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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3일 일요일

우리 아파트에도 초소형 태양광발전기 하나 설치해봐?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현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1-30일자 기사 '우리 아파트에도 초소형 태양광발전기 하나 설치해봐?'를 퍼왔습니다.

가전제품처럼 베란다에 간단히 설치, 월 20㎾h 전력 생산
도시의 `에너지 농부' 되고 핵발전 의존 벗어나는 실천 방법

» 아파트에도 초소형 태양 전지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필자의 집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

대사관이 많은 서울 성북동 일대에는 지붕 위에 태양 전지판을 올린 주택이 제법 많다. 부자 동네인 만큼 전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누진요금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지식경제부는 매달 600㎾h(킬로와트시) 이상 사용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햇살가득홈' 제도를 마련했다. 이 제도에 따라 태양광 업체가 금융기관 융자를 받아서 전기 다소비 가구에 태양광을 설치해주면, 설치한 가구가 줄어든 전기요금 만큼 시설비를 상환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에서 자비를 들이지 않고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제도인데, 바람직한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일반 가정에서 설치하는 태양광은 주로 3㎾급으로 한 달에 300~400㎾h 정도를 생산한다. 한 달에 350㎾h를 사용하는 가구라면 태양광 만으로 전력을 자급할 수 있고, 매달 나오는 전기요금 6만 1250원을 아낄 수 있다.

현재 태양광 1㎾당 설치비는 300만원인데, 지난해까지는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이 최대 50%였다. 태양광 패널의 보증기한이 20~25년이고, 앞으로 전기요금 상승까지 감안하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도시에서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자기 집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양지바른 남향으로 지붕이나 옥상이 있어야 하고, 주변 건물에 태양이 가리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태양광으로 집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충당한다는 생각을 버린다면 초소형 태양광을 설치해 소비하는 전력의 일부를 충당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태양광을 꼭 3㎾급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서울 성북구의 볕이 잘 드는 2층 전셋집에 사는 나도 드디어 태양광을 설치했다. 85W짜리 태양광 발전기 두 개를 남쪽으로 난 창 두 개에 하나씩 설치했다. 계통연계형 초소형 태양광 발전기(170W)인데, 일반 가정용 3㎾ 용량의 약 18분의 1이니 초소형이라 할 만하다.

한 달에 최대 20㎾h 정도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나처럼 전기를 적게 사용(한 달에 100㎾h 미만)하는 사람에겐 이렇게 작은 발전기가 필요하다. 전기를 더 아껴서 사용하면 사용량의 4분의 1 정도는 충당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물론 이사 갈 때도 떼어 가지고 갈 것이다. 

■ 4년치 전기요금을 한꺼번에 쓴 이유 

» 스탠포드사와 썬 파워사가 개발한 베란다 태양광

이 발전기를 구입해 설치하는 데는 50만~60만원이 든다. 4년치 전기요금이고, 경제성만 따지면 망설여지게 된다. 그러나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운동을 하는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도시에서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서울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펼치는 것을 보고 도시에 적합한 태양광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국내외 정보를 찾다 보니 외국에서는 베란다 태양광 제품이 판매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에너지 자립에 관심있는 분들은 이미 초소형 태양광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었다. 

더욱이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에는 전력생산에 들어가는 사회적, 환경적 비용은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 전력의 30%는 위험한 에너지, 원자력으로 생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전기요금이 터무니없이 저렴한 것은 송전탑 때문에 6년째 싸우고 있는 밀양의 할머니들의 눈물과 원자력신규부지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삼척과 영덕 주민들의 고통이 고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요금의 0.037%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조성된다. 전기요금 3만원을 내는 가정이면 매달 1000원 정도를 이 기금으로 내는 셈이다. 이렇게 내는 돈의 일부는 원자력문화재단의 예산으로 쓰여 아이들에게 "원자력 에너지는 청정에너지이다"라고 홍보하고 교육하는데 쓰인다. 올해도 76억 5000만원이 이런 홍보를 위해 배정되었다.

한국사회가 탈핵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녹색당원이 된 나는 내가 쓰는 전력량에 비례해 그 돈이 원자력 진흥에 쓰인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태양광을 달았다. 

정부의 ‘절약’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조금은 삐딱하게 원전과 대형발전소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태양광을 설치했다. 국민에게 어떤 에너지를 얼마나 쓸지 한번 물어보지도 않고, 원자력만이 대안이라는 식으로 추진해나가는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표시이다. 

■ 너무 쉬운 태양광발전기 설치 방법

이런 거창한 뜻에서 시작했지만 실제 태양광발전기의 설치 방법은 정말 간단했다. 먼저 해가 잘 드는 곳에 태양전지판을 고정시켰다. 태양전지판을 마이크로 인버터(220W)에 연결하고, 인버터에 달린 코드를 콘센트에 꽂아주면 끝이다. 전지판을 고정하는데 시간이 걸릴 뿐 나머지는 순식간에 할 수 있다. 설치하는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 

» ①태양광 패널 고정

» ② 패널 두 개 연결

» ③태양광과 인버터 연결

» ④인버터 코트 콘센트에 꽂기

태양광발전은 실리콘으로 만든 태양전지에 햇빛이 내리쬐면 직류전기가 발생하고, 이를 인버터로 교류전기로 바꿔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태양광 패널, 인버터, 전선만 있으면 쉽게 설치할 수 있다.

일반가정에 설치하는 방식은 계통연계형으로 낮에는 전력을 생산해 주택에 전력을 공급하고 여분은 계통을 통해 한전으로 역송전한다. 밤에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 못할 경우 계통에서 부족한 전기를 공급받아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태양광전기를 콘센트에 꽂으면 바로 우리집 계통전력에 맞물리게 된다. 

■ 태양광발전기를 가전제품처럼 


이건 마치 집에 텔레비전을 설치하는 것과 비슷하다. 텔레비전을 사서 적당한 장소에 두고 텔레비전 코드를 콘센트에 꼽는 거나, 태양광 판넬을 고정시키고 인버터에서 나온 코드를 콘센트에 꼽는 것이나 방법은 비슷하다.

만약에 이런 소형 태양광발전기가 가전제품처럼 보급된다면, 도시에서 에너지 생산자가 많아질 것이고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이 잘 추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월드컵 공원과 같이 상징적인 건물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시민들이 창가나 아파트 베란다에 초소형태양광을 설치해서 실제로 생활에서 직접 사용하는 것도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렇기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일반 가정에서 태양광을 설치해서 사용하려면 한전의 요구에 따라 태양광 전문시설업자의 시설 설치 확인서가 필요하다.

그런데 내가 설치한 170W 용량의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려고 전문시설업자가 나선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된다. 손 기술이 있는 사람은 부품을 사다가 직접 설치하면 된다. 그리고 이 제품을 실제로 세트로 묶어서 판매하는 기업도 있다.

게다가 전기를 생산해 한전에 팔 것도 아니고, 집에서 전량 소비하는데다 전력 생산량이 작아서 계통에도 문제가 안 된다. 만약에 직류에서 교류로 전환해서 사용하는 전기의 품질을 관리해야 한다면 마이크로인버터의 기술기준을 설정하고 품질관리를 하면 될 것이다.

기술 성능 인증을 받은 인버터를 사용하면, 초소형 태양광발전기 설치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으로 바꾸면 좋겠다. 지금까지 가정용 태양광이 3㎾가 기준이었기 때문에 마이크로인버터의 기술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설치한 소형 태양광에 대해 한전에 문의를 하면 “초소형이기 때문에 신고할 필요가 없다”에서부터 “모르겠다”, “무조건 설치확인서가 있어야 한다” 등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

정부에서 기준을 만들어서 초소형 태양광발전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간다면 에너지관리공단의 신재생에너지설비 인증에 '마이크로 인버터' 항목을 넣어 우수한 제품을 구매할 경우, 일정 수준의 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행 가정용 3㎾급 태양광발전기 설치에도 그린홈 100만호 추진사업으로 40%에 달하는 보조금을 주고 있다. 이 제도를 초소형에도 확대 적용한다면 아주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서울시에서도 소형 태양광보급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 우리나라 아파트에 초소형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모습.

■ 도시의 '에너지 농부'가 되자

도시에서 초소형 태양광발전기가 늘어나는 것은 정의로운 에너지를 위한 ‘연대’라고 생각한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삼척과 영덕 주민들의 짐을 덜어주고, 송전탑 건설로 6년째 싸우고 있는 밀양과 청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눈물을 위로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다. 이 작은 태양광 발전기를 보급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태양경제가 조금이라도 자리를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은 실험이다. 매일 태양 한번 쳐다보고 작은 태양광 발전기사 생산해 내는 전력량을 지켜 보면서 이 일이 확산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올해에는 녹색당 당원들과 함께 “원전 하나 줄이기” 같은 생활 활동도 해봤으면 좋겠다.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도 초소형 태양광발전기를 달기로 했다.

그렇게 작은 '태양의 씨앗'들이 에너지를 소비만 해온 도시에 뿌려졌으면 좋겠다.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나니 탈핵과 에너지 전환에 대해 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자신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2013년 우리 동네 작은 햇빛발전소 운동, 이제 시작이다.  

이유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2012년 9월 9일 일요일

“원전을 달나라에 팔 거냐”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09-03일자 기사 '“원전을 달나라에 팔 거냐”'를 퍼왔습니다.
국제적 에너지 전문가 마이클 슈나이더, 국회 강연회서 "80기 수출 터무니없어" 지적
"기술과 산업기반 강한 한국이 왜 과거 유물 원전에 갇혀 있나"

» 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만난 마이클 슈나이더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을 계기로 정부는 2030년까지 80기의 원전을 수출해 세계 신규 원전 건설 시장의 20%를 차지해 3대 원전 수출 강국으로 성장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내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정책이기도 한 ‘원전수출’은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 회의 참석차 방한한 세계적 에너지 전문가 마이클 슈나이더를 3일 만나 그 전망을 물었다.
“에너지 전문가가 절대로 하지 않는 게 예측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수출을 하려면 시장이 필요한데 내가 보기엔 그런 시장은 없습니다. 아랍에미리트 수출처럼 재원조달 없이 건설을 시작한 예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돈을 끌어오기가 몹시 어려울 겁니다. 갈수록 줄어드는 세계 원자력 시장에서 80기를 수출한다는 건 터무니없는 계획입니다. 화성이나 달에 원전을 팔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그는 이날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세계 핵산업에 미래는 있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 녹색당, 진보신당,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등이 함께 주최한 자리였다. 

» '세계 핵산업에 미래는 있는가' 강연회가 3일 국회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 등의 주최로 열렸다.

그는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이후 세계 핵산업계의 붕괴가 가속화하고 있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핵산업계의 쇠퇴는 이미 두드러진 현상이었다”고 지적했다.
원자력이 국제 에너지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기의 11%, 일차 에너지의 5%, 최종 에너지의 2%에 지나지 않으며 감소 추세에 있다. 지난 20년 동안 세계에서 원자력 전기생산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은 1993년이었고 원자력 발전량이 최대였던 때는 2006년이었다.


또 하나의 두드러진 경향은 원전의 노후화이다. 전 세계 429기 원전의 평균 나이는 27살이다. 그는 “1985년 생산된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고 생각해 보라”며 이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살 이상은 155기, 40살 이상도 29기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원전은 고리1호기로 34살이다.


이처럼 쇠퇴하는 핵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중국, 인도, 한국 등 신흥공업국들이다. 현재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 59기 가운데 중국이 26기, 러시아, 10기, 인도 7기, 한국 3기 등이 4분의 3을 차지한다.



그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6~7년으로 안정적이던 원전 건설기간이 대중의 반대와 소송 등으로 안전규제가 강화되면서 10년 이상 걸리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산업 자체가 불안정해졌다”고 설명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미국에서 1972년 이래 유일하게 건설에 들어간 원전 ‘와츠 바-2’이다. 1970년 건설이 시작된 이래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며 43년째 건설중이며 2015년 상업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추가 건설비만 40억~45억 달러에 이른다고 슈나이더는 밝혔다.
이런 지체는 고스란히 비용 증가로 이어져, 원자력은 “알면 알수록 비용이 많이 드는” 이상한 기술이라고 그는 꼬집었다. 태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단가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과 선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주요 원자력발전 회사들의 주가 동향은 후쿠시마 사고 이전부터 원자력이 시장에서 점점 낮게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프랑스 정부가 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영 원전기업이자 세계 최대의 원전 건설회사인 아레바의 주가가 큰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는데도 지속적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은 단적인 예이다. 그는 “유일한 예외는 영국의 에스에스이인데, 이 회사는 얼마 전 원자력 부문에서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신용평가회사의 평가를 보아도, 아레바는 정크 등급 바로 위인 BBB-에 랭크돼 있다. 상위에 있는 이디에프, 한전 등은 정부가 보증하는 국영기업이기 때문에 등급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는 프랑스의 비엔피-파리바 은행이 신규 원전 건설을 평가한 보고서에서 ‘원자력 산업계는 공사 기간 연장과 예상 증가의 위험이 크고, 정치적 위험이 크며, 대중의 수용성이 확실하지 않고 (투자자의) 명성에 금이 갈 수 있으며, 무엇보다 경제성이란 개념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핵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태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두고 있다. 그는 “중국은 이 분야에 2009년 391억 달러, 2010년 544억 달러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했고 지난해에도 455억 달러를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원자력발전국이지만 지난해 재생에너지 분야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481억 달러를 투자했다. 슈나이더는 “미국, 중국에 이어 독일, 이탈리아, 인도, 영국, 일본 등이 이 분야에서 맹렬히 뛰고 있는데 한국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독일에서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원자력을 처음으로 넘어섰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새로운 원전 건설을 모두 동결한 중국에서는 지난해 풍력발전량이 원자력의 77%에 육박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원자력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 일본 등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프랑스는 사회당과 녹색당 연정인 올랑드 정부가 2025년까지 75%에 이르는 원자력 의존도를 50%로 낮추기로 하고, 이달 중 국가에너지정책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그는 “현 정부가 원전 2기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중요한 신호를 이미 보냈다”고 말했다. 또 일본도 국민의 반발이 워낙 커 이를 무릅쓰고 후쿠시마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22년까지 탈핵을 선언한 독일과 지난 20년간 세계 원자력 산업을 이끈 일본이 핵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에너지 효율 시스템, 지능형 전력망 등 기술 수준이 높고 산업 기반이 튼튼한 한국이 과거의 유물인 원전에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이클 슈나이더는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면서 유럽의회, 프랑스 독일, 벨기에 정부에 에너지정책을 자문하고 있으며 1997년 일본의 저명한 반핵운동가 다카기 진자부로와 함께 대안 노벨상으로 불리는 ‘바른 생활 상(Right Livelihood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근 를 출간했다.

■ 마이클 슈나이더 발표 슬라이드 자료는 물바람숲 코뮤니티의 '자료실'에 있습니다.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표=마이클 슈나이더

■ 고침: 세계 10대 재생에너지 투자국의 투자액을 보여주는 표에서 단위가 '1조달러'로 돼 있으나 '10억 달러'가 맞기에 바로잡습니다. 2012.9.4. 0930

조홍섭 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로서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2011년 12월 29일 목요일

중구난방(衆口難防), 무리의 입은 막을 수 없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1-12-29일자 기사 '중구난방(衆口難防), 무리의 입은 막을 수 없다'를 퍼왔습니다.
[시민정치시평] '뿌리 깊은 나무'와 SNS의 정치학

올해 가장 인기를 누렸던 TV 드라마 중 하나인 '뿌리 깊은 나무'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과정을 현대적인감각으로 극화한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조선을 건국하는데 핵심역할을 했던 밀본(密本)이라는 사대부 비밀결사가 세종의 한글창제를 막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들은 알기 쉽고 배우기 쉬운 글이 백성들에게 '역병처럼 퍼져나가면' 성리학의 해석권한을 독점한 사대부의 위치가 위협받게 되고, 종국에는 성리학의 국가인 조선마저도 멸망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반면, 드라마에서 세종은 신분제도의 역사적 한계에 갇혀 있지만, 민중들에게 표현하고 사고할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스스로의 권리를 찾게 하기위해서는 장래 조선왕조가 무너지는 것까지도 감수하는 계몽군주로 묘사된다. 드라마 작가가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파격과 욕설을 일삼는 세종의 캐릭터에는 故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최근 유행하는 나꼼수의 풍자스타일이 묘하게 묻어난다.

ⓒSBS

연말 들어, 이명박 정부의 사정기관들에서는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규제하기 위한 일련의 방책들을 내놓고 있다. 최근 수년간, 특히 올해에 와서 '역병처럼 번져나가' 정권의 존립마저 위협하게 된 SNS의 영향력에 대해 규제당국이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간 중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것을 불온하게 생각한 선관위가 '정치성향이 있는 유명인들이 SNS를 이용하여 투표독려를 위한 인증샷을 올려서는 안된다'는 모호하고 포괄적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었다. 이 방침은 곧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무력화되었는데, 여론의 반응은 거의 조롱과 놀림에 가까웠다. '유명인들'은 마스크를 쓰거나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로 인증샷을 올리는 방식으로 선관위의 규제방침을 공공연히 비웃었다. 선관위는 한발 물러서는 듯 했다. 하지만 뒤이어 몇몇 보수적인 시민들이 선관위 방침을 근거로 김제동 씨와 조국 씨를 선거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고발하자,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이어 검찰은 지난 12월 26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SNS 선거운동 처벌기준을 작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SNS 규제에 나섰다. 방통심의위는 SNS를 위원회의 심의대상으로 포함시킨데 이어 이를 규제하기 위한 전담팀도 꾸렸다. 방통위에 따르면 SNS가 개인 간의 사적인 의사소통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개인의 의견을 공공연히 퍼뜨리는 '공연성(公演性')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통해 허위사실 등이 유포될 경우, 계정자체를 폐쇄하는 등의 강력한 규제가 가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국의 이런 접근방식은 SNS에서 일어나는 시민의 의사소통이 본질적으로 예측하기 힘든 혼란을 야기한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부질없는 일을 하고 있다. 군중의 입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중구난방(衆口難防)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례와 용례가 사뭇 다르다는 점은 이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중구난방은 통상 어수선하고 종잡을 수 없이 제각각 떠드는 모양새를 부정적으로 표현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중국의 역사서인 십팔사략에 따르면, 중구난방이라는 고사성어의 유래는 이렇다. 주나라 소공(召公)이 여왕(周勵王)의 탄압 정책에 반대하며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개천을 막는 것보다 어렵습니다[防民之口 甚於防川]. 개천이 막혔다가 터지면 사람이 많이 상하게 되는데, 백성들 역시 이와 같습니다. 그러므로 내를 막는 사람은 물이 흘러내리도록 해야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말을 하게 해야 합니다"라고 충언하였다. 그러나 여왕은 소공의 이 같은 충언을 따르지 않았다. 결국 백성들은 국인폭동(國人暴動)으로 알려진 난을 일으켰고, 여왕은 도망하여 평생을 갇혀 살게 되었다.

여왕이 없는 동안 일부 제후와 재상이 왕을 대신하여 집정(執政)하던 시기를 공화(共和)라 불렀는데, '공화제(共和制)'란 말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중구난방은 공화제의 가장 중요한 원리인 셈이다.

그런데, 지배자들에게 백성의 생각과 말이 자유롭게 표현되는 상황은 종잡을 수 없는 무질서와 혼란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였던 반면, 중구난방의 고사에서는 백성들의 생각과 말을 개천에 비유함으로써 사실상 그 속에 일정한 경향과 흐름, 즉 시대정신이라 할 만한 것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구난방이 무질서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알려지고 이용되게 된 까닭은 민주주의에 대한 통치자들의 원초적인 두려움과공포가 반복적으로 이 용어의 해석에 작용해온 탓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리의 입을 통해 표현되고 있는 오늘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2011년은 전 지구적 의미에서 '중구난방'의 한 해였다고 볼 수 있다. 연초 시작된 아랍과 북아프리카에서의 민주화 도미노가 금융자본주의의 심장부인 월스트리트 점거시위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유럽과 전 세계로 '역병처럼 퍼져나가' 전지구적인 민주주의 운동의 흐름을 형성하였다. 한국에서도 시민이 주도하는 민주주의의 흐름은 여지없이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 흐름은 시민들의 신속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가능케 한 SNS 시스템에 의해 촉진되고 있다.

사실 아랍/북아프리카와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북미/유럽은 체제/문화/지리적 공간 모든 면에서 매우 다른 것으로 보이지만, 자본주의 세계체제라는 맥락에서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아랍/북아프리카는 현대자본주의 문명의 핵심을 이루는 석유라는 화석연료가 집중적으로 매장되어 있는 지역으로서, 서구제국의 편의에 의해 인위적으로 분할되어 반(半)봉건적인 혹은 소수 권위주의 지배자가 통치하는 국가들간 서로 반목하는 체제로 유도되고 관리되어 온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그 점에서 서구국가들이 이슬람 세계의 민주화와 화해를 촉구해온 것은 다분히 이중적이고 의례적인 것으로서 해당 공동체 구성원들이 진정으로 희구해온 민주주의와는 동떨어진 것이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이어진 테러와의 전쟁은 이러한 모순적 연관을 극단으로 보여주었다. 미국이 아프간과 이라크를 침공한 것은 다분히 석유패권을 노린 것이었지만,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 확산을 주창했던 것이다. 게다가 테러와의 전쟁은 종국에는 서구의 금융자본주의의 위기를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쇼크 독트린'의 저자이자 경제평론가인 나오미 클라인 식으로 풀이하면 테러와의 전쟁의 주창자들은 이른바 '쇼크 독트린'을 통해 금융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안보와 전쟁 논리 뒤에 감추고, 결과적으로 그 투기성, 소모성, 약탈성을 심화시킴으로써 자본주의 위기를 재앙의 수준으로 심화시키고 말았던 것이다.

2011년은 소련이 해체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1991년 12월의 소련 연방해체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로 시작된 구사회주의 체제 몰락에 마침표를 찍었다. 당시 동베를린에 모였던 반공산당 시위대가 내걸었던 유명한 구호는 "우리가 바로 인민이다. We are the people"이었다. 20년이 지난 후 월스트리트에서는 "1%의 탐욕에 봉사하는 자본주의에 반대한다. 우리가 바로 99%다"라는 구호가 내걸렸다. 20년의 시간을 두고 제시된 두 구호가 지니는 공통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돌이켜보면, 냉전이 해체되었을 때 승리한 것은 자본주의만이 아니라 민주주의기도 했다. 이 점에서 자본주의 세계체제는 훨씬 겸허하게 보다 정의로운 시스템을 모색했어야 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신봉자들은 탐욕의 질서를 더 극단으로 밀어부쳤고 현재의 위기를 잉태했다. 2011년 지구촌에서 일어난 일들은 이제 전세계적인 금융/재정위기와 에너지/자원 위기라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위기 앞에서 대다수의 민중들을 삶의 극단으로 내모는 모순에 찬 세계화와 양극화에 맞서는 전 지구적인 민주화 흐름이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봇물처럼 흘러넘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11년은 중구난방의 해였다. 그리고 거기에는 명확한 경향이 엿보였다. 극단적인 경쟁사회, 양극화사회, 위험사회, 소수를 위한 특권사회에 대한 시민의 도전이 그것이다. 극단적인 양극화 속에서 시민의 삶은 안전장치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 시민들은 그들이 겪는 고통이 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것인 양 정당화해왔던 기성 보수 정당과 관료 기구, 그리고 주류 언론과 주류 지식사회를 불신하기 시작했고, 당연시했거나 무력하게 감내해야 했던 것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도전하기 시작하고 있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민영화, FTA, 원자력발전, 군사기지 등 2011년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사회적 이슈의 목록이 시민들 내면의 금기가 해체되어 가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경제민주화, 복지, 평화, 표현의 자유를 향한 목소리가 힘을 얻는 반면, 재벌체제, 정당질서, 주류언론, 공안기구 등은 전에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제 기성의 체제가 제시한 (글로벌) 스탠다드는 무너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99%의 시민들이 더 이상 그들의 언어와 권력에 더 이상 주눅 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주류언론은 이러한 경향을 여전히 혼란과 위기의 징후로 표현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위기는 특권적 구조의 재생산에 봉사해온 가부장적인 국가주의, 시장만능주의의 위기일 수 있다. 그들은 시민들이 맹목적으로 강조되어온 국가안보나 국익보다 사회적 안전망과 구성원 개개인의 행복을 위해, 고삐 풀린 시장의 자유보다는 시장과 국가권력에 대항하기 위한 표현의 자유를 위해 행동함으로써 도리어 실질적으로 더욱 공익적이고 안전하며 균형 잡힌 사회로 나아갈 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겁을 집어먹고 있는 것 같다. 즉 시민주도 민주주의가 가져올 건강한 결과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참여연대 창립자의 한 분이자, 초대 공동대표를 역임한 김중배 선생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문명의 전환기에 들어서고 있고, 그 문명의 전환을 어떤 쪽으로 끌어갈 것인가는 우리 자신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지구적인 수준에서 경제위기, 자원위기가 만성화되고 있고, 한반도 분단체제도 다시 찾아온 냉전적 대결구도와 군사적 긴장 속에서 불안정하게 요동치고 있다. 시민의 요구는 한계에 직면한 성장주의와 군사주의를 뛰어넘을 새로운 대안을 향하고 있다. 이 전환의 국면에서 사회운동과 정치가 할 일은 문턱을 더욱 낮추고 조촐한 마음으로 즐겁게 시민의 바다에 뛰어드는 것, 절박한 외침이 있는 곳을 향해 요란하지 않게 쉼 없이 흘러가는 것, 더욱 대담하게 하지만어깨에 힘을 빼고 시민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2012년에도 중구난방의 힘, 그 신나는 축제의 에너지가 시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역사를 열어나갈 것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