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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1일 수요일

삼성반도체 노동자, 사상 첫 산재승인.."삼성 사과해야"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10일자 기사 '삼성반도체 노동자, 사상 첫 산재승인.."삼성 사과해야"'를 퍼왔습니다.
근로복지공단, 김지숙씨 '재생불량성 빈혈' 산재 인정


ⓒ김철수 기자 지난해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집단 백혈병에 대한 일부 산재인정 판결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인정에 불복하고 항소장을 접수한 것에 대해 유족들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영등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했던 노동자의 산업재해 신청이 처음으로 받아들여졌다. 

근로복지공단은 10일 지난 1993년 12월부터 1999년까지 삼성전자 기흥 공장과 온양 공장에서 총 5년5개월여간 근무했던 김지숙(37) 씨에 대해 '혈소판감소증 및 재생불량성 빈혈' 증세를 산재로 승인했다고 밝혔다.

재생불량성빈혈은 골수 손상으로 조혈 기능에 장애가 생겨 백혈구, 혈소판 등이 감소하는 질병으로 증상이 악화되면 백혈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김지숙 씨가 삼성전자 근무 과정에서 벤젠이 포함된 유기용제와 포름알데히드 등에 간접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고, 1999년 퇴사 당시부터 빈혈과 혈소판 감소 소견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 인과 관계를 인정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 빈혈 등으로 노동자는 22명이 산재를 신청했지만 산재 판정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이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이 내려온 불승인 처분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근로복지공단 스스로 인정을 한 셈"이라며 "김지숙씨의 산재승인을 통해 공단이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근로복지공단은 그동안 김지숙 씨와 동일한 작업환경에서 발병한 동일계통의 질환을 겪고 있는 송창호, 김은경, 유명화, 고 황유미, 고 이숙영, 고 황민웅씨 등에 대해서는 역학조사 결과 벤젠 등 발암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번번히 불승인 판정을 내려왔다. 

반올림은 "똑같은 직업병 피해를 당하고도 과거 산재신청이 모두 불승인 되고, 이후 힘겨운 행정소송 중에 있는 삼성반도체 다른 피해자들에 대하여도 이번 결정으로 인해 산재인정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반올림은 "삼성은 계속 발암물질은 없고 직업병은 아니라고 속이기만 할 게 아니라 이번 김지숙씨의 산재승인 결정을 통해 다시한번 반도체공장의 작업환경에 큰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직업병 피해자들 및 국민들에게 사과와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그것의 첫 출발은 직업병 피해자들의 산재인정을 위한 행정소송에 삼성의 개입(소송보조참가신청) 철회"라고 강조했다. 

'반올림'의 공유정옥 활동가(산업의학 전문의)는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근로복지공단의 결정 배경에 대해 "처음에 비해 아무래도 삼성반도체 산재에 관한 많은 진실들이 알려졌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발표도 있어서 산재판정위원회 전문가들도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18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삼성전자 산재 노동자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지난 2월 발표된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결과에서도 삼성 반도체 공정 등에서 벤젠 등 발암물질이 검출된 만큼 산재 인정은 마땅하다"며 "뒤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경 의원은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유미씨 등은 행정법원에서 산재를 인정받고도 근로복지공단의 항소로 2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나머지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도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의원은 “무엇보다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작업환경 개선이 시급하고, 직업성 암의 산재 인정 기준이 합리적으로 조정돼서 억울한 직업성 암 피해자들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결정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이번 판정은 명확한 발병 원인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영향 가능성만으로 산재를 인정한 것"이라면서도 "근로자들의 보상 범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에 따른 판정으로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유정옥 활동가는 "절대다수의 질병이 명확한 원인이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게 예외적인 게 아니다"라며 " 명확한 발병원인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흠을 잡는다면 질병을 갖고 산재인정을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공유정옥 활동가는 "생존과 인권을 보장하려는 것이 산재보험의 취지"라며 "국가가 노동자의 산재를 인정해 주는 것이 대한민국 사회가 살 만한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2012년 1월 21일 토요일

"뇌출혈 치료비 월 500만원, 산재 승인 늦어지면…"


이글은 프레시안 2012-01-20일자 기사 '"뇌출혈 치료비 월 500만원, 산재 승인 늦어지면…"'을 퍼왔습니다.
"산재 제도, 건강보험처럼 선지급 후평가로 바꿔야"

15년째 도로와 아파트에 인터넷 통신선을 설치하는 일을 해온 이정훈(가명·43) 씨. 이 씨는 지난해 11월 일반국도에서 일하던 중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어지러움을 느꼈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병원에서 뇌출혈 진단을 받은 그는 곧바로 수술을 받았다.

이 씨가 쓰러지기 두 달 전부터 회사는 급박한 공사기일을 맞추기 위해 하루에 11시간씩, 주말에도 거의 쉬는 날 없이 작업을 강행했다. 그는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뇌출혈이 발병했다고 판단하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승인을 신청했다. 회사에서도 산재 신청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두 달이 넘도록 산재 승인을 보류하고 있다. 이 씨는 인천산재중앙병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으면서 간병료를 포함해 매달 300~500만 원씩 드는 치료비를 고스란히 부담했다. 급한 대로 은행에서 2000만 원을 대출한 그는 "회사에서도 업무 중에 쓰러진 터라 산재를 인정하는데, 공단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씨는 "치료를 마치고 재활에 성공해 일을 재개하는 것이 목표"라면서도 "산재가 승인되지 않으면 일을 다시 시작하기도 전에 가정 파탄이 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재활 치료를 받는 환자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모든 산재 환자를 산재보험 하나로"

한국에서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는 노동자는 적은 편이다. 2006년 업무상 재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 284만여 명 가운데,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는 38%인 107만여 명에 불과하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10년 신상도 서울대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응급실에 온 직업성 손상자는 21만 명이었으나 그해 전체 산재 환자는 약 8만 명 미만이었다.

보건의료노조와 환자단체연합회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19일 '산재보험 및 산재병원의 현실과 과제'를 주제로 인천산재병원에서 워크숍을 열었다.

발제를 맡은 임준 가천의과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산재보험 제도가 산재환자를 구조적으로 배제하고 있다"며 "산재를 입증할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때 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걸어 허락받고 치료받는 환자는 없다"며 "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산재보험도 보편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업무상 인과관계를 따지기보다는 직업 관련성만 있으면 산재를 포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특히 이미 역학적으로 직업 관련성이 입증된 질병은 환자가 직접청구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산재보험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환자가 아니라 병원이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을 분리해서 청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병원이 환자의 질병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관련 직업 목록이 검색되도록 한다. 만약 환자가 해당 직업군에 종사하면 병원이 환자를 산재보험 청구 대상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부적절한 청구를 가려내는 대안으로 임 교수는 "병원이 청구한 건강보험 급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이를 반증하듯이, 산재보험 청구가 부적절하다면 산업재해심사평가원과 같은 기구가 나중에 반증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임 교수는 이처럼 산재보험에도 '선지급 후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면, 산재 환자 대다수가 조기에 치료해서 직장에 복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재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 이미 치료시기를 놓치고 뒤늦게 요양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노동자를 비인간적으로 몰아넣는 현재의 산재 시스템이 만든 결과"라고 덧붙였다.

산재 입증 책임 '노동자→공단' 전환 법안 계류 중 

이와 비슷한 법안도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11월 이미경 민주당 의원 등은 산재가 생겼을 때 재해와 업무 사이의 입증책임을 지는 주체를 노동자에서 근로복지공단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업무상 질병에 걸린 노동자가 업무 수행과정에서 유해·위험요인을 취급하거나 이에 노출된 경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해당 질병을 산재로 추정하도록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의가 있는 사건에 대해 산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해야 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한나라당 의원까지 서명한 이 개정안을 사용자 보험료 부담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실정이다. 임 교수는 "더 많은 산재가 드러나야 노동부도 제대로 산재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며 "그래야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의 역할도 강화된다"고 지적했다.



/김윤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