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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8일 일요일

박근혜 표 창조경제, 빌 게이츠 원전 속으로?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4-23일자 기사 '박근혜 표 창조경제, 빌 게이츠 원전 속으로?'를 퍼왔습니다.
'제4세대 원전'은 소듐냉각고속로, 핵폐기물 신규 발생과 천문학적 비용 미지수
핵주권론과 산업·과학·해외기업 이해관계 작용 가능성…창조경제도 원전경제로 가나

»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를 방문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 및 에너지 벤처기업 테라파워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이 22일 국회에서 강의를 했다. 그중에 눈에 띄는 대목이 차세대(4세대) 원자로 개발과 관련한 언급이다.
 
그는 “한국의 3세대 원전도 안전성이 증진된 것이지만 4세대 원전은 훨씬 더 안전성이 담보된 것이다. 제가 4세대 원전을 개발 중인데 고장이 없어 안전성이 극대화 됐고 폐기물도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언론은  빌 게이츠가 말하는 제4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 Sodium-cooled Fast Reactor)가 현재 가동 중인 3세대 원전보다 지속가능성과 안전성, 경제성, 핵비확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미래형 원자력 시스템으로 ’꿈의 원자로‘로 불린다고 자세한 설명까지 달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가동 중인 23기의 원전에서 나온, 사용 후 핵연료의 대부분은 원전 터 안 약 10m 깊이의 수조에 저장해 왔다. 그러나 2016년부터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다른 원전들의 수조도 포화상태에 이르게 된다. 사용 후 핵연료의 저장시설이 없다면, 원전도 가동할 수 없게 되는 소위 ’화장실 없는 맨션’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파이로프로세싱 연구시설. 사진=한겨레 자료사진


이 때문에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사용후 핵연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것은 사용 후 핵연료를 파이로 건식처리를 거쳐 새로운 핵연료를 생산하는 것과 고속로에서 고독성 방사성 핵종을 연소하여 사용 후 핵연료의 처분량을 극소화하는 소듐 냉각 고속로를 개발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폐기물량을 20분의 1로 줄이고, 우라늄 자원의 활용률을  100배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을 편다.  
 
원자력연구원은 2020년까지 기초, 원천 연구를 수행하고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통해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소듐 냉각 고속로의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실증하기 위한 원형로를 2028년까지 건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고, 1997년부터 2011년까지 약 1200억원을 투입했다.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공정인 파이로 프로세싱은 1997년부터 2011년까지 약 1900억원이 투입되었다.
   
과연 이 이야기는 맞는 이야기일까.
»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이 가동하고 있는 일본 롯카쇼무라 핵단지 모습. 사진=이정아 기자


일본의 자료를 보면, 재처리를 해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2분의 1 또는 3분의 2 정도로 줄어들 뿐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량은 재처리를 할 경우 23t에서 약 3분의 2인 15t으로,  고속로에서 재이용하면 약 4분의 1인 9t으로 줄어든다고 계산하고 있다.
   
2003년 일본의 전기사업연합회는 건설 중인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에서 40년간 사용 후 핵연료 3.2만t(1.5만㎥)의 재처리를 끝내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0.6만㎥, 재처리 작업 폐기물 5만㎥, 공장 해체의 폐기물 4.5만㎥, 규제치 이하 폐기물 230만㎥ 이 발생하다고 추산했다. 
 
이것을 보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약 2.5분의 1로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플루토늄을 계속 이용하는 데 따라 사용 후 핵연료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무시되고 있다. 또 사용 후 핵연료를 그대로 땅에 묻는 직접 처분에 견줘 이 방식은 새로운 폐기물을 다량 만들어 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원자력 가동 후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하는 방법은 ‘직접처분’과 ‘재처리’인데, 어떤 방식의 선택이든 ‘최종 처분장의 확보’는 필수조건이다. 
» 일본 후쿠이에 있는 고속증식로 원형로 몬주. 냉각재 소듐 누출 사고 이후 현재 가동이 중단 상태이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우라늄 자원활용률이 100배 이상 증대가 가능하다고 하나, 반대로 이를 위해서 추가로 들어가는 시설과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다. 
 
왜냐하면 출력 100만㎾급 원전은 1년에 약 20t의 핵연료가 필요하며, 핵연료를 사용 후 재처리하면 1% 정도의 농축도를 가진 미연소된 우라늄 235가 0.18t(0.9%)이 나오는데, 이것을 다시 4.1%로 농축할 경우 별도의 농축공장시설이 필요하며(한국은 해외의 농축공장에서 핵연료를 만들고 있다), 농축하는 과정에서 핵연료로서 부적절한 열화우라늄이 대량 발생한다.
 
열화우라늄은 일부만이 군사용의 열화우라늄탄의 재료로 이용될 뿐 대부분은 폐기 또는 저장해야 한다.
 
그러면 재처리의 경제성은 과연 있을까. 
 
재처리 과정은 한미원자력협정이라는 현실적인 장애를 떠나서, 재처리 공장, 산화혼합물 연료가공 공장, 최종 처분장, 플루토늄의 전용 원전(고속로) 신설 및 보안 비용의 증가 등 천문학적 금액이 요구되는데, 2003년 일본의 추산을 보면 최종 처분장 및 고속로의 건설 등을 제외한 재처리 관련 비용만으로도(재처리 공장이 40년 가동한다는 가정 아래) 33조 7000억 엔(약 400조원)에 달하며, 일반적인 우라늄 원료보다 연료비의 부담이 1.5배 증가한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적인 타당성에 대한 평가를 한 자료조차 없다. 내가 문외한이라 있는데 못 찾은 것일 수도 있다. 다만 그 동안 차세대 원전에 대한 개발에서 최소한 경제성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한 보고서를 여러 번 요구했으나 정부로부터 받아본 적은 없었다.
   
결국, 국내에서 재처리와 차세대 원전을 추진하는 것은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이후 부각된 핵 주권론, 원자력·화학 분야 과학자들의 학문적인 요구, 몇 백조 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거대시설과 운영에 대한 산업계(건설·화학·중공업 등)의 이해 관계, 그리고 한국으로부터 재처리의 해외위탁을 받거나, 재처리공장의 시설 및 기술을 한국에 수출할 해외기업의 이해 등이 배경에 작용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12일 창조경제 현장방문을 위해 서초동 알티캐스트사에서 기업인들과 만나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명을 듣고 있다.


빌 게이츠가 ’한미원자력협정과 관련해서 역할을 하겠다‘고 말한 대목은 그런 정황을 더욱 뒷받침해주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사후 핵연료 재처리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고, 이는 그가 사업을 하고 있는 제4세대 원전(소듐 냉각 고속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원전 안전에 대해 확신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기술적으로 과학적으로 얼마든지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그의 태도에 우리나라 원전사업자와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일본의 원전사업자의 모습이 담겨있다. 참으로 닮았다.
 
그의 방한과 강연에서  ’창조경제‘가 아니라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회사가 만들고 있다는 새로운 원전을 팔아먹으려는 ’원전장사꾼‘ 냄새가 나는 이유다.
 
이번 빌 게이츠의 한국방문은 결국, 제4세대 원전 판매라는 장삿속과 화려했던 그의 과거 신화로부터 창조경제의 정당성을 부여받으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하여 도대체 그림이 안 그려지는 창조경제는 원전을 받아들여, 박근혜 표 창조경제를 만들어갈 듯하다. 준비된 여성대통령의 창조경제의 가벼움이란 이런 것이었나.  ‘원전과 4대강 사업‘이라는 이명박 표 녹색성장의 결말과 박근혜 표 ’창조경제‘의 종착점이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곽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우원식 의원 정책보좌관

곽현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 (파워블로거)환경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깊숙한 정보가 풍부한 글쓰기로 유명한 파워 블로거.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이기도 하다.
이메일 : kwaghyun@gmai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theplanb

2013년 4월 11일 목요일

후쿠시마 수십만 톤 방사성 오염수 비상


이글은 프레시안 2013-04-11일자 기사 '후쿠시마 수십만 톤 방사성 오염수 비상'을 퍼왔습니다.

저장 공간 부족…장마철 유출 가능성 커


일본 후쿠시마에 있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1호기가 방사선 오염수 유출이 확인된 지하 저수조의 사용을 중단하기로 해 오염수 저장 공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핵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10일 지하 저수조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저수조에 저장된 방사성 오염수 2만3600톤을 오는 6일까지 저장 탱크로 옮길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장마철에 폭우가 내려 오염수가 급격히 증가하면 오염수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오염수 저장용 탱크 증설이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최근 후쿠시마 1호기에서는 부지 내 7개 저수조 중 3곳에서 방사성 오염수가 유출됐다. 원자로 냉각수와 지하수가 섞이며 매일 약 400톤의 오염수가 만들어져 현재 후쿠시마 1호기 내에서 저장하고 있는 오염수는 모두 36만 톤에 이른다.

2013년 3월 31일 일요일

죽음의 땅 후쿠시마 떠나지 못한 동물들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325일자 기사 '죽음의 땅 후쿠시마 떠나지 못한 동물들'을 퍼왔습니다.

후쿠시마에 남은 개와 고양이의 눈망울엔 그리움이 있었다
비정상 핵발전 사회를 바꾸지 않는 한 이런 고통 계속 돼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죽음의 땅’ 일본 원전 사고 20킬로미터 이내의 기록 오오타 야스스케 지음, 하상련 옮김/ 책공장더불어/ 1만1000원

제주에 사는 아홉 살 조카가 울면서 전화했다. 강아지를 기르고 싶은데 엄마가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이모를 엄마보다 서열이 높은, 엄마를 꾸짖어 줄 존재로 여기는데 의기양양해서 강아지를 구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아차’ 싶었다. 다시 전화를 해서 열 살이 될 때까지 공부부터 하자고 했다. 무엇을 먹이고 어떻게 기를지, 병들거나 죽으면 어떻게 할지 함께 고민하다 보면 아이가 포기하지 않을까 하는 계산….

하지만 아이는 강아지에 대한 열망에 들떠 어른 책이라도 상관없으니 열심히 읽겠단다. 그러는 가운데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을 만났다.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며 돌본다 해도 세상 자체가 너무 위험하고(핵발전소까지 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겐 생로병사의 고통이 있다는 걸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따뜻한 생명과 교감하고 싶은 아이의 밝은 마음을 편들고 싶기도 하다.


» 쓰나미로 파괴된 후쿠시마 해안에서 닥스훈트 한 마리가 사진가를 바라보고 있다. 누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일까.


» 전자상가 주차장을 풀려난 소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보통은 볼 수 없는 비현실적인 광경이다.


» 던져준 개 사료는 떠돌이 돼지에게 마지막 만찬이었을 것이다. 이튿날 이들은 모두 살처분된 상태로 발견됐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은 2011년 3월 쓰나미와 대지진, 핵발전소 사고를 겪은 뒤 후쿠시마에 남겨진 가축들, 개와 고양이, 돼지와 말, 닭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과 함께 살던 가축들이니 사람이 떠난 뒤 죽거나 굶주리며 외롭게 떠돌고 있다.

책을 낸 오오타는 사진작가인데 동물보호단체와 자원봉사자들과 협력해 동물들을 구조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오오타는 ‘아이들’이라고 부르며 개와 고양이의 이름을 기억하고 표정과 행동을 통해 동물들의 마음을 읽는다. 아이들이 구조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 덧붙인 것을 보고 ‘이 사람 정말 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구나!’ 싶다. 이 정도는 되어야 강아지든 고양이든 기를 수 있을 것 이다.


» 방사능 때문에 주인을 떠났지만 개들은 집을 지킨다. 맨 앞 우두머리 개의 왼쪽 앞뒷다리가 모두 무언가에 의해 잘렸다.


» 깡통에 든 먹이를 주자 정신없이 먹고 있는 고양이들. 슬프도록 말랐다.


» 지치고 힘들어 보이는 이 고양이는 사진가의 부름에 다가왔다.


» 묶인 채 죽은 개. 주인은 그렇게 오래 집을 떠날지 몰랐을 것이다. 자원봉사자가 덮은 수건 위에 사진가가 마당에서 꺾은 꽃을 올려놓았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뒤에 나온 많은 책들이 이 기회에 ‘탈핵’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온 터다. 나는 핵발전소가 위험하고, 한번 사고가 나면 사람과 자연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는 시시콜콜 핵발전소의 구조나 정치경제학을 거론하며 탈핵을 주장하는 무겁고 진지한 책들은 사지 않는다. 핵발전소로 유지되는 거대한 세상과 구조에 피로감을 느끼며 책을 덮는 일이 싫어서다.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은 글이 적은 대신 사진이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개의 눈이나 불안한 고양이의 눈빛, 대형 마트 앞을 서성이는 소들, 비어있는 마을을 지키는 개와 말들이 소리치는 듯하다. “핵발전소는 당신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좋지 않아요. 빨리 없애세요!”

오오타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한다. 현장으로 달려가 동물들을 구조하는 일, 사진을 찍는 일, 후쿠시마의 비극을 알리는 책을 내는 일 모두 그냥 지나치면 안 될 하나의 진실로 이어진다. “원전에 대해 모두 침묵해 버리는 비정상적인 이 사회를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모두들 이 책을 읽으라고 권하기에는 너무 슬프고 안타까운 내용이다. 말 못하는 아이들, 죄 없는 동물들이라서일까? 사람 이야기보다 더 마음이 언짢고 가엾다. 하지만 핵발전소 사고와 굶주려 죽어가는 동물 이야기 사이 사이, 인간 본성이 주는 희망이 빛난다.

도쿄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동물구조에 힘쓰는 자원봉사자와 지름 20㎞ 안의 사람은 무조건 대피하라는 소식에 허겁지겁 집을 떠났지만 기르던 고양이를 생각해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 사진 찍는 일보다 동물 구조에 더 힘쓰는 사진작가의 모습에서 따뜻한 희망을 본다. 그래서 더욱 착한 사람들, 착한 동물들의 노력을 무색하게 하는 비정상적인 사회와 핵발전소가 미워진다.    

글 이성실/ 자연그림책 작가, 사진=오오타 야스스케, 책공장더불어

2013년 3월 18일 월요일

“후쿠시마는 한국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3-18일자 기사 '“후쿠시마는 한국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를 퍼왔습니다.
日 히로시마 피폭자 치료한 의사 히다 슌타로… “한국 원전 줄여나가야”

평생을 반핵운동에 몸담아온 의사 히다 슌타로(96)가 노구를 이끌고 한국을 찾아 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히다는 “후쿠시마는 한국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방사능을 매일 생산하는 원전을 가능하면 하나씩이라도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는 20개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50개 원전 가운데 2곳만 가동하고 있다. 

히다 슌타로는 1917년 히로시마 출생으로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미국의 원자폭탄으로 피폭을 당해 골수 기능 이상과 급성빈혈을 겪었다. 의사였던 그는 6000여명 이상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피폭의 실상을 UN 등 전 세계에 알렸으며 일본 원폭 피폭자 중앙 상담소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난 17일 그를 ‘2013 보건의료진보포럼’ 강연자로 초청했다.

그는 이날 자리에서 68년 전을 떠올리며 “원폭 피해는 군사기밀이었다. 피폭을 가족에게조차 얘기할 수 없었다. 학자들도 입을 다물어야 했다”며 일본정부를 비판한 뒤 “처음 원폭이 터지고서 방사능이 인체에 어떤 해를 가하는지 의사들은 아무것도 몰랐다. 병을 고치는 것이 의사의 숙명이라고 생각해 노력했지만 지금도 일본은 피폭과 질병의 관련성에 대해 쉬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히다에 따르면 히로시마 피폭자는 80만명이며, 이 중 현재까지 생존한 이는 20만 명 수준이다. 

▲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이자 반핵 활동가인 의사 히다 슌타로. ⓒ정철운 기자

그는 “히로시마 원폭 이후 폐허의 히로시마에서 살아간 사람들도 죽어갔다. 당시 의사로서 병명을 진단할 수조차 없었다. 값이 싸다고 해서 방사능의 공포를 기반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내서는 안 된다. 가장 큰 피해는 어린이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후쿠시마가 어떻게 될지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 후쿠시마는 한국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방사능 누출 규모로 볼 때 히로시마 원폭보다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는 “몇 년이 지나면 의학적 근거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각종 희귀병을 가진 어린이와 어른들이 후쿠시마에서 반드시 등장할 것이다. 아무 이유없이 설사가 이어지고 코피가 멈추지 않고 구강염이 계속되는 일이 이어질 것이다. 일본은 결국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후쿠시마사고는 필연적으로 한국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예로 체르노빌 원전사고(1986년 4월 26일) 이후 한국에서 갑상선 질환 발병률이 증가했다. 체르노빌 주변 국가 벨로루시는 사고 후 어린이 갑상선암 발생률이 30배 증가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일주일 후, 일본 과학계는 한반도에 방사능 낙진이 있다고 발표했다. 전두환 정부는 “방사성 낙진이 없다”며 안심하라고 말했지만, 빗물 속에서 방사능이 검출되자 “빗물을 마시지 말라”(1986년 5월 5일)고 밝혔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2002년 기준으로 20~24살의 경우 전체 암 가운데 갑상선 비중이 30% 이상이다. 1996년보다 8.6%가 늘어난 수치다. 인구 10만 명 당 여성 갑상선암 발생률도 15.7명으로 체르노빌 주변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고수준이다. 지금 20~30대 여성은 20년 전 방사능에 취약했던 영유아들이다. 

히다는 “한국의 갑상선 질환 증가가 체르노빌 사고의 영향이라 생각하고 싶지만 병의 증가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밝힌 뒤 “갑상선 질환에 걸린 아이와 부모를 세밀하게 취재하고 분석해야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그는 이어 “피폭을 주장해도 정말 피폭으로 죽었는지 의학적으로 증명할 길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체르노빌(1986년 원전폭발)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핵발전의 희생자들이 나오고 있다”며 “지금까지 피폭으로고 죽어간 사람들이 셀 수 없다. 방사능은 그 자체로 인간과 공존할 수 없다. 핵을 만드는 사람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히다는 이날 자신을 찾아온 한국의 원폭2세들에게 “히로시마에선 피폭자들이 60년간 단결해온 결과 치료비를 정부가 부담하고 있다. 피폭자는 아무런 죄가 없다. 끈기를 갖고 원폭피해자를 위한 법률을 만들어 지원을 하게끔 노력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철운 기자 | pierce@mediatoday.co.kr  

2013년 3월 12일 화요일

"후쿠시마는 남의 일 아니다, 삼척 핵발전소 결사반대"


이글은오마이뉴스 2013-03-12일자 기사 '"후쿠시마는 남의 일 아니다, 삼척 핵발전소 결사반대"'를 퍼왔습니다.
삼척 시민들, '핵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삼척시민 3보1배 대행진' 진행

▲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2년째를 맞는 3월 11일, 삼척 시청 앞 삼척 핵발전소 반대 집회. ⓒ 성낙선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2년째가 되는 11일 강원도 삼척시에서는 그 사고로 희생을 당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삼척시 근덕면에 건설될 예정인 삼척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는 "후쿠시마를 기억하고, 이 세상 어디에도 안전한 핵발전소는 없다"는 것을 알리는 한편,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2주년을 맞아 핵 없는 세상, 핵 없는 삼척을 위한 시민들의 염원"을 담아내려는 목적으로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집회에서 삼척시와 삼척시의회에 핵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다음 선거에서 삼척시와 시의회 심판할 것"을 경고했다.

삼척 핵발전소 반대 시민들이 이날 다시 삼척시 등에 주민투표를 요구한 데는, 박근혜 정부가 오는 8월 '핵 발전 고시 확정 정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주민투표를 통해 핵발전소를 결사반대하는 삼척 시민들의 뜻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그 뜻을 정부에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집회는 삼척시청 앞 광장에서 '핵없는 세상을 위한 2013년 생명평화 미사'를 봉헌하고 나서, 삼척시청 앞에서 삼척우체국까지 '핵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삼척시민 3보1배 대행진'을 진행하는 순서로 거행됐다.

미사는 '천주교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주관했으며, 3보1배 대행진은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에서 주관했다. 이날 집회에는 300여 명의 삼척시민을 비롯해 김양호 강원도 도의원, 정진권 삼척시 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단체로는 근덕면원전반대투쟁위원회, 삼척환경시민연대, 진보신당, 민주통합당 등이 참석했다.

▲ 삼척 시청 앞, 핵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삼척시민 3보1배 대행진을 준비하는 시민들. ⓒ 성낙선

"신재생에너지에 의존하는 에너지 절약형 사회 만들어야"

이날 집회에서 정의평화위원회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동시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에서도 보았듯이 "핵발전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재앙"으로서 "다가올 미래는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에 의존하는, 아이들이 안전한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의평화위원회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수십만 명의 피난민이 발생하고 일본 전 국토의 11.6%가 오염되는 등 후쿠시마는 아직도 진행 중인 사건"으로, "핵은 안전을 담보하지 못하는 에너지이자 후세에 (핵 처리) 비용을 떠넘기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에너지"로 규정했다.

그리고 "핵발전소는 그 자체가 핵무기로 핵무기 이상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북한의 핵실험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며,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핵발전소에 우리의 미래를 맡기지 말고, 신재생 에너지, 안전한 에너지에 의존하는 에너지 절약형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상임대표 박홍표 신부)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삼척시장과 삼척시의회는 '주민투표'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가 8월경 수립될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서 핵 발전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조속히 삼척시와 삼척시의회가 주민투표를 발의"해 삼척시민들의 뜻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는 주민투표를 실시하자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김대수 삼척시장을 비롯해 지역 정치인들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강력히 경고"하고, "우리의 염원을 저버린다면 이제는 물리적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삼척시민환경연대 김승호 대표(강원대 삼척캠퍼스 환경공학과 교수)는 핵발전소를 유치하는 데 앞장서 온 김대수 삼척시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국 240여 개의 지자체 중에서 지자체장이 직접 나서서 죽기 살기로 핵발전소를 유치한 사람은 삼척시장뿐"이라며 "삼척 핵발전소가 백지화될 때까지 결사적으로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양호 강원도 도의원은 "핵 없는 세상을 위해 싸워온 삼척 시민"들에 감사의 말을 전한 뒤 "삼척 원전으로부터 삼척을 끝까지 지켜내자"고 말했다. 정진권 삼척시 시의원은 "주민투표는 삼척 시민의 권리"로 "주민투표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결사적으로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보 1배는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질서 있게 진행됐다. 3보 1배를 마친 참가자들은 삼척우체국 앞에서, "핵발전소 건설 구역 지정 고시 해제" "주민투표 실시" "핵발전소 결사반대" 등의 구호를 외친 뒤 집회를 마무리했다.

▲ 삼척 시청 앞, 핵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3보 1배 대행진. ⓒ 성낙선

▲ 삼척시 척주로를 지나는 핵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삼척시민 3보 1배 대행진. ⓒ 성낙선

▲ 핵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삼척시민 3보 1배 대행진. ⓒ 성낙선

성낙선(solpurn)

2013년 1월 3일 목요일

후쿠시마 지옥문은 닫히지 않았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3-01-02일자 기사 '후쿠시마 지옥문은 닫히지 않았다!'를 퍼왔습니다.
[초록發光] 3·11 이전으로 돌아가는 일본

2012년 9월 중순부터 일본에서 연수 중인 나는 전일본자치단체노동조합 소속 후쿠시마 시청직원 노동조합의 초청으로 12월 10일과 11일에 후쿠시마 지역을 방문했다.

12월 10일 오후 신칸센으로 도쿄를 출발하여 약 1시간 30분 후에 후쿠시마 시에 도착하였다. 며칠 전에 눈이 내린 듯한 날씨는 제법 쌀쌀했다. 도착해서 바로 후쿠시마 시청직원 노동조합의 연구 모임('연구집회')에 참석하여,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기회를 가졌다. 조합원들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한국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매우 궁금해 했다.

12월 11일에는 후쿠시마 시청직원 노동조합의 안내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주요 피해 지역의 하나인 미나미소마 시를 방문했다. 미나미소마 시는 전체 면적의 3분의 1 정도가 '경계 구역'(대규모 핵발전소 사고가 났던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로부터 20킬로미터 이내의 지역)에 포함되어 있고 그 이외 지역 상당 부분도 '계획적 피난 구역'으로설정되어 있다. 오후 1시경 미나미소마 시청에 도착하여 미나미소마 시청직원 노동조합의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우선 오염 제거와 복구 작업 현황을 놓고 말문을 열었다. 우선, '경계 구역' 내부의 오염과 잔해 제거나 복구 작업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지진, 쓰나미, 핵발전소 사고 당시의 피해 상태 그대로라는 것이다. 경계 구역을 벗어난 지역도 잔해 제거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본격적인 복구 작업이 언제 시작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방사능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오염과 잔해 제거 작업이 더 늦어지고 있으며, 잔해를 모두치우는 것만 해도 아무리 잘 해도 3~5년 걸릴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진, 쓰나미, 핵발전소 사고로 이 지역의 산업 기반(농업, 어업, 제조업)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교육, 의료, 복지 등 공공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될 수 없다고 한다. 핵발전소 사고 당시 미나미소마 시에는 7만3000여 명이 살고 있었는데, 그 중 6만여 명이 피난을 갔고 나머지도 대부분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경계 구역 외부에서가설 주택, 친지의 집, 월세 등으로 살고 있다. 피난민들을 위한 가설 주택은 미나미소마 시에 약 3000세대가 있으며 계속 짓고 있다.

미나미소마 시청을 나와 피해 지역을 직접 보기로 했다. 핵발전소 사고 피해 지역에 가까워질수록 도로는 더욱 한적해졌고, 한동안 우리가 탄 차만 달리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가 가 본 곳은 미나미소마 시의 오다카(小高) 구(區) 였다. 이곳에는 핵발전소 사고 당시 약 1만3000명이 살고 있었는데, 핵발전소 사고로 모두 피난을 갔다. 이 중 40퍼센트는 미나미소마 시에, 나머지 60퍼센트는 미나미소마 시나 후쿠시마 현을 벗어난 지역으로 피난을 갔다.

 
▲ 지진에 의한 쓰나미로 파괴된 미나미소마 시 오다카 구 해안의 방파제. 이 방파제를 따라 남쪽으로 2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가 있다. ⓒ장영배

약 3600세대 중 500여 세대가 쓰나미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해안가 근처의 집들은 괴멸되어 집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고, 1층이 기둥만 남고 뻥 뚫려 버린 2층 집들은 쓰나미가 어느 높이까지 들어왔는지를 알려주었다. 쓰나미는 약 10미터 높이(전봇대 높이)로 해안가 주택과 마을을 덮쳤다고 한다. 바닷물이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들어오는 듯 했다고 한다.

 
▲ 쓰나미가 덮친 오다카 구 해안 마을에 남아 있는 집터. 이 집터는 해안에서 약 200미터 떨어져 있다. ⓒ장영배

오다카 역으로 길게 이어지는 오다카 구의 상가 지역은 사람이 전혀 없는 버려진 도시였고 모든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쓰나미에 밀려 논밭에 쳐 박힌 차량과 생필품이 아직 치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것도 있었고, 잔해물 더미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 지진과 쓰나미로 부서진 가옥들은 해체 중이었고, 아직 해체되지 않은 무너진 가옥들도 여러 채 보였다. 오다카 구 전체가 아무도 살지 않는 버려진 도시처럼 보였다. 경계 구역 외부가 이런 모습이니 경계 구역 내부는 훨씬 더 참혹한 모습일 것이다.

 
▲ 오다카 구 상가 지역. 아무도 다니지 않는 텅 빈 거리가 되었고 모든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장영배

무거운 마음으로 오다카 구를 벗어나서 피난 주민들이 살고 있는 '가설 주택'을 보려고 미나미소마 시로 출발하였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800여 명의 오다카 구 피난 주민들이 살고 있는 목조 가설 주택 단지였다.

이 가설 주택 단지를 둘러보던 중 이곳에 사는 피난 주민 한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와 무슨 일로 이곳에 왔느냐고 물었다. 그는 곧 가설 주택 단지의 회의실(커뮤니티 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로 우리를 안내하였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 피난 주민들을 위한 미나미소마 시의 목조 가설 주택 단지. ⓒ장영배

본인을 71세의 '이누이'라고 밝힌 이 분은 오다카 구의 구청장을 역임한 분이었다. 그는 집이 경계 구역 내에 있어서 강제 퇴거 당하였다고 했다. 퇴거하지 않으면 10만 엔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했으며, 경찰이 강제로 퇴거시켰다고 했다. 그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에 울분을 토로했다.

"우리는 너무 억울하다. 우리는 아무 잘못도 없다. 정신적, 물질적, 육체적으로 너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는 피해자이고, 도쿄전력이 원인 제공자이자 가해자이다. 국책으로 핵발전소를 허가하고 추진한 일본 정부도 가해자이다. 핵발전소가 없고 자연 재해(지진과 쓰나미)만 있었다면 피해가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가해자로서 생활 재건과 복구의 책임을 져야 하는데, 대답이 없다."

▲ 피난 주민들을 위한 목조 가설 주택 건물의 내부 복도. 양쪽에 보이는 문마다 한 세대씩 살고 있다. ⓒ장영배

지진과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방사능 오염에 무방비로 노출되었다. 특히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 가까운 후쿠시마 현의 해안 지역은 쓰나미 피해의 직격탄을 맞았고, 거기에 더하여 고농도 방사능 오염이라는 재앙을 피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쓰나미로 큰 재난을 당한 사람들의 구출이 지연되었고, 더 나아가 피해 지역의 복구와 재건 자체가 곤란해지고 있다. 오다카 구 지역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이누이의 생각은 이렇다.

"오염 제거 작업을 한다고 하는데, 방사능이 완전히 제거되는 것이 아니라 20~50퍼센트를 줄일 뿐이다. 바꿔 말하면 50~80퍼센트는 남아 있다. 또 방사성 물질이 산에 많이 쌓여 있다. 이것은 제거하기 어렵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피해 지역을 원상태로 복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 2011년 지진으로 붕괴된 오다카 구 상가 지역의 한 건물. 해체 철거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위험하니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장영배

방사능 오염은 원상 복구를 거의 불가능하게 한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주변의 고농도 오염지역에서는 피난이 불가피해 지역 커뮤니티 자체가 파괴되었다. 핵발전소 사고에 의한 방사능오염은 아주 장기간 계속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생활환경이 상실되어 버리게 된다. 이누이는 대를 이어온 고향이 붕괴되어 앞으로 다시 복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능 오염 때문에 아이들을 둔 부모들은 다시 돌아오려 하지 않는다. 고향에 돌아오는 사람들은 주로 나이든 사람들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돌아오려 하지 않는다. 이는 세대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 내 생각으로는 피난 주민들 중 약 20퍼센트 정도만 살던 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방자치단체가 성립하기 어려울 것이고 먹을거리, 의료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멀리 외지로 나가야 할 것이기 때문에 생활 여건이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핵발전소 사고 이전의 지역 커뮤니티를 어떻게 복구할 수 있겠는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피난민 생활도 큰 고통이다.

"강제 퇴거 시 살던 곳으로 곧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옷 몇 점 들고 집에서 나왔는데, 벌써 1년 9개월이 지났다. 이 가설 주택에 들어오기 전에 네 번 이사를 다녔다. 열 번 정도 이사 다니다가 이곳에 들어온 사람도 있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과정이다. 가설 주택에 들어오기도 이렇게 어렵다. 그러나 이곳 생활도 많은 문제가 있다. 생업이 없어져 시간 여유가 많지만, 자기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 몸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TV 보는 것으로 소일하는 경우가 많아 면역력이 떨어져 병드는 사람들도 나온다. 자기 힘으로 자기생활을 복구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는데, 임시 대피시설인 이곳에서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결국 중장기적 생활 대책을 도쿄전력과 정부가 책임지고 마련해 주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도쿄전력은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 사고 대책은 형편없었다. 핵발전소 사고 이후 사후 처리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피해 지역을 찾아와서 피해 주민들과 대화, 협의하여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나 배상금 규모 등은 피해 주민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있다. 현재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 소송이나 재판은 너무 오래 걸려 우리가 죽은 후에나 재판이 끝날 수도 있다. 이것은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다. 정부, 도쿄전력, 피해 주민들 사이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조직이나 기구가 있으면 좋겠다."

이누이는 정부와 도쿄전력에 대하여 자신의 절박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부와 도쿄전력이 보상금 등 가능한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밝혀라. 그래야 피해 주민들이 막막한 상황이지만, 스스로 앞날 설계를 할 것 아닌가? 지금처럼 막연하게 복구와 재건을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핵발전소 재가동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나는 피해 당사자이다. 핵발전소 가동에 찬성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일본의 다른 지역에서 핵발전소를 가동하는 것도 똑같은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 가설 주택 단지 회의실에서 피난 주민의 절절한 심정을 들려 준 이누이(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오른쪽 끝과 왼쪽 끝은 오다카 구 피해 지역 방문을 함께 해준 전일본자치단체노동조합 간부들. ⓒ장영배

이누이와 한 시간 조금 넘는 면담을 마치고 동경으로 돌아가기 위해 회의실을 나섰다. 그가 살던 오다카 구의 처참한 모습이 그의 뒷모습과 겹치면서, 언제 끝날지 모를 피난 주민들의 고통이 더욱 아프게 느껴졌다.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이누이의 고통은 정녕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가?

후쿠시마 현에 다녀온 닷새 후 12월 16일에 일본 중의원 총선거가 있었다. 자민당의 압승이었다. 2030년까지 '핵발전소 제로'를 추진했던 민주당 정부는 괴멸적 패배를 당했고, 더 신속한 탈(脫)핵발전소를 주장했던 사민당, 공산당, 미래당도 기존 의석의 수가 크게 줄었다. 이제 일본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의 핵발전소 정책 기조가폐기되거나 크게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에서 다시 핵발전소 유지나 부활의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의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본은 다시 3·11 이전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장영배 공공연구노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지부장(후쿠시마) 

2012년 12월 23일 일요일

'원전 긴자' 주민 매일 불안한 기도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 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12-12일자 기사 ''원전 긴자' 주민 매일 불안한 기도'를 퍼왔습니다.

“핵 없는 미래로 가자”-피스 앤 그린 보트 현장 취재기 ① 일본 유일 가동 오이 원전
활성단층 논란에도 일본 유일 가동…후쿠시마 인근 강진에 '술렁'
지역경제 무너질라 반대도 마음대로 못하고, 이중 불안에 시달려

2012 피스 & 그린보트가 `탈 원전'을 주제로 한국과 일본의 시민 920여 명이 대형 크루즈 선에 탑승한 가운데 12월 2~9일 동안 열렸다. 두 나라 시민들은 선상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고리원전, 일본 오키나와, 오이 원전, 하카타 등을 방문해 지역주민과 교류 프로그램을 벌이기도 했다.
 
» 지난 7일 바다에서 바라본 오이 원전 전경. 왼쪽 2기가 일본에서 가동중인 유일한 원전이다.

 
» 오이 원전의 위치

일본 후쿠이 현 오바마 시 주민 니시노 히카루는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서쪽 바다를 향해 합장을 한다. 집에서 10㎞ 떨어진 오이 원전이 후쿠시마 원전처럼 사고를 일으켜 대대로 살아온 그의 고향과 가족을 앗아가지 말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다. 대대로 고기잡이를 해 와 날씨의 변화에 민감한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오이 원전의 영향은 30분이면 그의 집에 도달한다.
‘피스 앤 그린 보트’는 지난 7일 니시노의 안내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인 오이 원전을 찾았다. 오이 원전 단지에는 고리에서 본 낯익은 둥근 돔 모양의 격납용기 4개가 바닷가에 서 있었다. 이 가운데 2기가 꺼져가는 일본 원전 산업의 마지막 불씨인 셈이다.

모처럼 날씨가 화창했고 파도도 그리 심하지 않아 참가자들을 태운 지역의 소형 유람선을 오이원전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유람선 선장 가와고에 히로시는 몰려든 손님 때문에 표정이 밝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로 손님이 곱절로 늘었어요. 원전의 전경을 보려면 유람선을 타고 바다에서 보는 수밖에 없거든요. 오이 원전이 관광 명소가 된 셈입니다." 그러나 선장 말고 이 지역에서 후쿠시마 사고가 행운을 가져온 이는 없는 것 같았다.

» 쓰루가 시 부시장과 만나 오이 원전 가동의 문제점을 질문하는 최열 환경재단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요시오카 일본 피스보트 공동대표(오른쪽 끝). 사진=조홍섭 기자

이 원전단지 한 가운데에서 지층이 띠 모양으로 깨진 파쇄대가 발견돼 이것이 활성단층인지 아니면 단순한 산사태의 흔적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바로 옆 쓰루가 원전 아래에서도 활성단층이 발견됐다.
이날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요시오카 타츠야 피스보트 공동대표는 양국 시민의 항의의 뜻을 전하기 위해 쓰루가 시를 방문했다.  최 대표는 “한국에서는 활성단층이 발견되자 어렵게 확보한 굴업도 핵폐기물 처분장 터를 포기한 적이 있는데, 큰 사고를 겪은 나라가 원전 가동을 강행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따졌다.

이에 대해 키무라 마나부 부시장은 “현재 조사 중이지만 발전소 쪽은 활성단층이 아니라고 한다. 또 우리에게 가동을 중단시킬 권한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쓰루가의 원전 대부분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고용 등 경제적 타격이 크고 중소기업이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쓰루가 시에서 인구 7명에 1명꼴로 원전과 관련이 있는 일을 한다고 시 당국은 밝혔다.
그러나 미쓰비시에서 원자로 격납용기를 설계했던 고토 마사시 박사는 “불확실성이 있다면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원전 가동을 멈추는 것이 제대로 된 안전철학이자 후쿠시마 사고에서 얻은 교훈이다. 만일 오이 원전에서 사고가 난다면 100㎞ 안쪽에 위치한 교토 등 관서지방 대도시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유람선에서 오이 원전을 바라보는 일본쪽 참가자. 가동을 재개한 유일한 원전이어서 시위대가 찾아오는 등 유명세를 톡톡이 치르고 있다.

오이 원전을 둘러보던 사람들이 술렁였다. 후쿠시마에서 가까운 일본 동북지방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일어나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는 소식이 전혀졌다. 뜻밖에 현지 주민은 담담했고, 한국 참가자들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잇달았다.
오이 원전이 위치한 와카사 만은 ‘원전 긴자’란 별명을 갖고 있다. 고속증식로 몬주를 비롯해 일본에서 가장 많은 15기의 원전이 1970년대 초부터 여기에 몰려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내색은 안 해도 주민들의 원전에 대한 불안감은 높다. 

» 오이 원전 주변 주민들과 탈원전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심포지엄이 7일 열렸다.

와카사 정 주민 후지모토 토요시코는 “이런 곳에 ‘탈 원전’을 내건 대형 크루즈 선이 입항하고 탈 원전과 지역의 미래를 논의하는 심포지엄이 열리는 것 자체가 사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최쪽은 원전 반대 단체에 임대를 꺼리는 지역 관광버스 회사를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만큼 이 지역에서 원전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정부의 보조금(교부금)과 세금뿐 아니라 기부 등 다양한 형태의 원전 자금이 지역사회에 들어온다. 쓰루가 시의 원전 교부금은 연간 약 23억엔(약 300억원에 해당)으로 시 수입의 10%를 차지한다.
고용과 인간관계에는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이날 저녁 열린 심포지엄에서 나온 주민들의 말을 들어 보았다.

오바마 시에서 결혼식 전통예복 대여업을 하는 사카모토 카즈야(41)는 착잡한 주민의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주민만을 상대로 한 기업이라 이 지역이 잘 돼야 생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이 원전 재가동 이후) 가도 괜찮냐는 문의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지요. 관광업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관광객이 30-40%나 줄었어요. 오바마 시의 노동인력 중 절반 정도가 원전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젊은이가 주 고객인데,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원전이 있었어요. 후쿠시마 사고 때까지 원전 안전성을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위험한 원전이 없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지만 그래도 경제는 중요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요. 리모컨 없는 텔레비전을 볼 수는 없어요."
 
» 7일 와카사 만의 천년 고찰 메이츠 절에서 나카츠다 제츠엔 주지가 참가자들에게 원전과 지역사회를 설명하고 있다.

탈 원전 운동가이자 오바마 시 주민인 니시노 히카루는 운동을 하면서 겪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오이 원전이 재가동하자 큰 시위가 벌어지던 곳 옆 홍보센터에 갔더니 언니의 동창생이 센터 관장이었습니다. 복잡한 심정이 들었지요. 시위가 있던 밤 오징어 배 선장도 잘 아는 사람인데 홍보센터 관장의 남동생이었습니다. 시위 뉴스를 보았을 때 아는 사람이 그 안에 있나 살펴 보았지요. 간사이 전력 관계자는 없는지. 막는 경찰 속에 아는 이는 없나. 아는 경비회사 직원은 없는지 보게 되더군요.…오래 전 원전을 도입할 때부터 찬반 논란으로 친구와 가족 사이도 멀어지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원전 관련 얘기를 꺼립니다. 시끌벅적하다가도 이 화제 꺼내면 싸늘해지지요. 전력업계 종사자가 많아, 결국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엔 얘기하지 않을 수 없게 돼 고통이 커요."
 
» 지역주민이 연 오이 물산전에서 피스 앤 그린 보트 참가자들이 물건을 사고 있다.

원전 지역 주민이라도 사고에 대한 불안은 똑같다. 이 지역 반핵운동가인 마쓰시타 테루유키 '숲과 함께 살아가는 도토리 클럽' 대표는 말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불안이 확산됐습니다. 동시에 원전 가동이 중단되자 일자리와 경기에 대한 불안도 커졌지요. 민의는 탈 원전이지만 이를 대신할 눈에 띄는 정책은 없습니다. 어느 쪽으로 보나 위험은 큰데 길은 보이지 않고…."

이날 심포지엄에 참가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원전 지역에 대한 지원을 원전의 폐로 시점까지 연장하고 그 부담을 소비자와 전력회사가 지는 것이 옳다. 그 기간 동안 지역 주민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지역발전의 대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의견을 냈다.

쓰루가-오바마(일본)/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12년 11월 26일 월요일

후쿠시마 피해추정액 121조원, 이래도 ‘원전’ 할텐가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11-25일자 기사 '후쿠시마  피해추정액 121조원, 이래도 ‘원전’ 할텐가'를 퍼왔습니다.
[미디어 초대석] 원전의 ‘불편한 진실’

지난 16일 김황식 국무총리는 담화문을 통해 ‘겨울철 전력수급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올 겨울에 전력난이 우려되니 국민들이 절전을 해 달라는 것이다.
그와 함께 김 총리는 담화문의 상당부분을 할애해서 원전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원전기술이 세계 최고라면서 원전은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위조부품 공급, 핵심부품 균열 등의 문제로 가동중단중인 원전을 연말까지는 재가동시키겠다는 뜻도 밝혔다. 또한 ‘원전을 폐기하면 전기요금이 오른다’며 원전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의 담화문 내용을 보면 겨울철 전력수급 대책에 대해 얘기하기 위한 담화문이 아니라 핵발전(원전)을 옹호하기 위한 담화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의 원전은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드러난 사실들을 보면 원전의 안전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안전이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원전에 중고부품·짝퉁부품·위조부품이 공급됐다. 울진4호기의 경우에는 검증되지 않은 업체의 제품(증기발생기 전열관)을 사용했다가 세계에서 최단기간에 파열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영광3호기의 경우에는 원자로의 핵분열을 제어하는 ‘제어봉 안내관’이라는 핵심부품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수명이 끝난 고리1호기는 수명을 연장해서 가동 중이고, 곧 수명이 끝나는 월성1호기도 수명을 연장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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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객관적인 사고확률로 보면 원전은 안전하지 않다. 전세계에 430개 남짓한 원전이 가동 중에 있는데 세 번의 초대형 사고가 났다. 자동차 430대 중에 3대가 폭발했다면 그 차종은 폐기처분됐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원전 밀집도가 세계 1위이다. 좁은 국토에 원전을 마구 지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고위험도 높다.
따라서 원전은 안전하지 않다. 이것이 진실이다. 언론은 정부의 보도자료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제대로 알려야 한다.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그것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 된다. 일본 후쿠시마의 경우에는 사고로 인한 피해 추정액이 121조원을 넘어섰다. 이 피해를 일본 국민들이 세금과 전기요금 인상으로 감당하게 됐다.
국토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어디서 사고가 나더라도 수백만 명이 삶터를 잃고 국가재정은 파탄 나게 될 것이다. 이런데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원전을 가동하고, 새로운 원전을 더 짓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원전은 경제적이지도 않다. 수명이 끝난 원전은 거대한 방사능덩어리이다. 이것을 해체하려면 1개당 20년에서 30년의 시간과 1조원에서 2조원 이상의 돈이 들 것이다. 또한 원전 안에는 발전에 쓰고 난 ‘사용후 핵연료’가 쌓이고 있다. 이것을 10만년 이상 보관해야 한다. 이런 비용까지 감안하고 사고위험을 고려한다면 원전은 가장 비싼 에너지이다. 
원전이 가진 또 다른 문제점은 송전탑이다.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대도시로 끌고 오기 위해 곳곳에 초고압 송전탑을 짓고 있다. 보상금도 제대로 주지 않고 땅을 강제수용해서 송전탑을 짓고 있다. 이 문제 때문에 시골의 할머니들이 노숙을 하고, 가파른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몇 년째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지금 얘기한 것은 모두 진실이다. 불편한 진실이다. 그러나 진실을 보도해야 할 많은 언론들이 외면하고 있는 진실이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 나면 누구나 ‘원전은 하루빨리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전력난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하승수·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변호사

전력난을 풀려면 전체 전기소비의 53%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용 전기소비를 줄여야 한다. 그 방법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대기업들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전기사업법에 있는 ‘전력사용제한령’ 제도를 활용해서 대기업들에게 15%의 전기 수요감축을 명령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대기업들의 경우에는 전기를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자가발전을 일정 비율 이상 하게 만들 필요도 있다. 
그동안 원가 이하로 산업용 전기를 공급해서 대기업들에게 매년 수천억·수백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줘 온 것도 문제이다. 대기업들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50% 정도 올려야 한다. 그러면 전기수요를 줄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독일처럼 태양광·풍력·지열 등 재생에너지를 늘려야 한다. 독일은 이미 전기의 2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런 사례를 보면 우리도 더 이상 원전에 의존할 이유가 없다. 

하승수·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변호사 | media@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