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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7일 목요일

삼성 직업병, 너무도 불리한 ‘산 자들의 싸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6-07일자 기사 '삼성 직업병, 너무도 불리한 ‘산 자들의 싸움’'을 퍼왔습니다.
[미디어현장] 윤지연 참세상 기자

삼성 직업병, 하면 떠오르는 것은 국화꽃잎과 새하얀 방진복이다. 그리고 피해자들의 영정사진, 유족과 활동가들의 울음소리가 차례로 떠오른다. 지난 6월 2일, 쉰 여섯 번 째 삼성 직업병 피해자가 사망했다. 국화꽃잎과 오열소리가 가득 찬 빈소를 생각한 뒤에야 실감했다. 아, 또 한 명의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구나. 

피해자와 유족들은 생전 백혈병과 림프종, 재생불량성빈혈 등의 희귀병과 싸운다. 온전히 개인의 질병이라고 주장하는 근로복지공단과 삼성과도 싸워야 한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밝혀내야 하는 ‘산재 입증’ 싸움은 불리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치료비와의 싸움은 간간이 피해자와 유족의 무릎을 꿇게 한다.

그래서 삼성 직업병 기자회견이나 추모식, 집회를 가득 메우는 유족의 오열은 매번 참아내기가 어렵다. 특히 그들의 울음에 묻어있는 미안함은 분노보다도 슬프다. 법정에서, 근로복지공단에서, 삼성 본관에서 수 없이 싸워왔던 유족이 느끼는 미안함은, 정부와 삼성이 그들에게 전가한 또 하나의 상처였다.

그 상처는 공식처럼 따라다니는 생활고에 시달릴 때 그들을 더 옭아맨다. 지난 2일 사망한 윤아무개씨는 13년간 재생불량성빈혈로 투병해 왔다. 그 기간 동안, 윤씨의 모친과 윤씨는 기초생활수급자가 돼 있었다. 뇌종양 수술 후 1급 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한혜경 씨 역시 생활고를 피해갈 수 없었다. 유일한 가족인 모친 김시녀씨는, 혼자 걷거나 화장실을 가거나 밥을 먹을 수 없는 혜경 씨를 보살피느라 모든 경제활동을 포기했다. 병원비와 집세, 생활비는 언제나 그들을 짓누른다.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할 경우, 그들의 생존은 불투명하다.

가난이 대물림되는 사회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자녀는 또 다시 열악한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가 된다. 이 사회적 병폐는 삼성 직업병 피해자와 유족들에게도 고스란히 전가된다. 사회 구조가 어긋나 있는 것을 알면서도, 유족들은 가난의 죄책감을 덜어버리지 못한다. 작년 3월, 삼성 천안공장에서 일하다 정신적 스트레스로 자살한 고 김주현 씨의 부친 역시 부채감을 떨쳐버리기 어려워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로 인해 고압적인 회사의 행동에도 아무 말 없이 숨죽여 살았던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찢어져요”라며 울먹였다. 지난 5월 사망한 이윤정 씨의 남편 정희수 씨는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다음 세상에서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거예요”라고 전했다. 

산재법의 문제도, 근로복지공단과 삼성과의 공조도, 공정 과정에서의 화학물질 사용도, 무엇보다 가난의 대물림 문제 까지도,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되는 사회 구조는 그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정부나 근로복지공단이 아닌, ‘반올림’이라는 작은 단체뿐이다.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고 이윤정씨의 추모식에서 “저희가 무슨 힘이 있다고 이렇게 많은 제보가 들어오는지 고통스럽다”며 눈물을 흘렸다. 피해자와 유족들의 삶과 죽음, 투쟁과 생활을 온전히 힘없는 개인과 단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 지금까지 반올림에 접수된 삼성 직업병 제보자는 140명, 반도체 전자산업 전체 직업병 제보자는 160명에 달한다. 

윤지연 참세상 기자
하지만 정부와 삼성의 대응은 여전히 기만적이다. 2010년, 유족들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삼성이 고용한 대형 로펌인 ‘율촌’ 변호사들이 공단을 대신해 대리인단으로 포진됐다. 이들은 프리젠테이션 영상을 통해 완벽한 안전보호장구와 안전장치가 마련된 공정과정을 소개했다. 이미 신형 라인으로 교체된 공장 내부가 담긴 영상에는, 피해자들의 현장이 지워져 있었다.

그 현장을 본 유족 황상기씨는 “저것은 거짓말입니다”라고 소리를 쳤다. 재판이 끝난 후, “삼성이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황유미를 살려내라”는 그의 외침은 계속됐다. 지워져버린 현장, 땅에 묻혀 말이 없는 피해자들, 정부와 삼성의 공조에 대응해야 하는 너무나 불리한 싸움. 언제까지 이들은 너무나 공고한 삼성의 벽 앞에서 ‘내 가족을 살려내라’는 외침을 이어가야 할까.

윤지연 참세상 기자 | media@mediatoday.co.kr 

2012년 6월 4일 월요일

탈북자=변절자? 종북논란, 민주통합당으로 확산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6-04일자 기사 '탈북자=변절자? 종북논란, 민주통합당으로 확산'을 퍼왔습니다.
[아침신문솎아보기] 국가관 논란으로 확산… 보수언론 총공세, 야권연대에도 ‘빨간 불’

임수경 민주통합당 의원이 4일자 아침신문 톱을 장식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의원 비례대표 21번으로 당선된 바 있는 임 의원은 지난 1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탈북자인 백요셉씨와의 대화 중 폭언을 한 것이 탈북자 비하 발언,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욕설 발언 등으로 파문이 확산됐다.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제명 추진 논란이 종북 논란과 국가관 논란으로 확대된 가운데 민주통합당도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일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보수신문들은 특히 통일운동을 했던 임수경 의원의 과거 전력을 문제삼고 이번 발언으로 의원 자격 문제까지 제기하면서 종북 논란을 국가관 검증으로 확대시키는 모양새다.
지난 3월 뜨겁게 달궜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재수사한지 3개월만에 마무리에 들어갔지만 이렇다할 수사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이 작성한 비선 문건까지 나왔지만 윗선 배후에 대해서는 전혀 밝혀내지 못하며서 수사팀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ㅤㅎㅔㅆ던 윤슬기씨가 지난 2일 숨졌다. 윤씨는 지난 4월부터 산재 승인을 받기 위해 뛰어다녔지만 결국 두달이 안돼 세상을 떠났다. 삼성전자 반도체 및 액정화면 공장에서 일을 하다 병에 걸려 사망한 사람은 윤씨를 포함해 56명이다.
다음은 4일자 아침종합신문 머릿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임수경 의원의 발언 파문은 지난 1일 서울 종로 한 식당에서 탈북자 백씨와 대화 중 불거져 나왔다.
백씨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임 의원과 오고간 대화를 소개했고, 이에 대해 임 의원은 트윗을 통해 사과를 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보도자료를 통해 다시 한번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인터넷상 검색어를 오르내리면 큰 관심을 끌었고, 단순 헤프닝을 넘어 '변절자' 논란과 국가관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탈북자 백씨는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당시 사건을 재구성하고 녹취록까지 공개할 의사가 있다고 전해 쉽사리 파장이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임수경 발언, 무슨 일이 있었나?
백씨의 주장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따르면 지난 1일 사건은 서울 종로 한 식당 술자리에서 시작됐다.
백씨는 지난 1일 우연히 임 의원이 일행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사진 촬영을 요청해 휴대 전화를 이용해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식당 종업원이 임 의원의 보좌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임 의원을 찍은 사진을 삭제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백씨는 임 의원을 찾아가 사진 삭제를 임 의원이 지시한 거냐고 물었다. 백씨는 한 TV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가해 임 의원과 토론을 벌인 적이 있고, 임 의원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한국외대 재학 중이어서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이에 임 의원은 "그런 적 없다. 나에게 사소한 피해가 갈까봐 (보좌관들이) 신경을 쓴 것이니 이해하라"고 말했다.
문제는 백씨가 "이럴 때 북한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아시죠? 바로 총살입니다. 어디 수령님이 명하지 않은 것을 마음대로 합니까"라고 농담을 던지면서 불거졌다.
임 의원은 이같은 대답에 "너 누구냐"면서 "어디 근본도 없는 탈북자 XX가 굴러 와서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겨"라고 발언을 했고, 이어 "너 그 (새누리당) 하태경(의원)하고 북한인권인지 뭔지 이상한 짓 하고 있지. 하태경 그 변절자 XX, 내 손으로 죽여버릴 거야. 하태경 그 개XX. 진짜 변절자 XX야"라고 했다고 백씨는 주장했다.
백씨도 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선배님. 누가, 누구를 변절했느냐. 당신이 아버지라고 부른 그 살인마 김일성을 하태경 의원님이, 그리고 우리 탈북자들이 배반했다는 말씀이냐"고 응수했고, 임 의원은 "개념 없는 탈북자 XX들이 어디 국회의원에게 개기는 거야. 입 닥치고 조용히 살아. 너 몸 조심해 알았어"라고 말했다고 백씨는 주장했다.
이같은 내용은 백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하면서 일파만파 논란이 커졌고, 임 의원은 성명까지 내고 탈북청년이 보좌관들에게 ‘북한에서는 총살감’이라는 말을 해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언론과 정치권은 임 의원의 발언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태세다.
탈북자=변절자? 
4일자 신문에서는 임 의원의 발언을 상세히 소개할 뿐 아니라 사설을 통해서도 일제히 임 의원의 자격 문제를 제기했다. '탈북자=변절자'라는 인식이 곧 임 의원의 종북 의식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논리도 공통점이다.
국민일보는 사설에서 "대한민국에서 이들을 보호하고 있고 국제사회도 탈북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그런데도 쉽게 ‘변절자’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임 의원의 대북관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일보는 "물론 임 의원은 ‘보좌관에게 총살 운운한 학생을 꾸짖은 것이 전체 탈북자 문제로 비화됐다’고 밝혔으나 국민들의 뇌리에는 아직도 종북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증좌로 읽힌다"며 "종북주의자가 통합진보당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임 의원은 술자리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넘길 것이 아니라 당사자에게 사과하는 동시에 국민을 향해서도 진솔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씨의 총살 발언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한 발언이 비화됐다는 임 의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백씨의 주장하는 구체적인 발언들이 소개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정확한 사실관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하지만 이미 임 의원을 종북 의원으로 낙인찍고, 통합진보당을 엮어 야권 전체를 종북 프레임으로 묶으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특히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탈북자들과 북한 인권 운동을 두루 칭해 변절이나 이상한 짓으로 여기는 그의 사고방식이 해명된 것은 아니다. 그가 여전히 주사파의 이념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동아일보는 임 의원이 1989년 6월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대표 자격으로 참가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3년 5개월을 복역한 사실을 전하면서 "그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선정됐을 당시부터 민주당 내에서조차 ‘임종석 전 사무총장의 아바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임 전 사무총장을 1989년 주사파가 장악한 전대협의 의장으로 임 의원의 방북을 기획, 실행한 인물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임 의원이 방북 당시 다녔던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는 통합진보당 주사파의 산실(産室)로 이석기 의원 등 경기동부연합의 주력이 졸업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온 탈북자들과, 북한의 실상을 보고 북한 인권 운동가로 돌아선 전향자들을 비하한 것은 주사파의 본색을 부지불식간에 드러낸 것이 아닐까"라며 "정치권 내 주사파 종북세력을 통진당만의 문제로 국한하는 것은 협소한 시각"이라고 전했다.

▲ 조선일보 3면

새누리당도 임 의원의 '변절' 발언을 지적하며 종북 논란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우 대변인은 "임 의원이 어느 나라 의원인지 참담한 심정이다. 공당의 국회의원이 어떻게 이런 폭언과 망발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는지 의아스러울 뿐”이라며 “도대체 누구를 변절했다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임 의원의 발언으로 불거진 이번 사태가 종북 논란으로 민주당에 불꽃이 튈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동아일보는 민주당 당직자의 말을 빌려 "통합진보당의 종북 논란이 예민하게 불거진 시기에 오해받기 딱 좋은 사건이 터져 머리가 아프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도 탈북단체들의 반응과 백요셉씨의 인터뷰, 임수경 의원 과거 전력 분석을 1면과 3면 관련기사에 걸쳐 실었다.
조선일보는 아예 사설을 통해 임 의원의 조국이 어디인지를 묻는 질문으로 임 의원을 압박했다. 조선일보는 "탈북자들은 김씨 세습 왕조 밑에선 도저히 못살겠다며 목숨 걸고 대한민국 땅을 찾은 사람들"이라며 "임 의원이 그런 2만여 탈북(脫北) 국민을 변절자로 보고, 북한 민주화 운동에 발 벗고 나선 하태경 의원을 자기 손으로 처단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면 임 의원의 마음속 조국은 북조선공화국이라는 뜻인가"이라고 물었다.
중앙일보도 사설을 통해 "탈북자들과 운동권 출신으로 북한 인권운동을 벌여온 하 의원을 “변절자”라고 부른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북한 정권에 정치적·도덕적 정통성이 있으며, 충성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임 의원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온 데는 통일 논의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발언으로 그에게 국민을 대표해 국정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임 의원이 직접 탈북자를 포함한 국민 앞에 나와 사과를 하는 건 기본이다. 민주통합당이 당 차원에서 임 의원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보도했다.
보수 신문들이 임 의원의 발언과 통합진보당 사태를 계기로 국회의원의 국가관 논란을 확대시키고 있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상의 자유가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논란이 매카시즘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선 안 된다”는 발언을 분석해 국가관 논란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한겨레는 "박 전 위원장이 이런 발언을 한 건 최근 통합진보당이 ‘종북 논란’에 휩싸여 뭇매를 맞는 상황에서 보수 후보로서 분명한 정체성을 드러내 보이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또한 이렇게 하는 게 12월 대선을 치르는 데 유리하다고 계산했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진보정당과 연대를 한 민주통합당까지 ‘이념적으로’ 몰아붙일 수 있는 정치적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박 전 위원장은 문제의 발언 당시 “이 사태에 민주통합당도 큰 책임이 있다”며 ‘민주당 책임론’을 거론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겨레는 "그가 내세우는 가치가 2012년의 시대정신을 제대로 담보하고 있느냐에 대한 의문과, 그의 리더십이 개발독재를 이끈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권위주의적이고 일방통행식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 탓이 컸다"며 "‘국가관’을 이유로 대의기관인 국회의원 거취를 결정하자는 박 전 위원장 발언은 이런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킬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신문 1면

실제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박 전 위원장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5·16 군사쿠데타를 구국의 혁명이라고 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국가관 논란이 박 전 위원장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여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겨레는 "이석기 의원 등의 최근 발언이나 행동에 공안적인 것이 전혀 없는데도 제명 운운한 것은 매카시즘적 발상(유창선 박사)",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의회에 들어와 대한민국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실질적으로 심각하게 훼손하는 게 보인다면 제명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국가관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국회 입성이 안 되고 제명하자는 건 매우 위험하다(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는 발언을 소개하면서 국가관 논쟁과 논란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 ‘흐지부지’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39)의 폭로로 시작된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가 흐지부지 되고 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형사부 등의 검사 14명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48)과 그의 수하인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42)을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기소했지만 사실상 청와대 윗선은 밝히지 못했다.
경향신문은 "이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를 받기 전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증거인멸의 ‘몸통’이라고 자인했다. 또 최 전 행정관의 혐의는 장 전 주무관의 구체적인 폭로로 이미 드러난 상태였다. 검찰이 밝혀냈다고 하기엔 민망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경향신문은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진 전 과장이 작성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2008·8·28)’라는 문건을 압수했다. 문건에는 “VIP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 → BH 비선 → VIP(또는 대통령실장)’로 한다”고 돼 있다. VIP는 대통령, BH는 청와대를 말한다"며 "그러나 검찰은 지원관실이 운영된 2008년 7월~2010년 7월 대통령실장을 지낸 정정길 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에게 최근 서면조사서를 보내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4월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관봉 형태로 건네진 5000만원은 이번 사건의 핵심을 밝혀줄 열쇠로 통했지만 검찰은 이에 대한 수사도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은 "장 전 주무관은 “장석명 민정수석실 비서관이 줬다고 들었다”고 했지만 검찰은 장 비서관을 지난달 말 한 차례 불러 조사하는 데 그쳤다"며 "이 돈은 불법사찰과 증거인멸 관련자들이 2심에서 유죄를 받은 시점에 전달됐다. 또 장 전 주무관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돈이 전달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정부 기관의 공금이나 정권 실세의 비자금, 또는 민간기업에서 흘러든 부적절한 자금으로 밝혀질 경우 그 자체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윤슬기씨 숨져
삼성전자 액정화면(LCD) 천안공장에서 일해온 윤슬기씨가 지난 2일 숨을 거뒀다.
윤씨는 1999년 LCD 공장에서 근무하다 재생불량성빈혈에 걸려 13년간 투병해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 4월 근로복지공단에서 자신과 같은 질환을 앓던 김지숙씨가 산재 승인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산재 신청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상담을 받은 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 산재 신청을 하지 못했다.
윤씨는 지난 군산여상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9년 6월7일 삼성전자 LCD 천안사업장에 입사해 이 공장에서 LCD 패널을 자르는 일을 맡았다.
윤씨가 잘라낸 LCD 패널은 바로 앞 공정에서 화학물질을 바른 뒤 옮겨진 것이었는데 그는 화학물질이 묻은 패널을 다뤘지만 면장갑만 끼고 일했고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았다. 또한 바로 앞 공정과 윤씨가 일하던 공정 사이의 출입문은 항상 열려 있었다. 화학물질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았던 셈이다.

▲ 경향신문 10면

윤씨는 이같은 작업환경에서 근무를 시작한지 5개월 만에 쓰러져 병원에서 재생불량성빈혈 판정을 받았고, 그해 12월 퇴사했다. 윤씨는 지난 13년간 수혈에 의존하다가 지난달 상태가 급악화돼 병원에 입원했지만 재생불량성빈혈로 인한 폐출혈과 장출혈로 끝내 숨졌다.
이종란 노무사는 “윤씨가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 청구를 준비해왔기 때문에 유족이 대신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재진 기자 | jinpress@mediatoday.co.kr  

2012년 4월 18일 수요일

공유정옥 "삼성에서 터진 물꼬, 반도체 전반 산재인정돼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18일자 기사 '공유정옥 "삼성에서 터진 물꼬, 반도체 전반 산재인정돼야"'를 퍼왔습니다.

ⓒ민중의소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유정옥 연구원

최근 3년간 기준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0%의 보험료율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는 삼성전자에서 산업재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온양공장에서 일했던 김지숙(37)씨가 암 질환과 비슷한 재생불량설 빈혈을 앓다가 지난 10일 산재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 빈혈 등의 암 질환으로 22명의 노동자가 산재 신청을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지금까지 한 명을 제외하고는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도체 산재가 인정된 건 김지숙 씨가 처음이다. 이 외에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그동안 모은 피해자만 해도 16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올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유정옥 연구원은 “5년 째 싸워 이제야 한 명 산재 인정을 받았어요. 삼성에서 물꼬가 터야 영세 반도체업체에서도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겠죠”라며 앞으로도 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재 신청 활동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산재가 인정됐을 때 보상금은 근로복지공단에서 나오지만, 공유정옥 연구원은 정작 정부보다 ‘삼성’과의 싸움에 직면해있다고 했다. 삼성이 계속해서 산재 신청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유정옥 연구원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요”, “몸이 안 좋아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이래야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 직업병을 예방하고 피해자가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이 새로운 이정표가 되길”

- 삼성반도체 노동자가 첫 산재 인정을 받았다. 그동안 계속 지켜봐왔을 텐데.“산재보험보상이라는 게 큰 돈은 아니고 치료비나 생계비의 일부인 정도다. 김지숙 씨가 앓고 있던 재생불량성 빈혈은 전암성 질환이라고 하는데, 암은 아니지만 암과 거의 같다고 본다. 골수 기능이 망가져서 피를 못 만들기 때문에 백혈병처럼 골수를 이식해야 한다. 육체적·정신적 타격이 컸을 것이다. 사실 산재보험보상이라는 게 큰 돈은 아니고 치료비나 생계비의 일부일 뿐이지만 필요한 분이 받을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

- 이번 산재 인정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산재 신청을 작년 4월에 했으니까 거의 1년만에 인정됐다. 너무 늦었다. 김지숙 씨 말고도 반올림을 통해 산재 신청한 사람만 22명이고, 그중 삼성 노동자만 21명이다. 김지숙 씨 한명 빼고 모두 산재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들 중에는 김지숙씨와 같은 시기에 같은 공정에서 일하고 비슷한 계열의 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있다. 김지숙씨가 인정을 받았으니 나머지 분들도 다시 산재를 인정받아야 된다. 특히 김지숙 씨와 같은 곳에서 일한 두 명은 당연히 산재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번 결정이 새로운 이정표가 됐으면 좋겠다.” 

- 이번 산재 인정에 대해 삼성 측 반응은 어떤가?“산재 인정이 되기에 앞서 삼성 측이 피해자들에게 대화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우리 얘기를 듣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삼성 측에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인정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에 대한 항소심에 개입하고 있는 것을 중단하라, 중단해야 진정성 있게 만나지 않겠냐’고 답변했고, 그에 대한 삼성 측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다. 그동안 삼성이 피해자들을 덮어왔을지라도 우리가 알게 된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피해가 없다고 할 수 없으니까 부담이 됐던 것 같다. 아니, 삼성은 부담을 가져야 한다.”

- 삼성반도체가 이번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삼성반도체는 그동안 공식 블로그에 매일 ‘물타기’ 정보를 올려왔는데, 이번 김지숙씨 건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하더라. 오만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노동자가 산재보험을 받는 일은 삼성이 받아들이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삼성이 반성해야할 문제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산재 인정을 하지 않았던 근로복지공단이 이번에 인정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제일 큰 이유는 피해자들과 활동가들이 계속 지면서도 끝까지 싸워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뒤에서는 회사의 온갖 방해가 있었지만 전·현직 노동자들이 익명·실명으로 제보해왔다. 반올림이 찾은 피해자만도 160여명이다. 자식들이 이미 죽거나 산재 불승임을 받으면 포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피해자 가족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서 싸움을 그만두면 이렇게 일해도 되는 거라고 회사가 생각할 거 아니냐, 또 다른 사람들이 이와 같은 일을 겪을 것이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다. 

또 제보자들의 정보와 정부 자신도 부정할 수 없는 조사 결과, 정권 말기가 맞물리면서 작용한 점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정부나 삼성에 산재 인정과 책임을 촉구하는 성명이나 항의서한을 계속 보내온 것이 조금씩 쌓여 힘이 됐던 것 같다. 이쯤 됐는데도 인정하지 않으면 그건 ‘똥고집’이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는 게 아닌가.”

- 이번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산재 인정이 다른 노동 현장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을까.“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반도체, LCD 산업체도 똑같이 피해자가 있다. 공식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노동자만 해도 수백 명은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삼성에서 물꼬가 터져야 더 영세한 업체에서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비록 한 명이라 할지라도 이처럼 공식 기록으로 남아야 정책을 통해 산업에 대한 예방과 규제로까지 이어질 수 잇을 것이다. 산재 인정 한 명 받는 게 별거 아닐지도 모르지만 사회적으로 중요하다.” 

- 지금 할 수 있는 건 산재 인정을 받는 정도일 뿐인가.“산재 인정 다음 정부가 해야 할 것은 그동안 시행했던 여러 조사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정보가 공개돼야 전·현직 노동자들, 시민들이 반도체 산업의 위험성 충분히 알고 사회적 조치에 대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보건 영역까지 들어온 삼성

-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노동자가 보상금을 받는 건데, 왜 삼성이 인정을 안 하려고 하나. “산재보험은 모든 사업주들이 낸 보험료로 정부가 운용하고, 필요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주어진다. 때문에 삼성은 작업 공정 과정에서 산재가 발생한 것을 인정하고 정부 보상받는 걸 도와주면 된다. 그런데 왜 삼성이 이를 방해할까. 작년 국정감사 때 민주당 의원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질의한 내용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무재해 기록 때문에 보험료율을 50% 감면 받았다고 하더라. 이에 삼성은 3.5% 보험료율이 적용돼 연간 143억 정도 절감했다. 하지만 반도체 피해자들 중 한명이라도 공식 산재 인정이 되면 절감됐던 보험료를 다시 내야한다. 그러니까 피해자들한테 와서 산업 재해 신청 포기하는 조건으로 몇 억원 주겠다고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재해가 없어서 보험료를 감면받은 게 아니라 산재 신청을 못하게 회유하고 은폐해왔던 것이다.”


- 이번 산재 인정의 여파로 다른 피해자들도 산재 인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나.“우리가 하고 있는 산재 불승인을 한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소송 마다 삼성에서 고용한 변호사가 들어가고, 피고 측인 근로복지공단의 참관인으로 삼성이 들어온다. 이 때문에 김지숙 씨 건과 다른 피해자들 건은 서로 다른 경우라고 분리해 산재 인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얼마나 재판부가 합리적으로 판정할지 지켜봐야 될 것 같다.”

- 삼성이 산재 부분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디까지인가. “예를 들면 지난 3월에 삼성 SDI주주총회에서 사외 이사로 노민기 씨가 임명됐는데, 그는 전임 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었다. 근로복지공단처럼 안전·보건에 대해 관리·감독하는 곳으로 이사장이면 굉장히 중요한 핵심 인사인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었던 박병성 씨도 삼성의 자문위원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삼성이 정부 고위 관료들을 다 자기네 사람들로 만들고 있다는데, 이것이 안전·보건 영역까지 온 것이다. 비난 받아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반도체 산재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더 해야 할 것이 있다면.“반올림과 피해자만의 싸움이 되어서는 이길 수 없다. 연대와 단결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계속 산재 신청을 하고 거부되면 소송을 거는 활동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산재 인정의 문턱도 더 낮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업주의 책임도 더 엄하게 물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힘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삼성은 무노조 경영이다. 안전보건 분야 활동가들은 노조가 없으면 산재 인정, 산재 예방이 안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

2012년 4월 15일 일요일

재생불량성 빈혈 산재인정, 의미 축소해서는 안 된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14일자 기사 '재생불량성 빈혈 산재인정, 의미 축소해서는 안 된다'를 퍼왔습니다.
[기고] 문웅·노무법인 산재 대표노무사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삼성반도체 근로자가 신청한 "혈소판 감소증 및 재생불량성 빈혈"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위의 질병은 반도체공정에서 유발될 수 있는 벤젠(유기용제), 포름알데이드, 전리방사선 등에 의해 발병될 수 있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되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상 업무상 질병중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 물론 산재법에서는 이에 대한 인정기준으로 일정농도 및 근무기간 등을 명시하고 있다.


한편, 산업의학계에서는 유해물질에 의한 직업병의 경우 반드시 법에서 정한 일정농도 또는 근무기간 이상을 미달하더라도 충분히 직업병에 이환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문웅·노무법인 산재 대표노무사

그러나, 유해물질 피폭 가능성이 추정되는 사업장 근로자들이 최초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법에서 정한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근로복지공단의 판정은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 등 산재 불승인 이후 이의신청 절차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근로복지공단 스스로 최초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것이라 그 의미가 크다.


판례는 2007년 6월에 이미 직업병과 관련하여 최초 결정기관보다 진일보한 판결을 한 바 있다.


“10여년 전 공사도중 노출된 석면이 원인이 되어 폐암이 발병되었거나 자연적인 진행 경과 이상으로 악화되었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결(대법2005두517, 2007.06.01)이 그것이다.


즉, 판례는 업무상 질병에 있어 근로복지공단보다 폭넓게 인정하였으며, 그 결과, 근로자들은 소송에 가서야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었다. 이는 사회·경제적 약자인 근로자들에게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한편, 삼성은 "공단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라고 하면서 "공단이 명확한 발병 원인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영향 가능성만으로 산재를 인정한 것으로 보상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에 따른 판정"이라며 그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판정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오는 잘못된 해석으로 보인다.


업무상 질병의 경우,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등 전문기관이 역학조사 및 작업환경 측정 등을 통해 현재 및 과거에 노출되었거나 노출될 수 있는 유해물질의 존재여부를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산업의학적 측면의 '과학적 추정‘이 수반되며, 대법원 또한 이러한 기조에 의해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번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은 그동안 지나치게 엄격했던 업무상 질병에 대한 기준에 대해 공단 스스로 유연성과 합리성을 더한 것 같아 진심으로 환영한다.


더불어, 이번 결정이 앞으로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쳐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 하고자 하는 산재법 본연의 목적을 이루는데 초석이 되길 바란다.

문웅·노무법인 산재 대표노무사

2012년 4월 11일 수요일

삼성반도체 노동자, 사상 첫 산재승인.."삼성 사과해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10일자 기사 '삼성반도체 노동자, 사상 첫 산재승인.."삼성 사과해야"'를 퍼왔습니다.
근로복지공단, 김지숙씨 '재생불량성 빈혈' 산재 인정


ⓒ김철수 기자 지난해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집단 백혈병에 대한 일부 산재인정 판결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인정에 불복하고 항소장을 접수한 것에 대해 유족들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했던 노동자의 산업재해 신청이 처음으로 받아들여졌다. 

근로복지공단은 10일 지난 1993년 12월부터 1999년까지 삼성전자 기흥 공장과 온양 공장에서 총 5년5개월여간 근무했던 김지숙(37) 씨에 대해 '혈소판감소증 및 재생불량성 빈혈' 증세를 산재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재생불량성빈혈은 골수 손상으로 조혈 기능에 장애가 생겨 백혈구, 혈소판 등이 감소하는 질병으로 증상이 악화되면 백혈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김지숙 씨가 삼성전자 근무 과정에서 벤젠이 포함된 유기용제와 포름알데히드 등에 간접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고, 1999년 퇴사 당시부터 빈혈과 혈소판 감소 소견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 인과 관계를 인정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 빈혈 등으로 노동자는 22명이 산재를 신청했지만 산재 판정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이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이 내려온 불승인 처분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근로복지공단 스스로 인정을 한 셈"이라며 "김지숙씨의 산재승인을 통해 공단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근로복지공단은 그동안 김지숙 씨와 동일한 작업환경에서 발병한 동일계통의 질환을 겪고 있는 송창호, 김은경, 유명화, 고 황유미, 고 이숙영, 고 황민웅씨 등에 대해서는 역학조사 결과 벤젠 등 발암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번번히 불승인 판정을 내려왔다. 

반올림은 "똑같은 직업병 피해를 당하고도 과거 산재신청이 모두 불승인 되고, 이후 힘겨운 행정소송 중에 있는 삼성반도체 다른 피해자들에 대하여도 이번 결정으로 인해 산재인정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반올림은 "삼성은 계속 발암물질은 없고 직업병은 아니라고 속이기만 할 게 아니라 이번 김지숙씨의 산재승인 결정을 통해 다시한번 반도체공장의 작업환경에 큰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직업병 피해자들 및 국민들에게 사과와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그것의 첫 출발은 직업병 피해자들의 산재인정을 위한 행정소송에 삼성의 개입(소송보조참가신청) 철회"라고 강조했다. 

'반올림'의 공유정옥 활동가(산업의학 전문의)는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근로복지공단의 결정 배경에 대해 "처음에 비해 아무래도 삼성반도체 산재에 관한 많은 진실들이 알려졌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발표도 있어서 산재판정위원회 전문가들도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18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삼성전자 산재 노동자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지난 2월 발표된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결과에서도 삼성 반도체 공정 등에서 벤젠 등 발암물질이 검출된 만큼 산재 인정은 마땅하다"며 "뒤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경 의원은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 등은 행정법원에서 산재를 인정받고도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로 2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나머지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도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의원은 “무엇보다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작업환경 개선이 시급하고, 직업성 암의 산재 인정 기준이 합리적으로 조정돼서 억울한 직업성 암 피해자들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결정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이번 판정은 명확한 발병 원인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영향 가능성만으로 산재를 인정한 것"이라면서도 "근로자들의 보상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에 따른 판정으로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유정옥 활동가는 "절대다수의 질병이 명확한 원인이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게 예외적인 게 아니다"라며 " 명확한 발병원인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흠을 잡는다면 질병을 갖고 산재인정을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공유정옥 활동가는 "생존과 인권을 보장하려는 것이 산재보험의 취지"라며 "국가가 노동자의 산재를 인정해 주는 것이 대한민국 사회가 살 만한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