집단이기주의’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의사들 사이에서 국민의 의료비 부담 인하와 의료공공성에 대한 반감이 포괄수가제를 빌미로 터져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현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15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점점 더 가열되고 있는 포괄수가제 논란 속에서 공공의료화의 본질이 감춰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 정책국장은 “그동안 국민 의료비를 폭등하고 영리의료화 추진해온 정부가 그나마 약간의 개혁적 조치처럼 보이게 하려고 한 게 포괄수가제인데, 그것도 알고 보면 생색내기”라며 “하지만 그마저도 대한의사협회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발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포괄수가제는 환자의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 지출 절감, 과잉진료 절제 등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환자는 포괄수가제에 적용되는 백내장, 제왕절개 등 7개 질병군에 대해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정부가 정해놓은 같은 가격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일종의 정액제 치료라고 할 수 있다.

복지부는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가 모든 병·의원에 적용될 경우 환자 본인분담금이 평균 21% 절감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반면 의협은 포괄수가제로 인해 수가가 낮아져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며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포괄수가제,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전체 질병 중 겨우 3%에 해당

그동안 규제가 대폭 완화돼 이윤을 전면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해 논란을 일으켰던 보건복지부가 이번에는 아이러니하게 민간병원 수익 추구에 제동을 거는 포괄수가제를 확대 시행하려고 하고 있다. 정 정책국장은 복지부가 추진하는 포괄수가제가 의료선진국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생색내기’라고 꼬집었다. 

정 정책국장은 “추진 중인 포괄수가제는 단 7개의 질병군에만 적용되는데, 이는 전체 중 3%밖에 해당되지 않는다. 포괄수가제가 적용될 수 있는 질병군으로 좁혀도 겨우 5% 수준이다”라면서 “게다가 현재의 포괄수가제 자체도 선택진료비나 차등병실료 등 병원의 주된 수입원은 규제하지 않아 과잉진료를 막고 의료비 폭등을 막는다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정 정책국장은 “포괄수가제를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조금씩이라도 하는 게 낫겠지만, 그 뒤에서 정부가 저지르고 있는 의료산업화·민영화 등의 거대한 악행을 덮기 위해서 시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정 정책국장은 “포괄수가제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7개만 한정짓는 것이 아니라 적용될 수 있는 모든 질병군에 대해 전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 의협의 포괄수가제 격렬 반대 단초 제공

포괄수가제를 반발하며 수술 거부 의사를 밝힌 의협에 “비윤적이고 부도덕하다”는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의료공공성 확대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간파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5일 성명에서 “의료비절감과 보장성 강화를 위한다는 포괄수가제 도입은 이명박 정부의 기존 의료산업화 정책과 모순된다”며 “모순적인 정부의 정책이 의사협회의 포괄수가제 도입반대의 토양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정 정책국장 역시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주장에 동조했다. 그는 “대출받아 개원한 대부분의 의사들은 영리성이 짙은 경제적 목적에 종속될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이렇게 민영화를 시켜놓으면 의사들이 모두 자영업자이거나 사장이 되기 때문에 정부의 작은 개혁조치에도 민감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2002년 처음으로 부분시행된 포괄수가제는 2011년 당시 전국 병·의원 중 83%가 이미 참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모든 병·의원에 포괄수가제를 의무로 적용하고 내년부터는 종합병원까지 적용한다는 것에 의협이 수술 거부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언급하며 반발해 비판을 받고 있다.

정 정책국장은 “영화 ‘식코’에서 나오는 민간자본 천국인 미국에서는 전체 병원 중 민간병원이 70% 정도를 차지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보다 높은 93%에 달한다. 그나마 건강보험 의무제로 버티고 있는 것이지, 우리나라 의료는 막장으로 가고 있다”고 전제하며 의료민영화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를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OECD 국가 평균보다 갑상선 수술을 10배, 허리 수술도 7배나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민간병원이 93%에 달하기 때문에 이를 제한할 방법이 없다”며 “포괄수가제를 모든 질병군에 적용하더라도 약을 과도하게 안 쓴다는 것일 뿐 수술 횟수는 여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정책국장은 결국 “민간병원이 많으면 그 어떤 규제 정책도 소용이 없다”며 “중요한 건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해서 보장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

2012년 6월 14일 목요일

[사설] 의사협회, 밥그릇 지키자고 집단 수술거부라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13일자 사설 '[사설] 의사협회, 밥그릇 지키자고 집단 수술거부라니'를 퍼왔습니다.

의사협회가 7월1일부터 시행되는 포괄수가제에 반발해 외과·이비인후과·안과 등에서 다음달 첫 7일 동안 집단으로 수술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포괄수가제에 맞서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의사협회가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2000년 의약분업 파업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의료대란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등에서 제왕절개의 특수성을 고려해 수술 거부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의사협회의 결정은 명분도, 절차적 정당성도 없는 집단이기주의에 불과하다. 포괄수가제는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항문, 자궁, 제왕절개 분만 등 7개 질병에 대해 의료행위에 따라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고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일종의 ‘진료비 정액제’인 셈이다. 정부가 포괄수가제를 도입한 것은 기존의 행위별 수가제가 과잉진료로 이어져 의료비 부담 증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의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를 보면, 2002~2009년에 우리나라의 1인당 보건의료비 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7.7%로 오이시디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오이시디 평균인 3.6%의 2배가 넘는다.
포괄수가제는 영국, 프랑스, 캐나다,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보편적 지불제도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도 이미 1997년부터 시범 도입했고, 현재 전체 의료기관의 70%가량이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의사협회는 지난해 포괄수가제 도입 논의에 참여해 포괄수가제 시행에 동의한 바 있다.
의사협회의 수술 거부 방침은 국민 건강을 볼모로 제 밥그릇을 챙기려는 생떼와 다름없다. 명백한 의료법 위반 행위인 만큼, 의사협회는 수술 거부 방침을 철회하고 포괄수가제 시행에 협력하는 것이 옳다. 의사협회의 주장처럼 제도 시행 뒤 진료의 질과 의사 수익이 크게 하락한다면 그때 수가를 다시 조정해도 늦지 않다. 정부는 포괄수가제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점검을 철저히 하고, 오이시디 권고대로 포괄수가제 대상 질병군의 전면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파업 의사' 말대로면 한국 병원 70%가 저질


이글은 프레시안 2012-06-13일자 기사 ''파업 의사' 말대로면 한국 병원 70%가 저질'을 퍼왔습니다.
의사단체, '포괄수가제 반대' 수술 거부…"선진국선 보편적 제도"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이 오는 7월 1일부터 일주일 간 포괄수가제가 도입되는 질병군에 대해 입원수술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0일 안과의사회가 백내장 수술을 거부하기로 한 데 이어 12일에는 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이 사실상 '수술 거부'에 동참하기로 했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이후 가장 광범위한 의사들의 '집단 파업'인 셈이다.

의사들이 반발하는 포괄수가제는 일종의 '진료비 정액제'다. 입원 환자마다 병원에서 천차만별로 달랐던 진료비를 의료기관 규모별로 하나로 통일하는 방침이다.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면 주어진 예산 안에서 진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과잉 진료'가 줄어든다. 환자로서는 꼭 필요한 진료만 받게 돼 진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 정부로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건강보험안에 포함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 포괄수가제 반대 기자회견을 연 대한의사협회. 의협 소속 의사들은 오늘 7월 1일부터 일주일간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는 질병군에 대해 '수술 거부'를 하기로 했다. ⓒ뉴시스

포괄수가제, 미국과 유럽선 이미 보편적인 제도 

의사들이 반발하는 것과는 달리, 포괄수가제는 선진국에서는 가장 보편적인 지불제도다. 캐나다·프랑스·영국 등 거의 모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이미 포괄수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라 증가하는 의료비를 제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상업적인 의료 제도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조차 1983년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건강보험인 '메디케어'에서 포괄수가제를 도입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도 고령화와 의료비 지출 증가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1인당 보건의료비 지출증가율(8.6%)은 OECD 회원국 평균(4.0%)의 2배가 넘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의료비가 증가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보장성을 아무리 확대해도 그보다 더 큰 폭으로 고가의 비급여 진료가 늘어나는 탓에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성은 60%대에 머물고 있다. 비급여 진료를 통제하지 않고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OECD는 한국도 모든 의료기관에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늘어나는 의료 지출을 제어하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의료 시스템' 자체가 붕괴할 위기에 처한다는 경고다.

한국 71.5% 의료기관이 이미 자발적으로 참여 

의사단체들은 포괄수가제를 반대하는 이유로 "진료의 질이 떨어지고, 의사들의 수익이 떨어져 의사들이 태업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든다. 대한의사협회는 "포괄수가제가 도입되면 의사들은 백내장 수술에서 싸구려 인공수정체 재료인 중국산 및 파키스탄 수정체를 쓸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의협이 주장한 중국산과 파키스탄 수정체는 현재 건강보험에 등재된 것이 없다"고 재반박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1984년 미국에서 처음 포괄수가제가 도입됐을 때 미국 의사들은 진료의 질이 떨어진다고 반발했다"면서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미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무수한 연구에서 포괄수가제로 의료의 질이 감소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증명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미 한국은 1997년부터 포괄수가제를 시범 도입했으며 현재도 전체 의료기관의 71.5%(의원 83.5%, 병원 40.5%, 종합병원 24.7%)가 이 제도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의사단체의 주장대로라면 이미 포괄수가제를 도입한 의료기관에서는 7개 질병군에 대한 진료의 질이 떨어졌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오히려 포괄수가제가 도입돼 진료수가가 평균 2.7% 올랐다고 발표했다. 의사들의 반발을 고려해 진료 수익을 인상해줬다는 얘기다. 그 결과 전체 의료기관의 수익은 98억 원가량 늘어났고, 환자 부담은 100억 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복지부는 예상한다. 이러한 이유로 대한병원협회는 포괄수가제 도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너무 늦게 협소한 범위로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포괄수가제를 너무 늦게, 그것도 협소한 범위로 도입했다고 지적한다. 이명박 정부가 늘어나는 '의료비 지출'에 제동을 걸지 않고서는 더는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서 시행한 최소한의 방어책이 바로 포괄수가제라는 것이다.

우 정책실장은 "이번에 포괄수가제가 도입되는 7개 질병군은 전체 질병군 중에 겨우 3%에 불과하다"며 "포괄수가제 도입 시 수가도 의사협회가 이미 합의했는데, 이제 와서 진료 수익이 줄어든다고 깬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우 정책실장은 또한 "의사들이 응급수술인 제왕절개와 맹장수술을 거부한다면 수술 지연으로 환자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며 "(응급 수술 거부까지는 안 하더라도) 대책 없이 진료를 거부하면 어쩌자는 건가"라고 맹비난했다.

73만 원이었던 제왕절개 수술비용, 33만 원 된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는 병의원급,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급 이상의 전체 의료기관까지 맹장·탈장·치질·백내장·편도·제왕절개·자궁부속기수술 등 7개 질병군 입원환자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의무 적용키로 했다.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환자들의 진료비 지불상식은 어떻게 바뀔까.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등 일부 항목을 제외한 '비급여 진료'가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안으로 들어오거나 제외된다.

예를 들어 제왕절개 수술을 한 산모 A 씨의 진료 내역을 보자. 행위별수가제에서는 진료비를 따로따로 문다. 처치수술료 62만 원, 마취료 11만 원, 주사료 25만 원, 입원료 41만 원, 검사료 13만 원, 기타 24만 원 등을 따로따로 물어 총 진료비 176만 원이 나왔다. 이중 137만 원은 건강보험이 내주는 금액이다. A 씨는 39만 원만 내면 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행위별수가제 아래서는 의료기관이 진료행위를 늘리려는 유인책이 생긴다. 병원에서는 A 씨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특수 영양제, 빈혈제 등 비용 6만8000원, 특수반창고 비용 7만6000원과 자궁유착방지제 비용 20만 원을 더 청구했다. 비급여 진료비용 34만 원은 고스란히 A 씨가 더 내야하는 돈이다.

반면에 포괄수가제를 적용하면 치료 횟수와는 관계 없이 '제왕절개 진료비'에 대한 정액으로 148만 원이 책정되고, A 씨는 그 중에서 33만 원만 내면 된다. 나머지는 건강보험이 내준다. 행위별수가제에서 A씨가 낸 73만 원의 절반이 채 안 되는 셈이다.

 /김윤나영 기자

2012년 6월 13일 수요일

제왕절개-맹장 수술도 거부, 의료대란 확산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6-133일자 기사 '제왕절개-맹장 수술도 거부, 의료대란 확산'을 퍼왔습니다.
의약분업 이후 초유의 집단 수술 거부 사태 우려

안과 의사들이 포괄수가제 시행에 반발해 백내장 수술을 거부키로 한 데 이어 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의사들도 제왕절개와 맹장 수술 등 6개 수술을 추가로 거부키로 해 의료대란 발발이 초읽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안과의사회가 지난 10일 포괄수가제가 시행에 들어가는 다음달 1일부터 1주일간 백내장 수술 거부를 결정한 데 이어 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의사들도 12일 긴급 회동을 갖고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자궁수술, 제왕절개 분만 등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나머지 6개 부문의 수술을 거부키로 했다.

이같은 결정에는 의사 10만명의 모임인 대한의사협회의 노환규 회장과 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안과 개원의사회 회장 등이 참여했다.

포괄수가제는 전국 어느 병원에 가더라도 사전에 책정된 동일 진료비를 내도록 하는 일종의 입원비 정찰제로, 보건복지부는 이를 통해 의료비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반면에 의사들은 포괄수가제가 실시되면 질 좋은 의료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는 의사들이 집단 수술 거부에 돌입할 경우 이는 현행 의료법 위반이라며 강력한 법적 제재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의사들이 수술을 거부하는 것은 의약분업 도입 이래 초유의 일로, 실제로 수술 거부가 강행될 경우 국민적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김혜영 기자

2012년 6월 7일 목요일

진료비 싸진다는 포괄수가제... 솔직히 걱정됩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06일자 기사 '진료비 싸진다는 포괄수가제... 솔직히 걱정됩니다'를 퍼왔습니다.
[주장] 의료 재정에 대한 고민 없이 진행되는 정책결정

며칠 전 의사협회로부터 전자 메일을 통해 공문이 도착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시간부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탈퇴합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공문에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아래 '건정심') 위원회 구성의 불합리함과 그로 인한 이번 포괄수가제의 강제 표결 통과를 앞두고 의사협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으로 '2012년 5월 24일'이라는 날짜로 끝을 맺고 있다. 이번 포괄수가제 확대 조치를 결정한 건정심은 2012년 5월 30일에 열렸으므로 사전 엄포의 의미와 의사협회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다고 볼 수 있다. 

포괄수가제와 행위별수가제, 어떤 것이 좋을까

▲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도 발전방안 연구(충북대·서울대 산학협력단, 2009)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도자료

국민들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해당 병의원에서는 진료비 수입을 얻게 된다. 거기에는 행위별수가제, 포괄수가제, 인두제, 총액예산제, 봉급제 등의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외래 중심의 동네 의원에 대해서는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일정한 수의 가입자가 특정 의료공급자에게 등록하고, 의료공급자는 진료비를 등록자당 일정금액을 지불받는 방식)가 적용되고, 수술 및 난위도 높은 치료를 하는 병원급에 대해서는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행위별수가제는 진료 행위에 따라서 진료비가 달라지는 것인데, 충수돌기염(맹장염) 수술을 하더라도 투여한 약이나 재료, 입원 날짜에 따라 진료비가 달라진다. 포괄수가제는 세세한 구분 없이 같은 수술에는 일정한 비용을 적용하는 것이다.

정부를 비롯한 일부에서는 포괄수가제가 더 훌륭한 제도인 것처럼 말하지만, 두 가지 방식 중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더 우월한 정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행위별수가제에서는 의사들이 필요한 치료 방법을 더 적용하려고 해 더 나은 재료나 수술 방법을 쓰게 돼 환자들로부터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진료비가 거기에 따라 올라가므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포괄수가제에서는 치료 방법이나 재료에 구분 없이 일정한 진료비가 적용되므로 진료비 상승 요인을 줄일 수 있고, 환자들은 진료비가 얼마인지 항상 알 수 있어서 편리하다. 하지만 획일적인 치료 방법이나 재료를 사용하게 돼 자칫 치료의 수준이 낮아지거나 부작용에 대한 대처를 하기 힘들 수 있다. 더욱이 병원에서는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싼 재료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폐기해야 할 치료도구들을 소독해서 재사용하는 일이 빈번할 것이다.

이러한 장단점에도 정부는 이용의 편리함과 의료비 상승 억제라는 명목만으로 포괄수가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2012년 7월 1일부터 확대적용하려고 한다. 사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이미 7개 질환에 대해서 시범사업을 통해 많은 의료기관에서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그것을 확대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느꼈던 것 같다. 7개 질환에 대한 수술에는 편도수술, 제왕절개술, 자궁적출술, 탈장수술, 항문(치질)수술, 충수절제술, 수정체수술을 말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고 수술기법이 비교적 어렵지 않거나 표준화된 것들을 말한다.

포괄수가제, 의사들은 왜 반대할까

▲ 대한의사협회의 기자회견문. 이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한의사협회는 "이것은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라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포괄수가제의 확대는 절대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 대한의사협회 갈무리

정부의 홍보대로 의료비 상승을 낮출 수 있고, 국민들이 수술 치료비를 알기 쉽게 돼 편리하다면 이번처럼 의사협회는 왜 반대를 하는 걸까.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들 이면에 복잡한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어느 정부든지 의료정책을 펼치면서 재정 계획을 충분히 확보하거나 계획을 발표한 적은 없었다. 그것은 진보적 정부이든 보수적 정부이든 관계 없었다. 김대중 정부에서의 의료제도 개혁이나 일차의료제도 안정화 노력에는 재정이 없었고, 박정희 정부의 전국민건강보험 실시 때는 오히려 의료 수가를 줄여버렸으며, 김영삼 정부 시절에 주치의제도 시행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거기에 합당한 재정 계획은 없었다. 현재의 이명박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도 의료 정책을 많이 발표했지만, 제대로 된 재정을 수립하지 않고 발표만 하면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일관했다.

모든 나라에서 의료정책을 새로이 실시할 경우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프랑스에서는 2006년 주치의제도(Preferred Doctor Scheme)를 처음 도입할 때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동네의원 의사들의 수입을 보장해 주면서 시작할 수 있었다. 영국에서는 일차의료 전담의(GP)들의 질을 높이고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의료재정을 확대했고, 의사들의 수입을 보장해줬기 때문에 지금의 영국 1차의료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재정 계획 없이 발표만 하는 정부의 의료 정책이 문제

이번 포괄수가제의 문제는 반대 논리로 내세우는 진료의 질 저하 우려나 의료기술의 발전 저해라는 것보다는 사실 거기에 들어가는 의료재정을 확보하지 않고 제도를 바꾸려는 것에 있다고 봐야 한다. 심장 수술 못 하는 흉부외과, 분만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가 늘어가는 한국의 의료 현실. 힘들고 어려운 의료는 피하려는 형국은 의사들의 태도도 문제이지만, 지금 더 중요한 문제는 적절한 의료재정에 대한 고민이 없는 정부의 정책결정 방식이다.

포괄수가제는 의료비를 완만하게 만들고, 국민들에게 유용한 의료제도임에 분명하다. 의사들도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을 보면서 불안해 하고, 반발하는 것이다.

이번 포괄수가제는 앞으로 이어질 병원 진료나 많은 수술들에 대한 확대가 예정돼 있다. 그러자면 분명히 정치권에서는 의료전달체계와 일차의료 개선과 더불어 의료재정을 적재적소에 어떻게 들여야 할 것인지, 그리고 그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먼저 답을 만들어야 가능하리라고 본다.

아울러 의사협회도 더 이상 반대 논리로만 치닫지 말고 자신들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건강권과 안정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도 대승적으로 판단하기를 권한다. 오랫동안 의사들이 정부의 정책에 강제적으로 협조했던 것을 알지만, 의사들도 주체적으로 주치의제도나 1차의료 개선 방안에 대해서 이렇다 할 정책들을 내놓지 못했던 것도 문제가 아니던가. 긴 안목으로 정책 제안을 하면서 정부와 손잡고 국민의 건강을 더 높이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고병수 기자는 새사연 이사이며 현재 제주도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가정의학 전문의입니다.

 고병수 (sesayon)

2012년 2월 18일 토요일

'포괄수가제' 확대로 건보재정 건전성 강화될까


이글은 뉴시스 2012-02-18일자 기사 ''포괄수가제' 확대로 건보재정 건전성 강화될까'를 퍼왔습니다.


과잉진료 차단 따라 건보급여비 급증세 줄 듯 의료서비스 부실화 가능성 대비책은 세워야 

【서울=뉴시스】정옥주 기자 = 그동안 자율적으로 시행돼온 포괄수가제가 오는 7월부터 맹장 등 7개 질병군에 대해 병의원부터 본격 적용되면서 의료시장에 다양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과대 비용 논란이 끝이지 않는 진료비 경감 효과가 나타나면서 결과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의료서비스 부실화 우려도 높아 이 부분에 대한 적절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포괄수가제 발전방안'을 통해 병의원급부터 먼저 시작하고 1년뒤에는 종합병원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에 의무적으로 적용키로 했다. 포괄수가제는 그동안은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고, 전체 2909개 병의원 가운데 78.8%인 2291개가 참여해 왔다.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면 각종 검사나 치료행위 건마다 진료비를 내야 하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영양제와 빈혈제 등 비급여 항목이나 진료량에 상관없이 사전에 정해진 진료비만 내면 된다. 

따라서 환자 개인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고 과잉진료를 차단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예컨데 종합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한 산모가 8일간 입원할 경우 현행 행위별 수가 방식으로는 처치·수술료(62만원), 마취료(11만원), 주사료(25만원), 입원료(41만원), 검사료(13만원), 진찰료(24만원) 등의 급여비와 자궁유착방지제(20만원), 특수반창고(7만6000원), 검사료 및 기타 약제(6만8000원) 등의 비급여 비용이 각각 합산돼 진료비를 산정한다. 이 경우 총 진료비는 210만8290원이며, 이 중 환자는 72만9644만원을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면 비급여, 전액본인부담 급여항목을 일부본인부담 20%로 급여화하기 때문에 총 진료비는 148만1260원, 환자는 33만6670원만 내면 된다.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약 40만원 가량 낮아진 셈이다. 다만 환자의 상태와 건강보험 적용이 안되는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료, 초음파 검사 등에 따라 액수는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이 제도 도입을 본격화하기로 한 것은 매년 건강보험 급여비가 급증하면서 취약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008억원의 당기흑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은 2008년 1조3667억원 흑자를 기록한 후 2009년 32억원 적자, 2010년 1조2994억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도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험급여비 지출 역시 폭발적 증가가 예측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사회보장재정 장기추계'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건강보험급여비는 63조2450억원, 2020년에는 100조원을 넘어서고 2050년에는 404조74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연구원은 이 같은 증가율이 지속될 경우 대규모 재정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5년 기준 GDP 성장배수는 1.35배인데 건강보험급여인상배수는 1.8배로, GDP 성장률 이상으로 지출되는 급여비가 2015년에만 17조5520억원으로 추계되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건강보험은 매년 급여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보험재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료를 조정하는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2030년까지 10% 내외로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복지부의 통계자료를 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1인당 보건의료비 지출 증가율은 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0%에 비해 확연히 높았다. 또 건강보험급여비는 2001년 13조원에서 2010년 34조원으로 2.55배나 늘었고, 청구건수도 5.7억건에서 13억건으로 2.2배 증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행위별 수가 지불방식에 따른 진료량과 비용이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OECD는 병원 전체에 대해 포괄수가제로 지불 제도를 개편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울러 포괄수가제가 도입되면 의료기관의 불필요한 진료가 줄고 치료 재료 등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보험 진료비 중 일부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본인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이에따라 향후 지속적인 수요조사를 통해 포괄수가제 적용 질병군 확대를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의료서비스 질 저하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병원 관계자는 "검사 횟수 등에 상관없이 모두 진료비가 같다면 앞으로 환자에게 최소의 의료서비스만 제공하는 의료기관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환자들의 불만이 증가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포괄수가 수준의 적정화, 정기적인 조정기전 규정화, 환자분류체계 개정 및 질 평가방안에 대해서는 건정심에서 의결한 내용을 포함해 '포괄수가제 발전협의체'를 통해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channa224@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