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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4일 수요일

목동·강남 등 14개고교, 진학자료 학원에 넘겼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4-24일자 기사 '목동·강남 등 14개고교, 진학자료 학원에 넘겼다'를 퍼왔습니다.
공교육이 사교육 서열화 조장에 동조… 교육당국 “학교장 재량, 권한 없어”

최근 문제가 된 한 사교육업체의 고교별 대학 진학 정보 수집과 관련해 학교장과 교사가 사설 학원의 정부 수집 요청에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공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육자가 오히려 사교육업체의 학교 서열화 조장에 동조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4일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시 관내 인문계 고등학교 ‘사교육업체(OO교육 등) 진학 관련 정보 제공 내역’에 따르면 광문고 등 14개 고교에서 사교육업체의 요청에 진학 자료를 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학 자료를 유출한 학교는 △광문고 △단대부고 △대진고 △동대부고 △동북고 △목동고 △배화여고 △보인고 △세화여고 △영동일고 △이화외고 △잠실여고 △중대부고 △진관고 등 14개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지난달 OO교육에 넘긴 자료는 ‘2013학년도 주요 대학 진학 결과’였으며 ‘주요 대학 진학 인원수’, ‘서울·연세·고려대 진학 인원’(목동고), ‘서울·연세·고려대 의치한(의대·치대·한의대) 진학 결과’(배화여고) 등을 넘긴 학교도 있었다.

제공 방법은 전화통화였으며, 업무 담당자의 실수에 의해서였다고 자료에 나와 있다. 이 중 일부 학교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진학결과가 왜곡되거나 좋지 않다는 잘못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불가피하게 제공했다”거나 “학교 홍보를 목적으로 해당 자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 전체 인문계 고교 중 교육청의 공문 요청에 응하지 않은 학교도 많아 실제로 사교육업체에 학생들의 대학 진학 정보를 유출한 학교는 더 많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한 이번 교육청 조사는 올해 이뤄진 진학 정보 제공에만 한정돼 있어 OO교육 등에 지난해까지 학교장 공문을 통해 자료를 제공한 학교는 제외됐다.

김 의원은 “나머지 학교들도 사교육업체에 자료를 넘기고 교육청에 보고를 안 했을 확률이 높다”며 “교육청이 공교육이 공정할 수 있도록 심판 노릇을 해야 하는데 축구 경기로 비유하면 선수도 아닌 사교육업체가 선수 노릇을 해도 심판이 내버려둔 꼴”이라고 비판했다.

24일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이 공개한 사교육업체 OO교육 등에 진학 관련 정보를 제공한 고등학교들. 진학 자료를 유출한 학교는 광문고, 단대부고, 대진고, 동대부고, 동북고, 목동고, 배화여고, 보인고, 세화여고, 영동일고, 이화외고, 잠실여고, 중대부고, 진관고 등 14개교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4일 서울시 내 전체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사교육업체에 학생의 명문대 등 합격률이나 진학률과 같은 진학 정보를 제공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지도공문을 보냈다. 

특히 문제가 된 사교육업체 (주)OO교육은 최근 몇 년간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해당 학교 학생들의 명문대 진학 실적 등을 요구해 자료를 수집했다. OO교육은 작년에도 서울지역 등 30개(서울 28개교, 지방 2개교) 학교에 ‘일반계고 주요 대학 합격자 현황 조사’에 협조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 업체가 보낸 공문에는 “자료가 누락되는 경우 귀교 재학생 및 지원 희망 학생과 학부모들로 하여금 귀교의 정확한 정보 부재로 인한 오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등의 압력성 내용도 포함됐다. 이후 문제가 불거지자 ㅇㅇ교육은 올해부터 공문을 보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역시 전화를 통한 정보 수집은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사교육업체 OO교육이 지난달에 각 학교에 전화해서 명문대 진학 현황을 조사했다”며 “대부분 전화를 받은 진학 담당 교사들이 별생각 없이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 2012년 10월 OO교육의 특목고 입시설명회에서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학력 수준과 주요대 지원 가능 수준을 보여주는 iFlash 컨설팅으로 학교별수준 정보를 제공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 담당자들이 근처 다른 학교에서 특정 대학에 몇 명 간다는 말을 들으면 마치 자기 학교에서 자료를 안 줄 경우 순위가 누락되는 등 불이익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며 “정보 공개에 대해선 학교장 자율 권한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사설업체에 진학 정보를 줬다고 해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일 김형태 교육의원의 요청으로 각 학교에 사설기관에 대한 대학진학 현황 제출 내역을 조사했다. 지난 18일에는 요청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학교에 재주의를 촉구하는 지도공문을 보냈다. 

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사교육업체로 전달되는 진학 정보는 정확성이 떨어지고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의 성격도 문제가 된다”며 “사설 학원에서 이런 자료를 가공해 자사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공익적 목적에 반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문은 서울시 내 전체 고등학교로만 한정하고 초·중학교는 제외됐다.

이 관계자는 사교육업체가 학교 알리미에 공시된 학업성취도 결과를 자사 컨설팅에 이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사설업체든 개인이든 공개 자료를 분석할 때 공익적 목적에 맞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바랄 뿐이지 행정력을 발휘할 수 없다”며 “교육청의 입장과 다른 해석일 경우 언론 등을 통해 반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성원 기자 | sejouri@mediatoday.co.kr  

2012년 10월 11일 목요일

‘EBS 공룡’ 수능 사교육·공교육 다 삼켰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10-10일자 기사 '‘EBS 공룡’ 수능 사교육·공교육 다 삼켰다'를 퍼왔습니다.

ㆍ학원·교재 EBS 획일화… 고3교실선 교과서 대체

“‘듄아일체’ 할 때까지 무한반복하는 수밖에 없어요.” “무조건 ‘닥듄공’ 하는 거예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30일 앞둔 지난 9일 서울의 한 고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나눈 대화다.

요즘 고3생들이 입에 달고 다니는 ‘듄’은 EBS를 한글 자판으로 입력할 때 생기는 일종의 오타다. ‘듄아일체’는 EBS와 내가 하나가 될 정도로 EBS 수능 교재를 달달 외운다는 뜻이다. ‘닥듄공’은 닥치고 EBS를 공부한다는 의미의 말이다.

EBS 교재가 학교 교과서를 대체한 데 이어 사교육 시장과 출판업계마저 점령했다. 

정부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0년부터 수능 문제의 70% 이상을 EBS 교재에서 출제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뒤 나타난 현상이다.

수능 문제집이나 참고서는 표지에 ‘EBS’라는 문구가 들어 있지 않으면 아예 팔리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출판사들은 EBS를 발췌·요약해 재가공하는 방식으로 교재를 만들어 팔고 있다. 학원 강사들도 EBS 교재를 재편집해 쓰거나 EBS 학습법 특강, EBS 변형 문제 집중 풀이반 등의 간판을 내걸고 수험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9일 EBS는 교육업계의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사의 교재를 무단으로 발췌·요약하거나 현직 강사진이 아닌 저자나 강사를 ‘EBS 강사진’이라고 표기할 경우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는 공문을 출판사와 사교육업체에 발송했다. 수험생 제보 사이트도 운영 중이다.

위법한 행위에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교육업계에서는 EBS의 이번 조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수능 연계 방침 덕에 공룡 지위를 누리고 있는 EBS가 이제는 다른 업체를 말살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출판사의 사정은 심각하다.

교육컨설팅업계의 ㄱ씨는 “한때는 좋은 교재를 만들기 위해 현직 교사와 대학교수 등 다양한 연구진을 두고 개발 작업을 하던 출판사들이 이제는 EBS 짝퉁 교재나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자 정부 정책이 빚어낸 일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구조대로 하면 문제 출제와 학생들의 학습 방식이 EBS를 중심으로 획일화하면서 수능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암기 위주의 옛 학력고사 수험 방식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학교 교실에서조차 EBS 교재가 교과서를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외국어(영어) 영역에서는 EBS 교재에 나온 지문이 그대로 수능에 나오거나 문제·보기 형식으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전국 대부분의 고3 교실에서는 EBS 교재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간·기말고사도 교과서 지문은 제외된 채 EBS 교재에서 출제되고 있다. 수업 시간에 EBS 방송 강의를 틀어주는 학교도 있다.

EBS 교재를 사용하지 않으면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까지 반발하기도 한다. 사교육 시장을 잡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 도리어 공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교육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김승현 정책실장은 “정부는 EBS로 사교육을 잡을 수 있을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오히려 공교육은 무시된 채 EBS 문제풀이 위주의 교육만 조장하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EBS 교재 위주의 수능문제 출제를 고집하고 있지만 대학들은 어려운 논술문제 출제로 또 다른 사교육 시장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2011년 12월 16일 금요일

[사설] ‘부는 대물림된다’고 체념하게 만든 엠비노믹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2-15일자 사설 '[사설] ‘부는 대물림된다’고 체념하게 만든 엠비노믹스'를 퍼왔습니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사회조사 결과’는 이명박 정부 들어 날로 고단해지는 우리의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평생 노력해도 본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하는 가구주의 비율이 2009년에 비해 10.7%포인트나 늘어 58.8%에 이르렀다. 열에 여섯이 부가 대물림된다고 체념하고 있다. 사회 양극화에 이어 양극화의 고착화가 심화된 것이다.
더욱이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기였던 2009년보다 더 나빠졌다는 것은 심각한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봐야 한다. 계층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가구주의 비율 또한 2009년에 비해 6.9%포인트 줄어 28.8%에 머물렀다. 점점 미래의 희망을 잃어가는 가구가 늘고 있는 셈이다.
본인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의 계층이동 가능성도 낮다고 생각하는 가구주가 2009년 30.8%에서 43.0%로 크게 늘어 미래 전망조차 밝지 않다. 가난한 가구는 뭘 해도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고 부유층은 뭘 해도 일정 수준의 부를 유지한다면 사회의 역동성이 크게 떨어진다. 재능이나 욕구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막히고 유대가 약화되고 계층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그런 사회에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소득에 만족한다는 가구주도 2009년보다 줄어든 반면 만족하지 못한다는 가구주는 조금 늘어 인구의 절반에 가까워졌다. 사회경제적 지위를 중간층이라고 생각하는 가구주의 비율은 52.8%로 줄었고,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45.3%로 2.9%포인트 늘었다. 고용안정성에 대해서도 불안하다는 비율이 59.9%에 이르렀다. 50대와 60대 이상은 소득에 대한 불만족 비율이 50%를 넘어 조기퇴직과 노후불안의 험한 세태를 보여줬다.
통계청의 사회조사는 허황되고 잘못된 엠비노믹스의 초라한 성적표다. 대기업과 부자 편을 들어주면 경제가 살아나고 낙수효과로 ‘연평균 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을 이룰 것이라고 했지만 목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무너지는 중산층과 갈수록 팍팍해지는 서민들의 삶을 지탱해줄 정책이 필요했지만, 고환율, 감세, 규제완화로 수출 대기업과 부동산·금융 부자들만 위한 정책을 고수해 일부러 격차를 벌린 꼴이 됐다. 이제라도 과감한 복지정책과 공교육을 살리는 정책으로 계층 이동의 희망을 살려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