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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17일 수요일

"한국은 불안, 세계도 위험... 당신에게 미래는 없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4-17일자 기사 '"한국은 불안, 세계도 위험... 당신에게 미래는 없다"'를 퍼왔습니다.
[인터뷰] 탈핵운동가 헬렌 캘디콧 "살아남으려면 당장 원전 멈춰야"
▲ 탈핵운동가 헬렌 캘디컷 "20대 후반이라고요? 미안하지만, 당신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듣지않거나 보지않으려 하지 마세요. 공포스러운 이야기여도 진실이에요." ⓒ 권우성


장시간 비행과 시차로 얼굴에 피곤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핵(Nuclear)'이란 단어가 나오는 순간, 그의 푸른 눈동자는 반짝거렸다. 만 75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고, 손동작도 다양해졌다.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받았고, 미국 스미소니언 연구소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인 호주 출신 탈핵운동가 헬렌 캘디콧 이야기다. 그는 '시민방사능감시센터(소장 이윤근)' 초청으로 방한했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사무실에서 와 만난 그는 기자에게 나이를 물었다.

"20대 후반이라고요? 미안하지만, 당신에게는 미래가 없습니다. 공포스러운 이야기여도 진실이에요. 그렇지만 우리가 (미래를) 바꿀 수 있어요. 원자력 발전소를 닫고, 석탄을 태우는 일을 멈추고, 전 세계 핵무기의 97%를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를 없애면 가능합니다. 두 나라는 북한(의 핵 무장)을 비판할 처지가 못 되죠."

캘디콧은 미국과 러시아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15살 소녀 헬렌이 탈핵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을 때는 소련과 미국이 치열하게 군비 경쟁을 하던 시절이었다. 캘디콧은 우연히 핵 전쟁을 다룬 책을 읽고 "핵 전쟁은 곧 '종말(the end)'"임을 깨달았다. 의과대학에 들어간 후, 방사능이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가를 주제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면서 핵 발전 문제도 고민하게 됐다. 미국 하버드 의대 대학원에서 공부한 뒤 호주로 돌아온 캘디콧은 '낭포성섬유증(Cystic Fibrosis)'를 연구하고, 이 병에 걸린 아이들을 치료했다. 그는 "제 환자들은 모두 죽었는데, 낭포성섬유증의 원인 중 하나는 방사선 노출이었다"고 말했다.

1980년의 어느 날, 캘디콧은 '미국이 위성을 이용해 소련에 크루즈 미사일을 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만약 그럴 경우 핵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 캘디콧은 아이들이 핵 전쟁으로 죽거나 그로 인해 낭포성섬유증 등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당시 근무하던 하버드 의대를 떠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의사협회(Physicians for Social Responsibility·PSR)를 세웠다. 이전에도 호주와 미국을 오가며 탈핵을 외쳤지만,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공산주의자 되느니 죽겠다'며 핵무기 찬성하던 미국인들이 돌아선 이유 

의사 2만3000명이 참여한 PSR은 창립 후 '만약 핵 전쟁이 미국에서 일어난다면, 그 의학적 영향은 어떨까'란 주제로 미국 전역에서 강연회를 열었다. 

"1978년 제가 만난 미국인들은 '공산주의자가 되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할 정도로 소련에 적대적이었고, 핵 무기에 찬성했어요. 그런데 5년간 PSR에서 강연을 다닌 후 미국인의 80%가 '핵무기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것은 '혁명'이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바로 교육, 그리고 언론 덕분이었어요. 강연으로 사람들이 변했고, 또 그 내용이 많이 보도됐거든요."

그는 1982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을 만났던 이야기도 들려줬다. 캔디콧은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핵무기의 위험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나와 만난 후부터 '핵 전쟁으로 (적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고, 고르바초프와 교류하기 시작했다"며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연합(UN) 등이 여전히 '방사능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캘디콧은 "WHO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미 1958년 'WHO는 IAEA의 동의 없인 어떤 핵 사고도 조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만큼, 지난 2월 WHO가 낸 보고서 역시 IAEA가 쓴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WHO는 이 보고서에서 '후쿠시마 사고 때문에 일본 내 암 환자가 급증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탈핵운동가 헬렌 캘디컷 "후쿠시마 원전에서 쓰인 우라늄도 호주산이었습니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죽이고 있어요. 죽음을, 암을 팔고 있습니다." ⓒ 권우성


캘디콧은 "정부는 진실을 은폐하고, 많은 정치인들이 IAEA에 협조하고 있다"며 그 이유를 "사람들이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전은 없지만, 세계 최대의 우라늄 매장량을 자랑하는 호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캘디콧은 "호주는 우라늄·석탄 등 원재료를 수출하는 경제구조여서 특히 광산업계의 힘이 세다"며 "그들은 굉장히 나쁜 방식으로 정치를 좌지우지한다"고 설명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쓰인 우라늄도 호주산이었습니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죽이고 있어요. 죽음을, 암을 팔고 있습니다. 또 호주는 석탄을 이용, 화력 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는데 그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죠."

"사람들이 진실 알아야 정치가 그들을 대변" "살려면 원전 당장 멈춰야"

그가 탈핵 운동을 시작하며 세운 목표 중 하나는 '냉전의 끝'이었다. 저서 제목 '핵은 답이 아니다'는 캘디콧이 40년 넘게 외쳐온 말이기도 하다. 그 결과 냉전은 끝났지만, 또 다른 목표인 '핵 없는 세상'은 아직 오지 않았다. 후쿠시마 사고에도 새로 핵 발전소를 짓는 나라들이 있고, 2009년 체코 프라하에서 "핵 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마저 핵무기 현대화 예산을 늘린 2014년 국방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캘디콧은 '핵 없는 세상은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현실에 굴하지 않고) 그냥 계속 탈핵운동을 했다(Keep going)"고 말했다. 

'교육'과 '언론 보도'로 진실을 아는 것 만큼 탈핵에 중요한 일이 시민들의 참여다. 캘디콧은 '시민방사능감시센터''와 비슷한 시민운동이 호주에도 있지만 정치적으로 강력하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4월 15일 문을 연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우리가 아이들을 방사능 위험에서 보호하자'며 뜻을 모은 시민들이 돈을 모아 세운 곳이다. 전문 인력과 장비를 갖춘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앞으로 생활 속 방사능위험을 감시하고 농수산식품이나 토양 등을 조사, 정확한 방사능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캘디콧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를 신뢰하지 않거나 싫어한다면 당신이 정치를 해야 한다"며 "사람들이 (핵 문제의) 진실을 알고, (그동안 진실을 감춰온) 정치인들에게 '당신을 뽑지 않겠다'고 말해야 그들이 우리를 대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처럼 "매우 불안하고, 위험한 상황"일수록 시민들의 참여가 더욱 중요하다. 캘디콧은 후쿠시마 사고가 완전히 수습되지 않은 데다 국내에 원전이 23개나 있는 현실을 언급했다. 그는 후쿠시마에서 지진이라도 난다면, 원전 한 곳에서라도 사고가 발생한다면 "수많은 사람이 암으로 죽고, 후손들은 방사능으로 오염된 땅에서 자라난 작물을 먹게 된다"고 경고했다. 

15일(현지시각) 미국 보스톤에서 일어난 폭발테러 같은 테러의 위협과 북한의 공격도 한국을 위험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는 "미국과 한국이 계속 북한을 도발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한국의 원전을 공격할 수도 있다"며 "재래식 무기로 공격하더라도, 한국은 후쿠시마처럼 '살 수 없는 땅'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세계 역시 "핵 때문에 위험에 처해있다"고 덧붙였다.

"살아남고 싶은가요? 그럼 당장 원전을 멈추세요. 북한과 평화협정을 맺고, 통일로 가는 길을 준비하세요. 또 모든 건물에 태양광 발전기와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고,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하세요."
▲ 탈핵운동가 헬렌 캘디컷 "살아남고 싶은가요? 그럼 당장 원전을 멈추세요." ⓒ 권우성


2013년 3월 20일 수요일

에너지 소비자에서 탈핵의 당사자와 동맹군으로


이글은 레디앙 2013-03-19일자 기사 '에너지 소비자에서 탈핵의 당사자와 동맹군으로'를 퍼왔습니다.

“이 콘크리트 정글에 참신한 콘크리트 건물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야. 핵발전소는 대도시와 잘 어울려.”
삼척으로 가는 탈핵희망버스 안에서 본 일본 야마카와 하지메 감독의 영화 [도쿄핵발전소(東京原發)]에 나오는 대사다. 도쿄에 핵발전소를 짓자고 주장하는 도지사가 이에 반대하는 행정관료들의 논거를 조목조목 반박한다.
전기 소비가 계속 늘어나는 대도시의 전기 공급을 위해 지방의 아름다운 자연이 파괴되고, 철탑과 송전선이 경관을 다 망치고, 송전하는 동안 유실되는 비효율을 생각해 도쿄에 짓자는 것. 물론 역설이다. 도쿄 핵발전소 유치를 통해 핵 발전과 에너지 문제를 도쿄 시민들이 자기 문제로 생각하게 하기 위함이다.

블랙코메디 영화 ‘토코핵발전소’의 한 장면

작년 초 밀양을 다녀온 후, “핵발전소는 대도시와 잘 어울려”란 말이 가슴 속에 박혀, 대도시에 사는 나를 내내 불편하게 했다. 매서운 추위에 따뜻한 방에서 송전탑과 종탑에서 싸우는 현대차, 쌍용차, 재능 노동자들을 떠올릴 때와는 좀 다른 불편함이다.
건설 예정된 신고리 5,6호기의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고압 송전탑. 그 송전탑 건설 반대 싸움 과정에서 밀양 어르신이 한 분이 분신자살까지 한 불행한 사태가 있었다.
돌아가신 분도 그렇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불편한 다리로 송전탑 예정부지인 산을 오르내리며 한 겨울에도 산 속에 비닐농성장을 치고 8년째 싸우고 계신다.
내가 매일 쓰는 전기가 핵 발전으로 만들어져 그들 삶의 터전에 세워진 송전탑을 통해 내게 온다는 것. 그들의 희생 위에 나의 안락함이 유지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편함이다. 핵 없는 세상을 꿈꾸지만 한전에서 공급해주는대로 쓰게끔 우리 생활은 구조화되어 있다.
밀양뿐 아니라 청도 주민들도 송전탑 건설을 막기 위해 싸우고 있다. 또한 부산․경주 시민들은 수명을 다한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연장 가동에 반대하며 싸우고 있으며, 삼척․영덕 주민들은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막아 나서고 있다. 이미 핵발전소가 들어서 있는 고리, 월성, 영광, 울진 주민들은 잦은 사고에 불안해하며 핵 발전의 문제를 알려내고 있다. 이들은 핵 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맞서 탈핵을 외치는 ‘당사자’들이다.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는 수도권. 서울시민들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간혹 뉴스로 들으면서도 대부분 남의 일로 여기며, 구조화된 에너지 공급시스템 속에 ‘소비자’로 비껴나 있다.
인구수 적고 연로한 사람들이 많은 지역 ‘당사자’들만의 싸움으로 과연 한국 사회는 탈핵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바로 이웃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에도 불구하고 핵 발전을 확대하려는 정부와,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고 선전하는 소위 전문가 집단, 그들의 강력한 핵 카르텔을 넘어 설 수 있을까?
매해 늘어나는 대도시의 전력 소비를 눈감고 신규 발전소 건설만을 문제 삼는 것은 논리가 빈약하지 않는가. ‘소비자’이기만 한 수도권 시민들을 ‘당사자’와 ‘동맹군’으로 끌어들이지 않는 한 핵 발전을 확대하고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는 사회, 경제 시스템을 바꿀 수 없다.
어떻게 수도권 시민들을 ‘당사자’와 ‘동맹군’으로 모을 수 있을까? 영화 (도쿄핵발전소)의 도지사처럼 서울 여의도에 핵발전소를 짓자고 해야 하나? 그렇게 이슈화해서 서울시민 투표에 붙이는 것? 탈핵․녹색정치 세력 중 허경영 같은 인물(?)은 없으니 이건 일단 넘어가자.
먼저 방사능의 위험에서 안전한 먹거리를 가지고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 볼 수 있겠다. 통계적으로 어린이와 여자에게 방사능의 영향이 더 크고 강하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학교급식에 일본산 농수산물을 전면 금지시키는 운동을 시작하자.
이 주장은 탈핵 인기 강사인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가 탈핵 강의 때 한 말이다. 그는 방사능에 대한 인체 영향 데이터는 히로시마 원폭피해자, 나가사키 피해자, 그리고 체르노빌 피해자 대상이 유일하고 그 연구 결과는 “방사능은 그 피폭량에 비례하여 암을 발생시킨다. 이는 기준치 이하에서도 마찬가지다”로 요약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학교급식에서 일본산 농수산물 전면금지와 함께 ‘생협’을 통해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먹거리 운동’을 확산하자. 생협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수도권 시민이 적지 않다. 일상에서 핵과 방사능에 대한 위험을 인지하고 확산해 나가는 것. 안전한 먹거리 운동을 통해 도시민들을 반핵 전선의 ‘당사자’로, 탈핵 전선의 ‘동맹군’으로 만들어 가자.
다음으로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자들도 ‘동맹군’이 될 수 있다. 핵발전 중심의 정부 정책에 대한 저항과 함께 아래로부터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통해 대안세력을 형성해 나가자.
독일이 2020년까지 핵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고, 2050년까지는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은 체르노빌 사고 후 독일 내 반핵운동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반대를 넘어 독일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에너지협동조합을 만들거나 시민발전소를 만들어 태양광, 풍력 발전 등의 재생가능에너지를 아래로부터 확산시켰다.

사진은 suncoop.tistory.com/13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 블로그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는 관련 생산, 기술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졌고 시민발전 운영자, 에너지협동조합의 조합원들과 함께 이해관계를 가진 세력이 되었다. 그 세력이 핵발전을 지지하는 세력 못지않게 성장함으로써 독일의 탈핵 선언은 가능했던 것이다.
독일에서 아래로부터 재생가능에너지가 확산된 데에는 발전차액지원제도의 기여가 컸다. 한국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되었으나 이명박 정부 시절, 2012년 폐지되었다. 재생가능에너지 확산에 기여해 온 만큼 폐지 반대와 비판이 있었으나 이해 당사자가 적어 큰 저항이 없었다. 만약 독일 정부가 이 제도를 폐지하려 한다면 시민발전소, 에너지협동조합과 그를 통해 확산되는 태양광, 풍력 등 중소 산업들이 강력한 저항세력이 될 것이다.
이렇듯 한국이 탈핵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후퇴하는 제도에 강력히 저항할 수 있고 보다 나은 제도를 만들도록 목소리 내는 ‘당사자’와 그 ‘동맹군’을 넓혀 가야 한다.
자기 집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좋다. 그러나 대도시에 사는 시민 대부분은 공동의 옥상을 공유하는 아파트에 산다. 일반 주택에 사는 사람의 대부분도 전월세 세입자다. 태양과 바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그것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 발전소를 지을 땅을 가지지 못한 사람, 그 자본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래서 모여서 함께 시민햇빛발전소, 에너지협동조합 등을 만든다. 이미 안산에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이 생겼고 안양군포의왕에도 후쿠시마 2주기를 기념해 지난 3월 11일 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열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을 중심으로 우리동네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부산햇빛발전, 경남햇빛발전협동조합도 준비 중이고 내가 사는 서울 은평구도 4월 에너지협동조합 창립총회를 앞두고 있다.
대도시의 시민햇빛발전소나 에너지협동조합은 넓은 땅과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핵발전이나 화력발전은 짓지 못한다. 그래서 시민발전소 운동은 재생가능에너지와 만난다. 시민들의 한 푼 두 푼 돈을 모아 공공의 공간에 햇빛발전소를 세우고 거기서 만들어진 전기를 팔아 수익을 창출한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건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시설 설치를 중심에 둔 사업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서울의 학교와 공공건물 옥상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법적으로 의무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당자의 배치나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보조금으로 설치한 장식품이나 다름없다.
협동조합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출자한 조합원들에게 안정적인 배당금을 돌려주기 위해서는 발전이 잘 될 수 있게 관리할 수밖에 없다. 그냥 착한 마음, 신념만으로는 확장성이 낮고 지속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협동조합 형태로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주목하는 것은 사업체로 조합원의 이익이 되고 그 이익 중 일부를 협동조합 정신에 맞게 지역사회로 환원시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현재 발전차액지원제도가 없어져 시민발전소든 에너지협동조합이든 수익을 내긴 쉽지 않다. 그래서 안정될 때까지 배당에 중심을 두기 보다는 조합원이 소속된 가정과 가게, 사무실의 에너지 진단을 바탕으로 절약과 효율화의 에너지 컨설팅 사업을 중심으로 가져가야 한다. 수익에 따른 배당은 없지만 절약된 에너지 비용만큼 경제적 혜택을 보게 만들어야 한다.
사실 대도시에서 에너지 문제의 핵심은 에너지 효율 개선과 절약이 먼저다. 탈핵, 에너지 전환은 기존에 사용하는 100의 에너지를 60으로 줄이고 그 60을 핵을 비롯한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지금 같은 소비 형태를 유지하면서 재생가능에너지로 다 감당하겠다는 구상은 가능하지 않다.
그렇지만 시민발전소, 에너지협동조합에 참여한 조합원 가정과 가게에서 아낄 수 있는 전기의 양은 소소할 뿐이다. 전력소비 중 주택용은 20% 이하에 불과하고, 제조업이 전력소비의 절반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비스업 분야의 전력소비도 계속 늘어 30%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산업계의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가 핵심이다. 산업체계 구조개편의 장기 그림을 그리고 산업계가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에 투자하게끔 강제해야 하고 에너지 다소비(多消費) 산업의 비중을 줄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정부 정책의 전환을 압박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 차원에서는 시민발전소, 에너지협동조합의 주도로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에너지 소비량을 다달이 공개하고 나아가서 지역의 대형마트, 영화관, 공장의 에너지 소비량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조례 제정을 통해 소비량 증가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하는 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유행처럼 퍼지는 협동조합에 에너지 운동도 편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을 수 있겠다. 협동조합의 한계를 모르지 않는다.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너지협동조합을 통해 지역에서 핵발전과 에너지 문제에 대한 인식을 넓혀가고 시민들을 탈핵, 에너지 전환의 ‘동맹군’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 그것이 풀뿌리 녹색정치의 내용이 아닐까?
비판, 저항과 함께 삶의 터전에서 이웃과 손잡고 변화를 조직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지역에서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진보정치에 부족했던 건 아닐까?
에너지는 인간 삶의 필수품으로 에너지 체계에 따라 그 사회 모습도 달라진다. 핵이나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계는 자본 친화적이고 공급 중심이여서 주인을 주인이 아닌 ‘소비자’로 만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에너지 체계가 바뀌면, 그 사회의 모습과 문화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운동은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By 손은숙/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진보신당 은평당협 공동위원장 

2013년 3월 11일 월요일

극우파 정치인은 왜 원전에 반대했나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3-03-10일자 기사 '극우파 정치인은 왜 원전에 반대했나'를 퍼왔습니다.
[후쿠시마 그 후 2년] 권혁태 교수 "일본 변했다지만 정치는 우경화... 왜?"

하시모토 도루 일본 오사카 시장은 극우주의자다. 자신의 이름과 파시즘을 합친 '하시즘'이 별명일 정도다. 하지만 그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반대 의견을 처음으로 밝힌 일본 정치인이었다. 권혁태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9일 하시모토 시장을 소개하며 "반(反)원전 파시스트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문학의 집'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사고 2주년 기념 토크콘서트 - 두 개의 아토믹 선샤인'에서 최근 일본에 불고 있는 우경화 바람을 언급했다. 이어 "한국 언론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에선 원전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만, 한국은 달라진 게 없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에 불편하다"고 했다.

"일본 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70%가 원전 폐기에 찬성한다고 나온다. 또 지금 원전이 1개만 가동 중이다. 그런데도 왜 폐기하지 못할까? 더군다나 2011년 3월 11일 이후 각종 지방선거가 있었는데, 원전 폐기 공약을 내건 후보가 당선되기는커녕 대부분 참패했다. 후쿠시마에서조차 사고 원전을 관리하던 도쿄전력 출신 후보가 재선했다. 높은 원전 반대 여론이 정치지형의 변화 등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권 교수는 그 원인 중 하나를 '전후(戰後)의 종언'에서 찾았다. 일본에서 전후란, 1945년 8월 15일 히로히토 천황의 항복 선언으로 끝난 '태평양전쟁 이후'을 뜻한다. 권 교수는 "일본에서 전후는 흔히 평화, 민주주의, 경제성장, 풍요로움으로 통하는데, 여기서 경제성장과 풍요로움은 1950~60년대 원전을 시작하면서 가능했다"며 "후쿠시마 사고로 이 두 가지는 위기를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전후를 떠받치던 한 축이 흔들리면서 나머지 한 축인 평화와 민주주의 이념마저 위기에 처했다. '이 엄청난 재난을 초래한 것은 핵을 관리한 시스템의 문제'라며 '평화와 민주주의 시대는 갔다'는 보수파의 주장이 나타났다. 당시 집권중이던 민주당 정부의 실패는 여기에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은 장기집권한 자민당보다 진보적인 성향을 내세우며 정권을 교체했지만, 정치 개혁은 물론 후쿠시마 사고 수습 과정에서도 허둥댔다. 그 결과 정치의 중심이 더 오른쪽으로 쏠리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을 지탱해온 두 개의 '아토믹 선샤인' : 미국의 핵우산과 원전

▲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 (ISIS)가 2011년 3월 14일 촬영해 공개한 후쿠시마 제1원전 위성사진 ⓒ ISIS

이 때문에 후쿠시마 사고를 '근대과학문명의 한계를 보여줬다', '동북아지역의 안전과 위험은 함께 간다'는 식으로만 바라보면 문제의 본질을 찾기 어렵다는 게 권 교수의 생각이다. 후쿠시마 사고 후 나타난 우경화 현상은 일본사회가 그동안 핵과 평화를 두고 보여온 이중적 태도와 연결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먼저 1945년 이후 일본사회가 강조해온 평화의 역설을 설명했다. 그는 "일본 전후 질서를 지탱해온 평화주의는 일종의 과잉 규정이었다"며 "현실은 못 따라가는데 용어가 앞서나가 실상을 은폐하는 마취효과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마취효과는 첫 번째 아토믹 선샤인 '미국의 핵우산' 속에서 나타났던 일이다.

'아토믹 선샤인(Atomic sunshine)'은 1946년 일본이 미국의 점령 상태에 있던 시절, 민정국장이던 코트니 휘트니 준장이 일본 정부 관리들에게 "우리는 원자력이 내뿜는 햇볕 속에서 해바라기를 즐기고 있다"고 한 것을 뜻한다. 휘트니 준장은 일본에 ▲ 절대주의 천황제가 아닌 상징 천황제를 두고 ▲ 모든 군사력의 보유와 행사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맥아더 3원칙'을넘기며 이 말을 남겼다.

그후 일본은 '맥아더 3원칙'을 참고해 헌법을 개정한다. 무장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가 만들어졌고, '일본은 핵무기를 갖거나 수입하거나 개발하지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이 등장했다. 하지만 권 교수는 "그럼에도 자위대와 일본 주둔 미군이 있는 것은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또 "일본은 간접적으로 미국의 핵우산 속에 들어가 있는 만큼,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일본 스스로 핵무기를 개발할 이유가 없다"며 '비핵 3원칙'에 감춰진 현실을 지적했다.

"원전 폐기 좌우통일전선? 원전 없앤다면 정치 극우화해도 괜찮은가?"

▲ 권혁태 성공회대 교수는 9일 강연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내 원전여론이 높아졌지만 정치는 오히려 우경화했다"며 "'일본은 변했는데 한국만 그대로'란 식으로 문제를 바라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 박소희

전후 일본사회는 '원자력 폭탄의 피해'를 강조하면서도, 두 번째 아토믹 선샤인 '원자력이 가져올 번영'은 다른 것으로 여겼다. 1940년대 큰 인기였던 만화 (우주소년 아톰)의 주인공 아톰은 '우라늄'이란 형제가 있었고, 우라늄이 '신비의 광물'이라며 홍보하던 시절도 있었다. 사람들은 원자력 폭탄과 원자력 발전을 철저히 구분했다. 그리고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사람들은 또 다시 이 지점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기존 구도로 설명 안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원전에 반대한다면, 극우파여도 어떠냐'는 통일전선 같은 걸 말하더라. 원전 반대가 중요하지만, 좌우에 상관없다면? 원전 폐기를 주장하면서도 정치가 마구 오른쪽으로 간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원전을 없애도 헌법은 개정해 자위대를 군대로 하고, 심지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이 일본과 원전반대운동을 연대할 때, 이런 흐름을 염두에 둬야 한다. 후쿠시마 사고를 일본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게 이 뜻이다."

권 교수는 강연 끝 무렵 "세계에서 피폭자가 가장 많은 곳이 일본이라면, 그 다음은 한국, 북한일 텐데 우리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일본의 경험'으로만 말한다"며 조선인 피폭자 이야기를 꺼냈다. 그들이 왜 피폭 당했는지, 핵무기란 무엇인지를 말하며 핵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한국 사회는 그들을 역사에서 사실상 지워버렸다. 권 교수는 "지금도 학생들에게 '합천에 한국인 피폭자가 있다'고 하면 '처음 듣는다'고 반응한다"며 "역사적 경험을 어떻게 남겨놓고 전승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과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은 후쿠시마 사고 2주년을 맞이해 11일부터 '원전을 넘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란 주제로 핵 다큐사진가 모리즈미 다카시의 사진전, 세바스찬 플루크바일 독일 방사선방호협회 회장 강연 등 여러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 후쿠시마 원전사고 2주년 기념 주간 행사 일정 ⓒ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탈핵에너지전환

박소희(sost)

2013년 2월 3일 일요일

우리 아파트에도 초소형 태양광발전기 하나 설치해봐?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현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1-30일자 기사 '우리 아파트에도 초소형 태양광발전기 하나 설치해봐?'를 퍼왔습니다.

가전제품처럼 베란다에 간단히 설치, 월 20㎾h 전력 생산
도시의 `에너지 농부' 되고 핵발전 의존 벗어나는 실천 방법

» 아파트에도 초소형 태양 전지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필자의 집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

대사관이 많은 서울 성북동 일대에는 지붕 위에 태양 전지판을 올린 주택이 제법 많다. 부자 동네인 만큼 전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누진요금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지식경제부는 매달 600㎾h(킬로와트시) 이상 사용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햇살가득홈' 제도를 마련했다. 이 제도에 따라 태양광 업체가 금융기관 융자를 받아서 전기 다소비 가구에 태양광을 설치해주면, 설치한 가구가 줄어든 전기요금 만큼 시설비를 상환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에서 자비를 들이지 않고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제도인데, 바람직한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일반 가정에서 설치하는 태양광은 주로 3㎾급으로 한 달에 300~400㎾h 정도를 생산한다. 한 달에 350㎾h를 사용하는 가구라면 태양광 만으로 전력을 자급할 수 있고, 매달 나오는 전기요금 6만 1250원을 아낄 수 있다.

현재 태양광 1㎾당 설치비는 300만원인데, 지난해까지는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이 최대 50%였다. 태양광 패널의 보증기한이 20~25년이고, 앞으로 전기요금 상승까지 감안하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도시에서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자기 집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양지바른 남향으로 지붕이나 옥상이 있어야 하고, 주변 건물에 태양이 가리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태양광으로 집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충당한다는 생각을 버린다면 초소형 태양광을 설치해 소비하는 전력의 일부를 충당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태양광을 꼭 3㎾급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서울 성북구의 볕이 잘 드는 2층 전셋집에 사는 나도 드디어 태양광을 설치했다. 85W짜리 태양광 발전기 두 개를 남쪽으로 난 창 두 개에 하나씩 설치했다. 계통연계형 초소형 태양광 발전기(170W)인데, 일반 가정용 3㎾ 용량의 약 18분의 1이니 초소형이라 할 만하다.

한 달에 최대 20㎾h 정도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나처럼 전기를 적게 사용(한 달에 100㎾h 미만)하는 사람에겐 이렇게 작은 발전기가 필요하다. 전기를 더 아껴서 사용하면 사용량의 4분의 1 정도는 충당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물론 이사 갈 때도 떼어 가지고 갈 것이다. 

■ 4년치 전기요금을 한꺼번에 쓴 이유 

» 스탠포드사와 썬 파워사가 개발한 베란다 태양광

이 발전기를 구입해 설치하는 데는 50만~60만원이 든다. 4년치 전기요금이고, 경제성만 따지면 망설여지게 된다. 그러나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운동을 하는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도시에서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서울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펼치는 것을 보고 도시에 적합한 태양광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국내외 정보를 찾다 보니 외국에서는 베란다 태양광 제품이 판매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에너지 자립에 관심있는 분들은 이미 초소형 태양광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었다. 

더욱이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에는 전력생산에 들어가는 사회적, 환경적 비용은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 전력의 30%는 위험한 에너지, 원자력으로 생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전기요금이 터무니없이 저렴한 것은 송전탑 때문에 6년째 싸우고 있는 밀양의 할머니들의 눈물과 원자력신규부지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삼척과 영덕 주민들의 고통이 고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요금의 0.037%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조성된다. 전기요금 3만원을 내는 가정이면 매달 1000원 정도를 이 기금으로 내는 셈이다. 이렇게 내는 돈의 일부는 원자력문화재단의 예산으로 쓰여 아이들에게 "원자력 에너지는 청정에너지이다"라고 홍보하고 교육하는데 쓰인다. 올해도 76억 5000만원이 이런 홍보를 위해 배정되었다.

한국사회가 탈핵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녹색당원이 된 나는 내가 쓰는 전력량에 비례해 그 돈이 원자력 진흥에 쓰인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태양광을 달았다. 

정부의 ‘절약’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조금은 삐딱하게 원전과 대형발전소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태양광을 설치했다. 국민에게 어떤 에너지를 얼마나 쓸지 한번 물어보지도 않고, 원자력만이 대안이라는 식으로 추진해나가는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표시이다. 

■ 너무 쉬운 태양광발전기 설치 방법

이런 거창한 뜻에서 시작했지만 실제 태양광발전기의 설치 방법은 정말 간단했다. 먼저 해가 잘 드는 곳에 태양전지판을 고정시켰다. 태양전지판을 마이크로 인버터(220W)에 연결하고, 인버터에 달린 코드를 콘센트에 꽂아주면 끝이다. 전지판을 고정하는데 시간이 걸릴 뿐 나머지는 순식간에 할 수 있다. 설치하는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 

» ①태양광 패널 고정

» ② 패널 두 개 연결

» ③태양광과 인버터 연결

» ④인버터 코트 콘센트에 꽂기

태양광발전은 실리콘으로 만든 태양전지에 햇빛이 내리쬐면 직류전기가 발생하고, 이를 인버터로 교류전기로 바꿔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태양광 패널, 인버터, 전선만 있으면 쉽게 설치할 수 있다.

일반가정에 설치하는 방식은 계통연계형으로 낮에는 전력을 생산해 주택에 전력을 공급하고 여분은 계통을 통해 한전으로 역송전한다. 밤에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 못할 경우 계통에서 부족한 전기를 공급받아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태양광전기를 콘센트에 꽂으면 바로 우리집 계통전력에 맞물리게 된다. 

■ 태양광발전기를 가전제품처럼 


이건 마치 집에 텔레비전을 설치하는 것과 비슷하다. 텔레비전을 사서 적당한 장소에 두고 텔레비전 코드를 콘센트에 꼽는 거나, 태양광 판넬을 고정시키고 인버터에서 나온 코드를 콘센트에 꼽는 것이나 방법은 비슷하다.

만약에 이런 소형 태양광발전기가 가전제품처럼 보급된다면, 도시에서 에너지 생산자가 많아질 것이고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이 잘 추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월드컵 공원과 같이 상징적인 건물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시민들이 창가나 아파트 베란다에 초소형태양광을 설치해서 실제로 생활에서 직접 사용하는 것도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렇기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일반 가정에서 태양광을 설치해서 사용하려면 한전의 요구에 따라 태양광 전문시설업자의 시설 설치 확인서가 필요하다.

그런데 내가 설치한 170W 용량의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려고 전문시설업자가 나선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된다. 손 기술이 있는 사람은 부품을 사다가 직접 설치하면 된다. 그리고 이 제품을 실제로 세트로 묶어서 판매하는 기업도 있다.

게다가 전기를 생산해 한전에 팔 것도 아니고, 집에서 전량 소비하는데다 전력 생산량이 작아서 계통에도 문제가 안 된다. 만약에 직류에서 교류로 전환해서 사용하는 전기의 품질을 관리해야 한다면 마이크로인버터의 기술기준을 설정하고 품질관리를 하면 될 것이다.

기술 성능 인증을 받은 인버터를 사용하면, 초소형 태양광발전기 설치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으로 바꾸면 좋겠다. 지금까지 가정용 태양광이 3㎾가 기준이었기 때문에 마이크로인버터의 기술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설치한 소형 태양광에 대해 한전에 문의를 하면 “초소형이기 때문에 신고할 필요가 없다”에서부터 “모르겠다”, “무조건 설치확인서가 있어야 한다” 등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

정부에서 기준을 만들어서 초소형 태양광발전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간다면 에너지관리공단의 신재생에너지설비 인증에 '마이크로 인버터' 항목을 넣어 우수한 제품을 구매할 경우, 일정 수준의 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행 가정용 3㎾급 태양광발전기 설치에도 그린홈 100만호 추진사업으로 40%에 달하는 보조금을 주고 있다. 이 제도를 초소형에도 확대 적용한다면 아주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서울시에서도 소형 태양광보급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 우리나라 아파트에 초소형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모습.

■ 도시의 '에너지 농부'가 되자

도시에서 초소형 태양광발전기가 늘어나는 것은 정의로운 에너지를 위한 ‘연대’라고 생각한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삼척과 영덕 주민들의 짐을 덜어주고, 송전탑 건설로 6년째 싸우고 있는 밀양과 청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눈물을 위로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다. 이 작은 태양광 발전기를 보급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태양경제가 조금이라도 자리를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은 실험이다. 매일 태양 한번 쳐다보고 작은 태양광 발전기사 생산해 내는 전력량을 지켜 보면서 이 일이 확산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올해에는 녹색당 당원들과 함께 “원전 하나 줄이기” 같은 생활 활동도 해봤으면 좋겠다.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도 초소형 태양광발전기를 달기로 했다.

그렇게 작은 '태양의 씨앗'들이 에너지를 소비만 해온 도시에 뿌려졌으면 좋겠다.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나니 탈핵과 에너지 전환에 대해 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자신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2013년 우리 동네 작은 햇빛발전소 운동, 이제 시작이다.  

이유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2013년 1월 24일 목요일

바로! 지금! 탈핵-공공성 연석회의가 필요


이글은 레디앙 2013-01-23일자 기사 '바로! 지금! 탈핵-공공성 연석회의가 필요'를 퍼왔습니다.
[에정칼럼] 성공한 연대는 추억과 무용담, 실패한 연대는 악연을....

박근혜 인수위의 거침없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경부에 통상기능까지 부여하는 정부조직개편안에 기후에너지부를 만들자는 시민사회의 외침은 단칼에 묵살되었다.
에너지부문의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노동계의 요구는 민간발전소와 가스직도입 대폭확대로 가닥을 잡아 가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진흥과 안전 기능을 분리했지만, 다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회귀하게 됐다. 두 달여 후에 공개될 박근혜 인수위보고서가 담고 있을 에너지․기후분야 국정과제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걱정이다.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단련됐다고 자위해 보지만, 답답함을 떨쳐버리기엔 역부족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누구와 함께 저항하고, 그리고 공동의 대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탈핵과 공공성 의제를 논의하자

진보신당 대표선거에 출마한 김현우는 지난해 “탈핵 노동시간 단축법 3종 세트 만들자(기사링크)”는 제하의 레디앙 칼럼을 통해 제조업의 심야노동 제한법, 사무직의 칼퇴근법, 대형매장과 편의점의 운영시간 제한법 등을 노동계에 공개 제안한 바 있다.
여기에 탈핵기본법과 에너지공공성기본법을 추가해, 5개의 의제를 기초로 노동-정당-시민사회 연석회의를 개최하면 어떨까?
기존의 많은 연대기구가 있는데, 불필요한 옥상옥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기존의 탈핵 연대기구가 대중적 힘으로 강력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거칠게 표현하면 노동은 탈핵에 미온적이고, 정당은 당파적이며, 시민사회는 오직 탈핵을 외쳐 온 것은 아닐까? 탈핵과 노동을 고민하는 진보진영은 박근혜의 5년을 어떤 목표와 전략, 그리고 무기를 가지고 대응할 것인가?

경계를 넘어 무지개동맹을 만들자

공공운수노조와 의정포럼․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기후정의연대, 민주당․진보정의당․통합진보당․진보신당․녹색당과 핵없는 세상/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과 탈핵 교수/법률가/의사 모임 등 에너지전환을 고민하는 다양한 조직과 연대기구들이 있다.

 
2005년 열렸던 노동과 환경을 연대를 모색하는 심포지움(자료사진)

이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키워드는 ‘탈핵’과 ‘에너지 공공성’이다. 두 의제를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 5년 동안 공동의 캠페인․교육․정책 활동을 중앙과 지역차원에서 전개하고, 조직을 동원하는 큰 행사를 1년에 한 두 차례 정도 진행한다면, 이것을 한국판 아폴로동맹(미국, 청정에너지와 좋은 일자리, 노동-환경 연대 기구)으로 명명해도 되지 않을까?
일단 거창한 연대조직을 만들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느슨한 네트워크 접근으로 각 단위의 집행책임자들의 차모임이나 호프모임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도 방법일 듯 싶다.
네트워크의 형식보다는 오히려 공동의 요구사항을 담은 팜플릿 하나가 더욱 소중한 실천일 수 있다. 아울러 탈핵과 공공성 의제를 중심으로 한 연대가 지체되고 있는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하나의 입구가 될 수도 있다.

5년 후 집권의 콘텐츠를 준비하자

묻지마 야권연대의 시대는 지난 총선을 끝으로 이미 소멸한 것일지도 모른다. 원칙과 논리뿐만이 아니라 설득력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 대중의 요구이다.
한편, 당면한 구조조정이나 환경파괴의 위협에 올인하는 전략은 노동-환경진영의 체질을 약화시켜 왔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지금이 박근혜 이후를 준비할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소위 대선 멘붕은 역설적으로 지지자를 결집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어주는 측면이 있다. 향후 정치일정을 보면,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으로 이어진다.
각 국면마다 진보-녹색진영이 얼마나 제대로 준비하느냐가 관건인데, 역시 핵심은 집권의지를 채워줄 콘텐츠에 있다. 기존의 진보-개혁 씽크탱크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제 정당연구소와 노동․시민 연구소, 그리고 대학연구소 등이 협동연구를 진행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예컨대 탈핵과 공공성 의제를 정치일정과 연계해 공동 정책보고서를 발간하고, 언론사와 연계해 토론회 등 기획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우선적으로 지방선거 대응 정책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추진하는 것부터 논의할 수 있다.

연대의 시너지를 교육과 캠페인으로 확장하자

다수의 연대는 일회적이거나 단면적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 함께하는 조직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의식적 노력이 강화될 때 효과적인 공동대응이 가능한 것이 상식일 것이다. 문화적 공감대의 확산이 지속가능한 연대를 가능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대의 내용과 형식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정책연대의 과정에서 조직 간의 교차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낮은 차원에서는 프로그램과 강사진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의 교육사업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을 프로그램화해서 발전시킨다면 더욱 생산적인 일이다. 어쩌면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자산인 사람의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연대의 목표를 더욱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연대는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모든 것이 동일하다면 사실상 한 조직인 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연대사업은 자신과 상대를 지치게 하곤 한다. 성공한 연대는 추억과 무용담을 남기지만, 실패한 연대는 악연을 만들곤 한다. 짧은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연대의 시작 시점에서 참가단위 간에 목표․활동․기간․책임을 분명히 할 때, 상호간의 과도한 기대나 책임 떠넘기기, 얄미운 잇속 챙기기 등 힘겨운 정신노동 없이 소기의 성과를 얻는다는 점이었다.
세 사람이 모이면 일을 시작할 수 있고, 다섯이면 재밌는 판을 만들고, 열 이상이면 소기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개인적 믿음으로 “탈핵-공공성 연석회의”를 제안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상상력과 연대, 그리고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이다.

이강준 /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2012년 12월 4일 화요일

불안해 죽겠는데...박근혜 후보는 회피하시네요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12-04일자 기사 '불안해 죽겠는데...박근혜 후보는 회피하시네요'를 퍼왔습니다.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⑥] 원전 중심? 탈핵? 공식입장 밝히지 않는 박근혜

치명적인 핵발전소 사고들이 은폐되고, 4대강에서 수십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죽어 떠오르고, 화학물질 관리 부실로 산모와 아이들이 죽음을 당하고, 가축과 동물들이 살처분 당하고 있습니다. 생태의 민주화가 가능해야 경제의 민주화도 가능합니다. 지난 정부의 환경정책을 검증하고 새로운 복원과 치유에 대해 논의할 때입니다. 범 환경진영은 새로운 5년이 생태적 치유와 복원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이를 제안하는 글을 10여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대통령 선거가 이제 16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다른 어느 때보다 정책 토론이 실종돼 있다. 대통령 후보들의 정책 TV 토론은 기껏해야 3번 정도밖에 예상할 수 없다고 하는데 반론과 질문이 없는 토론이 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두 유력한 후보가 경합 중인데 복지정책이나 일자리 정책, 경제민주화 정책 등 겉보기로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그러다 보니 양쪽 캠프에서는 서로 과거에 대한 공격뿐이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명백히 다른 정책 중 하나가 핵발전소, 원전에 대한 입장이다. 전국 76개 환경, 시민사회, 노동, 생협, 종교 단체로 구성된 '핵없는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지난 10월 30일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캠프에 핵에너지와 에너지정책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전달했다. 

문재인, 안철수 캠프는 이미 '신규원전 중단, 노후 원전 폐쇄' 입장을 밝혔다. 탈원전 사회로 가기 위한 수요관리와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도 밝히면서 예산과 제도 등의 구체적인 지원책까지 밝혔다. 

새누리당은 원전 찬성, 박근혜 후보는?

▲ 11월 27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지자를 향해 두손을 들어보이고 있다(자료사진). ⓒ 유성호

하지만 박근혜 캠프는 환경정책학회 등이 주최한 '대선 후보들의 환경 에너지 정책' 토론회에서도, 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대선환경정책 토론회'에서도 에너지 및 환경정책에 대해 백지를 제출했다. 핵없는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이 제출한 질의서에 대해서도 한 달이 넘은 지금껏 공식입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후보가 어떤 입장인지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그가 대표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입장은 명확하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당의 상징인 비례대표 1번은 원자력연구원 출신인 '민병주'를 선출했다. 민병주 의원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한국수력원자력(주)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변호하기에 바빴다.

▲ 박근혜 대통령 후보(오른쪽)과 민병주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새누리당은 19대 총선에서 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이 요청한 핵발전 및 에너지 정책에 대한 질의서에서 공식적으로 답변을 거부했으며 정책 토론회도 거부했다. 그리고 발간된 중앙 공약집에는 에너지 정책이 아예 빠졌다. 지역 공약집에서는 '현실적으로 기름과 가스가 나지 않는 나라에서 원자력은 필수 불가결한 에너지원입니다. 국내 원전의 절반이 위치한 경북에 원전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수출산업화를 위한 원자력 기반 연구·산업벨트를 조성하겠습니다'라면서 노골적인 핵발전 확대 정책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는 무응답이다. 환경과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정책이 이미 한 달 전 후보에게 전달됐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후보가 직접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공식 입장을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원자력 발전소 증설은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다. 문재인 후보는 '반대'라고 했지만 박근혜 후보는 '조건부 반대'라고 했다. 

'조건부 반대'는 핵발전의 안전관리를 강조하면서 증설에는 신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원자력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안전성'을 높이되 '신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국민들에게 홍보하고 설득하겠다는 얘기다. 원자력 마피아(정치, 경제, 언론, 학계 등 원자력 이익집단)들의 주장과 같다.

원자력마피아도 새롭게 원전을 추가 건설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어떨 때는 원전이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될 것이라고도  말한다. 100년 후쯤 말이다. 지금은 재생가능에너지도 부족하고 화석연료도 없으므로 원전이 당분간 전력공급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가 확보될 때까지 원전을 늘려야 한다는 '조건부 반대'를 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들의 로드맵에서 재생가능에너지는 언제나 부족하다.

무너진 원전 안전신화, 한국이 위기다

▲ 세계에너지원별 연간 성장률. ⓒ 지구환경보고서 월드워치연구소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재생가능에너지가 확대되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계적으로 바이오,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가능에너지가 20~50%를 넘는 연간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서 계획한 연간 8.7% 성장률도 언감생심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정책이 중단된 이후로 태양광 산업계에 찬물이 끼얹어진 상황이다. 관련 예산 투여도 G20 국가 중에 15위로 인도네시아의 1/3수준, 4천억 원 정도다. 반면에 원전 증설을 위해서만 2024년까지 33조 이상 투여될 계획이다. 세계는 2010년 한 해만 재생가능에너지에 211조 원을 투자했다.

▲ 세계 가동 중인 원전 현황(2012. 12. 3일 현재) ⓒ IAEA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세계는 원전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진실을 목도했다. 핵연료 피복관, 원자로용기, 격납건물까지 5중 방호벽, 다중성, 다양성, 독립성 등의 안전장치는 무용지물이었음을 확인했다. 더 이상 백만년이나 천만년에 한 번 노심 용융(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사고)이 일어날 것이라는 확률을 바탕으로 한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가 의미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원자력 안전신화는 무너졌다.

최근 드러난 우리나라 핵발전 산업계에 만연한 비밀과 폐쇄주의, 비리, 안전불감증과 더불어 불량부품 공급 사태는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게다가 고리 1호기 정전 은폐사고나 10년간 품질검증서 위조 부품 사용, 영광 3호기 원자로 헤드 관통관 균열 등 일련의 안전사고를 보고 있자면, 핵발전소 안전을 책임지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존재하는 지 의문스러울 지경이다. 

역사적으로 원전가동 수가 많았던 나라들이 대규모 원전 사고를 일으켰다. 미국(104기), 구소련(66기), 일본(54기)에서 차례대로 사고가 발생했다. 이제, 프랑스(58기)와 우리나라(23기)가 남았는데 프랑스는 2025년까지 24기를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는 2024년까지 노후원전 폐쇄계획은 없고 11기를 추가로 더 건설 가동할 예정이다. 

대형사고에는 불량부품, 안전불감증의 가동문화 그리고 자연재해의 3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다행히 자연재해가 비껴갔다. 앞으로도 그럴 보장이 있을까?

원전 안전에 대해서는 회복할 '신뢰'가 없다. 원전은 그 자체가 매우 위험한 기술이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폐쇄해야 한다. 원전 증설에 '신중'할 필요가 없다. 

원자력마피아들은 핵발전소를 줄이면 전기요금이 올라간다고 협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업계 전기요금은 중국보다도 30~40% 싸다. 때문에 전기를 많이 쓰는 해외 공장들이 우리나라에 자리잡고 있다. 공기업인 한전이 한 해 수조 원의 적자를 지면서도 원가 이하로 산업계에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이들의 영업 이익을 보장해주는 꼴이다. 상업건물들이 사용하는 전기요금 올려야 한다. 비용을 다 지불하지 않는 전기다소비자들은 요금을 제대로 내야 한다. 이들이 쓰는 전기가 전체 수요량의 80%가량인데 요금은 일반 가정 전기요금의 2/3정도로 싸다. 누진율도 없다. 

우리나라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적 잠재량 높아

핵발전소 발전단가가 싼 이유는 핵발전소 폐로비용, 핵폐기물 처분비용, 원전 사고 비용을 미래세대에 전가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안전을 담보로 높은 가동률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핵발전소는 세계에서 가장 혹사당하고 있다.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다. 

우리나라의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적 잠재량은 매우 높다. 기술적 잠재량은 현재 기술로, 기기의 효율까지 고려한 양이다. 현재 태양광에너지의 기술적 잠재량은 2030년 최종 에너지 사용량의 세 배가량 된다. 효율이 계속 개선되고 있어서 현재 우리가 쓰는 전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면적도 작년에는 6.7% 였는데 올해는 4.5%이면 된다. 3면이 바다라서 풍력 자원도 풍부하다. 

자, 박근혜 후보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원자력 마피아와 같은 입장인가? 아니면 원전 증설 중단하고 노후 원전 폐쇄하는 탈핵·탈원전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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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원영(wawa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