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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2일 화요일

환경 예외 조항? 국제중재재판에서 유명무실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22일자 기사 '환경 예외 조항? 국제중재재판에서 유명무실했다'를 퍼왔습니다.
[연속 기고 - 론스타 ⑧] ISD 사례를 통해 본 공공정책과 투자자 권리

2012년 11월 22일, 론스타가 결국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10년간 지속된 론스타 문제가 왜 생겼는지, 제2의 론스타 사태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짚어봐야 할 대목이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 공학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듯한 대선에서 론스타와 ISD는 주요 쟁점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론스타 문제는 그렇게 적당히 묻어버려도 좋을 만큼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찬찬히 쟁점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선은 끝났지만, 론스타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에 (프레시안)은 론스타 문제를 집중조명하는 김익태 변호사의 글들을 게재한다. 김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로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통상교섭본부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2012년 8월 한미FTA와 ISD 문제를 다룬 이라는 책도 펴냈다. (편집자)

[연속 기고 - 론스타]
 ① "론스타 소송, 패소하면 전 국민이 5만 원인데…"
② ISD,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 투자금 내놓으라는 격
③ 전두환 정부는 미국 무기 회사에 얼마를 건넸을까?
④ '제2의 론스타'로 가는 지름길 민영화, 박근혜는…
⑤ 투자자국가소송, 이제 골목을 노린다
⑥ 국제중재재판은 공정하다? 천만의 말씀
⑦ 한미FTA의 기묘한 서문에 담긴 비밀

북미자유무역협정인 NAFTA는 최초의 자유무역협정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의 창시자인 미국은 NAFTA를 통해서 투자자-국가 소송제인 ISD를 충분히 경험하고 이어 그 장단점을 파악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미국은 FTA에 의한 ISD 소송에서 단 한 차례도 패소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연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국의 패소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하여 NAFTA를 개정하였고 이어 "외국인 투자자가 미국에서 미국인 투자자보다 더 많은 보호를 받을 수 없음"을 밝힌 서문의 조항을 삽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곧바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NAFTA에 이어, 중미FTA인 CAFTA 와 미-페루 FTA를 체결하였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 www.citizen.org)이 2012년 1월에 발표한 범NAFTA의 ISD 사건을 분석한 자료(Table of Foreign Investor-State Cases and Claims under NAFTA and other U.S. Trade Deals)가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총 72건의 ISD 사건 중, 기각되어 국가 승소 사건으로 볼 수 있는 사건은 15건이며 투자자 승소 사건은 10건이다. 나머지는 계류 중이거나 소송이 개시되지 않은 사건들이다. 그런데, 10건의 승소 사건은 모두 미국인 투자자의 사건이었으며, 미국은 자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단 한 건도 패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이다.

한미FTA가 발효된 지금, 론스타의 뒤를 이어 미국 투자자의 ISD 소송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당장 지난 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론스타 또한 한미FTA를 이용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런 시점에서 기존의 ISD 소송을 돌아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위에서 밝힌 NAFTA를 위시해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생한 72건의 소송에 대한 퍼블릭 시티즌의 자료를 검토하고 세 가지 경향성을 발견했다. 이 중 민영화의 폐해에 대한 부분은 지난 연재에서 다루었던 바, 나머지 두 가지 경향성을 소개한다.

(1) 미국 투자자의 남소(濫訴) 경향성

미국이 자국의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에 대해서는 세심한 우려를 표하는데 반해, 미국의 투자자는 타국을 상대로 다분히 남소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대표적인 남소는 인허가와 관련하여 처리 지연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보상 청구이다.

2011년 세인트 메리(St. Mary's VCNA, LLC) 사건을 보면, 미국 투자자가 캐나다 주정부의 여러 가지 조치로 인하여 사업 허가가 늦어진 점을 들어 캐나다 연방정부를 제소하였다. 허가가 늦어져서 사업에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현재 약 3000억 원의 배상금을 두고 계류 중이다.

2008년의 퍼시픽 림(Pacific Rim Corp) 사건은, 캐나다 회사가 엘살바도르 금광 허가권을 요청한 후, 환경과 식수 오염에 대한 엘살바도르 국내 반대 여론에 부딪혀 이에 대한 처리가 미루어지자 미국의 지사를 통하여 소송을 제기한 사건으로서, 인허가 지연에 관한 또 다른 사건이다. 특히 이 사건은 엘살바도르와 FTA를 맺지 않은 캐나다 투자자가 미국 지사를 통해 제소한 사건으로서 론스타 사건의 경우처럼 ISD 사건의 입체적 제소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사례이다.

좀 더 심각한 남소 사례들도 찾아볼 수 있다.

1999년 스콧 애쉬톤(Scott Ashton Blair) 사건의 경우, 멕시코에서 주택과 식당을 구입한 미국인 투자자가 멕시코 행정 기관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청구액은 알려지지 않았고 소송은 개시조차 되지 않았다. 소송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표적 남소 사례다.

2000년 제기된 아담스(Adams, et al) 사건은 또 다른 남소 사례다. 미국인 투자자가 매입한 부동산이 실소유자로부터 산 것이 아니므로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멕시코 법원의 판결에 이의를 제기한 사건으로서, 자신의 귀책 여부와 상관없이 타국 사법부의 판결을 국제투자중재재판소(ICSID)에 가져가서는 소송은 개시조차 하지 않은 사건이다.

2001년 프랜시스 케네스(Francis Kenneth Haas) 사건은 멕시코 사업 파트너에게 사기를 당한 미국인 투자자가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서는 개시조차 안 한 또 하나의 사건이다.

2009년에 캐나다를 상대로 있었던 크리스토퍼(Christopher and Nancy Lacich) 사건의 경우, 소송 액수는 미화 1176달러(한화 120만 원) 상당의 액수이다. 집단 소송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국을 상대로 벌이는 소송치고는 그 액수가 터무니없다.

미국을 상대로 한 남소 사례는 없다. 한데, 미국인 투자자의 남소 경향성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약소국에 대한 무시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상대국이 어떻게든 겪게 될 칠링 이펙트를 감안할 때, 이런 식의 남소는 심심해서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 형국이다.

한미FTA 체결 이후, 소송에 익숙한 미국인 투자자가 한국에서 투자 손실을 입었을 때 손쉬운 방편으로 소송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론스타 소송과 관련하여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팀(Task Force)이 꾸려져 있다고 발표된 바 있다. TF의 구체적인 논의나 대책 방안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가 없으나, 차제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문성을 담보한 국가 소송 기구의 설치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2008년에 국가 소송을 전문으로 담당하기 위한 정부 출연 기관인 정부법무공단이 발족했다. 일반 로펌과 같이 수임료를 받는다는 점에서 미국과는 다르나, 국가나 정부를 상대로 제기되는 소송을 전문적으로 담당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Solicitor General's Office 모델과 비슷하다. 이 조직이 출범하면서 활동 업무 중의 하나로 ISD에 대한 준비를 잡은 점도 눈에 띈다. 현재 정부법무공단이 이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전문성 확보의 측면을 고려할 때 이러한 형태보다는 법무부 산하에 조직을 두어 정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방법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번 외부 로펌을 고용해야 하는 데서 발생하는 혼란과 일관성 결여 문제를 덜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중앙정부를 상대로 제기되는 소송을 전담하는 기구를 정부 산하에 둘 필요가 있다.

▲ ICSID 홈페이지. ⓒICSID

(2) 환경과 공공정책에 대한 소송

앞서 밝혔듯이, 10여 건의 승소는 모두 미국인 투자자가 제기한 사건들이다. 그 사건들을 보면 대부분 환경이나 보건 등 공공정책에 연관되어 있는 사건들이다. 계류 중인 사건들 또한 거의 모두 이와 관련된 사건들인데 소송 액수는 95억 달러, 한화 약 10조원 정도다.

정부는 한미FTA 체결 시, 환경이나 보건 등에 관한 국가의 조치는 예외 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이를 빌미로 제소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정부가 발행한 "한미FTA 주요 내용"에 의하면, "투자와 환경(Investment and Environment) (제.11.10조.) 챕터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당사국은 투자 활동이 환경에 대해 민감성을 고려하면서 사업이 수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일견, 이러한 조항은 투자 유치국의 환경 입법과 조치에 관한 최대한의 보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조항은 이미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 당시 환경 단체들의 입장을 반영하여 환경 보호에 관한 투자 유치국의 입법과 행정 조치를 보장하기 위하여 삽입되어 있는 NAFTA 제11장에 있는 환경에 관한 예외 조항과 똑같은 문장이다. 비교해 보자.

(한미FTA와 NAFTA의 환경에 관한 예외 조항 비교)

한미FTA
ARTICLE 11.10: 투자와 환경
(INVESTMENT AND ENVIRONMENT)

Nothing in this Chapter shall be construed to prevent a Party from adopting, maintaining, or enforcing any measure otherwise consistent with this Chapter that it considers appropriate to ensure that investment activity in its territory is undertaken in a manner sensitive to environmental concerns.

NAFTA
Article 11.14환경에 관한 조치
(Environmental Measures)

Nothing in this Chapter shall be construed to prevent a Party from adopting, maintaining or enforcing any measure otherwise consistent with this Chapter that it considers appropriate to ensure that investment activity in its territory is undertaken in a manner sensitive to environmental concerns.

하지만 이 조항이 실제로 투자자-국가 분쟁 시 투자 유치국의 환경 보호에 관한 조치를 정당화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중재재판부의 해석은 이 조항을 무력화하는 쪽으로 이루어졌다. 국제투자중재재판소는 환경 문제와 관련한 소송 예외 조항에도 불구하고 "환경 목적의 진정성(genuine environmental purpose)"을 들어 투자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왔다.

미국 회사가 멕시코를 상대로 ICSID에 1996년 제소를 한 메타글레드(Metaclad v. Mexico) 사건을 보자. 메타클레드라는 미국 회사가 유독성 폐기물 처리 시설을 짓기 위해 멕시코 지자체에 건축 허가를 신청하여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공장 부지가 위치한 지자체 정부는 건축 허가 조건으로 이미 존재하는 유독성 폐기물에 의한 오염을 제거하고 공장 건축과 더불어 환경기금을 조성할 것을 요구하였다. 메타클레드는 지자체의 요구를 거절했고 지자체는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에 메타클레드는 ICSID에 제소해 승소했다. ICSID는 총 1560만 달러, 한화 약 180억 원을 배상할 것을 명령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간접 수용에 관한 재판부의 이유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멕시코 주정부 조치의 동기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곧바로 "이러한 조치는 간접 수용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이유 없이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또한, 에스디 마이어스 사건(S.D. Myers v. Canada)의 경우, 캐나다 정부가 다자 간 국제 환경 협약을 준수하기 위해 유해성 폐기물의 해외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자 캐나다에 지사를 둔 미국의 수입업자가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수출 금지 기간은 16개월이었으며, 이 조치는 캐나다의 모든 기업에 내려진 환경 관련 처분이었다. 한데, 중재재판부는 "이러한 조치는 캐나다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작위적인 조치였으며 환경 보호와는 무관하다"라고 판단하였다. 환경과 관련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 재판부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잣대를 들이댄 결과였다.

이러한 경향성은 국제투자중재재판부가 투자 유치국의 환경과 관련한 조치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사실상 환경과 관련한 조치에 대한 ISD 금지 조약을 무력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런 점에서, NAFTA와 똑같은 한미FTA의 예외 조항이 환경 관련 조치에 대해 얼마나 실제적으로 작용할지 의문이다. 정부는 일관되게 환경 조치는 한미FTA 하에서 ISD 예외 조항임을 들어 환경 조치 안전론을 펴왔는데, 기존의 NAFTA 사건들을 분석해 볼 때, 근거 없는 낙관론은 아닌지 우려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기존의 ISD에 대한 검토는 이후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될 수 있는 소송에 대비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는 단지 중앙정부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정부 또한 이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가래로 막을 것을 서까래로 막는 상황은 피해야 할 것이다.


 /김익태 변호사 

2013년 1월 16일 수요일

한미FTA의 기묘한 서문에 담긴 비밀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15일자 기사 '한미FTA의 기묘한 서문에 담긴 비밀'을 퍼왔습니다.
[연속 기고 - 론스타 ⑦] 미국이 문제의 서문을 넣은 이유 직시해야

2012년 11월 22일, 론스타가 결국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10년간 지속된 론스타 문제가 왜 생겼는지, 제2의 론스타 사태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짚어봐야 할 대목이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 공학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듯한 대선에서 론스타와 ISD는 주요 쟁점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론스타 문제는 그렇게 적당히 묻어버려도 좋을 만큼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찬찬히 쟁점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선은 끝났지만, 론스타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에 은 론스타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김익태 변호사의 글들을 게재한다. 김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로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통상교섭본부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2012년 8월 한미FTA와 ISD 문제를 다룬 이라는 책도 펴냈다. (편집자)

[연속 기고 - 론스타]
 ① "론스타 소송, 패소하면 전 국민이 5만 원인데…"
② ISD,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 투자금 내놓으라는 격
③ 전두환 정부는 미국 무기 회사에 얼마를 건넸을까?
④ '제2의 론스타'로 가는 지름길 민영화, 박근혜는…
⑤ 투자자국가소송, 이제 골목을 노린다
⑥ 국제중재재판은 공정하다? 천만의 말씀 일개 펀드 회사인 론스타가 대한민국을 자본의 법정에 세웠다.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을 이용하여 일국을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론스타는 미국 회사이다. 이 사실이 불안하다. 비록 론스타가 이번 ISD에서 못 이기더라도, 한미FTA를 근거로 또 다른 ISD를 제기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ISD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소송의 사유가 협정 발효 이후에 발생한 사안이어야만 한다. 따라서 한미FTA가 발효되기 이전에 발생한 양도소득세 부과나 매각 명령 지연과 같은 사안들은 한미FTA에 근거한 ISD의 사유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회 연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론스타는 이미 세금 문제에 대해 국세청에 경정 청구를 신청하였고 거부 처분을 당하자 국내 법원에 소송까지 낸 상태이다. 송기호 변호사는 "국세청이 론스타의 경정 청구에 대해서 거부 처분을 내리면 그것은 한미FTA 발표 이후 처분이기 때문에 그때는 론스타가 한미FTA의 투자자-국가중재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바 있다. 동의한다. 국세청의 거부 처분뿐만 아니라, 법원의 판단까지도 이후 ISD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론스타의 ISD는 생각보다 길고 지난한 싸움이 될 것 같다. 게다가 한미FTA의 ISD는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의 ISD보다 훨씬 강한 신무기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국가 간의 협정이라는 것이 평등주의에 입각한 것이니, 대한민국의 투자자들도 미국에서 똑같이 ISD라는 제도를 이용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이다. 예컨대 론스타처럼 미래에셋도 미국을 상대로 소송할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이다. 한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바로 한미FTA의 서문에 담겨 있는 이상한 문구 때문이다.

한국 투자자도 미국 상대로 ISD 하면 된다? 과연 그럴까?


모든 중요한 문서에는 서문이 있다. 영어로 Preamble이라는 것으로서 일종의 총론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한미FTA 서문을 보면 희한한 문장이 하나 있다. 시작은 일반적인 협정문의 내용과 비슷하다. 양국 정부가 경제 협력 필요성을 느낀다는 내용으로 시작하여, 이후 자유무역이 상품과 투자 교류에 증진할 것을 확신하고 그리하여 서로 더 잘살게 되므로 서로 무역 장벽을 없애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에 이상한 문장이 하나 나온다.

Agreeing that foreign investors are not hereby accorded greater substantive rights with respect to investment protections than domestic investors under domestic law where, as in the United States, protections of investor rights under domestic law equal or exceed those set forth in this Agreement

미국 변호사인 나도 처음에 이 문장을 보고 한참을 고민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이며 왜 서문의 한가운데 뜬금없이 들어가 있을까? 문장이 어렵다기보다는 모호하다. 먼저 외교통상부가 내놓은 한글 번역본을 보자.

"국내법에 따른 투자자 권리의 보호가 미합중국에 있어서와 같이 이 협정에 규정된 것과 같거나 이를 상회하는 경우, 외국 투자자는 국내법에 따른 국내 투자자보다 이로써 투자 보호에 대한 더 큰 실질적인 권리를 부여받지 아니한다는 것에 동의하면서."

이 한글 번역 또한 쉽지 않다. 원문이 워낙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번역에는 일단 문제가 없다.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액면 그대로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유는 대비되는 두 상황을 병렬적으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Where 이전의 내용은 부정문이고, where 이후의 내용은 긍정문이다. Where 이전은 투자 보호에 관해 미국 국내법이 FTA의 수준보다 낮을 경우이고, where 이후는 미국 국내법이 FTA의 수준보다 더 높을 경우를 상정한 문장이다. 비교할 수 없는 두 상황을 교묘하게 한 문장으로 이어 놓은 것이다.

쉽게 의역해 보면 이 문장은, "미국에서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외국인 투자자는 이 협정문보다 더 높은 수위의 국내법의 투자자 보호 조치가 있을 경우 동등하게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더 많은 보호를 받을 수도 없다"는 말이다. 언뜻 보면, 좋은 내용인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의 투자자가 미국에서 미국의 투자자들과 동등하게 보호를 받게 된다는 내용이니까.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 문장에 대해 오히려 보호 조항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교묘한 함정이 있다.

먼저, 이 문장을 뒤집어 보자. 한국인 투자자는 미국에서 미국이 제공하는 FTA 협정보다 높은 수위의 미국법의 투자자 보호 조치에서 미국 투자자와 동등하게 취급된다. 그렇다면, FTA 협정보다 낮은 수위의 미국법의 투자자 보호 조치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다시 말해서, 한미FTA에 따라서 투자자에 대해 10 정도의 보호를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미국에 투자를 했는데, 협정의 수준인 10에 못 미치는 미국 국내법이 발효되어 투자에 손실을 입힐 경우 한국인 투자자는 어떤 보호를 받게 되는가? 미국 내국인 투자자와 동등한 수준의 보호를 받게 된다는 서문의 원칙에 의하여 미국 내국인 투자자들이 내국법을 따라야 하는 것처럼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는 말인가?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예를 들어 보자. 한국인 투자자 김익태는 미국 시카고 시내에 있는 버그호프(Burghoff)라는 오래된 건물을 매입했다. 빌딩을 허물고 그곳에 고층 백화점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버그호프 빌딩이 시카고가 위치한 일리노이주의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문화재관리법에 의거하여 재건축이 금지되었다. 김익태 투자자는 이 프로젝트를 위하여 막대한 자금을 은행과 개인들에게 빌려서 조성하였다. 또한, 백화점 개장과 연관하여 추가 계약까지 완료한 상태였다. 그런데 모두 이행하지 못하게 될 처지에 놓였고 금전적 손실이 예상되었다.

그렇다면 김익태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투자자-국가소송제인 ISD에 의거하여 국제투자중재재판소(ICSID)에 제소를 한다. 그런데, 미국 정부의 반론이 충격적이다. 한미FTA는 양자 간 협정이기 때문에 협정문의 개별적 특징이 있는 바, 서문의 내용처럼 미국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투자자보다 더 많은 권리를 부여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비록 본인 소유의 건물이라 하더라도, 일단 문화재로 지정되면 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법에 의거하여 아무런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라고 해서 미국인 투자자보다 더 많은 권리를 부여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ICSID의 판결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확실한 근거법이 제시된다면 판결은 쉬워진다. 김익태는 보호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바로 한미FTA 서문의 그 이상한 문구 때문이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 했더니 여기에 쓰이는 물건이었다.

 
▲ 한미FTA 이행 법안에 서명하는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ISD에 덴 미국, 국가의 자율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통상법 개정

변호사랍시고 괴담 수준의 소설을 쓰는 것인가? 아니다. 먼저, 앞선 예시는 "간접 수용"에 관한 미국의 대표적인 판례인 펜센트랄 사건(Penn Central Transp. Co. v. New York City, 438 U.S. 104 (1978))의 사실관계를 토대로 한 것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은 김익태라는 외국인 투자자가 개입되었다는 점뿐이다.

둘째, 한미FTA의 서문이 꼭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면, 왜 이 이상한 문구가 생겼는지를 따져보면 된다.

북미자유협정(NAFTA)을 체결한 이후 미국 또한 ISD를 당했다. 비록 지긴 했지만, 캐나다 투자자들이 미국을 상대로 초반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미 WTO 가입 이후로 크고 작은 송사에 휘말렸던 미국은 자국 또한 더 이상 소송의 무풍지대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미국 통상대표부는 ISD와 관련한 미국의 통상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고, 2006년 투자자에 대한 국가의 자율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NAFTA를 개정하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위에서 예를 든 펜센트랄 사건과 같은 경우, 미국 법에 의하면 보상을 받지 못하는데도, ICSID에서 다른 판결이 나오면 어떻게 될지 불안해졌다. 어떻게 해서든지 미국법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게 일어났다. 이러한 분위기와 배경에서 만들어진 문구가 바로 한미FTA 서문에 들어가 있는, 앞에서 우리가 해석했던 그 문구이다. 2001년부터 미국의 대외통상법 개정을 주도한 민주당 하원의원 찰스 랭겔(Charles B. Rangel)이 2008년 (Harvard Journal on Legislation)에 기고한 글을 보자.

"1994년부터 2000년 사이에 NAFTA와 관련한 분쟁 사건에서 문제가 있는 판결들이 다수 내려졌다. 그래서 2001년 나는 미국의 통상조약에서 투자 관련 조항을 개정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중략) 그리고 2001년 NAFTA를 개정하였다. (중략) 그래도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중략) 그래서 새로운 FTA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서문에 넣게 되었다. (필자 : 이후에는 우리의 서문에 있는 문장이 나온다) 이 문구는 투자 조항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부분이다. 만약에 중재재판부가 FTA의 투자 조항에 대하여 두 가지 가능한 해석을 고려한다고 가정해 보자. 첫째는, FTA의 적용을 받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미국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 미국 투자자보다 더 많은 권리를 제공해 주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동등하거나 더 낮은 권리를 제공해 주는 경우이다. 서문의 이 문구는 재판부가 첫 번째 해석을 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것이다."

아주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유 때문에 그 이상한 물건은 이후 미국이 체결하는 모든 FTA의 서문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미국의 의도는 FTA가 미국 국내법과 충돌하면 자기들 법대로 하겠다는 것

이 서문의 위험성은 상당히 심각하다. 만일 미국의 의도대로 된다면, 어떠한 외국인 투자자도 미국의 국내법 수위 이상의 투자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문제는 또 있다. 미국에서와 같이(as in the United States)라는 말을 굳이 서문에 써 놓음으로서, 이러한 국내법의 적용을 미국에만 한정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다. "미국에서와 같이"라는 말은, 자칫 외국인 투자자는 미국에서 국내법 이상의 보호를 받을 수 없으나, 미국인 투자자는 한국에서 그 이상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말이다. 그래서 이처럼 복잡하게 써 놓았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FTA에서 부여하는 권리가 미국 국내법과 충돌할 경우, 자기들 법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불순한 의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미국의 의도처럼 미국 국내법을 기준으로 적용하겠다면 이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점을 명백히 해야 한다. 비엔나협약(Vienna Convention) 제27조는, 국내법을 근거로 들어서 국가 간의 조약의 불이행을 정당화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미국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판례를 내올 근거를 만든 것이다. 우겨보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제법을 근거로 미국의 입장을 반박한다면, 쉽게 미국의 뜻대로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서문의 효력에 대해서도 상이한 입장이 존재할 수 있다. 단순히 선언적인 의미일 뿐이라고 주장해야 한다. 미국의 의도는 이 서문의 효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서문은 선언적인 의미일 뿐이며, 구체적인 각론에서 모든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만 자의적 해석을 막을 수 있다.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론스타가 세금 문제를 가지고 대한민국에 또 다른 ISD를 제기한다면 한미FTA는 드디어 수면 위로 부상하며 이에 근거한 ISD는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ISD와는 차원이 다른 ISD이다. 론스타의 전 방위적인 소송 행태를 보면서 한미FTA에 근거한 ISD에 대한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어차피 예견된 바이다. 이제는 이에 관한 법적 대비책을 중장기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김익태 변호사 

2013년 1월 2일 수요일

투자자국가소송, 이제 골목을 노린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31일자 기사 '투자자국가소송, 이제 골목을 노린다'를 퍼왔습니다.
[연속 기고 - 론스타 ⑤] 지방자치단체와 ISD

2012년 11월 22일, 론스타가 결국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10년간 지속된 론스타 문제가 왜 생겼는지, 제2의 론스타 사태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짚어봐야 할 대목이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 공학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듯한 대선에서 론스타와 ISD는 주요 쟁점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론스타 문제는 그렇게 적당히 묻어버려도 좋을 만큼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찬찬히 쟁점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선은 끝났지만, 론스타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에 (프레시안)은 론스타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김익태 변호사의 글들을 게재한다. 김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로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통상교섭본부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2012년 8월 한미FTA와 ISD 문제를 다룬 (소송당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책도 펴냈다. (편집자) 

[연속 기고 - 론스타]
 ① "론스타 소송, 패소하면 전 국민이 5만 원인데…"
② ISD,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 투자금 내놓으라는 격
③ 전두환 정부는 미국 무기 회사에 얼마를 건넸을까?
④ '제2의 론스타'로 가는 지름길 민영화, 박근혜는…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말이 있다. 오랑캐를 이용하여 오랑캐를 친다는 중국의 전술이다. 대통령 선거전이 한참 뜨거웠던 2012년 11월 론스타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제투자중재재판소(ICSID)에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을 때 떠오른 말이었다. 어쩌면, 론스타라는 오랑캐를 이용해서 ISD라는 오랑캐를 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생겼다. 대한민국은 ISD로부터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하던 근거 없는 낙관론이 무너지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주류 정치권 어느 진영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ISD 문제에 대해 대선 후보들의 진일보한 입장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슈는 부각되지 않았고 국민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왜일까? 생각을 해봤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전히 피부로 다가오는 이슈가 아니었기 때문일 성싶다.

그렇다면 좀 더 피부로 다가오는 사안들을 얘기해 보자. 바로 지방자치단체의 문제이다. ISD 문제는 외환은행 매각으로 발생한 론스타 소송과 같이 중앙정부와 관련된 거대한 소송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저 멀리 경남 남해군에 화력발전소가 지어졌다면, 경북 영주의 수돗물 민영화가 현실화되었다면, 그리고 동네의 코스트코 주말 휴무를 서울시가 계속 강제한다면 발생할 수 있는 생활 속의 이슈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나름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고 그것이 순기능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자체의 순기능이 ISD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2011년 미국의 메사전기회사(Mesa Power Group)가 지방정부의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며 캐나다를 상대로 제소한 ISD 사건이 있다. 에너지 재생산 프로그램 운영 시 일정량은 지역 생산할 것을 지자체가 강제하자, 해당 기업이 '이는 외국투자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반발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메사전기회사는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8000억 원을 요구하며 소송을 걸었다. 사건은 아직 계류 중이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 지자체에도 유사한 조치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1년 고양시는 시가 발주하는 공사 계약에 대하여 50% 고양시민을 고용할 것을 의무화했다. 그런데 이러한 시의 조치가 법적 분쟁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먼저 국내의 사법 구제 절차에만 한정해 보자. 고양시민들로 구성된 하도급 업체와 관계가 좋은 A사가 있고, 이와 대조적으로 작업 인력의 대부분을 서울시민으로 충당하는 B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B사는 고양시의 이러한 정책에 불만을 품고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을 할 수 있다. 판결 내용에 상관없이 사건은 국내에서 종결된다. 하지만, B사가 외국인 건설업자일 경우, 혹은 외국인 투자자가 B사의 주식을 일정 지분 소유하고 있을 경우를 상정해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 외국인 투자자는 곧바로 ICSID로 직행할 것이다. 멀게만 느껴지던 ISD가 이제는 골목으로 들어오는 상황이다.

 
ⓒ뉴시스

지자체는 ISD로부터 안전? 정부의 이상한 논리

그런데, 이 문제에 관해서 정부는 이상한 논리를 펼치며 '지방자치단체는 ISD 소송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2012년 6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행된 "한미FTA 주요 내용"을 보면, "ISD 대상으로서 협정상 의무 위반 외에 투자 계약 및 투자 인가 위반 사항을 포함(제11.16조)"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투자 계약은 중앙정부와의 계약에 한정하고 지방정부 및 국영기업체는 제외"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미FTA 주요 내용", 96페이지).

이러한 입장은 언론을 통해서도 이미 확인된 바이다.

외교통상부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을 둘러싼 서울시와 '메트로 9호선' 간 갈등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외국인 간 계약은 ISD 제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지자체 계약은 국가소송 성립 안 돼" 외교부, 일부 주장 반박, (동아일보) 2012년 4월 14일)

이러한 주장은, 일견 지방자치단체는 ISD 소송에 대해 면책권이 있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한미FTA 제11장 제1절 제3조(제11.1.3조)를 보면, 투자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투자유치국의 조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11.1.3. 이 장의 목적상, 당사국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라 함은 다음을 말한다.가. 중앙 지역 또는 지방 정부와 당국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 그리고나. 중앙지역 또는 지방 정부나 당국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여 비정부 기관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

이 조항의 의미에 대해서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ISD 소송의 당사자 자격은 당사국인 투자 유치국이다. 즉, 중앙정부를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당사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위 조항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당사국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의 내용은 광범위 하다. 지방정부나 당국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비정부 기관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까지 포함하고 있다. 소송의 당사자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소송의 원인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주정부의 조치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가 ISD 소송을 하면 주정부가 아니라 연방정부가 소송의 당사자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 뿐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도 "ISD의 피소 당사자는 중앙정부로 지자체가 될 수 없으며 그 책임 또한 중앙정부가 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시가 ISD 영향평가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자, 정부가 이에 대해 반박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서울시의 의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부분이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박원순 시장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에 대해 "미국 기업이 지방자치단체를 ISD 제소할 가능성이 급격히 늘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법무부 법무실장은 "ISD의 피소 당사자는 중앙정부로 지자체가 될 수 없으며 그 책임 또한 중앙정부가 진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엔 ISD 소송 못 건다", [중앙일보] 2011년 11월 9일) 

지자체의 조치, ISD 사유 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미성년자의 과실에 대해서 부모가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민법의 원리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미성년자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소송의 원인 제공자는 되는 경우이다. 지자체가 취하는 모종의 조치가 ISD 소송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당사자는 중앙정부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자체는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니 ISD 소송을 신경 쓰지 않고 어떠한 조치도 자유롭게 채택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결국은 지자체의 조치로 인한 ISD 소송의 비용은 고스란히 중앙정부에서 충당할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설명에 의하면 ISD 소송은 "중앙정부와의 계약에 한정"한다고 하는데, 한미FTA 제11.16조 어디에도 ISD 소송의 근거는 "중앙정부와에 계약에 한정"한다는 문구는 없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는 앞 다투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 하고 있다. 코트라 외국인투자통계시스템의 발표에 의하면, 서울시의 경우만 하더라도 2007년 1842건, 2008년 1721건을 비롯하여 해마다 약 1300여 건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적극적인 투자 유치를 위하여 인센티브까지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외국인투자 지원조례 제15조, 제16조에 의거하여, 외국인투자비율 30% 이상 외국인투자기업 중 고용인원 10명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1인당 월 100만 원씩 최대 6개월분을 기업당 2억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또한, 외국인 투자기업이 R&D센터를 유치할 시, 외국인투자촉진법 제14조의 2, 서울시 외국인투자지원조례 제14조에 의거, 투자금액의 일정 비율을 현금 지원한다. 국비 40%, 시비 60%의 비율이다.

인센티브는 비단 이러한 서울시의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 지역인 인천광역시나 경기도의 경우, 부지 제공이나 세금 감면은 기본 옵션이며, 서울시와 같이 현금 지급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인센티브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에도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인센티브 제공이 지자체의 사정에 의해 어느 날 중단되거나, 혹은 형평의 문제에 의해 변경되는 경우다. 수십억 원에 이르는 혜택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제공하면서도 이제는 되려 ISD 소송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인센티브 제공에 대한 애초의 약속을 지키면 될 것 아니냐면 할 말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환경이나 교통과 같은 공공정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조치에 대해서도 ISD 소송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수도권과는 다르게 지방에 유치된 외국인 투자의 경우 화학제조와 같이 환경에 예민한 산업들이 다수 존재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친환경적인 조례를 제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외국인투자회사는 투자 환경의 변화로 인해 투자에 손실을 입었다며 간접수용을 들어 ISD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멕시코 지자체의 환경조치에 이의를 제기하여 180억 원을 배상받은 미국 회사 메타클레드를 생각해 보면 쉽게 그릴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18대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면서 '교통정책과 관련한 ISD 소송이 현실화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모든 후보자가 민자로 건설된 거가대교와 마창대교의 반값 통행료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2007년 캐나다 정부가 제정한 "국제 교량과 터널에 관한 법"에 의해 통행료가 규제 대상이 되자, 미국 투자자인 디트로이트 국제 교량 회사가 캐나다 정부를 제소한 사건이 떠올랐다. 외국인 투자가 섞여 있을 것이 거의 당연시되는 민자 교량에 대해 통행료를 반값으로 내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 전에 후보자들이 자본 구성 비율에 대한 분석이라도 해보았는지 궁금하다.

이러한 모든 사항이 지자체가 외국인 투자와 관련하여 고려해야 할 문제이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적 자원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비는 중앙정부가 일차적으로 주도해야 한다. 지방정부와 법적 네트워크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울러 지자체의 조치로 인한 ISD 소송 시 재정 부담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ISD 소송의 당사자는 대한민국이지만, 지자체의 행정조치나 조례에 근거한 소송인 경우 지자체의 법적 책임에 대한 부분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연재가 일주일 정도 지연되었다. 대선 결과에 대한 국민적인 반응이 극대화되던 시점에 ISD 관련 연재가 눈에 들어올까 싶어서였다. 그 와중에 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았다. 남자들끼리 게임을 해서 완장을 차고 제한된 시간 동안 리더 역할을 하는 내용이었다. 독재자부터 무개념 리더까지 다양한 리더십이 교차하는 동안, 두세 명은 여전히 비슷한 처지에서 비슷한 노역(?)을 하면서 푸념을 늘어놓는다. "리더가 바뀌어도 우리의 삶은 별반 달라지는 게 없다"고 말한다. 이 땅의 민초들을 암시하는 대사이지만, 동시에 내게는 ISD 이슈를 연상시키는 지점이었다. 오십보백보 차이로, 정치권의 어느 진영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이 이슈는 그래서 계속 제기되어야 하며, 연재는 계속되어야 할 것 같다.


 /김익태 변호사

2012년 12월 18일 화요일

'제2의 론스타'로 가는 지름길 민영화, 박근혜는…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18일자 기사 ''제2의 론스타'로 가는 지름길 민영화, 박근혜는…'을 퍼왔습니다.
[연속 기고 – 론스타 ④] 박근혜, ISD 본질 왜곡하고 있다

11월 22일, 론스타가 결국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10년간 지속된 론스타 문제가 왜 생겼는지, 제2의 론스타 사태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짚어봐야 할 대목이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 공학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듯한 대선에서 론스타와 ISD는 주요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론스타 문제는 그렇게 적당히 묻어버려도 좋을 만큼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찬찬히 쟁점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에 은 론스타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김익태 변호사의 글들을 게재한다. 김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로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통상교섭본부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지난 8월 한미FTA와 ISD 문제를 다룬 (소송당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책도 펴냈다. (편집자)


[연속 기고 - 론스타]① "론스타 소송, 패소하면 전 국민이 5만 원인데…"② ISD,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 투자금 내놓으라는 격③ 전두환 정부는 미국 무기 회사에 얼마를 건넸을까?


2011년 중국 칭화대에서 한중FTA를 주제로 논문을 쓰며 중국 법을 연구했다. 일 년 동안 중국에 살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바로 물이다. 온 국민이 물을 사 마신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가난한 도시 노동자부터 벤츠를 타고 다니는 부자까지 모두 그렇다. 나도 당연히 사서 마셨다. 물 한 병 값이 그리 비싼 건 아니었지만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중국에서 가장 기본적인 상수도 시설조차 국민에게 만족스럽게 제공할 수 없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서민 정책의 일환인 값싼 수도세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분석하기도 하지만, 전 국민이 물을 사서 마시는 마당에 성공한 서민 정책이라고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국민이 세금을 내는 이유는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 서비스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단지 외침을 막고 도둑만 잡으라고 내는 게 아니다. 국민들이 생활하기에 가장 기초적인 골격을 만들고 유지하라고 세금을 내는 것이다. 돈 있으면 택시 타지만 돈 없어도 버스 타고 지하철 탈 수 있어야 하며, 돈 있어서 에비앙 사서 마셔도 돈 없으면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있어야 한다. 나도 한국에서는 종종 수돗물을 마신다. 그래도 국가의 공공 서비스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 속에서 국가는 운영된다.


그런데, 합법적인 국가의 공공 정책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바로 외국인 투자자가 제기할 수 있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때문이다. 론스타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가의 정당한 조치가 간접수용이라는 이름으로 소송의 도마 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 TV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론스타의 ISD는 한미FTA하고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국제사회 협정에 있어 거의 모든 국가가 ISD를 기본으로 갖고 있다"며 ISD가 표준약관처럼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제도라는 주장을 했다. 앞선 기고에서 밝힌 바와 같이 ISD 소송이 FTA의 등장과 함께 비약적으로 성장한 마당에 이러한 해명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제2, 제3의 론스타 사건은 한미FTA의 체결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소송 대상은 국가의 정당한 공공 정책이다. 공공 정책에 대한 위험성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으니 새삼 재론하지 않겠다. 다만, 이러한 위험성의 불꽃에 자발적으로 휘발유를 붓는 일이 민영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는 기존의 ISD 소송을 분석해 보면 알 수 있다.

▲ 박근혜 후보. ⓒ연합뉴스

론스타 ISD는 한미FTA와 무관? 진실이 아니다


최초의 FTA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www.citizen.org)이 2012년 1월 미국과 맺은 FTA를 통해서 발생한 ISD 사건을 요약한 자료(Table of Foreign Investor-State Cases and Claims Under NAFTA and other U.S. Trade Deals)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NAFTA 유형의 ISD 소송은 총 72건이다. 이 중 15건은 기각으로서 국가의 승소이며, 10건은 투자자 승소 사건이다. 나머지는 소송 미개시, 취하, 병합, 혹은 계류 중인 사건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투자자 승소 10건이 모두 미국인 투자자의 사건이라는 점이다. 미국 투자자는 캐나다를 상대로 4건, 멕시코를 상대로 5건, 그리고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1건을 각각 승소하였다. 퍼블릭 시티즌이 정리한 모든 소송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하고 싶으나, 지면의 한계로 이 중 몇몇 사건들을 중심으로 민영화의 부작용에 대하여 살펴보자.

FTA 사건은 아니지만, 미국인 투자자가 개입된 사건 중 유명한 볼리비아 수돗물 사건이 있다. 볼리비아는 미국과 직접 FTA를 맺지 않았지만, IMF 재정 지원을 받는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실제로 대부분의 공공 서비스, 자원 산업을 외국 기업에 매각하였다. 그중 상수도는 IMF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미국의 다국적기업 벡텔사에 장기 시설운영권을 넘겼다. 수도가 민영화된 후에 수돗물 값이 4배 가까이 상승하자 국민들이 빗물을 받아쓰려 했고, 투자자의 항의에 경찰은 빗물받이 단속까지 하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민영화의 부작용이다. 공공산업이 민영화되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운영될 때 국민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 피해 사례이다.

NAFTA와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공공 산업의 민영화로 인해 발생한 ISD 사건들이 다수 존재한다. 2008년 발생한 탬파 일렉트릭(Tampa Electric Company Guatemala Holdings, LLC) 사건의 경우, 과테말라의 전력 공급 시스템을 사들인 미국 회사가 과테말라 정부의 전기세 인하 명령에 이의를 제기한 소송이다. 전기 사업의 민영화로 빚어진 사건이다.

2007년 사건인 레일로드(Railroad Development Corporation) 사건의 경우, 과테말라의 철도 운영권을 사들인 미국 회사가 당초 약속한 5단계 시스템 재건 중 1단계를 시행한 후 추가 이행을 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한 과테말라 회사가 운영권을 매도할 것을 요청하였고, 미국 회사가 매도를 거부하자 과테말라 정부는 미국 회사의 행위가 공익을 해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미국 회사는 미국인 투자자의 자격으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공공 교통의 민영화로 인한 사건이었다.

앞의 두 사건은 현재 계류 중인데, 합의가 된 사건도 있다. 2007년 티시더블유 그룹(TCW Group et. al) 사건의 경우, 도미니카공화국으로부터 국가의 전력 시스템 지분을 사들인 미국 회사가 간접수용 소송을 제기하자 도미니카공화국은 한화 약 270억 원에 합의했다. 소송을 더 진행하는 것보다 싸게 먹힌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공공 교통 민영화, 제2의 론스타 사건 발생시킬 가능성 많다


이들 피소국들이 대부분 상대적 빈국이므로 우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면 다른 예를 들어보자. 선진국인 캐나다 또한 민영화로 인해 미국인 투자자로부터 ISD 소송을 당했다. 2007년 캐나다 정부는 "국제 교량과 터널에 관한 법(International Bridges and Tunnels Act)"을 제정하였다. 미국과 인접한 국가로서 미국과 캐나다를 연결하는 다리와 터널의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이 법은, 교량의 소유권 이전이나 구조 변경 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과 통행료 부과를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자 2010년, 미국 투자자인 디트로이트 국제 교량 회사(Detroit International Bridge Company)가 캐나다 정부를 제소하였다. 국제 교량인 앰배서더 국제 교량에 대한 회사의 투자자 권리가 침해당했다는 것이다. 국책 사업의 민간 이양 시 발생할 수 있는 소송의 또 다른 예이다.

민영화로 인한 이러한 ISD 소송에 대해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2012년 봄에 발생한 서울시 지하철 9호선의 요금 인상 발표가 한 예이다. 당시 서울시는 요금 인상 신고를 허락하지 않았다. 국민들의 여론을 의식한 9호선 운영 회사인 서울시 메트로 9호선은 인상을 보류하는 대신 두 차례에 걸친 요금 인상 신고를 반려한 서울시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민영화로 인해 지방자치 정부의 요금 정책 안정을 위한 어떠한 규제도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는 현실이 된 것이다. 당시 맥쿼리의 주식 매각 등을 들어 ISD 소송 가능을 일축한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ISD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성질의 사안이다. 다만, 서울시 메트로 9호선 측이 국민 여론에 대한 부담과 소송비용에 대한 손익 계산 때문에 ISD 소송 대신 국내 행정소송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공공 교통의 민영화는 특히 한미FTA 체결로 우리에게 더 심각한 문제로 발전하게 되었다. 공공 교통에 대한 투자의 경우, 한미FTA 부속서 11-나에 의하면, ISD 소송 예외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ISD 소송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공공 교통의 민영화가 지금과 같이 진행될 경우, 제2의 론스타 사건은 이 분야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최근 논란이 있었던 인천공항 민영화 논의도 마찬가지이다. 49%의 지분을 매각하고 정부가 51%의 지분을 쥐고 있으면 경영권 행사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 49%의 주식 중 일부라도 외국인 투자자에게 매각될 경우, 인천공항의 미래는 외국인 투자자의 손아귀에 놓이게 된다. 비록 소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투자자-국가 소송제(ISD)에 의거하여 51% 대주주인 정부의 정책 변화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인천공항 면세점. @연합뉴스

민영화에 대한 태도에서 MB와 궤를 같이하는 박근혜

MB 정부의 실정과는 일정한 선긋기를 하며 당명까지 바꾸고 대선가도를 달리는 박근혜 후보의 정치공학의 기술은 일정 정도 설득력을 얻은 듯하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박근혜 후보의 민영화에 대한 입장은 CEO 출신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과 그 궤를 같이하는 것 같아 우려가 크다.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수 정당의 정책이니 그 한계는 이미 노정되어 있으나, 다소 무차별적 경향성을 보인다.

청주공항을 민영화하겠다고 하며, 논란이 되고 있는 인천공항은 슬그머니 면세점부터 민영화에 착수했다. KTX 민영화에 대해서 입을 다물자 오히려 국토부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재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영리병원 도입에 찬성하며 의료 민영화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물 민영화와 관련해서 (시사IN)에 보낸 답변서에 의하면, "상수도 민영화 정책은 현재 검토한 바가 없으나 지방 상수도 경영 효율화를 위해 현재의 민간 위탁 제도 등을 비롯해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면적인 민영화가 국민적인 반대에 부딪히자 MB 정부가 단계적 추진으로 선회한 입장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막히자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재추진하는 MB 정부의 대표적인 옷 갈아입히기 사업 방식이 현재 진행 중인 민영화 사업의 특징이라고 볼 때, 박근혜 후보 역시 그 연장선장에 있다고 보인다.

무엇을 위한 민영화인지는 둘째 치고, 그 폐해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자본은 국적이 없다. 얼마 전 한전이 전기세 인상과 관련하여 대한민국을 상대로 ISD 소송을 검토한 사실이 입증하는 바와 같다. 외국인 투자는 국내 기업의 주식 소유 형태로 이미 상당 부분 국내 진입이 완료되어 있으며, 그 지분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소송 당사자의 적격성을 인정받는다. 혹세무민(惑世誣民)하여 집권해도 그 기간은 유한하다. 하지만, 실정(失政)의 책임은 무한하며 그 책임은 결국 국민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김익태 변호사 

2012년 12월 15일 토요일

전두환 정부는 미국 무기 회사에 얼마를 건넸을까?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14일자 기사 '전두환 정부는 미국 무기 회사에 얼마를 건넸을까?'를 퍼왔습니다.
[연속 기고 – 론스타 ③] 28년 전, 콜트사에 판정패한 대한민국 정부

11월 22일, 론스타가 결국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10년간 지속된 론스타 문제가 왜 생겼는지, 제2의 론스타 사태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짚어봐야 할 대목이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 공학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듯한 대선에서 론스타와 ISD는 주요 쟁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론스타 문제는 그렇게 적당히 묻어버려도 좋을 만큼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찬찬히 쟁점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에 은 론스타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김익태 변호사의 글들을 게재한다. 김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로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통상교섭본부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지난 8월 한미FTA와 ISD 문제를 다룬 (소송당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책도 펴냈다.  [연속 기고 - 론스타]① "론스타 소송, 패소하면 전 국민이 5만 원인데…"② ISD,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 투자금 내놓으라는 격 지난 기고의 마지막은 "이제 투자자-국가 소송(ISD)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정보에 있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과거의 얘기 하나 해보자. 론스타 사건 이전에 대한민국은 한 번도 외국인 투자자에게 ISD 소송을 당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 그동안 객관적인 사실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자연스레 론스타가 첫 번째 ISD 소송이라고 말한다. 한미FTA로 전국이 떠들썩하던 2011년 11월 21일에 발간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절차(ISD) 관련 주요 분쟁 사례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봐도 "우리나라가 체결, 발효 중인 85개 BIT 중 81개 협정에 ISD 조항이 포함되어 있으며, 현재까지 발효된 7개 FTA 중 6개 FTA 협정에 ISD 제도 관련 조항이 포함되어 있으나 아직까지 우리나라 정부가 ISD의 분쟁 당사국으로 제소되거나, 우리 기업이 투자 유치국 정부를 제소한 사례는 없음"이라고 밝혔다.

사실이 아니다. 1984년, 대한민국은 국제투자중재재판소(ICSID) 설립 이후 제18번째 ISD 피소국으로 등재됐다. 아시아 국가로는 인도네시아를 이어 두 번째였다.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미국 투자자였다. 미국의 대표적인 총기 회사인 콜트(Colt)사다. 사건명은 "Colt Industries Operating Corporation, Firearms Division v.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ICSID Case No.ARB/84/2)"이다.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ICSID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이제까지 종결된 사건들과 현재 계류 중인 사건들이 쭉 나열되어 있다. Korea라는 단어를 ICSID 사건 검색창에 쳐보면 이 사건이 뜬다. 곧 론스타 사건도 뜰 것이다.

▲ ICSID 홈페이지. ⓒICSID

콜트사 사건은 ISD가 아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외교부 주장


사건은 합의로 끝났기 때문에 사건의 내용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나마 알려진 내용은 대한민국과 미국의 총기사인 콜트사가 무기 생산에 관한 기술과 라이선스 협약(Technical and licensing agreements for the production of weapon)에 관한 분쟁을 했다는 정도이다. 디테일이 가려져 있으니 궁금증은 커간다. 그래서 2012년 7월 18일 외교통상부에 이 사건에 대한 정보공개를 신청하였다. 소송의 사유는 무엇이었으며, 소송의 전개 그리고 합의금의 실체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물었다. 외교통상부는 자신들이 소관부서가 아님을 들어 법무부로 신청을 이관하였고 이어 법무부는 7월 29일, 신청한 정보가 부재하다는 짤막한 답을 내놓았다.

그런데, 2012년 8월 12일, 이 문제에 대해 한 일간지가 "김익태 미국 변호사가 최근 펴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소송 당하는 대한민국]에 의하면 "대한민국이 투자자-국가 소송을 당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그러자 외교통상부는 바로 다음날인 2012년 8월 13일, 대변인 이름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미국 콜트사의 중재는 무기 생산 관련 라이선스 계약에 관한 일종의 상사분쟁으로 투자보장협정(BIT)이나 FTA 등에 근거한 ISD가 아님. 통상 국가가 일방 당사자가 되는 상사계약에서도 분쟁 해결을 위해 중재 조항을 삽입하는 경우가 많아 그 외형이 투자자-국가 간 분쟁처럼 보이나 그 본질은 상사분쟁이지 ISD가 아님. 참고로 상기 분쟁 제기 시점에서 우리나라와 미국 간에는 투자보장협정이나 FTA가 체결되지 않은 상태였음."

한 달 전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을 때는 소관부서가 아니라던 외교통상부가 언론 보도가 나자 즉시 상세하게 사건에 대해 해명했다. 해당 부서가 이 사건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정보 독점이 빚은 해프닝으로 볼 수 있고 좀 더 심각하게 볼 때 정보공개 요청에 대한 행정부의 직무유기이다.

외교통상부의 설명을 단순하게 요약하면, 콜트사 사건은 별게 아니고 ISD와는 무관하다는 말인 것 같다. 그렇다면 진즉에 공개하면 되었을 텐데, 언론 보도가 나가자 부랴부랴 해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나마 외교통상부의 성명에서 밝힌 내용을 최대한 우호적으로 해석해 봐도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ISCID 협약 제1조 제2항에 의하면, ICSID라는 국제투자중재재판소는 "ICSID 조약에 의거하여, 투자자와 국가 간의 투자분쟁, 즉 ISD를 해결하기 위하여 설립된 기구"이다. 원문은 이렇다. "The purpose of the Centre shall be to provide facilities for conciliation and arbitration of investment disputes between Contracting States and nationals of other Contracting States in accordance with the provisions of this Convention."

ICSID의 재판 관할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조항이다. 일반적인 무역 분쟁은 WTO에서 담당하며 기타 국제통상에 관한 분쟁 또한 상이한 여러 국제 중재기구에서 담당하고 있다. ICSID는 특별히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소하는 투자 분쟁을 관할하기 위하여 만든 국제기구이다. ISD는 자유무역협정(FTA)이나 투자보호협정(BIT)를 통해서만 제기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BIT나 FTA의 급속한 확대를 통하여 ISD 소송의 수가 증가했다는 것이지, ISD가 BIT나 FTA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 계약 체결 당시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해 ICSID를 중재재판소로 지정할 수가 있다. 그리고 ICSID를 중재재판소로 지정할 수 있는 당사자 자격은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투자자와 국가 간의 관계일 때만 가능하다.

또한, 외교통상부 성명에서 밝힌 상사분쟁이라는 것은 별종의 특별한 분쟁이 아니다. 일반적인 상사계약에서 발생하는 분쟁일 뿐이다. 상사계약이라 함은 상업적인 계약, 즉 commercial contract이며 상사분쟁은 commercial dispute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분쟁이 중재를 통하여 해결된다면 그것이 바로 상사중재, commercial arbitration이다. 대한상사중재원이 밝힌 상사중재의 당사자 자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일반 상사중재(commercial arbitration)의 경우 중재 절차의 당사자는 해당 계약의 당사자이면 충분하고 달리 특별한 제한이 없으나, ICSID 중재의 경우에는 협약 규정에 따라 '일방당사자는 체약국이거나 또는 그 하부조직(constituent subdivision), 기관(agency)이어야 하고, 상대방은 다른 체약국의 국민이어야' 한다. 따라서 분쟁 당사자가 모두 체약국이거나 또는 모두 투자자인 경우에는 ICSID의 관할이 미치지 않아 중재 신청은 접수가 거부된다."

외교통상부는 차라리 다음과 같이 변명하는 편이 나을 뻔했다. "이 사건은 국방산업의 일부인 무기 제조 사업에 관련된 것으로서 미국 콜트사의 대한민국에 대한 투자적인 성격이라기보다는 기술 이전 내지는 기술 사용에 관한 사업이므로 투자자가 국가를 제소하는 ISD와는 성격이 다른 사건으로 분류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없다. 투자의 본질과 성격에 대한 규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광범위하다. 투자자인 기업의 처지에서 볼 때는 자본이나 설비 투자 이외에도 기술 이전이나 사용 또한 투자로 규정할 수 있으며 이러한 주장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ICSID 관할 사건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콜트사 사건의 핵심 쟁점인 라이선스(Licence)는 한미FTA 제11장 제28조에서 규정한 투자의 한 범주이다.

'피라미드 사건'을 통해 본 ISD


1984년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 언론은 통제되었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정보는 차단되었다. 사안이 국방사업인데 과연 사건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 더욱 궁금하다. 이 베일에 싸인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합리적인 추론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가 국제재판소에서 소송을 당한다면 국격 수호 차원에서라도 끝까지 소송에 임하여 승소하려고 할 것이다.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사건에 대한 선례를 남기는 차원에서라도 더욱 그럴 일이며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해서도 그렇다. 지금의 론스타 사건에 임하는 정부의 자세를 봐도 그렇다. 한데, 콜트사 사건은 합의로 끝났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1992년에 발생한 유명한 "피라미드 사건"(S. Pac. Properties Ltd. V. Arab Republic of Egypt, 3 ICSID (W. Bank) 45, 46 (1992))이라는 것이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집트의 고대 유적인 피라미드 근처에 리조트를 짓기 위해 이집트 정부에 허가를 요청하였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건축 허가를 내주었던 이집트 정부는 이후 반대 여론에 밀려 허가를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투자자들은 이집트 정부를 상대로 ICSID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양자는 일단 합의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비밀로 진행된 합의의 내용은 은밀하게 제스왈드 살라쿠제(Jeswald Salacuse)라는 외부학자에게 알려졌다. 최초 합의금은 미화 1000만 불이었다. 이집트 수상에게 합의금의 액수가 보고되자, 수상은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와 국가의 위신을 고려하여 소송을 진행하도록 지시하였다. 소송은 진행되었고 1993년에 ICSID는 미화 2760만 불과 소송 비용 500만 불을 원고인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것을 명령하였다. 결국, 이집트는 투자자에게 굴욕적으로 판결 액수에 대한 인하를 요청하여 최종적으로 1750만 불을 지급하면서 사건은 막을 내렸다. 최초 합의금보다 750만 불, 한화로 약 80억 원 이상을 더 지급한 것이다. 사건이 불리했음에도 이집트 수상이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와 국가의 대외 이미지 때문에 내린 결정의 대가치고는 너무 비싼 대가였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국내의 부정적인 여론과 국격 상실을 감수하고도 합의를 하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합의는 피고가 불리할 경우 한다고 보면 된다. 예외적인 경우는 소 제기 후 전혀 예상치 못하게 피고에게 유리한 증거가 발견될 경우이나, 원고의 처지에서는 모든 것을 주도면밀하게 검토한 후 승소 가능성을 타진하고 소송을 제기한다. 소송에서 패할 경우 본인의 소송비용이나 피고의 소송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소송에서도 이러한 원칙이 분명히 적용되는데 일국을 상대로 하는 소송에서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위에서 설명한 이집트 피라미드 소송의 경우 1992년 기준으로 원고의 경우 미화 500만 불의 소송비용이 들어갔다. 아무리 돈이 많은 투자자라고 할지라도 패소 시 감당해야 할 본인의 소송비용과 상대방의 소송비용은 한화로 100억이 넘어가는 액수이다. 함부로 할 수 있는 소송이 아니다.

▲ 전두환 전 대통령. ⓒ연합뉴스

1984년 콜트사 사건 정보, 국민에게 공개해야

다시 1984년 콜트사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ISD 소송으로 돌아가 보자. 합의로 끝났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미국의 콜트사에게 합의금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졌다는 얘기다. KO패가 아니니 무승부라고 말할 것인가? 물론 KO는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면 판정패다. 합의로 끝난 사건들은 제외한 채, 미국의 ISD 관련 승소율이 높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통상의 관점에서 나온 시각일지 모르나, 법 실무의 관점에서 볼 때는 합의된 사건은 원고 승소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대한민국은 이미 오래전에 ISD 관련 제소를 당하여 패한 적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정보를 감추려는 행위는 정보가 공개되면 유리하지 않은 무엇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ISD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감추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감춘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리고 드러난 진실은 국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이제라도 인정하고 그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은 어떨까? 변호사인 나도 궁금하다. 도대체 5공화국 시절에 미국의 무기 회사와 어떤 분쟁이 있었는지 그리고 이 사건의 합의를 위해 혈세가 얼마나 쓰였는지도 궁금하다. 과거에 국민들 모르게 ISD 소송이 있었다는 사실은 그렇게 감춰야만 할 대단한 사건은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과거의 사건을 공개하고 분석하여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한다면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수 있다.

당장 닥친 론스타의 ISD 소송과 미래의 ISD 소송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존 소송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합의의 내용은 당사자들의 원(願)에 의해서 비밀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국민들의 알 권리 또한 존중되어야 한다. 합의 당사자인 정부만 알고 있는 정보를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신뢰를 회복할 때만 이후에 진행할 추가 FTA에 대한 국민적 지지 또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김익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