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세슘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세슘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3월 11일 월요일

원전 피난민 5만여명 앞으로도 최소 4년 집에 못돌아가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3-11일자 기사 '원전 피난민 5만여명 앞으로도 최소 4년 집에 못돌아가'를 퍼왔습니다.

일본 이와테현 리쿠젠다카타시의 다카타초등학교에서 10일 열린 3.11 일본 대지진 2주년 추모행사에 참가한 한 주민이 고개를 숙인 채 묵념하고 있다. 리쿠젠다카타시는 대지진 당시 사망 1556명, 실종 217명의 인명피해를 입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재송 제공

후쿠시마 원전사고 2년
 무너진 주민들의 삶 살펴보니

지금도 시간당 세슘 1천만 베크렐
대기중 방사선량 도쿄의 13배
지하로 하루 400t 오염수 스며
농산물 3.9%인 1171건 판매금지
원자로 내부 아직도 파악안돼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의 나미에마치는 원전 사고로 전 주민이 33개 시·정·촌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마치(한국의 읍·면에 해당) 사무소가 옮겨간 니혼마쓰시에 나미에마치에 있던 기존 6개 학교를 통합해 초등학교 1곳을 설립했는데, 4월 새 학기엔 입학 희망자가 아직 한 명도 없다. 전교생 30명 가운데 6학년 12명이 이달 중 졸업하면 학생이 18명으로 줄어든다. 방사능을 피해 어린이들을 현외로 대거 피난시켰기 때문이다.원전 사고로 일본 정부가 피난 지시를 내린 원전 주변 지역 주민은 약 8만4000명이다. 현재 자치단체별로 피난구역 재편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10일 집계한 것을 보면, 피난민 가운데 5만4000여명은 거주지가 거주제한구역과 귀환곤란구역으로 새로 지정돼 앞으로도 최소 4년간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문부과학성이 집계한 최근 후쿠시마현의 대기중 방사선량은 시간당 0.78마이크로시버트로 도쿄(0.057)의 13.6배다.사고 원전은 사고 초기에 견주면 8000만분의 1로 양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시간당 1000만 베크렐(세슘 기준)의 방사성물질을 대기로 내뿜는다. 원전은 원자로 안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를 다 수습할 때까지 위험을 벗어났다고 말할 수 없는 형편인데, 도쿄전력은 아직도 원자로 안의 상태조차 상세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원전 지하로는 하루 400t의 지하수가 스며들어 오염수로 바뀌고 있다. 도쿄전력은 걸러서 방사능 농도를 크게 낮춘 저농도 오염수를 담은 탱크를 쌓아둘 곳이 부족해지자, 어마어마한 양의 오염수를 바다에 내버릴 궁리를 하고 있다.음식물 오염도 여전히 심각하다. 미야기현 앞바다에서 잡은 대구는 지난해 봄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세슘이 검출돼 판매가 금지됐다가 올해 1월에야 경매가 재개됐다. 원전 사고 이전 10㎏에 1만엔을 넘기도 했던 이곳의 대구는 지난달 중순 겨우 1600엔에 거래됐다. 오염을 우려해 사람들이 꺼리는 탓이다.후쿠시마 원전 북쪽의 미야기현에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검사한 2만3645건의 농산물 가운데 163건이 방사능 기준치를 넘었다. 후쿠시마현산은 오염이 더 심해서, 검사한 3만232건 가운데 3.9%인 1171건이 방사능 기준치를 넘어 판매금지됐다. 후쿠시마산 채소의 평균가격은 2010년 ㎏당 350엔에서 지금은 250엔을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지인들은 이 일대에서 생산된 쌀을 방사능 수치가 낮은데도 여전히 외면한다. 교토대학의 소비자조사 결과 도호쿠·북간토 지역에서 생산한 쌀은 꺼린다는 대답이 50%를 넘었다.일본 정부와 후쿠시마현 지방자치단체는 지금도 오염된 땅에서 겉흙을 긁어내 오염도를 낮추는 제염작업을 벌이고 있다. 2011년 10월 가장 먼저 제염작업이 시작된 후쿠시마시 오나미지구의 스다 요시하루(62)의 집은 겉흙을 걷어내고 새 흙을 덮은 뒤 시간당 2.9마이크로시버트이던 방사선량이 0.7로 떨어졌다가 지금은 0.4까지 내려가 있다. 그러나 스다는 “눈이 녹으면 다시 올라갈지 모른다. 수치가 낮아졌다고 방사능에서 해방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2012년 5월 4일 금요일

영광원전 6호기 핵연료봉 이상 징후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5-03일자 기사 '영광원전 6호기 핵연료봉 이상 징후'를 퍼왔습니다.

전남 영광원전 6호기의 핵연료봉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3일 영광원전에 따르면 6호기 정상운영 중 지난달 30일부터 원자로 냉각재 방사능 준위가 상승해 분석한 결과 핵연료봉에서 경미한 결함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영광원전은 현재까지 6호기 핵연료봉에 들어있는 세슘과 아이오다인(요오드)의 농도가 허용치의 500분의 1정도에 불과해 원자로 가동과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번 문제는 밀폐된 원자로 냉각재 계통 내 방사능 준위 상승으로 발전소 내·외부로의 방사능 누출은 없다고 영광원전은 설명했다.
영광원전은 6호기 연료결함에 대비해 방사능 분석주기를 3일에서 1일로 단축하고 원자로 냉각재 정화유량도 기존 보다 증가시켜 운전하고 있다.
또 원자로 냉각재 연속 방사능 감시장치를 통해 방사능 추이를 상시 감시하고 있다.
영광원전은 예정된 목표 기간까지 6호기의 정상 운전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11월에 예정된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정밀검사를 통해 핵연료봉 결함 부위를 조치할 방침이다.
핵연료봉은 원자로에 사용하기 위해 막대모양으로 성형 가공한 연료봉으로 핵연료를 막대형 피복재로 포장했으며 영광원전 6호기에는 4만1772개가 들어있다.
원전측은 이날 영광 민간환경감시센터에 6호기 핵연료봉 이상 징후를 공개 설명할 방침이다.
한편 지난 2009년 10월 계획예방정비 기간 중 4호기 핵연료봉 2개가 파손된 채 발견됐다.
당시 4호기 핵연료봉 판손 원인은 상부 봉단마개 용접불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방사선 누출량은 극소량으로 자체 필터링을 거쳐 외부에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 3월 15일 목요일

일본정부가 원인 규명에 소극적인 까닭은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15일자 기사 '일본정부가 원인 규명에 소극적인 까닭은'을 퍼왔습니다.
[후쿠시마 이후, 일본의 원자력 정책은④] 천재지변 탓이라고?

1. 원전 사고의 원인은 쓰나미 탓인가?
작년 3월 11일에 일어난 규모(Magnitude) 9.0의 지진과 쓰나미는 일본 동북지역에 파멸적인 피해를 초래하였다. 행방불명과 사망자 등 인명 피해만도 약 1만 9900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세계에 보다 큰 충격을 준 것은 후쿠시마 제1원전의 폭발사고로,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였다. 원전사고 발생 후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수습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작년 12월 중순 도쿄전력이 최소 40년의 사고수습 계획을 세웠지만,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는 미지의 영역으로 누구도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수소 폭발의 재발 및 고준위 방사성오염수의 대량유출 위험성도 늘 곁에 두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미증유의 원전사고를 일으킨 '원인'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미루어 둔 채, 전력부족(?)과 경제논리만을 내세워 정지 중인 원전의 조속한 재가동을 획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원자력에 대한 비판자들은 원전 재가동의 전제조건으로서, 먼저 사고원인의 규명과 개선점을 반영한 새로운 안전기준의 제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특히, 도쿄전력이 주장하는 예상 밖의 거대한 쓰나미에 의해 원전이 침수되었다는 '자연재해설'에 대해, 비판자들은 이미 거대한 쓰나미가 올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절약을 위해 고의적으로 무시했다는 '인재설'로 반박하고 있다.
원전사고의 원인에 대한 도쿄전력의 입장은 예상치 5.7m을 넘는 13.1m(도쿄전력 추정)의 거대한 쓰나미라는, 즉 예상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다는 것이다. 반면 인재설을 주장하는 측은 1) 쓰나미가 오기 전, '지진의 진동'으로 인해 원전의 파괴 특히 주요 배관이 파손되어 냉각재(물)의 상실됐고 핵연료의 용융으로 이어졌다는 점 2) 도쿄전력이 추가적인 안전대책의 비용을 절약하고자, 쓰나미의 새로운 예상 높이를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다는 점 3) 원전이 자연재해 특히 쓰나미에 약한 구조적인 취약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 등 3가지를 들고 있다. 즉, 도쿄전력뿐만 아니라, 일본정부의 원자력안전・보안원같은 규제기관 등도 경제성만을 앞세워 원전확대에만 치중하는 반면, 원전의 안전대책에 관한 새로운 지견(知見)의 반영같은 안전성의 제고에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탓이라는 것이다.
사고원인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는, 도쿄전력이 사고 관련의 정확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 현장 검증이 몇십 년 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사고상황을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정 등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 도쿄전력은 사고 직후의 자료는 몇 달 후에야 겨우 조금씩 공개하고있다. 게다가 자료들의 수정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등, 국민들의 신뢰를 도저히 얻을 수 없는 행위를 일삼아 왔다. 심지어, 작년 12월 초에 도쿄 전력 내부의 사고조사위원회가 정리한 중간보고서에서는 "현행 법과 정부의 규제에 근거하여 안전대책을 충실히 강구해 왔지만, 예상 밖의 거대한 쓰나미로 원전사고가 발생하였다"고 적혀있다. 당사자의 가해책임 및 반성의 자세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으며, 모든 원인을 정부와 자연재해의 탓으로만 돌리는 후안무치한 내용이었다.
2. 원전의 구조와 쓰나미
원전은 화력발전소와 마찬가지로, 연료의 열로 만들어진 증기를 이용하여 터빈을 돌려 발전한다. 하지만,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화력발전소와는 달리 원전은 우라늄의 핵분열을 이용하고 보일러보다 훨씬 두꺼운 강철판의 원자로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의 제어불능에서 오는 사고에 대비하여 격납용기 및 각종 안전장치를 구비하여야 하므로, 같은 출력의 발전소라도 건설비는 원전이 화력발전소의 10배 가까이 든다. 그리고 사고 피해의 범위가 인근 지역에 한정되는 화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원전 사고는 전 지구 범위의 방사능 오염을 초래한다.
원전이 우라늄의 핵분열로 생긴 열을 이용하여 증기를 발생시키는 구조인 이상, 냉각재인 물의 공급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원자로를 포함한 모든 기계는 작동하면 마찰로 열이 발생하므로 이런 기계들의 냉각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계의 냉각에는 물을 이용하는 수냉식과 공기를 이용하는 공냉식이 이용된다. 국내 원전의 대부분인 가압수형 경수로(PWR)의 시스템은 원자로 내의 냉각재, 즉 물이 약 175기압의 높은 압력 때문에 비등하지 않은 상태의 섭씨 약 325도의 열수(熱水)로, 증기발생기에서 엷고 가는 배관(전열관)을 매개로 하여 다른 계통의 물에 열을 전달한다. 이 2차 계통의 물이 증기로 변하여 터빈을 돌린다.



▲ 가압수형 경수로(PWR)의 구조.

▲비등수형 경수로(BWR)의 구조.

원자로에서 나온 열수는 증기발생기 속에서 약 섭씨 30도 정도로 온도가 낮아져, 원자로의 냉각재로 순환하게 된다. 한편, 증기발생기에서 발생한 증기는 복수기에서 초당 70톤의 바닷물로 냉각된 후, 다시 증기발생기로 순환한다. 이처럼 원전을 계속 가동하기 위해서는 원자로의 냉각재 뿐만아니라, 펌프 및 발전기 등의 열을 제거(냉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원자로 및 발전기 등의 기기도 중요하지만, 냉각용의 바닷물을 취수(取水)하는 펌프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이러한 냉각재(물)를 순환시키는 장치(펌프)를 움직이는 동력(전원)이 필요하다. 가령 후쿠시마 원전 사고시 물이 있고, 또 전원이 정상적으로 확보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바닷가의 취수펌프가 이미 쓰나미의 침수로 누전된 상태였기 때문에 계속적인 냉각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6기는 비등수형 경수로(BWR)로, 국내에 없는 원자로형이나 증기를 이용하여 발전하는 방식은 국내 원전의 PWR과 거의 같다. 다만, BWR은 원자로내에서 물을 끓여 발생한 증기가 직접 터빈을 돌리는 형식으로, 국내의 PWR는 원자로가 아니라 증기발생기에서 발생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점에서 약간 다를 뿐이다. 그리고 중성자를 흡수하여 핵분열을 정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제어봉이 BWR은 밑에서, PWR는 위에서 삽입하는 점도 다르다. BWR은 원자로 윗부분에는 여러 기기 등이 있어 제어봉을 밑에서 삽입해야 하는데 고장 또는 사고로 낙하하는 경우가 있다. 단 원자로의 윗부분에는 증기로 차 있기 때문에 중성자의 감속작용이 떨어져 핵분열이 억제되므로(보이드 효과), 제어봉의 삽입 방향은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 도쿄전력 참조.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전원 상실과 냉각 불능으로 원자로 속의 핵연료가 녹고, 핵연료의 질리코이 합금의 피복관 금속과 증기의 산화작용으로 수소가 대량발생하여 폭발에 이르렀던 것이다. 예상 밖(?)의 거대 쓰나미로 인해, 1)냉각용의 바닷물을 퍼 올리는 취수펌프 2)전원을 공급할 터빈 건물 지하에 있던 비상용 디젤 발전기와 배전판 등이 바닷물에 잠겨 누전되어 작동 불능이 되었다. 이런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으나, 위의 그림 같이 5.7m 높이의 방조제를 넘는 13.1m의 쓰나미가, 취수 펌프(해면 4m)를 넘어 해면 10m 위의 원전부지까지 덮쳤다. 결국, 터빈 건물 지하의 발전기 및 배전판 등이 침수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방수성이 철저한 원자로 건물의 경우, 지진 피해로 지하수의 침입은 계속되고 있으나, 쓰나미에 의한 직접적인 침수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 원전 부지의 침수 지역(푸른 부분) ⓒ도쿄전력

원전의 기기는 중요도에 따라 A, B, C 의 3가지의 구분이 있는데, 원자로와 비상노심냉각장치(ECCS)는 A급으로 원자로 건물 속에 두고 있다. 원자로 건물은 방수성에 강하며 내진성도 높다. 한편, B급인 비상용 디젤발전기는 방수성이 약한 건물인 터빈건물의 지하에 놓여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바닷물의 취수와 배수 그리고 항만건설 등을 고려하여, 당초 해면 30m 높이의 지면을 깎아 10m높이의 위치에 원전을 건설하였다. 그리고, 바닷가에 터빈 건물을, 내륙 쪽에 원자로건물을 배치하는 구조이다. 게다가 비상용디젤발전기와 배전판을 방수성이 약한 터빈건물의 지하에 두고 있다. C급의 연료탱크는 바닷가에 배치되어 후쿠시마원전에서는, 쓰나미로 연료탱크가 실려 나가는 피해도 일어났다.
이러한 원전의 건물 배치방식은, 미국의 사정만을 고려한 GE(BWR의 개발)사의 방식이다. 도쿄 전력이 초기에 원전을 수입할 때, 일본 특유의 지형적 특성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미국 방식을 답습한 결과이다. 미국 원전의 대부분은, 지진이 거의 없는 지역 또는 내륙에 위치하고 있어, 쓰나미의 침수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지역에 입지하고 있다. 또 지하에 비상용 디젤발전기를 두는 것도, 미국은 허리케인 또는 거대 돌풍(Tornade)를 피하기 위한 대책이었는데, 일본처럼 쓰나미에 의한 침수가능성이 있는 곳에는 부적합한 배치 방식이다. 다만, 일본에는 지진이 많아, 무거운 발전기의 중심을 낮추기 위해 지하에 두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참고로, 후쿠시마원전의 건물 지하에 비상용 디젤발전기들은 바닷물로 냉각하는 수냉식이나, 공냉식의 발전기는 크기가 수냉식의 6~7배이므로 터빈 건물 밖에 두고 있다.
3. 전원 및 냉각기능의 상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전 6기는, 비상시의 전원확보를 위해 1) 13대의 비상용 디젤발전기(교류) 2) 전원차(電源車, 직류) 3)배터리(용량 8시간, 직류) 4) 다른 지역의 발전소로 전원을 공급받는 외부전원(교류)가 준비되어 있었다. 2011년 3월11일 오후 2시46분의 지진 발생으로 원전 지역에 진도 6의 강진이 닥쳐, 즉각 자동적으로 제어봉이 삽입되어 핵분열은 정지되었다. 일본의 원전은 진도 4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제어봉이 삽입되는데, 참고로 진도의 구분은 일본 8단계, 국내 12단계로 같은 숫치의 진도라도 진동의 정도는 다르다. 지진 직후, 당시 후쿠시마원전의 작업원의 증언에 따르면, 어딘가에 의지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정도의 격렬한 진동이었다고 한다.
우라늄 연료가 핵분열하면, 높은 열과 함께 세슘(Cs), 스트론튬(Sr) 등의 100여가지의 핵분열 생성물도 발생한다. 따라서, 제어봉의 삽입으로 핵분열이 정지되어도, 정지 전에 이미 형성된 핵분열생성물이 안정된 원소로 되기 위해 스스로 붕괴를 하게 되는데, 이 때 나오는 열을 붕괴열이라 한다. 붕괴열은 핵분열의 정지 직전에 비해 10분 후 약 2%, 1시간 후 1.3%, 1개월후 0.1%, 1년후 0.05%로 점차 낮아진다. 다만, 1개월 후에는 짧은 반감기의 단수명 핵분열생성물은 붕괴되어 거의 없어지지만, Cs137(30년)와 Sr90(약 29년)처럼 붕괴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과, Pu239(약 24,000년) 같은 장수명의 핵분열생성물의 영향이 남아 있으므로, 붕괴열의 감소는 아주 조금씩으로 거의 변화를 보이지 않게 된다. 전기출력 46만kW의 1호기의 경우, 열출력은 전기출력의 3배인 138만kW인데 그중의 0.05%가 현재의 붕괴열이 되는 셈이다. 3월 8일 현재, 도쿄전력은 고준위 방사성오염수의 증대를 막기 위해 최소한의 물만 넣고 있는데, 1호기의 붕괴열은 아직도 시간당 약 6.6톤의 물을 증발시킬 정도다.
제어봉의 삽입으로 핵분열이 멈추면, 자동적으로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가동되어 원자로의 냉각을 위한 전원을 공급한다. 따라서, 쓰나미가 오기 전까지는 비상용 디젤발전기가 자동 기동하여 원자로의 냉각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고 한다(도쿄전력의 설명). 그런데, 지진 발생 49분 후에 밀어 닥친 두번째의 쓰나미가 13.1m에 달하는 예상 밖(?)의 높이로 원전부지가 침수되어, 1)취수펌프의 고장으로 냉각수(바닷물)의 공급이 끊어졌고, 2) 비상용 노심냉각장치(ECCS) 등을 작동시킬 발전기의 전원도 상실하였던 것이다. 한편 외부전원도 이미 지진의 영향으로 송전탑과 변전소가 파손되어 사용불능인 상태로, 쓰나미 이후는 이렇다 할 전원 공급장치를 모두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조금 높은 위치에 있었던 6호기의 공냉식 비상용 디젤 발전기 1대만이 정상으로 가동하여 5,6호기는 간신히 전원상실을 모면할 수 있었다. 후쿠시마원전 1~4호기의 전원은 배터리만 남게 되었지만, 배터리는 냉각재을 공급할 정도의 용량이 없다. 단지 냉각용배관의 밸브의 개폐(開閉) 와 중앙제어실의 조명 및 관력기기의 표시등(燈)에 사용되는 전원으로 약 8시간 작동한다. 따라서, 뒤에서 설명하는 비상용냉각계통을 이용하더라도, 배터리가 소모되면 1~4호기는 원자로의 냉각에 필요한 최저한의 전원조차도 없어져 핵연료는 용융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인근의 비상용 전원차를 끌어 모았지만, 헬리콥터 운반은 중량 초과로 불가능했고 또 지진에 의한 도로 파손과 피난 차량 등으로 도로가 혼잡하여 11일 밤 늦게서야 후쿠시마원전에 도착하였다. 최종적으로는 69대의 전원차가 모였지만, 전원접속장치의 규격이 맞지 않아 전선을 벗겨 직접 연결시켜 보았지만, 결국은 터빈지하의 전원판이 침수로 누전되어 전원차는 사용할 수가 없었다. 또 다른 전원판까지에는 준비된 전선의 길이가 모자라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였다. 이처럼, 원자로의 냉각을 위한 주요 전원을 상실한 한 상태에서, 1호기는 비상용복수기(復水器, IC), 2~3호기는 고압주수계(注水系,HPCI)가 작동하여 일시적으로는 냉각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도쿄전력).
비상용복수기는 BWR의 Mark‐1형의 원자로에만 있는 긴급시의 냉각장치로, 사고 원전 중에서는 1호기에만 설치되어 있다. 비상용 복수기는1호기에 2개가 준비되어 있는데, 격납용기속에 있는 약 100톤의 물을 담은 장치로 원자로의 6~8m위에 있다. 원자로에서 발생한 증기가 비상용 복수기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물로 응축되어, 다시 원자로로 돌아 가 냉각하는 구조이다. 단, 배관의 개폐를 유지하는 배터리(8시간)와 복수기속의 물이 증발하여 고갈하면, 비상용 복수기도 사용불능이 된다. (아래 그림의 왼쪽위)한편, 2~3호기는 1호기와 같은 Mark‐1형이지만 비상용 복수기대신에 고압주수계가 설치되어 있다. 참고로, 후쿠시마원전의 4~5호기도 2~3호기와 같은Mark‐1형이다. 6호기는Mark‐2형으로 압력제어풀이 있으나, 종(鐘)모양의 원자로의 밑부분에 두고 있으며, 국내에서 가끔 소개되고 있는 사고원자로의 모형도, 도넛츠형의 압력제어풀이 없는 모형도는 사고가 나지 않은 6호기의 것이다. 고압주수계는 국내의 PWR에 있는 자연순환방식과 유사한 것으로, 원자로내의 남아 있는 증기로 작동하는 펌프가, 복수(復數)저장탱크속 또는 압력제어풀의 물을 원자로의 냉각용으로 공급한다. (아래그림의 왼쪽밑). 말할 것도 없이, 고압주수계의 가동시간도 배터리(8시간)의 용량에 제한된다.


▲ 후쿠시마 원전의 구조 (1~5호기)

여하튼 비상시에도 8시간내에 냉각에 필요한 전원을 복구할 수 있다는, 전력회사를 포함하는 원자력추진파의 예상과는 달리, 후쿠시마원전에서는 최소 9일이나 걸렸다. 그리고 일본정부가 설치한 사고조사・검증위원회의 중간보고에 따르면(작년 12월말), 1호기의 비상용 복수기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내부 전원을 상실하면 배관의 밸브가 자동적으로 잠기는 구조로, 도쿄전력은 오랫동안 구조의 문제점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2,3호기의 고압주수계도 작업원이 지휘계통을 밟지 않은 채, 개인의 판단만으로만 배터리의 용량을 고려하여, 다른 냉각장치로의 전환을 위해 고압주수계를 정지시켰다. 정지이후는 재가동이 불가능해 져, 결국 예상보다 빨리 냉각시간이 단축된 만큼, 핵연료의 용융도 빨리 진행되었던 것이다. 4호기의 경우, 정기점검 중으로 원자로 속에는 핵연료가 없었지만, 1~3원자로와 1~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가 냉각기능을 완전 상실한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수소폭발로 건물지붕이 파괴된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에는 소방차의 호스, 콘크리트 주입차, 헬리콥터를 이용하여, 냉각용의 물을 투입할 수있었지만, 원자로는 지진에 파손되지 않은 배관을 찾아 바닷물까지 붓는 상황까지 벌어졌던 것이다. 당시의 간 나오토 수상이 내린 바닷물 주입 중지 명령을 둘러 싸고 여야당이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지만, 바닷물의 주입이 담수가 없는 상태에서 나온 기발한(?) 아이디어로 소개되곤 하였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처음부터 바닷물의 주입을 고려하고 있었고, 수상의 중지명령이라는 상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바닷물의 주입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1979년에 발생한 스리마일섬(TMI)원전사고이후, 일본의 원전에는 비상냉각장치로서 바닷물을 주입하는 노심해수냉각계를 도입하고 있었으며, 원전의 운전원교육을 위한 책자에도 그같은 내용이 적혀있기 때문이다.
4. 사고원인은 인재다
(1) 지진에 의한 배관파손이 먼저 일어났다
원전에는 약 3000km에 달하는 굵고 가는 배관이 있다. 원자로에도 수많은 배관이 붙어 있다. 예를 들면, 아래의 그림에서 하나만 보이는 주(主)증기관도 실제로는 4개나 있다. 배관의 파손은 냉각재의 상실로 노심용융(Melt down)같은 과혹사고(Severe Accident)를 가져 오므로, 비상대책으로서 ECCS가 준비되어 있는 셈이다. 그러나, 후쿠시마원전에서는 모든 전원의 상실로 ECCS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그런데, 만약 전원이 있었다 하더라도 ECCS를 비롯한 주요 배관이 파손되었다면, 냉각재의 상실로 노심용용 나아가 수소폭발까지 이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배관파손의 리스크는 사고 원전 뿐만아니라 국내 원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원전의 구조적인 약점이다. 특히, 원자로에 붙여 있는 대형배관들은 물이 들어 있는 상태이므로, 지진의 진동 특히 긴 시간(분단위)의 진동에는 약하여 끊어지기 쉽다.


▲ 1호기의 구조 ⓒ<科学> Vol81. No.9, 2011년 9월

후쿠시마원전 격납용기의 설계에 관계했던 타나까・미쓰히코(田中三彦)씨는, 가동 41년째의 노후 원전 1호기의 경우, 쓰나미가 오기 전에 이미 원자로계의 배관이 파손되어 냉각재의 대량상실이 발생하였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다. 도쿄전력이 지진에 의한 큰 파손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쓰나미론을 주장한 데 대한 강력한 반박인 셈이다. 왜냐하면, 만약 지진의 진동에 의한 배관 파손으로 확인된다면, 일본의 노후 원전을 비롯한 모든 원전의 재가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지진다발국인 일본에서는 원전을 가동해서는 안되는, 또는 내진설계의 강화로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게 되어 원전의 경제성이 더욱 떨어지고, 결국은 원전의 건설이 곤란하게 되기 때문이다.
타나까 씨는 사고 직후, 원자로의 밑부분에 붙여 있는 50톤 무게의 재순환배관이 파손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것은 출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주요 배관이나, 아무런 지지대도 없이 그저 원자로에 붙어 있는 형태로 특히 지진의 진동에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 일본 국내에서 파손된 적이 있다. 타나까씨는 원자로 내의 수위가 급속히 낮아진 이유를, 쓰나미가 오기 전 이미 재순환배관이 파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도쿄전력은 수위 저하를 지진의 진동으로 인한 측정기의 파손 또는 고장의 결과로 설명하고 있다. 또, 타나까씨는 격납용기의 압력이 급상승한 이유도, 배관의 파손으로 증기가 대량유출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 점에 대해서, 도쿄전력은 아직도 그 이유를 명쾌히 설명하고 있지 않다. 참로고, 최근 일본정부의 원자력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보안원도 쓰나미가 오기 전에 배관이 파손되었다는 사실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
한편, 최근 타나까씨도 재순환배관의 파손이라고는 굳이 특정하지 않고, 원자로에 있는 불특정의 배관이 파손되고, 그 파손부위가 점차 확대되어 냉각재의 대량유출에 이르렀다고 약간 수정된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2호기의 압력제어풀 부분이 파괴된 이유에 대해, Mark‐1형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들고 있다. 어떤 이유(?)로, 원자로 내의 온도상승으로 증기발생이 증가하여 압력이 올라가면, 증기가 자동적으로 압력제어풀로 배출된다. 즉, 증기가 주(主)증기배출 안전밸브를 통해 격납용기의 밑부분에 연결되어 있느 8개의 벤트(Vent)관을 통해, 물 1750톤의 압력제어풀로 들어가 응축되어 원자로의 압력이 저하되게 되는 구조이다. 현재 도쿄전력은 2호기에서는 아무런 폭발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다른 원전의 폭발영향으로 2호기의 원전건물의 외벽이 부서져 그 구멍으로 수소가 새 나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타나까씨는 압력제어풀 부분의 폭발이 있었다고 반론한다. 그 이유로서, 원자로내에 나오는 증기가 초속 약 1000m의 속도로 압력제어풀의 물속으로 급히 들어오면서, 물이 치솟거나 흔들려 압력제어풀의 벽을 파손시켰을 가능성을 들고 있다. 또, 원자로에 붙어 있는 배관의 파손으로 배출된 대량의 증기도 압력제어풀로 들어 가므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자로내에서 발생한 수소가 주증기배출 안전밸브를 통해 압력제어풀로 들어가, 이 주변에서 폭발을 일으 킬 수도 있다고 한다. 여하튼, 압력제어풀의 체적이 적은 탓으로 물의 진동으로 벽이 파손될 수 있다는 약점은, BWR의 설계회사인 GE의 기술자가 미국의 원자력규제기관(NRC)에 고발한 사건도 있는 만큼, BWR의 구조적인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도쿄전력과 상반되는 타나까씨의 주장은 현재로서는 증명이 매우 곤란하다. 왜냐하면, 정보를 도쿄전력이 독점하여 자신들에 불편한 자료를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장검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사능이 높은 원자로 및 격납용기이므로 오랜동안 사람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수십년후에 현장 검증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수소폭발로 인한 영향으로 배관이 파손되었다고 적당히 감출 수도 있다. 오는 6월중에 일본 국회가 설치한 조사위원회의 사고조사보고가 나올 에정인데, 타나까씨도 조사위원인 만큼, 새로운 사실이 나올 가능성도 높다. 참고로, 조사위원회는 정부, 국회, 민간이 각각 설치하고 있으나, 국회의 조사위원회만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자료제출요구 및 증인심문을 할 수 있다.
(2) 높은 쓰나미는 이미 예상됐었다
도쿄전력은 사고원인에 대해, 예상(5.7m)보다 넘은 높은 쓰나미라는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가 원인인 '천재'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도쿄전력이 이미 몇 년 전에 높은 쓰나미가 올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대책비용의 절약을 위해 고의적으로 무시한 결과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즉 '인재'였다는 얘기다. 다만 도쿄전력이 예측 결과를 무시한 고의(故意)뿐만 아니라, 일본정부, 특히 실질적인 원자력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보안원(한국의 원자력안전기술원에 해당) 및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태만 또는 과실도 큰 원인의 하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지진의 경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006년에 강화된 내진지침을 도입하였으나 원전 사고 당시까지도 후쿠시마 원전은 설비 강화에 대한 심사를 받지 않은 상태로 가동하고 있었다.
도쿄전력은 건설 당시 3.1m로 예상하였던 쓰나미의 높이를, 예측기술의 진보에 따라 2002년에 현행의 5.7m로 상향조정하였다. 일본정부의 안전규제기관은 더 높은 안전대책시설의 도입에 대해서는 전력회사의 자주적인 판단에 맡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자주적인 안전대책의 실시는, 전력회사에게는 비용의 증대를 가져오고, 지역주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처럼 비추어지는 것으로 우려해, 가능한 한 추가적인 강화책을 회피하려는 인센티브가 움직인다. 이것은, 전력회사가 자주적으로 원전의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행위를 최대한 억제하는 점과 동일한 것이다. 심지어, 어느 전력회사가 추가적인 안전대책을 도입할 경우, 미리 다른 전력회사들의 양해를 구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작년 8월, 도쿄전력이 이미 2008년에 예상높이 5.7m를 훨씬 넘는 거대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지역에 올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계산 과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도쿄전력은 2008년 6월 무렵, 1896년에 발생한 산리꾸(三陸)지진과 같은 M8.3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의 쓰나미 높이를 예상하는 계산을 하였다. 산리꾸지진의 진원지는 작년의 동일본대지진의 진원지와도 가까운 곳인데, 평가 결과는 후쿠시마 원전지역에 최대15.7m높이의 쓰나미가 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2008년 12월, 진원지가 비슷한 869년의 죠깐(貞觀)지진의 M8.4규모를 모델로 하는 계산에서도, 최대 9.2m의 쓰나미가 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도쿄전력은 계산결과를 일본정부의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보고하였지만, 낮은 수치의 평가 결과는 2009년 9월에 보고한 반면, 높은 수치의 결과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불과 4일전인 2011년 3월7일에 보고했다. 불편한 입장의 높은 수치는 한참 뒤에야 보고한 셈인데. 이러한 보고 방식은 지금도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당시, 계산결과는 도쿄전력의 원자력부문의 최고책임자인 부사장과 원자력설비 관리부장에게도 보고되었지만, 비현실적인 가정에 의한 계산의 결과로 취급되어 무시되고 말았다. 그러나, 수백억엔의 추가비용과 4여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을 회피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만약, 2008년의 계산결과를 존중하여 즉시 추가적인 대책을 실시되었다면, 원전사고의 피 해확대를 막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작년 10월에야 공개된 도쿄전력의 계산결과의 자료에는, 2012년 10월까지 대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을 뿐이다. 또, 일본정부의 사고조사・검증위원회가 작년 12월 말에발표한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15.7m의 계산결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중앙방재회의 및토목학회는 발생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대책을 세우려고도 하지 않았다. 운명의 장난인지, 2008년 당시의 원자력설비 관리부장은, 작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발생때 소장직에 있다가 질병으로 도중 교체된 요시다(吉田)씨였다.
한편 도쿄전력은 2006년에도 노심용융(Melt down)같은 과혹사고를 일으킬 10m 높이의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전지역에 올 확률을 50년동안 1%로 계산한 적이 있다. 당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기본안전규칙으로 요구한 과혹사고의 발생확률인 10만년분의 1회 즉 0.001%보다도 훨씬 높은 숫치였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이 확률 계산 결과를 2006년 7월에 미국에서 열린 원자력국제학회에서 발표까지 하였다. 일본정부의 사고조사・검증위원회의 중간보고에 따르면, 2006년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분과(分科)위원회에서 10만년의 1회의 엄격한 수치를 도입하고자 하였으나, 전력회사소속의 위원이 반대하여 1만년의 1회로 결정된 경위가 소개되어 있다. 즉, 경제성을 우선한 원자력마피아의 총체적인 담합이 가져 온 원전사고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도쿄전력이 주장하는 최근의 사고개요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2호기에서는 폭발이 없었고, 비슷한 시간에 폭발한 4호기의 폭음을 착각한 것이다. 2)4호기의 폭발은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배기통을 함께 사용하는 3호기의 벤트(Vent)로 3호기의 수소가 4호기로 역류하여 일어난 폭발이다. 3)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에 물이 있는 이유는, 원자로의 내부수리를 위해 노심의 기기를 끄집어내, 아래 그림의 왼쪽에 있는 물로 채운 저장수조에 넣어 두는데, 그 과정에서 원자로위에도칸막이로 된 부분에 물을 채워둔다. 그런데, 칸막이가 우연히(아마도 폭발영향?) 뒤틀려, 칸막이 사이의 물이 사용후 핵연료의 수조속으로 들어 온 덕분이라는 것이다.



* 후쿠시마 1주년 탈핵강연회 장소가 바뀌었습니다. 3월 20일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학 교수의 마지막 강연회는 중구 장충동 프레시안 강의실(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 2번 출구)에서 열립니다.



* 이날 강연회에 참석하시는 분께는 이전 두 강의(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의 강연 내용 요약과 장정욱 교수의 발제문이 수록된 자료집을 드립니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2012년 3월 11일 일요일

후쿠시마에서 열린 지옥문, 밀양에서 닫자!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09일자 기사 '후쿠시마에서 열린 지옥문, 밀양에서 닫자!'를 퍼왔습니다.
[후쿠시마 그리고 1년] 충격은 있어도 변화는 없었다

L 선생님께

이제 모레 3월 11일이면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딱 1년이 됩니다. 선생님께서 서울 시내 곳곳에서 핵발전소의 위험을 알리고자 1인 시위를 비롯한 온갖 퍼포먼스를 한 지도 1년이 됩니다. 저번에 잠시 만났을 때, 얼굴이 까칠해서 마음이 아팠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4주년 기자 회견을 했던 지난 2월 22일, 선생님은 짧은 편지로 울분을 표시하였습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노무현 정부 총리 때 했던 말("원자력 5대 강국으로 진입하자!")을 언급하면서, 핵 발전의 불가피성을 주장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강 기자, 요즘도 나는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기가 올라오던 그 뉴스를 꿈에서 보곤 합니다. 그 후쿠시마의 비극이 부산에서, 울산에서, 영광에서 반복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의 저 무심한 반응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대통령의 그런 얘기에 분노하지 않는 시민들은 또 어떻고요? 이런 상황이 절망스럽습니다."

선생님의 절망이 배어 있는 편지를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를 보고 나서도 사람들은 왜 변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저 역시 지난 1년간 계속해서 떠올렸기 때문입니다. 후쿠시마 충격은 우리에게 무엇이었을까요?


ⓒ프레시안

후쿠시마, '무지'와 '무심' 사이에서

1년 전 한국 언론은 난리법석이었습니다. 방송, 신문 할 것 없이 일본 현지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우면서 연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뉴스를 도배했습니다. 몇몇 언론은 취재 준비도 제대로 못한 기자를 후쿠시마 현지로 급하게 보냈다가 새로운 뉴스메이커가 되기도 했고요. 현장에 파견된 기자들이 방사성 물질에 피폭되었으니까요.

L 선생님께서도 언급하셨던,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원자로를 담아 두던 격납고가 폭발하던 모습은 특히 큰 충격이었습니다. 절대로 핵발전소가 핵폭탄처럼 '펑' 하고 터질 리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저조차도 그 뉴스를 보고서는 영문을 모른 채 불안에 떨었으니까요. (핵연료 안에는 방사성 우라늄이 아주 적은 농도만 포함돼 있어서 폭탄과는 다릅니다.)

물론 그렇게 난리법석을 떨었던 한국 언론 중에서 지속적으로 후쿠시마 사고를 보도한 곳은 한 손으로 꼽을 정도뿐입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사람들이 핵 발전의 위험에 무지한 이유 중 하나를 언론의 소극적인 보도 태도 탓이라고 질타했습니다. 한국 언론의 한심한 행태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닙니다만, 저는 약간 다른 생각을 해봤습니다.

한국 언론이 후쿠시마 사고를 지속적으로 보도하지는 않았으나, 초기의 보도만 놓고 보면 그 양은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대다수 국민은 그 보도만으로도 핵발전소가 사고가 났을 때 얼마나 위험한 괴물로 변할 수 있는지 생생히 체험을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다시피 그 충격 효과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어디서부터 문제였던 것일까요?

최근에 닐 포스트먼이 1985년에 펴낸 (홍윤선 옮김, 굿인포메이션 펴냄)를 정독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포스트먼은 텔레비전을 통해서 전 세계 곳곳의 온갖 전쟁, 범죄, 사고, 홍수와 같은 뉴스를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된 현실을 염두에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도처에 흘러넘치는 정보는 이를 접하는 사람과는 거의 또는 전혀 관련이 없다. 즉, 사람들의 생활과 밀착된 사회적, 지적 상황과는 무관한 정보라는 뜻이다. (…) 아침에 TV 뉴스나 라디오 또는 신문을 통해 접한 정보로 하루의 계획을 바꾸거나, 아니면 하지 않았을 일을 저질렀다거나, 무엇인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얻은 적이 얼마나 자주 있는가?

(…) 일상적인 뉴스는 대부분 그저 이야깃거리에 불과한 쓸모없는 정보의 집합체일 뿐 의미 있는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 삶과 무관한 정보가 도처에 흘러 넘쳐 '정보 대비 행동 비율'이 극적으로 낮아져버렸다. (…) 온 세계가 뉴스를 위한 배경으로 전락하자 사람들은 일말의 통제 감각마저 상실해 버렸다. (, 114, 117쪽)

포스트먼의 이런 지적은 지금 인터넷, TV 등을 통해서 뉴스가 유통되는 방식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충격적인 사실(fact)이 24시간 동안 인터넷, TV 등을 통해서 전달이 되더라도 대다수 사람에게 그런 정보는 자신의 삶과 무관한 것일 뿐입니다. 보통의 생활인에게는 후쿠시마 사고보다는 일기예보가 좀 더 삶에 밀착된 뉴스일 테니까요.

더구나 그렇게 인터넷, TV 등을 통해서 제공되는 뉴스는 대개는 파편적인 정보입니다. 기사가 조금만 길어도 "길어서 못 읽겠다!" "처럼 한마디로 정리해!" 등의 댓글이 붙는 요즘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더 심화되었고요. 그러니 독자가 뉴스를 통합하고 해석하려는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뉴스는 30초짜리 광고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1년 내내 전달한다고 한들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너무 적은 보도는 대중의 무지함을 낳는다면, 이런 식의 너무 많은 보도는 대중의 무심함을 낳습니다. 무지와 무심, 둘 중에 뭐가 더 무서운가요? 무지한 사람은 가르칠 수라도 있지만, 무심한 사람은 도리가 없습니다.

'위험'과 '안전'의 악순환

L 선생님,

지금부터 불편한 얘기를 털어놓겠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한국의 환경 단체를 비롯한 반핵 세력은 핵발전소의 '위험'을 끊임없이 강조했습니다. 지겹도록 핵발전소의 위험을 강조해도 꿈쩍도 안 하는 정부, 여론이 야속한 나머지 사석에서는 농담 반, 진담 반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한국에서도 사고가 한 번 나야해!"

반핵 세력이 위험을 강조하니, 찬핵 세력도 도리가 없습니다. 지난 1년간 찬핵 세력은 '안전'을 끊임없이 강조했습니다. 지진 심지어 미사일 공격에도 안전한 한국 핵발전소의 신화가 대중에게 유포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런 식입니다. "핵발전소가 위험해서 걱정이지? 더 안전한 핵발전소를 만들면 되잖아!"

무슨 얘기냐고요? 핵발전소를 둘러싼 논의가 '위험하다-안전하다' 이런 이항 대립 구도에 머물러 있는 한, 그것이 가리키는 방향은 전혀 엉뚱한 곳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논리대로라면, 반핵 세력이 핵발전소의 위험을 강조하는 한 대중의 각성과 변화를 이끌어낼 가장 큰 기회는 더 큰 사고입니다. 안타까운 상황입니다만,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보가 무너지는 것이고, 지구 온난화가 초래하는 문제를 확인하려면 심각한 기후 재앙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찬핵 세력의 상황은 더 아이러니합니다. 반핵 세력이 위험을 강조할수록 이들은 더 안전한 핵발전소 개발과 건설을 향해서 일로매진합니다. 안전한 원자로를 개발하고자 더 많은 연구 자금과 연구 인력이 필요합니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섬 사고,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핵발전소 안전장치의 성능이 향상된 것도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서였습니다.

이런 상황은 핵에너지 의존을 탈피하는 에너지 전환을 바라는 L 선생님과 같은 분에게는 이중의 악재입니다. (저는 불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만) 정말로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로 무장한 위험성이 대폭 감소된 핵발전소가 등장한다면, 선생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핵발전소의 위험을 강조해온 처지라면, 목소리가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환경 운동가 일부가 핵발전소에 대한 태도를 바꾼 데도 이런 사정이 작용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평소 핵발전소의 위험을 강조해온 그들은 지구 온난화라는 더 큰 위험이 나타나자, 상대적으로 안전해진 핵발전소의 위험에는 눈을 감아 버린 것입니다. '위험하다-안전하다' 이항 대립 구도가 낳은 또 다른 부작용입니다.)

물론 선생님께서 핵발전소를 용인할 리 없습니다. 반핵 세력은 좀 더 안전해진 핵발전소의 또 다른 위험, 시스템의 불확실성 등과 같은 것을 강조할 테지요. 그렇다면 찬핵 세력은 어떻게 나올까요? 당연히 그런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서 더 많은 연구 자금과 연구 인력을 요구할 것입니다.

그리고 핵 발전은 계속됩니다. 우라늄이 고갈될 때까지! 아니, 그 이후에는 또 핵폐기물을 재처리해서 활용하자고 하겠군요.

'안전'에서 '윤리'로!


▲ <원자력의 거짓말>(고이데 히로아키 지음, 고노 다이스케 옮김, 녹색평론사 펴냄). ⓒ프레시안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었던 일본의 지식인 고이데 히로아키는 (고노 다이스케 옮김, 녹색평론사 펴냄), (김원식·고노 다이스케 옮김, 녹색평론사 펴냄)에서 '안전' 아닌 '윤리'를 강조합니다.

고이데는 도호쿠 대학 원자력공학과 재학 시절에 센다이 근처에서 벌어진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어떤 주민 집회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일생을 반핵 운동에 바칠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반핵 운동을 결심하면서도 전공을 바꾸지 않은 것은 반핵 운동의 효과적인 실천을 위해서 스스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 후 고이데는 연구자로서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일생 동안 외로운 길을 걸어온 것이다. 그런데 특기할 것은 고이데의 반핵 메시지 중에 들어있는 독특하게 윤리적인 시각이다. 그는 자신이 반핵 운동을 계속해온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핵의 안전 문제가 아니라 핵을 둘러싼 차별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13~14쪽)

마침 김종철 발행인도 고이데의 책에서 "윤리적인 시각"을 포착해 강조하고 있어서 소개합니다. 고이데의 책에 묶인 글들에 녹아 있는 윤리적인 시각은 김종철 발행인의 말대로 "핵을 둘러싼 차별 구조"입니다. 도대체 핵을 둘러싼 무슨 차별 구조가 있다는 것일까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핵발전소 노동자.

최근에 가톨릭대학교 이영희 교수를 통해서 흥미로운 책 한 권을 소개받았습니다. 일본의 도모히코 스즈키가 쓴 . 이 책은 이번에 후쿠시마 사고를 일으킨 도쿄전력을 비롯한 일본의 핵발전소와 범죄 조직 야쿠자 간의 연계를 주장해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선생님, 야쿠자와 핵발전소가 도대체 무슨 관계일까요? 이 책에 따르면, 일본의 핵발전소는 1990년대부터 야쿠자 조직원을 고용해 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항상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일본의 핵발전소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최악의 직장이기 때문입니다. 야쿠자는 바로 이런 핵발전소에 노동자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온 것이지요.

도모히코는 그 자신이 2011년 여름 수개월간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위장 취업을 한 경험을 털어놓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사고를 수습하던 노동자는 제대로 맞지 않는 방사성 물질 필터가 부착된 마스크를 쓰고, 작업장에서 쫓겨나 삯을 제대로 못 받을 게 두려워 개인별 방사능 측정 배지를 양말 안에 넣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정규직 노동자보다 못한 보호 장구를 지급 받으며 험한 일을 하는 이들은 대개가 노숙인, 실업자, 야쿠자에게 빚 독촉을 받는 사람 등이었습니다. 최근에 일본의 미야베 미유키가 쓴 소설 (이영미 옮김, 문학동네 펴냄)가 영화로 만들어져 화제지요?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며 만신창이가 된 여주인공의 안타까운 사연이 바로 지금 후쿠시마를 비롯한 핵발전소에서 진행 중인 거예요.

일본의 원자력자료정보실 통계를 보면, 피폭 노동자의 수는 지난 30년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대부분은 도쿄전력과 같은 전력회사 정규직 노동자가 아니라 하청, 재하청, 재재하청을 통해서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이들의 희생을 통해서 핵발전소가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아쉽게도, 핵발전소 노동자의 피폭 방사선량이 다른 산업에 비해서 많다는 사실만 알려져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한국 역시 지금 이 순간에도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심지어 안전하다고 확신하면서) 수만 명이 핵발전소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핵발전소는 그들의 희생 없이는 한 순간도 가동할 수 없습니다.

둘째, 지역 주민.


▲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고이데 히로아키 지음, 김원식·고노 다이스케 옮김, 녹색평론사). ⓒ녹색평론사
가끔 핵 발전을 놓고서 얘기를 할 기회가 있으면, 항상 사람들에게 이렇게 물어보곤 합니다.

"이번에 지진이 난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에는 전력 회사 '도호쿠전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곳은 '도쿄전력'이잖아요. 혹시 이상하다 생각해 본적은 없으세요?"

이런 질문을 받고서야 사람들은 '아!' 하고 탄식을 하곤 합니다. 그렇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후쿠시마를 비롯한 도호쿠 지방이 아니라 약 200킬로미터 떨어진 도쿄로 공급이 됩니다. 그러니 후쿠시마 핵발전소도 도호쿠전력이 아닌 도쿄전력이 관리하는 것이지요.

후쿠시마 핵발전소 단지가 만들어지던 1950~60년대만 하더라도 도호쿠 지방은 일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었습니다. 당시 도호쿠 지방이 얼마나 차별을 받는 낙후된 곳이었는지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일본 소설가 오쿠다 히데오의 (양윤옥 옮김, 은행나무 펴냄)을 보면 생생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강원도 삼척, 경상북도 울진, 영덕을 새로운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했습니다. 삼척, 울진, 영덕이 어떤 곳인가요? 변변찮은 공장 하나 없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낙후된 그곳 주민에게 핵발전소에서 만들어질 전기가 필요할 리 없습니다. 지금 삼척, 울진, 영덕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를 위해서 또 한 차례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치우 어르신은 어떻고요? 고압 송전탑 탓에 평생 농사를 짓던 땅을 빼앗긴 70대 노인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법 외에는 자신의 억울함을 세상에 하소연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 고압 송전탑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바로 핵발전소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서울, 대전, 대구 등으로 옮기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서울 한강에 핵발전소를 짓겠다고 선언을 하지 않는 한, 이런 식의 희생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지역의 희생을 전제한 핵발전소를 유지하는 게 과연 윤리적인가요? 서울에 사는 이들은 일본에서 날아온 방사성 물질이 섞인 비를 걱정하기 전에, 자신의 안락한 일상생활이 누구의 희생 덕분인지부터 깨달아야 합니다.

셋째, 미래 세대.

흥미로운 일은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핵폐기물의 위험에 대해서 대다수 시민이 여전히 무지하다는 사실입니다. 적지 않은 언론에서 고준위 핵폐기물은 수만 년, 수십만 년 이상 자연과 격리가 필요한 위험한 물질이라는 사실을 알렸는데도 대다수 시민은 금방 망각합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는 익숙한 용어가 되었습니다. 이 반감기는 방사성 물질의 방사능이 원래 값의 절반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을 확률적으로 계산한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3·11 사고 이후에 아이 분유를 비롯한 각종 먹을거리에서 발견되는 방사성 물질 '세슘 137'의 반감기는 약 30년입니다.

'반감기 30년'은 30년이 지나야 방사성 세슘의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30년이 지나도 세슘은 안전하지 않아요. 나머지 절반의 세슘은 여전히 방사선을 내뿜을 테니까요. 보통 방사성 물질은 반감기를 서른 번 정도 지나야 완전히 방사능을 잃습니다. 그러니 세슘이 안전해지려면 900년(30년×30)이나 걸리는 셈입니다.

(다행히 사람은 몸속의 위험한 물질을 끊임없이 밖으로 배출하려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몸속으로 들어온 방사성 세슘은 원래의 반감기와는 상관없이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보통 세슘의 절반 정도가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10일 정도입니다. 물론 그 동안 세슘의 방사선은 알게 모르게 몸속 곳곳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그런데 핵폐기물 안에 들어 있는 대표적인 방사성 물질 '플루토늄 239'는 반감기가 2만4000년입니다. 반감기가 2만4000년이니, 플루토늄이 방사능을 잃는데 걸리는 시간은 실제로는 수십 만 년(!)이 걸릴 것입니다. 실제로 핀란드는 핵폐기물을 10만 년 이상 보관할 수 있는 처리장을 짓는 '온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10만 년이라니요! 지구에서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진 게 바로 약 13만 년 전이라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수천 년, 수만 년 후의 미래 세대에게 핵폐기물의 위험을 어떻게 경고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선사 시대 동굴에 쓰인 기호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나요? 국어 시간에 200년 전에 한글로 쓰인 소설도 선생님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해독할 수 없었잖아요.

그래서 유일한 해결책은 말 그대로 '원자력 족(族)'을 만드는 방법뿐이라는 암울한 아이디어가 제시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핵폐기물 처리장을 지키는 종교 조직 같은 것을 만들어서, 그들이 '금기'를 이어가게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특정한 장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금기' 말입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장클로드 카리에르와의 대담을 실은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펴냄)에서 핵폐기물을 둘러싼 이런 사정을 언급하면서, 또 다른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그냥 나 혼자만 해본 생각입니다. 핵폐기물을 묻되, 매우 희석된 상태, 즉 방사능이 아주 약한 상태의 폐기물을 맨 위층에 두고, 점차로 방사능이 강한 층들을 깔아 나가는 겁니다. 만일 외계인(혹은 미래 세대-인용자)의 실수로 그 폐기물이 손이나 혹은 손처럼 사용하는 다른 기관이 닿는다 하더라도, 그는 단지 손가락 한 마디를 잃게 될 뿐입니다.

만일 더 해본다면 손가락 하나를 잃게 되겠죠. 하지만 그가 더 이상 파보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일은 없으리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 198~199쪽)

핵 발전을 시작한 지 반세기가 지나도록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세계 어느 나라도 만들지 못한 것은 바로 이런 불가능성 때문입니다. 핵발전소는 이미 대기 중에 배출된 방사성 물질뿐만 아니라 에코와 같은 걱정을 해야 할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쓰레기의 처리를 미래 세대에게 떠넘깁니다. 이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요?

'후쿠시마 국민' 아닌 '밀양 국민'!

L 선생님,


▲ <녹색당 선언>(녹색당 기획, 이매진 펴냄). ⓒ이매진
앞에서 우리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후쿠시마 1년, 왜 대다수 사람은 변하지 않을까?' 이제 질문을 바꿔보고 싶습니다. '후쿠시마 1년, 왜 어떤 사람은 변했을까?'

이렇게 질문을 바꿔보면 눈에 띄지 않았던 사람들이 보입니다. 한국에서 녹색당을 준비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모은 (녹색당 기획, 이매진 펴냄)을 보면, 영덕의 박혜령 씨가 등장합니다. '돈의 노예'로 살았던 도시 생활에 지쳐 9년 전 영덕 시골 마을로 들어갔던 박 씨는 핵발전소 반대 운동의 선봉에 섰다가 총선에서 녹색당 후보로 출마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밀양의 이치우 어르신은 어떻습니까? 핵발전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송전탑이 앗아간 그의 넋을 위로하고자 17일 밀양으로 가는 '탈핵 희망 버스'가 기획되고 있습니다. 다수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그의 죽음의 의미가 제대로 조명될 때, 정의롭지 못한 에너지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 받는 전국 곳곳의 제2, 제3의 희생자를 막을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핵발전소에서 피폭을 당하며 노동에 종사하는 이름 없는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는 어떻습니까?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우리가 시급히 했어야 할 일이 바로 핵발전소의 고용 관행, 작업 실태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아니었을까요? 그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서 노동을 하는지 알려야 합니다.

이런 '작은 것들의 정치'가 모여서 거대한 대항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한국에서도 핵 발전이 아닌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요?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가장 먼저 '탈핵'을 선언한 독일의 힘도 수십 년간 축적해온 이런 대항 네트워크(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의 노동자, 녹색당 정치인 등)가 뿌리를 내렸기 때문입니다.

일본인이 마땅히 3·11을 앞두고 자신을 '후쿠시마 국민'이라고 규정해야 하듯이, 지금 우리는 자신을 '밀양 국민', '영덕 국민', '삼척 국민'이라고 선언해야 합니다. 그 때 비로소 3·11 후쿠시마 사고가 우리의 '삶과 무관한' 재난 영화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 우리 삶에 뿌리내린 문명사적 전환의 순간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L 선생님의 건투를 빕니다.

2011년 3월 9일

강양구 드림.

2012년 3월 9일 금요일

[사설]세슘 검출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검토해야


이글은 경향신문 2012-03-08일자 사설 '[사설]세슘 검출 일본 수산물 수입금지 검토해야'를 퍼왔습니다.

올 들어 일본에서 수입된 냉동 고등어·냉장 명태 등 수산물에서 방사성물질인 세슘이 검출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식탁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소식이다.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집계 결과 올 1·2월 두 달간 일본산 수산물에서 세슘이 검출된 사례는 32건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지난해 4월부터 연말까지 9개월간 21건이 검출된 것에 비해 폭증한 수준이다. 중량 기준으로도 881.3t으로 지난해 9개월간 148.8t의 6배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바다에 유출된 방사성물질의 양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검역검사본부는 ‘인체에 해를 끼칠 수준은 아니다’라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검출된 세슘의 최고치가 식품 허용 기준치인 370베크렐의 1.7%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전문가들의 입장은 다르다. 음식 섭취로 인한 체내 피폭의 정도는 외부에서 방사능에 노출되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사실상 기준치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식품 허용 기준치가 성인 남성 기준이어서 기준치 이하라도 임신부와 아동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행 검사가 수입량에 관계없이 품목당 1㎏의 시료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부실검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어 자칫 당국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체르노빌 사고 등을 통해 우리는 방사능 오염과 피폭이 얼마나 끔찍한 재앙을 낳는지 똑똑히 보아왔다. 이 때문에 식품에서 아주 미세한 양의 방사성물질이라도 검출되는 경우 자연스럽게 식탁안전에 큰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누구도 결코 ‘안전하다’고 얘기할 수 없는 문제다. 더구나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최근에도 매일 시간당 6000만베크렐의 방사성물질이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러시아 등 인접국은 이미 일본의 일부 지역 식품에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정부도 ‘안심하라’고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일본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거나 검역기준을 크게 강화하는 등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2012년 3월 6일 화요일

방사능 오염 생태가 수산시장에, 그런데도 정부는…


이글은 프레시안 2012-03-06일자 기사 '방사능 오염 생태가 수산시장에, 그런데도 정부는…'을 퍼왔습니다.
[3.11 후쿠시마가 남긴 것] 시민들, 방사능의 위험을 깨닫다

오는 11일이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난 지 1주년이 된다. 이 사고는 후쿠시마 원전 건물만이 아니라 원자력은 깨끗하고 안전하며 경제적인 에너지라는 신화를 붕괴시켰다. 일본의 이웃나라인 한국에서 그 영향은 두 가지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의 '원자력 확대' 발언과 신규 원전 부지 지정, 핵안보정상회의 유치에서 보이듯 흔들리는 원전의 지위를 사수하기 위한 이른바 '원전 마피아'의 방어가 강해졌고, 반대로 시민사회에서는 기존의 원자력의 위험성을 경고해온 환경단체 외에도 일반 시민 사이에서도 '원자력과 방사능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고,친환경적인 대안을 탐색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미 탈핵을 선언한 독일 등 몇몇 나라에서처럼 전면적인 전환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원자력 신화에 도취되어 있던 한국에서 이러한 균열은 중요한 변화다. 3.11 후쿠시마 사고가 지난 1년 간 한국에 남긴 것을 더듬어본다.
- 3.11 후쿠시마가 남긴 것☞"원자력은 싸다"?…MB의 거짓말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국에서는 전에 없던 '히트 상품'이 생겼다. 방사능 측정기다. 쇼핑몰에는 적게는 30만 원부터 10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까지 다양한 방사능 측정기가 등장했고 몇몇 카페에는 "이 제품은 알파, 베타, 감마선 모두 측정 가능하나 공간 선량 측정에 오류가 있다", "이 제품은 감마선에 20가지 핵종 분석이 가능하다"는 등의 전문가 수준의 제품 분석기가 올라온다. 네티즌 중에는 1000만 원이 넘는 핵종분석기를 사서 분석 결과를 올리는 이들도 있다.

그 결과 새로운 유형의 뉴스도 생겨났다. 시민들이 먼저 방사능 유출을 알고 공론화하는 것이다. 고농도의 방사능이 검출된 노원구 월계동 아스팔트도 먹거리의 방사능 오염 문제를 걱정하는 엄마들의 모임인 '차일드 세이브' 회원이 방사능 계측기를 들고 지나다 알게됐다. 또 올해 1월에는 한 대형마트에서 파는 식기 건조대에서 방사능 물질이 발견된 것도 방사능 계측기를 가진 고객의 제보에서 시작됐고 '음이온 벽지'에서 방사능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도 시민들이었다.

"국내에 유능한 연구기관 많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시민들의 활발한 활동은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경주환경운동연합은 식품 조사가 가능한 방사능 정밀측정기기를 구입했다. 이 제품은 250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인데, 큰 홍보 없이도 모금을 통해 이 금액을 넘는 돈이 모였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의장을 맡고 있는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모금액이 2500만 원을 넘어 기기 값 뿐 아니라 식품 조사에 드는 추가 비용을 댈 수 있을만큼이 됐다"며 "홍보라고 해봐야 페이스북에 포스팅 몇 번 한것에 불과한데 이렇게 모금이 된 것은 사람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은 이것보다 좋은 기기를 가진 대학과 연구소가 국내에 엄청나게 많은데, 아무도 검사를 하지 않고, 또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니 이렇게 지원이 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차일드세이브 카페 역시 모금을 통해 국내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등의 연구소에 배추, 쌀, 흙 등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의뢰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이 카페의 운영자 전선경 씨는 "우리는 비전문가이고, 정부나 어디서도 우리의 환경이 어떠한지를 정확히 밝혀주지 않으니 모금을 통해서 방사능 오염 여부를 밝혀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치 이하면 '적합'? 방사능 물질 수치는 왜 안 밝히나"

이렇게 모금이나 자체 조사를 위해 시민들이 쓰고 있는 돈은, 사실 만약 정부가 수입 금지 조치 등으로 식품 안전에 충분한 신뢰감을 주고, 국내에서 유통되는 식품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상세한 정보를 공개한다면 지출하지 않아도 좋을 비용이다.

지난해 3월 정부는 "방사능 오염 위험이 큰 일본 지역의 식품은 수입하지 않겠다"고 밝히긴 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이미 일본 내에서 출하 금지가 된 지역이라 정부의 발표는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빈축을 샀다. 환경운동연합의 김혜정 원전비대위원장은 "일본 내에서 출하 금지가 된 걸 어떻게 수입하느냐"며 "이를 '수입 금지'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말장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은 일본에 대해 식품 수입 금지 조치를 가장 적게한 나라에 속한다. 원전 사고 이후 일본산 식품에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한 국가는 29개국에 달한다. UAE 등 중동지역 국가들은 일본산 식품 수입을 전면 제한했고 중국은 후쿠시마를 포함한 10개 현에서 들어오는 식품 수입을 금지했다. 러시아는 6개 현의 식품 수입을 금지하면서 특히 수산물과 수산가공품 수입 제한 조치를 강화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농수산식품부는 '농축수산물 방사능 검사 현황'을 매주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방사능 기준치(요오드 300베크렐/kg, 세슘 370베크렐/kg)를 높게 설정해둔 상태에서 방사능 검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적합/부적합' 여부만 밝히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신뢰도가 낮다.



▲ ⓒ환경운동연합

가령 김익중 교수의 식품 검사에서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산 일본산 생태에서 세슘134와 세슘137이 검출됐다. 김 교수는 "반감기를 감안할 때 세슘134가 검출된 것은 최근에 노출됐다는 것, 다시말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부터 오염됐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후쿠시마 사고로 오염된 생태가 국내에 수입되어 유통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수입된 냉장 대구와 냉동 방어에서 세슘이, 활백합에서는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된 사실이 환경운동연합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를 통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어난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기준치 이하이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가 검사한 생태에서 나온 세슘 역시 9베크렐 가량으로 정부 기준치 미만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정부가 내세우는 '기준치 이하라 안전하다'는 식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특히 내부 피폭은 방사능 물질과 세포와의 거리가 극히 가깝기 때문에 방사능 에너지 양을 더 많이 받으며, 사실상 기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체내 피폭의 위험은 잘 알려져있다. 방사능에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고 '체내 피폭'이 되면 염색체에 영향을 주어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게 되며, 그 영향은 수십년간 지속되게 된다. 특히 장기적으로 노출량이 클 수록 암 발생률도 높아지고, 세포 분열이 활발한 태아와 아이는 방사능에 더욱 취약하다.

전선경 씨는 "우리나라의 방사능 기준에서는 세슘이 299베크렐/kg이면 적합 판정이 나온다. 정부가 '적합'이라고 발표해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라며 "몇 억의 예산을 사용하며 나오는 결과를 방사능물질 수치까지 상세하게 공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산 수입 식품 전량 수입 금지가 어렵다면 적어도 검역 기준치를 강화하는 정도의 방안은 논의되어야 한다고 본다"면서 "구태여 '저선량 피폭은 안전하다'는 억지논리를 펴면서 현 기준치를 고수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검사 자체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김혜정 위원장은 "현재 검역당국은 수입량에 관계 없이 수입 품목 당 1kg의 시료만 분석한다"면서 "검사 항목도 세슘과 요오드만 포함될 뿐 스트론튬과 플로토늄에 대해서는 기준치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엄마들은 아이에게 수산물 먹이기 불안해"

이 때문에 시민들의 행동은 '제보'에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차일드세이브 카페는 '학교급식 개정 제안서'를 만들어 교과부와 학교장, 어린이집 원장 등에게 보냈다. 전선경 씨는 "학교나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 동태국이나 어묵 등 수산물이 빈번하게 올라가는데, 정부에서는 기준치 이하라고 안전하다고 수입을 허가하는 현실이라 엄마 입장에서 걱정이 많았다"며 이 제안서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제안서는 △일본산 식재료는 쓰지 않도록 하고 △해조류와 생선, 건어물 등은 명확한국내산 제품을 사용하고 △어묵, 게맛살 등 수산물가공식품 등은 가급적 사용을 제한하며 △우유, 유제품 등도 방사능 검사를 실시할 것 등을 권하는 내용이다.

전선경 씨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나를 비롯해 많은 엄마들이 학교 급식이 불안해 도시락을 싸고 있다"면서 "정부가 엄마들이 수산물 먹이기를 꺼려하고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방사능 오염 식품 문제에 국가적인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채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