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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8일 월요일

MB정권 5년, 철도 민영화 대재앙의 역사


이글은 프레시안 2012-10-08일자 기사 'MB정권 5년, 철도 민영화 대재앙의 역사'를 퍼왔습니다.
[기고] 2015년은 철도산업 민영화의 원년?

고속철도, 일반철도, 도시철도 등 모든 궤도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여 국가기간망 철도를 외국자본에 완전히 개방하고 공공철도 시스템을 파괴하기 위한 작업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올봄, 정부가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수서발 KTX 민영화가 전 시민적 반대에 부딪히자 사업자 선정을 미루는 등 주춤한 모습을 보였던 국토부가 추진한 것이 철도공사가 가지고 있는 관제권, 역시설·차량기지를 환수한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국토부는 이토록 끈질기게 이 정책을 밀어 붙이는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9월 말 WTO GPA(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상)협상안의 초안이 공개되고, 10월 5일 박원석 의원(무소속)이 WTO 협상 관련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공개하면서 비로소 비워졌던 퍼즐이 채워졌다.

정권·관련부처·업계가 한 몸이 되어 추진해 온 민자사업 확대

2000년대 초반 IMF 위기를 겪은 후 정부재정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다양한 각도로 모색되었다. 이때 강력하게 떠오른 방안이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는 사회간접자본투자에 대해 민간의 투자를 이끌어 정부재정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이른바 민자사업이라고 부르는 '민간투자사업'이었다. 1994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촉진법)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민자사업은 IMF 구제금융 직후인 1998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전면 개정 되고 이에 따른 민간투자가 기지개를 펴게 된다.

초반에 지지부진하던 민자사업은 현재 수많은 민자사업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 MRG(최소운영수입보장제)가 도입되면서 활성화된다. MRG는 '민간투자자의 사업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업시행 전 예측된 수요에 미달할 경우 그 손실부분을 보전해 주는 제도'이다. 그런데 MRG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민간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극대화하는 장치로 변질된다. 이제 민자사업은 세금을 밑 빠진 독에 부어넣는 일이 되었다.

또한 외국인 투자의 제한 규정을 없애고 투자유치 시 자기자본 비율도 대폭 낮춤으로서 민자사업의 새로운 국면이 열리게 된다. 2002년에는 민간이 투자할 수 있는 사업대상이 확대되고 국··공유지를 무상으로 임대해주며 지원금도 확대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민자사업은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었다. 민자사업법은 2005년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다시 한 번 개정되었고, 이후 민자사업은 도로, 철도 등 전통적인 사회간접자본 뿐만 아니라 군부대, 학교, 한강 위에 떠있는 새 빛 둥둥섬 같은 레저나 문화시설까지 아우르는 한국사회의 광범위한 사업패턴으로 자리 잡는다.

민자사업법의 제정 이후 개정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시되었고, 민간자본의 이익은 극대화되었다. 인프라 투융자 사업이 초고율 이자소득 보장, 법인세 회피로 이어지는 등 각종 반사회적 행태가 선진 경영기법으로 둔갑해 자리 잡았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라는 투자금 유치방법으로 민간자본은 최소의 투자로 무한정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길도 닦았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최근까지도 철도협회 같은 곳의 협회 회원사와 관련 기업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도시철도 교육과정은 민자사업의 활성화와 사업과정에서의 수익확보방안을 위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강사진 또한 재벌 건설사 부장이나 지하철 9호선과 신분당선 등 민자지하철 회사 간부, 국토부 간부들로 포진되어 있었다.

이렇게 정권과 관련부처, 업계가 하나가 되어 온 나라를 민영화가 지배하는 땅으로 만드는 작업들이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되어 왔다. 결과적으로 국가의 존재이유인 공공의 이익을 구현하는 장치들이 이윤논리에 지배당하는 상업 목적의 시스템으로 전환됐다. 전 방위적 민영화가 시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시도된 것이다. 민자사업이 지하철 9호선이나 용인경전철, 우면산 터널 같이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역습을 가하기 전까지는.

이런 흐름속에 2008년 비즈니스 프랜들리 이명박 정권이 탄생했다. 민자사업과 민영화를 경제를 살리는 원천이라고 믿는 정권이 출범한 것이다. 서울시장 시절 서울지하철 1호 민자사업인 9호선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던 이명박 정권이 취임일성으로 약속한 것이 공기업 선진화 계획이다. 원래 민영화로 얘기 되었지만 사회적 반대가 거세지자 대운하사업을 4대강으로 개명하듯 민영화를 선진화로 바꾸었고, 이 계획에 따라 공공부분이 책임지고 있는 사업영역에 대한 민자사업과 민영화가 급물살을 타게 된다.

MB정권은 2009년 기획재정부를 통해 "정부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해 민간투자사업을 계속 확장 하겠다"고 발표했다. 민자사업이야 말로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고 정부재정을 줄이며 경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는 시장만능주의적 정책기조를 강력하게 유지한 것이다.

철도도 민영화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해

철도산업은 MB정권 출범초기 효율화를 전제조건으로 민영화 대상에서는 제외 되었으나 집권 중반기를 넘어서면서 민영화를 위한 제반 여건들이 준비되었다.

특히 2010년은 철도분야에 대한 민영화와 민자사업을 가속화시킨 첫 해로 기록될 것이다. 10월에 대우건설이 만든 (GREEN 고속철도 민간투자사업 사업제안서)가 제출되었다. MB정권의 경제정책을 총괄한 강만수씨가 은행장으로 있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모기업이고 고속철도 민영화시 자금 조달을 맡는 안이 계획되었다. 대우건설 사장은 대통령의 고대 후배이며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실세로 통한다는 것도 언론을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동시에 민영화 전도사로 나서고 있는 국책연구원인 한국교통연구원이 국토부의 용역을 받아 수행한 (철도산업발전 경쟁력강화를 위한 용역보고서)가 대우건설 보고서의 결론과 유사한 내용을 담아 두 달이라는 시차를 두고 제출되면서 수서발 KTX 민영화의 사회적 논란을 촉발시킨다. KTX 민영화를 위한 정부와 재벌의 동시다발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 2010년 하반기 토건자본과 국토부 용역을 받은 국책연구원이 잇따라 고속철도 민영화안을 내놓았다. 왼쪽은 (2010년 12월).

이 시점에서 국토부가 한 일이 또 하나 있다. 박원석 의원이 정부로부터 제출받은 문서를 통해 공개된 철도산업 대외개방의 갑작스러운 추진이다. 2010년 12월 한국교통연구원의 민영화 추진 타당성 용역보고서가 제출되었고, 이달 3일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97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국토해양부 장관이 '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 및 양허확대 협상 3차 양허안'에 대하여 수정요청을 했다. 2006년 1차 양허안과 2007년 2차 양허안에는 없었던 철도시설공단과 그 사업분야를 다룬 양허안이 협상마감 3일을 앞두고 전격 제시된 것이다. 그리고 이 안은 WTO에서 수정없이 채택되었다.

당시 국토부 장관은 정종환이었다. 4대강 사업의 전도사이자 MB정권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정종환 전 장관은 철도청장 시절인 2002년, 제1호 민자 철도사업인 인천공항철도 사업에 정부 측 협약대표로 서명한 사람이다. 성공이 확실하다며 장미빛 미래를 장담하던 인천공항철도 사업은 터무니없는 수요예측으로 세계에서 가장 한산한 철도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국민의 세금만 민간자본에 쏟아 붇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철도공사로 떠 넘겨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 사업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바로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이다.

현재 국토부는 철도 운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설에 대한 관리권을 철도공사에서 철도시설공단으로 넘기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철도공사에 출자된 자산을 '감자'하는 방식으로 회수하려 하고 있다. 이 경우 철도공사의 부채는 급등하게 된다. 국토부가 역시설과 차량기지를 철도공사로부터 환수할 경우 자본이 5.5조원 감소하여 철도공사의 부채비율은 11년 말 기준 130%에서 385%로 증가하게 된다. MB정권 들어 공기업 부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 정부가 발 벗고 나서 공기업을 부실화 시키는 믿지 못 할 일이 또 벌어지고 있다.

철도공사 자산을 환수하는 절차에서도 꼼수를 쓰고 있다. 철도산업의 기본 골격을 다루고 있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명시된 운영관련 자산의 철도공사 책임이 분명히 있는데도 법 규정을 무시하고 철도산업위원회란 기구의 의결을 통해 이관하려 하고 있다.

철도산업위원회란 무슨 기구인가? 국토해양부장관이 위원장으로 관련 7개부처 차관과 위촉직 위원을 포함하여 25명으로 구성된 철도산업발전에 필요한 자문을 하는 기구이다. 정부쪽 위원을 빼더라도 이들 위촉직 위원 중에는 민영화에 우호적인 민간기업들의 대표가 포함되어 있다. 소비자 단체 대표 자격으로 참여하는 (녹색소비자 연대)와 (소비자 시민모임)은 지난 6월 19일 KTX 민간운영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낼 정도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이다. 게다가 KTX 민영화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온 한국교통연구원 같은 단체의 대표가 포진해있는 곳이 철도산업위원회다. 이런 위원회가 철도 정책을 자문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단순 자문기구를 나라의 중요한 정책을 제 멋대로 의결하는 장치로 둔갑시킨 국토부의 행태도 참으로 졸렬하다.


2015년은 철도산업 민영화의 원년이 될 것인가

철도공사의 자산을 철도시설공단으로 이관하려는 이유는 2010년 협상마감을 3일 앞두고 급하게 수정한 WTO 협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기에 특별히 한국철도시설공단의 항목이 신설되고 그 세부내용에 역사 등 제반 시설에 대한 개방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철도시설공단의 관할로 이관시켜 국내외 자본에 운영권을 넘겨주게 되는 순간 철도산업 전반의 민간개방이 완수되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게도 고속철도분야의 개방 배제에 대한 주석이 뒤늦게 국토부 제안으로 추가되었는데 이것은 협상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2011년 양허안 협상 막바지에 무더기로 지자체 관할 도시철도 즉, 현재 각 도시에서 운영되는 지하철이 포함된 것이다. 단 이 지하철부분에 대한 협정 적용은 2015년까지 유예된다. 이제 퍼즐의 조각이 다 맞아간다.

국토교통망 계획에 의해 건설되는 강원도권 등 많은 신설철도는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그동안 정부의 입장이었다. 또 철도공사의 시설자산을 빼앗아 언제든지 국내외자본에 개방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되었다. 민간에 개방하겠다는 수서발 KTX의 개통 시기는 2015년이다. 전국의 지하철에 WTO GPA 협정이 적용되는 시점 또한 2015년이다. MB정권과 국토부는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추진했던 민영화계획에 따라 2015년을 고속철도와 일반철도, 도시철도 할 것 없이 모든 철도산업의 민영화를 촉진하는 원년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 정부가 꿈꾸는 미래는 사회의 공익적 자산이 모두 사라지고 이윤이 최고의 가치인 민간영역이 지배하는 사회인가? 국가 기간 철도망부터 신기술인 고속철도뿐만 아니라 서민의 발인 지하철까지 모두 팔아 넘겨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진정으로 평범한 서민들, 시민들을 위한 나라는 불가능 한 것인가? 디스토피아를 설계하면서 자신만만해 하는 권력과 정부당국이 심히 걱정스럽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2012년 3월 16일 금요일

후쿠시마 대재앙과 닮은 꼴, 고리 원전 사고 은폐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3-15일자 기사 '후쿠시마 대재앙과 닮은 꼴, 고리 원전 사고 은폐'를 퍼왔습니다.
핵재앙의 씨앗이 원전마피아의 머리와 가슴속에 있어

고리 원전 블랙아웃(전기공급 완전 차단) 사건의 파장이 그 끝을 모르고 번지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대재앙에도 불구하고 원전 확대 정책을 고집해온 이명박 정권에 치명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촛불시위로까지 번진 2008년 광우병 파동이 실은 정직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낳은 사건이듯이 세계 최대의 원전재앙이 된 후쿠시마 사건도 도쿄전력의 실상 은폐와 판단 잘못 때문에 그 피해가 커졌다. 
이번 사건으로 원전과 원전마피아,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불신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총선에서, 특히 부산·경남지역 선거와 삼척 등 원전을 추가건설하려는 지역에까지 영향을 상당 부분 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올 12월 대선에서도 원전 문제가 여야 간 주요 선거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찌 이리 꼭 닮았을까. 후쿠시마 원전 재앙 발발 한 돌에 맞춰 터져 나온 고리 원전 대정전 은폐 사건은 1년 전 일본에서 있었던 일을 그대로 떠올리게 만들었다. 당시 원전을 운영하던 민간기업인 도쿄전력은 사고 보고를 늑장으로 한 것도 모자라 관련 상황을 은폐하고 대수롭지 않은 사고로 치부하며 대처했다. 그 사이 원자로 노심은 돌이킬 수 없는 용융으로 치닫고 있었다. 도쿄전력은 일본 총리에게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로 일관했다. 도움을 주려는 미국의 지원도 거절했다. 그 결과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듯이 참담하다. 


▲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1주기를 하루 앞둔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탈핵ㆍ탈원전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핵 없는 세상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원자력을 확대하고 후손에게 핵폐기물을 넘기는 일은 죄악'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후쿠시마 사고를 교훈 삼아 시대착오적인 원전 확대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마피아에게 거짓말은 필수품인 모양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건에서 대한민국의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은 전혀 교훈을 얻지 못했다. 이들은 위험에 대처하는 제 1원칙마저 깡그리 무시했다.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투명성의 원칙을 말한다. 과거 전두환 독재정권이 박종철군 고문살해 사건을 은폐하려 하다 오히려 정권이 붕괴되는 부메랑을 맞았듯이 대한민국 원전 안전 신화에 매달려온 원전마피아들이 불신이라는 부메랑을 맞아 피를 철철 흘리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물론이고 강력한 처벌도 뒤따라야 한다. 이번에 놀란 사실은 고리 원전에서 근무하고 있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사고에 대해서 알고 있었음에도 한 달 가까이 양심적인 고백을 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진짜 무서운 마피아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들이 깨달아야 할 것은 자신의 밥줄이나 자신의 직장에 대한 비판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국민의 소중한 알 권리를 빼앗았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다. ‘은폐의 잠수함’에 동승한 모든 이들이 이 사건의 공범들이다. 
이번 기회에 원자력안전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전반적인 원자력안전체계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살펴야 한다. 사실 그동안 원전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실상이 제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필자가 과학기술부를 담당하던 기자로서 1990년대 중반에도 파묻힐 뻔 했던 원전사고를 당시 에 1면 머릿기사로 폭로한 적이 있다. 국정감사에서 대수롭지 않은 일상적인 일처럼 보고된 것이 엄청난 뉴스로 탄생한 것이다. 물론 그 보도로 필자는 특종상 1급을 받았다. 
당시 한국형원자로를 만들어 영광원전을 상업운전하기 위해 시험가동을 벌이던 중 사고가 생겼다. 부품이 떨어져 나와 원자로 핵연료봉을 계속 파괴해 출력이 높아져야 할 원전이 출력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험가동이었고 중간에 이를 탐지해 발전을 중지했기 때문에 큰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 만약 판단을 잘못해 계속 가동했더라면 연료봉 모두가 파괴됐을 수도 있다. 여기서 나온 대량의 방사능 물질이 만약 누출되는 사고로까지 이어졌더라면 정말 엄청난 문제가 생길 뻔했다. 결국 이 사고로 상업운전은 몇 개월 더 늦추어졌다. 
필자가 1년 남짓 과학기술부를 맡아 보도를 하던 때에 이런 일이 생겼으니 나머지 시기에도 여러 사고들이 터진 것은 당연지사다. 이 가운데 일부는 방사성 물질 누출과도 관련이 있는 사고였으며 방사성폐기물 운반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대부분 사건 당시 즉각 보고되고 국민들에게 보도자료로 알려지는 것이 아니라 뒤늦게 언론 또는 국정감사 때 알려지곤 했다. 원전마피아들에게 은폐와 보고 누락, 사건 축소는 다반사로 벌어지는 관행이었다. 2012년 지금의 시점에서도 이런 참 나쁜 전통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것이 이번 고리 원전 대정전 사건으로 드러난 것이다. 
원자력마피아들은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노심이 녹거나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는 중대사고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호들갑을 떨 이유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변명은 구차한 것이다. 위험, 그 가운데서도 일반 시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위험인 원전과 관련해서는 정직함과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누누이 강조돼왔다. 
그런데도 은폐와 거짓말로 일관했다는 것은 중대사고로 이어질 경우 일본처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에서도 핵 대재앙의 씨앗이 원자력마피아의 머리와 가슴속에 들어있다는 것이다.

2011년 12월 1일 목요일

[사설] 종편 개국, 언론과 민주주의의 대재앙 시작되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1-11-30일자 사설 '[사설] 종편 개국, 언론과 민주주의의 대재앙 시작되다'를 퍼왔습니다.
조선·중앙·동아·매경의 종합편성채널(종편) 4곳이 오늘 합동 축하쇼를 열고 일제히 개국한다. 온갖 특혜와 반칙을 통해 태어난 보수언론의 종편사들이 언론시장을 황폐화시키는 시대가 막을 올린 것이다. 이는 언론의 위기이자 우리 사회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기가 닥쳤음을 의미한다.
종편 4사의 개국은 단순히 방송채널이 몇 개 늘어나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사건이다. 언론시장에서 보수 정치권력과 족벌언론이 동맹을 구축하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공고히 하려는 공세에 나섰음을 뜻한다. 그 동맹의 지향점이 여론 장악을 통한 1% 수구 기득권층의 자기이익 보호와 보수정권 재창출에 있음은 여권과 종편이 그동안 보여준 행태에서 명료하게 드러난다.
유례를 찾기 힘든 특혜 ‘괴물방송’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2009년 미디어법을 날치기 처리한 데 이어, 시청자 수요와 광고시장의 여건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지난해 말 종편 4개사를 허가했다. 그리고 최시중 위원장의 방송통신위원회가 총대를 메고 온갖 꼼수를 동원해 특혜를 제공했다. 종편 콘텐츠의 의무 재전송을 비롯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스오)에 대한 황금채널 배정 압박, 광고 직거래 허용, 중간광고 허용, 제작·편성 비율 완화 등 특혜를 다 열거하기조차 어렵다.이를 통해 케이블로 방영되면서도 지상파 이상의 특혜를 누리는, 지구상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괴물방송’이 등장했다.
종편시대를 열어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2007년 대선에서 권력 창출의 사실상 파트너였던 보수 족벌언론과의 유착을 강화하고 보수 일색의 여론시장을 형성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다시 보수권력을 창출해내려는 것이다. 미디어시장의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방송 진출을 추진해온 조·중·동 등 족벌언론들은 제 잇속을 챙기기 위해 신문·방송 겸영 금지 해제를 내건 이명박 정부를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그 대가로 종편을 허가받은 뒤엔 국회의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입법 논의를 무시하고 직접 영업에 나서고 있다. 아직 시청률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많게는 지상파 광고의 70%를 요구하는 조폭적 영업을 자행하고 있다. 광고주의 입맛에 맞는 기획 프로그램의 제작을 약속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방송 보도·제작과 광고영업의 분리라는 미디어로서의 최소한의 공공성마저 뒷전으로 내팽개친 지 오래다.
종편이 활개치는 시대의 우리 사회 모습은 암울한 잿빛일 수밖에 없다. 종편은 이미 신문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조·중·동과 함께 광고시장의 포식자로 군림할 것이고,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중소 신문사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벼랑 끝에 내몰릴 것이다. 종편의 광고 직접영업은 광고를 무기로 한 대기업의 대언론 영향력을 키울 위험이 크다. 그 결과 언론시장은 기득권의 이해에 충실한 의제로 도배되고, 상대적으로 노동자와 농민, 서민 등 우리 사회 99%의 목소리가 전달될 통로는 축소될 게 뻔하다. 한마디로 미디어 생태계가 붕괴돼 여론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보수여론의 독과점 시대가 한층 강화되는 것이다. 아울러 방송사들 사이의 과도한 시청률 경쟁으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넘쳐날 게 분명하다.
이는 한국 사회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민주주의의 위기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여론 다양성은 민주주의가 존립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한 사회의 여론이 일방통행식으로 흐를 때 민주주의는 절대 꽃필 수 없다. 더욱이 종편이 누리고 있는 온갖 특혜와 거리낌없는 조폭적 영업 행태는 민주주의의 기본가치인 공정성과 건전한 시장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다.
보수여론의 독과점과 민주주의의 상실
이 땅의 건전한 양심세력이 종편에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편에 부여된 온갖 특혜를 없애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여론 다양성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절체절명의 싸움이다. 그런 점에서 종편 4사의 합동 축하쇼에 민주당 등 야당이 불참하기로 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박근혜 의원이 종편 4사와 개국 축하 인터뷰를 한 것과 대비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종편 특혜 철회와 미디어렙법 입법을 요구하며 오늘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종편 개국과 함께 이 땅의 양심·진보세력의 투쟁도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이 싸움에 온 국민이 함께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