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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10일 수요일

"반도체 설비에 문제 생기면 코로 냄새 맡아 오류 찾았는데…"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09일자 기사 '"반도체 설비에 문제 생기면 코로 냄새 맡아 오류 찾았는데…"'를 퍼왔습니다.
[현장] 반도체 직업병 사망자 추모 퍼포먼스

"이 방진복(防塵服)은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입는 옷인데 사람의 몸이 아니라 제품을 보호하는 옷입니다. 사람 몸의 각질이 제품에 떨어질까 봐 입는 것이고 화학물질은 사람 몸으로 다 투과됩니다."9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국제반도체대전행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행사장 밖에 흰 방진복을 입은 사람들이 무리지어 섰다. 지나가던 행인이 방진복을 가리키며 "부직포처럼 생긴 이게 뭐냐"고 묻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활동가 공유정옥 씨가 이렇게 설명했다.

▲9일 오전 방진복을 입고 추모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반올림 활동가들 ⓒ프레시안(남빛나라)

반도체 산업의 첨단기술을 전시하고 그 성과를 기념하는 행사장 앞에서 반도체 직업병 사망노동자를 추모하는 퍼포먼스가 거행됐다.

반올림 활동가이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인 송진우 씨가 "이 자리는 매년 발전하는 전자제품의 성능과 기능 그리고 기술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자리"라고 말하며 "(그러나) 이 사업이 얼마나 많은 노동자의 고통, 죽음, 아픔을 가져왔는지 추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추모식을 시작했다.

실내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 산업 종합전시회가 진행 중인 만큼, 추모식이 열린 킨텍스 행사장 주변은 반도체 사업 관계자와 반도체 업체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 등 반도체 사업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송 씨는 "반도체 칩을 만들기 위해, 설비에 이상이 생기면 측정장비보다 자신의 코를 이용해서 오류를 찾아냈던 노동자들, 반도체 칩을 보호하기 위해 입었던 방진복이 자신을 보호하는 줄로 알고 일했던 노동자들, 화학물질이 새면 보호장비도 없이 걸레로 닦아냈던 노동자들"이라며 그동안 보고 들어온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그들에게 전했다.

송 씨는 "방사선을 방출시키는 설비를 어떤 보호구도 없이, 방진복 하나 믿고 유지·보수했던 노동자들"이라고 말하며 반도체 노동자들을 위한 안전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밝혔다.

이어 사망하거나 투병 중인 반도체 노동자들 한명 한명의 이름과 병명이 불렸다. 송 씨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인 19세에 입사해서, 퐁당퐁당 장비라 불렸던 수동장비를 이용해 화학물질 세척업무를 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22세에 죽어간 황유미"라고 말하며 지난 2007년 3월 6일 사망한 황유미 씨의 이름을 불렀다.

다음으로 송 씨는 "황유미와 함께 2인 1조로 일하다가 백혈병에 걸려 죽어간 31살 이숙영"씨의 이름을 불렀다. 지난 2010년 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는 반올림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곳에서 일하는 두 명이 희귀한 백혈병에 동시에 걸렸다는 사실이 이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설비 엔지니어로 유지보수업무를 하다가 2005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故 황민웅 씨의 이름이 이어졌다.

황 씨의 부인 정애정 씨는 2008년 4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유족급여)를 신청했으나 2008년 5월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이후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과 함께 2010년 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기각됐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반올림이 목격한 반도체 노동자들의 이름과 병명이 불리는 동안 주위가 잠시 소란해지기도 했다. 반도체대전에 참가한 한 구직자는 "뭐 어쩌라고 여기서 저런 걸 하는 거냐? 우리보고 취업하지 말라고?"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공을 바꾸라는 건가?"라며 농담하는 구직자도 있었다. 한 구직자는 "축제에 와서 왜 저러는 거냐"고 의아해하기도 했지만 아무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지난 6월에 삼성 LCD 천안공장에서 까만 유릿가루를 날리며 LCD 패널을 자르는 업무를 하던 윤슬기님이 중증재생불량성빈혈에 걸려 13년간 모진 투병 끝에 31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송 씨가 말을 마칠 때까지 불린 노동자는 총 24명이었다.

송 씨는 "(이외에도) 이렇게 반도체 전자산업에서 직업병으로 죽어간 노동자들은 60여 명이 넘는다"며 "반도체 전자산업에서 일하다가 병들고 죽어간 노동자들의 삶과 고통, 죽음이 이야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빛나라 기자

2012년 4월 18일 수요일

공유정옥 "삼성에서 터진 물꼬, 반도체 전반 산재인정돼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18일자 기사 '공유정옥 "삼성에서 터진 물꼬, 반도체 전반 산재인정돼야"'를 퍼왔습니다.

ⓒ민중의소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유정옥 연구원

최근 3년간 기준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0%의 보험료율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는 삼성전자에서 산업재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세상 밖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 기흥공장과 온양공장에서 일했던 김지숙(37)씨가 암 질환과 비슷한 재생불량설 빈혈을 앓다가 지난 10일 산재 인정을 받게 된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 빈혈 등의 암 질환으로 22명의 노동자가 산재 신청을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지금까지 한 명을 제외하고는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도체 산재가 인정된 건 김지숙 씨가 처음이다. 이 외에도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그동안 모은 피해자만 해도 16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올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공유정옥 연구원은 “5년 째 싸워 이제야 한 명 산재 인정을 받았어요. 삼성에서 물꼬가 터야 영세 반도체업체에서도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겠죠”라며 앞으로도 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재 신청 활동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산재가 인정됐을 때 보상금은 근로복지공단에서 나오지만, 공유정옥 연구원은 정작 정부보다 ‘삼성’과의 싸움에 직면해있다고 했다. 삼성이 계속해서 산재 신청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유정옥 연구원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요”, “몸이 안 좋아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이래야 반도체 공정 과정에서 직업병을 예방하고 피해자가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이 새로운 이정표가 되길”

- 삼성반도체 노동자가 첫 산재 인정을 받았다. 그동안 계속 지켜봐왔을 텐데.“산재보험보상이라는 게 큰 돈은 아니고 치료비나 생계비의 일부인 정도다. 김지숙 씨가 앓고 있던 재생불량성 빈혈은 전암성 질환이라고 하는데, 암은 아니지만 암과 거의 같다고 본다. 골수 기능이 망가져서 피를 못 만들기 때문에 백혈병처럼 골수를 이식해야 한다. 육체적·정신적 타격이 컸을 것이다. 사실 산재보험보상이라는 게 큰 돈은 아니고 치료비나 생계비의 일부일 뿐이지만 필요한 분이 받을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

- 이번 산재 인정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산재 신청을 작년 4월에 했으니까 거의 1년만에 인정됐다. 너무 늦었다. 김지숙 씨 말고도 반올림을 통해 산재 신청한 사람만 22명이고, 그중 삼성 노동자만 21명이다. 김지숙 씨 한명 빼고 모두 산재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들 중에는 김지숙씨와 같은 시기에 같은 공정에서 일하고 비슷한 계열의 병에 걸린 노동자들이 있다. 김지숙씨가 인정을 받았으니 나머지 분들도 다시 산재를 인정받아야 된다. 특히 김지숙 씨와 같은 곳에서 일한 두 명은 당연히 산재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번 결정이 새로운 이정표가 됐으면 좋겠다.” 

- 이번 산재 인정에 대해 삼성 측 반응은 어떤가?“산재 인정이 되기에 앞서 삼성 측이 피해자들에게 대화를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우리 얘기를 듣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삼성 측에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인정 판결을 내린 서울행정법원에 대한 항소심에 개입하고 있는 것을 중단하라, 중단해야 진정성 있게 만나지 않겠냐’고 답변했고, 그에 대한 삼성 측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다. 그동안 삼성이 피해자들을 덮어왔을지라도 우리가 알게 된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피해가 없다고 할 수 없으니까 부담이 됐던 것 같다. 아니, 삼성은 부담을 가져야 한다.”

- 삼성반도체가 이번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삼성반도체는 그동안 공식 블로그에 매일 ‘물타기’ 정보를 올려왔는데, 이번 김지숙씨 건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하더라. 오만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노동자가 산재보험을 받는 일은 삼성이 받아들이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삼성이 반성해야할 문제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산재 인정을 하지 않았던 근로복지공단이 이번에 인정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제일 큰 이유는 피해자들과 활동가들이 계속 지면서도 끝까지 싸워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뒤에서는 회사의 온갖 방해가 있었지만 전·현직 노동자들이 익명·실명으로 제보해왔다. 반올림이 찾은 피해자만도 160여명이다. 자식들이 이미 죽거나 산재 불승임을 받으면 포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피해자 가족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여기서 싸움을 그만두면 이렇게 일해도 되는 거라고 회사가 생각할 거 아니냐, 또 다른 사람들이 이와 같은 일을 겪을 것이 아니냐는 생각 때문이다. 

또 제보자들의 정보와 정부 자신도 부정할 수 없는 조사 결과, 정권 말기가 맞물리면서 작용한 점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정부나 삼성에 산재 인정과 책임을 촉구하는 성명이나 항의서한을 계속 보내온 것이 조금씩 쌓여 힘이 됐던 것 같다. 이쯤 됐는데도 인정하지 않으면 그건 ‘똥고집’이다. 이제야 제자리를 찾는 게 아닌가.”

- 이번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산재 인정이 다른 노동 현장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을까.“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반도체, LCD 산업체도 똑같이 피해자가 있다. 공식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노동자만 해도 수백 명은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삼성에서 물꼬가 터져야 더 영세한 업체에서 피해를 입은 노동자들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비록 한 명이라 할지라도 이처럼 공식 기록으로 남아야 정책을 통해 산업에 대한 예방과 규제로까지 이어질 수 잇을 것이다. 산재 인정 한 명 받는 게 별거 아닐지도 모르지만 사회적으로 중요하다.” 

- 지금 할 수 있는 건 산재 인정을 받는 정도일 뿐인가.“산재 인정 다음 정부가 해야 할 것은 그동안 시행했던 여러 조사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정보가 공개돼야 전·현직 노동자들, 시민들이 반도체 산업의 위험성 충분히 알고 사회적 조치에 대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보건 영역까지 들어온 삼성

-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노동자가 보상금을 받는 건데, 왜 삼성이 인정을 안 하려고 하나. “산재보험은 모든 사업주들이 낸 보험료로 정부가 운용하고, 필요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주어진다. 때문에 삼성은 작업 공정 과정에서 산재가 발생한 것을 인정하고 정부 보상받는 걸 도와주면 된다. 그런데 왜 삼성이 이를 방해할까. 작년 국정감사 때 민주당 의원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질의한 내용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무재해 기록 때문에 보험료율을 50% 감면 받았다고 하더라. 이에 삼성은 3.5% 보험료율이 적용돼 연간 143억 정도 절감했다. 하지만 반도체 피해자들 중 한명이라도 공식 산재 인정이 되면 절감됐던 보험료를 다시 내야한다. 그러니까 피해자들한테 와서 산업 재해 신청 포기하는 조건으로 몇 억원 주겠다고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재해가 없어서 보험료를 감면받은 게 아니라 산재 신청을 못하게 회유하고 은폐해왔던 것이다.”


- 이번 산재 인정의 여파로 다른 피해자들도 산재 인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나.“우리가 하고 있는 산재 불승인을 한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소송 마다 삼성에서 고용한 변호사가 들어가고, 피고 측인 근로복지공단의 참관인으로 삼성이 들어온다. 이 때문에 김지숙 씨 건과 다른 피해자들 건은 서로 다른 경우라고 분리해 산재 인정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얼마나 재판부가 합리적으로 판정할지 지켜봐야 될 것 같다.”

- 삼성이 산재 부분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디까지인가. “예를 들면 지난 3월에 삼성 SDI주주총회에서 사외 이사로 노민기 씨가 임명됐는데, 그는 전임 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이었다. 근로복지공단처럼 안전·보건에 대해 관리·감독하는 곳으로 이사장이면 굉장히 중요한 핵심 인사인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이었던 박병성 씨도 삼성의 자문위원과 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삼성이 정부 고위 관료들을 다 자기네 사람들로 만들고 있다는데, 이것이 안전·보건 영역까지 온 것이다. 비난 받아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반도체 산재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더 해야 할 것이 있다면.“반올림과 피해자만의 싸움이 되어서는 이길 수 없다. 연대와 단결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계속 산재 신청을 하고 거부되면 소송을 거는 활동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산재 인정의 문턱도 더 낮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업주의 책임도 더 엄하게 물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힘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삼성은 무노조 경영이다. 안전보건 분야 활동가들은 노조가 없으면 산재 인정, 산재 예방이 안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지현 기자 cjh@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