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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5일 일요일

재생불량성 빈혈 산재인정, 의미 축소해서는 안 된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14일자 기사 '재생불량성 빈혈 산재인정, 의미 축소해서는 안 된다'를 퍼왔습니다.
[기고] 문웅·노무법인 산재 대표노무사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삼성반도체 근로자가 신청한 "혈소판 감소증 및 재생불량성 빈혈"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위의 질병은 반도체공정에서 유발될 수 있는 벤젠(유기용제), 포름알데이드, 전리방사선 등에 의해 발병될 수 있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되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상 업무상 질병중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 물론 산재법에서는 이에 대한 인정기준으로 일정농도 및 근무기간 등을 명시하고 있다.


한편, 산업의학계에서는 유해물질에 의한 직업병의 경우 반드시 법에서 정한 일정농도 또는 근무기간 이상을 미달하더라도 충분히 직업병에 이환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문웅·노무법인 산재 대표노무사

그러나, 유해물질 피폭 가능성이 추정되는 사업장 근로자들이 최초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법에서 정한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근로복지공단의 판정은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 등 산재 불승인 이후 이의신청 절차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근로복지공단 스스로 최초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것이라 그 의미가 크다.


판례는 2007년 6월에 이미 직업병과 관련하여 최초 결정기관보다 진일보한 판결을 한 바 있다.


“10여년 전 공사도중 노출된 석면이 원인이 되어 폐암이 발병되었거나 자연적인 진행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대법2005두517, 2007.06.01)이 그것이다.


즉, 판례는 업무상 질병에 있어 근로복지공단보다 폭넓게 인정하였으며, 그 결과, 근로자들은 소송에 가서야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사회·경제적 약자인 근로자들에게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한편, 삼성은 "공단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라고 하면서 "공단이 명확한 발병 원인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영향 가능성만으로 산재를 인정한 것으로 보상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에 따른 판정"이라며 그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판정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오는 잘못된 해석으로 보인다.


업무상 질병의 경우,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등 전문기관이 역학조사 및 작업환경 측정 등을 통해 현재 및 과거에 노출되었거나 노출될 수 있는 유해물질의 존재여부를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산업의학적 측면의 '과학적 추정‘이 수반되며, 대법원 또한 이러한 기조에 의해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번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은 그동안 지나치게 엄격했던 업무상 질병에 대한 기준에 대해 공단 스스로 유연성과 합리성을 더한 것 같아 진심으로 환영한다.


더불어, 이번 결정이 앞으로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쳐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 하고자 하는 산재법 본연의 목적을 이루는데 초석이 되길 바란다.

문웅·노무법인 산재 대표노무사

2012년 2월 7일 화요일

정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공장서 1급 발암물질 발견" 첫 인정


이글은 프레시안 2012-02-06일자 기사 '정부 "삼성전자 등 반도체 공장서 1급 발암물질 발견" 첫 인정'을 퍼왔습니다.
"직접 쓰지 않더라도 화학작용으로 부산물 발생 가능"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에서 백혈병을 비롯한 희귀병에 걸린 노동자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반도체 공장에서 벤젠 등 발암물질이 부산물로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반도체 공장에서 발암물질이 화학작용에 따른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간 삼성전자, 하이닉스, 페어차일드코리아 등 국내 반도체 공장을 대상으로 '반도체 제조 사업장 정밀 작업환경평가 연구'를 수행한 결과,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비소 등이 발견됐다고 6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는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비소를 모두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 반올림에 따르면 1990~2000년대 초반까지 노후화된 반도체 공장 수동설비에서 일했다가 백혈병 등 희귀병에 걸렸다는 제보자는 140여 명에 달한다. 사진은 현대화된 반도체공장. ⓒ뉴시스

연구 결과, 벤젠은 웨이퍼 가공라인과 반도체 조립라인 공정에서 부산물로 발생(가공라인 불검출~0.00038ppm, 조립라인 0.00010~0.00990ppm)했다. 포름알데히드 또한 가공라인(0.001~0.004ppm)과 조립라인(0.002~0.015ppm)에서 검출됐다. 전리방사선은 웨이퍼 가공라인과 반도체 조립라인에서 측정(0.011~0.015m㏜/yr)됐다.

특히 폐암 유발인자로 알려진 비소는 웨이퍼 가공라인의 이온주입공정(임플란트)에서 부산물로 발생하고 노출기준(0.01mg/㎥)을 초과(0.001~0.061mg/㎥)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비소는 이온 주입공정 유지보수 작업을 수행하는 노동자에게 노출 위험이 높았다.

박정선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원장은 "이번 연구로 공장 외부가 아니라 공장 내부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각 사업장이 (공장에서 사용하는 물질 외에) 발암물질이 부산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지금까지 간과했을 수도 있다"는 의의를 밝혔다.

반도체 작업 환경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은 부산물을 포함해 수백~수천 가지가 넘는다. 이번 연구는 그 중 특히 위험한 물질 수십 가지만을 상대로 측정한 결과여서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서 활동하는 이종란 노무사는 "반도체공장 설비가 현대화된 이후인 최근에도 반도체 조립라인과 웨이퍼 가공라인에서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된 의미가 크다"며 "특히 백혈병 등에 걸린 노동자는 1990년대~2000년대 초반에 노후화된 수동라인에서 일한 만큼, 측정된 것보다 화학물질에 더 많이 노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측정된 노출량은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봤을 때 극미량이어서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노출됐다고 하더라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노무사는 "노동부가 제기한 기준치는 관리 기준치일 뿐"이라며 "발암물질에는 역치가 없기 때문에 노출허용 기준 미만에서도 충분히 희귀병이 발병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2008년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백혈병 위험도를 알아보기 위한 집단 역학조사의 후속조치로 이뤄졌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반도체 공장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에게 혈액암인 비호지킨림프종이 발병할 확률이 여성 전체보다 2.67배, 생산직노동자보다 2.66배, 조립공장보다는 5.16배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반도체 업체에서 발생한 백혈병 사례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작업환경관리 및 개선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이번 결과처럼 미량이라 하더라도 발암성 물질이 부산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근로자 보건 관리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정선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원장은 "보고서가 완성되는 2월 말 이후에 보고서 전문을 공개하고 이해관계자를 상대로 설명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