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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6일 토요일

재벌의 반격… “대형마트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 온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5일자 기사 '재벌의 반격… “대형마트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 온다”'를 퍼왔습니다.
창고형 할인점으로 전략 수정? 대기업 도매업 진출에 제한 없어 중소상인 피해 우려

한국형 코스트코가 몰려온다. 대형마트와 슈퍼슈퍼마켓(SSM)들이 출점 제한에 부딪히자 창고형 할인점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골목상권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도매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인데 자칫 동네 구멍가게 뿐만 아니라 중소 도매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거라는 경고도 나온다.

가장 공격적으로 도매업 진출을 서두르는 곳은 롯데마트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6월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 금천점과 신영통점에 오픈한 데 이어 이달 25일 영등포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현행 유통법과 상생법에는 대기업의 도매업 진출을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정부도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롯데마트 홍보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빅마트는 롯데마트 판매 가격의 10~15%보다 싸게 판다”며 “코스트코와 달리 롯데 빅마트는 국내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조리식품과 한국형 상품들을 구비하고 편의시설도 갖췄다”고 말했다.

롯데 빅마트는 △해외 유명상품 저가 대량매입 △인기 생필품 사전 대량구매 △사업자를 위한 대용량 파격가 상품 판매으로 연회비보다 큰 가격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재벌계열 유통업체들은 도매업 진출을 두고 골목상권 중소상인들과 상생방안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김제남 의원실에 따르면 유통 대기업이 진출한 이후 주변 상권의 도매업체들에게 극심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2월말 영업에 들어갈 예정인 빅마켓 영등포점 공사현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2011년 11월 26일부터 한 달 동안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대전광역시, 부산광역시의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가 입점한 4개 지역 주변 상권 소매업체(600개소)와 도매업체(100개소) 등 총 700개 중‧소‧도매업체들을 조사한 결과, 대형유통마트의 진출 이후 중‧소‧도매업체의 판매액과 영업이익은 평균 2011년 기준으로 20% 이상 줄어들었다. 도매업체가 물품을 공급하는 소매업체 수는 업체당 평균 217개에서 180개로 17.1%나 줄어들었고, 판매액도 평균 22.3% 줄어들었다.

마진 감소의 주된 원인은 경쟁으로 인한 가격인하가 97.9%에 이른다. 종사자 수 또한 2009년 대비 2010년 5.8%, 2010년 대비 2011년 13.1%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피해가 대형 유통마트와 중소 도매업체들에 납품하는 중소 제조업체로 연쇄적으로 확산된다는 데 있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기획실장은 “도‧소매 유통산업을 홈플러스 같은 몇몇 유통대기업들이 독과점해 버리면 백지 납품계약에 온갖 불공정 거래로 피해를 보는 중소 제조업체들 문제가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매업 진출 이전에도 대형 유통마트들의 중소 제조업체에 대한 착취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 왔다. H식품은 2010년 홈플러스에 떡을 납품한지 3개월 만에 자체 추산으로 최소 6000만 원의 손실을 입고 홈플러스와 거래를 중단한 바 있다. 홈플러스는 H식품이 직접 고용한 판매 직원에게 두 팩을 묶어 한 팩 값으로 팔게 하고 떡이 떨어졌으니 더 보내라고 요구했다. H식품이 2010년 4월 기준으로 홈플러스에 1억168만원 어치를 납품했으나 홈플러스의 실제 판매액은 5989만원에 그쳤다.

최인숙 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대형 유통마트의 도매업 진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형 유통업체가 특정 도소매업 시장을 독점하면 소비자들은 대형유통업체가 부르는 값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이로써 공정한 가격 경쟁으로 인한 ‘싸고 질 좋은 물품’ 공급은 어렵게 된다. 최인숙 사무국장은 “몇몇 대형유통마트들이 가격을 담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연합뉴스

이동주 실장도 “대기업이 도매업에 진출해서 싸게 대량 공급하면 소비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 같지만 도매상인들이 파산하고 몇몇 대형 유통마트들의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되면 단가를 끌어올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물건을 비싸게 떼 오는 소매점들도 그 가격에 맞추어 가격을 올리면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미칠 수밖에 없다.

이 실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고 있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유통재벌‧대기업들의 도매업 진출을 규제하라는 중소 도매 납품업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도매업의 특성상 복잡하고 통계가 없는 데다 소매업에 비해 시급한 것 같지 않으며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등의 이유로 손을 대지 않고 있다.

경제민주화국민본부 등은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소상인 적합업종지정에 도매업을 즉각적으로 선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에도 도매업과 일정 규모 이하의 소매업의 경우 즉시 중소기업중소상인적합업종으로 선정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조중목 이사장은 “우리가 더 달라고 떼를 쓰는 게 아니다. 더 이상 서민들의 생존권을 침해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안수연 기자 | yun@mediatoday.co.kr  

2012년 12월 8일 토요일

"하루 18시간 일하고도 빚지는 내가 바로 노예"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07일자 기사 '"하루 18시간 일하고도 빚지는 내가 바로 노예"'를 퍼왔습니다.
[현장에서 본 '경제민주화'] '벼랑 끝' 중소상인 3인 방담 (1)

2012년의 화두 중 하나는 경제 민주화다. 논자마다 그 정의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분모는 격차를 줄이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삶을 낫게 만든다는 것이다. 대자본의 탐욕과 양극화를 이대로 방치하면 사회가 폭발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다.  총선을 치르고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한 해를 돌아보면 경제 민주화에 관한 말이 참 많이도 나왔음을 새삼 절감한다. 여당도, 야당도 모두 경제 민주화를 말했다. 대선 후보들도 너나없이, 자신이 경제 민주화의 적임자라고 자임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뤄진 건 거의 없다. 단적으로, 국회에 제출된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 100여 개 중 열매를 맺은 건 단 하나도 없다. 무성한 말이 무색할 정도다. 정치권의 경제 민주화 담론은 득표를 위한 말의 성찬일 뿐이며, 선거가 끝나면 경제 위기론을 앞세워 경제 민주화 요구를 질식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 민주화는 경제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경제 민주화 주장은 시쳇말로 혁명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품위 있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 사항에 가깝다는 점이다. 이것마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이들이 폭발하도록 부추기는 것과 다름없다.  은 현장에서 경제 민주화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3명의 전‧현직 중소 상인들로부터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무엇이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지, 그리고 경제 민주화를 입에 달고 사는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상황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경제 민주화를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기에 마련한 자리다. 방담은 11월 29일 참여연대에서 이뤄졌다. 

"근접출점으로 매출 격감…가게를 접을 수도 없다"

프레시안 :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민인숙 : 춘천 석사동에서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운영한다. 영업한 지 2년 됐는데, 근접출점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

김진철 : 망원시장에서 즉석두부, 그러니까 손두부를 만들어 팔고 있다. 같은 자리에서 15년 정도 했다. 우리 시장 주변에서 대형 마트인 홈플러스 월드컵경기장점과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망원점 등 홈플러스 매장들이 성업 중이다. 그것도 반경 2.3킬로미터 이내에서. 그런데 670미터 떨어진 곳에 또 홈플러스 합정점이 들어오려 하고 있다. 그래서 비대위를 결성해 활동 중이다. 다섯 번의 철시도 했고, 집회도 했다. 오늘(11월 29일)이 비대위를 결성한 지 딱 1년째다. 천막농성을 한 지는100일이 넘었고. 난 비대위 총무를 맡고 있다.

송용한 : 반포에서 BBQ치킨점을 했었다. 2001년에 시작해 2008년에 그만뒀다. 본사의 강압적 조치로 인해 가맹점주협의회가 만들어졌을 때, 총무를 맡았었다. BBQ를 그만둔 후 호프집을 했는데 상황이 안 좋아, 지금은 영업용 택시기사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 : (민인숙 씨에게) 근접출점 현황에 대해 말해달라.

민인숙 : (내 편의점이) 조그마한 주택가에 있는데, 60미터도 안 떨어진 곳에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또 있다. 그게 세워진 후 100미터 조금 넘는 곳에 CU 편의점이 생겼다. 거기에서 80미터쯤 떨어진 곳에 GS 편의점이 있다. 석사동에만 편의점이 8개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셈이다.

프레시안 : 편의점을 시작할 때는 몇 개였나?

민인숙 : 이쪽 골목엔 내 편의점 하나밖에 없었다. 조금 건너서 또 하나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 열심히 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런데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이 도니까, 새 건물이 생겼다 하면 무조건 쑤시고 들어오더라. 지방은 서울에 비해 세(貰)가 좀 싼데,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쑤시고 들어오면서 세를 터무니없이 올려놓은 것도 문제다.

프레시안 : 매출에 타격을 받았을 것 같다.

민인숙 : 지장이 많다. 내가 제일 많이 했을 때 하루 매출이 150만-160만 원 정도였다. 그런데 편의점 수가 늘어나면서 지금은 매출이 하루 50만-60만 원 정도밖에 안 된다. 최근 하루 평균 20만-30만 원 정도 줄었다. 이걸 한 달로 계산하면 600만-900만 원이다. 1년으로 보면 어마어마한 돈이다.

본사는 손해 볼 일이 없다. 편의점에서 손실이 나든 그렇지 않든 매출의 35퍼센트(이 비율은 매장마다 다르다)를 가져가기 때문이다. 위약금 등의 문제 때문에 편의점을 접을 수도 없다.

▲ 편의점을 운영하는 민인숙 씨.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근접출점으로 상황이 많이 나빠졌다고 했는데, 본사로부터 보상받을 길은 없나.

민인숙 : (계약서를 펼쳐 보이며) 여기 보면 '50미터 이내에 가맹점을 개설하는 경우에는 이를 을(기자 : 기존 가맹점주)에 통보하여야 하며, 을이 개점에 동의할 수 없을 때에는 상호 협의하여 처리해야 한다', 이렇게 나와 있다. 애매하게, 협의한다고만 돼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준다는 이야기는 없다. 솔직히, 우리 같은 서민들은 이런 계약서를 보면 머리가 아프다. 자세히 읽어보면 세븐일레븐 측에 유리하지 점주들에게 유리한 게 없다.

새 편의점을 열 때 쉬쉬했다. 문을 연 다음에야 알았다. 공사를 할 때 그게 편의점 공사인지 아닌지 모른다. 주위 사람들이 이야기하기에 회사에 전화해 물어보니, '편의점 안 들어선다, 그럴 계획 없다'고 하더라. 그래놓고 똑같은 세븐일레븐 편의점을 열었다.

보상을 요구했지만 본사는 '생각해보겠다, 배려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시간만 끌었다. 그래서 얼마 전 본사에 근접출점으로 인한 매출 감소 및 피해 보상과 관련해 내용증명을 보냈다.

프레시안 : BBQ도 마찬가지였나?

송용한 : 거의 비슷하다. 딱 잘라 말하진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프레시안 : 본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런저런 제재를 받는다고 명확히 돼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애매하게 돼 있다는 뜻인가?

송용한 : 그렇다. 내가 시작할 때는 지금처럼 두루뭉술하게 돼 있었는데, 2007년인가 가맹사업부가 바뀌면서 본사에서 상당한 부피의 책자 형태로 계약서를 만들었다. 그중 가맹점주에게 불리한 조건이 수십 가지 있었고, 공정위에서 불공정약관이라고 결정한 것도 있다.

프레시안 : 본사의 강압적인 행태 때문에 그만뒀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떠했나?

▲ BBQ 치킨점을 운영했던 송용한 씨. ⓒ프레시안(최형락)

송용한 : 본사 방침에 따라 과도하게 판촉 행사를 해야 했다. 가게 이전도 문제였다. 치킨집은 배달 위주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대개 골목에 조그맣게 5-8평 정도로 가게를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 날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큰길가 같은 곳에 15평 정도의 카페 형태로 가게를 확장 이전하도록 본사에서 유도했다. 자연스럽게 진행되면 좋은데, 강압적으로 계약서를 쓰라는 식으로 이뤄졌다. (사실상) 시점을 정해 언제까지 하라는 식이었다. 인테리어 비용도 점주들이 다 책임져야 했다.

권리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을 다 합치면 최소 몇 천만 원에서 억 단위까지 드는 일이었다. 난 옮기지는 않았는데, 만약 (본사 방침대로) 했다면 강남 쪽이어서 1억 5000만 원은 들었을 것이다. (본사 방침대로 하려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한다고 해서 그만큼 수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었다.

본사가 치킨업체를 여러 개 운영하다 보니 상권이 겹치는 것도 문제였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집회를 했는데, 그 후 계약 만료 시점에 계약이 종료됐다.

프레시안 : 제너시스는 BBQ 외에도 BHC, 비비큐치킨앤비어 등 여러 개의 닭 관련 브랜드를 갖고 있다. 본사에서 BBQ 가맹점을 하나 낸 후 그 옆에 BHC를 또 내는 것 때문에 그동안 논란이 많았다.

송용한 : 그렇다. 창업할 때 그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BHC는 내가 BBQ를 시작한 후인 2004년 본사에서 인수한 것이다. BBQ 매장 옆에 BHC 같은 게 더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시작한 게 아니다.

"끝없이 치고 들어오는 홈플러스…어떻게 먹고살라는 것인가"

프레시안 : 시장은 프랜차이즈 쪽과 상황이 다소 다를 것 같다.

김진철 : 경제가 너무나 침체에 빠져 있다. (비교하자면) 지난번 태풍이 왔을 때 나무들이 많이 쓰러졌다. 잔뿌리가 튼실한 나무는 버텼는데, 그렇지 않은 나무는 나가떨어졌다. 우리 경제도 마찬가지다. 영세 상인들이 그런 잔뿌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를 보면 대기업 50군데 정도 빼면 그 밑에는 뭐 있나? 그들이 나가버리면 우리나라 지금 거지 된다. 이런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나? 이런 구조를 만든 게 누군가? 재벌 위주 정책을 펼친 정치인들 아닌가. 새 대통령이 중소 상인들을 돕지 않으면 우리나라 진짜 어렵다.

홈플러스는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합정동은 좀 오래됐고 최근엔 관악, 오산세교, 경주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홈플러스 회장) 이승한 씨가 체인스토어협회장으로서 지경부하고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만들었는데, 이게 꼼수라는 게 바로 드러났다(기자 : 홈플러스는 대형 마트의 신규 출점 자제 등 상생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유통산업발전협의회에서 발표한 당일에 오산, 그 다음날엔 관악에 점포 등록 신청을 했다). 그런 사람이 지금 상생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나?

프레시안 : 대형 마트와 SSM이 연이어 들어오면서 매출이 어느 정도 줄었나?

김진철 : 장사를 시작했을 때는 대형 마트가 하나도 없었다. 그때 하루 매출이 200만원 정도였다. 2002년 월드컵경기장에 까르푸가 들어왔다. 그때만 해도 대형 마트의 영향력이 이렇게 크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래서 우리도 거기 가서 애들 옷도 사 입히고 영화도 보고 다 했다. 우리도 소비자였다.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까르푸와 홈에버는 그렇게 공격적으로 경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홈플러스는 굉장히 공격적으로 경영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목마다 설치했다.

우리 시장에 제일 영향을 많이 준 게 망원역에 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다. 시장 입구에서 한 3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100평 남짓한 그 매장 하나가 우리 시장 매출의 20%를 잠식했다. 20%면 어마어마한 것이다. 지금 내 가게 매출이 하루 120만 원 될까 말까다. 예전의 60퍼센트 정도다. 그런데 합정동에 새로 들어오는 건 4300평짜리 대형 마트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매출의 30퍼센트는 줄어들 것이다. 120만 원의 30%면 얼마냐? 그런 상황에서 과연 벌어먹고 살 수 있겠나?

▲ 망원시장 상인 김진철 씨. ⓒ프레시안(최형락)

합정 홈플러스에 대해 서울시에서 의뢰해 실시한 상권 분석 결과가 있다. 주변 상권은 초토화되고 영업이익률이 66.8퍼센트 감소할 것이라고 나온다. 살아남으려면 경쟁해야 하는데 무엇으로 경쟁하나? 재래시장 상인들, 가격을 다운시킬 수밖에 없다. 이익이 제대로 나겠나? 거저 넘기다시피 해야 손님이 붙을 테고 현실적으로 이윤은 훨씬 더 감소할 것이다. 시장이 도저히 살 수 없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마저 없어지면 마포에는 대형 마트만 남을 것이다. 과연 그때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이 생길까? (민인숙 : 그렇죠.) 독과점 현상이 일어날 텐데, (대형 마트에서) 비싸게 팔면 거기서 따질 건가?

그리고 이 사람들은 판매 이익금을 영국 본사로 송금한다. 지역에서 돈이 고갈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돈 벌면 옆집 가서 옷도 사고 먹을 것도 먹고 하면서 주변에 돈을 쓴다. 같이 먹고사는 것이다. (민인숙 : 맞다.) 돈이 회전한다. 그런데 지금 계속 빨대 꽂아놓고 물 빨아먹듯이 쫙쫙 빨아대니, 돈이 지역에서 증발한다. 돈이 그 지역에서 자꾸 돌아줘야 편의점도 되고 치킨집도 되고 술도 한잔 마실 수 있는 건데, 지역에서 돈이 없어지니까 치킨을 사먹고 싶어도 못 사먹는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가 생겼다. 그렇다고 경기가 좋아 노동자들의 지갑이 두둑해지고 그런 노동자들이 시장에 와서 사먹고 하나? 그런 분위기가 아니지 않나? 이것을 어떻게 살려야겠나? 결국 이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게, 대형 마트들이 장난 못 치게 펜스를 쳐줘야 한다. 보호해줘야 한다.

프레시안 : 대형 마트를 규제하면 사람들이 전통 시장으로 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편의점 등으로 간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진철-민인숙 : (목소리가 커지며) 그건 전혀 아니다.

민인숙 : 춘천은 인구가 마포구보다 적다. 그런데 대형 마트만 홈플러스 1개, 이마트 1개, 롯데마트 3개가 있다. 그런 대형 마트로 사람들이 많이 가니, '편의점을 하면 조금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그만 슈퍼마켓에서 편의점으로 옮기는 상인들이 있다. 이전할 때 본사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24시간 하면 못 해도 하루 매출이 100만 원은 넘으며, 개인 슈퍼마켓보다 편의점이 훨씬 낫다'고 과대광고를 한다.

프레시안 : 대체로 언론에는 회사를 다니다 퇴직하고 편의점에 뛰어드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것 말고도 동네 슈퍼마켓을 하다 편의점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나?

민인숙 : 많다. 편의점으로 바꾸는 만큼 돈을 더 벌면 좋은데 그렇지가 않다. 출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가맹점들이 죽어 나자빠지는 것이다. 돈은 대기업에서 다 가져간다.

"가맹점주는 죽어라 일하지만 돈 가져가는 건 대기업"

프레시안 : 아르바이트비를 주면 남는 게 없어서 가족이 편의점 쪽방에서 자며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는 사례도 들었다.

민인숙 :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내게도 편의점은 생활 터전이다. 나 혼자 벌어 애를 키우고 학교에 보낸다. 처음에 큰돈을 바라고 시작한 게 아니다. 한 달에 200만 원 정도만 됐으면 해서 불이 나게 뛰었다.

프레시안 : 한 달 수익은 어느 정도인가?

민인숙 : 아르바이트비 주고 나면 가게세도 못 준다. 마이너스다. 보험을 해약하고 적금을 해약해서 끌고 나갔다. 주변에 편의점들이 많이 생기면서 이렇게 됐다.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하겠나. 매출의 35퍼센트를 본사에 주는 건, 운영이 잘 안 되면 본사에서 잘되게 해주고 점주들이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본사 쪽에서는 말뿐이다.

난 죽어라 일한다. 하루에 많으면 혼자 18시간 일하기도 한다. 나머지는 아르바이트생이 가게를 보고. 건강에도 문제가 많다. 어떤 때는 아르바이트생이 '점장님 들어가서 쉬세요'라고 하는데, 물건 발주처럼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길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쉬는 날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쉰다고 해봐야, 가게에 나가서 5-6시간 정도 일하고 들어와 잠자고 다시 나가는 정도다. 24시간 운영하지 않으면 회사 영업규칙에 걸린다. 무조건 열어야 한다.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안 나오면 내가 가서 밤새 일하고 그 다음날까지 가게를 봐야 한다. 이게 무슨 노릇인가.

송용한 : 챙길 건 본사에서 다 챙기고…. BBQ를 7년간 하는 동안 비슷한 상황이었다. 우리 같은 경우 영업하는 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다만 본사에서 강압적으로 하는 부분이 심해 우리끼리 단체를 하나 만들었다. 하지만 (가맹점마다) 계약 일자가 다 달라서 단체 행동을 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민인숙 : 계약 당시 회사에서 써준 건데, 교육비가 한 300만 원 든다. 가맹비가 700만 원이었고 계약 기간은 5년이다. 상품 보증금이 1300만 원인데, 난 담보 대출을 해서 이자가 7% 나간다. CU와 GS에 비해, 세븐일레븐은 지원금이라고 해서 초기에 더 준다. 다른 곳에 비해 특별히 더 악독한 건 아니지만, 실질적으론 점주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을 위한 것이다. 초기 자금을 주는 것도 가맹점마다, 해마다 다르다. 처음에오픈할 때 아르바이트생을 못 구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을 못 구했어도 무조건 말일에 오픈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1주일 만에 인테리어 공사를 다 했다.

김진철 : 족쇄를 채우는구나, 족쇄를.

민인숙 : 그렇다. 완전히 노예다. 5년 동안 닫지도 못하고, 무조건 열어야 하고.

ⓒ프레시안(최형락)

"솔직히, 대기업이기 때문에 믿었는데…" 

프레시안 : 편의점 하기 전엔 어떤 일을 했나?

민인숙 : 회사에 다녔다. 그 전엔 동네에서 개인 슈퍼마켓을 했다. 그런데 2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GS가 들어온 후 슈퍼마켓이 어려워지더라. 그래서 슈퍼마켓을 7년 정도 하다가 그만뒀다. 슈퍼마켓도 장난이 아니었다. 힘들었다. 편의점을 시작할 때 '아무리 힘들어도 슈퍼마켓만 하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대기업이기 때문에 믿었다. 기본은 보장이 된다고 하기에 그 말을 믿었다. 그러나 열고 보니 노예도 이런 노예가 없더라. 막말로 개인 사업자는 하루에 10만 원을 벌면 그 돈을 마음대로 쓸 수라도 있지만 편의점은 그럴 수도 없다. 회사에 송금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송금으로 몇 백만 원을 물어본 적이 있다는 사람도 있더라.

담배권이 50미터 간격으로 나온다. 그 담배권만 나오면 편의점을 세운다. 내 편의점에서 100미터쯤 되는 곳에 CU가 들어왔는데, 거기는 본래 담배권 문제 때문에 편의점이 들어올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기존 가게의 담배권을 사버렸다. 2000만 원인가 2500만 원인가를 주고. 처음에 난 이해를 못했다. 장사도 안 되는 곳인데 왜 회사에서 그 돈을 들였을까? 이해가 안 됐다. 한참 지난 후 그 CU 점주를 만났을 때 물어봤다. CU 점주는 '회사에서 돈은 대줬지만 매달 이자를 쳐서 빼간다'고 하더라. 난 어이가 없어서 '그런데 왜 했어요?'라고 물었다. CU 점주는 회사에서 '여기는 개발 지역이고, 하루에 못 벌어도 100만-150만 원은 벌 수 있는 지역이라고 해서 들어왔다'고 하더라. 그 점주, 지금 울고 있다. (헛웃음) 나도 울고 있지만. 그 점주에게 '참 답답하다. 나한테 와서 물어보기라도 하지'라고 말했다. 경쟁사이고 나도 그 사람 때문에 매출이 줄어들긴 하지만, 답답하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사람은 친정아버지와 함께 한다. 아르바이트비를 주기도 어려워 아르바이트생도 잘 못 쓴다더라.

프레시안 : (김진철 씨에게) 홈플러스 입점 계획에 맞춰 옮겨온 입주매장 점주들이 있다. 이들은 '우리도 영세 상인이고 힘든데 홈플러스가 들어와야 사는 것 아닌가' 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진철 : 그분들도 피해자다. 그렇지만 홈플러스가 그걸 이용하고 있다. 상인들 간의 싸움으로 홈플러스가 유도한다. 애초에 자기들이 안 차렸으면 그 사람들이 안 들어왔을 것 아닌가? 홈플러스가 만든 문제이니 책임도 홈플러스가 져야 한다. 그리고 홈플러스가 있건 없건, 예컨대 음식점은 맛으로 승부해야 한다. 홈플러스 꽁무니만 쫓아다니며 살 건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시장에서 20-30년 일하며 상권을 일궜다. 수십 년간 상권을 일궈온 시장 상인들이 다 길바닥에 나앉아야 한다는 말인가?

(*2편으로 이어집니다.)

- 늪에 빠진 중소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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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련 기자

2012년 11월 23일 금요일

분노한 중소상인들 “유통법 통과 무산, 새누리당 대선서 심판”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11-22일자 기사 '분노한 중소상인들 “유통법 통과 무산, 새누리당 대선서 심판”'을 퍼왔습니다.
22일 해운대구 중동 이마트 앞에서 집단 차량시위 펼쳐

ⓒ민중의소리 부산지역 슈퍼도소매업 등 중소상인 30여명이 22일 오후 2시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이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이 중소상인의 고통은 아랑곳 없이 대기업 편을 들고 있다”며 “유통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대선을 통해 심판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중의소리 부산지역 슈퍼도소매업 등 중소상인 30여명이 22일 오후 2시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이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이 중소상인의 고통은 아랑곳 없이 대기업 편을 들고 있다”며 “유통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대선을 통해 심판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등 영업규제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연내처리가 불투명한 가운데, 부산지역 중소상인들이 이를 규탄하며 집단 차량시위에 들어가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새누리당, 입으로만 경제민주화 부르짖더니.. 본색 드러나" 

(사)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는 22일 오후 2시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이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이 중소상인의 고통은 아랑곳 없이 대기업 편을 들고 있다”며 “유통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대선을 통해 심판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부산 각 지역별 슈퍼도소매업 상인 30여 명이 일손을 멈추고 직접 차량 수십 대를 이끌고 참가했다.   중소상인들은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부르짖고 있으면서도 정작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회장은 “만약 이번 회기 내에 유통법 개정안이 상정되지 않는다면 낙선운동에 나서겠다”며 “재벌유통기업만 비호하는 새누리당의 부도덕한 처사를 더는 지켜볼 수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그는 “전통시장에 이어 식자재 상인, 슈퍼납품 상인까지 도소매업이 무너지고 있다”며 “정치권은 하루빨리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야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슈퍼납품업을 하고 있는 한 참가자는 “그래도 대선인데 새누리당이 이럴 줄은 몰랐다”며 “유통법 개정안에 합의를 해놓고도 대기업 눈치와 당리당략 때문에 이를 미룬다는 것은 중소상인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날 자리에는 고창권 부산시당 위원장 등 통합진보당 관계자들도 함께해 힘을 보탰다. 서민경제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화수 통합진보당 부산시당 부위원장은 “대형마트로 인해 골목상권이 다 죽어가는 상황에서 유통법을 개정해 그나마 개선하려던 움직임이 새누리당에 의해 가로막혔다”며 “대기업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중소상인의 목소리를 외면한다면 뼈저린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통법 개정안 무산시키면 새누리당 반드시 대선서 패배할 것"

이날 중소상인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에 개정될 유통법은 19대 국회 이번회를 통틀어 유일한 경제민주화법안”이라며 “이번 사태로 새누리당이 언제나 재벌편, 대기업편, 가진자편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 “중소상인의 눈물을 닦아준다던 새누리당이 이번 회기에 유통법 개정안을 무산시킨다면 대선에서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며 “다시는 중소상인의 표를 얻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중소상인들은 “대형마트 허가제 도입하라”, “새누리당은 유통법 개정안 통과 합의하라”, “중소상인 표심없이 대선승리없다” 등의 구호를 외친 뒤 곧바로 차량시위에 돌입했다.   이들은 30여 대 가량의 1톤 트럭에 ‘대선후보들은 중소상인 생존대책 즉각 마련하라’ 등의 구호가 담긴 알림판을 붙이고 해운대구 중동 이마트 주변을 30분 가까이 돌며 시위를 펼쳤다. 

한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새누리당의 ‘즉각 처리 반대’로 처리가 보류됐다. 이날 회의에서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골목상권 보호 등을 들어 통과를 주장했으나 새누리당은 “좀 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즉각 처리 대신 소위 회부를 주장했다. 

그러나 여야 간사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제2법안심사소위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현 개정안에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을 현행 '자정∼오전 8시'에서 '밤 10시∼오전 10시'까지로 4시간 확대하고 매월 1회 이상 2일 이내인 의무휴업일도 3일 이내로 늘리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민중의소리 22일 오후 2시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이마트 앞에서 기자회견 열고 "유통법 개정안 처리 무산 규탄" 입장을 밝힌 부산지역 중소상인들이 차량시위를 위해 알림막을 차량에 부착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부산지역 슈퍼도소매업 등 중소상인 30여명이 22일 오후 2시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이마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이 대기업편만 들고 유통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대선을 통해 심판할 것”이라며 차량시위를 펼치고 있다.

김보성 기자 press@vop.co.kr

2012년 8월 19일 일요일

"마포구가 대형마트 홈플러스구인가"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8-18일자 기사 '"마포구가 대형마트 홈플러스구인가"'를 퍼왔습니다.
서울 합정점 입점 앞두고 상인들 반발 고조, 마포구내 홈플러스만 5개에 달해

 
▲ 18일 지역 중소상인들이 서울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앞에서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을 반대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건물 앞에 '입점 반대' 펼침말이 걸려 있다. 홈플러스 합정점은 이곳 지하 2층에 들어설 예정이다. ⓒ 이주영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앞.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이 장사를 접고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8월 말로 예정된 홈플러스 합정점(이하 합정점) 개점을 온 몸으로 막겠다며 지난 10일부터 이곳에서 상주하기 시작했다.

돈벌이를 중단하고 거리로 나설 정도로 합정점 개점은 상인들에게 중요한 문제다. 합정점이 들어서면 마포구 안에만 홈플러스(대형마트․SSM 포함)가 5개나 생기게 된다. 

망원시장 인근에 홈플러스 3개... "마포구가 홈플러스구인가"

특히 망원·월드컵시장 반경 2.3킬로미터(km) 안에는 상암동 홈플러스, 망원동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합해 홈플러스가 모두 3개다. 새로 들어올 합정점과 망원시장의 거리는 불과 670미터, 버스 1~2정거장 차이다. 홈플러스에 '포위'되는 셈이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마포구가 홈플러스구인가"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돌기도 한다.

상인들은 합정점 마저 들어서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초토화될 것이라고 반발한다. 실제로 합정점 입점 이후 인근 중소상점의 매출이 하락하고 영업이익이 줄어들 것이란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서울시의 의뢰로 진행된 한누리창업연구소의 상권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합정점 입점 이후 반경 500미터 이내 슈퍼·편의점 등 140개 점포와 가공식품·농축수산 식품 판매점 69개 점포의 평균 영업이익 감소율이 66.8%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우려한 마포구와 서울시의회는 그동안 지역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대책을 마련해왔다. 마포구는 올 1월 '유통기업 상생발전회'를 열어 합정점 입점 철회 권고를 의결했다. 서울시의회는 7월 합정점 입점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내놨다. 그러나 홈플러스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2010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는 전통시장으로부터 1킬로미터(km)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마포구의회도 2011년 4월 관련 조례제정을 공포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측은 2011년 1월에 영업 허가를 받았다. 조례 제정 3개월 전에 허가를 받았으므로 시장으로부터 1킬로미터(km) 이내에 위치할 합정점 입점은 합법이라는 뜻이다. 상인들은 "(홈플러스가) 마포구의회에서 조례가 통과되기 직전에 재빨리 등록을 신청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비판한다.

"덥고 비오면 손님들 대형마트 가게 마련, 법적으로 영업규제 해야"

▲ 18일 지역 중소상인들이 서울 마포구 합정동 메세나폴리스 앞에서 홈플러스 합정점 입점을 반대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건물 앞에 '입점 반대' 펼침막들이 걸려 있다. ⓒ 이주영

중소기업청도 중소상인 보호 문제에 직접 나섰다. 지난 4월 홈플러스 측에 사업개시일시정지를 권고하고, 3차례 자율조정회의를 주재했다. 그러나 양측의 의견조율 없이 끝났다. 홈플러스 측이 전혀 미동을 보이지 않자, 상인 측에서는 지난 7월 마지막 자율조정회의 이후 중소기업청에 타협안을 통보했다. 

상인들이 내놓은 타협안은 두 가지다. 합정점의 면적 50%를 IT 업체 등으로 업종을 전환하거나, 매장 면적 100% 전체를 사용하되 식료품·생선·정육 등의 1차 식품을 판매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홈플러스 측에서는 수용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정점 입점저지 마포주민 대책위원회 소속 서정래 실무팀장은 "입점철회에서 한 걸음 물러나 타협안을 제시했는데도 홈플러스 측은 이를 묵살하고 있다"며 "중소상인들에게 전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망원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 중인 채아무개(44)씨는 "합정점 입점을 앞두고 시장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상인들 걱정들이 대단하다"며 "가게에 목숨을 걸고 자식들을 키우고 있는데 장사 이익이 줄어들어 생활이 버거워질까봐 걱정이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구·시·국회의원이 다 나서도 홈플러스는 계속 '무반응'일 뿐"이라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사측에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심정을 이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내부 ⓒ 이주영

채씨는 "상인들이 시장 문화 개선을 위해 아케이드 설치 등의 노력을 해도 법적 규제 없이는 소용없다"며 "덥고 비오면 손님들은 장보기 편한 대형마트로 가게 마련이다, 법적으로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해줘야만 손님들의 발길을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합정점, 정상적인 절차 밟았다"



홈플러스 측은 지금 당장은 문을 열지 않겠다며 한 발짝 물러난 상태지만, 합법적으로 사업을 승인받은 만큼 입점을 무산시킬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17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7년부터 합정점 입점을 위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았다"며 "입정 예정일은 잠정적으로 연기된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 상인들은 오는 19일 메세나폴리스 앞에서 대규모집회를 열고 삭발투쟁 등을 진행, 합정점 입점 철회를 다시 한 번 촉구할 예정이다.

이주영(imjuice)

2012년 7월 31일 화요일

"재벌이 '경제 아우슈비츠' 만들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31일자 기사 '"재벌이 '경제 아우슈비츠' 만들었다"'를 퍼왔습니다.
[늪에 빠진 중소상인·]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 인터뷰

"여기가 일제 때부터 있던 시장이다. 해방 이후에는 근처에 미군 부대가 있었다. 지금은 근처에 롯데마트가 3개, 롯데백화점이 1개 있다."

23일 부평시장(인천광역시 부평구) '문화의 거리'에서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을 만났다. 인 회장은 만나자마자 시장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곳 토박이이자 23년 전에 부평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 인 회장은 그릇 장사, 이불 장사 등을 거쳐 지금은 옷 장사를 하고 있다.

요즘 중소상인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는 말이 곳곳에서 들린다. 중소상인들은 대기업들이 세운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인 회장은 대형 유통 자본에 맞서 싸우는 중소상인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다.

인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유통 재벌들이 지나치게 탐욕을 부려 "경제적 아우슈비츠"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를 규제하기 위해 유통법과 상생법이 만들어졌지만, 재벌들이 이런저런 예외 조항을 악용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인 회장은 재벌들이 악용하는 유통법과 상생법의 그런 "구멍"들을 틀어막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 회장은 '소비자의 권리'만을 강조하는 시각으로 대형 마트와 SSM 문제를 봐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720만 자영업자가 완전히 몰락하면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사회안전망과 일자리의 중요성이라는 관점에서 이 사안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인 회장은 일부 중소상인들부터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 회장은 "전통시장에서 옷 사고 대형 마트에서 먹을거리 사는" 상인들도 있다며 "상인과 그 가족부터 마트에 가지 말자"고 주장했다.

인 회장은 재벌에 맞선 중소상인들의 투쟁이 단순한 밥그릇 다툼이 아닌 "경제 민주화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재벌의 탐욕으로 인해 상권을 뺏기고 밀려난 중소상인들이 "갈 데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렇게 밀려난 이들을 위한 사회보장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게 한국의 현실이다.

인 회장은 유통 재벌의 독점을 막아내는 것과 함께 "자영업자 포화 상황"을 해결할 방안을 국가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등에서 좋은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에서 쫓겨나 어쩔 수 없이 자영업 세계로 뛰어드는 이들이 늘어난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인터뷰는 '문화의 거리'에 있는 인 회장의 옷가게에서 이뤄졌다. 다음은 인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 ⓒ프레시안(최형락)

"유통법과 상생법, 강제성 약하고 '구멍' 많다…개정해야"

프레시안 : 자영업자가 벼랑 끝에 섰다는 말이 나온다.

인태연 : 자영업자의 80퍼센트가 월 소득 200만 원 이하다. 예전에는 중층부터 상층까지 있었다. 이제는 자영업자의 70-80퍼센트가 하층으로 내려갔다.

프레시안 : 피부로 느껴질 만큼 상황이 안 좋아진 건 언제부터인가.

인태연 : 대형 마트와 SSM이 겹치기 시작한 4-5년 전 9만9000명 정도가 (중소) 슈퍼마켓을 하고 있었는데, 2011년에 7만9000명으로 줄었다. 종사자 수만 보면 증감이 잘 안 보인다. 기업에서 방출된 사람들이 또 자영업 시장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시장 붕괴를 보면 (심각성을) 알 수 있다. 10년 전 전통시장이 1770개였는데 지금은 1515개다. 시장 하나당 일하던 사람이 1000명씩이라고 잡고 그 가족까지 감안하면 100만 명 정도가 먹고살 기반을 잃은 것이다. 도매상도 반 토막 났다. 소매상이 죽으면, 공급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가 200개 정도이던 때는 그래도 버텨나갈 수 있었다. 지금은 440개다. 재벌들의 경제연구소에서 (예전에) 적정한 대형 마트 수를 250개 정도로 봤다. 250-270개 정도면, 우리도 매출은 30-40퍼센트 줄지만 꾸역꾸역 먹고살 수는 있다. 440개에 이르렀다는 건 (우리에게) 죽는 길밖에 안 남았다는 것이다.

대형 마트들도 자체 과잉이 되면서,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생각하다 치고 들어온 것이 SSM이다. 홈플러스가 가장 공격적이었고, 롯데는 그 뒤에 숨어서 했다. 그렇게 들어온 SSM이 몇 년 사이에 1000개를 넘어섰다. 유통법과 상생법으로 틀어막고 있는데도 이 지경이다.

프레시안 : 유통법과 상생법은 중소상인에게 성과이지만 허점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태연 : 강제성이 약하다. '지자체장이 전통시장 1킬로미터 안에는 대형 마트 입점을 막을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건 안 막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강제 조항으로 바꿔야 한다. 상생법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사업 조정을 위한 기간 동안 사업 개시 일시 정지 '권고' 조항이 있다. 우리는 '명령'해야 한다고 본다. 어기면 법적 제재를 해야 한다. 그런데 권고로 돼 있으니, 홈플러스 합정점 같은 경우 이를 무시하고 그냥 (입점을 추진)해버리는 것이다.

프레시안 : 중소기업청이 주변 중소상인들과 자율 조정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지 않은 대형 마트에 강제 조정 및 이행 명령을 내려도, 대형 마트는 벌금 5000만 원만 내면 영업할 수 있다.

인태연 : 그렇다. 그리고 의무 휴업과 관련해 하나로마트가 농축산물 매출 비중이 51%를 넘는다는 이유로 제외돼 있다. 농민을 돕자는 취지인데, 하나로마트에서는 수입 농수산물도 많이 판다. 그게 농민을 도와주는 건가? 종합쇼핑몰에 입점한 마트도 의무 휴업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SSM 직영점이 아니라) 가맹점의 경우 대기업 지분이 51%를 넘지 않으면 사업조정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런 구멍들을 하나하나 심어놓았다. 전면 허가제로 개정해야 한다. 유통법과 상생법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입법 청원도 했다. 예외 조항을 없애는 방향이다. 올해 안에 개정하려 한다. 낙선 운동도 생각하고 있다.

"대형 마트와 SSM, 소비자 권리만 강조하는 시각은 위험"

프레시안 : 최근 의무 휴업 제한을 풀어주는 판결이 이어졌다. 상인들 분위기는 어떤가.

인태연 : 의무 휴업 시행을 앞두고 중소상인들이 준비를 많이 했다. (의무 휴업으로) 슈퍼마켓은 21%, 전통시장에서 농수산물은 23% 정도 매출이 상승했다. 그런데 의무 휴업 제한이 풀리면서 그대로 재고가 쌓였다. 그간 우리가 위험성을 경고할 때, 적잖은 상인들은 '어떻게 되겠지' 했다. 그러나 타격을 받은 후 생각이 바뀌었다. 의무 휴업 혜택을 누리면서 새롭게 눈떴다. 그 혜택을 뺏기니 분노하고 있다. 재벌들이 학습 효과를 준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고맙다. 물을 서서히 끓이면 그 안에 있는 개구리는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어간다. 지난 세월, 상인들이 그런 꼴이었다. 지금은 프라이팬에 올려놓은 형국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의무 휴업 제도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적 취지는 인정하지만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는 판결이다. 상위법과 조례의 충돌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조례만 고치면 된다. 지자체들이 수정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프레시안 : 대형 마트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소비자의 권리를 강조한다.

인태연 : 중소상인들도 소비자다. 솔직히 상인들 중에도 예컨대 전통시장에서 옷 사고 대형 마트에서 먹을거리 사는 사람들이 많다. 자기를 죽이는 대형 마트인데도, 당장 편하니까 가는 것이다. 그게 온당한 일인가? 상인과 그 가족부터 마트에 가지 말자고 난 이야기한다.

주차 문제 등 편의성 지적 부분은 맞다. 소비자의 편의성, 우리도 인정한다. 하지만 소비자 논리로만 보면 위험하다. 720만 자영업자 시장이 붕괴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봐야 한다. 소비자 권리만 강조하는 건 소비자와 상품의 관계만 보면 맞지만, 사회안전망과 일자리라는 더 큰 차원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본질적인 이야기가 있는데, 소비자 편의성에만 초점을 맞춰 말할 것인가? 또 소비자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정말 대형 마트가 싸고 좋은가? 이 프레임도 거짓말이다.

대형 마트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저질 일자리 아닌가? 예전에 보도 나오지 않았나. 한 달에 이틀 의무 휴업을 하니, 대형 마트에서 3000명을 잘랐다는. 그런 후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자영업자의 일자리를 파괴해선 안 된다.

납품업체 문제도 있다. 백지 계약서 논란도 있지 않았나. 판매수수료, 판촉지원비 등도 마트 마음대로라는 게 공개되지 않았나. 나도 대형 아울렛에 입점한 적이 있다. 일은 일대로 힘들고, 부부가 한 달 일해 수천만 원 매출을 올려도 300만-400만 원밖에 못 가져갔다. 거대한 수탈 체계다. 어느 교수가 '마트는 납품업체와 입점업체 모두 먹여살리는 공동체'라고 하던데 그렇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 마트만 남게 되면 착취는 더 심해질 것이다.

"중소상인들의 투쟁은 재벌을 상대로 한 경제 민주화 싸움"

프레시안 : 지난 16일 영세 유통업자들이 롯데그룹 불매 운동을 선언했다.

인태연 : 롯데는 유통 부문 1위다. 상징성이 있다. 카드사도 운영한다. 대형 유통 회사의 카드 수수료는 1.5%인데 우리는 3.5% 수준이다. 유통과 관련해 중소상인을 죽이는 온갖 포악질을 하고 있다. 물론 이마트나 홈플러스도 중소상인들에게 악질적이다. 우리가 이 정도 하면, (그쪽에서) 상생 제스처라도 해야 하는데 그조차 필요 없다는 식이다.

프레시안 : 다른 직종에 비해 상인들은 단결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 "상인들은 재벌을 상대로 한 경제 민주화 싸움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인태연 : 방향과 뜻이 있으면 길은 나온다. 2006년에 노회찬 의원과 함께 자영업자 카드 수수료 인하 싸움을 해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2007-2008년경 시장 인근에 3번째 롯데마트가 생길 때 대형마트 싸움도 시작했다. 계양산에 골프장 만드는 문제도 있어서, 환경 단체와 손잡고 집회를 열었다. 그게 지금 전국을 뒤흔드는 대형 마트 싸움으로 이어졌다.

기존 상인 단체들은 정부가 압박하면 한 발 뺐다. 그래서 유통상인연합회를 만들었다. 도소매 구분 없이 5000명 정도 포함돼 있다. 조직화된 5000명은 무서운 힘이다. 유통법, 상생법도 이 힘으로 간 것이다.

'상인들이 단결하겠느냐'라는 말은 '국민들이 단결하겠느나'와 같은 이야기다. 국민이 생각지도 못하게 여러 번 권력을 바꾸지 않았나. 상인들도 그냥 보면 흩어져 있지만 결정적인 때는 모여서 싸웠다. 상인들이 싸우지 않으면 재벌은 무서워하지 않는다. 우리는 재벌을 상대로 한 경제 민주화 싸움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 FTA로 인해 유통법과 상생법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태연 : FTA 반대 싸움에 상인들이 많이 나섰다. 유통법과 상생법이 ISD 제소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유통법과 상생법을 만들려 할 때 김종훈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 'FTA 통과되면 소용없다'며 방해했다. 작년 말 김 본부장과 국회에서 끝장토론을 했는데, 김 본부장이 'FTA가 통과돼도 쉽게 제소 못할 것'이라고 말을 뒤집더라. ISD가 포함된 FTA는 폐기 혹은 재협상해야 한다.

프레시안 : FTA가 이미 발효됐다. 발효 후 대책을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

인태연 : 유통법과 상생법을 강화하고 중소상인적합업종을 정해야 한다. 차별적인 조항이 아니라, 국내 유통 재벌도 제재하고 외국 자본도 제재하면 (설령 제소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좋은 일자리 늘려 자영업자 포화 상황 해결해야"

프레시안 : 어떻게 재벌에 맞서는 일을 시작하게 됐나.

인태연 : 이곳 토박이다. 23년 전 부평시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대학 4학년이던 1989년 겨울, 아버지가 쓰러져 가업을 맡게 됐다. 그릇 장사, 이불 장사를 거쳐 13년 전부터 옷 장사를 하고 있다.

1990년대 초에 영등포에서 킴스클럽을 봤다. '이건 백화점도 아니고 유형이 특이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값이 터무니없이 싸고 규모도 엄청났다. '이런 게 시장마다 생기면 타격이 크겠다', 느낌이 왔다. 그 무렵 월마트가 (한국에) 온다는 기사도 봤다. 미국의 가격 파괴점을 다룬 기사였다. 워낙 싸서 가격 파괴라고 한다는데, 감이 안 왔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데, 근처에 백화점이 생기니 시장의 고급 브랜드들이 못 견디고 사라져버렸다. 백화점이 그릇을 갑자기 '세일(할인 판매)'하니 시장에서 그릇 가게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이불을 갖고 장난을 치니 이불 가게들이 대거 사라졌다. '대형 매장이 생기면 그 영향이 굉장히 크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 대형 마트까지 들어왔다. 다른 상인들은 '경기가 안 좋아' 정도로만 말했지만, 난 시장이 계속 죽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문화의 거리'를 살리는 데 힘을 많이 쏟았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인근에 롯데마트 2개에 롯데백화점이 1개 있는데 롯데마트를 또 세우려 했다. 진짜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상인들을 설득해 2007년 대형마트 규제를 위한 부평 상인 대책위를 만들었다. 그 후 시민사회단체들과도 함께하고, 우리도 노동자, 농민운동에 적극 동참했다. 쉽지 않았다. 상인들 중에는 보수적인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진보적인 단체들을 빨갱이로 보는 이들도 많았다. 그래도 최근에는 많이 나아졌다.

프레시안 : 상권을 뺏긴 중소상인들은 점포를 접은 후 어디 가서 무엇을 하나.

인태연 : 옛날에 다녔던 회사와 연계해 조그만 일자리라도 얻는 사람이, 희박하지만 있긴 있다. 전체적으로는, 사실 갈 데가 별로 없다. 사회보장 제도가 잘돼 있는 것도 아니니, 부인들이 식당이나 마트에 가서 저임금 노동을 하는 일이 많다. 한 가정의 노동의 질이 폭락하는 것이다. 그나마 빨리 접은 사람들은 낫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권리금을 날리고 적자 운영을 하다 빚진다. 식당을 운영하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도 있지 않나? (재벌의 탐욕이) 경제적 아우슈비츠를 만든 것이다. (밀려난 중소상인들이) 잘 보이지 않고 흩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못 보는 것이지, 상황이 심각하다.

프레시안 : 자영업자가 과도하게 많은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인태연 : 자영업 시장이 유럽의 2배라고 하지 않나.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을 수용할 산업 형태가 급속하게 붕괴돼 그런 것이다. 의류를 예로 들면, 10여 년 전 고급 제품은 대부분 국내산이었는데 최근엔 중국산 고급 제품이 많이 들어온다. 유통업체들이 가격을 후려쳐 제조업을 무너뜨린 결과다. 봉제업에서 어린 사람이 40대라더라. 국내 봉제기술을 살리든지 개성공단을 적극 활용하든지 해서 40-50대의 좋은 기술력이 남아 있을 때 적극 활용해야 한다.

제조업도 살리고, 좋은 일자리도 만들고, 720만에 이른 자영업자 포화 상황도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와 함께 유통 재벌의 독점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유통 시장을 재벌에 다 넘겨주면 매우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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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