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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6일 월요일

대형마트 7조원 손실? 받아쓰기 바쁜 부끄러운 언론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05일자 기사 '대형마트 7조원 손실? 받아쓰기 바쁜 부끄러운 언론''를 퍼왔습니다.
[홍헌호 칼럼] 포화상태, 낮은 경제성장률에도 상대적으로 선전… 의무휴일제 탓 터무니없는 손실 뻥튀기
1.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 보호를 목적으로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일제가 시행된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대형마트 측과 전통시장 상인들 사이에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이 제도의 효과에 대해서 대형마트 측은 어떤 주장을 하고 있습니까?
⇨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효과에 대한 대형마트 측의 주장을 대변하는 보고서가 지난 2월에 나왔습니다. 이 보고서는 일부 학자들이 대형유통업체의 이익단체인 한국체인스토어협회의 의뢰를 받아 내놓은 것인데요. 보고서 제목은 ‘대형소매점 영업제한의 경제적 효과’입니다. 이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강제휴무로 사회적 득실을 총괄하면 1년 손실이 무려 7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보고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손실을 뻥튀기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이들 학자들의 손실 추정치가 과다하게 뻥튀기되었다는 근거가 있나요?
⇨ 한국은행의 통계를 보면 이들의 보고서가 대형마트 손실을 과다하게 뻥튀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일제로 대형마트와 협력업체 등이 연간 7조 6천 억원의 손실을 보고 전통시장은 6000억 원의 이익을 얻어 사회전체적으로 7조 원의 손실이 있었다고 주장하는데요. 그러나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도소매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12%로 지난 10년간 평균 4%보다 3배나 높았습니다. 지난해 도소매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높았던 것은 다른 산업의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반면, 도소매업은 상대적으로 선전했기 때문입니다.

[표] 연도별 도소매업 경제성장 기여율(단위 : 10억원)


(자료) 한국은행, ECOS            

3. 지난해 도소매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다른 산업에 비해 높았다고 하지만, 대형마트들은 자신들의 매출이 상당히 줄었다고 하는데요. 평년에 대형마트 매출액은 어느 정도씩 늘었나요?
⇨ 2001년부터 2007년 사이 대형마트 매출액은 1년에 3조 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연간 증가분은 1조원대로 떨어졌는데요. 다만 2010년 경기회복기 때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6% 이상까지 오르면서 2011년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분이 4조 원을 넘어 서기도 했습니다. 관건은 지난해 실적인 2.1조 원의 증가분을 어떻게 볼 것이냐인데요. 지난해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분 2.1조 원은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 또 경제성장률이 2.1%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양호한 실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대형마트들은 자신들과 협력업체 등이 연간 7조 원의 손실을 보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표]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분과 경제성장률(단위 : 조원, %)


(자료) 한국은행, 통계청             

4. 대형마트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근거가 있나요?
⇨ 2001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 대형마트가 270개에 달하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습니다. LG경제연구원도 비슷한 시기에 보고서를 내고 대형마트가 217개에 이르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2011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대형마트 수는 445개에 이르렀습니다. 재벌연구소들의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우리나라 대형마트는 심각한 포화상태에 있습니다. 

5.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둔화는 대형마트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까? 
⇨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0년에 6.3%였는데 지난해에는 2%였습니다. 2년만에 1/3토막이 난 겁니다. 또 실질소비 증가율도 2010년에는 4.4%였는데 지난해에는 1.7%였습니다. 역시 소비도 2년 만에 1/3토막이 났습니다. 이렇게 경제성장률과 실질소비 증가율이 1/3토막이 나다 보니 대형마트 매출 증가분이 2011년 4조원에서 지난해 2조원으로 줄어든 것입니다. 문제는 대형마트 측이 지난해에 대형마트 증가분이 감소한 것을 모두 다 의무휴일제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6. 또 대형마트 측의 이익을 대변하는 학자들은 의무휴일제 도입으로 협력업체 매출 감소액이 연간 2조 2000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주장도 전혀 설득력이 없습니다. 개인사업을 해 본 사람들은 이들의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겁니다. 어떤 사업장의 매출액은 협력업체로부터의 매입액과 그 사업장의 부가가치를 더한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대형마트 매출액이 2조 원 이상 줄었다는 주장 속에는 협력업체로부터의 매입액도 2조원 가까이 줄었다는 것을 다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은 이 경우에 대형마트 매출액도 2조 원 이상 줄고, 또 협력업체로부터의 매입액도 2조 이상 줄었으므로 경제 전체적으로 대형마트와 협력업체 매출액이 4조원 이상 줄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산업연관표상의 매출액 감소분과 매입액 감소분을 모두 합쳐 매출액 감소분이라고 우기는 셈이 됩니다. 또 이 경우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의무휴일제가 대형마트 매출액을 줄이지 않았다면 협력업체로부터의 매입액도 줄이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즉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세와 협력업체로부터의 매입액 증가세가 둔화된 것은 경제성장률의 급격한 둔화 탓이지, 의무휴일제 탓은 아니라는 겁니다.    

7. 통계상으로는 그렇다 하더라도 협력업체들은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대한민국의 모든 소매업 협력업체들은 대형마트와 거래하고 싶어합니다. 대규모 거래가 가능하고 또 안정적인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형마트 협력업체가 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고, 또 대형마트 협력업체가 되었다는 것은 곧 일종의 기득권을 얻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문제는 2010년 이후의 경제성장률 급락이 이들의 기득권에도 영향을 미쳐 이들 업체들의 매출액 증가세를 둔화시키자, 대형마트들이 그 원인을 경제성장률 급락에서 찾지 않고 모든 원인을 의무휴일제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지난 2년간 경제성장률 급락에 비치어 볼 때 도소매업 전체는 상대적으로 잘 버티고 있다는 것이며, 도소매업 전체에 나타나는 매출액 증가세 둔화는 의무휴일제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8. 의무휴일제 적용을 받지 않는 백화점 매출은 최근 어떤 변화를 겪었나요?
⇨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에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11.4%였고, 지난해에는 5.5%였습니다. 경제성장률 급락의 영향으로 백화점 매출 증가율이 반토막이 난 겁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는 어떠했을까. 2011년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은 10.7%였고, 지난해에는 5.1%였습니다. 역시 경제성장률 급락의 영향으로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도 반토막이 났습니다. 이 두 가지 통계를 비교해 보면 의무휴일제 적용을 받지 않는 백화점 매출 증가율이 반토막이 났고, 의무휴일제 적용을 받는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도 반토막이 났습니다. 우리는 이로부터 의무휴일제가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 반토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표] 경제성장률과 주요 유통업체 매출액 변화율(단위 : %)


(자료) : 통계청    

9. 지난 2년간 경제성장률 급락은 편의점과 수퍼마켓 매출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 편의점 매출과 관련하여 지난 2년간 흥미로운 통계가 나왔습니다. 2010년 이후 3년간 편의점 매출 증가율은 매년 18% 내외를 기록해서 지난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율의 3배에 달했습니다. 반면 수퍼마켓의 매출증가율은 2011년 8.5%에서 지난해 4.8%로 떨어졌는데요. 반토막에 가깝긴 하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액 증가율 감소분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었습니다. 또 흥미로운 것은 지난해 인터넷 쇼핑 매출이 두 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는 것인데요. 이상의 여러 가지 통계들을 종합해 보면 편의점과 같은 쾌적한 소비 공간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고, 인터넷 쇼핑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0. 서울시 산하의 서울연구원은 대형마트측과는 다른 주장을 하고 있지요?
⇨ 서울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강동·송파지역 전통시장의 경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때 점포의 42%에서 매출액과 고객수가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이 10% 이상 증가한 점포 비율이 10%, 0~10% 증가한 점포가 32%였고, 매출 변화가 없다는 점포가 55%, 매출이 감소했다는 점포가 3%였습니다. 이 연구원은 강동·송파 이외 지역에서도 의무휴업일의 효과가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11. 최근 모 언론사는 지난 1년간의 유통업계를 평가하며 “대형마트 울상, 재래시장 덤덤, 편의점 방긋”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는데요.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습니까?
⇨ 3~4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하여 서민들이나 학생들이 자주 찾는 김밥집이 많이 생겼는데요. 요즘에 시내를 둘러보면 김밥집 찾기가 힘듭니다. 편의점들이 간식 코너를 만들어서 김밥집 등 분식집에 치명타를 안겼기 때문인데요. 어쨌거나 편의점들이 포화 논란 속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관건은 “대형마트 울상, 재래시장 덤덤”이라는 기사 제목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인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기사 제목은 대형마트들의 과욕을 대변하는 것일 뿐 진실과는 무관한 것입니다. 대형마트가 포화 논란 속에 지난해 2조 원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면 지난해와 같은 경기침체 하에서 상당히 선전한 것입니다. 전통시장 또한 의무휴일제가 매출액 급락을 막아주었다면 이 제도는 충분한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일부 학자들과 언론사들은 의무휴일제가 전통시장 매출 급락을 막아 준 효과는 무시하고, 의무휴일제가 전통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가 없었다고 강변하는데 매우 표피적인 시각입니다. 

12.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전통시장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습니다. 전통시장들은 어떤 자구 노력을 해야 할까요?
⇨ 전통시장의 가장 큰 약점은 주차장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여야 정당과 지자체들이 표를 의식해서 주차장 관련 예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좋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다음이 쾌적성인데요. 이와 관련해서도 여야 정당과 지자체들이 아케이드 등 시설 현대화 예산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시설 현대화와 주차장만으로 전통시장 경쟁력이 다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시장 상인들이 자생적인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어야 하고, 또 경영컨설팅과 교육도 필수적으로 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경영컨설팅 관련 정부 예산이 고작 300억 원에 머무르고 있고, 프로그램도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영세자영업 경영컨설팅으로 큰 성과를 거둔 네덜란드식 정책을 적극 차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각종 개혁들이 정착되어서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겁니다. 따라서 그 기간 동안에는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13. 단기적으로 보아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추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입니까?
⇨ 정부와 지자체의 전통시장 정책은 걸음마 단계에 있고 또 전시행정 단계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것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고요. 또 하나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갖추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집요한 로비행태입니다. 대형 유통업체들의 로비가 정부와 언론사, 학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큰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당수 학자들과 기자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의 주장이 마치 100% 사실인 양 발표하고 또 보도하기에 바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추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balance1202@naver.com  

2013년 4월 6일 토요일

개과천선 또는 개과천악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3-04-04일자 기사 '개과천선 또는 개과천악'을 퍼왔습니다.
[Weekly Punch]
다행이다.

부러 경제성장률을 낮춰서 추경예산을 확보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많지만 나는 그래도 객관을 인정한 박근혜 정부를 칭찬한다. 비난받아야 할 사람들은 지금 박근혜 정부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제관료들이다. 놀랍게도 2012년 9월, 4%의 경제성장을 전제로 예산을 짠 사람이나 지금 2.3%를 들고 나온 사람은 똑같다. 한 나라의 경제, 그것도 세계 10위권 GDP 규모의 경제 성장율이 불과 6개월 만에 1.7%p 수정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한국은행이나 정부의 경제성장 예측 모형(이른바 동태확률일반균형(DSGE)모형으로 수천개의 방정식으로 구성돼 있다)의 전망치가 이렇게 급격하게 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위기 시에는 파라메터(방정식의 상수들)가 변화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이나 정부가 요 며칠 사이에 갑자기 그 수치들을 수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2년 경제성장률이 높은 이유, 모델이 잘못됐거나, 뻥튀기했거나

이번 발표에서 왜 갑자기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는지를 조목 조목 밝히지 않았지만, 그 이유를 알고 싶은 독자들은 위에서 인용한 새사연의 보고서를 읽으면 된다. 요악하자면 “대외 경제 여건의 호전”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정부가 기대를 건 수출은 플러스를 기록하면 다행이고 내수 부문은 저임금과 가계 부채 때문에 오히려 마이너스일 것이기 때문에 기껏해야 2% 정도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게다. 결국 2012년 하반기 발표는 모델이 잘못 됐거나, 정부의 의도 때문에 성장률을 뻥튀기했다는 게 새사연의 주장이었다.
어쨌든 정부가 우리 예측대로 성장률 전망을 대폭 하향 수정한 건 바람직한 일이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당연히 세입도 줄어든다. 하여 증세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나도 주장했고, 심지어 부자증세가 아닌 국채에 의한 추경도 찬성한다고 썼다. 도토리 키재기인 여야가 어떤 수사를 동원해서 갑론을박한다 해도 10조 원 이상의 추경에 합의할 것은 거의 확실하다.

경제성장 기조가 바뀌어야,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

그런데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무리하게 수출진작책을 쓴다면 국제적인 통화전쟁에 직면할 것이고 건설경기를 일으키면 내년이나 후년에 더 큰 보복을 당할 것이다. 결국 지난 50년간 지속된 ‘밖으로부터, 위로부터의 성장’ 기조를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로 바꾸는 길 밖에 없다.”(정태인, 2013년, 한국경제 ‘국민 행복시대’로 갈 수 있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2013.1.9) 이것이 우리의 답이다. 다행히 정부도 수출 증가가 그리 녹록치 않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그러므로 내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도 인정했다. 그 방법은 최저임금 인상 등 임금의 상승,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 그리고 사회적 경제의 확충 밖에는 없다. 나아가서 동아시아에 5조 달러 이상 쌓아 놓은 외환보유고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박근혜정부의 상상력이 여기까지 이르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는, 정확히 말해서 관료들은(박근혜 대통령은 아무 생각이 없는 것 같고 주위의 청와대 경제비서관들은 다 경제관료 출신들이다) 부동산 붐에서 내수 확대의 길을 찾았다. 맞다. 현재 내수의 걸림돌인 가계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또는 공포스러운 파국을 막기 위해 부동산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것은 아이큐가 두자리 이상이라면 자연스레 찾을 해법이긴 하다. 그 자체도 실현되기 어렵겠지만(모든 수단이 다 동원된 이번 정책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반응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 혹여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다음에는 어찌 할 것인가? 새로운 거품으로 과거의 거품이 꺼진 자리를 채우는 방법은 이미 미국에서 실패한 것이 증명되지 않았는가?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폭탄 돌리기” 게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 테다. 새사연 (리셋 코리아)를 통해 주장했고, 앞으로 계속 제시할 대안인 “안으로부터, 아래로부터” 외에는 길이 없다.

정태인/새사연 원장
현 성공회대 겸임교수.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
한미FTA저지사업본부 본부장을 역임.

2013년 3월 29일 금요일

경제성장률 2.3%로 대폭 낮춰, 추경 짜기로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3-28일자 기사 '경제성장률 2.3%로 대폭 낮춰, 추경 짜기로'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정부 첫해부터 경제비상, 추경 15조원 전후 될듯

정부는 28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0%에서 2.3%로 대폭 낮추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다음달에 10조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을 짜기로 했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4년만의 일이다.

정부는 28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경제정책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2013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했다.

우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3%로 전망했다. 지난해 말 3.0%에서 0.7%포인트 내렸다. 이같은 정부 전망은 종전에 한국은행이 전망했던 2.8%보다도 낮은, 국내외 전망중 가장 비관적인 것이다. 

또한 저성장 장기화에 따른 고용둔화로 취업자는 당초 전망(32만명)보다 낮은 연간 25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고, 물가는 무상보육 확대, 기저효과 등 상하방 요인 고려시 당초 전망치 2.7%에서 2.3%로 낮췄다. 경상수지의 경우 당초 전망(300억달러)보다 다소 줄어든 290억달러 흑자를 예상했다. 

정부는 현 경제상황과 관련, "수출은 지난해 4분기 이후 다소 회복되고 있으나 올해 들어 개선세가 주춤했고, 소비-투자 등 내수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단기간에 크게 개선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택시장 부진이 지속되면서 건설업계를 비롯한 연관산업 침체로 서민경제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중산층의 비중이 하락하고 소득분배도 뚜렷하게 나아지지 않고 있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은 적자가구가 많고 가계부채 부담이 높아 '빈곤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수 전망과 관련해서도 "정부 예산안 제출 당시(2012년 9월) 예상보다 경기가 크게 악화되면서 6조원 이상의 세입 감소요인이 발생했고, 주식매각 관련 선행절차 지연 등으로 세외수입도 차질이 예상된다"고 보고했다. 여기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지분 매각(7조7천억원)이 올해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가정하면 세입에서 10조원 이상 부족분이 생긴다.

이처럼 경기가 예상보다 크게 악화되고 세수 결함이 예상되면서 정부는 다음달에 추경 예산을 짜기로 했다. 추경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쓸 수 있는 재원을 끌어모으고 세출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10조원 이상은 확실하며 15조원 이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밖에 부동산경기 부양을 위해 공공부문 주택공급을 탄력조정하고, 규제완화, 취득세-양도세 등 세부담 완화, 실수요자 주택자금 지원확대 등을 주요 내용으로 대책을 다음달에 발표하기로 했다.

전년도 2.0% 저성장에 이어 올해도 또다시 2%대 초반의 저상장이 예상되면서 박근혜 정부는 취임 첫해부터 비상상황에 직면하는 등, 갈길이 험난할 전망이다.

이영섭 기자

2012년 9월 22일 토요일

손수조가 말한 '돈 잘벌어오는 MB' 뭐했나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9-21일자 기사 '손수조가 말한 '돈 잘벌어오는 MB' 뭐했나'를 퍼왔습니다.
노무현재단 "경제성장률 2% 예상"…SNS "내수경제 어쩌나"

▲ ⓒ 노무현재단.
'경제대통령'으로 자칭하던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성장률이 2%도 채 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말을 들을 이 대통령이 우울할 것은 물론, 국민들은 '경제대통령'의 실상이 너무 허망해서 우울해질 듯하다는 느낌이 든다.     
노무현재단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은 20일 특별기획 '경제 거덜낸 건 보수정권이다'라는 제목으로 "YS 정부(김영삼)-IMF로 국가 경제 파탄, 국민의 정부(김대중)-경제성장률 5%, 참여정부(노무현)-경제성장률 4.3%"라고 밝힌 반면, "MB정부(이명박)-경제성장률 2%(예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MB정부 첫해인 2008년 2.3%, 2009년 0.3%로 곤두박질치다가 2010년 이른바 ‘기저효과’로 6.2%를 기록했다. 하지만, 다시 2011년 3.6%로 떨어진 뒤 2012년엔 2%대로 또 하락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라면서 "MB정부의 '747공약'이 웃음거리가 된 지 이미 오래"라고 지적했다.
또 "국민의 정부는 평균 5% 성장, 참여정부는 평균 4.3% 성장했다"며 "YS정부는 IMF국가부도로 경제성장을 얘기할 수조차 없었고, MB정부는 5년 평균이 2%대로 예상된다. 결국,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경제성장률만 놓고 보면 YS정부와 MB정부보다 월등히 성장을 잘해낸 정부"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야권 정부가 "경제 성장에 무능하다"는 국민의 평가는 "주로 조선·중앙·동아일보 언론과 새누리당(신한국당, 한나라당)이 만들어 퍼뜨린 사실왜곡 때문"이라면서 "국민의 정부는 무능하고 부패한 신한국당과 YS정부의 IMF 국가부도를 수습해 극복했고, 참여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 없이 4~5%의 건실한 성장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민주정부를 '경제무능', '경제파탄'이라고 호도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선거구호로 집권했지만, 오히려 MB정부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며 "세계 경기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여러 차례 경기부양 정책을 써가며 이룬 경제성장이 5년 평균 2%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또 향후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재성장률을 벗어나 무리하게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다시 들어선 2만달러 시대, 7%성장을 고집하며, 무리한 정책을 동원하기보다는 우리 경제수준과 대내외적 경제환경에 맞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4월 OECD가 MB정부의 2012년 경제성장률을 3.5%로 예상했다. 이같은 수치로 평균을 냈을 때, 현정부의 최종 경제 성장률 성적표는 3.18%에 그친다. 이런 점을 두고 트위터 역시 "현정부의 경제성장률은 한심한 수준"이라면서 낙제점을 주고 있다.
'박정희 그래서 이만큼이라도 산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의아한 건, YS가 국가 부도 상태로 정권 넘겼을 때 이미 경제는 리셋 상태 아니었나? 이만큼이라도 살게 된 건 민주 정부 10년간의 노력 때문이었다고 봄. 그나마도 MB가 또 리셋해서 넘기려는 중(목동**, ‏@tom***)
우리 자신들의 이기적인 욕망이 지금의 MB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지요. 새~눌당이 집권하면 내 집값 오르고, 경제 살아서 내 월급 더 많이 오르고, 잘 먹고 잘살고. MB는 대놓고 거짓을 말했고 우린 그걸 믿고 싶었던 겁니다. 박근혜? 또 다른 MB의 5년 연장입니다(HWK****, ‏@Skill****)
한 트위터리안은 "과거 손수조 후보가 '대통령'을 아버지로 표현하면서 '편한 아버지(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돈 잘 벌어오는 아버지(이명박 대통령)가 낫죠'라고 한 말이 기억난다. 돈을 잘 벌어오기는 개뿔, 물가상승률이나 좀 막아라"라면서 대기업에 편향된 정책 탓에 내수경제가 파탄 직전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경환 기자  |  1986kkh@pressbyple.com

2012년 5월 18일 금요일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민간소비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18일자 기사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민간소비'를 퍼왔습니다.
근래 저조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민간소비의 장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가 오기 이전까지만 해도 소비증가율은 우리가 자랑하던 고도 경제성장률을 웃돌았다. 1988년부터 1997년까지 10년 동안 GDP성장률은 연평균 8%였는데,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소비증가율은 이보다 높은 8.1%이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 이후 소비증가율이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하더니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 연평균 소비증가율이 2.0%로 주저앉으면서 GDP증가율(3.1%)보다 낮아졌다.

그러면, 민간소비가 왜 이렇게 위축되었을까?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언론매체들은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우선,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이건 좀 막연한 주장이다. 물론, 민간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 그 자체가 크게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이 낮으면, 소득증가율도 낮을 수밖에 없다. 1998년 이후 2011년까지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2%였으나 국민소득증가율은 3.2%에 머물렀다. 물가를 감안한 가구당 월평균 실질 소득은 2003년 이후 매년 1~2%대의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비록 저조하지만 그 동안 우리나라는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다. 무역흑자로 해마다 엄청난 외화가 끊임없이 국내로 유입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OECD국가들 중에서 가장 양호하다고 이명박 정부의 핵심인사들은 늘 자랑한다. 그러면, 지속적 경제성장과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그 많은 돈이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 한 백화점 명품관. 부자들이 명품 구입에 쓰는 돈이 경기 진작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다. ⓒ뉴시스
결국 그 돈이 우리나라 부자들의 손에 집중되어 그곳에 머물고 있을 뿐 일반서민에게 흘러내려오지 않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명박 정부 내내 낙수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점은 이 정부의 핵심 경제측근도 인정한 사실이다. 물론, 부자들도 소비에 돈을 쓴다. 하지만, 이들은 고가품이나 명품에 돈을 많이 쓰고 해외에서 돈을 많이 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외국에서 지출하는 씀씀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한다. 국내 가계의 해외 지출액은 1997년과 2011년 사이에 4.5배 증가하였고, 전체 소비지출에서 해외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8%에서 3.4%로 높아졌다.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소비하는 지출액은 이에 크게 못 미친다. 해외에서의 소비지출은 낙수효과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설령 부자들이 해외에서 돈을 쓰지 않고 전부 국내에서 쓴다고 해도, 이들의 소비가 민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근래 가장 많이 지적되는 민간소비 침체의 요인은 가계부채의 급증이다. 집집마다 부채를 너무 많이 지고 있어서 소비에 돈을 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2011년 가구당 가처분소득 3283만 원이었는데 평균부채가 3679만 원이었으니 소득보다 빚이 더 많다. 빚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자도 문제다. 세계경제위기 이후 기준 금리 인상과 가계대출금리 상승 등의 요인으로 2011년 가계부채에 대한 이자만 해도 55조 5천억 원에 달했다. 그만큼 소비에 쓸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기침체로 가계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가치마저 저조하여 소비심리가 더욱 더 위축되었다. 이른바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국내 고용 사정의 악화도 민간소비 침체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탄성치(취업자증가율/경제성장률)가 급락하고 있다. 외환위기 전인 1984-1997년의 기간에는 고용탄성치가 연평균 0.35이었으나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과 2008년 사이에는 0.311로 낮아졌고,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2012년의 기간에는 0.29로 크게 낮아졌다. 물론, 매년 신규취업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대부분이 안정적 소득을 보장하는 일자리가 아니다.

민간소비의 침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이런 다양한 견해들 그리고 이에 대한 언론보도에서 한 가지 크게 아쉬운 점은 좀 더 근본적인 요인, 즉 소득분배의 극심한 불평등이 제대로 부각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민간소비가 장기침체에 빠진 근본적 원인은 우리 사회의 극심한 빈부격차에 있다. 민간소비에서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일반서민의 소비다. 그러므로 일반 서민이 지갑을 열어야 민간소비가 늘어나고 내수가 늘어나고 또 그래야만 높은 경제성장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일반서민들이 지갑을 열어 본들 그 속에 돈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돈이 부자들의 손에 집중되어 있으니 일반서민들의 지갑은 얄팍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근래에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한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소득불평등이 심해진다는 것은 중산층의 몰락을 뜻한다. 국민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산층이 몰락하면 국민경제 그 자체가 허약해진다.

요컨대, 민간소비의 규모를 좌우하는 것은 일반서민의 소비다. 하지만, 극심한 빈부격차로 일반서민들의 지갑이 얄팍해진 상황에서 민간소비가 활발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민간소비에 대한 논의는 마치 우리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망각한듯 한 인상을 준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 발표된 동국대 김낙년 교수의 연구가 눈길을 끈다. 그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소득계층 상위 1%의 소득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8년의 6.97%에서 2011년에는 11.5%로 크게 증가하였다. 상위 1%의 연평균 소득은 1억9500만 원으로서 근로소득보다는 배당소득과 사업 및 부동산소득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고도 성장기 때 소득분배가 상대적으로 나았던 것은 빠른 고용확대를 통해서 정장의 성과가 저변으로 잘 확산되었기 때문"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고용의 질이 떨어지고,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이 확산되면서 소득집중도가 심화됐다"고 말했다.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에 대한 정보를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개인소득에 대한 정보나 자료를 얻기가 매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김 교수의 연구는 주목을 받을 만하다.

민간소비를 살리고 그럼으로써 소기의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의 극심한 소득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

2012년 5월 6일 일요일

MB맨, KDI 위기 부르다


이글은 Economy Insight 2012-04-01일자 기사 'MB맨, KDI 위기 부르다'를 퍼왔습니다.
[Special Report Ⅱ] 위기의 KDI- ① '현오석 원장 연임'에 안팎 비판 분위기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비롯한 'MB맨' 국책연구기관장들이 잇달아 연임에 성공했다. 이들은 재임 기간 동안 친정부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국책 싱크탱크를 정부의 '머리'가 아닌 '손발'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을 샀다. 특히 현오석 원장은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중시했던 KDI의 전통을 무시해 핵심 연구원들이 줄줄이 떠나도록 했다. 갈등과 혼란 속에 KDI의 국제경쟁력은 지지부진하고, 싱크탱크로서의 위상도 크게 추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 원장의 연임을 결정한 MB 정부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_편집자

박정희 정권 이래 한국 경제개발의 두뇌 역할을 해온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명박 정부 들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 홍릉에 있는 KDI 정문 모습. 한겨레 탁기영

우리나라의 대표적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연임 원장이 탄생했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는 4월6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현오석(62) 원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초대 원장 김만재 전 포철회장이 연임했지만, 개원한 지 얼마 안 된 과도기였음을 감안하면 현 원장이 사실상 첫 연임 원장인 셈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KDI 내부 반응은 싸늘하다. 그의 연임을 환영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1년 반짜리(임기 3년) 원장'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왜 그럴까?

전례 없는 핵심 연구원들의 이탈

KDI 안팎에선 현 원장의 연구 자율성 침해 시비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전통적으로 연구 자율성을 중시했던 KDI에 정부와 같은 목소리를 낼 것을 주문하면서 연구원들의 불만을 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 원장과 크고 작은 갈등을 빚던 핵심 연구원들이 줄줄이 이직하는 사태가 초래됐다.
는 지난해 7월7일 '정부 정책에 동조를 강요하고 연구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현 원장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핵심 연구원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다. 실제로 2011년 한 해 동안 주요 보직을 맡았던 박사급 연구원 7명이 대학과 민간연구소로 잇따라 자리를 옮겼다. 연구원의 이직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주로 대학교수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처럼 민간 연구소나 일반 기업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 원장은 이런 지적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4월20일 서울 홍릉에 있는 KDI 원장실에서 만난 그는 '연구의 자율성 침해 시비'에 대한 질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현 원장은 "질문의 전제가 잘못됐다. 연구원 이직이 연구 자율성 침해 탓이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직 사태를 연구원의 헌신성이 부족한 탓으로 해석했다. "지금 연구원은 과거에 비해 가족, 이런 것에 더 민감하다. 데디케이션(dedication·헌신)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현 원장은 이직 사태 이후 연구원을 상대로 면담했는데, "연구 자율성 얘기는 나오지 않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더라. 그래서 지금 연구원의 정년 연장을 경사연 쪽과 논의하고 있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현 원장은 연구 자율성 침해 시비와 관련해, "그런 말은 KDI 연구원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며 "KDI의 연구는 철저하게 펠로십에 따라 이뤄진다. 연구에 한해서는 서열이 없다. 원장도 펠로 자격으로서 논의에 참여한다. 다만,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원장이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 원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KDI는 최근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정책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아 논란이 됐는데, 모두 현 원장이 개입했다.
KDI는 지난해 11월20일 올해 경제성장 전망을 발표하면서, 현 원장 지시로 애초 원안에 없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경제성장률 상승효과 자료를 발표 직전에 끼워넣었다. 원안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8%로 전망했는데, 별첨된 자료는 "한-미 FTA가 예정대로 2012년 초 공식 발효될 경우 3.9~4.1%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로 0.1~0.3%포인트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당시 국회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당인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이 보고서가 발표된 이틀 후 11월22일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했다. 결과적으로 현 원장이 지시한 별첨 자료가 여당의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에 큰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그러나 이 자료는 한-미 FTA가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는지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FTA를 반대하는 쪽은 물론 이를 찬성하는 보수언론에도 비웃음을 샀다. 한-미 FTA 효과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하지 않고 다른 국책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치를 도출해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은 한-미 FTA 발효 이후 10년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5.66%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KDI는 이를 근거로 2012년 1년 동안 FTA로 인해 성장률이 0.1~0.3%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결론을 냈다.
(2011년 11월22일치)는 '근거는 없고 자신감만 넘친 FTA 보고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분석이 나왔는지 알 수 없다"는 다른 국책연구소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보고서의 허술함을 꼬집었다. KDI는 기존 연구기관의 연간가능일반균형(CGE) 모형 결과를 기초로 추산했다고 밝혔는데 이 모형은 FTA 같은 외부 충격 효과가 어떤지를 분석할 때 유용할 뿐, 특정 기간을 상정한 분석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 원장은 이 자료를 경제전망 전담팀에 맡기지 않고 당시 KDI로 이직한 지 얼마 안 된 연구원에게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이를 두고 현 원장이 핵심 연구원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말이 나돌았다. 이 연구원은 이후 서울의 한 대학교수 자리로 옮겼다.
현 원장은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비준동의안 처리가) 이슈가 돼서 사람들이 궁금해할까봐 자료를 만든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는 "보고서 원안에 한-미 FTA의 효과를 언급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그게 얼마나 될지 (언론이) 궁금해할 것 같아서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한 것"이라며 "학자라면 수치가 좀 틀리더라도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DI는 또 4·11 총선을 불과 50여 일 앞두고 '이명박 정부 출범 4년 경제적 성과와 향후 정책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2월22일 발표된 이 보고서는 '이명박 정부가 두 번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주장하는 등 정부의 치적을 홍보하는 데 치중했다.
이명박 정부에 좋은 점수를 준 근거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2009년에도 한국은 0.3%의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지켜냈고 2010년에는 6.2% 성장을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수준의 경기회복세를 보인 점을 들었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4년 평균 경제성장률이 전세계 평균인 2%보다 1%포인트 정도 더 높은 3.1%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는 쏙 빼놨다. 이 자료가 발표된 다음날 한국은행은 "2011년 4분기 가계대출이 912조9천억원으로 900조원을 돌파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해 KDI를 부끄럽게 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도 KDI 보고서 내용이 얼마나 생뚱맞은지 보여줬다. 이 보고서는 국민총소득 증가율이 DJ 정부 3.9%, 참여정부 3.4%를 기록했으나, MB 정부 4년 동안에는 2.2%에 그쳤다고 밝혔다. 또한 소득분배 상태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DJ 정부 0.279, 참여정부 0.281, MB 정부는 0.293으로 계속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KDI 보고서는 또 환경 파괴는 물론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을 둘러싼 논란까지 일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버젓이 경제성과에 포함시켰다. 4대강 사업은 보의 균열과 강바닥 침식 현상 등으로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가 하면 대규모 녹조까지 발생해 수질 악화 조짐까지 보인다. 더욱이 정부가 '4대강 수질 관리와 홍수 방지' 명목으로 20조원을 추가로 들여 4대강 지류 하천 정비 사업을 벌이는 등 천문학적 규모의 혈세가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어서 경제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KDI 핵심 인력이 모인 연구본부에서 만들지 않고 원장 직할 기구인 경제정보센터에서 작성했다. 이처럼 여당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자료를 총선을 앞두고 낸 것에 대해 연임을 앞둔 현 원장이 MB 정부에 확실한 눈도장을 찍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현 원장은 이런 지적에 "말도 안 된다"며 발끈했다. 그는 "가계부채를 뺀 것을 잘못이라고 한다면 받아들이겠다. 우리는 가계부채가 디폴트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와 DJ 정부 때도 이와 비슷한 보고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KDI 안팎에서는 현 원장 체제에서 KDI가 노골적으로 친정부 성향을 띠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KDI 구성원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지난해 KDI를 떠난 한 연구원은 "현 원장은 전임 원장에 비해 연구에 많이 개입했다. 특히 정부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한 현직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중시되던 연구 자율성이 침해되고, 여기에 세종시 이전 문제까지 겹쳐서 남아 있는 연구원도 기회가 오면 나갈 궁리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현 원장은 '연구의 자율성'을 연구원들과 달리 해석한다. 그는 "국책연구기관은 정부 지원을 받기 때문에 정부 정책과 밀접한 연구를 해야 하고 정책에 대한 솔루션(해법)을 낼 때 정부와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펠로들한테 '정부와 부딪히지 말고 대화를 많이 하라'고 주문한다"며 "이런 국책연구기관의 한계를 인식하지 않고 정부 정책을 비판만 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현오석 원장(왼쪽)의 연구 자율성 침해로 KDI의 핵심 인력들이 줄줄이 떠나고 있다. 하지만 현 원장은 "국책연구기관의 한계" 탓으로 돌렸다. 한겨레 탁기영

지지부진한 KDI의 경쟁력

하지만 DJ 정부 때 KDI 원장을 지낸 이진순 숭실대 교수는 현 원장과 생각이 다르다. 이 전 원장은 "국책연구기관장의 역할은 '총알받이'다. 청와대나 정부에서 연구 결과에 대한 항의가 오면 원장이 이를 막아줘야 한다"며 "연구의 생명은 자율성이다. 이게 지켜져야 연구원이 신명나게 일한다"고 말했다.
현 원장이 KDI의 전통과 전혀 다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그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현 원장은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등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그는 사무관 때 KDI를 비롯한 국책연구기관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관료는 학자와 달리 KDI를 독립적인 싱크탱크로 보지 않고 정부 부처의 산하기관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원장과 연구원 간의 갈등은 KDI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KDI는 지난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이 주관하는 2010년 세계 싱크탱크 순위 조사에서 세계 75위에 랭크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종합 6위(2009년 12위)에 올랐고, 국제개발 (International Development) 분야에서는 세계 22위를 차지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2011년 조사에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인도, 일본에 밀려 11위로 떨어졌고, 국제개발 분야에서도 미국과 유럽 선진국은 물론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조차 밀려 27위로 내려앉았다. 또한 미국을 제외한 지역의 싱크탱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레바논 등에 밀려 순위(5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이진순 전 원장은 KDI의 현 상황을 총체적 위기로 진단했다. 이 전 원장은 "KDI의 핵심 인력이 내놓은 연구 결과물은 아주 뛰어나고, 기발한 정책 아이디어도 많이 생산한다. 그런데 이들이 계속해서 빠져나간다면 KDI는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 것"이라고 말했다.
KDI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현 원장의 책임이 크다. 그럼에도 현 원장이 연임에 성공한 것은 국책연구기관장을 선임하는 권한을 가진 경사연 이사회의 기형적인 구조와 허술한 심사 탓이다.
경사연 이사회는 국무총리가 임명하는 이사장과 정부 부처 차관급인 당연직 이사 8명, 외부 민간 이사 8명으로 구성된다. 이사장을 비롯한 정부 쪽 이사가 과반인 구조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정부가 원하는 인사를 할 수 있는 구조다. MB 정부 이전에는 외부 민간 이사가 1~2명 더 많았다.
심사도 매우 허술하다. 후보자의 소견 발표와 이사의 면접, 그리고 이사의 토론을 거친 뒤 무기명 투표로 원장을 뽑는다. 이사와 안면이 있는 현직 원장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경사연은 KDI를 비롯한 국책연구기관장에 대한 내부 설문조사를 해마다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원장 선임 때 이 자료를 이사들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한 외부 이사는 "경사연 사무국에서 그런 자료를 받아본 적 없다. 후보자에 대한 적절한 정보가 외부 이사한테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영근 경사연 사무총장은 "기관장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이사에게 제공하지 않았지만, 만약 요청했으면 제공했을 것"이라고 궁색한 해명을 했다.

KDI를 머리가 아닌 손발로 쓰려는 MB 정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설립된 KDI는 박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우리나라 대표적 싱크탱크로 성장했다. KDI 연구 결과물이 정부 경제개발전략 수립에 중요한 구실을 하면서 연구원의 자긍심도 커져갔다.
하지만 KDI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은 더이상 새롭지 않다. 현 원장은 "과거에 비해 정부 부처 능력도 향상됐고 삼성경제연구소 등 역량 있는 민간 연구소도 많이 생긴 탓"으로 돌리지만, 연구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고참 연구원은 "(MB 정부는) KDI를 더 이상 '머리'로 여기지 않고 '손발'로 사용하려는 것 같다"며 "어떤 것이 국책연구기관의 기능으로 바람직한지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재  부편집장 cjlee@hani.co.kr

2012년 4월 2일 월요일

이륙도 못한 ‘MB 747' 서민경제만 골탕


이글은 대자보 2012-04-02일자 기사 '이륙도 못한 ‘MB 747' 서민경제만 골탕'을 퍼왔습니다.
[김영호 칼럼] 지난 4년간 ‘경제대통령’ 부재, 미래성장 동력만 고갈

이명박 정권은 4년 전 ‘MB 747’이란 거창한 기치를 흔들며 기세 좋게 출범했다. 집권 5년간 경제성장률 7%, 10년내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달성하겠다는 포부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과는 반토막에 그쳤다. 4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미국의 0.25%보다 월등히 높은 3.1%이라고 자랑한다.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공업국과는 비교도 하지 않고 말이다. 1인당 국민소득도 지난해 2만759달러로 2만달러를 겨우 넘긴 수준이다. 경제규모도 여전히 12~13위권에 처져있다. 정책전략-의지도 없이 잠재성장력을 무시한 청사진이어서 처음부터 한낱 정치구호에 불과했다. 제대로 이륙도 못한 채 불시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란 말로 친기업정책을 표방하면서 서민경제는 뒷전에 뒀다. ‘저금리-고환율’정책이 그것이다. 저금리로 기업의 금융비용을 경감해주고 고환율을 통한 수출촉진으로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747’이란 성장잠재력을 도외시했다는 점에서 엔진을 탑재하지 않은 비행기와 다름없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밀어붙여 그 후유증과 부작용이 고물가로 나타나고 있다.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는데 고환율정책을 고수함으로써 수입물가 앙등에 따른 물가상승을 유발했다. 여기에다 재정-금융팽창에 따른 통화팽창이 물가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소득계층간의 양극화와 수출기업-내수기업, 대기업-중소기업의 발전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켰다. 

‘경제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선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의 방향은 ‘비지니스 프렌들리’가 말하듯이 친재벌 정책이 골격을 이룬다. 반대여론을 묵살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했다. 재벌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재무구조 부실화를 막는 장치를 없애버린 것이다. 또 균형 있는 경제발달과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규제까지 완화 내지 철폐했다. 재벌이 자본-지식-기술-정보에서 열위에 있는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존립기반을 와해시킬 근거를 만든 것이다. 고환율정책을 고수함으로써 수출대기업에 특혜적 환차익을 베풀고 대신에 국민에게는 고물가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돈이 넘쳐나자 재벌3세들이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사업영역을 침탈해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4년 동안 35개 재벌그룹의 계열사가 무려 393개나 늘어났다. 유통재벌이 골목상권을 초토화한데 이어 재벌3세들이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영역을 가리지 않고 침탈하고 있다. 미국에서 돈 벌만한 소비사업을 눈여겨보고 와서 돈벼락을 쳐서 영세사업자를 몰아낸다. 유통시장, 사치품수입, 외식사업 등이 주류를 이룬다. 빵집, 술집, 밥집, 옷집 등이 고급스런 서양풍이 나면 그 뒤에 재벌3세가 도사리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고급화-고가화 전략을 통해 중소기업-자영업자를 공략하는 것이다. 친재벌 정책이 부자를 더 부유하게 빈자를 더 빈한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재벌의 영세업종 침탈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커지자 총선,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재벌개혁을 화두로 떠올린 것도 그 까닭이다. 

경실련이 30대재벌의 상장계열사를 분석한 결과 2010년 현재 전체 상장기업에서 총자산의 55%, 매출액의 67%, 당기순이익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력이 더욱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소매업의 경우 30대재벌의 상장도소매업체들이 유통시장을 거의 장악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대재벌의 계열 상장도소매업체가 전체 상장도소매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총자산은 81%, 매출액은 86%을 차지했으며 당기순이익률은 무려 111%로 나타났다. 반면에 중소 상장도소매업체들은 유통재벌의 시장침탈에 따라 대부분 적자를 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30대재벌의 상장 도소매업체가 2007년 19개사에서 2010년 25개사로 6개사가 증가했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기간 내내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 사업이란 기념비적 상징물 만들기에 몰두해 국력을 탕진하고 있다. 미래세대가 먹고 살 성장동력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강바닥에 퍼붓는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4년간 빈부격차와 부문간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고환율정책에 따라 수출기업-내수기업, 친재벌 정책에 따라 대기업-중소기업의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수출기업의 매출액이 14.5% 증가했지만 내수기업은 5.1% 증가에 그쳤다. 2008~2010년 중소기업의 총자산 세전순이익률이 3.47%에서 3.43%로 줄었다. 소득격차에 따른 양극화가 더욱 벌어졌다. 소득불균형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293(2008~2010년 평균)으로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으로서 0에 가까울수록 소득이 균등하게 배분됨을 나타낸다. 

경제상황을 무시한 저금리-고환율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그 후유증과 부작용이 고물가, 전세난의 형태로 나타나 서민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타는 상황에서 고환율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수입물가를 앙등시켜 국내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여기에다 재정-금융팽창에 따른 통화팽창이 물가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가계순저축률이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2.7%로 떨어졌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0%로 뛰어올라 먹고살기도 어려워 저축여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통계를 볼 필요도 없다. 물가가 올라도 올라도 너무 올랐다. 식료품뿐만 아니라 각종 공공요금이 공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주부들의 장보기가 겁난다는 말이 실감 난다. 5,000~6,000원 하던 점심값이 보통 8,000원 전후이다. 점심값이 부담스러워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는 봉급생활자들이 적지 않다. 

물가관리를 위해서는 통화-금융-환율-조세정책을 통한 종합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행정력을 동원한 물가통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유효한 정책수단은 쓰지 않고 군사정권 시절 완장 차고 제조-판매업체에 나가 단속하듯이 관권이나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국세청이 전담기관 노릇을 했는데 이명박 정권 들어서는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행정자치부가 앞장서고 있어 전정부부처가 물가단속기관처럼 행세한다. 2008년초 나온 소위 ‘MB물가지수’라고 해서 52개 주요 생필품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관리한다고 발표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강압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과거처럼 기업들이 녹녹치 않게 나오는 것같다. 식품가공업체들이 보라는 듯이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기름값을 내린다고 정유사를 압박하는 소리는 요란했지만 주유소에서는 먹히지 않는지 내리는 둥 마는 둥하다 제자리로 돌아섰다. 

물가와 함께 전세값도 크게 뛰고 있다.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값이 평균 24.3%나 올랐다. 통계청 자료를 보더라도 전-월세 가격지수가 2009년 1.6%, 2010년 1.9%, 2011년 4.0%로 해마다 오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총소비지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슈바베 지수’가 2007년 9.71%에서 계속 올라 2011년 10,15%로 뛰었다. 이것은 2003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이다. 소득하위 20%인 1분위 계층의 주거비 부담률이 16.45%로 상위20%인 5분위 계층의 7.9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슈바베 계수는 주거임대료, 수도-광열비 등 주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소비지출을 포함한다. 특히 가계실질소득이 2006~2008년 6.4% 증가했지만 이명박 정권 들어 2009~2011년 증가세가 2.6%로 뚝 떨어졌다.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투쟁 뒤에는 주거비 앙등이 도사리고 있다. 등록금이 많이 오르기도 했지만 전-월세값이 너무 뛰어 잠자리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전세대란은 대학가에도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지방 출신만이 하숙이나 자취를 하는 것이 아니다. 취직시험을 준비하느라 통학시간을 줄이려고 학교 부근에 둥지를 트는 학생들이 많다. 기숙사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원룸은 전세파동에 밀려난 신혼부부들의 차지가 됐다. 학기가 바뀔 때마다 보증금과 월세를 올려달라는 바람에 대학가를 떠나 더 싼 하숙집, 자취방, 고시원을 찾아 헤매도 싼 방이 거의 없다. 뉴타운 개발로 옥탑방, 지하방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방을 얻으면 교통비도 만만찮다. 다리 뻗고 내 몸 하나 누울 공간을 찾지 못한 그들은 지금 절망하고 있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와 전-월세가 뛰자 가계부채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작년말 가계부채가 912조8,810억원이다. 2007년의 665조2,950억원에 비해 4년간 무려 37.2%인 247조5860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가구당 평균 가계부채가 5,265만원이니 이자율을 5%만 쳐도 연간 이자부담액이 250만원이나 된다. 가계부채로 볼 수 있는 자영업자 대출잔액도 작년말 102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선 셈이다. 경제상황에 따라 가계부채가 언제든지 폭발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소비부진에 따른 내수위축이 경제성장의 덜미를 잡고 있다.

이명박 정권 경제정책의 가장 큰 실책은 미래의 성장동력을 잠식해 버렸다는 점이다. 국민적 반대를 무시하고 한정된 재원을 4대강 바닥을 파헤치는데 탕진해 버린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끝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발효시켰다. 한-미 FTA는 단순한 역내교역의 자유화가 아니다. FTA와 충돌하는 한국법률을 개폐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경제의 미국 종속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과 EU(유럽연합)와의 FTA도 모자라 중국과도 맺는다고 서둘고 있다. 소수의 대기업 경쟁력을 믿고 세계최강대국과 자유무역을 벌여 이긴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무지와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왜 일본이 세계3대 경제권과 FTA를 맺지 않는지 알라. 지난 4년간 어디에도 ‘경제대통령’을 찾을 수 없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시사평론가  의 저자  본지 고문  

2012년 3월 19일 월요일

"양 날개가 균형이 잡혀야 날 수 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19일자 기사 '"양 날개가 균형이 잡혀야 날 수 있다"'를 퍼왔습니다.
[이정전 칼럼] "중산층은 국민경제의 허리"

금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 대를 턱걸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도 금년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였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가 터진지 4년이 지났지만, 선진국 경제는 아직도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망은 더욱 더 어둡다. 이런 가운데 각국 경제는 내수의 활성화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 수출로 경제를 살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선진국의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 경제도 침체상태인가? 소득과 부의 분배의 극심한 불평등이 그 원인이라고 라이시(R. B. Reich)교수는 분명히 못 박고 있다. 불평등은 그 자체가 정의의 차원에서도 문제지만, 또한 경제 위기와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자랑거리는 높은 생산력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물질적 풍요는바로 이 높은 생산력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경제학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 생산력에만 관심을 집중한다. 그러나 충분한 구매력의 뒷받침이 없는 생산력은 소용이 없다. 기업이 생산한 것을 아무도 사주지 않는다면 그 기업이 망하듯이 한 나라에서 생산된 것들이 제대로 팔리지 않으면 그 나라 경제는 절단난다. 마치 새가 한쪽 날개로만 날 수 없듯이 생산력 하나만으로는 자본주의 경제가 날 수는 없다. 경제 전체로서 생산력(공급)과 구매력(수요)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그 경제는 날아오를 수 있다. 공급과 수요는 자본주의 경제의 양 날개다. 아직도 보수성향의 경제학자들은 생산만 많이 해놓으면 구매력은 자동적으로 뒤따라온다고 믿고 있다. 다시 말해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과거 수많은 불황이나 경기침체가 보여주듯이 자본주의 경제의 높은 생산력을 수요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본주의 경제의 양 날개가 균형을 이루지 못할 때가 아주 많다는 것이다. 한 쪽 날개의 힘이 빠진 새는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마르크스의 자본론 서문에서 엥겔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생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수요는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 이것이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이다." 바로 이 모순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에서 불황과 경기침체가 무시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이런 말이 나올까? 흔히 자본주의는 대량생산 체제라고 말하지만, 또한 대중소비 사회라고 말한다. 이 말은 일반대중의 소비가 자본주의 경제의 수요에서 절대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체로 보면, 가난한 사람들이나 중산층 사람들은 소득의 대부분을 소비에 지출한다. 따라서 이들의 소득이 늘어나면 이에 거의 비례해서 이들의 소비도 늘어난다. 하지만, 부자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럴 수도 없다. 예를 들어서 세계 굴지의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기 직전 당시 CEO였던 리처드 필드는 5억 달러의 연봉을 받았다고 하는데,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 돈을 몽땅 소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부유층은 소득의 극히 일부만을 소비한다. 결국 국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대중이 충분한 구매력을 갖추고 시장에 나온 상품을 사주어야 자본주의 경제가 날 수 있다. 일반대중의 소비가 양 날개의 균형을 잡아주는 버팀목이다.

일반대중의 대부분은 근로자다. 국민소득이 소수의 부유층의 손에 집중된 결과 근로자들의 몫이 감소해서 충분한 구매력을 가지지 못한다면, 시장에 나온 상품들이 잘 팔리지 않을 것이요, 결과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 이런 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경기침체가 오고 불황이 오게 되며 높은 실업률이 장기화된다. 경기가 나빠져도 부자들은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큰 타격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무시로 터지는 불황이나 경기침체가 근로자계층에게는 참으로 불공평한 시장의 변덕으로 느껴진다.

일반대중의 소비 중에서 특히 중산층의 소비가 큰 몫을 차지한다. 소득불평등이 심해진다는 것은 중산층이 몰락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수년 간 우리나라에서도 빈부격차가 벌어지면서 중산층이 점차 엷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산층은 국민경제의 허리에 해당한다. 마치 허리가 약하면 사람이 힘을 못 쓰듯이 중산층이 엷어지면 국민경제가 힘을 쓰지 못한다. 요컨대, 극심한 빈부격차 그리고 이로 인한 중산층의 몰락이 미국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이며, 우리나라의 경기침체를 초래한 원인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보수진영 인사들이나언론은 분배보다는 성장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장이 분배에 발목 잡혀있는데 성장만 얘기하면 무슨 소용인가.

선거철이 닦아 오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외치고 있다. 경제민주화의 주된 내용은 경제정의이며, 경제정의의 핵심은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다. 이런 점에서 경제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 내수를 늘리고 그럼으로써 우리 경제를 다시 날 수 있게 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 세계 굴지의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기 직전 당시 CEO였던 리처드 필드는 5억 달러의 연봉을 받았다고 하는데,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 돈을 몽땅 소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로이터=뉴시스

/이정전 서울대 명예교수 

2012년 3월 7일 수요일

MB정권 4년의 경제성적표


이글은 대자보 2012-03-05일자 기사 'MB정권 4년의 경제성적표'를 퍼왔습니다.
[김영호 칼럼] 747 등 제대로 이륙도 못한 채 불시착은 당연한 귀결

이명박 정권은 4년 전 ‘MB 747’이란 거창한 기치를 흔들며 기세 좋게 출범했다. 집권 5년간 경제성장률 7%, 10년내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달성하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성과는 반토막에 그쳤다. 4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미국의 0.25%보다 월등히 높은 3.1%이라고 자랑한다.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공업국과는 비교도 하지 않고 말이다. 1인당 국민소득도 지난해 2만759달러로 2만달러를 겨우 넘긴 수준이다. 경제규모도 여전히 12~13위권에 처져있다. 정책전략-의지도 없이 잠재성장력을 무시한 청사진이어서 처음부터 한낱 정치구호에 불과했다. 제대로 이륙도 못한 채 불시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집권기간 내내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 사업이란 기념비적 상징물 만들기에 몰두해 국력을 탕진했다. 미래세대가 먹고 살 성장동력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강바닥에 퍼부은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4년간 빈부격차와 부문간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소득격차에 따른 양극화가 더욱 벌어졌다. 소득불균형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293(2008~2010년 평균)으로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으로서 0에 가까울수록 소득이 균등하게 배분됨을 나타낸다. 수출기업-내수기업, 대기업-중소기업의 불균형도 심화되었다. 수출기업의 매출액이 14.5% 증가했지만 내수기업은 5.1% 증가에 그쳤다. 2008~2010년 중소기업의 총자산 세전순이익률이 3.47%에서 3.43%로 줄었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부터 ‘비지니스 프렌들리’라는 말로 친재벌 정권임을 표방했다. 저금리-고환율이 대표적 정책이다. 저금리로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고환율을 통해 수출을 촉진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규제완화 차원에서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했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무분별한 계열확장을 방지하는 장치를 없애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4년 동안 35개 재벌그룹의 계열사가 무려 393개나 늘어났다. 유통재벌이 골목상권을 초토화한데 이어 재벌3세들이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영역을 가리지 않고 침탈하고 있다. 빵집, 밥집, 떡집, 술집 등 영세업종에까지 손을 뻗혀 국민적 반발을 사고 있다. 친재벌 정책이 부자를 더 부유하게 빈자를 더 빈한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총선,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재벌개혁을 화두로 떠올린 것도 그 까닭이다. 

경제상황을 무시한 저금리-고환율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그 후유증과 부작용이 고물가, 전세난의 형태로 나타나 서민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타는 상황에서 고환율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수입물가를 앙등시켜 국내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여기에다 재정-금융팽창에 따른 통화팽창이 물가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통계를 볼 필요도 없다. 주부들의 장보기가 겁난다는 말이 실감 난다. 5,000~6,000원 하던 점심값이 보통 8,000원 전후 이다. 점심값이 부담스러워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는 봉급생활자들이 적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행정력을 동원한 물가통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물가관리를 위해서는 통화-금융-환율-조세정책을 통한 종합관리가 필수적인데도 말이다. 

물가와 함께 전세값도 크게 뛰고 있다.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값이 평균 24.3%나 올랐다. 그런데 소득이 늘지 않으니 가계부채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작년말 가계부채가 912조8,810억원이다. 2007년의 665조2,950억원에 비해 4년간 무려 37.2%인 247조5860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가구당 평균 가계부채가 5,265만원이니 이자율을 5%만 쳐도 연간 이자부담액이 250만원이나 된다. 가계부채로 볼 수 있는 자영업자 대출잔액도 작년말 102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선 셈이다. 상황에 따라 가계부채가 언제든지 폭발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소비부진에 따른 내수위축이 경제성장의 덜미를 잡고 있다. 

국민적 반대를 무시하고 끝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발효시켰다. 한-미 FTA는 단순한 역내교역의 자유화가 아니다. FTA와 충돌하는 한국법률을 개폐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경제의 미국 종속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FTA를 미국과 EU(유럽연합)와도 모자라 중국과도 맺는다고 서둘고 있다. 소수의 대기업 경쟁력을 믿고 세계최강대국과 자유무역을 벌여 이긴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무지와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왜 일본이 세계3대 경제대국과 FTA를 맺지 않는지 알라.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 시사평론가 <건달정치 개혁실패>의 저자 본지 고문

2012년 1월 14일 토요일

"美-이란 전쟁 일어나면 국내물가 7.1%↑"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1-13일자 기사 '"美-이란 전쟁 일어나면 국내물가 7.1%↑"'를 퍼왔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 호르무츠해협 국지전 1년 이상 지속시 시나리오


ⓒ현대경제연구원 호르무츠 해협 위기시 경제적 시나리오

서방의 금수조치에 대해 이란이 호르무츠 해협 봉쇄를 경고하고 있는 가운데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국경제 성장률이 2.8%에 그치고, 물가는 7.1%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호르무즈해협의 위기와 경제적 파급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츠 해협에 국지전이 발생해 이란의 반격과 미국의 추가 파병 등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원유수송 중단사태가 1년 이상 장기화할 경우 70년대 1, 2차 오일쇼크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1년이상 장기전 양상을 보이면 국제유가는 210달러까지 폭등하고 세계 경제성장률은 2.9%로 하락하고 국제물가는 5.1%내외까지 오를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성장률은 2.8%로 떨어지고 물가는 7.1%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이란 사태가 해협 봉쇄로 이어지고 전쟁이 일어나면 세계경제는 물론 국내경제도 고유가에 의한 물가상승과 소비침체 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73∼1974년 1차 오일쇼크 때 세계 성장률은 6.8%에서 2.8%로, 국내 성장률은 14.8%에서 9.4%로 낮아졌다. 국내 물가 상승률은 3.2%에서 무려 24.3%로 폭등했다.

1978∼1980년 2차 오일쇼크 당시에는 세계 성장률이 3.9%(79년)에서 2.4%(80년)로 낮아졌고, 국내 성장률은 6.8%에서 -1.5%로, 물가는 18.3%에서 28.7%로 급상승 했다. 

한편 전쟁이 6개월 내에 끝날 경우 국내 성장률은 3.3%로 하락하고 물가 상승률은 5.5%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조태근 기자taegun@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