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4일 목요일
‘알통보수’ MBC 뉴스데스크, 법정제재 받을까?
이글은 미디어스 2013-04-03일자 기사 '‘알통보수’ MBC 뉴스데스크, 법정제재 받을까?'를 퍼왔습니다.
방송심의소위 위원들, “왜곡·오류 있었다” 한 목소리
▲ MBC <뉴스데스크> 2월 18일자 보도 <보수·진보 체질 따로 있나?>. SNS 상에서는 "알통보수"라는 제목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 MBC 화면 캡처
‘알통보수’ 논란을 빚은 MBC (뉴스데스크)가 재허가시 감점요인이 되는 법정제재를 받을지 주목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권혁부)는 3일 MBC (뉴스데스크) ‘보수·진보 체질 따로 있나?’ 리포트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이날 해당 프로그램은 심의위원들 간 의견이 갈려 차기 전체회의에 회부됐다. 하지만 심의위원들은 (뉴스데스크)의 보도가 ‘왜곡’ 또는 ‘오류’를 범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했다.
이날 MBC 측은 서면진술을 통해 “(민원인이 제기한)사회경제적 재분배와 관련해 힘이 강할수록 재분배에 반대하는 것처럼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지적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MBC 측은 “본 연구논문의 핵심은 알통이 굵을수록 (자신의)경제적 형편에 유리함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우리나라 중산층 조사결과와 정확하게 일치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연구 논문을 잘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MBC 측은 “(리포트 제목 등에서)‘알통 크면 보수’라고 오독하도록 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심의위원들은 MBC (뉴스데스크)가 연구논문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알통의 크기를 지나치게 정치적 신념으로 왜곡하거나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알통 굵으면 보수?…빈자이면서 알통 굵으면 증세 요구”
박성희 심의위원은 “유럽의 서구 몇 개국의 부 재분배 관련 연구를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한 것”이라며 “(이코노미스트)의 보도를 인용만 했다면 문제가 안됐을 텐데 한국적 상황으로 가져오면서 알통크기가 정치적 성향으로 탈바꿈 하는 등 2~3차례의 왜곡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박성희 심의위원은 “(연구논문은)서구사회에 맞는 모델이다. 보수와 진보 성향이 첨예한 한국사회와는 맞지 않는데 뉴스를 통해 정색하고 전달한 것은 문제”라면서 “MBC의 진술에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박 심의위원은 MBC (뉴스데스크)에 대해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냈다.
김택곤 상임위원은 “(논문은)알통이 굵으면 자기 이익과 관련된 주장이 세다는 것”이라며 “MBC 보도는 (정치적 신념으로 해석하면서) 알통이 크면 보수이고 가늘면 진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이 해석은 돈이 없는 사람들이면서 알통이 굵은 사람들이 증세를 강하게 요구한다는 연구논문을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낙인 심의위원 역시 “(MBC 보도는)알통크기가 굵으면 보수적이고 가늘면 진보적이라는 것”이라며 “운동한 사람은 알통이 커지는데 그런 경우는 어쩔 거냐. 이것을 가지고 6분씩이나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엄광석 심의위원은 “연구 결과 자체를 보도한 건 문제없다”면서도 “다만, 정치적 신념으로 연결해 보도한 것은 견강부회이다. 이런 식의 선정적 보도가 뉴스의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엄 심의위원은 MBC (뉴스데스크)와 관련해 ‘권고’ 제재를 주장했다. 권혁부 소위원장은 “왜곡까지는 아니고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며 ‘권고’에 동조했다.
심위위원들의 의견은 법정제재 ‘주의’ 3인(김택곤·장낙인·박성희)과 행정지도 ‘권고’ 2인(권혁부·엄광석)으로 갈렸다. 이에 차기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제재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방송심의소위는 MBC (100분토론) 제작진에 대한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MBC 은 지난달 5일 정부조직법 관련 토론을 벌이면서 정부여당 대 야당 비율을 3대1로 패널을 구성했다는 민원에 따라 심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2013년 2월 5일 화요일
통합진보당 비판이 왜곡과 모함이라니…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2-05일자 기사 '통합진보당 비판이 왜곡과 모함이라니…'를 퍼왔습니다.
[김갑수 반론에 대한 재반론] 경선부정 사태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과 요구는 소박한 것
31일 미디어오늘에 게재된 김성구 한신대 교수(당인리대안정책발전소장)의 (이정희, 이석기 퇴출 여하가 진보정치 미래의 시금석)이라는 글에 대해 김갑수 작가(정치평론가)의 반론(무슨 근거로 통합진보당을 모해하는가)이 있었습니다. 이에 김 교수가 김 작가의 반론에 대해 재반론을 보내왔습니다.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는 진보정치를 되살리기 위한 생산적인 논쟁으로 발전될 수 있기를 바라며 재반론문의 전문을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관련기사] 김성구 교수 관련 글 (이정희·이석기 퇴출 여하가 진보정치 미래의 시금석)[관련기사] 김성구 교수 글에 대한 반론 (“무슨 근거로 통합진보당을 모해하는가”)
필자의 글 (이정희, 이석기 퇴출 여하가 진보정치 미래의 시금석)에 대한 김갑수 작가의 반론 (무슨 근거로 통합진보당을 모해하는가)를 요약하면, 통합진보당에 대한 필자의 비판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악의적인 모함이며, 작년 비례대표 경선부정은 모두 탈당파가 저지르고 당권파에 뒤집어 씌운 것이어서 통합진보당은 책임질 게 없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자신은 통합진보당 당원이 아닌 제3자라고 하지만, 이런 주장은 통합진보당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이 사실왜곡이고 모함인가?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의 대선평가에 긍정적 부분과 부정적 부분이 있는데도 필자가 긍정적 부분만 가지고 문제를 삼아서 평가를 왜곡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는 합당한 지적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의 이 평가는 균형잡힌 평가라기보다는 긍정적 평가는 부각되고 부정적 평가는 빈말이 아닌가라는 생각이다.
대선평가 토론회에서 행한 이상규 의원의 발언, “민주당 탓만 해서는 안 된다(…)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자기비판적 발언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통합진보당 비대위는 이 대선평가 위에서 이정희 전 후보를 차기 대표로 추대함으로서 긍정적 평가의 정치적 결론은 끌어냈지만, 부정적 평가의 결론은 없었던 것이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주역을 다시 대표로 추대하면서 도대체 무엇을 진정으로 성찰한다는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야권연대에 대한 자기비판적 평가도 마찬가지 아닌가? 대선평가에서 통합진보당은 박근혜 독재정권 하에서 반독재 연합정치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야권연대의 강화를 강조했는데, 이렇게 자기비판의 결론은 야권연대의 폐기가 아니라 오히려 강화로 나타났다. 지난 대선 때의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는 역대 어떤 선거에서도 보지 못했던 구차하고 치욕스런 것이었다.
그럼에도 김 작가는 민주통합당으로부터 후보사퇴에 대한 열화와 같은 요청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주지하다시피 이정희 전 후보는 대선후보를 사퇴하면서 공식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말도 하지 못할 정도로 민주통합당에서 꺼려했던 인물이었다. 대선 얼마 전까지도 선거를 책임졌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대선 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정희의 분탕질’이 민주통합당 패배의 한 요인이라고 서슴없이 지적하였다. 이런 게 사실인데 누가 사실관계를 왜곡한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위원회와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문제의 핵심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부정에 대한 책임 논란에 있다. 이 사건은 검찰수사에 의해 비례대표 경선에 총체적인 부정이 있었다는 것으로 확인되어 관련자들의 기소로 일단락되었다. 물론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다룰 것이고, 실정법상의 판단은 더 기다려야한다. 통합진보당은 검찰수사와 기소를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러나 탈당파와의 책임 공방을 보면 비례대표 경선이 부정선거였음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다만 부정선거의 대부분은 탈당파가 저지른 것이고, 당권파는 검찰의 끼워넣기 때문에 희생된 것이라며 당의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 이정희, 이석기, 김재연이 책임질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필자는 통합진보당의 이런 주장이 사실왜곡이라고 생각하지만, 설령 이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이들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왜냐하면 비례대표 경선에서 광범위한 부정행위가 사실이었고, 그 행위가 설령 전적으로 탈당파들이 저지른 것이라 해도 당시에는 이들 모두 통합진보당 당원이었기 때문에, 이 선거는 총체적 부정선거이며 그 결과는 인정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탈당파들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꾸려 했다면, 그 파렴치한 행태에 대해서는 물론 용납할 수 없는 것이겠지만, 이 선거가 인정할 수 없는 부정선거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고, 진보정당을 표방한다면 당연히 그 정치적 책임을 져야만 한다.
탈당파만 부정선거를 했는지 당권파도 포함해서 당의 전반적인 행태였는지 당밖에 있는 사람들로서는 물론 알 수가 없지만,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는 정황들은 있다. 무엇보다 작년 총선에서 이정희 전 대표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관악을 경선 여론조사 조작 사건에서 그 행태가 분명히 드러났는데, 이 사건은 작년 말 이미 1심법원에서 선거운동 책임자들이 실형선거를 받은 상태다.
당 대표의 선거운동 책임자들이 여론조사기관의 여론조사 진행 정보를 빼오고 ARS 허위응답을 통한 여론조작을 도모한 이 사건을 김 작가는 보좌관의 ‘실수’라며 이정희는 혐의없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새누리당 당대표의 선거구에서 이런 작태가 벌어졌어도 당대표와 무관한 실무자의 실수라는 주장에 김 작가가 공감할 지 정말 묻고 싶다. 이 사건에 바로 이어서 비례대표 경선 부정선거 사태가 터졌는데, 당권파가 부정선거와 무관하다는 주장이 대중들로부터 동감을 얻기는 거의 어려울 것이다.
경선부정 사태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과 요구는 소박한 것
대중들에게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태는 정치학 전공자의 특별한 분석이 필요 없는 단순명쾌한 문제다. 민주주의 절차라는 최소한의 민주주의도 훼손되었다는 것, 따라서 선거결과는 인정될 수 없다는 것, 통합진보당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은 처음에는 부정선거가 없다고 부정했고, 부정선거가 확인된 후에는 탈당파가 했다면서 자신들은 책임질 게 없다고 했다.

김재연(왼쪽), 이석기 의원. ©연합뉴스
그러면서 면피성 언사만 늘어놓았다. 이정희는 당내사태에 책임을 통감한다고도 했고 책임도 지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건 언제나 빈말이었고, 대선 후보로, 그리고 또다시 당대표로 정치일선에서 물러나질 않는다. 자신들에 대한 비판과 비난은 공안검찰 탓이고 조중동의 선동 탓으로 돌린다. 자신들의 과오는 끌어안고, 똑같은 남의 잘못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공격한다. 진영논리 속에 갇혀 오류를 정정할 능력을 상실한 통합진보당의 이런 행태가 대중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겠는가. 대중들도 이런 정치를 비판할 정도로 정치의식이 높아진 상태다. 더군다나 진보정당에서 기존 정치와 다를 바 없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당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과 분노가 거셀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 야권연대는 폐기해야 한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에는 경선 부정선거 문제를 넘어가는 근본적인 문제들이 내재해 있다. 이는 김 작가가 조롱하는 것처럼 단순하게 진보인 체 하는 인사들의 진보비판의 문제가 아니다. 대중들이 통합진보당과 진보진영을 거부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창당 후, 특히 2004년 총선 시의 높은 지지와 기대에 비교하면 진보진영의 지지는 날로 추락해왔고, 지난 대선에서는 통합진보당 사태도 작용하여 바닥상태로 떨어졌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 지지도 저하의 근본 요인은 종북 논란과 함께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 야권연대의 오류에 있다. 이는 곧 진보정당으로서의 당 정체성의 훼손과 관련된 문제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래 반보수 자유주의 연대는 진보진영 주류의 주요한 운동전략이었고, 두 정권에 대한 진보진영 주류의 비판적 지지와 협력은 우리나라에서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는 길을 열어놓았다. 그리고 이 진보진영 주류의 중심에 민주노동당과, 오늘날의 통합진보당이 있다. 신자유주의 세력인 국참당과 합당으로 통합진보당이 탄생하면서 그 경향은 더욱 강화되었고, 당 강령의 개정과 함께 진보정당의 정체성도 더욱 퇴색하였다.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이 그렇게도 MB의 신자유주의 정책과의 투쟁을 부르짖었지만, 실상 우리나라의 신자유주의는 이렇게 두 개의 자유주의 정권과, 이들에 협력한 민주노동당을 통해 확립되었다. 대중들에게 진보진영은 자유주의 정권과 크게 구별되지 않았고,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져온 참상 위에서 진보진영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실정 책임을 함께 떠안게 되었던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야권연대가 패배한 중요한 이유의 하나도 여기에 있었다. 진보진영 내에서 진보진영 주류의 이 연대전략에 비판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전략의 폐기 없이는 진보정치가 신자유주의 비판의 동력을 회복할 수 없는데, 통합진보당은 온갖 수모 속에서도 이 전략을 계속 구걸하겠다고 한다. 새로운 진보정치는 통합진보당을 넘어 이를 대체하는 속에서만 길이 열릴 것이다.
김성구 당인리대안정책발전소장 | sgkim@hs.ac.kr
2012년 12월 18일 화요일
'제2의 론스타'로 가는 지름길 민영화, 박근혜는…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18일자 기사 ''제2의 론스타'로 가는 지름길 민영화, 박근혜는…'을 퍼왔습니다.
[연속 기고 – 론스타 ④] 박근혜, ISD 본질 왜곡하고 있다
11월 22일, 론스타가 결국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10년간 지속된 론스타 문제가 왜 생겼는지, 제2의 론스타 사태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짚어봐야 할 대목이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 공학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듯한 대선에서 론스타와 ISD는 주요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론스타 문제는 그렇게 적당히 묻어버려도 좋을 만큼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찬찬히 쟁점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에 은 론스타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김익태 변호사의 글들을 게재한다. 김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로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통상교섭본부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지난 8월 한미FTA와 ISD 문제를 다룬 (소송당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책도 펴냈다. (편집자)
[연속 기고 - 론스타]① "론스타 소송, 패소하면 전 국민이 5만 원인데…"② ISD,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 투자금 내놓으라는 격③ 전두환 정부는 미국 무기 회사에 얼마를 건넸을까?
2011년 중국 칭화대에서 한중FTA를 주제로 논문을 쓰며 중국 법을 연구했다. 일 년 동안 중국에 살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바로 물이다. 온 국민이 물을 사 마신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가난한 도시 노동자부터 벤츠를 타고 다니는 부자까지 모두 그렇다. 나도 당연히 사서 마셨다. 물 한 병 값이 그리 비싼 건 아니었지만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중국에서 가장 기본적인 상수도 시설조차 국민에게 만족스럽게 제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서민 정책의 일환인 값싼 수도세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전 국민이 물을 사서 마시는 마당에 성공한 서민 정책이라고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국민이 세금을 내는 이유는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단지 외침을 막고 도둑만 잡으라고 내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생활하기에 가장 기초적인 골격을 만들고 유지하라고 세금을 내는 것이다. 돈 있으면 택시 타지만 돈 없어도 버스 타고 지하철 탈 수 있어야 하며, 돈 있어서 에비앙 사서 마셔도 돈 없으면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어야 한다. 나도 한국에서는 종종 수돗물을 마신다. 그래도 국가의 공공 서비스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 속에서 국가는 운영된다.
그런데, 합법적인 국가의 공공 정책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바로 외국인 투자자가 제기할 수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때문이다. 론스타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가의 정당한 조치가 간접수용이라는 이름으로 소송의 도마 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TV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론스타의 ISD는 한미FTA하고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국제사회 협정에 있어 거의 모든 국가가 ISD를 기본으로 갖고 있다"며 ISD가 표준약관처럼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제도라는 주장을 했다. 앞선 기고에서 밝힌 바와 같이 ISD 소송이 FTA의 등장과 함께 비약적으로 성장한 마당에 이러한 해명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제2, 제3의 론스타 사건은 한미FTA의 체결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송 대상은 국가의 정당한 공공 정책이다. 공공 정책에 대한 위험성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으니 새삼 재론하지 않겠다. 다만, 이러한 위험성의 불꽃에 자발적으로 휘발유를 붓는 일이 민영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는 기존의 ISD 소송을 분석해 보면 알 수 있다.

▲ 박근혜 후보. ⓒ연합뉴스
론스타 ISD는 한미FTA와 무관? 진실이 아니다
최초의 FTA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www.citizen.org)이 2012년 1월 미국과 맺은 FTA를 통해서 발생한 ISD 사건을 요약한 자료(Table of Foreign Investor-State Cases and Claims Under NAFTA and other U.S. Trade Deals)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NAFTA 유형의 ISD 소송은 총 72건이다. 이 중 15건은 기각으로서 국가의 승소이며, 10건은 투자자 승소 사건이다. 나머지는 소송 미개시, 취하, 병합, 혹은 계류 중인 사건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투자자 승소 10건이 모두 미국인 투자자의 사건이라는 점이다. 미국 투자자는 캐나다를 상대로 4건, 멕시코를 상대로 5건, 그리고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1건을 각각 승소하였다. 퍼블릭 시티즌이 정리한 모든 소송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하고 싶으나, 지면의 한계로 이 중 몇몇 사건들을 중심으로 민영화의 부작용에 대하여 살펴보자.
FTA 사건은 아니지만, 미국인 투자자가 개입된 사건 중 유명한 볼리비아 수돗물 사건이 있다. 볼리비아는 미국과 직접 FTA를 맺지 않았지만, IMF 재정 지원을 받는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실제로 대부분의 공공 서비스, 자원 산업을 외국 기업에 매각하였다. 그중 상수도는 IMF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미국의 다국적기업 벡텔사에 장기 시설운영권을 넘겼다. 수도가 민영화된 후에 수돗물 값이 4배 가까이 상승하자 국민들이 빗물을 받아쓰려 했고, 투자자의 항의에 경찰은 빗물받이 단속까지 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민영화의 부작용이다. 공공산업이 민영화되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운영될 때 국민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 피해 사례이다.
NAFTA와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공공 산업의 민영화로 인해 발생한 ISD 사건들이 다수 존재한다. 2008년 발생한 탬파 일렉트릭(Tampa Electric Company Guatemala Holdings, LLC) 사건의 경우, 과테말라의 전력 공급 시스템을 사들인 미국 회사가 과테말라 정부의 전기세 인하 명령에 이의를 제기한 소송이다. 전기 사업의 민영화로 빚어진 사건이다.
2007년 사건인 레일로드(Railroad Development Corporation) 사건의 경우, 과테말라의 철도 운영권을 사들인 미국 회사가 당초 약속한 5단계 시스템 재건 중 1단계를 시행한 후 추가 이행을 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한 과테말라 회사가 운영권을 매도할 것을 요청하였고, 미국 회사가 매도를 거부하자 과테말라 정부는 미국 회사의 행위가 공익을 해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미국 회사는 미국인 투자자의 자격으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공공 교통의 민영화로 인한 사건이었다.
앞의 두 사건은 현재 계류 중인데, 합의가 된 사건도 있다. 2007년 티시더블유 그룹(TCW Group et. al) 사건의 경우, 도미니카공화국으로부터 국가의 전력 시스템 지분을 사들인 미국 회사가 간접수용 소송을 제기하자 도미니카공화국은 한화 약 270억 원에 합의했다. 소송을 더 진행하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공공 교통 민영화, 제2의 론스타 사건 발생시킬 가능성 많다
이들 피소국들이 대부분 상대적 빈국이므로 우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면 다른 예를 들어보자. 선진국인 캐나다 또한 민영화로 인해 미국인 투자자로부터 ISD 소송을 당했다. 2007년 캐나다 정부는 "국제 교량과 터널에 관한 법(International Bridges and Tunnels Act)"을 제정하였다. 미국과 인접한 국가로서 미국과 캐나다를 연결하는 다리와 터널의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이 법은, 교량의 소유권 이전이나 구조 변경 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과 통행료 부과를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자 2010년, 미국 투자자인 디트로이트 국제 교량 회사(Detroit International Bridge Company)가 캐나다 정부를 제소하였다. 국제 교량인 앰배서더 국제 교량에 대한 회사의 투자자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국책 사업의 민간 이양 시 발생할 수 있는 소송의 또 다른 예이다.
민영화로 인한 이러한 ISD 소송에 대해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2012년 봄에 발생한 서울시 지하철 9호선의 요금 인상 발표가 한 예이다. 당시 서울시는 요금 인상 신고를 허락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여론을 의식한 9호선 운영 회사인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은 인상을 보류하는 대신 두 차례에 걸친 요금 인상 신고를 반려한 서울시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민영화로 인해 지방자치 정부의 요금 정책 안정을 위한 어떠한 규제도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는 현실이 된 것이다. 당시 맥쿼리의 주식 매각 등을 들어 ISD 소송 가능을 일축한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ISD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성질의 사안이다. 다만, 서울시 메트로 9호선 측이 국민 여론에 대한 부담과 소송비용에 대한 손익 계산 때문에 ISD 소송 대신 국내 행정소송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공공 교통의 민영화는 특히 한미FTA 체결로 우리에게 더 심각한 문제로 발전하게 되었다. 공공 교통에 대한 투자의 경우, 한미FTA 부속서 11-나에 의하면, ISD 소송 예외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ISD 소송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공공 교통의 민영화가 지금과 같이 진행될 경우, 제2의 론스타 사건은 이 분야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최근 논란이 있었던 인천공항 민영화 논의도 마찬가지이다. 49%의 지분을 매각하고 정부가 51%의 지분을 쥐고 있으면 경영권 행사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49%의 주식 중 일부라도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각될 경우, 인천공항의 미래는 외국인 투자자의 손아귀에 놓이게 된다. 비록 소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에 의거하여 51% 대주주인 정부의 정책 변화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인천공항 면세점. @연합뉴스
민영화에 대한 태도에서 MB와 궤를 같이하는 박근혜
청주공항을 민영화하겠다고 하며, 논란이 되고 있는 인천공항은 슬그머니 면세점부터 민영화에 착수했다. KTX 민영화에 대해서 입을 다물자 오히려 국토부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재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영리병원 도입에 찬성하며 의료 민영화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물 민영화와 관련해서 (시사IN)에 보낸 답변서에 의하면, "상수도 민영화 정책은 현재 검토한 바가 없으나 지방 상수도 경영 효율화를 위해 현재의 민간 위탁 제도 등을 비롯해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면적인 민영화가 국민적인 반대에 부딪히자 MB 정부가 단계적 추진으로 선회한 입장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막히자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재추진하는 MB 정부의 대표적인 옷 갈아입히기 사업 방식이 현재 진행 중인 민영화 사업의 특징이라고 볼 때, 박근혜 후보 역시 그 연장선장에 있다고 보인다.
무엇을 위한 민영화인지는 둘째 치고, 그 폐해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자본은 국적이 없다. 얼마 전 한전이 전기세 인상과 관련하여 대한민국을 상대로 ISD 소송을 검토한 사실이 입증하는 바와 같다. 외국인 투자는 국내 기업의 주식 소유 형태로 이미 상당 부분 국내 진입이 완료되어 있으며, 그 지분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소송 당사자의 적격성을 인정받는다. 혹세무민(惑世誣民)하여 집권해도 그 기간은 유한하다. 하지만, 실정(失政)의 책임은 무한하며 그 책임은 결국 국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김익태 변호사
2012년 12월 13일 목요일
MBC의 '한겨레 도청 의혹' 보도는 진실 보도?
이글은 미디어스 2012-12-12일자 기사 'MBC의 '한겨레 도청 의혹' 보도는 진실 보도?'를 퍼왔습니다.
이진숙 발언 제목으로 그대로 뽑아도 "왜곡" 주장
“(한겨레) 보도는 정치적 의도가 있고 왜곡된 것이며 정치적으로 파장을 가져온 것이기 때문에 마땅히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반론 보도한 것이다”
MBC 조문기 정치부 국회반장의 발언이다. 정수장학회 이필립 이사장과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이 비밀회동에서 MBC·부산일보 지분을 매각해 특정지역에 선심성 복지로 사용하려 했다고 한겨레가 폭로하자,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도청의혹을 제기하며 총 11건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심의 대상으로 올라온 해당 보도에 대해 조 반장은 ‘진실을 밝히는 차원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권혁부)는 12일 회의에서 MBC (뉴스데스크)의 관련보도 11건에 대한 MBC 사측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조문기 반장은 “(한겨레)는 짜깁기 편집으로 녹취록에도 없는 허위 내용을 포함시켰다”며 “(한겨레) 왜곡보도로 인해 민주당이 정수장학회를 방문하고 대선정국 큰 파장이 됐다. MBC 보도는 이를 바로 잡고 진실을 파헤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도청은 반사회적 범죄”라고 강조했다.

▲ 10월 13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 캡
MBC, 이진숙 한 말 그대로 제목으로 뽑았는데 왜곡?
조문기 반장은 ‘11개의 리포트는 과하다’는 심의위원들의 지적에 대해 “진실을 밝히지 않고 참고 있으라는 말로 들린다”며 “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보도하고 있는 MBC가 이를 보도하지 말라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부산경남 지역의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으로 쓰려했다’는 (한겨레) 보도에 대해 조문기 반장은 “언론중재위에서 기자 스스로도 녹취에 있는 문장이 아니라고 했다”며 허위보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낙인 심의위원은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을 팔면 5000억~6000억, 이자 200억이다. 우리나라 전국 대학생 반값등록금 실현하는데는 6조”라며 "최필립 이사장과 이진숙 본부장이 발언한 반값등록금 대상은 전국대학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장 심의위원은 ‘경남·부산 지역 대학생이 몇 명인지 찾아놓으라’는 최 이사장의 발언 녹취를 해석한 (한겨레) 기사를 허위 보도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겨레) 의 기자 제목 "MBC 이진숙 '네, 맞습니다. 박근혜에게 뭐 도움을…'"에 대해 조문기 반장은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심의위원들이 ‘녹취에 있는 것 중 중요하다고 판단해 제목으로 뽑으면 잘못된 것인가’라고 묻자 조문기 반장은 “(제목은)녹취록 발언 그대로”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의도를 가지고 사람들이 다른 인상을 받을 수 있는 제목이기 때문에 왜곡”이라는 논리를 폈다.
장낙인 심의위원은 “(한겨레)가 ‘도청’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 검찰이 밝힐 부분이라면서 MBC는 (단정적으로)‘도청 의혹’이라고 보도했다”면서 “(한겨레)가 녹취 그대로 제목을 뽑은 게 왜곡이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겨레)의 ‘비밀회동’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조문기 반장은 “MBC의 지배구조 논의는 과거 최문순 사장 시절에도 논의돼 왔던 기획부서의 업무”라며 “MBC 지배구조상 주주를 찾아다니면서 논의하는 것은 업무행위”라고 설명했다. 또, “대한민국 많은 기업들도 대외비로 하루에도 몇 차례 진행하는데 이 같은 것들도 비밀회동인 것이냐”고 주장했다.
그러자 장낙인 심의위원은 “정수장학회 지분을 몽딸 팔아치우는 게 MBC 지배구조 논의와 관련된 것이었냐”고 반문한 뒤, ‘비밀회동’ 표현에 대해서도 “관련 회동에 대해 사장은 몰랐다고 하지 않았나. 전체 임원에게 보고한 게 아닌데 이게 비밀회동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택곤 상임위원 역시 “MBC 측은 공개된 자리에서 이야기했기 때문에 비밀회동이 아니다라는 주장인데, 남대문에서도 비밀회동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MBC (뉴스데스크) 정수장학회 보도, 전체회의에 회부
이날 MBC (뉴스데스크) 정수장학회 관련 11건의 보도는 심의위원들 사이에서 제재수위가 갈려 차기 전체회의로 넘겨졌다.
권혁부 소위원장은 “도청 건에 대한 문제 제기는 보도가치가 있다. 굳이 하나를 건다면 자사이익과 관련된 것”이라고 두둔한 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의결 보류 의견을 밝혔다. 엄광석 심의위원은 “MBC의 반론권을 이해하지만 지상파 메인뉴스에서 10여 건으로 대응한 것은 공정성·객관성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행정제재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위의 ‘의견제시’를 요구했다.
반면 김택곤 상임위원과 장낙인 심의위원은 재허가시 감점대상인 법정제재 ‘경고 및 관계자에 대한 징계’ 의견을 냈다. 박성희 심의위원도 법정제재 ‘주의’ 의견을 밝혔다. 방통심의위 자문기구인 보도교양특별위원회 다수 위원들은 해당 MBC 보도에 대한 법정 제재를 주문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방송심의소위원회에 함께 상정된 MBC (뉴스데스크) 의 3건의 민주통합당 신경민 의원 막말 보도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보도 역시 심의위원들 간 의견이 갈려 차기 전체회의에 회부됐다.
권순택 기자 | nanan@mediaus.co.kr
2012년 12월 4일 화요일
‘공정·중립 가면 쓸 자유’ 그만 보장하자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2-04일자 기사 '‘공정·중립 가면 쓸 자유’ 그만 보장하자'를 퍼왔습니다.
[한줌의 미디어렌즈] ‘특정후보 편들기’와 ‘공개 지지’ 뭐가 다른가
경향신문은 3일자 신문에 (후보선출·공약도 늦었는데 정책검증까지 막는 선거법) 기사에서 현행 공직선거법 문제를 거론했다. 선거법 108조 2의 2항 ‘정책·공약에 관한 비교평가 결과의 공표 제한 등’의 후보별 서열화 금지 조항이 언론의 공약 평가를 차단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선거법 108조 2의 1항은 ‘언론기관이나 단체가 정당·후보자의 정책이나 공약에 관하여 비교평가하고 그 결과를 공표할 수 있다’고 명시한 반면 108조 2의 2항에는 ‘후보자 등별로 점수 부여 또는 순위나 등급을 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서열화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편신문이 대선후보 종편정책 점수 매긴다면
경향신문은 이를 두고 “비교평가는 할 수 있다면서 누가 더 개혁적이고 현실적인 공약을 제시했는지에 대한 우열을 가리는 행위는 금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정책 비교는 허용하며 후보 우열 표시는 금지 ‘모순된 선거법’)에서는 “‘비교 가능·등급화 불가능’의 어정쩡한 조합으로 인해 공약검증은 나열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언론사의 공약검증이 대부분 ‘어떤 후보의 공약은 이것이고, 다른 후보의 공약은 저것이다’라고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는 이유”라고 했다.
문제 제기의 타당성은 이해간다. 허나, 이 조항 때문에 언론의 공약검증 보도가 나열식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평소 언론이 얼마나 공약검증에 투철했는지 생각하면 고개가 갸우뚱할뿐더러, 그렇게 치명적인 문제였다면 일찌감치 언론계 전반에서 공론화했어야 옳다. 경향 기사를 폄훼하자는 게 아니다. 대선이 보름 남짓 남은 상황에서야 개별 언론에서 이런 문제 제기가 나오는 마당인데 공약보도에 대한 언론의 문제의식, 그 수준에 흔쾌히 신뢰를 던질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그래, 언론의 수준. 자꾸 걸린다.
문제 제기의 타당성은 이해한다고 전제했다. 근데 지금의 언론상황에서 신문·방송이 너도나도 정책공약을 서열화하고 등급화한다면? 예를 들어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후보들의 입장에 점수를 매긴다면, 혹은 과거사 인식이나 대북정책에 관해 등급을 준다면 어떤 분석결과가 나올 것인가. 지금 공영방송이라고 하는 방송에서, 대표신문이라고 하는 신문에서, 종편에서 용감하게 그런 시도를 하고 나온다면? 가관이겠다. 모니터 대상이나 구경거리로 삼기엔 그 여파가 솔직히 걱정스럽다. 경향신문은 기사에서 “서열화 평가도 하나의 검증 방법이니만큼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 역시 자율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특정 후보에 대한 ‘세뇌’ 효과를 가져온다는 반론은 유권자에 대한 무시”라고 일축했다. 허나, 그렇게 돌파하려면 전제조건이 있다.
특정후보 편들지만 공개 지지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말 칼럼에서 언론의 특정후보 공개 지지 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다. 적어도 언론이 공정, 중립 운운하며 실제로는 시작부터 끝까지 미래권력 창출에 개입하는 이런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문제가 되는 조항은 선거법 96조 ‘허위논평·보도의 금지’다. “방송·신문·통신·잡지 기타의 간행물을 경영·관리하는 자 또는 편집·취재·집필·보도하는 자는 특정 후보자를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보도하거나 사실을 왜곡하여 보도 또는 논평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세히 읽어보면 특정 후보 당락을 위한 허위·왜곡 보도와 논평을 금한다는 말이다. 사실에 입각해서 투명하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언론의 특정후보 공개 지지는 사설, 논평의 영역에서 허용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언론이 없는 입장을 만들어서 공표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다 있다. 언론만 모른 척할 뿐이다. 언론의 입장은 넘쳐나는 여당 대선후보에 대한 칭송과 염려와 배려 속에도, 상대적으로 분량은 적지만 안철수 전 대선후보에 대한 기대 섞인 분석에도 스며있다.
익히 알고 있는 사례지만 소개해보자. 미국 대선 과정이었던 지난 10월 25일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4년 더'라는 사설에서 비록 오바마에게 실망스러운 점이 있지만 그가 미국을 더 건전한 재정 기반으로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며 재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롬니 후보에 대해서는 "롬니가 공론을 무시하고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현실을 수용했다"고 비판했다. 이틀 뒤 뉴욕타임스도 ‘버락 오바마에게 재선을’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강자가 아닌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예산안을 만들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려 노력해왔다’고 지지를 표명했다. 롬니 후보에 대해서는 ‘무모한 예산안 삭감과 신빙성 없는 30년 전 아이디어인 낙수효과를 주장하는 등 대중이 듣기 원하는 것을 말하는 교활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공정·중립 표방의 자유와 편파·왜곡의 자유
이런 정도의 선호와 평가가 우리 신문에, 방송의 보도와 편집에 없는가? 넘쳐난다. 기사의 내용이나 수준과 별개로, 미국 언론과 차이는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는 것. 말 그대로 공표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공약에 점수를 매기든, 점수 따라 줄을 세우든 좋다. 입장부터 까란 말이다. 지금 상황은 역설적으로 편파·왜곡언론들에게 중립을 치장하고 공정언론의 명패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자유만 보장하고 있다. 누구처럼 진심이 있으면서 없는 척한다. 진심을 본심으로 바꿔도 무방하다. 독자로서, 시청자로서, 그리고 유권자로서 이런 불쾌한 상황이 그만 되풀이됐으면 좋겠다.
김상철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 공저자 | webmaster@mediaus.co.kr
2012년 11월 8일 목요일
박근혜, 안티그네, 안티고네
이글은 레디앙 2012-11-05일자 기사 '박근혜, 안티그네, 안티고네'를 퍼왔습니다.
[안녕? 페미니즘!] 가짜 여성, 진짜 여성의 왜곡된 구도 넘어야
박근혜는 여성이 아니무니다?
10년 전 페미니스트 저널리스트 최보은이 대권 후보로 ‘박근혜를 사유하자’고 주장하면서 벌어진 ‘소란’은 여전히 새삼스럽다. “여성진영은 왜 참정권 행사를 여성의 독자적 이해관계에 기반해서 바라보지 않고 ‘진보진영’의 틀 속에서만 바라보려 하는가?”라는 그녀의 상식적인 질문은 도발적인 것으로 수용됐다. 박근혜라는 ‘문제적 여성’ 때문이었다.
박근혜는 ‘우연히 여성인 정치인’, ‘정치적 남성인 생리적 여성’, ‘여성임을 부정한 여성’이지, 진짜 여성이 아니라고 반박되었다. “여성 문제와 여성 관련 정책 개발에는 관심이 없고”, “여성들의 고통스러운 경험과 그에 대한 성찰성”은 물론 “타자에 대한 배려와 연대를 실천할 능력과 소양”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버지, 독재자의 유훈을 떠받드는 공주일 뿐이라는, 그녀의 정치적 반대자들의 호명에 페미니스트들 역시 동참했다. 노력하는 마초를 자처한 한 진보주의자 남성이 ‘계급 문제에 무관심한 중산층, 인텔리 여성들의 투항’이라고 몰아부치자, 여성을 희롱하고 페미니즘을 모욕하도록 빌미를 준 해프닝으로 서둘러 일단락시켰다. 그 때에는.
이번 대선에서는 ‘최초 여성대통령’의 현실화 가능성이 최보은 대신 페미니스트들이 응답하도록 요청해 왔다. 가짜 여성론과 공주론이 재등장했다. 박근혜는 “국가와 자신을 분리해 사고하지 못하고 거기에 종교적 의미까지 덧붙인 신탁 받은 공주”이며,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숫자가 ‘2’라는 사실 이외에는 여성과 가장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박근혜가 여성이 아니며, 시민이 되지 못한 세습 신분의 화신일 뿐이라는, 10년 만에 똑같이 반복된 이 주장은 박근혜를 안티하는 페미니스트들의 공격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안티고네 이야기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태어난 공주다. 오이디푸스 사후, 그녀의 남자 형제들인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는 왕위를 놓고 서로 다투다 죽게 되고, 왕위는 안티고네의 외삼촌인 크레온에게 돌아간다. 크레온은 테베를 공격한 폴리네이케스를 반역자로 선포하고, 에테오클레스에게만 성대히 장례식을 치러준다.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는 들에 내다버려 짐승의 밥이 되도록 하라, 명하는데 안티고네는 이를 거역하고 몰래 매장함으로써 감옥에 갇히고, 그곳에서 목을 매 자살한다.
페미니스트들이 주목한 것은 크레온의 법으로 상징되는 국가, 즉 정치공동체의 ‘밖’에 위치한 非시민 여성의 문제적인 존재 구조다. 원칙적으로, 오빠를 애도한 안티고네의 행위는 왕의 명령을 거부한 반역죄로 처벌될 수 없다. 그녀의 행위는 혈연의 참혹한 죽음을 방치할 수 없는 친족 규범을 따른 것으로, 여성을 시민권자에서 배제한 폴리스에서 이에 대해 단죄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오빠의 시신을 수습하는 안티고네
프랑스 페미니스트 철학자 이리가레에 따르면 안티고네는 공동체의 영원한 아이러니를 반영한다. 폴리스는 최고의 선을 실현하는 자유민 남성의 완전한 결사체로서, 사적인 영역과 철저하게 분리된 것으로 간주되면서도, 시민은 가족 안에서의 생산 및 재생산 노동을 통해 형성된 자기충족적 인격체로 이상화된다.
따라서 가족의 안녕은 폴리스의 존립 기반이다. 가족 안의 역할에 충실한 안티고네는 배제되었으면서도 배제되지 못하는 아이러니컬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리가레는 안티고네가 정치적인 것의 외부에 존재하면서 사적인 것을 통해 정치적 발언을 하는 여성적 힘을 상징한다고 보았다.
페미니스트 퀴어 이론가인 버틀러는 이리가레와 달리, 왕의 명령을 거스르는 안티고네의 결단과 크레온에 맞선 발화의 방식이 갖는 남성다움에 주목한다. 안티고네가 크레온과 대면하는 모습은 통치권자의 그것처럼 매우 남성적인데, 크레온이 자신의 남자다움을 완전히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 정도였다.
크레온에게 말을 하면서 안티고네는 남성다워지고, 그 말을 들으면서 크레온은 점점 남성성을 잃는다. 한마디로 안티고네는 여성인 남성, 혹은 남성인 여성이 되어 이 희곡 전반 걸쳐 젠더 규범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의 근친상간에 연루된 안티고네는 젠더 규범뿐만 아니라 친족규범도 위반한다. 오이디푸스에게 이오카스테는 아내이자 어머니이며, 오이디푸스는 아버지이자 오빠가 되고, 폴리네이케스는 오빠이자 조카이기도 하다. 이성애적 가족 구조의 정상성과 금기를 위반한 안티고네는 ‘순수한’ 가족의 대표자를 자임할 수 없게 된다. 한마디로 젠더 규범과 가족 규범에서 일탈한 안티고네는 여성, 혹은 남성이 아니라 그 젠더 이분법의 경계를 교란하는 주체다.
여성정치인 박근혜 역시 이러한 안티고네적 구조를 수행한다. 그녀는 제왕적 최고 권력자의 공주였고, 수년간 그의 아내 역할을 대신했다. 부모의 ‘비극적’ 죽음은 이 가족의 대표자로서 그녀의 정치적 입문과 동원의 발판이었다.
또한 육영수의 육화된 이미지는 그녀의 정치적 생존의 핵심 자원이면서도, 결혼과 출산이라는 여성의 ‘일반적인’ 경험을 벗어남으로써 여성성은 탈각되었다. 극도로 절제되어 있는 그녀의 발화 방식은 모호해 보이는 젠더 정체성과도 잘 결합되어 있다.
여성-정치의 아포리아에 갇힌 안티그네
이리가레와 버틀러의 안티고네에 대한 해석이 차이는 있지만, 여성 시민과 정치인이 정치공동체 안에 놓이는 ‘문제적 형식’을 다룬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박근혜가 여성이 아니며, 공주일 뿐이라는 주장은 이러한 ‘문제적 형식’ 자체를 곧바로 박근혜 개인의 고유한 정치로 등치시킨다. 그럼으로써 박근혜가 여성이 아니라면 진짜 여성은 누구인지, 공주의 세속 버전이 여전히 여성의 정치 입문에 중요한 자질이 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지에 대한 답변의 책임을 지게 된다.
생물학적 결정론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통해 박근혜를 ‘가짜 여성’으로 가려내려는 노력이 그 일환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섹스와 젠더를 구분해서 얻고자 했던 페미니즘의 성과를 벗어난다. ‘최초의 여성대통령’ 선언의 잠재력에 놀란 그녀의 경쟁자들이 마치 섹스는 악이고 젠더는 선인 것처럼 대당시키는 요상한 논리와도 구별이 되지 않는다.
“박후보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지만, 사회정치적 여성으로서 여권신장과 양성평등에는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다”는 한 야권 캠프의 발언을 보자. 젠더는 가치지향이나 의지를 일컫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여권신장과 양성평등’에 대한 기여를 특정한 생물학적 성(sex)에 연결시키려는 이 ‘사회정치적’ 현상을 설명할 때 쓰이는 용어가 젠더다.
젠더와 정치가 맺는 ‘문제적 형식’은 모든 여성정치인들이 놓인 아포리아다. 보편자 남성(성)의 세계에서 개별적이고 특수한 여성(성)의 체현은 늘 불안하게 동요한다. 그래서 정치가 남성의 영역임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싶을 때, 즉 공천 등을 둘러싼 이전투구와, 정략적 이해관계가 발생할 때, 이 동요하는 젠더정체성은 여성정치인을 배척하기 위한 조롱과 공격의 빌미로 활용된다.
박근혜가 독특한 것은 이 ‘문제적 형식’을 잘 활용할 뿐만 아니라 그 함정을 피하면서 성공한 여성정치인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점이다. 이 ‘독특함’을 여전히 ‘문제적 형식’에서만 찾으려 하는 것은 박근혜의 정치를 초역사화함으로써, ‘안티’의 내용을 텅 비우고, 설득할 대상을 잃게 한다.
박근혜라는 ‘문제적 형식’을 넘어
1998년도에 입문해서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때까지 그녀의 정치적 위상이 단지 아버지의 딸로서 박제화되어 있던 것이 아니라 당 내 개혁과 원칙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 보수적 기반과 가치에 대한 비타협적 수호 등을 통해 권력을 확대해 왔다는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여성유권자들 가운데 박근혜의 지지율이 타 후보에 비해 높지 않다. 일반 여성유권자들은 박근혜에게 여성 대표성의 가치나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최근 ‘여성대통령 선언’을 하고, 김성주를 통해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여성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캠프의 무리수들이 이를 반증한다.
반면, 박근혜의 지지자들 가운데는 그 지지 이유가 ‘최초의 여성후보’라는데 가장 많이 응답을 했다. 박근혜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는 여성들을 포함한 그녀의 지지층에게 공주와 성녀의 이미지는 강력하며, 이것이 이들이 지지하는 박근혜에 대한 여성 대표성의 의미를 구성하고 있다. 공주라서, 그 공주는 왠지 ‘다른 여성’과는 다를 것 같아서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 공주의 의미를 단지 봉건적 세습 신분과 동일한 것으로, 그리고 이에 대한 갈망을 허위의식으로 판단하고 말일이 아니다.
구체적인 분석은 이 글의 목적을 벗어나지만, 박근혜가 저학력, 저소득, 지방성 등의 요소를 담은 다수의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는 박근혜를 통해 여성으로서의 고단한 삶을 보상받고 싶어하는 젠더평등 욕망의 투영이라고 설명한 정치학자 이진옥의 연구는 하나의 힌트를 준다.
그동안 할당제와 리더십 개발에 주력했던 페미니즘운동의 여성 대표성 제고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정치와 만나는 ‘문제적 형식’의 근원적 구조는 전복되지 않았다. 기존 정치권력에서는 물론, 페미니즘 운동의 정치세력화 의제로부터도 소외되어 있던 여성들에게 다가설 정치와 언어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치마만 둘러도 우리는 찍을 수 있다고 여겨질 정도로 여성들의 불만이 치솟아 있다는 걸 보여주자’라는 10년 전 최보은의 주장처럼, 성적 차이가 그 본연의 순수한 모습으로만 드러나는 순간은 없다는 점은 명심해야겠다.
엄혜진
2012년 10월 25일 목요일
“기록대통령을 사초파괴로…새누리당의 적반하장식 모독”
이글은 미디어스 2012-10-24일자 기사 '“기록대통령을 사초파괴로…새누리당의 적반하장식 모독”'을 퍼왔습니다.
(한겨레)) ‘팩트·취지까지 왜곡…정수장학회 궁지 모면하려는 것’ 비판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 내곡동 사저 터를 본인 대신 아들 이시형(34)씨 명의로 사들이면서, 땅 매입자금 12억원을 마련하는 과정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한겨레의 단독보도가 돋보이는 가운데 24일자 조간신문들 중 다수는 대통령 후보들의 다양한 발언들과 동정들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다음은 조간 각
신문들의 1면 머리기사 제목들.
(이 대통령에 직격탄 날린 문재인)(한국일보)
(경기부양 카드 꺼내는 박근혜)(중앙일보)
(朴-文-安 재산, 정말 투명? 깜깜 후보검증)(동아일보)
(‘4대강 담합’ 출발은 2007년 MB 인수위)(경향신문)
(“이시형, 아버지 지시로 내곡동 땅 ‘ 돈배달’만 했다”)(한겨레신문)
(내년 SSM 2060곳 개점 농협, 골목상권 침해 논란)(서울신문)
(韓, 살인적인 '취업난'… 외국으로 내몰려)(세계일보)
(일제 강제동원 노무자 ‘숨겨진 공탁금’ 더 있다)(국민일보)
이명박 “네(아들) 이름으로 사저 터를 사는게 좋겠다”
한겨레는 이날 1면 머리기사와 3면과 4면을 할애해 내곡동 사저 터 구입이 ‘나랏돈을 이용한 이명박 대통령의 재테크’였다는 사실을 확인시키면서 아들 시형 씨가 검찰 조사 과정 등을 통해 모든 책임을 아버지 이명박 씨에게로 전가시키고 있는 이유를 집중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겨레가 1면 머리기사에서 밝힌 전말은 이렇다.
이명박 대통령이 시형씨에게 ‘네 이름으로 사저 터를 사는 게 좋겠다’고 말하면서 ‘큰아버지에게 말해 돈 6억원을 빌리고, 나머지(6억원)는 어머니를 통해 은행 대출을 받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이후 이시형씨는 경주에서 고속열차(KTX)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청와대에 있는 가방 3개를 자신의 차에 실은 뒤 서울 광진구 구의동 이상은 회장의 집으로 갔다. 당시 집에 있던 이 회장의 부인 박아무개씨가 집 붙박이장에 있던 1만원권과 5만원권으로 현금 6억원을 건넸고, 시형씨는 현금을 가방에 담아 곧장 청와대로 왔다. 돈은 김세욱(58) 당시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행정관에게 건네졌다. 이 지인은 “시형씨는 돈을 건넨 이후의 상황은 전혀 알지 못하며, 나머지는 청와대 부속실에서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후 내곡동 땅 매입 자금과 세금·이자 등을 납부한 건 김 행정관이다.
사실이 이렇다면 문제는 청와대의 과거 해명이 ‘명백한 거짓말’이란 점이 들통나게 됐다는 것. 한겨레신문은 (청 “경호처가…” 거짓말 들통…MB가 내곡동 직접 지휘했나)는 제하의 3면 머리기사에서 “청와대는 지난해 10월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사실이 언론에 폭로된 뒤, 곧바로 ‘이 대통령이나 부인 김윤옥씨 이름으로 땅을 사게 되면 보안과 경호 안전에 문제가 되고, 호가가 두세 배 높아져 부득이하게 아들 이름으로 구입했다’고 해명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터 매입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특검의 칼날은 이 대통령 본인을 정면으로 겨냥하게 됐다. 청와대가 그동안 이 대통령의 개입 사실을 숨긴 채 ‘경호처가 벌인 일’이라고 밝혀와 ‘거짓말’ 논란도 피하기 힘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특히 “이제 남은 의문의 핵심은 배임 및 부동산실명법 위반이 수반된 내곡동 사저 구상의 ‘최초 기획자’가 누구인지다. 이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재까지 하긴 했지만, 이 대통령의 땅값 부담을 국가에 전가시키는 아이디어가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면서 “검찰은 전직 대통령의 사저 건축 작업을 책임졌던 경호처 직원 김씨를 ‘기획자’로 지목했지만, 시형씨 명의로 땅을 사고 그 매입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적극적인 역할이 확인된 이상, 이 대통령 자신이 전체 과정을 직접 지휘했거나,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핵심 측근이 이 대통령의 뜻을 ‘헤아려’ 작업에 나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그렇다면 이시형 씨나 그 주변에서 이 사건의 모든 칼날이 아버지 이명박 대통령에게로 향하도록 진술을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한겨레는 (“아버지 지시”…시형씨 배임죄 털기/ MB도 재임중엔 형사소추 회피 특권)이란 제하의 3면 2단기사에서 “고위법관 출신인 한 변호사는 ‘이런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면 일국의 대통령으로서는 망신이고 정치적 타격이 클 텐데, 아들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면서도 “그러나 시형씨가 이 대통령을 대신해 검찰 수사에 이어 특검 수사까지 감당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시형씨의 주장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 (그럴 경우) 법정 형량이 훨씬 가벼운 부동산실명법 위반죄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내곡동 땅 매매에서 이 대통령 일가의 부담이 덜어진 액수만큼 고스란히 경호처 예산으로 전가됐듯이, 시형씨의 책임이 가벼워지면 그만큼 이 대통령의 책임은 무거워진다. 부동산실명법 위반은 물론 배임 혐의에 대해서까지 이 대통령의 형사적 책임이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핵심은 바로 대통령의 면책특권이다. 헌법 84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퇴임후까지 면책되는 것은 아니며 특검은 수사시간 연장을 해도 11월14일로 활동이 종료되지만 범죄혐의가 포착된 이상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퇴임후 수사를 재개해 ‘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있다.
즉 “이 대통령 일가로서는 일단 특검 수사라는 ‘발등의 불’을 끄고, 국민적 공분이 잦아진 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는 전략을 택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 한겨레신문의 결론이다.


‘기록 대통령’을 ‘사초 파괴’로 몰아붙이는 적반하장
새누리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청와대 문건 목록 폐기를 지시했다는 한 보수신문의 보도에 근거해 이같은 의혹을 제기하면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한겨레는 이날자 사설에서 그 전말과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신문은 (‘기록 대통령’을 ‘사초 파괴’로 몰아붙이는 적반하장)이란 제하의 사설에서 “(이런 공세는) 노 전 대통령이 역사에 남길 사초를 파괴했다는 것인데, 대통령 기록물 보전에 누구보다도 앞장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적반하장식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어제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노무현 정권 영토포기 진상특위’를 ‘노무현 정권 영토포기 및 역사폐기 진상조사 특위’로 확대하고 국회에서 진상규명과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5월 기록물 관련 회의를 주재하면서 문건의 목록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 공세의 근거다.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5000년 역사 최초의 역사폐기 대통령이란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설은 이에 대해 “새누리당 주장은 대통령 기록물을 둘러싼 사실관계부터 그 기본 취지까지 모두를 왜곡한 것이라는 게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문제의 2007년 5월 노 전 대통령 발언은 대통령 기록물 보전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대통령 기록물은 공개, 비공개, 지정 기록물로 나뉘는데 지정 기록물은 1급 비밀 또는 그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15년에서 30년까지 공개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비공개와 지정 기록물도 후대를 위해 목록은 작성하되 비공개로 묶도록 했다. 이는 공무원들이 자신이 작성한 문건이 나중에 정치쟁점이 되는 것을 걱정해 아예 기록을 남기기 않으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설은 “노 전 대통령의 이런 조처는 후대를 위해 사초를 최대한 많이 남기자는 뜻이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을 제대로 정비한 이도 노 전 대통령이다. 새누리당이 노 전 대통령의 이런 뜻을 살피지는 못할망정 사초를 파괴한 대통령으로 몰아가는 것은 대선에 눈이 먼 무책임한 정치공세일 따름”이라고 지적한 뒤 “새누리당이 정수장학회 문제로 궁지에 몰리자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대통령 기록물 문제로 돌파하려 하는 모양이지만 자칫 제 발등을 찍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또 “퇴임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의 기록물은 지난 4년 동안 54만여건, 한해 평균 13만5000건으로 참여정부 시절 한해 평균 40만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면서 “스스로는 기록물을 제대로 남기지도 않으면서 남의 것을 두고 트집 잡아 선거에 이용하려 드는 것은 정치 도의상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질타했다.


안철수의 정치쇄신, 대부분 부정적 평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23일 국회의원 수 및 정당 국고보조금 축소 등을 담고 있는 정치개혁안을 내놓았지만 신문들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경향신문은 (정치권·학계 ‘안철수 개혁안’ 정치 불신에 영합한 포퓰리즘 비판)이란 제하의 3면 머리기사에서 “국회의원 수는 법률에 200명 이상으로 돼 있는데, 국회가 스스로 의석 수를 조금씩 늘려 300명이 됐다. 의원 수는 줄이고 비례대표(비율)는 늘여야 한다” “국회가 민생법률을 못 만든 게 숫자가 적어서 그런 거냐, 국회의원 수를 줄인 만큼 예산이 절약된다”는 등의 발언을 소개한 뒤 “(이것이) 국민 열망을 이유로 기존 정당 정치의 대수술을 요구해 정당 후보들보다 우위에 서려는 것”이긴 하지만 “하지만 정치권을 불신하는 대중의 뜻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역시 3면 머리기사 (安 “의원 100명 감축, 국고보조금 축소, 중앙당 폐지” 전문가들 “국민 마음 짚었지만… 현실적 아닌 감정적”)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포퓰리즘”이라는 지적과 함께 “국민들이 정치권에 가진 염증이 무엇인지 제대로 짚었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왔다고 전했다.

포털에서 대통령후보 정치후원금 기부서비스 개시
다음(Daum)이 국내 포털로서는 처음으로 대선 후보들에 대한 정치후원금 기부서비스를 오픈했다. 한국일보는 (공개적으로 대선후보 돕는 사이트 등장)이란 제하의 6면 머리기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전하고 “유권자들이 특정 후보에게 후원금을 전하고 지지선언도 할 수 있는 별도 페이지를 개설한 것”이라면서 “특히 후원금 현황 및 참여자수가 실시간 공개되도록 해 후원금 투명화와 함께 젊은 층의 정치참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네티즌은 PC나 스마트폰에서 다음 메인 화면에 연결된 해당 페이지에 접속해 지지 후보의 후원회 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된다. 후원 금액은 현행 정치자금법 조항에 따라 한 사람이 한 번에 최대 1,000만원, 1년에 최대 2,000만원까지 가능하다. 대선 후보 한 사람당 받을 수 있는 후원금은 최대 27억9,885원으로 제한돼 있다.
신문은 “다만 후보 별 모금액은 공개되지 않고 전체 총액 및 모금건수만 실시간 집계된다. 후보가 원하면 공개도 가능하지만, 자칫 후원금경쟁이 될 수 있어 그럴 후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후원금 모금, 文은 15억… 安은 2억)이란 제하의 5면 2단 기사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순조롭게 후원금을 모금하고 있는 반면,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후원금이 잘 들어오지 않아 자금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문 후보는 23일까지 15억원을, 안철수 후보는 2억원 정도를 모았다고 전했다.
한편 돌려줄 필요가 없는 후원금과 달리 선거 후 일정 이율을 붙여 돌려주는 조건의 '선거자금 펀드'를 22일 출시한 문재인 후보 측은 하루 만에 55억여원을 모았다고 23일 밝혔다. 문 후보 측은 법정 선거 비용 제한액 559억7700만원 중 우선 200억원을 펀드로 마련하고, 내년 2월 27일 선거 비용을 보전받으면 연리 3.09%를 붙여 투자자에게 돌려줄 예정이다.

보수신문도 외면하는 탈북자 삐라공세
중앙일보가 탈북자들이 추진하던 임진각 대북 전단 살포를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중앙일보는 이날 (공개적인 대북 풍선 날리기는 부적절)이란 제하의 사설에서 “북한민주화연합회(북민련)가 추진하던 임진각 대북 전단 살포가 22일 정부에 의해 차단됐다. 북민련이 전단 살포 계획을 사전에 공개적으로 밝히자 북한이 포격하겠다고 공언한 데다 실제로 포격 준비에 나선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고 전하고 “이에 대해 북민련 측을 비롯한 일부에선 정부가 북한의 위협에 굴복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조치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북민련처럼 사전 공지하는 방식은 북한의 대남 공격 위협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살포된 전단을 북한 당국이 보다 쉽게 수거토록 할 가능성마저 높인다. 결국 사전 공지하는 방식은 북한 민주화 목적보다 자신들의 활동을 국내외에 홍보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공개적인 대북 풍선 날리기 행사를 억제해야 한다. 북민련 한 곳이 우리 사회 전체의 대(對)북한 입장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질타했다.
[콘텐츠 제휴 : 노무현 재단]
서영석 정치평론가 | webmaster@mediaus.co.kr
2012년 10월 23일 화요일
"MBC뉴스는 이제 날씨도 안 믿는다"
이글은 미디어스 2012-10-22일자 기사 '"MBC뉴스는 이제 날씨도 안 믿는다"'를 퍼왔습니다.
[대선보도, 비평으로 뚫다]MBC가 왜곡한 NLL 논란, 사실은 이렇다

▲ KBS 뉴스 화면
지난 8일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핵심은 이 주장의 진위여부다. 그러나 언론은 정 의원의 주장이 맞는지 따져보는 대신 여야의 주장을 공방으로 중계하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공방보도 중에 언론사에 길이 남을 노골적인 편파 왜곡보도도 등장했다. MBC 전재호 기자의 리포트다.
10월 12일, 리포트의 도입부. 전재호 기자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노무현·김정일 남북 정상 사이에 2007년 10월 3일 오후3시 단독회담이 있었고, 이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고 시작한다. ‘폭로’는 감춰져있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며, 흔히 나쁜 일이나 음모 따위를 알릴 때 쓰는 말이다.

▲ 12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쳐.
이틀 전 KBS는 같은 내용을 이렇게 다르게 전한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고 노무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 NLL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대화록이 존재한다는 일부 주장이 정치권의 큰 쟁점이 되고 있다.”
왜곡은 계속된다. 말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전재호 기자는 “민주통합당은 정 의원이 언급한 단독회담이나 대화록이란 표현대신 비밀녹취록 같은 건 없다고 반박했다”며 “하지만 단독회담이 없었다는 해명과 달리 지난 정부가 배포한 남북정상회담 해설서에는 '단독회담'은 2차례 진행됐다고 돼있다”고 주장한다. 이어 “현재 민주당은 단독회담과 대화록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고 전하며 민주당이 거짓말을 인정한 것처럼 꾸몄다.
그러나 사실은 이렇다. 10월 9일 조선일보는 다음과 같이 보도한다. 정문헌 의원은 “정상회담에서 배석자들을 물리고 단독회담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부인하는 ‘단독회담’은 바로 이것이다. 정 의원은 이렇게도 주장한다. 역시 조선일보 보도내용이다. “북한 통일전선부는 녹취된 (정상회담) 대화록이 비밀 합의 사항이라며 우리 측 비선 라인과 공유했다.” 이 발언에 대해 조선일보는 “정부가 북측으로부터 회담 당시의 비밀 대화록을 받아 보관 중이라는 주장”이라고 해설한다. 민주당이 얘기하는 ‘비밀 녹취록’은 이걸 두고 하는 말이다.

▲ NLL논란 관련 조선일보의 보도 지면
때문에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정상적인 취재기자는 ‘최소한’ 기사를 이렇게 쓴다. 10월 11일 SBS보도를 보자.
“비공개 대화록 존재 논란과 관련해, 정 의원은 자신이 언급한 비공개 대화록은 당시 정상회담의 공식 대화록이라고 설명했다. 민주통합당은 정문헌 의원이 마치 비밀대화록이 따로 있는 것처럼 주장하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말을 바꿨다고 비난했다.”
한 차례 왜곡보도에 만족하지 못한 전재호 기자는 16일 아예 막나가기로 작정한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는 이렇게 시작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 포기 발언을 했는지를 놓고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데 MBC가 노 전 대통령의 관련 발언을 찾아냈다. 2007년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와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말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언론사도 크게 보도한 공개적인 발언을 두고 마치 숨겨진 비밀을 찾아냈다는 투로 보도하는 것은 대체 어느 언론사의 ABC인지 모르겠다. MBC에서는 보도본부장급 앵커가 이렇게 뉴스를 한다. 아무튼 전 기자가 제시하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2가지다. 하나는 2007년 10월 11일 뉴스데스크 영상. 당시 뉴스의 제목은 “(NLL은) 영토선 아니다”이다. 또 하나는 같은 해 11월 1일 민주평통자문회의에서의 발언이다. MBC 영상에서 노 전 대통령은 “NLL문제에 대해 제가 그것이 무슨 영토선이냐고 이야기 했더니”라고 말한다.
전재호 기자는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NLL을 포기하는 듯한 발언”으로 규정한다. (우리 헌법이 북쪽 땅도 우리 영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NLL이 영토선이냐 아니냐는 원론적인 논란과 NLL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훈련을 받은 기자가 아니라도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둘을 분간할 수 있다.
2007년 10월 11일 당시 MBC는 이렇게 보도한다. “역사적인 사실은 대통령의 언급이 맞지만 NLL은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 돼 왔다.” “NLL은 1953년 정전협정을 맺은 직후 클라크 유엔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해상경계선이다.” MBC 역시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고 표현할 뿐, NLL을 ‘영토선’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남북 경제 협력은 번번이 NLL 문제에 발목을 잡혔고,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도 NLL은 이슈화되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민주평통 발언도 매우 악의적인 편집이다. 10월 18일 KBS보도를 보자. MBC는 “그것이 무슨 영토선이냐”라는 발언만 쏙 뽑아 보도했다. 그러나 KBS는 같은 현장에서 “하지만 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KBS 영상. 노 대통령. “어떻든 NLL 건드리지 않고 왔습니다.”
김장수 당시 국방장관은 KBS에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노 대통령의 NLL에 대한 돌출 발언으로 곤혹스럽기도 했지만, 남북국방장관 회담을 앞두고선 NLL을 수호하겠다는 자신의 뜻을 존중해 소신껏 하고 오라고 말했다.”
이런 정황은 2007년 10월 11일 MBC 뉴스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MBC기자는 “2007년 정상회담 합의대로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이 설정되면 NLL이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군의 입장은 확고했다”고 전한다.

▲ 2010년 12월 <시사저널>은 '국방부·통일부 ‘NLL 격돌’ 있었다'는 제목의 커버스토리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자세히 다뤘던바 있다.
2010년 12월 (시사저널)은 (국방부·통일부 ‘NLL 격돌’ 있었다)는 제목의 커버스토리 기사를 내보낸다. 해당 기사는 2007년 여름 참여정부 내에서 ‘NLL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논의해보자’는 통일부와 ‘NLL은 논의 자체가 절대 불가하다’는 국방부 사이에 격돌이 있었다고 전한다. 다음은 기사의 한 대목이다.
“급기야는 일부 언론에서 ‘국방부장관 경질론’이 불거지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의 기류는 어느 한 쪽으로 쏠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당시 김(장수 국방)장관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신임이 상당히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NLL 논란과 관련해 새누리당의 공격을 받고 있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관련된 일화도 소개한다.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나에 대한 낙마설이 언론에서 먼저 나오기 시작했다. 물러날 결심까지 하고, 직접 문재인 대통령실장을 찾아가 ‘그것이 대통령의 뜻인가’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문실장이 ‘대통령께서는 장관을 신임하신다. 절대 낙마니 하는 것은 없다’라고 하더라. 그 이후로도 국방부장관인 나를 많이 신뢰했고, NLL 문제에서 내게 권한을 위임해주셨다”라고 회고했다.
마치 이번 논란을 예견한 듯 이런 대목도 등장한다.
당시 통일부장관 정책보좌관이었던 김연철 교수는 “일각에서는 당시 북한이 NLL 문제를 주도했고, 여기에 우리가 끌려간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또한 노무현 정부가 NLL을 포기한다든가, NLL 문제를 북한에 양보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취하려 했던 것으로 항간에서 오해하는데, 이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 NLL은 한국전쟁 이후 경계선으로 이미 굳어진 것이어서 국민 정서상 양보가 불가능했다. 그것은 청와대의 권한도 아니었다.”
당시 뉴스와 관련 보도들을 종합해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해평화수역과 공동어로수역에 관해 적극적이었고, 이를 위해 NLL 문제를 논의해보고자 했다. ‘NLL 영토선’ 등의 발언은 이런 과정에서 돌출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국민 여론을 감안하여 NLL 문제는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하였고, NLL 문제에 관하여 국방부에 전권을 위임했다. 관련 당사자들의 증언도 이에 일관되게 일치한다.
따라서 통일, 안보분야에 대한 취재경력이 있는 기자나 데스크라면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의 신빙성에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그간 알려진 정황이나 증언과 어긋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보도는 정문헌 의원과 이를 근거로 야권을 공격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근거’를 묻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게 이치에 맞다. 최소한 새누리당 주장의 진위여부를 검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언론은 비겁한 것인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 발 물러나 ‘공방’보도로 아이템을 때운다. 반복되는 공방보도의 여론효과는 명백하다. ‘설마 없었던 말로 이러겠어?’ 이런 여론에 기대 평소 ‘국익’을 신주단지처럼 떠받들던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정상회담 대화록을 만천하에 까보자고 달려든다.
MBC는 한발 더 나아가 악의적 여론왜곡의 선봉대를 자임했다. 이러니 시중에서 “이제 MBC 뉴스는 날씨도 안 믿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언론연대 모니터단은 앞으로도 MBC와 전재호 기자의 편파적 대선보도를 예의주시할 것이다.
김동찬/김이지 언론연대 활동가 |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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