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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4일 월요일

"박근혜 복지공약 뒤흔드는 사람들은 반역자 그분이기에 과거사도 제대로 정리할 수 있어"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2-04일자 기사 '"박근혜 복지공약 뒤흔드는 사람들은 반역자 그분이기에 과거사도 제대로 정리할 수 있어"'를 퍼왔습니다.
[e사람]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 장하준 교수. ⓒ 권우성

"(대통령의) 공약을 벌써부터 어기라고 부추기는 사람들은 다 반역자예요. 그렇지 않아요? 그런 식으로 하면 나라의 기강이 흔들리는 것인데..."

여전했다. 그의 직설적인 말투는 그대로다.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경제학)다. 그를 찾은 이유는 간단하다. 박근혜 새 정부 출범과 맞닿아 있다. 보수 성향인 집권여당과 후보자가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장 교수가 꾸준히 제기해 왔던 문제들이다. 지난 2010년 말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 무슨 대단한 혁명을 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관련 기사: "복지 좀 누리자는 게 대단한 혁명인가? 기업들, 세금 안내려면 아프리카에 가라") 작년에도 "복지의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다. 복지 지출이 단순히 부담이나 비용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했다.(관련기사: "무상급식은 공짜가 아니라 보험 '공동구매'")

지난달 31일 저녁 그와 1시간 넘게 국제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박근혜 새 정부의 복지공약부터 정부조직개편, 최태원 회장의 구속 등에 이르기까지... 그의 답은 막힘이 없었다. 복지국가 해법에 대해선 박근혜 당선인과의 인식과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장 교수 역시 "새 정부의 복지공약은 그대로 실현돼야 한다"고 했다. 이를 후퇴시키려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일부 보수진영의 지적에 대해선 아예 '반역자'라는 표현까지 썼다. 공약을 바꾸려면 아예 선거를 다시 해야한다는 말까지 했다. 장 교수의 의지는 분명했다. 박 당선인도 일부 공약수정론에 쇄기를 박았다. 

"김용준 낙마? 억울할 수 있지만, 바람직한 방향"

새해에도 그는 바빠 보였다. 1월초 브라질의 대학 등에서 강연을 했다. 강연뿐 아니라 책 집필도 진행중이다. 이번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학 입문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경제학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커진 것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됐다. 

그는 "기존 경제학 내부에서도 치열하게 싸워야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일반 대중과 함께 경제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쉽지 않은 작업이어서 당초 예상한 3월까지 끝낼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다. 

- 요즘 한국 소식은 접하고 계신가."인터넷이 잘 돼 있으니까, 기본적인 내용들은 파악하고 있다. 물론 뉴스의 뒷얘기, '~카더라' 이런 이야기까지는 못 듣지만."

- 박근혜 새 정부의 초대 총리 후보자인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낙마했는데. "이야기 들었다. (공직 후보자의) 도덕적 기준이 많이 올라간 것은 좋은 일이다. 예전에 살았던 기준으로 사신 분들은 좀 억울할수도 있다. 요즘 기준에 맞추기가 너무 힘드니까. 개인적으로 그때 잘못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나라 전체로는 높은 잣대를 유지해야하지 않나 싶다."

- 새 정부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셨는데."(정부조직개편이) 이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방향은 잘한 것 같다. 예전부터 우리 미래 먹거리를 위한 제대로 된 산업정책을 펴야한다고 했었다. 전체적으로 우리 경제를 한차원 높일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 고민이 반영된 것 같고...."

- 미래창조과학부 등 신설이나 경제부총리 부활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있다."물론 그런 부처를 만드는 것을 '잘했다'고 하지 않는다. 또 경제부총리도 일부 우려대로 모피아(과거 재정경제원출신 경제관료들을 '마피아'에 빗대어 쓰는 용어)들이 쥐고 흔드는 자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예전보다 경제 운영 방향이나 정책 측면에서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보는 것이다."

▲ 장하준 교수. ⓒ 권우성

"정부 출범 전에 공약 바꾸라니...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

그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해 온 통상교섭본부를 외교통상부에서 떼어낸 것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과 FTA 체결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온 그였다. 장 교수는 "그동안 외교부의 교섭본부쪽에서 막가파식으로 FTA를 추진했었다"면서 "국내 다양한 산업분야 등과의 조정보다는 자유무역(협정) 추진만 앞세웠다"고 비판했다. 

-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현 새누리당 의원)은 통상과 산업을 합치는 건 개발도상국이나 있는 일이라고 하는데."그 분은 사실상 미국을 천국으로 생각하는 사대주의자 아닌가. 유럽 나라들도 통상을 외교 쪽에 주는 나라가 별로 없다. 영국도 산업과 통합돼 있고. '글로벌스탠다드' 말하면서 미국이 하면 그대로 따라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 (김 의원의) 말이 안 된다는 말씀인가."외교부 입장에서 통상 교섭을 누가 할 것인지, 기능적으로 무엇이 더 나은지 여러 의견들은 있을수 있다고 본다. 물론 저는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지만, (김 의원 말대로) 통상을 산업쪽과 함께 두는 건 후진국에서나 하는 것이라는 말은 들을 가치도 없는 것 같다."

- 요즘 인수위 쪽에서 복지 공약을 두고 말이 많다. 보수 일부에선 재정문제를 들어 공약 수정론도 나오고 있는데."(곧장) 당선인 보고 벌써부터 약속을 어기라고 부추기는 사람들은 다 반역자 아닌가. 그렇지 않나. 그런 식으로 (공약을 바꾸라고) 한다면 나라의 기강이 흔들리는데...."

수화기 너머로 그의 목소리 톤이 올라가는 것을 금세 느낄수 있었다. 어이없다는 그의 표정이 그려졌다. 그의 말을 옮겨본다.

"보세요. (공약을) 해보다가 '정 안되겠습니다, 문제가 많습니다'라고 하면 모를까. 지금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요. 그런데 시작부터 (공약을) 바꾸자고 하면 이건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죠. 그렇지 않나요?"

- '당초 처음부터 복지 계산이 잘못됐으니까 지금이라도 바꿔라'는 것인데."그러면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하자고 하면 그럴수 있다. (웃으면서) 공약 다시 내놓고, 그것 가지고 국민들에게 다시 선택받으면 된다."

"재벌총수 불법 행위는 처벌해야... 지배구조는 다른 문제"

그는 박근혜 당선인의 복지국가에 대한 개념에 대해서도 나름 긍정적이었다. 장 교수는 작년에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새누리당 현수막에 복지가 맨 처음 써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멎는 줄 알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 당선인의 복지에 대한 인식도 장 교수와 얼추 일맥 상통한다. 박 당선인은 최근 인수위 국정토론회에서 "복지 정책은 낭비가 아니라 어떤 면에서 세이브(절약)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 박 당선인은 "스웨덴, 독일 등도 복지정책을 많이 하지만 성장을 헤치지 않고 오히려 발전한다"고도 했다. 장 교수가 그동안 주창해 온 생산적 복지와 비슷하다.

- 보수 여당이지만 박 당선인의 복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웃으면서)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를 하는 이유다. 지금 국민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보수 여당도 복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됐으니, 민주주의의 승리 아닌가."

- 그동안 꾸준히 복지국가를 말했는데, 앞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지."저는 그동안 유럽식의 보편적 복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하려면 적어도 (관련 예산이) 국민총생산(GDP)의 25% 수준은 돼야한다. 지금보다 2.5배 예산을 들여야 하는데... 당장은 안 될 것이다. 아무리 급해도 10년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 일단 박근혜 정부도 세금을 늘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인데."아직 국민들이 복지를 체험하기는 부족하니까 그렇다. 일단 박근혜식 복지를 해보고, 국민들도 '복지를 해보니까 괜찮네'라고 느끼면 세금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너무 황당한 공약보다 조금씩 피부에 와닿는 정책부터 계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이어 복지에 들어가는 세금 증세에 대한 공동구매론을 재차 강조했다. 그동안 꾸준히 역설해온 이야기다. 세금을 '빼앗기는 돈'이 아니라 '같이 쓰는 돈'으로 보자는 것이다. 복지 지출을 '공짜'가 아니라 '공동구매'로 보는 개념 전환을 강조한 것이다. 다시 그의 말이다.

"말하자면 자기가 내던 병원비 같은 것을 세금으로 내고 의료보험으로 해결하면 국민 입장에선 돈을 아끼는 거예요. 개별적으로 약국에서 의약품 사는 것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같이 정부 기관에서 국민 대표해서 약을 사면 훨씬 싸게 살수 있는 거죠. 연금 등도 마찬가지요. 이러면 국민들에게 좋은 거예요."

그와의 이야기에선 복지 문제와 함께 재벌개혁도 빠지지 않는다. 마침 그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날 최태원 에스케이(SK)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그래요?"라며 "아직 뉴스를 보지 못했다"면서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 장하준 교수. ⓒ 권우성

"내 역할은 대중과 소통... 정부 입각 생각 안해"

- 아까 오후에 최태원 SK회장이 법정 구속됐다. 회삿돈 횡령혐의로 1심 재판에서."그런가? 그동안 내가 재벌개혁에 대해 말하면 일부에선 '재벌 옹호론자'라고 하던데... 재벌총수들의 불법행위는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총수든 누구든 횡령이나 배임 등 불법에 대해선 확실히 해야한다.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 경제민주화가 재벌개혁으로 이야기되면서 총수의 지배구조 개선이 중요하다고 한다."그동안 꾸준히 말해왔지만 재벌개혁이 지배구조개혁으로 이어지는 것에 회의적이다. 어차피 지배구조 이야기는 자본가들끼리의 싸움일 뿐이다. 이씨 집안이나 최씨 집안을 쫓아내면 그 자리에 이름도 잘 모르는 헤지펀드 등이 들어올 수 있다. 과연 그것이 국민경제에 이로운가 하는 문제다."

- 재벌의 골목상권 침해 등 국민적 감정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그렇다. 지금의 경제민주화는 재벌 스스로 불러온 것이다. 골목 상권 침해 같은 문제는 그냥 못하게 하면 된다. 또 그런 것을 재벌이 하면 처벌하면 된다. 나쁜짓을 못하게 해야지, 굳이 지배구조와 연결시켜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자꾸 그런식으로 가면 재벌 해체 하자는 것인데...."

장 교수는 재벌을 개혁하자는 데는 동의한다. 대신 시장자유주의에 입각한 재벌개혁보다는 재벌을 우리 사회에 유익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을 옮겨본다.

"재벌에 대한 나쁜 행동을 규제해야죠. 어떻게 무엇을 규제할 것인지 분명히 세울 필요가 있어요. 그동안 야당인 민주당의 경제민주화가 국민들에게 잘 와닿지 않은 건 추상적이고 기술적인 이야기들이었어요. 출자총액제한제도라든지... 재벌해체론자 말대로 이씨 일가나 정씨 일가 내몰아 놓고 미국 사모펀드 등이 대주주 돼 봐요. 무슨 문제 생기면 우리 노동자들 데모할 곳도 없어요. 이 사람들 네바다 사막 같은 곳에 큰 집 짓고 살고 있는데 비행기 타고 날아가서 데모해야 하나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그와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이 금세 흘러간다. 당초 예정했던 1시간의 인터뷰 시간도 이미 지났다. 그의 이같은 복지와 경제민주화 방향은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에게서 논쟁을 불러왔다. 여야 정치권 모두 그의 이야기를 반영하기도 했다. 박근혜 새 정부의 입각설도 꾸준히 나온다. 그와의 인터뷰 때마다 물었다. "정치할 생각 있느냐"고 말이다. 그의 답은 항상 같았다. 

"(인수위로부터 연락 받았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교수하다가 장관이나 행정가를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런 쪽은 아닌 것 같아요. 대중과 소통하는 경제학자가 내 역할이라고 봐요. 지금처럼 연구하고, 책 쓰고 대중과 이야기하는 것이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해요."

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박근혜 새 정부에서 당부하고 싶은 세 가지를 짚어달라고. 다시 장 교수의 말이다.

"우선 복지국가와 우리나라의 경제 고도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 잘 판단해서 추진해 주셨으면 해요. 산업과 과학기술 정책 등 임기 내에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죠. 두 번째는 아무래도 최초의 여성대통령인 만큼 우리 사회의 여성에 대한 인식 전환을 기대하죠. 육아, 보육 문제와 함께 경제활동인구로서 여성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해요. 

마지막으로 과거사를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해요. 특히 박정희 시대에 대한 역사문제 말이죠. 어쩌면 박근혜 당선인이니까 이것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아버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황에서의 불가피성, 또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통해 정리를 해나가야 할 거라고 봐요."

김종철(jcstar21)

2012년 12월 22일 토요일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나’ 프레임 또 먹혔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21일자 기사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나’ 프레임 또 먹혔다”'를 퍼왔습니다.
재벌개혁에 치중했던 민주당… 소외된 보수 파고든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화두로 떠올랐던 18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쓴 잔을 들이켰다. 민주당은 경제민주화와 복지, 재벌개혁 등의 의제를 선명하게 이끌지 못했고, ‘과거’와 ‘심판’에 매달렸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자의 경제민주화와 복지 공약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어느 때보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절실한 요구였다. 보수정당인 새누리당도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말할 정도였다. 문제는 ‘차별화’였다. 이병천 강원대 교수는 “‘보수’라는 걸 인식하기 어려울만큼 새누리당에서 경제민주화나 복지를 이야기하면서 담론을 가져갔고, 쟁점이 형성되지 않았다”며 “일반 국민들이 확실하게 차이를 못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전략은 효과적이었다는 평가다. 공약의 구체성이나 ‘진정성’에 대한 평가는 다른 문제다. 반면 민주당은 ‘의제 경쟁’에서 밀렸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각 영역에서 차별화된 의제가 없었다”며 “핵심 의제를 기획해내지 못하다보니까 MB 심판에만 매달리거나 단일화만 하면 이긴다는 것에 안주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 새누리당 박근혜 당선자. ⓒCBS 노컷뉴스

민주당은 주어진 의제를 힘 있게 끌고 나가지 못했다.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은 “출총제나 순환출자를 이해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고 지적했다. 박 후보가 ‘민생’을 키워드로 삼았던 것과 구분되는 지점이다. 그는 “문재인 후보가 (3차 TV토론에서) 건강보험 문제로 박 후보를 압도했는데 왜 저런 좋은 얘기를 이제 와서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50대 이상 유권자들의 ‘복지 민심’ 공략에도 실패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원은 “보편적 복지를 하면 50~60대에게는 돌아가는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오히려 박탈감으로 다가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승일 연구위원은 “복지 선진국에서도 복지예산에서 제일 큰 게 노인복지인데, (야당들은) ‘어차피 표가 안 된다’고 공공연히 말했다”고 전했다.

중간층도 붙잡지 못했다. 정승일 연구위원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려면 복지의 수준이 ‘선별적 복지’에 비해 월등히 높아야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이 따라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에게는 박 후보의 ‘선별적 복지’가 충분하게 느껴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중산층도 세금이 늘어날 바에는 “복지 수준이 월등히 높아야 (야당을) 찍을 맛이 나지 않았겠냐”는 분석이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민주통합당

대신 민주당은 ‘과거’와 ‘심판’에 매달렸다. 이는 반대편의 결집을 불렀다는 평가다. 홍헌호 연구원은 “50~60대가 갖는 박정희에 대한 환상은 상상 이상”이라며 “박정희를 끌어낸 건 상당한 마이너스가 됐다”고 평가했다. 정승일 연구위원은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지 않는다’는 노무현 정부 말기의 (패배) 프레임을 깨달아 놓고 똑같은 실책을 또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야권의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홍헌호 연구원은 “50~60대를 ‘꼴통’으로 몰아가거나 폄훼해서는 얻을 게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승일 연구위원은 “60대 중 절반이 절대빈곤층인데 박근혜를 지지했다”며 “이 부분은 한국의 ‘진보’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오건호 실장은 “상징적으로 복지 몇 가지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공약에 있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복지 패러다임의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복지 의제가 가지고 있는 진보성도 소실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의 ‘차별화’가 큰 과제로 남았다는 이야기다.

홍헌호 연구원은 “(박 당선자는) ‘줄푸세’와 경제민주화가 상충되지 않는다고 했던 분”이라며 “경제민주화는 날아갔다고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한동안 어두운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병천 교수는 “아무래도 시대가 있으니까 조금은 할 거라고 본다”면서도 “위기를 핑계로 (경제민주화나 복지 공약을) 없었던 일로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허완 기자 | nina@mediatoday.co.kr  

2012년 11월 20일 화요일

"기업 어려워서 안 된다? 경제민주화 왜 꺼냈나"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1-19일자 기사 '"기업 어려워서 안 된다? 경제민주화 왜 꺼냈나"'를 퍼왔습니다.
[오마이공약-대선쟁점인터뷰①] 유종일 KDI 교수 "재벌·모피아 맞설 민주경제원 필요"

▲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를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 조재현

"경제도 어려운데 기업 옥죄면 되겠느냐, 기업 떠나고 투자 안 하면 일자리 생기겠냐고 하는데, 그러면 애초부터 경제 민주화 얘기 말았어야죠."
 

최근 박근혜-김종인 갈등을 낳은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정책 후퇴 과정에 재계와 결탁한 새누리당 내부 세력과 '모피아' 경제 관료 개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통하는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이들에 맞설 새로운 해법을 내놨다. 사실상 대선 후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바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총괄하는 행정기구인 '민주경제원(가칭)'이다. 

16일 오전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유종일 교수는 재벌과 함께 경제민주화 반대 세력으로 떠오른 '모피아'에 대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와 마피아를 합친 말로, 정계, 금융계 등에 진출한 경제 관료들이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큰 세력을 형성했음을 의미한다. 

"모피아 '태업' 맞설 경제민주화 총사령부 필요" 

"모피아 경제 관료들이 날 자극했어요. (경제민주화에 맞서) '사보타지(태업)' 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대선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내부 보고서를 만들어 재계 입장을 판박이처럼 되풀이하는 걸 보세요. (과거 경제기획원처럼) 이들 경제 부처에 힘의 우위를 갖는 경제민주화 총괄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민주경제원'을 제안했어요."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한 내부 자료를 돌려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정작 양당 대선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공약 속에는 이를 뒷받침할 정부 기구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 그나마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대통령 직속 재벌개혁위원회 설치를 약속한 정도다. 

"위원회보다 강력한 행정기구가 필요해요. '경제 검찰'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도 무력화될 정도로 위원회는 실질적 권력이 없어요. 지금도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18개인데 대부분 자문위원회고 행정기구는 규제개혁위원회 하나였는데 그나마 재계 입김에 재벌개혁위원회와 정반대되는 일을 해왔죠."

유 교수는 정부부처에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행정 조직으로 '민주경제원'을 제안했다. 박정희 시대 정부 경제부처들을 상대로 무소불위 권한을 휘둘렀던 '경제기획원' 같은 조직을 만들어 경제민주화를 총괄 지휘하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과거 개발독재시대에는 정부 주도로 경제개발계획을 세우는 게 최우선이었다면 지금은 경제 민주화가 최고 목표고 경제시스템 전환이 역사적 과제예요. 경제민주화 관점에서 경제기획원 위상을 갖는 부처를 신설해야 재벌이나 모피아, 학계, 언론 등 기득권 세력의 방해에 맞설 수 있어요."

유 교수는 경제기획원이 사라진 지난 25년을 '자유경제원' 시대로 정의했다. 이처럼 경제 관료들 대부분이 모피아에 포섭된 상황에서 민주경제원이라고 제대로 힘을 쓸 수 있을까?

"경제기획원이 사라지면서 국가 경제 전체를 보는 정체성은 사라지고 경제 관료들이 모두 모피아화됐어요. 그 상층부는 금융권, 산업계와 끈끈한 관계를 형성하며 사실상 '자유경제원' 시대를 이끌어왔고요. 관료가 영혼이 없다고 하는데 같은 관료라도 (민주경제원에선) 기획재정부에 있을 때와 달라질 수 있어요. 물론 최상층부는 경제민주화 철학과 의지를 갖춘 사람들이 이끌고 나가야죠."
 

"박근혜 실망... 성장에 나쁘고 기업 옥죈다? 경제민주화 왜 꺼냈나"

▲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를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 조재현

유 교수를 자극한 건 모피아만이 아니다. 마침 이날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했지만 박 후보와 갈등을 빚은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물론 김 위원장이 강력히 주장했던 '대기업집단법'이나 기존 순환출자 지분 의결권 제한 같은 재벌개혁 수단도 함께 사라졌다. 

"굉장히 실망스럽고 안타까워요. 김종인 위원장을 위로하고 싶어요. 저도 김 위원장이 결국 토사구팽 당할 거라 생각해왔거든요. 곽정수 기자가 박근혜-김종인 커플은 부부싸움도 심하고 툭하면 짐 싸들고 나가 수상하다, 제대로 살겠냐 했는데 결국 헤어지는 것 같아요."

김종인 위원장은 평소 '박근혜만 확실히 설득하면 해결된다, 새누리당 사람들은 보스가 하면 따라가는 유전자 가진 사람들'이라고 성공을 자신했지만 새누리당 내부 보수 세력과 모피아, 재계에 밀려 결국 좌절을 맛봤다.

"김 위원장은 지도자 한 사람이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시대가 달라요. 박정희나 전두환, 노태우 때는 가능했지만 87년 이후 재벌의 힘과 영향력이 훨씬 커졌어요. 이젠 문재인-안철수처럼 경제민주화 의지가 강한 대통령을 뽑아도 쉽게 안 돼요. 민주화는 아래로부터 동력이 있어야 하고, 조직적인 반대와 저항에 맞서려면 대통령 개인뿐 아니라 집권 세력의 기반도 중요한데 간과한 거죠."
 

특히 유 교수는 박근혜 후보가 경제 위기를 앞세워 경제 민주화와 경제 성장 '투 트랙'을 내세운 부분에 대해서도 큰 실망감을 나타냈다. 당장 보수적인 지지 세력부터 챙기겠다는 의도지만 경제민주화 의지 자체를 의심케 하기 때문이다. 

"(재벌의 잘못된 행태만 잡고) 구조를 개혁하지 않는 건 대증 요법일 뿐이에요. 병균이 들어와 열이 나는데 병균은 안 죽이고 해열제만 먹는다고 되겠어요. 경제민주화하면 성장에 해가 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문제예요. 보수파들이 경제도 어려운데 기업 옥죄면 되겠느냐, 기업 떠나고 투자 안 하면 일자리 생기겠냐고 하는데 이 논리를 수용하면 경제민주화 못해요. 성장에 나쁘고 기업 옥죄면 애초부터 경제민주화 얘기를 하지 말았어야죠."
 

유 교수는 오히려 경제 민주화가 경제 살리기고 경제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재벌 규제 역시 궁극적으로 대기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재벌 총수들이 적은 지분으로 기업을 지배하기 때문에 회사 성장보다 개인 이익을 더 앞세워요. 경영권 상속이 대표적이죠. 일감 몰아주기도 편법 상속 때문이고 골목상권 침투도 자식, 조카에게 사업거리 하나씩 챙겨주려는 거죠. 핵심 역량 강화와 기술 혁신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이런 일에 자꾸 신경 쓰면 기업 경쟁력에 좋지 않아요. 사실 기업 규제는 기업 못살게 구는 게 아니라 기업 잘 되게 하려는 거죠."

아울러 '공장 이전', '일자리 축소' 등을 내세워 정부를 협박에는 재계에도 단호히 맞서라고 주문했다.

"자꾸 이러면 외국 간다고 하는데 외국 가면 총수 체제 유지할 수 있나요? 어림없죠. 노동집약적 산업은 싼 임금을 찾아 공장 한두 개 옮기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자꾸 못 살게 구니까 옮긴다고 협박하는 거예요. 그럴 거면 가라고 하세요. 한국처럼 기업하기 좋은 나라 별로 없어요. (세계은행 2012 기업환경평가에서) 전 세계 랭킹 8등이라잖아요?" 

"문-안 정책 엇비슷... '노동' 빠진 경제민주화 아쉬워"

▲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 교수를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났다. ⓒ 조재현

유종일 교수는 지난 4월 총선 출마가 좌절되긴 했지만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119특위) 위원장을 지냈고 아직도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시민사회와 전문가 연대단체인 '경제민주화와재벌개혁을위한국민운동본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대선 캠프 참여 유혹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가까운 학자들 중에 캠프에 발 걸친 걸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런 걸 보면 안 들어간 건 잘한 거 같아요. 어느 캠프 입장도 대변 안 하니까 밖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거든요."
 

'중립적 입장'에서 유 교수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헌법 경제민주화 조항인 제119조에서 따온) '119특위'에서 제안한 종업원 대표 이사추천권과 대기업 문어발 확장에 과세하는 '재벌세' 등이 대선 공약에서 빠진 데 아쉬움을 나타냈다. 

"참여연대에서 안철수 쪽 재벌개혁 정책이 더 강력하다고 평가했는데 나는 엇비슷하다고 봐요. 민주당 정책은 내가 119특위 할 때 만든 게 대부분 반영됐고 부담스런 부분만 빠졌어요. 계열분리명령제도 빠지긴 했는데 안철수쪽 계열분리명령제도 금융계열사만 한다고 해 그렇게 강력하다고 볼 순 없어요. 다만 노동자 경영 참여를 포함해서 경제 민주화가 재벌개혁 하나에만 초점이 맞춰진 건 아쉬워요."

"정권 바뀌고 재벌개혁만 하면 경제민주화가 될까"

유 교수는 마치 정권이 바뀌고 재벌 개혁만 하면 경제민주화가 될 것처럼 보는 시각에도 선을 그었다. 

"경제민주화는 하루아침에 안돼요. 앞으로 25년은 해야 하는데 지금부터 피부에 와 닿게 하려면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야 해요. 지금 경제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경기 부양도 필요해요. 경기 부양도 이명박 식으로 부자 세금 줄이거나 4대강에 헛돈 쓰지 말고 경제민주화식으로 해야 해요. 가장 체감할 수 있는 골목상권 보호예요. 당장 장사가 잘되지 않더라도 자영업자들이 무너지는 걸 막는 효과가 있어요." 

유 교수가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 차별 해소를 위해 119특위에서 제안했던 고용안정수당과 산별 교섭 강화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새누리당에선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80%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하는데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해선 80%가 아닌 110%를 줘야 해요. 고용 안정성이 없는 비정규직에 고용안정수당을 주는 거죠. 덴마크에서도 비정규직 기본급여가 정규직보다 15% 높고 휴일수당도 더 줘요.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쓰려는 인센티브를 줄이는 거죠. 산별 교섭과 단체협약 효력 확대도 중요해요.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은 정규직-비정규직 이전에 대-중소기업 문제예요. 산별 교섭으로 동종 산업에서 같은 유형의 일을 하는 노동자는 같은 노동 조건을 적용해야 해요."
 

유 교수는 마지막으로 세 후보에게 당부할 말을 해달라고 하자 역시 "안타깝다"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나마 재벌정책은 비교적 구체적인데 복지정책을 보면 두루뭉술한 게 많아요. 예산안이 전혀 안 나와 본격적인 정책 논쟁은 없고 과거 행적이나 단일화 얘기만 나와요. 이미지 경쟁만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진지하고 생산적인 정책 경쟁을 해야 해요.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도 국민에게 세상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게 딱딱 가슴에 와 닿게 해야 해요. 그래서 경제민주화 총사령부 설치를 제안했어요. 정책 하나 하나 나열해선 와 닿지 않아요. 이 정도면 강력한 의지가 있구나, 99%가 주인 되는 경제 확실히 만들겠구나 하는 걸 단일화 과정에서 부각시켜 주면 좋겠어요."

김시연(staright)
김종철(jcstar21)
조재현(bleedspiral)

2012년 10월 25일 목요일

MB정부동안 10대재벌 계열사 274개 늘렸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0-24일자 기사 'MB정부동안 10대재벌 계열사 274개 늘렸다'를 퍼왔습니다.
출총제 폐지이후 급증, 신규업종에 중소기업 침해 가능성 커

올 대선에서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5년 동안 10대 재벌의 계열사수가 274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폐지 이후 이들 계열사가 2배 늘어났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기업들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위한 것으로 재벌개혁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혀왔다. 출총제는 지난 1993년에 처음 도입된 이후, 폐지와 도입을 거듭하다 현 정부들어 다시 폐지됐다.

또 지난 5년 동안 재벌들이 새롭게 진출한 사업들에서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해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현 정부들어 재벌규제 완화에 따른 무분별한 사업 확장과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10대재벌, 5년동안 계열사 274개사 늘려... 포스코·엘지·한진·롯데 순

ⓒ 이은영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4일 내놓은 '10대 재벌의 계열사 수 및 신규편입 업종분석결과' 보고서를 보면 올 4월 현재 10대 재벌 전체 계열사수는 모두 638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7년 364개에 비교하면 274개(75.3%)나 늘어난 수치다.

그룹별로 보면 2007년에 비해 포스코가 47개 늘어났고, 에스케이가 37개, 롯데 35개, 엘지 32개 순으로 많이 증가했다. 증감률로 따지면 현대중공업이 242.9%(7->21개)로 가장 높았다. 이어 포스코가 204.3%, 엘지 103.2%, 한진 80.0% 순이다. 재계 1위인 삼성은 2007년 59개에서 올 4월말 현재 81개로 22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 그룹도 지난 5년 동안 20개사 늘었다.  

김한기 경실련 국장은 "결국 10대 재벌들은 지난 5년 동안 매년 평균 54개씩 계열사를 늘려온 셈"이라며 "특히 최근 1년 동안 무려 102개 계열사가 늘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어 "지난 20년 동안 이들 재벌의 계열사 증가 추이를 보면 출총제 폐지 이후 계열사가 2배 급증한 것으로 나온다"고 지적했다.

실제 출총제가 유지됐던 시기와 완화 또는 폐지됐던 시기를 비교해보면, 이들 기간동안 재벌들은 계열사를 크게 확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출총제가 유지됐던 1993년부터 97년과 2001년부터 2004년 기간동안 계열사 평균 증가율은 각각 4.3%와 5.1%였다. 하지만 출총제가 완화됐던 2004년부터 2009년, 제도가 폐지됐던 2009년부터 2012년동안 계열사 평균 증가율은 각각 11.1%였다. 이는 출총제 제도 유지여부가 재벌들의 계열사 확장애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여준다.

ⓒ 이은영

10대 재벌 신규편입 계열사 70%가 비제조업...중소기업 침해 가능성 커  

경실련 보고서를 보면 이들 10대 재벌이 새롭게 편입시킨 334개 계열사 가운데 제조업은 101개(30.2%)였다. 반면 도소매업과 운수, 부동산업 등 비제조업 분야 계열사가 233개사(69.8%)였다.

제조업 신규 편입 업종 가운데 석유/화학 등 제조업이 가장 많았다. 이는 동반성장위원회에 제출된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품목 중 화학(22개)과 석유화학(13개)에 중복된다. 또 재벌들이 진출한 금속/비금속 제조업 17개회사 역시 중소기업 신청 품목 45개와 겹친다고 경실련 쪽은 밝혔다.

김 국장은 "재벌들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외치고 있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 정부들어 출총제 폐지 등 재벌규제 완화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더욱 심화됐다"면서 "이에따라 경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중소기업과 서민 상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출총제를 다시 도입하고 재벌 계열사끼리 순환출자 역시 전면 금지돼야 한다"면서 "중소기업 경쟁업종에 대한 대기업 신규 계열사 진출 금지시키거나 사전에 승인을 받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철(jcstar21)

2012년 10월 12일 금요일

문재인 “재벌개혁 성공시킨 대통령 되겠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10-11일자 기사 '문재인 “재벌개혁 성공시킨 대통령 되겠다”'를 퍼왔습니다.
“참여정부 때 재벌공화국 폐해 심화, 깊이 성찰...두 번 실패하지는 않겠다”

ⓒ양지웅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경제민주화타운홀미팅 공평과 정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11일 "참여정부 시절 재벌개혁 정책이 흔들렸고 그 결과 재벌공화국의 폐해가 더 심화됐음을 잘 알고 있고 이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있다"면서 "두 번 실패하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타운홀 미팅을 갖고 재벌개혁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후보는 "시장만능주의가 세계적으로 시대적 조류였던 당시의 외부적 환경만 탓할 수는 없다"라며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할 철학과 비전, 구체적인 정책과 주체의 역량이 부족했음을 솔직하게 인정한다"고도 말했다.

문 후보는 이날 '공정경제론'을 설파했다. 재벌개혁을 통해 공정한 시장경제질서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재벌 등 강자는 승승장구하고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은 피폐하는 현재의 경제구조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린 것이다. 문 후보는 "공정경제는 시장경제의 강점을 살리면서 동시에 국민경제 구성원 모두 함께 성장하는 경제구조"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확립 △국민경제 구성원 모두가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루는 토대 마련 △성장의 과실이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하는 것이 공정경제를 위한 3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 실시, 하도급 규제, 중소기업 공동교섭 및 중소기업부 신설, 대형마트 규제 등 골목상권 보호, 노동시장 분배개선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 부자감세 철회,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대기업에 편중된 조세감면제도의 전면적 개혁, 소득세 최고적용구간의 기준을 하향조정해서 소득과 부의 편중을 시정하는 정책 등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날 공정경제를 위한 3원칙 중에서 우선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확립을 위한 재벌개혁의 방안과 정책공약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문 후보는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를 개혁해 경제력 집중을 막겠다"면서 △재벌의 순환출자 금지(신규 순환출자 즉시 금지, 기존 순환출자는 3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자율적으로 해소) △상위 10대 기업집단에 대해서는 순자산의 30%까지만 출자할 수 있도록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 △금산분리 원칙 강화(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9%에서 4%로 원상복구)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또 공정한 시정경쟁을 저해하는 재벌 총수 일가의 부당한 사익추구 행위를 막기 위해서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일가의 사익추구를 위한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제재와 과세 강화 △집중투표제 의무화 및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 재벌기업의 내부 견제 장치 강화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후보는 또 "재벌의 반칙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면서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 위반행위 전체에 대해 손해액의 3배를 배상토록 하는 3배 배상제 도입 △기업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및 사면 제한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 일부 폐지 및 집단소송제 전면 도입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문 후보는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공정한 시장경제질서의 법과 제도를 확립하고 엄정하게 집행함으로써 재벌개혁을 성공시킨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그리하여 시장에 넘어간 권력을 국민에게 되돌려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이 저 문재인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2012년 10월 3일 수요일

장하성, '안철수 선택, 정책으로 세상 바꿀 수 없기 때문'


이글은 미디어스 2012-10-02일자 기사 '장하성, '안철수 선택, 정책으로 세상 바꿀 수 없기 때문''을 퍼왔습니다.
재벌개혁, '재벌이 스스로 고치도록 틀을 바꾸어야'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의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장하성 교수는 "정책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를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2일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장 교수는 "안 후보가 저를 선택했지만, 제 입장에서는 안철수라는 개인이 아니고 우리나라가 대변화의 중대한 시기에 있기 때문에 그런 변화의 적임자로서 안철수 후보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생각에 돕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장하성 교수는 지난 27일 안철수 캠프에 합류했으며 안 후보의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경제민주화 포럼을 담당하고, 안 캠프의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 장하성 교수와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장 교수는 "정책은 어떤 것을 넣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진정성 있게 현실로 만들어 낼 것이냐 하는 것에서 차이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세간의 각 캠프 경제정책에 대해  박근혜는 보수, 문재인은 진보, 안철수는 중도라는 구분법은 맞지 않는다며 한국 경제현실에 맞는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재벌정책은) 몽둥이를 들고 당근도 주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환경도 만들고 종합적이고 전 방위적으로 접근하게 될 것"이라며, "경제민주화도 재벌개혁 하나로 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정책을 나열하는 것은 실천해 낼 수 있는 진정성 여부에 의해 결판이 날 것 같다"며, "저희는 단순히 정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한국 경제 현실에 적용해서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 '공정,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
장 교수는 "나는 비록 덜 혜택을 받지만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는 공정하다, 정의롭다, 이런 희망을 갖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지금 합정 홈플러스 문제로 재래시장 상인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며, "재벌이 동네 빵집에서부터 명품 장사까지 다하겠다고 하고 회사재산을 빼돌리고, 극장 안에 있는 음료수 팝콘 파는 걸로 총수 딸이 돈을 버는 이런 현실에서 재벌을 고치지 않고 다함께 잘 사는 사회라고 생각할 수 없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재벌개혁, '제도뿐 아니라 큰 틀을 바꾸어야'
장 교수는 "재벌을 선의로 고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재벌이 스스로 고치지 않으면 안 되도록 제도뿐 아니라 틀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특정 재벌기업의 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시장구조, 산업구조도 바꾸어야 한다"며, "새로운 시장과 산업의 틀에서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스스로가 생존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기업 내부의 지배구조 개선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다"며, "전체 산업구조도 바꾸고 시장구조도 바꾸어야 재벌기업 지배구조에 대해 실효성 있게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근 기자  |  qkdkqh1@gmaill.com

2012년 9월 29일 토요일

이명박의 '재벌사랑'에 날아가버린 30조원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9-28일자 기사 '이명박의 '재벌사랑'에 날아가버린 30조원'을 퍼왔습니다.
[재벌개혁, 구체적으로 말하자⑧] MB 정부 법인세 22%로 인하, 세율 인상 검토해야

재벌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온 국민이 피부로 느낄 만큼 명확한데도 이에 대한 논의는 생산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전경련을 앞세운 재계는 헌법을 들먹이며 재벌개혁이 위헌이라고 반박한다. 어떤 이들은 재벌개혁을 무조건 재벌해체로 몰아가기도 한다. 이제 재벌개혁의 구체적인 방안을 두고 토론해야 한다. 무엇을 목표로 하여,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나 규제할 것인지에 대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 새사연이 먼저 재벌개혁의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기자 주 

친기업 정부이며 감세 정부였던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다. 이로 인해 줄어든 세수는 2010년 한 해에만 6조8천억 원에 달한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줄어든 세수는 약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법인세 인하로 혜택을 입은 기업 중 절반 이상은 법인 소득이 500억 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이다. 그 중에서도 전체 기업의 0.01%밖에 되지 않는 재벌 대기업 42개가 입은 감세 혜택이 2조3천억 원으로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법인세 인하 혜택, 대기업에게 돌아가

게다가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각종 비과세 등 감면 제도가 많아서 기업이 실제로 내는 세금은 명목상의 세율보다 훨씬 낮다. 2010년 국내 법인세 납부액 상위 5개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포스코, 현대모비스 순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납부한 실효세율(=법인세차감전사업손익/법인세비용)은 각각 12%, 17%, 21%, 18%, 21%로 모두 명목상의 세율인 22%보다 낮았다. 

기업의 법인세를 인하하고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이유는 세금 부담을 덜어줄 테니 투자와 고용을 늘려서 전체 경제에 도움이 되라는 요구에 있다. 하지만 2011년 상반기 기준 자산순위 10대 그룹은 348조 원에 달하는 사상최대의 유보금을 사내에 쌓아놓고 있을 뿐이다. 투자와 고용을 늘리기는커녕 골목상권과 중소기업 등의 생존권을 침해하며, 독과점을 이용한 높은 가격 책정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때문에 재벌개혁을 이야기하면서 법인세 인상 및 개편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의 법인세는 과세표준(과표) 2억 원 미만의 경우 10%, 2억 원 초과에서 200억 원 미만의 경우 20%, 200억 원 초과의 경우 22%의 세율을 부과한다. 

이는 OECD 34개국의 평균인 25.6%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OECD 평균의 경우 2000년에는 32.9%에 달했으나 이후 동구권 국가들이 법인세를 20% 이하로 낮추면서 대폭 낮아졌다. 선진국인 일본이나 미국은 법인세 최고세율이 40%에 달하며,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도 28~3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OECD 국가 법인세 최고세율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OECD 34개국의 평균인 25.6%에 비하면 낮다. ⓒ 새사연

또한 지난 기간 경제성장의 몫은 기업, 그 중에서도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국민소득 중 기업의 영업이익 비중은 1996년 16.5%에서 2011년 27.8%로 10.3%p 증가하였다. 반면 같은 기간 노동자들이 가져간 몫인 조정노동소득 분배율은 75.2%에서 62.7%로 12.5%p 떨어졌다. 또한 2000년대 연평균 기업소득 증가율은 25.5%에 달했지만, 가계소득 증가율은 5.7%에 불과하였다. '부자 기업, 가난한 가계' 현상이 또렷해진 것이다. 

이처럼 선진국과 비교해봤을 때도 그렇고, 국내 경제에서 기업이 가져가는 막대한 성과를 고려했을 때도 우리 법인세의 최고세율은 인상될 필요가 있다. 우선 이명박 정부에서 인하한 3%를 되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업이 입은 혜택만큼, 기업이 가져간 성과만큼 세금을 부과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소득 2억 초과 중소기업과 5천억 초과 대기업이 동일한 세율이라니

▲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서울 중소기업 DMC타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2 동반성장주간'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 청와대

한편 한국경제는 기업 중에서도 소수의 재벌이 막대한 이익을 거둔다. 사실 기업 내에서도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때문에 슈퍼리치에 해당하는 재벌 대기업에 걸맞은 세금 부과를 위해서는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과표에 의하면 소득이 2억 원을 초과하는 중소기업이나 5000억 원을 초과하는 재벌 대기업이나 동일한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는 과세 형평에 어긋난다. 따라서 과표 5000억 원 초과 재벌대기업에 대해서는 세율을 30% 수준까지 올리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 만약 이렇게 할 경우 조세형평에도 적절할 뿐 아니라 3조 원의 세수가 추가로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각종 세제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 2010년 기업의 세액공제 6억 5600억 원 중 임시투자세액공제와 R&D세액공제가 전체의 65% 이상인 3조 6천억 원을 차지하는데, 이는 대부분 40여 개의 재벌 대기업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실효세율로 따졌을 때 과표 200억 원 초과 500억 원 미만의 중견기업의 세율이 18.6%로, 과표 500억 원 초과의 재벌대기업의 세율 18.3%보다 높았다. 

▲ 법인세 실효세율 변화 법인세 명목세율은 과표 2억 원 미만의 경우 10%, 2억 원 초과에서 200억 원 미만의 경우 20%, 200억 원 초과의 경우 22%이지만 실제로 기업이 납부하는 실효세율은 이보다 낮다. ⓒ 새사연

법인세 인하는 재벌개혁과 함께 복지재정마련, 사회 형평성 강화에도 즉결되는 문제이므로 최고세율 신설과 세율 이상, 세제 혜택 재정비 등의 세 가지 측면에서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재벌개혁은 국민들의 삶 속에서 나오는 요구

지금 한국사회에서 부는 재벌개혁의 바람은 단순히 정치권에서 선거용 구호로 제시하거나 학계에서 논쟁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깊어진 양극화와 불평등, 그것을 해결하겠다던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 정책을 기반으로 한 낙수효과 실패. 그런 가운데 시장 곳곳에서 재벌 대기업의 횡포와 독식, 힘의 논리가 작동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힘든 경제적 약자들이 제 몫을 빼앗기는 일이 잦아지자 국민들의 여론이 폭발하게 된 것이다. 

▲ 망원시장 월드컵시장 상인 대표들이 7월 11일 오후 서울 중구 영국대사관 앞에서 홈플러스 테스코 유통산업발전법 준수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뒤 호소문 전달이 거부되자, 전달될때까지 바닥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이들은 마포구 일대 2.3km 내 홈플러스가 3곳이나 들어서면 마포 지역 상권이 붕괴된다며 무분별한 대형마트의 입점 철회를 요구했다. ⓒ 유성호

때문에 지금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가장 큰 목표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규제하고, 그들이 과도하게 차지하고 있던 자리를 노동자와 중소상인, 소비자와 중소기업에게 돌려주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방향 아래에 지금까지 8회에 걸쳐서 구체적인 재벌개혁 방안에 대해 살펴보았다. 무엇보다도 기업집단법을 제정해서 재벌의 법적인 실체를 규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법적 실체에 걸맞은 규제를 공식화할 수 있다. 또한 이미 거대해진 재벌의 힘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계열분리나 기업분할명령제와 같은 사후적 독점해소 방안이 도입되어야 한다. 출자총액제한(출총제) 부활과 순환출자 금지는 사전적 독점 방지 방안의 기본으로 도입되어야 하며, 재벌대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어야 하며, 법인세 인상 및 개편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도들을 집행하는 주체로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명실상부한 재벌 감독 기관이 되도록 권한을 강화하고 인사권에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 소비자, 중소기업, 골목상인 등 재벌과 직접 이해를 맺고 있는 국민들이 재벌의 견제세력으로 나서야 한다. 

남은 대선 기간 재벌개혁에 대한 구체적인고 생산적인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대선후보들은 지금 열려있는 정기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재벌개혁의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김병권 기자는 새사연 부원장입니다.

김병권(sesayon)

2012년 9월 20일 목요일

“경제민주화 핵심은 재벌개혁…금산분리가 최우선 과제”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19일자 기사 '“경제민주화 핵심은 재벌개혁…금산분리가 최우선 과제”'를 퍼왔습니다.

지난 17일 서울 필운동 서울경제사회연구소에서 만난 원로 경제학자 변형윤(85) 서울대 명예교수. 변 교수는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재벌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인터뷰/원로 경제학자 변형윤 교수
재벌 규제하면 경제 망한단 논리
성장 혜택 독점하려는 구실 불과
장하준-김기원-이병천 논쟁 관련
“의견 다르지만 접점 찾아 정리를”

경제민주화는 10~20년 노력 필요
실천 옮길 정치세력이 집권해야
재벌 망하게 하자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일 하도록 만들자는 것

“경제 민주화의 핵심은 재벌 개혁입니다. 특히 재벌이 금융을 좌지우지 못하도록 확고하게 금산분리를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올해 대선 정국의 쟁점 가운데 하나인 경제 민주화를 놓고 원로 경제학자 학현 변형윤(85) 서울대 명예교수가 내놓은 해법은 명쾌했다. “기득권 세력은 ‘재벌을 규제하면 경제 성장 못한다, 나라 경제 망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퍼뜨리는데, 성장의 혜택을 독점하려는 구실에 불과하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국내에 근대 경제학을 정착시킨 선구자이자 ‘학현학파’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제자들을 길러낸 노학자의 말이라 무게감이 남달랐다. 최근 자신의 삶과 사상을 제자 윤진호 인하대 교수와의 대화로 정리한 책 (지식산업사)를 펴낸 그를 지난 17일 서울 필운동 서울경제사회연구소에서 만났다.변 교수는 시장만능주의를 내세우는 주류경제학을 비판하며, ‘효율보다 형평, 성장보다 분배’를 추구하는 경제학 전통을 만드는 데 평생 노력해왔다. ‘평등과 분배의 정의’, ‘균형 발전’, ‘자립경제’ 등을 주요 가치로 삼는 경제민주화론을 역설해온 것도 이런 소신 때문이었다. 그는 “경제민주화가 오늘날 시대정신이란 사실은 확고한데, 아직 그 알짜(핵심)가 확실치 않은 것 같다”며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의 중심임을 거듭 강조했다. 김기원 방송통신대 교수, 이병천 강원대 교수 등 ‘경제민주화론자’로 꼽히는 제자들 주장이 그의 영향 아래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그가 가장 강하게 비판한 것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성장지상주의’였다. 성장지상주의가 재벌의 경제력 독점을 허용하고, 결과적으로 분배 정의를 망쳐놓았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은 그 혜택이 사회에 골고루 돌아가는 것을 전제로 삼아야 합니다. 박정희·이명박 정권 등은 경제성장률에 목을 매는 ‘성장지상주의’를 내세웠는데, 기득권층 배만 불렸을 뿐 성장의 과실을 균점하는 제도적 장치는 외면했습니다.”‘성장 과실의 균점’을 위해선 재벌에 집중된 경제력을 분산시켜야 하며, 금산분리는 그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는 생각이다. 변 교수는 박정희 정권 때 박 대통령 면전에서 당시 경제성장 정책이 서민 생활을 희생시키는 고물가 정책에 기대고 있어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된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재벌 활용론’을 내세워 김기원·이병천 교수 등과 경제민주화 논쟁을 벌이고 있는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서로 다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한 덩어리가 될 수 있도록 정리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벌을 망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도록 만들자는 겁니다. 다만 재벌 스스로 문어발식 확장을 안 하겠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그걸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규제를 위한 일정한 제도적 장치는 불가피합니다.”대선과 관련해 변 교수는 “경제민주화를 실천에 옮길 정치세력이 ‘집권’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어떻든 간에 야권에서 정권을 잡아야 이 문제(경제민주화)를 풀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추진하려던 여러 시도들이 기득권층의 거센 반발에 막혔고, 결국 이명박 정권까지 후퇴해오지 않았습니까? 경제민주화는 몇 개 정책만으로 실현될 과제가 아니며 실천할 수 있는 정치세력을 뽑아 10년이고 20년이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그는 학문적으로 영국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을, 삶의 자세에선 일본 도쿄대 총장을 지낸 야나이하라 다다오를 자신의 모델로 꼽았다. “마셜은 경제학을 ‘인간에 관한 연구의 일부’라고 했는데, 이 말을 늘 제 경제학의 중심으로 삼았습니다. 또 권력에 굴하지 않고 늘 꼿꼿이 ‘선생으로서, 연구자로서, 교수로서’ 자신을 지켰던 다다오처럼 살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