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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2일 화요일

[‘박근혜 복지’ 어디로]“희귀병 1년도 안돼 빚더미 올랐어요”


이글은 경향신문 2013-02-11일자 기사 '[‘박근혜 복지’ 어디로]“희귀병 1년도 안돼 빚더미 올랐어요”'를 퍼왔습니다.

ㆍ중증질환 치료 안정숙씨의 경우ㆍ남편 김씨 “월급 200만원에 간병비는 300만원, 결국 직장 그만둬”

지난해 12월 어느 날이었다.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안정숙씨(45·여)의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다. TV를 타고 그의 귀로 전해지는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18대 대선 후보의 말은 그에게 한 줄기 ‘빛’과 같았다. 

박 후보는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은 국가가 100%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안씨는 박 후보 공약집에도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살길이 열리겠어. 세 아이와 함께 살 수 있겠어….”

안씨의 염원은 이뤄졌다. 박 후보는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당선인’이 된 박 후보는 말을 바꿨다. “국가 지원 대상에 선택진료비(특진비), 상급병실(1~4인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지난 8일 충북 청주의 한 병원에서 만난 안씨 부부는 절망했다. “3대 비급여 부문이 지원되지 않는다면 우리 같은 중증질환 환자들에게는 달라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지난 8일 청주의 재활병원에 입원해 있는 안정숙씨(왼쪽)의 손을 남편 김재식씨가 주물러 주고 있다. | 박민규 기자

2008년 5월. 딸의 생일날 안씨는 목 부분에 강한 통증을 느꼈다. 

동네 병원 의사는 “물리치료를 받으면 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통증은 날로 심해졌다. 대학병원을 거쳐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 4개월 만에 밝혀진 병명은 다발성경화증.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희귀난치병으로 면역체계가 신경을 파괴해 근육과 장기를 마비시키는 질환이다.

“수시로 사지가 마비돼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던 날이 많았습니다. 시신경이 파괴돼 이미 오른쪽 눈은 실명 상태에 가깝습니다. 우울증까지 겹쳐 자녀들이 죽는 환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0여가지 합병증이 겹친 결과였다. 의사는 내성이 생길 것을 우려해 “진통제 양을 줄이라”고 권했다. 하지만 안씨는 “마치 감전되는 듯한 고통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고통 때문에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수십번씩 되뇌었습니다.”

옆에서 안씨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편 김재식씨(53)는 “ ‘아내가 죽으면 나도 따라 죽을 수 있겠지’라며 자살할 만한 곳을 찾기도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25년 전 직장 선후배로 만나 결혼했다. 안씨에게 병이 찾아오기 전까지 가진 건 많지 않아도 이 가정에는 웃음이 늘 넘쳤다. 하지만 안씨가 병을 얻은 지 1년도 안돼 이 가정은 ‘빚쟁이’가 됐다. 안씨는 치료비로 쓴 1000만원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집을 팔아 마련한 2000만원과 형제와 지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준 돈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김씨는 “일산의 한 병원에 3개월간 머물면서 200만원짜리 항암주사를 5번 맞았고,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유발전이검사, 혈장교환, 세포추출 등 30만~50만원에 달하는 각종 검사를 15차례 했다”고 말했다. 검사비는 모두 건강보험이 지원되지 않았다.

안씨는 “하루 자고 나면 300만원, 또 하루 자고 나면 500만원꼴로 치료비가 나갔다”며 “돈이 손으로 쥐어지지 않는 모래처럼 빠져나가 5000만원 쓰는 게 순식간이었다”고 말했다. 치료비 때문에 유망주였던 막내딸은 양궁을, 둘째아들은 대학을 포기해야 했다.

남편 김씨는 2009년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간병인 비용을 부담할 수 없었다. 대소변까지 돌봐줘야 하는 중증환자의 하루 간병인 비용은 10만원. 김씨는 “월급 200만원인 내가 300만원짜리 간병인을 둘 수 없어 일을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다.

안씨는 희귀난치병 질환자로 등록돼 외형상으로는 진료비의 95%를 건강보험에서 지원받는다. 하지만 건강보험 지원에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은 제외된다. 김씨는 “해당 분야의 전문 의사에게서 진료를 받는 선택진료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환자 입장에서 마다할 수 없다”며 말이 ‘선택’이지 무엇을 선택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상급병실료도 마찬가지로 사실상 선택사항이 아니다. 안씨는 “병원에서 비어 있는 5~6인실이 없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2인실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씨 가족은 현재 매달 국가에서 지원받는 간병인비 30만원과 장애인 수당 15만원이 수입의 전부다. 여기에 환우회나 지인들이 가끔씩 도와주는 것에 매달리고 있다. 안씨는 지금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동네 재활병원의 8인 병실에 머물고 있지만 언제 ‘항암주사를 맞아야 된다’는 말을 들어야 할지 두렵다. 주사투여 시기를 놓치면 신체장기는 영구 마비가 된다. 200만원짜리 항암주사를 맞는 것이 예정되면 남편은 며칠간 돈 빌릴 만한 곳을 찾아다녀야 한다.

안씨 부부는 두 가지 소원이 있다. 하나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돼 병이 완치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 당선인의 공약이 실현되는 것이다. 안씨 부부는 “오래전에 치료비는 이미 우리가 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게 됐다”고 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2012년 2월 7일 화요일

정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공장서 1급 발암물질 발견" 첫 인정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06일자 기사 '정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공장서 1급 발암물질 발견" 첫 인정'을 퍼왔습니다.
"직접 쓰지 않더라도 화학작용으로 부산물 발생 가능"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에서 백혈병을 비롯한 희귀병에 걸린 노동자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반도체 공장에서 벤젠 등 발암물질이 부산물로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반도체 공장에서 발암물질이 화학작용에 따른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간 삼성전자, 하이닉스, 페어차일드코리아 등 국내 반도체 공장을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 사업장 정밀 작업환경평가 연구'를 수행한 결과,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비소 등이 발견됐다고 6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비소를 모두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 반올림에 따르면 1990~2000년대 초반까지 노후화된 반도체 공장 수동설비에서 일했다가 백혈병 등 희귀병에 걸렸다는 제보자는 140여 명에 달한다. 사진은 현대화된 반도체공장. ⓒ뉴시스

연구 결과, 벤젠은 웨이퍼 가공라인과 반도체 조립라인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가공라인 불검출~0.00038ppm, 조립라인 0.00010~0.00990ppm)했다. 포름알데히드 또한 가공라인(0.001~0.004ppm)과 조립라인(0.002~0.015ppm)에서 검출됐다. 전리방사선은 웨이퍼 가공라인과 반도체 조립라인에서 측정(0.011~0.015m㏜/yr)됐다.

특히 폐암 유발인자로 알려진 비소는 웨이퍼 가공라인의 이온주입공정(임플란트)에서 부산물로 발생하고 노출기준(0.01mg/㎥)을 초과(0.001~0.061mg/㎥)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비소는 이온 주입공정 유지보수 작업을 수행하는 노동자에게 노출 위험이 높았다.

박정선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원장은 "이번 연구로 공장 외부가 아니라 공장 내부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각 사업장이 (공장에서 사용하는 물질 외에) 발암물질이 부산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지금까지 간과했을 수도 있다"는 의의를 밝혔다.

반도체 작업 환경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은 부산물을 포함해 수백~수천 가지가 넘는다. 이번 연구는 그 중 특히 위험한 물질 수십 가지만을 상대로 측정한 결과여서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이종란 노무사는 "반도체공장 설비가 현대화된 이후인 최근에도 반도체 조립라인과 웨이퍼 가공라인에서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된 의미가 크다"며 "특히 백혈병 등에 걸린 노동자는 1990년대~2000년대 초반에 노후화된 수동라인에서 일한 만큼, 측정된 것보다 화학물질에 더 많이 노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측정된 노출량은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봤을 때 극미량이어서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노출됐다고 하더라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노무사는 "노동부가 제기한 기준치는 관리 기준치일 뿐"이라며 "발암물질에는 역치가 없기 때문에 노출허용 기준 미만에서도 충분히 희귀병이 발병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2008년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백혈병 위험도를 알아보기 위한 집단 역학조사의 후속조치로 이뤄졌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반도체 공장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에게 혈액암인 비호지킨림프종이 발병할 확률이 여성 전체보다 2.67배, 생산직노동자보다 2.66배, 조립공장보다는 5.16배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반도체 업체에서 발생한 백혈병 사례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작업환경관리 및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이번 결과처럼 미량이라 하더라도 발암성 물질이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근로자 보건 관리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정선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원장은 "보고서가 완성되는 2월 말 이후에 보고서 전문을 공개하고 이해관계자를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