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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7일 화요일

대형마트 의무휴일제가 독약? 뻥튀기를 멈춰라


이글은 프레시안 2013-05-06일자 기사 '대형마트 의무휴일제가 독약? 뻥튀기를 멈춰라'를 퍼왔습니다.

[정책쟁점 일문일답] 의무휴일제 1년과 대형마트의 거짓말


1.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일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대형마트 측과 전통시장 상인들 사이에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이 제도의 효과에 대해서 대형마트 측은 어떤 주장을 하고 있습니까?⇨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효과에 대한 대형마트 측의 주장을 대변하는 보고서가 지난 2월에 나왔습니다. 이 보고서는 일부 학자들이 대형유통업체의 이익단체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의 의뢰를 받아 내놓은 것인데요. 보고서 제목은 '대형소매점영업 제한의 경제적 효과'입니다. 이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강제 휴무로 사회적 득실을 총괄하면 1년 손실이 무려 7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보고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손실을 뻥튀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이 학자들의 손실 추정치가 과다하게 뻥튀기되었다는 근거가 있나요?
⇨ 한국은행의 통계를 보면 이들의 보고서가 대형마트 손실을 과다하게 뻥튀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일제로 대형마트와 협력업체 등이 연간 7조6000억 원의 손실을 보고 전통시장은 6000억 원의 이익을 얻어 사회 전체적으로 7조 원의 손실이 있었다고 주장하는데요. 그러나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도소매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12퍼센트로 지난 10년간 평균 4퍼센트의 3배에 달합니다. 지난해 도소매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높았던 것은 다른 산업의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반면, 도소매업은 상대적으로 선전했기 때문입니다.
▲ (자료) 한국은행, ECOS ⓒ홍헌호


3. 지난해 도소매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다른 산업에 비해 높았다고 하지만, 대형마트들은 자신들의 매출이 상당히 줄었다고 하는데요. 평년에 대형마트 매출액은 어느 정도씩 늘었나요?
⇨ 2001년부터 2007년 사이 대형마트 매출액은 1년에 3조 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연간 증가분은 1조 원대로 떨어졌는데요. 다만 2010년 경기회복기 때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6퍼센트 이상까지 오르면서 2011년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분이 4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관건은 지난해 실적인 2.1조 원의 증가분을 어떻게 볼 것이냐인데요.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분 2.1조 원은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 또 경제성장률이 2.1퍼센트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양호한 실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형마트들은 자신들과 협력업체 등이 연간 7조 원의 손실을 보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자료) 한국은행, 통계청 ⓒ홍헌호


4.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근거가 있나요?
⇨ 2001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 대형마트가 270개에 달하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 바 있습니다. LG경제연구원도 비슷한 시기에 보고서를 내고 대형마트가 217개에 이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2011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형마트 수는 445개에 이르렀습니다. 재벌연구소들의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우리나라 대형마트는 심각한 포화상태에 있습니다.

5.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둔화는 대형마트 매출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습니까?
⇨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0년에 6.3퍼센트였는데 지난해에는 2퍼센트였습니다. 2년 만에 3분의 1 토막이 난 것입니다. 또 실질소비 증가율도 2010년에는 4.4퍼센트였는데 지난해에는 1.7퍼센트였습니다. 역시 소비도 2년 만에 3분의 1 토막이 났습니다. 이렇게 경제성장률과 실질소비 증가율이 3분의 1 토막이 나다 보니 대형마트 매출 증가분이 2011년 4조 원에서 지난해 2조 원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문제는 대형마트 측이 지난해에 대형마트 증가분이 감소한 것을 모두 다 의무휴일제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6. 또 대형마트 측의 이익을 대변하는 학자들은 의무휴일제 도입으로 협력업체 매출 감소액이 연간 2조 2000억 원에 달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주장도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개인사업을 해 본 사람들은 이들의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겁니다. 어떤 사업장의 매출액은 협력업체로부터 매입액과 그 사업장의 부가가치를 더한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대형마트 매출액이 2조 원 이상 줄었다는 주장 속에는 협력업체로부터 매입액도 2조 원 가까이 줄었다는 것을 다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은 이 경우에 대형마트 매출액도 2조 원 이상 줄고, 또 협력업체로부터 매입액도 2조 이상 줄었으므로 경제 전체적으로 대형마트와 협력업체 매출액이 4조원 이상 줄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산업연관표상의 매출액 감소분과 매입액 감소분을 모두 합쳐 매출액 감소분이라고 우기는 셈입니다. 또 이 경우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의무휴일제가 대형마트 매출액을 줄이지 않았다면 협력업체로부터 매입액도 줄이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즉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세와 협력업체로부터 매입액 증가세가 둔화한 것은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둔화 탓이지, 의무휴일제 탓은 아니라는 겁니다.

7. 통계상으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협력업체들은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대한민국의 모든 소매업 협력업체들은 대형마트와 거래하고 싶어 합니다. 대규모 거래가 가능하고 또 안정적인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형마트 협력업체가 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고, 또 대형마트 협력업체가 되었다는 것은 곧 일종의 기득권을 얻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2010년 이후의 경제성장률 급락이 이들의 기득권에도 영향을 끼쳐 이들 업체의 매출액 증가세를 둔화시키자, 대형마트들이 그 원인을 경제성장률 급락에서 찾지 않고 모든 원인을 의무휴일제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지난 2년간의 경제성장률 급락에 비춰 볼 때 도소매업 전체는 상대적으로 잘 버티고 있다는 것이며, 도소매업 전체에 나타나는 매출액 증가세 둔화는 의무휴일제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8. 의무휴일제 적용을 받지 않는 백화점 매출은 최근 어떤 변화를 겪었나요?
⇨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에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11.4퍼센트였고, 지난해에는 5.5퍼센트였습니다. 경제성장률 급락의 영향으로 백화점 매출 증가율이 반 토막이 난 겁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는 어떠했을까요. 2011년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은 10.7퍼센트였고, 지난해에는 5.1퍼센트였습니다. 역시 경제성장률 급락의 영향으로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도 반 토막이 났습니다. 이 두 가지 통계를 비교해 보면 의무휴일제 적용을 받지 않는 백화점 매출 증가율이 반 토막이 났고, 의무휴일제 적용을 받는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도 반 토막이 났습니다. 우리는 이로부터 의무휴일제가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 반 토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자료) : 통계청 ⓒ홍헌호


9. 지난 2년간 경제성장률 급락은 편의점과 슈퍼마켓 매출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 편의점 매출과 관련하여 지난 2년간 흥미로운 통계가 나왔습니다. 2010년 이후 3년간 편의점 매출 증가율은 매년 18퍼센트 내외를 기록해서 지난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율의 3배에 달했습니다. 반면 슈퍼마켓의 매출증가율은 2011년 8.5퍼센트에서 지난해 4.8퍼센트로 떨어졌는데요. 반 토막에 가깝긴 하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율 감소분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었습니다. 또 흥미로운 것은 지난해 인터넷 쇼핑 매출이 두 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는 것인데요. 이상의 여러 가지 통계들을 종합해 보면, 편의점과 같은 쾌적한 소비 공간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고, 인터넷 쇼핑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0. 서울시 산하의 서울연구원은 대형마트측과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요?
⇨ 서울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강동·송파지역 전통시장의 경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때 점포의 42퍼센트에서 매출액과 고객 수가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이 10퍼센트 이상 증가한 점포 비율이 10퍼센트, 0~10퍼센트 증가한 점포가 32퍼센트였고, 매출 변화가 없다는 점포가 55퍼센트, 매출이 감소했다는 점포가 3퍼센트였습니다. 이 연구원은 강동·송파 이외 지역에서도 의무휴업일의 효과가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11. 최근 모 언론사는 지난 1년간의 유통업계를 평가하며 "대형마트 울상, 재래시장 덤덤, 편의점 방긋"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는데요.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습니까?
⇨ 3~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하여 서민들이나 학생들이 자주 찾는 김밥집이 많이 생겼는데요. 요즘에 시내를 둘러보면 김밥집 찾기가 어렵습니다. 편의점들이 간식 판매대를 만들어서 김밥집 등 분식집에 치명타를 안겼기 때문인데요. 어쨌거나 편의점들이 포화 논란 속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관건은 "대형마트 울상, 재래시장 덤덤"이라는 기사 제목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인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기사 제목은 대형마트들의 과욕을 대변하는 것일 뿐 진실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대형마트가 포화 논란 속에 지난해 2조 원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면 지난해와 같은 경기침체하에서 상당히 선전한 것입니다. 전통시장 또한 의무휴일제가 매출액 급락을 막아주었다면 이 제도는 충분한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일부 학자들과 언론사들은 의무휴일제가 전통시장 매출 급락을 막아 준 효과는 무시하고, 의무휴일제가 전통시장에 끼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없었다고 강변하는데 매우 표피적인 시각입니다.
▲ "매주 일요일 정상 영업"이라고 써 붙인 롯데마트 잠실점(서울 송파구)으로 고객들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12.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전통시장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전통시장들은 어떤 자구 노력을 해야 할까요?
⇨ 전통시장의 가장 큰 약점은 주차장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여야 정당과 지자체들이 표를 의식해서 주차장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점차 좋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다음이 쾌적성인데요. 이와 관련해서도 여야 정당과 지자체들이 아케이드 등 시설 현대화 예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시설 현대화와 주차장만으로 전통시장 경쟁력이 다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시장 상인들이 자생적인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어야 하고, 또 경영 컨설팅과 교육도 필수적으로 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경영 컨설팅 관련 정부 예산이 고작 300억 원에 머무르고 있고, 프로그램도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영세자영업 경영 컨설팅으로 큰 성과를 거둔 네덜란드식 정책을 적극 차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각종 개혁이 정착되어서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그 기간에는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지속해서 유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13. 단기적으로 보아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추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입니까?
⇨ 정부와 지자체의 전통시장 정책은 걸음마 단계에 있고 또 전시행정 단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것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고요. 또 하나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추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집요한 로비 행태입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로비가 정부와 언론사, 학계에 끼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큰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당수 학자와 기자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주장이 마치 100% 사실인 양 발표하고 또 보도하기에 바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추구하는 사람들로서는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2013년 5월 6일 월요일

대형마트 7조원 손실? 받아쓰기 바쁜 부끄러운 언론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05일자 기사 '대형마트 7조원 손실? 받아쓰기 바쁜 부끄러운 언론''를 퍼왔습니다.
[홍헌호 칼럼] 포화상태, 낮은 경제성장률에도 상대적으로 선전… 의무휴일제 탓 터무니없는 손실 뻥튀기
1.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일제가 시행된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대형마트 측과 전통시장 상인들 사이에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이 제도의 효과에 대해서 대형마트 측은 어떤 주장을 하고 있습니까?
⇨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효과에 대한 대형마트 측의 주장을 대변하는 보고서가 지난 2월에 나왔습니다. 이 보고서는 일부 학자들이 대형유통업체의 이익단체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의 의뢰를 받아 내놓은 것인데요. 보고서 제목은 ‘대형소매점 영업제한의 경제적 효과’입니다. 이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강제휴무로 사회적 득실을 총괄하면 1년 손실이 무려 7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보고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손실을 뻥튀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이들 학자들의 손실 추정치가 과다하게 뻥튀기되었다는 근거가 있나요?
⇨ 한국은행의 통계를 보면 이들의 보고서가 대형마트 손실을 과다하게 뻥튀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일제로 대형마트와 협력업체 등이 연간 7조 6천 억원의 손실을 보고 전통시장은 6000억 원의 이익을 얻어 사회전체적으로 7조 원의 손실이 있었다고 주장하는데요. 그러나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도소매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12%로 지난 10년간 평균 4%보다 3배나 높았습니다. 지난해 도소매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높았던 것은 다른 산업의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반면, 도소매업은 상대적으로 선전했기 때문입니다.

[표] 연도별 도소매업 경제성장 기여율(단위 : 10억원)


(자료) 한국은행, ECOS            

3. 지난해 도소매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다른 산업에 비해 높았다고 하지만, 대형마트들은 자신들의 매출이 상당히 줄었다고 하는데요. 평년에 대형마트 매출액은 어느 정도씩 늘었나요?
⇨ 2001년부터 2007년 사이 대형마트 매출액은 1년에 3조 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연간 증가분은 1조원대로 떨어졌는데요. 다만 2010년 경기회복기 때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6% 이상까지 오르면서 2011년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분이 4조 원을 넘어 서기도 했습니다. 관건은 지난해 실적인 2.1조 원의 증가분을 어떻게 볼 것이냐인데요.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분 2.1조 원은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 또 경제성장률이 2.1%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양호한 실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형마트들은 자신들과 협력업체 등이 연간 7조 원의 손실을 보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표]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분과 경제성장률(단위 : 조원, %)


(자료) 한국은행, 통계청             

4.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근거가 있나요?
⇨ 2001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 대형마트가 270개에 달하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습니다. LG경제연구원도 비슷한 시기에 보고서를 내고 대형마트가 217개에 이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2011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형마트 수는 445개에 이르렀습니다. 재벌연구소들의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우리나라 대형마트는 심각한 포화상태에 있습니다. 

5.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둔화는 대형마트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까? 
⇨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0년에 6.3%였는데 지난해에는 2%였습니다. 2년만에 1/3토막이 난 겁니다. 또 실질소비 증가율도 2010년에는 4.4%였는데 지난해에는 1.7%였습니다. 역시 소비도 2년 만에 1/3토막이 났습니다. 이렇게 경제성장률과 실질소비 증가율이 1/3토막이 나다 보니 대형마트 매출 증가분이 2011년 4조원에서 지난해 2조원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문제는 대형마트 측이 지난해에 대형마트 증가분이 감소한 것을 모두 다 의무휴일제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6. 또 대형마트 측의 이익을 대변하는 학자들은 의무휴일제 도입으로 협력업체 매출 감소액이 연간 2조 2000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주장도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개인사업을 해 본 사람들은 이들의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겁니다. 어떤 사업장의 매출액은 협력업체로부터의 매입액과 그 사업장의 부가가치를 더한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대형마트 매출액이 2조 원 이상 줄었다는 주장 속에는 협력업체로부터의 매입액도 2조원 가까이 줄었다는 것을 다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은 이 경우에 대형마트 매출액도 2조 원 이상 줄고, 또 협력업체로부터의 매입액도 2조 이상 줄었으므로 경제 전체적으로 대형마트와 협력업체 매출액이 4조원 이상 줄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산업연관표상의 매출액 감소분과 매입액 감소분을 모두 합쳐 매출액 감소분이라고 우기는 셈이 됩니다. 또 이 경우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의무휴일제가 대형마트 매출액을 줄이지 않았다면 협력업체로부터의 매입액도 줄이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즉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세와 협력업체로부터의 매입액 증가세가 둔화된 것은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둔화 탓이지, 의무휴일제 탓은 아니라는 겁니다.    

7. 통계상으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협력업체들은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대한민국의 모든 소매업 협력업체들은 대형마트와 거래하고 싶어합니다. 대규모 거래가 가능하고 또 안정적인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형마트 협력업체가 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고, 또 대형마트 협력업체가 되었다는 것은 곧 일종의 기득권을 얻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2010년 이후의 경제성장률 급락이 이들의 기득권에도 영향을 미쳐 이들 업체들의 매출액 증가세를 둔화시키자, 대형마트들이 그 원인을 경제성장률 급락에서 찾지 않고 모든 원인을 의무휴일제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지난 2년간 경제성장률 급락에 비치어 볼 때 도소매업 전체는 상대적으로 잘 버티고 있다는 것이며, 도소매업 전체에 나타나는 매출액 증가세 둔화는 의무휴일제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8. 의무휴일제 적용을 받지 않는 백화점 매출은 최근 어떤 변화를 겪었나요?
⇨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에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11.4%였고, 지난해에는 5.5%였습니다. 경제성장률 급락의 영향으로 백화점 매출 증가율이 반토막이 난 겁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는 어떠했을까. 2011년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은 10.7%였고, 지난해에는 5.1%였습니다. 역시 경제성장률 급락의 영향으로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도 반토막이 났습니다. 이 두 가지 통계를 비교해 보면 의무휴일제 적용을 받지 않는 백화점 매출 증가율이 반토막이 났고, 의무휴일제 적용을 받는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도 반토막이 났습니다. 우리는 이로부터 의무휴일제가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 반토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표] 경제성장률과 주요 유통업체 매출액 변화율(단위 : %)


(자료) : 통계청    

9. 지난 2년간 경제성장률 급락은 편의점과 수퍼마켓 매출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 편의점 매출과 관련하여 지난 2년간 흥미로운 통계가 나왔습니다. 2010년 이후 3년간 편의점 매출 증가율은 매년 18% 내외를 기록해서 지난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율의 3배에 달했습니다. 반면 수퍼마켓의 매출증가율은 2011년 8.5%에서 지난해 4.8%로 떨어졌는데요. 반토막에 가깝긴 하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율 감소분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었습니다. 또 흥미로운 것은 지난해 인터넷 쇼핑 매출이 두 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는 것인데요. 이상의 여러 가지 통계들을 종합해 보면 편의점과 같은 쾌적한 소비 공간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고, 인터넷 쇼핑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0. 서울시 산하의 서울연구원은 대형마트측과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요?
⇨ 서울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강동·송파지역 전통시장의 경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때 점포의 42%에서 매출액과 고객수가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이 10% 이상 증가한 점포 비율이 10%, 0~10% 증가한 점포가 32%였고, 매출 변화가 없다는 점포가 55%, 매출이 감소했다는 점포가 3%였습니다. 이 연구원은 강동·송파 이외 지역에서도 의무휴업일의 효과가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11. 최근 모 언론사는 지난 1년간의 유통업계를 평가하며 “대형마트 울상, 재래시장 덤덤, 편의점 방긋”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는데요.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습니까?
⇨ 3~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하여 서민들이나 학생들이 자주 찾는 김밥집이 많이 생겼는데요. 요즘에 시내를 둘러보면 김밥집 찾기가 힘듭니다. 편의점들이 간식 코너를 만들어서 김밥집 등 분식집에 치명타를 안겼기 때문인데요. 어쨌거나 편의점들이 포화 논란 속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관건은 “대형마트 울상, 재래시장 덤덤”이라는 기사 제목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인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기사 제목은 대형마트들의 과욕을 대변하는 것일 뿐 진실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대형마트가 포화 논란 속에 지난해 2조 원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면 지난해와 같은 경기침체 하에서 상당히 선전한 것입니다. 전통시장 또한 의무휴일제가 매출액 급락을 막아주었다면 이 제도는 충분한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일부 학자들과 언론사들은 의무휴일제가 전통시장 매출 급락을 막아 준 효과는 무시하고, 의무휴일제가 전통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없었다고 강변하는데 매우 표피적인 시각입니다. 

12.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전통시장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전통시장들은 어떤 자구 노력을 해야 할까요?
⇨ 전통시장의 가장 큰 약점은 주차장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여야 정당과 지자체들이 표를 의식해서 주차장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좋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다음이 쾌적성인데요. 이와 관련해서도 여야 정당과 지자체들이 아케이드 등 시설 현대화 예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시설 현대화와 주차장만으로 전통시장 경쟁력이 다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시장 상인들이 자생적인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어야 하고, 또 경영컨설팅과 교육도 필수적으로 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경영컨설팅 관련 정부 예산이 고작 300억 원에 머무르고 있고, 프로그램도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영세자영업 경영컨설팅으로 큰 성과를 거둔 네덜란드식 정책을 적극 차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각종 개혁들이 정착되어서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그 기간 동안에는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13. 단기적으로 보아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추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입니까?
⇨ 정부와 지자체의 전통시장 정책은 걸음마 단계에 있고 또 전시행정 단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것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고요. 또 하나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추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집요한 로비행태입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로비가 정부와 언론사, 학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큰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당수 학자들과 기자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주장이 마치 100% 사실인 양 발표하고 또 보도하기에 바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추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balance1202@naver.com  

2013년 3월 5일 화요일

‘경제민주화’에 고개 떨군 유통가


이글은 파이낸셜뉴스 2013-03-04일자 기사 '‘경제민주화’에 고개 떨군 유통가'를 퍼왔습니다.

이마트 하도급직원 1만명 정규직으로 전환CJ는 설탕 출고가 내려비정규직 인력운용 고민,다른 대형마트들도 긴장
'경제민주화' 한파에 식품.유통업계가 무릎을 꿇고 있다.
이마트는 '불법 파견' 논란이 일었던 하도급 직원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으며 CJ제일제당은 설탕 출고가를 전격 인하했다.
특히 대형마트들은 경제민주화를 강조한 박근혜 정부 코드에 맞춰 대대적인 생필품값 할인행사를 진행 중이다. 경제민주화 바람이 더 거세지기 전에 기업 스스로가 먼저 고개를 숙인 것으로 향후 업계 전반에 동참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마트는 다음달 1일부터 전국 146개 매장에서 하도급 업체 소속으로 상품 진열을 전담해온 하도급 직원 1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중소기업인 하도급업체에 소속돼 근무하던 인력들을 이마트가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가 판매 도급사원들을 불법 파견으로 규정하고 이를 직접 고용하도록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마트는 이번 결정으로 연간 60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직원들은 만 55세 정년이 보장되고 기존에 받지 못했던 상여금과 성과급도 정규직과 똑같이  받는다. 이마트는 이번 조치로 이들의 연소득이 27%가량 향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다른 대형마트들의 비정규직 인력 운용 문제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상품진열 하도급 직원들 외에 주차·시설관리·미화 등의 인력을 제외한 농축수산.조리직 등 다른 직군에 대해서는 점차적으로 직접 고용 작업이 가속화될 예정이다. 이미 롯데마트는 지난 2011년 신선 전문직에 대해서 500명을 정규직화했고 상반기 내 나머지 1000명에 대해서도 정규직화할 예정이다.
이날 CJ제일제당은 설탕 출고가를 5일부터 최대 6% 인하키로 했다. CJ제일제당은 대선 이후 고추장.된장은 물론 두부, 콩나물, 밀가루 값을 대거 올려 눈총을 샀다. 이번 인하로 하얀 설탕 1㎏의 출고가는 1363원에서 1308원으로 4%, 15㎏은 1만7656원에서 1만6597원으로 6% 내려간다. 하얀 설탕 15㎏은 최근 반년 사이에 1만8605원에서 1만6597원으로 10.8% 가격이 하락했다. 이번 인하는 원당 시세가 안정적 보합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 따른 조치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전기와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이 상승하고, 환율이 다시 반등하는 등 불안요소가 있지만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차원에서 가격을 인하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이미 지난달 말부터 대거 생필품 가격 인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달 28일부터 8일간 2200여종 품목, 2000만개 1000억원 물량을 최대 63% 할인판매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지난 1일부터 1000여개 주요 생필품을 5주간 최대 50% 이상 할인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6일까지 생필품을 최대 50% 할인판매한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이보미 기자

2013년 2월 16일 토요일

재벌의 반격… “대형마트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 온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15일자 기사 '재벌의 반격… “대형마트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 온다”'를 퍼왔습니다.
창고형 할인점으로 전략 수정? 대기업 도매업 진출에 제한 없어 중소상인 피해 우려

한국형 코스트코가 몰려온다. 대형마트와 슈퍼슈퍼마켓(SSM)들이 출점 제한에 부딪히자 창고형 할인점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골목상권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도매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인데 자칫 동네 구멍가게 뿐만 아니라 중소 도매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거라는 경고도 나온다.

가장 공격적으로 도매업 진출을 서두르는 곳은 롯데마트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6월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빅마켓 금천점과 신영통점에 오픈한 데 이어 이달 25일 영등포점 개점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현행 유통법과 상생법에는 대기업의 도매업 진출을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정부도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롯데마트 홍보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빅마트는 롯데마트 판매 가격의 10~15%보다 싸게 판다”며 “코스트코와 달리 롯데 빅마트는 국내 고객들의 입맛에 맞는 조리식품과 한국형 상품들을 구비하고 편의시설도 갖췄다”고 말했다.

롯데 빅마트는 △해외 유명상품 저가 대량매입 △인기 생필품 사전 대량구매 △사업자를 위한 대용량 파격가 상품 판매으로 연회비보다 큰 가격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

재벌계열 유통업체들은 도매업 진출을 두고 골목상권 중소상인들과 상생방안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김제남 의원실에 따르면 유통 대기업이 진출한 이후 주변 상권의 도매업체들에게 극심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2월말 영업에 들어갈 예정인 빅마켓 영등포점 공사현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2011년 11월 26일부터 한 달 동안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대전광역시, 부산광역시의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코스트코가 입점한 4개 지역 주변 상권 소매업체(600개소)와 도매업체(100개소) 등 총 700개 중‧소‧도매업체들을 조사한 결과, 대형유통마트의 진출 이후 중‧소‧도매업체의 판매액과 영업이익은 평균 2011년 기준으로 20% 이상 줄어들었다. 도매업체가 물품을 공급하는 소매업체 수는 업체당 평균 217개에서 180개로 17.1%나 줄어들었고, 판매액도 평균 22.3% 줄어들었다.

마진 감소의 주된 원인은 경쟁으로 인한 가격인하가 97.9%에 이른다. 종사자 수 또한 2009년 대비 2010년 5.8%, 2010년 대비 2011년 13.1%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피해가 대형 유통마트와 중소 도매업체들에 납품하는 중소 제조업체로 연쇄적으로 확산된다는 데 있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기획실장은 “도‧소매 유통산업을 홈플러스 같은 몇몇 유통대기업들이 독과점해 버리면 백지 납품계약에 온갖 불공정 거래로 피해를 보는 중소 제조업체들 문제가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매업 진출 이전에도 대형 유통마트들의 중소 제조업체에 대한 착취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돼 왔다. H식품은 2010년 홈플러스에 떡을 납품한지 3개월 만에 자체 추산으로 최소 6000만 원의 손실을 입고 홈플러스와 거래를 중단한 바 있다. 홈플러스는 H식품이 직접 고용한 판매 직원에게 두 팩을 묶어 한 팩 값으로 팔게 하고 떡이 떨어졌으니 더 보내라고 요구했다. H식품이 2010년 4월 기준으로 홈플러스에 1억168만원 어치를 납품했으나 홈플러스의 실제 판매액은 5989만원에 그쳤다.

최인숙 중소상인살리기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대형 유통마트의 도매업 진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대형 유통업체가 특정 도소매업 시장을 독점하면 소비자들은 대형유통업체가 부르는 값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이로써 공정한 가격 경쟁으로 인한 ‘싸고 질 좋은 물품’ 공급은 어렵게 된다. 최인숙 사무국장은 “몇몇 대형유통마트들이 가격을 담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이마트 트레이더스. ©연합뉴스

이동주 실장도 “대기업이 도매업에 진출해서 싸게 대량 공급하면 소비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 같지만 도매상인들이 파산하고 몇몇 대형 유통마트들의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되면 단가를 끌어올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물건을 비싸게 떼 오는 소매점들도 그 가격에 맞추어 가격을 올리면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미칠 수밖에 없다.

이 실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고 있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유통재벌‧대기업들의 도매업 진출을 규제하라는 중소 도매 납품업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도매업의 특성상 복잡하고 통계가 없는 데다 소매업에 비해 시급한 것 같지 않으며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등의 이유로 손을 대지 않고 있다.

경제민주화국민본부 등은 동반성장위원회에 중소상인 적합업종지정에 도매업을 즉각적으로 선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에도 도매업과 일정 규모 이하의 소매업의 경우 즉시 중소기업중소상인적합업종으로 선정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조중목 이사장은 “우리가 더 달라고 떼를 쓰는 게 아니다. 더 이상 서민들의 생존권을 침해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안수연 기자 | yun@mediatoday.co.kr  

2013년 1월 1일 화요일

대형마트·기업형슈퍼 규제 한달전 여야합의보다 후퇴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2-31일자 기사 '대형마트·기업형슈퍼 규제  한달전 여야합의보다 후퇴'를 퍼왔습니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주요 내용

유통법 개정안 처리 합의 
매달 일요일·공휴일 이틀 이내
자정~오전 10시까지 영업제한

여야가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이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을 수정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는 이날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간사협의에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영업제한 시간을 유통법 개정안 원안보다 2시간 줄이되, 원칙적으로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만 의무휴업을 하도록 하는 절충안에 합의했다. 이로써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유통법 개정안의 입법이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11월16일 지경위가 여야 합의로 마련한 원안보다는 후퇴한 내용이어서, ‘경제민주화 1호 법안’으로서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온다.여야가 합의한 절충안은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의 영업제한 시간을 ‘자정~오전 10시까지’로 하고, 의무휴업은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에 월 2차례’ 하도록 했다. 애초 원안은 영업제한 시간을 ‘밤 10시~오전 10시까지’로 했지만, 새누리당이 강하게 반대해 결국 밤 10시~자정까지 2시간은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원안에 ‘매월 3일 이내’로 돼 있던 의무휴업에 대해서는 회수를 하루 줄이되, 일요일 또는 공휴일에 쉬도록 법에 직접 규정했다. 다만, 이해당사자간 합의가 있을 경우 의무휴업일을 조정해 평일에 쉴 수 있도록 단서를 달았다. 도시와 달리 시골의 경우엔 일요일이 아니라 장날에 맞춰 대형마트가 휴업하는 게 전통시장 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영업제한 시간과 의무휴업일을 제외한 나머지 조항들은 원안에 손을 대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그동안 규제에서 벗어나 있던 쇼핑센터나 복합쇼핑몰에 개설된 대형마트도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제한을 적용받게 됐다. 또 대형마트 등을 출점할 때 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자치단체장에게 제출하도록 등록요건이 강화됐고, 자치단체장이 미진하다고 판단할 때는 보완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영업 시작 30일 전에 출점 지역과 시기 등을 알리도록 하는 사전 입점 예고제도 도입됐다.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상인들은 유통법 개정안이 현행 유통법보다 진전됐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한 데 대해선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통법 개정 등을 위해 연대했던 전국유통상인연합회·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등은 민주당이 영업제한 시간을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면, 매월 3차례 일요일에 의무휴업을 하도록 하는 안을 관철시켰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성명을 내어 “새누리당이 법사위에서 월권과 몽니를 부려 상황이 급변하면서 원안 통과가 지연되더니, 대선 후 결국 민주당이 원안보다 크게 훼손된 안을 합의해줬다”고 비판했다.대형 유통업체들은 현행 유통법보다 강화된 규제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의무휴업일이 3일에서 2일로 줄어든 데 대해서는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규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내년 영업 환경이 극도로 악화하고, 납품업자와 입점업체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2012년 12월 3일 월요일

대형마트들, 약속 어기고 새 매장 개점 준비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02일자 기사 '대형마트들, 약속 어기고 새 매장 개점 준비'를 퍼왔습니다.

ㆍ‘출점 자제’ 합의 직전 개점 신청

대형 유통업체가 신규 점포 출점을 계속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은 3년 동안 신규 매장을 열지 않겠다고 지난달 소상공인 단체와 합의했다.

이마트는 “경기 고양시에 새로 열 이마트 풍산점 등록 허가를 지난 11월20일 받았다”고 2일 밝혔다. 이마트는 지난 2월 고양시 풍산동에 지을 지하 2층, 지상 9층, 연면적 8만1000여㎡ 규모의 건물 신축 허가를 받았고 지난 11월9일 대규모 점포 개점 신청을 했다. 풍산점은 2014년 12월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도 현재 대구 남산점과 용인점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대구 중구 남산동에 마련하는 지하 4층, 지상 2층, 연면적 10만9000여㎡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2009년에 건축 허가를 받았으며 지난 10월12일 등록 신청을 했다”면서 “2014년 7월 개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0일에는 경기 용인시 역북동에 지하 2층, 지상 6층, 연면적 4만1600여㎡의 판매시설용 건물에 대한 건축심의를 용인시에 신청했으나 경영상의 이유로 하루 만에 철회했다. 대형점포 개장 ‘허가’는 지방자치단체의 ‘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홈플러스는 현재 심의 신청만 철회했을 뿐 허가 신청은 아직 철회하지 않아 개점 절차는 다시 이뤄질 수도 있다.

지난 11월15일 대·중소 유통업체 대표들은 ‘제1차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열고 인구 30만명 미만 중소도시에서 2015년 말까지 대형마트의 신규 출점을 자제하겠다고 약속했다. 단 투자를 완료하거나 출점 신청 중인 24개 매장은 출점 제한 점포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신규 매장을 열지 못하게 하기는 실질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형마트 측은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양시는 인구 30만명 미만 도시가 아닐뿐더러 풍산점이 들어서는 곳은 전통산업 보존구역도 아니라 풍산점 개장은 지난달 합의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도 “대구 남산점 인근 상인들과 계속 협의해 나가고 있다”면서 “오히려 협의회 권고안에 따라 지역 상권과 상생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2012년 11월 22일 목요일

[사설] 골목상권 보호 약속 뭉개려는 새누리당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21일자 사설 '[사설] 골목상권 보호 약속 뭉개려는 새누리당''을 퍼왔습니다.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어제 우여곡절 끝에 법제사법위원회 소위로 넘겨졌다. 유통법 개정안은 지난 16일 여야 합의로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다. 당연히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할 줄 알았는데 새누리당이 태도를 바꿔 한동안 법사위 상정을 반대한 것이다. 소위에서 엉뚱한 딴지를 걸거나 법안을 약화시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새누리당은 숙려기간이 필요하다고 하나, 여야가 합의했고 박근혜 후보가 수차례 경제민주화를 얘기하면서 공약했던 점을 상기하면 궁색한 변명이다. 유통업계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선 정황으로 미루어 결국 팔이 안으로 굽어 주춤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통법 개정안은 100개가 넘는 경제민주화 법안 중 모든 상임위원회를 통틀어 유일하게 올라온 경제민주화 법안이다. 이마저 깔아뭉갠다면 경제민주화를 할 생각이 없으며 친재벌 친대기업 본색을 거리낌없이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유통법 개정안은 의무휴업일을 지금의 2일 이내에서 3일 이내로 확대하고, 영업금지 시간을 밤 10시~오전 10시로 확대하며, 대규모 점포 개설을 신청할 때 주변상권 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20여개 법안을 조정 통합한 것으로 그나마 최소한의 미흡한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조례가 아니라 상위법에 매주 일요일 휴무를 명시하고 점포 개설 때 허가제를 할 것 등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협 하나로마트에 대한 규제도 농수산물 매출 비율을 51%에서 55%로 늘리는 데 그쳐 특혜라는 반발을 샀다.그런데도 대형유통업체는 자신들은 물론 농어민, 소상공인, 납품업체 등 모두를 괴롭히는 포퓰리즘식 입법이라며 반발했다. 전경련도 유통법이 시행될 경우 농어민과 중소납품업체, 입점업체 등의 피해액이 연간 5조원이 넘을 것이라며 거들기 바빴다. 고사 위기에 내몰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은 안중에도 없고 최소한의 상생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처사다.대형마트는 재벌 경제연구소에서조차 250개 정도를 적정수치로 봤지만 지금은 440개에 이른다.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기업형슈퍼마켓까지 파고들어 중소상인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정치권은 응당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영세자영업자들의 절박한 처지를 살피고 이들이 몰락하면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고민해야 한다. 박 후보는 하루빨리 약속대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2012년 9월 29일 토요일

코피 터지고, 아이들은 뒷전... 조마조마한 한가위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9-28일자 기사 '코피 터지고, 아이들은 뒷전... 조마조마한 한가위'를 퍼왔습니다.
[현장] 서울 망원시장 상인들, 홈플러스 입점 반대 천막농성

 
▲ 서정래씨가 이날 반품할 옷들을 창고에서 꺼내 용달차로 옮기고 있다. ⓒ 강민수

▲ 서정래씨가 가게 돌보랴, 당번 서느라 챙기지 못한 점심을 천막 농성장에서 해결하고 있다. ⓒ 강민수

"상인회에서 알립니다. 오늘 농성장 당번인 빨간오뎅, 우먼로드, 올리비아 하슬러는 늦지 않게 제 시간에 참석해주시기 바랍니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3일 앞둔 27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망원시장. 농성장 당번을 알리는 상인회의 공지가 울려 퍼졌다. 

여성 의류 전문점, '올리비아 하슬러'의 서정래(51)씨는 오후 1시 당번이다. 서씨는 근무시간을 맞추기 위해 점심도 걸렀다. 혼자 재고 박스 30개를 용달차에 실었다. "장사가 잘됐으면 박스 수가 적었을 텐데…" 재고 물품을 넘기는 서씨의 마음은 무겁다. 얼른 박스를 싣고 시간에 맞춰 농성장으로 달려간다.

농성장은 시장에서 800m 떨어진 '메세나폴리스' 앞의 임시 천막이다. 이 초고층 주상복합 빌딩에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입점하기로 예정돼 있다. 입점은 상인들의 생존과 직결되기에 농성장을 세워 입점을 저지하고 있다. 

▲ 서정래씨가 재고 물품을 물류창고로 보내기 위해 박스를 용달차에 고정시키고 있다. ⓒ 강민수
20년째 망원시장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는 서씨는 홈플러스 반대 운동을 하면서 정작 자신의 장사는 뒷전이 됐다. 농성장 근무 외에도 기자회견, 대책위 회의 준비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서씨는 "대표라는 사람이 신경을 안 쓰고 가게를 등한시하다 보니까 매출에 지장이 없을 수가 없다"면서 "신경 쓰지 못한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큰 충격이 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뒷전이 된 것은 가족도 마찬가지다. 딸 셋을 둔 가장으로서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딸들과 저녁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눌 시간 없다. 이른 아침부터 가게와 농성장을 오가며 하루를 보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도 서씨는 홈플러스가 들어오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몰두해 있다. 그는 "(저지 운동을) 망원시장만의 문제로 국한시키지 않고 더 큰 줄기인 경제민주화 이슈로 확장해야 한다"며 "좁은 골목길로 들어가지 말고 큰 길로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 생계'에서 '공동 운명체'로... 입점 저지의 구심점, 천막 농성장

천막 농성은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저지 마포구 주민 대책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다. 대책위에는 망원시장 상인회, 망원월드컵시장 조합, 지역의 시민단체, 진보신당 등이 참여하고 있다. 횡단보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망원시장과 망원월드컵시장이 나뉜다. 망원시장은 88개, 망원월드컵시장은 42개, 둘을 합치면 140개 점포가 있다.

대책위와 시민단체,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화두로 내세우면서 이 지역의 문제가 공론화되자 홈플러스 측은 눈치를 보는 듯하다. 지난 8월 말 문을 열 예정이었지만 9월 말인 현재까지 입점이 연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농성장을 세울 때만 해도 '장사하기도 바쁜데, 시간을 낼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았다. 대부분 1인 사장인 상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50일이 지난 지금, 농성장은 상인들이 뭉치는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끈끈한 연대의 현장을 보여주면서 입점 저지 운동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특히 '개인'의 생계 문제를 상인들의 운명 공동체인 '우리'의 생존 문제로 확대해낸 것이 주효했다.

몸이 부서져도 끝까지 간다는 각오...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새내기 상인도 이날 농성장에 나왔다. 서씨와 교대한 '빨간오뎅' 사장 신봉진(32)씨는 지난 2일 망원시장에 가게를 열었다. 한 달도 안 된 신참이라 그동안 당번에 끼지 못했지만 추석 대목을 맞아 바쁜 상인들을 대신해 전격 투입됐다.

신씨는 홈플러스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도 망원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물론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가게 문을 열고 상인들의 활동을 보면서 '이렇게 하는데 홈플러스가 어떻게 들어올 수 있겠냐'고 안심하고 있다.

신씨는 "망원시장이 지역 주민들한테 인기가 좋기 때문에 오히려 홈플러스가 들어와서 망할 수도 있다"면서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오후 5시 당번인 이성진(45)씨는 망원월드컵시장에 들어온 지 2년이 넘었다. 고추장, 된장 등 식자재 도소매점을 운영한다. 그는 평소 오전 4시에 일어나 오후 11시까지 일을 하지만 농성장이 들어선 뒤에는 다음 날 오전 2시까지도 눈을 붙이지 못한다. 대책위 회의와 근무를 하느라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결국 몸에 무리가 왔나보다. 이날 코피가 났다. 가게를 열기 전에는 체육관을 운영하며 몸을 다졌던 그에게는 놀라운 일이다. 이씨는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 몸이 부서져도 끝까지 간다는 각오"라며 "장사만 아는 상인들이 이렇게 같이 '으쌰 으쌰' 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며 웃었다. 

▲ 이성진씨가 농성장 근무를 마치고 가게로 돌아와 진열대를 정비하고 있다. ⓒ 강민수

▲ 26일 늦은 오후. 대책위 상인들이 천막 농성장에 모여 회의를 열고 있다. ⓒ 강민수

2012년 추석은 시장 상인들에게 조마조마한 시간

"박원순 시장이 오면 어떻게든 입점 저지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끌어내야 돼."

26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 대책위 상인 5명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한다. 28일 박원순 시장의 농성장 방문을 준비하는 전략회의다. 상인들은 서울시가 대형마트 일부 품목을 제한하고 일요일 의무 휴업을 추진하면서 홈플러스 입점 저지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시장의 방문은 홈플러스를 압박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박 시장의 입점 저지 지지 발언을 또렷히 듣기 위해 마이크도 준비하기로 한다. 추석 연휴 전날이지만 더 많은 상인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의자도 늘린다. 대책위의 능력을 총동원해 간담회를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농성장은 추석 연휴 3일간 휴식한다. 추석 이후가 걱정이다. 다음달 4, 5일 메세나폴리스 내 상인들이 홈플러스 입점을 추진하라는 취지의 집회를 계획한 것이다. 이 상인들은 홈플러스가 빨리 입점해 상권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칫하면 입점을 저지하는 상인들과 충돌할 수도 있다.

추석이 되면 사람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덕담을 나눈다. 그러나 2012년 추석은 망원시장, 망원월드컵시장 상인에게 조마조마한 시간이다.

강민수(comin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