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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20일 월요일

국민 98% “계층상승 어려워질 것”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8-19일자 기사 '국민 98% “계층상승 어려워질 것”'을 퍼왔습니다.


양극화·부채·좋은 일자리 부족탓

국민 100명 가운데 98명꼴로 ‘앞으로 계층 상승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사회에 한창 진출할 나이대인 20대 청년층의 96.3%가 계층 상승 가능성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양극화가 뿌리내리면서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지고 갈수록 역동성을 잃은 ‘닫힌 사회’로 변해가는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19일 현대경제연구원이 우리나라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향후 우리나라에서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올라가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이 98.1%나 됐다. 연령대별로는 40대(98.9%)가 가장 부정적이었고, 20대(96.3%)도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거의 접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층 상승 가능성을 극히 낮은 것으로 보는 이유로는 ‘양극화의 진행 탓’(36.3%)이 가장 많이 꼽혔다. 다음으로 ‘체감 경기의 지속적인 부진’(21.5%)과 ‘좋은 일자리의 부족’(12.1%), ‘과도한 부채’(11.4%) 등이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좋은 일자리 부족’을 가장 많이 꼽았고, 30·40대는 ‘양극화’와 ‘과도한 부채’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속되는 경제위기 속에 양극화·취업난 등이 겹쳐 있는 상황”이라며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이번 조사에서는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민생활 양식이 ‘내핍생활’로 바뀌고 있는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적금이나 보험을 해약한 경우가 29.3%에 이르고, 응답자의 60.6%는 ‘외식을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또 48%는 할인쿠폰과 마일리지 사용 등 알뜰소비를 늘리고 있었다. 특히 1998년 외환위기 때의 조사와 견줘, 집 크기를 줄이거나 싼 집으로 이사를 고려하는 비율이 9.2%에서 25.6%로 두 배 이상 늘었고, 귀농을 고려하는 경우도 8.7%에서 12.2%로 높아졌다.자신의 형편에 대한 주관적 평가도 상당히 낮았다. 정부 집계 기준으로는 중산층이 전체 가구의 64%에 이르지만, 이 조사에선 실제로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보다 적은 46.4%였다. 반면 저소득층이라 생각하는 비율(50.1%)은 절반을 넘었고, 고소득층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1.9%에 그쳤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2012년 5월 4일 금요일

MB의 6살·9살 외손주, '9억 주식부자'들


이글은 뷰스엔뉴스(VIEWS&NEWS) 2012-05-04일자 기사 'MB의 6살·9살 외손주, '9억 주식부자'들'을 퍼왔습니다.
이상득 외손자는 40억대 주식갑부, "불법은 아니나 편법"

이명박 대통령의 6살과 9살짜리 외손주들이 각각 9억원어치씩의 주식을 보유한 주식부자로 확인됐다. 또한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11살 외손자는 자그마치 40억원대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범한 국민이 평생 열심히 일해도 모으기 힘든 재산을 1% 출신이라는 이유로 가볍게 벌어들인 셈이다. 모두 증여세를 내고 물려받은 것이라고는 하나, 극심한 양극화로 대다수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한국의 대통령 집안답지 않은 모럴 해저드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4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지분 가치를 지난 4월30일 종가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1억원 이상을 보유한 만 12세이하 어린이는 102명으로 집계됐다. 어린이 주식부자 숫자가 100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지난해 87명보다 15명이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이들 102명 가운데 이 대통령 일가의 어린이들이 3명이나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의 장녀인 조 모양은 9살임에도 불구하고 9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조 부사장의 장남인 조 모군은 6살 나이에 역시 9억1천만어치의 주식을 보유중이다. 이들은 어린이 주식갑부중 각각 랭킹 25위와 24위를 차지했다. 

특히 이상득 의원의 첫째사위인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 아들인 구모 군은 11살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40억3천만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한 주식갑부로 밝혀졌다. 구모 군은 당당히 전체 랭킹 5위에 등극했다.

이상득 외손자보다 많은 주식을 보유한 1~4위는 GS일가가 거의 싹쓸이했다.

허용수 (주)GS전무의 장남(11)과 차남(8)이 각각 453억원과 163억원으로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고, 허태수 GS홈쇼핑 사장의 딸(12)은 170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박상돈 예신그룹 회장의 딸(9)은 47억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

(재벌닷컴)은 "올해 어린이 주식부자가 급증한 것은 최근 상장사 대주주들이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회사 주식을 일회에 수백주에서 수천주씩 증여하는 이른바 '짬짬이 증여'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짬짬이 증여'는 회사 주식을 조금씩 증여하는 것으로, 나중에 증여하는 주식에 대해 배당금 등 소득원을 제시할 수 있어 세금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대량 주식증여에 따른 세금 부담과 사회적 비판시각도 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벌닷컴)은 이어 "이와 함께 지난해 유럽발 금융위기로 주식시장이 폭락한 틈을 타 상장사 대주주들이 어린 자녀들에게 회사 주식을 증여한 사례가 많았던 것도 어린이 억대부자가 많이 늘어난 배경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갈수록 저연령대 주식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런 주식 증여는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박태견 기자

2012년 4월 30일 월요일

"'세금 폭탄' 무섭기로서니 '가계파탄' 폭탄만 할까"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29일자 기사 '"'세금 폭탄' 무섭기로서니 '가계파탄' 폭탄만 할까"'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김용익 "복지 포퓰리즘? 복지야말로 내수 진작 해법"

건강보험 급여 범위 확대, 저소득층 의료급여 확대, 만 5세 미만 아동 무상보육 확대, 방과 후 보육 서비스 제공, 여성 취업 지원….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가 내건 보건복지 공약이다. 이후 참여정부는 만 0~5세 아동 보육비 지원을 기존 30%에서 50%로 늘렸다. 2004년에는 혈우병 등 7개 질환에만 해당했던 '본인부담 산정특례' 제도의 적용대상을 암환자 및 62개 희귀·난치성질환자로 확대하고 본인부담금을 50%에서 20%대로 경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건복지 분야 공약을 만들었던 핵심 인사가 바로 김용익 서울대 의대 교수였다. 김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을 지냈고 한때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민주통합당 보편적복지특별위원장을 맡으며 "무상의료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혀온 김 교수는 4.11 총선을 통해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19대 국회에 진출했다.

민주통합당의 복지 공약을 고안한 김 당선자는 지난 20일 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의 복지 공약에 대해 "복지 재원만 살펴봐도 민주당은 5년간 연평균 32조 원을 쓰겠다고 했지만 새누리당은 10조 원을 쓰겠다고 했다"며 "단순히 계산해 봐도 민주당의 1/3 수준으로 복지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은 말만 바꾸고 복지하는 것처럼 꾸며놓았을 뿐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반(反)복지 노선과 거의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암·중풍·심장병·희귀병 등 4대 중증질환의 진료비를 100%로 지원한다는 공약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항목 중에 (30%에 불과한) 본인부담금만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수천만 원이 넘어가는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비까지 모두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불명확하다"며 "뚜껑을 열어보면 전혀 100% 지원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4대 중증질환만으로는 고액진료로 인한 가계파탄이 막아지지 않는다"며 "그런 방식의 암에 대한 보장성 확대는 이미 참여정부가 시행했다"고 일축했다.

김 당선자는 "새누리당이 '틀니 급여화'와 같이 자잘한 공약을 늘어놓았다는 것은 복지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다는 뜻"이라며 "그런 식으로 공약을 세분화하기 시작하면 틀니 급여화를 비롯해 '비급여 진료의 전면 급여화'를 내세운 민주당은 몇 백가지 공약을 열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의료와 관련해 민주당은 선택진료비‧MRI‧초음파 등을 건강보험 보장에 포함하고 모든 입원진료비 보장성을 60%대에서 90%대로 높이며 연간 본인부담금을 100만 원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공약이 복지 포퓰리즘 혹은 세금 폭탄을 야기할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 방안대로라면 보험료 폭탄도 세금 폭탄도 없을 것"이라며 "하겠다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세금 폭탄이 생기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 심각한 문제는 '보험료 폭탄'이 아니라 진료비 폭탄"이라며 "세금 폭탄이 아무리 무섭기로서니 가계파탄 폭탄만 하지는 않고, 부자에게 혁명적인 고액 세금을 내게 하더라도 부자들이 그 때문에 가계파탄을 맞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의 복지에 대해서는 "이전 정부와는 다르게 '동반성장', '국가균형발전', '사회투자국가' 등의 개념을 제시한 것은 참여정부의 공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민주정부가 기계적으로 과거 정부를 복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정부 10년 이후 사회는 변했고,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새로운 시대정신에 맞게) 보편적 복지국가와 경제 민주화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며 "더 나은 새 정부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에서 진행된 김용익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 민주통합당 보편적복지특별위원장을 맡으며 "무상의료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혀온 김용익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당선자.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지난해 민주당은 '3+1 정책'(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등록금)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그동안 '무상의료'를 주창해 온 김 교수가 이번에 비례대표 6번을 받은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민주당 내에서 보건의료를 포함한 복지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나?

김용익 : 민주당은 재작년부터 보편적 복지를, 작년부터 경제 민주화를 강조했다. 민주당의 경제민주화특별위원장이었던 유종일 교수와 보편적복지특별위원장을 맡은 내가 각각 정책을 준비했다. 지난해 말에는 민주통합당으로 당을 재구성하면서 정강정책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당 강령에 경제 민주화, 보편적 복지, 한반도 평화와 같은 가치들을 민주당의 지향점으로 설정했다. 이후 야권연대 공동정책 협약을 맺었는데 그 안에도 비슷한 내용이 들어있다. 비례대표 공천위원장을 맡은 안병욱 교수를 비롯한 공천위원들도 처음부터 경제 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우선적으로 추진할 사람을 비례대표 후보에 넣어야 한다는 방향도 정했다. 민주당 내에 복지를 중시하는 생각이 있었다고 봐야한다.

프레시안 : 민주당은 총선에서 졌다. 보건의료 정책도 다수당인 새누리당의 안대로 갈 확률이 높다. 새누리당의 보건의료 정책 평가를 부탁드린다.

김용익 : 새누리당 쪽에서는 동의하지 않겠지만, 내가 보기에 새누리당 공약에는 복지 공약이 없다. 새누리당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는데, 그러한 슬로건은 함부로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제대로 추진하려면 기본적으로 생애주기별로 나타나는 복지욕구를 채워주어야 하고, 다시 국민 개개인의 복지욕구를 개별적으로 파악해서 그에 맞는 복지 프로그램을 일일이 마련해야 한다. 마치 교사가 기본적으로는 학년별 교육을 하면서 학생 개개인을 개인지도 방식으로 가르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복지모델 중에서는 제일 고급스러운 모델로서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게 바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다.

그런데 막상 새누리당의 복지공약을 보면 내용이 거의 다 비어 있다. 생애주기별 핵심적인 복지욕구에 대한 대책은 턱없이 부족하고 맞춤형을 어떻게 하겠다는 대책은 물론 없다. 복지 재원만 살펴봐도 민주당은 5년간 연평균 32조 원을 쓰겠다고 했지만 새누리당은 10조 원을 쓰겠다고 했다. 단순히 계산해 봐도 민주당의 1/3 수준으로 복지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프로그램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어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총선 공약은 이명박 정부의 복지 공약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말만 바꾸어 복지를 하는 것처럼 꾸며놓은 상태이지 사실상 새누리당 안은 이명박의 반(反)복지 노선과 차이가 없는 새로운 반복지에 불과하다.

"새누리당식으로 하며 민주당은 자잘한 공약 몇백 개 낼 수 있어"

프레시안 : 그럼에도 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보다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였다"라고 말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국민에게는 상대적으로 복지 친화적으로 보일 것 같다. 새누리당 복지의 맹점으로 재원이 적은 것 외에 정책적인 면에서 어떤 것을 꼽을 수 있나?

김용익 : 복지의 핵심적인 부분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노인들을 상대로 욕구 조사를 해보면 노인들은 첫째로 소득보장, 둘째로 건강관리를 원한다. 하지만 새누리당 공약에는 노후 소득보장의 핵심인 기초노령연금이나 국민연금에 대한 언급이 없다. '포괄적인 노인 건강관리 제도'에 대한 언급도 없다.

새누리당이 75세 이상 노인 틀니를 건강보험 급여화하겠다거나,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 질병에 치매를 추가하겠다는 식으로 자잘한 공약을 늘어놓았다는 것은 노인 복지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대상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법은 수급 대상 등급 자체를 전면적으로 낮춰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3등급까지인 적용대상을 4등급까지 늘리면 수급대상자는 대폭 늘어난다. 적용대상인 병의 종류를 한 가지 더 추가해주겠다는 새누리당 안은 가장 소극적인 대처방식이다. 틀니 급여화도 마찬가지다. '틀니 급여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로 공약을 세분화하기 시작하면 민주당은 몇 백가지 공약을 열거할 수 있다. 민주당은 틀니를 포함한 '비급여 진료의 전면 급여화'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또한 주거복지를 주장하면서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비예산 사업으로 분류했다. 정부 돈은 전혀 쓰지 않고 LH공사의 재원으로 감당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는 안 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반값 등록금도 언급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대학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해서 등록금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할 뿐 반값 등록금 자체에 대한 얘기는 없다. 아동수당의 경우 처음에는 줘야한다고 주장했다가 막상 공약에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아동수당은 어린이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재정 지원이다. 이런 중요한 분야에 대해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을 보면 복지 문제를 풀어가는 핵심정책이 거의 없는 셈이다.

복지에 대해 이렇게 소극적이라는 것은 새누리당의 정책이 세계화, 양극화, 고령화로 진전되는 사회 위험에 대한 대책이 못 된다는 뜻이다. 세계화, 양극화, 고령화 문제는 '박근혜 복지'를 다 실현한다고 해도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내용도 없으면서 복지를 할 것처럼 포장을 잘 했지만, 민주당은 내용은 많으면서도 그런 포장을 잘 하지 못했다. 다 해준다고 하면서도 막상 주목은 못 받았다. 보수언론의 뒷받침을 받아 내용도 없이 복지를 다 할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 새누리당의 힘일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새누리당이 암 100% 지원? 건보 적용 안 되는 치료비는?"

프레시안 : 새누리당은 야당의 무상의료 공약에는 반대하지만, 암·중풍·심장병·희귀병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만 보장성을 100%로 올리겠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사람들이 제일 걱정하는 것이 중증질환 치료비로 인한 가정 파탄이다. 새누리당이 국민들의 걱정의 핵심을 비집고 들어갔다. 유권자로서는 매력을 느낄 만한데, 어떻게 평가하나?

김용익 : 국민을 현혹하는 표현이 바로 '100% 보장'이라는 말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100%인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 중에 본인부담금만 100%로 해주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비급여 진료비까지 모두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불명확하다. 뚜껑을 열어보면 100% 지원이 전혀 아닐 것이다.

만약 새누리당이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지원한다고 가정했을 때, 1인실에 들어간 환자에게 병실료를 전액 대줄 것인가. 특진비도 대줄 것인가. 로봇수술비 1000만 원도 다 대줄 것인가.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 방안이 복잡한 이유는 어떤 정책을 수행하고자 할 때 동시적으로 필요한 여러 요인을 같이 고려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되, 비급여를 모두 급여화하고, 이렇게 건강보험으로 포함된 총 병원비에 대해 연간 상한선을 걸어줘야 정책이 성립되는 것이다. 그 대신 의사들이 받는 보험수가를 병의원 경영이 가능한 수준으로 올려주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방안이다.

새누리당이 설혹 4대 중증질환에 대해 비급여를 포함한 모든 진료비를 100% 다 대준다고 해도 고액진료로 인한 가계파탄이 막아지지 않는다. 그런 방식의 암에 대한 보장성 확대는 이미 참여정부가 시도했다.(현재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희귀난치성질환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전체 평균 60%대보다 높은 70%대이다 ) 물론 그런 정책으로 인해 혜택을 보는 사람이 생겼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간이나 콩팥이 망가지는 등 고액진료비가 발생하는 질병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똑같은 중증질환이라 병원비가 많이 드는 질병에 대해 어떤 병은 보장성이 60%이고 다른 병은 100%라면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그렇게 가서는 안 되고 보편적으로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되지도 않을 '100%'라는 공약을 내건 새누리당이 민주당은 왜 '무상의료'라는 말을 쓰느냐고 시비를 걸고 들어오면 사기 치는 것이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은 '건강보험료 폭탄'을 얘기하는데, 새누리당 방안대로라면 보험료 폭탄도 세금 폭탄도 없을 것이다. 하겠다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세금 폭탄이 생기겠나? 새누리당이 선전하는 폭탄 같은 진료비 인상은 있지도 않거니와 설혹 다소의 보험료 인상이 있다고 해도 문제는 그게 아니다. 지금 심각한 문제는 '보험료 폭탄'이 아니라 '진료비 폭탄'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대책은 진료비 폭탄을 어떻게 제거하느냐 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방식으로는 진료비 폭탄이라는 사회문제가 제거되지 않는다. 세금 폭탄이 아무리 무섭기로서니 가계파탄 폭탄만 할까. 부자에게 혁명적인 고액 세금을 내게 하더라도 부자들이 그 때문에 가계파탄을 맞지는 않는다. (☞관련 기사 : "건보료 폭탄?…진짜 무서운 건 국민 의료비 부담!") 

"세계화, 양극화, 고령화 문제 복합적으로 풀어야"

프레시안 : 민주당의 복지 공약을 자체 평가하자면?


ⓒ프레시안(최형락)
김용익 : 내가 만들었는데 당연히 잘했다고 하지 않겠나(웃음). 민주당이 내가 얘기하는 문제들을 염두에 두고 공약을 만든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언론은 실질적으로 얼마나 좋은 내용이 있는가보다는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따져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진보 쪽 언론이나 평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런 평가방식에 불만이 많았다. 복지는 종합적으로 구상하면 할수록 실현가능성이 낮아진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에는 세계화, 양극화, 고령화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해결 방식도 당연히 복합적이고 종합적이어야 한다. 안 그러면 해결은 요원하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대책을 내놓고 거기 도전해야 한다.

그런데 새누리당처럼 얕은 수준의 공약을 단편적으로 꾸며 놓고 슬로건만 멋있게 내걸면 실현가능성이 높고 재원조달 방식도 쉽다는 이유로 평가점수가 올라간다. 하지만 그렇게 만든 새누리당 공약을 실현하더라도 앞서 열거한 세계화, 양극화, 고령화 등의 사회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도대체 그런 공약이 비교 평가의 대상이 될 가치나 있는 것인가?

공약을 평가하려면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 풀어가는 방식의 정합성,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에 관한 책임성, 진정성 등을 핵심적인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사회단체나 언론들로서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각 정당에 좋은 소리도 하고 나쁜 소리도 해야 하겠지만, 그런 중립성이 오히려 평가의 방향을 흐트러트린다.

우리는 단순히 공약을 늘어놓기보다는 공약들이 서로 연결성을 가지도록 했고 정책 간 높낮이 조정도 해가면서 종합적 방안을 마련했다. 민주당의 공약은 그대로 차기정부의 국정운영 방안이 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선거용 공약'으로서는 과잉일 수도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인 판단이다.

프레시안 :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해결의 실마리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김용익 : 저출산 고령화는 순환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직접적으로 저출산 문제를 다루는 것은 보육정책이다. 아동수당은 물론 아동의 권리로 봐야하고 저출산 대책으로 봐서는 안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금지원이 갖는 긍정적인 출산율 제고 효과는 나타날 것이다.

중범위로 가면 일자리가 늘어나야 하고 고용격차가 풀려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20대 후반~30대 젊은 부부들의 문제다. 청년 고용과 여성 고용이 늘고 직장에서의 양성평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의 근로시간이 줄어 가사노동의 양성분담이 이루어지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어야 한다. 고용률 향상과 성별 격차가 해소되는 것이 핵심이다.

그보다 저변에 놓인 요인으로는 전반적 사회보장제도의 미비를 들 수 있다. 주거문제, 실업수당, 노후소득보장 문제 등을 다 해결해야 한다. 이처럼 저출산 문제는 복지의 지체가 낳은 종합적인 현상이지 단독적인 현상이 아니다.

노인문제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소득, 건강, 일자리를 보장해야 하고, 노인들에게 직업능력훈련에 대한 평생학습을 제공해야 한다. 더 고급스럽게는 노인문화도 보장해야 한다. 무엇부터 풀어야 하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다 순환적인 문제다.

"복지 포퓰리즘? 복지로 내수 확충해야 경제문제 해결"

프레시안 : 새누리당이 야권의 복지 정책에 대해 '건강보험료 폭탄이 떨어진다',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했다. 무상보육은 새누리당이 먼저 시작해놓고 야당의 무상의료 공약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복지 포퓰리즘'은 깨기 쉽지 않은 프레임인 것도 사실이다.

김용익 : 포퓰리즘이라는 공격은 반(反)복지 논리의 전형적인 예다. 세상에 솔직하게 대놓고 '복지하지 말자'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복지에 대한 공포심과 반감을 조장하는 것으로 복지를 방해한다. 반복지 논리로는 두 가지가 있다. 키워드로 열거해보자면, 첫째는 증세론, 세금폭탄론, 서민부담론이다. 최악의 형태는 여기다 더해서 복지비용을 부풀려 잡는 것이다. 이번에 기획재정부는 민주당 공약을 실현하려면 268조 원이 든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5년간 복지정책에 드는 재원 총액을 160조 원으로 계산했다. 무려 108조 원 이상 차이가 난다. 기재부가 산출근거도 밝히지 않은 터라 도대체 어떻게 계산해서 268조 원이 나왔는지 알 수 없다. 아무리 정부의 말이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둘째로 포퓰리즘, 복지망국론, 복지병론, 영국병론이다. 복지하면 경제가 쇠약해져서 나라가 망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복지 강화는 경제를 망치지 않는다. 오히려 발전시킨다. 복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한 경제문제에 대한 해결 방식이기도 하다. 공적 소득이전과 사회서비스의 확대는 경제에 부담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도움이 된다. 이유는 이렇다.

한국 경제의 최대 문제 중 하나가 내수부진과 과다한 수출의존이다. 수출의존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수를 확충해서 수출비중을 낮추는 것이다. 내수를 확충하는 가장 좋은 방안이 복지에 투자하는 것이다. 공적 이전을 늘려서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면 소비가 촉진되고 생산이 자극된다. 내수촉진은 따라서 생산 확대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는 방식이기도 하다.

아울러 사회서비스를 늘려 관련 일자리를 늘리고, 그 중 대다수를 공공부분 일자리가 차지하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호자 없는 병동'을 만들어서 간병인을 늘리거나,창의력 교육을 위해 교사를 늘리거나,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확대해서 사회복지사 및 노인요양보호사를 늘리는 것이 일자리를 늘리는 길이다. 공공분야에서 인프라가 강화되고 고용이 대폭 늘어나면 사회인프라의 공공성이 제고되고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시장에서 일자리가 늘지 않을 때 정부 고용은 고용을 촉진하는 중요한 방식이다. 이렇게 생겨난 일자리는 다시 시장에서 내수를 촉진하는 선순환을 일으킨다.

이러한 방식으로 내수와 일자리를 늘려야 생산이 촉진되고 유동자금이 투자처를 찾는다. 가계부채와 중소기업 부채도 줄어든다. 한국 경제에서 중요하다고 거론되는 문제가 해소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방식이 어느 경제 상황에서나 다 맞지는 않겠지만, 현재 한국 경제에서는 이보다 적합한 경제 정책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복지를 펼치면 포퓰리즘이고, 경제에 파탄 낸다는 말은 지금의 한국 상황에서는 가당치 않다. 그러면 재원은 어디 있냐고 되물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딴지를 걸고 들어와 국민들에게 '복지 공포증'을 유발하니까 복지국가를 향한 단안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증세론, 서둘러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

프레시안 : 그럼에도 복지비용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복지 문제가 호응을 덜 얻는 것은 사실이다. 반면, 일각에선 증세론을 주장한다.

김용익 : 물론 복지에는 재정이 든다. 우리가 서유럽처럼 복지 수준을 올리기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는 점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증세가 지금 당장 필요하지는 않다. 차기 정부가 아무리 복지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늘리고 싶다고 해도, 그리고 돈이 충분히 있다고 해도 당장에 실현하지 못할 정책들이 너무나 많다.

예를 들어 나는 늘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전국의 보건소 네트워크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누가 나에게 갑자기 10조 원을 주면서 공공병원을 100개 지으라면 과연 내가 한꺼번에 다 지을 수 있겠나? 실업수당 확대나 임대차 보호를 위한 전세자금 보조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시행하려면 상세한 조사연구와 제도 마련, 관련 법 통과, 인력채용 등이 선행돼야 한다. 아무리 빨리 잡아도 2~3년, 제대로 추진하면 5~6년 이상 걸린다. 이처럼 제도마련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기간이 걸린다. 실제로 요즘 실시되고 있는 노인요양보험만 해도 준비하는 데만 10년 이상이 걸렸다. 이 말은 차기 정부가 아무리 복지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싶다고 해도 이런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실현의 속도가 상당히 느릴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큰 재정 소요는 당장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기도 하다.

물론 어떤 정책은 즉시 추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초생활보장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삭제하기는 비교적 쉽다. 그럼에도 차기 정부의 후반부에는 가야 증세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정도의 재정 수요가 나타날 것이다. 만일 차기 정부가 복지에 대한 기반을 충분히 닦으면 그 다음 정부는 본격적으로 증세 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지금 증세를 논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복지에 대한 진실성을 의심할 문제는 아니다. 민주당에서 내놓은 것처럼 예산 구조를 바꿔 절감하거나 과세의 공평성을 기하는 조치들을 도입하고, 조세 정의를 바로잡음으로써 늘어난 재원으로 차기정부의 3,4년차, 어쩌면 차기정부 말까지는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국민들이 복지를 경험하고 이해가 깊어지면 추가적인 복지 확대와 증세를 훨씬 합리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은 복지 추진의 수순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이자 전략적인 고려이다.

"정부가 민간병원·대학·어린이집 등 매입해 공공화해야"

프레시안 : 민주당은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한다. 보편적 복지와 상충하는 문제가 바로 영리병원 문제다. 최근에 영리병원과 관련한 시행령이 통과됐는데, 민주당은 영리병원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김용익 : 시행령을 통과시켰다고 해서 수지타산이 맞는 병원이 생기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단순히 제도를 만들어주는 것을 넘어 의도적인 정부의 유인이 없으면 현재 한국에서는 영리병원이 설 방안이 별로 없다. 그것은 정권의 향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차기에 민주당이나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연합정부가 구성된다면 영리병원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차기 정부는 영리병원과는 대치되는 사회 인프라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 전력을 다해 개혁해야 한다. 반값 등록금은 재원이 있어도 무작정 실행하기는 어려운 정책의 한 예다. 아직 대학 회계의 투명성과 천문학적인 대학 적립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학 인프라의 공공성'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선뜻 반값 등록금을 실현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해도 병원이 계속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개발하면 밑 빠진 독에 물만 붓는 꼴이 된다. 영리병원의 도입을 막는 소극적인 수준에서 그칠 게 아니라, 보건의료, 교육 및 보육 등 전반적인 사회복지 인프라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프레시안 : 인프라의 공공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 공공서비스에 대한 인프라를 보장하지 않고 현금만 지원하면 일자리와 사회서비스의 질이 모두 떨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육 문제다. 방금 말한 인프라의 공공성 확대라는 측면에서 보육 문제는 어떻게 봐야 하나?

김용익 : 공공보육 시설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는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리는 방향이 있다. 둘째는 민간부분의 공공성을 확대하는 것인데,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어렵다. 셋째로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것이다. 공급과잉이 있으면 공급자의 행태가 나빠지게 마련이다. 보육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의료 분야에서도 공급 과잉이 매우 심각하다.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서 보육시설, 대학, 병원들이 스스로 시장에서 물러날 수 있도록 퇴출경로를 마련해줘야 한다. 필요하면 정부가 민간시설을 매입해서 그 용도를 공급이 부족한 분야로 전용해 줘야 한다. 불필요한 대학을 매입해서 사회교육시설로 전환하거나, 병원을 매입해서 보건소나 건강증진센터로 전용하는 식으로 돌려야 한다. 민간 시설의 공공성 확대 해법은 더 복잡하다. 소유지배 문제를 해결하고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지방재정 문제에 대한 대책도 없이 섣불리 무상보육을 실행했다. 참여정부 때도 지방재정 문제는 계속 제기됐다. 지방분권을 하다 보니 복지가 지방업무로 가면서 재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참여정부는 교부세 제도를 보완했다. 종합부동산세로 걷힌 돈을 '분권교부세'로 분류해서 지방에서 자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되 복지수혜가 많은 지자체에 많이 배분되도록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감세한다고 종부세를 사실상 없애버렸다. 이렇게 지방재정은 줄여 놓고 대책 없이 복지를 늘리니까 지방재정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복지를 확대하는 데에는 중앙정부의 재원도 중요하지만 지방재정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지방에 사람과 돈을 지원해주어야 복지 인프라를 개혁하고 복지 프로그램도 늘릴 수가 있다.

프레시안 : 국공립시설을 늘리고, 민간부문의 공공성을 확대하고, 퇴출경로를 보장한다고 했다. 민간부분 공공성 확보 방안에서 걸리는 것이 있다. 얼마 전 사회복지법인의 공공성과 투명성, 민주성을 높이는 법안인 일명 '도가니법'의 국회 통과가 좌절됐다. 새누리당의 집권기반이 사학재단이라는 말도 들린다.

김용익 : 사립학교의 투명성 제고를 재정 지원과 연결시킬 수 있다. 반값 등록금 정책은 국고를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기도 한데, 이때 공공성을 수용하지 않는 대학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일 수 있다. 참여정부 때의 사학법 개정은 대학 지배구조를 바꾸려고 하기는 했으나 재정 지원이 짝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저항이 더 거세게 일어난 측면도 있다. 정부가 대학이나 병원, 어린이집 등에 국고를 지원해주고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감독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서 질 평가에 합격하지 못하는 사설 어린이집에는 보육료 지원을 끊어야 한다. 언론에 간혹 보도되듯이 너무 악질적인 곳은 강제로 폐쇄해야 한다. 정부가 매입해서 제대로 운영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무상의료 공약을 추진한다면 보험업계나 의료계에서 크게 반발할 것이다. 특히 보건의료문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분야다. 민주당 안을 추진할 경우 관련 이익집단을 어떻게 설득해 나갈 것인가?

김용익 : 민간보험사의 이윤보다는 경제 민주화가 우선이다. 생명보험 회사와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그렇게 했을 때 생명보험 종사자들의 고용 문제가 생긴다. 보험설계사에게 새로운 직장을 소개하고 사회서비스 분야에 고용을 창출해야 한다. 다른 사회 분야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한 중소병원이 문을 닫으면 병원 종사자들에게 공공병원이나 다른 병원으로 고용을 보장해줘야 한다. 대학을 강제 퇴출한다면 학생당 교원수 기준을 올려서 교수들을 다른 대학으로 이직시키거나, 대학을 사회교육시설로 전환해서 전직을 유도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보험설계사들에게도 고용 이전 대책을 동시에 마련해야 하는데,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되면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채용하는 식으로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김대중·노무현이 과거 정부 복구 원하겠나?…보편적 복지가 진짜 계승"

프레시안 : 참여정부 시절 사회정책 수석을 맡았는데, 참여정부의 복지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프레시안(최형락)
김용익 : 이전 정부들은 경제와 복지 사이에 일관된 논리를 가지지 못했다. 반면에 참여정부는 '비전 2030'이라는 (2030년까지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과 정부의 사회예산 비중을 현재의 OECD 평균 수준에 올린다는 국가전략 ) 복지 논리를 찾아냈다. 참여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 관계가 연구되기 시작했고, '동반성장', '국가균형발전', 그리고 비록 진보에서는 비난했지만 '사회투자국가' 등의 개념을 제시한 것 등이 복지에서 참여정부의 최대 공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앞으로의 민주정부들은 모두 큰 방향에서 참여정부의 복지 개념을 따르게 될 것이다. 물론 사회예산의 비중이 경제예산을 능가하도록 변화한 것, 특히 육아지원 예산이 900% 대폭 증가한 것,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한 것,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높아진 것 등은 현실적인 공헌이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보다 복지 추진의 속도와 강도가 미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정부 10년 동안에 뿌려진 복지의 씨앗이 지금 커가고 있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비전 2030'은 참여정부가 추진한 야심찬 기획이었는데 주목받지 못했다. 민주당은 실패로 돌아간 참여정부의 복지 정책을 계승, 발전시켰다고 보는가?

김용익 : 노무현 전 대통령이 '비전 2030'을 내놓은 시기가 정권 후반기인 2006년이었다. 시기적으로도 늦었지만 그 당시 언론과 정당, 국민들은 그 문건의 중요성을 원천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일반국민은 무관심했고 진보진영은 비아냥거렸으며 보수진영은 비열한 수준으로 모함했다. 그러나 비전 2030의 개념은 여전히 중요하다. 비전 2030은 살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이 비전 2030에 적힌 정책 대안을 그대로 따라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동안 사회는 변화하고 일정부분 발전하고 상당부분 퇴영했다. 민주당과 진보진영은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민주정부를 만들고자 혼신의 노력을 다 하고 중이다. 지난 민주정부 10년에 이어 두 번째 민주정부 시기를 가지자는 것인데, 두 번째 민주정부가 이전의 민주정부를 복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참여정부의 복구가 아니라 더 나은 새로운 체제, 더 나은 새로운 국가, 더 나은 새로운 민주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참여정부에 계승할 부분도 많지만 극복하고 발전해야 할 부분도 있다. 김대중과 노무현 두 전 대통령이 살아있었더라도 그분들이 자신들이 만들었던 정부를 그대로 복구해달라고 하겠나? 오히려 그분들이 먼저 나서서 새 정부를 만들어 달라고 촉구할 것이다. 기계적으로 과거 정부를 복구할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새 정부를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길이다.



/김윤나영 기자,성현석 기자

2012년 4월 16일 월요일

MB정부 ‘사회경제고통지수’ 외환위기 이후 최고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15일자 기사 'MB정부 ‘사회경제고통지수’ 외환위기 이후 최고'를 퍼왔습니다.


[진단&전망] ‘삶의 질’ 지표 보니
경제고통지수에 범죄·자살률 등 사회지표 추가김대중때 0.6 노무현때 0.7…현정부 들어 3.2로
비정규직·청년 실업 등 급증에 양극화 커진 탓

불쾌지수란 온도와 습도에 따라 사람이 피부로 느끼는 불쾌감의 정도를 나타낸다. 경제에서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로 나타낸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가 있다. 미국 경제학자 오컨이 불쾌지수를 차용해 고안한 것으로 보통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산하여 계산한다. 2011년 우리나라의 경제고통지수는 7.0(소비자물가상승률 4.0%+실업률 3.0%)이었다. 이는 2010년의 6.4에 비해 0.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우리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더 커진 것을 보여준다.
고통지수가 사상 최고치였던 때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으로 14.5를 기록했다. 당시 물가는 7.5%, 실업률은 7.0%였다. 경제고통지수를 외환위기 전후로 나누어 보면, 외환위기 이후인 1999~2011년 평균은 6.6으로 위기 이전인 1985~1997년의 8.1보다 오히려 1.5포인트 낮다. 경제고통지수가 우리 국민들이 삶으로부터 느끼는 고통의 정도를 정확히 반영하는 지표인가에 대해서 의문이 들게 하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들의 고통이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사회적 인식이 많다는 점을 반영한다면 기존의 경제고통지수를 좀더 현실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고통을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 발전시킬 수 있는 단초는 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의 (The New Science of Happiness)이라는 저서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각국 국민들이 느끼는 주관적인 행복이 물질적 풍요 외에 사회심리나 사회통합 정도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에겐 국민들의 행복을 위협하는 더 직접적이고 심각한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 증가, 청년실업, 조기퇴직의 위협뿐 아니라 중산층의 붕괴,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취약계층의 증가, 그리고 자살과 범죄의 증가 등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부터 받는 경제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와 그것에서 비롯되는 갈등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삶의 고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경제고통지수의 범주를 사회적 영역으로까지 확대시킨 새로운 사회경제고통지수(Socio-economic Misery index)를 작성했다.
먼저 직면하는 문제는 사회적 측면의 고통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여기서는 레이어드 교수가 언급한 국민들의 의식, 가치관, 사회심리 등을 대표할 수 있는 지표로 범죄율과 자살률을 주목하였다. ‘범죄율’은 인구 10만명당 범죄발생 건수로,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로 정의된다. 국민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사회병리현상을 나타낼 뿐 아니라 사회심리와 사회통합 정도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다. 아울러 경제적 측면에서도 ‘물가’와 ‘실업’으로 구성되는 기존의 경제고통지수에 소득 양극화와 이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의 심화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소득배율(상위 20% 소득/하위 20% 소득)’을 추가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 실업률, 소득배율, 범죄율, 자살률 등 5가지 지표로 구성된 사회경제고통지수를 1993년부터 2011년까지 19년 동안 분석해 본 결과, 그림과 같이 사회경제고통지수가 추세적으로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수가 가장 높았던 1998년 외환위기 당시(5.2)를 중심으로 그 이전은 평균인 ‘0’보다 낮은 음(-)의 값을, 그리고 그 이후는 평균보다 높은 양(+)의 값을 나타내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외환위기 이전(1993~1997년) 평균 -3.8에서 외환위기 이후(1999~2011년)에는 평균 1.1로 크게 높아진 것이다.
대통령 재임기간별로 보면, 김영삼 정부 집권 시기엔 -3.8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0.6, 노무현 정부 0.7로 높아지더니 이명박 정부에서는 3.2로 다른 기간에 비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2011년 사회경제고통지수도 2.7을 기록해 작년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고통수준이 분석기간 평균적인 고통수준(0)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외환위기 이후 사회경제고통지수가 추세적으로 높아진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 양극화 지표(소득배율)가, 그리고 사회적 요인의 범죄율, 자살률과 같은 지표들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화의 심각성뿐 아니라 경제지표로는 설명하기 힘든 우리 사회 내 공동체로서의 안정화 기능 약화, 사회 구성원간의 유대감 상실 등이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경제적인 측면 외에 사회적인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정적인 경제성장 외에도 양극화 문제와 자살, 범죄 증가 등 사회문제도 함께 개선돼야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
작년 우리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섰고, 올해 들어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고용 사정도 다소 나아질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삶의 고통이 줄어들고, 좀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양극화 문제와 범죄, 자살 등 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 등을 개선시키기 위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송태정/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

2012년 3월 8일 목요일

경제정책의 기본은 ‘고정관념의 탈피’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3-07일자 기사 '경제정책의 기본은 ‘고정관념의 탈피’'를 퍼왔습니다.

한국경제가 갖고 있는 문제는 너무 많고 고질적이다. 경제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괜찮은 일자리 부족, 직업 또는 직장간 보수와 안정성의 과도한 격차, 물가상승과 서민가계의 생활고, 전세 폭등과 집값 불안, 가계부채와 정부부채의 급증, 임대소득자와 고소득 자영업자 등의 세금 탈루, 금융 산업의 낙후성, 금융과 실물 면에서의 과도한 개방, 중소·중견기업의 취약과 재벌의 경제력 집중 등 큰 덩어리만 보아도 이 정도로 많다.  여기에다 과다한 사교육과 죽기 살기 식 입시경쟁으로 대표되는 교육문제도 직업 간 과도한 격차 즉 국민경제의 과실을 승자가 독식하는 경제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 문제가 다른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문제들이 대부분 구조적이어서 한두 가지 정책으로 단기간에 해결되기도 어려워 보인다.
2013년에 대비한 한국경제의 새로운 발전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그간 언론이나 많은 학자·전문가들이 만든 한국경제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이나 생각을 떨쳐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금리인하나 환율인상을 주장하는 사람을 성장론자로 부르는 것, 일자리 부족은 투자부진 때문이라는 것, 우리나라 은행은 규모가 작아 경쟁력이 없다는 것 세 가지이다. 이 세 가지 고정관념이 여러 경제정책의 실패에 근저에 자리하고 있다.
저금리, 고환율, 재정지출 확대의 실상은?
첫째가 금리인하나 환율인상, 재정지출 확대가 성장정책이며 이러한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성장론자라고 많은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은 장기적으로 생산요소인 자본, 노동, 기술과 이에 영향을 주는 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것이 경제학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원칙의 하나이다. 이른바 성장론자로 불리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대로 금리인하, 환율인상, 재정지출 확대로 자본축적이 빨라지고 노동인구가 늘어나고 근로자의 숙련도가 개선되고 기술향상이 촉진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보아도 쉽지 않다.  만약 이러한 정책으로 자본·노동·기술 수준을 바꾸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면 세계에서 저개발국가로 남아 있을 나라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정책수단은 약간의 거시경제학 지식만 있으면 큰 어려움 없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하, 환율인상 등은 일시적으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으나 공짜 점심이 없듯이 반드시 부작용이 있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장의 효과마저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시장의 흐름이나 경제여건에 맞지 않는 금리인하나 환율인상은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마저 내지 못한 채 시장을 왜곡하는 반시장적 정책이 되거나 물가상승, 부동산 거품 등의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 시장과 경제여건에 맞지 않는 정책이 여러 번 있었다. 대표적인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2008년 초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유도한 정책이다.
금리, 환율, 재정 등의 거시경제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을 위한 정책수단이 아니고 경기변동의 진폭을 축소하고 가격변수의 급격한 변동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진정한 성장론자는 금리, 환율, 재정 등의 거시정책에만 매달리지 않고 성장의 결정요인인 자본총량과 가용노동량 확대, 기술혁신 등을 위한 법과 제도, 관행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진정한 성장정책은 가계저축 확대와 생산적 투자 혁신을 위한 정책, 여성인력 활용도 제고와 노동시장의 불균형 해소 등을 통한 가용인력 확대정책, 과학기술 육성을 위한 교육개혁정책, 농업과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 등이다. 이렇게 본다면 여성의 경제활동을 확대시키는 공공 보육시설 설치나 노동시장 불균형 해소를 위한 실업급여 확대정책은 복지정책이기 이전에 훌륭한 성장정책이고 경제발전정책이다.
일자리 부족이 투자부진 때문인가?
두 번째 벗어나야 할 고정관념은 한국의 일자리 부족문제가 투자부진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중요 일자리 대책은 공공근로나 인턴 확대 등을 제외하고는 주택건설과 토목공사 등 건설투자 확대, 금리인하 등을 통한 투자 활성화, 재계 인사와의 회합 등을 통한 기업의 투자 요청 등 거의 모두가 투자 확대와 관계되는 것이었다. 즉 역대정부는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기조장에 가까운 주택경기 부양책을 쓰거나 환경파괴를 무릅쓰고 대규모 토목공사를 했으며 기업의 불법과 탈법을 용인하면서까지 투자확대를 요청했다. 그런데도 고용상황은 국민 모두가 느끼듯 모두 나빠지고 있다. 장기간 지속된 투자확대정책에도 실업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일자리 부족이 투자부진 때문이라는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보여준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독일, 일본, 대만 등에 비해 높은 상태를 1980년대 이후 장기간 지속하고 있어 경제구조상 투자가 부족하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다 기업은 많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신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그나마 기업의 투자도 공장을 새로 짓거나 시설을 늘리는 것 보다는 고용효과가 마이너스인 다른 기업의 인수나 합병, 해외투자에 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투자가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러 기업이 기대하는 수익을 낼만한 신규 투자기회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다 건설투자는 이용객이 거의 없는 지방공항, 세금만 축내는 민자 고속도로와 교량, 중복 건설되어 다니는 차가 거의 없는 지방도로, 수도권의 미분양주택 등 심각한 과잉 징후가 곳곳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일자리 부족은 투자부진 때문이 아니고 투자와 수출 등이 늘어나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정책실패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이전처럼 투자가 늘어나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가 저절로 늘어나는 호시절은 지나갔다. 이는 10억 원 직접생산에 필요한 취업자 수인 취업계수의 변화추이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2005년 가격기준 전 산업 평균 취업계수는 1995년 15.9명, 2000년 10.9명, 2009년 7.2명으로 낮아졌다. 특히 제조업 취업계수는 1995년 8.5명에서 2009년 2.5명으로 크게 하락했다. 즉 같은 상품을 만드는데 드는 인력이 14년 만에 1/3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일자리 창출능력 약화는 경제발전과 산업구조 고도화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취약한 경제구조와 정책실패 등이 결합되어 더 심화된 것이다. 한국의 수출산업은 자본집약적 산업의 비중이 크고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해 수출액이나 생산금액 대비 전후방연관효과가 작다. 한국은 수출의 부가가치 유발계수가 2008년 0.533으로 일본 0.834(2005년), 독일 0.686(2007년)보다 낮아 1,000원 상품을 수출하면 533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467원은 원자재 수입 등으로 국외로 유출된다. 이와 함께 수출은 취업유발계수가 9.4명으로 소비 17.1명, 투자 13.1명보다 크게 작아 수출이 늘어나도 내수가 위축된다면 고용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는 구조이다.
그리고 노동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실질적인 대책이 거의 없었다는 것과 노동시장 경직성에 대한 잘못된 대응도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큰 요인이다. 한국은 직업과 직장별로 보수와 안정성 등에서 차이가 너무 커서 구직자들은 당장 일자리가 있어도 전문직이나 공무원 등과 같은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려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된다. 반면 중소기업과 지방기업 등에서는 인력 확보와 수시로 교체되는 직원의 교육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이와 같은 구직자와 구인자 양측의 불균형이 실업자를 늘리는 한 요인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파견직이나 계약직이 광범위하게 도입됨에 따라 노동시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중 구조화되었다. 공공부문이나 대기업의 정규직처럼 좋은 일자리는 경직성이 개선되지 않고 경기가 좋아져도 채용이 크게 늘지 않는다. 반면에 비정규직은 노동유연성이 과도하게 높을 뿐 아니라 보수도 낮은 탓에 비정규직 취업자 대부분은 스스로를 취업상태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비정규직 확산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등 노사관계를 복잡하게 만들어 그 자체가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종합해 보면 투자와 수출 확대 등과 같은 외형적 성장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고 경제 체질을 일자리 창출이 큰 경제구조로 바꾸는 정책,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제도나 관행의 개선, 노동시장의 불균형 완화정책 등이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정책이라는 것이다.
대형은행이 경쟁력이 높다?
세 번째 잘못된 생각은 은행의 규모가 커져야 경쟁력이 있고 은행이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 은행경영을 잘해서라는 것이다. 은행을 대형화해야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은행은 대형화될 수 있지만 대형은행이 경쟁력을 갖는다는 보장은 없다. 세계적인 대형은행은 경쟁력 있는 은행이 영업의 다변화, 국제화 등 제대로 된 경영을 통해 장기간 성장한 결과물이다. 은행이 대형화된다고 저절로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합병 등으로 대형화된 은행이 경영실패로 도산할 경우 한국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이 될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의 자산 규모는 한국의 1년 예산 규모인 300조 원을 상회한다. 은행은 매우 위험한 산업으로 세계 금융위기 사례에서 보듯이 세계적 은행도 잘못하면 쉽게 망한다. 우리도 예외일 수 없어 언젠가는 한국의 대형은행도 도산할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의 대형은행의 도산이 국내에 주는 피해는 UBS, HSBC 등과 같이 국제화된 대형은행의 도산이 해당 국가에 주는 피해보다 훨씬 클 것이다. 한국의 대형은행은 영업이 거의 대부분 국내에 집중되어 있어 도산의 피해가 모두 국내에 남기 때문이다. 경쟁력없는 대형은행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일본의 은행산업이다. 당시 자본이나 자산 규모 등을 기준으로 세계 10대 은행의 절반 정도가 일본계 은행이었다. 당시 일본계 은행은 큰 덩치를 기반으로 국제화를 적극 추진했으나 1990년대 말에 위험관리능력과 국제금융능력 부족 등으로 대부분 부실화되어 일본 경제에 큰 짐만 남긴 채 합병 등을 거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한국의 대형은행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몇 조원씩 순이익을 내고 감독당국이 수수료율 인하와 사회공헌 확대를 종용할 정도로 은행산업의 수익성이 매우 좋다. 이와 같은 은행산업의 고수익은 뛰어난 경영능력 덕분이 아니고 은행의 신설금지 등 정책당국의 과보호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은행이 독과점적 이익을 향유할 수 없는 외국에서는 제대로 영업을 못하고 국제경쟁력이 없다는 점, 경쟁과 업무규제가 심한 서민금융기관의 경우 경영상태가 나쁜 기관이 많다는 점, 시장이 보다 경쟁적인 보험과 증권 부문의 경우 경영상황이 안 좋은 기관이 꽤 있다는 점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즉 한국의 은행산업은 신규 진입이 없는상황에서 합병 등을 통해 손쉽게 대형화하여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칼럼은 계간 ‘광장’(2012 봄)호에 게재된 필자의 글 중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2012년 2월 21일 화요일

[사설] 박근혜의 과거 단절론과 정수장학회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2-19일자 사설 '[사설] 박근혜의 과거 단절론과 정수장학회'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가장 강조한 말은 ‘과거와 단절’이었다. 그는 “지금 새누리당이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며 “과거의 잘못과 완전히 단절하고 새로 태어나기 위해 과감한 쇄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닷새 전 정당대표 연설에 이은 거듭된 과거 단절론이다.
새누리당은 이미 정강·정책의 기조를 경쟁을 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에서 행복을 중시하는 복지 확대 쪽으로 바꿨다. 14년 이상 써오던 한나라당이란 이름도 과감하게 버렸다. 지금 한창 작업을 진행중인 공천에서도 도덕성을 기준으로 현역 의원들을 대폭 물갈이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명박 아니면 아무거나’라고 할 정도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박근혜 위원장이 주도하는 새누리당의 변화와 개혁은 양극화 해소와 복지 확대를 바라는 나라 안팎의 흐름을 반영하는 동시에, 양대 선거를 겨냥한 포장술의 의미도 띠고 있다. 어쨌든 정당이 시대정신을 반영해 변화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그 속에 진정성까지 담겨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추구하는 과거와 단절, 변화와 개혁에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으로 소통부족과 양극화의 심화를 지적했다. 소통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양극화는 경제의 실패를 말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양극화는 일단 제쳐두더라도 소통과 민주주의에 대한 박 위원장의 의지를 거의 느낄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사안이 정수장학회 문제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 지분 100%, 문화방송 지분 30%와 경향신문사 터 700여평을 소유하고 있는 재단법인이고, 아직도 박 위원장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그는 이날 관련 질문을 받고 “2005년 이사장을 그만둬서 나와 관련이 없다. 이와 관련해 장학회에서 분명히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까지 말했다. 지금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임금님’, 박 위원장을 ‘큰영애’로 부르는( 2월4일치 3면) 최필립씨가 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과 매우 거리감 있는 인식이자 발언이다.
세상일이란 법적 관계로만 이뤄져 있는 게 아니다. 사람으로도 얽히고 정으로도 매여 있다. 박 위원장이 진정으로 정수장학회와 관련이 없다면 자신을 아직도 왕조시대의 상전처럼 모시는 사람을 이사장에서 물러나게 하고 시민·언론단체의 요구대로 사회에 재단을 환원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과거와 단절은 남으로부터가 아니라 자기부터 시작해야 진정성이 있다.

2012년 1월 28일 토요일

한나라당, 경제민주화가 뭔줄은 알고 있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27일자 기사 '한나라당, 경제민주화가 뭔줄은 알고 있나'를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백 마디 말보다 중요한 건 ‘의지’와 ‘능력’

“자본주의가 뿌리째 불신받고 있다. 큰 위기에 빠졌다.”
중앙일보 27일자 사설의 첫 줄이다. 사설의 제목은 라고 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소득 양극화는 깊어가고, 미국의 리먼사태와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보듯 국제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불안정하다”거나 “시장 기능을 맹신하는 신자유주의는 적절한 정부개입마저 봉쇄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조선일보도 거들었다. 조선은 같은 날 사설에서 “지금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심각한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이 체제는 시장 참여자들의 지나친 무절제·탐욕 때문에 경기 과열과 거품을 낳으며 위기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또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며 “경제력의 재벌 집중이 심화돼 중소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빈부격차·양극화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썼다.


▲ 조선일보 27일자 2면.

‘부자들의 사교장’으로 불리던 다보스포럼에서도 새삼 ‘위기’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5일 개막된 올해 다보스포럼은 ‘대전환-새로운 모델 만들기’를 주제로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토론이 준비됐다. 으레 경제 전망을 중심으로 첫날 프로그램이 진행됐던 것과는 달리, 올해 첫 세션의 주제는 ‘20세기 자본주의는 21세기 사회에서 실패하고 있는가’였다. 다보스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파브 WEF 회장은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시스템은 더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죄를 지었다”고 토로했다.
때마침 한나라당은 ‘경제민주화’ 개념을 새로 마련될 정강·정책 개정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정책쇄신분과위원회 권영진 의원은 27일 “재벌들의 과도한 탐욕이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의 영역까지 침해하는 것은 공정한 시장이 될 수 없다”며 “그런 관점에서 재벌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를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친재벌 정당’으로 인식되어 왔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변화의 조짐은 이미 일찌감치 감지됐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6월말 원내대책회의에서 “대기업들이 공정시장 유지를 위해 얼마나 사회적 책임을 다해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의 성장이 “시장원리에 반하는 각종 특혜와 정부의 보호정책에 상당부분 의존해온 것도 사실”이라고 직설을 날렸다. 김성식 당시 정책위 부의장도 “당정회의에서 재계가 갑갑할 정도의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와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시장 진출 등을 비판한 대목이었지만, 뿌리는 그보다 훨씬 깊다.
당장 청와대에서부터 ‘대기업에 배신당했다’는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초반 고환율 정책과 법인세 인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산분리 완화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으로 대기업을 지원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지나면 대기업이 투자나 고용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짝사랑’이었다. 청와대는 ‘아랫목만 뜨겁고 윗목은 냉기만 가득하다’는 민심이 결국 2010년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당시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순진하게 재벌에게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 조선일보 2011년 4월28일자 6면.

그 해 광복절 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과제로 꼽은 ‘공정사회’는 그 배경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한 대·중소기업 상생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나 지난해 4월 ‘심복’인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을 통해 ‘연기금 주주권 행사’로 대기업을 견제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 맥락이다. 일부 경제지를 제외하고 대기업의 SSM 진출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던 보수신문들도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라고 하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는 법”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역시 조선일보가 가장 빨랐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자본주의4.0’이라는 대형 기획을 들고 나왔다.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따뜻한 자본주의’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에 앞서 4월에는 라는 장문의 사설에서 “성장보다는 안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동아일보나 중앙일보 등도 대기업의 탐욕을 비판하며 ‘지속 가능한 경제’를 논하기 시작했다. 보수 언론이 보기에도 이미 그만큼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역시 관건은 방법이고, 행동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그리고 보수신문의 그러한 상황인식과는 별개로 대기업의 탐욕을 규제하고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계획과 의지, 그리고 능력이 있느냐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말은 무성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말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정책과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나라당이 ‘경제민주화’ 조항을 강령에 넣고 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일례로 한나라당이 지난해 9월 고위당정회의에서 내놓았던 ‘일감 몰아주기 방지 대책’은 실제로 대부분의 MRO업체에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실효성 논란에 휘말렸다. 또 중소기업에 납품단가 조정 협의 신청권 부여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집단교섭권을 줘야 한다는 개별 중소기업의 요구를 외면한 ‘반쪽짜리’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때문에 겉으로는 ‘동반성장’을 외치며 정부 방침에 화답하던 대기업들이 실제로는 협력업체들의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최근 출총제 부활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며 ‘보완’하면 된다는 인식만 드러냈을 뿐이다.


▲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달 14일 당내 '쇄신파' 의원들과 회동을 갖고 있다. ⓒCBS 노컷뉴스=윤성호 기자

보수언론이 앞 다투어 내놓고 있는 ‘지속가능한 경제론’도 모순투성이다. “소득 양극화 추세를 방치하면 사회통합이 위태로울 지경”(중앙 27일자 사설)이라면서 정치권의 복지 대책에는 ‘포퓰리즘’ 딱지를 붙여왔던 게 대표적이다. “기존체제가 낳은 지나친 탐욕과 온갖 불공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은 우리에게도 가장 큰 고민거리”(매일경제 27일자 사설)라면서도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은 안 된다’는 말만 고장 난 축음기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복지도 ‘보이지 않는 손’과 대기업들의 ‘선의’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는 뿌리 깊은 믿음의 반복인 셈이다.
교육과 의료의 공공성을 높여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자는 주장에는 ‘특목고’와 ‘영리병원’으로 맞섰던 게 이들 한나라당과 정부여당, 보수신문의 ‘카르텔’이다. 대다수 서민들의 삶을 팍팍하게 할 것이 분명한 한미 FTA에 대해 이들이 보여 왔던 태도는 어떤가. ‘지금의 체제는 안 된다’면서도 지난 시대의 상징적 유물로 남을 한미 FTA를 향해 만세를 외치는 분열적 증세를 어떻게 봐야 하나. 그리스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가 ‘무분별한 복지로 인한 재정위기 때문’이라고 사실을 호도하며 반값등록금이나 무상급식을 반대해왔던 건 그에 비하면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 조선일보 2011년 7월4일자 4면.

무엇보다 ‘동반성장’과 ‘지속가능한 경제’ 논의에 노동이 빠져있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다. 끊임없는 고용불안과 실질임금 감소,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노동자를 위한 정책은 어디에도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면 자연히 노동자의 사정도 나아질 거라는 믿음은 근거가 약하다. 청와대와 정부여당, 그리고 보수신문의 뒤늦은 고백처럼 대기업이 성장한다고 그 과실이 자연스레 중소기업으로 흘러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소한의 ‘존엄할 권리’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고 제 몸에 불을 붙이는 노동자를 공권력으로 짓밟고 대기업 편을 들었던 게 누구인지 돌아볼 일이다.

진보신당은 27일 “뜻도 모르는 경제민주화를 함부로 운운하는 건, 한글도 못 뗀 아이가 천자문 읽겠다고 설레발치는 꼴불견이나 마찬가지”라고 논평했다. 한나라당의 변화 의지를 섣부르게 폄하할 이유는 없지만, 세간의 여전한 의구심과 의심을 생각하면 한나라당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보수신문들도 좀 더 세밀한 분석과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시점이 아닐까.


▲ 중앙일보 2011년 6월24일자 사설.

▲ 동아일보 2011년 6월15일자 사설.

▲ 조선일보 2011년 4월6일자 사설.

▲ 조선일보 27일자 사설.

2011년 12월 16일 금요일

[사설] ‘부는 대물림된다’고 체념하게 만든 엠비노믹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15일자 사설 '[사설] ‘부는 대물림된다’고 체념하게 만든 엠비노믹스'를 퍼왔습니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사회조사 결과’는 이명박 정부 들어 날로 고단해지는 우리의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평생 노력해도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가구주의 비율이 2009년에 비해 10.7%포인트나 늘어 58.8%에 이르렀다. 열에 여섯이 부가 대물림된다고 체념하고 있다. 사회 양극화에 이어 양극화의 고착화가 심화된 것이다.
더욱이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기였던 2009년보다 더 나빠졌다는 것은 심각한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봐야 한다. 계층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가구주의 비율 또한 2009년에 비해 6.9%포인트 줄어 28.8%에 머물렀다. 점점 미래의 희망을 잃어가는 가구가 늘고 있는 셈이다.
본인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계층이동 가능성도 낮다고 생각하는 가구주가 2009년 30.8%에서 43.0%로 크게 늘어 미래 전망조차 밝지 않다. 가난한 가구는 뭘 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고 부유층은 뭘 해도 일정 수준의 부를 유지한다면 사회의 역동성이 크게 떨어진다. 재능이나 욕구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막히고 유대가 약화되고 계층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그런 사회에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소득에 만족한다는 가구주도 2009년보다 줄어든 반면 만족하지 못한다는 가구주는 조금 늘어 인구의 절반에 가까워졌다. 사회경제적 지위를 중간층이라고 생각하는 가구주의 비율은 52.8%로 줄었고,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45.3%로 2.9%포인트 늘었다. 고용안정성에 대해서도 불안하다는 비율이 59.9%에 이르렀다. 50대와 60대 이상은 소득에 대한 불만족 비율이 50%를 넘어 조기퇴직과 노후불안의 험한 세태를 보여줬다.
통계청의 사회조사는 허황되고 잘못된 엠비노믹스의 초라한 성적표다. 대기업과 부자 편을 들어주면 경제가 살아나고 낙수효과로 ‘연평균 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이룰 것이라고 했지만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무너지는 중산층과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들의 삶을 지탱해줄 정책이 필요했지만, 고환율, 감세, 규제완화로 수출 대기업과 부동산·금융 부자들만 위한 정책을 고수해 일부러 격차를 벌린 꼴이 됐다. 이제라도 과감한 복지정책과 공교육을 살리는 정책으로 계층 이동의 희망을 살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