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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30일 목요일

원전, '불량부품'만 문제가 아니었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5-29일자 기사 '원전, '불량부품'만 문제가 아니었다'를 퍼왔습니다.
[2013 전국투어- 부산경남⑩] '노후' 고리원전 1호기, 대안은 없나

(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5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가는 지역은 부산경남입니다. [편집자말] 원전 '불량부품 서류조작'이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가 된 원전은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1호기다. 그러나 불량부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3․11 일본후쿠시마원전 참사 1주기가 될 즈음인 2012년 3월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고 은폐사건이 터졌다. 전국 23개 원전에서 고장 정지와 사고가 잇따르고 그해 11월엔 가짜 시험성적서를 첨부한 '짝퉁부품'이 주요 원전에 장착된 것이 적발돼 영광 5·6호기 등 대형 원전의 가동 정지사태가 빚어졌다. 

지난해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고리원전 1호기 재가동 허용 결정 이후 지역 주민의 이해와 납득이 없이는 재가동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지식경제부 장관도 8월 전력대란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재가동을 강행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3월에 확정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설계 수명을 넘긴 원자로의 재가동을 전제로 하는 데다 지난 4월엔 한국수력원자력이 연장시한까지 4년 밖에 남지 않은 고리원전 1호기에만 2382억원을 들여 부품교체에 들어가기로 해 2차 수명 연장을 위한 준비 절차로 보는 우려 섞인 시각도 많다.

게다가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 1호기와 경북 경주 월성 1호기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이달 중에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데 대해 지역환경단체와 주민들은 "노후화 원전 가동 연장을 위한 면죄부로 활용해선 안 될 것"이라며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후쿠시마원전 참사를 계기로 노후화된 고리원전 1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가 하는 것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불량부품 문제로 원전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원자력행정에 대한 불신을 털어내고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불신 받는 원자력 행정 


▲ 부산 기장군 장안읍 소재 고리원전 1호기(오른쪽)와 2호기. ⓒ 윤성효

원전사고의 은폐는 대조앙의 전조라는 사실을 후쿠시마원전 참사에서 똑똑히 보았다. 그리고 원자력 내부의 부패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방지할 것인가 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지난해 3월에 밝혀진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고 은폐사건은 고리원전 제1발전소장의 조직적 은폐 기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상부 보고 지체, 원자력안전위 주재관의 감독 부실 등 '원자력행정'의 무책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그런 가운데 터진 원전의 부품 납품비리사건은 원전이 비리의 복마전으로 원전행정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해 원자력안전위 차원에서 2~3개월에 걸쳐 고리 1호기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이고, IAEA(국제원자력기구) 특별점검반이 현지에 와서 조사를 벌여 '기술적인 면에서 안전하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고리지역 주민들은 물론 국민 대다수를 설득하지는 못했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는 은폐·축소를 계속해온 일본 원자력행정의 '비밀주의'와 '안전신화'가 빚은 인재라는 게 중론이다. 노후화된 후쿠시마원전의 안전문제는 사고 전에도 심각했고 은폐사고 또한 일상화돼 있었다. 고이즈미 정권 시절인 2002년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수증기건조기에 발생한 균열사고를 도쿄전력이 은폐하고 있다는 사실이 원전 제작사인 제너럴일렉트릭 파견기술자의 고발로 드러났다. 당시 도쿄전력의 국유화까지 거론되는 등 사회문제가 되자 얼마 뒤 도쿄전력 회장·사장 등 최고경영자 5명이 물러났다. 당시 조사 결과 도쿄전력의 원전 정기검사기록에 후쿠시마 1, 2호기 등의 노심내 설계에 균열이나 그런 징조를 발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기는 등 은폐사건이 더 드러났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 뒤 감독기관인 경제산업성 고위 관료들의 도쿄전력 낙하산 인사가 관행화돼 유착관계가 심해지면서 원전은 계속 증설되는 반면 안전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부패구조가 형성됐던 것이다. 이러한 부패구조를 잡지 않으면 원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국민에게 신뢰를 얻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부산시 원자력안전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원자력안전위의 결과발표회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정부의 대국민 설득 방법과 절차상의 문제가 크다는 점을 피부로 느꼈다. 마치 원자력안전위의 안전점검이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진다. 원자력안전위는 지난해 고리 1호기 안전점검에서 시민단체가 제기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노후화된 원자로 용기의 안전성에 대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운전심사(2006~2007) 및 제3기관의 검증평가(2011) 결과를 놓고 자료 재검토만 한 뒤 '기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발표함으로써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불안을 가중시켰다. 

이번에 원자력안전위가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환경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원안위(원자력안전위원회)가 채택한 유럽연합의 스트레스 테스트 방식은 일본 후쿠시마 사태와 같은 사고에 대비한 지진·해일 대책에 대한 안전점검일 뿐 설계수명이 다된 노후 원전의 종합적 안전진단이 될 수 없음에도 이를 통해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으로 가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유럽연합식의 스트레스 테스트가 아니라 지난해 7월 11일 부산을 찾은 일본 도쿄대학 이노 히로미츠 명예교수(공학박사, 금속물리학 전공)가 주장한 것과 같이 고리 1호기의 6개 중 마지막 남은 감시시편 하나를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감시시편은 실제 원자로용기가 받는 중성자 조사량보다 많은 양을 받도록 노심 가까이에 감시용기를 설치하여 수명말기 원자로 용기 재료의 건전성을 미리 확인하는 것으로 원자로 압력용기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매우 중요한 시금석이 된다. 

그리고 원자력안전위는 마땅히 고리원전 주변 지역의 원전재해예방 및 발생시 구체적 대책도 함께 제시하고 향후 원전의 폐쇄정책에 대한 로드맵, 그리고 사고은폐사건 및 납품비리사건의 발본색원을 위한 관리감독 책임을 확실히 묻고 예방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원자력안전위 위원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한데 위원회에 반대의견을 지닌 반핵전문가와 원전 입지 광역·기초지자체 단체장 및 주민대표 등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 등 원전 감독기관의 고위간부가 한수원이나 한전 등에 낙하산 인사로 가는 구조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할 것이다. 

'베크의 법칙'이 필요한 이유 


▲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고리원전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2012년 4월 27일 부산 해운대 백사장에서 대형 '배너'를 제작해 펼쳐 보이는 활동을 벌였다.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안전이라는 것은 객관적이 될 수 없다. 안전은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원전의 안전성에 관해서는 소위 '베크(Beck)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베크의 법칙이란 1965년 미국의 베크 박사가 1964년까지 과거 21년간 미국 원전 246기의 원자로 및 원전 사고기록을 분석해 발표한 논문의 결론이다. 

"첫째, 원전 사고의 경우 상상 가능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둘째, 사고 시에는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사고는 예상치 못한 때, 예상치 못한 원인으로 일어나며,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상상 가능한 사고'란 원전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대의 사고를 말한다." 

반원전학자인 오쿠노 고야(荻野晃也) 전 교토대 공학부 교수는 2011년 9월 도쿄에서 행한 한 강연에서 "원전 추진파들이 철저히 베크의 법칙을 무시하고 있는데 원전 추진파의 생각이야말로 오히려 희망적 관측으로 시종일관하고 있어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하고 "지난번 후쿠시마원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비록 안전대책을 취했다고 하더라도 그 뒤 예상치 못한 원인으로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날 지도 모를 일"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면에서 국민의 원전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고 불신을 극복하는 길은 고리 1호기를 이번 기회에 폐로하는 것이다. 국정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의 문제이다. 고리 1호기 폐쇄 결정이야말로 정부가 국민에게 내놓을 수 있는 원전의 안전관리에 대한 대정부 신뢰성의 최소한의 증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명박 전 정부의 원전르네상스정책을 재고해 시대를 역행하는 원전의 증설이나 수출대신 원전의 연구 홍보에 들어가는 엄청난 재원을 재생에너지 연구 개발로 전환하고 대국민 에너지절약캠페인을 적극 펼쳐야 할 때다.

원전폐로에 대한 좋은 사례로 독일의 북동부 루브민(Lubmin)지역의 그라이프스발트(Greifswald)원전을 들 수 있다. 2012년 5월 5일 일본 NHK BS1 다큐멘터리 웨이브(Wave) '탈원전에 요동치는 마을-독일 세계최대 원전적지(跡地)' 프로그램은 22년 전 폐지된 독일 그라이프스발트원전의 폐로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고리원전의 미래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 독일 통일 직후인 1990년에 옛 소련제 원전에 대한 불안여론이 높자 이곳 원전 5기를 독일정부가 정치적으로 폐로를 결정한 것이다. 폐로 22년이 지난 지난해까지 해체 및 오염제거작업이 계속되고 있는데 그동안 든 비용이 약 41억유로(약 6조원)이며, 앞으로 20~30년간 더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라이프스발트원전 지역은 폐원전의 터빈건물에 해양풍력발전기를 제조하는 덴마크기업을 비롯해 폐원전 부지안에 모두 30여개의 각종 대안에너지기업이 입주해 있는 재생가능에너지산업단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 원전지역의 오염 제거 및 해체작업을 하며 사용후 폐연료봉을 용기에 보관하는 중간저장시설을 관리하는 EWN사는 민간기업이었던 것이 2000년 국유화됐다고 한다. 현재 이 회사와 관련돼 일하는 사람만 2000명으로 과거 원전 운전당시의 5000명에는 못 미치지만 20년 이상 계속 일을 해오고 있으며 그간 노하우가 쌓여 러시아를 비롯해 5개국 7개 원전의 해체작업을 수주하는 등 새로운 탈원전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언론에선 '루브민의 기적'이라 부르기도 한다는 것이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원전의 폐로 과정에서 배울 점 

이런 점에서 볼 때 고리원전 1호기는 독일 그라이프스발트원전의 폐로 과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거기에 아이디어를 하나 더 보태자면 고리 1호기를 지연해체하는 방식을 통해 '고리차세대에너지파크'로 리모델링해 근대산업유산을 살리면서도 전 국민의 '원전안전 및 대안에너지교육의 장'으로 삼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 고리원전이 있는 기장군 일대의 원전방재대책을 실질적으로 세워야 한다. 최근 탈원전선언을 한 스위스의 사례를 보면 종래 5기의 원전이 비교적 인구밀집지역 인근에 있었는데 '원자력과의 공존'을 인정하고 전 국토를 3개 구역으로 나눠 사태의 심각도에 대응한 긴급시 대책을 면밀히 수립해왔다. 가옥신축시 지하실이나 피난처 확보를 의무화했고, 공기청정기를 부착한 공동대피소도 곳곳에 마련돼 있으며 각 지구의 방사선량을 실시간으로 자택에서 체크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한다. 부산시 또한 시 원자력안전대책위원회를 좀 더 적극적으로 운영해 고리 1호기 폐쇄 및 고리핵단지 중단의 목소리를 중앙정부에 내고, 지난해 3월 고리 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대정부 결의안을 채택한 부산시의회도 좀 더 적극적인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적으로 '원자로입지 심사지침'은 '혹 일어날 지도 모르는 최악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대도시 인근은 피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부산 고리지역은 이렇게 핵벨트화돼 가도 좋은 것일까. 

이런 면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월 '에너지 절약과 생산으로 원전1기 줄이기'와 '시민 참여형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획기적이다. 서울시는 서울 시민들이 평소 사용하던 전력소비량을 13% 정도 줄이면 핵발전소 1기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선언을 왜 정작 부산 울산 경남의 지자체 단체장은 생각해내지 못했을까. 지난해 2월에는 서울 노원구 김성환 구청장을 비롯해 여야를 망라한 전국 45개 지방자치단체장이 '탈핵 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시선언 심포지엄'에 참석해 에너지 조례 제정, 에너지 협동조합 설립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녹색 일자리 창출, 수명을 다한 원전 가동 중단과 증설 반대 등의 탈핵 선언문을 발표한 것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원전은 국책사업으로 안전대책도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사항이다. 이 때문인지 원전 운영에 그동안 지자체는 아무런 권한이 없고 오로지 사고수습에 대한 책임만 있었다. 그러나 이제 원자력안전위를 비롯해 각종 원전행정에 지자체가 적극 참여하도록 관련 법을 바꿔야 한다. 이제부터는 원전을 '지방자치의 문제'로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 단체장과 시의원은 특히 '에너지 지방분권'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참사를 계기로 '과학기술을 주민의 손에'라고 하는 새로운 주민자치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위험한 원전을 재정이 약한 지역에 보조금이라는 사탕발림으로 유치토록 하는 구조를 고쳐야 한다. 우리는 1986년 체르노빌원전참사에서 제대로 교훈을 얻지 못했다. 이제 후쿠시마원전 참사의 교훈마저 더 이상 남의 나라 일로 보아선 절대 안 된다. 후쿠시마원전 마을의 길로 갈 것인지, 그라이프스발트원전 마을의 길로 갈 것인지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이며, 부산시 원자력안전대책위원회 위원(시민단체 추천)입니다. 2013년 '녹색평론 5․6월호'에 '고리원전 1호기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글이 실리기도 했습니다.


김해창 (news)

2013년 5월 25일 토요일

한전 밀양 송전탑 공사 “UAE 원전 수출 지체보상금 때문” 파문


이글은 참세상 2013-05-24일자 기사 '한전 밀양 송전탑 공사 “UAE 원전 수출 지체보상금 때문” 파문'을 퍼왔습니다.
경향 단독, 대책위 “원전 팔아먹으려고 패륜?”...전력대란 우려 거짓이었나

24일 경향신문이 “정부와 한국전력공사(한전)의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맺은 원전 수출 계약 때문”이라는 변준연 한국전력 부사장 발언을 보도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신고리 원전을 모델로 삼은 UAE 원전 수출계약에 따라 신고리 3호기가 2015년에 상업운전을 못 할 경우 0.25%의 지체보상금을 UAE 측에 내야 하기 때문에 시급히 밀양 송전탑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향에 따르면 변준연 한국전력 부사장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UAE 원전을 수주할 때 신고리 3호기가 참고모델이 됐기 때문에 (밀양 송전탑 문제는) 꼭 해결돼야 한다. 2015년까지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지 않으면 페널티를 물도록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경향에 “UAE 측에서 최근 신고리 3호기의 적기 준공 여부를 지속적으로 물어오고 있다”면서 “UAE 현지에 짓는 원전과 같은 모델이 제대로 지어져서 원활히 돌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UAE 외의 다른 국가에도 한국형 원전을 세일즈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모델의 가동이 지연되면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변준연 부사장 발언에 신빙성이 있음을 확인해 줬다. 

이 같은 한전과 정부의 입장은 이미 지난 2월 21일 원자력 발전소의 해외 진출을 촉진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키로 한데서도 엿볼 수 있다. 정부는 올해 중 UAE 원전 운영정비 및 지원계약 체결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특히 일부 언론이 “5월초에 일본이 220억 달러짜리 초대형 터키 원전사업권을 가져간 데 이어, UAE와 원자력협정을 체결했다”며 일본의 원자력 수출 행보에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며 정부의 대처를 강조하기도 한 시점도 묘하게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를 전후로 나왔다.

이번 한전 부사장 발언과 정부의 원자력 수출 정책을 종합하면 그동안 한전과 정부의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지 않으면 올 12월 말에 가동하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호기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불가능해 겨울 전력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송전탑 반대 대책위는 “신고리 발전소를 지나가는 단선송전선로가 울산과 부산으로 들어간다”며 “그 선로와 신고리 3호기를 연결시키면 올 겨울 급한 불을 끌 수 있다”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한전은 묵살해 왔다. 

김제남 진보정의당 의원도 “한전이 작년 국정감사와 국회 공청회에서 고리~신울산 345kV 송전선의 용량증대가 가능하다고 밝혔기 때문에 굳이 밀양 송전탑이 없어도 신고리 3호기 전력 수송자체도 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총발전량이 1,400MW인 신고리 3호기가 전체 전력공급(2013년 하계기준 8,100만kW)의 1.7% 밖에 되지 않아 전력대란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바 있어 한전의 주장은 더 설득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변준연 한전 부사장의 발언은 송전탑 공사를 막고 있는 밀양 주민들의 타오르는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반대대책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수출 위약금을 물지 않기 위해 자국민, 그 중에서도 70대 80대 노인들을 폭염 속에 산꼭대기에서 경찰과 맞서게 하는 이런 패륜이 대체 어디 있느냐”며 “무관심한 국민들과 무식한 노인들이라고 엉터리 정보로 현혹하고, 속셈은 따로 차리고 있다”고 맹비난 했다. 

대책위는 “한전은 UAE 원전 수출 문제와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에 관련된 진상을 즉각 공개하라”며 “밀양 송전탑 공사는 이제 완전히 명분을 잃었다. 죽음의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용욱 기자

2013년 5월 9일 목요일

불산사고 질문에 삼성전자 사장 "나는 돈만 벌면 되니까"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3-05-09일자 기사 '불산사고 질문에 삼성전자 사장 "나는 돈만 벌면 되니까"'를 퍼왔습니다.
1. 어제 박근혜 대통령 미국 의회 연설이 있었죠?

= 여러차례 기립 박수를 받았는데 “북한의 도발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발언에 크게 호응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케이크를 들고 있으면서 먹을 수는 없다”는 격언도 인용했죠. 핵무장을 하면서 경제 지원을 받을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유지하면서 (그 성과를 바탕으로) 비무장지역 안에 평화공원을 만들고 싶다”는 발언도 신선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은 미얀마(버마)와 같은 나라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개혁·개방을 하면 미국도 지원하겠다는 의미죠.

1-1.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원론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있네요.

= 전시작전권 전환이나 한미 원자력 협정 등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들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아 아쉽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뉴시스는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등의 불부터 끄는 것이 급선무가 아니었냐는 비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한반도 위기를 해결할 대북 대화 유인책 등 적극적인 메시지가 들어 있지 않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북한의 변화가 먼저다, 기존 입장을 다시 확인하는 데 그쳤다는 건데요. 대북 고립 정책을 폐기하라는 북한의 요구을 거부한 것이어서, 당분간 한반도에서 냉전적 대결 분위기가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관측입니다.

2. 오늘 아침 신문 주요 이슈들 어떤 것들이 있나요.

= 박근혜 대통령 의회 연설이 주요 이슈고요. 중앙일보는 “한미 이젠 글로벌 파트너”라는 제목을 내걸었습니다. 박 대통령은 어제 기업 회장들과 만나서 투자와 고용 확대를 당부했습니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이 자리에서 올해 투자 규모를 50조원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는데, 머니투데이는 “삼성의 역발상 투자 패턴이나 올해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위기 때 투자하고, 호황을 즐겨라”라는 삼성의 역발상 투자 패턴에 따르면 지금은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겁니다. 영광원자력발전소 때문에 영광굴비가 안 팔린다고 해서 영광원전을 한빛원전으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는 기사도 눈길을 끕니다. 울진원전은 한울원전으로 바뀝니다.

3. 엔화 환율도 이슈네요. 1100원이 붕괴됐다고요.

= “약엔의 강펀치”. 동아일보 기사 제목입니다. 일본 도요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엔을 넘어섰죠. 엔화 약세로 일본 기업들은 재미를 보고 있는데 그만큼 우리나라 기업들이 어려워질 거라는 겁니다. 한국경제에 대형 악재가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어제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97원81전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008년 9월29일 이후 처음으로 1100원을 밑돌았습니다. 원·엔환율이 10% 하락하면 수출이 2.4%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리스크가 줄어든 데다 글로벌 자금이 계속해서 유입될 것으로 예상돼 이런 원화 강세, 엔화 약세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4. 남양유업이 사과문을 발표했네요.

= 오늘 기자회견도 예정돼 있습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며 “대국민 사과를 통해 잘못된 점을 진솔하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는데요. 본사 차원의 전산조작이 있었는지 여부가 관건입니다.

4-1. 불매운동 때문에 대리점주들이 두 번 운다는 기사도 있네요.

= 편의점 협의회가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했습니다.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이 남양유업 제품을 안 받겠다고 선언했는데요. 물건이 안 팔리면 대리점들에 또 밀어내기로 재고를 떠넘길 수도 있고 남양유업에서 제품을 받아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대리점들도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입니다.

5. 불산 유출, 삼성 반도체 사장의 발언이 논란이네요.

= “불산사고 책임 문제 조치는 어떻게 되고 있어요”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몰라요. 나는 돈만 벌면 되잖아요”라고 말한 사실이 그대로 기사에 났습니다.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에 너무 가벼운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는데요.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 아니라 실무를 하지 않아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는 의미라고 해명을 했습니다.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짧게 답하다 오해를 살 말을 한 측면이 있다”고요.

6. 출판사 사재기 논란도 계속되고 있죠. 황석영씨에 이어 김연수씨도 절판 선언을 했네요.

= “편집자에게 물었더니 사재기 사실을 인정했다, 그래서 제 책을 절판하고 (배포된 책은) 회수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황석영씨도 “이런 추문에 연루된 것 자체가 나의 인생 전체를 모독하는 치욕스러운 일”이라고 절판 선언을 했죠. 사재기를 해서 순위를 끌어올리면 판매에 탄력이 붙고, 적발이 돼도 과태료가 1000만원 미만이기 때문에 이런 관행이 되풀이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일부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가 출판시장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고요. “사재기가 적발되면 더 이상 출판업을 할 수 없도록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7. 쌍용차 노동자들 철탑 농성을 끝내고 내려왔네요. 건강이 안 좋다고요.
= 한상균 전 지부장과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부지회장. 지난해 11월20일 경기도 평택 쌍용차 공장 앞 송전탑에 오른 지 171일 만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쌍용차 문제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건강상태가 악화돼 더 이상 생명을 담보로 한 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복 지회장은 고혈압과 위출혈, 허리통증 등으로 몸을 가누지 못했고, 한 전 지부장은 식도염 등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국정조사를 약속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죠. 국회도 여야 협의체를 만든다더니 전혀 진전이 없습니다.

8. 어린이 컵라면에 나트륨 기준을 완화한다고 해서 논란이네요.

= 덜 짜게 만들면 맛이 없다는 이유인데요. 어린이 컵라면의 나트륨 기준을 600mg에서 1000mg으로 높여서 논란입니다. 초등학생 연령의 1일 권장량은 1500~1800mg인데, 이 컵라면 두 개만 먹으면 권장량을 넘게 됩니다. “나트륨 기준을 완화해 라면의 맛을 향상시키기보다는 다른 재료나 향신료를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8-1. 우리나라 사람들 나트륨 섭취량이 너무 많다고 하죠.

= 일일 나트륨 섭취량은 4831m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의 2배가 넘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 없는 날’을 지정해서 캠페인도 벌인 적 있는데 어린이들 먹는 음식에 나트륨 기준을 높인 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9. 박원순 서울시장이 태양광 사업에 욕심이 많은 모양이에요. 

= 건물 옥상 등에 설치돼 전기를 생산·판매하는 소형 햇빛 발전소를 늘리겠다고 하는데요. 발전용량 50kW 이하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면 1kWh에 50원씩 보조금을 5년동안 주겠다고 합니다. 문제는 비용입니다. 설치비가 1억5000만원이 들 텐데, 서울시 보조를 받아도 비용 부담이 크죠. 게다가 서울은 1년에 일조시간이 1994시간 밖에 안 됩니다. 전국 평균은 2097시간인데, 고층건물이 많아 햇빛이 차단되는 경우도 있고요. 중앙일보는 경제성이 낮은데 왜 태양광에 집착하느냐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취지는 좋지만 기술 개발로 경제성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는 겁니다.

10. 이정환 기자가 뽑은 오늘의 뉴스는요.

= SK텔레콤이 빅데이터를 개방하겠다고 합니다. 비즈니스적 가능성은 많지만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테면 “서울 ○○동에는 오후 6시에 20~30대 유동인구가 상대적으로 늘어나 중저가 커피를 선호한다” 뭐 이런 정보를 줄 수 있다는 건데요. 어제 기자회견에서는 “빅데이터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관리하겠다”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10-1. 빅데이터 공유,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 특정 지역에서 식당으로 발신한 통화 데이터를 분석해 새로운 위치기반 광고나 선호도 통계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는 겁니다. 범죄신고 전화 데이터를 공공정보와 결합해서 한밤중에 특정 지역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고요. 데이터를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빅데이터 허브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트위터와 블로그 등에 따로따로 올린 내용을 통합 분석하면 특정인이 혼자 사는지, 언제 집을 비우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데이터가 개방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정환 기자 |black@mediatoday.co.kr 

2013년 4월 5일 금요일

고리4호기 발전 재개 하루 만에 정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4-04일자 기사 '고리4호기 발전 재개 하루 만에 정지'를 퍼왔습니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4호기가 정비를 끝내고 발전을 재개한 뒤 하루가 안돼 발전이 정지됐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오후 4시34분께 고리4호기의 출력을 올리던 중 발전이 정지됐다”고 4일 밝혔다. 앞서 고리4호기는 지난 1월30일부터 가동을 중단하고 63일 동안 계획예방정비를 진행한 뒤 3일 밤 10시5분께 발전을 재개했다.

원자력발전소는 가동을 시작하고 100%출력을 내는데 2~3일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날 발전 정지는 출력을 올리던 중 발생했다. 애초 고리4호기는 5일 밤 10시에 100%출력에 도달할 예정이었다. 한수원 관계자는 “복잡한 계통의 원전은 사소한 이상만 감지되더라도 정지될 수 있다. 현재 정확한 원인을 파악중이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원전은 안정적인 상태로 방사능 외부 유출은 없다”고 밝혔다. 95만kW규모인 고리4호기는 1986년부터 운전을 시작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2013년 2월 27일 수요일

월성 4호기 누출 축소 은폐 의혹


이글은 레디앙 2013-02-27일자 기사 '월성 4호기 누출 축소 은폐 의혹'을 퍼왔습니다.

환경운동연합 등이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가 월성 4호기 냉각수 누출 사고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4일 낮 12시 45분께 월성 4호기에서 정비작업 중에 중수인 냉각수가 원자로 건물 내부에 누출되는 사고가 벌어졌지만, 원전 측은 26일에서야 사고 사실을 공개했다.
이번 사고로 11명(한수명 2명, 한전KPS 6명, 하청업체 3명)의 노동자가 피폭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수원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소량의 냉각수가 원자로건물 내부에 누출되었으나 전량 회수되었다. 계획예방정비 작업 중 증기발생기 내부에 일부 잔여압력이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작업자 출입구 개방작업을 수행한 것이 원인이다. 최대 노출선량은 0.34mSv로 인적피해는 없었다. 누설된 냉각수량은 143kg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과 경주핵안전연대는 한수원이 밝힌 누출량 수치가 다르며 ‘전량 회수’했다는 사실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번에 누설된 냉각수가 143kg이 아닌 155kg이며, 또한 전량 회수되지 못했고 32kg이 기체 상태로 외부에 배출됐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의 월성원전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 브리핑 자료에서 확인됐다는 것.
누출 원인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한수원은 사고 원인을 “증기발생기 내부에 일부 잔여 압력이 있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고 출입구를 개방한 탓이라고 했지만 환경운동연합 등은 “증기발생기 내부가 외부보다 압력이 높기 때문에 내외부 압력을 맞추지 않고 출입구를 개방하게 되면 143kg이든, 155kg 이든 고온인 액체상태의 중수가 급격히 기화되면서 작업자를 덮쳤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출입구를 개방한 작업자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한수원이 밝힌 인적 피해는 없었다는 결과가 나오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며 “합리적 의심에 대해 한수원은 과학적 근거를 갖고 사고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해명할 것을 요구한다”며 “누출량과 관계없이 인적 피해가 발생했다면 즉각 공개해야 한다. 누출량이 바로 확인되지 않는다면 누출 자체라도 알리는 사고 1보를 즉시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By 장여진

2013년 2월 8일 금요일

원전 유보 한다더니… 토지 보상 작업 착수


이글은 경향신문 2013-02-07일자 기사 '원전 유보 한다더니… 토지 보상 작업 착수'를 퍼왔습니다.

ㆍ한수원, 삼척·영덕 예정지 2곳 대상 입찰 공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강원 삼척과 경북 영덕 2곳의 원전 예정지에 대한 토지 보상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토지 보상은 원전 건설의 첫 단추를 끼우는 작업이다. 정부는 최근 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원전 건설은 새 정부 출범 이후에 판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수원은 지난달 28일 삼척 대진원전과 영덕 천지원전 예정 지역에 대한 지적 현황 측량, 지장물(공공사업 시행 예정지 내의 건물이나 각종 시설) 실태 조사 등 용역 입찰을 공고하고, 오는 15일 이후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측량 및 지장물 조사 사업비는 10억원 규모이며, 조사기간은 10개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토지 보상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삼척과 영덕 지역이 원전 예정지로 고시돼 토지 매수 청구가 들어오면 곧바로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사 기간 중에도 매수를 원하는 토지 소유주가 있으면 해당 토지에 대해 우선 조사를 실시해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한수원의 이 같은 입장은 지난달 31일 정부가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신규 원전 건설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겠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당시 지식경제부는 “(원전 건설 여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국민 정서를 감안해 올해 상반기 중 새 정부가 수립할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원전관리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증폭됐으므로 추가로 계획하고 있는 원전은 다른 에너지원이 확보된다는 전제 아래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한수원은 사업 여부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10억원의 돈을 들여 토지 조사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건설계획이 취소될 경우 이를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 

지방자치단체들도 한수원의 신규 원전 건설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삼척시 관계자는 “새 정부가 결정한다고 하는데, 안 된다고 보지 않고 별로 걱정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삼척시와 영덕군에 지급할 6000억원의 원전 주변 지역 지원금 중 260억원을 올해 예산에 반영해 놓은 상태다. 

유보 입장을 밝힌 지경부도 한수원의 이 같은 움직임에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원전을 짓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반영되기 전에도 준비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만약에 원전 건설이 취소된다 하더라도 토지 조사 비용이나 보상비는 불가피한 매몰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신규 원전을 유보한다고 했으면 준비 작업도 중단하는 게 이치에 맞다”면서 “지경부의 원전 건설 ‘유보’ 발표는 정치적 수사나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는 게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지난해 9월 삼척시 근덕면 부남리·동막리 일원 317만8292㎡에 150만㎾급 가압경수로형 원자로 4기 이상을, 영덕군 영덕읍 석리·노물리·매정리·축산면·경정리 일대 324만2332㎡에 150만㎾급 원자로 4기 이상을 건설하기로 하고 원전 예정지역으로 고시했다.

박철응 기자 hero@kyunghyang.com

2012년 12월 23일 일요일

'원전 긴자' 주민 매일 불안한 기도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 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12-12일자 기사 ''원전 긴자' 주민 매일 불안한 기도'를 퍼왔습니다.

“핵 없는 미래로 가자”-피스 앤 그린 보트 현장 취재기 ① 일본 유일 가동 오이 원전
활성단층 논란에도 일본 유일 가동…후쿠시마 인근 강진에 '술렁'
지역경제 무너질라 반대도 마음대로 못하고, 이중 불안에 시달려

2012 피스 & 그린보트가 `탈 원전'을 주제로 한국과 일본의 시민 920여 명이 대형 크루즈 선에 탑승한 가운데 12월 2~9일 동안 열렸다. 두 나라 시민들은 선상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고 고리원전, 일본 오키나와, 오이 원전, 하카타 등을 방문해 지역주민과 교류 프로그램을 벌이기도 했다.
 
» 지난 7일 바다에서 바라본 오이 원전 전경. 왼쪽 2기가 일본에서 가동중인 유일한 원전이다.

 
» 오이 원전의 위치

일본 후쿠이 현 오바마 시 주민 니시노 히카루는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서쪽 바다를 향해 합장을 한다. 집에서 10㎞ 떨어진 오이 원전이 후쿠시마 원전처럼 사고를 일으켜 대대로 살아온 그의 고향과 가족을 앗아가지 말게 해달라고 비는 것이다. 대대로 고기잡이를 해 와 날씨의 변화에 민감한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오이 원전의 영향은 30분이면 그의 집에 도달한다.
‘피스 앤 그린 보트’는 지난 7일 니시노의 안내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인 오이 원전을 찾았다. 오이 원전 단지에는 고리에서 본 낯익은 둥근 돔 모양의 격납용기 4개가 바닷가에 서 있었다. 이 가운데 2기가 꺼져가는 일본 원전 산업의 마지막 불씨인 셈이다.

모처럼 날씨가 화창했고 파도도 그리 심하지 않아 참가자들을 태운 지역의 소형 유람선을 오이원전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유람선 선장 가와고에 히로시는 몰려든 손님 때문에 표정이 밝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로 손님이 곱절로 늘었어요. 원전의 전경을 보려면 유람선을 타고 바다에서 보는 수밖에 없거든요. 오이 원전이 관광 명소가 된 셈입니다." 그러나 선장 말고 이 지역에서 후쿠시마 사고가 행운을 가져온 이는 없는 것 같았다.

» 쓰루가 시 부시장과 만나 오이 원전 가동의 문제점을 질문하는 최열 환경재단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요시오카 일본 피스보트 공동대표(오른쪽 끝). 사진=조홍섭 기자

이 원전단지 한 가운데에서 지층이 띠 모양으로 깨진 파쇄대가 발견돼 이것이 활성단층인지 아니면 단순한 산사태의 흔적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바로 옆 쓰루가 원전 아래에서도 활성단층이 발견됐다.
이날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요시오카 타츠야 피스보트 공동대표는 양국 시민의 항의의 뜻을 전하기 위해 쓰루가 시를 방문했다.  최 대표는 “한국에서는 활성단층이 발견되자 어렵게 확보한 굴업도 핵폐기물 처분장 터를 포기한 적이 있는데, 큰 사고를 겪은 나라가 원전 가동을 강행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따졌다.

이에 대해 키무라 마나부 부시장은 “현재 조사 중이지만 발전소 쪽은 활성단층이 아니라고 한다. 또 우리에게 가동을 중단시킬 권한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쓰루가의 원전 대부분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고용 등 경제적 타격이 크고 중소기업이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쓰루가 시에서 인구 7명에 1명꼴로 원전과 관련이 있는 일을 한다고 시 당국은 밝혔다.
그러나 미쓰비시에서 원자로 격납용기를 설계했던 고토 마사시 박사는 “불확실성이 있다면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원전 가동을 멈추는 것이 제대로 된 안전철학이자 후쿠시마 사고에서 얻은 교훈이다. 만일 오이 원전에서 사고가 난다면 100㎞ 안쪽에 위치한 교토 등 관서지방 대도시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유람선에서 오이 원전을 바라보는 일본쪽 참가자. 가동을 재개한 유일한 원전이어서 시위대가 찾아오는 등 유명세를 톡톡이 치르고 있다.

오이 원전을 둘러보던 사람들이 술렁였다. 후쿠시마에서 가까운 일본 동북지방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일어나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는 소식이 전혀졌다. 뜻밖에 현지 주민은 담담했고, 한국 참가자들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잇달았다.
오이 원전이 위치한 와카사 만은 ‘원전 긴자’란 별명을 갖고 있다. 고속증식로 몬주를 비롯해 일본에서 가장 많은 15기의 원전이 1970년대 초부터 여기에 몰려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내색은 안 해도 주민들의 원전에 대한 불안감은 높다. 

» 오이 원전 주변 주민들과 탈원전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심포지엄이 7일 열렸다.

와카사 정 주민 후지모토 토요시코는 “이런 곳에 ‘탈 원전’을 내건 대형 크루즈 선이 입항하고 탈 원전과 지역의 미래를 논의하는 심포지엄이 열리는 것 자체가 사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최쪽은 원전 반대 단체에 임대를 꺼리는 지역 관광버스 회사를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만큼 이 지역에서 원전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정부의 보조금(교부금)과 세금뿐 아니라 기부 등 다양한 형태의 원전 자금이 지역사회에 들어온다. 쓰루가 시의 원전 교부금은 연간 약 23억엔(약 300억원에 해당)으로 시 수입의 10%를 차지한다.
고용과 인간관계에는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이날 저녁 열린 심포지엄에서 나온 주민들의 말을 들어 보았다.

오바마 시에서 결혼식 전통예복 대여업을 하는 사카모토 카즈야(41)는 착잡한 주민의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주민만을 상대로 한 기업이라 이 지역이 잘 돼야 생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이 원전 재가동 이후) 가도 괜찮냐는 문의를 하는 사람이 많아졌지요. 관광업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관광객이 30-40%나 줄었어요. 오바마 시의 노동인력 중 절반 정도가 원전과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젊은이가 주 고객인데,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원전이 있었어요. 후쿠시마 사고 때까지 원전 안전성을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위험한 원전이 없어지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지만 그래도 경제는 중요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요. 리모컨 없는 텔레비전을 볼 수는 없어요."
 
» 7일 와카사 만의 천년 고찰 메이츠 절에서 나카츠다 제츠엔 주지가 참가자들에게 원전과 지역사회를 설명하고 있다.

탈 원전 운동가이자 오바마 시 주민인 니시노 히카루는 운동을 하면서 겪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크다고 털어놓았다.

오이 원전이 재가동하자 큰 시위가 벌어지던 곳 옆 홍보센터에 갔더니 언니의 동창생이 센터 관장이었습니다. 복잡한 심정이 들었지요. 시위가 있던 밤 오징어 배 선장도 잘 아는 사람인데 홍보센터 관장의 남동생이었습니다. 시위 뉴스를 보았을 때 아는 사람이 그 안에 있나 살펴 보았지요. 간사이 전력 관계자는 없는지. 막는 경찰 속에 아는 이는 없나. 아는 경비회사 직원은 없는지 보게 되더군요.…오래 전 원전을 도입할 때부터 찬반 논란으로 친구와 가족 사이도 멀어지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원전 관련 얘기를 꺼립니다. 시끌벅적하다가도 이 화제 꺼내면 싸늘해지지요. 전력업계 종사자가 많아, 결국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엔 얘기하지 않을 수 없게 돼 고통이 커요."
 
» 지역주민이 연 오이 물산전에서 피스 앤 그린 보트 참가자들이 물건을 사고 있다.

원전 지역 주민이라도 사고에 대한 불안은 똑같다. 이 지역 반핵운동가인 마쓰시타 테루유키 '숲과 함께 살아가는 도토리 클럽' 대표는 말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불안이 확산됐습니다. 동시에 원전 가동이 중단되자 일자리와 경기에 대한 불안도 커졌지요. 민의는 탈 원전이지만 이를 대신할 눈에 띄는 정책은 없습니다. 어느 쪽으로 보나 위험은 큰데 길은 보이지 않고…."

이날 심포지엄에 참가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원전 지역에 대한 지원을 원전의 폐로 시점까지 연장하고 그 부담을 소비자와 전력회사가 지는 것이 옳다. 그 기간 동안 지역 주민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지역발전의 대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의견을 냈다.

쓰루가-오바마(일본)/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12년 12월 18일 화요일

원전 핵심부품 밸브 진단센서 품질관리 엉망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17일자 기사 '원전 핵심부품 밸브 진단센서 품질관리 엉망'을 퍼왔습니다.

ㆍ10년간 안전성 인증 없이 사용

원전 핵심 부품인 밸브의 성능시험에 미국 등 원전 선진국과 달리 일반산업용 진단센서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경향신문이 취재한 결과를 보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원전 모터구동밸브와 공기구동밸브의 성능시험에 사용되는 센서(스트레인 게이지)를 지난 10년 동안 원전안전성부품(Q등급)이 아닌 일반산업용부품(S등급)으로 사용해왔다. 두 밸브는 원전 배관을 통과하는 물과 증기 흐름을 제어하는 주요 부품으로, 오작동 시 원자로의 방사성물질이 유출될 수 있어 초정밀 센서로 정상작동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의 원인도 밸브 오작동으로 밝혀지면서 미국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밸브 신뢰성 시험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초 밸브를 점검하는 센서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견되자 모든 원전에서 Q등급 제품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원전에서는 일반센서에 대한 품질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성능시험용 센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는 미국 제품을 사용했다. 2004년부터 한전KPS가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국산화에 성공했고, 현재 이 회사 제품과 국내 업체인 M&D사 제품이 사용되고 있지만 이들 제품의 성능이나 품질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원전의 경우 부품과 성능테스트 기기는 검증된 기관의 성능시험을 통과한 뒤 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밸브 성능시험용 센서는 한전KPS 등 생산업체의 자체 성능테스트만 거치고 있다. 한수원의 고리·월성 원전 밸브의 진단시험 용역의뢰서에는 “밸브 진단업체는 규제기관에서 인정한 센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 원전 전문가는 “한전KPS는 국내외 발전, 송·변전 산업 설비의 정비를 담당하는 업체”라면서 “원전 부품 제조 전문이 아닌 회사가 종류만도 21가지가 넘는 센서를 자체 생산하고 밸브 성능시험까지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전KPS 등의 센서는 품질기준을 만족하고 있다”면서 “해당 업체에서 원전안전성부품 수준으로 품질 관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2012년 12월 6일 목요일

‘위조 부품’ 원전 9개로 늘었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2-12-05일자 기사 '‘위조 부품’ 원전 9개로 늘었다'를 퍼왔습니다.

ㆍ국내 제작사 2곳도 품질 위조…5곳 핵심설비에 설치

국내 원전 부품 수입업체가 외국의 품질증명서를 위조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국내 부품 제작사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납품하면서 비파괴검사협회 등이 발급하는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써 서류가 위조된 부품이 설치된 원전은 전체 23기 중 6기에서 9기로 늘어났다.

한수원은 원전 가동에 반드시 필요한 안전성품질등급(Q등급) 품목의 경우 10개 중 3개꼴로 예비부품을 보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안전위)는 5일 한수원이 최근 5년 동안 국내 원전 부품 제작사 2곳으로부터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180개 품목·1555개 부품을 납품받아 고리 2호기와 영광 1·2·3·4호기에 설치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중 안전등급 설비에 설치된 것은 임펠러, 밸브 등 8개 품목·17개 부품으로 고리 2호기에 3개, 영광 1·2·3·4호기에 14개가 설치됐다. 나머지는 비안전등급 설비에 일부 설치됐거나 원전에 설치되지 않은 채 재고품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전 부품의 시험성적서는 비파괴검사협회 등이 발급하고 있으며 국내에는 200여개의 원전 부품 생산업체가 있다. 감사원은 이날 한수원이 발전 중단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원전 핵심 부품 가운데 27%에 해당하는 5054개 부품만 필수 예비품목으로 책정하고 있는 사실을 적발했다.

최병태 선임기자 cbtae@kyunghyang.com

2012년 12월 2일 일요일

고물 원전 끼고 사는 마음을 아는겨?


이글은 한겨레21 2012-12-03일자 기사 '고물 원전 끼고 사는 마음을 아는겨?'를 퍼왔습니다.
[특집] ‘탈핵’ 로드맵을 그리다 ① 노후 원전 현장을 가다노후 원전 고리 1호기·월성 1호기 인접 마을 주민들, 만성이 된 불안과 싸우는 목소리를 듣다…원전 직원보다 원자로에 가까이 살며 생업의 터전 어장도 잃은 이들의 쇳소리 섞인 하소연

‘후쿠시마 쇼크’는 생각보다 컸다. ‘원자력 선진국’을 자처해온 나라들이 원전에 대한 미련을 속속 거둬들였다. 20~30년 안에 원전 의존도를 ‘0’으로 떨어뜨리겠다는 탈핵 로드맵도 곳곳에서 구체화했다. 한국은 예외였다. 어떤 불안과 불확실성도 ‘우리는 안전하다’를 주문처럼 되뇌는 불통 정권의 무모함을 흔들어놓지 못했다. 고리와 월성, 울진, 영광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는데도 요지부동이었다. 시민의 합리적 의심을 확률이론의 폭력으로 억누르는 전도된 과학주의는 4년 전 미국 쇠고기 수입 파동 때의 오만함을 무섭도록 빼닮았다. 패거리의 확실한 이익을 공동체 전체의 불확실한 위험과 교환하는 섬뜩함에선 수치심을 모르는 외눈박이 권력의 야만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인류의 가장 위험한 발명품이라는 원전이 정권에 의해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 동력’이자 ‘수출 효자품목’으로 떠받들어지는 기막힌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은 원전의 단계적 가동 중단과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에 공감하며 4회에 걸쳐 ‘탈핵’ 시리즈 기획을 싣는다. 첫 순서에서는 노후 원전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고, 재앙과 파국의 길로 치달아가는 이 정권의 원전 정책을 고발한다. _편집자

“인터뷰할라꼬? 우린 그런 거 안 한다.” 할머니의 첫 반응이 싸늘했다. “너그한테 말한다꼬 달라지나? 치아라 마.” 할아버지 말투에선 일말의 적의마저 느껴졌다. 잠자코 지켜보기로 했다. 2t이 갓 넘을 법한 소형 유자망 어선이었다. 할머니가 정박된 배 위로 그물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면 할아버지는 고리 모양의 그물추를 긴 뱃전의 쇠막대기에 끼워넣는 단순 작업을 5분 남짓 이어갔다. 우두커니 서 있는 기자가 안쓰러웠던지, 부러 들으라는 듯 노부부끼리 짧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 11월20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길천마을 해안가에서 바라 본 고리 원자력발전소의 모습. 고리 1호기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건설된 원전이기도 하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후쿠시마처럼 원자로 녹을 뻔한

“점마들이 우리한테 해준 기 머 있나.” “신문사다 방송사다 왔다 가도 달라지는 거 없다.” “소련 체르노빌 안 봤나? 원자력 터지면 다 디지뿐다(죽는다).” 이따금 정부와 원전 당국을 겨냥한 듯한 거친 육두문자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어장 다 망치(망쳐)놓고. 쌔리직일(때려죽일) 놈들.” 그물에 얽힌 꽃게 한 마리를 할머니가 신경질적으로 잡아떼더니 냅다 배 밖으로 집어던졌다. “잡것, 잽히라는 삼치는 안 잽히고.”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게딱지 뒤편으로 고리 원전 1·2호기의 콘크리트돔이 잡힐 듯 시야에 들어왔다.
맞은편 월내 방파제에선 숭어낚시가 한창이었다. 울산에서 왔다는 정아무개(47)씨가 다가서는 기자의 행색을 훑더니 먼저 말을 걸었다. “원전 취재 왔나 보죠? 사실 난 불안하긴 한데 만성이 됐어요. 울산 사람들은 고리 것이 터지나, 월성 게 터지나 매한가지거든요.”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해 원자력발전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던 그도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로는 원전 반대론으로 기울었다고 했다. “고리든 월성이든,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연장이든 중단이든 결정 나지 않겠어요?”
11월20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원전 주변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체로 원자력발전에 부정적이었다. 국내 최고령 원전인 고리 1호기의 안전성을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원자력 당국 간 논란이 가열돼온 탓이었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상업 운전에 들어가 2007년 설계수명 30년이 만료됐다. 하지만 당국은 ‘전력난’을 이유로 주민과 환경단체의 폐쇄 요구를 물리쳤다. 부실 공방이 일었던 연장 심사를 거쳐 원전 수명을 10년 더 늘린 것이다.

» 부산 기장군 장안읍 길천마을 가로수에 고리 1호기 가동 중단을 촉구하는 리본이 걸려 있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최근 논란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2월9일 발생한 정전 사고(블랙 아웃)였다. 정비 도중 발전기의 보호계전기를 조작하다 12분간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원자로를 냉각하는 용수 공급이 끊겨 후쿠시마처럼 원자로가 녹아내릴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사고 사실을 한 달가량 숨기다 3월에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했다. 가뜩이나 고리 1호기는 국내 전체 원전 고장·사고의 20%가 집중될 만큼 ‘고물 원전’으로 찍혀 있던 터였다.
5개월 동안 가동을 중단했다 8월 초 재개하는 과정에서도 불신을 자초했다. 당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균열 위험이 제기된 원자로 압력용기에 대해 주민이 추천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TF(태스크포스)가 심도 있는 조사를 벌여 ‘건전성이 확보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TF 조사는 현장 실사가 아닌, 2007년 수명 연장을 앞두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낸 ‘안전성 평가 보고서’의 적절성을 서류상으로 검토하는 데 그쳐, 노후화에 따른 사고 우려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란 비판이 뒤따랐다.


“어장 다 망치(망쳐)놓고. 쌔리직일(때려죽일) 놈들.” 그물에 얽힌 꽃게 한 마리를 할머니가 신경질적으로 잡아떼더니 냅다 배 밖으로 집어던졌다. “잡것, 잽히라는 삼치는 안 잽히고.”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게딱지 뒤편으로 고리 원전 1·2호기의 콘크리트돔이 잡힐 듯 시야에 들어왔다.

충격실험이 준 충격 가시지 않아

고리원전민간환경감시위원으로 활동해온 박갑용씨도 이런 지적을 수긍했다. 고리에 살다 7살 때 살던 집이 철거돼 길천리로 이주해온 그는 올해 초까지 이 마을 이장을 지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원자로 내부의 금속시편을 꺼내 공개적으로 테스트하는 거였죠.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니 할 수 없이 자료 검토만 하게 된 겁니다.”
시편은 원자로의 압력용기와 동일한 재질·두께로 제작된 금속조각으로, 원자로를 만들 때 내부에 여러 개를 집어넣고 일정 기간이 흐른 뒤 하나씩 꺼내 고열과 고압, 방사능 노출에 따른 손상 여부를 측정하려는 용도로 사용된다. 고리 1호기에는 시편이 1개 남아 있는데, 2014년 꺼내 안전성을 시험하게 된다. 2007년 수명 연장 심사를 앞두고 벌인 충격실험에선 시편이 깨져 원자로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당국은 더 정밀한 검사 방법이라며 ‘비충격실험’을 통해 압력용기의 내구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박씨의 안내로 길천리 노인정을 찾았다. 고리 1호기가 만들어질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길천마을에서만 60년 넘게 살았다는 이재연(80)씨가 입을 열었다. “전기 맹그는 공장이라 카데. 생기면 좋아진다 캐서 그런 줄만 알았지. 발전소 지으면서 여그 할매들 농사 그만두고 전부 가서 일했어. 구덩이를 크게 파더니 솔로 닦아내고 공구리(콘크리트)를 들이붓더라고. 한칸한칸 (원자로돔이) 올라가는디 대단했지.”
이씨는 1호기가 완공된 뒤에도 10년 남짓 더 발전소를 나갔다. “메루치(멸치)도 안 잽히고, 운단(성게알)도 안 나는디 우짜겠노. 하는 수 없이 저기 나가 사무실 청소 같은 거를 했지.” 발전소에서 일하며 아들 둘, 딸 하나를 교육한 이씨였지만, 원전에 대한 생각은 극히 부정적이었다. “원자력 없었으모 더 잘살았을 기라. 옛날에는 배 두 척이 그물 싣고 나가 메루치 떼 몰아오면 육지에서 스무 명쯤 달라붙어 그물을 당기는 기라. 그라모 그물 가득 메루치가 바글바글했지. 지금은 배 타고 나가야 겨우 한 소쿠리 떠온다.”
듣고 있던 또 다른 80대 여성이 끼어들었다. “우리들 몸 아픈 기는 우짜고. 무릎·어깨 안 아픈 디가 없다.” 이씨도 거들었다. “저그 철탑 세워논 거 봐라. 사방으로 고압전기 흘러다니지, 원자로에서는 또 뭐가 흘러나오는지 어찌 아노? 일본 발전소 터진 뒤로는 가심(가슴)이 벌렁벌렁한다. 여그는 일본보다 (발전소가) 더 가깝다. 을매나 불안하겠나. 코앞이다.”

마을에서 원자로돔까지, 700m

» 원전에서 반경 30km 직접영향권에 거주하는 주민(체르노빌 사고지역 통제구역 및 후쿠시마 주민 소개 범위), 자료 :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위성지도를 통해 확인해본 마을과 고리 1호기 원자로돔의 거리는 가장 가까운 곳이 700m 정도밖에 안 됐다. 원전 직원 사택과 원자로의 거리가 3km 정도 이격돼 있는 것과도 묘한 대조를 이뤘다. 정부와 한수원이 길천마을 920가구의 집단이주 요청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게 된 것도 이런 저간의 사정 때문이라고 했다. 박갑용씨는 “원자로 주변에는 제한구역경계거리(EAB)를 두게 돼 있는데, 고리 1호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사고가 나면 원전 직원이나 우리나 다를 게 없다”고 했다.
현재 길천마을에선 한수원과 기장군이 부산대 핵과학연구소에 의뢰해 ‘이주방안 마련을 위한 용역조사’를 진행 중이다. 마을에서 만난 조사팀 관계자는 “모든 세대를 상대로 전수 설문을 받은 뒤 100여 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거쳐 내년 상반기 최종 보고서를 낼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주민들 대부분 원전 때문에 재산 피해를 입었다는 의식이 강하고, 노령층 다수는 신체적 불편도 원전 탓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물론 고리 원전 주변에 사는 모든 주민이 불안을 호소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근 월내리에서 밥집을 하는 김아무개(52)씨는 담담했다. “하나도 안 불안해요. 여가 위험하믄 원전서는 어째 일한답니까? 집값 안 올라, 원전 땜에 공장 안 들어오니 공기 맑고 물 좋아. 외지서 놀러온 사람들은 불안해서 어째 사냐 물어오는데, 저거 터지면 우리만 죽는답니까?” 이런 김씨의 태도는 꾸미거나 과장한 것이라기보다, 오랜 기간 속절없는 위험과 함께 살아가며 체득한 생존술에 가까워 보였다.
같은 시각 고리 원전에서 북동쪽으로 45km 남짓 떨어진 경북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포구에는 관광객을 실은 차량이 심심찮게 들어왔다. 경주 시내에서 토함산을 굽이돌아 승용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이곳에는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이 있다. 남쪽 하서항까지 이어진 바닷가 절벽길을 산책하는 코스로 지난여름 개통됐다.
파도소리길이 시작하는 읍천 방파제에 올라 북쪽 해안을 바라봤다. 남쪽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굽은 해안선을 따라 거대한 돔형 콘크리트 구조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그곳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월성 원자력발전소(월성 원전)다. 거기서 더 북쪽으로 구릉을 넘으면 ‘대왕암’으로 불리는 문무대왕릉이 나온다.
월성 원전에는 1982년 완공된 월성 1호기를 시작으로 모두 5기의 원전이 들어서 있다. 내년 1월 신월성 2호기가 완공되면 6기가 된다. 월성 원전이 자리잡은 곳은 원래 수애마을이 있던 자리다. 원전이 들어서자 마을 사람들은 고향땅을 내주고 양남면 나아리로 옮겨왔다. 원전을 품고 있는 나아리 주민들의 삶 역시 원전과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주민 대부분이 외지에서 들어온 원전 종사자들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 마을 입구의 원전 홍보관부터 큰길을 따라 치킨집·빵집·편의점 등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마을 안쪽에는 월성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 직원 사택이 있다.



“저그 철탑 세워논 거 봐라. 사방으로 고압전기 흘러다니지, 원자로에서는 또 뭐가 흘러나오는지 어찌 아노? 일본 발전소 터진 뒤로는 가심(가슴)이 벌렁벌렁한다. 여그는 일본보다 (발전소가) 더 가깝다. 을매나 불안하겠나? 코앞이다.” -길천마을 주민 이재연씨

“여그는 답이 없다, 이주·철거밖에 없다”

나아리를 찾은 이날은 월성 1호기의 30년 설계수명이 끝나는 날이었다. 그러나 월성 1호기는 10월29일 고장으로 이미 20일 넘게 가동을 중지한 상태였다. 새로 온 직원의 조작 미숙이 원인이었다. 전원을 켜지 못한 월성 1호기는 현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수명 연장 심사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월성 1호기가 안전성 확보가 까다로운 가압중수로이며, 세계적으로 연장 운전 사례가 드물다는 지적이 나와 폐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있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입구의 모습. 10월29일 고장으로 멈춰선 월성 1호기는 11월20일 30년의 설계수명이 끝났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월성 1호기에 대한 나아리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올 들어 4번이나 벌어진 운행 정지 사고 탓에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큰 영향을 끼쳤다. 월성 원전 앞 상가에서 12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최종림(53)씨 생각도 그렇다. 그는 월성 원전에서 벌어진 사고 내용을 상세히 알고 있었다. “불안해서 살 수 있겠습니까. 발전소도 처음 완공될 때만 반짝 경제가 살고 그랬지, 다 완공되면 별 도움 주는 게 없다 아입니까. 교통이 편리해지니 직원들이 경주·울산 같은 대도시에 가서 돈을 써요. 그러니 경제적으로 마을에 득 될 게 있겠어요? 원전 땜에 마을이 침체된 기라예.” 주민들은 월성 1호기 건설 당시엔 공사 기간 7년 동안 건설 인력이 마을에 머물며 소비를 해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줬지만, 최근 완공된 신월성 1호기는 1년6개월 만에 공사가 끝나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수명 연장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는 아랫마을인 양남면 읍천리도 마찬가지였다. 미역·전복 양식을 주로 하던 이 마을에서는 언제부턴가 양식업을 하지 않는다. 주민들은 월성 원전에서 나온, 약품이 섞인 온배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그는 답 없다. 이주·철거밖에 없다.” 읍천리에서 평생을 산 김만수(75)씨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전이 들어설 당시에도 누구보다 반대 집회에 열심히 참석했던 그다. “마을 사람들, 머리 아프고 허리 아프고 죄다 아픈 사람투성이다. 그래도 국가가 하는 일을 요 쪼매한 마을이 우찌 이길 수 있겠나?”
원전 직원들의 퇴근 시간이 임박했지만, 나아리 상가거리는 여전히 을씨년스러웠다. “오늘도 직원들한테 저녁에 나가지 말라 지침을 내렸다 카데예.” 한 분식집 주인이 푸념했다. 최근 원전 내 사고가 잦아지자 한수원이 직원들에게 회식 금지령을 내렸다고 그는 귀띔했다.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다른 주민들도 울상이었다. 원전의 안전 문제와 함께 경기 불황에 따른 불안까지 겹치자 주민들 사이에선 “차라리 삼척·영덕에 들어설 새 원전을 이곳으로 들여오고, 우리를 아예 먼 곳으로 이주시켜달라”는 요구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 경주 환경운동연합 등이 11월20일 저녁 경북 경주 시내 KT 지사 앞에서 월성 1호기 설계수명 종료를 기념하는 문화제를 열었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부디 “잘 가라, 월성 1호기”

이날 저녁, 한수원 사무소가 있는 경주 시내 KT 지사 건물 앞에선 경주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월성 1호기 설계수명 종료를 기념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지난 100일간 1호기 수명 연장에 반대하는 릴레이 1인시위에 참여했던 지역 활동가 등 50여 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이 입을 모아 구호를 외쳤다. “잘 가라, 월성 1호기.” 그러나 월성 1호기의 운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007년 수명 연장 결정으로 36년째 운전 중인 고리 1호기처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폐소생술’을 받아 깨어날지 모른다. 월성 1호기가 영원히 잠들지 않는 한, 원전과 이웃해 살아가는 주민들의 불안은 계속될 것 같다.

글 부산=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경주=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부산·경주=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2012년 11월 28일 수요일

원전 미검증 부품 919개 추가 발견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11-27일자 기사 '원전 미검증 부품 919개 추가 발견'을 퍼왔습니다.

안전위 조사…총 8601개로 확인
울진 3·4, 영광 3~6호기에 쓰여

품질검증서가 위조된 채 원자력발전소에 납품된 미검증 부품이 919개가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품질검증서 위조가 광범위하게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허술한 원전 부품 검증시스템과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원전부품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과정에서 계전기·퓨즈·스위치 등 53개 품목 919개 부품이 위조된 품질검증서로 납품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울진4호기에 설치된 미검증 부품이 새로 발견됐지만, 현재 울진4호기는 증기발생기 결함으로 1년 가까이 정지중인 상태라 추가로 정지되는 원전은 없을 전망이다.추가로 확인된 미검증 부품 가운데 실제로 원전에 설치된 부품은 34개 품목 587개 부품으로, 울진3·4호기와 영광3~6호기에 설치됐다. 지난 5일 지식경제부는 울진3호기와 영광3~6호기에 품질검증서가 위조된 136개 품목 5233개 부품이 설치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조사에 따라 품질검증서가 위조된 전체 부품은 290개 품목 8601개 부품으로 늘어났고, 실제 원전에 설치된 부품도 170개 품목 5820개 부품으로 늘어났다.원안위는 “이번 조사결과는 한국수력원자력에 등록되어 있는 12개 해외 품질인증기관 모두로부터 받은 회신 결과를 바탕으로 확인한 것이며, 품질검증서 위조와 관련된 국내 업체는 총 10개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경부가 발표한 조사결과는 12개 기관 가운데 1개 기관에서 확인한 결과로, 해당 원전 부품이 모두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무사통과’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원안위 관계자는 “추가로 확인된 부품에 대해서도 안전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교체하도록 한국수력원자력에 지시하고 철저히 점점하겠다”고 밝혔다. 민관합동조사단은 현재 2003~2012년 사이에 납품된 해당 부품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이후 납품 관련 품질관리체계 전반에 대해 개선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