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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11일 월요일

원전 피난민 5만여명 앞으로도 최소 4년 집에 못돌아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11일자 기사 '원전 피난민 5만여명 앞으로도 최소 4년 집에 못돌아가'를 퍼왔습니다.

일본 이와테현 리쿠젠다카타시의 다카타초등학교에서 10일 열린 3.11 일본 대지진 2주년 추모행사에 참가한 한 주민이 고개를 숙인 채 묵념하고 있다. 리쿠젠다카타시는 대지진 당시 사망 1556명, 실종 217명의 인명피해를 입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재송 제공

후쿠시마 원전사고 2년
 무너진 주민들의 삶 살펴보니

지금도 시간당 세슘 1천만 베크렐
대기중 방사선량 도쿄의 13배
지하로 하루 400t 오염수 스며
농산물 3.9%인 1171건 판매금지
원자로 내부 아직도 파악안돼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의 나미에마치는 원전 사고로 전 주민이 33개 시·정·촌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마치(한국의 읍·면에 해당) 사무소가 옮겨간 니혼마쓰시에 나미에마치에 있던 기존 6개 학교를 통합해 초등학교 1곳을 설립했는데, 4월 새 학기엔 입학 희망자가 아직 한 명도 없다. 전교생 30명 가운데 6학년 12명이 이달 중 졸업하면 학생이 18명으로 줄어든다. 방사능을 피해 어린이들을 현외로 대거 피난시켰기 때문이다.원전 사고로 일본 정부가 피난 지시를 내린 원전 주변 지역 주민은 약 8만4000명이다. 현재 자치단체별로 피난구역 재편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10일 집계한 것을 보면, 피난민 가운데 5만4000여명은 거주지가 거주제한구역과 귀환곤란구역으로 새로 지정돼 앞으로도 최소 4년간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문부과학성이 집계한 최근 후쿠시마현의 대기중 방사선량은 시간당 0.78마이크로시버트로 도쿄(0.057)의 13.6배다.사고 원전은 사고 초기에 견주면 8000만분의 1로 양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시간당 1000만 베크렐(세슘 기준)의 방사성물질을 대기로 내뿜는다. 원전은 원자로 안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를 다 수습할 때까지 위험을 벗어났다고 말할 수 없는 형편인데, 도쿄전력은 아직도 원자로 안의 상태조차 상세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원전 지하로는 하루 400t의 지하수가 스며들어 오염수로 바뀌고 있다. 도쿄전력은 걸러서 방사능 농도를 크게 낮춘 저농도 오염수를 담은 탱크를 쌓아둘 곳이 부족해지자, 어마어마한 양의 오염수를 바다에 내버릴 궁리를 하고 있다.음식물 오염도 여전히 심각하다.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잡은 대구는 지난해 봄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세슘이 검출돼 판매가 금지됐다가 올해 1월에야 경매가 재개됐다. 원전 사고 이전 10㎏에 1만엔을 넘기도 했던 이곳의 대구는 지난달 중순 겨우 1600엔에 거래됐다. 오염을 우려해 사람들이 꺼리는 탓이다.후쿠시마 원전 북쪽의 미야기현에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검사한 2만3645건의 농산물 가운데 163건이 방사능 기준치를 넘었다. 후쿠시마현산은 오염이 더 심해서, 검사한 3만232건 가운데 3.9%인 1171건이 방사능 기준치를 넘어 판매금지됐다. 후쿠시마산 채소의 평균가격은 2010년 ㎏당 350엔에서 지금은 250엔을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지인들은 이 일대에서 생산된 쌀을 방사능 수치가 낮은데도 여전히 외면한다. 교토대학의 소비자조사 결과 도호쿠·북간토 지역에서 생산한 쌀은 꺼린다는 대답이 50%를 넘었다.일본 정부와 후쿠시마현 지방자치단체는 지금도 오염된 땅에서 겉흙을 긁어내 오염도를 낮추는 제염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1년 10월 가장 먼저 제염작업이 시작된 후쿠시마시 오나미지구의 스다 요시하루(62)의 집은 겉흙을 걷어내고 새 흙을 덮은 뒤 시간당 2.9마이크로시버트이던 방사선량이 0.7로 떨어졌다가 지금은 0.4까지 내려가 있다. 그러나 스다는 “눈이 녹으면 다시 올라갈지 모른다. 수치가 낮아졌다고 방사능에서 해방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2012년 12월 2일 일요일

고물 원전 끼고 사는 마음을 아는겨?


이글은 한겨레21 2012-12-03일자 기사 '고물 원전 끼고 사는 마음을 아는겨?'를 퍼왔습니다.
[특집] ‘탈핵’ 로드맵을 그리다 ① 노후 원전 현장을 가다노후 원전 고리 1호기·월성 1호기 인접 마을 주민들, 만성이 된 불안과 싸우는 목소리를 듣다…원전 직원보다 원자로에 가까이 살며 생업의 터전 어장도 잃은 이들의 쇳소리 섞인 하소연

‘후쿠시마 쇼크’는 생각보다 컸다. ‘원자력 선진국’을 자처해온 나라들이 원전에 대한 미련을 속속 거둬들였다. 20~30년 안에 원전 의존도를 ‘0’으로 떨어뜨리겠다는 탈핵 로드맵도 곳곳에서 구체화했다. 한국은 예외였다. 어떤 불안과 불확실성도 ‘우리는 안전하다’를 주문처럼 되뇌는 불통 정권의 무모함을 흔들어놓지 못했다. 고리와 월성, 울진, 영광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는데도 요지부동이었다. 시민의 합리적 의심을 확률이론의 폭력으로 억누르는 전도된 과학주의는 4년 전 미국 쇠고기 수입 파동 때의 오만함을 무섭도록 빼닮았다. 패거리의 확실한 이익을 공동체 전체의 불확실한 위험과 교환하는 섬뜩함에선 수치심을 모르는 외눈박이 권력의 야만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인류의 가장 위험한 발명품이라는 원전이 정권에 의해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 동력’이자 ‘수출 효자품목’으로 떠받들어지는 기막힌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은 원전의 단계적 가동 중단과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 전환을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에 공감하며 4회에 걸쳐 ‘탈핵’ 시리즈 기획을 싣는다. 첫 순서에서는 노후 원전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고, 재앙과 파국의 길로 치달아가는 이 정권의 원전 정책을 고발한다. _편집자

“인터뷰할라꼬? 우린 그런 거 안 한다.” 할머니의 첫 반응이 싸늘했다. “너그한테 말한다꼬 달라지나? 치아라 마.” 할아버지 말투에선 일말의 적의마저 느껴졌다. 잠자코 지켜보기로 했다. 2t이 갓 넘을 법한 소형 유자망 어선이었다. 할머니가 정박된 배 위로 그물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면 할아버지는 고리 모양의 그물추를 긴 뱃전의 쇠막대기에 끼워넣는 단순 작업을 5분 남짓 이어갔다. 우두커니 서 있는 기자가 안쓰러웠던지, 부러 들으라는 듯 노부부끼리 짧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 11월20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길천마을 해안가에서 바라 본 고리 원자력발전소의 모습. 고리 1호기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건설된 원전이기도 하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후쿠시마처럼 원자로 녹을 뻔한

“점마들이 우리한테 해준 기 머 있나.” “신문사다 방송사다 왔다 가도 달라지는 거 없다.” “소련 체르노빌 안 봤나? 원자력 터지면 다 디지뿐다(죽는다).” 이따금 정부와 원전 당국을 겨냥한 듯한 거친 육두문자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어장 다 망치(망쳐)놓고. 쌔리직일(때려죽일) 놈들.” 그물에 얽힌 꽃게 한 마리를 할머니가 신경질적으로 잡아떼더니 냅다 배 밖으로 집어던졌다. “잡것, 잽히라는 삼치는 안 잽히고.”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게딱지 뒤편으로 고리 원전 1·2호기의 콘크리트돔이 잡힐 듯 시야에 들어왔다.
맞은편 월내 방파제에선 숭어낚시가 한창이었다. 울산에서 왔다는 정아무개(47)씨가 다가서는 기자의 행색을 훑더니 먼저 말을 걸었다. “원전 취재 왔나 보죠? 사실 난 불안하긴 한데 만성이 됐어요. 울산 사람들은 고리 것이 터지나, 월성 게 터지나 매한가지거든요.”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해 원자력발전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던 그도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로는 원전 반대론으로 기울었다고 했다. “고리든 월성이든,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연장이든 중단이든 결정 나지 않겠어요?”
11월20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원전 주변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체로 원자력발전에 부정적이었다. 국내 최고령 원전인 고리 1호기의 안전성을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원자력 당국 간 논란이 가열돼온 탓이었다. 고리 1호기는 1978년 상업 운전에 들어가 2007년 설계수명 30년이 만료됐다. 하지만 당국은 ‘전력난’을 이유로 주민과 환경단체의 폐쇄 요구를 물리쳤다. 부실 공방이 일었던 연장 심사를 거쳐 원전 수명을 10년 더 늘린 것이다.

» 부산 기장군 장안읍 길천마을 가로수에 고리 1호기 가동 중단을 촉구하는 리본이 걸려 있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최근 논란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2월9일 발생한 정전 사고(블랙 아웃)였다. 정비 도중 발전기의 보호계전기를 조작하다 12분간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원자로를 냉각하는 용수 공급이 끊겨 후쿠시마처럼 원자로가 녹아내릴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사고 사실을 한 달가량 숨기다 3월에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했다. 가뜩이나 고리 1호기는 국내 전체 원전 고장·사고의 20%가 집중될 만큼 ‘고물 원전’으로 찍혀 있던 터였다.
5개월 동안 가동을 중단했다 8월 초 재개하는 과정에서도 불신을 자초했다. 당시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균열 위험이 제기된 원자로 압력용기에 대해 주민이 추천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TF(태스크포스)가 심도 있는 조사를 벌여 ‘건전성이 확보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TF 조사는 현장 실사가 아닌, 2007년 수명 연장을 앞두고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낸 ‘안전성 평가 보고서’의 적절성을 서류상으로 검토하는 데 그쳐, 노후화에 따른 사고 우려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란 비판이 뒤따랐다.


“어장 다 망치(망쳐)놓고. 쌔리직일(때려죽일) 놈들.” 그물에 얽힌 꽃게 한 마리를 할머니가 신경질적으로 잡아떼더니 냅다 배 밖으로 집어던졌다. “잡것, 잽히라는 삼치는 안 잽히고.”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게딱지 뒤편으로 고리 원전 1·2호기의 콘크리트돔이 잡힐 듯 시야에 들어왔다.

충격실험이 준 충격 가시지 않아

고리원전민간환경감시위원으로 활동해온 박갑용씨도 이런 지적을 수긍했다. 고리에 살다 7살 때 살던 집이 철거돼 길천리로 이주해온 그는 올해 초까지 이 마을 이장을 지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원자로 내부의 금속시편을 꺼내 공개적으로 테스트하는 거였죠.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니 할 수 없이 자료 검토만 하게 된 겁니다.”
시편은 원자로의 압력용기와 동일한 재질·두께로 제작된 금속조각으로, 원자로를 만들 때 내부에 여러 개를 집어넣고 일정 기간이 흐른 뒤 하나씩 꺼내 고열과 고압, 방사능 노출에 따른 손상 여부를 측정하려는 용도로 사용된다. 고리 1호기에는 시편이 1개 남아 있는데, 2014년 꺼내 안전성을 시험하게 된다. 2007년 수명 연장 심사를 앞두고 벌인 충격실험에선 시편이 깨져 원자로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으나 당국은 더 정밀한 검사 방법이라며 ‘비충격실험’을 통해 압력용기의 내구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박씨의 안내로 길천리 노인정을 찾았다. 고리 1호기가 만들어질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길천마을에서만 60년 넘게 살았다는 이재연(80)씨가 입을 열었다. “전기 맹그는 공장이라 카데. 생기면 좋아진다 캐서 그런 줄만 알았지. 발전소 지으면서 여그 할매들 농사 그만두고 전부 가서 일했어. 구덩이를 크게 파더니 솔로 닦아내고 공구리(콘크리트)를 들이붓더라고. 한칸한칸 (원자로돔이) 올라가는디 대단했지.”
이씨는 1호기가 완공된 뒤에도 10년 남짓 더 발전소를 나갔다. “메루치(멸치)도 안 잽히고, 운단(성게알)도 안 나는디 우짜겠노. 하는 수 없이 저기 나가 사무실 청소 같은 거를 했지.” 발전소에서 일하며 아들 둘, 딸 하나를 교육한 이씨였지만, 원전에 대한 생각은 극히 부정적이었다. “원자력 없었으모 더 잘살았을 기라. 옛날에는 배 두 척이 그물 싣고 나가 메루치 떼 몰아오면 육지에서 스무 명쯤 달라붙어 그물을 당기는 기라. 그라모 그물 가득 메루치가 바글바글했지. 지금은 배 타고 나가야 겨우 한 소쿠리 떠온다.”
듣고 있던 또 다른 80대 여성이 끼어들었다. “우리들 몸 아픈 기는 우짜고. 무릎·어깨 안 아픈 디가 없다.” 이씨도 거들었다. “저그 철탑 세워논 거 봐라. 사방으로 고압전기 흘러다니지, 원자로에서는 또 뭐가 흘러나오는지 어찌 아노? 일본 발전소 터진 뒤로는 가심(가슴)이 벌렁벌렁한다. 여그는 일본보다 (발전소가) 더 가깝다. 을매나 불안하겠나. 코앞이다.”

마을에서 원자로돔까지, 700m

» 원전에서 반경 30km 직접영향권에 거주하는 주민(체르노빌 사고지역 통제구역 및 후쿠시마 주민 소개 범위), 자료 :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위성지도를 통해 확인해본 마을과 고리 1호기 원자로돔의 거리는 가장 가까운 곳이 700m 정도밖에 안 됐다. 원전 직원 사택과 원자로의 거리가 3km 정도 이격돼 있는 것과도 묘한 대조를 이뤘다. 정부와 한수원이 길천마을 920가구의 집단이주 요청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게 된 것도 이런 저간의 사정 때문이라고 했다. 박갑용씨는 “원자로 주변에는 제한구역경계거리(EAB)를 두게 돼 있는데, 고리 1호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사고가 나면 원전 직원이나 우리나 다를 게 없다”고 했다.
현재 길천마을에선 한수원과 기장군이 부산대 핵과학연구소에 의뢰해 ‘이주방안 마련을 위한 용역조사’를 진행 중이다. 마을에서 만난 조사팀 관계자는 “모든 세대를 상대로 전수 설문을 받은 뒤 100여 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거쳐 내년 상반기 최종 보고서를 낼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주민들 대부분 원전 때문에 재산 피해를 입었다는 의식이 강하고, 노령층 다수는 신체적 불편도 원전 탓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물론 고리 원전 주변에 사는 모든 주민이 불안을 호소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근 월내리에서 밥집을 하는 김아무개(52)씨는 담담했다. “하나도 안 불안해요. 여가 위험하믄 원전서는 어째 일한답니까? 집값 안 올라, 원전 땜에 공장 안 들어오니 공기 맑고 물 좋아. 외지서 놀러온 사람들은 불안해서 어째 사냐 물어오는데, 저거 터지면 우리만 죽는답니까?” 이런 김씨의 태도는 꾸미거나 과장한 것이라기보다, 오랜 기간 속절없는 위험과 함께 살아가며 체득한 생존술에 가까워 보였다.
같은 시각 고리 원전에서 북동쪽으로 45km 남짓 떨어진 경북 경주시 양남면 읍천리 포구에는 관광객을 실은 차량이 심심찮게 들어왔다. 경주 시내에서 토함산을 굽이돌아 승용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이곳에는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이 있다. 남쪽 하서항까지 이어진 바닷가 절벽길을 산책하는 코스로 지난여름 개통됐다.
파도소리길이 시작하는 읍천 방파제에 올라 북쪽 해안을 바라봤다. 남쪽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굽은 해안선을 따라 거대한 돔형 콘크리트 구조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그곳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월성 원자력발전소(월성 원전)다. 거기서 더 북쪽으로 구릉을 넘으면 ‘대왕암’으로 불리는 문무대왕릉이 나온다.
월성 원전에는 1982년 완공된 월성 1호기를 시작으로 모두 5기의 원전이 들어서 있다. 내년 1월 신월성 2호기가 완공되면 6기가 된다. 월성 원전이 자리잡은 곳은 원래 수애마을이 있던 자리다. 원전이 들어서자 마을 사람들은 고향땅을 내주고 양남면 나아리로 옮겨왔다. 원전을 품고 있는 나아리 주민들의 삶 역시 원전과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주민 대부분이 외지에서 들어온 원전 종사자들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 마을 입구의 원전 홍보관부터 큰길을 따라 치킨집·빵집·편의점 등이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마을 안쪽에는 월성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 직원 사택이 있다.



“저그 철탑 세워논 거 봐라. 사방으로 고압전기 흘러다니지, 원자로에서는 또 뭐가 흘러나오는지 어찌 아노? 일본 발전소 터진 뒤로는 가심(가슴)이 벌렁벌렁한다. 여그는 일본보다 (발전소가) 더 가깝다. 을매나 불안하겠나? 코앞이다.” -길천마을 주민 이재연씨

“여그는 답이 없다, 이주·철거밖에 없다”

나아리를 찾은 이날은 월성 1호기의 30년 설계수명이 끝나는 날이었다. 그러나 월성 1호기는 10월29일 고장으로 이미 20일 넘게 가동을 중지한 상태였다. 새로 온 직원의 조작 미숙이 원인이었다. 전원을 켜지 못한 월성 1호기는 현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수명 연장 심사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월성 1호기가 안전성 확보가 까다로운 가압중수로이며, 세계적으로 연장 운전 사례가 드물다는 지적이 나와 폐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있는 월성 원자력발전소 입구의 모습. 10월29일 고장으로 멈춰선 월성 1호기는 11월20일 30년의 설계수명이 끝났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월성 1호기에 대한 나아리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올 들어 4번이나 벌어진 운행 정지 사고 탓에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큰 영향을 끼쳤다. 월성 원전 앞 상가에서 12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최종림(53)씨 생각도 그렇다. 그는 월성 원전에서 벌어진 사고 내용을 상세히 알고 있었다. “불안해서 살 수 있겠습니까. 발전소도 처음 완공될 때만 반짝 경제가 살고 그랬지, 다 완공되면 별 도움 주는 게 없다 아입니까. 교통이 편리해지니 직원들이 경주·울산 같은 대도시에 가서 돈을 써요. 그러니 경제적으로 마을에 득 될 게 있겠어요? 원전 땜에 마을이 침체된 기라예.” 주민들은 월성 1호기 건설 당시엔 공사 기간 7년 동안 건설 인력이 마을에 머물며 소비를 해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줬지만, 최근 완공된 신월성 1호기는 1년6개월 만에 공사가 끝나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했다.
수명 연장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는 아랫마을인 양남면 읍천리도 마찬가지였다. 미역·전복 양식을 주로 하던 이 마을에서는 언제부턴가 양식업을 하지 않는다. 주민들은 월성 원전에서 나온, 약품이 섞인 온배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그는 답 없다. 이주·철거밖에 없다.” 읍천리에서 평생을 산 김만수(75)씨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전이 들어설 당시에도 누구보다 반대 집회에 열심히 참석했던 그다. “마을 사람들, 머리 아프고 허리 아프고 죄다 아픈 사람투성이다. 그래도 국가가 하는 일을 요 쪼매한 마을이 우찌 이길 수 있겠나?”
원전 직원들의 퇴근 시간이 임박했지만, 나아리 상가거리는 여전히 을씨년스러웠다. “오늘도 직원들한테 저녁에 나가지 말라 지침을 내렸다 카데예.” 한 분식집 주인이 푸념했다. 최근 원전 내 사고가 잦아지자 한수원이 직원들에게 회식 금지령을 내렸다고 그는 귀띔했다.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다른 주민들도 울상이었다. 원전의 안전 문제와 함께 경기 불황에 따른 불안까지 겹치자 주민들 사이에선 “차라리 삼척·영덕에 들어설 새 원전을 이곳으로 들여오고, 우리를 아예 먼 곳으로 이주시켜달라”는 요구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 경주 환경운동연합 등이 11월20일 저녁 경북 경주 시내 KT 지사 앞에서 월성 1호기 설계수명 종료를 기념하는 문화제를 열었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부디 “잘 가라, 월성 1호기”

이날 저녁, 한수원 사무소가 있는 경주 시내 KT 지사 건물 앞에선 경주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월성 1호기 설계수명 종료를 기념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지난 100일간 1호기 수명 연장에 반대하는 릴레이 1인시위에 참여했던 지역 활동가 등 50여 명이 모였다. 참석자들이 입을 모아 구호를 외쳤다. “잘 가라, 월성 1호기.” 그러나 월성 1호기의 운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007년 수명 연장 결정으로 36년째 운전 중인 고리 1호기처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폐소생술’을 받아 깨어날지 모른다. 월성 1호기가 영원히 잠들지 않는 한, 원전과 이웃해 살아가는 주민들의 불안은 계속될 것 같다.

글 부산=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경주=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사진 부산·경주=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2012년 5월 4일 금요일

영광원전 6호기 핵연료봉 이상 징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03일자 기사 '영광원전 6호기 핵연료봉 이상 징후'를 퍼왔습니다.

전남 영광원전 6호기의 핵연료봉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3일 영광원전에 따르면 6호기 정상운영 중 지난달 30일부터 원자로 냉각재 방사능 준위가 상승해 분석한 결과 핵연료봉에서 경미한 결함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영광원전은 현재까지 6호기 핵연료봉에 들어있는 세슘과 아이오다인(요오드)의 농도가 허용치의 500분의 1정도에 불과해 원자로 가동과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문제는 밀폐된 원자로 냉각재 계통 내 방사능 준위 상승으로 발전소 내·외부로의 방사능 누출은 없다고 영광원전은 설명했다.
영광원전은 6호기 연료결함에 대비해 방사능 분석주기를 3일에서 1일로 단축하고 원자로 냉각재 정화유량도 기존 보다 증가시켜 운전하고 있다.
또 원자로 냉각재 연속 방사능 감시장치를 통해 방사능 추이를 상시 감시하고 있다.
영광원전은 예정된 목표 기간까지 6호기의 정상 운전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11월에 예정된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정밀검사를 통해 핵연료봉 결함 부위를 조치할 방침이다.
핵연료봉은 원자로에 사용하기 위해 막대모양으로 성형 가공한 연료봉으로 핵연료를 막대형 피복재로 포장했으며 영광원전 6호기에는 4만1772개가 들어있다.
원전측은 이날 영광 민간환경감시센터에 6호기 핵연료봉 이상 징후를 공개 설명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 2009년 10월 계획예방정비 기간 중 4호기 핵연료봉 2개가 파손된 채 발견됐다.
당시 4호기 핵연료봉 판손 원인은 상부 봉단마개 용접불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방사선 누출량은 극소량으로 자체 필터링을 거쳐 외부에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3월 25일 일요일

한국이 사는 길…'원전 수출' 아닌 '폐로 사업'!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23일자 기사 '한국이 사는 길…'원전 수출' 아닌 '폐로 사업'!'을 퍼왔습니다.
[후쿠시마 1년, 핵 없는 세상을 꿈꾼다·③] 장정욱 마쓰야마 대학교 교수

, , 평화네트워크는 지난 6일부터 '후쿠시마 1년, 핵 없는 세상을 꿈꾼다' 연속 강연을 진행 중이다. 6일 김종철  발행인, 13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에 이어 20일에는 서울 중구 장충동  강의실에서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 대학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장정욱 교수는 '후쿠시마, 겨우 최악의 사태를 막았을 뿐'이란 주제로 사고 1년이 지난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의 현 상태와 그 영향을 점검하는 한편, 핵 안보 정상 회의 개최로 들떠 있는 한국의 안전 불감증에 경고를 던졌다.

장정욱 교수는 일본이 언제든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는 지형적 특성을 무시하고 '경제적 이유'로 미국 방식을 도입해,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애초에 위험한 곳에 세우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과거에 도호쿠 지방에서 일어났던 지진의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거대 쓰나미로 인한 핵발전소 침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2008년에 갖고 있었음에도 적극적인 대처는커녕 보고조차 제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도쿄전력이 주장하듯 '천재지변'에 의한 사고가 아니라, 인재에 가까운 사고였다는 것이다.

장정욱 교수는 사고 1년이 지난 현재 핵발전소 사고의 직접적인 피해로 사망한 사람은 많지 않지만, 참극은 두고두고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비단 공기 중으로, 해수 속으로 유입된 거대한 양의 방사능 물질 때문만이 아니다. 피난과 귀향의 불가능함으로 인해 수십 만 명 이상의 삶이 파괴되었고, 배상과 복구 비용 또한 막대해 전 국민이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장정욱 교수는 방사성 물질이 넘나드는 것은 물론이요 국내에서도 비슷한 사고 위험이 있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핵 안보 정상 회의'와 '핵발전소 수출'에 환호하는 한국에 대해서도 고언을 던졌다. 핵발전소 수출이 아니라 '폐로 사업'에 주력하는 것이 한국이 살 길이라고 그는 말한다.

다음은 강연의 주요 내용.



▲ 장정욱 마쓰야마 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온도를 내릴 수 없었던 후쿠시마 핵발전소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부터 다시 복기해 보겠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에 규모 9.0의 지진이 일어났고, 그 여파로 쓰나미가 왔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의 경우 두 번째 쓰나미가 문제가 되어 일어났다. 이날 15시 35분에 높이 13.1미터의 두 번째 쓰나미가 왔는데, 이 높이는 어디까지나 도쿄전력의 추정치이다. 핵발전소가 세워져 있는 지면은 해수면에서 10미터 높았고, 따라서 그것보다 파도가 더 높았기에 물이 들어왔다. 이로 인해 ①냉각용의 바닷물을 퍼 올리는 취수 펌프, ②전원을 공급할 터빈 건물 지하에 있던 비상용 디젤 발전기와 배전판 등이 바닷물에 잠겨 누전되어 작동 불능이 되었다.

자주 하는 표현이지만 핵발전소는 '바닷물을 데우는 기계'다. 핵분열로 발생하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1초당 70톤의 냉각수가 필요한데, 그만큼을 데워서 다시 바다로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원자로에서 나오는 뜨거운 증기를 냉각시킬 때도, 사용 후 핵연료가 담긴 수조를 냉각시키는 데도 해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해수를 뽑아내는 펌프가 침수되어 기능을 상실했던 것이다. 또 터빈 건물 지하실이 침수되었다. 이러면 물이 들어와도 바깥으로 내보낼 수 있는 동력 자체가 없어진다. 또 내·외부에서 들어온 전선을 배전시키는 배전판도 다 꺼졌다. 이 중 하나라도 차단되면 안 되는데 이번 사고에선 세 개가 다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의 원자로 6기엔 가동 중의 핵분열을 이용한 전기(교류)인 내부 전원 외에 비상시의 전원 확보를 위해 ①13대의 비상용 디젤발전기(교류), ②이동식 전원차(직류) ③용량 8시간의 배터리(직류), ④다른 지역의 발전소로 전원을 공급받는 외부 전원(교류)가 준비되어 있었다. 일단 사고로 내부 전원을 잃었고, ④의 경우 지진의 영향으로 송전탑과 변전소가 파손되어 즉시 사용할 수 없었다.

①의 경우 조금 높은 위치에 있었던 6호기의 공냉식 비상용 디젤 발전기 한 대만이 정상으로 가동하여 5, 6호기는 간신히 전원 상실을 모면할 수 있었다. 이동식 전원차(②)의 경우 사고 직후 인근의 그것들을 끌어 모았지만, 지진에 의한 도로 파손 등으로 11일 늦은 밤에야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도착했다. 최종적으로 69대가 모였지만, 전원 접속 장치의 규격이 맞지 않아 전선을 벗겨 직접 연결했음에도 전원판 침수, 전선 길이 부족 등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배터리(③)는 냉각재를 공급할 정도의 용량이 없다. 단지 냉각용 배관의 밸브 개폐와 중앙 제어실의 조명 같은 데 사용될 수 있을 뿐이다. 이로써 냉각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원조차도 없어진 원자로 1~4호기는 그 연료가 융용에 이르게 된 것이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는 바닷가에 터빈 건물을, 내륙 쪽에 원자로 건물을 배치하는 구조이다. 이는 미국에서 핵발전소를 처음 개발할 때 만들어진 미국식 구조다. 미국 핵발전소는 지진이 거의 없는 지역, 쓰나미의 침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에 입지하고 있다. 그런데 후쿠시마는 어떠한가? 이는 도쿄전력이 초기에 핵발전소를 수입할 때, 일본 특유의 지형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미국 방식을 답습한 결과이다. 일본이 쓰나미를 고려했다면 핵발전소를 좀 더 내륙 쪽에 세우거나 방수성을 높였을 것이다. 게다가 당초 해면 30미터 높이의 지면을 20미터나 깎아 10미터 높이의 위치에 핵발전소를건설했다. 이유는 해수 펌프가 기능하는 거리를 짧게 하고 핵연료가 드나드는 항만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즉, 경제성을 위해서다. 한국도 마찬가지 이유로 미국 방식을 도입했다. 한국에는 지진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만, 그건 아무도 보장하지 못한다.

사고는 인재였나


ⓒ프레시안(최형락)
도쿄전력은 이번 사고 원인에 대해 예상(5.7미터)보다 높은 쓰나미라는 불가항력적인 자연 재해가 원인인 '천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비판자들은 '인재'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도쿄전력이 이미 몇 년 전에 높은 쓰나미가 올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대책 비용의 절약을 위해 고의적으로 무시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도쿄 전력이 이미 예상 높이 5.7미터를 넘는 거대 쓰나미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지역에 올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계산 결과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먼저 2006년에는 5.7미터 이상의 쓰나미가 올 확률이 50년 안에 약 10퍼센트이며, 노심 융용을 일으킬 수 있는 10미터 이상의 쓰나미가 올 확률은 1퍼센트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 원칙이 '10만 년에 1회 가능성'임을 고려했을 때, 이는 엄청난 차이다.

한편, 도쿄 전력은 2008년 ①1896년에 발생한 산리쿠(三陸) 지진(M8.3 규모), ②869년 발생한 죠칸(貞觀) 지진(M8.4 규모)과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의 쓰나미 높이를 예상하는 계산을 해 보았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①의 경우 후쿠시마 핵발전소 지역에 최대 15.7미터 높이의 쓰나미가 올 수 있으며 ②의 경우 최대 9.2미터의 쓰나미가 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도쿄전력은 이를 정부의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보고하긴 했지만, 낮은 수치의 결과는 2009년 9월에 보고한 반면 높은 수치의 결과는 핵발전소 사고 발생 불과 4일 전인 2011년 3월 7일에 보고했다. 2008년부터 이 결과를 존중해 즉시 추가 대책이 실시되었다면 지금과 같았을까? 작년 10월에야 공개된 도쿄전력의 계산 결과 자료에는, 2012년 10월까지 대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을 뿐이다.

또 하나의 쟁점이 있다. 이 사고가 정말 '쓰나미' 때문이었냐는 것을 둘러싸고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격납 용기의 설계에 관여했던 다나카 마쓰히코 씨는, 가동 41년째의 노후 핵발전소 1호기의 경우 쓰나미가 오기 전에 이미 원자로계의 배관이 파손되어 냉각재의 대량 상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원자로 밑 부분에 붙어 있는 50톤 무게의 재순환 배관이 지진을 만나 깨어졌으며, 그로 인해 뜨거운 증기가 대량 유출되었고 압력도 올라갔다고 말한다. 실제로 쓰나미가 오기 전에 1호기의 압력이 올라갔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도쿄전력은 아직도 이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따라서 누구 말이 맞는지는 오리무중이다.

수상이 말한 '냉온 정지 상태'는 없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현재 상태를 점검해 보자. 지난해 12월 16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수상은 사고 핵발전소 3기 원자로의 밑부분 온도가 섭씨 100도 이하로 내려갔고 방사성 물질 배출량이 감소되었다며 핵발전소가 "냉온 정지 상태에 도달했다"고 대내외적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이는 원래 없는 개념으로, 정치적 판단에 의해 급조된 것이다. 원자력 전문 용어로서 "정상 상태의 핵발전소 원자로의 내부 온도가 섭씨 100도 이하로 낮아진 상태"를 이르는 '냉온 정지'란 말이 있긴 하지만, 원자로 및 격납 용기에서 냉각수가 줄줄 새고 있는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는 마치 중환자에 대한 수술을 하기도 전에 간단한 응급 조치로 완치되었다는 식으로, 실태를 의도적으로 축소시킨 표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발표 이후 도쿄 전력이 사고의 수습에 관한 중장기 대책을 발표했다. 내용은 ①2013년까지 1~4호기 수조 내의 사용 후 핵연료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 ②핵발전소 건물 내의 제염(오염 지역의 제거) 작업을 하고 파손 부분을 수리하며 오염수를 처리하고, 격납 용기 전체를 물로 채워 냉각하는 것, ③2036년까지 격납 용기 및 원자로의 녹은 핵연료를 추출하는 것, ④2051년까지 핵발전소를 완전 해체하는 것이다.

아무리 낙관적으로 보아도 완전 수습까지 최소 40년 이상이 걸린다. 또한 이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단순히 나열한 것으로, 수습 계획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노력 목표에 가깝다. 현재 녹은 핵연료의 무게, 형태 및 위치도 알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원자로 및 격납 용기도 크게 파손되어 있다. 일단은 약 35미터 위의 격납 용기의 윗부분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그 속에 떨어져 있는 최소 100톤 이상의 녹은 핵연료를 끄집어 낼 계획이지만, 경제적·기술적으로 이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체르노빌 핵발전소처럼 시멘트로 핵발전소 건물 전체를 덮는 석관(石棺) 방식이 등장할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

피해 원자로에서는 사고 직후만큼 엄청난 양은 아니지만 지금도 여전히 방사능 물질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물론 2012년 3월 6일 현재 방사능 물질의 시간당 대기 방출량은 1000만 베크렐로, 1년 전인 2011년 3월 15일의 약 8000만분의 1로 감소한 수치다. 1호기의 파괴된 건물 외벽을 완전히 덮는 차폐 시설을 설치했고, 2호기엔 필터가 있는 환기장치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현재 방사능 물질의 배출은 거의 3호기가 그 원인이다.

또한 해양으로의 오염수 유출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도쿄 전력은 핵발전소 건물 밑에 고여 있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를 정화하여 약 4킬로미터의 배관을 통해 원자로에 냉각수를 공급하고 있다. 2011년 4월의 계획으로는 그해 말까지 핵발전소 건물 밑에 있는 것을 포함한 25만 톤의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의 대부분을 처리할 생각이었지만,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는 오히려 늘고 있는 실정이다. 지하의 콘크리트에 금이 나서 현재도 오염수가 흘러나가고 있는데, 사람 접근이 불가능하니 어디로, 어느 정도로 나가는지 알 수도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건물 지하로 매일 200~500톤의 지하수가 유입된다는 것이다. 지하수가 격납 용기로부터 새어나오는 원자로의 냉각수와 섞여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유입되는 지하수의 양만큼 처리해야 할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도 늘고 있는 셈이 된다. 원자로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냉각수의 주입량을 늘리면 새어나오는 고준위 방사성 오염수가 증가하고, 건물 지하의 방사성 오염수를 많이 처리하면 수위 변화로 지하수의 유입이 늘어나는 진퇴양난의 상태다. 지하수를 어떻게 막겠는가. 격납 용기를 완전히 막지 않는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될 거다. 이건 체르노빌하고 비교가 안 되는 사태다.

한편, 정화 과정을 거친 후에 늘어나는 저준위 방사성 오염수의 저장 문제도 있다. 현재 고준위 오염수에서 기름과 세슘, 염분을 제거하여 저준위 오염수로 만들고, 이것을 다시 원자로에 투입하고 남는 것을 탱크에 저장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 저장할 공간이 부족한 것이다. 3월 6일 기준으로 저장 용량의 72퍼센트에 달하는 약 12만 톤이 차 있으니 오래 못 가 가득 찰 것이고, 따라서 탱크의 증설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오염수를 정화할 때 쓰는 특수 약품, 필터, 폐기물은 또 어떻게 버릴 것인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타개하려면 오염수의 증가 자체를 막아야 하는데, 격납 용기의 파손 부분을 수리하여 한정된 수량에 의한 순환 냉각 시스템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오염의 완전한 제거, 불가능하다

이제 핵발전소 부지 바깥의 상황, 피해 지역으로 눈을 돌려 보자.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말 핵발전소으로부터 반경 2~30킬로미터 내의 일부 구역(긴급시 피난 준비 구역)의 해제를 발표했다. 그리고 오는 4월에 시작될 본격적인 제염 작업을 앞두고 기준을 '피폭선량'으로 하여 오염 구역을 재편할 방침이다. 구역은 ①피난 지시 해제 준비 구역(연간 피폭선량 20밀리시버트 이하), ②거주 제한 구역(21~50밀리시버트), ③귀환 곤란 구역(50밀리시버트 이상, 최소 5년 이상)으로 나뉜다.

'귀환 곤란 지역'이 아니라고 해도, 사실상 그 지역의 삶은 제대로 이어질 수 없다. 지난 1월 31일 가와우치무라(川内村)가 해제된 '긴급시 피난 준비 구역'만을 대상으로 자발적 귀촌 선언을 발표했는데, 돌아온 주민은 원래의 1할에도 못 미쳤다. 인근의 히로노쵸(広野町)는 3월 1일에 군청 사무실만 원래의 건물로 복귀했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점차 귀환 선언을 하겠지만 인프라나 관공서, 병원이나 학교 등의 생활 환경이 복구되지 않는 한, 공동체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본격적인 제염 실시를 앞두고 문부과학성이 방사성 세슘(134와 137)을 조사했는데, 이에 따르면 제염 대상 지역은 1만 1600평방킬로미터로 일본 국토의 3퍼센트에 달한다. 한국 경기도와 서울시를 합친 것보다 넓은 면적이다. 여기에 포함되는 총 115개 시군읍이 제염 대상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농업 및 관광업 등의 지역 산업에의 악영향을 회피할 목적으로 지역 지정을 거부한 지방자치단체들도 있다.

제염에는 한계가 있다. 일본 정부가 작년 11월부터 피난 구역 내에서 시험적으로 실시한 제염 작업의 결과를 보면, 토양 및 낙엽 제거에서는 일정 정도 감소 효과가 나타났으나,아스팔트 도로 및 일반 주택의 지붕에서 실시한 고압수 세척의 제염 작업의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피폭선량이 높은 귀환 곤란 구역에서는 제염 작업원들의 피폭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우선 50밀리시버트 이하의 두 구역을 2년간에 걸쳐 선량의 50퍼센트 정도로 감소시키는 목표를 정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제염 작업의 효과는 10퍼센트 정도로 나머지 40퍼센트는 자연적인 분산에 기대할 뿐이다.

또 산림 지역의 제염은 거의 불가능하며, 따라서 포기 상태다. 강이나 바다, 갯벌이나 해저도 마찬가지다. 바다의 경우 한국 쪽에도 1년 후에는 오염된 물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염된 수산물의 먹이사슬을 통한 내부 피폭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는데, 해저 토양 방사능은 법적인 규제치조차 없는 상황이다. 체르노빌의 경우 먹이사슬 피폭의 피크는 사고 2년 뒤였다고 한다. 여러분도 앞으로 생선을 조심하고, 먹을 때는 꼭 뼈를 확실히 발라 먹는 게 좋겠다.

피해 배상은 가능한가?

핵발전소 사고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보상 측면을 살펴보자. 도쿄 전력은 일단 지난해 4월 말에 일본 정부의 지시에 따라 반경 2~30킬로미터 내 지역 주민에 한해, 세대 당 100만 엔의 임시 배상금을 일률적으로 지급했다. 이후 8월부터 원자력 손해 배상지원 기구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분쟁 심사회를 설립해 거기서 중간 지침을 만들어 본격적인 배상을 시작했다. 당사자 간에 배상 문제의 대립이 있을 경우 변호사 150여 명으로 구성된 분쟁 센터가 화해를 조정한다. 그래도 안 될 땐 소송 방법이 있다. 그러나 피난민이 총 16만 명에나 이름에도, 2012년 3월 2일 현재까지 배상 신청은 1181건뿐이며 화해가 성립된 경우는 16건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 정부의 피난 지시 지역에서는 일시불·일률적으로 배상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임산부와 18세 이하의 어린이·청소년에 대해선 특별히 위자료를 더 지급해야 한다는 반발이 있다. 도쿄전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줄어들 거라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반대로 늘어날 거라고 주장한다. 한편, 지난 12월 초 분쟁 심의회가 배상 지침을 확대하면서, 후쿠시마 현내 23 시군읍의 정부가 피난을 지시하지 않았으나 자주적으로 피난한 주민들에 대해서도 배상을 적용함에 따라, 대상자가 종래 15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대폭 늘었다.

게다가 간접적인 피해가 전국적으로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배상 지역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가령 교토 지역에 해외 관광객이 오지 않는다든지,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나라의 물건이란 이유만으로 특정 품목의 해외 수출이 금지된다든지 하는 '소문'에 의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또 앞으로 해양 오염수 때문에 중국이나 한국으로부터 제소가 생길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다.

대체 돈이 얼마나 들까. 일단 실질 피해 주민 보상만 봤을 때 정부는 2013년 3월까지 2년간 4.5조 엔(약 60조 원)의 보상액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도쿄 전력에 지원한 금액이 약 1.6조 엔이다. 그리고 도쿄전력이 3월 19일 기준으로 실제 지불한 금액이 여기의 4분의 1인 4500억 엔 정도다.

그런데 이뿐만 아니라 제염 작업 비용과 폐로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큰 문제가 제염 비용이다. 대체 어디까지 제염할 건가가 문제다. 일부 학자들은 포기할 지역을 확실히 포기해 쓸데없는 돈을 계속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농업이 중심인 지역의 경우, 2~3년만 방치해도 회복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제염 비용을 약 60조 엔으로 보고 있는데 여기엔 산림 지역의 제염이나 처분장 건설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런 것까지 포함시키면 제염 작업만으로 100조 엔을 넘을 수도 있다. 이 비용은 사고 이전 일본 정부의 1년 예산에 버금간다. 그러나 배상 책임자인 도쿄전력은, 사고 수습비와 핵발전소 가동 중지에 따른 연료비 조달만으로 실질적 파산 상태다.

배상의 어려움은 이 엄청난 금액 규모에만 있는 게 아니다. 핵발전소 사고로 인한 건강의 변화, 생명에 미치는 영향을 알기 어렵다. 보통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의 직접 피해에 의한 사망자는 그리 많지 않아서 그 부분은 괜찮다는 식으로 얘기된다. 실제로 사망한 사람은 쓰나미가 오기 전, 점검 차 지하에 들어갔다가 사망한 핵발전소 종업원 2명과 사고 후 수습 작업 중 과로사로 인정받은 종업원 1명 등 3명이 전부다.

그러나 사고 당시 피난 과정에서 중환자 14명이 사망했고, 유기농 농민과 무덤으로 피난 간다며 자살한 93세의 노인 등 4명이 자살했다. 또한 핵발전소 30킬로미터 내 13개소의 양로 시설에 있던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사망자는 2009년 89명, 2010년 107명에서 2011년엔 206명으로, 2배나 크게 늘었다. 사망 원인이 뭔가. 환경이 바뀐 데 대한 정신적 쇼크와 스트레스다. 사고 이후 이 환경 변화나 정신적 스트레스로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후쿠시마에서 621명이다. 이는 쓰나미 피해가 가장 컸던 미야기 현의 환경 변화로 인한 사망자 554명보다 많은 숫자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의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후쿠시마 사고 피해에 의한 사망자는 고령자를 중심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앞으로 4~5년 후부터 어린이의 갑상선암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일본 핵발전소, 이제 어디로 가나

사고 이후 일본 핵발전소는 어떻게 되었나. 일본 전체 핵발전소 54기 가운데 현재 도쿄전력의 가시와자키 핵발전소 6호기, 홋카이도 전력의 도마루 3호기 등 2기만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7월 6일 간 나오토 당시 수상은 핵발전소 재가동의 전제 조건으로 모든 핵발전소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핵발전소가 지진, 쓰나미, 홍수 등과 같은 재해, 그리고 테러 및 항공기의 충돌 등의 사고에 직면했을 때,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발생할 때까지 핵발전소가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지를 체크하는 안전 여유도 검사다. 3월 초 현재 이 테스트에서 일단 1차만 통과한 것이 후쿠이 현의 오오이 핵발전소 3, 4호기와 시코쿠의 이카타 핵발전소 3호기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여름의 전력 부족을 들먹이면서 오오이 핵발전소의 재가동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이 워낙 반대하고 있어 불투명하다.

또 일본 정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별도의 청, '원자력규제청'으로 독립시켰다. 다만 일본의 야당, 주로 자민당은 이를 행정부에서 완전 독립된 제3자 위원회로 구성해야 한다고 반발하며 법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이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신뢰를 잃은 규제 기관의 재편을 통해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높이려는 정치적인 판단의 결과이지만, 우려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원자력규제청에 필요한 500여 명의 직원이 대부분 원자력안전·보안원에서 그대로 평행 이동할 것이며, 일부의 간부 이외는 여전히 경제산업성 및 문부과학성과의 인사 교류가 허용될 방침이다. 형식적인 조직 개편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핵발전소 사고에 대비해 주민들이 행정 기관과 함께 일종의 훈련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방재 구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행의 원자력 방재 구역은 핵발전소 반경 8~10킬로미터의 지역인데, 이것을 개정하여 약 3배인 30킬로미터로 확대한다. 30킬로미터는 IAEA에서 정한 긴급 방호조치 구역의 기준으로서, 이제야 국제 표준에 따르게 된 것이다. 개정 방재 지침은 또한 특정 사태 발생 시 즉시 피난하는 5킬로미터 내의 예방 방지 조치 구역도 도입한다. 그리고 50킬로미터 이내의 구역까지 요오드제의 준비를 하도록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국제 표준을 좋아하는 한국은, 이 방재 구역만은 IAEA의 기준을 따르지 않고 여전히 8~10킬로미터에 머무르고 있다. 방재 구역의 개정엔 엄청난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돈 쓰기 싫다는 거다.

또 핵발전소의 수명을 법적으로 정하기로 한 것도 중요한 정책 변화다. 아직 법 통과는 안 되었지만, 수명 40년을 원칙으로 하면서 매우 예외적으로 최장 20년의 연장을 1회만 허용하기로 했다. 일본에 40년을 넘긴 핵발전소는 3기가 있고, 37년 이상 된 게 4기가 있다. 다만 연장에 대해서 아직까지 이렇다 할 기준은 없다. 한국의 경우 핵발전소의 수명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고리 핵발전소처럼 1970년대에 만들어진 핵발전소는 금속 재질도 안 좋아서 30년 이상 쓰면 안 된다. 일본 정부는 또 백 피트(back-fit)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노후 핵발전소라도 최신의 안전 기준을 반영하도록 지시하고, 반영하지 않은 핵발전소의 경우에는 가동 정지를 명령하는 제도다. 이 제도들은 한국 정부도 시급히 따라가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장기적인 측면에서 현재의 핵연료 주기 정책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사용 후 핵연료를 100퍼센트 재처리하여 고속증식로의 핵연료로서 플루토늄을 증식시켜 왔는데, 이 노선을 수정하여 직접 처분과 혼합 산화물 연료를 이용하는 플루서멀(Plu-thermal)을 실용적인 노선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이 내용은 오는 여름 제출을 목표로 작성 중인 '에너지 기본 계획 및 원자력 정책 대강'이라는 중장기 계획에서 드러날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무모하다고 비판 받아 온 고속증식로 '몬쥬'는 포기하지 않을까 싶다. 또 현재 3기의 핵발전소가 건설 중인데, 이 3기 이상으로 또 새로 짓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거기다 위에서 언급했듯 핵발전소 수명을 40년으로 못 박아 놨기 때문에, 일본은 장기적으로 핵발전소가 축소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MB가 꾸는 '핵의 꿈'을 묻다

3월 26·27일에 서울에서 핵 안보 정상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여기서 논의될 여러 국가 공동의 핵 안보 가운데 테러 방지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무래도 핵발전소 안전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내부의 사정과 정보는 점점 더 바깥으로 공표되기 어려워질 것이다. 안전 시설의 강화는 곧 정보 미공개의 강화라는 얘기다. 한편 IAEA, 즉 핵 확산의 감시의 강화가 핵발전소 안전의 강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데 주목하자. 결국 조약이 만들어져도 국가가 거기에 따르는가 아닌가의 문제인데, 중국 등 신흥 발전국들의 경우 안전 대책이 강화되면 크게 반발한다. 또한 핵 사찰의 강화는 기존의 핵 처리 기술 보유국 간의 연계 강화를 의미할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핵연료 산업계의 득세와 이에 따른 미국의 세계 전략이란 측면이다. 우리가 핵발전소 수출한다고 하면 두산중공업이 돈을 많이 벌겠구나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기계만 만들어 파는 거다. 새로 핵발전소 지을 때 딱 한 번 거래하는 거다. 그런데 핵연료는, 핵발전소 한 번 지어놓으면 40년 동안 팔 수 있다. 핵연료 산업도 석유처럼 메이저가 있는데, 바로 미국이다. 가령 일본은 1970년대까지 핵연료 가운데 3할 이상을 미국에서 사야 하는 규정을 지켰다. 미국의 핵연료 농축 공장을 돌리기 위해서라도 핵발전소는 확산되어야 한다. 이것이 미국의 세계 전략이다.

한편, 핵연료 공급과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의 공동 추진 역시 여러 국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 맨 처음엔 오스트레일리아에 처분장을 건설하기로 했는데 무산되었고, 지난해엔 몽고에서 또 무산되었다. 핵발전소를 돌리는 한 계속 발생하는 폐기물의 문제는 앞으로 점점 더 큰 이슈가 될 텐데, 제발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얼마 전 한국방송(KBS)에서 핵 안보 정상 회의와 관련해 이란 스페셜 프로그램을 방송했는데 그걸 보고 화가 많이 났다. 핵연료를 사용 후 재처리 하면 96퍼센트까지 재활용 할 수 있다고 프랑스의 아레바(AREVA)의 입을 빌려 보도한 것이다. 완전히 거짓말이다. 내가 보기에 재활용 할 수 있는 비율은 간단히 계산하면 1퍼센트, 정확히 계산하면 0.1퍼센트 정도밖에 안 된다. 국내 신문사들은 이 과학적 이야기를 제대로 써 주지 않는다. 뒤에 대체 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국민을 완전히 호도하는 짓이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핵발전소 수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새로운 시장은 터키,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인데, 터키나 베트남은 조건이 너무나 좋지 않다. 우리가 건설을 위한 자금을 전부 조달하고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하면 수주한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도 한국 정부가 수주를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나라이지만,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타이도 연기했고, 필리핀은 화산 때문에 IAEA에서도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나라다.

핵발전소 수출 시장에 중국도 더 깊이 들어올 것이다. 그런데 시장은 줄어들고 있는 한편 중국은 한국보다 돈도 자원도 많고, 파는 가격도 싸다. 땅 넓은 중국엔 사용 후 핵연료 보관 장소도 있다. 그것까지 받아주는 조건으로 했을 때 한국이 경쟁할 수 있을까? 승패가 빤히 보인다. 이건 결국 우리가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하는 문제다. 핵발전소를 짓는 사업이 아니라 핵발전소의 폐로 사업에 집중하면 어떨까. 앞으로 문 닫는 핵발전소가 늘어날 것이다. 그게 우리가 살 길이다.



/안은별 기자(정리)

2012년 3월 20일 화요일

[사설] 비상발전기 먹통인 상태에서 원전 재가동했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3-19일자 사설 '[사설] 비상발전기 먹통인 상태에서 원전 재가동했나'를 퍼왔습니다.
고리 원전의 안전성 문제가 갈수록 태산이다. 고리 원전 1호기의 정전사고 때 가동하지 않은 비상 디젤발전기가 지난 15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점검에서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문제의 발전기는 지난달 9일 정전사고가 난 뒤 지난달 21일 성능시험을 통과해 정상 판정을 받았다. 그에 따라 고리 원전 1호기는 예정대로 한달간의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지난 5일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 그런데 다시 고장 판정을 받았다니 원자로가 재가동된 지난 열흘 사이에도 비상발전기가 멀쩡했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이 기간에 외부 전력 공급이 끊겼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만 해도 간담이 서늘하다.
원전은 전원 공급이 끊기면 냉각시스템이 멈춰 원자로와 사용후 핵연료봉 저장조가 과열되고 최악의 경우 노심 용융까지 일어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커진 것은 지진해일로 외부 전력이 끊긴데다 비상발전기마저 작동하지 않은 탓이다. 지난달 9일 정전사고와 관련해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은 한전으로부터 공급받는 외부전력선이 작업자의 실수로 끊어졌고, 외부 전원이 끊겼을 경우 곧바로 작동해야 할 두 대의 비상발전기가 모두 가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대는 정비중이었고 다른 한 대는 이물질로 밸브가 열리지 않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우리 원전당국은 일본에도 없는 다중전원체계를 갖추고 있어 한국 원전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왔다. 비상발전기 외에 수동 비상교류발전기까지 있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지난달 9일 밸브 고장으로 정전 사태를 일으킨 발전기가 21일에는 정상 작동했다가 3주도 지나지 않아 다시 고장이 났다. 수동 비상발전기는 매뉴얼에도 없고 정전 사고 때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데도 당국의 안전 주장을 믿을 사람이 있을까? 지난달 원자력안전기술원이 했다는 점검조차 의심스럽다.
고리 원전 1호기는 지난 2007년 설계수명 30년을 넘기고 재가동에 들어갈 당시 대부분의 부품을 교체했지만 비상발전기는 성능에 문제가 없어 바꾸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에 드러났듯 발전기 재고 부품들이 오랫동안 창고에 보관돼 있던 상태여서 고장 위험이 상존한다. 고리 원전 1호기는 사고 은폐에 이어 부실점검 의혹, 부품 노후화 등 문제점이 고구마 뿌리처럼 줄줄이 드러난 만큼 재가동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사고 조사 역시 원자력안전위가 아닌 수사기관에 맡기고, 신뢰할 수 있는 인사들과 지역 주민이 참여해 안전성을 점검해야 한다.

2012년 3월 15일 목요일

일본정부가 원인 규명에 소극적인 까닭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15일자 기사 '일본정부가 원인 규명에 소극적인 까닭은'을 퍼왔습니다.
[후쿠시마 이후, 일본의 원자력 정책은④] 천재지변 탓이라고?

1. 원전 사고의 원인은 쓰나미 탓인가?
작년 3월 11일에 일어난 규모(Magnitude) 9.0의 지진과 쓰나미는 일본 동북지역에 파멸적인 피해를 초래하였다. 행방불명과 사망자 등 인명 피해만도 약 1만 9900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 보다 큰 충격을 준 것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폭발사고로,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였다. 원전사고 발생 후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수습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작년 12월 중순 도쿄전력이 최소 40년의 사고수습 계획을 세웠지만,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는 미지의 영역으로 누구도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수소 폭발의 재발 및 고준위 방사성오염수의 대량유출 위험성도 늘 곁에 두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미증유의 원전사고를 일으킨 '원인'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미루어 둔 채, 전력부족(?)과 경제논리만을 내세워 정지 중인 원전의 조속한 재가동을 획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자력에 대한 비판자들은 원전 재가동의 전제조건으로서, 먼저 사고원인의 규명과 개선점을 반영한 새로운 안전기준의 제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특히, 도쿄전력이 주장하는 예상 밖의 거대한 쓰나미에 의해 원전이 침수되었다는 '자연재해설'에 대해, 비판자들은 이미 거대한 쓰나미가 올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절약을 위해 고의적으로 무시했다는 '인재설'로 반박하고 있다.
원전사고의 원인에 대한 도쿄전력의 입장은 예상치 5.7m을 넘는 13.1m(도쿄전력 추정)의 거대한 쓰나미라는, 즉 예상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다는 것이다. 반면 인재설을 주장하는 측은 1) 쓰나미가 오기 전, '지진의 진동'으로 인해 원전의 파괴 특히 주요 배관이 파손되어 냉각재(물)의 상실됐고 핵연료의 용융으로 이어졌다는 점 2) 도쿄전력이 추가적인 안전대책의 비용을 절약하고자, 쓰나미의 새로운 예상 높이를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다는 점 3) 원전이 자연재해 특히 쓰나미에 약한 구조적인 취약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등 3가지를 들고 있다. 즉, 도쿄전력뿐만 아니라, 일본정부의 원자력안전・보안원같은 규제기관 등도 경제성만을 앞세워 원전확대에만 치중하는 반면, 원전의 안전대책에 관한 새로운 지견(知見)의 반영같은 안전성의 제고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탓이라는 것이다.
사고원인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는, 도쿄전력이 사고 관련의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 현장 검증이 몇십 년 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사고상황을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정 등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도쿄전력은 사고 직후의 자료는 몇 달 후에야 겨우 조금씩 공개하고있다. 게다가 자료들의 수정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등, 국민들의 신뢰를 도저히 얻을 수 없는 행위를 일삼아 왔다. 심지어, 작년 12월 초에 도쿄 전력 내부의 사고조사위원회가 정리한 중간보고서에서는 "현행 법과 정부의 규제에 근거하여 안전대책을 충실히 강구해 왔지만, 예상 밖의 거대한 쓰나미로 원전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적혀있다. 당사자의 가해책임 및 반성의 자세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으며, 모든 원인을 정부와 자연재해의 탓으로만 돌리는 후안무치한 내용이었다.
2. 원전의 구조와 쓰나미
원전은 화력발전소와 마찬가지로, 연료의 열로 만들어진 증기를 이용하여 터빈을 돌려 발전한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화력발전소와는 달리 원전은 우라늄의 핵분열을 이용하고 보일러보다 훨씬 두꺼운 강철판의 원자로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의 제어불능에서 오는 사고에 대비하여 격납용기 및 각종 안전장치를 구비하여야 하므로, 같은 출력의 발전소라도 건설비는 원전이 화력발전소의 10배 가까이 든다. 그리고 사고 피해의 범위가 인근 지역에 한정되는 화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원전 사고는 전 지구 범위의 방사능 오염을 초래한다.
원전이 우라늄의 핵분열로 생긴 열을 이용하여 증기를 발생시키는 구조인 이상, 냉각재인 물의 공급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원자로를 포함한 모든 기계는 작동하면 마찰로 열이 발생하므로 이런 기계들의 냉각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계의 냉각에는 물을 이용하는 수냉식과 공기를 이용하는 공냉식이 이용된다. 국내 원전의 대부분인 가압수형 경수로(PWR)의 시스템은 원자로 내의 냉각재, 즉 물이 약 175기압의 높은 압력 때문에 비등하지 않은 상태의 섭씨 약 325도의 열수(熱水)로, 증기발생기에서 엷고 가는 배관(전열관)을 매개로 하여 다른 계통의 물에 열을 전달한다. 이 2차 계통의 물이 증기로 변하여 터빈을 돌린다.



▲ 가압수형 경수로(PWR)의 구조.

▲비등수형 경수로(BWR)의 구조.

원자로에서 나온 열수는 증기발생기 속에서 약 섭씨 30도 정도로 온도가 낮아져, 원자로의 냉각재로 순환하게 된다. 한편, 증기발생기에서 발생한 증기는 복수기에서 초당 70톤의 바닷물로 냉각된 후, 다시 증기발생기로 순환한다. 이처럼 원전을 계속 가동하기 위해서는 원자로의 냉각재 뿐만아니라, 펌프 및 발전기 등의 열을 제거(냉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원자로 및 발전기 등의 기기도 중요하지만, 냉각용의 바닷물을 취수(取水)하는 펌프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이러한 냉각재(물)를 순환시키는 장치(펌프)를 움직이는 동력(전원)이 필요하다. 가령 후쿠시마 원전 사고시 물이 있고, 또 전원이 정상적으로 확보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바닷가의 취수펌프가 이미 쓰나미의 침수로 누전된 상태였기 때문에 계속적인 냉각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6기는 비등수형 경수로(BWR)로, 국내에 없는 원자로형이나 증기를 이용하여 발전하는 방식은 국내 원전의 PWR과 거의 같다. 다만, BWR은 원자로내에서 물을 끓여 발생한 증기가 직접 터빈을 돌리는 형식으로, 국내의 PWR는 원자로가 아니라 증기발생기에서 발생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점에서 약간 다를 뿐이다. 그리고 중성자를 흡수하여 핵분열을 정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제어봉이 BWR은 밑에서, PWR는 위에서 삽입하는 점도 다르다. BWR은 원자로 윗부분에는 여러 기기 등이 있어 제어봉을 밑에서 삽입해야 하는데 고장 또는 사고로 낙하하는 경우가 있다. 단 원자로의 윗부분에는 증기로 차 있기 때문에 중성자의 감속작용이 떨어져 핵분열이 억제되므로(보이드 효과), 제어봉의 삽입 방향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 도쿄전력 참조.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전원 상실과 냉각 불능으로 원자로 속의 핵연료가 녹고, 핵연료의 질리코이 합금의 피복관 금속과 증기의 산화작용으로 수소가 대량발생하여 폭발에 이르렀던 것이다. 예상 밖(?)의 거대 쓰나미로 인해, 1)냉각용의 바닷물을 퍼 올리는 취수펌프 2)전원을 공급할 터빈 건물 지하에 있던 비상용 디젤 발전기와 배전판 등이 바닷물에 잠겨 누전되어 작동 불능이 되었다. 이런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으나, 위의 그림 같이 5.7m 높이의 방조제를 넘는 13.1m의 쓰나미가, 취수 펌프(해면 4m)를 넘어 해면 10m 위의 원전부지까지 덮쳤다. 결국, 터빈 건물 지하의 발전기 및 배전판 등이 침수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방수성이 철저한 원자로 건물의 경우, 지진 피해로 지하수의 침입은 계속되고 있으나, 쓰나미에 의한 직접적인 침수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 원전 부지의 침수 지역(푸른 부분) ⓒ도쿄전력

원전의 기기는 중요도에 따라 A, B, C 의 3가지의 구분이 있는데, 원자로와 비상노심냉각장치(ECCS)는 A급으로 원자로 건물 속에 두고 있다. 원자로 건물은 방수성에 강하며 내진성도 높다. 한편, B급인 비상용 디젤발전기는 방수성이 약한 건물인 터빈건물의 지하에 놓여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바닷물의 취수와 배수 그리고 항만건설 등을 고려하여, 당초 해면 30m 높이의 지면을 깎아 10m높이의 위치에 원전을 건설하였다. 그리고, 바닷가에 터빈 건물을, 내륙 쪽에 원자로건물을 배치하는 구조이다. 게다가 비상용디젤발전기와 배전판을 방수성이 약한 터빈건물의 지하에 두고 있다. C급의 연료탱크는 바닷가에 배치되어 후쿠시마원전에서는, 쓰나미로 연료탱크가 실려 나가는 피해도 일어났다.
이러한 원전의 건물 배치방식은, 미국의 사정만을 고려한 GE(BWR의 개발)사의 방식이다. 도쿄 전력이 초기에 원전을 수입할 때, 일본 특유의 지형적 특성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미국 방식을 답습한 결과이다. 미국 원전의 대부분은, 지진이 거의 없는 지역 또는 내륙에 위치하고 있어, 쓰나미의 침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에 입지하고 있다. 또 지하에 비상용 디젤발전기를 두는 것도, 미국은 허리케인 또는 거대 돌풍(Tornade)를 피하기 위한 대책이었는데, 일본처럼 쓰나미에 의한 침수가능성이 있는 곳에는 부적합한 배치 방식이다. 다만, 일본에는 지진이 많아, 무거운 발전기의 중심을 낮추기 위해 지하에 두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참고로, 후쿠시마원전의 건물 지하에 비상용 디젤발전기들은 바닷물로 냉각하는 수냉식이나, 공냉식의 발전기는 크기가 수냉식의 6~7배이므로 터빈 건물 밖에 두고 있다.
3. 전원 및 냉각기능의 상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전 6기는, 비상시의 전원확보를 위해 1) 13대의 비상용 디젤발전기(교류) 2) 전원차(電源車, 직류) 3)배터리(용량 8시간, 직류) 4) 다른 지역의 발전소로 전원을 공급받는 외부전원(교류)가 준비되어 있었다. 2011년 3월11일 오후 2시46분의 지진 발생으로 원전 지역에 진도 6의 강진이 닥쳐, 즉각 자동적으로 제어봉이 삽입되어 핵분열은 정지되었다. 일본의 원전은 진도 4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제어봉이 삽입되는데, 참고로 진도의 구분은 일본 8단계, 국내 12단계로 같은 숫치의 진도라도 진동의 정도는 다르다. 지진 직후, 당시 후쿠시마원전의 작업원의 증언에 따르면, 어딘가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정도의 격렬한 진동이었다고 한다.
우라늄 연료가 핵분열하면, 높은 열과 함께 세슘(Cs), 스트론튬(Sr) 등의 100여가지의 핵분열 생성물도 발생한다. 따라서, 제어봉의 삽입으로 핵분열이 정지되어도, 정지 전에 이미 형성된 핵분열생성물이 안정된 원소로 되기 위해 스스로 붕괴를 하게 되는데, 이 때 나오는 열을 붕괴열이라 한다. 붕괴열은 핵분열의 정지 직전에 비해 10분 후 약 2%, 1시간 후 1.3%, 1개월후 0.1%, 1년후 0.05%로 점차 낮아진다. 다만, 1개월 후에는 짧은 반감기의 단수명 핵분열생성물은 붕괴되어 거의 없어지지만, Cs137(30년)와 Sr90(약 29년)처럼 붕괴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과, Pu239(약 24,000년) 같은 장수명의 핵분열생성물의 영향이 남아 있으므로, 붕괴열의 감소는 아주 조금씩으로 거의 변화를 보이지 않게 된다. 전기출력 46만kW의 1호기의 경우, 열출력은 전기출력의 3배인 138만kW인데 그중의 0.05%가 현재의 붕괴열이 되는 셈이다. 3월 8일 현재, 도쿄전력은 고준위 방사성오염수의 증대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물만 넣고 있는데, 1호기의 붕괴열은 아직도 시간당 약 6.6톤의 물을 증발시킬 정도다.
제어봉의 삽입으로 핵분열이 멈추면, 자동적으로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가동되어 원자로의 냉각을 위한 전원을 공급한다. 따라서, 쓰나미가 오기 전까지는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자동 기동하여 원자로의 냉각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한다(도쿄전력의 설명). 그런데, 지진 발생 49분 후에 밀어 닥친 두번째의 쓰나미가 13.1m에 달하는 예상 밖(?)의 높이로 원전부지가 침수되어, 1)취수펌프의 고장으로 냉각수(바닷물)의 공급이 끊어졌고, 2) 비상용 노심냉각장치(ECCS) 등을 작동시킬 발전기의 전원도 상실하였던 것이다. 한편 외부전원도 이미 지진의 영향으로 송전탑과 변전소가 파손되어 사용불능인 상태로, 쓰나미 이후는 이렇다 할 전원 공급장치를 모두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조금 높은 위치에 있었던 6호기의 공냉식 비상용 디젤 발전기 1대만이 정상으로 가동하여 5,6호기는 간신히 전원상실을 모면할 수 있었다. 후쿠시마원전 1~4호기의 전원은 배터리만 남게 되었지만, 배터리는 냉각재을 공급할 정도의 용량이 없다. 단지 냉각용배관의 밸브의 개폐(開閉) 와 중앙제어실의 조명 및 관력기기의 표시등(燈)에 사용되는 전원으로 약 8시간 작동한다. 따라서, 뒤에서 설명하는 비상용냉각계통을 이용하더라도, 배터리가 소모되면 1~4호기는 원자로의 냉각에 필요한 최저한의 전원조차도 없어져 핵연료는 용융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인근의 비상용 전원차를 끌어 모았지만, 헬리콥터 운반은 중량 초과로 불가능했고 또 지진에 의한 도로 파손과 피난 차량 등으로 도로가 혼잡하여 11일 밤 늦게서야 후쿠시마원전에 도착하였다. 최종적으로는 69대의 전원차가 모였지만, 전원접속장치의 규격이 맞지 않아 전선을 벗겨 직접 연결시켜 보았지만, 결국은 터빈지하의 전원판이 침수로 누전되어 전원차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또 다른 전원판까지에는 준비된 전선의 길이가 모자라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였다. 이처럼, 원자로의 냉각을 위한 주요 전원을 상실한 한 상태에서, 1호기는 비상용복수기(復水器, IC), 2~3호기는 고압주수계(注水系,HPCI)가 작동하여 일시적으로는 냉각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도쿄전력).
비상용복수기는 BWR의 Mark‐1형의 원자로에만 있는 긴급시의 냉각장치로, 사고 원전 중에서는 1호기에만 설치되어 있다. 비상용 복수기는1호기에 2개가 준비되어 있는데, 격납용기속에 있는 약 100톤의 물을 담은 장치로 원자로의 6~8m위에 있다. 원자로에서 발생한 증기가 비상용 복수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물로 응축되어, 다시 원자로로 돌아 가 냉각하는 구조이다. 단, 배관의 개폐를 유지하는 배터리(8시간)와 복수기속의 물이 증발하여 고갈하면, 비상용 복수기도 사용불능이 된다. (아래 그림의 왼쪽위)한편, 2~3호기는 1호기와 같은 Mark‐1형이지만 비상용 복수기대신에 고압주수계가 설치되어 있다. 참고로, 후쿠시마원전의 4~5호기도 2~3호기와 같은Mark‐1형이다. 6호기는Mark‐2형으로 압력제어풀이 있으나, 종(鐘)모양의 원자로의 밑부분에 두고 있으며, 국내에서 가끔 소개되고 있는 사고원자로의 모형도, 도넛츠형의 압력제어풀이 없는 모형도는 사고가 나지 않은 6호기의 것이다. 고압주수계는 국내의 PWR에 있는 자연순환방식과 유사한 것으로, 원자로내의 남아 있는 증기로 작동하는 펌프가, 복수(復數)저장탱크속 또는 압력제어풀의 물을 원자로의 냉각용으로 공급한다. (아래그림의 왼쪽밑). 말할 것도 없이, 고압주수계의 가동시간도 배터리(8시간)의 용량에 제한된다.


▲ 후쿠시마 원전의 구조 (1~5호기)

여하튼 비상시에도 8시간내에 냉각에 필요한 전원을 복구할 수 있다는, 전력회사를 포함하는 원자력추진파의 예상과는 달리, 후쿠시마원전에서는 최소 9일이나 걸렸다. 그리고 일본정부가 설치한 사고조사・검증위원회의 중간보고에 따르면(작년 12월말), 1호기의 비상용 복수기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내부 전원을 상실하면 배관의 밸브가 자동적으로 잠기는 구조로, 도쿄전력은 오랫동안 구조의 문제점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2,3호기의 고압주수계도 작업원이 지휘계통을 밟지 않은 채, 개인의 판단만으로만 배터리의 용량을 고려하여, 다른 냉각장치로의 전환을 위해 고압주수계를 정지시켰다. 정지이후는 재가동이 불가능해 져, 결국 예상보다 빨리 냉각시간이 단축된 만큼, 핵연료의 용융도 빨리 진행되었던 것이다. 4호기의 경우, 정기점검 중으로 원자로 속에는 핵연료가 없었지만, 1~3원자로와 1~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가 냉각기능을 완전 상실한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수소폭발로 건물지붕이 파괴된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에는 소방차의 호스, 콘크리트 주입차, 헬리콥터를 이용하여, 냉각용의 물을 투입할 수있었지만, 원자로는 지진에 파손되지 않은 배관을 찾아 바닷물까지 붓는 상황까지 벌어졌던 것이다. 당시의 간 나오토 수상이 내린 바닷물 주입 중지 명령을 둘러 싸고 여야당이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지만, 바닷물의 주입이 담수가 없는 상태에서 나온 기발한(?) 아이디어로 소개되곤 하였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처음부터 바닷물의 주입을 고려하고 있었고, 수상의 중지명령이라는 상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바닷물의 주입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1979년에 발생한 스리마일섬(TMI)원전사고이후, 일본의 원전에는 비상냉각장치로서 바닷물을 주입하는 노심해수냉각계를 도입하고 있었으며, 원전의 운전원교육을 위한 책자에도 그같은 내용이 적혀있기 때문이다.
4. 사고원인은 인재다
(1) 지진에 의한 배관파손이 먼저 일어났다
원전에는 약 3000km에 달하는 굵고 가는 배관이 있다. 원자로에도 수많은 배관이 붙어 있다. 예를 들면, 아래의 그림에서 하나만 보이는 주(主)증기관도 실제로는 4개나 있다. 배관의 파손은 냉각재의 상실로 노심용융(Melt down)같은 과혹사고(Severe Accident)를 가져 오므로, 비상대책으로서 ECCS가 준비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나, 후쿠시마원전에서는 모든 전원의 상실로 ECCS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그런데, 만약 전원이 있었다 하더라도 ECCS를 비롯한 주요 배관이 파손되었다면, 냉각재의 상실로 노심용용 나아가 수소폭발까지 이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배관파손의 리스크는 사고 원전 뿐만아니라 국내 원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원전의 구조적인 약점이다. 특히, 원자로에 붙여 있는 대형배관들은 물이 들어 있는 상태이므로, 지진의 진동 특히 긴 시간(분단위)의 진동에는 약하여 끊어지기 쉽다.


▲ 1호기의 구조 ⓒ<科学> Vol81. No.9, 2011년 9월

후쿠시마원전 격납용기의 설계에 관계했던 타나까・미쓰히코(田中三彦)씨는, 가동 41년째의 노후 원전 1호기의 경우, 쓰나미가 오기 전에 이미 원자로계의 배관이 파손되어 냉각재의 대량상실이 발생하였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다. 도쿄전력이 지진에 의한 큰 파손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쓰나미론을 주장한 데 대한 강력한 반박인 셈이다. 왜냐하면, 만약 지진의 진동에 의한 배관 파손으로 확인된다면, 일본의 노후 원전을 비롯한 모든 원전의 재가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지진다발국인 일본에서는 원전을 가동해서는 안되는, 또는 내진설계의 강화로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게 되어 원전의 경제성이 더욱 떨어지고, 결국은 원전의 건설이 곤란하게 되기 때문이다.
타나까 씨는 사고 직후, 원자로의 밑부분에 붙여 있는 50톤 무게의 재순환배관이 파손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것은 출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주요 배관이나, 아무런 지지대도 없이 그저 원자로에 붙어 있는 형태로 특히 지진의 진동에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일본 국내에서 파손된 적이 있다. 타나까씨는 원자로 내의 수위가 급속히 낮아진 이유를, 쓰나미가 오기 전 이미 재순환배관이 파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도쿄전력은 수위 저하를 지진의 진동으로 인한 측정기의 파손 또는 고장의 결과로 설명하고 있다. 또, 타나까씨는 격납용기의 압력이 급상승한 이유도, 배관의 파손으로 증기가 대량유출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 점에 대해서, 도쿄전력은 아직도 그 이유를 명쾌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 참로고, 최근 일본정부의 원자력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보안원도 쓰나미가 오기 전에 배관이 파손되었다는 사실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
한편, 최근 타나까씨도 재순환배관의 파손이라고는 굳이 특정하지 않고, 원자로에 있는 불특정의 배관이 파손되고, 그 파손부위가 점차 확대되어 냉각재의 대량유출에 이르렀다고 약간 수정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2호기의 압력제어풀 부분이 파괴된 이유에 대해, Mark‐1형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들고 있다. 어떤 이유(?)로, 원자로 내의 온도상승으로 증기발생이 증가하여 압력이 올라가면, 증기가 자동적으로 압력제어풀로 배출된다. 즉, 증기가 주(主)증기배출 안전밸브를 통해 격납용기의 밑부분에 연결되어 있느 8개의 벤트(Vent)관을 통해, 물 1750톤의 압력제어풀로 들어가 응축되어 원자로의 압력이 저하되게 되는 구조이다. 현재 도쿄전력은 2호기에서는 아무런 폭발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원전의 폭발영향으로 2호기의 원전건물의 외벽이 부서져 그 구멍으로 수소가 새 나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타나까씨는 압력제어풀 부분의 폭발이 있었다고 반론한다. 그 이유로서, 원자로내에 나오는 증기가 초속 약 1000m의 속도로 압력제어풀의 물속으로 급히 들어오면서, 물이 치솟거나 흔들려 압력제어풀의 벽을 파손시켰을 가능성을 들고 있다. 또, 원자로에 붙어 있는 배관의 파손으로 배출된 대량의 증기도 압력제어풀로 들어 가므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자로내에서 발생한 수소가 주증기배출 안전밸브를 통해 압력제어풀로 들어가, 이 주변에서 폭발을 일으 킬 수도 있다고 한다. 여하튼, 압력제어풀의 체적이 적은 탓으로 물의 진동으로 벽이 파손될 수 있다는 약점은, BWR의 설계회사인 GE의 기술자가 미국의 원자력규제기관(NRC)에 고발한 사건도 있는 만큼, BWR의 구조적인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도쿄전력과 상반되는 타나까씨의 주장은 현재로서는 증명이 매우 곤란하다. 왜냐하면, 정보를 도쿄전력이 독점하여 자신들에 불편한 자료를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장검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사능이 높은 원자로 및 격납용기이므로 오랜동안 사람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수십년후에 현장 검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수소폭발로 인한 영향으로 배관이 파손되었다고 적당히 감출 수도 있다. 오는 6월중에 일본 국회가 설치한 조사위원회의 사고조사보고가 나올 에정인데, 타나까씨도 조사위원인 만큼, 새로운 사실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참고로, 조사위원회는 정부, 국회, 민간이 각각 설치하고 있으나, 국회의 조사위원회만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자료제출요구 및 증인심문을 할 수 있다.
(2) 높은 쓰나미는 이미 예상됐었다
도쿄전력은 사고원인에 대해, 예상(5.7m)보다 넘은 높은 쓰나미라는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가 원인인 '천재'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도쿄전력이 이미 몇 년 전에 높은 쓰나미가 올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대책비용의 절약을 위해 고의적으로 무시한 결과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즉 '인재'였다는 얘기다. 다만 도쿄전력이 예측 결과를 무시한 고의(故意)뿐만 아니라, 일본정부, 특히 실질적인 원자력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보안원(한국의 원자력안전기술원에 해당) 및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태만 또는 과실도 큰 원인의 하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지진의 경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06년에 강화된 내진지침을 도입하였으나 원전 사고 당시까지도 후쿠시마 원전은 설비 강화에 대한 심사를 받지 않은 상태로 가동하고 있었다.
도쿄전력은 건설 당시 3.1m로 예상하였던 쓰나미의 높이를, 예측기술의 진보에 따라 2002년에 현행의 5.7m로 상향조정하였다. 일본정부의 안전규제기관은 더 높은 안전대책시설의 도입에 대해서는 전력회사의 자주적인 판단에 맡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자주적인 안전대책의 실시는, 전력회사에게는 비용의 증대를 가져오고, 지역주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처럼 비추어지는 것으로 우려해, 가능한 한 추가적인 강화책을 회피하려는 인센티브가 움직인다. 이것은, 전력회사가 자주적으로 원전의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행위를 최대한 억제하는 점과 동일한 것이다. 심지어, 어느 전력회사가 추가적인 안전대책을 도입할 경우, 미리 다른 전력회사들의 양해를 구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작년 8월, 도쿄전력이 이미 2008년에 예상높이 5.7m를 훨씬 넘는 거대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지역에 올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계산 과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도쿄전력은 2008년 6월 무렵, 1896년에 발생한 산리꾸(三陸)지진과 같은 M8.3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의 쓰나미 높이를 예상하는 계산을 하였다. 산리꾸지진의 진원지는 작년의 동일본대지진의 진원지와도 가까운 곳인데, 평가 결과는 후쿠시마 원전지역에 최대15.7m높이의 쓰나미가 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2008년 12월, 진원지가 비슷한 869년의 죠깐(貞觀)지진의 M8.4규모를 모델로 하는 계산에서도, 최대 9.2m의 쓰나미가 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도쿄전력은 계산결과를 일본정부의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보고하였지만, 낮은 수치의 평가 결과는 2009년 9월에 보고한 반면, 높은 수치의 결과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불과 4일전인 2011년 3월7일에 보고했다. 불편한 입장의 높은 수치는 한참 뒤에야 보고한 셈인데. 이러한 보고 방식은 지금도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당시, 계산결과는 도쿄전력의 원자력부문의 최고책임자인 부사장과 원자력설비 관리부장에게도 보고되었지만, 비현실적인 가정에 의한 계산의 결과로 취급되어 무시되고 말았다. 그러나, 수백억엔의 추가비용과 4여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을 회피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만약, 2008년의 계산결과를 존중하여 즉시 추가적인 대책을 실시되었다면, 원전사고의 피 해확대를 막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작년 10월에야 공개된 도쿄전력의 계산결과의 자료에는, 2012년 10월까지 대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을 뿐이다. 또, 일본정부의 사고조사・검증위원회가 작년 12월 말에발표한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15.7m의 계산결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중앙방재회의 및토목학회는 발생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대책을 세우려고도 하지 않았다. 운명의 장난인지, 2008년 당시의 원자력설비 관리부장은, 작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발생때 소장직에 있다가 질병으로 도중 교체된 요시다(吉田)씨였다.
한편 도쿄전력은 2006년에도 노심용융(Melt down)같은 과혹사고를 일으킬 10m 높이의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지역에 올 확률을 50년동안 1%로 계산한 적이 있다. 당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기본안전규칙으로 요구한 과혹사고의 발생확률인 10만년분의 1회 즉 0.001%보다도 훨씬 높은 숫치였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이 확률 계산 결과를 2006년 7월에 미국에서 열린 원자력국제학회에서 발표까지 하였다. 일본정부의 사고조사・검증위원회의 중간보고에 따르면, 2006년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분과(分科)위원회에서 10만년의 1회의 엄격한 수치를 도입하고자 하였으나, 전력회사소속의 위원이 반대하여 1만년의 1회로 결정된 경위가 소개되어 있다. 즉, 경제성을 우선한 원자력마피아의 총체적인 담합이 가져 온 원전사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도쿄전력이 주장하는 최근의 사고개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2호기에서는 폭발이 없었고, 비슷한 시간에 폭발한 4호기의 폭음을 착각한 것이다. 2)4호기의 폭발은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배기통을 함께 사용하는 3호기의 벤트(Vent)로 3호기의 수소가 4호기로 역류하여 일어난 폭발이다. 3)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에 물이 있는 이유는, 원자로의 내부수리를 위해 노심의 기기를 끄집어내, 아래 그림의 왼쪽에 있는 물로 채운 저장수조에 넣어 두는데, 그 과정에서 원자로위에도칸막이로 된 부분에 물을 채워둔다. 그런데, 칸막이가 우연히(아마도 폭발영향?) 뒤틀려, 칸막이 사이의 물이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속으로 들어 온 덕분이라는 것이다.



* 후쿠시마 1주년 탈핵강연회 장소가 바뀌었습니다. 3월 20일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학 교수의 마지막 강연회는 중구 장충동 프레시안 강의실(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열립니다.



* 이날 강연회에 참석하시는 분께는 이전 두 강의(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강연 내용 요약과 장정욱 교수의 발제문이 수록된 자료집을 드립니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