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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3일 수요일

김종인 전 위원장 “창조과학부 만들면서 창조경제 용어도 탄생”

이글은 경향신문 2013-04-02일자 기사 '김종인 전 위원장 “창조과학부 만들면서 창조경제 용어도 탄생”'을 퍼왔습니다.

박근혜 정부 국정의 핵심인 창조경제의 출발은 어떤 것일까. 대체로 여권에선 창조경제라는 말의 시발점을 박근혜 대통령으로 본다. 대선 과정에서 돌출한 이 말을 맨 처음 사용한 이가 박 대통령이란 것이다. 

새누리당 안종범 의원은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과학기술과 정보기술(IT) 쪽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했다. 창조경제라는 골격과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다”면서 “구체적으로는 2012년 9월쯤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로 하자고 직접 제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9월28일 대구 방문 당시 “지금은 창조경제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한 게 처음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누구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대선 공약 입안을 주도했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사진)은 2일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창조적 파괴로 새것이 옛것을 대체해야 한다는 게 창조경제”라며 “그러려면 학문적 연구가 돼 있어야 하니 창조과학부를 만들려고 한 것이고 거기서 창조경제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창조경제의 개념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개념 정립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보기술을 이용한 일자리 창출 등 정책 효과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기업 메디슨의 창업자인 이민화 카이스트(KAIST) 초빙교수는 최근 한 포럼에서 “창조경제라는 것은 학문적으로 명확히 규정된 개념이 아니라, 정책적 필요로 인해 생긴 개념이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책 당국자들의 이해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근혜 정부 탄생의 브레인 역할을 했던 김광두 미래연구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창조경제론은 과거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경제적 타당성을 따져 산업화하는 것과 새로운 기술을 기존 산업에 접목시키는 것이란 두 개의 길이 있다”면서 “혼란 원인은 큰 그림을 각자 자기가 익숙한 부분만 설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경제적 가치를 실현해야만 창조경제 전체 흐름이 완성되기 때문에 그 과정이 길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도 “창조경제를 설명하면서 자꾸 정보기술로만 가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처음 개념을 잡고 같이해온 사람들이 한 명도 정부에 안 들어갔다. 기술자만 있어서 개념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국정 목표에 부합하는 구체적 정책이 제시되지 못한 것도 혼란을 주는 요인이다. 창조경제의 교두보가 되어야 할 미래창조과학부는 제대로 진용도 갖추지 못했고, 그 사이 정부가 창조경제의 구체적 사례로 내놓은 것은 정보기술을 활용한 3D 가상현실 체험관광, 스크린 골프 등에 불과하다.
박영환·유정인 기자 yhpark@kyunghyang.com

2013년 3월 10일 일요일

그림자만 있고 2인자는 없다


이글은 한겨레212013-03-11일자 제951호 기사 '그림자만 있고 2인자는 없다'를 퍼왔습니다.
[특집] 아버지 닮은 박근혜 대통령 용인술, 내가 빚진 사람 아니라 나에게 빚진 사람 중용하는 경향 드러나… ‘쓴소리’할 김종인·안대희·이상돈 대선 이후 2선으로 사라지고, 오래 보좌한 ‘문고리 권력 3인방’ 합류한 청와대에 힘 실려

‘박통’은 2인자를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그리고 측근들을 경쟁시켰다. 대통령 자신을 제외하면, 결국 모두가 ‘넘버 3’였다. 주군의 눈에 들려던, 혹은 눈 밖으로 밀려나지 않으려던 실세들의 경쟁은 때때로 무리수로 이어졌다. 누군가는 죽거나 다쳤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다른 실세로 채워졌다. 경쟁자를 향해 겨눈 ‘넘버 3’들의 총성 끝에 결국 대통령 자신이, 정권이, 한 시대가 무너졌다.
또 한 명의 ‘박통’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25일 취임식을 기점으로 공식 임기에 들어갔다. (한겨레21)은 당·정·청을 아우르는 박근혜 시대 ‘파워엘리트’들의 면면에 주목했다. 모두의 전망과 달리 또다시 ‘대통령의 입’으로 중용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과거 언론인이자 문필가로서 내뱉어왔던 증오와 광기의 언어들도 톺아봤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자의 용인술은 권력의 알파요, 오메가다. 권력자가 행사하는 권력 그 자체다. 불통과 오만의 딱지와 함께 시작한 ‘박근혜 시대’의 앞날이 여기에 있다. _편집자

5·16 쿠데타의 ‘얼굴마담’은 장도영 당시 육군참모총장이었다. 박정희가 남로당 프락치 혐의로 군법회의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장도영은 정일권·백선엽 등과 함께 자신의 직속 부하인 박정희의 구명운동을 벌였다. 석방 이후 박정희를 다시 군으로 복귀시킨 이도 장도영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는 박정희의 ‘생명의 은인’이다. 1961년 5월16일 새벽, 방송을 통해 공표된 ‘군사혁명 선언문’의 명의도 ‘군사혁명위원회 의장 육군 중장 장도영’이었다. 쿠데타 이후 장도영의 직함은 무려 5개로 늘어난다. 그는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자 내각 수반이었고, 국방부 장관인 동시에 육군참모총장이었다. 계엄사령관도 겸했다. 하지만 그는 김종필을 앞세운 박정희 세력에 의해 불과 한 달 보름 만에 ‘반혁명 세력’으로 몰려 제거되고 만다.

싸우고 숙청당한 ‘넘버 3’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8년의 재임 기간에 보여준 용인술은 대체로 그런 식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유·무형의 빚을 지고 있는 인물들은 하나 둘 밀려났다. 그는 ‘쓴소리’를 참지 못했다. 주변은 주군의 의지에 반하지 않고, 충성 경쟁에 열을 올리는 인물들로 채워졌다. 쿠데타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 법사위원장을 시작으로 감사원장까지 지낸 이석제씨는 1995년 발간한 (각하, 우리 혁명합시다)라는 제목의 책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박 대통령은 자기 의견에 반대하거나 분에 넘치는 요구를 하면, 그 사람을 상당히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자신에 대한 도전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고, 한번 수가 틀리면 감정이 상당히 오래갔다. 수많은 동지들이 대열에서 떨어져나간 것도 어쩌면 권력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성격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충성을 다했던 인물들도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거나, 자신의 입지에 도전하면 숙청했다. 김종필·김성곤·윤필용·이후락·김형욱 등 박정희 체제를 떠받치던 기둥들이 차례로 제거되거나 정치적 식물인간으로 전락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25일 공식 취임했다. 박 대통령의 용인술 역시 아버지 시대의 그것을 닮았다. 박 대통령이 정치적 빚을 지고 있는 인물들은 대선 이후 모두 2선으로 밀려났다. 정치권에선 그 대표적 사례로 김종인·안대희·이상돈을 꼽는다.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존재는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라는 상품에 ‘경제민주화’라는 포장을 가능케 한 결정적 요인이었다. 이상돈 전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은 특히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안철수 전 후보의 부상으로 ‘정치 쇄신’ 요구가 거세게 일자 안대희 전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영입해 맞불을 놨다. 이들은 모두 박 대통령한테 특별히 빚진 게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거꾸로 이들의 존재가 박 대통령에게 큰 힘이 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과정에서 이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이들 모두 중용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당장은 듣기 싫어도 결국 약이 되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을 사람들이다. 박 대통령이 대선 이후 세 사람에게 손을 내밀지 않는 것도 결국 그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 ‘박근혜 시대‘ 실세 그룹

충성을 다할 인물로 충원돼

반대로 박 대통령이 빚지지 않은 인물들이 속속 요직에 발탁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윤창중·김행 청와대 대변인이다. 윤 대변인은 언론인 시절에 보여준 비뚤어진 역사관과 상대 진영에 대한 끝 모를 증오심뿐 아니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을 지내는 동안 보여준 무능에도 불구하고 다시 기용됐다. 2002년 대선 때, 현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을 지냈고, 당시 대선 하루 전날 “노무현 지지 철회”를 공식 발표한 당사자인 김행 대변인도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최악의 인사로 꼽힌다. 대선 과정에서 각종 종합편성채널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정치평론가로 변신한 그를 박 대통령이 눈여겨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위원장 등을 내치고 친박 인사들 중에서도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았던 인물을 중심으로 당·정·청의 진용을 짠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창중·김행 대변인의 경우 본인들의 처지에서는 박 대통령이 얼마나 고맙겠느냐. 아마도 충성을 다하게 될 것이다.” -한 정치평론가

한 정치평론가는 “김종인 전 위원장 등을 내치고 친박 인사들 중에서도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지 않았던 인물을 중심으로 당·정·청의 진용을 짠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윤창중·김행 대변인의 경우 본인들의 처지에서는 박 대통령이 얼마나 고맙겠느냐. 아마도 충성을 다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시대의 ‘파워엘리트’로 꼽히는 당·정·청의 핵심 실세들의 면면도 마찬가지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고 지난 2월27일 서울 현충원 국립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들어간 정홍원 국무총리는 취임사에서 ‘윤활유 총리론’을 제시했다. 그는 “기업과 개인, 시민사회가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원활히 돌아가도록, 또 공직자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도록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책임총리’와 관련한 메시지는 없었다.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 낙마와 ‘불통·만만디 인사’로 인한 사상 초유의 정부 출범 지연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책임총리제’에 이어 ‘책임장관제’를 거론하며 후퇴하던 박 대통령 주변에선 이제 그런 목소리마저 실종된 지 오래다.
차례로 인사청문 절차를 마치고 있지만 정부조직법 개편을 둘러싸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는 가운데 아직 임명장을 받지 못해 ‘후보자’ 딱지를 떼지 못한 장관 후보자들 중에선 그나마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정도가 ‘실세 그룹’으로 분류된다. 두 사람 모두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인수위에서 당선인 대변인을 지낸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박 대통령의 일정을 수행하고 현장의 발언 등을 전하는 역할을 해왔다. 모두 박 당선인과 물리적 거리가 가장 가까웠던 인물들이다.
새누리당에선 당분간 황우여 대표, 이한구 원내대표, 서병수 사무총장 등 원조 친박 인사들에게 힘이 실릴 전망이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여야를 통틀어 특별한 적이 없는 황 대표는 대통령의 의지를 거스르지 않는 ‘비서형 여당 대표’로 평가된다.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대선 이후 황우여 대표가 한 게 도대체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 출범 과정의 진통이 계속되고, 김병관(국방)·황교안(법무) 등 문제적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자진사퇴론이 새누리당 지도부 내의 친이 혹은 비박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황 대표는 여전히 “청문회를 열어봐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4월과 10월의 재보선 결과에 따라 여권 내에서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황 대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은 두텁다. 새누리당의 고위 당직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선호하는 당·청 관계 모델은 아무도 자신에게 도전하지 않는 ‘지금 이대로’다. 황 대표 체제가 당분간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왕수석’ 노릇 하게 될 이정현

내각과 여당이 주춤하는 사이 권력의 중심은 청와대로 이동했다. 그중에서도 허태열 비서실장, 이정현 정무수석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3선 의원을 지낸 허 실장은 ‘섹스관광’ 등 부적절한 언행 논란과 동생의 공천 비리, 대필 의혹까지 인 복사 수준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파문 등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시대’의 핵심 요직인 청와대 비서실장에 발탁됐다. ‘박근혜의 입’으로 통해온 이정현 수석은 말 그대로 ‘왕수석’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부실한 정무 라인 탓에 정무수석 외에 특임장관을 따로 뒀지만, 새 정부는 특임장관을 폐지하고 국회를 상대하는 정무 기능을 정무수석실로 집중시켰다. 이 밖에 이 수석은 18대 국회의원 시절 자신을 보좌했던 음종환·이현진 전 보좌관을 각각 정무수석실과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앉히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박 대통령을 오랜 기간 보좌한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의 존재다.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그룹인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모두 청와대에 합류했다. 의원실 보좌진으로 일하는 동안에도 웬만한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보다 이들의 힘이 셌다. 이들은 ‘정치인 박근혜’의 눈과 귀였고, 손과 발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청와대 살림과 대통령의 일정, 메시지 등을 다시 담당하게 됐다. 인수위 국정기획분과 간사를 맡으며 부상한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정도가 새롭게 떠오른 실세로 꼽힌다. 공식적 역할은 맡지 않고 있지만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박 대통령의 ‘5인 공부모임’ 멤버였던 최외출 영남대 교수 등도 외곽의 조언 그룹으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부에선 개각 등 인사 요인이 발생하면 박 대통령의 시선이 가장 먼저 이들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박 대통령을 오랜 기간 보좌한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의 존재다.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그룹인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모두 청와대에 합류했다. 의원실 보좌진으로 일하는 동안에도 웬만한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보다 이들의 힘이 셌다. 이들은 ‘정치인 박근혜’의 눈과 귀였고, 손과 발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진용은 ‘충성’과 ‘순종’의 순도에 따라 짜이고 있다. 물론 미묘한 균열의 조짐도 보인다. 진앙지는 새누리당이다. 우선 4월 재보선에서 일찌감치 부산 영도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김무성 전 의원의 ‘화려한 복귀’ 여부에 지역 정치권뿐 아니라 여권 전체의 시선이 쏠려 있다. 한때 ‘친박의 좌장’으로까지 불렸던 김 전 의원은 2010년 세종시 논란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불화했다. 김 전 의원은 ‘정치인 박근혜’를 향해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과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박 대통령은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고 선언하며 결별했다. 지난해 4·11 총선에선 김 전 의원이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일부 친이 세력의 ‘독자 세력화’ 기획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당 잔류를 선언하며 여권의 분열을 막는 일등 공신이 됐고, 대선 과정에선 박근혜 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복귀해 ‘군기반장’을 자임하며 대선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김 전 의원의 출마에 대해 청와대 실세로 부상한 허태열 비서실장은 불편한 심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의 맹주’를 둘러싼 경쟁이 불가피해진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한다. 국회의원 배지도 김 전 의원이 15대 국회에서 먼저 달았고, 허 실장은 16대에 와서야 국회의원이 됐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한나라당(현재의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2005년(김무성)과 2006년(허태열) 나란히 지내기도 했다. 당 최고위원에도 김 전 의원이 먼저 진출했다.

» 2008년 12월10일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나란히 참석한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왼쪽)과 김무성 전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출발점부터 다른 두 사람의 ‘미묘한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한겨레 강창광

“상당히 미워하는 사이”

새누리당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의 말이다. “정치적 비중으로 따지면 허태열 실장보다 김무성 전 의원이 우위라고 봐야죠.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진으로 시작한 허 실장과, 김영삼 전 대통령 밑에서 정치를 배운 김무성 전 의원은 출발점이 다르고 서로를 마음속에서 인정하지 않아요. 오히려 상당히 미워하는 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허 실장은 비서에 가깝고, 김 전 의원은 ‘자기 정치’에 대한 뜻이 있는 사람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김 전 의원이 재보선을 통해 복귀하더라도 박 대통령은 아마 허 실장에게 더 힘을 실어줄 것으로 봐요.” 이 밖에 오는 5월까지가 임기인 이한구 원내대표의 후임을 노리는 친박계 인사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최경환·서병수·홍문종·이주영 의원 등의 출마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원내대표 진출을 노리는 서병수 사무총장은 최근 황우여 대표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지만 서 총장 쪽은 부인했다. ‘박근혜 시대’의 개막과 함께, 여권 내부의 ‘파워게임’도 이미 시작됐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2013년 2월 23일 토요일

김종인 “시대의 흐름 못 읽는 지도자는 성공 못해”


이글은 경향신문 2013-02-22일자 기사 '김종인 “시대의 흐름 못 읽는 지도자는 성공 못해”'를 퍼왔습니다.

ㆍ“경제민주화 기본적 지식 결여… 대선 후 다시 안이한 사고 젖어”
 ㆍ당선인에 공약 후퇴 우회적 경고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22일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인식 못하는 지도자는 경제도 성공을 못시키고 정치도 성공을 못시켰다”고 말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5대 국정목표에서 ‘경제민주화’가 배제된 것을 비판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관련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영자총협회 주최 최고경영자연찬회 ‘새로운 시대의 첫 발걸음! 건강한 경제에 달려 있다’는 제목의 특강에서 “인수위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원칙 있는 시장경제가 경제민주화를 포괄한다’고 했는데 그건 경제민주화에 대한 기본적 지식 결여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시장경제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틀을 제대로 짜주지 않으면 안된다”며 “시장경제 기본원리가 탐욕이지만 탐욕에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 재앙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IMF 사태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형태로라도 그런 탐욕을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하지 않고서는 경제가 건전하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자는 사람들이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그런다. 솔직히 과거를 돌이켜 보면 우리 재계 구조가 시장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냐”며 “이제는 이 사람들이 어느 정도 사회를 포용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할 때가 됐는데, 아직도 탐욕만 지배하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것이 옳은지 그른지도 모르는 정치권을 향해 국민들이 정신 차리고 있느냐는 반발로 나타난 것이 지난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라며 “정치권이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린 것처럼 보이다가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다시 안이한 사고로 접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권이 시대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또 한번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이 총선·대선 승리 후 경제민주화는 물론 복지공약 후퇴 등 보수화하는 흐름을 비판하면서 복지와 같은 시대정신을 망각할 경우 사회적 갈등과 정권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그는 “복지를 하게 되면 재원 마련을 위해 경제가 어려워진다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라며 “복지는 보수가 보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국정과제에 경제민주화가 빠졌다’는 질문에 “인수위에 참여하는 사람 중에 경제민주화 개념을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당선인이 국민에게 1년 내내 그(경제민주화) 약속을 했는데 실행을 안 할 수 있겠느냐”며 “박 당선인의 정직성을 믿는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에 대한 신뢰를 표시한 것이지만, 이는 우회적으로 ‘신뢰·원칙’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온 박 당선인 정부에서 경제민주화 등이 후퇴할 경우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란 충고로 풀이된다.

임지선·정환보 기자 vision@kyunghyang.com

2012년 12월 22일 토요일

“김종인 안돼” “이외수 소설이나” 보수논객들 '시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21일자 기사 '“김종인 안돼” “이외수 소설이나” 보수논객들 '시끌''을 퍼왔습니다.
조갑제 “박근혜 망하는 길 김종인 인수위원장” 정규재 “조국 학교가서 공부좀해라”

18대 대선에서 박근혜의 새누리당이 승리하자 보수논객들이 인수위원장 인선에 거친 주문을 하는가 하면, 이외수·공지영·조국 등 SNS 상에서 영향력있는 논객에 “소설이나 써라” “학교가서 공부나해라”고 비아냥 대는 등 본격적인 ‘박근혜 정부’ 의제설정에 나서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현 조갑제닷컴 대표)는 21일 조갑제닷컴에 올린 글에서 ‘국민행동본부-뉴데일리-조갑제닷컴’ 및 ‘4대종편’ 등이 종북세력의 위선을 폭로하고 우파 메시지 전파 역할을 할 때 “김종인은 ‘경제 민주화’를 교조화해 박근혜를 괴롭히고, 잘 싸우는 이한구 원내 대표에 시비를 걸고, 정통 애국 노선을 비아냥 거렸다”며 “이상돈과 함께 종북 좌파 진영의 총아(또는 노리개)가 됐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NLL 선거 무용론’ ‘보수우익 편향시 대통령 당선을 위한 표심이 불가할 것’ 등의 언급을 했던 것에 대해 “그의 분석이 틀렸다는 것은 5060의 기적적인 투표율로 증명됐다”며 “박근혜 후보가 김종인이 하자는대로 했더라면 50대 전원투표는커녕 보수의 투표율이 급락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하마평에 김 위원장이 오르내리는 것을 두고 조 대표는 “지난 총선 투표일 직전 떠났던 그는 이번엔 박 후보의 당선을 확신한 것인지 남아 있다”며 “몰상식한 언론이 또 김종인을 띄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감이라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가 자신을 당선시킨 5060 세대의 열망을 배신하고, 가장 빨리 망하는 길”이라고 비난했다.
조 대표는 “김 위원장이 되면 인수위는 국보위 같은 권력기관화돼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들 것”이라며 “인수위는 조용히 사무적으로 일하도록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인수위를 잘못 관리해 지금까지 피해를 보는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와 함께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20일 온라인에 띄운 ‘정규재TV’ 동영상에서 조국 서울대 교수와 소설가 공지영·이외수씨를 싸잡아 “쓰레기” 취급하며 냉소를 퍼부었다.
그는 “우리 나라 정치질서 입법 사법 행정 질서를 제대로 잡아야 조국 같은 엉터리 교수가 안나온다”며 “조국 공지영 이외수가 멘붕이 됐는지 트위터도 안한다고 한다. 꺼버리고 자고 있는지, 술마시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지영 이외수는 앞으로 소설을 쓰라. 행동하는 정치 소설 말고, 정치거짓말 그만하고 들어가서 소설을 쓰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는 이어 “일본애들이 쓰는 것처럼 십몇권 이십몇권짜리 소설에 도전해야지 명색이 소설가가 트위터라는 게 140자 밖에 안되는 단문, 시도 아니고 운문도 아니고 순 욕설비슷한 거 리트윗이나 하고 쪽팔리지 않느냐”고 비난했다.
정 위원은 조국 교수에 대해 “조국은 뭐하냐 공부좀 하라”라며 “엉터리 같은 글을 쓴다고 내가 비판했더니 언젠가 트위터에 (조국 교수가) ‘무슨 말꼬리 잡고 그런다’고 그랬다. 본질에 해당하는 무식을 지적하면 부끄러운줄 알아야지. 무슨 말꼬리를 잡느냐”고 거듭 비난했다.
정 위원은 “이제 학교로 돌아가서 공부해 공부. 연구실에 돌아가서 공부좀 하라. 쓰레기처럼 나서서 떠들지 말고”라며 “박근혜 당선자가 해야 할 일은 흙탕물 가라앉고, 모두가 제자리 돌아가서 생업에 매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막말을 했다.
이에 대해 조국 교수는 21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이념형 보수파’, 환호작약, 득의만면하고 있습니다”라며 “저 개인은 물론 민주진보파 사람들을 조롱, 야유, 겁박할 것입니다. 놔 두십시요. 지금은 그들의 ‘파티타임’이니까요”라고 반박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 정규재TV서 캡쳐

이외수씨도 이날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어떤 언론인이 이외수 공지영, 트위터 하지 말고 소설이나 쓰라고 일갈 했군요”라며 “대답해 드릴게요. 니가 뭔데?”라고 비판했다.
소설가 공지영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그들로 하여금 떠들게 하고 나는 나의길을 가리라’라는 단테의 말을 인용해 올렸다.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독일 대연정 잘 이끈 메르켈에게 배워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21일자 기사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독일 대연정 잘 이끈 메르켈에게 배워야”'를 퍼왔습니다.

새누리당 선대위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사진)은 21일 “대통령과 정당이 민심의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번 대선에서 표출된 반대 진영 지지자의 요구도 종합적으로 결합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부암동 개인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2005년 독일 보수 정당인 기독민주당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사회민주당과의 대연정을 통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메르켈 총리를 벤치마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메르켈 총리는 대연정 이후 주요 장관을 사민당에 맡겼고, 사민당이 주장하는 정책을 상당수 포용했다”며 “그렇게 했기 때문에 2009년 총선에서 메르켈이 다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같은 대통령제에서는 대연정이 어렵긴 하지만 48%라는 표심으로 표출된 반대 진영 요구를 받아들이면 성공한 대통령이 되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의 첫 과제로 김 위원장은 “양극화 문제를 해소해 사회가 조화롭고 안정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여줘야 2030세대의 반감도 해소할 수 있다”며 “실질적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통합의 요소를 정책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은 국민의 의식이 빨리 변하는 시대이고, 대선에서 당선인을 지지했다고 하더라도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며 “기대했던 가치들이 실제로 진척되는 것을 보여줘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청와대에 들어가서 홀로 주변 사람들 이야기하는 것만 듣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면 민심을 읽을 수 없다”며 “정치라는 것이 종국에 가서는 국민이 판단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만 바라보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박 당선인을 향해 50대 표심이 쏠린 이유를 두고 “고령화 사회로 넘어오면서 앞으로 노후대책이라는 것이 정권 창출의 굉장히 중요한 이슈로 등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대통령 선거의 구호로 ‘민생’이 등장한 것이 처음이다. 국민들이 실생활과 관련된 부분에 관심을 갖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야권이 패한 이유를 “18대 대선이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싸움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박 후보가 정치 리더로서의 자질을 충분하게 국민에게 보여주는 동안 상대적으로 야당은 후보 자체가 누구인지 몰랐다. 준비된 대통령 후보가 없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그는 “친노무현(친노) 세력은 더 이상 설 땅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지선·이재덕 기자 jslee@kyunghyang.com

2012년 12월 21일 금요일

김종인 "박근혜 최우선 과제는 '양극화 해결'"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20일자 기사 '김종인 "박근혜 최우선 과제는 '양극화 해결'"'을 퍼왔습니다.
양국화 해결로 국민대통합 이뤄야…안철수 정치 재개에 부정적

▲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뉴스1

박근혜 당선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박근혜 시대의 최우선 과제로 '양극화 문제 해결'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과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 극명하게 드러나 있는 양극화 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될 선결과제"라며 "이 문제를 잘 해결하면 자동적으로 국민통합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당선인이 51.6%를 얻었고, 48%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반대를 했기 때문에 그 사람들 갖다가 어떻게 잘 포용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박근혜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공약을 많이 내놓았기 때문에 잘 준비를 해서 철저하게 이행해 나가면 그 사람들도 자연히 따라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런 언급은 여야 간의 공통분모 정도가 높았던 ‘양극화 해소’, ‘경제 민주화’의 추진에 박 당선인이 사활을 걸고 추진해가야 한단 충고이다.
김 위원장은 야당의 패인에 대한 분석도 내놓았다. 그는 "민주당은 그동안 야당통합을 해서 지난번 총선에 임했지만 총선에서도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대통령 후보 확정하는 과정에 그렇게 썩 멋있게 끝나지 않았다"며 "더구나 안철수 씨와 관련해서 야당 단일후보(과정)에 많은 진통과정을 겪고, 이것이 정말 국민의 눈에 썩 좋게 비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야권연대 필승론’에 매달리며 ‘단일화’만 쫓아온 과정을 민주당의 가장 큰 패인으로 꼽은 셈이다.
한때, 안철수의 ‘멘토’라고 불리기도 했던 김 위원장은 향후 안철수 전 후보의 행보에 대해 “정치라는 게 기본적으로 어떤 틀에 짜여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시적인 국민의 여론상의 지지만 가지고 정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안철수 씨가 냉정한 판단을 해야한다”며 "본인은 약속했지만 정치라는 게 스스로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대통합을 위해 인수위원장에 호남출신을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어떤 특정 지역 출신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수위를 실질적으로 잘 끌어가서 박근혜 당선인이 내년 2월 25일 취임시 국정 청사진을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김종인 “박근혜 당선인 48%가 반대, 잘 포용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20일자 기사 '김종인 “박근혜 당선인 48%가 반대, 잘 포용해야”'를 퍼왔습니다.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20일 “박근혜 당선인이 48%라는 사람이 반대를 했기 때문에 어떻게 잘 포용하느냐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가진 인터뷰에서 “박 당선인이 공약을 잘 이행한다면 반대했던 사람들도 잘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 극명하게 드러나있는 양극화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며 “이 문제를 잘 해결하면 자동적으로 국민통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박 당선자와 문 후보의 만남에 대해 “선거기간 중 정치지도자회의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만날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만 박 당선인이 인수위를 구성하고 인수위에 모든 절차를 이행하는 과정 속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수위원장에 대해서는 “어떤 특정 지역 출신이 꼭 필요한 게 아니라 인수위를 실질적으로 잘 끌어가 박 당선인이 내년 2월25일 취임할때 국정에 관한 청사진을 정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새 정부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손 내밀면 생각을 해볼 수 있겠지만 그런 책무가 주어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해 “오랜 기간 집에서 생각하는 여유를 가질 것”이라며 “정치는 국민의 여론상 지지만 갖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2012년 12월 2일 일요일

"내 나이가 몇인데, 누구 밑에서 심부름 하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02일자 기사 '"내 나이가 몇인데, 누구 밑에서 심부름 하나"'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김종인 "'박정희 식 성장콤플렉스' 못 벗어나면 누가 돼도 실패"

영국에선 오리 사냥을 할 때 연못 위에 나무로 만든 '가짜 오리'를 띄워놓아 오리들을 불러모은다고 한다. 이때의 '가짜 오리'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가 '디코이'(decoy)다. 언론인 출신인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11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에서 이 단어를 썼다.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가리킨 말이다.
"새누리당에 들어간 김종인 박사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느냐, 결과적으로 'decoy' 같은 것이 되고 마느냐는 두고 볼 일이다. 아무래도 이용만 당하는 것 같기만 하다."

새누리당이 김종인 위원장을 앞세워 경제민주화를 할 것처럼 하면서 국민들을 불러모았지만 결국은 가짜인 것 같다는 얘기다. 남 전 장관과 김 위원장은 청년 시절부터 50여년 동안 두터운 교분을 쌓아왔던 사이다. 그런데 남 전 장관이 모처럼 쓴 소리를 했다. 김종인 위원장의 처지가 그만큼 불안해 보이는 탓일 게다.

실제로 그렇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해 말 김 위원장을 영입해 '경제민주화'를 당 정강에 명문화하는 등 추진 의지를 과시했지만, 지난달 16일 관련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 김 위원장은 없었다. 이날 발표된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공약 역시 반쪽짜리였다. 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제안한 대기업집단법 제정과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 재벌개혁 방안이 대부분 빠진 것이다.

헌법 119조 2항 '경제민주화' 조항을 만든 김 위원장은 이제 박 후보와 결별하는 걸까. 박 후보는 중도 성향 표심을 유인하기 위한 '디코이'로 김 위원장을 이용한 걸까.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서울 부암동에 있는 김 위원장의 개인 사무실을 찾은 건 그래서였다.

예상과 달리, 그리고 대부분의 언론 보도와 달리, 김 위원장은 아직까지 박 후보의 경제 민주화 의지를 신뢰하고 있었다. 박 후보 곁을 떠나 야당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다만, 박 후보가 경제 민주화 관련 공약의 세부 내용과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또 박 후보 주변에 재벌 친화적인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고, 그들이 경제 민주화 공약 추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그가 야당의 경제 민주화 관련 공약을 불신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재벌을 개혁할 것처럼 말하더니 당선되자마자 재벌과 손을 잡았다는 게다. 그가 이런 이야기를 한 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 만났을 때도 같은 말을 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은 그만큼 뿌리가 깊어 보였다. 이런 기억이 굵은 흉터처럼 남아 있는 한, 그가 야당과 손을 잡기란 어려워 보였다.

재벌 편드는 이들이 박 후보 주변에 득시글한데, 그리고 '경제 민주화'에 대한 박 후보의 이해 수준이 깊지 않은데, 그런데도 그가 굳이 박 후보의 '경제 민주화' 의지를 신뢰하는 이유를 재차 물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박 후보는 자기 말을 바꾸는 사람은 아니다'라는 것이었다. 쉽게 타협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말이다. 새누리당 안에선 박 후보가 경제 민주화를 이야기하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말도 했다.

그는 박 후보에게 속고 있는 걸까. 야당은 그렇게 본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캠프 소속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김종인 위원장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라고 말했다. 올해 안에 두 개 이상의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유다. 이 위원장은 이날 "현재까지 100개가 넘게 제출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중에서 단 하나도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없다"며 "유일하게 관련 상임위를 통과해서 올라온 법안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새누리당이 법사위에서 일방적으로 처리를 거부하면서, 언제 통과될지 알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보수 여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와 손잡으면서 여야 정치권 전체가 '경제 민주화'로 한발 더 다가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지난 25년 간 고시생들 외엔 별 관심이 없었던 헌법 속 경제민주화 조항을 대중의 상식으로 만든 점은 분명히 그의 공로다. 문제는 그 다음 행보인데, 김 위원장과 한참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의 깊은 속내까지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어쩌면 그가 얼마 전에 낸 책이 힌트가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라는 책에서 그는 그가 만든 헌법 119조 2항 '경제 민주화' 조항이 "자본주의를 지키는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경제 민주화'는 이른바 '좌클릭'과도 관계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또 '경제 민주화'가 재벌을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며, 경제 성장과 배치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내용도 있다. '경제 민주화'와 경제 성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경제 민주화' 없이는 성장도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마디로, 한국 자본주의 체제를 지키려는 보수주의자라면 마땅히 '경제 민주화'를 옹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이런 소신을 강하게 피력했다. 박인규 (프레시안_ 발행인과 지난달 29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편집자)

 
▲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경제민주화 약속 지키리라 믿는다"

프레시안 : 박근혜 후보가 최근 10개 경제일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역할이 끝났느냐"라는 질문에 "네" 라고 대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종인 : (중앙일보)에 그런 기사가 났었다. 그런데 내가 알아보니, 실제로 그런 말은 없었다고 했다. 기자들과의 문답을 기록한 원문도 내가 봤는데, 거기에도 없었다. (중앙일보) 기자 역시 내게 착오라고 이야기했다.

프레시안 : 기사가 '오보'였다는 말인데, 만약 '오보'가 아니라면 어떻게 되는 건가. 국민행복추진위원장에서 물러나는 건가.

김종인 : 만약 (박근혜 후보의) "네"라는 발언이 사실이면, 당연히 내가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지. 나로선 편하고 좋다. 자유로운 몸이 되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11월 16일, 박 후보가 경제 민주화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 김 위원장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에선 "결별했다", "역할이 끝났다", "토사구팽 당했다" 등의 말이 나왔다.


김종인 : 내가 새누리당에 가서 정강정책에 '경제 민주화'를 집어넣었다. 박 후보가 동의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의원총회에서도 충분히 논의됐다. 그러나 단 한 사람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의원총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면, '경제 민주화'는 정강정책에 들어갈 수 없었다. 전국대의원대회 인준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반론이 전혀 없었다. 그때가 4.11 총선을 앞둔 무렵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불안하니까, '경제 민주화'에 시비를 걸 수 없다고 봤을 수 있다. 어쨋건 '경제 민주화'는 박 후보를 포함해서 새누리당 전체가 동의한 사안이다.

그런데 총선이 끝나자마자 반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로 이번에 새로 당선된 사람들에게서였다. 사실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내가 잘 안다. 그래서 별로 의미가 없는 반론이라고 본다.

새누리당의 생리라는 게 뻔하다. 경제 민주화에 대해선 들어본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후보 주변에 모여드는 경제 전문가라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나에 대해 안 좋은 시선으로 본다는 것 역시 내가 잘 안다. 게다가 3/4분기 경제성장률 수치가 안 좋게 나오니까 '이때다' 싶었던 사람들도 있다. 이걸 핑계로 그쪽(경제 민주화를 거스르는 쪽)으로 선회하려 했던 거겠지. 하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경제 민주화가 필수적이다. 그들은 그걸 모른다.

분명한 건 경제 민주화 공약을 나 혼자 만든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혼자 했다면, 내용이 그렇게 많을 필요도 없다. 꼭 필요한 몇 가지만 있으면 된다. 새누리당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약을 만들었다. 그들이 말을 바꾸면 안 된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결국 중요한 건 후보의 생각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선 대통령의 신념이 결정적이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경제 민주화'를 약속했고, 그는 자기가 한 약속을 어길 사람이 아니다.

"경제민주화, 공약 가짓수 많다고 되는 것 아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하는 자리에는 왜 안 나왔나.

김종인 : 나는 원래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 나가본 적이 없다. 경제민주화뿐 아니라 다른 공약도 마찬가지다.

프레시안 :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대기업 집단법, 국민참여재판 등 김 위원장이 주장했던 내용이 새누리당의 경제 민주화 공약에서 빠졌다. 새누리당 측은 이들 내용은 빠졌지만 경제 민주화에 관한 나머지 내용이 30가지 이상이 포함돼 있으므로 충분하다고 한다.

김종인 : '경제 민주화'라는 게 그렇게 공약 숫자만 많이 나열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프레시안 : 경제 민주화 공약을 김 위원장이 주도해서 만든 것 아닌가. 지금의 새누리당 경제 민주화 공약이 만족스럽나.

김종인 : 나는 감독만 했다. 경제 민주화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모아서 의견을 수렴해서 대략 규합을 해가지고 넘겨준 거다.

이렇게 나온 공약에 대해서 경제 민주화를 위해 충분한 방안이라고 말하기는 좀 뭣하다. 사실 공약이야 후보가 그 정도면 되겠다 해서 정한 것 아닌가. 그래서 그런가보다 한다. 그에 대해 선거기간에 토를 달 순 없다. 아무튼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누누이 밝혔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면 안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의 공약이 부실하다고 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 건 그래서다. 게다가 새누리당 안에선 박 후보가 경제 민주화를 해야겠다고 말한 유일한 사람이다.

"재벌과 타협한 참여정부…우리나라 진보는 대체 뭐하자는 진보인가"

프레시안 : 경제 민주화에 대한 의지는 아무래도 야당이 낫지 않나. 문재인 후보의 경제 민주화 공약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김종인 : 공약을 잔뜩 나열 해놨는데, 과연 그걸 관리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프레시안 : 야당의 실력을 못미더워하는 것 같다.

김종인 : 다른 걸 떠나서 노무현 정부 때 겪어 봤지 않나. 나는 노무현이 대통령 되기 전부터 알았었다. 당시 노무현은 한국경제를 개혁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었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가 되더니 달라졌다. 대통령이 되고 나선 아예 180도 바뀌어서 재벌위주가 됐다. 심지어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자인하기까지 했다. 그럴 거면 대체 정부는 왜 있나. 그걸 보고 나니, 난 우리나라 진보가 대체 뭐하자는 진보인지 이해를 못하겠더라.

프레시안 :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의 과오를 인정했다. 그리고 그걸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종인 : 문재인 후보는 겪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반면, 박근혜 후보는 5년간 겪어봐서 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제라서 모든 게 결국 대통령의 자질과 자세에 달려 있다. 그런 면에서 박 후보가 낫다.

물론, 박 후보가 경제 민주화의 세부적인 내용과 의미를 잘 이해 못하는 건 사실이다. 또 후보를 보좌하는 사람들 중에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경제 민주화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박 후보가 탐욕이나 다른 계산 때문에 재계와 타협할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 난 이 점을 높이 본다.

"박근혜, 집토끼만 잡으려해선 안 된다"

프레시안 : 경제 민주화도 결국 민주화 아닌가. 그러니까 다른 영역의 민주화와 동떨어진 건 아니라고 본다. 다른 부문에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데 경제만 민주화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박 후보는 다른 정치, 사회 영역에선 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낮아 보인다. 예컨대 사립학교법 문제를 보자. 이사장의 전횡을 막는 '사학 민주화'와 관계가 깊다. 하지만 박 후보는 사학 개혁에 몹시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 박 후보는 사학 개혁을 '이념 투쟁'이라고 했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 사립학교 교사, 학생들에겐 삶의 문제다. 사학 민주화는 반대하면서 경제 민주화만 하자는 논리가 과연 성립할까. 사학 개혁 등 다른 문제에선 기득권층을 옹호하던 사람이 재벌 문제에서만 반대 입장을 취한다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말이다.

▲ ⓒ프레시안(최형락)

김종인 :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어차피 대선 후보가 모든 분야를 샅샅이 알 수는 없다. 영국의 처칠 수상이 지도자의 덕목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역사책을 많이 읽어서 국가의 흥망성쇠를 꿰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나라가 망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다른 하나는 사람을 보는 눈이 밝아야 한다는 것이다. 후보가 원칙을 갖고 사람을 잘 골라 쓰면 별 문제 없지 않을까 싶다.

프레시안 : 최근 (매일경제)와 짧은 인터뷰를 했다. 거기 보니, 김 위원장이 "박 후보의 선거전략을 보니까 보수층에만 집중한다. 집토끼만 잡아서는 위험하다"라고 했다고 돼 있다.

김종인 : 인터뷰라기보다, 잠깐 점심 먹으면서 이야기했을 뿐이다. 그걸 기사로 썼나 보군.

프레시안 : 세간에선 그걸 박 후보가 경제 민주화를 포기한 데 대한 경고로 해석한다.

김종인 : 박 후보가 보수층에만 집착하면 안 된다는 건 사실이다. 4월에 선거 해봐서 알지 않는가.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대략 46대 46이다. 그런데 46%만으론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내 나이가 몇인데, 누구 밑에서 심부름 하나"

프레시안 : 만약 민주당이 집권해서 경제 민주화를 위해 김 위원장을 모시겠다고 하면 어쩔 건가.

김종인 : 모신다는 말 자체가 웃긴 거다. 그건 새누리당 사람들도 착각하는 건데, 내가 무슨 자리가 탐나서 이 짓을 하는 게 아니다. 내가 나이가 몇인데 누구 밑에 가서 심부름꾼 노릇을 하려고 그러겠냐.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 모신다느니 하는 말을 들으면, 몹시 불쾌하다.

프레시안 : 경제 민주화는 세부적인 정책보다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입장으로 이해된다.

김종인 : 그렇다. 대통령이 되면, 그 순간 의식이 달라진다. 지금 나오는 공약의 세부적인 내용에 크게 연연할 필요가 없는 것도 그래서다. 게다가 내년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가 않다.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이 그렇다. 양극화가 너무 심해졌다. 정부 통계에서 '나는 하층민'이라고 답하는 비율이 45%다. 미래가 없다는 답변은 60% 가까이 된다. 이래선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차기 대통령에게 양극화 해소, 경제 민주화 외엔 다른 길이 없다. 이걸 얼마나 비타협적으로 추진하느냐의 문제만이 있을 뿐이다.

▲ ⓒ프레시안(최형락)

"불평등이 경제 성장 걸림돌이다"

프레시안 : 하지만 새누리당에선 이른바 투트랙(Two Track, 두 개의 경로)론이 나온다. 한편으론 경제 민주화를 추진하되, 다른 한편으론 전통적인 성장 논리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경제 민주화를 접겠다는 말로 들린다.

김종인 : '투트랙'이라는 말 자체가 틀렸다. 예컨대 '물가냐, 고용이냐' 이런 걸 논할 때는 '투트랙'이라는 말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경제 민주화와 경제성장은 그런 관계가 아니다. 경제 민주화는 일종의 질서를 잡는 작업이다. 틀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해도 좋다. 어쨋건 통상적인 경제정책과는 다른 차원이다. 경제 민주화가 이뤄진 기반 위에서 성장도 가능하다.

프레시안 : 말씀대로 경제 민주화란 경제 질서를 바로잡는 일인데, 새누리당에선 당장 경제상황이 급하니 질서는 나중에 잡자는 말이 나온다. 우선 성장부터 하자는 게다.

김종인 : 그걸 미루자면 영원히 못하는 거다. 박 후보가 지금 그런 목소리에 약간 영향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후보가 냉정하게 생각하면 흔들릴 필요가 없다. 정부 정책이라는 건 시대가 요구하는 걸 하는 거다. 이거 했으니 저건 안 해도 된다는 식이면 경제정책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사실 대한민국 같은 경제 구조를 가진 나라가 없다. 완전히 재벌이 독식하는 구조다. 정치 민주화가 이뤄지는 동안, 과거 압축 성장 시기에 발생했던 경제사회적 모순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조사한 걸 보면,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불평등의 정도가 성장의 저해 요인이 되는 단계까지 왔다고 돼 있다. 여기서 일정한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문제를 풀 수 없다. 그게 안 되면 정치 민주주의도, 경제도 제대로 될 수 없다. 그리고 이게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만 역행하는 건 불가능하다.

안타까운 점은 한국에선 경제 민주화가 선거용 구호처럼 쓰인다는 점이다. 이건 옳지 않다. 차기 정부가 초기에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정권도 결국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갈 게다.

프레시안 : 그런데 박 후보 주변에는 재계와 긴밀한 관계인 사람들이 워낙 많다. 기업인 출신도 많고. 박 후보가 집권할 경우 경제 민주화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종인 : 나 역시 그런 점에서 우려가 없었던 게 아니다. 과거 한나라당의 생리가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많이 올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 하지만 박 후보가 이익집단과 연결된 건 아니다. 그건 내가 분명히 확인을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들어가지도 않았겠지.

프레시안 : 경제 민주화 공약 발표 이후 박 후보를 만난 적이 있나.

김종인 : 없다.

"역대 대통령 실패 원인, '박정희 식 성장콤플렉스' 빠진 탓"

프레시안 : 잠시 화제를 돌려보자. 올해 대선 정국에서 최대 화제를 낳은 인물은 결국 안철수 전 무소속 대통령 후보다. 그 역시 '삼성 동물원' 비판 발언으로 인기를 얻었다. 재벌 문제의 폐해를 잘 알고 있었던 셈인데, 그가 과거에 김 위원장과 만난 적이 있는 걸로 안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에 대해 어떻게 보나.

김종인 : 먼저 2002년 대선을 돌아보라. 그때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한 계기가 뭐였나. 새 사람 같아 보이고 저 사람이 그래도 서민적 성향을 보이고, 그러니까 한국 경제 구조를 바꿔서 서민 생활을 낫게 하리라고 봐서 뽑은 것 아닌가. 그런데 그걸 못했다. 결국 종전과 똑같은 경제정책을 썼다. 그 결과, 양극화는 더 심해졌고 집권 2년이 지나니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한 것 아니냐.

그래서 집권한 이명박 정권도 똑같다. 국민생활은 어려워지고 있는데, 경제대통령을 표방하고 엄청난 구호를 제시하며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이 보기엔,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들면 우리 생활이 상당히 나아질 수 있겠지 싶었다. 그래서 뽑았다. 하지만 5년 지나니 어떤가. 생활 나아진 사람 많지 않다. 그러니 역시 이 정권을 불신하게 됐다.

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지는 동안 경제적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됐다. 과거 압축 성장 과정에서 생긴 문제가 지난 25년 간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기존 정치권은 여, 야 가릴 것 없이 이 문제를 풀지 못했으니, 정치권 밖에 있는 안철수에게 기대가 쏠렸다. '안철수 현상'은 그래서 생겼다고 본다.

다만 안철수 개인은 환상에 빠져 있던 게 아닌가 싶다. 정당정치를 하는 나라에서 정치적 기반 없이 어떻게 정치를 하나. 야권 단일화 협상을 보며 1960년대 윤보선-허정 단일화를 떠올렸다. 당시에도 허정이 여론 지지도에선 앞서 있었다. 그래서 꿋꿋이 나아갔는데, 결국 물러났다. 당 조직이 있는 윤보선을 이길 수 없었던 게다. 정당정치라는 걸 간단하게 보면 안 된다.

"독일·일본이 선진국 된 이유, '재벌 해체'"

프레시안 : 1987년 민주화 이후, 다양한 정치세력이 집권했는데, 모두 재벌개혁에는 실패했다. 말씀대로 과거 압축 성장 과정에서 생긴 문제 역시 풀지 못했다. 그래서 정치권 바깥에서 지도자를 찾는 일까지 벌어졌는데, 이유가 뭐라고 보나.

김종인 : 박정희 대통령 이후 집권한 대통령은 모조리 '박정희식 성장 콤플렉스'에 빠졌다. 그래서 사회와 경제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문제는 성장 콤플렉스에 빠지면 실제로 성장이 이뤄지느냐다. 적어도 지금은 분명히 그렇지 않다. 독일, 일본이 왜 잘살게 됐는지 아나?

프레시안 : 2차 세계대전 뒤 재벌을 해체해서?

김종인 : 그렇다. 그들은 패전국이었으므로 승전국의 주문에 따라 재벌과 기존 경제 질서를 해체할 수밖에 없었다. 노동조합 활동이 보장됐고, 독일에선 노동자의 경영 참여까지 보장됐다. 그런데 이런 조치가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으로 이어졌다.

선진국에선 어느 나라나 특정 단계에서 대기업의 탐욕을 견제하는 작업을 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미국도 그랬다. 테오도어 루스벨트 같은 인물이 없었다면, 미국이 선진국이 될 수 있었을까. 아니라고 본다. 미국에선 19세기 말에 독점기업의 횡포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결국 20세기 초에 테오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나타나 40개의 독점기업을 해체했다. 그는 노동조합에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는 법원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테오도어 루스벨트는 보수적인 공화당 소속이었다. 그러나 그는 당시 시대가 요구한 과제를 잘 알고 있었다. 미국이 20세기에 황금기를 누린 것은 그때그때 나름대로 필요한 인물이 나타나 나라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한국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나라가 잘 되려면,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감당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이 대목에서 참 안타까운 게 있다. 지난 25년 동안 민주주의를 이야기했지만 아직 민주주의는 완성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소득 상위 1%에 속하는 집단이 전체 소득의 16.6%를 갖는다고 한다. 이는 미국 다음으로 심각한 양극화 수준이다. 그런데 한국은 부유층의 소득 파악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이점까지 고려하면, 불평등 정도가 굉장히 심각한 셈이다. 이정도로 불평등하면 사회 정의가 바로 설 수 없다. 민주주의가 미완성인 건 그래서다. 그렇다면, 지금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은 경제 민주화를 통해 미완의 민주주의를 완성하겠다고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후보가 없다.

"헌법 가치 받아들이는 게 왜 '좌클릭'인가?"

프레시안 : 최근 (지금 왜 경제민주화인가)라는 책을 냈다.

김종인 : 1987년 헌법에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을 집어넣은 지 올해로 25년째다. 하지만 왜 경제민주화가 필요한지에 대해선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헌법 속 경제민주화 조항에 대한 해설서 한 권 나온 게 없다. 그래서 내가 화두를 제시한 입장에서 책을 썼다. '당시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은 계기가 뭐다' 정도를 설명하려 했다.

마침, 지난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 야 정당 역시 대대적인 변신을 하게 됐다. 야당은 통합의 길을 갔고, 여당은 근본적인 수술을 받는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정강정책은 사실 반(反)서민적인 면이 있었다. 그런데 마침 시대가 바뀌고 국민 여론이 바뀌었으니, 헌법 속 경제민주화 조항을 정강정책에 반영했다. 이걸 놓고 누구는 '좌클릭'이라고 하는데, 납득할 수 없다. 헌법 속 가치를 받아들이는 게 왜 '좌클릭'인가. 이 정도 변화를 뭔가 대단한 것인양 여기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보수'란 무턱대고 현재를 고집한다는 뜻이 아니다. 국민의식의 변화,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는 게 옳다. 정당이 그걸 하지 않는다면 존재의의가 없다.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경제민주화, 대선 후보들은 왜 외면하나"

프레시안 : 남재희 전 장관이 최근 (프레시안) 기고에서 김 위원장을 '디코이(decoy)'에 비유했다. 영국에서 사냥꾼이 사냥감을 유인하기 위해 쓰는 '가짜 새'를 '디코이'라고 하는데, 김 위원장이 그런 역할을 한 것 같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이 박 후보와 손 잡으면서 '경제 민주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긴 했는데, 실질적인 역할은 못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김종인 : 남 전 장관은 표현을 너무 과도하게 한 것이다. 세상 문제가 어디 한꺼번에 풀리겠나. 나는 단초만 만들어도 다행이라고 본다.

어느 여론조사를 보니 국민이 원하는 첫 번째 의제가 경제민주화였다. 41%가 나왔다. 두 번째가 복지였는데 25%였고, 그 다음이 일자리 창출인데 17%였다. 그런데 이게 다 연결돼 있는 것이다. 결국 국민의 70% 이상이 경제민주화를 원하는 셈이다. 반면, 외교 안보 이슈는 별 관심이 없다. 대선 후보들이 이걸 알아야 하는데,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영 답답하다. 이런 이야기는 내가 새누리당과 관계가 없으면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지금은 못하겠다.

프레시안 : 박근혜 후보가 대선에서 이길 거라고 보나.

김종인 : 큰 실수만 없으면 박 후보가 1.5%p차이로 이긴다는 게 내 계산이다.


 /성현석 기자,남빛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