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자영업자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자영업자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2년 10월 31일 수요일

하우스푸어 57만가구… 자영업자 1인당 빚 1억 육박


이글은 경향신문 2012-10-30일자 기사 '하우스푸어 57만가구… 자영업자 1인당 빚 1억 육박'을 퍼왔습니다.

ㆍ저소득층 다중채무자 크게 늘어… 가계부채 위험 수준

자영업 다중채무자와 고연령층, 하우스푸어 대출자의 가계부채 부실위험이 사회적 문제로 번질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여건이 더 나빠지면 이들은 집값 하락과 소득 감소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연구원은 30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서 ‘가계부채의 미시구조 분석 및 해법’ 워크숍을 열고 가계부채 전반에 걸친 분석을 내놓았다.

■ 자영업 다중채무자 심각

지난 6월 말 금융기관 3곳 이상으로부터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316만명으로 전체 채무자 1725만명의 18.3%였다. 이들의 대출규모는 278조9000억원이다. 다중채무자 중 연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대출자는 12.6%, 3000만원 이하는 38.1%로 나타났다. 다중채무자는 2010년과 2011년 중 연소득 1000만원 초과 3000만원 이하 소득계층에서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연소득 2000만원 이하 연체자 비중도 큰 폭으로 늘었다. 연소득 1000만원 이하 다중채무자 중 연체자 비중은 2010년 11.8%에서 지난 6월 기준 17.2%로 늘었다. 연소득 1000만원 초과~2000만원 다중채무자 중 연체자 비중도 11.4%에서 17.4%로 증가했다.

50세 이상 다중채무자 비중은 2011년 29.3%에서 지난 6월 기준 31.5%로 증가했다. 50대의 경우 퇴직 등으로 소득창출 능력이 급격히 떨어져 유동성 부족을 겪을 뿐 아니라, 만성적인 부채문제를 낳을 것으로 예측됐다.

자영업자 부채는 지난 3월 말 345조원으로 추정됐다. 자영업자 부채규모는 1인당 평균 9660만원으로 1억원에 육박했다. 이들의 제2금융권 대출액 비중은 2010년 8월 38%에서 2년 만인 지난 8월 44%대로 증가했다. 이자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지난해 가계금융조사에서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는 159.2%로 상용근로자 83.4%보다 2배 정도 높았다. 

다중채무자 가운데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7%로 임금노동자의 1.3%보다 높았다.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으로도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2.3%로 전체 다중채무자 평균 1.6%보다 크게 높았다.

■ 하우스푸어 최대 57만가구 추정

보유한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합쳐도 대출금조차 못 갚거나 순자산이 마이너스인 ‘고위험가구’는 10만1000가구에 이르렀다. 이들이 빌린 총 대출금은 47조5000억원이다.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상환비율이 60%를 넘는 ‘잠재적 위험가구’는 56만9000가구였다.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상환비율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경상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잠재적 위험가구는 소득의 60% 이상을 빚 갚는 데 써야 해 하우스푸어로 볼 수 있다. 잠재적 위험가구의 대출규모는 149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우스푸어는 40~50대가 35만2000가구로 가장 많았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가 26만1000가구,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33만9000가구로 가장 많았다.

앞으로 집값이 20% 하락하면 고위험 하우스푸어는 최대 14만7000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른 금융권 손실은 추가적으로 16조6000억원 발생할 것으로 봤다.

■ 부동산 비중 높은 고연령층 위험

고연령층은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아 집값이 더 내려가면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60대 이상 대출자는 3만4489명이고 부채금액은 1조9460억원에 달한다. 평균 부채금액은 5648만원으로 전체 평균 부채금액 4803만원을 웃돌았다. 지난해 60대 이상 대출자의 연체율은 0.93%로 전체 평균 1.09%보다 다소 낮았다. 그러나 60대 이상 가운데 소득 하위 20%에 속하는 1분위 계층의 연체율은 1.35%로 20~50대보다 높았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50대와 60대 이상 연령층은 대출구조상 일시상환 비중이 커 만기도래 시 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로 인한 부실위험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2분기, 3분기 들어 이들 연령층의 연체율이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고연령층의 위험이 점차 가시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이날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주택가격이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지역도 일부 있어 가계부채 문제를 둘러싼 주변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egghee@kyunghyang.com

2012년 10월 18일 목요일

미용실·학원·부동산중개소 줄줄이…83만명 폐업


이글은 노컷뉴스 2012-10-18일자 기사 '미용실·학원·부동산중개소 줄줄이…83만명 폐업'을 퍼왔습니다.
자영업자 83만명 가게 문 닫아..서비스업 최다

지난해 폐업을 한 자영업자가 4년만에 최대인 83만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소매업, 음식업 순으로 폐업한 사업자가 많았다.

국세청의 '2011년 개인사업자 폐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82만9천669명으로 2007년 84만8천명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 개인사업자 519만5천918명 중 16%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난 2010년에 비해서는 2만4천여명(3%)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이·미용업, 학원 등 서비스 사업자가 17만9천834명으로 제일 많았다. 이어 소매업종(17만7천39명)과 음식업(17만6천607명), 부동산 임대업(7만3천명), 도매업(6만4천명), 운수 ·창고 · 통신업(5만8천명) 등의 순으로 폐업자가 많았다.

특히 서비스업 자영업자는 지난해 5명중 1명 꼴로 폐업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9만9천112명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17만6천45명), 부산(5만5천984명), 경남(5만4천597명), 인천(4만8천438명), 경북(3만9천675명) 등 순이다.

반면 대전(2만6천858명)은 2010년에 비해 189명 감소해 폐업 자영업자가 줄어든 유일한 지역으로 나타났다.

세금 신고를 하지 않아 국세청이 폐업시킨 자영업자는 8만6천190명에 달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올해는 글로벌 경기침체에다 내수부진까지 겹쳐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CBS 이동직 기자

지난해 문닫은 자영업자 83만명, 4년동안 최대치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10-18일자 기사 '지난해 문닫은 자영업자 83만명, 4년동안 최대치'를 퍼왔습니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83만명에 육박해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18일 국세청이 집계한 '2011년 개인사업자 폐업 현황'을 보면 작년에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82만9천669명으로 2010년에 비해 2만4천여명(3%) 늘었다.

전체 개인사업자 519만5천918명 가운데 16%이며 2007년 84만8천명 이래 가장 많은 규모다.

업종별로는 이·미용업, 학원 등 서비스 사업자가 17만9천834명으로 제일 많았다. 동네 가게 등 소매업종이 17만7천39명, 식당 등 음식업이 17만6천607명으로 뒤를 이었다.

부동산 임대업(7만3천명), 도매업(6만4천명), 운수·창고·통신업(5만8천명) 등도 많았다.

특히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자영업자는 2010년 기준 총원이 89만명이고 신규사업자가 21만5천명인 점을 감안할 때 5명중 한 명꼴로 작년에 가게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서비스업은 경기 흐름에 가장 민감하고 창업과 폐업이 가장 빈번하다"면서 "올해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내수부진까지 겹쳐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9만9천112명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했다. 뒤이어 서울(17만6천45명), 부산(5만5천984명), 경남(5만4천597명), 인천(4만8천438명), 경북(3만9천675명) 등 순이다.

폐업 자영업자가 줄어든 유일한 곳은 대전(2만6천858명)으로 2010년에 비해 189명 감소했다.

국세청이 세금 신고를 하지 않아 직권으로 폐업시킨 사업자는 8만6천190명이다.

홍민철 기자 plusjr0512@daum.net

2012년 8월 9일 목요일

자영업자들의 '은밀한 덫', 권리금


이글은프레시안 2012-08-08일자 기사 '자영업자들의 '은밀한 덫', 권리금'을 퍼왔습니다.
[늪에 빠진 중소상인·] 빚 늘어나도 가게도 못 팔고…

제조업 공장을 11년 동안 운영한 A씨. 2006년 1억5000만 원을 부도 맞고 공장을 정리했다. 부동산 등 이것저것 정리하니 2억 정도가 수중에 남았다.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나 고민했다. 눈에 들어온 게 PC방이었다. 기존 돈에다 은행에서 1억을 빌렸다. 번화가 목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PC방의 'P'자도 모르는 A씨였다. 유명 가맹점 업체에 모든 걸 맡겼다. 실내장식비, 컴퓨터 구매비 등에 예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갔다. 게다가 권리금으로 8000만 원이 들었다. 가게 월세는 240만 원. 열심히 일했다. 다행히 장사는 잘됐다. 오전 11시부터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은행대출금 1억 원도 차근차근 갚아나갔다. 한 달에 이것저것 다 빼면 500만 원 정도 남았다.

하지만 2008년부터 매출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금융위기가 A씨 가게에도 미쳤다. 동네 상권도 마찬가지였다. 인근 호프집, 화장품 가게, 분식집 주인에게서도 '장사 못해먹겠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가게를 내놓으려 해도 쉽지 않았다. 들어올 때와는 달리 턱없이 낮아진 권리금이 발목을 잡았다. 마음을 고쳐먹고 버텼다. 고객 예약제를 도입하고, 은행에 추가 대출을 받아 새 컴퓨터를 장만했다.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어렵게 가게를 꾸려나갔다.

겨우 먹고 살만해졌다. 그러자 이번엔 건물주가 문제였다. 월세를 3배나 올렸다. 못 내겠으면 나가라는 식이었다. 아무리 계산해 봐도 답이 안 나왔다. 차라리 장사를 접는 게 나았다.

고심 끝에 가게를 팔기로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건물주가 요구하는 월세를 내려는 사람이 없었다. 가게를 보러 온 사람 대부분은 '권리금은 맞춰줄 수 있지만 월세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앉아서 돈만 까먹는 날이 반복됐다.

더 버티다간 빚만 늘어날 거라 판단했다. 결국, 모든 걸 포기하고 PC방을 정리했다. 권리금은 한 푼도 챙기지 못했다. 컴퓨터 등을 팔고, 보증금 등을 돌려받으니 3000만 원 정도가 남았다. 그동안 빚진 것도 갚을 수 없는 돈이었다. A씨는 "권리금만 받았어도 다른 곳에서 다시 장사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도 못하게 됐다"고 한숨을 쉬었다.

 
ⓒ프레시안(최형락)

보증금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권리금

A씨가 이런 상황에 부닥친 이유는 권리금이 시장에선 인정되지만 법적으론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권리금이다.

이런 권리금은 어떤 기준으로 책정되는 걸까. 우선 권리금은 점포 세입자가 다른 사람에게 점포를 넘길 때 받는 돈을 말한다. 점포를 터전으로 쌓아온 고객관계, 신용 등 무형 재산과 장소 이익 등에 관한 대가를 받는 거로 생각하면 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크게 세 가지로 권리금은 구분된다. 시설권리금, 영업권리금, 바닥권리금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시설권리금은 업종을 같이 인수받을 경우, 발생하는 권리금이다. 점포를 그대로 이어받을 경우, 지급하는 비용을 말한다. 영업권리금은 구매할 점포 매출에 따라 책정되는 권리금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바닥권리금은 유동인구가 많고 입지 조건이 좋은 점포를 넘겨주는 대가로 치르는 금액이다. 권리금 구성 요소 중 가장 중요하며 금액상으로도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시설권리금이나 영업권리금은 그다지 중요하게 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핵심은 바닥권리금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권리금 규모는 얼마나 될까. 2011년 10월, 점포거래 전문기업 '점포라인'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서울 소재 점포 2117개의 평균 권리금은 3.3㎡ 당 255만6268원이었다. 평균 면적 158.67㎡로 치면 1억2291만 원이다. 반면, 평균 보증금은 4771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보다 3배 가까이 높다.

지역별로는 서울 중구 연평균 권리금이 1억3492만 원, 종로구 1억2681만 원, 구로구 1억2491만 원, 강남구 1억2433만 원, 서초구 1억1883만 원이다. 서울 대부분은 1억 원이 넘는다.

이렇다 보니 창업을 하려 해도 권리금이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2010년 중소기업청이 조사한 전국소상공인실태조사보고서를 보면 자영업자들이 창업 시 첫 번째 애로사항으로 꼽은 게 자금조달(54%)이었고 다음이 입지선정(43%)이었다. 전국 1만69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했다.

▲ 서울 재리시장. ⓒ뉴시스

대기업에 내몰리는 자영업자

억 단위 돈이 오가는 권리금이지만 정작 책정 기준, 즉 바닥권리금 기준은 상당히 애매하다. 상권 근접성, 유동인구, 상권 변화 예측 등 종합적인 부분을 파악해야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런 수치나 통계가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

결국, 점포를 파는 업주나 부동산 중개업자에 의해 정해지는 게 권리금이다. 점포를 거래할 때, M&A 식으로 점포 가치를 산정해 거래 액수를 결정하는 외국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권리금 거래가 법으로 규정지어지지 않기 때문에 업계 관행으로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다. 이런 관행은 자영업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자와 건물주가 서로 짜고 자영업자를 '물' 먹이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컨설팅 관계자는 "목 좋은 곳이 있다면 부동산 브로커가 건물주에게 월세를 5배로 부풀려 주겠다고 일종의 '펌프질'을 한다"며 "이게 가능한 건 목 좋은 곳을 선점하려는 대형 자본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개업자의 이야기에 넘어간 건물주는 기존 세입자와 계약이 만료될 즈음, 월세를 높여 받겠다고 통보한다"며 "그러면 그 돈을 도저히 낼 수 없는 세입자는 그곳에서 보증금만 받고 빠져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게 가능한 건, 권리금은 건물주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돈이기 때문이다.

이는 통계 자료에도 잘 나타난다. 지난 2월, 수익형부동산 정보 분석기관 '에프알인베스트먼트'에서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상권 10곳(강남역, 명동, 종로, 건대입구역, 노원역, 신림역, 천호역, 분당 서현역, 인천 월동)의 1층 점포(12평 기준) 시세를 지난 3년간 조사해 합산평균치(10개 상권)를 구한 결과, 2010년 1월에 비해 올 1월 기준 권리금은 약 4000만 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임대료는 500만 원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부동산 관계자가 말한 대로 중심상권 핵심부 상가에 관한 가맹점 출점경쟁이 심화했기 때문이라고 에프알인베스트먼트는 분석했다. 대부분 대기업이 홍보나 시장조사 목적으로 안테나 매장 운영을 위해 막대한 임대료를 제시하며 들어오는 추세라 기존 세입자들은 쫓겨나는 상황에 부닥쳐있다는 것. 홍대 리치몬드제과점도 이와 비슷한 예다.

실제 서울 지역 주요 상권 내 가맹점 업체 비중을 조사한 결과, 2005년에 비해 평균 10% 이상 가맹점 업체 상권 점유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대기업 가맹점 말고도 기존 패션(의류, 화장품, 잡화 등) 업종에 더해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핵심입지를 선호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건물주는 1년 단위계약을 맺어놓고 수시로 세입자를 바꾸면서 임대료를 올리는 실정이다. 홍대에서 20년 가까이 칼국수집을 운영해온 B씨는 "갑자기 건물주가 임대료를 5배 가까이 올려달라고 했다"며 "결국 도저히 낼 수 없어 가게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B씨는 "권리금도 한 푼 받지 못하고 나왔는데 얼마 뒤 그 자리에 대형 프랜차이즈 떡볶이 점이 들어섰다"고 밝혔다.

 
▲ 서울 지역 주요 상권 내 프렌차이즈 업체 비중을 조사한 결과, 지난 2005년에 비해 평균 10% 이상 프랜차이즈 업체 상권 점유율이 증가했다. ⓒ에프알엔베스트먼트

사면초가에 놓인 자영업자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권리금은 불경기에도 영향을 받는다. 경제가 불황기로 접어들 경우, 자영업자 목을 옥죄는 장치로 작용한다.

국내 자영업자 수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도는 수준으로 터키, 그리스, 멕시코 3개국만이 우리보다 자영업 비율이 높다. 지난 29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영업은 자영업과 경쟁한다 - 자영업자의 10대 문제'를 보면 자영업자 과반수는 3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는 실정이다. 월평균 소득은 150만 원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청이 2010년 조사한 내용도 비슷하다. 자영업자의 월평균 순이익은 149만 원으로 3년 전보다 감소했다고 응답한 이는 73%이지만, 증가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6%에 불과했다. 또한, 개업 초기 대비 고객 수가 증가했다는 응답은 8.3%였지만 감소했다는 응답은 70%를 차지했다.

하지만 쉽게 장사를 접지 못했다. 자영업을 시작할 때 치른 권리금이라도 받는다면 가게를 내놓겠지만 불경기엔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응답자 중 35.1%가 권리금을 회수하기 어려워 계속 장사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2010년에 나온 '권리금에 대한 상가건물임차인의 행태분석' 논문을 보면 설문에 응한 자영업자 995명 중 32.6%가 권리금을 반환받았지만, 67.3%가 반환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뒤이어 들어올 자영업자가 있다면 권리금을 받을 수 있지만, 들어올 자영업자가 없다면 가게는 공실로 남기 때문이다.

빚을 내 자영업을 시작했으나 경기가 어려워지자 빚만 쌓이는 자영업자. 계속 장사를 해도 빚만 쌓이는 자영업자가 상당수다. 가계부채는 임금근로자의 두 배인 9000만 원에 달한다. 그나마 목이 좋아 이익이 남는 가게는 대기업에서 눈독을 들여 언제 빼앗길지도 모른다. 권리금이라도 받고 나간다면 다른 곳에서 다시 자영업을 할 수라도 있겠지만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권리금은 그마저도 어렵다. 이래저래 사면초가에 놓인 자영업자다.- 늪에 빠진 중소상인

☞ 공덕시장ㆍ망원시장에 나타난 '괴물', 상인들은…☞ 뚱이할매네 생선 가게엔 대체 뭐가 있길래…☞ "재벌이 '경제 아우슈비츠' 만들었다"☞ 떠밀려 창업하는 20대…비정규직이냐, 빚 장사냐☞ 아이스크림 '할인 가격', 정말 싸진 걸까 - 관련 주요 기사 모음

☞ '레드오션' 자영업 "물러서면 벼랑 끝, 눈 앞엔 핏빛 경쟁"☞ "자영업 강제 구조조정 온다"☞ IMF로 시작된 자영업 위기, 해법은?☞ 커피 프렌차이즈, 달콤쌉싸름한 유혹 뒤엔…☞ 막창집 주인 이씨는 '그곳'에서 버틸 수 있을까?☞ "홍대 앞에는 왜 '부비부비' 클럽만 남게 됐나"☞ "돈 냄새와 정욕에 질식한 예술의 거리"

 /허환주 기자

2012년 7월 31일 화요일

"재벌이 '경제 아우슈비츠' 만들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31일자 기사 '"재벌이 '경제 아우슈비츠' 만들었다"'를 퍼왔습니다.
[늪에 빠진 중소상인·]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 인터뷰

"여기가 일제 때부터 있던 시장이다. 해방 이후에는 근처에 미군 부대가 있었다. 지금은 근처에 롯데마트가 3개, 롯데백화점이 1개 있다."

23일 부평시장(인천광역시 부평구) '문화의 거리'에서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을 만났다. 인 회장은 만나자마자 시장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곳 토박이이자 23년 전에 부평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 인 회장은 그릇 장사, 이불 장사 등을 거쳐 지금은 옷 장사를 하고 있다.

요즘 중소상인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린다. 중소상인들은 대기업들이 세운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인 회장은 대형 유통 자본에 맞서 싸우는 중소상인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인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유통 재벌들이 지나치게 탐욕을 부려 "경제적 아우슈비츠"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를 규제하기 위해 유통법과 상생법이 만들어졌지만, 재벌들이 이런저런 예외 조항을 악용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인 회장은 재벌들이 악용하는 유통법과 상생법의 그런 "구멍"들을 틀어막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 회장은 '소비자의 권리'만을 강조하는 시각으로 대형 마트와 SSM 문제를 봐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720만 자영업자가 완전히 몰락하면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사회안전망과 일자리의 중요성이라는 관점에서 이 사안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인 회장은 일부 중소상인들부터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 회장은 "전통시장에서 옷 사고 대형 마트에서 먹을거리 사는" 상인들도 있다며 "상인과 그 가족부터 마트에 가지 말자"고 주장했다.

인 회장은 재벌에 맞선 중소상인들의 투쟁이 단순한 밥그릇 다툼이 아닌 "경제 민주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재벌의 탐욕으로 인해 상권을 뺏기고 밀려난 중소상인들이 "갈 데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렇게 밀려난 이들을 위한 사회보장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게 한국의 현실이다.

인 회장은 유통 재벌의 독점을 막아내는 것과 함께 "자영업자 포화 상황"을 해결할 방안을 국가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등에서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에서 쫓겨나 어쩔 수 없이 자영업 세계로 뛰어드는 이들이 늘어난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인터뷰는 '문화의 거리'에 있는 인 회장의 옷가게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인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 ⓒ프레시안(최형락)

"유통법과 상생법, 강제성 약하고 '구멍' 많다…개정해야"

프레시안 : 자영업자가 벼랑 끝에 섰다는 말이 나온다.

인태연 : 자영업자의 80퍼센트가 월 소득 200만 원 이하다. 예전에는 중층부터 상층까지 있었다. 이제는 자영업자의 70-80퍼센트가 하층으로 내려갔다.

프레시안 : 피부로 느껴질 만큼 상황이 안 좋아진 건 언제부터인가.

인태연 : 대형 마트와 SSM이 겹치기 시작한 4-5년 전 9만9000명 정도가 (중소) 슈퍼마켓을 하고 있었는데, 2011년에 7만9000명으로 줄었다. 종사자 수만 보면 증감이 잘 안 보인다. 기업에서 방출된 사람들이 또 자영업 시장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시장 붕괴를 보면 (심각성을) 알 수 있다. 10년 전 전통시장이 1770개였는데 지금은 1515개다. 시장 하나당 일하던 사람이 1000명씩이라고 잡고 그 가족까지 감안하면 100만 명 정도가 먹고살 기반을 잃은 것이다. 도매상도 반 토막 났다. 소매상이 죽으면, 공급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가 200개 정도이던 때는 그래도 버텨나갈 수 있었다. 지금은 440개다. 재벌들의 경제연구소에서 (예전에) 적정한 대형 마트 수를 250개 정도로 봤다. 250-270개 정도면, 우리도 매출은 30-40퍼센트 줄지만 꾸역꾸역 먹고살 수는 있다. 440개에 이르렀다는 건 (우리에게) 죽는 길밖에 안 남았다는 것이다.

대형 마트들도 자체 과잉이 되면서,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생각하다 치고 들어온 것이 SSM이다. 홈플러스가 가장 공격적이었고, 롯데는 그 뒤에 숨어서 했다. 그렇게 들어온 SSM이 몇 년 사이에 1000개를 넘어섰다. 유통법과 상생법으로 틀어막고 있는데도 이 지경이다.

프레시안 : 유통법과 상생법은 중소상인에게 성과이지만 허점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태연 : 강제성이 약하다. '지자체장이 전통시장 1킬로미터 안에는 대형 마트 입점을 막을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건 안 막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강제 조항으로 바꿔야 한다. 상생법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사업 조정을 위한 기간 동안 사업 개시 일시 정지 '권고' 조항이 있다. 우리는 '명령'해야 한다고 본다. 어기면 법적 제재를 해야 한다. 그런데 권고로 돼 있으니, 홈플러스 합정점 같은 경우 이를 무시하고 그냥 (입점을 추진)해버리는 것이다.

프레시안 : 중소기업청이 주변 중소상인들과 자율 조정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지 않은 대형 마트에 강제 조정 및 이행 명령을 내려도, 대형 마트는 벌금 5000만 원만 내면 영업할 수 있다.

인태연 : 그렇다. 그리고 의무 휴업과 관련해 하나로마트가 농축산물 매출 비중이 51%를 넘는다는 이유로 제외돼 있다. 농민을 돕자는 취지인데, 하나로마트에서는 수입 농수산물도 많이 판다. 그게 농민을 도와주는 건가? 종합쇼핑몰에 입점한 마트도 의무 휴업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SSM 직영점이 아니라) 가맹점의 경우 대기업 지분이 51%를 넘지 않으면 사업조정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구멍들을 하나하나 심어놓았다. 전면 허가제로 개정해야 한다. 유통법과 상생법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입법 청원도 했다. 예외 조항을 없애는 방향이다. 올해 안에 개정하려 한다. 낙선 운동도 생각하고 있다.

"대형 마트와 SSM, 소비자 권리만 강조하는 시각은 위험"

프레시안 : 최근 의무 휴업 제한을 풀어주는 판결이 이어졌다. 상인들 분위기는 어떤가.

인태연 : 의무 휴업 시행을 앞두고 중소상인들이 준비를 많이 했다. (의무 휴업으로) 슈퍼마켓은 21%, 전통시장에서 농수산물은 23% 정도 매출이 상승했다. 그런데 의무 휴업 제한이 풀리면서 그대로 재고가 쌓였다. 그간 우리가 위험성을 경고할 때, 적잖은 상인들은 '어떻게 되겠지' 했다. 그러나 타격을 받은 후 생각이 바뀌었다. 의무 휴업 혜택을 누리면서 새롭게 눈떴다. 그 혜택을 뺏기니 분노하고 있다. 재벌들이 학습 효과를 준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고맙다. 물을 서서히 끓이면 그 안에 있는 개구리는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어간다. 지난 세월, 상인들이 그런 꼴이었다. 지금은 프라이팬에 올려놓은 형국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의무 휴업 제도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적 취지는 인정하지만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판결이다. 상위법과 조례의 충돌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조례만 고치면 된다. 지자체들이 수정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프레시안 : 대형 마트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소비자의 권리를 강조한다.

인태연 : 중소상인들도 소비자다. 솔직히 상인들 중에도 예컨대 전통시장에서 옷 사고 대형 마트에서 먹을거리 사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를 죽이는 대형 마트인데도, 당장 편하니까 가는 것이다. 그게 온당한 일인가? 상인과 그 가족부터 마트에 가지 말자고 난 이야기한다.

주차 문제 등 편의성 지적 부분은 맞다. 소비자의 편의성, 우리도 인정한다. 하지만 소비자 논리로만 보면 위험하다. 720만 자영업자 시장이 붕괴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봐야 한다. 소비자 권리만 강조하는 건 소비자와 상품의 관계만 보면 맞지만, 사회안전망과 일자리라는 더 큰 차원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본질적인 이야기가 있는데, 소비자 편의성에만 초점을 맞춰 말할 것인가? 또 소비자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정말 대형 마트가 싸고 좋은가? 이 프레임도 거짓말이다.

대형 마트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저질 일자리 아닌가? 예전에 보도 나오지 않았나. 한 달에 이틀 의무 휴업을 하니, 대형 마트에서 3000명을 잘랐다는. 그런 후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자영업자의 일자리를 파괴해선 안 된다.

납품업체 문제도 있다. 백지 계약서 논란도 있지 않았나. 판매수수료, 판촉지원비 등도 마트 마음대로라는 게 공개되지 않았나. 나도 대형 아울렛에 입점한 적이 있다. 일은 일대로 힘들고, 부부가 한 달 일해 수천만 원 매출을 올려도 300만-400만 원밖에 못 가져갔다. 거대한 수탈 체계다. 어느 교수가 '마트는 납품업체와 입점업체 모두 먹여살리는 공동체'라고 하던데 그렇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마트만 남게 되면 착취는 더 심해질 것이다.

"중소상인들의 투쟁은 재벌을 상대로 한 경제 민주화 싸움"

프레시안 : 지난 16일 영세 유통업자들이 롯데그룹 불매 운동을 선언했다.

인태연 : 롯데는 유통 부문 1위다. 상징성이 있다. 카드사도 운영한다. 대형 유통 회사의 카드 수수료는 1.5%인데 우리는 3.5% 수준이다. 유통과 관련해 중소상인을 죽이는 온갖 포악질을 하고 있다. 물론 이마트나 홈플러스도 중소상인들에게 악질적이다. 우리가 이 정도 하면, (그쪽에서) 상생 제스처라도 해야 하는데 그조차 필요 없다는 식이다.

프레시안 : 다른 직종에 비해 상인들은 단결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 "상인들은 재벌을 상대로 한 경제 민주화 싸움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인태연 : 방향과 뜻이 있으면 길은 나온다. 2006년에 노회찬 의원과 함께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 인하 싸움을 해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2007-2008년경 시장 인근에 3번째 롯데마트가 생길 때 대형마트 싸움도 시작했다. 계양산에 골프장 만드는 문제도 있어서, 환경 단체와 손잡고 집회를 열었다. 그게 지금 전국을 뒤흔드는 대형 마트 싸움으로 이어졌다.

기존 상인 단체들은 정부가 압박하면 한 발 뺐다. 그래서 유통상인연합회를 만들었다. 도소매 구분 없이 5000명 정도 포함돼 있다. 조직화된 5000명은 무서운 힘이다. 유통법, 상생법도 이 힘으로 간 것이다.

'상인들이 단결하겠느냐'라는 말은 '국민들이 단결하겠느나'와 같은 이야기다. 국민이 생각지도 못하게 여러 번 권력을 바꾸지 않았나. 상인들도 그냥 보면 흩어져 있지만 결정적인 때는 모여서 싸웠다. 상인들이 싸우지 않으면 재벌은 무서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재벌을 상대로 한 경제 민주화 싸움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 FTA로 인해 유통법과 상생법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태연 : FTA 반대 싸움에 상인들이 많이 나섰다. 유통법과 상생법이 ISD 제소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유통법과 상생법을 만들려 할 때 김종훈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FTA 통과되면 소용없다'며 방해했다. 작년 말 김 본부장과 국회에서 끝장토론을 했는데, 김 본부장이 'FTA가 통과돼도 쉽게 제소 못할 것'이라고 말을 뒤집더라. ISD가 포함된 FTA는 폐기 혹은 재협상해야 한다.

프레시안 : FTA가 이미 발효됐다. 발효 후 대책을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

인태연 : 유통법과 상생법을 강화하고 중소상인적합업종을 정해야 한다. 차별적인 조항이 아니라, 국내 유통 재벌도 제재하고 외국 자본도 제재하면 (설령 제소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좋은 일자리 늘려 자영업자 포화 상황 해결해야"

프레시안 : 어떻게 재벌에 맞서는 일을 시작하게 됐나.

인태연 : 이곳 토박이다. 23년 전 부평시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대학 4학년이던 1989년 겨울, 아버지가 쓰러져 가업을 맡게 됐다. 그릇 장사, 이불 장사를 거쳐 13년 전부터 옷 장사를 하고 있다.

1990년대 초에 영등포에서 킴스클럽을 봤다. '이건 백화점도 아니고 유형이 특이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값이 터무니없이 싸고 규모도 엄청났다. '이런 게 시장마다 생기면 타격이 크겠다', 느낌이 왔다. 그 무렵 월마트가 (한국에) 온다는 기사도 봤다. 미국의 가격 파괴점을 다룬 기사였다. 워낙 싸서 가격 파괴라고 한다는데, 감이 안 왔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데, 근처에 백화점이 생기니 시장의 고급 브랜드들이 못 견디고 사라져버렸다. 백화점이 그릇을 갑자기 '세일(할인 판매)'하니 시장에서 그릇 가게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이불을 갖고 장난을 치니 이불 가게들이 대거 사라졌다. '대형 매장이 생기면 그 영향이 굉장히 크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 대형 마트까지 들어왔다. 다른 상인들은 '경기가 안 좋아' 정도로만 말했지만, 난 시장이 계속 죽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문화의 거리'를 살리는 데 힘을 많이 쏟았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인근에 롯데마트 2개에 롯데백화점이 1개 있는데 롯데마트를 또 세우려 했다. 진짜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상인들을 설득해 2007년 대형마트 규제를 위한 부평 상인 대책위를 만들었다. 그 후 시민사회단체들과도 함께하고, 우리도 노동자, 농민운동에 적극 동참했다. 쉽지 않았다. 상인들 중에는 보수적인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진보적인 단체들을 빨갱이로 보는 이들도 많았다. 그래도 최근에는 많이 나아졌다.

프레시안 : 상권을 뺏긴 중소상인들은 점포를 접은 후 어디 가서 무엇을 하나.

인태연 : 옛날에 다녔던 회사와 연계해 조그만 일자리라도 얻는 사람이, 희박하지만 있긴 있다. 전체적으로는, 사실 갈 데가 별로 없다. 사회보장 제도가 잘돼 있는 것도 아니니, 부인들이 식당이나 마트에 가서 저임금 노동을 하는 일이 많다. 한 가정의 노동의 질이 폭락하는 것이다. 그나마 빨리 접은 사람들은 낫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권리금을 날리고 적자 운영을 하다 빚진다. 식당을 운영하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도 있지 않나? (재벌의 탐욕이) 경제적 아우슈비츠를 만든 것이다. (밀려난 중소상인들이) 잘 보이지 않고 흩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못 보는 것이지, 상황이 심각하다.

프레시안 : 자영업자가 과도하게 많은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인태연 : 자영업 시장이 유럽의 2배라고 하지 않나.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을 수용할 산업 형태가 급속하게 붕괴돼 그런 것이다. 의류를 예로 들면, 10여 년 전 고급 제품은 대부분 국내산이었는데 최근엔 중국산 고급 제품이 많이 들어온다. 유통업체들이 가격을 후려쳐 제조업을 무너뜨린 결과다. 봉제업에서 어린 사람이 40대라더라. 국내 봉제기술을 살리든지 개성공단을 적극 활용하든지 해서 40-50대의 좋은 기술력이 남아 있을 때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제조업도 살리고, 좋은 일자리도 만들고, 720만에 이른 자영업자 포화 상황도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와 함께 유통 재벌의 독점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유통 시장을 재벌에 다 넘겨주면 매우 위험하다.

- 관련 주요 기사 모음

☞ '레드오션' 자영업 "물러서면 벼랑 끝, 눈 앞엔 핏빛 경쟁"☞ "자영업 강제 구조조정 온다"☞ IMF로 시작된 자영업 위기, 해법은?☞ 커피 프렌차이즈, 달콤쌉싸름한 유혹 뒤엔…☞ 막창집 주인 이씨는 '그곳'에서 버틸 수 있을까?☞ "홍대 앞에는 왜 '부비부비' 클럽만 남게 됐나"☞ "돈 냄새와 정욕에 질식한 예술의 거리"

 /김덕련 기자

2012년 7월 16일 월요일

200만 자영업자, '롯데와의 전쟁' 돌입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7-16일자 기사 '200만 자영업자, '롯데와의 전쟁' 돌입'을 퍼왔습니다.
"오늘부터 롯데 술, 음료, 빵, 아이스크림 먹지 말자"

200만 자영업자가 롯데그룹의 모든 제품을 불매하는 '롯데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국내 최대 유통재벌인 롯데가 대형마트 횡포를 계속하고 신용카드 수수료 체제 개편에도 미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동네슈퍼 등 영세 유통업자들이 주축인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유권자시민운동은 음식점, 유흥주점, 룸살롱, 숙박업 등 80여 소상공인 단체 회원 200만명과 함께 16일부터 롯데그룹 제품을 무기한 불매하는 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롯데그룹에 보낸 공문을 통해 "자영업자의 요구를 체인스토어협회와 대형마트가 거부해 롯데 제품 불매운동에 돌입하게 됐다"면서 "이 운동은 골목상권과 자영업자의 생존권 문제임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불매운동 돌입 이유를 밝혔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준수, 신용카드 수수료 체계 개편 수용 등을 요구했다가 거부 당했기 때문. 

특히 롯데마트의 경우 프렌차이즈 방식의 편법을 통해 교묘하게 법망을 뚫고 지금도 계속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키고 있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실제로 롯데는 대중소기업상생법에 걸려 번번이 추가 출점이 좌절되자 직영점 형태의 출점을 포기하고 가맹점을 늘리는 방식으로 전환해 골목상권을 파고 들고 있다. 롯데슈퍼의 경우 지난 2009년 5월 가맹점을 받기 시작해 지금까지 61개의 가맹점을 열었다. 이는 전체 롯데슈퍼의 14%에 달하는 수치다.

이번 '롯데와의 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 파괴력이 강할 전망이다.

우선 60만개에 달하는 룸살롱, 단란주점, 노래방, 음식점이 롯데의 주력 위스키인 `스카치블루', 주력 소주인 `처음처럼', 수입맥주인 `아사히맥주'를 팔지 않기로 했다. 경쟁이 치열한 주류시장에서 음식점, 룸살롱 등이 이들 제품 취급을 거부하면서 롯데칠성 주류는 치명타를 입을 전망이다.

또한 동네슈퍼 등은 생수 `아이시스', `펩시콜라', `칠성사이다', `실론티', `2%', `옥수수수염차' 등 롯데칠성음료 제품을 전면 보이콧하기로 해, 이들 음료 매출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밖에 롯데제과, 롯데리아 등도 당연히 불매 대상에 포함됐다.

또한 이들 단체는 가족과 시민단체 등을 합한 600만명을 규합해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롯데마트, 롯데빅마켓, 롯데슈퍼 등의 이용을 전면 보이콧하기로 했다. 

이들은 기존 회원업체 외에 외식업 분야를 비롯한 100여개 소상공인단체와 250여개 직능단체, 100여개 시민단체에 협조공문을 발송해 불매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했다.

"유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할 것"이란 모토를 신봉하는 롯데는 말 그대로 최강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내 최대 유통재벌이다. 현금 동원력 또한 최강이다. 최근에는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앞세워 하이마트까지 인수하면서 지배력을 더 확장해가고 있다.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들과 롯데와의 전면전은 언젠가는 불가피한 전쟁이었고, 마침내 그 싸움이 시작된 양상이다. 벌써부터 증시에서는 롯데칠성 등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불매운동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여기에 유통재벌의 무한대 확장에 비판적인 시민들까지 가세할 경우 파괴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또 하나의 1%세력과 99%세력간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박태견 기자

2012년 7월 1일 일요일

‘사장님’ 한국 의사 vs 독일 의사 ‘선생님’


이글은 한겨레21 2012-07-02일자 제917호 기사 ' ‘사장님’ 한국 의사 vs 독일 의사 ‘선생님’'을 퍼왔습니다.
[기획연재 ‘병원 OTL- 의료 상업화 보고서’ ⑦ 의사는 왜 ‘자영업자’가 됐나] 한국·독일 의사 비교로 살펴본 한국 의료계 사익추구적 토양… 의사가 되기까지 국가 지원 전혀 없는 시스템 근본 원인

연재순서
① 과잉진료 권하는 병원
② ‘가짜 원장’ 양산하는 병원들
③ 폐업하는 동네의원
④ 거대병원의 무한경쟁
⑤ 무너지는 공공의료
⑥ 의료사고, 상업화의 그늘
⑦ 의사는 왜 ‘자영업자’가 됐나

» 김응수 원장. 김명진 기자

 » 틸로 슈나이더 원장. 한주연 제공
과잉의료, 리베이트, 의료사고, 수술 거부….
왜, 언제부터 우리나라 의사들은 사고뭉치로 돌변했을까. 수많은 전문직 가운데 유일하게 선비 ‘사’(士)가 아닌 스승 ‘사’(師)자가 붙은 직업인이면서도 왜 의사들은 대부분 마땅한 존경을 받지 못할까. 왜 한국의 의사들은 ‘스승’의 위치에서 벗어나 저잣거리의 장사치를 자임하기 시작했을까. ‘병원 OTL’ 7회에서는 그 까닭을 풀이해보았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의사들이 자라나고 살아가는 토양을 파헤쳐보았다. 도대체 어떤 자양분을 먹었고 자랐기에 한국의 의사들은 이토록 타락하고 위축됐는지 그 영문을 알기 위해서다.
상대적인 분석을 위해서 한국과 독일의 의사를 한 명씩 호출했다. 한국에서는 서울 동작구에서 동네의원을 단독 운영하고 있는 김응수(43) 원장이, 독일에서는 옛 동독 지역의 도시 로스토크에서 동네의원을 공동 개원한 틸로 슈나이더(38) 원장이 나섰다. 둘 다 각자의 지역에서 건전하고 상식적인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두 사람에게 10개의 공동 질문을 던졌다. 두 나라 사이에서 토양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설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고병수 새로의 도움을 받았다.

한 건물 병원 6곳 vs 병원수 지역별 제한

1. 일주일에 근무시간은?

김응수 원장(이하 김): 일주일에 60시간 조금 넘게 일한다. 3년 전부터는 수익을 늘리려고 화요일과 목요일에 야간 진료도 하고 있다. 월·수·금은 아침 9시~저녁 7시, 화·목은 아침 9시~밤 9시, 토요일은 아침 9시~오후 4시 병원 문을 연다. 환자가 오든 안 오든 영업시간을 늘리는 것이 병원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근무시간을 더 늘려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 주변에 개원하는 병원이 늘어 경쟁이 치열하다. 물론 방문진료는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틸로 슈나이더 원장(이하 슈나이더): 3명이 공동 원장이 돼서 병원을 운영한다. 의사 1명을 고용해 우리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 수는 모두 4명이다. 보통 진료는 일주일 가운데 5일만 한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아침 8시~오후 4시에 근무한다.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에는 근무하지 않는다. 이날에는 방문진료를 할 때가 많다. 목요일엔 오후 1시부터 시작해서 저녁 7시에 끝난다. 바빠서 점심시간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근무 외의 시간에는 연수와 가족을 위한 시간을 만든다. 우리 의원은 잘 조직돼 있어서 근무량이 좀 적은 편이다.

2. 하루에 몇 명의 환자를 보는가?

김: (컴퓨터 모니터를 보여주며) 오늘 환자 49명을 봤다. 개원의 가운데서는 아주 많이 오는 편은 아니고, 그렇다고 적은 편도 아니다. 계절에 따라 찾아오는 환자 수는 변동이 있다. 대략 40~70명이 온다. 평균적으로 이 정도 수준이다. 환자 1명마다 진료하는 시간은 3~10분이다. 오래 진료하고 싶어도 환자들이 바쁠 때도 있다. 또 다른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마음이 급해져서 오래 진료하지 못한다. 당뇨병 환자들은 20분 정도 좀더 오래 이야기를 나누며 건강관리 방법 등을 두루 알려주고 싶다. 그렇지만 시간이 생각처럼 쉽게 나지 않는다. 안타깝다.
슈나이더: 오전에 20~35명, 오후에 20명 정도 진료한다. 그 가운데 몇몇은 정기적으로 검진하러 오는 경우다. 나는 환자 1명에게 10분 정도의 시간을 들이려고 노력한다. 이것도 불가능할 때가 종종 있다.

3. 병원들 사이의 경쟁은?

김: 10년 전에 개원했다. 그사이 건물에는 안과, 재활의학과, 이비인후과 병원 3곳이 더 생겼다. 지금은 한 건물에 병원만 6곳이다. 좁은 집에 가족이 꽉 찬 ‘풀하우스’다. 치과는 이웃한 건물 2곳에도 다 있다. 그러니 병원들은 완전히 자율 경쟁을 한다. 의사들은 알아서 벌이를 해야 하고, 책임도 각자 져야 한다. 동네의원은 동네슈퍼랑 처지가 비슷하다. 주변에 홈플러스나 이마트 등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밀려나게 된다.
슈나이더: 우리 병원이 위치한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에서는 의원 수가 지역마다 제한돼 있다. 그래서 개원할 수 있는 동네와 이미 의원이 포화 상태인 동네가 따로 있다. 의사가 포화 상태인 지역에서 개원하려면 의원 자리를 사야 한다. 물론 개원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그냥 개원할 수 있다.
1회 3800원 vs 1분기 10유로

4. 환자들은 진료비를 얼마나 내는가?

김: 기본적인 증상의 경우, 환자들은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을 때마다 3800원을 낸다. 그러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9090원을 채워 병원에 보상해주는 방식을 취한다. 물론 진단이나 치료 내용에 따라 비용은 다르다. 환자들은 치료를 추가적으로 받을 때마다 부가적인 비용을 낸다.
슈나이더: 환자는 분기마다 10유로만 내면 모든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말하자면, 환자 1명에 대한 총액예산제다(상자 기사 참조). 한 분기 동안에는 환자가 병원을 몇 번 찾아오든 상관이 없다. 주마다 의료보험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의료보험의 돈은 의사협의회에서 협상한 내용에 따라 의사들에게 배분된다. 이론적으로 보면, 분기마다 환자 1명꼴로 30~50유로의 수입이 생긴다. 어린이나 노인 같은 환자 진료에 대한 병원의 수입은 약간 더 많다. 2004년 총액제를 도입한 이후 의사들은 되도록 많은 환자를 받기 원한다. 한 분기 동안에는 일단 한 번 본 환자는 다시 안 오기 바라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일부 전문의들은 다음 진료 예약을 다음 분기로 미루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보면 의사 수입이 그렇게 많은 것 같아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의사들의 수입은 적지 않다. 비보험 환자에 대한 수입이나 민간보험 환자에게서 나온 치료비 등 다른 수입들이 있기 때문이다.

5. 포괄수가제에 대한 의견은?

김: 가정의학과는 당장 상관이 없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제왕절개나 치질 수술과는 상관이 없다. 그렇지만 포괄수가제로 완전히 바꾸었을 때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결국 정부에서 재정지출을 절감하려는 시도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의료비 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 이해를 구하면 협조할 생각도 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의사들이 매도당하는 것 같아서 불편한 심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슈나이더: 모든 시스템에는 장단점이 있다. 독일에서도 옛날엔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해 모든 진료 행위에 대해 각각 계산됐다. 이로 인해 과잉 진료 행위가 생겼다. 이제는 (포괄수가제보다 더 적극적인 방식인) 총액요금제를 통해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지금 총액요금제에 만족한다. 우리 의원은 질 좋은 기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환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6. 개인 수입은 얼마나 되는가?

김: 일반 봉직의보다는 조금 좋은 편이다. (흔히 ‘페이닥터’로 알려진, 일반 병원에 고용된 의사를 가리키는 봉직의의 월급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 수도권에서는 보통 500만~1천만원이다.) 그런데 개원 비용을 아직 못 갚고 있다. 채무를 갚고 나면 저축을 하기 힘든 수준이다. 지출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다. 골프도 치지 않고, 출퇴근용 차도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집도 전세로 살고 있다.
슈나이더: 우리 지역의 주치의는 의료보험 환자를 본 수입으로만 1년에 10만유로(약 1억5천만원) 정도를 할당받는다. 그 밖에 소견서를 쓰는 등 다른 데서 생기는 수입이 있다. 여기서 소득세와 민간보험비를 공제한 것을 보통 주치의들의 평균수입이라고 보면 된다. 소득 액수에 따라 15∼42%의 소득세를 낸다. 독일의 세금 구조는 누진적이다. 대다수 의사에게 최고과세율이 적용된다. 그만큼 수익이 높다는 뜻이고, 세금도 많이 낸다.

» 우리나라에서 의사는 비싼 대학 등록금과 수억원의 개원 비용을 스스로 감당한다. 공공 지원은 거의 없다. 이 과정을 거쳐 의사 집단은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자영업자’로 규정하게 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등록금 비싼 한국 vs 등록금 거의 없는 독일

7. 수입에 만족하는가? 수입을 늘리려고 어떤 활동을 하는가?

김: 저축을 못하고 있다. 그러니 불안하다. 그래서 야간 진료를 한다. 피부 레이저 시술도 한다. 이런 시술은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아서 병원에 돌아오는 수익이 크다. 피부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의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매력도 있다. 건강보험에서 보상하는 수가가 매우 적기 때문에 건강보험 환자만 봐서는 병원이 생존하기 힘들다. 수익만 생각하면 피부나 미용 시술만 하면 된다. 물론 그럴 수는 없다. 동네에서 오래 봐온 환자들도 있다. 지역에 대한 일종의 책임감이 있다. 그러니 건강보험 환자들도 계속 본다.
슈나이더: 의사들의 불평은 많은 편이지만 돈은 충분하다. 로스토크에서 내가 아는 모든 의사는 우선 삶의 질과 노동 부담 문제를 개선하고 싶어 한다. 우리 지역에서는 의사 수에 비해 환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과로가 가장 큰 문제다. 돈은 그다음 문제다. 의사들이 넘쳐나는 베를린에서는 운영난에 빠진 의원들도 있다. 그들은 환자를 얻으려고 고군분투한다.

8. 의과대학에 다니는 비용은 얼마였는가?

김: 내가 의대 다닐 때, 1년 등록금이 270만원이었다. 다른 전공은 200만원 이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참 비쌌다. 의대에 다니는 것이 효도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교재비도 한 학기에 20만~30만원이 들었다. 당시에는 복제본 교과서를 많이 봤다. 그래서 그나마 그 정도 든 것이다. 지금은 저작권 때문에 원서를 사야 한다는데 부담이 클 것이다. 의대 교육 과정에서 정부 지원은 없었다.
슈나이더: 등록금은 거의 들지 않는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는 한 학기에 100유로 정도의 등록금을 냈다. 이는 버스와 기차, 그리고 학교 편의시설을 이용하는 금액이다. 책과 자료에 드는 돈도 별로 많지 않다. 부모님의 소득이 낮은 학생에 한해 학자금 융자도 받을 수 있다.

9. 의대에 다닐 때 의료윤리에 관한 과목이 있었는가?

김: 본과 2년차에 의료윤리학 수업을 들었다. 물론 ‘국·영·수’는 다른 과목들이었고, 의료윤리학 과목은 학점 비중이 낮다. 말하자면, 고등학교 때 윤리 같은, 그러니까 시험 전날 벼락치기로 공부하는 과목이다. 게다가 본과 때라서 밤늦게 해부학 실습을 하기 때문에, 윤리학 수업은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
슈나이더: 들은 바 없다. (독일 하노버의과대학의 나이츠케 박사가 지난 2008년에 쓴
“시골 개원 때 5만 유로 무상 지원”

10. 개원 비용은?

김: 10년 전 개원할 때 2억원을 대출했다. 당시 의료 관련 컴퓨터 프로그램 회사에서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2억원을 빌려줬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돈은 없었다. 중간에 이자 부담이 적다는 ‘엔화 대출’로 갈아탔다가 엔화 환율이 크게 올라 빚이 오히려 많이 늘었다. 아직도 그 빚을 갚지 못하고 있다. 당시 다른 개원의들도 엔화 대출을 했다가 손해를 많이 봤다. 지금껏 금융기관의 노예가 된 느낌이다. 이자를 제때 갚아야 하니까.
슈나이더: 정확하게 이야기하긴 어렵다. 의사가 부족한 시골 지역에서 개원할 때는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다. 내가 사는 주에서도 도시에서 떨어진 시골에 의원을 열 경우 무상으로 5만유로를 받는다. 지역에 따라 지원 내용이 다르다. 도시에서 주치의가 병원을 여는 비용은 그렇게 높지 않은 편이다. 아주 비싼 기계를 구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개원할 때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게 컴퓨터 장비들이다.

11. 하고 싶은 말은?

김: 다른 병원에 가면 나도 환자다. 의사라고 다 좋은 사람만 있는 거 아니다. 치과에 가서 입 벌리고 있으면 나도 ‘이거 속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의사들이 양심적으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제도적·재정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이런 말을 하면 ‘너희만 고생하냐’라는 말 듣는 것 알고 있다. 그래도 양심적으로 운영하는 병원들이 안 망할 수 있게 해주는 기반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공익적인 의료를 하고 싶지만 ‘수익을 위해서는 피부·비만에 비중을 둬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관도 그걸 바라는 거 같다. 비싼 레이저 시술을 하고, 공격적으로 홍보하라고. 그러면 돈을 더 대출받아서 병원 확장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는 “아직도 보험 환자 받냐”고 말하기도 한다. 돈이 되는 성형외과나 피부과로 진료과목을 갈아탄 사람들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내가 배운 가정의학을 버려야 하나, 이런 억울함이 있다.
슈나이더: 독일에서도 1차 의료 전담 의사 수는 부족하다. 현재 정부(기민련-자민당)도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지만 전문의 이익단체의 뜻을 거스르는 데 주저하고 있다. 그래서 1차 의료 전문의 시스템을 제대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사민당은 주치의제도를 강화해서 불필요한 진료로 생겨나는 비용을 제한하려 한다. 그들이 정권을 잡으면 이 개혁을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용어설명

행위별수가제: 의사가 진료량에 따라 보상을 받는 방식. 이를테면 병원이 수술 환자에게 주사나 검사 등 치료 행위를 많이 할수록 수입이 늘게 된다.
포괄수가제: 의사가 질환별로 정액의 보상을 받는 방식. 질병에 따라 보상액이 미리 정해져서 주사나 검사 등 치료행위가 늘어도 병원의 수입이 늘지 않는다.
총액예산제: 병원이 한해 예상되는 비용을 정해놓고 그에 맞춰 진료하며 보상을 받는 방식. 수입 총액이 미리 정해져서 주사나 검사 등 치료 행위를 여러 번 해도 수입이 늘지는 않는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로스토크(독일)=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