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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3일 수요일

부자 신문 <동아일보>의 '무지' 혹은 '혹세무민'?


이글은 프레시안 2013-03-12일자 기사 '부자 신문 (동아일보)의 '무지' 혹은 '혹세무민'?'을 퍼왔습니다.
[기고] "중증 질환, 부자가 더 걸린다" 기사에 부쳐

지난 3월 7일 (동아일보)는 1면과 5면에 "중증 질환,부자가 더 걸린다", "가난이 병은 옛말, 부자 동네 4대 중증 환자 더 많다"(이지은, 이샘물 기자) 등의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관련 기사 : 중증 질환 부자가 더 걸린다 / '가난이 병'은 옛말, 부자 동네 4대 중증 환자 더 많다)

이 기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 이용 자료를 놓고서 빅데이터(Big Data) 분석을 시도한 것이다. '빅데이터'는 기존의 관리, 분석 접근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막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포괄하는 용어다. 즉 이 기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엄청난 의료 이용 자료 데이터를 이용해 국민 건강 상황을 분석한 결과다.

하지만 이런 (동아일보)의 분석 결과를 놓고서 국내의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는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프레시안)에 공동으로 기명 반론을 보냈다. 이들은 (동아일보)의 기사가 "분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 이용 자료를 엉뚱하게 해석해 심각한 오류를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시안)은 자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엉터리 분석이 (동아일보)와 같은 유력한언론을 통해서 대서특필되는 관행을 비판적으로 점검해 보는 차원에서 이들의 기고를 전문 게재한다. 또 이번 (동아일보)의 기사는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빅데이터 분석에 언론이 훨씬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편집자)

다음은 이 기고 작성에 참여한 보건의료 전문가의 명단이다(가나다 순).

강영호 울산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상임연구원 / 김유미 동아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 윤태호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 정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 <동아일보> 3월 7일자 해당 기사. ⓒ프레시안

"중증 질환, 부자가 더 걸린다", "가난이 병은 옛말, 부자동네 4대 중증 환자 더 많다"는 제목의 (동아일보) 3월 7일자 기사에 대하여, 건강 불평등 문제를 다루어 온 연구자로서 우리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해당 기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다룬 것으로 "가난할수록 병에 많이 걸린다는 추정과 달리 소득이 높은 계층이나 지역의 주민이 암을 비롯한 중증 질환에 더 시달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심장, 뇌혈관, 암, 희귀 난치성 질환 등 4대 질환이 특히 심했다"라고 기술했다. 전통적인 부자 동네인 서초구, 강남구, 분당구 등이 암 발생률이 높다고 쓰기도 했다.

가난한 계층, 가난한 동네에서 질병 유병률, 사망률이 높다는 논문이 국내외 학회지에 매년 수십 편씩 발표되고 있으며, 주요 국가 통계에서 이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기사의 내용은 심각한 오류를 담고 있다고 우리는 판단한다. 우리는 해당 기사가 현실을 왜곡함으로써 시민들로 하여금 건강 문제를 잘못 이해하게 만들고, 다른 방향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부자 또는 부자 동네가 중증 질환이 더 많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틀린 이야기이다. 소득 계층 간, 지역 간 질병 유병률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를 대상으로 한 조사 자료를 이용하여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매년 (국민 건강 통계)를 발간하고 있다.

이는 소득 계층 간 주요 만성 질환 유병률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병, 폐쇄성 폐질환, 뇌혈관 질환 등 주요 만성 질환의 유병률은 모두저소득층에서 높다. 중증 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는 흡연, 과음, 운동미실천, 비만(여성) 등도 모두 저소득층에서 높게 나타난다. 한편 통계청에서는 (국가 통계 포털)을 통해 매년 시군구별 표준화 사망률을 제공하고 있는데, (동아일보)에서 암 발생률이 높은 지역이라고 기술한 서초구, 강남구, 분당구의 사망률이 가장 낮다. 암 사망률도 비슷한 양상이다.

둘째, (동아일보)의 기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 이용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 이용 자료는 애초 질병 유병률을 파악하기 위해 작성된 통계 자료가 아니다. 이는 의료 기관의 진료비 청구를 위해 작성된 자료를 기초로 한 것으로 진료 정보의 부정확성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또한 질병은 있어도 의료 이용을 하지 않거나 ("과소 이용"), 질병이 없는데 의료 이용을 하는 경우 ("과다 이용") 문제가 과소 혹은 과다 추정되는 문제점이 공존하는 자료이기도 하다. 국민건강보험 자료에서 부자의 중증 질환 유병률이 높게 나왔다는 사실은 일부 질환에서의 과다 이용도 문제가 되지만, 저소득층의 과소 이용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국민 건강 통계)에 따르면, 질병 치료를 하지 않는 경험("미치료 경험률")은 저소득층에서 높고, 건강 검진율, 암 검진율 또한 저소득층에서 낮다. 암 검진율이 저소득층에서 낮다는 사실은 매년 시행되는 국립암센터의 '암 검진 수검 행태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국민건강보험 자료는 전 국민을 포괄할 뿐 아니라 데이터베이스가 잘 구축되어 '빅데이터'로서의 활용도가 높은 것이 장점이지만,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분석과 해석에서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보건학계의 상식에 속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 이용 자료를 이용한 소득 계층별, 지역별 질병 유병률 통계는 학술적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한국의 빅데이터를 소개하려던 (동아일보)의 기사는 아이러니하게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 기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의료 이용 자료)는 질병 유병률 자료로서는 한계를 지닌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언론은 일종의 '트렌드'로서 빅데이터에 막연한 환상을 심어주기보다, 자료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한 가운데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기사를 통해 '부자들이 중증 질환 의료 이용을 더 많이 한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되었다. 4대 중증 질환의 본인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 다양한 빌미로 후퇴하고 있는 가운데, 이 기사가 부자들이 더 병에 많이 걸리니 국가가 굳이 치료비를 보장해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뒷받침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소득층의 의료 이용이 부자들만큼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저소득층, 서민 계층에서 (최소한) 중증 질환의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정책 과제를 자연스럽게 도출한다.

2013년 3월 11일

연구자

강영호 울산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김명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상임연구원김유미 동아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윤태호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정최경희 이화여자대학교 의과 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강영호 울산대학교 교수 외 4인

2012년 12월 18일 화요일

"1.5조로 4대 질환 치료 보장"…박근혜 거짓말? 무지?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17일자 기사 '"1.5조로 4대 질환 치료 보장"…박근혜 거짓말? 무지?'를 퍼왔습니다.
[TV토론 뜯어보기] "박근혜, 자기 공약도 이해 못하나"

세 차례에 걸친 대선후보 TV토론이 지난 16일 마무리됐다. 그러나 회당 두 시간의 토론만으론 후보 간의 정책 차이를 알기 힘들다는 의견이 다수다.

총 54회의 TV토론이 진행됐던 1997년 대선, 총 27회의 TV토론이 열렸던 2002년 대선과 비교하면, 올해 대선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게다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TV토론은 형식의 경직성 등으로 인해 후보들의 차이를 보여주는 데는 더욱 큰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런 한계는 경제민주화, 복지 등 올해 대선을 가로지르는 중요 키워드에 대한 후보들의 생각을 드러내지 못하게끔 하는 장애물이기도 했다. 결국 국민은 후보들의 생각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투표를 하게됐다. (프레시안)이 주요 후보들의 생각을 그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기회인 TV토론을 복기하는 기획을 마련한 것은 그래서다. (편집자)

- TV토론 뜯어보기
☞박근혜, 진짜 '이공계 대통령' 될 수 있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16일 밤 TV토론에서 "4대 중증질환 환자 중 암 환자 부담비용만 1조5000억 원"이라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지적에 대해 "암 질환만 갖고 나온 통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주장의 사실관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의 통계는 박 후보의 주장과 다르기 때문이다. 박 후보 측의 건보 관련 공약은 실행 가능성 여부를 떠나, 아예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에 바탕을 뒀다는 지적마저 제기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연합뉴스

박근혜 "1.5조로 4대 중증질환 치료비용 보장"…?

이와 관련, 박 후보는 현재 75퍼센트(%)인 4대 중증질환(암, 심장병, 뇌혈관 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보장률을 비급여부분까지 포함해 2016년에는 100%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문 후보는 16일 TV토론에서 박 후보가 "4대 중증질환 보장액에 대해 건보 통합 재정소요로 연간 1조5000억 원이 소요된다고 제시하셨다"며 "건보에서 자료를 받아보니, 작년 한해 간 4대 중증질환 환자 중 암 환자의 부담비용만 1조5000억 원이고, 나머지 환자를 모두 합치면 3조6000억 원에 달한다. 어떻게 4대 질환 해결이 가능한가"라며 박 후보 공약의 현실성이 뒤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공세에 대해 박 후보는 "한다면 모든 걸 다 하면 좋겠지만, 우선 가장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고, 국민들이 잘 걸리는 중점질환에 대해 안심할 수 있도록… (이하 중략)"하겠다며 질문과 맞지 않는 답변을 늘어놓아 눈총을 샀다.

박 후보 측의 공약 세부사항에 대한 현실성을 물었는데, 4대 중증질환에만 건보 적용률을 우선 높이겠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박 후보는 문 후보가 질문 내용을 재차 정리한 후 재차 "간병비와 선택진료비를 다 하는데(다 건보에서 보장하는데) 1조5000억 원으로 충분하다는 소리냐"고 묻자 그제야 "예"라며 긍정했다.

문 후보가 가능성 여부를 재차 물었으나 박 후보는 "(1조5000억 원이) 암질환만 갖고 나온 통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정했다.

"박 후보 건보공약, 현실성 없어"

박 후보의 주장이 논란이 되자 새누리당은 17일 관련 보도자료까지 내 박 후보의 공약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은 모두 현실과 동떨어진, 잘못된 자료에 바탕을 뒀다는 지적이다.

17일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박 후보 공약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우 실장은 건보가 낸 '2011년 건강보험통계연보' 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건강보험공단이 낸 '2011년 건강보험통계연보' 중 암 환자에 대한 통계부분. 붉은 색칠한 부분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암 환자의 급여비가 3조6923억 원이었음을 나타낸다. 여기에 가장 최근인 2010년 급여비율을 감안한 우리나라 암 환자의 총 진료비는 5조2700여억 원에 달하며, 이 중 비급여 비용만 1조5800억 원이 넘는다. 박 후보의 공약대로라면, 4대 중증질환자 중 암 환자의 비급여 부담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다. ⓒ건강보험공단

관련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암환자의 급여비는 3조6923억 원이다. 그리고 가장 최근 통계인 '2010년 건강보험 진료비 실태조사'를 보면, 암환자의 건강보험 급여비율은 70.4%였다.

이를 기초로 계산(급여비/급여율)한 암에 대한 총 진료비는 5조2747억 원이다. 그리고 이 중에서 급여비 3조6923억 원을 제외한 1조5824억 원이 비급여 비용이다. 그나마 이 금액(1.5조)은 건보에서 통계에 잡지 않는 간병비용을 제외한 특진료와 선택진료비만 포함한 액수다.

이와 관련, 중증질환 환자 가족의 부담을 키우는 이른바 '3대 비급여'는 특진료와 선택진료비, 간병비를 뜻한다. 이 중 건보에서 통계로 잡는 특진료와 선택진료비만 해도 비급여의 55%를 차지한다.

즉, 박 후보 공약대로 1조5000억 원을 4대 중증질환에 대한 추가 재정으로 마련한다손 치더라도, 다른 질환자는 차치하고 암환자의 비급여 진료비조차 충당하지 못한다는 소리다.

이와 관련, 이미 4대 중증질환 환자 중 암, 심장병, 뇌혈관질환 환자의 경우 건보 적용 진료비의 95%는 이미 국가가 부담한다. 중증질환자의 경우 비급여 항목에 대한 의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부담이 커지는 것이지, 급여 항목의 경우는 이미 국가가 상당액을 보장하고 있다.

우 실장은 "박근혜 후보가 자신이 마련한 공약의 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이 TV토론을 통해 드러났다"며 "건보의 기본적 통계를 믿지 못하겠다는 발상은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 박 후보가 '1조5000억 원으로 4대 중증질환 전액 보장'이라는 자신의 공약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가 "병실에 6인이 들어가고 4인이 들어가고하는 것까지 따져서 얘기할 필요는 없다"고 TV토론에서 말한 데 대해서도 우 실장은 "6인 이하 병실의 경우 환자가 병실료를 본인 부담해야 한다"며 "박 후보가 병실차액료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박 후보가 세상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우 실장은 나아가 박 후보 측 공약집이 '4대 중증질환 보장률'로 75%를 제시한 데 대해서도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숫자"라며 "그런 수치는 관련 자료에서 찾을 수 없다. 공약 자체가 부실하다"고 비판했다.


 /이대희 기자 

2012년 9월 24일 월요일

예비 법조인들 "박근혜 무지, 또 비극 낳을까 우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9-23일자 기사 '예비 법조인들 "박근혜 무지, 또 비극 낳을까 우려"'를 퍼왔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 성명서 내고 박근혜 '인혁당 발언' 비판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 관련 발언은 대한민국 법체계에 대한 무지함을 드러낸 일"이라며 '두 개의 판결' 발언을 비판했다.

21일 전국 11개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학회 학생들은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인혁당 사건은 세계 사법 역사상 유례가 없는 끔찍한 사건이었다"며 "제네바 국제법학자협회는 사형이 집행된 1975년 4월 9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규정·선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2007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사형이 집행된 8명에게 이미 무죄를 선고했다"며 "그럼에도 박 후보가 두 개의 대법원 판결이 있으므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 것은 역사인식의 심각한 결여와 법체계 대한 무지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들은 "한 지도자의 잘못된 가치관은 끔찍한 비극을 잉태할 수 있다"며 "우리 예비 법률가들은 박 후보의 잘못된 역사인식과 법체계에 대한 무지함이 또 하나의 비극을 낳을까 봐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성명서를 발표한 전국 11개 법학전문대학교 중 하나인 인하대학교 공익인권법학회 회장 이연지 씨는 "법을 공부하는 예비 법조인으로서 명백한 '사법 살인'사건에 대해 '두 개의 판결'을 말하는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걱정이 앞선다"며 성명서를 발표한 취지를 설명했다.

박 후보는 인혁당 발언 이후 한때 50%대까지 올랐던 지지율이 40%대까지 떨어지자 일정을 최소화하며 이 문제를 높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에는 "과거사에 대해 한 번 정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오는 24일 부산을 방문해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하얀 기자

2012년 9월 17일 월요일

‘무슬림의 무지’, 이것까지도 표현의 자유일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9-17일자 기사 '‘무슬림의 무지’, 이것까지도 표현의 자유일까'를 퍼왓습니다.
[이안의 컬처필터] 표현이 아니라 모욕이고 공격, 선전포고에 다름없는 영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988) 이전 까지는 대부분의 영화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뒷모습으로만 재현되곤 했다. 인간이 감히 ‘신의 아들’의 모습을 흉내내는 것은 신성모독이라는 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커다란 교회 건물에 새겨진 조각이며 그림, 스테인드 글래스, 사사로이 부적 삼아 가지고 다니는 십자가며 성패에 원래 생김새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백인 꽃미남 캐릭터로 무수히 재현되어있는 예수 그리스도를 굳이 영화로는 재현하기 꺼려한 것은 그 영향이 현실에 미치는 실제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 14분짜리 영상물 하나가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독재와 인권 탄압, 정부의 부패 따위에 저항하는 시위의 물결이 이어졌던 ‘아랍의 봄’ 이후 안정을 되찾아가던 중동에서 불붙은 반미 시위와 무장 공격을 일으킨 영상물의 제목은 (무슬림의 무지)로 번역되고 있다. 처음 영어로 배포된 원래 제목은 (Innocence of Muslims).

그렇다면 ‘무지’로 번역되는 ‘innocence’란 어떤 말인가? 대개 ‘무지’보다는 ‘순수’ 또는 ‘순진함’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이 말은 키에르케고르에 따르면 선악의 구별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원죄 이전의 상태다. 원죄란 바로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아담이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선악을 구분하게 된 이래 모든 인간은 원죄를 지니고 태어나게 되었으며, 예수 그리스도 이후 ‘세례’를 통해서만 죄사함을 받는다고 믿는다. 어찌되었든 종교든 문화든 역사든 인간은 선악을 판단하게 된 인간은 도저히 ‘순수’든 ‘무지’든 ‘innocence’한 상태에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리비아 미국 대사와 외교관들이 죽음을 당한 것을 시작으로 이집트 카이로 미국대사관이  공격당하고 튀니지, 팔레스타인 등 중동 지역 전역을 넘어 이제 아프리카와 아시아까지 번지고 대상도 미국뿐 아니라 영국, 독일 등 서방 국가들로 반미시위의 불길이 일어나도록 한 이 제목의 영상물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기독교 분파 콥트 교도인 유대계 미국인이 제작했다는 (무슬림의 무지)는 이슬람 최고의 선지자 무함마드를 어린 아내 말고도 여러 여자를 탐하는 바람둥이, 변태적인 소아성도착자, 그러다 부인들에게 신발로 등짝을 두드려 맞는 한심한 팔푼이, 심지어 자기 할머니 팔 다리를 찢어 죽이는 거열형에 내모는 잔혹한 괴물로 묘사한다. 

이렇듯 인물의 성격을 비틀고 조롱하는 것을 넘어서서 전세계 인구의 25%나 되는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욕으로 쓰이는 당나귀를 이슬람교도에 비유하는가 하면, 선지자인 무함마드가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율법을 어기고 자기 욕망을 채우기 위해 쿠란을 왜곡하는 장면이나, 기독교의 신약성경과 유대교 율법 토라를 짜맞춘 것이 이슬람이라고 말하며 근본을 부정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제작자 나쿨라 배슬리 나쿨라는 유대인 100명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후원받아 이 영화를 찍었고, ‘샘 배실’이라는 지어낸 이름으로 지난 7월에 먼저 14분짜리 동영상으로 압축 편집한 영상물을 유튜브에 올렸다. 만듦새 엉성하고, 내용이며 배경이며 캐릭터까지 허술하기 짝이 없다보니 별로 주목하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영어로 된 이 영상물을 이슬람 경전을 불태우는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슬람과 개신교의 갈등과 충돌을 부추기면서 매해 9월11일 ‘국제 무함마드 심판의 날’ 행사를 벌여온 개신교 근본주의자 목사 테리 존스가 앞장서 홍보하자 반 이슬람 운동가들이 아랍어판으로 만들어 퍼뜨리기 시작하면서 아랍권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미국 정부는 유튜브 쪽에 동영상 삭제를 요청했으나 유튜브를 소유하고 있는 구글은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무슬림의 무지)가 '종교에 근거해 대중을 선동하거나 공격을 하게 하는 연설을 포함한 적대적 연설은 금지한다'는 자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영상에 대한 제한은 정치적 압력보다는 현지 법률에 따라야 한다’며 삭제를 거부했다. 표현의 자유를 지킨다는 명분이다.

이에 대해 미 합참의장 마틴 뎀프시는 이 영상물은 포르노라고 규정하며 유튜브가 아니라 테리 존스에게 자제를 당부하는 지경이 되었다. 더구나 사태가 이 지경이 되고서야 영상물이 미치는 파장을 알게 된 출연자와 제작진들은 “영화의 각본이 많이 수정되는 등 우리 모두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처음 제목은 (사막의 전사들)이었으며, 2000년 전에 이집트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관한 영화일 뿐 이슬람을 모독하는 내용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슬림의 무지)는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기에는 이미 큰 죄를 저지른 셈이다. 출연진과 제작자를 속여 촬영에 임하게 하더니, 만들어진 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전 인구의 4분의 1을 모욕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람 대상에 대한 아무런 제한이나 안전장치 없이 배포된 것이다. 

더구나 스스로를 ‘이슬람 문제에 관심 있는 아랍 사상가 제작자’라고 밝힌 나쿨라는 미국 대사의 피습 사실은 슬프지만 영화를 만든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며 앞으로 영화 전편을 올리는 것도 생각 중이란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과 가족이 피해를 볼까 두려워하고 있단다.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고 만든 영상물이 아니라 바라던 것보다 영향이 더 커진 것이 그가 몰랐던 한 가지고, 그것은 ‘순수’하지도 ‘무지’하지도 않다. 교활하고 파렴치하다.

포르노가 다루는 욕망과 배설과 음탕함이 사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무슬림의 무지)처럼 이토록 전방위적으로 공공연히 다른 종교에 대한 적대를 드러내고 부추기는  영상물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

종교적 광기를 자극해 서양 세계의 권력과 부를 체계적으로 구조화하면서 악명 높은 흡혈귀 ‘드라큘라’의 전설을 만들었던 십자군 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평화가 무너지면 웃음 짓게 될 집단은 무기를 팔아먹어야 배가 부른 현대판 흡혈귀 ‘군수산업’이다. 이 군수산업을 틀어쥐고 있는 나라, 거기에 뒷돈을 대고 있는 세력은 누구인가? 

(아이언 맨)이 중동 무장 세력에게 무기를 팔러 갔다가 자신이 된통 당한 다음에야 정신 차리고 본 것은 군수산업으로 떵떵거리고 살아왔던 자신의 원죄였다. 심장을 다치고서야 평화를 지키려는 아이언맨을 못마땅해 없애려하는 건 군수산업을 유지하고 확장하려는 미국 정부였다. 

지구 평화를 지키는 것, (어벤저스)에게 맡길 수 없는 현실이건만 (무슬림의 무지)는 기어코 분쟁을 도발하는 불을 붙였다. 이런 파렴치한 짓거리를 '영화'의 범주에 넣고 보는 게 참담하다. 이 따위는 그저 불쏘시개일 뿐인 것을.

이안 영화평론가 | angela414@paran.com  

2012년 9월 12일 수요일

[사설] 박근혜, 사실관계 오류와 사법체계에 대한 무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9-11일자 사설 '[사설] 박근혜, 사실관계 오류와 사법체계에 대한 무지'를 퍼왔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어제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혁당 사건을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할 이유를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온 것도 있지만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 여러 증언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박 후보의 이런 말을 접하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은 그가 정확한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인혁당 사건에 대한 재심 판결을 내린 것은 대법원이 아니라 서울중앙지법이다. 검찰이 지법의 무죄 판결에 승복해 항소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된 것이다. 박 후보가 계속 ‘같은 대법원’ 운운하는 것도 실소를 자아내지만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들의 증언’ 발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박 후보가 말한 증언자는 박범진 전 신한국당 국회의원과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등을 지칭하는 듯하다. 박 전 의원은 2010년 “나 자신이 인혁당에 입당해 활동했다. 인혁당 사건은 조작이 아니다”고 증언했고, 안 교수 역시 “인혁당 사건과 통혁당 사건 등은 대부분 실체가 있는 사건”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박 후보는 이들의 주장을 근거로 자신의 발언을 정당화하려 하는 것이다.하지만 박 후보는 이 대목에서 중대한 사실관계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박 전 의원 등이 말한 사건은 1964년에 일어난 ‘1차 인혁당 사건’이다. 1975년 4월 도예종씨 등 8명에게 대법원이 사형을 선고해 18시간 만에 사형을 집행한 ‘2차 인혁당 사건’(인혁당 재건위 사건)과는 다른 것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은 바로 2차 인혁당 사건인데도 박 후보는 엉뚱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관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주장을 앞세우는 것은 지도자로서는 치명적 결함이다. 박 후보는 아버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집착이 워낙 강하다 보니 기본적인 사실관계마저 무시하며 모든 것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박 후보가 우리 사법체계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은 더욱 충격적이다. 뒤에 나온 판결이 앞의 판결보다 효력이 우선이며, 재심 제도는 앞선 확정판결에서 중대한 흠이 발견됐을 때 이를 바로잡는 비상구제 절차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도 ‘인혁당 판결이 두 개’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모습을 보면 박 후보가 과연 기본적인 법의식을 갖추고 있는지조차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더욱 한심한 것은 박 후보의 잘못을 바로잡기는커녕 아부성 발언과 눈치 살피기에만 급급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태도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박 후보에게 부친 문제를 묻는 건 연좌제”라고 했고, 판사 출신인 여상규 의원은 “과거 유죄 판결이 내려진 걸 훗날 무죄로 뒤집는 등의 사례는 사법부의 자기부정이 아니냐”고까지 말했다. 이처럼 소신도 줏대도 없는 인사들이 당에 득실거리는 것은 박 후보 용인술의 한계를 보여준다.박 후보는 인혁당 사건과 관련한 자신의 발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어제 오후에는 “대법원 판결(재심 판결)을 존중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렇지만 이번 사안은 그런 말로 어물쩍 넘어갈 수도, 넘어가서도 안 되는 문제다. 재심 판결을 존중한다고 하면서도 ‘두 개의 상반된 판결’을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조직에 몸담았던 사람들의 증언’ 중에 과연 2차 인혁당 사건이 조작이 아니라는 증언이 있는지 등을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사법체계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있는지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2012년 8월 6일 월요일

경제민주화가 정체불명이라고? 전원책 원장의 무지와 억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8-06일자 기사 ' 경제민주화가 정체불명이라고? 전원책 원장의 무지와 억지'를 퍼왔습니다.
[당인리 칼럼] 김성구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6월 초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정책토론회에서 헌법 제119조 ②항 삭제 문제가 논란이 된 이후 반재벌 여론이 후폭풍처럼 몰아쳤다. 급기야 발표를 담당했던 당사자 자신이 헌법 제119조 ②항 삭제를 요구한 것은 아니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전경련의 이념을 대변하는 자유경제원의 전원책 원장이 반발하며 나섰다.

경제민주화란 정치경제학적으로 연원도 알 수 없는 용어이고 이런 정체불명의 헌법조항으로 정치권이 재벌때리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7월 3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그가 던진 말이다. 매일경제신문 등 보수언론에서도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경제민주화는 개념과 정의조차 혼란스럽다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공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와 경제민주주의는 노동자운동과 사민주의의 오래된 이념이며, 오늘날 유럽의 많은 국가들에서 일정하게 제도화가 이루어졌고, 또한 정치경제학적으로도 명확한 개념과 이론체계를 갖추고 있다.

독일에서는 이미 바이마르 공화국 하에서 독일노동조합총동맹(ADGB)에 의해 경제민주주의의 요구가 제기되었고, 1928년 나프탈리(F. Naphtali)에 의해 그 개념과 이론 그리고 요구가 체계적으로 제출되었다. 전후에도 1949년 독일노동조합동맹(DGB) 기본강령에서, 그리고 1960년에는 그것에 입각한 독일금속노조 위원장 브레너(O. Brenner)에 의해 매크로 수준, 메조 수준 그리고 마이크로 수준의 3단계 경제민주주의의 구상이 제시되었다. 나아가 1970~80년대 이래 세계경제의 구조위기를 배경으로 경제민주주의론은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 말 독일 통일과 현실사회주의의 붕괴, 그리고 독일 사민당의 일층의 우경화에 따라 사민당과 DGB 지도부에서는 경제민주주의 논의가 명백히 퇴조하였지만, 노동조합들 내에서는 아직도 경제민주주의의 전통이 뿌리 깊게 남아있다. 특히 양극화, 투기와 금융위기 등 신자유주의의 폐해와 참상이 심화되면서 2000년대 이래 사민당 밖의 좌파들을 중심으로 경제민주주의는 신자유주의와 주주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유력한 대안으로서 다시 집중적으로 토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자산소유자에 의한 독재적, 전일적 의사결정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민주화를 표방하는 것이다. 자본주의하에서는 1인1표의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확립된 정치세계와 달리 경제세계에서는 자산소유자의 독재와 근로대중의 종속이라는 경제적 불평등이 지배한다.

경제민주주의는 소유권 행사에 대한 사회적 제약을 통해 그 처분권을 제한할 뿐 아니라 근로대중에게도 자산소유에 입각하지 않은 결정권을 도입함으로써 이 불평등한 시장경제 질서를 민주화하고자 한다. 따라서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은 소유권에 대한 문제제기이며, 국가와 근로대중에 의한 소유권 행사의 제약과, 경제와 기업에서의 노자 공동결정권에 있다.

물론 경제민주주의의 구상은 주요 산업과 금융기관의 사회화(혼합경제 지향), 국가의 경제개입을 통한 완전고용과 사회보장, 국가의 계획과 경제조절, 재벌들에 대한 통제와 규제, 국가정책기구 및 경제와 기업 심급에서의 공동결정권 등에 걸쳐있다. 이것이 역사 속에서 발전되어온, 부정할 수 없는 경제민주주의의 개념과 내용이다.

경제민주화와 경제민주주의가 정체불명의 개념이며 포퓰리즘의 도구라는 주장은 이렇게 무지에 근거한 억지주장일 뿐이다. 자신의 관점에서 헌법조항의 삭제를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역사 사실을 부정하는 무지를 논거로 논쟁할 수는 없다. 요즘과 같은 인터넷과 정보화 시대에는 몇 글자만 검색해보아도 이런 역사를 접할 수 있다. 그런데도 경제연구소 원장이라는 인물이 어디에서도 이런 개념은 찾아볼 수 없다고 강변하는 게 한심하기만 하다. 경제민주화와 헌법논쟁에 대해 자유경제원은 앞으로 입을 다물어야 할 것이다.

경제민주주의의 역사에 대한 무지는 사실 전원책 원장이나 보수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문제삼고 있는 진보개혁진영의 경제민주화 논쟁도 경제민주주의의 이론적 전통과 단절된, 매우 기형적인 구도에서 진행되고 있다. 왜냐하면 원래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은 소유권의 문제이며, 소유권에 입각하지 않더라도 소유권을 제한하고 통제하자는 이념인데, 한국에서는 소액주주운동이나 순환출자 금지 같은 자산소유자간의 민주주의(주주민주주의)와 신자유주의 재벌개혁이 핵심 쟁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민주주의가 오늘날 독일에서는 사회적 시장경제와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그 확대가 논의되고 있는 반면, 한국에서는 어처구니없게도 사회적 시장경제와 주주자본주의가 경제민주화로 둔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걸 경제민주화 논쟁이라 할 수 있을까? 역사적 논의와 단절된 정체불명의 경제민주화가 논쟁의 주류를 이루는 건 아마도 우리의 이른바 경제민주화론자들도 경제민주주의의 역사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보수언론과는 정반대의 의미에서지만 경제민주화의 개념과 정의가 극히 혼란스럽다고 할 수 있다. 목하 경제민주화 논쟁을 그 개념과 역사에 어울리게 진보적인 방향으로 전환시킬 것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김성구 당인리대안정책발전소 소장 | sgkim@hs.ac.kr

2012년 4월 6일 금요일

오만한 후보, 황당한 후보, 무지한 참모, 편드는 언론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06일자 기사 '오만한 후보, 황당한 후보, 무지한 참모, 편드는 언론'을 퍼왔습니다.
[미디어창] 환하게 웃는 박근혜와 무표정한 한명숙 사진의 대비

TV 토론은 역시 후보자들을 검증하는 선진 선거방식이다. 당에서 겉모양이나 학벌 등 과포장된 인사에 혹해서 혹은 권력자의 뒷배경으로 추천된 후보 등을 검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TV 토론이란 것을 이번 선거는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특히 언론사들의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않는 상황에서는 그래도 TV 토론은 유권자가 참고할만한 매우 유용한 선택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오만한 후보’형이다. 경남 양산시에 출마한 한 새누리당 후보는 생방송 TV토론에 20여분 늦게 왔다. ‘자신이 늦게 왔는데 시작했다’고 오히려 제작진에 눈을 부라렸다고 한다. 본인은 ‘몰랐다’고 말했지만 이미 여러차례 생방송 고지가 나갔고 타지역도 똑같은 방식으로 생방송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몰랐다’는 식의 대응은 진정성이 떨어진다. 이 후보는 또한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토론회 전날 밤 늦게 입장을 바꿔 출연을 결정해서 이미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생방송 도중에 들어와서 토론회에 합류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또 경남 창원시의 한 새누리당 후보는 더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 합의된 질문 내용과 토론 방식을 바꾸라는 주문을 한 것이다. 이 후보 역시 자신은 ‘로봇’에 불과하다는 ‘로봇발언’으로 전국적 유명세를 탄 후보다. 그는 ‘4대강 질문’ ‘비정규직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고 상호토론 시간도 줄여달라는 식으로 뒤늦게 요구하다 결국 TV토론에는 오지도 않았다. 그러고도 ‘소통의 달인’이 되겠다고 현수막을 펄럭이고 있다. 이런 오만한 후보를 선택하는 유권자들은 그 댓가를 반드시 치르게 돼 있는 것이 세상이치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100분 토론

오만한 후보만큼 유권자가 경계해야 할 후보 유형은 바로 ‘황당형’이다. 이런 사람은 선출되면 무슨 짓을 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바로 생방송중에 준비가 안됐다는 이유같지않은 이유로 자리를 멋대로 떠나버린 경기도 안산시의 새누리당 후보. 뒤늦게 돌아와서도 상대 후보의 질문에 답변조차 못할 정도로 준비가 되지않은 후보가 출마했다는 자체가 황당하지만 당의 힘으로 당선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100분 토론을 코메디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도 이 대열에서 빠질 수가 없다. 그는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카피라이터 출신인데, 이번에 정치판에 얼굴을 내밀고 TV토론에 까지 진출했다. 

그런데 지난 3일 여당을 대표해 나간 방송토론에서 실수라기 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황당한 답변과 반문을 반복했다. 그는 거듭 노무현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기정사실화한 뒤, 근거를 대라는 야당 측 패널에 “저는 모르죠”라고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또 다른 패널이 공격적이거나 민감한 질문을 던지면 “왜 나한테 그러냐”고 되레 따지거나 “난 잘 모른다”는 식으로 답하는 등 시종 무책임한 인상을 줬다.

본인에게는 광고 카피의 세계와 정치현실의 세계가 얼마나 다른가를 느끼는 교육장이 될 수 있었겠지만 표를 염원하는 소속당에는 ‘자폭탄’됐다는 평가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한나라당에서 변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공천과정에서도 참신한 인물을 선발하기 위해 진정성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TV 토론에서 드러나는 실체는 기대와 딴 모습이다.

언론은 이런 부분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하거나 의도적으로 편향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동아닷컴의 경우 ‘주부 미녀 후보’ 운운 하며 검증되지않은 후보에게 ‘미녀’라는 수식어를 그대로 제목에 달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박근혜, 한명숙 양 당의 대표가 만나거나 유세활동 장면 사진을 나란히 게재할 때도 박 위원장은 정면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게재하는데, 한 대표는 옆모습이나 무표정한 모습을 싣기도 했다. 말하자면 형식적인 균형은 갖추기 위해 노력하지만 내용은 편향된 편집행태라는 것이다. 선거기사심의위원회에서 이런 것을 가려줘야 하지만 그런 전문적인 분야까지 문제삼으려 하는지도 의문이다.

TV 토론은 후보자들의 유불리에 따라 자의적으로 선택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선관위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토론마저 외면받는 식으로는 미디어 선거를 구현하기 힘들다. TV토론을 기피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TV토론을 나가지 않아도 이길 승산이 있을 때 괜히 구설에 오르거나 표를 잃지 않기위해 나가지 않는다. 또 갑자기 낙하산 공천을 받아 준비가 되지않은 후보, 정책적 공부나 고민, 자질에 문제가 있는 후보들 역시 TV토론을 기피한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TV토론을 비롯한 미디어 선거에 대대적인 손질을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