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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8일 목요일

“집값 띄우려다 금융위기 초래할 수도”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27일자 기사 ''“집값 띄우려다 금융위기 초래할 수도”'를 퍼왔습니다.
DTI 대신 LTV 풀자? “부동산 대세하락, 규제 완화 큰 의미 없어”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부양 정책에 방점을 찍자 가계부채 위험성과 정책의 실효성 논쟁이 일고 있다. 경제지와 건설업계는 분양가상한제,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을 폐지·완화해서 부동산 시장을 부양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진보정당과 시민단체는 부동산 시장 침체 국면에 인위적인 거래 활성화는 가계부채에 따른 금융위기만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성은 입각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박 대통령은 친 시장 성향의 현오석 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과 서승환 연세대 교수를 각각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국토교통부 장관에 내정했다. 부동산 규제정책의 완화 기조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인수위는 지난 21일 국정과제에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포함하고 “부동산 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과도한 규제를 정비해 부동산시장 정상화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인수위 경제2분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아파트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전월세에만 수요가 집중되는 비정상적인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방안도 연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연합뉴스

또 KDI는 지난 11일 “주택담보대출 및 건설금융시장의 대출규제(DTI・LTV 규제 및 자기자본규제)를 신축적으로 운용해 시장 안정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KDI는 “DTI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LTV규제 완화를 통해 대출제약을 경감시키는 것이 효과적인 정책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분양가상한제 폐지=일단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잠정 합의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진보정당과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급등한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 시절 전면 재도입됐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제36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분양가상한제 철폐문제는 여야가 거의 합의됐다고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는 27일 법안심사소위에서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국회 국토위 야당 간사인 이윤석 민주통합당 의원은 “분양가상한제는 주택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도입했는데,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은 지금은 용도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토위 여야 간사 간 서명이나 회의를 통해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공감대는 형성됐다”면서 “분양가상한제 유지라는 민주당 당론이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보정당은 주택 가격을 높이는 위험한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은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LTV 폐지를 야기해 투기수요 증가, 인위적 주택가격 폭등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병윤 통합진보당 원내대표는 “그동안 분양가상한제를 당론으로 반대해 왔던 민주당이 말을 바꿔 폐지에 동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LTV 완화?=진보정당의 우려처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KDI 보고서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최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정부는 DTI는 유지하되 분양가 상한제와 LTV를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LTV는 주택담보 가치 대비 최대 대출한도로 무리한 대출을 제한한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LTV 완화 및 폐지는 2012년말 959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폭발시킬 방아쇠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LTV 규제를 폐지하면 빚내서 집을 샀다가 ‘깡통주택’을 소유하게 되는 대출자가 부지기수로 늘어날 것”이라며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다지만, 금융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은 “DTI, LTV 모두 중요한 부동산 안전성 확보 수단”이라며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홍 소장은 “LTV는 전 계층에 영향을 미치고, DTI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대출에 영향을 준다”며 “DTI 규제 완화에 대한 반발이 많자, 정부가 LTV 규제 완화라는 차선책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DTI 유지 움직임=소득에 따라 대출한도액을 제한하는 DTI 규제는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도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하며 DTI 규제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준비위원은 “박근혜 정부의 DTI 유지 움직임은 DTI의 실효성을 인정한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봤다.
그러나 정 위원은 부동산 시장이 하락 국면인 상황에서 규제 완화가 큰 의미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가 안 좋을 때 대출을 늘렸다가 잘못하면 은행이 파산한다”며 “경제 하강 국면에 규제를 풀어도 은행이 대출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이미 자체적인 신용등급 조정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며 “LTV 규제 완화가 크게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철 기자 | kbc@mediatoday.co.kr  

2013년 2월 26일 화요일

"LTV 규제완화, 가계부채 폭발시킬 방아쇠 될 것"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2-25일자 기사 '"LTV 규제완화, 가계부채 폭발시킬 방아쇠 될 것"'를 퍼왔습니다.
경실련 "정부 부동산부양책, 더 큰 금융위기 부를 것"

정부가 부동산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함께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폐지하거나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것과 관련, 경실련은 25일 "LTV의 규제완화 및 폐지는 2012년말 959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폭발시킬 방아쇠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력 반대했다.

경실련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LTV 규제를 폐지할 경우 빚내서 집을 샀다가 깡통주택을 소유하게 되는 대출자가 부지기수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실련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강석훈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8개 은행의 전국 주택담보대출자 363만9천여명 가운데 LTV 60% 기준을 초과한 대출자는 39만5천여명으로 집계됐다. LTV비율이 100%를 초과한, 다시 말해 집값이 대출원금에 밑돌아, 대출원금조차 갚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주택’소유자도 8천3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와 함께 규제 상한의 턱밑까지 차오른 LTV 50~60% 구간 대출자는 약 94만명, 40~50% 구간 대출자는 약 65만명에 달하고 있어, LTV 규제를 폐지할 경우 지난해 6월 평균 LTV 비율인 50.5%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또한 "이같은 정부의 부동산 거품유지를 위한 집착은 가계 및 은행의 건전성을 해칠 것"이라며 "2012년 10월말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은 0.94%로 2009년말 0.33%의 3배에 달하고 있고, 제2금융권, 특히 새마을금고의 경우, 2009년말 2.19% 였던 연체율이 2012년 6월말 3.27%까지 급상승 중인 점을 고려하면, LTV 규제 폐지는 금융기관 건전성을 악화시키다 못해, 폭발시켜버리는 방아쇠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결론적으로 "현행 부동산 불황은 2000년대의 부동산 거품경제가 해소되는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인위적인 부동산 가격 유지 정책을 위해 LTV 규제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켜 또다른 부작용과 더 큰 금융위기를 낳을 것"이라며 "정부는 가계와 금융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인위적 부양책보다, 건설 및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고 가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성 기자

2013년 1월 4일 금요일

가계 빚폭탄 위험,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최악'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03일자 기사 '가계 빚폭탄 위험,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최악''을 퍼왔습니다.
한은 조사 결과…가계부채 해소 미룬 부작용?

가계의 재무구조가 2008년 금융위기는 물론,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최악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를 보면, 국내 은행의 1분기 가계 신용위험지수 전망치는 34를 기록했다. 이는 카드대란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2003년 2분기(44) 이후 최고치다(상단 그래프참고).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가 한창이었던 지난 2008년 2분기 당시도 이 수치는 25에 그쳤다.

신용위험지수란 한은이 시중은행 대출책임자를 상대로 향후 신용위험 변동 전망을 물어본 결과를 수치화한 것으로, 신용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많을수록 수치가 올라간다. 최대치는 100이며 최저치는 -100이다.

2002년부터 관련 자료를 집계한 이래, 신용위험이 가장 높았던 건 경제주체별로 볼 경우 지난 2008년 4분기 중소기업의 56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가계의 변동추이를 평균한 가중종합지수로는 2003년 3분기의 44가 최고치다.

한은은 이처럼 가계의 재무구조가 취약하리라는 전망이 많은 주요 원인으로 수도권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경기부진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가계의 주요 자산인 주택가격이 떨어지면서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상환 능력이 취약해지고, 경기부진 여파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채무상환능력도 떨어지리라는 우려가 신용위험지수 상승을 이끈 것이다.

특히 신용위험지수 변동 추이를 2008년 이후로 떼 보면(하단 그래프 참고), 금융위기 당시 중소기업,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가계의 신용위험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더 커짐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신용위험지수 반등세는 약한 반면, 금융위기 당시만 해도 그나마 건전했던 가계의 신용위험은 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김용선 한은 거시건전성분석국 조기경보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만 해도 견딜 만하던 가계부채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가계 신용위험지수를 더 빠른 속도로 끌어올렸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가 더 쌓이면서 가계의 부도 위험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금융위기 조기 탈출을 위해 정부가 이끈 가계대출 규제 완화책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상단 그래프는 2003년 카드대란 이후 국내 시중은행의 신용위험지수를 나타낸 것이고, 하단 그래프는 이 중 2008년 이후만 따로 떼서 확대한 그래프다(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은행들, 기업 등에 비해 가계부문 주택 대출 적극적

비록 미미하지만 시중은행의 1분기 가계부문 주택 대출태도가 중소기업, 대기업, 가계 일반대출에 비해 적극적이라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한은이 조사한 올해 1분기 대출태도를 보면,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대출태도는 -3, 대기업 대출태도는 -6, 가계일반 대출태도는 -3을 기록했다.

반면 가계주택 대출태도는 유일하게 3으로 플러스였다.

대출태도란 한은이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앞으로 3개월 동안 대출취급기준을 완화할지, 보수적으로 잡을지를 조사한 결과를 수치로 나타낸 자료다. 이 지수가 플러스면 은행이 대출 조건을 완화하려 한다는 뜻이고, 마이너스면 대출을 더 까다롭게 하겠다는 의미다. 최대치와 최저치는 각각 100과 -100이다.

즉, 비록 미미한 수치이긴 하지만 시중은행이 올해 1분기 중 기업에 비해 가계 주택대출은 그나마 덜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2016년 말까지 시중은행의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30%까지 확대하겠다는 정부 뜻에 따라 시중은행이 관련 대출을 늘리려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이와 같은 조사치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중수 총재 역시 여러 차례에 걸쳐 정부의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과 관련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 확대를 꼽아왔다. 그러나 이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안에서도 비판이 제기된 정책이다.

지난 2011년 7월 14일 한은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으로 거론된 '변동금리부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의 비중 축소와 고정금리부 원리금 분할상환식 대출 비중 확대'는 차입자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일시에 늘어나게 한다"며 가계부채 해소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대희 기자

2012년 9월 9일 일요일

당국·은행·트레이더 모두 공모자였나?


이글은 이코노미 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2-09-01일자 제29호 기사 '당국·은행·트레이더 모두 공모자였나?'를 퍼왔습니다.
Special Report Ⅰ ● 리보 사태 전말 파헤치기- ① 조작은 어떻게 이뤄졌나


유럽 거대 은행들이 지난 수년간 리보를 조작해왔다. 처음엔 트레이더들의 카르텔이었지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개입한 정황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금리 카르텔'이다. 은행 스캔들은 과거에도 많았지만 이번처럼 엄청난 규모의 스캔들은 처음이다. 정치권과 감독기관은 이번 사태를 은행들의 조직적인 소비자 기만 행위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감독기관들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감독당국·은행·트레이더가 서로 합작 또는 묵인한 한 편의 금융 사기극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사건에 연루된 금융회사들은 민·형사 소송과 함께 수백억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_편집자

소규모 카르텔이 발단… 금융위기 뒤 은행 경영진도 금리 낮춰 보고하라 압박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이 리보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세계 금융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리보 사태는 바클레이스가 2005~2009년 차입금리를 고의로 낮춰 보고한 사실이 들통난 것을 의미한다. 바클레이스의 리보 조작 파문은 글로벌 대형 금융회사들의 탐욕을 보여주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영국 3위 은행인 바클레이스가 리보 조작에 가담했다면 다른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공모했을 개연성이 높다. (슈피겔)이 밀착 취재를 통해 리보 조작의 전말을 파헤쳤다.
에두아르트 포메란츠와 롤프 마센은 사실 국제 금융시장이라는 거대한 상어 수족관 속에서 한 마리의 작은 물고기에 불과하다. 오스트리아 빈의 한적한 마을에 근거지를 둔 이들의 헤지펀드 FTC캐피털은 겨우 1억5천만유로를 운용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지금 FTC캐피털의 창립자 포메란츠와 법률 담당 부서 책임자 마센은 커다란 상어들을 두렵게 만들 수 있는 존재가 됐다.
가지런히 자른 앞머리가 살짝 흐트러진 마센이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은 아마 역사상 가장 큰 금융 스캔들일 것"이라며 빈 사람 특유의 뼈 있는 유머를 섞어 말했다. 몇몇 국제 은행들이 수년간 리보를 조작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그는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마센은 이같은 일을 그냥 넘기는 인물이 아니다. 그 또한 금융업계에서 잔뼈가 굵었고, 이제 사기를 당한 금액을 돌려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영국과 미국의 금융감독 기관이 영국의 거대 은행 바클레이스에 5억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바클레이스의 최고경영자(CEO) 밥 다이아몬드를 해임시켰다. 이후 금융가는 일종의 전쟁 상황에 돌입했다. 금융기관 조사관들은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들을 공격하고, 사건에 연루된 은행들은 처벌이 완화되기를 희망하며 다른 은행이 저지른 범행에 대해 밀고하고 있다. 그리고 마센 같은 소규모 투자자들은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마커스 에이지어스 전 바클레이스은행 회장이 영국 런던의 바클레이스 지점 앞에 서 있다. 에이지어스 전 회장은 리보 조작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뉴시스 REUTERS

500조달러가 넘는 파생상품 시장

도이체방크를 비롯한 10여 개 이상의 금융회사들이 조직적으로 리보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비판대 위에 올라 있다. 이같은 카르텔은 지금까지 담배 산업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감독기관들은 이를 '조직적인 기만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법무 담당 집행위원인 비비안 레딩은 '은행가'(Banker)가 아니라 '은행 조폭'(Bankster·Banker+Gangster)이라고 불러야 한다며 분개했다. 하지만 이같은 분노의 외침은 여러 담당 관청, 특히 뉴욕과 런던의 감독기관들이 자신의 실책에 쏠리는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한 행동으로 비친다. 감독기관들이 그들의 코앞에서 벌어진 범행을 몇 년 동안이나 모르고 지나쳤기 때문이다.
감독 당국은 정신을 차린 뒤에야 은행 내의 범인들을 매섭게 쫓고 있다. 그들의 조사 범위는 은행의 CEO까지 포함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에서 일본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으로 6개 이상의 각국 관청이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특수감사 임무를 부여받은 10여 명의 독일 금융감독청(BaFin) 직원들이 몇 달 전부터 도이체방크에 파견돼 있다. 이들은 도이체방크 프랑크푸르트 본사를 감사하고, 머니 트레이더들이 일하는 런던으로 출장가고, 도쿄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다. 도이체방크의 신임 CEO인 안슈 자인과 위르겐 피트셴도 예외 없이 조사관들의 질문에 답변해야 했다. 리보 조작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에 도이체방크의 투자금융 부문과 단기자금 거래 책임자였던 자인에게 이는 특히 불편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리보와 유리보(Euribor·유로존 은행 간 금리)는 전세계적으로 수백조유로에 달하는 자금 거래의 기준으로 쓰인다. 은행이 기업가에게 변동금리로 대출해줄 때 그 계약의 기준이 되는 것이 유리보다. "심지어 콜머니의 조정에도 유리보가 결정적 가이드라인이 되는 사례가 많다"고 프랑크푸르트 금융경영대학 교수 팔코 페히트는 말한다. 특히 스페인은 수만 개의 은행 대출이 유리보를 토대로 이뤄지고 있고, 미국에서는 수백만 개의 저당 계약이 리보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카르텔을 맺은 은행가들의 표적은 당초 전혀 다른 사업 분야였다. 이들은 애초 외환업무 부서의 동료들을 위해 거대한 이자율 파생상품과 통화 파생상품 시장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 이 분야의 거래 규모는 2011년 말 기준으로 567조달러에 달했다. 이는 금리가 0.01%포인트만 변해도 많은 은행가들에게 수억달러의 수익 또는 손실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은행은 물론 감독기관조차 최근 몇 년 동안 감독에 느슨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수밖에 없다.
리보 결정에는 최대 18개 은행이 참여하는데 여기에는 도이체방크도 포함돼 있다. 매일 아침 각 은행은 당일에 담보 없이 자금시장에 대출해줄 수 있는 금리를 보고하고, 금융정보 서비스 업체 톰슨로이터가 이 정보를 바탕으로 금리 평균값을 산출한다. 유리보 산출도 비슷한 방식에 따라 이뤄진다. 다만 유리보 결정에는 43개 금융회사가 참여해 리보보다 훨씬 많은 것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이같은 금리 산출이 신뢰할 만한 것이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데이터에 반영됐어야 할 단기자금 시장은 경제위기 이후 사실상 죽어 있는 상태다. 현재 담보 없이 대출을 해주는 은행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지금까지 은행 CEO도 감독기관도 주요 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심각한 이익 충돌 상황에 놓인 일반 트레이더들이 금리 보고를 담당하는 사례가 자주 있었고, 이들은 이를 통해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다. 독일 금융감독청장 엘케 쾨니히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리보 조작을 하라고 대놓고 부추겨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 남성이 이탈리아 로마의 도이체방크 지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REUTERS
파생상품 직원들의 비밀스런 회동

2005년 모로코 출신의 한 젊은 머니 트레이더가 바클레이스은행에 입사했다. 현재 44살인 필리프 모르유세프다. 바클레이스는 그가 거쳐간 많은 직장 가운데 하나다. 그는 소시에테제네랄, 바클레이스, 스코틀랜드 왕립은행, 모건스탠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본 노무라은행에서 일했다. 노무라은행은 모르유세프가 금리 카르텔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지자 그를 해고했다.
런던의 금융가에서 모르유세프는 쿨한 성격으로 그다지 튀지 않는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 스쿠버다이빙과 독서를 좋아하는 그는 아내, 두 자녀와 함께 런던의 부촌인 세인트존우드 지역의 250만파운드짜리 빌라에 살았다. 바클레이스에서 일하는 동안 모르유세프는 이자율 파생상품을 거래했다. 그와 동료들은 리보 또는 유리보의 미세한 변화가 그들에게 어떤 손실 혹은 수익을 가져오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금리의 예상치 못한 변동을 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모르유세프는 거의 매일 금리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 은행 내·외부의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거나 전자우편을 보내 연락을 취했다. 또 리보 보고를 담당하고 있던 동료 직원, 즉 머니 트레이더들에게 하루에도 수차례 문의를 했다.
정글 같은 투자신탁 세계에서 머니 트레이더의 서열은 금융위기 전까지 꽤 아래쪽에 있었다. 큰 거래를 담당하지 않는 이들에게 주식이나 채권 딜러들이 받는 어마어마한 상여금은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었다. 한 전직 투자은행 직원은 "머니 트레이더들은 항상 먹이사슬에서 맨 아래쪽에 위치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이 먹이사슬의 약자들이 소속 은행을 떠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뉴욕, 런던, 프랑크푸르트에서 맥주를 홀짝이며 모임을 열었다. 은행에 돈이 넘쳐흐르는 것처럼 보였던 2000년대 중반, 이들은 모두 같은 처지에 있었다. 거대 금융기업의 먹이사슬에서 항상 동료들에게 비웃음을 사거나 무시를 당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금리가 시시각각 어떻게 변하는지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만약 트레이더 한두 명이 금리의 상승과 하락을 조작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리 늦어도 2005년에는 트레이더들이 그들의 작은 모임에서 서로 합의하면 자신들이 얼마나 거대한 힘을 갖게 될지 깨닫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같은 합의를 위해서는 거대 기업의 공식적인 계약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친한 친구들 사이에 간단한 약속이면 충분했다. 이쪽에서 손짓 한 번, 저쪽에서 점심 식사 한 번, 이 정도면 일본에서 유럽을 거쳐 캐나다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인 카르텔을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리보 조작에 성공한 뒤 한 딜러는 "시간 나면 한번 들러, 볼랭저 샴페인을 터뜨릴 테니"라고 동료에게 전자우편을 보냈다. 영국 금융감독청장 어데어 터너는 이 전자우편을 두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탐욕 문화의 증거"라며 혀를 찼다.
"금리가 변동하지 않으면 난 죽은 목숨"이라고 한 딜러가 2006년 10월 리보를 담당하는 동료에게 전자우편을 보냈다. 2005년부터 2009년 5월 사이 딜러들은 최소 173차례 이같은 요청을 했고 종종 성공을 거두었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의 조사 기록에 '딜러 E'로 칭해지는 모르유세프는 유리보 전문이었다. 그는 30억유로를 특정 방향의 금리 변동에 베팅했다. 그는 "(금리 조작) 비결은 절대로 혼자 하지 않는 것"이라며 HSBC·소시에테제네랄·도이체방크에서 그와 손발을 맞춘 외부 동료에게 자랑스럽게 설명했다고 한다.
처음에 딜러들이 원했던 것이 자신들의 보너스를 올리는 것이었다면 금융위기 동안 금리 조작은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됐다. 2007년 은행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많은 금융회사들의 자금 조달이 더 힘들어졌다. 이런 상황은 일반적으로 리보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되자 바클레이스의 최고 경영진들이 리보 담당 딜러들에게 차입금리를 더 낮춰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2008년 10월께는 금리 조작이 바클레이스의 생존 자체를 좌지우지하기에 이르렀다.
그해 10월29일 현 영국은행 부총재 폴 터커가 바클레이스의 CEO 다이아몬드에게 걱정스레 문의했다. "바클레이스는 왜 요즘 그토록 지속적으로 높게 리보 금리를 보고하느냐." 다이아몬드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터커가 자신에게 더 낮게 리보 금리를 보고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터커는 이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같은 날 터커와 나눈 전화 통화에서 정치적 압력을 엿볼 수 있는 메모를 남겼다. 다이아몬드는 이 사안을 놓고 단기자금 거래 직원들과 논의했다. 먹이사슬의 최하위 그룹이 돌연 최고경영자의 자문 상대가 되고, 은행을 구원할지도 모르는 인물이 된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 시내에 걸린 UBS 로고. UBS는 리보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영국과 미국의 금융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AP

금융위기 이후 은행 차원 개입 혐의

2008년 가을, 자금난에 허덕이던 은행은 바클레이스뿐만이 아니다. 바클레이스 외에 현재 유력한 '용의자'로 손꼽히고 있는 스위스은행(UBS), 시티그룹 그리고 스코틀랜드 왕립은행이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당시 리보 보고에 참여했던 독일의 서독일지방은행(WestLB) 역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이 보고해온 리보 금리를 보면 그런 위기 상황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도이체방크는 2011년 가을 당시 리스크 담당 부서 책임자인 휴고 뵈치거가 내부 감사를 했다. 수백만 개의 전자우편을 확인하고 차트를 판독했다. 급기야 뵈치거는 법률회사에 조사를 의뢰했고, 당시 법률회사 담당 팀의 규모는 50명에 달했다. 하지만 조사를 할수록 좌절만 거듭됐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국인 조사관이 혐의가 있는 딜러 두 명의 이름을 제시한 뒤에야 뵈치거는 당시 은행 총재인 요제프 아커만에게 조사 결과를 보고할 수 있었다. 아커만은 매주 조사 결과를 보고받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치게 될지 짐작하고 있었다. 두 명의 딜러는 즉시 해고됐다.
아커만, 뵈치거 그리고 도이체방크의 전 감사팀장 클레멘스 뵈르지히가 도이체방크를 떠난 뒤 새로운 감독이사회 의장 파울 아흐라이트너가 리보 스캔들 처리를 맡고 있다. 그는 은행이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리보를 조작한 적이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 또 아흐라이트너는 총재인 안슈 자인이나 최고 경영진의 일부가 이 스캔들에 연류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단 두 명의 정신 나간 딜러가 카르텔을 주도했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이들의 상사나 규정 준수를 감시하는 직원들은 왜 조작 행위를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도이체방크는 통화와 금리 거래 분야에서 세계적 선도 기업임을 자부하고 있다. 리보 결정을 위한 패널에도 언제나 속해 있었다. 그런데도 도이체방크는 이번 리보 스캔들에서 자신들이 그저 들러리에 불과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리보가 조작되던 기간 동안 단기자금 시장을 책임지고 있던 알란 클로에테는 이같은 조작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는 왜 리보 관련 조사와 내부 감사가 이미 실시되는 상황임에도 지난 3월 안슈 자인에 의해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진의 한 명으로 임명될 수 있었을까? 일부에서는 이것이야말로 클로에테가 리보 문제에 관해 잘못한 것이 없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클로에테가 이런 상황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그 역시 리보 스캔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스벤 뵐 Sven Böll /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 크리스토프 파울리 Christoph Pauly / 토마스 슐츠Thomas Schulz / 안네 자이트 Anne Seith (슈피겔) 기자

ⓒ Der Spiegel 2012년 31호 Das Kartell 번역 황수경 위원

2012년 9월 2일 일요일

100조원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방정부들


이글은 이코노미 인사이트(Economy Insight) 2012-09-01일자 기사 '100조원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방정부들'을 퍼왔습니다.
국내 특집 ● 갈수록 악화되는 지방재정 해법 없나


무리한 개발 사업에 지출 늘고 금융위기 이후 세수 감소하면서 부채 눈덩이처럼 불어

지방자치단체의 부채도 문제지만 지방공기업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재임을 노리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무분별한 개발 공약 탓이 크다. 수입은 정해져 있는데 복지사업비 등 쓸 곳은 계속 늘어나는 것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하지만 자구 노력보다는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는 행태가 만연해 있다.
사례 #1
지난 6월 말 강원도 태백시는 행정안전부 지방재정위기관리위원회 제1차 회의 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시가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문제의 오투리조트 매각 계획 등을 감안해 연말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재정위기 관리 단체가 되면 재정건전화 계획을 세워 뼈를 깎는 절약을 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은 꿈도 꾸지 못한다.
태백시는 일본의 유바리시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에 있는 유바리는 탄광이 문을 닫은 뒤 도시가 황폐화되자 다양한 활성화 사업을 펼치다가 부채가 늘어나는 바람에 2007년 파산을 선언했다. 역시 탄광도시였던 태백시도 도시 활성화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뒤 2001년 이를 추진할 태백관광개발공사를 만들었다. 탄광이 문을 닫은 뒤 폐허가 돼가는 도시에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스키장과 골프장 등을 갖춘 오투리조트를 만들었다.
이 무렵 태백시와 붙어 있는 정선군에서는 강원랜드가 골프장과 스키장을 건설 중이었고, 인근 삼척에서도 골프장 용역이 진행 중이어서 중복투자 우려가 높았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이나 강원랜드 등과 공동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받았으나 태백시는 이를 거절했다.
리조트는 건설 과정부터 쉽지 않았다. 공사비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공사비가 애초 예상한 3천억여원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골프 회원권과 콘도도 제대로 분양되지 않아 태백시의 보증으로 거액을 차입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또 리조트 건설 과정에서 비리가 드러나 전 태백시장을 비롯한 7명의 관련자가 무더기로 사법 처리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로 태백관광개발공사는 부채가 3474억원으로 불어 자본금의 2044%에 이르렀다. 올해 예산이 2400억여원인 태백시는 태백관광개발공사 출자금과 지급보증액 등 2200억여원의 손해를 보게 됐다. 개발공사가 추진한 대규모 사업 하나가 삐끗하는 바람에 재정위기가 초래된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이른 시기에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오투리조트의 적자가 뻔한 상황에서 후한 값에 사려는 민간 기업은 없다. 반대로 너무 싸게 파는 것은 태백시가 꺼린다. 시는 다시 정부의 지원을 바라며 손을 내밀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태백시가 또다시 정치적인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며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고 넘어갈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방만한 경영에 제동을 걸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강원도 알펜시아리조트 스키점프대 앞에서 평창겨울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도민들의 모습. 알펜시아는 무리한 사업 시행으로 1조원이 넘는 부채를 지고 있다. 뉴시스

사례 #2
겨울아시아경기대회와 겨울올림픽 때문에 위기에 빠진 곳이 강원도다. 낙후된 지역을 살리는 길이 대규모 스포츠 행사라고 믿고 모든 것을 건 탓이다. 1999년 강원도 겨울아시안게임은 작은 대회라서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3번 도전해 끝내 유치에 성공한 겨울올림픽은 심각한 문제를 불러왔다.
강원도개발공사는 1차로 겨울올림픽에 지원했다 캐나다 밴쿠버에 밀려 떨어진 뒤인 2004년 대관령알펜시아 사업을 추진한다. 기반시설이 부족해 겨울올림픽 유치에 실패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외국 관광객을 불러들인다며 한 채에 20억원을 훌쩍 넘는 호화 골프빌리지를 300채 가까이 지은 것이 나락으로 향한 첫걸음이었다. 분양률이 10%를 밑돌며 자금 압박이 시작됐다.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빚을 갚기 위한 공사채 발행도 이어졌다. 겨울올림픽 유치에 한 차례 더 실패하면서 공사가 지연돼 공사비와 사업비는 크게 늘어났다. 개발공사 간부들이 돈을 흥청망청 쓴 것도 부실을 더했다. 지난해 말 현재 부채는 1조3천억원(344%)으로 늘었다. 오투리조트와 알펜시아리조트 탓에 강원도는 광역단체 가운데 공기업 부채비율(395%)이 가장 높다.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면 거액의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모하게 일을 벌인 측면도 많다. 월드컵축구대회, 국제육상대회, 아시안게임 등이 그런 예다. 사정이 정 어려우면 대회를 반납하겠다고 하면 된다. 국격이 실추될까봐 정부가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올 상반기 공사에 대한 감사를 벌였고, 강원개발공사 전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강원도지사를 3번 하면서 겨울올림픽을 3번 지원한 김진선 전 지사는 책임선상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을 따내며 정부 지원 약속을 얻어냈지만 워낙 부실 덩어리가 커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밀한 경제적 검토 없이 정치적 속셈으로 추진하는 무분별한 투자가 이어진데다 금융위기로 인해 세입마저 줄면서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자체 세입만으로는 공무원 월급을 주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곳도 꽤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의 존재 이유인 대민 서비스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가 51.9%에 불과하다. 세입의 절반을 중앙정부의 교부세나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부채 증가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늘어나게 되고 국가 전체의 재정 부담으로 확대되는 악순환을 부르게 된다.

지자체 부채 규모 100조원 육박

행정안전부 통계를 보면, 2010년 말 현재 244개 지방자치단체의 빚은 28조9933억원이다. 2005년 17조5천억원에서 65% 늘었다. 2010년 한해 동안에만 지방채 6조3천억원을 발행하고 2조5천억원을 갚아 부채가 2조원가량 늘어났다.
광역단체 부채가 20조4433억원, 시·군·구 부채가 8조5490억원이다. '토건공화국'이라는 말이 맞을 정도다. 도로 건설에 7조2천억원을 썼고, 지하철(3조4천억원), 문화체육시설(1조3500억원), 공단 조성(9600억원) 등에 주로 돈이 들어갔다.
지방예산 대비 채무 잔액 비율인 지방채무잔액지수는 2008년 15.7%에서 2010년 22.2%로 높아졌다. 특히 도의 경우 2007년 12%에서 42.5%로 급증해 지방채 발행이 제한될 수 있는 40% 수준을 넘어섰다.
244곳 지방정부 가운데 재정수지가 적자인 곳은 152곳이다. 적자 액수는 2조4천억원이다. 지방채무잔액지수가 50% 이상이면서 재정수지가 적자인 광역단체도 3곳이나 된다. 채무 부담이 크고 자체 세입 비율이 낮아 재정 위험을 스스로 극복할 능력이 부족한 광역단체는 5곳에 이른다.
자치단체 채무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지방공기업 채무다. 2005년 23조5천억원이던 공기업 부채는 지난해 67조6천억원으로 급증했다. 여기저기 땅을 파헤치고 건설에 매진해온 도시개발공사가 주범이다. 전국에 모두 385개 지방공기업이 있다. 이 중 전국 16개 광역 자치단체 도시개발공사 부채가 40조8천억원으로 전체의 60.3%를 차지한다. 그중에서 수도권인 서울·경기·인천 3곳의 도시개발공사 부채가 31조9800억원으로 전체 도시개발공사 부채의 78%에 이른다. 16개 도시개발공사 부채는 2005년 5조9천억원에서 6년 동안 7배로 증가했다.
지난해 지방공기업 가운데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한 곳은 70개에 이른다. 전체 5분의 1 수준이다. 또 적자 공기업은 175개며, 적자 규모는 1조9천억원이다. 지방공사 55개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24개다.
삼성경제연구원은 지난 6년간 늘어난 공기업 부채를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2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부채의 절대 규모도 중요하지만 부채가 단기간에 급격히 증가해 유동성을 압박하고 지방 세입·세출 여건을 동시에 악화시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중앙정부는 되도록 권한을 움켜쥔 채 지방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지자체는 재정 압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당장 지역주민들의 표를 모으는 데 유리한 선심성 정책을 선호한다. 이 두 가지가 순환하며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 '아직은 믿고 맡기기 어렵다'는 중앙정부 주장과 '믿고 맡긴 뒤에 평가를 하자'는 지방정부 주장이 팽팽하다. 지자체들은 돈이 부족하니 장기적인 정책을 펴지 못하고 표피적이고 단기에 효과가 있는 정책에 치우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조세수입의 약 80%는 중앙정부의 몫이고, 지방이 나머지 20%를 가져간다. 반면 재정지출은 중앙이 42.8%, 지방이 42.2%로 비슷하다. 불균형이 생긴다. 지방정부는 지방세와 세외수입으로 57%를 충당하고 중앙정부에서 받는 교부세 등으로 나머지를 채운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해 51.9%까지 떨어졌다.
특히 중앙정부가 맡아오다가 지방으로 위임한 사회복지사업이 늘어나면서 지자체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자체 전체 예산에서 사회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13.3%에서 2010년 20.7%까지 늘었다. 업무는 넘겨받았지만 복지사업비는 다 받지 못했다. 지자체의 복지사업비 중 국비와 지방비 분담 비율은 2004년 47 대 53에서 2010년에는 32 대 68로 바뀌었다.
올해 전면 도입한 영·유아 무상보육은 지방재정에 더욱 그늘을 드리웠다. 지난 5월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공동회장단 회의를 열고 만 0∼2살 무상보육에 따른 지방비 부담액 8천억원을 전액 국비로 지원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방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분담률이 크게 늘어난 것도 지방재정을 악화시킨 요인이다.
선거를 의식한 단체장들이 경쟁적으로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경전철·고속도로 등 민자사업을 하면서 과도하게 운영수입을 보장하는 등 낭비적 요소도 많았다. 수요를 부풀려 사업을 시행했다가 적자가 나자 세금으로 민자 업체의 적자를 보전해줬기 때문이다.

위/오는 10월 준공 예정인 서울시 새 청사의 모습. 아래/송영길 인천시장(가운데) 등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영·유아 무상보육과 관련해 지방의 부담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지방세 비중 늘려 재정자립도 높여야"

아직도 전시성·이벤트성 박람회, 엑스포, 국제 스포츠 행사, 지역축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은 지자체장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가장 좋을 뿐만 아니라 정부 예산으로 기반시설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단체장들이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지자체장들은 또 조그만 지역축제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전국에 1천여 개 지역축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 아니다. 오는 10월 준공 예정인 서울시 신청사를 비롯해 지자체의 호화 청사 신축은 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
문제가 된 지방에서는 공무원의 임금과 수당을 삭감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이겠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제야 자구책을 취하는 것을 보면 뒷북을 치는 느낌이다. 지방자치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기저기서 재정이 바닥났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행안부도 뾰족한 수는 없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 대해 투자 심사를 강화하고 사후 감사를 통해 예산을 제대로 집행했는지 점검하는 것 정도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단기적으로는 복지보조금 국고보조율을 인상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세입과 세출 관리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부가세 중 지방소비세율 인상을 통한 지방세수 증대 △지역에 특화된 산업과 서비스 육성 등 지방 세원·수입 발굴 △'지방재정 위기관리 및 건전화 촉진법'(가칭)을 제정해 위기 단계별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위기 상황 도달시 철저한 자구 노력과 재정 회생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강병규 한국지방세연구원장은 "지방자치의 본래 의미인 자율과 책임을 살리기 위해 지방세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를 높여야 한다"며 "중앙정부는 방만경영 등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엄격하게 책임을 물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자체 파산제 도입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학준  부편집장 kimhj@hani.co.kr

2012년 8월 27일 월요일

신용불량자 1년 새 24%나 급증 ‘불황의 늪’ 깊어간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8-26일자 기사 '신용불량자 1년 새 24%나 급증 ‘불황의 늪’ 깊어간다'를 퍼왔습니다.

ㆍ늘어난 가계 빚과 맞물려… 신용 최하위 등급도 금융위기 이후 최고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1년 새 크게 증가했다. 신용도 최하위 등급인 10등급 비중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26일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3개월 이상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한 신용불량(채무불이행) 신규발생지수는 지난 3월 기준 20.80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16.83에 비해 1년 새 23.6% 높아진 것이다.

신용불량 신규발생지수는 매월 새로 발생하는 신용불량자를 나이스신용평가정보가 지수화한 것으로 지수가 높을수록 신용불량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신용불량자는 금융기관 대출을 비롯해 신용카드 사용, 할부금융 등에서 골고루 늘어났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운 신용도 최하위 등급(10등급)의 비중 역시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집계한 10등급은 지난 5월 말 기준 40만5000명이다. 2010년 말 33만3000명과 비교해 전체 등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84%에서 1.00%로 늘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10등급 비중이 가장 높았던 2009년 말(1.21%·45만8000명)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나이스신용평가정보는 “개인 신용등급별 불량률(연체율)에서 10등급의 불량률도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불량률은 3개월 이상 연체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연체자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발생한 10등급 불량률은 전체 10등급자 가운데 33.52%였다. 지난 3월 기준은 32.30%, 지난해 말은 30.91%로 늘어나는 추세다. 

신용불량자 급증은 경기침체와 맞물려 있다. 경기 상황이 호전되지 못해 돈벌이가 막막해진 서민층의 빚은 점점 늘어나고, 이자를 갚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연체율이 증가하는 것이다. 

불안해진 고용시장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규직보다 임시·일용직과 생계형 자영업자가 늘어나고 있어 실질소득이 점차 줄어드는 데다 소득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5월 말 0.97%로 전달보다 0.08%포인트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가계의 신용대출 연체율도 1.21%로 전월 대비 0.13%포인트 상승했다. 서민층이 이용하는 햇살론의 최근 연체율은 7% 안팎이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5월 말 기준 은행권의 집단대출 연체율도 1.71%를 기록했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조사실장은 “경기가 안 좋아지면 소득구조상 저소득층의 피해가 가장 크다”면서 “금융기관의 대출이 더욱 엄격해지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이 고금리 대출과 사채시장에서 생활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신용불량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egghee@kyunghyang.com

2012년 7월 8일 일요일

MB가 숨겨놓은 국가부채 폭탄


이글은 한겨레21 2012-0709일자 제918호 기사 'MB가 숨겨놓은 국가부채 폭탄'을 퍼왔습니다.
[특집1] MB 정부, 성장 집착해 대형 국책사업과 감세정책 밀어붙여 실질 국가채무 비율 75%로 증가… 국가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 공공기관 돈 마구 끌어써 중앙 공공기관 부채 2007년 249조원에서 2011년 463조원


» 지난 1월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열린 고용 및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김황식 국무총리(왼쪽),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함께 브리핑을 듣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공공기관이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가채무 300조원 유지’.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집권하며 잡은 목표다. 이는 노무현 정부 말기의 국가부채 규모와 같다. 자신의 임기 내 빚을 한 푼도 늘리지 않고 다음 정부에 건전한 재정을 물려주겠다는 게 이명박 정부의 야심찬 계획이었다.
이 약속은 취임 첫해부터 깨졌다. 국가채무는 한 해도 쉬지 않고 늘어나 지난해 420조원을 넘어섰다. 공기업 등 다른 공공부문의 빚은 이보다 많다. 급증하는 민간부문의 빚을 어느 정도 흡수해온 공공부문마저 위험수위에 다다르면서, 막대한 빚의 무게는 온 나라를 강하게 내리누르고 있다.

지자체 빚, 2007년 18조원에서 2010년 28조원

일단 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중앙정부부터 빚이 많다. 중앙정부의 빚은 지난해 말 기준 402조8천억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32.6% 수준이다. 집권 첫해인 2008년에만 해도 중앙정부 빚은 297조9천억원(GDP 대비 29.1%)에 그쳤지만 3년 만에 35%나 급증했다. 그나마 이는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다. 올해 국가회계에 새로 적용된 회계기준에 따르면 앞으로 공무원이나 군인연금 수급자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충당부채’까지 사실상 국가부채로 잡으면 빚은 774조원으로 뛰어오른다.
현 정부 들어 빚이 급증한 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이 컸다. 작은 정부를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는 취임 이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터지자 곧바로 재정지출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급격히 냉각되는 부동산 등 실물경기를 띄우려고 2009년에만 17조9천억원의 예산을 추가 편성하는 등 돈을 대거 풀어 대형 국책사업을 벌였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만 22조원이 들어갔고, 보금자리주택사업은 정확한 사업비를 추정할 수 없을 정도다. 경기 활성화를 명목으로 대규모 감세도 있었다. 정부는 기업 투자 등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2008년 법인세·소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주요 세율을 대폭 낮췄다. 재정지출이 늘어난 상황에서 세수까지 줄어들자 재정 적자가 쌓였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4년 동안 누적된 재정 적자만 81조4천억원에 이른다. 황성현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재정 수요가 가만히 있어도 늘어나는 상황이었는데 거꾸로 조세부담률을 낮췄다”며 “우파 정부니까 무작정 세금을 깎았다가 복지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빚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지방정부의 빚이 늘어난 것도 중앙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동안 중앙정부의 통제로 대규모 사업을 참아왔던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에 편승해 철도·대교·도로 등 대규모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에 나섰다. 여기에 더해 지방정부들은 토지를 개발한 뒤 민간에 매각해 차익을 남기는 부동산 투자에도 열을 올렸다. 기준금리가 연 2.0%로 내려간 덕에 지자체들은 마음 놓고 지방채를 발행하고, 도시개발공사 등 지방공기업에 빚도 얻게 했다. 그러다 얼마 못 가 지방 부동산 경기가 고꾸라져 지자체는 빚더미에 앉게 됐다. 그 결과 지자체의 빚은 2007년 18조2천억원에서 2010년 28조5천억원으로, 지방공기업의 빚은 같은 기간 41조3천억원에서 62조9천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인천시는 2009년부터 지방채를 발행해 아시안게임 경기장, 도시철도 건설 등 대형 사업에 무리하게 착수했다. 결국 10조원에 가까운 빚을 지고 파산 직전에까지 몰렸다. 서정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자 빚을 내 개발한 토지는 팔리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취득세 등 주요 재원은 줄었다”며 “여기에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복지사업 예산은 급증해 지방 재정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기획재정부 장관

그나마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공공기관 부채가 이미 정부부채 규모를 뛰어넘었다. 286개 중앙 공공기관의 빚은 2007년 249조3천억원에서 지난해 463조5천억원까지 급증했다. 이명박 정부가 주요 국책사업을 벌일 때마다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찾듯 공공기관에서 돈을 끌어다 쓴 탓이다. 공공기관들은 ‘낙하산 사장’을 통해 정부가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 예컨대 한국수자원공사는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비를 대려고 8조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 과정에서 2007년 1조5800억원이던 수자원공사의 빚(부채비율 17%)은 지난해 12조5800억원(116%)로 8배 늘었다. 이 밖에도 정부의 돈이 들어가야 하는 사업에는 어김없이 공기업이 동원됐다. 이명박 정부가 무리하게 보금자리주택 건설사업을 밀어붙인 탓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해에만 빚이 9조원 늘었고, 부실 저축은행 뒤처리를 맡은 예금보험공사도 부채에 13조원이 추가됐다. 한국전력공사·한국가스공사 등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가격이 묶여 지난해에만 수조원씩 빚을 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이런 부채는 국가 재무제표에 잡히지 않는다. 연강흠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정부는 공기업의 부채를 편법으로 동원해 주요 사업을 벌이고, 위기 관리를 맡겼다. 이 과정에서 공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부채는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문 곳곳에 빚이 쌓이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여유롭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2일 취임 1돌을 맞아 언론과 인터뷰하며 “재정건전성 향상 노력이 신용등급 전망의 상향이라는 국제적인 평가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정부는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다른 나라의 처지를 가리킨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이 계산한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보면 한국은 34.1%로 일본(229.8%), 미국(102.9%), 그리스(160.8%)에 비해 월등하게 낮다. 그러나 IMF가 집계한 국가채무에는 사실상 정부 영역인 공공기관의 빚이 모두 빠져 있다. 공공기관은 다른 국가에도 있지만 한국처럼 많지는 않다. 우리나라에는 700개를 넘을 정도로 공공기관이 많을뿐더러, 이들이 직접적으로 정부의 정책 기능을 대리하고 있어 사실상 정부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700여 개 중앙·지방 공공기관과 중앙·지방 정부가 진 부채를 모두 더하면 938조1천억원으로 불어난다. 그러면 국가채무 비율이 75%까지 뛰어오른다. 유럽 재정위기의 한복판에 있는 스페인(68.5%)보다 수치가 높다. 통계의 마술이 가린 실상이다.

부동산 거품, 고령화와 결합하면?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에서는 ‘부채경제의 저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는 민간과 공공 부문이 빚을 번갈아가며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간과 공공 부문의 빚이 이미 급증한 상태에서 부동산 거품까지 완전히 꺼진다면 재정은 급속도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 선대인경제전략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은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꺼져 엄청난 토건정책을 썼다. 여기에 급격한 고령화까지 맞이해 지자체는 파산하고 국가는 엄청난 빚을 지게 됐다”며 “한국은 아직 부동산 거품이 남아 있는데다 고령화도 제대로 준비가 안 돼 있는 등 재정 수요가 많아 위태롭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곳곳에 빚이 쌓이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여유롭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2일 취임 1돌을 맞아 언론과 인터뷰하며 “재정건전성 향상 노력이 신용등급 전망의 상향이라는 국제적인 평가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2012년 7월 3일 화요일

대출 원금 밑도는 집 속출… 은행들 원금 회수 ‘전전긍긍’


이글은 경향신문 2012-07-02일자 기사 '대출 원금 밑도는 집 속출… 은행들 원금 회수 ‘전전긍긍’'을 퍼왔습니다.

ㆍ서울·수도권 ‘깡통 아파트’ 비상

“인천 송도·청라·영종신도시에는 집값이 분양가보다 떨어진 곳이 수두룩해요. 그나마 송도는 소득수준이 높은 편이어서 괜찮은데도 연체규모나 연체율이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집값이 더 떨어지고, 자기가 살던 집마저 팔리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은행대출을 늘리려 할 텐데…. 은행 입장에서는 위험한 대출이 늘어나는 겁니다.”

지난달 28일 찾은 송도의 시중은행 대출창구에서 만난 ㄱ차장은 “집값이 떨어지는데, 중도금 납입 부담이 남아 있는 입주자들이 많아 앞으로 부실 대출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09년 6억원을 대출받아 9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한 모 변호사도 집값은 떨어지고 매매는 되지 않아 연체가 발생했다”면서 “결국 집을 경매로 처분했지만 대출 원금도 회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소득자라도 예외일 수 없고, 은행이라고 손해를 안 볼 수 없다는 얘기였다.

인근 다른 시중은행 대출창구 직원 ㄴ씨 역시 “부동산이 침체되고 있지만 주택담보 대출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담보가치만 보고 대출을 해줘도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원금상환 능력 등도 점검해 대출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급매물 쏟아져도 매매는 없어 인천 운서동 영종신도시 아파트단지 주변 중개업소에는 최근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2009년 분양된 한 아파트는 당시 3억4000만원에 분양됐으나 최근 시세가 2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 홍도은 기자 hongdo@kyunghyang.com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집값이 대출 원금에도 못 미치는 ‘쪽박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은행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원칙적으로 떨어진 집값만큼 시세를 조정해 일부 대출을 회수하면 된다. 그러나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원금을 회수했다가는 오히려 부실을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60%선까지 대출 규모를 규제해 놨기 때문에 부동산발 금융위기는 없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곳의 사정은 달랐다. 특히 인천 송도·영종·청라, 경기 한강신도시 등 집값이 급락하는 곳에서는 LTV가 이미 든든한 안전판으로 보이지 않았다.

같은 날 송도신도시의 ㄷ중개업소를 찾았다. 중개업자 ㄹ씨는 “2009년만 해도 32평형 송도 아파트 시세가 7억원까지 갔지만 지금 매물 시세는 3억3000만~3억4000만원선”이라면서 “최고점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보다 떨어져 그만큼 돈을 물고서라도 집을 팔려고 하지만 매수세는 뚝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송도신도시에서 인천대교를 건너면 만나는 영종 하늘신도시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입주도 하기 전에 집값이 폭락해 계약자들이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고 일부는 소송을 내 입주를 거부하기도 했다. 2009년 집값 거품이 막바지였을 무렵 분양된 아파트들의 입주가 다가오면서 집값은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곳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 ㅁ씨는 “지금은 계약금 포기는 기본이고, 1500만~2000만원을 더 얹어줘야 분양권을 팔 수 있다”며 “3억4000만원에 분양된 ㅂ아파트 시세가 2억80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대출이자 압박을 못 이긴 집주인들이 급매물로 아파트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매수세가 없다 보니 결국 경매로까지 넘어갈 위험이 높아졌다. 이미 영종·송도의 경매 물건은 늘고, 낙찰가는 떨어지고 있다.

영종어울림2차 아파트는 인천 영종지구에서 입주 3년이 채 안된 새 아파트지만 전용 148㎡ 3가구가 이달 세 번째 경매에 부쳐진다. 이미 두 차례 유찰되면서 감정가 6억원이었던 이 아파트는 2억9400만원까지 최저입찰가가 하락했다. 집값의 50%까지 대출받았다면 이미 입찰가가 대출원금 아래로 떨어진 셈이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의 자료를 보면, 영종 하늘신도시는 2009년 15건에서 2011년 120건으로 8배, 송도신도시는 같은 기간 29건에서 95건으로 경매 물건이 3배 가까이 늘었다. 올 들어서는 영종·송도의 경매 물건이 지난 5월까지 111건으로 지난해 물건 수 215건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영종지구의 평균 낙찰가율은 2009년 81.4%에서 올 들어 57.4%까지 하락했다. 송도도 같은 기간 77.2%에서 71.1%로 떨어졌다. LTV 마지노선을 위협하는 것이다. 결국 주택가격 하락→경매 물건 증가→금융 채권회수 비율 하락→금융시스템 위기라는 시나리오는 시간문제인 셈이다.

대형 시중은행 인천본부 관계자는 “올해 아파트담보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도 큰 상황에서 대출 회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매 처리해 손실을 줄여나가야 하는데 주택가격이 추가로 침체된다면 손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폭락하는 사태가 확산되면서 금융기관의 부실뿐 아니라 실물경기 침체 가속, 세입자의 보증금 불안 등 동시다발적 충격에 휩싸일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parkjh@kyunghyang.com

2012년 6월 10일 일요일

스페인, 결국 구제금융 신청. 최대 1천억유로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6-10일자 기사 '스페인, 결국 구제금융 신청. 최대 1천억유로'를 퍼왔습니다.
유럽 재정 건전국가 자랑하다가 부동산거품 터지면서 폭삭

스페인이 결국 자존심을 꺾고 유로존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이로써 유로존에서 4번째로 덩치가 큰 스페인도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유럽 재정위기 발발후 유럽에서 네번째로 구제금융을 받는 국가가 됐다.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은 9일 오후(현지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스페인 은행권 회생을 위한 구제금융을 유로존 국가들에 신청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귄도스 장관의 발표는 스페인 구제금융을 위해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두시간동안 긴급 화상회의를 연 직후 이뤄졌다.

스페인에게 유로안정화기구(ESM)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통해 지원될 구제금융의 규모는 최대 1천억유로(146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귄도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구제금융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화상회의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유럽 구제 메커니즘들을 통해 최대 1천억유로가 제공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

IMF는 스페인 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려면 최소한 400억유로(58조5천억원)의 신규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지만, 시장에서는 600억유로(87조8천억원)에서 최대 1천억유로(146조원)는 돼야 어느 정도 신뢰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 등 일각에서는 그러나 1천억유로로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 부족하다면서 2천억유로(292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JP모건은 향후 수년간 부돟산거품 파열이 계속되면서 스페인 은행에는 최대 4천억유로의 구제금융 투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귄도스 장관은 이처럼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도 구제금융이 은행 부문에만 적용될 것이며 따라서 다른 일반 경제를 위한 별도의 긴축정책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은 은행권 예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는 뱅크런 사태가 나타나면서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졌으나, 구제금융을 받을 경우 강도높은 긴축을 강요받을까봐 이를 거부해왔다. 스페인은 특히 유럽연합에 자국 은행권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면서도 정부가 구제금융을 받아 지원하는 방식 대신에, 유럽연합이 직접 은행들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을 편법적으로 요구해왔다.

이렇게 편법을 쓰면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외형상 국가채무가 늘어나지 않고 강도높은 긴축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은 강력한 긴축은 면해 주더라도 유럽연합 규정을 깨는 편법은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대, 결국 스페인이 고집을 꺾고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른 것이다.

특히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가 지난 7일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3단계나 강등하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압박하면서 결국 스페인은 백기항복을 하기에 이르렀다.

2008년말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재정건전성 등이 우량한 국가로 꼽혔던 스페인이 미국발 쇼크로 부동산거품이 파열되면서 금융과 재정 건전성이 급속 악화, 결국 국제사회에 손을 벌려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된 셈이다. 스페인은 중산층의 3할이 2채 이상의 집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전국민이 유럽연합 출범후 유입된 저리의 자금을 빌려 부동산투기로 흥청망청하다가, 지금에 와선 청년층의 50%, 전국민의 25%가 실업자가 될 정도로 심각한 국가적 파산 위기를 자초했다.

박태견 기자

2012년 5월 27일 일요일

국유화나 민영화는 ‘나라 살림 계획’ 도구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28 제912호 기사 '국유화나 민영화는 ‘나라 살림 계획’ 도구'를 퍼왔습니다.
 [홍기빈의 W 경제] 국유화와 민영화 어느 한쪽만 신비화해 지상명령으로 여긴 20세기 양분법 국민 위한 나라 살림 안배하는 방편으로 국유화·사유화 탄력적 운용해야

» ‘맥쿼리인프라펀드’는 메트로 9호선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중요한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와 경기도 과천시를 잇는 우면산터널은 그 가운데 하나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메트로 9호선 요금 인상 사건을 계기로 온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킨 ‘맥쿼리인프라펀드’는 메트로 9호선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중요한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투자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게다가 그 자산의 성격 또한 연리 15%, 어떤 곳에서는 무려 20%에 달하는 후순위채권이라는 점도 드러났다. 상식적으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 사업체들이 어째서 그렇게 높은 수익률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한단 말인가. 후순위채권의 수익률이 높은 것은 기업의 파산시 채무 변제의 순서가 일반 채권보다 뒤로 밀린다는 것인데,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에서 수익을 보장하게 돼 있는 이 사업체들이 파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SOC 볼모로 시민들에게서 돈 뜯어가
이렇게 단순한 상식만으로는 이 경우를 설명하기 힘들다. 이는 ‘민간 주도 투자’(PFI·Private Finance Initiative)라는 금융 행위의 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 영국의 존 메이저 총리가 집권한 뒤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에 마구잡이로 행해졌던 공공부문의 사유화도 일정한 변화를 겪는다. 무작정 사기업에 넘겨주는 대신, 사업의 성격과 종류에 따라 소유·경영·통제 등 여러 부문에서 민관이 다양한 형태로 협력하는 쪽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때 큰 규모의 사회 인프라 사업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나타난 것이 이 ‘민간 주도 투자’다. 사업의 시간적 길이가 길고 동원되는 자금의 크기가 크기 때문에 하나가 아닌 여러 투자자들과 사기업이 하나의 컨소시엄을 만들고 그 안에서 각자의 수익과 리스크를 다양한 형태로 분배하는 것이며, 여기에 복잡한 금융공학과 금융상품들이 동원될 때가 많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잘 이해되지 않는 연리 20%의 후순위채권도 이런 컨소시엄 내부에서의 수익·리스크 배분의 결과물로 나타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연유가 어찌됐든, 한국의 여러 사회 인프라 기업체들은 이런 투자자들에게 매년 15~20%의 이자를 꼬박꼬박 물어야 하며 그 때문에 실제로 기업 경영 부실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궁극적으로 메꾸어야 하는 재원은 공공의 세금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름을 어떻게 붙이고 중간 과정이 어떠하든, 민간투자자들이 사회간접시설을 잡고서 시민들에게서 일정한 수익을 거두어간다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
이제 우리는 ‘공공부문의 개혁은 시장부문으로 넘기는 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에 근본적인 의문을 표할 때가 됐다. 근시안적이고 승진에만 관심 있으며 게으르고 부패하기까지 한 관료들이 감독하는 공공부문은, 그 사업을 자기 이익으로 받아들이는 소유권자도 없고 또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의 동기부여도 없으므로 항상 비효율적이고 방만하게 돼 있다. 따라서 이런 사업들을 어떤 형태로든 시장 기구의 작동 원리에 따라 돌아갈 수 있도록 사기업으로 돌리거나 최대한 시장경제의 ‘이니셔티브’가 반영될 수 있도록 고쳐야만 한다는 것이 1970년대 말 이래 약 30년 동안 하나의 공리·공준처럼 자리잡아왔다. 실제 1970년대 말 선진 자본주의 각국의 경제 사정을 보면 공공부문은 숱한 문제를 노정하고 있었고 그 개혁 또한 미룰 수 없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사유화나 민영화 등이 그 화끈한 대답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목적과 수단의 전도가 벌어졌다. 공공서비스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이유에서 대두된 민영화·사유화가 어느새 그 자체로 추구해야 할 하나의 절대적 지상명령처럼 돼버린 것이다. 요컨대 ‘정부는 악하고 시장은 선하다’는 것이다.
국유화-사유화 비가역적 아냐
하지만 지난 몇십 년간 세계 도처에서 벌어진 공공부문 민영화와 사유화의 경험은 사태가 이렇게 단순한 일도양단으로 풀리는 게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경쟁은커녕 독점기업의 손으로 넘어간 공공사업들은 대량 해고와 서비스 질의 저하 문제를 낳다가 결국 가격 앙등이라는 결말로 이어지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소스타인 베블런이 그의 저서 에서 갈파한 대로, 현대의 기업들은 생산 자체를 목표로 하는 ‘산업’ 조직이라기보다는 생산 시설을 볼모로 잡고서 사회로부터 이윤이라는 이름으로 몸값을 뜯어내는 ‘영리’(business) 조직일 뿐이다. 영리 조직은 그런 특징 때문에 여러 장점과 단점, 위대함과 추악함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그 여러 측면은 공공 부문을 넘겨받아 운영할 때도 그대로 드러나왔다. 30년 전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정부와 공공부문의 축소를 주장하며 “정부는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정부 자체가 문제니까요”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제 가지가지 형태의 민영화와 사유화를 30년간 경험해온 지구적 경제 곳곳에서는 그 반대로 ‘시장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시장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터져나오고 있다.
경제체제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로 간단히 둘로 나누는 20세기 이데올로기의 양분법은 여러 좋지 않은 사고의 관성을 남겼다. 그중 하나가 산업사회의 경제활동을 조직하는 방법으로 오로지 ‘국가’와 ‘시장’ 두 가지만 상상하는 고정관념이다. 더욱 나쁜 것은, 그 두 가지 방법 하나하나를 절대선으로 보아 숭배하거나 절대악으로 보아 척결하려는 이데올로기적 가치판단과 섞어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자칭 ‘사회주의자’들에게는 사적 소유에 기반해 개인의 이기심으로 조직되는 시장경제는 그 자체가 악이요, 자칭 ‘자유시장주의자’들은 그 반대다.
그 바람에 가장 본질적인 원리 하나가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스웨덴 사회민주주의 경제체제의 건설 과정에서 반복되던 핵심 원리인 ‘나라 살림의 계획’(planhush?lling), 즉 집안 살림(hush?lling)을 돌보는 것과 같은 차원에서 국민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나라 살림이 이루어지도록 조정·안배한다는 원리가 그것이다. 공공서비스의 제공을 국가와 공기업이 맡을 것인가, 민간기업이 맡을 것인가는 그 ‘나라 살림의 계획’이라는 판단 기준에서 볼 때 어느 쪽이 더 적합하고 효율적인가로 결정할 일이다. 그리고 해보다가 산업 및 사회의 상태와 구조가 바뀌게 되면 얼마든지 또 반대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다. 요컨대 국유화든 민영화·사유화든 절대 비가역적인 것이 될 이유가 없다. 필요와 상황에 따라 국유화했던 은행을 사유화하거나 민영화했던 공공사업을 다시 국유화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고 필연적인 일이다. 국유화나 민영화·사유화 어느 한쪽을 신비화해 무슨 천륜이나 인간의 도리쯤으로 우겨대는 일은 21세기에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생각의 전환을 요구
그다음에 물어보자. 과연 우리가 하고 있는 무수한 ‘민자 유치’ 사업은 별문제가 없는가? KTX는 민영화가 답인가? 의료와 교육 서비스는 ‘영리화’가 해법인가? 어린이집은 지금처럼 사설 위주로 가는 게 옳은가? 은행은 모두 일반 기업처럼 외국 자본이든 국내 자본이든 맘대로 매입해 멋대로 운영하도록 내버려두는 게 옳은가? 각종 보험은 민간 보험회사의 사업 기회 확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 ‘나라 살림의 계획’에 부합되는 일인가? 2008년 이후의 세계 자본주의의 전환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2012년 5월 25일 금요일

"최악의 공황이 온다…우린 정말 재수 없는 세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24일자 기사 '"최악의 공황이 온다…우린 정말 재수 없는 세대"'를 퍼왔습니다.
[강연] 정승일, '한국 경제와 복지국가' 강좌에서 김상조 등 정면 비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이종태 (시사IN) 기자와 함께 를 쓴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이 김상조 한성대 교수를 비롯한 경제 민주화론자들을 다시 정면 비판했다. 최근 에서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저자들과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이병천 강원대 교수 등의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23일 저녁 '세계 금융 위기, 왜 발생했고 왜 계속되는가'라는 주제로 서울 마포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교육실에서 강연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서 주최하는 연속 강좌 '한국 경제와 복지국가' 중 첫 번째 강연이었다.

이날 정 연구위원은 1929년에 시작된 대공황, 1997년 말 한국을 강타한 외환위기, 그리고 최근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그리스 문제 등을 비교하며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인류가 경험한 가장 큰 경제 위기는 대공황이며, 그 후 최악(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정말 재수 없는 세대"라고 말했다.

이번 위기에 대해 정 연구위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제 2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정 연구위원은 "대공황이 시작된 건 1929년이지만, 본격적으로 전개된 건 (그로부터 4년 후인) 1933년"이라며 지금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타격을 입었던 세계 경제가 안정되는 듯하다가, 최근 그리스 문제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다시 출렁이는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그리스 사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든 아니면 유로존에서 탈퇴하든 반드시 크게 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정 연구위원은 그리스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까지 흔들리는 상황을 우려했다. 1997년 타이부터 한국까지 연달아 무너지며 동아시아 금융 위기가 발생한 것처럼, 유럽에서도 만약 이탈리아와 스페인까지 그리스 같은 상황이 된다면 큰일이 터질 것이라는 말이다.

정 연구위원은 "쓸데없이 공무원이 많고 복지가 과다하고, 그래서 망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그리스를 비난하는 여론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이야기를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며 "이것은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그리스 국채를 사지 말라고 이야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리스를 도와줘야 한다는 건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같은 비상시국에서는 독일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단 그리스의 불부터 꺼주고, 그 다음에 장기적으로 구조 개혁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 정 연구위원의 판단이다.


 ▲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 ⓒ프레시안(최형락)

"외환위기 책임, 재벌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이와 관련, 정 연구위원은 1990년대 한국의 경험을 반추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미국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가 국제통화기금을 비판했다. 삭스는 개발도상국을 위해 일하는 진보적인 학자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자다. 그런 삭스조차 금융자본주의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당시 삭스는 국제통화기금을 향해 '너희가 해야 할 건 불난 집에 가서 불이야라고 외치는 게 아니라 소방수 역할이다'라고 비판했다. 극장에서 불이 났을 때 조용히, 차분하게 끄는 게 아니라 불이야라고 소리부터 지르면 수백 명이 압사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1997년에도 국제통화기금 뒤에 있는 미국이 조용히 400억 달러를 한국 정부에 꿔줬으면 (외환위기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정 연구위원은 "(역사적으로) 금융 위기의 패턴은 같다"고 진단했다. 금융 시장을 대폭 개방하면 흥청망청 달러 자금이 들어오고 그 결과 거품이 생기는 식이라는 것이다.

"박정희는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하면서 첫 번째로 은행을 국유화했다. 대통령 산하 은행을 만든 것이다. 그러다 김영삼 정부 들어 은행이 본격적으로 민영화됐다. (…) 김영삼 정부는 외환시장에 대한 통제를 풀어버렸다. 그러자 한국의 은행들이 뉴욕이나 런던에 지점을 만들고 외국에서 (대규모로) 돈을 꿔오기 시작했다. 박정희 때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은행들은 그때 봉이 김선달 식으로 장사를 했다. 외국에서 싸게(금리 3퍼센트 수준) 돈을 꿔서 한국에서 높은 금리(대출 금리 10%대)로 빌려줬다. 은행뿐만 아니라 종합금융사들도 그렇게 했다. 그 결과 외채가 급증했다. 김영삼 정부 초기에 400억 달러 수준이던 것이 말기에는 14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 중 400억 달러를 막지 못하면서 국가 부도가 난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이 대목에서 "외환위기의 원인은 금융 시장을 마구 개방한 것이며, 그 책임을 재벌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IMF 위기가 터진 후 재벌의 탐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삼성, 대우 등 재벌들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때문에 금융 위기가 터진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이게 바로 자유주의 경제학이다. 탐욕의 과잉을 하느님, 즉 보이지 않는 손인 시장이 처벌한 것이라고 보는 방식이다. 그런데 (IMF 위기가) 재벌의 탐욕이 넘쳐서, 혹은 관료가 정경유착을 해서였다면 이승만, 박정희 때는 왜 안 터졌나."

정 연구위원은 "요즘 그리스에 대해 복지 과잉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듯이, IMF 위기 때 한국에서는 복지가 없었으니 재벌과 관료의 탐욕을 비난했던 것"이라며 경제 문제를 도덕 이론으로 설명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금융 위기를 막으려면 "보이지 않는 손이 아니라 보이는 주먹, 즉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정부 개입에 부정적인 주류경제학자들을 비판했다. 아울러 금융 시장에 대한 통제,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규제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정희 정권 때) 은행들의 외환 도입을 통제하던 경제기획원이 (김영삼 정부 출범 후) 없어졌다. 그 후 해외에서 돈을 꿔오는 걸 아무도 관리하지 않았다. 100퍼센트 확신한다. 만약 김영삼 정부가 '세계화', '박정희 체제 타도'라는 명분으로 경제기획원을 없애지 않았다면,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지 않고 금융시장도 (대폭) 열지 않았다면 1997년에 외환위기가 터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 연구위원은 "(한국이) 박정희 때로 돌아가면 안 되지만, 그 시기에 잘했던 요소들은채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체제를 연상시키는 것들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말자는 것이다.

경제 민주화론자들 비판…"이게 무슨 진보인가"

정 연구위원은 1997년 외환위기의 경험을 돌아보며 경제 민주화론자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연구위원은 김상조 교수,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등 "정운찬의 제자들"을 거명하며 정면으로 비판했다.

"외환위기가 터진 후 한국 정부는 자본을 투입해 은행을 사실상 국유화했다. 박정희 때로 돌아간 것이다. 이때 경실련과 참여연대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은행 국유화에 반대했다. 진보 쪽이 원하는 게 관치경제를 철폐하고 박정희 체제를 없애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은행 국유화를 빨리 해소하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당시 정부가 어디에 은행을 팔 수 있었겠나. 그래서 해외 매각을 하게 된 것이다. 막강했던 그 시민단체들은 매각 과정에서 노코멘트(No comment)를 했다. 한 번도 비판한 적이 없다. 이게 무슨 진보인가.

당시 대우도 전체가 국유화됐다. 즉 산업은행 소유가 됐다. 그런데 이걸 매각할 곳이국내에는 없었다. 그래서 외국에 판 것이다. 대우자동차는 헐값에 GM에 넘어가지 않았나. 쌍용자동차도 중국에 팔리고, 그래서 22명이 숨지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런 걸 가지고 요즘에 경제 민주화 이야기하는 분들이 '쌍용차 봐라. 재벌 때문에 저런 것이다. 그러니 경제 민주화를 해야 한다'라고 하는데, 난 당신들이야말로 쌍용차를 저렇게 만든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에 터진 '카드 대란'과 관련해서도 정 연구위원은 경제 민주화론자들을 거세게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는 처음에 (카드사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으려 하다가 나중에 투입했다. 그냥 놔두면 (카드사는 물론) 은행까지 파산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이걸 갖고 (지금의 경제 민주화론자들은) '시장 원리에 어긋나게 왜 카드사들을 살려주느냐. 이건 재벌 도와주기 아니면 관치금융이다'라고 비판했다.

상식에 어긋나는 이야기다. 왜 정부가 불을 끄는 것도 못 하게 하나. 대공황이 터졌을 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폭풍은 사라지고 불황은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폭풍우는 언젠가 끝날 테니 가만히 있자는 이야기였다. 경제 민주화론자들도 이와 마찬가지다. 이럴 거면 경제학자들이 왜 존재하나. 어떻게 하면 폭풍우를 뚫고 갈 것인지 길을 찾아야 할 것 아닌가."

'한국 경제와 복지국가' 두 번째 강좌는 '금융자본주의와 주주자본주의, 왜 문제인가'(강사 이종태)라는 주제로 30일에 열린다.


 /김덕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