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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8일 토요일

수구언론-극우, '5.18' 북한군 개입 주장


이글은 플러스코리아 2013-05-17일자 기사 '수구언론-극우, '5.18' 북한군 개입 주장'을 퍼왔습니다.
광주 민주화 혁명 '5.18 말살', 그 중심엔 보훈처와 위장한 보수세력

▲ 고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 전 마지막 5.18 묘역 참배 후 남긴 방명록 ⓒ 오주르디

[칼럼 플러스코리아]오주르디 시사칼럼= 광주 5.18 정신을 말살하고 의미를 폄훼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5.18 이 북한의 특수부대가 개입한 폭동이었다는 망언이 수구언론과 극우단체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확산되는 상태다. 황당한 일이다. 5.18을 훼손시킴으로써 민주진영의 근간과 야당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어 보겠다는 심산이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며 이러한 움직임이 조직화 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5.18의 상징하는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도 치욕스러운 상황을 맞았다. 이명박 정권 때부터 시작된 구박이 보수세력의 재집권으로 더 가혹해지고 있다. 보훈처가 30년간 불러온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요구를 거절했다. 보훈처의 이같은 태도는 5.18정신을 말살하려는 수구세력의 움직임과 깊이 연결돼 있다.   

광주 5.18 민주화운동 수호 VS 훼손, 황당한 싸움 시작됐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MB정권 사람이다.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유임된 유일한 인물이다. 그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얘기다. 민주화 운동을 기리고 보훈해야 할 책임이 있는 그가 5.18을 말살하는데 앞장서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를 알면 현 정권이 5.18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숱한 물의를 일으켰던 사람이다. 19대 총선 직전 박정희를 찬양하고 반유신 민주화운동을 ‘종북 활동’으로 폄하하는 DVD을 만들어 보훈처 이름으로 배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지난 대선 때 광복회 워크숍에서 “이만큼 살게 된 것이 다 박정희의 공이다. 그러니 이번 대선에서 누구를 뽑아야 할 지 다 알지요?”라며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공무원의 선거개입 금지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동이다.   

“민주화 운동은 모두 종북 활동”  

전두환 가신의 국립묘지 안장은 허락하면서, 12.12 군사변란에 저항했던 사람의 안장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려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 당시 경호실장을 지낸 안현태는 국립묘지에 안장됐지만, 신군부에 맞서 저항했던 강창성 전 보안사령관의 안장은 거부됐다. 안현태 안장 심의 과정에서 박승춘 처장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다.   수구정권으로부터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을 많이 했다.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예비군 동원훈련 안보교육을 모두 위탁받아 30대를 대상으로 우경화 교육을 실시했다. 또 국가 예산을 펑펑 써가며 보훈처 본연의 역할과 무관한 ‘안보이념교육’을 핵심사업으로 밀어붙였다. 청소년 층을 보수화하기 위해서다.  5.18 기념사업을 해야 할 주무부처가 보훈처다. 그런데 이 모양이다. 이러니 종편과 극우보수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설쳐대며 5.18은 민주항쟁이 아니라 북한의 특수부대가 책동한 폭동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거다.   

이러니 종편, ‘일베’ 등이 설치는 거다

▲ 5.18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주장한 종편 ⓒ 오주르디

‘TV조선’은 5.18 당시 북한군 특수부대가 직접 개입해 게릴라전을 벌이는 등 광주시민을 선동했다며 ‘북한개입설’을 주장했다.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북한군의 조종을 받은 폭동으로 규정한 셈이다. “전남도청을 점령한 것은 북한 게릴라다” “5.18 자체가 김정일이 김일성에게 바치는 선물이었다”라는 황당한 얘기를 여과 없이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   민주당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한 상태에서 또 다른 종편이 ‘TV조선’의 주장에 가세했다. ‘채널A는 5.18 당시 남파된 북한군을 인터뷰했다고 밝혔다. 이 남자는 “광주 폭동 때 참가했던 조장, 부조장은 (북으로 돌아가) 군단 사령관도 되고 그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방송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극우진영을 대표하는 인사가 출연했다. 

▲ 5.18 희생자를 '홈쇼핑 장사'에 비유하고, 주검을 운구하는 장면을 '택배'라고 조롱한 '일베' ⓒ 오주르디

민주당은 지난 15일 5.18국립묘지에서 의원총회를 열었다. 5.18 말살 움직임에 항거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은 5.18정신을 향후 당 운영의 근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김한길 대표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신은 오늘날 정치민주화를 넘어 갑(甲)인 경제권력에 아파하는 ‘을(乙)을 위한 경제민주화’라고 믿는다”며 “5.18 정신은 을(乙)의 존엄을 지키는 민생정치와 복지국가 구현으로 계승되고 승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한 야당’ VS ‘강한 정부’, 5.18 쟁점화   

5.18이 쟁점으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새롭게 선출됐다. 최경환 새누리당 신임 대표는 당청 간 긴밀한 협조를 강조했다. ‘원조 친박’으로서 당과 정부와 의 간격을 좁히는 역할을 하겠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입장을 적극 뒷받침하는 후원자로 나설게 분명하다.   반면 민주당은 5.18 정신을 승계한 정당임을 자처하면서 ‘힘있는 야당’이라는 기치를 내걸 었다. ‘강한 민주당’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전병헌 의원이 원내대표에 선출되면서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분위기다.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는 국회’를 표방하며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처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여야 간 충돌이 감지된다. ‘강한 야당’을 표방한 민주당과 ‘강한 정부’의 후원자를 자처한 새누리당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여야와 정부와 국회 간 이견을 조율할 부분이 있다”고 말하며 속도 조절과 수위의 완화를 주장한 반면,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들의 고통을 치유하는데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건 무책임하고 안일한 발상”이러며 새누리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배후엔 5.18 수호 세력, 새누리당 뒤에는 5.18 말살 세력  

5.18 정신으로 ‘을(乙)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는 민주당과 경제민주화 법안 등 ‘좌클릭’된 공약 이행의 속도와 수위를 낮춰보겠다는 새누리당이 일전을 벌일 기세다. 민주당의 배후에는 5.18 민주화 세력이, 새누리당의 뒤에는 5.18을 훼손하고 말살하려는 극우세력이 포진해 있다.

▲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고 노무현 대통령 ⓒ 오주르디

흡사 전쟁터 같다. 5.18 수호 세력이 내건 ‘강한 야당’이라는 깃발과 5.18 훼손 세력이 흔드는 ‘강한 박근혜’라는 깃발이 서로 마주보고 모양새다. 가깝게는 6월 임시국회와 10월 재보선, 길게 잡으면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 등을 겨냥한 여야의 정국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5.18이 정국의 변수로 부상한 셈이다. 5.18이 훼손되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민주당과, 5.18이 훼손됨으로써 막대한 정치적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수구세력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한쪽은 지켜내려 할 것이고, 다른 쪽은 어떻게든 훼손하려들 것이다.   ‘일그러진 보수’들이 저러는 이유가 있다. 5.18정신에 먹칠해 진보진영 전체를 ‘종북세력’으로 낙인찍으려는 게 저들의 목적이다. 말로만 ‘종북’이라고 매도해 온 저들이 이제는 ‘종북’의 증거로 내세울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겠다며 안달이다.   

5.18을 거꾸로 뒤집어서라도 종북의 증거를 날조하려는 저들, 역사적 사실을 훔치는 도적들이다.

(본 칼럼은 본지 기사화에 동의하여 게재함을 밝힙니다. 출처/사람과 세상사이) 

오주르디 정치칼럼 

2013년 4월 3일 수요일

"보수세력은 전쟁 준비하자 하고, 정부는 집 사라 하고"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4-02일자 기사 '"보수세력은 전쟁 준비하자 하고, 정부는 집 사라 하고"'를 퍼왔습니다.
전우용 "한반도 전쟁시 1차대전 사상자...전사 1천만명"

전우용 역사학자는 2일 "보수 세력은 전쟁을 ‘준비’하자고 하는데 정부는 집을 사랍니다. 어느 장단에 춤 추라는 건지..."라고 힐난했다.

전우용 학자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같이 말한 뒤, "집 팔아 금 사 두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것 같네요"라고 덧붙였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최근 블로그를 통해 "지금은 우리도 전쟁을 준비할 때"라고 주장한 반면, 정부는 '4.1 부동산대책'을 통해 집을 사라고 호소하고 나선 대목을 꼬집은 셈.

그는 "1937년 7월 7일, 베이징 교외에서 야간훈련 중이던 일본군 진영에서 총소리가 났고 일본군 1명이 실종됐습니다. 일본군 지휘부는 ‘군사적 판단’에 따라 즉각 전투에 돌입했습니다. 그 시각, 실종된 일본군은 ‘용변 중’이었습니다"라며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상황에서는 우발적이고 사소한 사건도 곧바로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습니다"라며 최근 한반도 긴장 고조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 "USA투데이가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1차 대전 수준의 사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군요"라며 이날자 (USA투데이) 보도를 거론한 뒤, "전사 1천만 명, 부상 2천3백만 명"이라며 1차 세계대전 당시 참상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나면 남북한이 공멸한 것이란 경고인 셈이다.

박태견 기자 

2012년 12월 5일 수요일

사이비 보수세력의 장기집권 막아야 한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05일자 기사 '사이비 보수세력의 장기집권 막아야 한다'를 퍼왔습니다.
[기고] '박정희주의자들=대한민국 보수'? 천만에!

한국사회의 자칭 보수세력은 보수란 외피를 쓰고 있지만 한 번도 진정한 의미의 보수를 지향한 적이 없다. 보수란 보전하고 지키는 것인데 그 대상은 한 사회의 구성원 다수가 합의한 전통적 가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건전한 보수세력은 비록 변화와 개혁에는 체질적으로 거부감을 가질지라도 통념화한 가치기준의 수호와 도덕적 책무의 이행에 있어서는 신념을 가지고 앞장서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그럴싸한 한국적 보수파의 형용은 어떠한 것일까. 첫째, 외세로부터 민족의 자존과 국가의 독립을 지켜나가는 데 뜻을 같이한다. 둘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신봉한다. 셋째, 국가가 부과하는 납세ㆍ병역 등 공민으로서 의무를 다한다. 넷째, 무엇보다도 체제유지의 근간인 법질서를 존중한다. 다섯째, 우월한 사회적 입지에서 비롯하는 관용과 양보를 주요한 미덕으로 삼는다.

해방 이후, 우리의 '보수'는 거꾸로 갔다

그런데 해방 이후 우리 사회의 보수를 자처하는 세력들은 위에 열거한 덕목 어느 하나에도 충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추구했다고 봄이 적실할 것이다.

우선 사대매국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일관되게 외세를 추종해왔다. 이들 중 다수는 일제시기 친일파 출신이거나 이들과 혈연ㆍ학연ㆍ혼맥 등으로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비호세력들이다. 이러한 원죄 때문에 지금도 '친일'이라는 말만 나오면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천황'의 세계지배를 조금도 의심치 않고 '귀축(鬼畜)영미타도'를 외치던 친일파들은 일제가 패망하자 표변하여 미국을 새로운 상전으로 받아들였다. 그리하여 다시 외세의 종노릇을 자임하였으며, 대신 이 사회의 주류로 굳건히 자리 잡고 부와 권력을 유지 세습하는 대가를 지불받았다. 앞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극대화한다면 이들은 또 기민하게 친중파로 변신하여 자신들의 안녕을 도모할 것이 틀림없다. 장담하건대 이데올로기도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신념을 접을 수 있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 박정희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연합뉴스

자유민주주의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 암흑기의 장본인도 그들이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공공연히 부정한다는 점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등 면면히 이어져온 유사보수정권들이 공유하는 속성은 한결같다. 굵직굵직한 헌정유린의 예만 들어도 발췌개헌, 사사오입개헌, 3‧15부정선거, 5‧16쿠데타, 삼선개헌, 10월유신, 12‧12군사반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등 끝이 없이 이어진다. 폭압적인 강권정치 아래 헌법은 누더기가 되고, 사상과 양심, 언론과 표현, 집회와 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은 구두선으로만 남게 되었다. 이러고서도 지금 그 상속자들은 '자유'가 자신들의 전매특허인양 의기양양해 하고 있다.

이른바 시장경제라는 것도 관치경제와 독점재벌에서 나타나듯 그들이 내세우기에는 무언가 아귀가 맞지 않다. 온갖 반칙과 불법을 매개로 급속성장한 천박한 자본가들에게 시장이란 약육강식의 정글을 의미할 뿐이다. 그래서 빵에서 순대까지 돈이 된다면 오만가지를 다 차지하고 말아야 직성이 풀린다. 오늘날 공정성을 잃어버린 시장경제는 소수의 기득권세력만 보호하는 기형적이고 불공정한 특혜경제로 전락하여 양극화의 주범이 되고 있다.

공민의 개념이 성립한 이래 납세나 병역의 의무는 항상 권리 주장의 전제조건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상층 사회에서 납세나 병역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책임을 다하는 자는 은연 중 무능하거나 배경이 없는 사람으로 간주되는 것이 최근까지의 세태였다고 하겠다.

최후의 냉전이 갖는 기형적 세태 타파해야

이미 도덕성이나 공공성과는 담을 쌓은 존재들인 그들에게 편법상속과 탈세, 부정부패, 병역기피,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등 모든 탈법은 일상사가 되었다. 현 정권 들어 열린 고위 공직자 청문회에서 하나같이 치부가 드러나는 꼴을 보면 후흑열전(厚黑列傳)이 따로 없을 정도이다. 위법이 마치 고위직으로 진입하는 필수 스펙이라도 되는 듯한 지금의 개탄스런 상황은 가진 자의 불법행위에 유독 관대한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재벌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과 사면권 남발의 예가 입증하고 있듯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속설이 설이 아님은 공지의 사실이 되고 말았다. 오늘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허언을 믿는 사람은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준법은 힘없는 서민들에게만 적용되는 족쇄와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만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 하겠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을 더욱 울컥하게 만드는 것은 이들의 후안무치함이다. 적반하장격으로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고 훈계를 한 어떤 재벌 총수나, 한 때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아도취에 빠졌던 대통령이나 난형난제가 따로 없다. 바야흐로 언어의 희롱이 절정에 이르러 '도덕'의 개념에 혼란을 일으킬 정도다. 개그와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져 희극인들이 밥 빌어먹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지 오래지만, 국민을 우습게 아는 오만방자함과 담대함에 마냥 웃을 수만도 없는 답답한 노릇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까지 고삐 풀린 비상식적 상황이 벌어지게 된 원인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현실을 왜곡하는 가장 큰 요인을 하나 꼽으라면 주저 없이 '박정희 체제'의 존속을 들고 싶다. 10년간 취약한 민주정부 집권기가 있었다고는 하나 재벌ㆍ검찰ㆍ족벌언론 등 권력집단은 단 한 번도 민주주의를 지향한 적이 없었으며, 끊임없이 민주주의의 정착을 방해해 왔다. 그 결과 이승만을 계승하고 친일세력의 지지를 받은 박정희 체제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을 거쳐 이명박으로 이어졌으며 이제 그 딸에게까지 상속될 지도 모를 만큼 한국사회 저변에 공고하게 자리잡았다.

이승만 정권 이래 독재세력의 최대 무기는 한결같이 반공반북이었다. 분단에서 기인한 뿌리깊은 냉전적 사고와 대결구도는 합리적인 논쟁과 이견을 조정하는 기능을 마비시켰다. 진위와 무관하게 제기되는 냉전세력의 무차별적 이데올로기 공세는 사회적 합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인권ㆍ노동ㆍ복지 등 민생의 모든 부문에서 정상적인 발전이 유보되고 있다. 걸핏하면 튀어나오는 해묵은 색깔론 시비나 종북 논란은 정치세력간 또는 세대간, 이해집단간의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병역기피 세력이 호전적 발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대결을 조장하거나, 극소수이긴 하지만 통일을 갈망해야 할 이산가족이 평화주의자들을 빨갱이로 몰거나,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자들이나 특수공작원들 같은 냉전의 희생자들이 성조기를 흔들며 그들을 외면해 온 세력을 맹목적으로 편들거나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역설적 현상은 최후의 냉전 지역이 갖는 기형적 특질로 보인다.

보수의 외피를 쓴 특권 세력 박정희주의자들의 실체

수십 년간에 걸친 독재체제하에서 이루어진 세뇌는 부지불식간에 많은 국민들의 균형잡힌 비판능력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특히 기성세대는 박정희 체제에 대한 부정을 자신들이 이뤄낸 성과를 부인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른바 착시와 동일시 현상인 것이다. 그리하여 경제성장의 진정한 주역이면서도 그 과실을 독점하고 심각하게 왜곡 훼손시킨 가해자들에게 맹목적으로 경도되고 있는 것이다.

오랜 기간 지속한 박정희 체제는 건전한 보수가 자리잡을 여지를 없애 버렸다. 불공정한 경쟁 아래 보장받은 우월한 지위를 향유하면서, 권력과 부에 대한 끝없는 탐욕은 독식과 독점이라는 폐습으로 고질화하였다. 이제 고삐 풀린 기득권세력에게는 굳이 건전보수를 지향해야 할 일말의 이유도 의지도 남지 않게 되었으며, 당연히 정치적 측면에서의 정권교체나 권력분산, 경제적 측면에서 분배정의나 동반성장, 사회적 측면에서 보편적 복지나 균형발전은 안중에 없는 남의 일이 되고 말았다.

역대 독재정권하에서 정치경제적 특권을 향유하며 비대해진 기득권세력은 이제 최소한의 견제 구도마저 상실한 채 권력과 재벌 족벌언론 등이 한 덩어리로 유착하여 1% 카르텔을 형성하고 급격히 사익집단화의 길을 걷고 있다. 18대 대통령 선거는 이들의 폭주를 막고 민주주의와 평화 그리고 복지사회를 정착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이제 보수의 외피를 쓴 특권세력 박정희주의자들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이들의 정권연장 기도를 분쇄해야 한다.

가면을 쓴 동일한 세력에 다시 속는 우를 범해서는 아니된다. 이름을 바꾸고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외친다고 그들의 정체성이 바뀌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표를 의식해 잠시 위장술을 부리다 벌써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데서도 그들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알고도 남음이 있다. 5년간 그렇게 당하고도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어떤 불만도 터뜨릴 자격조차 없는 정신적 노예와 다를 바 없다.

지금 사이비 보수를 퇴장시킬 절호의 기회

결론적으로 지금의 대한민국에 보수는 없다. 사이비 보수가 있을 뿐. 이제 사이비 보수를 역사의 전면에서 몰아내고 합리적 보수가 들어설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대선이야말로 1%밖에 안되는 거짓 보수세력을 퇴장시키고 우리 사회를 공정하고 상식과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정희 숭배자임은 당사자는 물론 국민 대다수도 알고 있는 공지의 사실이다. 그는 박정희 시대의 냉전의식과 토건개발 권위주의 등 악습을 모조리 되살려 놓았으며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마저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여기에 다시 박정희를 반인반신으로 받드는 세력에 집권연장을 허용한다면 그 결과는 아마 상상을 초월하는 형태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 자명하다. 박정희주의와 유신세력은 청산해야 할 대상이지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대안은 절대 될 수 없다. 반민주ㆍ반통일ㆍ반인권ㆍ반노동ㆍ반환경ㆍ반복지로 일관한 지긋지긋한 환멸스런 경험에도, 그보다 더 거꾸로 가는 길을 선택한다면 민주주의는 허울만 남게 되고 양극화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며 가뜩이나 미흡한 사회의 자정 능력은 급속히 붕괴하고 말 것이다.

현 정권보다 더한 악정을 겪어봐야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고 일부 모험주의자들은 말한다. 그러나 10년이란 기간은 그간 다져온 사회 각 부문의 개혁을 모두 도로로 만들 수도 있다는 위험을 직시해야 한다. 현안이 되고 있는 경제적 불평등도 문제이겠지만 이미 노골화한 권력과 재력 그리고 언론의 결탁이 더욱 구조화하여 수술이 불가능해지는 사태도 우려해야 할 점이다. 거기에다 역사와 교육이 무너지고 나라의 정체성마저 훼손된다면 이의 복원을 위해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짐은 결코 가볍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지금 오랜 기간 존속해온 특권세력의 구체제를 용인하느냐 아니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느냐는 갈림길에 서있다. 유신선포 40년을 막 넘긴 지금 공교롭게도 우리는 박정희주의와 유신체제에 대한 평가를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 부활하는 유신 망령을 잠재우고 사이비 보수세력의 장기집권을 막아야 할 역사적 과제가 바로 목전에 다가와 있다.

상식과 정의가 살아 숨쉬고 평화와 복지가 흘러넘치는 나라, 필부필부 선남선녀가 열심히 일하고 서로 따뜻하게 보듬는 나라, 합리적 보수와 진보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수 있는 나라, 그래서 모두가 함께 행복해 할 수 있는 나라. 우리가 지향해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상이 아닌가. 그 가능성을 여는 첫걸음이 12월 19일 우리의 선택으로부터 시작된다.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총장

2012년 12월 4일 화요일

경제민주화? 문제는 빈곤이야!


이글은 프레시안 2012-12-04일자 기사 '경제민주화? 문제는 빈곤이야!'를 퍼왔습니다.
[김윤태 칼럼](8) "보수세력 집권하면 복지국가 비전 사라진다"

세계 최초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조사한 나라는 어디일까? 1889부터 1903년까지 영국에서 빈곤에 관한 실태조사가 실시되어 (런던 시민의 생활과 노동)이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그런데 막대한 돈을 들인 이 조사는 영국 정부가 실행한 것이 아니었다. 찰스 부스라는 리버풀 출신 성공한 기업가가 사재를 털어 실시한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집을 찾아가다

찰스 부스가 런던의 빈곤 실태를 조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인구조사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매우 정치적인 목적이다. 그는 당시 맑스주의자들이 모인 사회민주연맹(SDF)의 지도자 헨리 메이어스 하인드먼이 런던의 빈곤계층이 25%에 달한다고 주장에 매우 회의적이었다. 당대 최고로 부유한 도시로 꼽히던 도시 런던에 빈곤계층이 많다는 주장을 동의할 수 없었다. 그는 맑스주의자들이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회조사의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1889년 발표한 첫 번째 보고를 보면 런던 동쪽 이스트앤드 주민 가운데 약 35%가 빈곤상태에 살고 있었다. 1891년 발표한 두 번째 보고를 보면 전체 런던 주민의 빈곤율이 31%라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맑스주의자들이 주장한 비율보다 더 높았다.

찰스 부스가 고용한 조사원들은 질문지를 들고 런던의 가정을 직접 방문하고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가구 당 한 달 수입과 가족의 수에 대해 묻는 한편, 식구들이 하루 동안 먹는 빵, 우유, 설탕의 양을 조사하였다. 부스의 보고서는 약 4-5인 정도의 한 가구당최저생계비를 가리키는 용어로 '빈곤선'(poverty line)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이는 당시 화폐 단위로 10 내지 20 실링에 해당하는 돈이었다.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뉴시스

높아만 가는 한국의 빈곤율

한국 정부가 '빈곤선'을 정기적으로 계측하기 시작한 시점은 1999년부터이다. 1997년 외환위기가 엄청난 사회적 고통을 만들면서 빈곤에 관한 체계적 연구가 시작되었다. 김대중 정부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하면서 빈곤선을 측정하는 지역과 대상이 서서히 확대되었다.

공식적 빈곤율의 측정을 위해 농어촌 지역이 포함된 시기는 2003년이었으며, 1인 가구가 포함된 시기는 2006년 조사가 실시 된 이후이다. 하지만 아직도 농어가 가구는 빈곤율의 측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빈곤의 실태를 완전하게 파악하여 시기별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전반적인 추이는 살펴볼 수 있을 뿐이다.

1997년 한국 경제를 강타한 외환위기는 2000년에 이르러 김대중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종료가 선언되었다. 그러나 외환위기의 극복 이후에도 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을 가진 인구를 가리키는 '상대적 빈곤율'은 예전에 비해 더 높은 상태로 남아 있다. 현재와 같은 빈곤의 범위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에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의 평균 빈곤율인 11.1%를 상당히 웃돌고 있다. 한국은 미국, 일본과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 상대적 빈곤율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한국의 빈곤율은 대륙 유럽 국가와 북유럽 국가의 2배에 이른다.

다른 한편 소득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는 0.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의 평균 0.31을 약간 상회하였다. 지니계수는 가구당 소득을 측정하기 때문에 소득이 적은 노인 가구의 수가 많을수록 높아지는 경향이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 노인 인구보다 적은 노인 인구를 가진 한국의 지니계수는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러나 P90/P10 배율은 4.73으로 OECD 평균 4.16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특히 최상위와 최하위 소득 분위 사이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위 1%의 부의 집중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의 연 소득금액 1억원 이상을 가진 상위 1%의 인구는 약 18만 명 정도이며, 전체소득의 16.6%를 차지한다. 이는 미국의 17.7% 다음으로 세계 2위이다.

가난한 삶을 돕는 사회정책

19세기 말 영국의 찰스 부스는 사회조사를 실시 한 후 사회주의로 기울지는 않았지만,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동정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1902-3년 발표한 찰스 부스의 세 번째 보고서는 '제한적 사회주의'를 위한 노령연금의 도입을 주장했다. 부스는 그러한 개혁만이 영국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찰스 부스의 보고서는 엄청나게 커다란 반응을 일으키고, 런던의 빈곤층이 증가하는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커졌다. 결국 찰스 부스의 사회조사는 빈곤계층을 줄이기 위한 영국 정부의 사회정책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한국에서도 빈곤에 맞서 싸우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빈곤의 해결을 위해서는 개인의 자립심, 가족의 지원, 사회적 신뢰와 상호부조, 기업의 고용 창출과 사회적 책임의 이행도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 차원에서 빈곤위험을 예방하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제도를 설계하고 구체적 정책을 실행할 책임은 바로 국가가 가지고 있다. 빈곤은 자연의 법칙에 따른 결과이거나 게으르고 무능한 개인이 자초한 불행이 아니라 바로 사회 제도의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볼 때 국가의 적극적 역할은 사회의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지출 비율은 약 8%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한국의 낮은 수준의 복지는 빈곤의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취약집단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할 뿐 아니라 사회갈등의 비용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2009년 쌍용자동차의 2646명의 노동자의 정리해고에 맞선 파업 현장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참혹한 고통을 겪었으며, 그 후 수년 동안 22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애석하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있었다.

이들의 불행은 그저 기업과 노동조합의 책임이 아니다. 바로 국가와 우리 모두를 포함한 국민이 함께 짊어져야 할 공동의 책임이다. 우리가 더 좋은 국가를 만들었다면 이들의 불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국가가 잘 만든 복지제도는 사회평화와 국민통합을 가능하게 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모험에 도전하며 창의성을 발휘하고 더 많은 행복을 누리게 만들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이는 공약이 사라진 대선

최근 한국의 대선은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한반도 평화를 내세운 후보들의 공약이 가득하다. 그러나 거대담론이 난무하지만 구체적 법안과 재원 마련에 관한 계획은 분명하지 않다. 특히 대선 후보들이 빈곤율을 얼마나 낮추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후보는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이명박 정부는'747 공약'을 내걸고 경제성장율 7%와 1인당 국내총생산 4만 달러를 제시했지만 모두 사기극로 끝이 났다. 유럽의 미국의 선거에서 정치인이 성장률과 국내총생산을 내세우는 나라는 없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일자리를 몇 개 만들고, 사회보장예산 얼마만큼 늘리며, 실업율과 빈곤율을 어는 정도 줄일 것인지 아주 구체적인 정책 목표를 제시한다. 그러나 한국의 선거는 아직 그런 공약이 없다.

2012년 대선은 한국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의 자유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진행되면서 중산층과 노동자들의 삶은 매우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되었다. 앞으로 보수세력이 집권한다면 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국가의 비전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한국 복지국가 5개년 발전계획이 필요

진보세력은 무엇보다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5년 이내에 고용율을 75% 수준으로 올리고, 빈곤율을 10% 이하 수준으로 낮추고, 연구개발투자를 2배 이상, 직업훈련 예산을 3배 증액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닥쳐올 경제위기를 대비하고 사회 대통합의 여정을 시작하는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2012년 대선에 진보세력이 집권한다면, 새로운 대통령은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취임 직후 대통령 직속 '복지국가위원회' 설치해야 한다. 대통령이 국회와 대화를 통해 국회의 모든 정당, 시민단체를 포함한 초당적 합의 기구로 복지국가위원회를 구성하여 향후 10년 이내에 성숙한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사회협약 정치를 추진해야 한다. 노사정 3자의 사회적 협의 기구의 운영을 강화하고 교육, 의료, 복지의 개혁을 위한 노조와 기업의 상생협력과 사회평화의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진보정권이 집권 6개월 이내에 새로운 복지국가위원회가 '한국형 복지국가 5개년 발전계획'으로 복지국가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민적 합의를 만드는 꿈을 생각해본다. 10년 후 2차 5개년 계획이 완성되어 성숙한 복지제도를 갖는 한국 사회를 상상해본다. 부디 내 꿈을 이루는 날이 바로 12월 19일이 되기를 간절하게 기대한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

2012년 5월 11일 금요일

[사설] 통합진보당에 대한 실체 없는 색깔론 공세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10일자 사설 '[사설] 통합진보당에 대한 실체 없는 색깔론 공세'를 퍼왔습니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을 틈탄 보수세력의 색깔론 공세가 도를 넘어섰다. 진보정치세력에 대한 수구언론의 색깔 덧씌우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아예 통합진보당을 ‘간첩의 소굴’로 몰아가겠다는 기세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저지른 민주주의 가치의 훼손이다. 이념이나 사상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인 절차적 정당성 준수의 문제다. 당권파들이 보이는 비상식적이고 독선적인 행동은 물론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당내 일부 세력의 정파 온정주의와 패권주의, 비밀주의 행태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지만 그것을 곧바로 북한 추종, 주사파, 반국가 조직 재건 등과 연관짓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자 사안의 본질을 크게 호도하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색깔 덧씌우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구체적 증거가 너무 불충분하다는 점이다. 보수언론의 기사는 대부분 ‘정부 소식통’ ‘정보당국’ 등 실체가 모호한 관계자를 인용하고 있다. 언론보도의 기본이라 할 6하원칙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종북 민혁당, 하영옥 주도로 조직재건” 등 당사자와 통합진보당에 치명적인 내용을 아무 거리낌 없이 보도하고 있다.
보수언론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약한가는 ‘정보당국이 찾고 있다’던 하영옥씨가 곧바로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나선 데서도 입증된다. 하씨는 “언론이 기초적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데 대해 민형사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혁당 조직 재건 여부는 앞으로 사실관계를 명백히 가려야 하겠지만 멀쩡히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두고 “정보당국이 행방을 찾고 있다”고 말한 대목에서부터 보도의 신빙성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보수언론뿐 아니라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도 엊그제 논평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은 북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반민주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북한 선거에서 100% 찬성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어도 투표 부정으로 논란이 빚어졌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통합진보당 사태에 억지로 북한을 끌어들이려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보수세력들이 색깔론 공세로 노리는 바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로기 상태에 빠진 통합진보당에 치명타를 가하고, 대선 등을 앞두고 진보진영 전체를 친북 위험세력으로 몰아가는 효과를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철 지난 색깔론 공세는 너무나 치졸하고 비겁하다. 색깔이 아니라 민주주의 문제만 이야기해도 통합진보당에 너무 할 말이 많지 않은가.

2012년 4월 24일 화요일

“어떤 언론을 원하는가… 독자들이 답을 해야 할 차례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24일자 기사 '“어떤 언론을 원하는가… 독자들이 답을 해야 할 차례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언론사 파업, 장기전을 대비해야”

한홍후 성공회대 교수는 언론사 파업이 시작된 이후 각 사업장을 돌면서 파업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벌였다. 현대사인 자신의 전공에 맞춰 그동안 정권의 언론장악과 이에 대한 언론인들의 저항의 역사를 소개하고 파업 언론인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한 교수는 이번 언론파업이 “이명박 정권 언론장악의 결과물”로 이는 70년대 동아투위 등 자유언론을 위한 언론저항을 계승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 교수는 “보수세력이 정권을 빼앗긴 이후부터 언론과 교육을 장악하려 했다”는 점과 함께 “언론인 지위 향상과 수익구조의 변화”로 언론인들이 스스로 부역한 측면도 있음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총선이 좋은 결과를 빚었으면 쉽게 해결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제는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시청자·독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와는 23일 오전 평화박물관 교육장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정상근 기자 dal@

- 5개 언론사가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투쟁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70년대 상황이 생각난다. 유신치하에서 언론환경이 극악해지니 언론인들이 견딜 수 없어 들고 일어났고 이는 언론노조 결성 계기가 됐다. 노조가 있어야 교섭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즉 한국의 언론노조는 언론자유화를 위해 태어난 것이었다. 당시 기자들은 근무 처우가 형편없었음에도 그 주된 관심은 자유언론이었다.

지금 젊은 기자들의 파업도 이와 유사하다. 이명박 정권이 벌인 언론장악의 결과물인 것이다. 언론장악이 이어지면서 자유언론 환경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권력을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본령인데 이것이 허물어졌다. 기본적으로 지식인인 언론인들로서는 그 모멸감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없었다면 이렇게 한꺼번에 파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민주화 이후 상식적 수준의 민주주의는 자리 잡았다 생각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 한 것이 비민주적 언론장악이다. 그 역사적 맥락은 무엇인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 줄 선 언론인만 200여명이었다 하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그들에게 자리 하나씩 챙겨주려다 물꼬가 안 트이니 (전 정권에서 임명된)사장을 몰아내는 줄 알았다. 그런데 계속 보다보니 그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왜 저럴까 생각해보니 보수세력이 자기들이 어떻게 정권을 유지했고 빼앗겼는지, 나름 반성과 평가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말 안 듣는 비판적 지식인을 잡아 두들겨 패고, 가두는 한편 언론과 교육을 쌍포로 장악하고 일반대중을 욕망의 정치로 끌고 나갔다. 그런데 민주화 과정은 이를 털어버리는 과정이다. 당장 박종철 사건을 거치면서 잡아놓고 두들겨 패는 일이 없어지지 않았나.

언론도 장악하기 어려워졌다. 언론노조가 만들어졌고 언론민주화 투쟁을 거치면서 한겨레가 탄생하기도 하고 방송보도도 점차 개선되었다. 여기에 인터넷이 생기면서 언론환경이 변했다. 교육도 전교조가 생기면서 마음대로 하기 어려워졌다. 수구세력은 이 때문에 정권을 내줬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보수세력은 6월 항쟁에도 불구하고 정권유지는 성공했지만 곧 위기를 맞았다. 일본 자민당보다 오래가는 100년 정당이라며 3당 합당을 통해 민자당을 만들었지만 불과 7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그 사이 공포정치는 먹히지 않게 되었고 언론·교육은 놓쳤다는 것이 패인분석이었을 거다.

그나마 97년에는 저들도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라살림이 거덜나 IMF가 터졌고 이인제 효과에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문제, 김현철 스캔들이 터졌다. DJP연합도 있었다. 사실 김현철 스캔들로만 정권이 교체된다 해도 아무 이상할 게 없었다.

문제는 2002년 선거다. 여기서 또 지니 ‘멘붕’이 된 것이다. 그 상태에서 한 것이 탄핵이다. 여기서 수구세력은 언론과 교육을 되찾아야겠다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뉴타운 같은 욕망의 정치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만약 민주정권 10년 동안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으면 괜찮았을 것이나 민주정권에서도 재벌만 살맛났다. 이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데 그 반성 없이 민주당이 저러고 있으니 돌아버릴 지경인거다.

어쨌든 수구세력은 탈환과 유지를 위해 교육에서는 전교조를 치기 시작했다. 일제고사를 거부한 선생님을 치고, 정치참여에 유죄판결을 내리고, 교과서 고쳤다. 그리고 이와 함께 방송은 쭉 장악해 들어간 것이다.”

- 정권 뿐 아니라 이에 부역한 언론인도 문제다. 불과 몇십년 전에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던 언론인들이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는 것인가?

“미묘한 부분이다. 우선 70년대 투쟁 중 많은 좋은 언론인들이 쫓겨났다. 광주의 경우 남은자의 슬픔은 긍정적인 힘이 되었고 이것이 6월 항쟁까지 만들어냈지만 언론은 그렇지 않았다. 동아일보에서 당시 250명이 파업을 했는데 절반의 강성이 쫓겨나고 절반의 약이 남은 거다. 당시는 아주 작은 차이었다. 어머니가 아프고 아들이 아파 외면할 수 없어 들어갔던 사람들이다. ‘형 미안해’ 하면서 들어가고 ‘빨리 들어가’라고 보냈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해직자들이 매일 출근 투쟁을 벌이자 처음에는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가던 사람들이 짜증이 나기 시작한 거다. 미안하다가 부담스럽다가, 짜증나는 과정. 그러면서 점점 거리가 멀어졌다.

또 하나. 80년대 들어오면서 언론인 지위와 역할이 달라졌다. 전두환 정권이 언론탄압도 많이 했지만 급여수준을 엄청나게 높였다. 독일에서는 기자들이 노동자의 평균임금 조금 아래를 받는 것이 언론이 가장 건강해질 수 있는 길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게 한국 언론인들의 급여가 뛰면서 사라진 것이 연탄, 버스, 지하철 기사다. 대신 아파트나 마이카 같은 기사가 나오는 것이다. 기자들 눈이 높아졌기 때문에.

앞서 박정희가 유정회를 만들면서 각 신문마다 1명씩 국회의원 자리를 줬다. 언론사 정치부장, 논설위원 하다가 국회로 가는 것이다. 그러니 국회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은 알아서 기는 거다. 그럼 성과가 있어야지? 그래서 젊은 기자들의 기사를 자르고 못쓰게 한다. 이걸 각 언론사에서 경쟁적으로 했다. 지금은 유정회가 없어졌지만 국회의원 제도는 여전히 개판이다. 우리나라처럼 언론인, 검찰 출신 정치인이 많은 나라는 세상에 없다. 감시해야 고쳐야 할 인간들이 그리로 가니 개판되는 것이다.

또 다른 요인은 언론 내부의 분리다. 50년대 까지만 해도 권력이 언론을 탄압하면 신문사가 하나가 되어 싸웠다. 그런데 언론이 자본화 되면서 60년대부터 이것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박정희가 외국에서 차관을 들여 신문사에 투여하면서 신문사가 기업처럼 커졌다. 수익구조는 구독료의 비중이 줄어들고 광고료가 늘어난다. 그러니 언론이 독자보다 광고주 눈치를 더 살피고 보수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로 싸우던 신문사는 발행인과 편집인, 기자로 따로 나눠졌다. 60년대 중반에도 박정희에 충성하는 언론인들이 생긴다. 백성이 싸우는데 성주가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미 60년대부터 언론자유 최대의 적은 권력이 아닌 사주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동아일보 싸움만 해도 사주가 깡패 동원해 기자들을 몰아내지 않았나?”

- 파업언론이 보도공정성 문제로 제기하고 있지만 선배들은 대체로 사측 편에 서 있다.

“언론이 힘을 갖는 것은 독자가 있기 때문이다. 김제동 개인이 무슨 힘이 있겠나? 김제동을 사랑하는 팬이 있기 때문에 힘이 생기는 거다. 기자들 하나하나가 어떻게 사주를 당하겠나? 독자들이 성원해줘야 한다. 내 신문이 권력에 굴복하는 신문이 되길 원하는가? 비판적인 신문을 원하는가? 그걸 생각해야 한다.

국민일보는 순복음교회가 밥줄인데, 독자들 중 기독교인도 많을 것 아닌가? 한국 기독교에 국민일보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 바라면 그들을 응원해야 한다. 문제는 관심을 갖는 독자가 아니면 파업 전후 신문이 어떻게 바뀌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외형상 차이가 안 나기 때문에. 그 구조를 뚫어야 한다. 독자들이 ‘신문 왜 이래?’라고 느끼게 하는 것. 그게 관건이다.

아마 총선 이후 새 국면이 만들어지면 쉽게 가능했을지 모른다. 사주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언론정책에 압력을 넣으면 되는데 당장 그것이 어려워졌다. 그러니 바로 KBS가 기자를 짜르고 MBC는 조직개편을 밀어붙인다. 이제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 파업에 종사하시는 분들 특히 국민일보는 130일이 넘었다. 많이 어려울텐데…. 더 힘을 내고 길게 가야 한다.”

- 총선결과로 언론자유화 세력이 국회에 많이 입성했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나 역으로 언론이 파업을 함으로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아쉬움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파업을 접고 돌아갈 논리는 안 된다. 물론 내가 언론인이 아니기에 그 결정에 관여할 수 없지만 역사적 전례를 볼 때 파업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대로 그냥 돌아갔을 때의 좌절감과 패배감은 역사로 증명된다.

동아일보에서 싸운 사람 100명이 이후에도 남았는데 왜 동아일보가 저렇게 되었겠나? 패배감과 열패감으로 다신 파업 안한다는 생각을 한 거다. 더욱이 지금은 혼자가 아니라 5개 언론사가 동시 파업하고 있다. 그 상황을 끌고 여기까지 왔는데 유야무야 할 수 없다. 개별 사업장과 언론노조 지도부가 용기와 지혜를 짜내야 한다.”

-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부산일보 사태 대처를 보면서 박 위원장의 언론관에 어떤 평가를 내리는가?

“꽝이다. 본인이 딸이니 아버지를 비판하긴 힘들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도 그게 아니다. 다만 아버지 시대에서 일어난 잘못된 것들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면 털고 가야 한다. 정수장학회 문제만 해도 김지태가 본인의 의사에 반해 재산을 빼앗겼다면 원상회복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런 원칙적인 말 한마디는 해줘야 한다. 유신시대 때 언론인들이 많은 불행을 겪었는데 ‘다신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는 해야 한다.

설령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을 하면 어떤가? 민주주의만 제대로 한다면, 그런데 과연 저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무책임한 사람이 국가를 맡을 수 있을까? 아버지 일이라며 방치하고 자신도 수십억을 챙겼다.나도 언론에 관심이 많은 한명의 시민이자 역사학자로서 그 얘기를 듣고 싶다. 박근혜가 답변을 할 때 까지 정수장학회나 경향신문, 박정희의 언론탄압 문제를 매일 트위터를 통해 제기할 것이다.”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정상근 기자 dal@
- 그나마 이명박 보다는 낫지 않을까?

“박근혜는 최소한의 함부로 움직이거나 천박하게 행동하진 않는다. 공주답게 행동하는 부분이 있다. 이명박은 그야말로 생양아치 아닌가? 이렇게 나라를 운영하고 체면이고 뭐고 없이 먹튀 정권이 될 것이다. 아마 선거가 끝났으니 지난 4년 동안 팔아치운 것 보다 남은 1년 간 팔아치울게 더 많을 것이다. KTX만 봐도 그렇지 않나?”

- 모두 정치권력의 교체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은데, 또 다른 활로나 출구는 없을까?

“장기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체력안배도 하고, 독자나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야 한다. 그 새로운 시도가 뉴스타파 등이다. 그나마 팟캐스트 환경이 주어지면서 과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유쾌하게 가자. 권력에 엄숙함을 조롱하고 서로 상처받지 않게 다독여야 한다. 결국은 우리가 이길 것이다.”

- 연합뉴스 사원 추천으로 사장추천위원회에 들어갔지만 박정찬 사장 연임을 막지 못했다.

“뭐 들러리가 된거다.(웃음)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노조 추천이라고 해야 5명의 추천위원 중 1표일 뿐이다. 그리고 후보군을 복수추천 하기로 되어 있는데 2명밖에 지원을 안했더라. 복수 추천해야 하니 그 두 명을 추천한거다. 나도 그런 곳을 처음 가봤는데 무력감을 느꼈다. 물론 구조적으로 노조 추천위원이 들어가는 것이 100배는 낫지만.

보다 구성원들의 의사가 강력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입법화해야 할 것 같다. 그걸 하려면 국회 다수를 차지해야 했다. 하지만 당장 어려워졌어도 문제제기는 해야 한다. 노조가 실질적으로 사장 선임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일단은 선출권이 없어도 비토권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내부 구성원들이 비토하는 사람은 안 되야 한다. 권력층에서 내려오더라도 내부를 합리적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나마 낫지 않겠는가?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을 보내 매일같이 출근거부 투쟁하고, 그런 식으로 피차간에 모멸감을 느끼면 다닐 수 없는 것 아닌가?”

- 최근 언론파업 현장을 다니며 강연을 했는데 젊은 기자들을 보며 느낀 생각은? 

“젊은 기자들이 아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현장의 이야기를 썼으면 좋겠다. 너무 구조적이거나 사회과학적인 것 말고 숨소리가 들리고 살 냄새가 나는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에 비정규직이 몇%인지 볼 수 있는 기사도 필요하지만 비정규직 누군가의 하루, 쌍용차 노동자의 문제, 그 아이들의 삶 이런 기사를 생생하게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언론사 가면 국장급 나이다.(웃음)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기자들도 있고, 아마 파업하는 기자들 중에 자기가 파업을 하게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그래도 옛 언론투쟁 얘기를 하면서 예전보다는 지금이 낫다는 말을 하곤 한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2012년 4월 13일 금요일

숨은 표는 왜 숨어버렸나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12일자 기사 '숨은 표는 왜 숨어버렸나'를 퍼왔습니다.
[창비주간논평] 심판론에 안주하고 진영논리에 갇힌 야권의 아쉬운 패배

여론조사도, 출구조사도 빗나갔다. 숨은표를 말하던전문가들의 예상도 어긋났다. 2012년 의회권력과 행정부권력을 교체하는 두번의 선거 중 한번은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획득으로 끝났다. 새누리당이 획득한 승리라기보다 야당이 헌납한 승리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국민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지도 못하고 역사적 기회를 놓쳐버렸다.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 부조리함과 불공정함의 원흉으로 비난받던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은 위기 속에서 진화한 반면 민주진보진영은 심판론이라는 손쉬운 카드에 기대었다. 쇄신과 변화는커녕 퇴행을 반복했다. 기대에 못 미친 투표율이 이를 말해준다. 그 결과 끝까지 유보적 태도를 보이면서 숨어 있던 젊은층에게 투표할 이유를 제공하지 못했다. 역대 선거에서 야권의 승리는 늘 높은 투표율, 특히 젊은층의 적극적 참여 덕분이었다. 투표할 적극적 이유와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때 정치와 거리를 두었던 층도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드러냈던 것이다.

숨은 표를 끌어내지 못한 무능과 오만

두어달 전만 하더라도 젊은층의 정치적 관심과 선거참여 의지는 매우 높았다. 지난 2월 2040세대를 대상으로 한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이전보다 정치적 관심이 높아졌다는 응답이 20대는 59.7%, 30대는 49.9%에 이르렀다. 이를 떠받치고 있던 것은 정치적 효능감으로 '총선과 대선에서 시민의 참여가 정치와 정책을 바꿀 수 있다'는 의견이 63.2%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난 2개월 동안 민주진보진영이 보여준 행태는 무능과 오만 자체였다. 이미 준비가 된 2040세대를 다시 숨어버리게 하고 결국 투표장으로 끌어오지 못한 무능, 별다른 노력 없이도 이 층은 야권지지 표밭이라는 오만이 낮은 투표율로 나타난 것이다.

야권연대도 큰 울림을 주지 못했다.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을 이미 이런 틀로 치른 바 있어 신선함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야권연대를 채울 내용, 즉 아젠다와 전망이 필요했지만 오히려 내용적으로는 더 후퇴했다. 관악을, 성남중원 후보 사퇴 파동은 진보진영의 자기성찰, 자기검열이 얼마나 안이했는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13석을 획득한 통합진보당도 외형적으로는 선전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정체성 위기 등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정당'이 울산, 창원 등 노동자 지역에서 외면당했다. 노동자 기반을 상실한 진보정당을 진보정당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정체성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또한 비례득표율도 10.3%에 그치면서 2004년 총선의 13.1%에도 못 미쳤다. 정책과 가치를 중시하는 진보정당의 특성상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에서 득표율이 대체로 높다. 진보진영이 주장하는 정치제도 개혁의 가장 중요한 화두도 독일시 정당명부제 등 비례대표 확대였다. 그런데 비례대표 후보들의 면면이나 선출과정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면서 비례득표율도 낮게 나타났다. 아무리 좋은 정책, 공약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것을 실천하는 것은 정치인이다.



▲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당선자들의 현충원 참배 ⓒ뉴시스

심판론에 갇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선거

그렇다면 민주진보진영이 역사적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처참하게 패배한 원인은 무엇인가? 여러 요인들이 서로 엉켜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심판론에 갇혀 변화에 대한 비전과 전망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의 대부분의 선거가 사실상 정부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서울시장선거는 심판선거의 절정이었다. 심판으로 나타난 분노의 에너지는 순간의 열기는 뜨겁지만 지속되기 힘들다. 그 자리를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과 전망으로 채워야 했으나 야권은 이를 채울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지난 5년간 성찰과 치열한 준비를 통해 변화를 도모하지 못하고 반MB 정서와 근거 없는 낙관에 안주해온 셈이다.

무엇보다 무상급식 논란 이후 복지, 경제민주화 등의 정책이슈를 통해 새로운 균열축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1%만 대변하는 낡은 틀을 대체해 지금까지 정치로부터 배제되었던 서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99%를 위한 연대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외면했다. 아니, 수행할 만한 능력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특히 복지 이슈의 경우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보육 등 '무상'만 강조할 뿐 구체적 실행프로그램이 부실하다보니 박근혜식 복지와 차별화되기 어려웠다. 말만 앞세우고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 정책은 힘이 없다. 오히려 재원 문제 등에 대해 여당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민주진보진영의 패배와 관련해 묵과할 수 없는 것은 진영논리의 위험성이다. 내부의 과오는 진영논리 앞에서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거나 무시되었다. 민주통합당의 임종석 사무총장 임명 및 단수 공천, 이화영 공천은 그 단적인 사례다. 재판중이거나 수사중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의도된 수사라는 명분,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어 한명숙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이들을 감싸안기에 급급했다. 만일 새누리당이 동일한 상황에 처할 때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을까? 통합진보당 역시 관악을 선거에서 부정이 드러났음에도 이를 단순한 실수로 축소하고자 했고, 또한 성추행 의혹 후보를 감싸안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진보는 더이상 도덕적 우위를 내세우기 어렵게 되었다.

진영논리의 위험성, 공정하지 못한 이중잣대

진영논리가 위험한 것은 내부를 향한 비판이 들어설 여지가 없으며, 성찰의 공간이 닫혀 있기 때문이다. 성찰의 공간이 부재할 때 그 공간은 안팎으로 소통하지 못하고 고인 공간, 진화가 불가능한 공간이 된다. 또한 진영논리는 공정하지 못하다. 내부와 외부에 다른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중잣대다. 국민이 이명박정부에 분노했던 가장 결정적 이유는 부자, 재벌에게만 기회가 열려 있고 서민에게는 기회가 닫혀 있는 불공정한 질서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진보진영도 진영논리에 갇히면서 공정성을 상실했다. 지금까지 야권에 유리한 역사적 기회를 만드는 데 기여한 '나꼼수'도 반MB라는 명분하에 내 편과 네 편을 가르고 내 편의 과오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민주진보진영이 진영논리에 갇히고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결국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다. 큰 명분보다 작은 실리에 집착하고 오만 속에 역사적 기회를 놓쳐버렸다. 이는 공천의 부실함으로 이어졌고 충청권과 강원지역의 패배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 정당득표율에서 야권연대는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을 합친 득표율 46% 못지않은 46.6%를 얻었다. 수도권에서는 새누리당을 압도했다. 문제는 대선까지 남은 7개월 동안 치열한 내부 반성과 쇄신의 노력을 실천할 수 있느냐다. 미래를 준비하고 정책과 아젠다를 통해 지지층을 다시 결집해내기에 이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2012년 4월 10일 화요일

20대 유권자, 왜 굳이 투표장에 가려할까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10일자 기사 '20대 유권자, 왜 굳이 투표장에 가려할까'를 퍼왔습니다.


ⓒ양지웅 기자 7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투표참여 호소 셔플댄스 행사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김재연 후보와 청년들이 춤을 추고 있다.

4.11 총선을 하루 앞두고 여야 공히 투표율이 얼마를 기록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총선 승패를 가를 수도권 지역 112개 선거구 중 절반 가량이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투표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은 투표율이 60%를 넘으면 대부분의 박빙 지역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은 55% 미만이면 해볼 만한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투표율 55%를 승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보고 있다. 

55% 투표율을 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가르는 것은 젊은 유권자, 특히 20대가 얼마나 투표장으로 몰려드느냐다. 이번 선거에서 만 19세를 포함한 20대 유권자는 739만여 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18%다. 

20대를 제외한 연령대에서 평균 60%의 투표율을 기록한다고 가정할 때, 20대가 지난 18대 총선처럼 30%대의 투표율을 기록하면 전체 투표율은 54%가량으로 떨어져 새누리당의 승리가 예상된다. 반면 20대 투표율이 윗세대 평균투표율과 비슷하면 야권의 승리가 점쳐진다. 20대가 전체 투표율과 이에 따른 선거 승패의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야권 투표참여 호소에 보수세력은 '정치냉소' 퍼트리기 전략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선거 승패의 관건으로 떠오르면서 야권은 투표 참여 호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명숙 대표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대학가, 시내중심가 등 20대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서 집중 유세를 펼치고 있다. '나꼼수' 멤버들도 시청광장에 이어 부산의 주요 대학가를 순회하며 "11일은 '가카'데이"라며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야당 지지자들과 주요 정치인들은 '투표율 70%를 넘으면 00을 하겠다'라는 '이색공약'을 내걸고 유권자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투표율이 70%가 넘으면 망사스타킹과 미니스커트를 착용하겠다"고 했고, 명진스님은 "투표율이 70%가 되면 힙합바지를 입고 개다리춤을 추겠다"라고 하기까지 했다. 한명숙 대표는 '롤리폴리' 춤을 추겠다고 했고,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뽀글이 파마를 하고 유시민 대표는 보라색 염색을 하겠다고 했다. 


ⓒ양지웅 기자 7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투표참여 호소 셔플댄스 행사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김재연 후보와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안철수 원장도 "투표율 70%가 넘으면 미니스커트 입고 춤추며 노래하겠다"며 투표 호소에 나섰고, 김제동 씨는 9일 "투표율 70% 넘을 걸로 보고 미리 공개합니다. 온몸으로 투표"라며 상반신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야권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적인 투표 참여 분위기가 형성되자 보수세력은 또다시 젊은 층을 겨냥해 '정치냉소'를 퍼트리며 투표율 낮추기 전략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김용민 후보에 대한 집중포화도 이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조선일보)가 투표 전날인 10일 개재한 사설은 보수세력의 전략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설은 "이번 선거판을 통해 정치가 스스로 달라질지에 대한 희망을 상당부분 접었다"고 정치불신을 자극한 후, "저질 의원들이 제발로 국회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국민이 투표를 통해 그런 그들을 뽑은 것이다"라며 국민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뽑을 만한 사람이 없는데 뽑은 국민이 잘못이라는 얘기다. 사실상 투표하지 말라는 말에 가깝다. 사설은 "우리 정당이 아직 이런 수준이라면 국민도 대의정치 정신에 맞춰 선거 때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잠시 접을 수밖에 없다"라고까지 했다. 

20대들이 왜 굳이 투표장으로 가려할까

그렇다면 4월 11일 투표 당일, 과연 20대들은 투표장으로 몰려가게 될까. 최근 몇 년 간 진행된 과정을 살펴보면 이번 총선에서도 이들은 투표소에서 '냉소'를 떨치고 '개념'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몇년간 진행된 선거가 '세대 대결' 구도로 전개되고 있으며 이 현상속에는 '계급 대결'이 숨어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암울한 현실에 대한 젊은 층의 분노가 표출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최근 젊은 층의 투표율이 올라가고 이들이 대부분 야권성향인 현상에 대해 (진보 세대가 지배한다)의 저자 유창오 씨는 "지금 사회에 새롭게 진입하는 20대는 중심부 노동시장에 편입될 기회가 거의 없다"며 "보수세력은 2040세대와 그 윗세대가 정치적으로 반목하는 것을 놓고 세대갈등이라고 말하지만, 본질은 계급투쟁"이라고 주장했다. '하류사회'라는 책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계층간의 갈등은 본질적으로 계급간의 갈등이라고 한 일본의 미우라 아츠시와 같은 맥락이다. 세대 자체가 빈곤화되면서 이들의 분노가 정치를 통해 표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지웅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29일 오전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열린 2012학년도 입학식에서 인건 총장 등 서울시립대 관계자들과 입장하고 있다.

20대 젊은이들이 정치불신과 냉소를 버릴 계기가 마련된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곧바로 서울시립대에서 '반값등록금'이 시행됐다. 또한 오는 5월 서울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1000여명의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다. 정치를 바꾸면 자신의 삶이 실제로 바뀔 수 있다는 '정치적 경험'은 냉소를 버리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총선에서 20대 투표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MB정권 심판' 정서가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20대들의 '심판 정서'는 다른 세대와는 조금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40대 이상이 '먹고살기 힘들어졌다'는 '민생파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젊은 층에서는 MB정권의 '몰상식과 비이성적 행태'에 더 중심이 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동물에 비유하거나 작은 용량의 메모리에 비교하는 등 희화화하는 것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는 '1번 어뢰', 광우병 촛불집회를 차벽으로 막으려 한 '명박산성', 청와대 개입의혹이 있는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을 비롯해 김제동, 김미화, 윤도현 씨 등 연예인들에 대한 프로그램 하차 압력 의혹,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 등등은 젊은이들이 보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비상식적인 일들이다. 그 결과 20대들은 이를 온갖 패러디를 통해 비꼬고 희화화하면서 투표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


ⓒ민중의소리 합조단이 공식 발표가 있던 20일, 네티즌은 다양한 '북한산'제품들을 소개했다.

아울러 투표가 20대들의 일종의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도 20대 투표율 상승이 예상되는 중요한 이유다. 

최근 투표참여 운동이 벌어지면서 '개념녀'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투표가 문화가 되고 있는 현상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투표를 하는 것은 '개념 있는 행동'이고 투표를 하지 않으면 '개념이 없다'는 풍토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각 대학들에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투표하겠다'는 답이 상당히 높은 비율로 나오고 있다. 서울대 학보사가 3월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서는 투표하겠다는 답이 69.2%에 달했고, 고려대 학보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71.9%가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부산경남지역 대학 학보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무려 88%의 학생들이 투표 참여의사를 밝혔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투표율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어쨌건 투표는 해야한다'는 문화가 20대에서 상당히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래 집단에서 어떤 행동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는 순간 그 행동은 지속적으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정치에 관심없는 듯 행동하는 것이 '쿨'한 것으로 대접받던 풍토가 '투표안하면 개념없다'는 풍토로 바뀌게 되는 것. 결국 지난 6.2 지방선거 때부터 이어진 20대들의 투표참여 열기는 이번 총선에서도 다시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성일 기자 soultrane@v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