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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0일 월요일

<동아일보>, 자회사 <채널A>의 '5.18 날조' 맹비난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5-20일자 기사 '(동아일보), 자회사 (채널A)의 '5.18 날조' 맹비난'을 퍼왔습니다.
'북한군 5.18 개입' 파문 진화하려 식은땀, (조선)은 침묵

(동아일보)가 20일 지면을 총동원해 자회사 종편 (채널A)의 '북한군 5.18 개입' 보도를 "허위날조"라고 맹비난하며 선긋기에 나섰다.

는 이날 1면과 5면, 30면에 4개의 기사 및 칼럼을 통해 (채널A)와 (조선일보) 종편 (TV조선)의 '북한군 5.18 개입' 보도를 융단폭격했다. (동아) 보도는 (채널A)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한군 5.18 개입'은 허위날조임을 수차례 강조함으로써 (동아)와 (채널A)는 무관함을 강조하려 동분서주했다.

(동아)는 우선 1면 기사를 통해 "2010년 11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한국에서 온 A 변호사가 유네스코 측에 청원서를 냈다. 국내 일부 강경 보수단체 명의로 작성된 이 청원서는 '5·18은 북한군 특수 부대원 600명이 일으킨 폭동이다. 광주 시민들을 학살한 것은 계엄군이 아니라 북한군이다. 5·18은 민주화운동이 아닌 만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며 "(그러나) 유네스코는 국내외 검증 절차를 거쳐 ‘북한군 개입설’이나 ‘폭동설’ 등은 허위라고 결론짓고 2011년 5월 25일 심사위원 14명의 만장일치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이어 "유네스코는 이번 회의에서 프랑스 인권선언서,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사진과 영상, 1980년 폴란드 자유노조의 그단스크 21개 요구안,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등 10여 개를 골라 세계인권교과서를 처음 펴내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동아)는 5면에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과 계엄군의 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했던 시민수습대책위원 11명 중 한 명으로 ‘5·18의 산증인’이라고 평가받는 조비오 신부(77)의 인터뷰를 실었다.

조비오 신부는 19일 인터뷰에서 “1980년 5월 전남도청에서 열린 5차례 민주수호 범시민궐기대회는 항상 애국가 제창, 민주주의 만세 삼창으로 진행됐는데 5·18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며 “5·18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하는 세력은 반민주적이며 독재를 좋아하는 상식 밖의 사람들”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계엄군이 과잉진압을 해 5·18이 일어났다는 사실에는 수많은 증거가 있지만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것은 증거 없는 허위 날조”라고 지적했다. 또 “5·18을 폄훼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진실이나 증거에 기초한 것이 아니어서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는 같은 5면에 5.18 왜곡에 항의해 서울 종로구 안국역 근처에서 1인시위중인 서울 모 고교 2학년 김시원(17)군 소식을 전했다.

김 군은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 매도한 극우세력은 국민 자격이 없어요. 그들이 누리는 표현의 자유 역시 민주화가 일궈놓은 것이잖아요”라고 극우들을 질타했다. 그는 “‘일간베스트’ 등에서 일부 우익세력이 민주화운동 때 희생당한 광주 시민을 ‘홍어’로 표현한 글을 보고 분노했다”며 “부모 세대가 피 흘려가며 쌓아놓은 민주화의 가치를 지키고 싶어 그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김 군은 “33년 전 광주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면서 “5월이면 광주에선 지금도 사람들이 잠을 못 이룬다고 하는데 이런 분들에게 ‘폭동’ 운운하는 건 난도질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는 30면에는 정승호 사회부 차장의 '5·18을 두 번 죽이지 말라'는 칼럼을 싣기도 했다.

정 차장은 "북한 특수부대 개입설과 일부 극우단체의 5·18 비하는 시민들의 아픈 가슴을 또 한 번 후벼 파 놓았다. 일부 강경 보수 성향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는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글이 난무하고 있다.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했다. 관에 안치된 희생자들의 사진에 ‘경매에 들어선 홍어’라는 제목을 달기도 했다"며 "이는 역사 왜곡을 넘어 희생자나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살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군 개입설은 민주화 이후 정부 조사는 물론이고 대법원 판결로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5·18 당시 현장을 지켰던 동아일보의 선배 기자들도 한목소리로 광주 민주화운동이 계엄군의 만행에 분노한 시민들의 의로운 항거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일부 탈북자가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 같은 주장의 신뢰성이 엄밀하게 검증되기 전에는 공론의 장에 받아들여선 안 된다"며 (채널A) 보도가 허위날조임을 강조했다.

(동아)는 이처럼 지면을 총동원하다시피 해 (채널A)의 5.18 날조를 비난하며 선긋기를 했지만, 자회사인 (채널A)의 허위날조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선 침묵했다.

한편 (동아)는 이렇게 뒤늦게나마 자회사의 5.18 날조 파문을 진화시키기 위해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조선일보)는 (TV조선)의 왜곡보도에 침묵으로 일관해 대조적 모습을 보였다.


박태견 기자

2013년 4월 9일 화요일

동아일보의 김지하 특집, 보수가 70년대를 전유하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8일자 기사 '동아일보의 김지하 특집, 보수가 70년대를 전유하다'를 퍼왔습니다.
'전향자' 내세운 안전한 기획이지만 보수세력의 성찰 담겨

▲ 8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동아일보가 김지하 시인을 활용한 특집을 시작했다. (타는 목마름으로- 허문영 기자가 쓰는 ‘김지하와 그의 시대’)라는 이름이다. 이 특집은 ‘채널A’에서 그를 불러다놓고 정세현안에 대한 질문을 하며 박근혜 지지와 문재인 안철수 비판을 유도하던 것보다는 훨씬 그럴듯해 보인다. 우리는 더 이상 김시인의 정세분석을 궁금해 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그 시절’에 대한 그의 평가와 기억은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의 해당 기획은 소위 야권의 입장에서 부정적인 측면으로 볼 때엔 이미 박근혜 지지를 선언한 ‘전향자’의 후일담을 통해 ‘그때 그 시절’ 독재정권 비판을 현 체제에 대한 비판과 분리하려는 ‘안전한 기획’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박정희 독재정권’과 ‘6공화국 박근혜 정부’ 사이의 연결고리를 극단적으로 부정하는 것이 하나의 극단적인 견해라면, 양자를 동일시하고 박근혜 정부가 박정희 권위주의 체제의 재림인양 묘사하는 것 역시 극단적인 견해다. 우리는 동아일보의 시도를 이 두 극단적인 견해를 벗어나기 위한 보수진영의 접근으로 평가할 필요도 있다.

가령 허문영 기자의 다음과 같은 연재의 변은 허투루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지난 1960, 70년대를 다시 보아야 하는가. 바로 민주화와 산업화 세력의 ‘통합적 역사인식’ 없이는 통일 한국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화합은 최대 이슈였지만 탕평 인사를 하겠다는 약속 외에는 통합의 구체적 내용과 비전은 제시되지 않았다. 호남 출신 인사들을 몇몇 요직에 등용한다고 국민 통합이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국민 통합은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가치 통합, 세대 통합이 없이는 힘들다. 그동안 두 세력은 서로에 대해 가시 돋친 비난을 해오며 선거 때마다 충돌해 왔다. 산업화 세력은 민주화 세력을 향해 권력지향성이 강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하다 비판해 왔으며 민주화 세력은 산업화 세력을 향해 소통능력이 부재하고 부패한 세력이라고 비판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연재를 준비하며 기자가 느낀 것은 산업화, 민주화를 분리해서 봐서는 안 되고 국민적 입장에서 통일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화’니 ‘민주화’라는 말로 세력을 구분하고 때로는 리더를 중심으로 이를 섞어보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역사를 삶이 아닌 관념 속에서 보거나 정치를 삶이 아닌 공학적으로 보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산업화 민주화의 가치들은 머릿속에서는 서로 다른 것들일지 몰라도 대한민국 국민의 삶 속에서는 하나의 과정이었다. 이 과정은 한마디로 빈곤으로부터의 해방, 인권, 민주주의의 확대라는 국민적 소망의 실현 과정이었다. 각 분야에서 리더들이 큰 역할을 하긴 했으나 산업화 민주화의 주역은 모두 국민이었다.

이번 기획을 통해 지난 시절 우리는 정부는 정부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모두 노력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민주화 산업화를 거의 동시대에 성공시킨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다. 미래의 주인인 젊은이들이 우리 역사에 대해 긍지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 나아가 통일의 문을 열어젖히는 세대가 되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리즈를 시작한다. 연재는 월∼금요일 주 5회 게재될 예정이다.“

말하자면 동아일보는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통합적 역사인식을 추구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물론 그 주체가 동아일보이기에 다소 보수적 틀의 접근이 되기는 할 것이다. 가령 그들이 6~70년대 박정희 대 민주세력, 즉 산업화세력 대 민주화세력의 대립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이루어내려는 공동의 목적 내부의 경쟁으로 치환하는데 성공한다면 80년 광주항쟁의 비극이나 전두환 집권, 그리고 혁명론(NLPDR)로 무장했던 386세대 운동권을 그 ‘체제 내 경쟁’이란 일치의 상황이 깨져서 발생한 ‘파행’으로 치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보수세력은 “전두환을 주고 386세대 운동권을 치는” 전략적 기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이것이 나쁜 것인가? ‘87년 체제’라는 것은 소위 산업화세력도 민주화세력도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지 못한 잠정적이고 타협적인 체제다. 하지만 양쪽 모두 이 체제의 타협성을 인정하지 못했기에 역사인식에 있어 어떤 합의를 찾지 못했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 논란’을 일으켰다.

보수세력이 동아일보 정도의 인지만 가졌더라도 개혁세력 역시 협상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다. 가령 “전두환 받고 유신 콜!”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박정희 시대’와 ‘전두환 시대’의 상대적 차이를 분간하는 한편 ‘박정희 시대’ 역시 60년대는 ‘권위주의 체제지만 어느 정도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인민의 동의를 구했던 시대’로, 70년대는 ‘정권 연장을 위해 억지로 경제성장과 안보문제의 당위성을 만들어내고 폭압적 통치를 자행했던 시대’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일보의 접근은 물론 통합적 인식의 보수적 버전이지만 통합적 인식에 진보적 버전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가령 2011년 5.16 50주년 대담에서 진보적 정치학자인 박명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의 유일독재체제는 야당·학생·언론의 강력한 도전으로 인한 내부갈등이 초래하는 남한에서의 국가비전 길항, 업적경쟁, 힘의 폭발적인 분출을 감당할 수 없었다. 즉 산업화에 있어서 민주화 세력의 기여는 결정적이었다. 민주화세력과의 경쟁은 북한과의 체제대결에 더해 박정희 정부로 하여금 산업화에 생사를 걸도록 압박했다. 즉 한국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는 시차적으로 이뤄졌다기보다 상호 길항작용을 하며 거의 동시적으로 이뤄졌으며, 공과 역시 나눠 가져야 한다." (5.16 쿠데타 50주년 경향신문 특집 기사 박명림의 발언 링크)

이승만과 박정희가 친일파를 등용하거나 친일파였고 독재자였다는 이유로 그들이 통치했던 시기가 대한민국사에서 어떠한 의미도 없이 부정적인 영향만 끼쳤다고 말하는 것도 온당한 일은 아닐 것이다. 역사는 통치자만이 만들어 갔던 것이 아니고, 그들 역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민중의 열망을 일정부분 대변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제강점기에 보통교육이 급속도로 팽창한 것도 식민지 조선인들의 교육열에 대한 조선총독부의 대응이라 평할 수 있는데, 이승만 시기나 박정희 시기에 대해 그런 접근을 하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이런 식으로 접근할 때에야 오히려 ‘건국’이나 ‘경제성장’과 같은 ‘업적’을 통치자 일개인의 것으로 수렴하지 않을 수가 있다. 진보세력이 동아일보의 ‘통합적 기획’을 비웃지만 말고 이에 대한 진보적 버전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야만이 대한민국이란 국가 공동체에 대한 어느 정도 합의된 기억을 시민들이 가질 수 있을 것이고, 민주화/진보세력이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고 북한을 추종한다는 ‘오해’ 역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 8일자 동아일보 1면 기사


한윤형 기자  |  a_hriman@hotmail.com

2013년 3월 28일 목요일

'전쟁 불사'와 '정부 무능'을 넘어서야 '북한'이 보인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28일자 기사 ''전쟁 불사'와 '정부 무능'을 넘어서야 '북한'이 보인다'를 퍼왔습니다.
[비평]대전환 이룬 동아일보의 북한 보도, 지금 언론에게 주어진 몫은?

북한의 ‘징후’가 심상치 않다. 물론, 위기는 언제나 상황을 과장하기 마련이고 실체에 비해 과장된 해석을 낳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북한은 이틀 사이 천안함 3주기에 맞춰 ‘전투태세 1호’를 발령했고, 개성공단의 국제화 추진이 확정된 날 ‘남북 간 군 통신선 단절’을 선언했다.
북한의 이런 행위는 2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우선, 한국정부와는 대화할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런 기류는 이번 조치의 의미를 규정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의 성명에서 보다 확연해진다. 군 통신선을 단절하며 조선중앙통신은 “북남 사이의 대화와 협력을 위해 개설된 북남 군 통신은 이미 의미를 상실했다”고 규정했다. 남한과의 대화가 현 시점에서 크게 의미 있지 않음을 최대치의 ‘공세’로 표명한 것이다. 이미 ‘군사적 대응’을 천명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를 ‘괴뢰당국’이라고 표현하며 이런 비난을 쏟아 붓는다는 건, 북한이 박근혜 정부에 대해 아무런 신뢰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박근혜 정부를 현 상황의 당사자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말의 다름 아니다.

▲ 28일자 동아일보 1면. 동아가 '조중동'으로 묶인 이래 대북 문제에 대한 가장 큰 전환을 이룬 헤드라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렇다면, 결국 문제는 북한의 일련의 ‘제스처’가 누굴 대상으로 한 어떤 의미의 행위냐는 질문이 남는다. 이와 관련해 국내 언론은 제대로 된 ‘포커스’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대부분의 언론이 ‘1호 전투근무태세’가 무엇인지 제대로 추정하지 못하며, 한국 사회가 제대로 이해조차 하지 못하는 이런 조치를 내놓은 까닭이 무엇인지에 대해 특별한 감각을 발휘하지도 영민한 분석을 내놓지도 못한 형편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위기감을 고조하는 기사들을 남발하고 있지만, 정작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런 분석력과 심층성도 갖지 못한 채 ‘그러려니’의 추정만 해대고 있는 셈이다.
물론, ‘1호 전투근무태세’가 처음 있는 생소한 조치여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에 신중하게 접근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조치의 맥락, 북한이 계속 강도를 높여 제스처를 하고 있는 배후적 의미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이에 대한 보도 역시 산발적 나열에 그치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행위 동기를 “미국과의 직접 대화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좀 과격하게 말하는 이들은 아예 “핵 비즈니스”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 문제에 정통한 시사인의 남문희 대기자 같은 이는 일련의 상황이 “아버지 시대에서 아들 시대로 넘어오면서 게임의 패턴을 바꾸고자 하는 북한 지도부 내 새로운 두뇌집단의 움직임”이라며 “현재 북한 측이 보이는 공세적인 움직임들은 이들의 전략 목표에 따라 기계적일 정도로 정확하게 움직이는 패턴을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 동아일보 3면. 조선일보가 전쟁 불사론을 펴며 정부의 무른 대응을 질타한 날, 한국이 주도해 대화의 공간을 열어야 한단 주장을 동아일보에서 보는 것은 생경한 일이다.

남 대기자는 긴장 국면을 고조하고 있는 북한의 목적이 결국 “‘지금처럼은 못 살겠다’는 것”이라며 “이란과 미국을 상대로 벌이는 핵 비즈니스는 북한 지도부가 경제회생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해 벌이는 일종의 보급투쟁”이라고 결론지었다. 다양한 소식통을 인용한 남 대기자의 분석은 명쾌하다. 이 시각은 북한 행위의 동기와 목적 그리고 우리의 대처법에 상당한 시사점을 남긴다. 북한은 원하는 것은 ‘평화협정’이고, 이를 위해선 그 당사자가 한국도 중국도 아닌 미국이 직접 나서야 한단 점을 계속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그보다 더 직접적인 국지전의 위협을 가하고 있음에도 아직 무대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김정은이 하고 싶은 건 미국과의 ‘권투’인데, 미국은 아버지 김정일과 했던 대로 UN과 주변국을 활용한 ‘체스 게임’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한국 언론이 지금 시점에서 논의에 붙이고 쟁점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이 대목이다. 북한의 의도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냉철한 시각을 바탕으로 현재의 국면을 평화적으로 해결, 관리해낼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정부에게 ‘압박’하는 언론 행위다. 하지만 지금 국내 언론의 방향은 조선과 중앙을 위시로 한 보수 언론은 ‘북한 발 전쟁위기’를 강조하는 익숙한 레퍼토리 이상의 기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진보언론은 실상을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긴 하지만 파급력이 정부를 움직이는 데까지 미치지 못함을 알기 때문인지 정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형편이다.

▲ 동아가 전향적 대북 관계를 위해 지금 해야할 일을 제시한 날, 조선은 통일부가 헛일을 한단 비판을 사설로 썼다.

이런 상황에서 28일자 동아일보의 보도는 매우 돋보인다. 28일자 동아는 1면 헤드라인을 “중 나서게 하고, 미를 이끌고, 북 일깨워라”로 뽑았다. ‘한국을 뺀 북-미 대화는 없다’는 미국의 입장에 “한국 주도의 전방위 외교”로 화답하란 방향 제시이다. 북핵 문제를 한국 주도 외교로 풀어야 한다는 동아의 ‘전환’은 동아가 조중동으로 묶인 이래 대북 문제에 대해  가장 큰 폭의 ‘도약’을 한 기념비적인 기사가 아닐까 싶다. 같은 날, 조선일보가 “북이 ‘핵 선제 타격’을 운운한 날, 통일부가 남북교류를 들고 나왔다”고 질타한 것에 비하면 동아의 이런 보도가 얼마나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동아는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기 위해 중국과 목표를 공유해 중국을 움직여야 한다”며 ‘미국이 대북협상에 지친 때에 한국이 나서 대화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 편중 우려를 씻을 중국통이 필요하고, 미국 매파에 빌미를 주기 않기 위한 신뢰프로세스 단계 진행“을 거듭 촉구했다.      앞으로 시리즈로 진행될 동아의 이 보도가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당국자들에게 어떤 ‘영감’을 제시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현 국면에서 ‘전쟁불사론’을 외치거나 ‘정부 무능론’을 설파하는 양 극단의 진영 논리에 비해 훨씬 유의미하고 세련되며 정확한 분석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과거 보수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던 이는 (미디어스)기자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며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북한이 워싱턴을 통해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며 “미국은 북한이 전쟁을 하려는 것이 아님을 확실히 알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당장 대화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북한의 위협이 겨냥하고 있는 것을 당장 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앞선, 남문희 대기자의 지적이나 한국이 대화의 공간을 열어야 한다는 동아일보의 기사와 일치하는 문제의식이다.
북한을 도저히 속을 알 수 없는 이들이라고 패는 것은 쉽고, 빠르며 광범위하게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언론이 이런 1차원 적인 ‘선전’에만 매달린다면 당장의 조회수에는 좀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 문제를 푸는 ‘사회적 뇌 회로’로는 전혀 기능할 수 없다. 북한의 행위는 이해 불가능한 맹목적 전쟁 집착이 아니며 오히려 뚜렷한 목적을 지닌 설계된 행동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파적 시각과 진영 논리를 넘어 이를 어떻게 보도에 담아갈 것인지가 지금 언론에게 주어진 몫으로 보인다. 동아일보의 28일자 기획은 그 몫의 단초를 보여줬다. 

김완 기자  |  ssamwan@gmail.com

2013년 3월 13일 수요일

부자 신문 <동아일보>의 '무지' 혹은 '혹세무민'?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12일자 기사 '부자 신문 (동아일보)의 '무지' 혹은 '혹세무민'?'을 퍼왔습니다.
[기고] "중증 질환, 부자가 더 걸린다" 기사에 부쳐

지난 3월 7일 (동아일보)는 1면과 5면에 "중증 질환,부자가 더 걸린다", "가난이 병은 옛말, 부자 동네 4대 중증 환자 더 많다"(이지은, 이샘물 기자) 등의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관련 기사 : 중증 질환 부자가 더 걸린다 / '가난이 병'은 옛말, 부자 동네 4대 중증 환자 더 많다)

이 기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 이용 자료를 놓고서 빅데이터(Big Data)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빅데이터'는 기존의 관리, 분석 접근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막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포괄하는 용어다. 즉 이 기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엄청난 의료 이용 자료 데이터를 이용해 국민 건강 상황을 분석한 결과다.

하지만 이런 (동아일보)의 분석 결과를 놓고서 국내의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는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프레시안)에 공동으로 기명 반론을 보냈다. 이들은 (동아일보)의 기사가 "분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 이용 자료를 엉뚱하게 해석해 심각한 오류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은 자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엉터리 분석이 (동아일보)와 같은 유력한언론을 통해서 대서특필되는 관행을 비판적으로 점검해 보는 차원에서 이들의 기고를 전문 게재한다. 또 이번 (동아일보)의 기사는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빅데이터 분석에 언론이 훨씬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편집자)

다음은 이 기고 작성에 참여한 보건의료 전문가의 명단이다(가나다 순).

강영호 울산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상임연구원 / 김유미 동아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 윤태호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 정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 <동아일보> 3월 7일자 해당 기사. ⓒ프레시안

"중증 질환, 부자가 더 걸린다", "가난이 병은 옛말, 부자동네 4대 중증 환자 더 많다"는 제목의 (동아일보) 3월 7일자 기사에 대하여, 건강 불평등 문제를 다루어 온 연구자로서 우리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해당 기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다룬 것으로 "가난할수록 병에 많이 걸린다는 추정과 달리 소득이 높은 계층이나 지역의 주민이 암을 비롯한 중증 질환에 더 시달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심장, 뇌혈관, 암, 희귀 난치성 질환 등 4대 질환이 특히 심했다"라고 기술했다. 전통적인 부자 동네인 서초구, 강남구, 분당구 등이 암 발생률이 높다고 쓰기도 했다.

가난한 계층, 가난한 동네에서 질병 유병률, 사망률이 높다는 논문이 국내외 학회지에 매년 수십 편씩 발표되고 있으며, 주요 국가 통계에서 이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기사의 내용은 심각한 오류를 담고 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우리는 해당 기사가 현실을 왜곡함으로써 시민들로 하여금 건강 문제를 잘못 이해하게 만들고, 다른 방향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부자 또는 부자 동네가 중증 질환이 더 많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틀린 이야기이다. 소득 계층 간, 지역 간 질병 유병률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를 대상으로 한 조사 자료를 이용하여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매년 (국민 건강 통계)를 발간하고 있다.

이는 소득 계층 간 주요 만성 질환 유병률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병, 폐쇄성 폐질환, 뇌혈관 질환 등 주요 만성 질환의 유병률은 모두저소득층에서 높다. 중증 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는 흡연, 과음, 운동미실천, 비만(여성) 등도 모두 저소득층에서 높게 나타난다. 한편 통계청에서는 (국가 통계 포털)을 통해 매년 시군구별 표준화 사망률을 제공하고 있는데, (동아일보)에서 암 발생률이 높은 지역이라고 기술한 서초구, 강남구, 분당구의 사망률이 가장 낮다. 암 사망률도 비슷한 양상이다.

둘째, (동아일보)의 기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 이용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 이용 자료는 애초 질병 유병률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된 통계 자료가 아니다. 이는 의료 기관의 진료비 청구를 위해 작성된 자료를 기초로 한 것으로 진료 정보의 부정확성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또한 질병은 있어도 의료 이용을 하지 않거나 ("과소 이용"), 질병이 없는데 의료 이용을 하는 경우 ("과다 이용") 문제가 과소 혹은 과다 추정되는 문제점이 공존하는 자료이기도 하다. 국민건강보험 자료에서 부자의 중증 질환 유병률이 높게 나왔다는 사실은 일부 질환에서의 과다 이용도 문제가 되지만, 저소득층의 과소 이용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국민 건강 통계)에 따르면, 질병 치료를 하지 않는 경험("미치료 경험률")은 저소득층에서 높고, 건강 검진율, 암 검진율 또한 저소득층에서 낮다. 암 검진율이 저소득층에서 낮다는 사실은 매년 시행되는 국립암센터의 '암 검진 수검 행태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국민건강보험 자료는 전 국민을 포괄할 뿐 아니라 데이터베이스가 잘 구축되어 '빅데이터'로서의 활용도가 높은 것이 장점이지만,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분석과 해석에서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보건학계의 상식에 속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 이용 자료를 이용한 소득 계층별, 지역별 질병 유병률 통계는 학술적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한국의 빅데이터를 소개하려던 (동아일보)의 기사는 아이러니하게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 기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의료 이용 자료)는 질병 유병률 자료로서는 한계를 지닌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언론은 일종의 '트렌드'로서 빅데이터에 막연한 환상을 심어주기보다, 자료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한 가운데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기사를 통해 '부자들이 중증 질환 의료 이용을 더 많이 한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되었다. 4대 중증 질환의 본인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 다양한 빌미로 후퇴하고 있는 가운데, 이 기사가 부자들이 더 병에 많이 걸리니 국가가 굳이 치료비를 보장해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소득층의 의료 이용이 부자들만큼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저소득층, 서민 계층에서 (최소한) 중증 질환의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정책 과제를 자연스럽게 도출한다.

2013년 3월 11일

연구자

강영호 울산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상임연구원김유미 동아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윤태호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정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강영호 울산대학교 교수 외 4인

2013년 3월 12일 화요일

동아일보, 박근혜의 과거를 묻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3-03-11일자 기사 '동아일보, 박근혜의 과거를 묻다'를 퍼왔습니다.
[비평] 동아일보의 '역지사지 리더십' 기획에 대한 평가

동아일보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야당대표 시절 발언’을 상기하길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11일 ‘대한민국 뉴 프레지던십’이라는 제호의 기획을 통해 ‘역지사지 리더십’에 대해 논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이던 시절 당시 참여정부에 했던 문제제기들을 되돌아볼 것을 권했다.

▲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동아일보에 보도된 "'힘센쪽이 양보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발언을 소개하며 정부조직법 협상과 관련한 청와대와 여당의 양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박근혜 대통령은 참여정부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 대표시절 카리스마적 지도력을 뽐내며 대정부투쟁의 선두에 섰다. 사립학교법 무효화를 주장하며 3개월간 장외투쟁을 벌여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이끌어 낸 것은 유명한 사례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시절, 현재 야당 입장과 유사

인사 문제에 있어서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강경한 입장을 표현한 일이 많았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국무총리에 기용하려 하자 “양보는 힘 있는 쪽에서 하는 것”이라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지명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국무위원 청문회의 입법 취지를 존중하지 않고 무시하는 데 문제가 있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정부조직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참여정부가 방위사업청 신설을 핵심으로 하는 개정안을 제출하자 “제2의 창군에 버금가는 대역사인데도 여권이 충분한 분석이나 의견 수렴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은 현재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정국과 비슷한 갈등의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아일보의 지적은 당시와 현재의 정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을 상기해 앞뒤로 막혀있는 현재의 정치적 난관을 풀어보라는 충고로 해석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권한, 역할 등을 두고 여·야가 극한대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 보는게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에게 '역지사지 리더십'을 주문한 동아일보의 11일자 기사.

또. 동아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세운 공약들을 되짚으며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선장없는 야당’을 압박하면 강경파가 힘을 받기 마련이라며 야당과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는데, 이 역시도 비슷한 맥락에서 내놓는 충고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라는 상반된 입장

정국이 변할 때마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바뀔 때마다 정치인들이 말과 행동을 달리 하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다. 아니, 이런 것들은 오히려 일반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왜 이런 상황이 정치권에서 흔하게 일어나는가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말바꾸기’ 때문에 정치권에 일반적 냉소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은 이러한 의문을 더욱 강하게 제기한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야당 대표는 국민과 이익집단을 대표해서 정부정책에 문제를 제기해 해 사태를 바로잡으려 하는 반면 대통령은 국가를 통치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를 통치하는 것과 국민과 이익집단을 대변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행위라는 것이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야권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 '국가적 통치'의 문제인지, '방송장악'의 문제인지는 더 따져볼 필요가 있겠으나 원론적인 측면에서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8일째인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조속한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야당의 협조와 국민의 이해를 거듭 요청했다. ⓒ뉴스1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서로 다른 입장은 이런 곤란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내세운 논리는 “야당의 입장을 반영하고 함께 논의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오늘 날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는 것은 “정부가 국가를 제대로 통치할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는 것이다. 여·야의 대결이 아니라 박근혜와 박근혜를 대결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지금 상황에 한정한다면 대통령과 야당 대표 모두에게 정권 초기가 중요하다는 점도 이러한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한 이유로 평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정권 초기는 대통령의 힘이 가장 센 때”라면서 “대통령이 힘을 이용해 밀어 붙이니 야당도 가만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 대표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대통령의 힘을 견제하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항변이다.

의회민주주의의 딜레마

물론 이러한 말 바꾸기를 윤리적으로 비난만 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의회민주주의에서는 정치인이 국민과 이익집단을 대변하면서도 동시에 국가의 통치에 대해 고려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정치인은 국민과 정부 사이를 연결하는 존재”라며 나름의 고충을 토로했다. 국민과 이익집단의 의사와 국가적 통치의 문제가 서로 일치할 때도 있지만 많은 경우 양자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늘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사이를 조율하고 최적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인데, 이것이 성공적으로 평가받게 되는 일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의회민주주의는 시끄러운 것이 당연하다는 관점도 있다. 하원의장을 지내기도 한 영국의 한 정치인은 “반대파에 대한 예의가 겉치레여서는 안 된다”라면서 “시끄럽지도, 논쟁적이지도 않은 의회는 진정한 의회라고 부를 가치가 없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의회민주주의에는 서로 다른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의사당이 시끄러워지지만 이러한 소란은 서로 동의할 수 있는 결과를 찾는 과정의 일부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라는 동일한 정치인이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게 된 ‘박근혜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불일치도 정치인이 가지는 어떤 숙명일 수 있는 지점이 분명 존재한다. 문제는 이 불일치가 결국 생산적인 과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동아일보의 ‘역지사지 리더십’ 기획은 다소 부족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남은 기회를 통해 보다 근본적인 수준에서 의회민주주의의 명암을 평가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김민하 기자  |  acidkiss@gmail.com

2013년 2월 8일 금요일

"환경연합은 종북세력" 매도한 국정원 혼쭐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2-07일자 기사 '"환경연합은 종북세력" 매도한 국정원 혼쭐'을 퍼왔습니다.
환경연합 격분하자 '사과 공문' 보내와, (동아일보)도 머쓱

국가정보원이 대선때 파문을 일으킨 국정원 여직원의 정치 댓글을 대남공작 방어 차원이었다고 강변하는 과정에 4대강사업을 비판한 환경운동연합을 "종북세력"이라고 색깔공세를 폈다가 환경연합의 강력 항의를 받고 공식 사과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환경연합은 7일 "우리를 ‘종북 세력’으로 보도한 국가정보원의 색깔 공세에 분명히 경고하고,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냈다"며 국정원이 보내온 사과 공문을 공개했다.

발단은 (동아일보)가 지난 4일자 (‘한쪽이 정부비판하면 바로 옳소')와 같은 날 (동아닷컴)의 (‘북한-종북단체들, 온라인선전 2만건 글 보니’)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국가정보원 자료를 근거로 환경연합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해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국정원은 자료를 통해 지난해 8월6일 4대강에서 대규모 녹조가 발생했을 때 환경연합이 '4대강으로 남조류 발생' '녹조 오염 물고기·물놀이로 독소 노출'이란 비판 성명을 내자, 2주 후인 8월20일 북한의 (우리민족끼리)가 '녹조는 이상기후가 아니라 보 때문' '녹조오염 물고기 섭취도 치명적'이란 논평을 낸 것을 근거로 환경연합을 '종복세력'으로 규정했고, (동아일보)는 이를 그대로 실었다.

(동아일보)는 더 나아가 "북한과 국내 종북 세력이 연계해 주요 정치안보 이슈에 대해 서로의 주장을 인용하며 북측 주장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가정보원 여직원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 인터넷에 게시글을 올린 것은 국정원의 정상 업무로 보기 어려운 부적절한 행동이었으며,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판이 많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온라인을 통한 북한의 선전전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것에 대한 대책 마련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국정원 강변을 감싸기도 했다.

보도를 접한 환경연합은 격분하며 국정원과 (동아일보)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고, 이에 국정원은 환경연합의 질의에 "기사 내용 중 ‘환경운동연합’ 부분은 우리 시민단체의 행동이나 주장을 북한에서 그대로 따라하는 실상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라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국정원은 또 "우리 원은 환경운동연합을 순수한 환경운동 시민단체로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연합은 국정원의 사과공문을 공개하며 "‘종북’이란 북한 체제를 지지하고 더 나아가 추종하는 것을 말한다.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실천하는 건강한 시민환경단체를 ‘종북’으로 몰아가는 것은, 단체 활동을 정치적인 행위라고 낙인하며 순수성을 훼손하려는 매우 불순한 의도"라며 "그리고 실수였다고 변명했지만, 국가정보원이 시민단체의 정상적인 활동을 북한의 발언과 의도적으로 연결하는 시도가 있었고,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질타했다.

환경연합은 이어 "환경연합은 잘못된 자료를 제공해 단체와 4만 회원의 명예를 크게 훼손한 국가정보원에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국정원에 대한 추가 대응 방침을 밝힌 뒤, "또한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한 (동아일보)에게 ‘정정보도’를 약속 받았다"며 (동아일보)에 즉각적 정정보도를 촉구했다.

엄수아 기자 

2013년 2월 5일 화요일

<동아일보> "<조선일보>, 언론 사명 망각"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2-04일자 기사 '(동아일보) "(조선일보), 언론 사명 망각"'을 퍼왔습니다.
"(조선), 별다른 검증 하지 않고 인사검증 무력화에 동조"

(동아일보)가 4일 (조선일보)가 언론 본연의 사명을 망각하고 있다며 공개 비판하고 나서 향후 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동아일보)는 이날자 기사를 통해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국무총리 후보에서 낙마한 뒤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이상한 기류가 고개를 들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주변에서 ‘신상 털기’라는 자극적 표현까지 써 가며 공직 후보자에 대한 언론과 야당의 검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오고 있고, 일부 언론은 그 주장을 주요 뉴스로 전하면서 ‘인사검증 무력화 시도’에 동조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동아)는 이어 "특히 한 언론사는 낙마한 김 후보자가 언론 검증에 대해 털어놓은 불만을 자극적인 제목으로 전달하면서 마치 검증 과정이 부도덕했다는 듯한 인상을 주는 보도를 했다.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언론 탓만 하는 정치권의 고질적 병폐가 재발되고 이에 일부 언론이 동조하는 양상"이라며 "주요 공직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이며, 언론 본연의 사명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움직임이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 의해 벌어지는 데 대해 언론학자들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는 그러면서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용준 총리 후보자 검증을 주도하면서 주로 들여다본 것은 병역의무 이행 여부, 투기, 공적 의무와 일반시민에게도 요구되는 법 준수 여부였다"며 김용준 낙마를 자사가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동아)는 김용준 후보가 경기도 안성 땅을 부하직원과 함께 둘러보고 매입했다고 첫보도, 김용준 부동산투기 검증의 봇물을 텄다.

여기까지는 '일부 언론'이 누구를 가르키는지가 명확치 않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곧 문제의 일부언론이 (조선일보)임을 노골적으로 밝혔다.

(동아)는 "헌재 소장과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 검증 과정에서 한 언론사는 인사 검증을 문제 삼는 여권의 움직임을 연일 크게 전하면서도 정작 별다른 검증 보도를 하지 않았다"며 "총리 후보 인선이 발표되자 후보자에 대한 미담성 기사를 많이 내보냈던 이 언론사는 김 위원장이 총리 후보직을 사퇴한 29일 이후 인사 검증 방식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인격을 최소한이라도 존중하면서 확실한 근거로 비판하는 풍토를', 朴당선인 '40년 전 일도 요즘 잣대로 재단/ 청문회서 어릴 적 오줌싸개 얘기도 나올라', '손주 미행당하고 가족 졸도…가정 파탄 직전' 등이었다. 기사의 제목만 보면 인사검증이 마치 사회악처럼 느껴질 정도다. 반면 이 언론사는 지난 대선 기간 안철수 전 대선후보 등 야권 인사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을 촉구했었다"고 비판했다.

(동아)는 특히 "총리 후보에서 낙마한 김 위원장은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이 언론사의 독자권익보호위원장을 지냈다"고 적시, 문제 언론사가 (조선일보)임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이 독자권익보호위원장을 맡았던 언론은 다름아닌 (조선일보)였기 때문이다.

(동아)는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언론의 검증을 문제화, 무력화하려는 것은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기능 자체를 잘못 이해한 것이며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한다"며,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언론은 의혹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뭐든 밝혀낼 임무가 있다. 언론사가 그 임무를 스스로 비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고 거듭 (조선)에 대해 융단폭격을 가했다.

김혜영 기자

2013년 1월 29일 화요일

김용준 검증, 동아일보는 ‘활약’ 방송사는 ‘맹탕’ 왜?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28일자 기사 '김용준 검증, 동아일보는 ‘활약’ 방송사는 ‘맹탕’ 왜?'를 퍼왔습니다.
[비평] 보수신문, 매체경쟁력 차원 정치권력 비판… 방송사, 눈치보기? 조만간 터진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의혹과 관련, 동아일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박근혜 당선인에 우호적인 논조를 보여 온 동아일보가 김용준 후보자 검증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상파 방송3사는 ‘김용준 검증’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새 정부 총리 후보로 지명한 것은 지난 24일. 이후 몇몇 언론은 김 총리 후보자의 아들 병역 면제과정 및 재산증식과 관련해 석연찮은 점을 집중 보도했다. 특히 박 당선인에게 우호적인 논조를 보였던 동아일보와 채널A가 김용준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지난 25일까지는 비교적 우호적으로 김 후보자를 다뤘다. ‘법조계 신망도 높고, 비교적 무난하지만 책임총리 역할에 대해선 미지수’라는 쪽에 방점이 찍히는 정도. 하지만 지난 26일부터 ‘김용준 비판’ 쪽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김용준 의혹 집중 보도 왜?

동아일보는 (장남 8세-차남 6세때 서초동 674㎡ 땅 취득… 증여세 탈루 의혹)(동아 1월26일자 4면) (매입전 법원서기와 땅보러 갔었다)(동아 1월28일자 1면) (장남 친구 “군 안가려 살 빼겠다는 말 들었다”)(동아 1월28일자 3면) 등 지난 주말부터 연일 김용준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동아일보 종편인 채널A도 역시 김 후보자 의혹 보도에 적극적이다.

동아일보 2013년 1월28일자 3면

동아일보의 ‘김용준 비판’과 관련, 언론계에서는 다양한 평가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건 ‘시장주의’다. 매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과 대립각을 세워야 ‘장사’가 된다는 걸 아는 상업주의 언론의 생존방식이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는 것.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보수신문과 종편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정치 아이템을 다루면서 채널 인지도를 상승시켜 왔다”면서 “‘김용준 보도’ 역시 정치권력과의 대립각보다는 종편의 생존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재 지상파가 ‘김용준 의혹’과 관련,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 아니냐”면서 “동아나 채널A의 ‘김용준 보도’는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차별화 된 이미지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의 ‘김용준 때리기’는 실제 다른 보수신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반까지 소극적이었던 조선일보와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던 중앙일보가 28일부터 ‘김용준 비판’에 적극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은 28일자 칼럼 (‘보청기 총리’ 문제 없나)에서 “건강 같은 생물학적 조건은 후보자를 검증할 때 가장 기초적인 것”이라면서 “인수위 핵심 인사에 따르면 후보자 청력 문제는 인수위원장 활동에서 이미 드러났다고 한다. 그런데도 당선인은 그를 총리로 지명했다. 이런 것은 박근혜 인사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 이광표 기획홍보팀장은 “예전부터 정권이 바뀔 때 (동아일보는) 인사 검증을 열심히 하고 있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던 시절부터 조각검증을 통해 많은 비리와 의혹이 있는 인사를 철회시켜왔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최근 보도에 대해 “항상 체계적으로 인선후보에 대한 검증을 해온 것으로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면서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 밝혔다.

방송사 “박근혜 눈치보기 아니다. 방송뉴스 특수성 때문”

보수신문이 ‘김용준 후보’에게 날 선 비판을 가하고 있는 반면 지상파 방송사들은 ‘김용준 의혹’ 보도를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박 당선인이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목한 이후 방송3사가 메인뉴스에서 다룬 김 후보자 의혹제기 리포트는 1∼2개에 불과했다. 조중동 및 종편보다 ‘낮은 수위’의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것.

1월27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KBS는 지난 25일 뉴스9에서 보도한 (아들 재산·병역 쟁점)이 전부였고, MBC는 지난 26일 뉴스데스크에서 한 꼭지로 보도했다. MBC는 다음날인 27일 뉴스데스크 후반부에 ‘아들 병역의혹은 문제없다’는 국무총리실 해명을 전하기도 했다. SBS 역시 지난 25일 8뉴스에서 (‘재산·자녀 병역’ 쟁점 될 듯) 리포트를 보도한 이후 김용준 후보자와 관련한 사안은 메인뉴스에서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언론계 안팎에서 새 정부 출범 전부터 방송3사의 ‘박근혜 눈치보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방송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함철 KBS 기자협회장은 “현재 탐사보도팀이 김용준 후보자와 관련한 의혹을 취재 중에 있다”면서 “오늘(28일)부터 본격적인 보도가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함 회장은 “방송은 현장 취재와 관련자 녹취 등을 일일이 확보하면서 제작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탐사보도팀에 대한 인원 증가와 같은 회사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권력 눈치보기’가 아니라 ‘제작 여건에 따른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보도가 다소 늦어지고 있다는 것. 실제 KBS는 홍보실을 통해 비슷한 입장을 전해왔다.
SBS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보도국 고위 관계자는 “신문과 방송은 제작방식이 다르다”면서 “단편적으로 방송과 신문의 기사 양을 비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용준 의혹과 관련해) 취재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여타 인사들을 비롯해 장관들도 문제가 제기되는 대로 보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BC 황용구 보도국장은 미디어오늘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보수신문, 생존 차원에서 정치권력 비판…방송사는 점점 도태되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의 이 같은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박 당선인의 검증미흡과 관련한 비판이 거의 없는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해 김 후보자의 석연치 않은 의혹도 문제지만 그 이면에 박 당선인의 ‘검증 미흡’이 본질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3사는 김 후보자와 관련한 갖가지 의혹에 대해서는 소극보도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박 당선인의 ‘밀실 인사·검증 논란’ 부분은 언급하지 않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KBS 보도국의 한 기자는 “보수신문은 상업적인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에 나서는 반면 방송사들은 이런 위기의식마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김용준 후보자에 대한 보수신문의 비판과 방송사의 소극보도는) 방송사들의 안이함과 방송뉴스의 박제화가 어느 정도 심각히 진행 중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탐사보도팀 활성화 등을 통해 방송뉴스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경쟁력은 점점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동기·정철운·김안수연 기자 | mediagom@mediatoday.co.kr  

2013년 1월 24일 목요일

삼성 이재용 아들 ‘특례’ 입학, 중앙·동아 침묵한 이유는?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1-23일자 기사 '삼성 이재용 아들 ‘특례’ 입학, 중앙·동아 침묵한 이유는?'을 퍼왔습니다.
대다수 언론, 국제중 입학 두고 한 목소리 비판… 삼성가와 사주가 친인척 얽혀있는 언론사는 ‘침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5)의 아들(13)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으로 국제중학교에 입학한 것을 두고 대다수 언론이 ‘저소득 조건’이 빠진 채 사실상 특별 입학의 형태로 변질되었다며 입을 모아 비판했다.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경영권 불법승계 논란보다 명문중학교 입학 특혜 논란에 여론이 즉각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모양새다.
이와 함께 삼성과 친인척 관계가 있는 사주가 운영하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이 사안에 대해 현재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KBS, MBC, 조선일보 등이 이번 사안을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아들이 2013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서울 강북구 영훈국제중학교에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으로 합격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아들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 전형 중 ‘비경제적 배려 대상자’에 해당해 입학 자격을 얻었다.
영훈국제중학교는 지난해 졸업생의 40%이상이 특목고를 진학하며 화제를 모은 곳으로, 그만큼 경쟁률도 치열하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일반전형의 경우 128명 모집에 1,193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9.3대 1이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비경제적 배려대상자 전형 모집 과정의 경우 32명의 정원 가운데 155명이 몰려 4.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가 2009년 이혼했고, 영훈국제중이 최근 한부모 가정 자녀 전형요건에서 ‘저소득’ 조건을 제외한 결과 입학에는 절차적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이 이번 입학을 두고 특혜의혹을 제기하거나 특별 전형의 기본 취지에 어긋났다고 지적했다.


▲ 23일자 KBS '뉴스광장' 방송화면 캡처.

KBS는 23일자 ‘뉴스광장’에서 “사회적 배려자 전형은 국제중 도입 당시 주로 저소득층을 위해 마련됐다”고 전하며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상당 부분이 배려 대상의 입학 전형이라기보다 특례를 받은 입학 전형의 성격으로 변질됐다”고 보도했다.
MBC는 22일자 ‘뉴스데스크’에서 이재용 부회장 아들의 입학 건을 놓고 “법과 절차상 문제는 없었지만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MBC는 이어 “한부모가정의 요건을 충족시키더라도 소외계층을 배려한다는 취지에 걸맞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2일자 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캡처.

한겨레는 “영훈국제중이 2013학년도 입학전형에서 입학전형위원회 위원 가운데 외부 위원을 단 한 차례도 입학전형 절차에 참가시키지 않은 채 신입생을 선발해 관련 지침을 위반했다”고 보도했다.
곽상경 전 영훈국제중 교장은 22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난해 9월께 외부 입학전형위원을 맡은 뒤 한차례도 입학 절차와 관련한 회의나 서류전형 심사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유독 올해만 외부 전형위원을 입학전형 절차에서 배제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어 “사회적 배려자의 경우 부유층이 많은 ‘다자녀 가정 자녀’는 모집 정원의 30% 이내로 제한되는 등 규정이 엄격하지만, 이런 규정을 지켰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이번 논란을 보도하며 “미국인 금융 전문가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학생이 다문화 가정 자격으로 합격하거나, 부유한 가정 자녀가 다자녀 가정 자격으로 합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전형의 기본 취지에 어긋나는 ‘악용’사례들을 지적했다.
이혼 가정의 자녀가 느끼는 상실감은 빈부를 떠나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경향신문은 “(이번 사건은) 부자들에 대한 ‘보편적 복지’ 논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전하며 “보편적 복지 찬성론자들은 그동안 이건희 회장의 손자(이 부회장의 아들)도 무상급식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해왔다”고 보도했다. 해당 관점에서 보면 이 부회장의 아들 역시 사회적 배려 대상자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는 “삼성그룹은 한부모 가정 자녀는 심한 배려가 필요한 정서적 약자라고 밝혔지만 이 부회장 아들을 사회적 약자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밝혔다. 각종 법과 제도를 뛰어넘는 성역에 위치한 재벌을 두고 반감이 있는 상황에서 재벌 자녀의 특혜입학 논란은 항상 여론의 지탄을 받아왔다. 이는 교육열이 유달리 높은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한편 조선일보와 달리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23일 지면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종편인 JTBC에서도 관련 뉴스를 역시 찾을 수 없었다. 동아일보 종편인 채널A의 경우 해당 논란을 연합뉴스 기사로 대체했다. 이 같은 양 신문사의 편집은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동아일보 김재호 사장과 삼성과의 혼맥을 통해 맺어진 친인척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만한 대목이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처남이며, 이재용 부회장의 외삼촌이다.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의 경우, 동생인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여동생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남편이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 관계자는 “보도를 할지 말지 여부는 편집국에서 판단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1월 23일 오후 5시 50분 기사수정)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2012년 12월 31일 월요일

‘용감한 무죄 구형’, 동아일보는 “막무가내 검사”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2-31일자 기사 '‘용감한 무죄 구형’, 동아일보는 “막무가내 검사”'를 퍼왔습니다.
반공법 위반 재심사건, 상부 지시에 저항해 문 걸어 잠그고 구형 논란

1962년 반공법 위반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던 윤아무개씨에 대한 재심 사건. 지난 28일 열렸던 결심 공판에서 서울중앙지검은 “법과 원칙에 따라 법원이 적절하게 선고해 달라”고 구형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사건을 담당한 공판 검사인 임은정 검사가 무죄를 구형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임 검사가 소속된 공판2부는 회의를 거쳐 공판 검사를 다른 검사로 교체했다. 그런데 임 검사가 이를 무시하고 재판에 참석해 무죄를 구형해 논란이 되고 있다.

31일 조선일보는 “새로 사건을 맡게 된 검사는 임 검사가 법정의 검사 출입문을 걸어 잠그는 바람에 법정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임 검사가 공판에 자신 대신 출석하기로 했던 검사가 읽을 수 있도록 법정 검사 출입문에 ‘무죄를 구형하겠다’는 내용의 쪽지를 붙여놓았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임 검사는 구형을 하러 법정에 들어가기 직전 “당연히 무죄가 나올 사안이고 담당 검사로서 (상부 방침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다른 검사에게 사건이 재배당됐다”면서 “검찰 내부에서 공론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결행했다”는 내용의 글을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임 검사는 “절차 위반과 월권의 잘못을 통감하며 어떤 징계도 감수하겠다”는 글을 남기고 휴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임 검사가 무죄를 구형하자 곧바로 무죄를 선고했다.

임 검사의 돌출 행동에 대한 평가는 신문 마다 다르다.

조선일보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절차적으로나 내용상 위법한 지시가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고, 사실관계 파악이 제대로 안 된 사안까지 무조건 무죄를 구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이 사건처럼 무죄가 예상되는 재심사건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를 해달라’는 통상 의견을 구형을 대신한다”면서 “‘이번에는 법원에 맡기자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절차 무시하고 무죄 구형 ’막무가내 검사‘”라고 제목을 달았다.

동아일보 12월31일 10면.

동아일보는 어차피 무죄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고 보는 검찰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고 조선일보는 무죄를 구형하기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긋는 다른 발언을 인용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두 신문 모두 임 검사가 절차를 어겼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어차피 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큰데 임 검사가 너무 나갔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조선일보는 무죄가 안 될 수도 있는데 성급한 판단을 내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겨레는 “검찰은 재심사건에서 무죄로 단정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관행적으로 ‘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 달라’고 구형한다”고 밝혀 공판2부 부장검사와 임 검사가 의견 대립이 있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겨레는 “재심사건 검사, 용감한 무죄 구형”이라고 제목을 뽑았다.

경향신문은 임 검사가 공판2부가 아니라 공안부와 갈등을 빚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공안부 맞서 문 잠그고 무죄 구형한 검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결심 공판에 다른 검사가 출석할 예정이었던 건 검찰 공안부와 임 검사의 의견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은정 검사. 임 검사 미니홈피 캡처.

임 검사의 돌출 행동은 상부의 지시와 절차를 어겼다는 사실을 강조하면 “막무가내 검사”가 되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는 데 초점을 맞추면 “용감한 행동”이 된다. 경향신문 제목은 “공안부 맞서 문 잠그고 무죄 구형한 검사”인데 중앙일보 제목은 “검찰 방침에 반발, 다른 검사 출입 막고 무죄 구형한 검사”다. 한쪽에서는 공안부에 맞선 용감한 검사로, 다른 한쪽에서는 다른 검사의 출입을 막은 뭔가 떳떳하지 못한 느낌으로 포장하고 있다.

연합뉴스가 인터뷰한 중앙지검 관계자는 “근거법의 위헌 등이 내려진 확실한 사안에는 무죄 구형이 옳겠지만 검찰의 공소유지 등 전체 기능을 생각한다면 사실관계 파악이 제대로 안 된 사안까지 무조건 무죄를 구형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검찰 내부의 복잡한 반응을 전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임 검사가 검찰 게시판에 남긴 글에 달린 댓글에는 "소신대로 하는 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절차도 중요하다", "검사님 의견에 많이 찬성해왔지만, 이번만큼은 다시 판단하셨으면 한다" 등 부정적인 내용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은정 검사는 지난 9월 민청학련 사건 재심 때 무죄를 구형해 이름을 알린 바 있다. 임 검사는 “이 땅을 뜨겁게 사랑해 권력의 채찍을 맞아가며 시대의 어둠을 헤치고 간 사람들, 몸을 불살라 칠흑 같은 어둠을 밝히고 묵묵히 가시밭길을 걸어 새벽을 연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그분들의 가슴에 날인했던 주홍글씨를 뒤늦게나마 다시 법의 이름으로 지울 수 있게 됐다”고 구형 취지를 밝혔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2012년 11월 3일 토요일

이정현 ‘헛발질’에도 눈치없이 꿋꿋한 동아일보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02일자 기사 '이정현 ‘헛발질’에도 눈치없이 꿋꿋한 동아일보'를 퍼왔습니다.
조선일보 “새누리당 허 찔렸다”…동아 “투표시간보다 후보단일화가 참정권 더 침해”

투표시간 연장이 이번 대선 쟁점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가운데, 최근 새누리당 이정현 공보단장이 ‘후보사퇴 시 국고보조금 환수 법안(이하 환수법)’과 ‘투표시간 연장법안’ 동시처리를 제안했다 발을 빼 역풍을 맞자 2일 소위 보수진영 언론들도 어이없어하는 눈치다.

이정현 단장으로선 후보단일화를 노리는 민주통합당이 환수법을 받을 리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나, 이 법안은 사실 공식후보등록기간 이전에 단일화 할 경우 큰 의미를 찾기 어렵다. 결국 이를 민주통합당이 받아버리자 이정현 단장과 새누리당만 망신살이 뻗친 모양새가 된 것이다.

더욱이 그동안 야권은 줄기차게 이 문제를 제기해왔으나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드러내왔다. 그러나 이정현 단장이 이를 여야간 협상의 대상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때문에 박근혜 후보는 1일 한국외대에서 열린 전국 대학 학보사 연합인터뷰에서 “투표시간 연장 문제는 법에 대한 문제라서 국회에서 여야 간에 논의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 중앙일보 11월 2일자. 4면.

중앙일보는 2일자 4면 (투표시간 연장 막으려 꺼낸 먹튀방지법…새누리 꼬이고) 제하 기사에서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격”이라며 새누리당의 오판을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이 법안(환수법)은 문·안 후보가 후보등록일 이전에 단일화를 성사시킬 경우 아무 효력이 없다”며 “등록 이후 안 후보로 단일화될 때에만 민주당에서 반납해야 하는데 이땐 민주당이 돈이 아니라 당의 존폐를 고민해야 할 처지”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5면 (문재인 “정치가 무슨 장난이냐”)제하 기사에서 “새누리당은 허를 찔렸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야당의 일방적 주장이었던 투표시간 연장 문제를 여야 간 중요 쟁점이 된 건 이정현 새누리당 공보단장의 지난달 29일 발언(연계처리 언급)이 계기였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 외 대다수의 언론들도 이정현 단장의 발언에 대해 오히려 민주통합당의 투표율 재고 노력에 진정성만 확인시켜준 셈이며, 반대로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 의사가 없음을 재차 분명히 함으로서 야권에 역공의 빌미를 마련해주었다는, 이른바 ‘자충수’라고 평가하고 있다.

야권의 공세도 강해졌다. 당장 문재인 후보가 1일 강원도 선대위 출범식에서 “정치가 무슨 장난이냐”고 일갈했고 2일 민주통합당 대변인들은 일제히 이정현 단장과 새누리당에 강공을 퍼부었다. 안철수 후보 측 박선숙 선대본부장도 2일 브리핑에서 “여야가 협의 하면 지금이라도 당장, 잣구 하나만 고치면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 동아일보 11월 2일자. 사설

그런데 동아일보의 반응만은 달랐다. 동아일보는 사설 (후보 확정 지연이 ‘투표 시간’보다 더 문제다)를 통해 “후보 단일화 지연이 투표시간 연장보다 더 문제”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투표시간을 늘리자는 것은 투표율을 높여 참정권을 제고한다는 관점에서 내놓을 수 있는 의견이나 중앙선관위 조사에 따르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유권자들은 투표시간 연장(6.3%)보다 투표자 우대제도(39.1%)나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는 통합선거인명부제(17.5%)를 더 많이 지지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투표시간보다 국민의 후보 선택에 어려움을 주는 것은 오히려 야권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지루한 줄다리기”라며 “단일화의 지연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 국민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선이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후보를 확정하지 않는다면 이야말로 참정권의 중대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투표시간 연장과, 야권단일화 저지를 연계했다가 이정현 단장이 역풍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동아일보는 꿋꿋하게 이를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동아일보가 사설에서 그러한 해괴한 논리를 주장한 의도는 짐작이 가지만,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