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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2일 화요일

환경 예외 조항? 국제중재재판에서 유명무실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22일자 기사 '환경 예외 조항? 국제중재재판에서 유명무실했다'를 퍼왔습니다.
[연속 기고 - 론스타 ⑧] ISD 사례를 통해 본 공공정책과 투자자 권리

2012년 11월 22일, 론스타가 결국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ISD)을 제기했다. 10년간 지속된 론스타 문제가 왜 생겼는지, 제2의 론스타 사태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짚어봐야 할 대목이 많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 공학이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듯한 대선에서 론스타와 ISD는 주요 쟁점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론스타 문제는 그렇게 적당히 묻어버려도 좋을 만큼 만만한 사안이 아니다. 찬찬히 쟁점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선은 끝났지만, 론스타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에 (프레시안)은 론스타 문제를 집중조명하는 김익태 변호사의 글들을 게재한다. 김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로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통상교섭본부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2012년 8월 한미FTA와 ISD 문제를 다룬 이라는 책도 펴냈다. (편집자)

[연속 기고 - 론스타]
 ① "론스타 소송, 패소하면 전 국민이 5만 원인데…"
② ISD, 일본이 식민지 조선에 투자금 내놓으라는 격
③ 전두환 정부는 미국 무기 회사에 얼마를 건넸을까?
④ '제2의 론스타'로 가는 지름길 민영화, 박근혜는…
⑤ 투자자국가소송, 이제 골목을 노린다
⑥ 국제중재재판은 공정하다? 천만의 말씀
⑦ 한미FTA의 기묘한 서문에 담긴 비밀

북미자유무역협정인 NAFTA는 최초의 자유무역협정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의 창시자인 미국은 NAFTA를 통해서 투자자-국가 소송제인 ISD를 충분히 경험하고 이어 그 장단점을 파악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미국은 FTA에 의한 ISD 소송에서 단 한 차례도 패소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연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자국의 패소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하여 NAFTA를 개정하였고 이어 "외국인 투자자가 미국에서 미국인 투자자보다 더 많은 보호를 받을 수 없음"을 밝힌 서문의 조항을 삽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곧바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NAFTA에 이어, 중미FTA인 CAFTA 와 미-페루 FTA를 체결하였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 www.citizen.org)이 2012년 1월에 발표한 범NAFTA의 ISD 사건을 분석한 자료(Table of Foreign Investor-State Cases and Claims under NAFTA and other U.S. Trade Deals)가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총 72건의 ISD 사건 중, 기각되어 국가 승소 사건으로 볼 수 있는 사건은 15건이며 투자자 승소 사건은 10건이다. 나머지는 계류 중이거나 소송이 개시되지 않은 사건들이다. 그런데, 10건의 승소 사건은 모두 미국인 투자자의 사건이었으며, 미국은 자국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단 한 건도 패하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이다.

한미FTA가 발효된 지금, 론스타의 뒤를 이어 미국 투자자의 ISD 소송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당장 지난 호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론스타 또한 한미FTA를 이용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런 시점에서 기존의 ISD 소송을 돌아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위에서 밝힌 NAFTA를 위시해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생한 72건의 소송에 대한 퍼블릭 시티즌의 자료를 검토하고 세 가지 경향성을 발견했다. 이 중 민영화의 폐해에 대한 부분은 지난 연재에서 다루었던 바, 나머지 두 가지 경향성을 소개한다.

(1) 미국 투자자의 남소(濫訴) 경향성

미국이 자국의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에 대해서는 세심한 우려를 표하는데 반해, 미국의 투자자는 타국을 상대로 다분히 남소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대표적인 남소는 인허가와 관련하여 처리 지연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보상 청구이다.

2011년 세인트 메리(St. Mary's VCNA, LLC) 사건을 보면, 미국 투자자가 캐나다 주정부의 여러 가지 조치로 인하여 사업 허가가 늦어진 점을 들어 캐나다 연방정부를 제소하였다. 허가가 늦어져서 사업에 손실을 입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현재 약 3000억 원의 배상금을 두고 계류 중이다.

2008년의 퍼시픽 림(Pacific Rim Corp) 사건은, 캐나다 회사가 엘살바도르 금광 허가권을 요청한 후, 환경과 식수 오염에 대한 엘살바도르 국내 반대 여론에 부딪혀 이에 대한 처리가 미루어지자 미국의 지사를 통하여 소송을 제기한 사건으로서, 인허가 지연에 관한 또 다른 사건이다. 특히 이 사건은 엘살바도르와 FTA를 맺지 않은 캐나다 투자자가 미국 지사를 통해 제소한 사건으로서 론스타 사건의 경우처럼 ISD 사건의 입체적 제소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사례이다.

좀 더 심각한 남소 사례들도 찾아볼 수 있다.

1999년 스콧 애쉬톤(Scott Ashton Blair) 사건의 경우, 멕시코에서 주택과 식당을 구입한 미국인 투자자가 멕시코 행정 기관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청구액은 알려지지 않았고 소송은 개시조차 되지 않았다. 소송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표적 남소 사례다.

2000년 제기된 아담스(Adams, et al) 사건은 또 다른 남소 사례다. 미국인 투자자가 매입한 부동산이 실소유자로부터 산 것이 아니므로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멕시코 법원의 판결에 이의를 제기한 사건으로서, 자신의 귀책 여부와 상관없이 타국 사법부의 판결을 국제투자중재재판소(ICSID)에 가져가서는 소송은 개시조차 하지 않은 사건이다.

2001년 프랜시스 케네스(Francis Kenneth Haas) 사건은 멕시코 사업 파트너에게 사기를 당한 미국인 투자자가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서는 개시조차 안 한 또 하나의 사건이다.

2009년에 캐나다를 상대로 있었던 크리스토퍼(Christopher and Nancy Lacich) 사건의 경우, 소송 액수는 미화 1176달러(한화 120만 원) 상당의 액수이다. 집단 소송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국을 상대로 벌이는 소송치고는 그 액수가 터무니없다.

미국을 상대로 한 남소 사례는 없다. 한데, 미국인 투자자의 남소 경향성은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약소국에 대한 무시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상대국이 어떻게든 겪게 될 칠링 이펙트를 감안할 때, 이런 식의 남소는 심심해서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 형국이다.

한미FTA 체결 이후, 소송에 익숙한 미국인 투자자가 한국에서 투자 손실을 입었을 때 손쉬운 방편으로 소송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론스타 소송과 관련하여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팀(Task Force)이 꾸려져 있다고 발표된 바 있다. TF의 구체적인 논의나 대책 방안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가 없으나, 차제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문성을 담보한 국가 소송 기구의 설치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2008년에 국가 소송을 전문으로 담당하기 위한 정부 출연 기관인 정부법무공단이 발족했다. 일반 로펌과 같이 수임료를 받는다는 점에서 미국과는 다르나, 국가나 정부를 상대로 제기되는 소송을 전문적으로 담당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Solicitor General's Office 모델과 비슷하다. 이 조직이 출범하면서 활동 업무 중의 하나로 ISD에 대한 준비를 잡은 점도 눈에 띈다. 현재 정부법무공단이 이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전문성 확보의 측면을 고려할 때 이러한 형태보다는 법무부 산하에 조직을 두어 정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방법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매번 외부 로펌을 고용해야 하는 데서 발생하는 혼란과 일관성 결여 문제를 덜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 중앙정부를 상대로 제기되는 소송을 전담하는 기구를 정부 산하에 둘 필요가 있다.

▲ ICSID 홈페이지. ⓒICSID

(2) 환경과 공공정책에 대한 소송

앞서 밝혔듯이, 10여 건의 승소는 모두 미국인 투자자가 제기한 사건들이다. 그 사건들을 보면 대부분 환경이나 보건 등 공공정책에 연관되어 있는 사건들이다. 계류 중인 사건들 또한 거의 모두 이와 관련된 사건들인데 소송 액수는 95억 달러, 한화 약 10조원 정도다.

정부는 한미FTA 체결 시, 환경이나 보건 등에 관한 국가의 조치는 예외 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이를 빌미로 제소를 할 수 없다고 한다. 정부가 발행한 "한미FTA 주요 내용"에 의하면, "투자와 환경(Investment and Environment) (제.11.10조.) 챕터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당사국은 투자 활동이 환경에 대해 민감성을 고려하면서 사업이 수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일견, 이러한 조항은 투자 유치국의 환경 입법과 조치에 관한 최대한의 보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조항은 이미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 당시 환경 단체들의 입장을 반영하여 환경 보호에 관한 투자 유치국의 입법과 행정 조치를 보장하기 위하여 삽입되어 있는 NAFTA 제11장에 있는 환경에 관한 예외 조항과 똑같은 문장이다. 비교해 보자.

(한미FTA와 NAFTA의 환경에 관한 예외 조항 비교)

한미FTA
ARTICLE 11.10: 투자와 환경
(INVESTMENT AND ENVIRONMENT)

Nothing in this Chapter shall be construed to prevent a Party from adopting, maintaining, or enforcing any measure otherwise consistent with this Chapter that it considers appropriate to ensure that investment activity in its territory is undertaken in a manner sensitive to environmental concerns.

NAFTA
Article 11.14환경에 관한 조치
(Environmental Measures)

Nothing in this Chapter shall be construed to prevent a Party from adopting, maintaining or enforcing any measure otherwise consistent with this Chapter that it considers appropriate to ensure that investment activity in its territory is undertaken in a manner sensitive to environmental concerns.

하지만 이 조항이 실제로 투자자-국가 분쟁 시 투자 유치국의 환경 보호에 관한 조치를 정당화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중재재판부의 해석은 이 조항을 무력화하는 쪽으로 이루어졌다. 국제투자중재재판소는 환경 문제와 관련한 소송 예외 조항에도 불구하고 "환경 목적의 진정성(genuine environmental purpose)"을 들어 투자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왔다.

미국 회사가 멕시코를 상대로 ICSID에 1996년 제소를 한 메타글레드(Metaclad v. Mexico) 사건을 보자. 메타클레드라는 미국 회사가 유독성 폐기물 처리 시설을 짓기 위해 멕시코 지자체에 건축 허가를 신청하여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그런데, 공장 부지가 위치한 지자체 정부는 건축 허가 조건으로 이미 존재하는 유독성 폐기물에 의한 오염을 제거하고 공장 건축과 더불어 환경기금을 조성할 것을 요구하였다. 메타클레드는 지자체의 요구를 거절했고 지자체는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에 메타클레드는 ICSID에 제소해 승소했다. ICSID는 총 1560만 달러, 한화 약 180억 원을 배상할 것을 명령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간접 수용에 관한 재판부의 이유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멕시코 주정부 조치의 동기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고 곧바로 "이러한 조치는 간접 수용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했다. 이유 없이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또한, 에스디 마이어스 사건(S.D. Myers v. Canada)의 경우, 캐나다 정부가 다자 간 국제 환경 협약을 준수하기 위해 유해성 폐기물의 해외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자 캐나다에 지사를 둔 미국의 수입업자가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수출 금지 기간은 16개월이었으며, 이 조치는 캐나다의 모든 기업에 내려진 환경 관련 처분이었다. 한데, 중재재판부는 "이러한 조치는 캐나다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작위적인 조치였으며 환경 보호와는 무관하다"라고 판단하였다. 환경과 관련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 재판부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잣대를 들이댄 결과였다.

이러한 경향성은 국제투자중재재판부가 투자 유치국의 환경과 관련한 조치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심사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사실상 환경과 관련한 조치에 대한 ISD 금지 조약을 무력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런 점에서, NAFTA와 똑같은 한미FTA의 예외 조항이 환경 관련 조치에 대해 얼마나 실제적으로 작용할지 의문이다. 정부는 일관되게 환경 조치는 한미FTA 하에서 ISD 예외 조항임을 들어 환경 조치 안전론을 펴왔는데, 기존의 NAFTA 사건들을 분석해 볼 때, 근거 없는 낙관론은 아닌지 우려된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기존의 ISD에 대한 검토는 이후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될 수 있는 소송에 대비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이는 단지 중앙정부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정부 또한 이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가래로 막을 것을 서까래로 막는 상황은 피해야 할 것이다.


 /김익태 변호사 

2012년 12월 12일 수요일

군림하는 검찰…‘시민에 의한 통제’ 공감대 확산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2-11일자 기사 '군림하는 검찰…‘시민에 의한 통제’ 공감대 확산'을 퍼왔습니다.


검찰, 바꿔야 산다 ⑤

검찰시민위·인사위 ‘유명무실’
구속력 없고 법조계 인사 ‘다수’

미국·일본선 시민참여제도 도입
법적 권한 갖고 검사 기소 견제
지방검사장 직선제 도입 주장도

대한민국 검찰은 대통령에게 복종하며 국민 위에 군림해왔다.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명분으로 검찰총장 임기제와 인사청문회가 도입됐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가 시도한 ‘위로부터의 개혁’이 실패로 돌아가고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정치검찰’이 득세하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이젠 ‘아래로부터의 검찰개혁’을 해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시민에 의한 검찰 통제를 시작할 때라는 것이다.

■ 검찰시민위원회 강화 막은 새누리당 2010년 부산 건설업자가 전·현직 검사 50여명에게 성상납을 했다고 폭로한 ‘검사 성접대 사건’을 계기로 도입된 현행 검찰시민위원회는 검사의 요청에 따라 주요 사건에 대해 기소 여부를 심의하지만, 일본이나 미국과 달리 그 결정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 못한다. 결국 검사의 기소를 사후적으로 승인하는 제도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검찰이 시민위원회의 구성을 비공개로 일관하는 것도 ‘시민참여’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검찰은 시민위원회 위촉 과정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정보공개 청구를 잇따라 거부했다.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지난 2일 발표한 검찰개혁 공약에서 “검찰시민위원회를 강화해 구속영장 청구를 포함한 기소 여부를 심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안이 빠져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새누리당이 검찰시민위원회 강화를 무력화시킨 전력도 박 후보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검사가 요청할 때뿐만 아니라 심의위원 3명 이상이 요청할 때도 사건을 시민위원회에 회부하도록 하고, 시민위원을 무작위로 뽑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심의했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 법무부 장관이 좌우하는 검찰인사위원회 검찰청법에 규정된 검찰인사위원회도 시민에 의한 검찰 통제를 위해 도입됐다. 무죄 사건이나 사회적 이목을 끈 사건을 담당한 검사를 인사위원회가 심의하고, 이를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해 인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인사위원 임명권이 법무부 장관에게 있고,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검찰 출신 인사들이 법무부 장관을 맡으면서 이 제도 역시 유명무실해졌다.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검찰인사위의 중립성·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외부 인사 과반수 이상 참여’, ‘법무부 장관직의 법조계 외부 인사에게 개방’ 등을 제시했다. 현행 검찰인사위는 정원 11명 중 검사 3명, 판사 2명, 변호사 2명 등 주로 법조계 인사로만 채워져 있다. 또 문 후보는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 검찰인사위가 청문회를 시행하는 방안도 공약으로 내놨다.

■ 일본의 검찰심사회, 미국의 기소배심제 일본 검찰은 1948년부터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적정한지 국민들이 심사하는 ‘검찰심사회’를 운영중이다. 무작위로 뽑힌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심사회는 심사 결과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때 ‘불기소 부당’이나 ‘기소 상당’ 의견을 제시한다. 검찰심사회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다시 불기소 처분을 할 경우 검찰심사회는 해당 사건을 재심사하고, 다시 ‘기소 상당’으로 결론이 나면 법원이 변호사를 지정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검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불기소를 시민이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로, 2009년 12월까지 검찰심사회 의결을 거쳐 기소에 이른 사건은 약 1400건에 이른다.미국 20개 주에선 검사의 기소를 견제하는 ‘기소배심제’를 운영하고 있다. 중죄 사건 등을 검사가 기소하기 전에 시민 배심원단에 기소 여부를 묻고 심사를 받는 제도로, 역시 법적 구속력이 있다. 다만 배심원들이 검사의 수사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검사의 의도에 따라 결과가 결정되기 쉽다는 한계가 있다.

■ 검사장 직선제 도입 주장도 기소권 등 독점적 검찰권력을 쪼개는 데서 더 나아가 검찰권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자는 취지에서 고려되는 대안이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시행중인 검사장 직선제다. 검사장 직선제를 도입하면 지방검찰청의 독립성이 자연스레 확보된다. 검찰총장 아래 전국의 검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현재 한국의 검찰에 비해 권한이 대폭 축소되고 상호견제가 가능하다.미국 뉴욕 맨해튼의 로버트 모건소 검사는 4년마다 치른 선거에서 9번이나 당선돼 2009년까지 35년간 검사로 재직했는데, 재직중 국제금융사기·횡령 등 화이트칼라 범죄를 집중 단속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었다. 이국운 한동대 교수(법학부)는 “동일한 권한이 부여된 각 지방검찰청 사이에 상호견제가 가능하고, 차기 선거에서 재신임을 얻기 위해선 주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시민에 의한 통제가 자연스레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검사장 직선제에서는 시민들의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적 수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교육감 선거를 생각해본다면 직선제로 인한 부작용은 선거제도의 장점에 비해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검찰 조직의 상명하복 문화를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철 최유빈 기자 fkcool@hani.co.kr

2012년 12월 5일 수요일

MB정권 위해 ‘칼춤’ 춘 검사들, 여전히 요직에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2-04일자 기사 'MB정권 위해 ‘칼춤’ 춘 검사들, 여전히 요직에'를 퍼왔습니다.


검찰, 개혁이 답이다 ①
 검찰개혁 첫걸음은…“영전한 정치검사들의 퇴진”

정연주·한명숙·미네르바·PD수첩
표적수사 줄줄이 무죄에도 승진

검사평가 검찰인사위는 유명무실
“무리한 기소 인사 반영 기준 필요”

검찰이 끝없이 몰락하고 있다. 내분 끝에 검찰총장까지 물러났지만 연이어 드러난 비리로 검찰개혁 요구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특히 검찰개혁을 위해 검찰 내부의 인적 청산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권력자의 안위를 위해 검찰권을 남용한 ‘정치검사’들을 방치한다면,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검찰의 권력 해바라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정치검사’ 전성시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검찰의 ‘칼부림’이 시작됐다. 검찰의 칼끝은 과거 정부에 몸담았거나 새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향했다. “세금소송을 포기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배임 혐의로 기소당한 정연주(66) 당시 한국방송(KBS) 사장이 ‘표적수사’의 첫 희생자였다. 당시 수사 지휘라인은 명동성 서울중앙지검장-최교일 1차장-박은석 조사부장이다. 이른바 ‘티케이’ 출신으로 고려대를 나온 최교일(50) 차장은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영전한 뒤 서울 내곡동 이명박 대통령 사저 의혹 수사를 지휘하면서 ‘봐주기 수사’를 했다.한명숙 전 총리는 2009년과 2010년 각각 뇌물수수 혐의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두 사건 모두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노환균(55)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김주현(51) 3차장이 두 사건의 수사를 지휘했다. 티케이 출신으로 고려대를 나온 노 지검장은 이후에도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인사청탁 수사,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 등을 지휘했다. 하나같이 부실수사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는 1년6개월 동안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다 지난해 8월 법무연수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자신이 지휘한 사건이 무죄를 선고받아도 검찰 간부들의 승진엔 아무 영향이 없었다. 김주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2011년 8월 검사장으로 승진했고, 미네르바 수사를 지휘했던 김수남(53) 3차장도 기소 이후 검사장으로 승진했다.수사 담당자들도 ‘은혜’를 입었다. 2009년 전현준(47)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은 ‘피디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지만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이 났다. 전임 부장이 수사를 거부하며 사퇴한 뒤 재배당된 사건을 기꺼이 맡았던 전 부장은 기소 이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에 이어 2010년엔 범죄 첩보를 다루는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으로 영전하더니, 한차례 연임 뒤 부정부패 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에 기용됐다. 그의 영전은 ‘충성하면 보상한다’는 이명박 정부 검찰 인사의 결정판으로 검찰 안팎에서 비판을 받았다.


■ “인적 청산이 개혁 첫걸음” 

검찰청법엔 무죄 사건이나 사회적 이목을 끈 사건의 경우 담당 검사의 평가와 관련해 검찰인사위원회를 열 수 있고, 그 심의 내용을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인사위원과 위원장 임명권이 법무부 장관에게 있고,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정권의 ‘심복’들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결과 이 제도는 유명무실해졌다.검찰인사위원회가 제구실을 하기 위해서라도 검찰 출신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는 관행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게 시민단체나 학계의 지적이다. 이런 지적을 반영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는 2일 발표한 검찰개혁안에 ‘법무부 장관직에 외부 인사 개방’ ‘무죄판결 받은 경우 인사에 반영’ 등의 내용을 포함시켰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리한 기소로 인해 무죄 판결을 받거나 반대로 무죄 판결을 우려해 기소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 명확한 인사 반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참여연대는 4일 기자회견을 열어, 현 정부 들어 검찰권을 남용한 주요 사건 14개를 발표하고 수사·지휘에 관여한 ‘검찰권 남용 검사’ 47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이들 가운데 당시 검사장이거나 이후 검사장으로 승진한 노환균 법무연수원장, 이명박 대통령의 비비케이(BBK)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최재경(50)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등 10명을 ‘정치검사’로 규정하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참여연대는 이들을 향해 “정권과 권력자의 안위를 위해 검찰권을 남용한 정치검사들은 스스로 퇴진하는 게 맞다. 정치검사로 경력을 쌓고 출세가도를 달린 이들이 새 정부에서 중용된다면 검찰개혁은 불가능해질 것이며 권력에 충성하는 대가로 손에 쥔 권력을 남용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