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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9일 일요일

당국·은행·트레이더 모두 공모자였나?


이글은 이코노미 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2-09-01일자 제29호 기사 '당국·은행·트레이더 모두 공모자였나?'를 퍼왔습니다.
Special Report Ⅰ ● 리보 사태 전말 파헤치기- ① 조작은 어떻게 이뤄졌나


유럽 거대 은행들이 지난 수년간 리보를 조작해왔다. 처음엔 트레이더들의 카르텔이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개입한 정황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금리 카르텔'이다. 은행 스캔들은 과거에도 많았지만 이번처럼 엄청난 규모의 스캔들은 처음이다. 정치권과 감독기관은 이번 사태를 은행들의 조직적인 소비자 기만 행위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감독기관들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감독당국·은행·트레이더가 서로 합작 또는 묵인한 한 편의 금융 사기극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사건에 연루된 금융회사들은 민·형사 소송과 함께 수백억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_편집자

소규모 카르텔이 발단… 금융위기 뒤 은행 경영진도 금리 낮춰 보고하라 압박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이 리보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세계 금융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리보 사태는 바클레이스가 2005~2009년 차입금리를 고의로 낮춰 보고한 사실이 들통난 것을 의미한다. 바클레이스의 리보 조작 파문은 글로벌 대형 금융회사들의 탐욕을 보여주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영국 3위 은행인 바클레이스가 리보 조작에 가담했다면 다른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공모했을 개연성이 높다. (슈피겔)이 밀착 취재를 통해 리보 조작의 전말을 파헤쳤다.
에두아르트 포메란츠와 롤프 마센은 사실 국제 금융시장이라는 거대한 상어 수족관 속에서 한 마리의 작은 물고기에 불과하다. 오스트리아 빈의 한적한 마을에 근거지를 둔 이들의 헤지펀드 FTC캐피털은 겨우 1억5천만유로를 운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지금 FTC캐피털의 창립자 포메란츠와 법률 담당 부서 책임자 마센은 커다란 상어들을 두렵게 만들 수 있는 존재가 됐다.
가지런히 자른 앞머리가 살짝 흐트러진 마센이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은 아마 역사상 가장 큰 금융 스캔들일 것"이라며 빈 사람 특유의 뼈 있는 유머를 섞어 말했다. 몇몇 국제 은행들이 수년간 리보를 조작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그는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마센은 이같은 일을 그냥 넘기는 인물이 아니다. 그 또한 금융업계에서 잔뼈가 굵었고, 이제 사기를 당한 금액을 돌려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영국과 미국의 금융감독 기관이 영국의 거대 은행 바클레이스에 5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바클레이스의 최고경영자(CEO) 밥 다이아몬드를 해임시켰다. 이후 금융가는 일종의 전쟁 상황에 돌입했다. 금융기관 조사관들은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들을 공격하고, 사건에 연루된 은행들은 처벌이 완화되기를 희망하며 다른 은행이 저지른 범행에 대해 밀고하고 있다. 그리고 마센 같은 소규모 투자자들은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마커스 에이지어스 전 바클레이스은행 회장이 영국 런던의 바클레이스 지점 앞에 서 있다. 에이지어스 전 회장은 리보 조작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뉴시스 REUTERS

500조달러가 넘는 파생상품 시장

도이체방크를 비롯한 10여 개 이상의 금융회사들이 조직적으로 리보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비판대 위에 올라 있다. 이같은 카르텔은 지금까지 담배 산업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감독기관들은 이를 '조직적인 기만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법무 담당 집행위원인 비비안 레딩은 '은행가'(Banker)가 아니라 '은행 조폭'(Bankster·Banker+Gangster)이라고 불러야 한다며 분개했다. 하지만 이같은 분노의 외침은 여러 담당 관청, 특히 뉴욕과 런던의 감독기관들이 자신의 실책에 쏠리는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행동으로 비친다. 감독기관들이 그들의 코앞에서 벌어진 범행을 몇 년 동안이나 모르고 지나쳤기 때문이다.
감독 당국은 정신을 차린 뒤에야 은행 내의 범인들을 매섭게 쫓고 있다. 그들의 조사 범위는 은행의 CEO까지 포함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에서 일본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으로 6개 이상의 각국 관청이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특수감사 임무를 부여받은 10여 명의 독일 금융감독청(BaFin) 직원들이 몇 달 전부터 도이체방크에 파견돼 있다. 이들은 도이체방크 프랑크푸르트 본사를 감사하고, 머니 트레이더들이 일하는 런던으로 출장가고, 도쿄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다. 도이체방크의 신임 CEO인 안슈 자인과 위르겐 피트셴도 예외 없이 조사관들의 질문에 답변해야 했다. 리보 조작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에 도이체방크의 투자금융 부문과 단기자금 거래 책임자였던 자인에게 이는 특히 불편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리보와 유리보(Euribor·유로존 은행 간 금리)는 전세계적으로 수백조유로에 달하는 자금 거래의 기준으로 쓰인다. 은행이 기업가에게 변동금리로 대출해줄 때 그 계약의 기준이 되는 것이 유리보다. "심지어 콜머니의 조정에도 유리보가 결정적 가이드라인이 되는 사례가 많다"고 프랑크푸르트 금융경영대학 교수 팔코 페히트는 말한다. 특히 스페인은 수만 개의 은행 대출이 유리보를 토대로 이뤄지고 있고, 미국에서는 수백만 개의 저당 계약이 리보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카르텔을 맺은 은행가들의 표적은 당초 전혀 다른 사업 분야였다. 이들은 애초 외환업무 부서의 동료들을 위해 거대한 이자율 파생상품과 통화 파생상품 시장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 이 분야의 거래 규모는 2011년 말 기준으로 567조달러에 달했다. 이는 금리가 0.01%포인트만 변해도 많은 은행가들에게 수억달러의 수익 또는 손실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은행은 물론 감독기관조차 최근 몇 년 동안 감독에 느슨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수밖에 없다.
리보 결정에는 최대 18개 은행이 참여하는데 여기에는 도이체방크도 포함돼 있다. 매일 아침 각 은행은 당일에 담보 없이 자금시장에 대출해줄 수 있는 금리를 보고하고, 금융정보 서비스 업체 톰슨로이터가 이 정보를 바탕으로 금리 평균값을 산출한다. 유리보 산출도 비슷한 방식에 따라 이뤄진다. 다만 유리보 결정에는 43개 금융회사가 참여해 리보보다 훨씬 많은 것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이같은 금리 산출이 신뢰할 만한 것이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데이터에 반영됐어야 할 단기자금 시장은 경제위기 이후 사실상 죽어 있는 상태다. 현재 담보 없이 대출을 해주는 은행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지금까지 은행 CEO도 감독기관도 주요 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심각한 이익 충돌 상황에 놓인 일반 트레이더들이 금리 보고를 담당하는 사례가 자주 있었고, 이들은 이를 통해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다. 독일 금융감독청장 엘케 쾨니히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리보 조작을 하라고 대놓고 부추겨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 남성이 이탈리아 로마의 도이체방크 지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REUTERS
파생상품 직원들의 비밀스런 회동

2005년 모로코 출신의 한 젊은 머니 트레이더가 바클레이스은행에 입사했다. 현재 44살인 필리프 모르유세프다. 바클레이스는 그가 거쳐간 많은 직장 가운데 하나다. 그는 소시에테제네랄, 바클레이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 모건스탠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본 노무라은행에서 일했다. 노무라은행은 모르유세프가 금리 카르텔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지자 그를 해고했다.
런던의 금융가에서 모르유세프는 쿨한 성격으로 그다지 튀지 않는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 스쿠버다이빙과 독서를 좋아하는 그는 아내, 두 자녀와 함께 런던의 부촌인 세인트존우드 지역의 250만파운드짜리 빌라에 살았다. 바클레이스에서 일하는 동안 모르유세프는 이자율 파생상품을 거래했다. 그와 동료들은 리보 또는 유리보의 미세한 변화가 그들에게 어떤 손실 혹은 수익을 가져오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금리의 예상치 못한 변동을 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모르유세프는 거의 매일 금리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 은행 내·외부의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전자우편을 보내 연락을 취했다. 또 리보 보고를 담당하고 있던 동료 직원, 즉 머니 트레이더들에게 하루에도 수차례 문의를 했다.
정글 같은 투자신탁 세계에서 머니 트레이더의 서열은 금융위기 전까지 꽤 아래쪽에 있었다. 큰 거래를 담당하지 않는 이들에게 주식이나 채권 딜러들이 받는 어마어마한 상여금은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었다. 한 전직 투자은행 직원은 "머니 트레이더들은 항상 먹이사슬에서 맨 아래쪽에 위치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이 먹이사슬의 약자들이 소속 은행을 떠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에서 맥주를 홀짝이며 모임을 열었다. 은행에 돈이 넘쳐흐르는 것처럼 보였던 2000년대 중반, 이들은 모두 같은 처지에 있었다. 거대 금융기업의 먹이사슬에서 항상 동료들에게 비웃음을 사거나 무시를 당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금리가 시시각각 어떻게 변하는지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트레이더 한두 명이 금리의 상승과 하락을 조작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늦어도 2005년에는 트레이더들이 그들의 작은 모임에서 서로 합의하면 자신들이 얼마나 거대한 힘을 갖게 될지 깨닫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같은 합의를 위해서는 거대 기업의 공식적인 계약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친한 친구들 사이에 간단한 약속이면 충분했다. 이쪽에서 손짓 한 번, 저쪽에서 점심 식사 한 번, 이 정도면 일본에서 유럽을 거쳐 캐나다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인 카르텔을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리보 조작에 성공한 뒤 한 딜러는 "시간 나면 한번 들러, 볼랭저 샴페인을 터뜨릴 테니"라고 동료에게 전자우편을 보냈다. 영국 금융감독청장 어데어 터너는 이 전자우편을 두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탐욕 문화의 증거"라며 혀를 찼다.
"금리가 변동하지 않으면 난 죽은 목숨"이라고 한 딜러가 2006년 10월 리보를 담당하는 동료에게 전자우편을 보냈다. 2005년부터 2009년 5월 사이 딜러들은 최소 173차례 이같은 요청을 했고 종종 성공을 거두었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의 조사 기록에 '딜러 E'로 칭해지는 모르유세프는 유리보 전문이었다. 그는 30억유로를 특정 방향의 금리 변동에 베팅했다. 그는 "(금리 조작) 비결은 절대로 혼자 하지 않는 것"이라며 HSBC·소시에테제네랄·도이체방크에서 그와 손발을 맞춘 외부 동료에게 자랑스럽게 설명했다고 한다.
처음에 딜러들이 원했던 것이 자신들의 보너스를 올리는 것이었다면 금융위기 동안 금리 조작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됐다. 2007년 은행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많은 금융회사들의 자금 조달이 더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은 일반적으로 리보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되자 바클레이스의 최고 경영진들이 리보 담당 딜러들에게 차입금리를 더 낮춰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2008년 10월께는 금리 조작이 바클레이스의 생존 자체를 좌지우지하기에 이르렀다.
그해 10월29일 현 영국은행 부총재 폴 터커가 바클레이스의 CEO 다이아몬드에게 걱정스레 문의했다. "바클레이스는 왜 요즘 그토록 지속적으로 높게 리보 금리를 보고하느냐." 다이아몬드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터커가 자신에게 더 낮게 리보 금리를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터커는 이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같은 날 터커와 나눈 전화 통화에서 정치적 압력을 엿볼 수 있는 메모를 남겼다. 다이아몬드는 이 사안을 놓고 단기자금 거래 직원들과 논의했다. 먹이사슬의 최하위 그룹이 돌연 최고경영자의 자문 상대가 되고, 은행을 구원할지도 모르는 인물이 된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 시내에 걸린 UBS 로고. UBS는 리보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영국과 미국의 금융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AP

금융위기 이후 은행 차원 개입 혐의

2008년 가을, 자금난에 허덕이던 은행은 바클레이스뿐만이 아니다. 바클레이스 외에 현재 유력한 '용의자'로 손꼽히고 있는 스위스은행(UBS), 시티그룹 그리고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이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당시 리보 보고에 참여했던 독일의 서독일지방은행(WestLB) 역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이 보고해온 리보 금리를 보면 그런 위기 상황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도이체방크는 2011년 가을 당시 리스크 담당 부서 책임자인 휴고 뵈치거가 내부 감사를 했다. 수백만 개의 전자우편을 확인하고 차트를 판독했다. 급기야 뵈치거는 법률회사에 조사를 의뢰했고, 당시 법률회사 담당 팀의 규모는 50명에 달했다. 하지만 조사를 할수록 좌절만 거듭됐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국인 조사관이 혐의가 있는 딜러 두 명의 이름을 제시한 뒤에야 뵈치거는 당시 은행 총재인 요제프 아커만에게 조사 결과를 보고할 수 있었다. 아커만은 매주 조사 결과를 보고받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치게 될지 짐작하고 있었다. 두 명의 딜러는 즉시 해고됐다.
아커만, 뵈치거 그리고 도이체방크의 전 감사팀장 클레멘스 뵈르지히가 도이체방크를 떠난 뒤 새로운 감독이사회 의장 파울 아흐라이트너가 리보 스캔들 처리를 맡고 있다. 그는 은행이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리보를 조작한 적이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 또 아흐라이트너는 총재인 안슈 자인이나 최고 경영진의 일부가 이 스캔들에 연류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단 두 명의 정신 나간 딜러가 카르텔을 주도했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이들의 상사나 규정 준수를 감시하는 직원들은 왜 조작 행위를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도이체방크는 통화와 금리 거래 분야에서 세계적 선도 기업임을 자부하고 있다. 리보 결정을 위한 패널에도 언제나 속해 있었다. 그런데도 도이체방크는 이번 리보 스캔들에서 자신들이 그저 들러리에 불과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리보가 조작되던 기간 동안 단기자금 시장을 책임지고 있던 알란 클로에테는 이같은 조작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는 왜 리보 관련 조사와 내부 감사가 이미 실시되는 상황임에도 지난 3월 안슈 자인에 의해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진의 한 명으로 임명될 수 있었을까? 일부에서는 이것이야말로 클로에테가 리보 문제에 관해 잘못한 것이 없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클로에테가 이런 상황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그 역시 리보 스캔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스벤 뵐 Sven Böll /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 크리스토프 파울리 Christoph Pauly / 토마스 슐츠Thomas Schulz / 안네 자이트 Anne Seith (슈피겔) 기자

ⓒ Der Spiegel 2012년 31호 Das Kartell 번역 황수경 위원

2012년 8월 28일 화요일

‘5.24조치’에 피멍든 남북경협 기업들, 대출이자 이중고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8-27일자 기사 '‘5.24조치’에 피멍든 남북경협 기업들, 대출이자 이중고'를 퍼왔습니다.
김경협, “대출 은행들 금리 최대 130%p 인상”

정부의 ‘5.24조치’ 등 남북간 경협 중단으로 피해를 입어온 남북경협 기업들이 ‘5.24조치’ 이후 은행 대출이자가 크게 올라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통합당 김경협 의원은 남북경협 기업 5군데를 대상으로 실태를 파악한 결과 대출 은행들이 ‘대북리스크’ 등을 이유로 이들 기업에 대한 대출금리를 최대 130%p까지 인상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27일 국회 예결위에서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위탁가공업으로 남북경협사업에 참여한 A기업은 우리은행에서 4억6400만원을 대출받을 당시 7%의 이자율을 적용받았는데 5.24조치 직후 9%로 금리가 인상, 현재는 10%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 기업은 국민은행에서 대출받은 3억3700만원에 대해서도 7->9->10%로 변동된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사업을 하는 B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 산업은행으로부터 20억원을 대출받을 당시에는 5.78%의 이자율을 적용 받았지만 5.24조치 직후 6.05%로 이자율이 인상, 현재는 12.0%의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다. 즉 5.24조치 이전에는 1년에 1억원 내던 이자를 현재는 2억4000만원 가량 내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심한 경우인 D기업은 토지를 담보로 제공하고 4.8%의 이자율로 우리은행에서 2억1000만원을 빌렸는데 5.24 조치 직후 8.3%, 현재는 14.05%의 이자율을 적용 받아 이자율이 무려 130%p나 올랐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류우익 통일부 장관에게 5.24조치의 즉각 해제와 남북경협기업의 대출금리 등 피해상황에 대한 실태조사 및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정지영 기자 jjy@vop.co.kr

2012년 6월 5일 화요일

‘유로존 위기’ 1주일도 못 내다본 정부… 장밋빛 전망서 대공황 예고 급반전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04일자 기사 '‘유로존 위기’ 1주일도 못 내다본 정부… 장밋빛 전망서 대공황 예고 급반전'을 퍼왔습니다.

ㆍ수출·내수 급감… 환율·금리 처방도 어려워

유럽발 경제위기는 이미 한국을 전염시켰다. 유럽은 물론 미국과 중국 시장을 위축시켰고, 한국 경제의 동력이라 할 수 있는 수출도 3개월 연속 크게 감소시켰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뛰는 등 국내 금융시장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

지난주만 해도 정부는 경제가 상반기에 저점을 찍고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완전 해소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수습책이 나올 것으로 봤다. 1년치 재정의 60%를 상반기에 최대한 앞당겨 집행한 것은 이 같은 낙관론이 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주일도 못돼 상황이 반전됐다. 

코스피지수가 51.38포인트(2.80%)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4.3원 급등한 4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 수출·내수 급감

한국 경제의 심각성은 수출 통계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지식경제부의 수출입동향을 보면 5월 수출은 3대 시장인 중국(-10.3%), 유럽연합(-16.4%), 미국(-16.5%)이 모두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은 최근 3개월 연속 감소했는데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올해 1~5월 전체로는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그동안 잘나가던 무선통신기기의 수출이 급감했다.

내수 역시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때문에 소비가 위축돼 기업으로서는 물건을 만들어도 재고만 늘게 된다. 5월 자동차 내수 판매는 지난해보다 4.5% 줄어 2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나마 지표상으로 고용이 좋아지긴 했으나 제조업 취업자 수는 9개월 연속 감소했다. 

■ 정부의 오락가락 인식

경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정부 측 ‘시그널’은 지난 3월에 나왔다.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월만 해도 경제가 괜찮았는데 3월 들어 다소 힘이 부치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정부의 기본 인식은 지난주까지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재정부가 펴낸 ‘박재완 장관 1년의 정책대응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보면 “유럽 경제는 금융시장 불안과 재정긴축, 높은 실업률 등으로 ‘완만한 경기침체’가 지속”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제는 “작년 하반기 이후 민간 소비를 중심으로 점차 회복”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에 대해서도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이어지던 둔화세가 올해 들어 다소 회복”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성장률이 3.6%로 둔화했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분위기는 5월 수출 통계가 나온 직후 급반전했다. 박재완 장관은 지난 3일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는 기금 수조원을 늘려 하반기 경기부양을 위한 ‘실탄’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4일에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유럽 재정위기를 대공황에 비교하며 자본주의패러다임 변화까지 예고했다. 

■ 내수 진작 정책 절실

기업과 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정부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 정부 재정을 앞당겨 소비한 탓에 실탄도 부족하고, 그동안 저금리 정책을 유지한 탓에 금리를 추가로 낮출 수도 없다. 예전처럼 부동산 가격을 띄워 건설 경기를 부양할 수도 없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 고환율 정책을 쓰는 것도 불가능하다.

조원희 국민대 교수는 정부 정책을 내수 진작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 의존이 지난 3~4년 동안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가져오는 데 기여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내수가 진작되면 일자리와 소득 양극화 등 상당한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 쪽에서는 금리를 인하해도 큰 효과를 얻기 어렵고, 실물 쪽에서는 환율을 높게 가져가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팀장은 “대외 여건이 더 악화됐을 때는 추경도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은 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창민·김다슬·이재덕 기자 riski@kyunghyang.com

2012년 1월 3일 화요일

집사면 패가망신, 주식투자는 쪽박…대체 어쩌라고?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02일자 기사 '집사면 패가망신, 주식투자는 쪽박…대체 어쩌라고?'를 퍼왔습니다.
[우석훈 칼럼]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살아가는 민초들은…

한국은행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물가안정이다.

"제1조(목적) ① 이 법은 한국은행을 설립하고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은행법)

물론 토건파들이 가끔 이 법을 고쳐서 경기부양과 같은 부수적인 목적을 추가하려는 시도를 종종 하지만, 그래도 한국은행이 존재하는 이유는 물가안정이다. 한은이 정부로부터 독립된 화폐행정을 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정부는, 특히 노무현의 '2만불 정책' 이후로 경제성장률 자체를 정권의 경제정책 성과 여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나중에 어떻게 되든 우선 기계적으로 성장률을 높이려는 유혹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은법은 한국은행의 존재 목적에 물가안정 이외의 다른 목표를 부여하고 있지 않다.

물론 시대가 바뀌니까, 해외 자본 특히 투기성 자본에 대한 유출입에 대한 일정한 통제를 토빈세나 은행세 같은 형태로 도입하는 것을 '거시건전성'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하고자 하는 논의가 있다. 현 정부에서도 은행세는 실제 시행되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논의가 진전된 것으로 알고 있다.

불행한 일이지만, 노무현 정부 이후 지금까지 한국은행이 취했던 여러 가지 정책을 가장 일관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저금리를 통한 주택 경기부양, 즉 토건 기조를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 거품과 한은의 기준금리, 이 고리는 토건경제 시절을 거치는 동안 한국 경제의 기조가 된 불행한 상식이다.

간단히 말하면, 일반인들에게 더 많은 빚을 빌려서라도 아파트를 구입하라는 것이 2004년 이헌재의 '한국형 뉴딜' 이후 한국은행이 일관되게 시중에 보여준 신호이다. 그리고 이 현상은 2011년에 가히 클라이막스로 치달았다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시대에도 금융통화위원회는 너무 했지만, 이명박 시대를 맞아 중앙은행으로서의 최소한의 염치도 잃고, 일관되게 부동산 경기부양 외에는 도대체 지난 7년 동안 무엇을 했느냐, 이렇게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자, 아주 간단한 그래프 작업을 한 번 해보자.

자료는 한은이 제공하는 물가지표로서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시중금리 지표로서 1~2년짜리 정기예금의 수신금리를 사용하였다. 그리고 두 가지 지수의 차이를 실질금리로 표시하였다. 만약 은행에 1년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하였을 때, 실제로 예금주가 얼마의 실질이자율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그걸 보여주기 위한 지표이다.



현재 모피아의 수장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헌재 경제부총리 시절이던 2004년에는 실질금리가 0.27까지 내려갔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거의 '제로 금리'에 가깝게 금융경제가 노무현 초반기에 운영되었던 얘기이다. 그리고 2005~2006년의 부동산 대란이 벌어졌다. 화들짝 놀랐던 노무현 후반, 수신금리가 약간 올라갔고, 부동산 대란은 진정되었다.

2010~2011년은 해외 자원가격 상승 등, 많은 경제학자들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속성상, 물가를 포기하고 '다주택 보유자 양도세 일시폐지' 등 주택경기 부양책을 대대적으로 사용하였고, 한은 역시 여기에 맞추어서 시장 상황보다 여러 발짝 떨어진 '게걸음'으로 금리정책에 임했다. 그 결과, 이제는 통제권을 벗어난 2011년의 물가상승 기조가 펼쳐진 것 아닌가?

이 와중에 한전 등 공공물가 상승기관과 라면업체, 우유업체, 이렇게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게 되는 곳들이 행정지도의 된서리를 맞고, 소비자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주범은 여전히 다주택 보유자들을 자신의 정치기반으로 하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그리고 그들의 편의를 위해서만 거시 금융정책을 펼치는 한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2011년은 아마 한국의 금융사에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OECD에 가입하면서 상식적인 경제정책을 펼치겠다고 한 이후, -0.05%로 1년짜리 정기예금 상품을 기준으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된 해이다.

이 수치가 보여주는 금융당국의 의지는 너무 명확하다. 은행에 예금해봐야 금리가 마이너스이므로, 어지간하면 부채의 도움을 빌어서라도 집 없는 사람들이 집 사라는 얘기이다. 그러나 이미 주택시장은 '부동산 푸어'의 현실적 압박에 의해서, 대통령이 아무리 애달프게 복덕방을 쳐다봐도 더 이상 아파트 투기를 받아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니 일시적으로 이 돈들이 주식 단기투기로 몰려들어서, 해외 시장의 불안정성과 결합되며 증시 '랠리 장세'를 만들어내는 것 아닌가?

잠깐 눈을 들어 생각해보자. 1999년, IMF 경제 위기 한 가운데에서 실질 이자율은 7.14%로 오히려 높았고, 이 해에 기업을 제외한 순저축률이 19% 정도로 높아서, 일본과 저축률 1~2위를 달렸다. 나는 그런 저축의 힘이 IMF 경제위기를 한국 경제가 조기에 극복할 수 있도록 했던 주요 요소라고 생각한다. 기업 부문을 제외한 순저축률이 2010년에 3%였는데, 지금의 마이너스 금리 추세를 계속하면 앞으로는 더 내려갈 것이다.

국민 혹은 무주택자에게 이 눈을 돌려보자. 약간의 목돈이 있을 때, 은행에 가지고 가봐야 마이너스 금리이고, 무리해서 집샀다가는 패개망신의 길이 기다리고 있으니, 잠깐 주식시장으로 가지고 갔다가 완전히 망하는…. 한은이 조장한 지금의 화폐정책 기조에서는 이 길 외에는 없다. 그런데 물가상승률은 높고, 임금상승률은 도저히 거기 맞지가 않으니, 한 마디로 살 수가 없는 거다.

여기에 비정규직으로 알바를 전전하는 20대의 삶을 투영해보자. 최저임금은 물가상승률을 따라잡기 어렵고, 집 사는 건 아예 포기했고, 그렇다고 억지로 얼마씩이라도 저축을 해봐야, 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도대체 어쩌라는 거냐?

이 모든 아수라장을 간단히 정리해줄 수 있는 용어는 바로 '강부자 정권'이다. 일반 국민들은 은행이 아니라 부동산에 돈을 넣고, 그렇게 올라간 집값의 성과물을 강남 사는 부자들이 챙겨가는 것, 마이너스 금리가 지금 우리에게 해주는 얘기는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

지금 국민들의 삶을 가장 빨리 개선할 수 있는 것은 물가안정이고, 한은은 바로 그것을 위한 기관이다. 이자율이 높아지면 국민들의 채무 부담이 높아져서 어렵지 않은가? 그건 핑계다. 시장 이자율을 따라 정부 정책이 움직일 것이라는 상식이 움직여야 국민들도 정리할 수 있는 부채는 정리하게 된다. 그리고 '부채 다이어트' 등 정부 프로그램이 같이 움직여나가면서 개개인의 경제적 삶을 재편할 수 있는 계기를 삼게 된다. 한은은 엉뚱한 핑계를 대면서, 결국 물가는 올리고 이자는 낮은 상태로 유지하면서, OECD 가입 이후로 최초의 마이너스 금리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다.


▲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뉴시스
한국은행 총재가 최소한의 경제적 상식과 일말의 국민적 책임감이 있다면, 정책적 목표가 아닌, 정책의 실패에 의해서 발생한 이 마어너스 금리 사태를 맞아,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가 자신의 영달을 위하여 혹은 자신의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위하여 지금의 화폐정책 기조를 몇 달만 더 끌고 간다면, 한국 경제의 체질은 이제 이 미증유의 마이너스 금리 속에서 급속히 피폐해질 것이다.

이미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만들어낸 총재로, 금융사에 김중수 총재는 기록될 위기이다. 소탐대실이라, 이 작은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억지로 버티면, 우리가 '대실'하게 된다.

다음 정권을 위해서, 금융통화위원회는 어떤 식으로 개편해야할지, 잠시 생각해보자.

현재 금융통화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연직, 총재와 부총재, 두 2표는 청와대표이다. 그리고 기재부 장관과 한은총재가 지명하는 1인씩, 이 2표도 청와대표이다. 지금 론스타 사건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임명하는 1인, 역시 청와대표이다. 7표 중 5표가 대통령 맘대로 사용할 수 있는 표가 된다. 과반수를 훌쩍 넘는다. 청와대의 경제수석 아니 그도 아닌 비서관 맘대로 5표를 이미 전화 한 통으로 움직일 수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2표는? 상공회의소에서 한 명을 추천한다. 이건 한 때 '최강 라인'의 바로 그 최중경이 장관으로 있던 지식경제부에서 맘대로 할 수 있는 한 표이다. 역시 청와대표이다. 대망의 마지막 1표는? 사단법인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한 자리를 추천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래도 은행들이 한 표를 쓴다고 하지만, 어차피 강만수 산은지주 총재 등, 고대 출신 아니면 모피아들이 은행연합회를 장악하고 있다.

모아보면 금융통화위원회의 7표 중, 6표가 청와대 표이고, 한 표가 모피아 표, 이렇게 되어있다. 그리고 누가 어느 기관 추천인지, 그것은 비공개이다. 즉 은행연합회를 통해서 모피아를 대변하는 한 사람이 누구인가, 그것만 모르지, 나머지는 다 그냥 청와대에서 임명권을 행사한다고 보면 사실과 다르지 않다. 역대로 보면, 한은총재가 실제로 자기친구로 한 명을 더 추천할지, 아니면 그 자리도 대통령 친구로 할지, 정권에 따라서 그 정도의 차이만 있는 게 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이다.

이러니, 마이너스 금리 사태를 맞아, 진짜로 책임을 누군가 져야 한다면, 청와대 경제수석에서 시작하는 청와대 경제팀이 이 사태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맞다. 그렇지만 도의적으로, 상황을 이렇게 끌고 나간 김중수 한은총재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경제의 다른 분야에 비하면, 금융통화 부문은 너무 관료의 힘이 강하고, 청와대 혼자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어있다. 게다가 민간 부문을 대변하는 게, 상공회의소와 은행연합회 밖에 없다는 게, 이게 말이 되는가? 그러니 이 양쪽을 다 장악하고 있는 모피아들 손아귀에서 한 국가의 금융정책이 놀아나는 거 아닌가? 게다가 역대로, 상공회의소 쪽에서는 실제로는 자기들은 아무 권한도 없었다, 이렇게 늘 항변했다. 무리도 아니다. 한국의 상공회의소는 말만 민간단체이지, 지식경제부가 상근부회장 자치를 통해서 직접 통제하는 대표적 정부 쪽 기관이다.

2011년에 드러나 이 황당한, 즉 의도하지 않았고, 자기들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무식하게 금리를 붙잡고 있었는지 예측도 하지 못해서 벌어진 이 마이너스 금리 사태를 어떻게 하면 재발하지 않을 수 있게 하겠는가? 마이너스 금리 사태의 심각성은, 이게 정책적으로 의도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1) 사태의 상징적 책임을 지고, 김중수 한은총재가 사퇴할 것.

2) 화폐정책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청와대의 리모콘 정책을 최소화할 것.

3) 야당 쪽 대표가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 이건 어느 쪽이 야당이 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위원회 내에서 견제가 없다면, 어떤 위원회라도 금방 반쪽짜리로 전락한다.

4) 시민대표 2인이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 이때의 시민대표 1인은 소비자 입장을 대변, 또 다른 1인은 전월세 등 무주택 세입자 국민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 것.

모피아와 강부자 정권이 묘하게 결합하면서, 한 국가의 화폐 정책을 너무 자기들 손아귀에서 견제도 없이 주물딱 주물딱 했다. 일반인들이 발권정책과 이자율 정책 등, 기술적인 문제들을 멀게 생각한다고, 너무 한국은행이 국민을 보지 않고 청와대만 보고, 모피아들 입맛만 맞추면서 화폐 정책을 이끌어온 것 아닌가 하는 회한이 든다.

한 때 양희은도 불렀던 노래 중에 일곱 송이 수선화(seven daffodils)라는 노래가 있었다. 명박을 위해 피어난 6송이 수선화와 모피아를 위해 피어난 한 송이 수선화, 정말로 가련한 일곱 송이 금통 수선화가 아닌가?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 상태는, 만약 이게 특수한 정책 목표를 위해서 인위적으로 구축된 여건이 아니라면,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 이 상태로 몇 달만 더 방치되면, 거품은 거품대로 조정될 시간을 놓칠뿐더러, 길을 잃은 개인의 돈들도 은행으로 제대로 가지 못하고, 증권가 주변을 떠돌다가 개개인들이 패가망신하게 된다. 작년의 저축은행 사태의 한 일각에는, 안전한 줄 알면서도 마이너스 금리 상태인 은행에 가지 못했던 저소득층의 아픔이 배어있는 것 아닌가?



/우석훈 타이거 픽처스 자문·경제학 박사

2011년 12월 11일 일요일

휴리의 보험 다이어트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현기자가 쓰는  블로그 휴심정 2011-12-09일자 기사 '휴리의 보험 다이어트'를 퍼왔습니다.

그림 <한겨레> 자료

오래 전부터 보험을 리모델링하고 싶었다. 필요한 보장을, 적절한 가격에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상태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이들 그렇듯, 나 역시 보험 내용을 자세히 알고 가입하지 못했다. 내용도 복잡하고, 뭐 필요한 것이니까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와 포기로 그냥 시간만 흘려 보냈던 것이다.

그러다가 최근 마음을 다잡고 보험 구조조정에 나섰다. 처음엔 인터넷 검색과 현재 가입하고 있는 보험사 콜 센터에 문의해 보험에 대해 다양한 지식을 습득한 다음, 스스로 보험을 구조 조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꽤 많이 인터넷 검색을 하고 신문을 줄 쳐가며 읽어도 보험 보장 내용과 구성 형태 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특히 새로 가입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변액연금보험은 여러 번 내용을 읽어도 선뜻 그 구조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헤매다가 내가 보험 구조조정을 위해 선택한 방법은 보험과 재테크 등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가진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내 기준과 시각에서 그 의견을 종합해 자체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이걸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잘 이해가 안되고 혼자 판단하기 두려운 마음에 재테크 강좌를 찾아 듣게 됐고, 그 과정에서 생긴 의문을 따라가며 다른 강의를 또 찾고, 자료를 검색하다 보니 그런 방법으로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처음 들은 것은 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열렸던 재테크 강좌였다. 이 강좌는 보험에 대한 것은 아니었고 재테크 전반에 대한 것이었는데, 강사는 변액연금보험 가입을 적극 추천했다. 수수료와 세금 등을 고려할 때 7년 이상 장기로 운용할 수 있다면 펀드보다는 변액연금보험의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변액연금보험에 관심이 있던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변액연금보험 가입을 더욱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연금보험 월 납입금 20만원 중 수수료만 무려 2만6000원

그러나 돌발변수가 생겼다. 연금보험 납입금액 중 적지 않은 금액이 수수료로 빠진다는 기사를 보고 내가 가입하고 있는 연금보험의 해당 생명보험사에 수수료를 알아봤는데 지난 7년간, 납입금액 월 20만원 중 무려 2만6000원 정도가 사업수수료로 빠졌다는 것이다. 20만원 중 2만6000원이 수수료로 빠졌으니, 실제 연금보험에 적립된 금액은 월 17만4000원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나는 납입금액 전부가 연금으로 적립되는 줄 알고 이 상품에 가입했는데, 이 상품은 연금뿐 아니라 사망재해 보험 기능도 같이 있는 상품이어서 17만4000원 중 일부는 또 보험 비로 빠지는 상품이었기 때문에(가입 만 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알았다 --;) 연금으로 적립되는 금액은 17만4000원보다도 더 적었던 것이다!!
(8년째부터는 수수료가 줄어들고, 완납한 후에는 한 차례 더 수수료가 줄어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수수료가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투자상품도 아니고 금리를 따라가는 저축성 상품에 불과하면서 월2만6000원의 수수료가 왠 말이냐!!)

연금보험 상품의 살인적인(!) 수수료에 경악한 나는 가입 초창기에 빠지는 사업비 등의 수수료가 더욱 높은 변액연금보험에 대해서도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단 가입을 미뤘다.

변액연금보험 가입을 미룬 또 다른 이유는, 나름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내가 적지 않게 노력했는데도 이해하기 힘든 상품을 가입하는 것이 과연 좋을 것인가 하는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가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상품은 그만큼 가입자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이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상품의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판매하는 보험사의 횡포에 대한 불신이 점점 커졌다.



안티재테크 전문가그룹의 의견도 듣다

그 다음으로 내가 찾은 것은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의 보험료 다이어트 강좌였다. 평소 에듀머니 제윤경 대표의 재테크 철학에 많이 공감했던 터였는데 에듀머니 홈페이지에서 보험료 다이어트 강좌가 있는 것을 보고, 마치 나를 위해 강좌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반가웠다. 3시간짜리 1회 강좌였는데 수강료 3만원을 내고 강좌를 신청했다.
(에듀머니는 투기성 재테크를 부추기는 사회금융구조를 비판하며, 합리적인 소비와 돈 관리 등 건전한 경제마인드 확산을 위한 교육 상담 활동을 하는 단체)강좌는 에듀머니 소속 보험전문 강사가 진행했는데 강좌는 우리가 금융자본이 확산시키는 공포 마케팅에 휩쓸려, 대부분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재테크 시장에 뛰어들어 실패와 좌절을 맛보며 오히려 합리적이고 건전한 소득관리, 미래계획을 하지 못하는 사회구조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급한 마음에 이런저런 금융상품 가입과 재테크 등에 뛰어들었다 역시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 필자 역시 참담한 마음과 반성, 회한, 뒤늦은 깨달음, 새로운 다짐 등이 뒤범벅된 복잡한 마음으로, 강좌 내용에 공감했다 --;;)

노후대비를 하기 위해서는 변액연금보험, 보험, 펀드 등의 상품을 반드시 가입해야 할 것처럼 부추기지만, 노후대비가 꼭 그런 금융상품을 가입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이런 상품들은 대부분 수수료가 높아 납입한 금액의 상당부분을 금융사가 가져가는 데다가, 투자 상품의 경우 미래에 실제로 내가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금융사가 제시하는 장밋빛 수익률이 반드시 현실이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수수료 높은 이런 상품에 가입해 금융사의 배만 불려주는 것보다, 돈이 차곡차곡 쌓이는 저축이나 수수료가 낮은 인덱스 펀드 등의 알찬 투자상품을 골라 그 것을 노후자금용 등 용도별로 따로 관리하라고 조언했다.

강사는 이어 종신보험, CI보험, 암 보험, 연금보험 등 구체적인 보험 별 특징을 소개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보험과, 필요 없는 보험과 보장내용, 보험을 구조 조정하는 방법 등을 제시해주었다. CI보험과 종신보험이 구조조정 1순위의 보험이었다.

특별히 책임질 가족이 없는(즉 가장이 아닌) 내가 사망보험금 5000만원의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것 자체가 과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강사 역시 이 부분이 불필요한 보험 내용으로 지적했다.

과거 이 보장내역을 없애거나 줄이려고 콜 센터, 보험설계사 등에 알아봤지만 대부분 별다른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는데, 이번 강좌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보험금 액수를 줄여 납입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보험사는 이런 방법을 알고 물어보지 않는 한, 자신들이 먼저 이런 방법을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보험설계사도 보장이 부족한 부분만 분석해 추가가입을 권유할 뿐, 중복 또는 과잉 보장된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로 조언을 해주지 않았다.)

강사 분은 강의가 끝난 후 참석자가 가져온 보험증권과 참석자의 질문 등을 바탕으로 실제로 개인별로 어떻게 보험료를 다이어트하면 좋을 지에 대해 조언해 주었다.

에듀머니의 강좌는 기본적으로 보험은 실손 보험 하나만 가입해도 충분하며(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이 좋은 편이므로) 여유가 있다면 생명보험 하나 정도 추가로 보유하는 것 정도까지가 괜찮다고 했다. 나는 가장이 아니므로 굳이 종신보험이 필요 없으므로, 적절한 시점에 종신보험을 연장정기, 감액완납 등의 방법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해주었다. 그러나 병력이 없을 때 가입했던 종신보험인 만큼 이 종신보험에 같이 설계했던 특약부분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종신보험은 해지하지 않고 그냥 유지하기로 나는 결정했다. 대신 별 필요가 없는 사망보험금을 최소가입금액 한도까지 줄여 납입 보험금을 절약하기로 했다.

그리고 사업수수료가 높고,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최종 수익률을 장담할 수 없는 변액연금보험 대신 저축과 수수료가 싼 펀드상품 등을 통해 노후자금을 별도로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무슨 상품에 가입해야 꼭 노후자금이 마련되는 것이 아니라, 금융사의 그런 마케팅에 휩쓸리지 않고 착실하게 돈을 모아나가는 것이 더 안전하고 확실한 대비라는 생각에 더 공감이 많이 갔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상품, 수수료가 너무 비싼 상품, 투자상품이라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 불확실한 상품은 지금은 상대하지 않기로 했다.



월 납입 보험료 반으로 줄고, 보험료 일부는 환급 받아

이런 판단을 바탕으로 보험료 구조조정을 실행했다. 이미 완납한 생명보험사의 건강보험 하나는 다른 부분은 그대로 두고 사망특약(사망 후 500만원 지급)만 해지해 그 동안 사망특약으로 납입했던 보험료 중 약 35만원을 환급 받았다.

납입기간 20년으로 10년째 납입중인 종신보험은 사망보험금 5000만원인 주계약을 1000만원(최저가입한도)으로 줄였다. 월 4만원이 조금 넘었던 보험료 중 이 주계약이 차지하는 부분이 2만원을 넘었는데, 주계약 보장금액을 줄이자 주계약에 해당하는 보험료가 2만원에서 4000원대로 줄었고, 총 월 납입 보험료도 4만원 초반에서 2만원 초반대로 반으로 줄었다. 그리고 줄인 주계약 보험금에 맞춰 기존에 납입했던 주계약 보험료의 일부를 환급 받았는데, 이 환급 금이 170만여 원 정도됐다.

그리고 올해 새로 가입했던 갱신형의 보장성 건강보험은 기존 보험과 보장내용이 중복돼서 해지했다. 월 2만원 정도씩 10개월 정도 납부해 총 20만원 정도가 들어갔는데, 10개월 만에 중도해지하자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환급금 0원!!! (무력한 환급금의 현실을 실감했다--;;)

가입하고 있는 실손 보험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강좌에서 제안한 대로 실손 보험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하고 실제로 도움이 많이 되는 보험이라고 한다.

앞서 말했던 월 20만원 납입하고 있는 연금보험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 보험에 포함된 사망보험금 등 보험 보장내역은 원래 필요한 것이 아니었지만 이 상품을 가입하는 한 보장내역을 줄이거나 해지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보험 부분은 그냥 포기하고 원래 연금 용도로 납입했던 것이므로 연금 명목으로 계속 납입하기로 했다. 7년이나 납입한 데다가 납입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수료가 줄기도 하고, 저축성 상품이라 수익률은 높지 않지만 원금과 최소한의 이자가 보장되기 때문에 계속 납입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보험료 구조조정을 통해 월 납입 총 보험료(연금보험을 제외한 순수 의료비용 보험을 기준으로)가 8만원에서 4만원으로 반으로 줄었고, 주계약과 특약을 일부 축소 또는 해지하면서 약 200만원의 보험료를 돌려받았다. 그 동안 대형 보험사들에게 돈을 뜯기며 살았다는 피해의식(!)이 있었는데 보험료 구조조정을 통해 눈먼 돈을 다시 찾아왔다는 성취감이 생겼다. 앞으로는 가능한 아프지 않게 건강관리를 잘하면서 실손보험을 좋은 상품으로 갱신하며 살기로 다짐했다.

이번 과정을 거치며 살펴보니 주변에는 보험만이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맹신(?)으로 엄청 큰 돈을 보험료로 납부하는 사람도 있었고, 보험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보험을 전혀 들지 않은 사람도 의외로 적지 않았다. 자신이 동의할 수 없다며 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사람의 소신 있는 판단이 한편으론 부럽기도 했다. 나는 저런 주체적인 판단을 왜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있을 지도 모르는 위험을 적절한 수준에서 대비하는 정도의 보험은 미래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보험사의 광고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주체적인 판단 과정을 거치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

나를 포함한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렵게 돈을 벌어서, 너무나 허무하게 엉뚱한 재테크로 돈을 버리고 있는 현실을 이번 과정을 통해 목격했다. 돈은 무서운 존재이고, 돈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으면 삶 또한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