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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7일 월요일

[사설] 국정 잘못하고도 뻔뻔하게 자찬하다니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1-06일자 사설 '[사설] 국정 잘못하고도 뻔뻔하게 자찬하다니'를 왔습니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국민은 참 힘들었다. 양극화로 서민 생활의 고통이 가중되고 한반도는 냉전시대로 복귀하는 멍에를 쓰게 됐다.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으로 나오는 데서도 확인된다. 지난 대선에서 여당 후보조차 민생에 실패한 정권이라며 대놓고 차별화를 했다. 부패·비리도 역대 정부에 비해 뒤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 바닥을 드러낸 점도 뼈아프다.청와대가 어제 이명박 정부의 국정 성과 자료집을 내 경제, 복지, 외교·안보 등 분야별로 자찬 일색의 성과를 나열했다고 한다. 국정 실패의 책임을 겸허히 반성하고 용서를 구해도 모자랄 판에 끝까지 오만과 불통의 자세를 보인 데 대해 분노와 함께 허탈감이 든다.가장 큰 성과로 경제분야에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개선된 소득분배 지표를 새 정부에 넘기게 된 점을 꼽았다고 한다. 2012년 11월 한국갤럽의 역대 대통령 5년차 3분기 평가에서 김대중 28%, 노무현 27%, 이명박 23%의 지지율로 조사됐고, 이명박 정부의 잘못한 분야로 경제를 앞서 꼽았는데 딴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대통령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에서 소득분배 지표가 악화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온갖 무리수를 두어가며 경기를 부양하고 양극화 심화를 무릅쓰고 성장에 주력했는데도 집권 기간 경제성장률은 5년 평균 2.9%로 낙제점에 머물렀다. 실패한 정권이라고 규정한 참여정부 때의 연평균 성장률 4.3%에 훨씬 못미친다.양극화가 극심해졌는데 친서민 복지 확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전통시장 소상공인 지원 확대를 치적으로 내세운 것도 낯두껍다.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등장한 것이 이명박 정부에서 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중소상공인들이 설 땅을 잃었기 때문이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년 평균 3.5%로 참여정부 때의 2.9%보다 높아 가계의 실질소득은 저하됐다. 덕분에 가계 빚은 크게 늘고 전셋값 상승으로 집 없는 사람들의 고통은 더욱 심해졌다.북한붕괴론에 사로잡혀 시간이 우리 편이라던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 남북관계는 단절과 갈등 심화라는 후퇴를 경험했다. 북핵 협상의 동력이 사라졌고 6자회담도 아스라한 과거가 된 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향상됐다. 그런데도 원칙에 기반한 대북 접근으로 북한이 개방노선을 따르지 않을 수 없게끔 변화를 유도했으며 상호주의에 기초한 올바른 남북관계로 전환됐다고 강변한다. 한반도의 시계를 시대착오적인 세월로 되돌려놓고 국민을 기만하고 있는 것이다. 기만에 대한 단죄는 실패보다 더 엄중하게 해야 한다.

2012년 10월 22일 월요일

[사설] ‘왜곡과 오만’으로 가득 찬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인식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0-21일자 사설 '[사설] ‘왜곡과 오만’으로 가득 찬 박 후보의 정수장학회 인식'을 퍼왔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한다고 예고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가 기존 입장과는 달라진 전향적인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수장학회의 문화방송·부산일보 지분 매각 추진에 따른 파문이 확산되면서 이번 기회에 정수장학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박 후보의 회견 내용은 실망을 넘어 경악스러운 수준이다. 기존 입장에 전혀 변화가 없음은 물론이고 분명한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하는 내용이 수두룩했다.우선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를 계승한 것이 아니다”는 등 ‘강제헌납’ 사실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심지어 박 후보는 지난 2월 법원이 고 김지태씨 유족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낸 주식반환 청구소송을 판결하면서 ‘강압에 의한 증여’를 인정한 사실마저 부인했다. 법원이 이 청구를 기각한 것은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도 박 후보는 계속 “강압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우겼다. 박 후보는 나중에 “잘못 말한 것”이라고 정정했으나 가장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의 주장만을 앞세우는 어처구니없는 태도를 보였다. 인혁당 사건에 대해 ‘두 개의 대법원 판결’ 운운했던 것의 판박이다.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을 덮어놓고 ‘정쟁’으로 몰아간 것도 전형적인 제 논에 물대기다. 최근 들어 정수장학회의 ‘정치적 장물’ 논란이 더욱 가열된 것은 이 재단이 지분 매각 대금을 활용해 박 후보의 선거운동을 측면지원하려는 계획 등을 세운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과거사 문제를 매듭짓고 공익재단화를 통한 사회환원 등의 근원적 해법을 마련하자는 여론이 비등해진 것은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박 후보는 사안의 본질을 외면한 채 자기한테 불리한 것은 무조건 정치적 트집잡기라고 규정했다.박 후보가 “저는 장학회와 어떤 관계도 없고, 무엇을 지시하고 건의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최필립 이사장과 이사진이 국민적 의혹이 남지 않도록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히고 장학회의 명칭을 비롯해 모든 것을 잘 판단해 달라”고 주문하고 나선 대목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날 회견에서 몇차례나 장학회가 “깨끗하고 모범적으로 운영돼왔다”고 주장해놓고 또다시 무엇을 ‘투명’하게 밝히라는 것인지부터 의아스럽다. 박 후보의 이런 언급이 새누리당 쪽의 부연설명처럼 최 이사장 및 이사진의 사퇴를 에둘러 촉구한 것이라면 더더욱 논리적 모순이고 자가당착이다.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해 많은 국민이 박 후보한테서 보고 싶어하는 것은 딱히 구체적인 해법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역사에 대한 겸허한 자세,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지려는 노력,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해소하려는 성실한 태도 등이다. 그런 모습이야말로 국정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덕목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 후보는 전혀 반대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또다시 확인된 것은 박 후보의 변하지 않는 아집과 편견, 국민의 정서에 역주행하는 불통과 고집이다. 게다가 그런 태도를 스스로 ‘원칙’이라고 포장해 자랑하는 데 이르러서는 아득한 절망감마저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7월 14일 토요일

[사설] 청와대의 ‘불법사찰 보은인사’, 해도 너무했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7-13일자 사설 '[사설] 청와대의 ‘불법사찰 보은인사’, 해도 너무했다'를 퍼왔습니다.

어제 있었던 검찰 인사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검사장으로 승진한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다.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연루돼 야당이 극력 반대한 것은 물론 검찰 안에서도 설마 강행하겠느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역시 이명박 정부는 용감하게 밀어붙였다. 그것도 사법시험 동기 중 선두주자 3명에 포함시켜 승진을 시켰으니, 국민을 우습게 아는 ‘오만’ 청와대, 정권이 시키는 일이면 뭐든지 하는 ‘충견’ 검찰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준 셈이다.여전히 민간인 불법사찰의 몸통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 수하에 있던 권재진 법무장관이 자기들 밑에서 행동대장 노릇을 한 김 전 비서관을 임기말 마지막 인사에서 욕먹을 각오 하고 챙겨준 것이다. 마치 범죄를 저지른 똘마니를 끝까지 봐주는 조폭들의 의리와 꼭 빼닮았다.김 전 비서관은 2009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민정2비서관으로 근무하다 최근까지 서울고검 검사로 있었다. 그가 있을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증거인멸과 은폐·축소 수사를 지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1차 수사 때 소극적으로 수사한 배후로 민정수석실이 지목된다.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은 무마자금으로 관봉된 5000만원을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건넨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김 전 비서관은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증거인멸의 핵심으로 지목해 날려버리겠다고 했다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검찰 소환 통보를 받은 최종석 전 행정관이 찾아가 항의하자 그가 검찰에 전화를 걸어 “어쩌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느냐”고 질책했다는 증언도 있다.이 대통령과 권 장관 등 극히 일부를 빼놓고는 모든 국민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불법사찰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는 것을 명분으로 그 행동대장격인 인물을, 그것도 동기생 27명 중 선두주자로 검사장으로 승진시켰으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그동안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사건이나 피디수첩 사건 등 정권의 청부수사를 해낸 검사들이 무죄판결에도 불구하고 줄줄이 영전한 데서 보듯이 이 정권은 인사권을 철저히 검찰 길들이기에 이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불법사찰의 몸통으로 의심받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범죄 은폐의 도구로 사용한 것이라고 할 만큼 그 정도가 지나치다.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앞두고 있는 국회와, 진상이 드러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국민에 대한 정면도전이기도 하다. 이런 엉터리 인사는 즉각 바로잡혀야 한다.

2012년 4월 24일 화요일

박근혜 ‘몸싸움방지법’ 철회…과반되니 공약 도루묵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4-24일자 기사 '박근혜 ‘몸싸움방지법’ 철회…과반되니 공약 도루묵'을 퍼왔습니다.
트위플 “문대성 써먹으려고?” 맹비난…민주 “오만 하늘 찔러”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국회 몸싸움 방지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철회 입장을 밝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민병두 민주통합당 당선자(서울 동대문구을)는 24일 자신의 트위터(@bdmin1958)를 통해 “2004년 소수당 대표 박근혜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몸싸움으로 법안통과를 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며 “2012년 박근혜는 몸싸움방지법을 무산시키려 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정치인”이라고 질타했다.

김부겸(@hopekbk)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새누리당이 자신들의 공약인 국회몸싸움방지법에 대해 또 다른 이야기를 하네요”라며 “체질적으로 높은 사람들 눈치나 보는 새누리당의 DNA가 살아났나 봅니다”라고 꼬집었다. 

또 트위터 상에도 “문대성 있으니 몸싸움 활용?”(geu***), “문대성 공천 이유가 있었군. 의석 많아지니깐 몸싸움 할 만하다는 것”(duack***), “말바꾸기는 새누리당 특기지”(maych***), “계속해서 탈법, 불법, 날치기 하겠다는 속셈”(worl****), “모든 공약은 새빨간 거짓말”(honeyp***), “국민들을 우습게 아는 행태 중 하나”(cjmo****)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앞서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대행인 김세연 의원과 노영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밤 만나 국회법 개정안 보완책 등을 논의했으나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24일 본회의에 앞서 회담을 가지고 막판 조율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나, 박 위원장이 반대의 뜻을 밝히고 나서 전망이 불투명해 보인다.

23일 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이날 강원도 평창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법안의 취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당에서도 동의했지만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여야가 문제점을 인식하고 원내대표들이 보완책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 결과를 지켜봐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도 “이 법안을 어떻게 처리할지 정해진 바 없고, 본회의를 통과할지도 잘 모르겠다”며 애초의 찬성 태도를 바꿨다. 그는 “지금으로선 드릴 말씀이 없다. (24일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자고) 합의한 것이 아니라 단지 국회 운영위 차원에서 가결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이 다수당이 되니 말을 바꾸고는 등 오만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하며 법안 처리를 요구했다. 

문성근 대표 권한대행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주도하고 발의했던 국회선진화법을 뒤집겠다고 하는 등 새누리당의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며 “다수당이 됐다고 말을 뒤집지 말라”고 비판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내일 본회의에서 19대 국회의 게임의 룰을 만드는 의안처리제도개선법을 처리해야 한다”면서 “(이 법안은) 날치기와 몸싸움의 대결정치를 18대 국회로 끝내야 한다는 오랜 고민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 법안은) 지난 2년 동안 여야 의원들이 외국사례, 국내정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만든 합의안”이라면서 “그리고 새누리당이 총선공약으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던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박 위원장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단맛을 잊지 못해서 국회를 대립과 갈등, 몸싸움과 폭력, 이런 강 대 강의 대결 정치의 장으로 방치하기를 원하는지 분명히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마수정 기자

2012년 4월 17일 화요일

조선일보의 오만, “유권자들 성추행·논문표절 알고도 찍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17일자 기사 '조선일보의 오만, “유권자들 성추행·논문표절 알고도 찍었다”'를 퍼왔습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안철수 한미 FTA 재협상 요구… 되살아난 민주당 ‘중도론’

총선이 끝난지 일주일여 지났지만 여야는 아직 혼란 속이다. 특히 총선에서 기대의 성적을 거두지 못한 민주통합당은 한명숙 대표 사퇴 후 문성근 대행 체제를 출범시켰지만 험난한 노선투쟁을 앞두고 있는 듯 보인다. 새누리당은 제수 성추행 논란의 김형태, 논문표절 논란의 문대성 당선자 출당을 유보함으로서 보수언론으로 부터도 공격을 당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출마를 결심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안 원장이 한미FTA에 대해 ‘폐기’가 아닌 ‘재협상’으로 입장을 정했다는 구체적인 보도도 나왔다. 일간지들은 안 원장의 이같은 발언을 정하면서 대선 셈법 계산에 나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6일 북한의 로켓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는 안보리 의장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에 모든 “핵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추가발사, 혹은 핵실험을 할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자본주의적 경제개혁을 언급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다음은 17일 아침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일보 (‘MB인사’ 달라졌나)
국민일보 (안철수 ‘박원순식’ 출마 추진)
동아일보 (“청춘아,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라”)
서울신문 (대선경쟁 불붙었다)
세계일보 (북, 애초에 신형 ICBM 쏘려했다)
조선일보 (이중성)
 중앙일보 (안철수, 국가 현안 마무리 학습 중)
한겨레 (민정수석실 ‘증거인멸 개입’ 정황 짙어져)
한국일보 (어려운 수시 논술이 사교육 부추긴다)

되살아난 민주당 ‘중도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뉴 민주당 플랜’을 준비 한 적이 있다. 당시 구상하던 새로운 민주당은 당시 민주당 보다 더욱 오른쪽으로 향했는데 촛불정국이 펼쳐지면서 유야무야 발표도 못하고 이같은 노선을 사실상 스스로 폐기한 바 있다. 이후 정동영, 이이인영 등 민주당 내 진보블록이 헤게모니를 형성하면서 노선이 점차 왼쪽으로 이동했다.

현재 구도를 보면 폐기되었던 ‘뉴 민주당 플랜’이 살아날 가능성이 엿보인다. 한명숙 대표 사퇴와 친노 책임론이 나오면서 김진표 등 민주당 관료 출신과 박지원 등 구 민주당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향신문은 4면 제하의 기사에서 “한동안 자세를 낮췄던 ‘중도 강화론’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경향신문 4월 17일자. 4면.

김진표 원내대표는 “진보적 가치를 내세웠는데 왜 중도층을 끌어안는데 실패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고 박지원 최고위원은 “집권을 위해선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고 거들었다. 신계륜 국회의원 당선자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집권을 앞둔 공당이 한미FTA 문제로 혼란을 준 것은 굉장히 잘못했다. 야권연대는 공조만 얘기했지 통합진보당과 무엇이 다른지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도 거들었다. 김진홍 논설위원은 제하의 칼럼을 통해 “민주당이 중도쟁탈전에서 진 원인 중 하나는 지나친 ‘좌클릭’”이라며 “민주당이 스펙트럼을 넓혀 중도층을 확보해야겠다면 MB정권 심판론을 활용할 생각을 접고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선거쟁점으로 삼아선 안된다”고 친절히 설명했다.

이준석 “입당 생각 접었다”
 

제수씨 성추행 증거 녹취록이 나오고, 논문에 오타까지 똑같아도 새누리당은 진위여부를 더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내에서 선제대응론이 나오지만 16일 새누리당 비대위는 “법적 절차를 거쳐 사실 확인 후 처리한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김형태 당선자로부터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제수 최모씨는 “녹취록 전 부분을 공개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고 동아일보는 10면 제하의 기사를 통해 논문표절 의혹을 추가 폭로했다. 동아일보는 “타 논문과 설문-회수 인원이 같고 결론부문 문장도 통째로 배꼈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4월 17일자. 10면.

총선 전에 터진 이슈를 총선 이후에야 두발 벗고 제기하는 일부 언론들도 있지만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엄격했다. 김 고문은 제하의 칼럼을 통해 “정당이 출당을 거론할 때는 그 사유가 당선 후 임기 중에 발생했거나 당선 전에 사안을 알지 못했을 때”라며 “더욱이 두 당선자는 유권자들이 사안을 알고도 당선시켰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두 사람 문제를 덮자는 것이 아니라 확인 연후에 출당시켜도 늦지 않은데 지레 짓까부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새누리당은 총선 승리에 겨워 축제분위기라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승리’라며 축제하고 자만할 처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래저래 말은 덧붙였지만 김 고문은 두 당선자를 품고 가는 것이 품격있는 보수라는 생각인 듯하다.

하지만 김 고문이 지적했던 ‘일개 비대위원’인 이준석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김형태·문대성에 대한 새누리당의 태도에 적잖이 실망한 모양새다. 그는 최근 출간한 자신의 책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새누리당의 태도를 보고 입당 생각을 접었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4월 17일자. 34면.

새누리당 김형태 당선자와 문대성 당선자.

중앙일보 이철호 논설위원도 제하의 칼럼을 통해 “지금 사이버 공간에는 2030 세대의 분노가 지배한다”며 “이런 분노는 연말 대선에서 폭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새누리당의 몸놀림은 총선이후 둔해진 느낌”이라며 “성추문과 논문 베끼기의 당선자 처분에 미적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등판하나?


안철수 원장의 출마설은 사실일까? 일단 언론들은 측근들의 말을 통해 안 원장의 출마를 사실상 받아들이고 대선판을 구상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기사를 통해 “한미FTA에 대해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 순리’라는 쪽으로 입장정리했다”고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대선구도와 관련해서는 대체로 안 원장이 출마할 경우 야권 후보들과 단일화를 이룰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3의 정당을 만들어 완주하는 방안도 시나리오로 꼽히고 있다. 중앙일보는 제하의 기사에서 “안 원장도 결국 한 정당을 선택할 것이란 시각이 아직까지는 우세하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 4월 17일자. 3면.

이어 “민주당에서는 ‘안 원장이 빨리 야권 대선레이스에 들어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그런데 총선 패배 후 안 원장의 몸값이 오르고 문재인 고문은 내려 민주당이 대표선수를 뽑으면 안 원장과 플레이오프를 치른다는 ‘투 트랙 경선’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투 트랙 경선’은 박원순 서울시장 선출 방식과 유사한 방식이다.

경향신문은 제하의 사설에서 “총선이 끝나고 모든 정치세력이 연말의 대선을 향해 나아가려는 지금, 우리는 안 원장이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대선에 대한 견해와 청사진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1, 2위를 다투는 주자”인 만큼 유권자들의 판단을 위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국민들에 대한 예의”라는 것이다.

로켓 발사-자본주의 수용, 북한의 진의는? 

한쪽에서는 장거리 미사일로 의심되는 로켓을 쏘고, 최고지도자는 갑자기 자본주의 경제체제 도입을 암시하는 말을 한다. 로켓 발사가 실패로 돌아갔음에도 로켓 핵심 세력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하나로 꿰어 해석하기 어려운 일들이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다.


▲ 서울신문 4월 17일자. 6면.

우선 로켓 발사와 관련 유엔 안보리는 대북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여기에는 중국과 러시아도 참여했다. 서울신문은 6면 제하의 기사에서 “성명의 수위는 약한 회초리로 세게 내리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서울신문은 “중국과 러시아가 가중처벌에 반대했지만 대신 3일 만에 의장성명을 도출함으로서 회초리를 단단히 움켜쥐었다”고 평했다.

서울신문은 “이번 의장 성명에는 2009년 성명보다 강한 표현들이 여러대목에서 등장한다”며 “형식은 중국의 주장을 취하는 대신 그 내용은 미국의 주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식으로 타협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결국 안보리 의장 성명은 북한의 반복되는 도발에 마땅히 추가할 제제수단이 없는 안보리의 한계를 노정하면서 말로 준엄하게 꾸짖은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사실은 북한이 쏘려던 것이 사실은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세계일보는 1면 제하의 기사에서 정부 소식통을 인용 “군 정보당국은 북한이 13일 미사일 발사 때 이 신형 ICBM을 쏘아 올리려다가 엔진연소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기존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세계일보 4월 17일자. 2면.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가 눈총을 보이는 가운데 김정은 제1비서는 “자본주의 방식의 경제개혁을 촉구”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1월 28일자 김정은의 발언록을 입수했고 이에 따르면 “경제부문 일꾼과 경제학자가 경제관리를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떨까’라고 제안해도 색안경 낀 사람들로부터 ‘자본주의적 방법을 도입하려는 것’이란 비난을 받고 있어 경제관리의 방법론에 의견을 갖고 있어도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불법사찰 증거인멸 당시, 관련자 전화기 ‘불났다’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 인멸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겨레는 1면 제하의 기사에서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행정관 외에도 청와대 직원 여러명이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과 자주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김두진 민정수석실 감찰 1팀장, 장석명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 김덕수 전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 등 민정수석실 직원들이 (지원관실 점검1팀 직원들과)통화 세부내역 수·발신자로 60여차례 등장한다”고 전했다. 이어 “017-770으로 시작하는 청와대 관용 휴대전화도 8차례 등장한다”며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과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도 통화자 내역에 이름을 올렸으나 당사자들은 사건 연루를 부인했다”고 전했다.


▲ 한겨레 4월 17일자. 3면.

중앙일보도 1면 제하의 기사에서 “박영준 차장이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로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구속된 직후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의 ‘차명폰’으로 전화를 걸어 대책을 논의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되었다”고 전했다.

박영준 차장은 MB정부 실세로 꼽히는 인물인 만큼 위 두 가지 정황을 종합하면 박 차장의 개입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박영준이 최종석에 전화를 건 것이 이인규의 영장이 발부된 시점이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동통신사 기지국 분석결과 발신 장소도 이인규를 변호한 K법무법인이 위치한 빌딩이다. 민간인 불법사찰이 점점 몸통으로 향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제하의 사설에서 “불법사찰은 국가권력이 국민의 사생활을 침해한 중대한 범죄”라며 “박 차장 등의 연루 의혹에 대한 조사가 ‘모양’으로만 그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눈앞의 의혹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준까지 수사하지 않으면 특검을 피하기 힘들다”고 검찰에 엄정수사를 촉구했다.

MB, 숨어서 뭐했나 했더니…. 

정부가 KTX민영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에 철도노조가 총파업을 경고하고 나서는 등 민영화를 둘러싼 대립이 정면충돌 양상을 빚고 있다. 한겨레는 1면 제하의 기사에서 “국토부는 16일 ‘수서발 KTX 신규사업자 모집 공고’를 냈다”며 “반발이 커지기 전에 속도전을 펼쳐 고속철 민영화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어 4면 제하의 기사를 통해 “수서발 노선은 새마을호 등 일반열차가 없고 수서·분당지역 주민들이 KTX를 타러 굳이 서울역·용산역까지 오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민간의 독점노선’이란 지적도 있다”며 “흑자 노선을 민영화해 이익을 사기업에 넘기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 한겨레 4월 17일자. 4면.

MB정부, ‘박근혜 눈치보기’ 시작? 

신임 경찰청장에 김기용 경찰청 차장이 내정되었다. 이를 두고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변화가 생겼다”고 해석했다. 경향신문은 1면 (MB인사 달라졌나)제하의 기사에서 “정치성향이 강한 측근들을 밀어붙였던 인사보다 새누리당의 반발이 적은 무난한 인사를 골랐다”며 “국정주도권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게 기울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당초 경찰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사기와 기강을 고려해 장악력이 강한 경찰대 1기 출신 이강덕 서울청장 카드를 원했고 청와대 역시 임기 후반 안정적 조직운용을 위해 고향 후배인 이강덕 발탁에 무게를 두었으나 자신이 원하는 사람보다 현실적 인사를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신문도 2면 (달라진 MB 인사코드)제하의 기사에서 “이강덕 대신 김기용을 발탁한 것은 ‘고소영 인사’, ‘오기 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던 과거와는 분명히 결이 다른 선택”이라며 “이 대통령의 고향 후배이며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불거진 2008년 청와대 공직기강팀장을 맡았던 이강덕 기용에 반대하는 박근혜 위원장의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사교육에 의탁하는 공교육
 

어려운 수시 논술이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일보는 1면 제하의 기사에서 “고난도 문제로 구성된 논술고사가 결국 과도한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며 “서울 주요 11개 대학 대입수시전형을 분석한 결과 논술중심 전형 비중은 높고 경쟁률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19대 총선에서 계급투표 경향이 더욱 뚜렷해 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경향신문은 1면 제하의 기사에서 “주택소유 잣대로 살펴본 부촌과 서민층 밀집 거주지역의 투표성향이 대비됐다”며 “특히 강남의 계급투표 성향은 더욱 강했다”고 분석했다.

제노포비아가 SNS만의 문제인가?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선출된 이자스민씨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1면 제하의 기사에서 “이자스민씨는 총선이 끝난 후부터 인터넷상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그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지 묻는 것은 검증 차원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나 최근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그에 대한 비난은 귀화 이주민에 대한 혐오일 뿐”이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4월 17일자. 1면.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는 오래 전부터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이날 신문지면을 장식한 노르웨이 연쇄 테러범 브레이크비 역시 범행동기는 제노포비아였다. 이날 조선일보의 보도는 부정적 현상인 제노포비아에 대한 지적이지만 “SNS와 인터넷에서 이같은 글이 올라오고 있다”며 이를 SNS문제로 단편화시켰다.

강정은 현재진행형
 

강정마을은 현재 진행형이다. 16일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에 해군기지 건설을 저지하려던 시위대와 경찰이 부딪혔으나 이에 대한 보도는 한겨레 지역면과 경향신문 사진 한 장 뿐이었다.


▲ 경향신문 4월 17일자. 10면.

정상근 기자

2012년 4월 15일 일요일

“대선도 초박빙…야권연대 없는 민주당 필패”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14일자 기사 '“대선도 초박빙…야권연대 없는 민주당 필패”'를 퍼왔습니다.
동아·명지대 정치연구소 분석…시대착오적 야권연대? 보수언론 보도 ‘머쓱’

여야가 올해 대선에서 ‘초박빙’ 승부를 펼치고, 민주통합당은 야권 연대 없이 새누리당에 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동아일보는 14일자 12면 기사에서 “△올해 12월 대선은 2007년 대선과 달리 여야 간 초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는 점 △야권연대 없이 민주당 혼자서는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기 힘들다는 점 등 2가지가 확인됐다”며 동아와 명지대 미래정치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밝혔다.
이 결과는 이번 총선 표심이 12월 대선 표심과 비슷할 것이라는 전제를 두고, 18대 총선 표심(전체 245개 지역구의 양대 정당 후보와 정당 득표율)과 17대 대선 표심(대선 때 같은 당 소속 후보 득표율)이 ±5%포인트 이내의 오차 범위 내에서 거의 일치했던 선거구의 올해 총선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연구소는 서울 (중구, 용산), 경기 (화성갑, 용인을, 성남 분당, 양주, 동두천, 고양 일산동, 고양 일산서, 파주, 김포, 가평), 인천 중동옹진 등 13개 선거구를 분석 대상으로 꼽았다. 이 분석은 미국정치학회에서 대표선거구의 다양한 선거 결과를 통해 미국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모형을 국내에 적용한 것이다. 


▲ 14일자 동아일보 12면.

동아는 “12월 대선에서 접전이 예상되는 근거는 우선 대표선거구 13곳에서의 평균 후보 및 정당 득표율 비교에서 확인된다”며 “새누리당은 46.6%, 야권은 45.2%로 차이는 1.4%포인트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동아는 “12개 지역구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을 합친 야권과 새누리당의 정당 득표율은 모두 10%포인트 이내의 근소한 차를 보였다”며 “그중 8곳은 5%포인트 이내의 초접전 양상”이라고 밝혔다.
동아는 또 “정당 득표율로 선정된 대표선거구 9곳의 경우 이번 4·11총선에서 모두 새누리당이 1위를 차지했”지만 “9곳 중 5곳은 새누리당이 여전히 앞섰지만 4곳에선 민주당과 통진당의 정당득표율 합이 새누리당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동아는 “민주당과 통진당이 대선에서 별도의 후보를 낼 경우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기가 힘들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올해 대선의 ‘박빙 양상’을 전망한 정치 평론가의 분석이 많았지만, 특정 선거구의 그동안 투표 양상을 비교 분석해 올해 대선을 전망하는 것은 눈길을 끄는 분석 방식이다. 특히,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야권 연대’의 효과가 적었다며 올해 대선에서 ‘야권 연대’를 하는 게 민주당에는 부정적이라는 취지의 논조를 보인 보수언론 보도를 반박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동아는 14일 사설에서 “민주-통진 연대는 민생과 동떨어진 이념 투쟁으로 치달았다”며 “민생과 무관한 이념투쟁에 골몰하고, 내편이면 무조건 문제없다는 시대착오적 진영 논리를 깨지 않으면 민주당의 미래는 어둡다”라고 밝혔다.


▲ 조선일보 14일자 8면 기사. 조선은 부제목을 "서로의 당에 간 표 예상 이하, 야권연대 효과 있는지 의문, 결국 세 불린 통합진보만 '득'"이라고 꼽았다.

조선은 이날 사설에서 “민주·진보 연대는 반대편인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해 결집시키는 역풍을 몰고 왔고, 특히 안보 의식이 높은 강원도에선 9석을 새누리당이 싹쓸이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며 “‘한명숙 대표 이후’ 민주당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총선에서 패하게 된 진짜 이유가 뭔지를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은 “민주당이 대선 때도 이렇게 입장이 다른 진보당과 공동 정부 구성을 전제로 연대를 이어갈지도 대선 주자들 간 노선 경쟁을 통해서만 답을 구할 수 있다”고 밝혀, ‘민주당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대선에서 ‘야권 연대’를 깰지 여부임을 시사했다.
중앙도 14일자 사설에서 “반MB세력을 얼기설기 모아놓은 것이 야권연대가 아니다”며 “야권연대를 했다고 무조건 표를 던지는 유권자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들 보수언론이 이번 총선 이후 (조선 14일), (중앙 13일) 등 잇따라 ‘야권 연대’의 의문을 표하고 있지만, ‘여권 연대’에 대해선 조용한 것도 주목되는 보도 양상이다. 중앙은 14일자 8면 기사에 새누리당 대표로 거론되는 강창희 당선자의 전화 인터뷰 기사 를 실었다.
반면, 한겨레는 12일자 사설 에서 “리더십 부재, 갈팡질팡하는 정책, 미래에 대한 청사진 부재 등 야당의 고질병이 고쳐지지 않는 한 정권교체는 요원하다”며 “유권자들이 표를 통해 던진 메시지의 의미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민심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고 주문해, ‘야권 연대’의 문제를 부각시키는 보수언론과 대비되는 논조를 보였다.

최훈길 기자

새누리당 호들갑, ‘밴드왜건’보다 ‘언더독’ 전략 먹혔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14일자 기사 '새누리당 호들갑, ‘밴드왜건’보다 ‘언더독’ 전략 먹혔다'를 퍼왔습니다.
[뉴스분석] 새누리당의 이미지 변신과 야권연대의 오만, 그리고 브래들리 효과

예상을 뒤엎는 총선 결과에 해석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명박 심판이라는 야권연대의 구호가 민심을 크게 흔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100석도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새누리당은 과반수 의석을 차지했고 일찌감치 승리에 도취됐던 민주통합당은 싸늘한 민심에 큰 충격을 받고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지난 여러 선거의 경험을 돌아보면 ‘숨은 표’가 야권에 유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이 무더기로 공개됐고 여기에 맞서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문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된 것이라고 쟁점을 희석시켰다. 야권은 불법감찰과 합법감찰은 다르다며 반박했지만 파괴력은 급격히 수그러들었다. 야권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의 구호를 내걸었지만 큰 울림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여론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멤버인 김용민 노원갑 후보의 8년 전 막말 파문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민주통합당은 정봉주 전 의원의 지역구에 김 후보를 전략공천하면서 ‘나꼼수’ 특수를 노렸지만 보수언론의 집중포화에 직면했다. 김 후보의 막말보다 더 치명적이었던 건 민주통합당의 사태수습 방식이었다. 한명숙 대표가 김 후보에게 사퇴를 권고했지만 김 후보는 이를 거부했고 보수언론은 선거 막판까지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다. 

이번 선거는 결과적으로 밴드왜건 효과 보다는 언더독 효과가 더 컸다. 


민주통합당은 '나꼼수' 열풍을 타고 'MB 심판' 대세론을 선거 전략으로 펼쳤으나 실패했다.

밴드왜건 효과는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거나 지지하는 정당을 바꾸는 걸 말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스타인이 1950년에 발표한 네트워크효과의 일종으로, 서부 개척시대 금광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역마차를 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현상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기업에서는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 기업으로 활용하고 정치권에서는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는 선동 전략으로 활용한다. ‘될 사람 밀어주자’는 전략인 셈이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의 공세에 맞서 위기감을 과장, 보수세력을 결집시키는데 성공했다. 전형적인 언더독 전략이었다.

언더독은 밴드왜건 효과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투견 경기에서 밑에 깔린 개를 말한다. 게임이나 시합에서전력이 뒤처지는 사람을 언더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언더독 효과는 강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약자에게 연민을 느끼며 이들이 강자를 이겨주기 바라는 심리현상을 말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 없을 때 약자를 응원하거나 선거에서 불리한 후보에게 동정표가 쏠리는 현상을 언더독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흔히 사람들은 절대 강자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있는 반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언더독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젊은 층과 화이트칼라 직장인들은 밴드왜건 효과에, 그리고 여성과 자유주의자, 저소득 계층은 언더독 효과에 더 민감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서울과 경기지역 유권자들에게는 이명박 심판이라는 밴드왜건 효과가, 강원과 충청지역 유권자들은 거대 야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언더독 효과가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 결과 크게 앞설 것으로 예상됐던 민주통합당의 부진에는 브래들리 효과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브래들리 효과는 198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지사 선거에서 흑인인 토머스 브래들리가 여론조사에서는 상대편 후보를 크게 앞섰는데 실제 선거 결과에서는 패배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전문가들은 일부 백인들이 인종적 편견을 숨기기 위해 투표 전의 각종 조사에서 흑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거짓으로 진술한 것으로 분석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MB 심판’이라는 구호에 반대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치에 관심이 적거나 심판이나 권력 교체 같은 과격한 구호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지만 정작 투표장에 가서는 새누리당을 찍는 ‘숨은 표’가 많았다는 이야기다. ‘MB심판’이 ‘민주통합당 지지’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대안이나 비전 제시 없이 ‘MB 심판’을 외쳤던 야권연대에 대한 반발도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준석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한나라당이라는 ‘보수꼴통’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새누리당이라는 가치중립적 또는 가치배제적 당명을 선택하고 선명하고 산뜻한 빨간 색 점퍼를 맞춰 입고, 진성호, 전여옥, 주성영, 강용석 등 많은 비판을 받았던 의원들을 과감하게 쳐내면서 변신을 시도한 것도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새누리당은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감을 두고 차별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 사상구에서 유력한 대권 주자인 문재인 후보에 맞섰던 손수조 후보도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의 보수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 기여했다. 카메라가 박근혜 위원장을 비출 때마다 옆 자리에 앉은 이준석 위원의 해맑은 이미지도 이명박 대통령을 잊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마침 KBS와 MBC가 파업 중이라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대형 악재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것도 새누리당의 승리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야권연대가 떠들썩한 밴드왜건 효과를 노렸다면 새누리당은 몸을 낮추고 언더독 효과에 집중했다. 새누리당의 언더독 전략은 우연히 나온 게 아니라 치밀하게 기획된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이명박 정부와 거리감을 두면서 야당의 공격에 수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쇄신을 강조하는 한편 여소야대 가능성을 흘리면서 위기감을 확산시키고 전통적인 보수세력의 결집을 호소하는 전략을 펼쳤다. 


언론이 박근혜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 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뉴스에서 사라졌다. 새누리당의 미디어 전략은 치밀하고 정교했다. 연합뉴스.

주목할 부분은 과반의석을 차지한 이상 새누리당의 언더독 전략이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됐다는 사실이다. 공수교체가 된 상황에서 박근혜 대세론이라는 밴드왜건 전략에 민주통합당은 문재인 또는 안철수 대권도전 카드를 꺼내 맞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언더독 전략은 선거 막판에 효과가 크다. 한명숙 대표가 물러난 뒤 대선 후보가 조기 등판할 경우 박근혜 위원장과 기세 싸움에서 밀려 중도 낙마할 위험도 크다. 

미국 로크리지연구소의 조지 레이코프 연구원은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Don't Think of an Elephant)“란 제목의 책에서 왜 공화당이 미국 사회를 지배하는지를 설명한 바 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들으면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 프레임을 부정하려고 하면 할수록 그 프레임을 떠올려야 한다. 이 책은 상대편에 반대되는 주장을 펼치려면 상대편의 원칙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전략을 가르쳐줬다.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프레임 전쟁에서 승리했다. 불법사찰 파문에 노무현을 끌어들여 희석시켰고 김용민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모든 선거 쟁점을 가뒀다. "코끼리를 생각하지마"라고 말하고 나면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를 테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세금 구제(tax relief)’라는 단어를 썼을 때 세금이 있는 곳에 고통이 있으며 고통을 줄여주는 사람이 영웅이고 이를 반대하는 사람이 악당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낸다. 상대방이 세금 구제를 반박하려고 하면 할수록 세금 구제라는 프레임을 강화하게 된다. 공화당은 세금 구제를 넘어 세금 투자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고 2000년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 직후 TV에 출연해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라고 말했을 때 사기꾼의 이미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라는 프레임과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프레임은 이슈를 독식하고 여론을 지배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때 천안함이 만든 안보 프레임, 지난해 서울시의 무상급식 프레임도 프레임 전략의 좋은 사례가 된다.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이슈가 터졌을 때 새누리당과 조중동은 노무현 때도 사찰을 했다는 프레임을 만들었고 불법사찰이냐 합법감찰이냐는 논란이 시작되면서 불법사찰=이명박이라는 등식이 깨졌다. 김용민의 막말 파문이 터지고 사퇴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이명박은 완전히 뒤로 숨게 됐다. 코끼리의 이야기를 한 번 시작하면 코끼리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새누리당은 프레임 전략에서 일찌감치 민주통합당을 압도했다. 
“‘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 는 것은 진보주의자들이 믿는 흔한 속설에 불과합니다 . 만약 바깥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실들 모두를 대중의 눈앞에 보여준다면 , 합리적인 사람들은 모두 올바른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 그러나 이는 헛된 희망이다 . 인간의 두뇌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 중요한 것은 프레임이다 . 한번 자리 잡은 프레임은 웬만해서는 내쫓기 힘들다 .” (‘ 코끼리를 생각하지마 ’ 가운데 )
이제 대선까지 8개월 남짓.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총선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미디어 전략을 짜야 한다. 새누리당은 대선 국면이 앞당겨져 박근혜 위원장이 전면에 나선 것이 부담스러울 테고 민주통합당은 약발이 떨어진 ‘MB 심판’을 넘어 판을 뒤집을 새로운 구호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레임덕이 본격화한 가운데 뒤로 숨은 이명박 대통령을 끌어내려는 여야의 프레임 전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환기자

2012년 4월 13일 금요일

숨은 표는 왜 숨어버렸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12일자 기사 '숨은 표는 왜 숨어버렸나'를 퍼왔습니다.
[창비주간논평] 심판론에 안주하고 진영논리에 갇힌 야권의 아쉬운 패배

여론조사도, 출구조사도 빗나갔다. 숨은표를 말하던전문가들의 예상도 어긋났다. 2012년 의회권력과 행정부권력을 교체하는 두번의 선거 중 한번은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획득으로 끝났다. 새누리당이 획득한 승리라기보다 야당이 헌납한 승리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국민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지도 못하고 역사적 기회를 놓쳐버렸다.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 부조리함과 불공정함의 원흉으로 비난받던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은 위기 속에서 진화한 반면 민주진보진영은 심판론이라는 손쉬운 카드에 기대었다. 쇄신과 변화는커녕 퇴행을 반복했다. 기대에 못 미친 투표율이 이를 말해준다. 그 결과 끝까지 유보적 태도를 보이면서 숨어 있던 젊은층에게 투표할 이유를 제공하지 못했다. 역대 선거에서 야권의 승리는 늘 높은 투표율, 특히 젊은층의 적극적 참여 덕분이었다. 투표할 적극적 이유와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때 정치와 거리를 두었던 층도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드러냈던 것이다.

숨은 표를 끌어내지 못한 무능과 오만

두어달 전만 하더라도 젊은층의 정치적 관심과 선거참여 의지는 매우 높았다. 지난 2월 2040세대를 대상으로 한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이전보다 정치적 관심이 높아졌다는 응답이 20대는 59.7%, 30대는 49.9%에 이르렀다. 이를 떠받치고 있던 것은 정치적 효능감으로 '총선과 대선에서 시민의 참여가 정치와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의견이 63.2%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난 2개월 동안 민주진보진영이 보여준 행태는 무능과 오만 자체였다. 이미 준비가 된 2040세대를 다시 숨어버리게 하고 결국 투표장으로 끌어오지 못한 무능, 별다른 노력 없이도 이 층은 야권지지 표밭이라는 오만이 낮은 투표율로 나타난 것이다.

야권연대도 큰 울림을 주지 못했다.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을 이미 이런 틀로 치른 바 있어 신선함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야권연대를 채울 내용, 즉 아젠다와 전망이 필요했지만 오히려 내용적으로는 더 후퇴했다. 관악을, 성남중원 후보 사퇴 파동은 진보진영의 자기성찰, 자기검열이 얼마나 안이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13석을 획득한 통합진보당도 외형적으로는 선전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정체성 위기 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정당'이 울산, 창원 등 노동자 지역에서 외면당했다. 노동자 기반을 상실한 진보정당을 진보정당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정체성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또한 비례득표율도 10.3%에 그치면서 2004년 총선의 13.1%에도 못 미쳤다. 정책과 가치를 중시하는 진보정당의 특성상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에서 득표율이 대체로 높다. 진보진영이 주장하는 정치제도 개혁의 가장 중요한 화두도 독일시 정당명부제 등 비례대표 확대였다. 그런데 비례대표 후보들의 면면이나 선출과정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면서 비례득표율도 낮게 나타났다. 아무리 좋은 정책, 공약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정치인이다.



▲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당선자들의 현충원 참배 ⓒ뉴시스

심판론에 갇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선거

그렇다면 민주진보진영이 역사적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처참하게 패배한 원인은 무엇인가? 여러 요인들이 서로 엉켜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심판론에 갇혀 변화에 대한 비전과 전망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의 대부분의 선거가 사실상 정부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서울시장선거는 심판선거의 절정이었다. 심판으로 나타난 분노의 에너지는 순간의 열기는 뜨겁지만 지속되기 힘들다. 그 자리를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과 전망으로 채워야 했으나 야권은 이를 채울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지난 5년간 성찰과 치열한 준비를 통해 변화를 도모하지 못하고 반MB 정서와 근거 없는 낙관에 안주해온 셈이다.

무엇보다 무상급식 논란 이후 복지, 경제민주화 등의 정책이슈를 통해 새로운 균열축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1%만 대변하는 낡은 틀을 대체해 지금까지 정치로부터 배제되었던 서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99%를 위한 연대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외면했다. 아니, 수행할 만한 능력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특히 복지 이슈의 경우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보육 등 '무상'만 강조할 뿐 구체적 실행프로그램이 부실하다보니 박근혜식 복지와 차별화되기 어려웠다. 말만 앞세우고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정책은 힘이 없다. 오히려 재원 문제 등에 대해 여당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민주진보진영의 패배와 관련해 묵과할 수 없는 것은 진영논리의 위험성이다. 내부의 과오는 진영논리 앞에서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거나 무시되었다. 민주통합당의 임종석 사무총장 임명 및 단수 공천, 이화영 공천은 그 단적인 사례다. 재판중이거나 수사중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의도된 수사라는 명분,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어 한명숙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이들을 감싸안기에 급급했다. 만일 새누리당이 동일한 상황에 처할 때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을까? 통합진보당 역시 관악을 선거에서 부정이 드러났음에도 이를 단순한 실수로 축소하고자 했고, 또한 성추행 의혹 후보를 감싸안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진보는 더이상 도덕적 우위를 내세우기 어렵게 되었다.

진영논리의 위험성, 공정하지 못한 이중잣대

진영논리가 위험한 것은 내부를 향한 비판이 들어설 여지가 없으며, 성찰의 공간이 닫혀 있기 때문이다. 성찰의 공간이 부재할 때 그 공간은 안팎으로 소통하지 못하고 고인 공간, 진화가 불가능한 공간이 된다. 또한 진영논리는 공정하지 못하다. 내부와 외부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잣대다. 국민이 이명박정부에 분노했던 가장 결정적 이유는 부자, 재벌에게만 기회가 열려 있고 서민에게는 기회가 닫혀 있는 불공정한 질서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진보진영도 진영논리에 갇히면서 공정성을 상실했다. 지금까지 야권에 유리한 역사적 기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 '나꼼수'도 반MB라는 명분하에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 내 편의 과오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민주진보진영이 진영논리에 갇히고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결국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다. 큰 명분보다 작은 실리에 집착하고 오만 속에 역사적 기회를 놓쳐버렸다. 이는 공천의 부실함으로 이어졌고 충청권과 강원지역의 패배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정당득표율에서 야권연대는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을 합친 득표율 46% 못지않은 46.6%를 얻었다. 수도권에서는 새누리당을 압도했다. 문제는 대선까지 남은 7개월 동안 치열한 내부 반성과 쇄신의 노력을 실천할 수 있느냐다. 미래를 준비하고 정책과 아젠다를 통해 지지층을 다시 결집해내기에 이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오판과 오만, 박근혜에게 승리 헌납한 선거"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13일자 기사 '"오판과 오만, 박근혜에게 승리 헌납한 선거"'를 퍼왔습니다.
[선거 분석 좌담] "'이명박근혜'는 허상…사즉생의 각오로 나서야"

거리에서, 손에 든 스마트폰에서 '가카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다'라는 조롱의 말들이 흘러나왔고, 그 목소리는 다시 SNS의 창으로 입력되며 증폭되어 갔다. '가카'만 사라지면 세상이 바뀔 거라는 믿음이 '반 MB'라는 표제로 팔리기 시작했다. 21세기 한국에 심판의 날이 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정치의 해가 오자 한나라당은 이름을 바꾸었고 MB의 흔적을 지웠으며 '복지'를 이야기했다. 그들은 2002년 결집된 열정이 어떻게 정권을 뒤집었는지 잘 기억하고 있었다. 4월 10일, 19대 총선 하루 전까지만 해도 분명 판세는 이른바 범 야권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그러나 결과는 152대 127.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여당의 압승이었다.

'완패'부터 '사실상 패배'까지 그 표현은 다르지만 민주통합당 등 범야권의 반 MB 심판론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만 승리를 거두었고, 나머지 지역은 전멸했다는 분석은 공통적이다. 빨간 색으로 도배된 충청·강원·경상권의 모습을 목격한 민주당은 곧 "여러 미흡함으로 인해 현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 여론을 충분히 받아 안지 못했다"는 성명을 내놨다. 하지만 맞는 판단일까? '붉은' 지역에선 심판의 대리자보다, 조금이라도 먹고사는 문제를 신경써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아닐까? 덜 도덕적이고, 덜 깨끗하더라도?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심판론은 민심을 결집시키는 포인트를 잡아주긴 했지만 그 틀 안에 내용은 없었다"고 지적한다. 박권일 (자음과모음R) 편집위원은 "수도권의 교육 수준이 높은 시민들이 과잉 대표되면서 '심판론'이 실제보다 큰 것으로 오판됐다"고 말한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심판론 외에 새로운 사람들을 끌어들일 균열축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오판과 오만, 그리고 내용과 의제의 부재. 심판론은 효력이 있었지만 이 선거를 완수하기엔 이미 명운이 다 해 있었다. 12일 오전 프레시안)이 마련한 19대 국회의원 선거 분석 좌담에서 이철희 소장, 한귀영 연구위원, 박권일 편집위원은 야권 연대의 패인을 위와 같이 분석했다. 여기에 계파에 대한 집착과 비민주적 과정으로 얼룩졌던 공천, 잘못된 공천의 정점을 찍은 김용민 후보와 그를 둘러싼 팬덤, 한명숙과 문재인의 한계, 존재 근거를 잃어가는 통합진보당의 모습 등 선거에서 드러난 야권의 거의 모든 문제가 언급됐다. .

혹독한 비판이 이어졌지만 대선을 앞둔 여대 야 구도로 본다면 앞설 것도, 뒤처질 것도 없이 원점으로 돌아온 형국이라고 말한다. 물론 박근혜 리더십으로 대열을 갖추기 시작한 여당이 유리한 출발점을 점하기는 했지만, "총선의 패배가 쓴 약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어느 쪽이 되었든 12월까지 8개월, 시간은 공평하게 흘러갈 것이다. .

다음은 좌담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인터뷰는 임경구 (프레시안)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


ⓒ프레시안(최형락)

'야당 우세 판도' 잘못 읽었나

프레시안 : 19대 총선 결과에 대한 총평부터 해보자. 선거 전 사회 전반적인 '좌 클릭'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단독 과반을 얻은 표심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이철희 : 시민들이 여야에 가졌던 정서를 한 단어로 표현해 보자면 여권에는 '분노', 야권에는 '불만'의 정서였던 것 같다. 그동안 시민들 사이에서 분노의 정서가 표출되어 이른바 '심판론'이 효과를 발휘했는데,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전면에 등장해 혁신을 이야기했고, 그것이 심판의 대상인 이명박 정권을 숨기면서 많이 희석되었다고 본다. 또한 여당 자체에도 2010년 6.2 지방선거 이후로 2년 내내 매질을 당했기 때문에 생긴 내성이 있었다.

한편 야권에 대한 정서인 '불만'은 △전체적으로 그들이 도대체 변하지 않는다는 것과 △흩어져 있는 데 대한 것이었다. 그랬기에 '통합'의 노력은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과제인 '혁신'을 빼놓고 진행된 것이었기에 통합도 결국엔 '닥치고 통합'으로 진행되었고, 일부에선 '담합'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이 문제는 사실 공천 과정부터 시작된 거다. 민주당의 임종석 사무총장의 실정이다. (공천 이후로) 하루 한 석씩 잃었다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나.

결국 '분노'의 강도는 식어가는 가운데, '불만'에 대한 해소책을 제시 못 하는 판세로 이어졌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1992년 영국 총선 결과가 떠오른다. 선거 전엔 누가 봐도 영국 노동당에 유리한 형국이었다. 앞서 세 번 내리 지기도 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졌다. 그때 사람들은 '보수당에 대한 감정은 미움이고, 노동당에 대한 감정은 불신이다.'라고 해석했다. '미움'은 사람을 바꾸거나 혁신 의지를 드러내면 해소될 수 있는 문젠데, '불신'을 해소하려면 상당한 진통을 겪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구도가 민주당이 직면한 신뢰의 문제와 비슷하다.

한귀영 : 같은 의견이다. 다만 몇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선거 사나흘 전 판세가 어떻게 될까 하고 엑셀 프로그램으로 조사를 해 보았다. 수도권에서 야권6 대 여권4 정도로 야권이 이기는 구도로 조사를 해 보니, 전국적으론 새누리당이 150석 넘게 나오는 결과가 도출됐다.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 그래서 반대로 해 보니 수도권에서 야권7 대 여권3 정도로 이기고, 지방 무소속들로 인해 보수파가 일부 갈라지고, 충청권이 반씩 가져가는 구도로 되어야지만 (야권 연대가) 간신히 과반을 차지하는 구도였다.

이 얘기는 뭐냐 하면, 사회가 아무리 '좌 클릭'되고 야권 연대에 다른 호재가 있었어도, 한국의 보수 세력이 결집하면 이기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여권이 대승했던 2008년엔 오히려 한나라당·자유선진당·친박연대·무소속 등으로 보수가 분열해 있던 상황이었는데, 이번엔 무소속 당선도 거의 없었다. 똘똘 뭉친 보수를 상대해야 했던 거다.

또 하나 지적하자면 공천 중에서도 충청도 공천이 중요한 패인이었다고 본다. 충청도가 보수적이어서가 아니다. 민주당이 거기에 '인물'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선거가 결국 기존의 균열축인 심판론 가지고는 역부족이었단 사실이다. 새로운 균열축이 드러났어야 하는 건데, 그때 꺼냈던 게 '2040 세대'였다. 하지만 세대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세대 이면에 있는 계급, 계층 등이 문제인 거다. 그걸 못 보고 '2040 세대'라는 안이한 표심에 기댄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2040'이란 허상에 기대다

박권일 : 사실 애초부터 사회 전반이 '좌 클릭' 한 분위기가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특히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시 언론에서도 '2040 세대가 박 후보를 선택했고, 그 표심이 대선에서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놨는데 과연 그럴까 싶었다. 어느 신문의 여론조사에서 40대의 정치적 성향이 1년 사이에 극단적 보수에서 극단적 진보로 엄청난 진폭을 보였다는 결과를 봤는데, 1년에 그 정도 차이라면 의심해 봐야 했던 게 아닐까?

기본적으로 야권의 패인은 '오판과 오만'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팟캐스트 (이하 나꼼수)에 편승했던 분위기와 그에 대한 과대평가를 들 수 있다. 그 현상에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교양 시민들, 이른바 '표준 시민'(수도권 교양 시민들이 쓰는 말을 '표준어'라 부르는 데 착안해 만든 조어)들이었다. 수도권에 살며, 2008년에 촛불을 이끌었고 이제는 SNS를 통해 활발히 활동하는 그분들이 여론에 과잉 대표되었고, 당이 그걸 잘못 해석하면서 '심판론이 먹힌다', '2040 세대가 진보적이다'라는 오판이 나온 듯하다. 한편 오만은 앞서 지적된, 공천에서 불거진 문제들이 잘 보여준다. 따라서 야권 연대가 내세운 심판보다는, 야권 연대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 더 크지 않았나 생각한다.


▲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프레시안(최형락)
이철희 :선거의 기저에는 분명 심판론이 깔려 있었다고 본다. 민심을 결집시키는 포인트를 잡아주는 데는 성공했다. 그런데 심판론 다음에 나와야 할 새로운 의제로 확장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이 잘 못했다는 데 동의가 이루어졌다면,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그 다음 연결점을 만들어냈어야 했다. '반 MB·부패'란 '틀' 안에 알맹이를 넣었어야 했다는 거다.

또 나 역시 이번 선거를 통해 세대 담론의 허구성이 분명히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세대 담론에 기대지 말고 그 내용을 채워나가야 하는데, 무조건 세대 이름만 외쳤다. 게다가 '2040 세대'는 그 말 자체가 논리적으로 성립이 안 된다.

박권일 :20대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청년 비례대표 관련해서도 정말 문제가 많았다. 특히 통합진보당은 서바이벌 게임을 그대로 베껴 내용은 없고 경쟁만 있는 '날림'으로 진행했고,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대체 누구를 뽑겠다는 건지, 애초에 의도가 뭔가 싶었다. 20대를 갖고 장사할 목적이었다면, 성공한 건 오히려 청년 비례대표를 아예 뽑지도 않은 새누리당 아니었나? 화려한 스펙을 가진 이준석과 순수한 열정으로 상징되는 손수조. 두 사람을 결국엔 국회로 보내지도 않으면서 알맹이는 다 가져갔다. 여야 다 20대에 대한 고민과 내용이 없긴 마찬가지였지만, 야권은 돈과 시간을 더 많이 쓴데다가 성과도 없었다.

세대를 내세울 거면 진짜 문제, 그러니까 '88만원 세대'로 뭉뚱그려서 이야기할 수 없는 '프레카리아트(아르바이트·하청 등 불안정 노동)'를 의제화했어야 한다. 난 '청년 실업'이란 말에도 어폐가 있다고 본다. 알다시피 일자리는 많다. 다만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결국 대다수가 열악한 불안정 노동에 빠지는 게 문제다. 이 부분을 보지 않고 일자리와 청년 실업률을 숫자로만 내미니 여당에서도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나오는 거 아닌가.

하나 덧붙이자면 선거가 끝나자 또 다시 거짓말처럼 '20대 개새끼론'이 나오더라. (웃음) 20대에게 '너희가 투표하지 않아서 세상이 바뀌지 않았다'는 혐의를 덧씌우는 것이다. 특히 20대하고도 여성들의 투표율이 8퍼센트밖에 안 나왔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떠돌면서 '된장녀' 운운까지 나온다. 무슨 일만 일어나면 그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 문제라는 언사가 분노와 함께 되풀이되는데, 일종의 사회적 증상 아닌가 싶다.

중도보수를 끌어들일 '한 수'는 없었다

프레시안 : 잠정 투표율이 54.3퍼센트라는 점을 기준으로 여야의 결집도를 평가해보면 어떤가.

이철희 :그 숫자는 함정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지방선거보다) 총선 투표율이 더 높아야 정상이다. 그리고 2008년 18대 총선은 특히 떨어져버린 수치였다. 게다가 올해는 대선도 있는 정치의 해다. 그렇게 보면 54.3퍼센트는 결코 높은 수치가 아니다.

투표율이 60퍼센트에 근접하려면 20, 30대를 투표장에 오게 해야 하는데 그들이 나오지 않았다. 그걸 지적하려는 게 아니다. 투표 안 하는 게 민권의식의 문제는 아니니까. 결국 당사자들을 끌어내지 못한 정당의 문제다. 특히 투표 독려에 안간힘을 기울였던 야권. 18대 총선 투표율은 왜 46퍼센트밖에 안 나왔는지, 반면 서울시장 선거는 왜 높게 나왔는지, 여기에 대해 고민을 했다면 이렇게 느슨하게 대응하지 않았을 거다.

논문 표절한 문대성, 제수를 성추행한 김형태 등 여당 공천자들의 문제 하나 쟁점으로 만들지 못했다. 언론 파업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야권 쪽 보도만 줄었다. (웃음) 선거를 구성하는 요소 100개가 있다면 그 중 하나라도 제대로 했나 싶다.

프레시안 : 그나마 하나 성과가 있다면 여야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낸 것 아닌가.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도 나오는데.

한귀영 :아무리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도, 보수 여권이 하나로 뭉치면 야권으로선 도저히 뚫을 수 없는 구조인 것 같다. 심판론을 넘어서는 새로운 균열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를테면 무상급식이 그런 의제였다. 그게 보수마저도 중도파로 끌어들이고 결집시키는 힘을 갖고 있었다. 그 분위기가 거의 3년 간 무르익었는데 새 균열축을 만들지 못했다.

또 야권은 2040 세대에 취해 있다가 정작 중요한 표층을 잃었다는 느낌이다. 50대, 특히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영세 자영업자들이다. 지방선거나 서울시장 선거 때 50대들은 일방적인 보수 구도를 형성한 게 아니라 4 대 6 정도의 균형을 보였다. 이번 선거에서도 초기 데이터를 보면 실제로 50대 자영업자들, 야권 쪽에 기우는 경우가 제법 많았다. 그런데 후반부로 갈수록 '1대99'라는 틀 속에서 공감을 보이던 50대마저도 이탈해 갔다. 굉장히 아쉽고, 치명적으로 작용한 부분 아닌가 싶다.

'나꼼수'라는 덫

프레시안 : 민간인 불법 사찰과 김용민 막말 파문이 선거 막판의 최대 이슈였다. 후자의 경우 그 영향이 있었는지 알기 어려운데, 어떻게 보나?

한귀영 :나꼼수 얘긴 함부로 했다가는…. (일동 웃음)

이철희 :먼저 하겠다. (웃음) 김용민 후보의 발언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본다. 이런 문제의 후보를 다루는 정당의 부족한 리더십과 무기력, 꼼수에 화가 난 게 더 큰 문제였다. 외부에선 상당히 세게 김용민 후보의 사퇴를 주장했고, 심지어 한명숙 대표까지 비례 후보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하나도 안 먹혔다. 정신 차린 사람 몇 명 있긴 했겠지만 결국 당 자체로는 김용민과 나꼼수를 제어하지 못했다. 정작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은 시내 한가운데에 팬을 모으고 차 위에 올라가 주머니에 손 넣고 사진찍고 있는데, 정당은 눈치나 보고 있는 게 말이 되는가.


▲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프레시안(최형락)
한귀영 :김용민 후보를 공천할 때부터 민주당은 덫에 걸렸다는 생각이다. 공천 순간부터 그 후보에 대한 제어는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문제가 될 걸 몰랐을까?

공천이란 정당이 자당을 대표하는 후보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해당 인물이 공익과 공동체를 위해 어떠한 기여를 해 왔으며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관점이 가장 중요한데, 그건 빠진 상태에서 스타성에 기댄 공천이 주를 이루었고 그 절정이 김용민 후보였다. 차라리 김 후보는 나꼼수만 계속 만들었다면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었을 거다.

또 하나는 나꼼수 자체의 문제인데, '비키니 논란'을 비롯해 그간 여러 번 문제적 조짐이 드러났었다고 본다.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이 진영 논리에 갇혀 버렸다는 사실이다. 나꼼수가 대중의 환호를 얻은 결정적 이유는 모든 성역을 없애버렸다는 데 있는데, 어느 순간 그들이 성역화된 것이다. 어디에나 칼을 들이댔지만 그 칼날이 자기 자신을 향하지는 못했는데, 그럼 칼날은 자연히 무뎌질 수밖에 없다. 그 성역화와 편 가르기가 '우리 편'한텐 무척이나 통쾌한 일일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게 정치권력이 된다면 굉장히 위험한 결과가 나타날 거라고 본다.

프레시안 : 민주진보 진영 내에선 매우 열정적인 팬덤 문화가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것 같다. 결속력이 강한 소수의 열정이 결과적으로 왜곡된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반복되는 듯 하다.

이철희 :2002년에 구 민주당이 국민 경선으로 대선 판을 엎어버린 일이 있지 않았나. 내용과 형식 중에 형식을 통해 바꾼 일화 중 하나였다. 이번에도 형식에 집착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형식에 대한 집착, 깜짝 쇼, 뭔가를 한 번에 바꿔보려는 욕망…, 이런 방식은 도움이 안 된다. 여기에 재미를 붙이면 대선 판에서도 한 번에 엎어버리려는 기획이 시도될 수 있는데, 그럼 절대로 못 이긴다.

노무현·김대중 두 전 대통령도 '정상적'으로 이긴 게 아니었다. 어떤 운과 분위기가 작용했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이기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결국 다시 민주당의 역량 문제로 돌아오는 것이다. 민주당이 내용 면에서 천착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 이걸 감안하면 2012년의 깜짝 쇼를 노리기보다 2017년까지 길게 바라보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이명박근혜'는 없다


▲ 박권일 <자음과모음R> 편집위원.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새누리당의 시각에서 총선을 돌아보자. 일견 불리해 보이는 판세를 뒤집고 위력을 과시했다. 유권자들에게 어떤 점을 어필했던 걸까.

박권일 :일단 새누리당이 플래카드에 복지와 경제 민주화를 크게 내세우는 등 일종의 물타기를 했다. 겉으로 봤을 때 야권이 차별화되는 부분이 없어진 거다. 전략적으로 최대한 '반 MB'를 희석시킬만한 행보를 보였다고 생각한다.

한귀영 :그런데 새누리당이 이긴 게 아니라 민주당이 새누리당에게 헌납한 선거로 봐야 하지 않을까.

이철희 :그에 대해 변명 아닌 변명을 해 주자면, 애초에 (민주당의) 과반수 확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17대 국회 때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확보했고, 이명박 정권 말기 들어 선전하는 걸로 보이니까 과반 확보를 당연한 것처럼 여겼지만, 이번 선거에서 나타났다시피 보수와 영남이 한 덩어리로 움직이면 무시할 게 못 된다. 당시 152석이 가능했던 건 충청권에서 의석을 가져왔기 때문인데, 이번엔 충청·강원권에서 대패하지 않았나. 그렇게 제외할 거 제외하고 현재 야권 연대의 역량을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127(민주당 의석 수)+13(통진당 의석 수)=140이다. 이렇게 보면 아주 나쁜 성적표는 아니다. 다만 그 과정이 한심했을 뿐이지.

그래서 이대로 '박근혜 대선 순탄'이란 예측을 내놓는 건 섣부르다고 본다. 다만 이번에 그가 보인 리더십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박근혜 대 문재인의 선거는 아니었지만, 박근혜가 다섯 번이나 부산에 내려가 손수조의 손을 잡아줄 때, 진보 진영의 대표선수라 여겨지는 문재인은 대체 무엇을 했나. 두 사람의 모습에서 현격한 차가 드러났다. 그게 작아 보여도 어떤 세력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내는 데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 같다.

한귀영 :동의한다. 2002년 대선과 비교해 보자면, 전력이란 측면에서 당시엔 한나라당이 압도적 우위였다. 그때에 비하면 현재 새누리당의 전력은 많이 약해졌다. 그런데도 보수도 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박근혜의 전략에 대한 부분을 인정해야 한다.

이철희 :물론 새누리당으로선 '1인 정당화'라 할 정도로 박근혜에게 과도하게 의지했다는 우려를 피할 수 없겠지만, 민주당의 문제는 그 반대였다. 그들은 중심이 없는 선거를 했다. 박근혜의 결기는 상당한 수준인 데 반해 야권의 그것은 답답한 수준이다. 굳이 대표가 아니더라도 내용 면에서 리더가 있어야 했는데 전혀 없었다.

어쩌다 한 번 신문을 읽는 평범한 사람들에겐 선거 주제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MB 정권 심판론을 꺼내면서도 자꾸 박근혜에게 칼날을 세웠다. 그게 박근혜의 프레임에 말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본질은 이명박, 그러니까 개인으로서의 이명박이 아니라 새누리당과 보수를 아우르는 상징으로서의 이명박의 잘못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명박이 박근혜 뒤로 숨은 꼴이 됐다.

프레시안 : 야권이 프레이밍한 '이명박근혜' 자체가 허상이 아니었을까?

이철희 :애초에 그렇게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2007년 대선 직전에도 한나라당 경선에서 둘이 세게 붙지 않았나. 박근혜는 그 때도 이명박을 대선 후보감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18대 총선은 친이계의 친박계 학살이었고. 박근혜가 이명박의 대리인 혹은 수혜자라는 이미지를 아예 안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보통 사람 시선으로 봤을 때 분명 반 MB의 의지가 있다. 게다가 '이명박근혜'라는 조어는 발음도 어렵고 와 닿지도 않는다.

박권일 :이미 대중들에겐 피터지게 싸우는 세력으로 각인돼 있는데 '이명박근혜'로 연결 지으면 굉장히 작위적이란 느낌을 받게 된다. 앞으로 박근혜는 이명박의 '천박한 보수'와 차별화되는 '정통 보수', '보수의 적통'이란 프레임으로 나갈 것 같다. 그래선지 올해 대선이 보수 대 진보란 프레임으로 가게 될까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안철수 열풍이 착한 보수에 대한 열망과 연결되어 있는 걸 고려하면, 결국 '어떤 보수냐'의 대결이 되리란 생각이 든다.

박근혜, 난공불락인가?

프레시안 : 어쨌든 여당의 대선 대열은 박근혜를 중심으로 정비됐다고 봐야 할듯 하다.

이철희 :그렇다. 박근혜는 이번 선거를 자기 노선에 대한 확정으로 받아들일 거다.

프레시안 : 반면 야당의 경우 한명숙 체제가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는데, 이제부터라도 새로운 지도 체제에 대한 고민이 시작돼야 할텐데.

이철희 :대선까지 지도부를 재구성하고 준비 체제를 다시 꾸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견, 그 자체가 한심하다고 본다. 이번 선거가 준 교훈 중 하나가 무너진 당내 리더십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인데, 그걸 안 하고 대선을 치를 수 있겠는가. 문책이 반드시 필요하고, 현재 지도부가 사퇴라는 조치로 책임지는 게 합당하다고 본다.

한귀영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들이 심판론을 이야기했는데 심판의 다른 말은 책임이다. 여당한테 물었던 것만큼, 자기 진영 유권자들의 욕구를 대변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그걸 대의민주정치라고 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 : 종합하자면 박근혜 대세론은 확고해진 듯하다. 신뢰라는 키워드도 독점했다. 대선까지 한참 남긴 했지만, 현재로선 박근혜의 존재가 난공불락처럼 느껴지는데.

이철희 :새누리당 안에서는 확실해졌지만, 대선 전체 판세를 보면 난공불락까진 아니다. 18대 총선을 떠올려 봐라.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등 보수당이 다 합쳐 185석을 얻었다. 통합민주당이 81석을 얻었고, 민주노동당 5석, 창조한국당의 3석까지 합치면 89석이 야권이 받은 성적표였다. 이거에 비하면 19대 총선 성적은 정말 많이 향상된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대선이 일방적으로 흘러갈 거라고 보지 않는다. 물론 이런 얘기하면 그들이 그대로 눌러 앉을까봐 조심스럽다. 이번에 지기 힘든 선거를 완벽하게 졌고, 탁월한 무능이었다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대선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수도권만 놓고 보자면 새누리당이 43석을 얻은 데 비해 민주통합당은 65석이고 통합진보당 4석까지 합치면 진보진영이 69석을 얻은 셈이다. 43대 69면 상당히 해볼 만한 구도라고 본다. 앞으로 충청이나 강원에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구도다.

프레시안 : 이번 결과가 민주당에게 '쓴 약' 역할을 할 거라는 의견도 있다.

한귀영 :약을 약으로 만드는 건 주체의 능력이다. 이번 패배를 통해 변화와 내부 결집을 보여준다면 가능성이 있겠지만, 계속 지금처럼 지리멸렬하면 어려울 거다.

이철희 :'만만치 않은걸' 정도의 쓴 약이라면 치료되지 않을 거다. 그보다 훨씬 깊은 내상이다. 새누리당이 대통령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시점에 친이계 권력을 깨버리는 공천을 한 것처럼 쓴 것을 삼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 절박함을 반추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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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빠진 딜레마

프레시안 : 야권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어떤가. 문재인 후보가 지역구 승리는 했어도 사실상 실패했다고 얘기되는데, 문재인의 한계와 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이철희 :17대 총선 때 PK(부산·경남) 득표율을 보면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을 합쳐 46.7퍼센트까지 갔다. 근데 이번엔 거기에 못 미친다. 부산진구을에 출마했던 김정길 후보도 40.5퍼센트 지지율로 낙선했는데 지난번보다 줄어든 수치다. 이게 문재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만일 PK를 영남권에서 떼어내는 것이 과제였다면 실패가 확실하고 책임의 상당 부분은 문재인에게 있다고 본다.

한귀영 :일면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일단 의석수로 보면 PK에서 얻은 게 겨우 세 석이니까 문재인의 힘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몇몇 지역에서 오차범위 내로 접전을 펼쳤기에 '고작 3석'이라는 말로 문재인의 한계를 얘기하기도 어렵다.

PK에서 변화의 욕구가 있긴 있다고 본다. 특히 부산에선 저축은행 사태라든지 심각한 양극화 문제로 인해 뚫고 들어갈 지점이 분명히 있었다. 영도구에 출마한 통진당 민병렬 후보의 선전(37.6퍼센트, 2위로 낙선)이 그걸 증명한다. 출구조사만 놓고 보면 1위와 오차범위 내에 있었다. 영도에 김진숙과 한진 중공업, 희망버스가 있긴 했지만 부산에서 노동이란 의제를 갖고 37.6퍼센트를 만들어낸 건 대단한 거다.

그런데도 문재인이 PK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 건, 오히려 친노라는 틀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야권은 이제 수도권을 공력하면서 거기서 먹힐 인물이 누군가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다시 노무현(친노)을 소환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 '친노', 'PK'만 갖고 문재인이 버틴다면 상당히 힘들어질 거라고 본다. 빨리 그 두 굴레를 벗어나야 대안으로 부각될 수 있을 텐데 본인에게 달린숙제다.

안철수에게 시간이 없다

프레시안 : 또 한 명 빼놓을 수 없는 게 안철수다. 이번엔 그야말로 숨을 죽이고 있었는데, 이번 총선이 과연 안철수에겐 무엇이었을까. 과연 야권의 패배가 안철수의 기회가 될까?

박권일 :내가 보기엔 수혜를 입었다. 문재인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되면서 박근혜의 대항마로 자연스럽게 안철수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되지 않았을까. 안철수는 언제 등판하게 될까, 라는 기대감이 대중들 사이에 있는 것 같다.

이철희 :덕은 봤을 거다. 야권이 힘이 달리는 걸 보여줬기 때문에 분명 안철수를 잘 끌어안으려고 할 테니까. 하지만 반대로, 총선이 이 따위로 될 때까지 그는 대체 뭐 했냐고 물을 수 있는 거다. 고작 투표 독려뿐이었다. 그래서 안철수가 야권의 경선 레이스에 들어오겠다고 하면 당에서 아주 흔쾌히는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본다. 여전히 중요한 의제들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고, 자기가 어떤 정치 주체인지조차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지층의 동의를 구하긴 어려울 것 아닌가.

이렇게 보면 수혜를 입은 듯 하면서도 얻은 알맹이는 많지 않다. 자기 정체성이 뭔지, 뭘 할 거며 누구랑 같이 갈 건지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안철수에게 주어진 시간도 별로 많지 않다고 본다.

한귀영 :나도 안철수 효과의 1라운드가 지난겨울 1500억 원을 기부한 시점에서 일단 끝났다고 본다. 이제는 그 현상이 있었는지조차 아득하게 느껴지는데, 그런 의미에서 정권에 나설 거라면 1라운드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만 한다고 본다. 단순히 불공정한 것에 대한 젊은 층의 반감이 아니라, 자기가 꿈꾸는 정치에 대한 상(像)들을 업어야 하는 거다.

물론 총선에서 안철수가 어떤 역할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대선은 거의 인물 하나로 가지만 총선은 246개 지역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구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총선을 전후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총선 며칠 전 어느 강연에서 현 정권을 비판하는 듯한 비유적 발언을 했는데, 그게 안쓰럽게 한 발 걸치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솔직히 그가 정치란 진탕에 뛰어들 수 있을지조차 회의적이다.

이철희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때 취한 스탠스와 이번 4월에 보인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이번엔 더 나가야 할 판에 뒤로 물러나 버렸다. 파급력 면에서도 별 재미를 못 봤다. 이러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서 같이 고민하고 경쟁하는 게 그에게도 나은 선택이다. 그게 아니라 '너희들이 꽃가마 태우고 가야 한다'는 식이면 난망하다. 대선 전에 당 재정비를 할 때 끼어들어 거기서 자기 역할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만일 민주당이 그를 '유명함' 하나로 결정적인 순간에 끌어들이려 한다면 그건 민주당으로서도 자기 부정이나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정책적 색깔과 안철수의 그것이 많이 다르니까. (만일 그런 식으로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민주당은 5년 동안 매일 청문회만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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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13석 과분한 이유

프레시안 : 통합진보당이 13석을 얻었다. 통진당 역시 선거 과정에서 맹점을 많이 드러냈다고 본다. 선거 내용을 복기해보면 이들이 얻은 13석은 과분해 보인다.


박권일 :이정희 대표 사건이 컸다. 결국 사퇴라는 옳은 판단을 내렸지만, 그 과정에서 '경기 동부'가 조중동에 소설처럼 등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나는 아직도 통진당이 어떤 정당인지 대해 대중들의 상이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의 업둥이 정도의 이미지라고 할까. PK의 소위 진보 벨트라 불린 울산이나 창원에서도 그들이 진짜 노동자를 대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신뢰가 없지 않았나 한다.

이철희 :야권 연대에만 의지했지 자기 분위기를 만들지 못했다. 이번 총선에 임한 통진당만 놓고 보면 결국 민통당과 합치는 수순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선거구제를 바꾼다면 모를까 지금 의석수로는 19대에서도 불가능해졌고, 이번에 양당제 구도가 한층 더 명확해졌는데 여기서 과연 통진당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겠는가. 어떻게 보면 민통당과 통진당 간의 차이도 별로 없다. 통진당이 진짜 좌파 정당, 이념 정당을 표방한다면 '20석 목표'를 내거는 게 말이 되나.

한귀영 :나 역시 이번 결과가 그들에게 내용적으로 참패라고 본다.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13퍼센트의 지지를 얻고 비례만 8석을 꿰찼다. 이번에는 10.3퍼센트의 지지를 얻어 6석을 가져갔다. 사실 진보정당은 기본적으로 지역구에서 선전하기 힘들다. 그래서 중대선거구제로 바꾸거나 정당 명부제를 통해 가치로 검증받고 비례 의석을 가져가는 구도가 아니면 생존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번엔 이상하게 지역구에서 선전해서 7석을 가져갔다. 그래서 외형적 결과인 13석과는 별개로,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인 가치와 정책이란 면에서 제대로 평가를 못 받지 않았나 싶다. 노동자 기반이라는 그들의 존재 기반 자체를 위협하는 문제가 될 수 있는 거다.

비례 의석을 얼마 못 가져간 이유는 물론 표면적으로 '이정희 사태'로 이해되고 있지만, 그보다는 비례대표 선출 과정 자체에 너무도 큰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정당이 가장 비민주적인 선출 과정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얻은 13석 가운데 두세 석을 빼놓고 앞서 말한 그 '경기 동부' 일원들인데, 특정 정파에 휘둘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이 딜레마를 대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들의 존재를 위협하기로는 민주당 합당 문제보다 클 수도 있다.

프레시안 : 선거 결과를 보고 우려스러운 게 있었다. 아까 이철희 소장이 말한대로 확실히 양당제적인 질서의 틀이 잡힌 게 아닌가 하는….

박권일 :제3지대에서 급진적인 의제를 제시할 수 있는 진보정당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녹색당이나 진보신당이 몇 석이라도 얻었으면 공동체 전체에 정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다. 녹색당의 경우 '탈핵'이라는 원내 정당보다 더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나. 새누리당이 비례 1번을 찬핵 인사로 설정하면서 찬핵을 분명히 한 것에 대항할 수도 있었다.

진보신당도 그렇다. 이번 선거 '신의 한 수'가 손수조였다면 '감동의 한 수'는 진보신당 비례 1번 청소노동자 김순자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진보신당의 경우 냉정하게 평가해 보면 초점이 정책보단 김순자란 인물에 맞춰져 있었고, 그래서 반성해야 할 부분도 분명 있다. 그래도 두 정당이 한 석도 못 얻은 건 굉장히 안타깝고, 넓게 보면 범 진보개혁 진영은 물론 정치 전체에 타격이라고 본다. 양당제 구도로 가는 현실 속에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제3지대의 작은 정당들이 미래에 대한 안전판으로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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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끝났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이번 총선 결과를 바탕으로 대선 정국과 결부해 정리의 말을 부탁한다.

이철희 :민주당과 범야권에 뼈를 깎는 수준의 성찰이 필요하다. 새로운 지도부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깊이 고민했으면 좋겠다. 치열하게 성찰하되 쫄지 않았으면 좋겠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아예 절망할 수준이 아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린다면 대선도 해 볼만 하다. 사즉생의 각오로 바꿔나가길 바란다.

한귀영 :정치적 변화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던 새로운 층이 유입되면서 생겨난다고 본다. 그리고 그 유입은 새로운 아젠다를 통해 균열축을 만들어낼 때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는 뼈아프다. 변화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농후했는데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이 남아 있고, 대선이야말로 진짜 아젠다가 맞붙는 장이다. 12월의 결과는 대중의 삶과 관련된 의제를 어떻게 구축하는가에 달려 있을 거라 본다.

박권일 :아까 한귀영 연구위원이 '50대 자영업자들이 야권으로 기울었다 결국엔 보수당을 선택했다'고 말했는데, 돌아서게 된 변화가 무엇일까. 나는 그분들의 진짜 문제,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야권에서 별 얘기를 안 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꼼수도 그렇고 SNS도 그렇고, 선거 전 야권이 힘을 쏟았던 영역은 전부 수도권에 사는 교육 수준 높은 '표준 시민'들 사이에서 통하는 이야기였다. 대개 추상적이고 도덕적인 이야기들이다.

의제의 제시와 설득 과정 없이 트위터나 나꼼수로 바람몰이하는 정치는 그 시효가 끝났다고 본다. 길게 보면 2002년에 시작된 팬덤 정치의 한계가 드러난 거다. 10년 가까이 사람들이 어떤 정치적 입장을 끼고 반복적으로 축제를 벌여 왔는데, 그 축제가 끝나면 탈진 상태에 빠졌고, 다시 축제와 탈진이 반복됐다. 그러면서 피로감이 쌓이고, 정치를 이야기하긴 하지만 축적되는 게 없었다. 극복하려면 정공법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외부 인기인의 영입을 노리기보다 정당 내 인력 재생산의 틀을 만들어야 하고, 무엇보다 사회적이고 경제적인 의제를 제시, 설득해야 한다.



/안은별 기자(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