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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31일 금요일

이명박 정권 '친서민' 구호는 새빨간 거짓말


이글은 프레시안 2012-08-31일자 기사 '이명박 정권 '친서민' 구호는 새빨간 거짓말'을 퍼왔습니다.
[민생복리가 경제민주화다] '최고임금제'로 바뀐 '최저임금제'

임금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이전에만 해도 억대연봉은 거의 없었다. IMF 사태가 몰고 온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더니 이제는 억대연봉이 아니라 억대월급이 수두룩하다. 많은 사람들이 한 달에 100만 원도 못 버는데 어떤 사람들은 하루에도 이보다 훨씬 많이 버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현실에서 법제화된 최저임금마저 제구실을 못 한다.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활급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최저임금을 향상시키도록 노력해야 하나 오히려 억제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도가 현재와 같이 파행적으로 운영된다면 소득양극화는 더욱 벌어지고 이에 따른 복지수요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되었다.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가 그 이상의 임금을 주도록 법제화한 것이다. 국가는 적정임금을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2001년에야 모든 사업장에 최저임금이 적용됐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이 각각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고용노동부 장관이 결정한다. 시행 초기에는 적용범위를 상시적으로 10명 이상 고용한 제조업체로 제한했으나 이제는 모든 사업과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그런데 최저임금위원회가 연례행사처럼 인상폭을 둘러싸고 파행을 되풀이한다. 2012년 인상률을 결정하는 2011년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용자측은 상투적으로 동결을 주장하며 시간을 끌다가 막판에 가서 소액인상을 내놓고 파국으로 몰고 갔다. 2011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4320원인데 2011년에도 또 동결을 주장했다. 반대가 심하자 0.7%, 30원 인상안을 내놓았다가 최종안으로 3.1%, 135원 오른 4455원을 제시했다.

노동계는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절반 수준인 5410원에서 후퇴해 타협안으로 10.6%, 460원 오른 4780원을 내놓았다. 공익측은 조정안으로 2011년보다 6.0~6.9% 오른 4580~4620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사 양측위원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동반사퇴함으로써 파국을 맞고 말았다.

2011년 들어 소비자물가가 1~6월 연속 4%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2011년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3%로 2010년 동기의 2.7%에 비해 크게 뛰었다. 이에 따라 1/4분기 실질임금이 4.1% 감소했다. 임금이 뛰는 물가를 따라잡지 못해 급여소득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 2010년 6월 24일 서울 마포 경영자총협회 건물 앞에서 청년실업네트워크 회원들이 2011년 최저임금 인상안으로 2010년보다 8원 많은 4118원을 제시한 경영계를 규탄하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역시 '부자정권'…이명박 정부, 최저임금인상률 역대 최저

정부통계를 볼 필요가 없다. 생필품 값이 폭등세를 보여 주부들이 장보기가 겁나고 월급쟁이들이 점심 먹으러 가기가 무섭다. 여기에다 전기요금, 대중교통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을 대기한 상태다. 이런 판에 저임지대에서 가장 고통 받는 계층의 최저임금을 동결하자니, 사용자위원들이 임금을 논의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최저임금법은 생계비, 유사노동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을 따져 인상률을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생계비는 물가상승률과 연관성이 깊다. 나머지는 업종-지역의 특성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수화가 어렵다. 물가상승률이 가장 유효한 지표이다. 그런데 고작 30원이 뭔가? 10원짜리 동전은 통화가치를 상실한 지 오래다.

하루 10시간 일해 봤자 고작 300원을 더 번다. 사흘 일해야 버스나 지하철을 한 번 타면 그만이다. 최종인상안인 3.1%, 135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크게 밑돌았다. 어떤 임금인상협상도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것을 무시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파국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 이외에 달리 해석이 어려웠다.

최저임금액 이상의 지급의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문제는 사법처리된 사례가 거의 없어 이 규정이 사문화되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250만 명이고 이마저 못 받는 노동자가 200만 명이나 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청년유니온이 면접조사한 결과를 보면 서울지역 편의점의 46.5%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전교조 조사에 따라도 아르바이트 고교생의 46.8%가 최저임금을 못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종의 경우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으로 자리매김한 꼴이다.

이런 현실에서 2011년 7월 13일 새벽 공익위원들이 사퇴했던 사용자위원들과 합세해 260원 오른 4580원안을 기습처리했다. 자체조사한 생계비 상승률이 6.4%라면서 이보다 낮은 6.0%로 날치기한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13년 최저임금을 2012년보다 6.1%, 280원 오른 4860원으로 결정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최저임금 산정기준으로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를 권고한다.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시간당 실질 최저임금수준은 2010년 한국이 3.06달러로 프랑스의 30%, 일본의 40%에도 못 미친다. 그럼에도 역대 정권이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이명박 정권이 가장 인색하여 부자정권의 면모를 확인했다.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1988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이명박 정권의 인상률이 가장 낮다. 2008~2011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연평균 5.0%으로 물가상승률 3.6%를 감안하면 실질 최저임금인상률은 연평균 1.4% 수준이다. 역대정권의 연평균 인상률을 보면 김영삼 8.1%, 김대중 9.0%, 노무현 10.6%로 이명박 정권보다 훨씬 높았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 이래 역대 최저치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유지하면서도 친서민이란 구호를 외쳤으니 그 허구성을 말하고도 남는다. 단속하지 않아 최저임금 위반이 많은데도 그것을 지급능력 부족이라고 호도했다. 더러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논의하나 그보다는 저임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하려는 정책의지가 더 중요하다.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

2012년 6월 11일 월요일

[고종석 칼럼] 박근혜가 대통령이 돼선 안 될 이유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6-10일자 기사 '[고종석 칼럼] 박근혜가 대통령이 돼선 안 될 이유'를 퍼왔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정치적 과오를
손톱만큼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긍정하는 딸이기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서 극보수 새누리당이 다시 집권하든 민주통합당과 안철수를 아우른 중도세력이 정권을 되찾아오든, 민중 생활에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이다. 어려운 사람들의 기대와 환호 속에서 태어난 노무현 정권 아래서 사회양극화가 되레 심해졌다는 사실은 이런 예측을 슬며시 정당화한다. 남북관계가 더 나빠지지도 않을 것이고, 외교가 미국에 더 종속적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새로운 새누리당 정권이라 해서 전쟁을 각오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를 지금보다 더 악화시키지는 않을 테고, 유권자들의 자연스런 민족주의 감정을 거스르려 작정하지 않는 한 지금보다 더 친미적인 스탠스를 취하기는 어려울 테다. 다만 중도세력이 집권하면 이명박 정권이 크게 훼손한 시민적 정치적 자유를 제자리에 되돌려놓으리라는 예측은 가능하다.
이런 예측을 바탕에 두고, 좌파 정치권 한켠에서는 정권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계급투쟁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한다. 한정된 정치적 도덕적 열정을 정권교체 같은 허깨비에 쏟을 게 아니라, 민중 생활 개선을 위해 쓰자는 얘기다. 일리가 없지 않다. 나 역시 지난번 대선 땐 그런 생각으로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다르다. 왜? 새누리당 후보로 나올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이가 박근혜이기 때문이다. 왜 박근혜는 다른 새누리당 후보들과 다른가? 그가 박정희의 딸이기 때문이다. 낡아빠진, 위헌적인 연좌제라고? 결코 그렇지 않다. 박근혜가 아버지의 모든 것을 긍정하는 딸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의 정치적 과오를 손톱만큼도 인정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불법으로 빼앗아 지금 그가 움켜쥐고 있는 엄청난 재산을 본디 주인에게 되돌려줄 생각도, 나라에 헌납할 생각도 없다. 따라서 박근혜와 박정희를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박정희는 누구인가? 온 겨레가 일본 제국주의의 강압적 식민통치에 신음하고 있던 시절,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사를 졸업하고 일본 관동군 장교로 복무했던 사람이다. 그는 일본의 괴뢰국가 만주국의 ‘국군’에 들어가기 위해 “만주국과 조국(일본-인용자)을 위해 ‘한 번 죽음으로써 충성을 다하겠다’”는 혈서를 쓴 사람이다. 그가 관동군 장교로 복무하면서 조선인 항일투사들에게 총 한 발 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는 이미 민족을 배신한 사람이다. 민족반역자라는 말도 걸맞지 않을지 모른다. 스스로 썼듯, 그의 조국은 일본이었으니까.
박정희는 누구인가? 해방 뒤 좌익 세상이 이내 올 듯하자, 군대 안의 남로당 세포들을 거느리고 대한민국의 전복을 꾀하던 사람이다. 그 일이 발각돼 군법회의에서 제게 사형이 구형되자, 군 수사당국에 동료들을 모조리 밀고하고 제 한 목숨 건진 사람이다. 동료들을 배신한 거야 박정희의 개인윤리 문제니 그렇다 치자.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가 군부 내 남로당 프락치로 암약하며 제 새로운 조국을, 대한민국을 배신했다는 사실이다. 요즘 ‘종북’, ‘종북’ 하지만, 박정희야말로 원조 정통 종북이다.
박정희는 누구인가? 학생과 시민들의 피로 이룩한 저 빛나는 제2공화국을 군사반란으로 무너뜨리고 18년간 이 나라를 철권으로 옥죄었던 사람이다. 그 시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애매하게 빨갱이로 몰려서 죽고 다치고 갇히고 망가졌다. 그 당사자들과 유족들은 지금도 따돌림과 가위눌림 속에서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대한민국 시민들이 누려야 할 복지는 꼭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다. 정신적 복지가 외려 더 소중할 때도 있다. 그 정신적 복지 가운데 으뜸가는 것이 긍지일 테다. 민족을 배신하고 조국을 배신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사람의 딸이, 더구나 아버지가 한 짓은 뭐든 잘한 일이라고 우겨대는 딸이 공화국 대통령이 된다면, 대한민국 시민들의 긍지는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밥 세끼 입에 들어간다고 공동체의 긍지를 포기한다면,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를 게 뭔가? 그것이 박근혜가 다음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될 이유들 가운데 하나다.

고종석 언론인

2012년 4월 26일 목요일

[사설]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비굴하고 추한 몰골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25일자 사설 '[사설]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비굴하고 추한 몰골들'을 퍼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 ‘방통대군’ 등으로 불리며 현 정권의 실세로 군림해오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어제 검찰에 출석해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있다. 그런가 하면 또다른 실세로 불리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역시 출국금지와 함께 가택 압수수색을 당했고 ‘영일대군’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도 조만간 검찰에 불려올 처지에 놓였다고 한다.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비리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아무리 처음부터 이해관계로 맺어진 정권이라 해도 이렇게 처참하게 망가질 수 있는 것인지, 권력무상이란 말로도 이런 황당함을 표현하기에 부족하다.
파이시티에서 받은 돈을 여론조사 등 대선자금으로 썼다던 최 전 위원장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돌연 “얼떨결에 한 말”이라며 “개인적인 활동에 썼다”고 말을 바꿨다. 청와대가 나를 보호해줘야 한다는 말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오락가락하는 진술에도 불구하고 형사처벌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특히 파이시티 대표 ㅇ씨한테서 서울시 등의 중요 심의를 전후해 수시로 현금뭉치를 받았고, 양아들로 불리는 정용욱씨가 파이시티 투자자 모집에 관여했다는 증언까지 나오고 있어 최 전 위원장이 이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뒤를 봐줬다는 의혹은 커지고 있다.
박 전 차관 역시 이번에는 검찰 수사망을 빠져나가기 어려워 보인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씨앤케이 주가조작, 이국철 에스엘에스 회장 로비 사건 등 중요 비리 사건 때마다 거론됐으나 한 번도 처벌받은 적이 없다. 그러나 이번엔 그가 서울시 전 정무조정실장에게 전화해 “파이시티 사업이 어떻게 돼가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는 당사자의 증언이 나왔다. 어제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검찰 수사가 그를 조여가는 형국이다.
이상득 의원에 대해서도 검찰이 에스엘에스 사건에서 드러난 장롱 속 7억원과 저축은행 구명청탁 관련 4억원 수수 의혹 등에 대해 형사처벌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어제는 그가 박근혜 위원장과의 만찬 자리에서 대선 경쟁자인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를 험담하며 “대선 필승”을 위한 건배를 제의했다고 한다. 그의 처지가 처지인지라 그런 낯간지러운 발언의 의미가 각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한때나마 한 나라의 정권을 맡겠다고 나섰던 인사들의 행태치고는 참으로 추하고 비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비리를 철저하게 응징하지 않으면 권력부패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2012년 4월 24일 화요일

“어떤 언론을 원하는가… 독자들이 답을 해야 할 차례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24일자 기사 '“어떤 언론을 원하는가… 독자들이 답을 해야 할 차례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언론사 파업, 장기전을 대비해야”

한홍후 성공회대 교수는 언론사 파업이 시작된 이후 각 사업장을 돌면서 파업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벌였다. 현대사인 자신의 전공에 맞춰 그동안 정권의 언론장악과 이에 대한 언론인들의 저항의 역사를 소개하고 파업 언론인에게 힘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한 교수는 이번 언론파업이 “이명박 정권 언론장악의 결과물”로 이는 70년대 동아투위 등 자유언론을 위한 언론저항을 계승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 교수는 “보수세력이 정권을 빼앗긴 이후부터 언론과 교육을 장악하려 했다”는 점과 함께 “언론인 지위 향상과 수익구조의 변화”로 언론인들이 스스로 부역한 측면도 있음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총선이 좋은 결과를 빚었으면 쉽게 해결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제는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시청자·독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와는 23일 오전 평화박물관 교육장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정상근 기자 dal@

- 5개 언론사가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투쟁의 역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70년대 상황이 생각난다. 유신치하에서 언론환경이 극악해지니 언론인들이 견딜 수 없어 들고 일어났고 이는 언론노조 결성 계기가 됐다. 노조가 있어야 교섭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즉 한국의 언론노조는 언론자유화를 위해 태어난 것이었다. 당시 기자들은 근무 처우가 형편없었음에도 그 주된 관심은 자유언론이었다.

지금 젊은 기자들의 파업도 이와 유사하다. 이명박 정권이 벌인 언론장악의 결과물인 것이다. 언론장악이 이어지면서 자유언론 환경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권력을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본령인데 이것이 허물어졌다. 기본적으로 지식인인 언론인들로서는 그 모멸감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없었다면 이렇게 한꺼번에 파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민주화 이후 상식적 수준의 민주주의는 자리 잡았다 생각했는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 한 것이 비민주적 언론장악이다. 그 역사적 맥락은 무엇인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 줄 선 언론인만 200여명이었다 하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그들에게 자리 하나씩 챙겨주려다 물꼬가 안 트이니 (전 정권에서 임명된)사장을 몰아내는 줄 알았다. 그런데 계속 보다보니 그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왜 저럴까 생각해보니 보수세력이 자기들이 어떻게 정권을 유지했고 빼앗겼는지, 나름 반성과 평가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말 안 듣는 비판적 지식인을 잡아 두들겨 패고, 가두는 한편 언론과 교육을 쌍포로 장악하고 일반대중을 욕망의 정치로 끌고 나갔다. 그런데 민주화 과정은 이를 털어버리는 과정이다. 당장 박종철 사건을 거치면서 잡아놓고 두들겨 패는 일이 없어지지 않았나.

언론도 장악하기 어려워졌다. 언론노조가 만들어졌고 언론민주화 투쟁을 거치면서 한겨레가 탄생하기도 하고 방송보도도 점차 개선되었다. 여기에 인터넷이 생기면서 언론환경이 변했다. 교육도 전교조가 생기면서 마음대로 하기 어려워졌다. 수구세력은 이 때문에 정권을 내줬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보수세력은 6월 항쟁에도 불구하고 정권유지는 성공했지만 곧 위기를 맞았다. 일본 자민당보다 오래가는 100년 정당이라며 3당 합당을 통해 민자당을 만들었지만 불과 7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그 사이 공포정치는 먹히지 않게 되었고 언론·교육은 놓쳤다는 것이 패인분석이었을 거다.

그나마 97년에는 저들도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라살림이 거덜나 IMF가 터졌고 이인제 효과에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문제, 김현철 스캔들이 터졌다. DJP연합도 있었다. 사실 김현철 스캔들로만 정권이 교체된다 해도 아무 이상할 게 없었다.

문제는 2002년 선거다. 여기서 또 지니 ‘멘붕’이 된 것이다. 그 상태에서 한 것이 탄핵이다. 여기서 수구세력은 언론과 교육을 되찾아야겠다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뉴타운 같은 욕망의 정치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만약 민주정권 10년 동안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으면 괜찮았을 것이나 민주정권에서도 재벌만 살맛났다. 이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데 그 반성 없이 민주당이 저러고 있으니 돌아버릴 지경인거다.

어쨌든 수구세력은 탈환과 유지를 위해 교육에서는 전교조를 치기 시작했다. 일제고사를 거부한 선생님을 치고, 정치참여에 유죄판결을 내리고, 교과서 고쳤다. 그리고 이와 함께 방송은 쭉 장악해 들어간 것이다.”

- 정권 뿐 아니라 이에 부역한 언론인도 문제다. 불과 몇십년 전에 언론자유를 위해 싸우던 언론인들이 어떻게 이렇게 변할 수 있는 것인가?

“미묘한 부분이다. 우선 70년대 투쟁 중 많은 좋은 언론인들이 쫓겨났다. 광주의 경우 남은자의 슬픔은 긍정적인 힘이 되었고 이것이 6월 항쟁까지 만들어냈지만 언론은 그렇지 않았다. 동아일보에서 당시 250명이 파업을 했는데 절반의 강성이 쫓겨나고 절반의 약이 남은 거다. 당시는 아주 작은 차이었다. 어머니가 아프고 아들이 아파 외면할 수 없어 들어갔던 사람들이다. ‘형 미안해’ 하면서 들어가고 ‘빨리 들어가’라고 보냈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해직자들이 매일 출근 투쟁을 벌이자 처음에는 고개를 푹 숙이고 들어가던 사람들이 짜증이 나기 시작한 거다. 미안하다가 부담스럽다가, 짜증나는 과정. 그러면서 점점 거리가 멀어졌다.

또 하나. 80년대 들어오면서 언론인 지위와 역할이 달라졌다. 전두환 정권이 언론탄압도 많이 했지만 급여수준을 엄청나게 높였다. 독일에서는 기자들이 노동자의 평균임금 조금 아래를 받는 것이 언론이 가장 건강해질 수 있는 길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게 한국 언론인들의 급여가 뛰면서 사라진 것이 연탄, 버스, 지하철 기사다. 대신 아파트나 마이카 같은 기사가 나오는 것이다. 기자들 눈이 높아졌기 때문에.

앞서 박정희가 유정회를 만들면서 각 신문마다 1명씩 국회의원 자리를 줬다. 언론사 정치부장, 논설위원 하다가 국회로 가는 것이다. 그러니 국회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은 알아서 기는 거다. 그럼 성과가 있어야지? 그래서 젊은 기자들의 기사를 자르고 못쓰게 한다. 이걸 각 언론사에서 경쟁적으로 했다. 지금은 유정회가 없어졌지만 국회의원 제도는 여전히 개판이다. 우리나라처럼 언론인, 검찰 출신 정치인이 많은 나라는 세상에 없다. 감시해야 고쳐야 할 인간들이 그리로 가니 개판되는 것이다.

또 다른 요인은 언론 내부의 분리다. 50년대 까지만 해도 권력이 언론을 탄압하면 신문사가 하나가 되어 싸웠다. 그런데 언론이 자본화 되면서 60년대부터 이것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박정희가 외국에서 차관을 들여 신문사에 투여하면서 신문사가 기업처럼 커졌다. 수익구조는 구독료의 비중이 줄어들고 광고료가 늘어난다. 그러니 언론이 독자보다 광고주 눈치를 더 살피고 보수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로 싸우던 신문사는 발행인과 편집인, 기자로 따로 나눠졌다. 60년대 중반에도 박정희에 충성하는 언론인들이 생긴다. 백성이 싸우는데 성주가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미 60년대부터 언론자유 최대의 적은 권력이 아닌 사주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동아일보 싸움만 해도 사주가 깡패 동원해 기자들을 몰아내지 않았나?”

- 파업언론이 보도공정성 문제로 제기하고 있지만 선배들은 대체로 사측 편에 서 있다.

“언론이 힘을 갖는 것은 독자가 있기 때문이다. 김제동 개인이 무슨 힘이 있겠나? 김제동을 사랑하는 팬이 있기 때문에 힘이 생기는 거다. 기자들 하나하나가 어떻게 사주를 당하겠나? 독자들이 성원해줘야 한다. 내 신문이 권력에 굴복하는 신문이 되길 원하는가? 비판적인 신문을 원하는가? 그걸 생각해야 한다.

국민일보는 순복음교회가 밥줄인데, 독자들 중 기독교인도 많을 것 아닌가? 한국 기독교에 국민일보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기 바라면 그들을 응원해야 한다. 문제는 관심을 갖는 독자가 아니면 파업 전후 신문이 어떻게 바뀌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외형상 차이가 안 나기 때문에. 그 구조를 뚫어야 한다. 독자들이 ‘신문 왜 이래?’라고 느끼게 하는 것. 그게 관건이다.

아마 총선 이후 새 국면이 만들어지면 쉽게 가능했을지 모른다. 사주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언론정책에 압력을 넣으면 되는데 당장 그것이 어려워졌다. 그러니 바로 KBS가 기자를 짜르고 MBC는 조직개편을 밀어붙인다. 이제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 파업에 종사하시는 분들 특히 국민일보는 130일이 넘었다. 많이 어려울텐데…. 더 힘을 내고 길게 가야 한다.”

- 총선결과로 언론자유화 세력이 국회에 많이 입성했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나 역으로 언론이 파업을 함으로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아쉬움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파업을 접고 돌아갈 논리는 안 된다. 물론 내가 언론인이 아니기에 그 결정에 관여할 수 없지만 역사적 전례를 볼 때 파업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대로 그냥 돌아갔을 때의 좌절감과 패배감은 역사로 증명된다.

동아일보에서 싸운 사람 100명이 이후에도 남았는데 왜 동아일보가 저렇게 되었겠나? 패배감과 열패감으로 다신 파업 안한다는 생각을 한 거다. 더욱이 지금은 혼자가 아니라 5개 언론사가 동시 파업하고 있다. 그 상황을 끌고 여기까지 왔는데 유야무야 할 수 없다. 개별 사업장과 언론노조 지도부가 용기와 지혜를 짜내야 한다.”

-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부산일보 사태 대처를 보면서 박 위원장의 언론관에 어떤 평가를 내리는가?

“꽝이다. 본인이 딸이니 아버지를 비판하긴 힘들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도 그게 아니다. 다만 아버지 시대에서 일어난 잘못된 것들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면 털고 가야 한다. 정수장학회 문제만 해도 김지태가 본인의 의사에 반해 재산을 빼앗겼다면 원상회복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런 원칙적인 말 한마디는 해줘야 한다. 유신시대 때 언론인들이 많은 불행을 겪었는데 ‘다신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는 해야 한다.

설령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을 하면 어떤가? 민주주의만 제대로 한다면, 그런데 과연 저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무책임한 사람이 국가를 맡을 수 있을까? 아버지 일이라며 방치하고 자신도 수십억을 챙겼다.나도 언론에 관심이 많은 한명의 시민이자 역사학자로서 그 얘기를 듣고 싶다. 박근혜가 답변을 할 때 까지 정수장학회나 경향신문, 박정희의 언론탄압 문제를 매일 트위터를 통해 제기할 것이다.”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정상근 기자 dal@
- 그나마 이명박 보다는 낫지 않을까?

“박근혜는 최소한의 함부로 움직이거나 천박하게 행동하진 않는다. 공주답게 행동하는 부분이 있다. 이명박은 그야말로 생양아치 아닌가? 이렇게 나라를 운영하고 체면이고 뭐고 없이 먹튀 정권이 될 것이다. 아마 선거가 끝났으니 지난 4년 동안 팔아치운 것 보다 남은 1년 간 팔아치울게 더 많을 것이다. KTX만 봐도 그렇지 않나?”

- 모두 정치권력의 교체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은데, 또 다른 활로나 출구는 없을까?

“장기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체력안배도 하고, 독자나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야 한다. 그 새로운 시도가 뉴스타파 등이다. 그나마 팟캐스트 환경이 주어지면서 과거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유쾌하게 가자. 권력에 엄숙함을 조롱하고 서로 상처받지 않게 다독여야 한다. 결국은 우리가 이길 것이다.”

- 연합뉴스 사원 추천으로 사장추천위원회에 들어갔지만 박정찬 사장 연임을 막지 못했다.

“뭐 들러리가 된거다.(웃음)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노조 추천이라고 해야 5명의 추천위원 중 1표일 뿐이다. 그리고 후보군을 복수추천 하기로 되어 있는데 2명밖에 지원을 안했더라. 복수 추천해야 하니 그 두 명을 추천한거다. 나도 그런 곳을 처음 가봤는데 무력감을 느꼈다. 물론 구조적으로 노조 추천위원이 들어가는 것이 100배는 낫지만.

보다 구성원들의 의사가 강력하게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입법화해야 할 것 같다. 그걸 하려면 국회 다수를 차지해야 했다. 하지만 당장 어려워졌어도 문제제기는 해야 한다. 노조가 실질적으로 사장 선임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일단은 선출권이 없어도 비토권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내부 구성원들이 비토하는 사람은 안 되야 한다. 권력층에서 내려오더라도 내부를 합리적으로 이끌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나마 낫지 않겠는가?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을 보내 매일같이 출근거부 투쟁하고, 그런 식으로 피차간에 모멸감을 느끼면 다닐 수 없는 것 아닌가?”

- 최근 언론파업 현장을 다니며 강연을 했는데 젊은 기자들을 보며 느낀 생각은? 

“젊은 기자들이 아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현장의 이야기를 썼으면 좋겠다. 너무 구조적이거나 사회과학적인 것 말고 숨소리가 들리고 살 냄새가 나는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에 비정규직이 몇%인지 볼 수 있는 기사도 필요하지만 비정규직 누군가의 하루, 쌍용차 노동자의 문제, 그 아이들의 삶 이런 기사를 생생하게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언론사 가면 국장급 나이다.(웃음)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기자들도 있고, 아마 파업하는 기자들 중에 자기가 파업을 하게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그래도 옛 언론투쟁 얘기를 하면서 예전보다는 지금이 낫다는 말을 하곤 한다.”

정상근 기자 | dal@mediatoday.co.kr 

2012년 4월 22일 일요일

MB 청문회, 야권 재기의 디딤돌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4-12일자 기사 'MB 청문회, 야권 재기의 디딤돌'을 퍼왔습니다.
특별기획 '총선 분석과 정국 전망'(9)

4․11총선에서 야권이 확실히 패배했다. 그것도 야권이 의석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차버리고 오히려 새누리당에게 과반수를 헌납한 형국이 돼버렸다. 야권의 실패 원인에 대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 실패와 잡음, 야권 연대 파열음, 김용민 후보 막말 등을 이구동성으로 꼽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다 야당에 유리한 선거 프레임 설정 실패와 이에 따른 선거 주도권 상실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또 정치는 타이밍인데 이정희 통합진보당 관악을 후보 사퇴 사건과 노원을 김용민 후보 막말과 후보사퇴 권고 사건에서 보듯이 좌고우면하다 일을 그르쳤다. 사안에 대한 냉정하고도 정확한 판단이 마비돼 벌어진 일들이었다.

예를 들면 부산에서는 새누리당 문대성 후보의 석박사 학위논문 표절 사건과 하태경 후보의 친일 망언 사건 등이 잇따라 문제가 되고 경북 포항에서는 김형태 후보의 반인륜적 성범죄 의혹 사건이 문제가 됐다. 당연히 야권은 이를 줄기차게 물고 늘어졌다.

서울 후보보다 몇 배 더 큰 허물이 지방에서는 별것 아닌, 희한한 한국사회

하지만 이들 사안들은 멀리 지방에서 벌어진데다 새누리당 세력들은 오래 전부터 이와 유사한 전력이 있었던 터여서, 그리고 여기에다 보수언론의 의제 설정 외면하기 등이 겹쳐 그 악영향이 전국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이곳은 사실상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곳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그 결과도 그랬다. 범죄에 가까운 일들이, 국회의원이 되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통할 것들이 죄다 면죄부를 받은 격이다. 그 지역의 유권자 특성이나 성향, 분위기 등을 고려해야 함에도 민주당은 이를 외면했다.

하지만 서울과 서울 인접 위성도시의 유권자들은 부산이나 포항 지역 유권자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곳에서는 늘 여야 간 치열한 다툼이 벌어져왔다. 부산이나 포항에서 문제가 된 것보다 그 강도가 훨씬 낮은 도덕성 문제나 성 관련 문제도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 더군다나 그 진원지가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더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진보진영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 민주진보 진영에서는 억울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다.

실제로 사건이 터져 나왔을 때 민주진보 진영에서는 왜 언론이 같은 잣대로 문제를 다루어주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심지어는 조중동이 제기한 프레임, 예를 들면 김용민 후보 사퇴를 들어주면 조중동에 끌려 다닌다고 판단한 젊은층이 민주통합당을 버린다는 협박성 논리까지 나왔다. 지도부도 결단을 하지 못하고 뒤늦게 후보사퇴 권고라는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다. 문제가 된 후보와 당 어느 누구도 버리면 산다는 즉, 捨卽生의 참뜻을 알지 못했다. 捨卽死만 알았다. 자신이 아닌 다른 당의 허물 있는 후보에게만 이를 요구했다. 사안이 전혀 다르다는 이유를 달며.

숲 밖에서 숲을 보지 못하고 숲 안에서 나무만 본 민주진보진영

하지만 많은 유권자들은 이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고 오십보백보처럼 여겼다. 민주진보 진영은 이들 사건을 재빨리 매듭짓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다가 표를 다 갉아먹은 뒤에야 조치를 내놓았다. 숲 밖에서 숲을 보지 못하고 숲 안에서 나무만 보다 벌어진 일들이었다. 하지만 이들 사안들은 아직까지는 민주진보진영의 숙명으로 받아들여 그것에 걸맞게 전략을 세워 행동하고 결단하는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깊이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이번 총선에서 패한 민주통합당은 한명숙 대표사퇴와 문성근 대행체제로 전환된데 이어 5월4일부터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해 6월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이런 체제정비보다 더  중요한 일은 정확한 패인 분석과 이를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 있을 12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을 짜는 것이다. 혹자는 그래도 수도권에서 완승을 했기 때문에 야당이 울상만 짓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애초 야권이 생각한 총선 승리-이명박 정권 청문회 및 심판-대선 승리라는 큰 밑그림에는 상당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야권이 생각했던 국회 국정조사와 청문회 대상은 4대강, 이명박 대통령 사저 신축 관련 부정의혹과 측근․친인척 비리, 종편 선정 과정과 공영방송 장악, 민간인 불법사찰과 은폐 등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 이들 4대 청문회는 국민의 관심도도 높고 여대야소든, 여소야대든 19대 국회에서 반드시 해야 할 부분이다. 



4대 청문회는 국민의 절대적 요구, 새누리당 반대 명분 없어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도록 국회에게 국정조사권을 주었으므로 필요한 때,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 속 시원히 파헤쳐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여야 국회의원 모두에게 있다. 비록 야당이 소수라 할지라도 국민은 과반에 가까운 의석을 주었으므로 국민의 공감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여당이 다수당이라고 해서,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해서 야당의 이런 요구를 묵살하거나 축소하려 든다면 오히려 오만하다는 비판을 국민들로부터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국정조사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대상, 증인 선정과 관련해서는 여야의 견해가 엇갈릴 수 있으나 국정조사 그 자체를 새누리당이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야당이 국정조사 요구를 제기할 경우 적극적인 협력을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이미 나오고 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속마음을 비교적 잘 읽고 있는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상돈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지난12일 아침 ‘손석희의 시선집중’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수도권 유권자들은 현 정권에 대해서 대단히 비판적이라는 것이 이번에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그래서 대선에서 그것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현 정권에서 부정적인 면을 갖다가 대선 전에 털어내는 것이 그들의 마음을 잡는 데 가장 중요하다"며 "예를 들면 민간인 사찰 문제가 당장의 문제가 되겠다. 그 외에도 야권이 주장하고 있는 것들이 꽤 있지 않나. 과거 이명박 정권에서 있었던 종편 허가 과정이랄까, 4대강 사업의 배경이랄까, 이런 것에 대한 집요한 공세를 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거기에 대해서 우리 새누리당이 말하자면 현 정권과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며 국민적 의혹을 사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야권과의 적극적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시 보곺은 "살인마! 전두환", 노무현 같은 청문회 스타 나올까?

그가 열거한 내용에다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문제와 측근․친인척 비리만 보태면 바로 4대 국정조사가 된다. 여야가 만약 합의해 19대 국회가 6월부터 개원해 7월부터 청문회가 열린다면 국민들의 눈과 귀는 여기에 쏠릴 것이다. 1988년 5공 청문회의 추억을 지니고 있는 40대 중반 이후의 사람들에게는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젊은 시절로 돌아가게끔 해줄 수 있다."살인마 !전두환"을 외치던 야당의원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물론 그 당시의 청문회 열풍이 24년 만에 다시 불어 닥치고 노무현과 같은 청문회 스타가 나오려면 야당은 지금부터 밤을 새워가며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자칫 차려준 밥상마저 제대로 먹지 못한다면 대선 승리를 향한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질 것이다. 4대 청문회를 열풍 못지않은 인기 국민 청문회로 만든다면 박근혜가 다시 쌓아올려 더욱 튼튼해진 새누리성이라 할지라도 서서히 허물어지기 시작할 것이다.

안종주 기자

2012년 4월 18일 수요일

“박근혜, KTX 민영화 입장 뭐냐, MB에 묵시적 동의냐”


이글은 뉴스페이스 2012-04-18일자 기사 '“박근혜, KTX 민영화 입장 뭐냐, MB에 묵시적 동의냐”'를 퍼왔습니다.
野-트위플 “말로만 ‘서민 정책’ 운운하지 말라”

‘수서발 KTX 민영화’논란과 관련, 새누리당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야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진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1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KTX 민영화를 속도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미명아래 국가기간 교통망인 철도를 넘겨준다는 행태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KTX 민영화 민영화와 관련한 박근혜 위원장의 정확한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따져물었다. 

김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일주일도 못가서 박근혜 위원장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감독 점검하면 특혜 시비도 없어진다고 하는 한마디에 찬성입장으로 돌아선 것 같다”며 “전기, 통신, 철도 등 민영화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최고위원도 “KTX 민영화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총선 뒤로 논의하자고 하더니 박근혜 위원장이 선후 특유의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백지화와 함께 박근혜 위원장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밝힐 것을)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부겸 최고위원은 “박근혜 위원장이 (민영화에) 묵시적으로 동의한다면 이 문제를 대선 쟁점 뿐만 아니라 19대 국회에서 권력형 비리로 파헤치고 바로잡겠다. 민영화를 밀어붙여서는 안된다”며 “박근혜 위원장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김진애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민주, 진보 쪽에서 (정부가) 전반기에 민영화를 하겠다고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며 “브레이크를 거는 데에는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 이상으로 새누리당의 포지션이 제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 박근혜 위원장이 확실하게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며 “MB 정부가 마지막까지 특혜를 주려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의 입장표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지안 통합진보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명박 정부가 기다렸다는 듯 KTX 민영화 칼날을 빼들었다”며 “최근 시민을 무시하고 적자를 이유로 요금 인상을 강행하는 민자 서울메트로 9호선의 사례를 뻔히 보고서도 KTX를 민영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의 민생말살 시도에 대해 집권여당 대표인 박근혜 위원장 또한 책임을 피해가기 힘들다. 9호선 요금인상과 KTX민영화 문제에 대해 책임있게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선거 때 외쳤던 박근혜 위원장의 ‘민생이 이념’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위터 상에서도 박근혜 위원장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아이디 ‘sundu*****’는 “KTX 민영화, 지하철 요금 인상, 의료 민영화, 부자증세, 언론탄압 등등...새누리당과 박근혜는 이 문제들에 대해서 입장을 밝히라”며 “말로만 '서민 정책' 운운하며 떠들지 말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dynamicso*****’는 “박근혜 위원장이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궁금합니다. 기대는 안하지만”이라고 꼬집었다. ‘jenni***’는 “선거끝났다 이거지예~선거으 여왕 박근혜는 퍼득 답하이소마~!”라고 요구했다. ‘KDK***’은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문제에 실전에서는 침묵하는”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은 17일 “새누리당은 KTX 민영화를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신을 국토해양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과의 통화에서 “대기업에 대한 특혜와 안저성 문제 등 현재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며 “이에 대해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공청회 등을 열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권도엽 국토부 장관이 이와 관련해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부했다. 장관과 면담을 갖게 되면 정부와 당이 같이 추진하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며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오만하게 볼 수도 있다는 점도 염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강우종 기자 | newsface21@gmail.com 

이강택 "MBC 점거농성, KBS 야외농성, 5월 총파업... 이번에 결판내겠다"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17일자 기사 '이강택 "MBC 점거농성, KBS 야외농성, 5월 총파업... 이번에 결판내겠다"'를 퍼왔습니다.

ⓒ양지웅 기자 17일 정오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언론장악과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무기한 농성 중인 언론노조 이강택 위원장이 민중의 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늘 우리의 농성을 시작으로 다음주부터는 MBC노조에서 점거농성을, KBS새노조에서 야외농성에 돌입할 것이다. 5월에는 지금 파업에 참여하는 않는 언론사노조들과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이 싸움에서 결판을 내겠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등 언론노조 지도부들이 17일 '정부의 언론장악과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 위원장으로선 지난해 취임 이후 '미디어렙 법안 처리' 촉구 단식에 이은 두 번째 농성이다.

이날 농성장이 설치된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앞에서 만난 이강택 위원장은 다소 얼굴 살이 빠져 있었으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 최근 사회 일각에서는 4.11 총선에서 여대야소 국면이 변하지 않으면서 언론사 파업에도 난항이 조성될 것으로 예측했으나 이 위원장은 이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이 위원장은 "언론인들이 파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불법 사찰이 전면적으로 드러났다"며 "지금은 총선 결과를 가지고 실의에 빠져 있거나 목표를 추후로 넘길 때가 아니라 더 독하게 강하게 싸울 때"라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정권과 낙하산 사장들은 총선 이후 언론인들의 파업이 약해질 것으로보 보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박근혜 대표가 불법사찰, 방송장악에 대한 국정조사와 그에 따른 조치들을 약속할 때까지 농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오늘 언론노조 지도부의 농성을 시작으로 다음주엔 MBC노조가 점거농성을, KBS새노조가 야외농성을 벌이고 5월에는 모든 언론인들이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며 "언론이 장악된 상태에서 대선까지 치른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이번 싸움에서 끝판을 보겠다"고 강조했다.

- 이강택 위원장 등 언론노조 지도부들이 농성에 돌입한 이유는? 


ⓒ양지웅 기자 17일 정오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언론장악과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무기한 농성 중인 언론노조 이강택 위원장이 민중의 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면서 이명박 정권의 실정, 패악에 대해서 면죄부를 준 것처럼 착시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가 파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법사찰이 전면적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막연하게 심증으로만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분명하게 싸워야 한다.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달성했다고 우리가 실의에 빠져있거나 언론장악과 불법사찰 해결을 추후로 넘겨선 안된다. 

총선에서 야권이 다수 의석을 확보했다면 국회 안에서 쉽게 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졌다. 우리 농성장은 투쟁의 물꼬를 트는 거점이 될 것이다. 다음주부터는 MBC노조에서 사내 농성에 들어간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처럼 점거하며 농성하는 형태로 전개될 것이다. KBS의 경우도 새노조 전 조합원들이 KBS 인근에서 농성에 들어갈 것이다. 이후에는 연합뉴스노조, YTN노조로 확산될 것이다."

- 정치권에 '언론 불법사찰, 방송장악'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수원 20대 여성 납치살해사건과 관련 경찰조직이 통화기록을 은폐한 것처럼 국가기관이 국민을 기만하는 행동들을 감시하는 것이 언론이 해야할 역할이다. 언론에 대한 불법사찰은 언론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처다. 권력의 하수인들을 언론사 경영진으로 임명하고, 그에 충성하는 자들로 라인을 꾸리는 등 언론 사명을 뒤흔드는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표절 논란이 있는) 문대성 당선자와 (제수 성추행 의혹이 있는) 김형태 당선자와 관련 박근혜 대표가 먼저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불법사찰, 방송장악' 국정조사도 마찬가지 이유로 필요하다. 핵심적인 의혹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에 따라 합당하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사찰, 방송장악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사전에 인지를 했는지, 아니면 사주를 했는지 전모가 밝혀지기를 원한다. 명확하게 정리를 해서 다시는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방책들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근혜 대표는 국정조사를 하라는 우리의 요구에 답변을 주어야 한다."

-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19대 국회도 18대처럼 여대야소가 됐다. 국회 지형이 바뀌지 않으면서 낙하산 사장 퇴진이나 국정조사, 청문회 등이 더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굳이 조사기관 발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자유가 어느정도 퇴보했는지 우리는 체감하고 있다. 전 영역에서 감시를 받았고, 진실은 보도되지 않았다. 이 사회를 정상화하는 출발점은 언론이 제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4.11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이 됐다면 우리는 즉각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조치들을 전방위로 마련하는 등 강력한 목소리를 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언론장악세력들이 의회 다수를 차지하면서 우리가 국회에 요구하는 폭은 제한됐다. 그러나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것이 의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대중의 참여와 힘으로 사회를 바꾸고 정권을 견제하는 것을 무수히 봐왔다.

이제 우리는 국민과 소통, 참여, 연대를 통해 변화를 추동하는 방향으로 가겠다. 좀 더 시간이 걸리고 불편한 길이지만 가던 길을 멈출 수가 없다. 완급조절이 필요한 시기지만, 우리가 가야할 목적지는 변함이 없다."

- 방송사, 통신사, 신문사 등에서 유례없는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사 파업을 중간 평가해보면?

"해방 이후 우리 언론들이 이처럼 대규모로 장기간 항쟁한 일은 없었다. 굉장히 성공적이고 창의적인 투쟁을 해왔다.

지금까지 언론 파업은 자기 사업장 중심으로 진행을 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의 경우 언론노조 조직의 40%가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의 산별조직에서 40% 이상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한 사례는 없었다. 

이번 파업은 콘텐츠가 있는 파업이었다. 과거 파업은 대오를 중심으로 한 기동전이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파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리한 점들을 극복했다. 민간인 사찰 문제라던가 4대강, 강정마을 상황을 파업 중인 상황에서도 이슈화시켰다. 언론인의 사회적인 책무를 다하는 파업이었던 것이다.

투쟁 전술에서도 문화제를 개최하면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파업이 됐다. 과거에는 조합원들끼리 하는 파업이었다면 이번에는 시민들과 함께하면서 안팎을 결합했다. 향후 언론사 파업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전형을 창출하는 파업이었다. 이 파업을 승리로 만들어내는 것은 언론노조 지도부, 각 사업장 지도부들의 역사적인 책무이자 과업이라고 생각한다."

ⓒ양지웅 기자 17일 정오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언론장악과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무기한 농성 중인 언론노조 이강택 위원장이 민중의 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 MBC노조는 79일째, KBS새노조는 43일째 파업중이다. 사측에서는 징계, 재산 가압류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일부 언론사에서는 신규채용을 하는 등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환기에 생기는 일시적인 고난이다. 이 일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향후 국면이 달라질 것이다. 사측의 일시적인 공세를 저지하고 대오를 탄탄하게 만들면서 우리의 공세로 전환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명박 정권과 낙하산 사장들은 총선 이후 언론노동자의 파업이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조합원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처음 MBC노조에서 파업을 시작할 때 이 파업이 이만큼 확대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우리가 처음 파업을 했을 때 '저 사람들이 얼마나 싸우겠느냐, 면피성 파업이 아니겠느냐, 총선 국면이 유리하니까 파업하는 것 아니냐' 등의 시각이 있었다. 만약에 우리가 여기에서 동요하거나 초조해한다면 항간의 우려를 입증하는 것밖에 안된다. 지금 더 질긴 투쟁, 더 독한 투쟁, 강한 투쟁으로 가는 것은 당연하다."

- 답보 혹은 대치 상태인 지금, 국면을 타개할 돌파구가 있나?

"박근혜 대표가 책임을 느끼고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관건이다.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에서 총선에서 실패를 추스르면서 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시민사회도 낙담하지 말고 함께해줘야 한다. 의회지형 변화를 바랬던 많은 이들이 좌절하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그런 참여를 통해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 파업이 길어지고 있다. 조합원들은 동요하지 않는가? 

"한 신문사노조에서 파업기간이 길면서 위기를 겪고 있긴 하다. 내부 조직력은 취약한 반면 사주들은 간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나머지 조합원들이 그 노조를 엄호하면서 가고 있다. 전체적으로 조합원들이 '지도부를 믿고 있으니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라'고 격려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 투쟁도 확대될 것이다. 지난주 금요일 집행부 회의에서 5월에 비파업 사업장들과 함께 총파업을 하자고 결의했다. SBS, OBS, 지역민방,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등의 노조에서 총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언론노조 조합원 사이에서 파업이 더 확산되는 분위기다.

만약 대선을 앞두고 언론장악이 계속된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구도에서 선거를 치른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지 않나. 민족 전체의 재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제 공정방송을 만드려는 우리의 싸움은 후반기가 시작됐다. 조합원들과 함께 이번 싸움에서 결판을 내겠다."

정혜규 기자 jhk@vop.co.kr

2012년 4월 11일 수요일

[사설]후회 없는 한 표가 세상을 바꾼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04-10일자 사설 '[사설]후회 없는 한 표가 세상을 바꾼다'를 퍼왔습니다.
선택의 날이다. 19대 총선은 180석이 넘는 거대 집권여당과 전국 규모로는 첫 실험에 나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가 많은 지역에서 사실상 1 대 1 대결을 벌이는 이례적인 구도다. 4년여에 걸친 이명박 정권의 독주와 전횡에 대한 심판론이 확산되자 그에 대한 민의를 결집하자는 차원에서 야권이 단일대오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군소정당이나 소수당이 설 자리는 협소해졌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최대 승부처라 할 수 있는 수도권의 112개 선거구 중 50여곳이 초접전이라니 유권자들 한 표 한 표의 의미는 더욱 각별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번 총선은 이 정권의 집권 4년을 넘기고, 대선을 8개월여 앞둔 시점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적잖은 정치적 의미를 수반한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은 이 정권의 공과에 대한 총체적 평가가 핵심 이슈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를 토대로 연말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할 것인가, 여권의 재집권을 용인할 것인가를 내다보는 전초전의 성격도 띠고 있다. 이 정권이 실패했다는 진단에서는 여야간 이견이 없는 만큼 총선 결과는 이 정권에 걸어온 시간을 되짚어보고 남은 임기 동안 국정운영을 다시금 점검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이번 총선을 여야의 승패라는 정치적 이해타산을 넘어 한국 정치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중대한 전환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이유다.

그간 선거운동 과정을 보면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기보다 흐리는 쪽으로 진행돼온 측면이 없지 않다. 야권연대의 파괴력을 우려한 여당은 ‘거대 야당’이라는 가상의 적을 심판하자는 해괴한 선거전을 펼쳤다. 이명박 정권의 잇단 패착으로 한때 승기를 다 잡은 듯하던 야권은 정권 심판론을 둘러싼 전략적 실수와 공천 잡음 등으로 여당의 역공에 빌미를 제공했다. 그중에서도 막판에 불거진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서울 노원갑)의 막말 논란은 리더십 한계뿐만 아니라 철학적 빈곤마저 노출했다. 그 바람에 이 정권의 대표적 폐악의 하나인 민간인 사찰을 비롯한 주요 선거쟁점들이 다소 희석됐고, 여권이 노리는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데 일조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후보들의 옥석을 가리는 일은 오롯이 유권자들의 몫이 되었다

민주주의는 투표 행위를 통해 완성된다. 그 투표는 과거와 현재를 토대로 우리의 미래를 선택하는 수단이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정당과 후보의 대표성을 강화시켜 대의민주주의의 기반이 튼튼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반대로 투표가 제 기능을 잃을 때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한다. 투표장에 들어서기 전 여야 정당의 정책과 공약은 물론이고 후보 됨됨이도 다시 한번 뜯어보자. 한 표는 지역구 후보에게, 다른 한 표는 비례대표를 낸 정당에 각각 던지는 1인 2표제의 취지도 되새겨 볼 일이다. 그것은 바로 민주 시민의 권리이자 도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책임을 다한 시민들의 후회없는 선택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2012년 3월 31일 토요일

[사설] 이명박 정부의 불법사찰, ‘정권 탄핵’ 대상이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30일자 사설 '[사설] 이명박 정부의 불법사찰, ‘정권 탄핵’ 대상이다'를 퍼왔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 정권의 비열한 진면목이었다. 짐작은 하고 있었으나 실체가 드러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실상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국회의원, 언론, 재벌, 노조 등 닥치는 대로 뒤를 캤다. 시·분 단위로까지 행적을 정리해 놓은 치밀함, 전 정권 출신 ‘표적’ 인사들에 대한 집요한 추적, 철저한 ‘충성 성적표’ 매기기 등 곳곳에서 “이럴 수가…”라는 신음이 절로 나온다. 그렇게 해서 이 정권은 언론을 장악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공직자를 내쫓고, 공직과 무관한 시민까지 괴롭혔다.
사찰 문건에 넘쳐나는 불법·탈법 행위를 보면 과연 이 정권에 ‘정부’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 사찰을 맡은 총리실 공무원들은 권력의 지시에 따라 냄새를 맡고 물어뜯는 사냥개였다. 검찰은 법과 정의의 수호자는커녕 범죄 은폐와 꼬리 자르기에 급급한 정권 보위대였다. 청와대부터 시작해 총리실, 검찰 등 어디를 둘러봐도 사건에 연루된 ‘피의자’들뿐이다.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맡길 곳조차 마땅히 없는 현실에서 어떻게 정상적인 국가라는 말이 나올 수 있겠는가.
이 사건의 몸통이 어디며 누가 책임을 져야 할지도 더욱 분명해졌다. 사찰 문건에 선명히 박힌 ‘BH 하명 사건’이라는 여섯 글자가 웅변한다. 방송사 낙하산 인사 개입 등 청와대가 남긴 권력남용의 발자취는 너무 뚜렷하다. 이제 청와대는 무엇을 ‘하명’했고, 어떤 보고를 받았으며, 사후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 많은 국민이 이 사건을 접하면서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그리고 닉슨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얼굴을 겹쳐 떠올린다. 이 대통령이 침묵과 거짓말로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너무 많은 불법 사실이 드러났다.
권력의 불법적인 사찰은 단순히 이명박 대통령을 넘어 여권 전체의 책임이다. 사찰의 계기가 된 촛불사태 이후 끊임없이 색깔론 공세를 펴며 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준 것은 바로 한나라당, 지금의 새누리당이다. 권력의 언론장악 기도에 맞장구를 치며 도와준 것 역시 여당이며, 그들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낙하산 경영진’을 변함없이 지원하고 있다. 권력 내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여당이 청와대 눈치만 살필 때부터 비극은 이미 잉태됐다. 심지어 정두언·정태근 의원 등 여당 동료 의원들이 사찰을 호소했을 때 친박계 역시 친이계 내부의 권력다툼이라는 시각에서 느긋이 즐긴 측면을 부인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의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은 어제 이 사건에 대해 “과거 김대중 정권이 정·관계 인사, 언론인 등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자행했던 불법도청을 연상케 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전형적인 물타기 발언이다. 현 정권과의 단절을 그토록 강조해온 여당 ‘신권력의 입’에서 고작 그런 수준의 말이 나온 것에 실망을 금하기 어렵다. 역시 가재는 게 편이다.
정치권 등에서는 이번 사안이 총선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고 말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사찰 사건은 ‘쟁점’이 될 수 없다. 국민의 존엄성을 짓밟고 국기를 문란하게 한 행위를 놓고 무엇을 다툰다는 말인가. 이 사안은 결코 선거의 유불리 차원에서 얄팍하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권력의 사전에서 사찰이라는 단어를 영원히 지움으로써 이 땅의 어느 누구도 다시는 사찰의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하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 현 정권에 몸담은 사람 모두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탄핵을 자청해도 모자랄 상황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없고 빠져나갈 궁리에만 바쁘다. 불법사찰의 비극을 넘어서는 또다른 비극이다.

2012년 3월 16일 금요일

후쿠시마 대재앙과 닮은 꼴, 고리 원전 사고 은폐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3-15일자 기사 '후쿠시마 대재앙과 닮은 꼴, 고리 원전 사고 은폐'를 퍼왔습니다.
핵재앙의 씨앗이 원전마피아의 머리와 가슴속에 있어

고리 원전 블랙아웃(전기공급 완전 차단) 사건의 파장이 그 끝을 모르고 번지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대재앙에도 불구하고 원전 확대 정책을 고집해온 이명박 정권에 치명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촛불시위로까지 번진 2008년 광우병 파동이 실은 정직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낳은 사건이듯이 세계 최대의 원전재앙이 된 후쿠시마 사건도 도쿄전력의 실상 은폐와 판단 잘못 때문에 그 피해가 커졌다. 
이번 사건으로 원전과 원전마피아,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불신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총선에서, 특히 부산·경남지역 선거와 삼척 등 원전을 추가건설하려는 지역에까지 영향을 상당 부분 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올 12월 대선에서도 원전 문제가 여야 간 주요 선거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찌 이리 꼭 닮았을까. 후쿠시마 원전 재앙 발발 한 돌에 맞춰 터져 나온 고리 원전 대정전 은폐 사건은 1년 전 일본에서 있었던 일을 그대로 떠올리게 만들었다. 당시 원전을 운영하던 민간기업인 도쿄전력은 사고 보고를 늑장으로 한 것도 모자라 관련 상황을 은폐하고 대수롭지 않은 사고로 치부하며 대처했다. 그 사이 원자로 노심은 돌이킬 수 없는 용융으로 치닫고 있었다. 도쿄전력은 일본 총리에게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로 일관했다. 도움을 주려는 미국의 지원도 거절했다.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듯이 참담하다. 


▲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1주기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탈핵ㆍ탈원전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핵 없는 세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원자력을 확대하고 후손에게 핵폐기물을 넘기는 일은 죄악'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후쿠시마 사고를 교훈 삼아 시대착오적인 원전 확대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마피아에게 거짓말은 필수품인 모양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건에서 대한민국의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은 전혀 교훈을 얻지 못했다. 이들은 위험에 대처하는 제 1원칙마저 깡그리 무시했다.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투명성의 원칙을 말한다. 과거 전두환 독재정권이 박종철군 고문살해 사건을 은폐하려 하다 오히려 정권이 붕괴되는 부메랑을 맞았듯이 대한민국 원전 안전 신화에 매달려온 원전마피아들이 불신이라는 부메랑을 맞아 피를 철철 흘리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물론이고 강력한 처벌도 뒤따라야 한다. 이번에 놀란 사실은 고리 원전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사고에 대해서 알고 있었음에도 한 달 가까이 양심적인 고백을 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진짜 무서운 마피아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들이 깨달아야 할 것은 자신의 밥줄이나 자신의 직장에 대한 비판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국민의 소중한 알 권리를 빼앗았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다. ‘은폐의 잠수함’에 동승한 모든 이들이 이 사건의 공범들이다. 
이번 기회에 원자력안전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전반적인 원자력안전체계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살펴야 한다. 사실 그동안 원전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실상이 제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필자가 과학기술부를 담당하던 기자로서 1990년대 중반에도 파묻힐 뻔 했던 원전사고를 당시 에 1면 머릿기사로 폭로한 적이 있다. 국정감사에서 대수롭지 않은 일상적인 일처럼 보고된 것이 엄청난 뉴스로 탄생한 것이다. 물론 그 보도로 필자는 특종상 1급을 받았다. 
당시 한국형원자로를 만들어 영광원전을 상업운전하기 위해 시험가동을 벌이던 중 사고가 생겼다. 부품이 떨어져 나와 원자로 핵연료봉을 계속 파괴해 출력이 높아져야 할 원전이 출력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험가동이었고 중간에 이를 탐지해 발전을 중지했기 때문에 큰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 만약 판단을 잘못해 계속 가동했더라면 연료봉 모두가 파괴됐을 수도 있다. 여기서 나온 대량의 방사능 물질이 만약 누출되는 사고로까지 이어졌더라면 정말 엄청난 문제가 생길 뻔했다. 결국 이 사고로 상업운전은 몇 개월 더 늦추어졌다. 
필자가 1년 남짓 과학기술부를 맡아 보도를 하던 때에 이런 일이 생겼으니 나머지 시기에도 여러 사고들이 터진 것은 당연지사다. 이 가운데 일부는 방사성 물질 누출과도 관련이 있는 사고였으며 방사성폐기물 운반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대부분 사건 당시 즉각 보고되고 국민들에게 보도자료로 알려지는 것이 아니라 뒤늦게 언론 또는 국정감사 때 알려지곤 했다. 원전마피아들에게 은폐와 보고 누락, 사건 축소는 다반사로 벌어지는 관행이었다. 2012년 지금의 시점에서도 이런 참 나쁜 전통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것이 이번 고리 원전 대정전 사건으로 드러난 것이다. 
원자력마피아들은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노심이 녹거나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는 중대사고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호들갑을 떨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변명은 구차한 것이다. 위험, 그 가운데서도 일반 시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위험인 원전과 관련해서는 정직함과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누누이 강조돼왔다. 
그런데도 은폐와 거짓말로 일관했다는 것은 중대사고로 이어질 경우 일본처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에서도 핵 대재앙의 씨앗이 원자력마피아의 머리와 가슴속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2012년 2월 5일 일요일

이명박 정권 말기 14조 무기 구매 후다닥


이글은 한겨레신문 디펜스21 2012-01-25일자 기사 '이명박 정권 말기 14조 무기 구매 후다닥'을 퍼왔습1니다.
미국 눈치 보며 생색 내고 부담은 차기정권에 고스란히 비리 ‘화약고’ 예고…천문학적 운영비로 ‘돈 먹는 기계’



  이명박 정부가 최근에는 외국 무기를 직구매하려는 질주가 거침없다. 올해 10월까지 14조 원에 달하는 무기도입 계약서에 반드시 도장을 찍겠다는 입장이다. 대형 무기도입 사업은 검토하는 데만 몇 년이 걸리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그러나 1년 만에 사업추진전략을 수립하고 협상과 시험평가를 거쳐 계약서까지 체결하겠다는 초스피드로 사업 추진에 전문가들의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정부 이어 어김없이 병 도져

지난해 11월에 국회 국방위원회의 권기율 수석전문위원은 ‘방위사업청 소관 2012년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조기에 강행되려는 정부의 무기도입 ‘꼼수’를 들춰냈다. 보고서에서는 주요 핵심무기도입 사업들이 ▲짧은 검토 및 협상기간 설정 ▲부정확한 가격정보에 기초한 예산편성 ▲무기운용 개념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부족 등을 이유로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누가 보아도 무리한 정권 말기의 무리한 사업 추진임에 분명하다. 청와대는 최근 방위사업청에 “조속히 사업을 추진하라”고 독려하고 있으며 “예정된 도입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경우 방사청을 문책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현 정부의 행태를 보면 우리나라 역대 정부의 ‘정권 말기 무기도입 증후군’을 실감하게 된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시절의 무기도입 실태를 보면 하나의 법칙처럼 명확한 패턴이 드러난다. 정권 말기에 한꺼번에 몰아서 무기를 도입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노태우 정권 말기인 1991년에서 1992년까지 도입된 무기는 39억9천만 달러어치이다. 1991년 이후 10년간 무기도입액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같은 기간 도입이 결정된 무기들은 F-16 전투기, 독일로부터 도입한 잠수함, P3-C 해상초계기와 같은 대형 사업들이다. 특히 이 시기 도입이 결정된 무기체계는 93년 문민정부의 출범 직후부터 감사원의 ‘율곡비리 특별감사’와 국회 국방위원회의 ‘율곡비리 국정조사’로 이어져 정치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데 문민정부가 출범한 해인 1993년의 무기도입은 5억5천7백88억 달러인데 10년간 무기도입액 중 가장 적다. 이 추세는 1994년에도 마찬가지로 이어지면서 신정권 초기에 무기도입액이 줄어드는 뚜렷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러다가 1995년부터 다시 10억 달러대로 늘어나면서 급격하게 증가한다. 그러다가 문민정부 말기인 1996년과 1997년 두 해의 무기도입액은 32억8천6백만 달러어치다. 

문민정부 말기에는 미스트랄 지대공 미사일, 백두정찰기, 수송기, 동부지역 전자전장비, 헬기야간침투장비 등 각종 외제무기가 물밀듯이 밀려들어왔다. 물론 이 사업들은 문민정권 말기부터 의혹의 대상으로 부각되었으며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초기에 완전히 비리의 실체가 드러나고 말았다. 린다 김 사건으로 유명한 백두정찰기 사업이 그것이다. 

외환위기로 눈물의 금모으기 할 때 환차손만 1천억 넘어

당시 정부 말기의 대규모 무기도입의 비정상적인 실태를 살펴보면, 97년도 정부의 달러 기준 환율은 8백 원대였다. 그런데 외환위기로 환율이 폭등하더니 12월에는 무려 1천5백 원, 가장 심한 시점에는 2천 원대에 달했다. 정부 기준 환율보다 무려 87.5%가 오른 것이다. 바로 이때 국방부는 휴대용 대공유도탄, 중형수송기 등 7개 종목의 무기에 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12월에 집행하도록 조달본부에 지시했다. 이 때문에 12월 한 달 동안 약 3천억 원대에 달하는 무기 도입대금 지불이 이루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환차손만 1천억 원 이상이 발생했다.  97년에 국방부의 해외 도입 계약 강행과 대금지급은 외환위기가 발생한 11월 말부터 12월에 대부분 집중되었다. 이 당시 국민들이 달러 한 푼이 아쉬워서 금모으기 운동을 하던 시기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이것이 얼마나 비정상적인 현상인지 짐작할 만하다. 한편 이 당시 도입된 무기체계는 국민의 정부로 정권이 바뀌자 각종 비리의혹에 시달렸는데, 백두정찰기 도입을 비롯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5대 의혹사건’ 등으로 비화된 바 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초기인 1998년, 1999년, 2000년 3년 동안의 무기도입 총액은 27억 달러 정도다. 예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든 액수다. 99년부터는 전력투자비가 동결되거나 삭감되기도 한다. 신규 무기도입의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정권 말기에 가까워질수록 이 현상은 확연하게 증가세로 반전되고 있다. 갑자기 2000년에 소요 결정된 F-15K 전투기, 이지스 구축함, 대통령 전용헬기 사업 등 핵심 사업들이 한꺼번에 결정되었고 이 때문에 2001년부터 계약액 기준으로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까지 다시 무기도입은 괄목할 만하게 증가한다. 이 당시 도입된 무기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최근까지도 국회가 그 의혹을 제기하는 등 후유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미국 방문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긴급 지시

마치 빚잔치하듯이 역대 정권은 집권 말기에 몰아서 무기도입을 체결하고 돈을 펑펑 쓴다. 다음 정부가 꼼짝 못하고 뒤처리하도록 대못을 땅땅 치는 격이다. 현 정부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거친 현 정부가 ‘적극적 억제전략’을 표방하면서 새로운 무기소요가 정권 말기에 제기될 환경을 만들었다. 그러나 새로운 군사전략이 채택되었다고 해서 졸속으로 무기를 구매해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정작 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2009년 5월 중순. 강남의 한국산업개발연구원(KID)에 방위사업청 관계자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당시 KID는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공격헬기 획득대안 분석 및 사업추진 기본전략” 연구 용역을 수행 중이었다. 전화를 한 관계자는 황급하게 연구용역을 중단하라고 지시하며 ‘윗선의 지시’라고 강조했다. 

얼마 후 KID 측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5월 중순은 한 달 후에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여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예상되고 있는 시기였다.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방사청 최고위층은 이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아파치 중고 헬기 구매에 대한 요청을 받고 올 경우 이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비해 방사청은 아파치 헬기 구매에 불리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용역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킨 것이다. 

‘전략동맹’을 표방하는 현 정부 하에서 미국 무기구매를 강행하기 위해 획득정책이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중고 아파치 헬기 구매는 연구용역을 따질 것도 없이 방사청이 대당 260억 원에 구매한다는 기대와 달리 미국이 대당 460억 원을 제시하는 바람에 그 직후에 무산되었다. 그러나 변무근 당시 방사청장은 이미 대통령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헬기를 도입하는 경제적 방안”이라고 보고까지 끝낸 상황이었다. 가짜 가격정보에 현혹되었다가 사업추진이 난망해진 방사청은 사업 추진을 머뭇거리자 이상희 당시 국방장관이 벌컥 화를 내며 재검토를 지시하는 바람에 저절로 무산되었다. 

잘못된 가격 정보를 근거로 연구용역 수행

2009년에 산업개발연구원의 연구용역이 종료된 이후인 2010년에 상반기에 ‘한국형 공격헬기사업 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산업연구원과 국방대학교에, 하반기에 ‘사업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국방연구원(KIDA)과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전트에 발주한다. 상반기의 연구용역 보고서인 ’10년의 한국형 공격헬기 사업분석평가서‘에서 대형공격헬기의 도입가격을 대당 484억 원으로 예상함에 따라 한국형 공격헬기보다는 해외구매가 타당하다는 ‘High-Low Mix’ 방식이 타당하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1년 7월에 한국형 기동헬기(KUH) 기반의 공격헬기 개발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대형공격헬기는 해외구매로, 소형공격헬기는 국내개발로 정책을 변경한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대당 400억 원대에 아파치급 대형공격헬기를 도입하는 사업추진 전략을 수립한다. 

그러나 국방위 전문위원 보고서는 미 국방부 안보협력국(DSCA) 자료에 의하면 아파치 공격헬기의 경우 인도에는 687억 원, 대만에는 912억 원, UAE에는 900억 원, 사우디에는 1485억 원으로 판매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400억 원대라는 저렴한 가격을 근거로 헬기의 해외도입이 타당하다는 앞의 연구용역은 잘못된 가격정보를 근거로 수행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2009년에 잘못된 가격을 근거로 아파치 헬기를 도입하려던 시도와 아주 유사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점은 사업추진 전략이 결정된 2011년 7월이라는 시점이다. 이 무렵은 10월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미국을 방문한 시기다. 김 비서관은 국방부의 무기도입 사업에 공공연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방미 시점에 때맞춰 사업추진전략이 결정되고 8월에는 천영우 청와대 안보수석이 재차 미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8월 말에 청와대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호출하여 매우 의미 있는 지침을 하달했다. 2013년 이후로 예정된 대형공격헬기 도입 추진시기를 2012년으로 앞당겨 차기전투기(F-X) 사업추진 일정과 동일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어떻게든 미국무기 구매를 늘리려는 정치적 고려가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한국의 아파치 헬기 구매에는 주한미군의 영향력도 작용된 것으로 보여 진다. 전임 연합사령관이나 현 사령관은 “전 세계 4성 미군 장군 중에서 아파치 헬기 부대가 없는 지휘관은 한국밖에 없다”며 수시로 불평을 한다. 주한미군 관계자에 의하면 “미군 지휘부는 한국군의 아파치 구입 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전한다.

시험평가 및 협상 기간 불과 3개월, 졸속 검토 불 보듯

한편 전문위원 보고서에서 거론한 ▲차기전투기사업(F-X 8조2905억 원) ▲대형 공격헬기사업(AH-X 1조8384억 원) ▲해상작전헬기사업(5535억 원) ▲고고도무인정찰기사업(HUAV 4854억 원)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사업(4093억 원)도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가장 시선을 집중시키는 F-X사업의 경우 보고서에서는 실제 사업비용이 국방연구원(KIDA)이 제시한 것과 1조 8342억 원의 차이가 난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업이 추진되면 사업비가 대폭 상승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2016년에 전력화한다는 목표 역시 F-35 전투기의 경우 공급업체인 록히드마틴의 사정으로 현실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2012년 10월 계약이라는 사업 추진 일정 역시 보고서에서는 “항공기 제조업체의 제안서 제출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고성능의 첨단 차기 전투기를 도입하는데 소요되는 시험평가 및 협상 기간이 불과 3개월로 계획되어 있으며, 기종결정평가위원회가 구성된 후 2개월 내에 기종이 결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계획은 다소 현실성이 결여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계약 일정을 마치려면 졸속 검토가 불가피하고 변칙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도입이 유력시되는 F-35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는 개발기간 지연과 비용 상승으로 미국에서도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고고도무인정찰기사업의 경우를 보면 의문은 더욱 커진다. 대상기종으로 거론되고 있는 미 노스롭 그루먼사의 글로벌호크의 경우 우리 측이 예상하는 4세트 4854억 원은 이미 비현실적인 가격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방위사업청 협상팀이 올해 4월경에 미국을 방문하였을 때 미 측은 9400억 원을 제시하였으며 계약서에 “글로벌호크를 배치하는 2차 기지로 한국 영토가 아닌 괌을 명기하자”고 압박했다. 글로벌호크의 정보를 수신하는 지상기지의 시설과 장비들이 괌에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운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업을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방사청은 계속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호크의 해외수출을 승인하는 절차를 현재 미 국방부와 의회가 계속 지연시켜 설령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준다 해도 조기에 도입이 어려워졌다. 역시 현실성이 부족한 사업이다. 

무기획득 정책 뿌리 뒤흔드는 잘못된 방식

그러나 청와대 사정을 아는 여권 인사들에 따르면 “청와대는 반드시 임기 중 계약 체결이라는 의지를 굳히고 있다”고 말한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국방개혁의 골격이 나오던 올해 초부터 김 비서관의 무기구매에 대한 압박이 강하게 국방부에 가해졌다”며 “김관진 장관도 김 비서관과 무기구매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수시로 전화 통화도 하고 접촉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기 구매라면 반색하는 군도 청와대의 무리한 정권 말의 사업추진에 대해서는 끌려다니는 입장이다. 

그러한 정치논리가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는데 요구되는 초보적 검토조차 부실한 이유가 된다면 이는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패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 무기구매에 소요되는 계약금은 4100억 원에 불과하지만 차기정부는 그 나머지를 전부 떠안아야 한다. 게다가 앞에서 거론한 무기들은 미국 내에서도 도입 이후 천문학적 운영비로 악명이 높은 ‘돈 먹는 기계’들이다. 이 무기가 한국에 들어오고 난 이후에 30년 간 장비 운영비로 도입비용의 3~5배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결국 무기도입 20조 원, 그 운영비 60조 원이라는 현실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비용 지불은 전부 해외로 유출되는 국부에 해당되며, 반면에 이들 무기 도입을 위해 한국형 무기체계 개발은 축소, 변형, 왜곡된다는 또 다른 기회비용의 손실도 예상된다. 도입방식 역시 국내에 경제적 부가가치 효과를 유발하는 기술도입생산 방식이 아니라 해외 직구매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 역시 국익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이제껏 무기획득 정책의 뿌리를 뒤흔드는 잘못된 방식들이다. 

기술도입 생산이 아니라 사업추진 속도 매달려 직구매 집착

국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기술도입 생산이 아닌 해외 직구매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조속한 사업추진에는 직구매가 유리하다는 논리가 작용되는 것으로 보여 진다. 예컨대 유럽제 전투기인 유로파이터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50대 이상 현지 생산 하겠다”며 자신들의 생산라인을 한국에 공여할 뜻도 밝히고 있다. F-35나 F-15 SE 기종의 경우에도 기술도입 생산은 충분히 협상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나 방사청은 이에 전혀 관심이 없다. 국내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관점에서는 매우 실망스러운 사업추진 방식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점은 첨단 무기에 쏠리는 국방예산은 야전의 전투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첨단무기에 밀려 야전 보병과 기갑, 포병 등 주요 전투력과 일선의 전투원들에 대한 자원배분이 악화됨으로써 한국군의 총체적인 전투준비태세는 계속 제자리 걸음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이 실패한 이유가 첨단무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전투원들에 대한 빈약한 무장과 군수에서 기인함은 잘 알려져 있다. 게다가 이들 첨단무기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국지전과 비대칭 위협에 주목하는 북한군은 확실하게 억제하는 것도 아니다. 무언가 새로운 무기를 도입해서 상대방에게 보여주자는 식의 무기도입은 전략이 될 수 없다.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논의가 있었다. 

윌리엄 하퉁이 올해 출판한 ‘전쟁의 예언자(prophets of war)’라는 책에는 흥미있는 대목이 나온다. 이라크와 아프간 전비로 인해 재정압박에 시달리던 펜타곤은 야전을 우선시하는 게이츠 장관에 의해 F-22 전투기 프로그램을 삭감하려 했다. 그러자 록히드마틴은 공군과 의회를 상대로 프로그램을 삭감하지 못하도록 로비를 했다. 이에 화가 난 게이츠 장관이 록히드마틴의 CEO인 로버트 스티븐을 펜타곤으로 불러들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일 이 문제(F-22 예산 삭감)에 당신이 나의 의견에 반대한다면, 나는 당신의 점심을 먹을 것이다(if you oppose on this, I will eat your lunch).”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jdkim20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