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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3일 수요일

부자 신문 <동아일보>의 '무지' 혹은 '혹세무민'?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12일자 기사 '부자 신문 (동아일보)의 '무지' 혹은 '혹세무민'?'을 퍼왔습니다.
[기고] "중증 질환, 부자가 더 걸린다" 기사에 부쳐

지난 3월 7일 (동아일보)는 1면과 5면에 "중증 질환,부자가 더 걸린다", "가난이 병은 옛말, 부자 동네 4대 중증 환자 더 많다"(이지은, 이샘물 기자) 등의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관련 기사 : 중증 질환 부자가 더 걸린다 / '가난이 병'은 옛말, 부자 동네 4대 중증 환자 더 많다)

이 기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 이용 자료를 놓고서 빅데이터(Big Data)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빅데이터'는 기존의 관리, 분석 접근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막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포괄하는 용어다. 즉 이 기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엄청난 의료 이용 자료 데이터를 이용해 국민 건강 상황을 분석한 결과다.

하지만 이런 (동아일보)의 분석 결과를 놓고서 국내의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는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프레시안)에 공동으로 기명 반론을 보냈다. 이들은 (동아일보)의 기사가 "분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 이용 자료를 엉뚱하게 해석해 심각한 오류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은 자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엉터리 분석이 (동아일보)와 같은 유력한언론을 통해서 대서특필되는 관행을 비판적으로 점검해 보는 차원에서 이들의 기고를 전문 게재한다. 또 이번 (동아일보)의 기사는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빅데이터 분석에 언론이 훨씬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편집자)

다음은 이 기고 작성에 참여한 보건의료 전문가의 명단이다(가나다 순).

강영호 울산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상임연구원 / 김유미 동아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 윤태호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 정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 <동아일보> 3월 7일자 해당 기사. ⓒ프레시안

"중증 질환, 부자가 더 걸린다", "가난이 병은 옛말, 부자동네 4대 중증 환자 더 많다"는 제목의 (동아일보) 3월 7일자 기사에 대하여, 건강 불평등 문제를 다루어 온 연구자로서 우리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해당 기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다룬 것으로 "가난할수록 병에 많이 걸린다는 추정과 달리 소득이 높은 계층이나 지역의 주민이 암을 비롯한 중증 질환에 더 시달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심장, 뇌혈관, 암, 희귀 난치성 질환 등 4대 질환이 특히 심했다"라고 기술했다. 전통적인 부자 동네인 서초구, 강남구, 분당구 등이 암 발생률이 높다고 쓰기도 했다.

가난한 계층, 가난한 동네에서 질병 유병률, 사망률이 높다는 논문이 국내외 학회지에 매년 수십 편씩 발표되고 있으며, 주요 국가 통계에서 이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기사의 내용은 심각한 오류를 담고 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우리는 해당 기사가 현실을 왜곡함으로써 시민들로 하여금 건강 문제를 잘못 이해하게 만들고, 다른 방향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부자 또는 부자 동네가 중증 질환이 더 많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틀린 이야기이다. 소득 계층 간, 지역 간 질병 유병률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를 대상으로 한 조사 자료를 이용하여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매년 (국민 건강 통계)를 발간하고 있다.

이는 소득 계층 간 주요 만성 질환 유병률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병, 폐쇄성 폐질환, 뇌혈관 질환 등 주요 만성 질환의 유병률은 모두저소득층에서 높다. 중증 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는 흡연, 과음, 운동미실천, 비만(여성) 등도 모두 저소득층에서 높게 나타난다. 한편 통계청에서는 (국가 통계 포털)을 통해 매년 시군구별 표준화 사망률을 제공하고 있는데, (동아일보)에서 암 발생률이 높은 지역이라고 기술한 서초구, 강남구, 분당구의 사망률이 가장 낮다. 암 사망률도 비슷한 양상이다.

둘째, (동아일보)의 기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 이용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 이용 자료는 애초 질병 유병률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된 통계 자료가 아니다. 이는 의료 기관의 진료비 청구를 위해 작성된 자료를 기초로 한 것으로 진료 정보의 부정확성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또한 질병은 있어도 의료 이용을 하지 않거나 ("과소 이용"), 질병이 없는데 의료 이용을 하는 경우 ("과다 이용") 문제가 과소 혹은 과다 추정되는 문제점이 공존하는 자료이기도 하다. 국민건강보험 자료에서 부자의 중증 질환 유병률이 높게 나왔다는 사실은 일부 질환에서의 과다 이용도 문제가 되지만, 저소득층의 과소 이용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국민 건강 통계)에 따르면, 질병 치료를 하지 않는 경험("미치료 경험률")은 저소득층에서 높고, 건강 검진율, 암 검진율 또한 저소득층에서 낮다. 암 검진율이 저소득층에서 낮다는 사실은 매년 시행되는 국립암센터의 '암 검진 수검 행태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국민건강보험 자료는 전 국민을 포괄할 뿐 아니라 데이터베이스가 잘 구축되어 '빅데이터'로서의 활용도가 높은 것이 장점이지만,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분석과 해석에서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보건학계의 상식에 속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 이용 자료를 이용한 소득 계층별, 지역별 질병 유병률 통계는 학술적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한국의 빅데이터를 소개하려던 (동아일보)의 기사는 아이러니하게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 기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의료 이용 자료)는 질병 유병률 자료로서는 한계를 지닌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언론은 일종의 '트렌드'로서 빅데이터에 막연한 환상을 심어주기보다, 자료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한 가운데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기사를 통해 '부자들이 중증 질환 의료 이용을 더 많이 한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되었다. 4대 중증 질환의 본인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 다양한 빌미로 후퇴하고 있는 가운데, 이 기사가 부자들이 더 병에 많이 걸리니 국가가 굳이 치료비를 보장해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소득층의 의료 이용이 부자들만큼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저소득층, 서민 계층에서 (최소한) 중증 질환의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정책 과제를 자연스럽게 도출한다.

2013년 3월 11일

연구자

강영호 울산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상임연구원김유미 동아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윤태호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정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강영호 울산대학교 교수 외 4인

2013년 2월 12일 화요일

[‘박근혜 복지’ 어디로]“희귀병 1년도 안돼 빚더미 올랐어요”


이글은 경향신문 2013-02-11일자 기사 '[‘박근혜 복지’ 어디로]“희귀병 1년도 안돼 빚더미 올랐어요”'를 퍼왔습니다.

ㆍ중증질환 치료 안정숙씨의 경우ㆍ남편 김씨 “월급 200만원에 간병비는 300만원, 결국 직장 그만둬”

지난해 12월 어느 날이었다.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안정숙씨(45·여)의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다. TV를 타고 그의 귀로 전해지는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18대 대선 후보의 말은 그에게 한 줄기 ‘빛’과 같았다. 

박 후보는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은 국가가 100%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안씨는 박 후보 공약집에도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살길이 열리겠어. 세 아이와 함께 살 수 있겠어….”

안씨의 염원은 이뤄졌다. 박 후보는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당선인’이 된 박 후보는 말을 바꿨다. “국가 지원 대상에 선택진료비(특진비), 상급병실(1~4인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난 8일 충북 청주의 한 병원에서 만난 안씨 부부는 절망했다. “3대 비급여 부문이 지원되지 않는다면 우리 같은 중증질환 환자들에게는 달라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난 8일 청주의 재활병원에 입원해 있는 안정숙씨(왼쪽)의 손을 남편 김재식씨가 주물러 주고 있다. | 박민규 기자

2008년 5월. 딸의 생일날 안씨는 목 부분에 강한 통증을 느꼈다. 

동네 병원 의사는 “물리치료를 받으면 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통증은 날로 심해졌다. 대학병원을 거쳐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4개월 만에 밝혀진 병명은 다발성경화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희귀난치병으로 면역체계가 신경을 파괴해 근육과 장기를 마비시키는 질환이다.

“수시로 사지가 마비돼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던 날이 많았습니다. 시신경이 파괴돼 이미 오른쪽 눈은 실명 상태에 가깝습니다. 우울증까지 겹쳐 자녀들이 죽는 환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0여가지 합병증이 겹친 결과였다. 의사는 내성이 생길 것을 우려해 “진통제 양을 줄이라”고 권했다. 하지만 안씨는 “마치 감전되는 듯한 고통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고통 때문에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수십번씩 되뇌었습니다.”

옆에서 안씨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편 김재식씨(53)는 “ ‘아내가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 수 있겠지’라며 자살할 만한 곳을 찾기도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5년 전 직장 선후배로 만나 결혼했다. 안씨에게 병이 찾아오기 전까지 가진 건 많지 않아도 이 가정에는 웃음이 늘 넘쳤다. 하지만 안씨가 병을 얻은 지 1년도 안돼 이 가정은 ‘빚쟁이’가 됐다. 안씨는 치료비로 쓴 1000만원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집을 팔아 마련한 2000만원과 형제와 지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돈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김씨는 “일산의 한 병원에 3개월간 머물면서 200만원짜리 항암주사를 5번 맞았고,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유발전이검사, 혈장교환, 세포추출 등 30만~50만원에 달하는 각종 검사를 15차례 했다”고 말했다. 검사비는 모두 건강보험이 지원되지 않았다.

안씨는 “하루 자고 나면 300만원, 또 하루 자고 나면 500만원꼴로 치료비가 나갔다”며 “돈이 손으로 쥐어지지 않는 모래처럼 빠져나가 5000만원 쓰는 게 순식간이었다”고 말했다. 치료비 때문에 유망주였던 막내딸은 양궁을, 둘째아들은 대학을 포기해야 했다.

남편 김씨는 2009년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간병인 비용을 부담할 수 없었다. 대소변까지 돌봐줘야 하는 중증환자의 하루 간병인 비용은 10만원. 김씨는 “월급 200만원인 내가 300만원짜리 간병인을 둘 수 없어 일을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안씨는 희귀난치병 질환자로 등록돼 외형상으로는 진료비의 95%를 건강보험에서 지원받는다. 하지만 건강보험 지원에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은 제외된다. 김씨는 “해당 분야의 전문 의사에게서 진료를 받는 선택진료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 입장에서 마다할 수 없다”며 말이 ‘선택’이지 무엇을 선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상급병실료도 마찬가지로 사실상 선택사항이 아니다. 안씨는 “병원에서 비어 있는 5~6인실이 없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2인실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씨 가족은 현재 매달 국가에서 지원받는 간병인비 30만원과 장애인 수당 15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여기에 환우회나 지인들이 가끔씩 도와주는 것에 매달리고 있다. 안씨는 지금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동네 재활병원의 8인 병실에 머물고 있지만 언제 ‘항암주사를 맞아야 된다’는 말을 들어야 할지 두렵다. 주사투여 시기를 놓치면 신체장기는 영구 마비가 된다. 200만원짜리 항암주사를 맞는 것이 예정되면 남편은 며칠간 돈 빌릴 만한 곳을 찾아다녀야 한다.

안씨 부부는 두 가지 소원이 있다. 하나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돼 병이 완치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 당선인의 공약이 실현되는 것이다. 안씨 부부는 “오래전에 치료비는 이미 우리가 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게 됐다”고 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