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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4일 토요일

"탐욕의 재벌,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건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03일자 기사 '"탐욕의 재벌,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건가"'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홍종학 교수 "재벌세 원조는 강만수"

2012년은 '재벌개혁'의 원년이 될 수 있을까. 야권이 총·대선 공약으로 '재벌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고,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29일 "재벌개혁과 보편적 복지,부자증세를 4.11 총선의 3대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며 재벌의 지나친 계열사 확장을 막기 위해 세금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재벌세'를 전면에 내세웠다. 통합진보당은 "민주통합당이 재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민주당이 제시한 '재벌세'가 "삼성 등 4대 재벌에게는 효과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2일 통합진보당은 '맞춤형 재벌개혁 로드맵'을 발표, 이를 민주통합당에 야권연대 핵심의제로 제안했다.

사실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재벌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적용된 결과다. 이 실시한 2월 정례 여론조사에서 '재벌세'에 동의한다는 의견은 70.3%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주)디오피니언 안부근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 지난달 31일 유선전화(RDD)를 통한 면접방식으로 진행,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5%p다.)

은 '재벌세'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민주통합당 헌법제119조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 홍종학 경원대 교수를 만났다. 진행은 임경구 편집국장이 했다.



▲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 특위 홍종학 교수 ⓒ프레시안(김윤나영)

'재벌세', 재벌을 교정하기 위한 목적세

프레시안 : 부당 내부거래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게 재벌세의 핵심인데.

홍종학 : 재벌이라고 하는 것이 경제 구조를 굉장히 왜곡시킨다. 지금 재벌들이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하고, 골목 상권까지 진출하다 보니 지식인들이 저 상태로 내버려뒀다가는 큰일 난다고 생각했다. 온 국민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그게 핵심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라고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모든 거래가 이뤄져야 하는데 계열사 간 봐주기, 일감 몰아주기, 이런 우대를 하는 방식이 가장 문제다. 그리고 더 나쁜 것은 재벌 2,3세들이 소유한 기업에 이익을 몰아주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보면 재벌 총수 일가, 일반 소액 주주들, 소비자들, 골목 상권이나 중소기업들 의 이해상충이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이해상충은 시장에서 풀어줘야 하는데 지금 재벌은 그걸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핵심이 그거다.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

재벌은 복잡한 소유지배구조로 아주 작은 지분을 가지고 부당하게 이익을 편취해 가는 게 핵심이다. 보통 이것을 해결하는 방식이 규제인데, '규제'라고 하는 것이 효과를 내기가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표적으로 참여정부 때 문제가 됐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보면, 이를 복원시키고 나면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복원하려고 하면, 또 이것저것 정치적 압력이 있어서 다시 예외조항을 만들고.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가 된다. 재벌개혁을 피부로 느껴서 '이제 재벌개혁 해야 하는 구나'라는 공감대가 있는데, 실제로 수단은 마땅치 않다. 그런 의미에서 재벌에 대해서 우리가 막고자 하는 행위, 거기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굉장히 유효한 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재벌개혁을 하는 역사적 선례에서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재벌세' 논의가 나왔다는 것이 학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본다.

프레시안 : '재벌세', 말만 놓고 보면 징벌적 뉘앙스가 강하다. 특정집단에 대한 표적화 된 개념 아닌가.

홍종학 : 이것은 잘못된 행위를 교정하기 위한 세금이다. 예를 들어, 선거를 할 때 부당하게 돈이나 음식을 받으면 50배의 벌금을 부과한다. 반면면, 공무원에게 선물을 주는데 3만 원 이하는 처벌 안 한다. 접대로 인정을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3만 원이상이면 문제 삼는다.

그래서 계열사 간 부당한 내부 거래에 대해 처벌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전체 기업에 대해서 다 할 수는 없으니까 기준을 정해서 그 이상에 대해서는 이런 행위를, 특히 이런 기업들이 경제력을 이용해, 즉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니까 '재벌세'는 그것을 교정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래서 이것이 특정 집단에 대한 징벌적 행위라기보다는 '특정 행위에 대한 징벌적 행위'로 봐야 한다.

거대 기업집단이라고 할지라도 부당내부거래가 없는 미국 기업이라고 한다면 재벌세를 부과한다고 해도 아무런 해당이 안 된다. 소유지배구조의 문제가 없는 기업은 여기에 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100% 자회사가 배당을 한다고 규제를 하지 않는다. 재벌세는 특정 집단이 아니라, 특정 행위를 교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본다.

'법인세 18조 3항'에 근거한 '재벌세', 이중과세 하자는 것

프레시안 : 요새 일감몰아주기가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재벌들의 부당내부거래를 통한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홍종학 : 가장 중요한 게 재벌들이 자기네 계열사와만 거래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재벌의 계열사들은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우월하게 된다. '삼성 동물원', 'LG동물원' 얘기가 바로 거기서 나오는 것이다. 그 재벌의 계열사에 들어가 있지 않은 다른 기업들은 어떤산업에서든 재벌 계열사하고 경쟁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지금 우리 국가 경제 전체를 왜곡시키는 것이다.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는 중소기업이 중견 기업으로 크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크는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대기업들이 나온 지 불과 20, 30년밖에 안 됐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기업들이 안 나온다.

프레시안 : 창발적인 아이디어나 이런 중소기업이 클 수 있는 구조가 재벌 때문에 가로막혀 있다?

홍종학 : 그렇다. '애플' 같은 경우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니까 쓰러져 가던 회사가 갑자기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 중소기업이 설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이미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 재벌이 안 받아준다. 심지어 최근에는 이것이 도를 넘어서서 골목의 빵집이라던가, 피자집, 치킨집이렇게까지 들어오니까. 이 상황에서는 일반 서민들이 버티기가 굉장히 어렵다.


ⓒ프레시안(김윤나영)

프레시안 :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은 어떻게 되는 건가. 법인세를 좀 더 강화한다든지 하는 방식?

홍종학 : '재벌세'가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텐데, 그런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서 현재 이미 발표된 것은 '법인세법 18조 3항'에 해당되는 것이다. 계열사의 배당에 대한 수입금을 '익금불산입조항'이라고 하는데,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 계열사 배당금을 수익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벌에게는 이 혜택을 제외하자는 것이다. 재벌 계열사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재벌의 다른 기업에게 배당을 주게 되면 거기에 대해서는 일부러 이중과세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계에서는 이중과세를 한다고 반대를 하는데, '재벌세'는 바로 이중과세를 하자는 것이다.

그게 싫으면 두 개의 회사를 합치던지, 아니면 지분 구조를 명확하게 하던지 그렇게 하면 된다. 이중과세라는 것을 명확히 짚고 들어가기 때문에 '이중과세다'라고 비판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법인세법 18조 3항'은 새로 신설된 조항이 아니라, 1997년 이전에는 이미 실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당시에는 재벌들이 거의 배당을 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때 당시에 재벌을 유지하는 것은 '기업 간 채무보증'이었다. 그래서 한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에 채무보증을 해주고, 채무보증을 이용해서 부실한 계열사들이 은행에서 차입을 하고, 그것으로 재벌이 커가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조항이 있었어도 거의 의미가 없었는데, 외환위기가 벌어지고 나서 해외자본이 들어왔다. 그러면서 해외자본들이 배당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배당을 하게 되니까 재벌들은 이중과세를 하고 있는 셈이다. 당시 재벌들은 '왜 우리만 피해를 보느냐'라고 해서 사실상 점차 완화했던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던 시기에, 재벌에 대한 규제를 오히려 완화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출자총액제한제도' 그때 무력화시켰고. 나중에 '출자총액제한제'를 다시 복원했지만, 거의 효력이 없는 상태가 됐다. 지금 이 조항은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실제로는 해외자본이 요구한 배당금에 대해서는 입금에서 제외하게 했기 때문에 이중과세를 하지 못하게 해 버린 것이다.

'기차재벌' 말하던 강만수, 왜 침묵하나


▲ 강만수 전 장관의 책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삼성경제연구소
그런데 이 '법인세 18조 3항'이 재벌개혁에 있어서 핵심 조항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MB정부의 핵심 측근이라고 하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현 산업은행장)이 주장한 것이다. 강 전 장관이 '기차재벌'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기차재벌'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바로 계열사 배당에 대해서 과세를 세게 하면 된다고 했다. '계열사 배당에 대한 과세',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재벌세다. 강 전 장관의 2005년도 책 을 보면 재벌세가 굉장히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주장한 것인데, 지금 대통령 측근으로 실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는 거의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따라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재벌세'라는 것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예전에 있던 것을 다시 복원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고, 이것이 중요한 것은 규제를 통한 재벌개혁이라는 점이다. 재벌개혁이 단기간에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원래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에서 루즈벨트 대통령이 기업집단을 해체할 때 백악관에서 컨퍼런스를 했다. 학자들에게 '기업집단을 해체할 수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그때 많은 개혁 입법들을 하면서 동시에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한 게 바로 이 '재벌세'다.

세금을 단계별로 계속 부과하는 방식인데, 아주 적은 세율을 부과하지만 층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누적되기 때문에 층을 많이 만든 기업집단일수록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미국의 기업집단들이 층이 자꾸 줄어들게 되어 있고, 그래서 지금은 미국의 기업집단들은 지주회사들이 자회사나 손자회사 정도까지만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지주회사법'에도 손자 회사까지만 허용하게 해 놨다. 흥미로운 것은 전 세계에 이 제도가 있는 것은 한국과 미국뿐이다.

이런 이유로 재벌세를 얘기할 때 계속 반론이 나오는데, 하나는 유럽은 기업집단을 해소하는 방식이 미국과 달랐다. 유럽은 기업집단 해소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바꿨다. 소유구조는 기업이 그대로 갖고 있지만,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를 하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노동자를 탄압한다든가, 재벌 총수 일가의 이익을 위해서 월권을 한다든가 하는 일들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유럽에서는 세율이 워낙 높기 때문에 재벌 총수가 이익을 많이 얻는다고 하더라도 세금으로 다 뺏긴다. 무리수를 둬서 사회적 지탄과 처벌을 받으면서까지 이익을 남겨봐야 인센티브가 없는 셈이다. 이것이 유럽식 재벌개혁이다. 그리고 재벌세는 미국식 재벌개혁 형태다.

재벌개혁이나 재벌세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첫 번째, 그렇다면 골목 상권이나 중소기업을 어떻게 보호할 것이냐, 둘째, 커지는 경제적 집중에 대해서 어떻게 제어할 것이냐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하는데, 역사적으로 지금 효과가 밝혀진 것은 재벌세나 노동자의 경영참여 방식이다.

미국 '사외이사제도'가 그대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데, 사실상 지금 한국의 '사외이사제도'는 집중투표제가 안 돼 절름발이 장치가 되어 버렸다. 한편으로는 '사외이사제도'를 강화해서 집중투표제를 실속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 역시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미국은 상대적으로 효과가 빠른 '재벌세' 방식을 취한 것이다.

'재벌'을 지주회사 형태로 바꾸면 더 투명하다. 그렇지만 여러 층의 지주회사를 만들면 역시 소유지배구조의 괴리가 생긴다. 지주회사를 만들어 놓고 재벌 2세들이 자회사나 손자회사에 투자하도록 허용하면 역시 문제가 발생한다. 지주회사 제도를 좀 더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재벌 중에서도 지배구조와 소유구조를 명확하게 하는 기업은 재벌세에 해당되지 않는다. 대신 지금 우리나라는 '기차재벌' 보다 복잡한 '거미줄재벌'이다. 이게 문제다. 현재 거론되는 '재벌세'는 '기차재벌'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거미줄재벌'에는 효과적이지못하다.

층으로 보면 두세 단계밖에 안 되는데 서로 얽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거미줄재벌'에 대해 더욱 강력한 재벌세가 필요하지만, 그것은 논의가 안 되고 있다. 추가로 국민들이 재벌의 폐해에 대해서 좀 더 인식하게 되면, 앞으로 도입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거론되는 '재벌세'는 대단히 소극적인 정책으로 봐야 한다.

박재완이 말하는 '글로벌스탠다드'

프레시안 : 재벌세에 대해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은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 ⓒ연합
홍종학 : 최소한 기재부 장관이라면 재벌의 이야기를 그렇게 앵무새처럼 반복하면 안 된다.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러면 '재벌'이라고 하는 형태가 과연 글로벌스탠다드에 맞는가. 지금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 '재벌세' 얘기를 하는 것이다.

마피아와 비교를 많이 하는데 마피아가 있는 나라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것도 글로벌스텐다드에 안 맞는다. 그런 법이 별로 없으니까. 암적인 존재들이 있어 그것을 해소하기 위한 강력한 법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글로벌스탠다드에 맞지는 않지 않나.

프레시안 : 한시적인 것인가?

홍종학 : 재벌의 행태가 바뀌면 법은 있어봐야 아무 효과가 없다. 미국의 대기업 집단들은 여기에 해당 안 된다. 그런데도 '재벌세'는 있다.

프레시안 : '재벌세'가 있음에도 유명무실해진 거고.

홍종학 : 그렇다. 재벌세 때문에 다 바뀐 것이다. 법은 있지만 적용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이 된 거다. 그래서 재벌세가 중요한 것이다.

2004년에 미국 부시 대통령이 이와 관련된 법(세입법, Revenue Act)을 없애려고 했다. 그러자 한 경제학자가 나서 '이 법은 단순한 이중과세가 아니다. 소유지배구조의 문제가 있는 기업집단을 해소하기 위해서 특별히 만들어진 맞춤형 제도다. 1930년대부터 이어져 온 역사적인, 역사성이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부시는 이 법을 못 없앴다.

그 경제학자의 논문에 보면, 이 법을 안 없앴기 때문에 미국에는 한국과 같은 기업집단이 없고, 한국과 같은 재벌이 안 만들어졌고, 소유지배구조에 문제가 없다. 그런데 캐나다는 이 법이 없어서(캐나다와 미국은 거의 모든 법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에는 지금 한국재벌과 같은 재벌의 형태가 보인다.

프레시안 : 법 하나 때문에 재벌이 있고, 없고가 달라진 경우군요.

홍종학 : 그렇다. 이 법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부시 덕분에 논문이 나왔고, 논문 때문에 한국에도 알려졌다. 그래서 논문을 보고 나서 '아, 이런 게 있구나' 했는데 이미 국내에도 알려져서 강만수 전 장관이 얘기하고 우리 법에는 이미 들어와 있었다.

IMF 이후 하나씩 완화된 재벌개혁 관련법들...

프레시안 : 그런데 1990년대 후반에 왜 없어지게 됐나?

홍종학 : IMF 사태가 나면서 제도개혁을 막 바꿀 때 재벌들의 요구에 재벌개혁 관련법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 금융지주회사법 등)이 중요성을 모른 채 수정됐다. 당시 관련법의 중요성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냥 계속 완화가 됐다.

재벌은 1년에 하나씩 완화 시켰다. 처음에는 30대 기업집단을 안 넣었다. 30대 기업 집단이 이 법에 해당된 것은 1999년과 2000년대 와서다. 처음 1998년에는 지배구조와 소유구조가 굉장히 좋은 지주회사만 포함했다. 1998년도와 99년도에 오면, 일반 기업에도 그것을 적용하는데, 30대 기업집단은 제외시켰다. 그리고 이제 아무도 신경을 한 쓰는 것은 보고 30대 기업집단도 포함시켰다.

여기에서 느끼는 것은 재벌의 지배체제가 굉장히 강고하구나. 내용을 잘 아는 감시견이 없다면, 재벌이 원하는 대로 법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가 된 것이다. 정관경언 유착이란 말이 있듯, 언론에서도 아무도 거론하지 않았고, 정치인들도 다 통과시켜줬고, 관료들도 앞장서서 해줬고. 그리고 시민사회에서는 실력이 부족해서 관련법의 중요성을 몰랐던 상황이다. 그게 지금까지 왔다.

조금 다른 시각에서는 이런 측면도 있다. 김대중 정부가 신자유주의에 빠져 규제완화를 한 것은 아니다. 당시 상황이 급박했다. 삼성조차 흔들거렸다. 지금은 100만 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가가 10만 원이 안되던 시기에, 해외자본에게 넘어갈까 봐 불안했다. 삼성이 그 정도니 나머지 재벌은 더 살아남기 힘들었다. 당시 IMF도 재벌개혁을 강력히 요구했다. 당시 재벌들이 사정사정해서 김대중 정부가 살려준 것이다. 재벌들이 외국자본에 대해 경영권을 방어하라고 순환출자를 통한 가공 자본의 형성까지 허용했다. '재벌세'가 없으니 비용이 들지 않았다. 국민들이 살려준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 재벌들이 저렇게 탐욕스럽게 나오니 분통이 터지지 않겠나.

'재벌세'에 비판적인 이정희, 오판?

프레시안 :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재벌세가 사실 상위 4개 기업에 대해서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비판적이다.

홍종학 : 이정희 대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확인 해 보시는 게 좋을 텐데. '법인세법18조'를 갖고 얘기하는 것인데, 이정희 대표는 아마 핵심 주력 사업 외에 거기에 투자한 것에 대해서만 부과하는 것으로 생각을 잘못한 것 아닌가 싶다.

법인세법 27조와 28조를 거론하던데 다른 것이다. 그래서 삼성, 현대에 효과가 없다고 하는 것인데 그렇지 않다. 그렇게 복잡한 다층구조를 갖고 있는 곳에서는 어디나 해당이 되는 것이다. 효과가 없다는 말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정희 대표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통합당에서 언급한 '재벌세'는 '사업연관성 없는 계열사 출자금 과세'와 비슷한 형식과 내용을 담아 재벌순위 제5위 롯데그룹, 제8위 한진그룹, 제9위 한화그룹의 과도한 출자를 통한 '문어발식 확장'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실제 적용해보면 재벌들의 최대 효과가 각각 다르다"며 "'재벌세'는 삼성그룹 등 4대 재벌 기업집단에는 거의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편집자 주)

재벌세는 행동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설사 지금 실효성이 없고 세금을 거의 걷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굉장히 차이가 난다. 이 법이 없으면 앞으로 미래에도 그런 일이 또 반복되는 것이고, 이 법이 있게 되면 기업들이 알아서 빠져나간다. 그런 식으로 안 간다는 것이다. 다층적 지배구조를 안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좀 잘못 아신 것 같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출자총액제한제'는 사실상 지금 새롭게 다시 복원을 한다고 할지라도 효력을 발휘하기가 굉장히 어렵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일단 지난 4년간 '출총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 사이에 기업들이 엄청나게 출자를 늘려 놨다.

그럼 이 법을 다시 복원시킬 수 있는 방법이 뭐냐. 이것은 굉장히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강제적으로 재벌들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정도의 압력이 가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문제는 독재 권력이 있을 때는 재벌을 통제할 수가 있었다. 민주화 이후 정부가 재벌을 강력하게 통제하기가 어렵게 됐다. 그래서 '계열분리명령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이를 도입한다고 해도 요건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출총제'나 '계열분리명령제도' 같은 것들은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

재벌들이 지금 코웃음을 치고 있을 것이다. 이런 것을 다시 복원해봐야 실제 효력을 발휘하기까지는 한 3, 4년 걸리고, 그러면 또 다음 정권이 들어오고, 그 사이에 경제사정이 안좋아지거나 하면 분위기도 바뀔 것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많은 재벌개혁 관련이 사실 재벌들에게는 실질적인 압박 수단이 거의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MB정부가 한 것처럼 재벌들에게 다 퍼주고도 사정해야 하는 상황이 또 벌어지는데, 그것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재벌세다. 통합진보당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4대 기업에 해당이 없다고 하는 것은 조금 오해를 하신 것 같다.

재벌개혁 간단, '법인세법 18조 3항'만 고치면 돼

프레시안 :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나왔나?

홍종학 : 자동적으로 되게 되어 있다. 세율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익금불산입이 되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그 기업에 법인세를 그대로 부과하게 되어 있다.

프레시안 : 법인세법이 개정 요건이 되는 것인가?

홍종학 : '법인세법의 18조 3항'만 고치면 된다. 굉장히 간단한 것이다.

프레시안 : 재벌개혁이나 경제 민주화가 사회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고 한나라당에서도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제민주화 논의에 대해서 평가를 한다면?

홍종학 : 한나라당이 시장경제를 자유방임으로 해 왔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만든 것이다. 기본적인 철학이 다르다. 보수주의 철학하고 일종의 진보주의 철학하고 시장을 바라보는 게 다르다.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러이러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들은 적자생존 논리다. '줄푸세'를 얘기하면서 지금 상황을 만들어 왔는데, 심각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반성 없이 이쪽에서 얘기하는 경제민주화를 쫓아오는 것은 일단 진정성 면에서 납득하기 좀 어렵다.

참여정부나 국민의 정부도 마찬가지 아니었느냐. 그때 당시 뜻은 있었는데 수단이 없었다.

"삼성전자를 왜 건드리나. 그 좋은 기업을"

프레시안 : 수단이라고 하면?

홍종학 : '출총제'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효성이 없었다. 사실 이런 연구를 한 게 최근 5년 정도다. 참여정부에서 왜 그게 안 됐느냐 반성하고 이런 상황에서 이런 것들을 알게 된 것이다. 한성대 김상조 교수가 주장하는 '기업집단법'이라던가 하는 것들이다. 어떤 면에서는 기업이 시장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지금처럼 경제력을 남용하는 주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경제개혁이 국민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고 시장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쪽으로 정부 역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때 알고 있었지만, 적절한 수단을 찾지 못했다.

프레시안 : 당시 상황도 이런 것들을 도입하기에는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이었고.

홍종학 : 일단 분위기도 그랬던 데다가 학자들도 잘 몰랐다고 생각한다. 그때 당시 '재벌세'에 대해 얘기했지만 '법인세 18조 3항'에 대해서 몰랐다. 알게 된 게 2004년 논문을 통해서 알게 됐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도 있더라. 그러고 나서 뒤집어 보니 우리는 이미 98년과 99년도에 재벌이 마음대로 이 법을 요리해 먹었더라.

사실은 이런 얘기들이 지난 10년간 진보진영의 학자들이 갈고 닦은 정책들이다. 재벌개혁이 총선 이슈니까 그냥 섣부르게 뛰쳐나온 게 아니라, 10년 간의 연구 결과가 집대성 된 것이다.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합리적인 재벌개혁의 수단들이 무엇이냐' 이런 것에 공감대가 좀 형성됐다. 국민들의 성원이 있고 정치적인 결단이 있다면, 이제는 한번 해볼 만하다.

삼성전자 안 건드린다. 삼성전자를 왜 건드리나. 그 좋은 기업을. 삼성전자가 이익을 해외자본에 유리하게 빼돌리거나 총수 일가에게 빼돌리거나 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저희가 하라는 대로 재벌개혁이 되면 아마 삼성전자 주가는 더 올라갈 것이다. 이제 떼어 먹는 게 없으니까. 삼성이고 LG고 아무 문제 없다. 안 건드리는데, 아무 문제 없다. 밖에서 얘기하는 대로 '재벌세'를 얘기하게 되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안 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것은 터무니없는 얘기다. 이런 터무니 없는 얘기를 기재부 장관이 반복한다는 것이 더 어처구니없다.

'자기네 가족 잘 살기'만 고집하는 재벌


ⓒ프레시안(김윤나영)
프레시안 : 재벌세 자체는 좀 약하다고 했는데, 보다 강한 내용의 재벌개혁 수단은?

홍종학 : 궁극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재벌의 사회적 책임이다. 재벌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을 우리 기업들이 인식 못하고 있는데, 글로벌스탠다드에서 벗어나 있어서 그렇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자본주의는 어떤 것이냐'를 찾고 있는데, 이 사람들은 계속적으로 '자기네 가족 잘 살기 운동'만 하고 앉아 있다. 재벌이 그렇게 끝끝내 '자기네 가족 잘 살기'만 고집을 한다면, 그러면 이제 더 이상 재벌이 국민기업은 아니지 않느냐.

이제 재벌에 대한 특혜는 없어져야 한다. 그것을 명확하게 하자는 것이다. 재벌에 대한 특혜, 재벌의 경제적 집중에 대한 남용, 이런 것들에 대해서 특혜는 줄이고 남용은 강력하게 규제하고.

그리고 이제는 재벌에게 당당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그동안은 사실 재벌의 이념에 우리가 포위됐다고 할까, 그냥 넘어갔다고 할까. 재벌이 투자를 많이 하면, 고용이 늘어나고 국민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1970년대는 그랬다.

세상을 바뀌었는데도 계속 재벌을 지원해 주고 있다. 대표적인 게 '투자세액공제'다. 아직도 매년 2~3조 원씩 퍼주고 있다. 재벌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고용을 늘리는 것이다. 지금의 운영방식은 재벌에게 퍼줄 것을 다 퍼주고, 그다음에 고용해달라고 사정하는 방식이다. 퍼줄 것은 다 퍼주고 나서, '제발 동네 제과점에서는 좀 나와 달라' 이런 방식이다. 재벌에게 사회적 책임 의식이 있고, 재벌이 서민과 중소기업의 눈물과 고통을 이해했다면 알아서 해결했을 수도 있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나서서 했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이제 온 국민이 재벌의 탐욕스러움을 알게 된 것 아닌가. 저들의 윤리의식에만 맡길 수 없음을 알게 된 것 아닌가.

그러니 '니네가 혜택을 받으려면 고용을 늘려라. 니네가 고용을 받으려면 동네 골목 상권에서 빠져 나와라. 니네가 혜택을 받으려면 중소기업에 대한 착취행위 그만둬라. 니네가 혜택을 받으려면 노동고용법 위반 그만둬라.' 이것이다. 이것은 그동안의 패러다임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웃기는 시장경제"의 정상화를 위해 '재벌세' 필요

프레시안 : 시장경제론의 입장에선 정부 간섭이 상당히 많아지는 것이라 반발이 심할텐데.

홍종학 : 아니다, 여태까지는 웃기는 시장경제였다. 시장경제라고 하면, 재벌에게 특혜를 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강만수 전 장관은 재벌을 위해서 저금리, 고환율 정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게 무슨 시장경제냐. 이것은 소비자를 착취해서 재벌에게 준다는 것인데, 국가가 엄청난 간섭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원 배분에 있어서 국가가 자원배분을 왜곡시킨 것이다. 그렇게 한 이유는 재벌이 국민경제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우리는 그 반대를 목격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한국의 시장경제는 왜곡된 시장경제다. 보통 이것을 한국에서는 '시장'이라고 얘기하는데 사실은 '재벌 편향적인 시장'이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시장경제 측면에서 봐도 정상화되는 것이다?

홍종학 : 시장에서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재벌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 이것이 김상조 교수가 말하는, 우리나라에 독특한 "신자유주의 과잉과 자유주의의 결핍" 현상이다. 1930년대 미국에서 달성된 재벌개혁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2000년대의 신자유주의만을 받아들여 미국보다 더 나빠진 상황이다. 미국도 경제위기가 왔으니 한국도 걱정이다.

미국에서 왜곡된 경제력에 의한 경제력 남용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가 1930년대 만들어졌고, 지금 우리 재벌과 같은 기업집단이 당시 해체 됐다. 이것이 중요하다. 우리 재벌들이 거짓말을 한 게, 미국은 저절로 해소 됐다는 것인데 과거 이런 자유주의적 개혁에 의해서 경제력 균형과 시장에서의 균형이 맞춰진 것이다. 그리고 난 다음, 미국의 황금시대가 온 것이다.

따라서 '재벌세'는 시장의 복원이다. 시장의 합리적 복원, 거기에 정부가 공공성을 담보해 주는 것이다.

축구 경기가 심판이 공정하게 심판을 보면서 하는 것이라면, 여태까지는 대학생들과 초등학생들과 경기를 시켜놓고 그걸 공정하다고 한 것이다. 초등학생 중에서도 뛰어난 축구 천재가 있는데, 시작부터 축구 천재가 나타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갖춰진 분위기, 문제는 정치권의 의지

프레시안 : 결국은 도입이 실제로 될 것이냐, 도입 의지를 민주통합당이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일 것 같다. 18대는 어렵지 않겠는가. 19대 국회가 만들어진 다음, 추진을 하고 연내에 도입을 하거나, 이런 정도의 그림을 가지고 있나.

홍종학 : 정치권에서 논의가 됐다는 면에서 바람직하다.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절실하게 요구해야 한다.

프레시안 : 분위기는 충분하지 않을까.

홍종학 : 재벌들에게 가서 사정할 것이 아니라 주인이 당신들이니 당당하게 요구하라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 '재벌세' 도입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미국에서 공정한 경쟁을 가져왔다. 노동계라면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요구해라. 결국은 그렇게 해야 해결이 된다.

스웨덴의 발렌베리(Wallenberg)가 저러고 싶어서 저렇게 된 게 아니다(세계 최대 통신업체 '에릭슨'을 소유하고 있는 발렌베리 그룹은 스웨덴에서 5대째 존경받는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소련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나니까 뺏기는 것 보다는 오히려 자기네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그런 대타협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다시 국민기업, 쉽게 얘기하면 재벌의 이해관계와 국민경제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킨 것이다. 이런 것들(국민기업으로의 명성)이 그냥 나오지는 않는다.

국민들도 인식을 해야 한다. 재벌의 행태는 글로벌스탠다드가 아니다. 이런 재벌의 형태가 유지돼서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들어갈 수 없다. 대표적인 나라가 지금 이탈리아다. 서구 유럽 대개의 경우, 거대 기업집단들이 소유지배구조가 좋아지면서 개선됐는데 유일하게 안 된 나라가 이탈리아다. 개혁이 안 되니까 이상한 일들이 자꾸 벌어지는 것이다. 이상한 사람이 수상이 되고, 수상이 자꾸 이상한 일을 하고.

ⓒ프레시안(김윤나영)

"10년 내 한국 재벌들 다 무너질 수도"

프레시안 : 재벌세라는 명명 자체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재벌에 대한 이중적 인식이 아닐까 싶다. 하나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기업이 하는 꼴은 정말 보기 싫지만,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게 저들 아닌가, 한국 경제는 저 사람들이 책임을 지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두 가지 인식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재벌세가 논란이 되는게 아닐까 싶다.

홍종학 : 맞다. 여태까지 그렇게 우리는 교육 받아 왔고, 다들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상황이 한계에 도달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과의 경쟁인데, 현재 상황에서는 경쟁할 수 없다. 이것을 너무나 간과하고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10년 내 한국 재벌들이 다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중국이 지금 싼 노동력으로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고 있는데, 과학기술 능력 역시 대단히 뛰어나다는 것이다. 지금 조선(造船)은 거의 쫓아왔다고 보이고, 반도체도 그렇다. 지금 '애플'도 다 중국에서 만들고 있는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첨단 기기를 만드는 데 오래 걸리겠나. 거의 다 쫓아왔다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재벌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무모한 투자였다. 전 세계적으로 합리적으로 출자를 할 때 우리는 그냥 국가의 지원을 받아서 굉장히 위험한 투자를 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성공하면 기업이 가져가고 실패하면 국가가 가져가는 방식으로 유지돼 왔다. 그런데 중국은 시장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무모한 투자를 앞으로 더 할 것이다. 그런 방식의 성장, 현재의 재벌 시스템에 의한 성장은 오래 전부터 한계에 도달했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미국에서 '애플', '페이스북'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중국과의 경쟁을 위한 나름대로의 해결책이다. 미국이 이것을 하기 위해 30, 40년 간 굉장히 노력을 해왔다. 사람들에게 창의력을 요구하고, 창의력을 가진 사람들을 키워주고, 그들을 우대하고, 뻗어나갈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냥 하루아침에 된 게 아니다. 우리도 지금 바로 그것을 해야 할 때다.

서울대 안철수 교수가 얘기하듯 이제 '삼성 동물원'과 'LG 동물원'의 울타리를 뜯어낼 때다. 뜯어내지 못하면 우리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절박하다. 경제라고 하는 것이 문제가 있어도 해결하지 못하고, 그냥 가다가 위기도 맞는다. 일본이 지금 그렇다. 일본이 전형적으로 한국과 같이 하다가 지금과 같이 됐다. 굉장히 튼튼한 중소기업을 갖고 있었는데도 저렇게 됐다. 우리는 훨씬 더 취약하다.

일부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이 불안하다고 해서 이 상태로 있으면 미래가 없다.



/이명선 기자(정리) 

2012년 1월 30일 월요일

[사설] 재벌개혁의 시금석 출자총액제한제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1-29일자 사설 '[사설] 재벌개혁의 시금석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퍼왔습니다.
민주통합당이 10대 재벌에 한해 자산 규모에 관계없이 출자총액 제한제도를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출총제는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순자산액의 일정 비율을 초과해 국내 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이명박 정부 들어 출총제를 폐지하면서 재벌들의 무차별 사업 확장이 가속화된 만큼 출총제 부활은 당연하다. 그러나 계열사 출자 한도를 순자산의 40%로 높여 재벌 개혁에 대한 결기가 약해 보인다. 출자 한도를 축소해 엄격히 하고 출총제 대상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투자 활성화 명목으로 출총제를 폐지했으나 실제로는 재벌들이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이 영위해오던 업종까지 마구잡이로 진출하는 등 그에 따른 폐해가 심각하다. 마지막 빗장이 풀리면서 소모성자재 구매대행업 등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해 계열사 일감을 독식하고 제과제빵, 심지어 라면·떡볶이 등 동네 상권의 영세업종까지 진출해 역풍을 맞고 있다. 경제력 집중 심화는 출총제 적용을 받는 기업집단의 실질 자산이 2002~2006년 4.93% 증가했지만, 2007년 출총제 무력화 이후 4년 동안 15.82% 증가한 데서도 확인된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4년 동안 30대 재벌 계열사 수는 359개가 늘어 1150개에 이른다.
출총제 폐지의 또다른 문제는 경제력 집중이 총수 일가의 이익으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늘어난 대규모 기업집단의 계열사 1864곳 가운데 18.66%인 348군데가 총수 일가의 출자로 세워졌다. 대기업들은 주력사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허울뿐이며 2~3세에게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사업기회를 안겨주고 있다. 총수 일가 참여 계열사는 기존 계열사에 비해 부채비율은 낮고 수익성은 높다.
출총제가 외국 기업과 경쟁할 때 역차별이며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주장은 재벌에 대한 규율 공백 상태를 유지해 달라는 억지나 다름없다. 이런 상태로 두면 재벌 기업의 경쟁력마저 약화되고 자원 배분이 왜곡될 수밖에 없다. 출총제에 더해 계열사 간 순환출자나 비관련 다각화, 일감 몰아주기를 차단하는 규율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일감 몰아주기를 근절하기 위해 대기업집단에 특수관계 법인과 거래할 때 공시 및 설명 의무를 부과하고 중소기업이 손해배상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출총제는 재벌에 대한 규율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입안 과정에서 물러서거나 예외규정을 둬 유명무실해지도록 해선 안 된다.

2012년 1월 28일 토요일

한나라당, 경제민주화가 뭔줄은 알고 있나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1-27일자 기사 '한나라당, 경제민주화가 뭔줄은 알고 있나'를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백 마디 말보다 중요한 건 ‘의지’와 ‘능력’

“자본주의가 뿌리째 불신받고 있다. 큰 위기에 빠졌다.”
중앙일보 27일자 사설의 첫 줄이다. 사설의 제목은 라고 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소득 양극화는 깊어가고, 미국의 리먼사태와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보듯 국제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불안정하다”거나 “시장 기능을 맹신하는 신자유주의는 적절한 정부개입마저 봉쇄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조선일보도 거들었다. 조선은 같은 날 사설에서 “지금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심각한 결함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이 체제는 시장 참여자들의 지나친 무절제·탐욕 때문에 경기 과열과 거품을 낳으며 위기를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또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며 “경제력의 재벌 집중이 심화돼 중소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빈부격차·양극화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썼다.


▲ 조선일보 27일자 2면.

‘부자들의 사교장’으로 불리던 다보스포럼에서도 새삼 ‘위기’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5일 개막된 올해 다보스포럼은 ‘대전환-새로운 모델 만들기’를 주제로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토론이 준비됐다. 으레 경제 전망을 중심으로 첫날 프로그램이 진행됐던 것과는 달리, 올해 첫 세션의 주제는 ‘20세기 자본주의는 21세기 사회에서 실패하고 있는가’였다. 다보스포럼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파브 WEF 회장은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시스템은 더는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죄를 지었다”고 토로했다.
때마침 한나라당은 ‘경제민주화’ 개념을 새로 마련될 정강·정책 개정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정책쇄신분과위원회 권영진 의원은 27일 “재벌들의 과도한 탐욕이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중소기업·자영업자들의 영역까지 침해하는 것은 공정한 시장이 될 수 없다”며 “그런 관점에서 재벌 대기업의 사회적 책무를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친재벌 정당’으로 인식되어 왔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변화의 조짐은 이미 일찌감치 감지됐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6월말 원내대책회의에서 “대기업들이 공정시장 유지를 위해 얼마나 사회적 책임을 다해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대기업의 성장이 “시장원리에 반하는 각종 특혜와 정부의 보호정책에 상당부분 의존해온 것도 사실”이라고 직설을 날렸다. 김성식 당시 정책위 부의장도 “당정회의에서 재계가 갑갑할 정도의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대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와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시장 진출 등을 비판한 대목이었지만, 뿌리는 그보다 훨씬 깊다.
당장 청와대에서부터 ‘대기업에 배신당했다’는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초반 고환율 정책과 법인세 인하,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금산분리 완화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으로 대기업을 지원했다. 2008년 금융위기가 지나면 대기업이 투자나 고용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짝사랑’이었다. 청와대는 ‘아랫목만 뜨겁고 윗목은 냉기만 가득하다’는 민심이 결국 2010년 지방선거 참패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당시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순진하게 재벌에게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 조선일보 2011년 4월28일자 6면.

그 해 광복절 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과제로 꼽은 ‘공정사회’는 그 배경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반성장위원회를 통한 대·중소기업 상생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나 지난해 4월 ‘심복’인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을 통해 ‘연기금 주주권 행사’로 대기업을 견제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 맥락이다. 일부 경제지를 제외하고 대기업의 SSM 진출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던 보수신문들도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라고 하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는 법”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역시 조선일보가 가장 빨랐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자본주의4.0’이라는 대형 기획을 들고 나왔다.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따뜻한 자본주의’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에 앞서 4월에는 라는 장문의 사설에서 “성장보다는 안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동아일보나 중앙일보 등도 대기업의 탐욕을 비판하며 ‘지속 가능한 경제’를 논하기 시작했다. 보수 언론이 보기에도 이미 그만큼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역시 관건은 방법이고, 행동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그리고 보수신문의 그러한 상황인식과는 별개로 대기업의 탐욕을 규제하고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계획과 의지, 그리고 능력이 있느냐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말은 무성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말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정책과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나라당이 ‘경제민주화’ 조항을 강령에 넣고 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일례로 한나라당이 지난해 9월 고위당정회의에서 내놓았던 ‘일감 몰아주기 방지 대책’은 실제로 대부분의 MRO업체에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실효성 논란에 휘말렸다. 또 중소기업에 납품단가 조정 협의 신청권 부여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도 중소기업협동조합에 집단교섭권을 줘야 한다는 개별 중소기업의 요구를 외면한 ‘반쪽짜리’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때문에 겉으로는 ‘동반성장’을 외치며 정부 방침에 화답하던 대기업들이 실제로는 협력업체들의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최근 출총제 부활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며 ‘보완’하면 된다는 인식만 드러냈을 뿐이다.


▲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달 14일 당내 '쇄신파' 의원들과 회동을 갖고 있다. ⓒCBS 노컷뉴스=윤성호 기자

보수언론이 앞 다투어 내놓고 있는 ‘지속가능한 경제론’도 모순투성이다. “소득 양극화 추세를 방치하면 사회통합이 위태로울 지경”(중앙 27일자 사설)이라면서 정치권의 복지 대책에는 ‘포퓰리즘’ 딱지를 붙여왔던 게 대표적이다. “기존체제가 낳은 지나친 탐욕과 온갖 불공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은 우리에게도 가장 큰 고민거리”(매일경제 27일자 사설)라면서도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은 안 된다’는 말만 고장 난 축음기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복지도 ‘보이지 않는 손’과 대기업들의 ‘선의’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는 뿌리 깊은 믿음의 반복인 셈이다.
교육과 의료의 공공성을 높여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자는 주장에는 ‘특목고’와 ‘영리병원’으로 맞섰던 게 이들 한나라당과 정부여당, 보수신문의 ‘카르텔’이다. 대다수 서민들의 삶을 팍팍하게 할 것이 분명한 한미 FTA에 대해 이들이 보여 왔던 태도는 어떤가. ‘지금의 체제는 안 된다’면서도 지난 시대의 상징적 유물로 남을 한미 FTA를 향해 만세를 외치는 분열적 증세를 어떻게 봐야 하나. 그리스가 겪고 있는 경제위기가 ‘무분별한 복지로 인한 재정위기 때문’이라고 사실을 호도하며 반값등록금이나 무상급식을 반대해왔던 건 그에 비하면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 조선일보 2011년 7월4일자 4면.

무엇보다 ‘동반성장’과 ‘지속가능한 경제’ 논의에 노동이 빠져있다는 점은 가장 큰 문제다. 끊임없는 고용불안과 실질임금 감소, 가계부채에 시달리는 노동자를 위한 정책은 어디에도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면 자연히 노동자의 사정도 나아질 거라는 믿음은 근거가 약하다. 청와대와 정부여당, 그리고 보수신문의 뒤늦은 고백처럼 대기업이 성장한다고 그 과실이 자연스레 중소기업으로 흘러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소한의 ‘존엄할 권리’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고 제 몸에 불을 붙이는 노동자를 공권력으로 짓밟고 대기업 편을 들었던 게 누구인지 돌아볼 일이다.

진보신당은 27일 “뜻도 모르는 경제민주화를 함부로 운운하는 건, 한글도 못 뗀 아이가 천자문 읽겠다고 설레발치는 꼴불견이나 마찬가지”라고 논평했다. 한나라당의 변화 의지를 섣부르게 폄하할 이유는 없지만, 세간의 여전한 의구심과 의심을 생각하면 한나라당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보수신문들도 좀 더 세밀한 분석과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할 시점이 아닐까.


▲ 중앙일보 2011년 6월24일자 사설.

▲ 동아일보 2011년 6월15일자 사설.

▲ 조선일보 2011년 4월6일자 사설.

▲ 조선일보 27일자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