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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7일 화요일

시민단체, 론스타 고발 기각에 재항고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5-06일자 기사 '시민단체, 론스타 고발 기각에 재항고'를 퍼왔습니다.

참여연대-민변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심사는 명백한 직무유기"


참여연대와 민변은 6일 서울고검이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관계자 8명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매각과 관련한 고발건을 각하 처분한 것에 불복하며 대검찰청에 재항고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론스타 펀드의 외환은행 인수·매각과 관련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8명에 대해 서울고검이 각하 처분한 것에 불복, 대검찰청에 재항고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서 지난 2011년 11월 론스타의 비금융주력자 심사 업무를 포기해 직무를 유기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이들을 고발했지만, 지난 해 12월 이들의 고발을 모두 '각하'하거나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들은 이에 다시 올해 1월 서울고검에 항고했지만, 서울고검 역시 지난 4월 5일 이 항고를 기각하자 이날 재항고한 것.

이들은 재항고장을 제출하면서 "론스타는 산업자본임을 속이고 외환은행을 인수해 천문학적인 부당이득을 챙긴 것도 부족해, 금융감독당국의 잘못된 행태를 역이용해 뻔뻔하게도 대한민국을 상대로 투자가국가소송(ISD)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서울고등검찰의 항고 기각 결정은 ISD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며 "금융당국자들과 론스타에게 거듭 면죄부를 주는 검찰의 기각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금융감독당국은 비금융주력자 심사를 고의로 늦추다 뒤늦게 론스타를 비금융주력자가 아니라고 결정했다"며 "그럼에도 금융위원회 및 그 소속 피의자들이 직무유기 책임이 없는 것으로 본다면, 이는 대한민국 검찰 스스로 대한민국 정부가 일부러 주식매각승인을 지연해 손해를 보게 되었다는 론스타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는 검찰이 금융위 관료들에 대한 면책성 기각 결정을 되풀이하는 대신,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 사건을 원점에서 철저히 수사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며 "만약 검찰이 그럴 수 없다면 외환은행 소액주주인 김기준 외 4인이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청구의 결과를 보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해다.

최병성 기자

2013년 3월 5일 화요일

“론스타보다 하나금융이 더 심해, 강제병합 반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3-05일자 기사 '“론스타보다 하나금융이 더 심해, 강제병합 반대”'를 퍼왔습니다.
론스타엔 1만1900원, 소수주주들에겐 7383원… 싫으면 팔고 떠나라? 주식교환 제도 불평등 논란

론스타 먹튀 이후 하나금융이 왔다. 이번에는 아예 외환은행 자체가 사라질 판이다.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넘겨받은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의 강제 병합과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 1월28일 외환은행을 100% 자회사로 편입, 외환은행을 상장폐지할 계획이라는 공시를 내보낸 바 있다. 외환은행 주식 1주에 하나금융 주식 0.1894302주를 교환하게 된다. 노동조합은 당연히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2010년 11월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를 3조9157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론스타는 2003년 9월 외환은행을 2조1548억원에 사들인 뒤 지난해 2월 배당과 지분매각 차익 등으로 4조6635억원을 챙겨 떠났다. 하나금융은 론스타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지분 6.25%를 사들였고 추가로 지분을 매입해 60%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 1월27일 공시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오는 15일 주주총회를 거쳐 주식 이전·교환이 의결되면 다음달 4일 주식을 교환하게 된다. 주식 교환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오는 15일부터 25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나금융은 자사주 202만주를 확보해 외환은행 주식과 교환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순조롭게 이전·교환이 마무리되면 외환은행은 100% 하나금융의 자회사로 편입되고 다음달 26일 19년 만에 상장 폐지된다.

미디어오늘 자료 사진.

쟁점은 우선 가격이다. 하나금융이 제시한 인수가격은 7383원. 4일 종가 7500원보다도 낮고 지난해 2월 론스타에게 지급한 1만1900원보다 4570원이나 적다. 지금보다 주가가 높기도 했지만 그때도 시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줘 먹튀를 도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장 외환은행 주주들 입장에서는 멀쩡한 주식을 터무니없이 낮은 비율로 하나금융 지분으로 바꿔 받거나 싸게 팔아넘겨야 한다.

4일 김기준 열린우리당 의원 주최로 국회 세미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지주회사 설립 과정에서 주식 병합을 허용한 공정거래법이 뜨거운 쟁점이 됐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지주회사가 상장회사 주식의 20%, 비상장회사의 경우 40%만 보유하면 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굳이 포괄적 주식교환을 허용한 이유가 뭐냐는 이야기다. 대주주가 3분의 2 이상 지분을 끌어모아 주식교환을 결정하면 소수주주들은 따르는 수밖에 없다.

김성진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은 “독일에서는 주회사가 피편입회사 주식을 최소 95%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소수주주에게 주식 처분을 강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는 공개매수 신청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대상 회사 주식 90% 이상을 매입해야 나머지 지분을 강제 매수할 수 있다. 김 부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주식교환 제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보유한 지배주주에게 소수주주를 축출할 권한을 부여했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하나금융의 자회사 하나은행은 수차례에 걸쳐 자율형 사립고 하나고에 은행자산을 무상 양도해 은행법을 위반, 대주주로서의 적격성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하나고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느 특수관계인이라는 게 전 교수의 주장이다. 은행법에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대주주에 대한 은행 자산의 무상 양도를 금지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심지어 외환은행에도 하나고 지원을 요구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외환은행을 자회사에 편입한 이후 외환은행 주식을 추가 매입한 것도 논란이다. 전 교수에 따르면 은행법은 승인 받은 한도를 초과해 주식을 보유하려 할 경우 다시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 교수는 “추가 취득에 대한 금융위원회 승인이 없었다면 은행법 위반이고 승인이 있었다면 하나고 무상 지원 등에 대한 은행법을 위반한 상태에서 이뤄진 하자가 있는 승인”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항 당시 이미 은행법을 위반한 상태로 은행의 대주주가 되기에 적합한 자가 아니었다”면서 “금융위는 하나금융에 대주주 요건을 충족할 것을 명령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10%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주식처분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물론 론스타가 점유하고 있던 외환은행 주식은 애초에 불법 점유이므로 이의 취득에 의한 외환은행 지배는 당연히 무효”라고 덧붙였다.

김득위 경제민주화국운동본부 정책위원은 “하나금융이 주식 교환이라는 현행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소수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면서 “강제 주식교환으로 인해 소수주주의 재산권이 박탈되는 등 본질적 내용까지 침해될 수 있어 사실상 강탈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하나금융의 강제 주식교환이 성공하면 론스타에 대한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사라지므로 결과적으로 론스타에게 면죄부를 주게 된다”고 강조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강제병합과 상장폐지는 하나금융이 지난해 2월 약속했던 합의문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외환은행 노조 김보헌 전문위원은 “통합여부는 5년 뒤 노사합의로 결정하도록 합의했다”면서 “통합을 전제로 한 어떤 행위도 당시 합의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외환은행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등이 강제병합에 반대표를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환 기자 | black@mediatoday.co.kr  

2013년 2월 5일 화요일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 자격 아예 없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2-04일자 기사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 자격 아예 없었다”'를 퍼왔습니다.

ㆍ박원석 의원 등 “비금융 숨은 계열사 발견”ㆍ‘산업자본’ 증거… 투자자소송 자격도 없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부터 현재까지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라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가 새롭게 공개됐다. “론스타를 비금융주력자로 보기 어렵다”는 지난해 1월 금융감독 당국의 적격성 심사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론스타가 대주주로서 외환은행을 지배하는 기간 내내 산업자본이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박 의원 등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론스타는 2002년 9월 일본의 중요 문화재인 목흑아서원의 관리회사 ‘아수(雅秀) 엔터프라이즈’(아수)를 인수했다. 아수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2003년부터 매각한 지난해 1월까지 론스타의 숨겨진 계열사였던 것이다. 아수의 자산은 2011년 말 현재 1조5994억원이고, 2004년 말 기준으로도 7280억원을 웃돌았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아수의 발견은 론스타가 지난 10여년간 비금융주력자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존재했던 두 개의 구멍(2004년 말, 2011년 말)을 모두 해결하는 고리”라고 말했다.

론스타의 일본 내 계열사인 PGM이 2010년 말 현재 지배하고 있는 비금융회사(골프장 운영회사 등)의 총자산이 2조8000억원이었다. 은행법상 2010년 말 현재 론스타는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하는 셈이다. 론스타는 PGM 때문에 비금융주력자 시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2011년 말 이 회사를 매각했다. PGM을 매각한 뒤에는 일본에서 운영하던 솔라레 호텔만 남아 론스타를 비금융주력자로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아수의 발견은 이런 공백을 결정적으로 보완한다. 2011년 말 현재 솔라레 호텔의 주요 계열사 자산(6029억원)에 아수의 자산(1조5994억원)을 더하면 자산총액이 2조원을 웃돌게 돼 론스타는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아수는 2011년 말뿐 아니라 2004년 말에도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였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론스타가 2004년 12월 스타타워를 싱가포르 국부펀드에 매각함으로써 론스타의 비금융회사 자산총액은 2조원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아수의 자산(7280억원)을 보태면 2조원을 웃돌게 된다.

전 교수는 “론스타가 10여년에 걸쳐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대주주로서 외환은행을 통해 5조원에 이르는 이익을 챙긴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0여년간 산업자본이었던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소유할 자격은 물론이고,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할 자격도 없다”며 “투자자-국가소송에서 승소하는 확실한 방법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을 정부가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아수엔터프라이즈라는 회사 이름은 이번에 처음 들었다. 제기된 문제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2013년 2월 4일 월요일

"론스타가 숨겨논 1조6천억대 계열사 발견"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2-04일자 기사 '"론스타가 숨겨논 1조6천억대 계열사 발견"'을 퍼왔습니다.
시민단체들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인정해야 ISD 소송 승리"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숨겨놓았던 비금융 계열사가 추가로 발견돼, 외환은행 인수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변,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론스타가 꽁꽁 숨겨뒀던 마지막 대규모 계열사인 자산 1조6천억원대의 '아수 엔터프라이즈'를 확인했다"며 "이 회사는 외환은행 인수 전부터 매각 후까지도 론스타 소유로, 론스타는 애초부터 비금융주력자로 은행 인수 자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아수엔터프라이즈는 일본의 중요 문화재인 '목흑아서원'을 관리하는 회사로 현재 총자산은 1조5천900억원대에 달한다. 론스타는 이 회사를 외환은행 인수 1년 전인 2002년 9월에 4개 채권은행으로부터 약 7천700억원에 매입했다. 

아수엔터프라이즈를 론스타의 비금융회사 자산에 포함시키면,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 2조6백억원대이었던 비금융회사 자산이 2012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2조1천2백억원대로, 2조원대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론스타는 앞서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2011년 12월에 일본의 골프장 관리회사인 PCM홀딩스(자산 규모 4조원대)를 팔고 호텔체인 솔라레 호텔만으로 남겨두는 방식으로 자격 시비 논란을 피해왔고, 금융감독원이나 검찰은 이를 근거로 "론스타는 비금융주력자로 외환은행 소유 자체가 원천 무효"라는 시민사회단체와 노조의 주장을 일축해왔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지난 1월 24일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한 상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2011년 골프장을 매각한 당시에도 비금융주력자였던 것이 확인된만큼 이걸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금융당국은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검찰은 직무유기를 했다는 비난을 모면키 어렵게 됐다"고 비판하며, 론스타의 ISD 소송 제기와 관련 "론스타 주장의 핵심은 '다 정당한데 한국정부 발목 잡아서 늦게 떠나서 손해 입었다'는 것으로, 여기에 대해 항변하려면 이 자료를 인정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도 "론스타가 제기한 ISD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을 정부가 인정하는 것"이라며 "새로 출범할 박근혜 정부는 이를 인정하고 외환은행 지분 보유에서부터 그간의 배당, 매각까지 모든 과정이 무효임을 인정함으로서 지난 정권들의 과오를 이제는 청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론스타는 지난 해 11월 한국정부를 상대로 수조원대 규모의 ISD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최근엔 ISD소송 전문가인 화이트 앤드 케이스 소속 찰스 브로어를 선임하며 소송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병성 기자 

2013년 1월 22일 화요일

환경 예외 조항? 국제중재재판에서 유명무실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22일자 기사 '환경 예외 조항? 국제중재재판에서 유명무실했다'를 퍼왔습니다.
[연속 기고 - 론스타 ⑧] ISD 사례를 통해 본 공공정책과 투자자 권리

2012년 11월 22일, 론스타가 결국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10년간 지속된 론스타 문제가 왜 생겼는지, 제2의 론스타 사태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짚어봐야 할 대목이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 공학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듯한 대선에서 론스타와 ISD는 주요 쟁점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론스타 문제는 그렇게 적당히 묻어버려도 좋을 만큼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찬찬히 쟁점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선은 끝났지만, 론스타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에 (프레시안)은 론스타 문제를 집중조명하는 김익태 변호사의 글들을 게재한다. 김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로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통상교섭본부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2012년 8월 한미FTA와 ISD 문제를 다룬 이라는 책도 펴냈다. (편집자)

[연속 기고 - 론스타]
 ① "론스타 소송, 패소하면 전 국민이 5만 원인데…"
② ISD,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 투자금 내놓으라는 격
③ 전두환 정부는 미국 무기 회사에 얼마를 건넸을까?
④ '제2의 론스타'로 가는 지름길 민영화, 박근혜는…
⑤ 투자자국가소송, 이제 골목을 노린다
⑥ 국제중재재판은 공정하다? 천만의 말씀
⑦ 한미FTA의 기묘한 서문에 담긴 비밀

북미자유무역협정인 NAFTA는 최초의 자유무역협정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의 창시자인 미국은 NAFTA를 통해서 투자자-국가 소송제인 ISD를 충분히 경험하고 이어 그 장단점을 파악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미국은 FTA에 의한 ISD 소송에서 단 한 차례도 패소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연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국의 패소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하여 NAFTA를 개정하였고 이어 "외국인 투자자가 미국에서 미국인 투자자보다 더 많은 보호를 받을 수 없음"을 밝힌 서문의 조항을 삽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곧바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NAFTA에 이어, 중미FTA인 CAFTA 와 미-페루 FTA를 체결하였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 www.citizen.org)이 2012년 1월에 발표한 범NAFTA의 ISD 사건을 분석한 자료(Table of Foreign Investor-State Cases and Claims under NAFTA and other U.S. Trade Deals)가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총 72건의 ISD 사건 중, 기각되어 국가 승소 사건으로 볼 수 있는 사건은 15건이며 투자자 승소 사건은 10건이다. 나머지는 계류 중이거나 소송이 개시되지 않은 사건들이다. 그런데, 10건의 승소 사건은 모두 미국인 투자자의 사건이었으며, 미국은 자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단 한 건도 패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이다.

한미FTA가 발효된 지금, 론스타의 뒤를 이어 미국 투자자의 ISD 소송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당장 지난 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론스타 또한 한미FTA를 이용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런 시점에서 기존의 ISD 소송을 돌아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위에서 밝힌 NAFTA를 위시해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생한 72건의 소송에 대한 퍼블릭 시티즌의 자료를 검토하고 세 가지 경향성을 발견했다. 이 중 민영화의 폐해에 대한 부분은 지난 연재에서 다루었던 바, 나머지 두 가지 경향성을 소개한다.

(1) 미국 투자자의 남소(濫訴) 경향성

미국이 자국의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에 대해서는 세심한 우려를 표하는데 반해, 미국의 투자자는 타국을 상대로 다분히 남소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대표적인 남소는 인허가와 관련하여 처리 지연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보상 청구이다.

2011년 세인트 메리(St. Mary's VCNA, LLC) 사건을 보면, 미국 투자자가 캐나다 주정부의 여러 가지 조치로 인하여 사업 허가가 늦어진 점을 들어 캐나다 연방정부를 제소하였다. 허가가 늦어져서 사업에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현재 약 3000억 원의 배상금을 두고 계류 중이다.

2008년의 퍼시픽 림(Pacific Rim Corp) 사건은, 캐나다 회사가 엘살바도르 금광 허가권을 요청한 후, 환경과 식수 오염에 대한 엘살바도르 국내 반대 여론에 부딪혀 이에 대한 처리가 미루어지자 미국의 지사를 통하여 소송을 제기한 사건으로서, 인허가 지연에 관한 또 다른 사건이다. 특히 이 사건은 엘살바도르와 FTA를 맺지 않은 캐나다 투자자가 미국 지사를 통해 제소한 사건으로서 론스타 사건의 경우처럼 ISD 사건의 입체적 제소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사례이다.

좀 더 심각한 남소 사례들도 찾아볼 수 있다.

1999년 스콧 애쉬톤(Scott Ashton Blair) 사건의 경우, 멕시코에서 주택과 식당을 구입한 미국인 투자자가 멕시코 행정 기관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청구액은 알려지지 않았고 소송은 개시조차 되지 않았다. 소송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표적 남소 사례다.

2000년 제기된 아담스(Adams, et al) 사건은 또 다른 남소 사례다. 미국인 투자자가 매입한 부동산이 실소유자로부터 산 것이 아니므로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멕시코 법원의 판결에 이의를 제기한 사건으로서, 자신의 귀책 여부와 상관없이 타국 사법부의 판결을 국제투자중재재판소(ICSID)에 가져가서는 소송은 개시조차 하지 않은 사건이다.

2001년 프랜시스 케네스(Francis Kenneth Haas) 사건은 멕시코 사업 파트너에게 사기를 당한 미국인 투자자가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서는 개시조차 안 한 또 하나의 사건이다.

2009년에 캐나다를 상대로 있었던 크리스토퍼(Christopher and Nancy Lacich) 사건의 경우, 소송 액수는 미화 1176달러(한화 120만 원) 상당의 액수이다. 집단 소송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국을 상대로 벌이는 소송치고는 그 액수가 터무니없다.

미국을 상대로 한 남소 사례는 없다. 한데, 미국인 투자자의 남소 경향성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약소국에 대한 무시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상대국이 어떻게든 겪게 될 칠링 이펙트를 감안할 때, 이런 식의 남소는 심심해서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 형국이다.

한미FTA 체결 이후, 소송에 익숙한 미국인 투자자가 한국에서 투자 손실을 입었을 때 손쉬운 방편으로 소송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론스타 소송과 관련하여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팀(Task Force)이 꾸려져 있다고 발표된 바 있다. TF의 구체적인 논의나 대책 방안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가 없으나, 차제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문성을 담보한 국가 소송 기구의 설치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2008년에 국가 소송을 전문으로 담당하기 위한 정부 출연 기관인 정부법무공단이 발족했다. 일반 로펌과 같이 수임료를 받는다는 점에서 미국과는 다르나, 국가나 정부를 상대로 제기되는 소송을 전문적으로 담당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Solicitor General's Office 모델과 비슷하다. 이 조직이 출범하면서 활동 업무 중의 하나로 ISD에 대한 준비를 잡은 점도 눈에 띈다. 현재 정부법무공단이 이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전문성 확보의 측면을 고려할 때 이러한 형태보다는 법무부 산하에 조직을 두어 정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방법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번 외부 로펌을 고용해야 하는 데서 발생하는 혼란과 일관성 결여 문제를 덜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중앙정부를 상대로 제기되는 소송을 전담하는 기구를 정부 산하에 둘 필요가 있다.

▲ ICSID 홈페이지. ⓒICSID

(2) 환경과 공공정책에 대한 소송

앞서 밝혔듯이, 10여 건의 승소는 모두 미국인 투자자가 제기한 사건들이다. 그 사건들을 보면 대부분 환경이나 보건 등 공공정책에 연관되어 있는 사건들이다. 계류 중인 사건들 또한 거의 모두 이와 관련된 사건들인데 소송 액수는 95억 달러, 한화 약 10조원 정도다.

정부는 한미FTA 체결 시, 환경이나 보건 등에 관한 국가의 조치는 예외 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이를 빌미로 제소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정부가 발행한 "한미FTA 주요 내용"에 의하면, "투자와 환경(Investment and Environment) (제.11.10조.) 챕터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당사국은 투자 활동이 환경에 대해 민감성을 고려하면서 사업이 수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일견, 이러한 조항은 투자 유치국의 환경 입법과 조치에 관한 최대한의 보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조항은 이미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 당시 환경 단체들의 입장을 반영하여 환경 보호에 관한 투자 유치국의 입법과 행정 조치를 보장하기 위하여 삽입되어 있는 NAFTA 제11장에 있는 환경에 관한 예외 조항과 똑같은 문장이다. 비교해 보자.

(한미FTA와 NAFTA의 환경에 관한 예외 조항 비교)

한미FTA
ARTICLE 11.10: 투자와 환경
(INVESTMENT AND ENVIRONMENT)

Nothing in this Chapter shall be construed to prevent a Party from adopting, maintaining, or enforcing any measure otherwise consistent with this Chapter that it considers appropriate to ensure that investment activity in its territory is undertaken in a manner sensitive to environmental concerns.

NAFTA
Article 11.14환경에 관한 조치
(Environmental Measures)

Nothing in this Chapter shall be construed to prevent a Party from adopting, maintaining or enforcing any measure otherwise consistent with this Chapter that it considers appropriate to ensure that investment activity in its territory is undertaken in a manner sensitive to environmental concerns.

하지만 이 조항이 실제로 투자자-국가 분쟁 시 투자 유치국의 환경 보호에 관한 조치를 정당화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중재재판부의 해석은 이 조항을 무력화하는 쪽으로 이루어졌다. 국제투자중재재판소는 환경 문제와 관련한 소송 예외 조항에도 불구하고 "환경 목적의 진정성(genuine environmental purpose)"을 들어 투자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왔다.

미국 회사가 멕시코를 상대로 ICSID에 1996년 제소를 한 메타글레드(Metaclad v. Mexico) 사건을 보자. 메타클레드라는 미국 회사가 유독성 폐기물 처리 시설을 짓기 위해 멕시코 지자체에 건축 허가를 신청하여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공장 부지가 위치한 지자체 정부는 건축 허가 조건으로 이미 존재하는 유독성 폐기물에 의한 오염을 제거하고 공장 건축과 더불어 환경기금을 조성할 것을 요구하였다. 메타클레드는 지자체의 요구를 거절했고 지자체는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에 메타클레드는 ICSID에 제소해 승소했다. ICSID는 총 1560만 달러, 한화 약 180억 원을 배상할 것을 명령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간접 수용에 관한 재판부의 이유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멕시코 주정부 조치의 동기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곧바로 "이러한 조치는 간접 수용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이유 없이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또한, 에스디 마이어스 사건(S.D. Myers v. Canada)의 경우, 캐나다 정부가 다자 간 국제 환경 협약을 준수하기 위해 유해성 폐기물의 해외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자 캐나다에 지사를 둔 미국의 수입업자가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수출 금지 기간은 16개월이었으며, 이 조치는 캐나다의 모든 기업에 내려진 환경 관련 처분이었다. 한데, 중재재판부는 "이러한 조치는 캐나다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작위적인 조치였으며 환경 보호와는 무관하다"라고 판단하였다. 환경과 관련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 재판부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잣대를 들이댄 결과였다.

이러한 경향성은 국제투자중재재판부가 투자 유치국의 환경과 관련한 조치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사실상 환경과 관련한 조치에 대한 ISD 금지 조약을 무력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런 점에서, NAFTA와 똑같은 한미FTA의 예외 조항이 환경 관련 조치에 대해 얼마나 실제적으로 작용할지 의문이다. 정부는 일관되게 환경 조치는 한미FTA 하에서 ISD 예외 조항임을 들어 환경 조치 안전론을 펴왔는데, 기존의 NAFTA 사건들을 분석해 볼 때, 근거 없는 낙관론은 아닌지 우려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기존의 ISD에 대한 검토는 이후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될 수 있는 소송에 대비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는 단지 중앙정부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정부 또한 이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가래로 막을 것을 서까래로 막는 상황은 피해야 할 것이다.


 /김익태 변호사 

2013년 1월 16일 수요일

한미FTA의 기묘한 서문에 담긴 비밀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15일자 기사 '한미FTA의 기묘한 서문에 담긴 비밀'을 퍼왔습니다.
[연속 기고 - 론스타 ⑦] 미국이 문제의 서문을 넣은 이유 직시해야

2012년 11월 22일, 론스타가 결국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10년간 지속된 론스타 문제가 왜 생겼는지, 제2의 론스타 사태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짚어봐야 할 대목이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 공학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듯한 대선에서 론스타와 ISD는 주요 쟁점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론스타 문제는 그렇게 적당히 묻어버려도 좋을 만큼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찬찬히 쟁점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선은 끝났지만, 론스타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에 은 론스타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김익태 변호사의 글들을 게재한다. 김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로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통상교섭본부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2012년 8월 한미FTA와 ISD 문제를 다룬 이라는 책도 펴냈다. (편집자)

[연속 기고 - 론스타]
 ① "론스타 소송, 패소하면 전 국민이 5만 원인데…"
② ISD,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 투자금 내놓으라는 격
③ 전두환 정부는 미국 무기 회사에 얼마를 건넸을까?
④ '제2의 론스타'로 가는 지름길 민영화, 박근혜는…
⑤ 투자자국가소송, 이제 골목을 노린다
⑥ 국제중재재판은 공정하다? 천만의 말씀 일개 펀드 회사인 론스타가 대한민국을 자본의 법정에 세웠다.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을 이용하여 일국을 상대로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론스타는 미국 회사이다. 이 사실이 불안하다. 비록 론스타가 이번 ISD에서 못 이기더라도, 한미FTA를 근거로 또 다른 ISD를 제기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ISD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소송의 사유가 협정 발효 이후에 발생한 사안이어야만 한다. 따라서 한미FTA가 발효되기 이전에 발생한 양도소득세 부과나 매각 명령 지연과 같은 사안들은 한미FTA에 근거한 ISD의 사유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회 연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론스타는 이미 세금 문제에 대해 국세청에 경정 청구를 신청하였고 거부 처분을 당하자 국내 법원에 소송까지 낸 상태이다. 송기호 변호사는 "국세청이 론스타의 경정 청구에 대해서 거부 처분을 내리면 그것은 한미FTA 발표 이후 처분이기 때문에 그때는 론스타가 한미FTA의 투자자-국가중재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바 있다. 동의한다. 국세청의 거부 처분뿐만 아니라, 법원의 판단까지도 이후 ISD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론스타의 ISD는 생각보다 길고 지난한 싸움이 될 것 같다. 게다가 한미FTA의 ISD는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의 ISD보다 훨씬 강한 신무기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국가 간의 협정이라는 것이 평등주의에 입각한 것이니, 대한민국의 투자자들도 미국에서 똑같이 ISD라는 제도를 이용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이다. 예컨대 론스타처럼 미래에셋도 미국을 상대로 소송할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이다. 한데, 그게 그렇지가 않다. 바로 한미FTA의 서문에 담겨 있는 이상한 문구 때문이다.

한국 투자자도 미국 상대로 ISD 하면 된다? 과연 그럴까?


모든 중요한 문서에는 서문이 있다. 영어로 Preamble이라는 것으로서 일종의 총론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한미FTA 서문을 보면 희한한 문장이 하나 있다. 시작은 일반적인 협정문의 내용과 비슷하다. 양국 정부가 경제 협력 필요성을 느낀다는 내용으로 시작하여, 이후 자유무역이 상품과 투자 교류에 증진할 것을 확신하고 그리하여 서로 더 잘살게 되므로 서로 무역 장벽을 없애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에 이상한 문장이 하나 나온다.

Agreeing that foreign investors are not hereby accorded greater substantive rights with respect to investment protections than domestic investors under domestic law where, as in the United States, protections of investor rights under domestic law equal or exceed those set forth in this Agreement

미국 변호사인 나도 처음에 이 문장을 보고 한참을 고민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이며 왜 서문의 한가운데 뜬금없이 들어가 있을까? 문장이 어렵다기보다는 모호하다. 먼저 외교통상부가 내놓은 한글 번역본을 보자.

"국내법에 따른 투자자 권리의 보호가 미합중국에 있어서와 같이 이 협정에 규정된 것과 같거나 이를 상회하는 경우, 외국 투자자는 국내법에 따른 국내 투자자보다 이로써 투자 보호에 대한 더 큰 실질적인 권리를 부여받지 아니한다는 것에 동의하면서."

이 한글 번역 또한 쉽지 않다. 원문이 워낙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번역에는 일단 문제가 없다.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액면 그대로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유는 대비되는 두 상황을 병렬적으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Where 이전의 내용은 부정문이고, where 이후의 내용은 긍정문이다. Where 이전은 투자 보호에 관해 미국 국내법이 FTA의 수준보다 낮을 경우이고, where 이후는 미국 국내법이 FTA의 수준보다 더 높을 경우를 상정한 문장이다. 비교할 수 없는 두 상황을 교묘하게 한 문장으로 이어 놓은 것이다.

쉽게 의역해 보면 이 문장은, "미국에서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외국인 투자자는 이 협정문보다 더 높은 수위의 국내법의 투자자 보호 조치가 있을 경우 동등하게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더 많은 보호를 받을 수도 없다"는 말이다. 언뜻 보면, 좋은 내용인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의 투자자가 미국에서 미국의 투자자들과 동등하게 보호를 받게 된다는 내용이니까.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이 문장에 대해 오히려 보호 조항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교묘한 함정이 있다.

먼저, 이 문장을 뒤집어 보자. 한국인 투자자는 미국에서 미국이 제공하는 FTA 협정보다 높은 수위의 미국법의 투자자 보호 조치에서 미국 투자자와 동등하게 취급된다. 그렇다면, FTA 협정보다 낮은 수위의 미국법의 투자자 보호 조치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다시 말해서, 한미FTA에 따라서 투자자에 대해 10 정도의 보호를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미국에 투자를 했는데, 협정의 수준인 10에 못 미치는 미국 국내법이 발효되어 투자에 손실을 입힐 경우 한국인 투자자는 어떤 보호를 받게 되는가? 미국 내국인 투자자와 동등한 수준의 보호를 받게 된다는 서문의 원칙에 의하여 미국 내국인 투자자들이 내국법을 따라야 하는 것처럼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는 말인가?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예를 들어 보자. 한국인 투자자 김익태는 미국 시카고 시내에 있는 버그호프(Burghoff)라는 오래된 건물을 매입했다. 빌딩을 허물고 그곳에 고층 백화점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버그호프 빌딩이 시카고가 위치한 일리노이주의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문화재관리법에 의거하여 재건축이 금지되었다. 김익태 투자자는 이 프로젝트를 위하여 막대한 자금을 은행과 개인들에게 빌려서 조성하였다. 또한, 백화점 개장과 연관하여 추가 계약까지 완료한 상태였다. 그런데 모두 이행하지 못하게 될 처지에 놓였고 금전적 손실이 예상되었다.

그렇다면 김익태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투자자-국가소송제인 ISD에 의거하여 국제투자중재재판소(ICSID)에 제소를 한다. 그런데, 미국 정부의 반론이 충격적이다. 한미FTA는 양자 간 협정이기 때문에 협정문의 개별적 특징이 있는 바, 서문의 내용처럼 미국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투자자보다 더 많은 권리를 부여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비록 본인 소유의 건물이라 하더라도, 일단 문화재로 지정되면 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법에 의거하여 아무런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외국인 투자자라고 해서 미국인 투자자보다 더 많은 권리를 부여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ICSID의 판결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런 확실한 근거법이 제시된다면 판결은 쉬워진다. 김익태는 보호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바로 한미FTA 서문의 그 이상한 문구 때문이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가 했더니 여기에 쓰이는 물건이었다.

 
▲ 한미FTA 이행 법안에 서명하는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ISD에 덴 미국, 국가의 자율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통상법 개정

변호사랍시고 괴담 수준의 소설을 쓰는 것인가? 아니다. 먼저, 앞선 예시는 "간접 수용"에 관한 미국의 대표적인 판례인 펜센트랄 사건(Penn Central Transp. Co. v. New York City, 438 U.S. 104 (1978))의 사실관계를 토대로 한 것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은 김익태라는 외국인 투자자가 개입되었다는 점뿐이다.

둘째, 한미FTA의 서문이 꼭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면, 왜 이 이상한 문구가 생겼는지를 따져보면 된다.

북미자유협정(NAFTA)을 체결한 이후 미국 또한 ISD를 당했다. 비록 지긴 했지만, 캐나다 투자자들이 미국을 상대로 초반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미 WTO 가입 이후로 크고 작은 송사에 휘말렸던 미국은 자국 또한 더 이상 소송의 무풍지대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미국 통상대표부는 ISD와 관련한 미국의 통상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고, 2006년 투자자에 대한 국가의 자율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NAFTA를 개정하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위에서 예를 든 펜센트랄 사건과 같은 경우, 미국 법에 의하면 보상을 받지 못하는데도, ICSID에서 다른 판결이 나오면 어떻게 될지 불안해졌다. 어떻게 해서든지 미국법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게 일어났다. 이러한 분위기와 배경에서 만들어진 문구가 바로 한미FTA 서문에 들어가 있는, 앞에서 우리가 해석했던 그 문구이다. 2001년부터 미국의 대외통상법 개정을 주도한 민주당 하원의원 찰스 랭겔(Charles B. Rangel)이 2008년 (Harvard Journal on Legislation)에 기고한 글을 보자.

"1994년부터 2000년 사이에 NAFTA와 관련한 분쟁 사건에서 문제가 있는 판결들이 다수 내려졌다. 그래서 2001년 나는 미국의 통상조약에서 투자 관련 조항을 개정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중략) 그리고 2001년 NAFTA를 개정하였다. (중략) 그래도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중략) 그래서 새로운 FTA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을 서문에 넣게 되었다. (필자 : 이후에는 우리의 서문에 있는 문장이 나온다) 이 문구는 투자 조항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부분이다. 만약에 중재재판부가 FTA의 투자 조항에 대하여 두 가지 가능한 해석을 고려한다고 가정해 보자. 첫째는, FTA의 적용을 받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미국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 미국 투자자보다 더 많은 권리를 제공해 주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동등하거나 더 낮은 권리를 제공해 주는 경우이다. 서문의 이 문구는 재판부가 첫 번째 해석을 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것이다."

아주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유 때문에 그 이상한 물건은 이후 미국이 체결하는 모든 FTA의 서문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미국의 의도는 FTA가 미국 국내법과 충돌하면 자기들 법대로 하겠다는 것

이 서문의 위험성은 상당히 심각하다. 만일 미국의 의도대로 된다면, 어떠한 외국인 투자자도 미국의 국내법 수위 이상의 투자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문제는 또 있다. 미국에서와 같이(as in the United States)라는 말을 굳이 서문에 써 놓음으로서, 이러한 국내법의 적용을 미국에만 한정하려고 하는 의도가 있다. "미국에서와 같이"라는 말은, 자칫 외국인 투자자는 미국에서 국내법 이상의 보호를 받을 수 없으나, 미국인 투자자는 한국에서 그 이상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말이다. 그래서 이처럼 복잡하게 써 놓았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FTA에서 부여하는 권리가 미국 국내법과 충돌할 경우, 자기들 법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불순한 의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미국의 의도처럼 미국 국내법을 기준으로 적용하겠다면 이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점을 명백히 해야 한다. 비엔나협약(Vienna Convention) 제27조는, 국내법을 근거로 들어서 국가 간의 조약의 불이행을 정당화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미국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새로운 판례를 내올 근거를 만든 것이다. 우겨보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국제법을 근거로 미국의 입장을 반박한다면, 쉽게 미국의 뜻대로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서문의 효력에 대해서도 상이한 입장이 존재할 수 있다. 단순히 선언적인 의미일 뿐이라고 주장해야 한다. 미국의 의도는 이 서문의 효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서문은 선언적인 의미일 뿐이며, 구체적인 각론에서 모든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만 자의적 해석을 막을 수 있다.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론스타가 세금 문제를 가지고 대한민국에 또 다른 ISD를 제기한다면 한미FTA는 드디어 수면 위로 부상하며 이에 근거한 ISD는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ISD와는 차원이 다른 ISD이다. 론스타의 전 방위적인 소송 행태를 보면서 한미FTA에 근거한 ISD에 대한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어차피 예견된 바이다. 이제는 이에 관한 법적 대비책을 중장기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김익태 변호사 

2013년 1월 7일 월요일

국제중재재판은 공정하다? 천만의 말씀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07일자 기사 '국제중재재판은 공정하다? 천만의 말씀'을 퍼왔습니다.
[연속 기고 - 론스타 ⑥] 일관성도, 투명성도 결여된 ICSID

2012년 11월 22일, 론스타가 결국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10년간 지속된 론스타 문제가 왜 생겼는지, 제2의 론스타 사태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짚어봐야 할 대목이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 공학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듯한 대선에서 론스타와 ISD는 주요 쟁점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론스타 문제는 그렇게 적당히 묻어버려도 좋을 만큼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찬찬히 쟁점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선은 끝났지만, 론스타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에 (프레시안)은 론스타 문제를 집중조명하는 김익태 변호사의 글들을 게재한다. 김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로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통상교섭본부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2012년 8월 한미FTA와 ISD 문제를 다룬 (소송당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책도 펴냈다. (편집자)

[연속 기고 - 론스타]
 ① "론스타 소송, 패소하면 전 국민이 5만 원인데…"
② ISD,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 투자금 내놓으라는 격
③ 전두환 정부는 미국 무기 회사에 얼마를 건넸을까?
④ '제2의 론스타'로 가는 지름길 민영화, 박근혜는…
⑤ 투자자국가소송, 이제 골목을 노린다 오래전, 미국에서 로스쿨을 졸업하고 형사법원에 취직하여 우리의 국선 전담 변호사와 비슷한 Public Defender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첫 번째 사건으로 폭력 사건을 배당받았다. 단순범죄 사건이려니 싶어 긴장을 풀고 검찰의 기소장을 들여다보고는 깜짝 놀랐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무려 다섯 가지 다른 형사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었다. 살인기도, 가중폭력, 단순폭력, 폭력 모의, 심지어는 풍기문란까지 들어가 있었다. 이게 뭔가 싶어 선배 변호사에게 물었더니 신경 쓸 것 없단다. 실제 재판에 들어가면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기 때문에 입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단 걸 수 있는 모든 혐의를 걸어놓고 시작한다는 것이다. 시장 좌판에서 물건 파는 만물상도 아닌데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츰 적응해 갔다. 론스타가 최근 대한민국 법원을 종횡무진하며 소송의 달인으로 등극하는 과정을 보면서, 국민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울까를 생각했을 때 떠오른 기억이었다.

론스타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를 제기하자, 국민 여론은 국제투자중재재판소(ICSID)로 향한 이 국제중재재판에만 집중하는 듯하다. 하지만, 드물게 알려진 바처럼, 론스타는 ISD뿐만 아니라 국내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유사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는 외환은행 주식매각 시 원천징수한 3915억 원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이 있다. 현재 ICSID에 제소한 내용 중 일부와 동일한 조세 관련 사안이다. ICSID에서 금지하는 중복제소의 의혹이 드는 부분이다. 동시에, 론스타는 동일한 사안으로 국내 법원에서 피소하기도 했다. 연속 기고 제1회에서 밝힌, 국회의원 김기준과 외환은행 소액주주들이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헌법소원과, 참여연대가 론스타를 상대로 법원에 제기한 부당 이익 환수 소송이 그것이다.

대한민국 법정에서 론스타는 이미 재미를 보았다. 론스타는 2004년 스타타워 매각 시 세무서가 부과한 1000억 원의 양도소득세와 16억 원의 법인세에 대해서도 지난 2007년 이래 끈질기게 소송을 제기한 결과, 대법원에서 2012년 1월 1000억 원 양도소득세에 대해서는 취소 판결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16억 원에 대해서는 기어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밖에도 더 있다. 조금 다른 사안이기는 하지만, 부산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 사업에서 생긴 손실에 대해 예금보험공사와 얼마 전까지 300억 원대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단한 집념이다. 한 푼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자세에 경의를 표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국제중재재판을 신청했으면 그만이지, 왜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안에 대해 대한민국 법원에 기대는 것일까? 답은 서두에서 밝힌 검찰의 기소 유형과 비슷하다. 할 수 있는 모든 법률적 대응을 다 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지점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의문이 생긴다. 이렇듯 대한민국의 사법구제절차를 이용할 테면, 도대체 ICSID에서 벌이는 ISD 중재재판은 왜 필요한 것일까? 대한민국 법원이 론스타에 편파적인 판정을 하기 때문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스타타워 매각 시 징수한 1000억 원의 양도소득세에 대해서 대법원은 이미 론스타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법원에 대한 일정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소송을 벌이는 것일 텐데, 그렇다면 ISD는 애초부터 대한민국에서는 불필요한 제도인 셈이다.

국제투자법 전문가인 제스왈드 살라쿠제(Jeswald Salacuse) 교수가 "선진국 간의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이라는 논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호주-미국 FTA에서 드러난 것처럼 일정한 수준의 법치가 이루어진 국가 간에는 국내 법원의 구제절차로 국제투자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지 않은가? 이명박 대통령이 그토록 거듭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선진국이 아니며 법치주의가 서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ISD가 필요하다면 할 말 없다. 하지만, 론스타의 마구잡이 국내 소송을 보면서 ISD의 필요성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뉴시스

론스타의 전 방위 소송이 가능한 이유

론스타의 이러한 전 방위적 소송 전략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국제중재재판의 사각지대(loophole) 때문이다. 중복제소에 대한 판단의 복잡성과 ICSID의 적극적인 재판관할권 확보 때문에 이길 때까지 가볼 수 있는 상황이 형성되는 것이다.

ICSID 협약 제26조를 보면 중복제소는 금지되어 있다. 이 점은 이어지는 협약 해설집(Report of Executive Director), 제32조에도 명시적으로 강조되어 있다. 그런데, 앞에서 소개한 3915억 원 양도세 취소를 위해 론스타가 제기한 국내 행정소송의 당사자는 ISD 소송 당사자와 동일한 LSF-KEB 홀딩스 SCA이다. 차이는 ISD 소송의 당사자가 추가 5개 회사를 포함하여 총 6개의 회사로 이루어졌다는 점뿐이다. 근거가 되는 법률 또한 '은행법', '증권거래법', '조세법' 등으로서 동일하다. 결과적으로 똑같은 소송이 ICSID와 국내 법원에 제기되어 사법권의 충돌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이 사안은 중복제소로 판단함이 마땅하고 둘 중 하나는 취하되거나 각하되어야 한다.

하지만, 꼭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ICSID에서 두 사건의 당사자가 다름을 들어서, 혹은 사안의 경미한 차이를 들어 동일한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ICSID에서 중복제소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연속 기고 제1회에서 다룬 대한민국 사법주권의 무력화가 현실이 되며, 동일한 사안을 가지고 이길 때까지 재판을 할 수 있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소송에 임하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전략은 중복제소에 대한 문제제기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만일 ICSID가 중복제소라는 판단을 내린다고 가정해 보자. 어느 소송이 각하되어야 할까? ICSID에 제기한 론스타의 ISD 소송이 각하되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미 국내 법원에서 동일한 사건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ICSID는 자신의 재판관할권에 대해서 상당히 적극적이다. 다소 공격적이기까지 하다.

실례로, 국제검증기관인 스위스 SGS가 파키스탄을 상대로 ICSID에 제소한 ISD 사건을 보면 드러난다. SGS는 파키스탄에 수입되는 물품에 대한 사전 검역과 관세 품목 지정에 관한 심사를 제공하는 내용으로 1994년에 파키스탄 정부와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의 말미에는 분쟁이 발생할 시 오직 파키스탄 국내 중재재판만을 이용할 것을 명시하였다. 1996년 분쟁이 발생했고, 2000년 파키스탄 정부는 국내중재재판소에 SGS를 제소하였다. 이에 2001년 SGS는 ICSID에 파키스탄을 제소하였다. 양 당사자가 1996년 체결한 계약서에 의하면 분쟁 조정은 파키스탄 국내 중재재판소로 국한함을 들어 파키스탄 정부는 자국의 대법원에 SGS의 ICSID 제소를 중지할 것을 요청하였고 대법원은 파키스탄 정부의 주장을 인용하였다. 한데, 동시에 SGS는 파키스탄 중재재판을 중지할 것을 ICSID에 요청하였고, ICSID는 SGS의 주장을 인용하였다. 파키스탄 사법부와 ICSID가 진검승부를 벌인 것이다.

결과는 ICSID의 승리였다. 분명히, 계약서에는 분쟁 조정을 파키스탄 국내 중재재판으로 국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재판은 ICSID에서 진행되었고 결국 사건은 2004년 합의로 종결되었다. 파키스탄이 돈을 물어주었다는 얘기다. 이게 다가 아니다. SGS는 유사한 사안으로, 2002년 필리핀에 대해서도 ICSID에 제소하였고 2008년 합의를 이끌어냈다. 두 사건의 사안은 계약 분쟁이었고, 재판관할권은 국내 법원으로 한정했음에도 투자사건으로 해석되어 ICSID로 향했다는 지점에서 당혹스럽다. 개인적으로는, 1984년 콜트사가 대한민국을 ISD로 제소하여 ICSID에서 합의로 끝난 사건에도 이와 유사한 법리가 적용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참고로, 우리나라도 중국 농산물 검역에 관한 서비스를 SGS에 의뢰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러한 ICSID의 재판관할권에 대한 적극적인 유권해석은 론스타 사건이 결국 ICSID에서 해결될 수밖에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3인으로 구성된 ICSID 중재재판부는 왜 이렇게 재판관할권에 대해서 적극적일까? 그때그때 다른 구성원들로 이루어지는 재판부가 자신들의 부와 명성에 집착한 사욕의 발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국제 투자 보호에 대한 중재재판부의 경향성일 성싶다. 어떤 점에서 보면, ICSID의 자기 존재감에 대한 적극적인 발현 의지로도 볼 수 있다. 우리 국민들에게는 ISD만큼 생소한 이 국제투자중재재판소(ICSID)는 그렇다면 어떤 기구인가?

 
▲ ICSID 홈페이지. ⓒICSID

ICSID가 공정? 일관성 없고 오판 위험 높아

1944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도 전에 전후 세계 경제구도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44개 국가, 700여 명의 대표들이 미국 뉴햄프셔 주의 브레튼우즈라는 작은 휴양도시에 모였다. 그리고 IMF와 세계은행을 만들었다. 전쟁의 일등공신 미국과 여타의 승전국들이 자기식의 시스템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해 나가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20여 년 후인 1966년, 세계은행 산하에 ICSID가 설립되었다. 주지하다시피, 개점 이후 거의 휴업 상태였던 ICSID가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점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인 1996년이다. 그 후 수많은 투자 사건을 재판하면서, ICSID는 단기간에 성장하였다.

하지만, 단기간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한 부작용 또한 존재한다. ICSID 판결 내용의 일관성의 문제나 재판의 공개성 여부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2011년 발표된 OECD 보고서를 인용해 보면, 먼저 ISD를 통한 투자자 국가제소 중재 재판이 일국의 공공정책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중재재판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중재재판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한 문제에 대해서 시인하면서, 그런 점에서 OECD가 노력을 해왔다고 강조한다.

ICSID의 중재재판 절차법에 의하면, ICSID의 판결은 선례에 구속되지 않는다. 이 점은 WTO 중재재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일견 그때그때 사안에 따라서 마음대로 결정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사안의 심각성을 잘 아는 재판부로서는 근거 없이 무리한 법적 해석을 내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근거가 필요하다. 만약에 비슷한 사건을 다룬 이전의 판례가 있다면 재판부는 이를 인용할 것이다. 한데, ICSID에 사건이 몰린 시점은 최근 10여 년이라서 여전히 판례는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재판부에게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FTA가 일견 해결책이 되고 있다. 미국의 판례법을 그대로 FTA 조항에 인용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간접수용에 관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가 미국과 맺은 FTA 조문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경우이다. 분쟁이 생기면 법 조항의 해석이 항상 문제가 되는데, 그럴 때 이 조항을 해석해 놓은 미국의 판례법을 참조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물론, ICSID의 재판부가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례를 그대로 베낄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다만, 미국의 판례법에서 그러한 조항에 대한 해석을 참조할 것이다. 그리고 약간 변형해서 자신들의 해석을 내놓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러한 미국의 판례법에 기인한 조약 해석의 경향은 당분간 꾸준히 진행하고 발전할 것이다. 그 길이 ICSID가 그동안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간 ICSID에 쏟아진 가장 많은 비판은 판결의 일관성 문제였다. 매번 재판부가 다르게 구성되는 특성과 근거가 되는 각각의 조약이 상이한 점 때문에 재판부마다 법 해석에 있어서 조금씩은 다른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WTO 중재재판부처럼 항소재판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러한 비판을 ICSID가 모를 리가 없다. ICISD 사무총장 또한 "궁극적으로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일관성 없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그에 대해서 고심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판례법이 그대로 이식된 FTA의 경우는 이러한 고민에 대한 손쉬운 대답을 중재재판부에 제공할 것이다.

론스타 ISD 소송의 주된 주장은 공정한 대우, 비차별적인 조치, 수용에 대한 보상과 같은 전형적인 투자 분쟁 사건의 내용이며, 미국 주도의 FTA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되는 내용들이다. 과연 ICSID 재판부가 기존의 ICSID 판례와 미국의 판례들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궁금하다.

하지만, 더 궁금한 게 있다. 이처럼 일관성과 투명성의 결여 그리고 단심으로 인한 오판의 위험을 안고 있는 ICSID 국제중재재판 법정에 대한민국이 서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론스타가 이미 충분히 활용하고 있는 우리의 국내 사법구제 절차가 버젓이 존재하는데, ISD는 표준약관과 같은 것이고 ICSID의 재판은 공정하다고 주장하던 사람들은 이에 대해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김익태 변호사 

2013년 1월 2일 수요일

투자자국가소송, 이제 골목을 노린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31일자 기사 '투자자국가소송, 이제 골목을 노린다'를 퍼왔습니다.
[연속 기고 - 론스타 ⑤] 지방자치단체와 ISD

2012년 11월 22일, 론스타가 결국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10년간 지속된 론스타 문제가 왜 생겼는지, 제2의 론스타 사태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짚어봐야 할 대목이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 공학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듯한 대선에서 론스타와 ISD는 주요 쟁점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론스타 문제는 그렇게 적당히 묻어버려도 좋을 만큼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찬찬히 쟁점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선은 끝났지만, 론스타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에 (프레시안)은 론스타 문제를 집중 조명하는 김익태 변호사의 글들을 게재한다. 김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로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통상교섭본부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2012년 8월 한미FTA와 ISD 문제를 다룬 (소송당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책도 펴냈다. (편집자) 

[연속 기고 - 론스타]
 ① "론스타 소송, 패소하면 전 국민이 5만 원인데…"
② ISD,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 투자금 내놓으라는 격
③ 전두환 정부는 미국 무기 회사에 얼마를 건넸을까?
④ '제2의 론스타'로 가는 지름길 민영화, 박근혜는…

이이제이(以夷制夷)라는 말이 있다. 오랑캐를 이용하여 오랑캐를 친다는 중국의 전술이다. 대통령 선거전이 한참 뜨거웠던 2012년 11월 론스타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제투자중재재판소(ICSID)에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을 때 떠오른 말이었다. 어쩌면, 론스타라는 오랑캐를 이용해서 ISD라는 오랑캐를 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생겼다. 대한민국은 ISD로부터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하던 근거 없는 낙관론이 무너지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주류 정치권 어느 진영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ISD 문제에 대해 대선 후보들의 진일보한 입장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슈는 부각되지 않았고 국민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왜일까? 생각을 해봤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전히 피부로 다가오는 이슈가 아니었기 때문일 성싶다.

그렇다면 좀 더 피부로 다가오는 사안들을 얘기해 보자. 바로 지방자치단체의 문제이다. ISD 문제는 외환은행 매각으로 발생한 론스타 소송과 같이 중앙정부와 관련된 거대한 소송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저 멀리 경남 남해군에 화력발전소가 지어졌다면, 경북 영주의 수돗물 민영화가 현실화되었다면, 그리고 동네의 코스트코 주말 휴무를 서울시가 계속 강제한다면 발생할 수 있는 생활 속의 이슈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있다.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나름의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고 그것이 순기능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자체의 순기능이 ISD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2011년 미국의 메사전기회사(Mesa Power Group)가 지방정부의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며 캐나다를 상대로 제소한 ISD 사건이 있다. 에너지 재생산 프로그램 운영 시 일정량은 지역 생산할 것을 지자체가 강제하자, 해당 기업이 '이는 외국투자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반발하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메사전기회사는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8000억 원을 요구하며 소송을 걸었다. 사건은 아직 계류 중이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우리 지자체에도 유사한 조치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1년 고양시는 시가 발주하는 공사 계약에 대하여 50% 고양시민을 고용할 것을 의무화했다. 그런데 이러한 시의 조치가 법적 분쟁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먼저 국내의 사법 구제 절차에만 한정해 보자. 고양시민들로 구성된 하도급 업체와 관계가 좋은 A사가 있고, 이와 대조적으로 작업 인력의 대부분을 서울시민으로 충당하는 B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B사는 고양시의 이러한 정책에 불만을 품고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을 할 수 있다. 판결 내용에 상관없이 사건은 국내에서 종결된다. 하지만, B사가 외국인 건설업자일 경우, 혹은 외국인 투자자가 B사의 주식을 일정 지분 소유하고 있을 경우를 상정해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 외국인 투자자는 곧바로 ICSID로 직행할 것이다. 멀게만 느껴지던 ISD가 이제는 골목으로 들어오는 상황이다.

 
ⓒ뉴시스

지자체는 ISD로부터 안전? 정부의 이상한 논리

그런데, 이 문제에 관해서 정부는 이상한 논리를 펼치며 '지방자치단체는 ISD 소송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2012년 6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행된 "한미FTA 주요 내용"을 보면, "ISD 대상으로서 협정상 의무 위반 외에 투자 계약 및 투자 인가 위반 사항을 포함(제11.16조)"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투자 계약은 중앙정부와의 계약에 한정하고 지방정부 및 국영기업체는 제외"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미FTA 주요 내용", 96페이지).

이러한 입장은 언론을 통해서도 이미 확인된 바이다.

외교통상부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을 둘러싼 서울시와 '메트로 9호선' 간 갈등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외국인 간 계약은 ISD 제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지자체 계약은 국가소송 성립 안 돼" 외교부, 일부 주장 반박, (동아일보) 2012년 4월 14일)

이러한 주장은, 일견 지방자치단체는 ISD 소송에 대해 면책권이 있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한미FTA 제11장 제1절 제3조(제11.1.3조)를 보면, 투자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투자유치국의 조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11.1.3. 이 장의 목적상, 당사국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라 함은 다음을 말한다.가. 중앙 지역 또는 지방 정부와 당국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 그리고나. 중앙지역 또는 지방 정부나 당국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여 비정부 기관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

이 조항의 의미에 대해서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ISD 소송의 당사자 자격은 당사국인 투자 유치국이다. 즉, 중앙정부를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는 당사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위 조항에서 밝힌 바와 같이 당사국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의 내용은 광범위 하다. 지방정부나 당국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비정부 기관이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조치까지 포함하고 있다. 소송의 당사자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소송의 원인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주정부의 조치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가 ISD 소송을 하면 주정부가 아니라 연방정부가 소송의 당사자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 뿐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도 "ISD의 피소 당사자는 중앙정부로 지자체가 될 수 없으며 그 책임 또한 중앙정부가 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시가 ISD 영향평가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자, 정부가 이에 대해 반박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서울시의 의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부분이 사실관계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박원순 시장이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에 대해 "미국 기업이 지방자치단체를 ISD 제소할 가능성이 급격히 늘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법무부 법무실장은 "ISD의 피소 당사자는 중앙정부로 지자체가 될 수 없으며 그 책임 또한 중앙정부가 진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엔 ISD 소송 못 건다", [중앙일보] 2011년 11월 9일) 

지자체의 조치, ISD 사유 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미성년자의 과실에 대해서 부모가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민법의 원리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미성년자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소송의 원인 제공자는 되는 경우이다. 지자체가 취하는 모종의 조치가 ISD 소송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다만 당사자는 중앙정부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자체는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니 ISD 소송을 신경 쓰지 않고 어떠한 조치도 자유롭게 채택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결국은 지자체의 조치로 인한 ISD 소송의 비용은 고스란히 중앙정부에서 충당할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설명에 의하면 ISD 소송은 "중앙정부와의 계약에 한정"한다고 하는데, 한미FTA 제11.16조 어디에도 ISD 소송의 근거는 "중앙정부와에 계약에 한정"한다는 문구는 없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는 앞 다투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 하고 있다. 코트라 외국인투자통계시스템의 발표에 의하면, 서울시의 경우만 하더라도 2007년 1842건, 2008년 1721건을 비롯하여 해마다 약 1300여 건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적극적인 투자 유치를 위하여 인센티브까지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외국인투자 지원조례 제15조, 제16조에 의거하여, 외국인투자비율 30% 이상 외국인투자기업 중 고용인원 10명을 초과하는 기업에 대해 1인당 월 100만 원씩 최대 6개월분을 기업당 2억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또한, 외국인 투자기업이 R&D센터를 유치할 시, 외국인투자촉진법 제14조의 2, 서울시 외국인투자지원조례 제14조에 의거, 투자금액의 일정 비율을 현금 지원한다. 국비 40%, 시비 60%의 비율이다.

인센티브는 비단 이러한 서울시의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 지역인 인천광역시나 경기도의 경우, 부지 제공이나 세금 감면은 기본 옵션이며, 서울시와 같이 현금 지급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인센티브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에도 존재한다. 문제는 이러한 인센티브 제공이 지자체의 사정에 의해 어느 날 중단되거나, 혹은 형평의 문제에 의해 변경되는 경우다. 수십억 원에 이르는 혜택을 외국인 투자자에게 제공하면서도 이제는 되려 ISD 소송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인센티브 제공에 대한 애초의 약속을 지키면 될 것 아니냐면 할 말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환경이나 교통과 같은 공공정책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조치에 대해서도 ISD 소송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수도권과는 다르게 지방에 유치된 외국인 투자의 경우 화학제조와 같이 환경에 예민한 산업들이 다수 존재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친환경적인 조례를 제정했다고 가정해 보자. 외국인투자회사는 투자 환경의 변화로 인해 투자에 손실을 입었다며 간접수용을 들어 ISD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멕시코 지자체의 환경조치에 이의를 제기하여 180억 원을 배상받은 미국 회사 메타클레드를 생각해 보면 쉽게 그릴 수 있는 상황이다.

또한, 18대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면서 '교통정책과 관련한 ISD 소송이 현실화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모든 후보자가 민자로 건설된 거가대교와 마창대교의 반값 통행료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2007년 캐나다 정부가 제정한 "국제 교량과 터널에 관한 법"에 의해 통행료가 규제 대상이 되자, 미국 투자자인 디트로이트 국제 교량 회사가 캐나다 정부를 제소한 사건이 떠올랐다. 외국인 투자가 섞여 있을 것이 거의 당연시되는 민자 교량에 대해 통행료를 반값으로 내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 전에 후보자들이 자본 구성 비율에 대한 분석이라도 해보았는지 궁금하다.

이러한 모든 사항이 지자체가 외국인 투자와 관련하여 고려해야 할 문제이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적 자원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비는 중앙정부가 일차적으로 주도해야 한다. 지방정부와 법적 네트워크를 정비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울러 지자체의 조치로 인한 ISD 소송 시 재정 부담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ISD 소송의 당사자는 대한민국이지만, 지자체의 행정조치나 조례에 근거한 소송인 경우 지자체의 법적 책임에 대한 부분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연재가 일주일 정도 지연되었다. 대선 결과에 대한 국민적인 반응이 극대화되던 시점에 ISD 관련 연재가 눈에 들어올까 싶어서였다. 그 와중에 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았다. 남자들끼리 게임을 해서 완장을 차고 제한된 시간 동안 리더 역할을 하는 내용이었다. 독재자부터 무개념 리더까지 다양한 리더십이 교차하는 동안, 두세 명은 여전히 비슷한 처지에서 비슷한 노역(?)을 하면서 푸념을 늘어놓는다. "리더가 바뀌어도 우리의 삶은 별반 달라지는 게 없다"고 말한다. 이 땅의 민초들을 암시하는 대사이지만, 동시에 내게는 ISD 이슈를 연상시키는 지점이었다. 오십보백보 차이로, 정치권의 어느 진영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이 이슈는 그래서 계속 제기되어야 하며, 연재는 계속되어야 할 것 같다.


 /김익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