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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22일 월요일

“헌납에 강압 없었다”…“강압 인정 안돼” 박근혜, 회견 끝난 후 번복


이글은 경향신문 2012-10-22일자 기사 '“헌납에 강압 없었다”…“강압 인정 안돼” 박근혜, 회견 끝난 후 번복'을 퍼왔습니다.

“법원에서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원고패소 판결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오후 3시10분) 

“제가 아까 강압이 없었다고 이야기했습니까. 그건 제가 잘못 말한 것 같고요.” (오후 3시26분)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렇게 말을 뒤집었다. 정수장학회 전신 부일장학회 설립자 고 김지태씨 유족이 제기한 소송의 1심 판결 내용을 놓고서다. 

박 후보는 “법원에서 (김지태씨가 재산 헌납을)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를 세 차례 반복해 말했다. 

1심 법원은 부산일보 주식 증여 과정의 강압성은 인정했다. 다만 김지태씨가 의사결정 능력을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에서 증여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박 후보가 ‘강압성’을 부정하자 후보 측 관계자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한 측근은 ‘강압성은 인정했으나 시효가 지났고, 김지태씨의 의사결정이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에서 주식 증여가 이뤄졌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판결 요지를 적어 후보에게 쪽지로 건넸다. 

박 후보가 기자들과 악수하는 사이 캠프 관계자들은 술렁였다. 한 보좌진은 당시 법원 판결 기사를 담은 기사 내용을 출력해왔고, 이정현 공보단장이 후보에게 관련 기사를 보여주며 건의를 했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을 마친 지 10여분 만에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아까 강압이 없었다고 얘기한 건 잘못 말한 것 같다. 강압이 있었는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패소 판결한 걸로 알고 있다”며 “(법원에서) ‘강압에 의해 주식 증여가 인정된다고, 강박의 정도가 김씨 스스로 박탈할 만큼 무효로 할 정도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고), 없다고 말한 것은 잘못 말한 것 같다”고 정정했다.

하지만 가장 쟁점인 사안을 두고 세 차례나 같은 말을 한 것을 ‘착오’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결국 박 후보 스스로는 강제 헌납이 아닌 자발적 헌납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박근혜 “정수장학회는 헌납받아 새로 만든것”…강탈 부정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0-21일자 기사 '박근혜 “정수장학회는 헌납받아 새로 만든것”…강탈 부정'을 퍼왔습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서 가진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할 기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지명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

“김지태씨가 먼저 헌납 뜻 밝혀…야권서 정치공세”
이사장 거취 ‘현명한 판단’ 촉구…최필립, 사퇴 거부
문재인·안철수 쪽 “역사인식 부재 드러냈다” 비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는 21일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논란을 야당의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자신과 무관함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정수장학회가 정쟁의 도구가 돼선 안 된다는 논리로 최필립 이사장과 이사진의 ‘현명한 판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인터뷰에서 “지금 현재 (나한테) 그만둬야, 혹은 해야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퇴진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박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회견을 열어 “어느 재단이나 설립자의 뜻을 잘 아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현재 이사진이 부정부패에 관련됐다면 당연히 물러나야겠지만 설립자와 가까운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한 정치공세”라고 말했다. 그는 “정수장학회에 대해 고 김지태씨의 부일장학회가 이름만 바꾼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5·16 때 부패 혐의로 징역 7년형을 구형받고, 그 과정에서 처벌받지 않기 위해 (김씨가) 먼저 재산 헌납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강탈 재산의 사적 운용’이라는 야당과 김지태씨 유족의 주장을 ‘사실을 왜곡한 정치공세’로 규정하며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박 후보는 기자 회견에서 고 김지태씨 유족이 문화방송과 부산일보 주식을 강탈당했다며 낸 주식반환 소송과 관련해 “법원에서 강압적으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가 나중에 이를 바로잡기도 했다.박 후보는 그러면서도 “정수장학회의 이사장과 이사진은 정수장학회가 더이상 정쟁의 도구가 되지 않고 국민적 의혹이 남지 않도록 국민들에게 (거취에 대한) 해답을 내놓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수장학회가 더이상 의혹을 받지 않고 공익재단으로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이사진은 장학회의 명칭을 비롯해서 모든 것을 잘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최필립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 퇴진과 정수장학회 이름 변경을 에둘러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최 이사장은 이날 (에스비에스) 인터뷰에서 “장학재단은 정치집단이 아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2014년 임기를 마치겠다는 뜻을 밝혔다.문재인 후보 선대위의 진성준 대변인은 “박 후보는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아버지 박정희’를 중심으로 인식하고 해석하니 강탈이 헌납으로, 장물이 선물로 보이는 것”이라며 “이런 역사인식을 가진 분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후보 쪽 유민영 대변인도 “국민의 상식과 사법부의 판단에 반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신승근 조혜정 기자 skshin@hani.co.kr

2012년 4월 13일 금요일

숨은 표는 왜 숨어버렸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12일자 기사 '숨은 표는 왜 숨어버렸나'를 퍼왔습니다.
[창비주간논평] 심판론에 안주하고 진영논리에 갇힌 야권의 아쉬운 패배

여론조사도, 출구조사도 빗나갔다. 숨은표를 말하던전문가들의 예상도 어긋났다. 2012년 의회권력과 행정부권력을 교체하는 두번의 선거 중 한번은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획득으로 끝났다. 새누리당이 획득한 승리라기보다 야당이 헌납한 승리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국민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지도 못하고 역사적 기회를 놓쳐버렸다.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 부조리함과 불공정함의 원흉으로 비난받던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은 위기 속에서 진화한 반면 민주진보진영은 심판론이라는 손쉬운 카드에 기대었다. 쇄신과 변화는커녕 퇴행을 반복했다. 기대에 못 미친 투표율이 이를 말해준다. 그 결과 끝까지 유보적 태도를 보이면서 숨어 있던 젊은층에게 투표할 이유를 제공하지 못했다. 역대 선거에서 야권의 승리는 늘 높은 투표율, 특히 젊은층의 적극적 참여 덕분이었다. 투표할 적극적 이유와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때 정치와 거리를 두었던 층도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드러냈던 것이다.

숨은 표를 끌어내지 못한 무능과 오만

두어달 전만 하더라도 젊은층의 정치적 관심과 선거참여 의지는 매우 높았다. 지난 2월 2040세대를 대상으로 한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이전보다 정치적 관심이 높아졌다는 응답이 20대는 59.7%, 30대는 49.9%에 이르렀다. 이를 떠받치고 있던 것은 정치적 효능감으로 '총선과 대선에서 시민의 참여가 정치와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의견이 63.2%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난 2개월 동안 민주진보진영이 보여준 행태는 무능과 오만 자체였다. 이미 준비가 된 2040세대를 다시 숨어버리게 하고 결국 투표장으로 끌어오지 못한 무능, 별다른 노력 없이도 이 층은 야권지지 표밭이라는 오만이 낮은 투표율로 나타난 것이다.

야권연대도 큰 울림을 주지 못했다.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을 이미 이런 틀로 치른 바 있어 신선함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야권연대를 채울 내용, 즉 아젠다와 전망이 필요했지만 오히려 내용적으로는 더 후퇴했다. 관악을, 성남중원 후보 사퇴 파동은 진보진영의 자기성찰, 자기검열이 얼마나 안이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13석을 획득한 통합진보당도 외형적으로는 선전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정체성 위기 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정당'이 울산, 창원 등 노동자 지역에서 외면당했다. 노동자 기반을 상실한 진보정당을 진보정당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정체성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또한 비례득표율도 10.3%에 그치면서 2004년 총선의 13.1%에도 못 미쳤다. 정책과 가치를 중시하는 진보정당의 특성상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에서 득표율이 대체로 높다. 진보진영이 주장하는 정치제도 개혁의 가장 중요한 화두도 독일시 정당명부제 등 비례대표 확대였다. 그런데 비례대표 후보들의 면면이나 선출과정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면서 비례득표율도 낮게 나타났다. 아무리 좋은 정책, 공약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정치인이다.



▲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당선자들의 현충원 참배 ⓒ뉴시스

심판론에 갇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선거

그렇다면 민주진보진영이 역사적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처참하게 패배한 원인은 무엇인가? 여러 요인들이 서로 엉켜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심판론에 갇혀 변화에 대한 비전과 전망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의 대부분의 선거가 사실상 정부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서울시장선거는 심판선거의 절정이었다. 심판으로 나타난 분노의 에너지는 순간의 열기는 뜨겁지만 지속되기 힘들다. 그 자리를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과 전망으로 채워야 했으나 야권은 이를 채울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지난 5년간 성찰과 치열한 준비를 통해 변화를 도모하지 못하고 반MB 정서와 근거 없는 낙관에 안주해온 셈이다.

무엇보다 무상급식 논란 이후 복지, 경제민주화 등의 정책이슈를 통해 새로운 균열축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1%만 대변하는 낡은 틀을 대체해 지금까지 정치로부터 배제되었던 서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99%를 위한 연대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외면했다. 아니, 수행할 만한 능력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특히 복지 이슈의 경우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보육 등 '무상'만 강조할 뿐 구체적 실행프로그램이 부실하다보니 박근혜식 복지와 차별화되기 어려웠다. 말만 앞세우고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정책은 힘이 없다. 오히려 재원 문제 등에 대해 여당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민주진보진영의 패배와 관련해 묵과할 수 없는 것은 진영논리의 위험성이다. 내부의 과오는 진영논리 앞에서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거나 무시되었다. 민주통합당의 임종석 사무총장 임명 및 단수 공천, 이화영 공천은 그 단적인 사례다. 재판중이거나 수사중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의도된 수사라는 명분,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어 한명숙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이들을 감싸안기에 급급했다. 만일 새누리당이 동일한 상황에 처할 때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을까? 통합진보당 역시 관악을 선거에서 부정이 드러났음에도 이를 단순한 실수로 축소하고자 했고, 또한 성추행 의혹 후보를 감싸안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진보는 더이상 도덕적 우위를 내세우기 어렵게 되었다.

진영논리의 위험성, 공정하지 못한 이중잣대

진영논리가 위험한 것은 내부를 향한 비판이 들어설 여지가 없으며, 성찰의 공간이 닫혀 있기 때문이다. 성찰의 공간이 부재할 때 그 공간은 안팎으로 소통하지 못하고 고인 공간, 진화가 불가능한 공간이 된다. 또한 진영논리는 공정하지 못하다. 내부와 외부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잣대다. 국민이 이명박정부에 분노했던 가장 결정적 이유는 부자, 재벌에게만 기회가 열려 있고 서민에게는 기회가 닫혀 있는 불공정한 질서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진보진영도 진영논리에 갇히면서 공정성을 상실했다. 지금까지 야권에 유리한 역사적 기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 '나꼼수'도 반MB라는 명분하에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 내 편의 과오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민주진보진영이 진영논리에 갇히고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결국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다. 큰 명분보다 작은 실리에 집착하고 오만 속에 역사적 기회를 놓쳐버렸다. 이는 공천의 부실함으로 이어졌고 충청권과 강원지역의 패배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정당득표율에서 야권연대는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을 합친 득표율 46% 못지않은 46.6%를 얻었다. 수도권에서는 새누리당을 압도했다. 문제는 대선까지 남은 7개월 동안 치열한 내부 반성과 쇄신의 노력을 실천할 수 있느냐다. 미래를 준비하고 정책과 아젠다를 통해 지지층을 다시 결집해내기에 이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