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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4일 일요일

유로위기 후폭풍에 치솟는 독일 부동산



이글은 이코노미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3-02-01일자 제34호 기사 '유로위기 후폭풍에 치솟는 독일 부동산'을 퍼왔습니다.
Cover Story 부동산 거품 쓰나미 다시 덮치나- ① 폭등하는 독일 임대료


남유럽 자금 유입에 독일 집세 폭등… 핫머니로 홍콩·동남아도 주식·부동산 급등

유로위기의 후폭풍이 독일을 덮치고 있다. 남유럽 등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안전지대인 독일 부동산으로 몰려들면서 집값과 집세가 급등하고 있다. 그 덕분에 10여 년 동안 집 걱정 없이 살던 서민과 중산층이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경제위기로 풀린 자금이 부동산 거품을 만들고, 이 거품이 경제대국 독일의 안정된 사회 시스템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것이다. 홍콩·필리핀·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도 '핫머니'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실시한 이후 아시아 통화 강세와 자산가치 상승을 예상한 핫머니가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집값은 지난해 이미 20% 이상 올랐다. 필리핀도 페소화 강세 덕분에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중국도 경기 바닥 전망이 나오면서 부동산 투자 자금이 다시 입질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_편집자

유례없는 저금리와 남유럽 자금 유입으로 집세 폭등… 무리한 에너지 정책도 한몫

유럽의 경제대국 독일이 유례없는 주택난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위기로 인한 저금리와 남유럽 자금의 유입으로 집세가 치솟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의 무리한 에너지 전환 정책이 불을 붙였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리모델링을 한 집 주인들이 집세를 크게 올리고 있는 까닭이다. 총선을 앞둔 독일 정치권은 서로 주택 문제 해결을 외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호란트 크나우프 Horand Knaup, 알렉산더 노이바허 Alexander Neubacher,

안카트린 네치크 Ann-Kathrin Nezik (슈피겔) 기자

비행기에서 내리는 베를린의 부동산업자 야코포 민가치니의 고객들은 관광과 사업의 결합을 즐긴다. 민가치니의 직원들은 이탈리아의 밀라노나 피렌체에서 온 고객들에게 일단 베를린의 명소를 구경시킨 뒤 그들을 그리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베를린 중심부와 가까이 위치한 베딩 지역으로 데리고 갔다.
매물 관람 일정은 빡빡하게 짜여 있다. 구매 의사가 충만한 이 고객들에게 민가치니의 직원들은 하루에 5채까지 집을 보여줄 때도 있다. 거래는 이탈리아어로 이뤄진다. 민가치니의 부동산 회사가 지난해 중개한 1200여 채의 집 중에서 150채는 자신들이 저축한 돈을 유럽 경제위기에서 안전한 독일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이탈리아인들이 사들였다. "그들은 평방미터당 5유로에 세를 내준 집을 다른 세입자에게 다시 세를 놓을 경우 훨씬 많은 집세를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민가치니는 말했다.
유로화 위기 속에서 이탈리아의 중산층들이 찾아낸 자구책이 지금 독일의 수도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베를린의 주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서부 베를린은 2007년 이후 임대료가 20%가량 폭등했다. 이런 현상은 도시의 부동산 붐 중심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번화가가 아닌 외곽 지역에서조차 서민들이 집세를 낼 수 없을 지경이다. 지금 함부르크·뮌헨·베를린·프랑크푸르트·뒤셀도르프·쾰른 같은 대도시에서 새로 집을 구하는 사람은 그가 지금까지 살았던 집과 비슷한 크기와 수준의 집을 얻으려면 집세를 최소한 25% 더 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직장이나 학업 문제로 다른 도시로 이사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다. 유동성? 돈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자녀 소망? 점점 힘들어진다. 독일세입자협회는 현재 전국적으로 약 25만 채의 주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도 최근 발표한 주택 경제 보고서에서 "주택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도시와 지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집세 쇼크'와의 싸움이 심각한 정치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어떤 정당도 총선이 있는 올해 집을 찾아헤매는 이들의 걱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평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세입자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기 집을 가진 사람들도 가족이나 친지를 통해 뻔뻔스러운 중개인과 낡은 시설에 비해 너무 비싼 집세를 요구하는 임대인들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

페터 람자워 건설교통도시계획부 장관(왼쪽 사진 왼쪽)이 대학생 주거난 해결을 위해 숙박용 여객선을 도시에 정박시키겠다는 선거 공약을 발표했으나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집세가 크게 오르고 있는 프랑크푸르트 강가의 고급 콘도미니엄들. DIETMAR GILJOHANN CC BY SA

다른 도시 이사하려면 집세 25% 더 내야

여당과 야당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쟁적으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연방 건설교통도시계획부 장관 페터 람자워(기독사회연합·CSU)는 지난 몇 년간 신축하지 않은 공공 학생 기숙사의 대안으로 대학 도시에 숙박용 여객선을 정박시킨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사회민주당(SPD)의 총리 후보자 페어 슈타인브뤼크는 '주택과 도시 개발을 위한 국가 실천 계획'을 발표하고 공공 임대주택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주장했다. 녹색당은 중개인 수수료를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이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토지 소유자에 친화적인 자유민주당(FDP)조차 성탄 휴가 직전 의회에서 과도한 집세 상승을 방지하는 법에 찬성했다.
각 정당은 유권자들에게 닥쳐온 위험을 알아채고 그에 대비했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갑자기 자신의 심장이 세입자를 위해 뛰고 있음을 발견하게 됐다는 것은 사실 많은 부분 위선에 불과하다. 정치인들이야말로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에 상당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시장 가격 상승의 주범은 모든 측면에서 바로 국가다.
현재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낮췄기 때문에 건축 비용은 그 어느 때보다 저렴하다. 동시에 남유럽의 도피 자산이 독일로 흘러 들어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고, 독일의 세입자들에게 그들도 유로화 위기로 인해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쓰디쓴 진실을 알려준다.
다수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너무 적은 토지 공급과 느린 사무 처리로 토지 가격과 개발 비용을 상승시킨다. 그리고 대부분의 연방주에서 공공주택 건설 정책은 축소된 반면 부동산 양도세는 올랐다. 예를 들어 바덴뷔르템베르크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는 최근 3.5%에서 5%로 양도세가 올랐다.
하지만 주거 비용을 상승시키는 일차적 원인은 연방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다.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연방정부는 열펌프, 지열 시스템, 3중 단열창 설치를 장려하고 있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된다는 단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소유자가 월세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임대 계약을 새로 맺을 때만 월세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세입자가 있을 때는 3년에 최대 20%까지 월세를 올릴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에너지 효율을 놀이기 위해 리모델링했을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이 경우는 임대인이 월세를 올리는 것에 대한 국가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좋은 목적으로 주택이 수리됐기 때문이다.
주택 소유주는 집수리 비용을 연간 11%까지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대인이 자신이 소유한 임대 건물에 2만유로의 비용을 들여 단열 공사를 한 경우 한 달 월세를 최대 183유로까지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임차인이 내야 하는 난방비를 계산해보면 절약되는 금액은 많지 않다. 이에 더해 연방정부는 집수리가 기후보호 명목으로 이뤄질 경우 세입자는 몇개월에 걸쳐 발생하는 수리로 인한 소음에 대해서도 항의할 수 없도록 최근 발표한 임대법 수정안에 다시 한번 명시했다.
그 결과가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체감한 사람이 슈투트가르트에 살고 있는 은퇴한 노부인 우르줄라 팔크다. 그녀는 30년 동안 할슐라크에 있는 8층짜리 정사각형 콘크리트 건물에서 살았다. 그녀의 자녀들과 손주들이 이곳에서 자랐다.

집세 상승 부추기는 에너지 전환 정책

최근 이 지역 집들에 열 보호를 위한 외부 마감 공사가 이뤄졌다. 최신 에너지 표준에 적합한 플라스틱 창문으로 교체하는 것인데 이 공사가 세입자들에게 걱정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임대인인 슈투트가르트 주택 및 도시 건설 회사가 수리 비용을 월세에 반영하려 하기 때문이다. 다른 120명의 임차인들과 마찬가지로 팔크 부인은 얼마 전 임대인의 편지를 받았다. 수리 뒤 월세를 475유로에서 770유로로 60% 이상 올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은 월세 상승폭을 낮추겠다고 주택회사가 한발 물러섰지만 월세 상승폭이 40%만 된다 하더라도 그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손주들이 도와주거나 아니면 이 집에서 나가 그녀가 낼 수 있는 금액에 맞춰 새로 집을 구해야 한다. 물론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슈투트가르트의 신규 임대 계약 월세는 지난 5년간 약 20% 상승했다.
오래된 건물을 최신 에너지 공학의 기준에 맞게 수리하는 일은 대부분 베를린 공항이나 엘브필하모니 같은 실패한 공공 건설 사례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비용이 든다. 최근 연방 환경청이 이를 제대로 경험했다. 연방 환경청은 엄격한 환경 및 에너지 절약 표준에 맞춰 건설된 데사우의 한 건물에 입주해 있다. 기존 난방장치 대신 지열교환기를 설치하고, 여름에는 에어컨 대신 태양열로 작동하는 냉방 기구가 더위를 식힐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기술을 적용하고 유지·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이 예상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에 따라 건물 관리비가 다른 연방 관청 건물보다 50%가량 더 든다고 최근 연방 감사원은 지적했다. 국가기관에 드는 비용은 납세자들에게 부담시키면 되지만 보통의 세입자들은 일방적으로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에너지 전환 정책을 빠르게 추진할수록 주거 비용도 가파르게 상승한다.
주거 비용 상승의 원인은 새로운 환경 정책뿐만이 아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의 사회당-녹색당 연합 지방정부는 지난해 12월 초 지역 건설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까지 자전거 주차장 수요가 증가했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은 지역에도 앞으로 더 많은 자전거 주차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건축 규제의 범위는 점점 더 확대되지만 연방주들이 공공주택에 투자하는 예산은 줄어들고 있다. 2006년부터 주정부는 지자체와 함께 공공주택 건설을 책임지고 있다. 연방정부는 매년 5억유로의 보조금을 교부하지만 그 사용처에 대해 간섭해서는 안 된다. 보조금을 받은 지자체들은 지난 수년간 공공주택 건설에 거의 투자하지 않고 다른 목적으로 이를 사용했다. 예를 들어 베를린은 매년 3200만유로의 보조금을 받지만 그 돈으로 저렴한 공공주택을 신축하는 대신 일차적으로 과거의 부채를 갚았다. 결국 독일의 공공주택 수는 지난 10년간 약 260만 채에서 160만 채로 줄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지자체 주택건설조합은 친환경 리모델링으로 세입자들에게 월세 증가를 강요하는 데는 아주 열심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서민용 공공주택

정계는 너무 오랫동안 주택 부족 문제가 이미 해결된 과거의 문제라고 믿었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인구는 더 늘지 않는 상황에서 '왜 주거 공간 부족 문제를 생각해야 한단 말인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오히려 비어 있는 낡은 아파트 건물과 버려진 마을을 철거하는 일이 더 필요해 보였다. 실제로 소수의 부동산 붐 지역을 제외하면 오랜 기간 독일의 임대료는 다른 생활 비용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독일의 전체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대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의 수는 그 어느 때보다 많다. 게다가 1인 가구가 증가해 가구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집과 직장이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2주택이 필요한 경우도 많고, 사람들은 이사할 때마다 더 큰 집을 원한다. 오늘날 독일의 일반 시민들에게 필요한 평균 생활 공간은 43m²인데 이는 20년 전보다 8m² 증가한 것이다.
그럼에도 지자체는 이런 상황에 너무 느리게 반응하고 있다. 과거 건설부의 과장이었고 현재 부동산 컨설팅 연구소 엠프리카의 대표이사인 울리히 파이퍼는 "지자체장들이 건축 부지를 끌어안은 채 과도하게 비싼 가격으로 투자자들에게 내놓는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주택 건설 허가 건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1995년에 63만9천여 건이던 허가 건수가 마지막으로 조사된 연도인 2011년에는 22만8천여 건으로 줄었다. 파이퍼는 여기에 더해 지자체가 불필요하고 많은 비용이 드는 조건을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집세 상승의 요인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독일 연방의원들이 올가을 재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주택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의원들이 올해 예산안 투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AP

하지만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 문제를 담당하는 연방 건설부 장관 페터 람자워의 숙박용 여객선과 학생 기숙사 발안은 정치권이 아무런 대책을 찾지 못한다는 증거에 불과하다. 문제는 그런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보다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한 것은 '국가가 집세 상승률을 제한하라'는 지자체 의원들과 세입자 대표들의 제안이다. 그런 극단적인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발생하는 리스크와 부작용이 이미 병든 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독일 세입자협회는 새로운 임대 계약에서 월세를 주변 시세에 비해 최대 10%까지만 올릴 수 있게 법으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이 의견은 일단 크게 반대할 만한 부분이 없다. 주택 수요가 저리 대출과 남유럽의 도피 자산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증가한 지금 같은 시기에는 국가가 부동산 거품이 생성되지 않게 방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이런 정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하느냐다. 세입자협회가 요구하는 대로 정부가 전국적으로 가격 상승률의 한계를 정하면 투자자들은 실제로 주택이 필요한 서민 지역에 대한 투자를 기피할 것이다. 만일 부동산 붐 지역만 상승률을 제한한다면 정부가 어떤 도시의 집세 상승률이 너무 높고 어떤 도시의 집세 상승률이 아직 적절한 수준인지 판단해야 한다. 지난 경험에 비춰보면 이런 평가를 정부기관이 정확히 내린 경우는 드물었다.
일명 호화 리모델링을 금지하는 베를린 판코프 지역의 정부 계획 역시 효과가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1월부터 이 지역에서는 욕실을 2개 만들거나 바닥 난방을 설치하는 것이 금지됐다. 당국은 이 조치로 임대업자들이 리모델링 뒤 집세를 많이 올려 받는 것을 방지하려 한다.
발의의 의도는 나쁘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정말로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지 의심한다. 자녀가 여럿 있는 가정은 2개의 욕실을 그리 호화로운 사치라고 여기지 않을 것이다. 반면 투기꾼들은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에 백금으로 도금된 설비를 설치해 값을 올릴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런 프로그램은 토지소유자협회의 임원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대부분 효용성이 없다고 여긴다.

부동산 투기 막고 주택 공급 늘려야

1960∼70년대 스타일의 공공 임대주택 건설을 재개하자는 페어 슈타인브뤼크의 제안에 동의하는 도시 개발자 역시 많지 않다. 이들은 당시 정부가 건설한 임대주택이 복지급여 수령자들의 밀집 지역(빈민가)으로 전락한 사실을 잘 기억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과거 방식의 공공주택 건설은 SPD의 선거 캠페인 프로그램에 더 이상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계획은 전 건설교통부 장관 아힘 그로스만이 당총재 지그마어 가브리엘의 지시로 소수의 전문가들과 함께 개발한 것이다. 대도시 재개발 구역에서 고급주택과 공공주택을 섞어서 짓는 소셜 믹스를 강화하고 서민들로 구성된 주택조합에 혜택을 주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한 SPD는 개인의 주택 건축 지원 조건을 완화하고, 주거 공간을 휴가용 콘도나 사무실로 변경하는 것을 강하게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조치로 주택 몇 채를 더 건설할 수는 있겠지만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강제할 수는 없다. 이를 위해서는 이 비상사태를 야기한 정치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집세 상승을 막으려면 연방주와 지자체가 다시 더 많은 예산을 주택 건설에 투자하고, 건설 규정을 단순화하고, 주거 면적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함부르크 시장 올라프 숄츠는 "수량이 결정적인 요소다. 다른 만병통치약을 믿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 외에 에너지 전환 목표를 경제적으로 부담할 수 있는 한계에 맞춰 정하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건축주나 세입자들 대부분이 생각하지도 않은 전체 수리를 하는 대신 창문과 출입문에 단열 공사를 한다면 훨씬 환경에 이로울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부동산 투기 방지다. 전문가들은 이미 상당수의 독일 대도시가 부동산 투기 붐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본다. 이는 정치권이 유로화 위기를 끝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과제다. 그때까지는 베를린의 부동산업자와 그들의 남유럽 출신 고객들이 즐겁게도 집세가 계속 오를 것이다.

ⓒ Der Spiegel 2013년 1호 Ein Herz für Mieter 번역 황수경 위원

2012년 9월 16일 일요일

쪽방촌에 꽃핀 ‘희망은행’


이글은 한겨레21 2012-09-17일자 제928호 기사 '쪽방촌에 꽃핀 ‘희망은행’ '을 퍼왔습니다.
[기획]생활비 등 급전 저금리로 빌려주는 서울 동자동 ‘공제조합’… 조합원 중 70% ‘기초생활수급자’, 돈 안갚는 경우 없어

» 지난 8월22일 청년연대은행 설립 준비단장인 조금득(오른쪽 둘째)씨와 추진위원들이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위치한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을 찾았다. 공제협동조합 이태헌 이사장(오른쪽 넷째)은 이날 청년들에게 조합 설립 과정과 운영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5천원 이상 6개월 출자하면 대출 가능

대부업이 포함된 제2금융권에서마저 급전을 빌리기 어려운 신용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이 660만 명에 이른다. 어렵게 돈을 빌리더라도 비싼 이자가 생활고를 가중한다. 공동체가 무너지고, 홀로 살아가는 개인들이 늘어나 생활의 고단함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도 어렵다. 빚이 빚을 부르는 수렁에 빠진 이들이 희망을 얻기란 불가능한 것일까.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된 약자들이 스스로 생활 안전망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각자 돈을 조금씩 내놓고, 긴급하게 필요한 생활비나 의료비·주거비 등을 저금리로 빌릴 수 있는 ‘공제조합’이다.
지난 9월3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오상기(57·가명)씨는 동네 어귀에 있는 ‘동자동사랑방’으로 향했다. 그의 손에는 은행 통장과 비슷한 생김새의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 출자금 통장’이 들려 있었다. 오씨는 지난해 4월, 1천원을 내고 공제조합에 가입해 매달 2만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6개월 이상 출자하면 돈을 빌릴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오씨는 노모에게 용돈을 드리려고 종종 조합 대출을 받는다. 이날 그는 출자금과 함께 대출 상환금 4만원을 조합에 냈다. 지난 6월 20만원을 대출받으며 매달 4만원씩 5개월에 걸쳐 갚기로 했다. 대출 이자는 원금의 2%다. 2008년 쪽방촌으로 오기 전 오씨는 사기를 당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극한 상황까지 몰려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지금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다. 공공근로로 버는 돈은 한 달에 50만원. 방세로 매달 20만원가량을 낸다. 남는 돈을 쪼개 생활하고 출자금을 마련하는 셈이다. 여윳돈이 없던 오씨는 조합 가입을 한동안 망설였다. 한푼 두푼 저축하려던 결심은 무너지기 일쑤였고, 병원에 가려면 급전이 필요해도 돈을 빌릴 곳이 없었다. 그는 조합에 가입한 것을 행운이라고 했다. “조합에서 돈을 빌려도 내가 좀 덜 쓰며 한 달에 얼마씩 갚아나가면 되고, 출자금은 출자금대로 쌓인께 나한테는 좋은 기라. 조합원이 된 다음부터는 어디 가서 승질 난다고 함부로도 안 해. 말도 좀 순화해서 하고 그러지. 사람들이 나를 보고 조합에 대해 나쁘게 생각할까봐.”
“날 믿어주는 곳이 있어 위로가 된다”
2년 전 사랑방마을 공제조합 설립을 이끈 이태헌(53) 이사장과 추진위원들은 모두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이다. 이 이사장은 2010년 1월 우연히 자활공제협동조합 아카데미에 갔다가 공제조합을 접하게 됐다. 한번 해보자 싶었다. 그해 3월 추진위를 구성한 뒤 출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2008년 지역문화 공동체를 만들려고 출범한 단체 ‘동자동사랑방’ 사무실 한켠에 조합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들어가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비좁은 공간이다. 조합원들이 알음알음 늘어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282명이다. 쪽방촌에 사는 1천 가구 중 30%가량이 조합원인 셈이다. 출자금도 3400여만원으로 불었다. 조합원 중 70% 이상이 기초생활수급자다. 대출을 시작한 지 1년5개월이 지났지만, 빌린 돈을 갚지 않고 도망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한 달 출자금은 최소 5천원에서 최대 10만원이다. 1인당 출자금액을 제한한 것은 조합 내 양극화를 막고, 출자금을 많이 낸 조합원의 탈퇴로 재정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매달 내는 출자금은 달라도 모든 조합원은 1인1표, 평등한 의결권 및 선거권을 가진다. 주거비·의료비 등으로 빌려갈 수 있는 대출금 한도는 50만원이며, 사고 등 긴급한 사정이 생길 경우 최대 20만원까지 긴급 대출을 해준다. 조합원이 늘어나고 있지만 조합 운영 살림은 늘 쪼들린다. 대출 이자율이 낮아 이자 수입으로는 조합을 운영할 수 없다. 출자금은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돈이므로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조합은 폐자원 모으기, 후원 주점 등 자체 수익 사업이나 개인 후원금으로 운영비를 마련하고 있다. 창립 뒤 3년간은 출자금에 대한 이자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공제조합은 쪽방촌 주민들에게 나눌 줄 아는 마음을 선물했다. 9월4일 동자동사랑방에서 만난 공제조합원 김홍기(54·가명)씨는 2년 넘게 매달 1만원씩 출자금을 내고 있지만 돈을 빌린 적은 없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이렇게 나가는 출자금이 아깝지 않냐고 물었다. “아니, 그렇지 않아. 다른 동네 사람들한테 손 내미는 건 어려워도 최소한 쪽방촌에 사는 우리끼리라도 도우면 좋은 거 아닌가. 언젠가 내가 (대출이) 필요할 때도 있는 것이고. 나를 믿어주는 곳이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는다. 서울역 같은 데 가면 글도 모르는 노숙인들한테 사기 치는 사람이 많아.” 조합원들은 매년 어버이날·정월대보름·추석 때 손수 음식을 마련해 마을 어르신들에게 대접하고 있다. 공제조합 선동수 간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헌신적으로 행사 준비를 하는 조합원들이 있는데, 이런 분들 덕에 조합이 발전해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 한복판에서 참극이 벌어진 8월22일 저녁, 동자동 쪽방촌에 20~30대 청년 10여 명이 찾아왔다. 청년연대은행 설립 준비단장인 조금득(34)씨와 추진위원들이었다. 사랑방마을 공제조합의 운영 방식을 배우고자 견학을 온 것이다. 청년연대은행은 청년 조합원들에게서 출자금을 모아 소액대출, 긴급 자금 지원 등을 해주고 조합원 각자의 재능이나 정보·살림 등을 나누는 단체를 지향한다. 내년 초 출범이 목표다. 이태헌 이사장은 이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자신의 경험담과 당부 사항을 조곤조곤 들려주었다. “은행도 고객 유치하려면 지점장이나 직원들이 돌아다니며 영업하지 않나. 그거랑 비슷하다. 우리도 초창기엔 집집마다 다 쫓아다니며 출자금을 받았다. 그러다 조합원들이 사랑방에 들러 출자금을 내도록 유도했다. 조합원 80%는 사무실에 들러 출자금을 납부한다. 조합원들을 한 공간에 모이게 해야 서로 소통하고 조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2011년 추석 명절을 맞아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원들이 손수 음식을 마련해 마을 어르신들에게 대접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매년 어버이날·정원대보름·추석 때 이런 행사를 열고 있다.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 제공

공제조합 모델로 한 청년연대은행 내년 출범

일자리가 없거나 수입이 불안정한 청년들은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되기 일쑤다. 청년연대은행 추진위원으로 동자동을 찾은 이소희(36·가명)씨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3개월 정도 지났을 때 월세 보증금을 마련하려고 은행 대출을 알아본 적이 있다”며 “은행 거래 실적도 없는데다 탄탄한 업체에 소속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대출을 해줄 수 없다고 하더라”며 씁쓸해했다. 2011년 2월, 국내 최초 세대별 노조인 청년유니온에선 청년들이 서로 돕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상호부조 단체 설립 논의가 시작됐다. 그해 1월엔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가 생활고와 병마에 시달리다 월세방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조금득 단장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 작가가 돌아가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청년유니온 페이스북 그룹에 쌀이 떨어져 굶고 있다는 한 조합원 글이 올라왔어요. 혹시나 이 친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죠. 그런데 조합원들이 앞다퉈 쌀이나 생활비를 보태겠다는 댓글을 다는 거예요. 모금을 하자는 의견도 나왔고. 뭉클했어요. 서로 돕고 함께한다는 것이 이렇게 따뜻하고 다행스러운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청년유니온은 함께일하는재단·희망청과 함께 비정규직·아르바이트생·구직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48.5%가 빚이 있다고 답했다. 평균 부채 규모는 1018만원이었다. 지난 1년 사이 급하게 현금을 빌렸다는 응답자도 30.9%에 이르렀다. 생활비(51%)·학자금(21%)·주거비(12%) 마련 때문이었다.
청년연대은행 설립 준비는 청년유니온 창립멤버이자 전 사무국장이었던 조금득씨가 지난 3월 준비단장을 맡으며 본격화했다. 조 단장도 20대 시절 생계를 위해 온갖 아르바이트를 섭렵한 경험이 있다. 직장인·취업준비생 등 청년 30여 명이 청년연대은행 추진위원으로 참여해 조직 운영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
추진위원 모임을 준비하려고 지난 6월 동자동 사랑방마을 공제조합을 처음 찾은 조 단장은 쪽방촌에서 청년연대은행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발견했다. 조합원들의 상호 신뢰와 자활 의지가 그것이다. 동자동 사랑방마을 공제조합은 조합원이 돈을 빌리고 갚지 않더라도 연대보증 등 강제로 상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 이태헌 이사장은 “사람을 믿어야 해. 돈 안 갚을 걸 먼저 걱정하면 그게 조합이겠나. 조합원 한 명이 안 갚는다고 다른 조합원한테 그 돈을 물어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업이나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조합원 스스로 출자금을 마련했다. 외부에서 출자금을 들여오는 것에 대해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할머니 조합원이 이런 말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사람이 자기 힘으로 일어나야지 외부에서 돈 준다고 의존하면 협동이 무너진다.” 조금득 준비단장은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쪽방촌 주민들의 탄탄한 협동정신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경조사 사업 규정을 보니, 조합원이 돌아가셨을 때 출자금을 어떻게 할 거냐부터 여러 가지 내용이 깨알같이 마련돼 있었다. 정관도 어디서 가져온 게 아니라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 하나하나 만든 거라고 한다. 사랑방마을 공제조합의 감동은 그런 데서 오는 것 같다.”

여럿이 모여 한 사람을 돕는다

이태헌 이사장은 공제조합이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고 했다. 조합 운영비를 안정적으로 마련하는 일은 큰 숙제다. 쪽방촌 주민들에게 사는 ‘락’을 줄 수 있는 일자리 창출도 고민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청년연대은행 추진이 성공적으로 안착할지도 미지수다. 조금득 단장은 청년들과 간담회를 하다 보면, 출자로 얼마나 이득을 볼 수 있는지 궁금해하거나 대형 은행들도 망하는 상황에서 이런 조직이 가능하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접하게 된다고 했다. 그럴 때 청년유니온이 안겨준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공감하며 상생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의 버팀목 구실을 한다. 이런 믿음은 이태헌 이사장이 청년들에게 들려준 이야기에도 올곧이 녹아 있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돕기는 어렵지만, 여럿이 모여 한 사람을 돕는 건 가능합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2012년 8월 22일 수요일

이륙도 못한 엉터리 'MB 747'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22일자 기사 '이륙도 못한 엉터리 'MB 747''을 퍼왔습니다.
[1987~2012년 경제민주화 실패의 역사·(23)] '경제대통령'은 없었다

이명박 정권은 2008년 2월 'MB 747'이란 거창한 기치를 흔들며 기세 좋게 출범했다. 집권 5년간 경제성장률 7%, 10년 내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달성하겠다는 포부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과는 반 토막에도 못 미친다. 2012년 2/4분기에는 경제성장률이 2.4%로 뚝 떨어졌다. 그런데도 4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미국의 0.25%보다 월등히 높은 3.1%라고 자랑했다.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공업국과는 비교조차 하지 않았다.

1인당 국민소득도 2011년 2만759달러로 2만 달러를 겨우 넘긴 수준이었다. 경제규모도 여전히 12~13위권에 처져 있었다. 'MB 747' 경제공약은 정책전략-의지도 없이 잠재성장력을 무시한 청사진이어서 처음부터 한낱 정치구호에 불과했다. 제대로 이륙도 못한 채 불시착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부터 'business friendly'란 말로 친재벌 정책을 표방하면서 서민경제는 뒷전에 뒀다. '저금리-고환율' 정책이 그것이다. 저금리로 기업의 금융비용을 경감해주고 고환율을 통한 수출촉진으로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MB 747'이란 성장잠재력을 도외시했다는 점에서 엔진을 탑재하지 않은 항공기와 다름없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밀어붙여 그 후유증과 부작용이 고물가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소득계층 간의 양극화와 수출기업-내수기업, 대기업-중소기업의 발전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명박은 '경제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섰지만 경제정책의 방향은 'business friendly'가 말하듯이 친재벌 정책이 골격을 이뤘다. 반대여론을 묵살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했다. 재벌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재무구조 부실화를 막는 장치를 없애버린 것이다. 또 균형 있는 경제발달과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규제까지 완화 내지 철폐했다.

재벌이 자본-지식-기술-정보에서 열위에 있는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존립기반을 와해시킬 근거를 만든 것이다. 고환율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수출대기업에 특혜적 환차익을 베풀고 대신에 국민에게는 고물가의 고통을 안겨주었다. 돈이 넘쳐나자 재벌3세들이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사업영역을 침탈해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4년 동안 35개 재벌그룹의 계열사가 무려 393개나 늘어났다. 유통재벌이 골목상권을 초토화한 것에 이어 재벌3세들이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영역을 가리지 않고 침탈하고 있다. 미국에서 돈 벌 만한 소비사업을 눈여겨보고 와서 돈벼락을 쳐서 영세사업자를 몰아내고 있다. 유통시장, 사치품 수입, 외식사업 등이 주류를 이룬다.

빵집, 술집, 밥집, 옷집 등이 고급스런 서양풍이 나면 그 뒤에 재벌3세가 도사리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고급화-고가화 전략을 통해 중소기업-자영업자를 공략하는 것이다. 친재벌 정책이 부자를 더 부유하게 빈자를 더 빈한하게 만들었다. 재벌의 영세업종 침탈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커지자 총선,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재벌개혁을 화두로 떠올린 것도 그 까닭이다.

경실련이 30대 재벌의 상장계열사를 분석한 결과 2010년 현재 전체 상장기업에서 총자산의 55%, 매출액의 67%, 당기순이익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력이 더욱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소매업의 경우 30대 재벌의 상장도소매업체들이 유통시장을 거의 장악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대 재벌의 계열 상장도소매업체가 전체 상장도소매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총자산은 81%, 매출액은 86%을 차지했으며 당기순이익률은 무려 111%로 나타났다. 반면에 중소 상장도소매업체들은 유통재벌의 시장침탈에 따라 대부분 적자를 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30대 재벌의 상장 도소매업체가 2007년 19개사에서 2010년 25개사로 6개사가 증가했다.

▲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성장동력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강바닥에 퍼부은 이명박 정권

이명박 정권은 집권기간 내내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 사업이란 기념비적 상징물 만들기에 몰두해 국력을 탕진했다. 미래세대가 먹고살 성장동력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강바닥에 퍼부은 꼴이다. 그 결과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빈부격차와 부문 간의 불균형이 4년간 더욱 심화되었다.

고환율 정책에 따라 수출기업-내수기업의 불균형, 친재벌 정책에 따라 대기업-중소기업의 불균형이 더 벌어졌다. 수출기업의 매출액이 14.5% 증가했지만 내수기업은 5.1% 증가에 그쳤다. 2008~2010년 중소기업의 총자산 세전순이익률이 3.47%에서 3.43%로 줄었다.

소득격차에 따라 계층 간의 양극화도 더욱 벌어졌다. 소득불균형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293(2008~2010년 평균)으로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달했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으로서 0에 가까울수록 소득이 균등하게 배분됨을 나타낸다.

경제상황을 무시한 저금리-고환율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그 후유증과 부작용이 고물가, 전세난의 형태로 나타나 서민경제의 숨통을 죄었다.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타는 상황에서 고환율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수입물가를 앙등시켜 국내물가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여기에다 재정-금융팽창에 따른 통화팽창이 물가상승을 압박했다.

정부통계를 볼 필요도 없었다.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 식료품뿐만 아니라 각종 공공요금이 공공행진을 계속했다. 장보기가 겁난다는 주부들의 말이 실감 났다. 5000~6000원 하던 점심값이 보통 8000원으로 뛰어올랐다. 점심값이 부담스러워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는 봉급생활자들이 적지 않다. 2011년 가계순저축률이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2.7%로 떨어졌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0%로 뛰어올라 먹고살기도 어려워 저축여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물가관리를 위해서는 통화-금융-환율-조세정책을 통한 종합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행정력을 동원한 물가통제에만 매달렸다. 유효한 정책수단은 쓰지 않고 군사정권 시절 완장 차고 제조-판매업체에 나가 단속하듯이 관권이나 동원했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국세청이 전담기관 노릇을 했는데 이명박 정권 들어서는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행정자치부가 앞장서고 있어 전 정부부처가 물가단속기관처럼 행세했다.

2008년 초 소위 'MB 물가지수'라고 해서 52개 주요 생필품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관리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효가 전혀 없었다. 강압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달리 기업들이 녹녹치 않게 나왔다. 식품가공업체들이 보란 듯이 값을 올렸다. 기름 값을 내린다고 정유사를 압박하는 소리는 요란했지만 주유소에서는 먹히지 않았는지 내리는 둥 마는 둥하다 제자리로 돌아섰다.

'경제대통령'은 없었다

물가와 함께 전셋값도 크게 뛰었다.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권 들어 4년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이 평균 24.3%나 올랐다. 통계청 자료를 보더라도 전-월세 가격지수가 2009년 1.6%, 2010년 1.9%, 2011년 4.0%로 해마다 올랐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총소비지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슈바베 지수'가 2007년 9.71%에서 계속 올라 2011년 10.15%로 뛰었다. 이것은 2003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였다.

소득하위 20%인 1분위 계층의 주거비 부담률이 16.45%로 상위 20%인 5분위 계층의 7.9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슈바베 지수는 주거임대료, 수도-광열비 등 주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소비지출을 포함한다. 특히 가계실질소득이 2006~2008년 6.4% 증가했지만 이명박 정권 들어 2009~2011년 증가세가 2.6%로 뚝 떨어졌다.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투쟁 뒤에는 주거비 앙등이 도사리고 있었다. 등록금이 많이 오르기도 했지만 전-월셋값이 너무 뛰어 잠자리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 전세대란이 대학가에도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지방 출신만이 하숙이나 자취를 하는 것이 아니다. 취직시험을 준비하느라 통학시간을 줄이려고 학교 부근에 둥지를 트는 학생들이 많다.기숙사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원룸은 전세파동에 밀려난 신혼부부들의 차지가 됐다. 학기가 바뀔 때마다 보증금과 월세를 올려달라는 바람에 대학가를 떠나 더 싼 하숙집, 자취방, 고시원을 찾아 헤매도 싼 방이 거의 없었다. 뉴타운 개발로 옥탑방, 지하방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방을 얻으면 교통비도 만만찮다. 다리 뻗고 내 몸 하나 누울 공간을 찾지 못한 그들은 절망하고 있었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와 전-월세가 뛰자 가계부채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1년 말 가계부채가 912조8810억 원이었다. 2007년의 665조2950억 원에 비해 4년간 무려 37.2%인 247조5860억 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가구당 평균 가계부채가 5265만 원이니 이자율을 5%만 쳐도 연간 이자부담액이 250만 원이나 되는 셈이었다.

가계부채나 다름없는 자영업자 대출잔액도 2011년 말 102조8000억 원에 달했다. 사실상 가계부채가 1000조 원을 넘어선 셈이다. 경제상황에 따라 가계부채가 언제든지 폭발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당장은 소비부진에 따른 내수위축이 경제성장의 덜미를 잡고 있었다.

이명박 정권 경제정책의 가장 큰 실책은 미래의 성장동력을 잠식해 버렸다는 점이다. 국민적 반대를 무시하고 한정된 재원을 4대강 바닥을 파헤치는 데 탕진했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끝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발효시켰다. 한-미 FTA는 단순한 역내교역의 자유화가 아니다. FTA와 충돌하는 한국법률을 개폐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경제의 미국 종속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 EU(유럽연합)와 FTA를 맺은 것도 모자라 중국과도 맺는다고 서둘렀다. 소수의 대기업 경쟁력을 믿고 세계최강대국과 자유무역을 해 이긴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무지와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왜 일본이 미국, EU, 중국과 FTA를 맺지 않는지 알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의 집권 기간 내내 어디에도 그가 말하는 '경제대통령'을 찾을 수 없었다.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

2012년 4월 2일 월요일

이륙도 못한 ‘MB 747' 서민경제만 골탕


이글은 대자보 2012-04-02일자 기사 '이륙도 못한 ‘MB 747' 서민경제만 골탕'을 퍼왔습니다.
[김영호 칼럼] 지난 4년간 ‘경제대통령’ 부재, 미래성장 동력만 고갈

이명박 정권은 4년 전 ‘MB 747’이란 거창한 기치를 흔들며 기세 좋게 출범했다. 집권 5년간 경제성장률 7%, 10년내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달성하겠다는 포부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과는 반토막에 그쳤다. 4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미국의 0.25%보다 월등히 높은 3.1%이라고 자랑한다.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공업국과는 비교도 하지 않고 말이다. 1인당 국민소득도 지난해 2만759달러로 2만달러를 겨우 넘긴 수준이다. 경제규모도 여전히 12~13위권에 처져있다. 정책전략-의지도 없이 잠재성장력을 무시한 청사진이어서 처음부터 한낱 정치구호에 불과했다. 제대로 이륙도 못한 채 불시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란 말로 친기업정책을 표방하면서 서민경제는 뒷전에 뒀다. ‘저금리-고환율’정책이 그것이다. 저금리로 기업의 금융비용을 경감해주고 고환율을 통한 수출촉진으로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747’이란 성장잠재력을 도외시했다는 점에서 엔진을 탑재하지 않은 비행기와 다름없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밀어붙여 그 후유증과 부작용이 고물가로 나타나고 있다.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는데 고환율정책을 고수함으로써 수입물가 앙등에 따른 물가상승을 유발했다. 여기에다 재정-금융팽창에 따른 통화팽창이 물가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소득계층간의 양극화와 수출기업-내수기업, 대기업-중소기업의 발전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켰다. 

‘경제대통령’을 자임하고 나선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의 방향은 ‘비지니스 프렌들리’가 말하듯이 친재벌 정책이 골격을 이룬다. 반대여론을 묵살하고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했다. 재벌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과 재무구조 부실화를 막는 장치를 없애버린 것이다. 또 균형 있는 경제발달과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규제까지 완화 내지 철폐했다. 재벌이 자본-지식-기술-정보에서 열위에 있는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존립기반을 와해시킬 근거를 만든 것이다. 고환율정책을 고수함으로써 수출대기업에 특혜적 환차익을 베풀고 대신에 국민에게는 고물가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돈이 넘쳐나자 재벌3세들이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사업영역을 침탈해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4년 동안 35개 재벌그룹의 계열사가 무려 393개나 늘어났다. 유통재벌이 골목상권을 초토화한데 이어 재벌3세들이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영역을 가리지 않고 침탈하고 있다. 미국에서 돈 벌만한 소비사업을 눈여겨보고 와서 돈벼락을 쳐서 영세사업자를 몰아낸다. 유통시장, 사치품수입, 외식사업 등이 주류를 이룬다. 빵집, 술집, 밥집, 옷집 등이 고급스런 서양풍이 나면 그 뒤에 재벌3세가 도사리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고급화-고가화 전략을 통해 중소기업-자영업자를 공략하는 것이다. 친재벌 정책이 부자를 더 부유하게 빈자를 더 빈한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재벌의 영세업종 침탈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커지자 총선,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재벌개혁을 화두로 떠올린 것도 그 까닭이다. 

경실련이 30대재벌의 상장계열사를 분석한 결과 2010년 현재 전체 상장기업에서 총자산의 55%, 매출액의 67%, 당기순이익의 75%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력이 더욱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소매업의 경우 30대재벌의 상장도소매업체들이 유통시장을 거의 장악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대재벌의 계열 상장도소매업체가 전체 상장도소매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총자산은 81%, 매출액은 86%을 차지했으며 당기순이익률은 무려 111%로 나타났다. 반면에 중소 상장도소매업체들은 유통재벌의 시장침탈에 따라 대부분 적자를 봤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30대재벌의 상장 도소매업체가 2007년 19개사에서 2010년 25개사로 6개사가 증가했다. 

이명박 정권이 집권기간 내내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 사업이란 기념비적 상징물 만들기에 몰두해 국력을 탕진하고 있다. 미래세대가 먹고 살 성장동력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강바닥에 퍼붓는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4년간 빈부격차와 부문간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고환율정책에 따라 수출기업-내수기업, 친재벌 정책에 따라 대기업-중소기업의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수출기업의 매출액이 14.5% 증가했지만 내수기업은 5.1% 증가에 그쳤다. 2008~2010년 중소기업의 총자산 세전순이익률이 3.47%에서 3.43%로 줄었다. 소득격차에 따른 양극화가 더욱 벌어졌다. 소득불균형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293(2008~2010년 평균)으로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으로서 0에 가까울수록 소득이 균등하게 배분됨을 나타낸다. 

경제상황을 무시한 저금리-고환율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그 후유증과 부작용이 고물가, 전세난의 형태로 나타나 서민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타는 상황에서 고환율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수입물가를 앙등시켜 국내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여기에다 재정-금융팽창에 따른 통화팽창이 물가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가계순저축률이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2.7%로 떨어졌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0%로 뛰어올라 먹고살기도 어려워 저축여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통계를 볼 필요도 없다. 물가가 올라도 올라도 너무 올랐다. 식료품뿐만 아니라 각종 공공요금이 공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주부들의 장보기가 겁난다는 말이 실감 난다. 5,000~6,000원 하던 점심값이 보통 8,000원 전후이다. 점심값이 부담스러워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는 봉급생활자들이 적지 않다. 

물가관리를 위해서는 통화-금융-환율-조세정책을 통한 종합관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행정력을 동원한 물가통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유효한 정책수단은 쓰지 않고 군사정권 시절 완장 차고 제조-판매업체에 나가 단속하듯이 관권이나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국세청이 전담기관 노릇을 했는데 이명박 정권 들어서는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행정자치부가 앞장서고 있어 전정부부처가 물가단속기관처럼 행세한다. 2008년초 나온 소위 ‘MB물가지수’라고 해서 52개 주요 생필품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관리한다고 발표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강압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과거처럼 기업들이 녹녹치 않게 나오는 것같다. 식품가공업체들이 보라는 듯이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기름값을 내린다고 정유사를 압박하는 소리는 요란했지만 주유소에서는 먹히지 않는지 내리는 둥 마는 둥하다 제자리로 돌아섰다. 

물가와 함께 전세값도 크게 뛰고 있다.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값이 평균 24.3%나 올랐다. 통계청 자료를 보더라도 전-월세 가격지수가 2009년 1.6%, 2010년 1.9%, 2011년 4.0%로 해마다 오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총소비지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슈바베 지수’가 2007년 9.71%에서 계속 올라 2011년 10,15%로 뛰었다. 이것은 2003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이다. 소득하위 20%인 1분위 계층의 주거비 부담률이 16.45%로 상위20%인 5분위 계층의 7.9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슈바베 계수는 주거임대료, 수도-광열비 등 주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소비지출을 포함한다. 특히 가계실질소득이 2006~2008년 6.4% 증가했지만 이명박 정권 들어 2009~2011년 증가세가 2.6%로 뚝 떨어졌다.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투쟁 뒤에는 주거비 앙등이 도사리고 있다. 등록금이 많이 오르기도 했지만 전-월세값이 너무 뛰어 잠자리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전세대란은 대학가에도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지방 출신만이 하숙이나 자취를 하는 것이 아니다. 취직시험을 준비하느라 통학시간을 줄이려고 학교 부근에 둥지를 트는 학생들이 많다. 기숙사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원룸은 전세파동에 밀려난 신혼부부들의 차지가 됐다. 학기가 바뀔 때마다 보증금과 월세를 올려달라는 바람에 대학가를 떠나 더 싼 하숙집, 자취방, 고시원을 찾아 헤매도 싼 방이 거의 없다. 뉴타운 개발로 옥탑방, 지하방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방을 얻으면 교통비도 만만찮다. 다리 뻗고 내 몸 하나 누울 공간을 찾지 못한 그들은 지금 절망하고 있다.

소득은 늘지 않는데 물가와 전-월세가 뛰자 가계부채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작년말 가계부채가 912조8,810억원이다. 2007년의 665조2,950억원에 비해 4년간 무려 37.2%인 247조5860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가구당 평균 가계부채가 5,265만원이니 이자율을 5%만 쳐도 연간 이자부담액이 250만원이나 된다. 가계부채로 볼 수 있는 자영업자 대출잔액도 작년말 102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선 셈이다. 경제상황에 따라 가계부채가 언제든지 폭발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소비부진에 따른 내수위축이 경제성장의 덜미를 잡고 있다.

이명박 정권 경제정책의 가장 큰 실책은 미래의 성장동력을 잠식해 버렸다는 점이다. 국민적 반대를 무시하고 한정된 재원을 4대강 바닥을 파헤치는데 탕진해 버린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끝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발효시켰다. 한-미 FTA는 단순한 역내교역의 자유화가 아니다. FTA와 충돌하는 한국법률을 개폐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경제의 미국 종속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과 EU(유럽연합)와의 FTA도 모자라 중국과도 맺는다고 서둘고 있다. 소수의 대기업 경쟁력을 믿고 세계최강대국과 자유무역을 벌여 이긴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무지와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왜 일본이 세계3대 경제권과 FTA를 맺지 않는지 알라. 지난 4년간 어디에도 ‘경제대통령’을 찾을 수 없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시사평론가  의 저자  본지 고문  

2012년 3월 8일 목요일

경제정책의 기본은 ‘고정관념의 탈피’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3-07일자 기사 '경제정책의 기본은 ‘고정관념의 탈피’'를 퍼왔습니다.

한국경제가 갖고 있는 문제는 너무 많고 고질적이다. 경제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괜찮은 일자리 부족, 직업 또는 직장간 보수와 안정성의 과도한 격차, 물가상승과 서민가계의 생활고, 전세 폭등과 집값 불안, 가계부채와 정부부채의 급증, 임대소득자와 고소득 자영업자 등의 세금 탈루, 금융 산업의 낙후성, 금융과 실물 면에서의 과도한 개방, 중소·중견기업의 취약과 재벌의 경제력 집중 등 큰 덩어리만 보아도 이 정도로 많다.  여기에다 과다한 사교육과 죽기 살기 식 입시경쟁으로 대표되는 교육문제도 직업 간 과도한 격차 즉 국민경제의 과실을 승자가 독식하는 경제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 문제가 다른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문제들이 대부분 구조적이어서 한두 가지 정책으로 단기간에 해결되기도 어려워 보인다.
2013년에 대비한 한국경제의 새로운 발전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그간 언론이나 많은 학자·전문가들이 만든 한국경제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나 생각을 떨쳐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금리인하나 환율인상을 주장하는 사람을 성장론자로 부르는 것, 일자리 부족은 투자부진 때문이라는 것, 우리나라 은행은 규모가 작아 경쟁력이 없다는 것 세 가지이다. 이 세 가지 고정관념이 여러 경제정책의 실패에 근저에 자리하고 있다.
저금리, 고환율, 재정지출 확대의 실상은?
첫째가 금리인하나 환율인상, 재정지출 확대가 성장정책이며 이러한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성장론자라고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은 장기적으로 생산요소인 자본, 노동, 기술과 이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것이 경제학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원칙의 하나이다. 이른바 성장론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대로 금리인하, 환율인상, 재정지출 확대로 자본축적이 빨라지고 노동인구가 늘어나고 근로자의 숙련도가 개선되고 기술향상이 촉진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보아도 쉽지 않다.  만약 이러한 정책으로 자본·노동·기술 수준을 바꾸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면 세계에서 저개발국가로 남아 있을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수단은 약간의 거시경제학 지식만 있으면 큰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 환율인상 등은 일시적으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으나 공짜 점심이 없듯이 반드시 부작용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의 효과마저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시장의 흐름이나 경제여건에 맞지 않는 금리인하나 환율인상은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마저 내지 못한 채 시장을 왜곡하는 반시장적 정책이 되거나 물가상승, 부동산 거품 등의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 시장과 경제여건에 맞지 않는 정책이 여러 번 있었다. 대표적인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2008년 초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유도한 정책이다.
금리, 환율, 재정 등의 거시경제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을 위한 정책수단이 아니고 경기변동의 진폭을 축소하고 가격변수의 급격한 변동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진정한 성장론자는 금리, 환율, 재정 등의 거시정책에만 매달리지 않고 성장의 결정요인인 자본총량과 가용노동량 확대, 기술혁신 등을 위한 법과 제도, 관행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진정한 성장정책은 가계저축 확대와 생산적 투자 혁신을 위한 정책, 여성인력 활용도 제고와 노동시장의 불균형 해소 등을 통한 가용인력 확대정책, 과학기술 육성을 위한 교육개혁정책, 농업과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 등이다. 이렇게 본다면 여성의 경제활동을 확대시키는 공공 보육시설 설치나 노동시장 불균형 해소를 위한 실업급여 확대정책은 복지정책이기 이전에 훌륭한 성장정책이고 경제발전정책이다.
일자리 부족이 투자부진 때문인가?
두 번째 벗어나야 할 고정관념은 한국의 일자리 부족문제가 투자부진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중요 일자리 대책은 공공근로나 인턴 확대 등을 제외하고는 주택건설과 토목공사 등 건설투자 확대, 금리인하 등을 통한 투자 활성화, 재계 인사와의 회합 등을 통한 기업의 투자 요청 등 거의 모두가 투자 확대와 관계되는 것이었다. 즉 역대정부는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기조장에 가까운 주택경기 부양책을 쓰거나 환경파괴를 무릅쓰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했으며 기업의 불법과 탈법을 용인하면서까지 투자확대를 요청했다. 그런데도 고용상황은 국민 모두가 느끼듯 모두 나빠지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투자확대정책에도 실업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일자리 부족이 투자부진 때문이라는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준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독일, 일본, 대만 등에 비해 높은 상태를 1980년대 이후 장기간 지속하고 있어 경제구조상 투자가 부족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다 기업은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신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그나마 기업의 투자도 공장을 새로 짓거나 시설을 늘리는 것 보다는 고용효과가 마이너스인 다른 기업의 인수나 합병, 해외투자에 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투자가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러 기업이 기대하는 수익을 낼만한 신규 투자기회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다 건설투자는 이용객이 거의 없는 지방공항, 세금만 축내는 민자 고속도로와 교량, 중복 건설되어 다니는 차가 거의 없는 지방도로, 수도권의 미분양주택 등 심각한 과잉 징후가 곳곳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일자리 부족은 투자부진 때문이 아니고 투자와 수출 등이 늘어나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정책실패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이전처럼 투자가 늘어나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가 저절로 늘어나는 호시절은 지나갔다. 이는 10억 원 직접생산에 필요한 취업자 수인 취업계수의 변화추이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2005년 가격기준 전 산업 평균 취업계수는 1995년 15.9명, 2000년 10.9명, 2009년 7.2명으로 낮아졌다. 특히 제조업 취업계수는 1995년 8.5명에서 2009년 2.5명으로 크게 하락했다. 즉 같은 상품을 만드는데 드는 인력이 14년 만에 1/3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일자리 창출능력 약화는 경제발전과 산업구조 고도화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취약한 경제구조와 정책실패 등이 결합되어 더 심화된 것이다. 한국의 수출산업은 자본집약적 산업의 비중이 크고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해 수출액이나 생산금액 대비 전후방연관효과가 작다. 한국은 수출의 부가가치 유발계수가 2008년 0.533으로 일본 0.834(2005년), 독일 0.686(2007년)보다 낮아 1,000원 상품을 수출하면 533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467원은 원자재 수입 등으로 국외로 유출된다. 이와 함께 수출은 취업유발계수가 9.4명으로 소비 17.1명, 투자 13.1명보다 크게 작아 수출이 늘어나도 내수가 위축된다면 고용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는 구조이다.
그리고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실질적인 대책이 거의 없었다는 것과 노동시장 경직성에 대한 잘못된 대응도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큰 요인이다. 한국은 직업과 직장별로 보수와 안정성 등에서 차이가 너무 커서 구직자들은 당장 일자리가 있어도 전문직이나 공무원 등과 같은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려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된다. 반면 중소기업과 지방기업 등에서는 인력 확보와 수시로 교체되는 직원의 교육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이와 같은 구직자와 구인자 양측의 불균형이 실업자를 늘리는 한 요인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파견직이나 계약직이 광범위하게 도입됨에 따라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중 구조화되었다. 공공부문이나 대기업의 정규직처럼 좋은 일자리는 경직성이 개선되지 않고 경기가 좋아져도 채용이 크게 늘지 않는다. 반면에 비정규직은 노동유연성이 과도하게 높을 뿐 아니라 보수도 낮은 탓에 비정규직 취업자 대부분은 스스로를 취업상태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비정규직 확산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등 노사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어 그 자체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종합해 보면 투자와 수출 확대 등과 같은 외형적 성장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고 경제 체질을 일자리 창출이 큰 경제구조로 바꾸는 정책,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제도나 관행의 개선, 노동시장의 불균형 완화정책 등이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정책이라는 것이다.
대형은행이 경쟁력이 높다?
세 번째 잘못된 생각은 은행의 규모가 커져야 경쟁력이 있고 은행이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 은행경영을 잘해서라는 것이다. 은행을 대형화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은행은 대형화될 수 있지만 대형은행이 경쟁력을 갖는다는 보장은 없다. 세계적인 대형은행은 경쟁력 있는 은행이 영업의 다변화, 국제화 등 제대로 된 경영을 통해 장기간 성장한 결과물이다. 은행이 대형화된다고 저절로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합병 등으로 대형화된 은행이 경영실패로 도산할 경우 한국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이 될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의 자산 규모는 한국의 1년 예산 규모인 300조 원을 상회한다. 은행은 매우 위험한 산업으로 세계 금융위기 사례에서 보듯이 세계적 은행도 잘못하면 쉽게 망한다. 우리도 예외일 수 없어 언젠가는 한국의 대형은행도 도산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의 대형은행의 도산이 국내에 주는 피해는 UBS, HSBC 등과 같이 국제화된 대형은행의 도산이 해당 국가에 주는 피해보다 훨씬 클 것이다. 한국의 대형은행은 영업이 거의 대부분 국내에 집중되어 있어 도산의 피해가 모두 국내에 남기 때문이다. 경쟁력없는 대형은행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일본의 은행산업이다. 당시 자본이나 자산 규모 등을 기준으로 세계 10대 은행의 절반 정도가 일본계 은행이었다. 당시 일본계 은행은 큰 덩치를 기반으로 국제화를 적극 추진했으나 1990년대 말에 위험관리능력과 국제금융능력 부족 등으로 대부분 부실화되어 일본 경제에 큰 짐만 남긴 채 합병 등을 거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한국의 대형은행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몇 조원씩 순이익을 내고 감독당국이 수수료율 인하와 사회공헌 확대를 종용할 정도로 은행산업의 수익성이 매우 좋다. 이와 같은 은행산업의 고수익은 뛰어난 경영능력 덕분이 아니고 은행의 신설금지 등 정책당국의 과보호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은행이 독과점적 이익을 향유할 수 없는 외국에서는 제대로 영업을 못하고 국제경쟁력이 없다는 점, 경쟁과 업무규제가 심한 서민금융기관의 경우 경영상태가 나쁜 기관이 많다는 점, 시장이 보다 경쟁적인 보험과 증권 부문의 경우 경영상황이 안 좋은 기관이 꽤 있다는 점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즉 한국의 은행산업은 신규 진입이 없는상황에서 합병 등을 통해 손쉽게 대형화하여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칼럼은 계간 ‘광장’(2012 봄)호에 게재된 필자의 글 중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2012년 3월 7일 수요일

MB정권 4년의 경제성적표


이글은 대자보 2012-03-05일자 기사 'MB정권 4년의 경제성적표'를 퍼왔습니다.
[김영호 칼럼] 747 등 제대로 이륙도 못한 채 불시착은 당연한 귀결

이명박 정권은 4년 전 ‘MB 747’이란 거창한 기치를 흔들며 기세 좋게 출범했다. 집권 5년간 경제성장률 7%, 10년내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달성하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성과는 반토막에 그쳤다. 4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미국의 0.25%보다 월등히 높은 3.1%이라고 자랑한다. 중국, 인도와 같은 신흥공업국과는 비교도 하지 않고 말이다. 1인당 국민소득도 지난해 2만759달러로 2만달러를 겨우 넘긴 수준이다. 경제규모도 여전히 12~13위권에 처져있다. 정책전략-의지도 없이 잠재성장력을 무시한 청사진이어서 처음부터 한낱 정치구호에 불과했다. 제대로 이륙도 못한 채 불시착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집권기간 내내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4대강 사업이란 기념비적 상징물 만들기에 몰두해 국력을 탕진했다. 미래세대가 먹고 살 성장동력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강바닥에 퍼부은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4년간 빈부격차와 부문간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소득격차에 따른 양극화가 더욱 벌어졌다. 소득불균형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293(2008~2010년 평균)으로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으로서 0에 가까울수록 소득이 균등하게 배분됨을 나타낸다. 수출기업-내수기업, 대기업-중소기업의 불균형도 심화되었다. 수출기업의 매출액이 14.5% 증가했지만 내수기업은 5.1% 증가에 그쳤다. 2008~2010년 중소기업의 총자산 세전순이익률이 3.47%에서 3.43%로 줄었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부터 ‘비지니스 프렌들리’라는 말로 친재벌 정권임을 표방했다. 저금리-고환율이 대표적 정책이다. 저금리로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어주고 고환율을 통해 수출을 촉진함으로써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규제완화 차원에서 출자총액제한제를 폐지했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무분별한 계열확장을 방지하는 장치를 없애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4년 동안 35개 재벌그룹의 계열사가 무려 393개나 늘어났다. 유통재벌이 골목상권을 초토화한데 이어 재벌3세들이 중소기업-자영업자의 영역을 가리지 않고 침탈하고 있다. 빵집, 밥집, 떡집, 술집 등 영세업종에까지 손을 뻗혀 국민적 반발을 사고 있다. 친재벌 정책이 부자를 더 부유하게 빈자를 더 빈한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총선,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재벌개혁을 화두로 떠올린 것도 그 까닭이다. 

경제상황을 무시한 저금리-고환율 정책을 고수함으로써 그 후유증과 부작용이 고물가, 전세난의 형태로 나타나 서민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다.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타는 상황에서 고환율 정책을 유지함으로써 수입물가를 앙등시켜 국내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여기에다 재정-금융팽창에 따른 통화팽창이 물가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정부통계를 볼 필요도 없다. 주부들의 장보기가 겁난다는 말이 실감 난다. 5,000~6,000원 하던 점심값이 보통 8,000원 전후 이다. 점심값이 부담스러워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는 봉급생활자들이 적지 않다. 이런 현실에서 행정력을 동원한 물가통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물가관리를 위해서는 통화-금융-환율-조세정책을 통한 종합관리가 필수적인데도 말이다. 

물가와 함께 전세값도 크게 뛰고 있다.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값이 평균 24.3%나 올랐다. 그런데 소득이 늘지 않으니 가계부채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작년말 가계부채가 912조8,810억원이다. 2007년의 665조2,950억원에 비해 4년간 무려 37.2%인 247조5860억원이나 증가한 것이다. 가구당 평균 가계부채가 5,265만원이니 이자율을 5%만 쳐도 연간 이자부담액이 250만원이나 된다. 가계부채로 볼 수 있는 자영업자 대출잔액도 작년말 102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선 셈이다. 상황에 따라 가계부채가 언제든지 폭발할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소비부진에 따른 내수위축이 경제성장의 덜미를 잡고 있다. 

국민적 반대를 무시하고 끝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발효시켰다. 한-미 FTA는 단순한 역내교역의 자유화가 아니다. FTA와 충돌하는 한국법률을 개폐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경제의 미국 종속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FTA를 미국과 EU(유럽연합)와도 모자라 중국과도 맺는다고 서둘고 있다. 소수의 대기업 경쟁력을 믿고 세계최강대국과 자유무역을 벌여 이긴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무지와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왜 일본이 세계3대 경제대국과 FTA를 맺지 않는지 알라. 


언론개혁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광장 공동대표 시사평론가 <건달정치 개혁실패>의 저자 본지 고문

2012년 1월 3일 화요일

집사면 패가망신, 주식투자는 쪽박…대체 어쩌라고?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02일자 기사 '집사면 패가망신, 주식투자는 쪽박…대체 어쩌라고?'를 퍼왔습니다.
[우석훈 칼럼]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민초들은…

한국은행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물가안정이다.

"제1조(목적) ① 이 법은 한국은행을 설립하고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은행법)

물론 토건파들이 가끔 이 법을 고쳐서 경기부양과 같은 부수적인 목적을 추가하려는 시도를 종종 하지만, 그래도 한국은행이 존재하는 이유는 물가안정이다. 한은이 정부로부터 독립된 화폐행정을 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정부는, 특히 노무현의 '2만불 정책' 이후로 경제성장률 자체를 정권의 경제정책 성과 여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나중에 어떻게 되든 우선 기계적으로 성장률을 높이려는 유혹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은법은 한국은행의 존재 목적에 물가안정 이외의 다른 목표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

물론 시대가 바뀌니까, 해외 자본 특히 투기성 자본에 대한 유출입에 대한 일정한 통제를 토빈세나 은행세 같은 형태로 도입하는 것을 '거시건전성'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논의가 있다. 현 정부에서도 은행세는 실제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논의가 진전된 것으로 알고 있다.

불행한 일이지만, 노무현 정부 이후 지금까지 한국은행이 취했던 여러 가지 정책을 가장 일관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저금리를 통한 주택 경기부양, 즉 토건 기조를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거품과 한은의 기준금리, 이 고리는 토건경제 시절을 거치는 동안 한국 경제의 기조가 된 불행한 상식이다.

간단히 말하면, 일반인들에게 더 많은 빚을 빌려서라도 아파트를 구입하라는 것이 2004년 이헌재의 '한국형 뉴딜' 이후 한국은행이 일관되게 시중에 보여준 신호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2011년에 가히 클라이막스로 치달았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시대에도 금융통화위원회는 너무 했지만, 이명박 시대를 맞아 중앙은행으로서의 최소한의 염치도 잃고, 일관되게 부동산 경기부양 외에는 도대체 지난 7년 동안 무엇을 했느냐, 이렇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자, 아주 간단한 그래프 작업을 한 번 해보자.

자료는 한은이 제공하는 물가지표로서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시중금리 지표로서 1~2년짜리 정기예금의 수신금리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두 가지 지수의 차이를 실질금리로 표시하였다. 만약 은행에 1년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하였을 때, 실제로 예금주가 얼마의 실질이자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걸 보여주기 위한 지표이다.



현재 모피아의 수장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헌재 경제부총리 시절이던 2004년에는 실질금리가 0.27까지 내려갔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거의 '제로 금리'에 가깝게 금융경제가 노무현 초반기에 운영되었던 얘기이다. 그리고 2005~2006년의 부동산 대란이 벌어졌다. 화들짝 놀랐던 노무현 후반, 수신금리가 약간 올라갔고, 부동산 대란은 진정되었다.

2010~2011년은 해외 자원가격 상승 등, 많은 경제학자들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속성상, 물가를 포기하고 '다주택 보유자 양도세 일시폐지' 등 주택경기 부양책을 대대적으로 사용하였고, 한은 역시 여기에 맞추어서 시장 상황보다 여러 발짝 떨어진 '게걸음'으로 금리정책에 임했다. 그 결과, 이제는 통제권을 벗어난 2011년의 물가상승 기조가 펼쳐진 것 아닌가?

이 와중에 한전 등 공공물가 상승기관과 라면업체, 우유업체, 이렇게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게 되는 곳들이 행정지도의 된서리를 맞고, 소비자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주범은 여전히 다주택 보유자들을 자신의 정치기반으로 하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그리고 그들의 편의를 위해서만 거시 금융정책을 펼치는 한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011년은 아마 한국의 금융사에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OECD에 가입하면서 상식적인 경제정책을 펼치겠다고 한 이후, -0.05%로 1년짜리 정기예금 상품을 기준으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된 해이다.

이 수치가 보여주는 금융당국의 의지는 너무 명확하다. 은행에 예금해봐야 금리가 마이너스이므로, 어지간하면 부채의 도움을 빌어서라도 집 없는 사람들이 집 사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이미 주택시장은 '부동산 푸어'의 현실적 압박에 의해서, 대통령이 아무리 애달프게 복덕방을 쳐다봐도 더 이상 아파트 투기를 받아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니 일시적으로 이 돈들이 주식 단기투기로 몰려들어서, 해외 시장의 불안정성과 결합되며 증시 '랠리 장세'를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잠깐 눈을 들어 생각해보자. 1999년, IMF 경제 위기 한 가운데에서 실질 이자율은 7.14%로 오히려 높았고, 이 해에 기업을 제외한 순저축률이 19% 정도로 높아서, 일본과 저축률 1~2위를 달렸다. 나는 그런 저축의 힘이 IMF 경제위기를 한국 경제가 조기에 극복할 수 있도록 했던 주요 요소라고 생각한다. 기업 부문을 제외한 순저축률이 2010년에 3%였는데, 지금의 마이너스 금리 추세를 계속하면 앞으로는 더 내려갈 것이다.

국민 혹은 무주택자에게 이 눈을 돌려보자. 약간의 목돈이 있을 때, 은행에 가지고 가봐야 마이너스 금리이고, 무리해서 집샀다가는 패개망신의 길이 기다리고 있으니, 잠깐 주식시장으로 가지고 갔다가 완전히 망하는…. 한은이 조장한 지금의 화폐정책 기조에서는 이 길 외에는 없다. 그런데 물가상승률은 높고, 임금상승률은 도저히 거기 맞지가 않으니, 한 마디로 살 수가 없는 거다.

여기에 비정규직으로 알바를 전전하는 20대의 삶을 투영해보자. 최저임금은 물가상승률을 따라잡기 어렵고, 집 사는 건 아예 포기했고, 그렇다고 억지로 얼마씩이라도 저축을 해봐야, 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도대체 어쩌라는 거냐?

이 모든 아수라장을 간단히 정리해줄 수 있는 용어는 바로 '강부자 정권'이다. 일반 국민들은 은행이 아니라 부동산에 돈을 넣고, 그렇게 올라간 집값의 성과물을 강남 사는 부자들이 챙겨가는 것, 마이너스 금리가 지금 우리에게 해주는 얘기는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지금 국민들의 삶을 가장 빨리 개선할 수 있는 것은 물가안정이고, 한은은 바로 그것을 위한 기관이다. 이자율이 높아지면 국민들의 채무 부담이 높아져서 어렵지 않은가? 그건 핑계다. 시장 이자율을 따라 정부 정책이 움직일 것이라는 상식이 움직여야 국민들도 정리할 수 있는 부채는 정리하게 된다. 그리고 '부채 다이어트' 등 정부 프로그램이 같이 움직여나가면서 개개인의 경제적 삶을 재편할 수 있는 계기를 삼게 된다. 한은은 엉뚱한 핑계를 대면서, 결국 물가는 올리고 이자는 낮은 상태로 유지하면서, OECD 가입 이후로 최초의 마이너스 금리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뉴시스
한국은행 총재가 최소한의 경제적 상식과 일말의 국민적 책임감이 있다면, 정책적 목표가 아닌, 정책의 실패에 의해서 발생한 이 마어너스 금리 사태를 맞아,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가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혹은 자신의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위하여 지금의 화폐정책 기조를 몇 달만 더 끌고 간다면, 한국 경제의 체질은 이제 이 미증유의 마이너스 금리 속에서 급속히 피폐해질 것이다.

이미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만들어낸 총재로, 금융사에 김중수 총재는 기록될 위기이다. 소탐대실이라, 이 작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억지로 버티면, 우리가 '대실'하게 된다.

다음 정권을 위해서, 금융통화위원회는 어떤 식으로 개편해야할지, 잠시 생각해보자.

현재 금융통화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직, 총재와 부총재, 두 2표는 청와대표이다. 그리고 기재부 장관과 한은총재가 지명하는 1인씩, 이 2표도 청와대표이다. 지금 론스타 사건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임명하는 1인, 역시 청와대표이다. 7표 중 5표가 대통령 맘대로 사용할 수 있는 표가 된다. 과반수를 훌쩍 넘는다. 청와대의 경제수석 아니 그도 아닌 비서관 맘대로 5표를 이미 전화 한 통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2표는? 상공회의소에서 한 명을 추천한다. 이건 한 때 '최강 라인'의 바로 그 최중경이 장관으로 있던 지식경제부에서 맘대로 할 수 있는 한 표이다. 역시 청와대표이다. 대망의 마지막 1표는? 사단법인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한 자리를 추천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래도 은행들이 한 표를 쓴다고 하지만, 어차피 강만수 산은지주 총재 등, 고대 출신 아니면 모피아들이 은행연합회를 장악하고 있다.

모아보면 금융통화위원회의 7표 중, 6표가 청와대 표이고, 한 표가 모피아 표, 이렇게 되어있다. 그리고 누가 어느 기관 추천인지, 그것은 비공개이다. 즉 은행연합회를 통해서 모피아를 대변하는 한 사람이 누구인가, 그것만 모르지, 나머지는 다 그냥 청와대에서 임명권을 행사한다고 보면 사실과 다르지 않다. 역대로 보면, 한은총재가 실제로 자기친구로 한 명을 더 추천할지, 아니면 그 자리도 대통령 친구로 할지, 정권에 따라서 그 정도의 차이만 있는 게 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이다.

이러니, 마이너스 금리 사태를 맞아, 진짜로 책임을 누군가 져야 한다면, 청와대 경제수석에서 시작하는 청와대 경제팀이 이 사태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맞다. 그렇지만 도의적으로, 상황을 이렇게 끌고 나간 김중수 한은총재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경제의 다른 분야에 비하면, 금융통화 부문은 너무 관료의 힘이 강하고, 청와대 혼자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어있다. 게다가 민간 부문을 대변하는 게, 상공회의소와 은행연합회 밖에 없다는 게, 이게 말이 되는가? 그러니 이 양쪽을 다 장악하고 있는 모피아들 손아귀에서 한 국가의 금융정책이 놀아나는 거 아닌가? 게다가 역대로, 상공회의소 쪽에서는 실제로는 자기들은 아무 권한도 없었다, 이렇게 늘 항변했다. 무리도 아니다. 한국의 상공회의소는 말만 민간단체이지, 지식경제부가 상근부회장 자치를 통해서 직접 통제하는 대표적 정부 쪽 기관이다.

2011년에 드러나 이 황당한, 즉 의도하지 않았고, 자기들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무식하게 금리를 붙잡고 있었는지 예측도 하지 못해서 벌어진 이 마이너스 금리 사태를 어떻게 하면 재발하지 않을 수 있게 하겠는가? 마이너스 금리 사태의 심각성은, 이게 정책적으로 의도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1) 사태의 상징적 책임을 지고, 김중수 한은총재가 사퇴할 것.

2) 화폐정책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청와대의 리모콘 정책을 최소화할 것.

3) 야당 쪽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 이건 어느 쪽이 야당이 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위원회 내에서 견제가 없다면, 어떤 위원회라도 금방 반쪽짜리로 전락한다.

4) 시민대표 2인이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 이때의 시민대표 1인은 소비자 입장을 대변, 또 다른 1인은 전월세 등 무주택 세입자 국민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 것.

모피아와 강부자 정권이 묘하게 결합하면서, 한 국가의 화폐 정책을 너무 자기들 손아귀에서 견제도 없이 주물딱 주물딱 했다. 일반인들이 발권정책과 이자율 정책 등, 기술적인 문제들을 멀게 생각한다고, 너무 한국은행이 국민을 보지 않고 청와대만 보고, 모피아들 입맛만 맞추면서 화폐 정책을 이끌어온 것 아닌가 하는 회한이 든다.

한 때 양희은도 불렀던 노래 중에 일곱 송이 수선화(seven daffodils)라는 노래가 있었다. 명박을 위해 피어난 6송이 수선화와 모피아를 위해 피어난 한 송이 수선화, 정말로 가련한 일곱 송이 금통 수선화가 아닌가?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 상태는, 만약 이게 특수한 정책 목표를 위해서 인위적으로 구축된 여건이 아니라면,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 이 상태로 몇 달만 더 방치되면, 거품은 거품대로 조정될 시간을 놓칠뿐더러, 길을 잃은 개인의 돈들도 은행으로 제대로 가지 못하고, 증권가 주변을 떠돌다가 개개인들이 패가망신하게 된다. 작년의 저축은행 사태의 한 일각에는, 안전한 줄 알면서도 마이너스 금리 상태인 은행에 가지 못했던 저소득층의 아픔이 배어있는 것 아닌가?



/우석훈 타이거 픽처스 자문·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