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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3일 일요일

우리 아파트에도 초소형 태양광발전기 하나 설치해봐?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현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1-30일자 기사 '우리 아파트에도 초소형 태양광발전기 하나 설치해봐?'를 퍼왔습니다.

가전제품처럼 베란다에 간단히 설치, 월 20㎾h 전력 생산
도시의 `에너지 농부' 되고 핵발전 의존 벗어나는 실천 방법

» 아파트에도 초소형 태양 전지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필자의 집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

대사관이 많은 서울 성북동 일대에는 지붕 위에 태양 전지판을 올린 주택이 제법 많다. 부자 동네인 만큼 전기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누진요금을 피할 수 있다.

게다가 지식경제부는 매달 600㎾h(킬로와트시) 이상 사용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햇살가득홈' 제도를 마련했다. 이 제도에 따라 태양광 업체가 금융기관 융자를 받아서 전기 다소비 가구에 태양광을 설치해주면, 설치한 가구가 줄어든 전기요금 만큼 시설비를 상환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에서 자비를 들이지 않고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제도인데, 바람직한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일반 가정에서 설치하는 태양광은 주로 3㎾급으로 한 달에 300~400㎾h 정도를 생산한다. 한 달에 350㎾h를 사용하는 가구라면 태양광 만으로 전력을 자급할 수 있고, 매달 나오는 전기요금 6만 1250원을 아낄 수 있다.

현재 태양광 1㎾당 설치비는 300만원인데, 지난해까지는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이 최대 50%였다. 태양광 패널의 보증기한이 20~25년이고, 앞으로 전기요금 상승까지 감안하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도시에서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자기 집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양지바른 남향으로 지붕이나 옥상이 있어야 하고, 주변 건물에 태양이 가리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태양광으로 집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충당한다는 생각을 버린다면 초소형 태양광을 설치해 소비하는 전력의 일부를 충당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태양광을 꼭 3㎾급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서울 성북구의 볕이 잘 드는 2층 전셋집에 사는 나도 드디어 태양광을 설치했다. 85W짜리 태양광 발전기 두 개를 남쪽으로 난 창 두 개에 하나씩 설치했다. 계통연계형 초소형 태양광 발전기(170W)인데, 일반 가정용 3㎾ 용량의 약 18분의 1이니 초소형이라 할 만하다.

한 달에 최대 20㎾h 정도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나처럼 전기를 적게 사용(한 달에 100㎾h 미만)하는 사람에겐 이렇게 작은 발전기가 필요하다. 전기를 더 아껴서 사용하면 사용량의 4분의 1 정도는 충당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물론 이사 갈 때도 떼어 가지고 갈 것이다. 

■ 4년치 전기요금을 한꺼번에 쓴 이유 

» 스탠포드사와 썬 파워사가 개발한 베란다 태양광

이 발전기를 구입해 설치하는 데는 50만~60만원이 든다. 4년치 전기요금이고, 경제성만 따지면 망설여지게 된다. 그러나 밀양에서 송전탑 반대운동을 하는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도시에서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서울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펼치는 것을 보고 도시에 적합한 태양광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국내외 정보를 찾다 보니 외국에서는 베란다 태양광 제품이 판매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에너지 자립에 관심있는 분들은 이미 초소형 태양광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었다. 

더욱이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에는 전력생산에 들어가는 사회적, 환경적 비용은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 전력의 30%는 위험한 에너지, 원자력으로 생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전기요금이 터무니없이 저렴한 것은 송전탑 때문에 6년째 싸우고 있는 밀양의 할머니들의 눈물과 원자력신규부지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삼척과 영덕 주민들의 고통이 고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요금의 0.037%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조성된다. 전기요금 3만원을 내는 가정이면 매달 1000원 정도를 이 기금으로 내는 셈이다. 이렇게 내는 돈의 일부는 원자력문화재단의 예산으로 쓰여 아이들에게 "원자력 에너지는 청정에너지이다"라고 홍보하고 교육하는데 쓰인다. 올해도 76억 5000만원이 이런 홍보를 위해 배정되었다.

한국사회가 탈핵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녹색당원이 된 나는 내가 쓰는 전력량에 비례해 그 돈이 원자력 진흥에 쓰인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태양광을 달았다. 

정부의 ‘절약’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조금은 삐딱하게 원전과 대형발전소 공급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태양광을 설치했다. 국민에게 어떤 에너지를 얼마나 쓸지 한번 물어보지도 않고, 원자력만이 대안이라는 식으로 추진해나가는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표시이다. 

■ 너무 쉬운 태양광발전기 설치 방법

이런 거창한 뜻에서 시작했지만 실제 태양광발전기의 설치 방법은 정말 간단했다. 먼저 해가 잘 드는 곳에 태양전지판을 고정시켰다. 태양전지판을 마이크로 인버터(220W)에 연결하고, 인버터에 달린 코드를 콘센트에 꽂아주면 끝이다. 전지판을 고정하는데 시간이 걸릴 뿐 나머지는 순식간에 할 수 있다. 설치하는데 2시간이면 충분하다. 

» ①태양광 패널 고정

» ② 패널 두 개 연결

» ③태양광과 인버터 연결

» ④인버터 코트 콘센트에 꽂기

태양광발전은 실리콘으로 만든 태양전지에 햇빛이 내리쬐면 직류전기가 발생하고, 이를 인버터로 교류전기로 바꿔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태양광 패널, 인버터, 전선만 있으면 쉽게 설치할 수 있다.

일반가정에 설치하는 방식은 계통연계형으로 낮에는 전력을 생산해 주택에 전력을 공급하고 여분은 계통을 통해 한전으로 역송전한다. 밤에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 못할 경우 계통에서 부족한 전기를 공급받아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태양광전기를 콘센트에 꽂으면 바로 우리집 계통전력에 맞물리게 된다. 

■ 태양광발전기를 가전제품처럼 


이건 마치 집에 텔레비전을 설치하는 것과 비슷하다. 텔레비전을 사서 적당한 장소에 두고 텔레비전 코드를 콘센트에 꼽는 거나, 태양광 판넬을 고정시키고 인버터에서 나온 코드를 콘센트에 꼽는 것이나 방법은 비슷하다.

만약에 이런 소형 태양광발전기가 가전제품처럼 보급된다면, 도시에서 에너지 생산자가 많아질 것이고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이 잘 추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월드컵 공원과 같이 상징적인 건물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시민들이 창가나 아파트 베란다에 초소형태양광을 설치해서 실제로 생활에서 직접 사용하는 것도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렇기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일반 가정에서 태양광을 설치해서 사용하려면 한전의 요구에 따라 태양광 전문시설업자의 시설 설치 확인서가 필요하다.

그런데 내가 설치한 170W 용량의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려고 전문시설업자가 나선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된다. 손 기술이 있는 사람은 부품을 사다가 직접 설치하면 된다. 그리고 이 제품을 실제로 세트로 묶어서 판매하는 기업도 있다.

게다가 전기를 생산해 한전에 팔 것도 아니고, 집에서 전량 소비하는데다 전력 생산량이 작아서 계통에도 문제가 안 된다. 만약에 직류에서 교류로 전환해서 사용하는 전기의 품질을 관리해야 한다면 마이크로인버터의 기술기준을 설정하고 품질관리를 하면 될 것이다.

기술 성능 인증을 받은 인버터를 사용하면, 초소형 태양광발전기 설치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것으로 바꾸면 좋겠다. 지금까지 가정용 태양광이 3㎾가 기준이었기 때문에 마이크로인버터의 기술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설치한 소형 태양광에 대해 한전에 문의를 하면 “초소형이기 때문에 신고할 필요가 없다”에서부터 “모르겠다”, “무조건 설치확인서가 있어야 한다” 등 다양한 답변이 나온다.

정부에서 기준을 만들어서 초소형 태양광발전기가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간다면 에너지관리공단의 신재생에너지설비 인증에 '마이크로 인버터' 항목을 넣어 우수한 제품을 구매할 경우, 일정 수준의 지원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행 가정용 3㎾급 태양광발전기 설치에도 그린홈 100만호 추진사업으로 40%에 달하는 보조금을 주고 있다. 이 제도를 초소형에도 확대 적용한다면 아주 빠른 속도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때마침 서울시에서도 소형 태양광보급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 우리나라 아파트에 초소형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모습.

■ 도시의 '에너지 농부'가 되자

도시에서 초소형 태양광발전기가 늘어나는 것은 정의로운 에너지를 위한 ‘연대’라고 생각한다.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삼척과 영덕 주민들의 짐을 덜어주고, 송전탑 건설로 6년째 싸우고 있는 밀양과 청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눈물을 위로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다. 이 작은 태양광 발전기를 보급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태양경제가 조금이라도 자리를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은 실험이다. 매일 태양 한번 쳐다보고 작은 태양광 발전기사 생산해 내는 전력량을 지켜 보면서 이 일이 확산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올해에는 녹색당 당원들과 함께 “원전 하나 줄이기” 같은 생활 활동도 해봤으면 좋겠다. 하승수 녹색당 운영위원장도 초소형 태양광발전기를 달기로 했다.

그렇게 작은 '태양의 씨앗'들이 에너지를 소비만 해온 도시에 뿌려졌으면 좋겠다.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고 나니 탈핵과 에너지 전환에 대해 더 확신을 가지게 된다. 자신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2013년 우리 동네 작은 햇빛발전소 운동, 이제 시작이다.  

이유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2012년 12월 1일 토요일

천만 학살하고 시치미 뚝! 이것이 인간인가?


이글은 프레시안 2012-11-30일자 기사 '천만 학살하고 시치미 뚝! 이것이 인간인가?'를 퍼왔습니다.
[구제역 대학살, 2년] 공장식 축산의 비극

2010년 11월 29일, 경상북도 안동에서 구제역으로 9000마리의 소, 돼지 생매장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6개월간 전국 방방곡곡에서 무려 1000만 마리에 달하는 소, 돼지, 닭, 오리 등이 구제역, 조류 인플루엔자를 이유로 이른바 '살처분'을 당했다. 그 중에는 단지 감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한 가축들도 부지기수였다.

수천 마리의 소, 돼지가 생매장이 되는 아비규환을 보면서, 또 그렇게 매장된 가축들이 썩으면서 내뿜는 침출수가 삶의 터전을 오염시키는 것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인간의 욕망'의 가장 어두운 면을 환기했다. 그리고 공장식 축산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증가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작은 움직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에서 공장식 축산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반성이 이뤄진 적은 없다. 한국의 모든 정치, 경제, 사회 문제가 집약되는 대통령 선거 중에도 어떤 후보, 정당도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공론화하지 않는다. 구제역과 소, 돼지의 절규는 이렇게 잊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월 29일 녹색당과 동물 보호 시민 단체 카라가 '생명과 지구를 살리는 시민 소송'에 나섰다. 이 시민 소송은 2년 전 구제역이 유행하던 당시 고통을 받았던 농민들을 원고로 하는 민사 소송과 공장식 축산에 대한 헌법 소원으로 이뤄진다.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는 한국 최초의 소송이다. (☞원고 모집 바로 가기)

이들은 29일 기자 회견을 시작으로 2013년 1월까지 시민들을 상대로 원고 모집에 들어가, 이후 민사 소송과 헌법 소원 제기, 동물보호법 개정안 국회 발의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소송 계획에 맞춰 (프레시안)은 녹색당, 카라와 공동으로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연속 기고를 싣는다. (편집자)

 
▲ 201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경기도 파주에서 돼지 약 4000마리가 생매장되고 있다. ⓒ이미경의원실

구제역 난리를 치른 지 2년이 넘었다. 재작년 이맘때, 날이면 날마다 축생들의 살 처분 소식이 어지럽게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전해져 왔었다. 몇 십만 단위에서 맴도는가 싶더니 어느새 훌쩍 백만 단위를 넘어섰고, 끝내 천만 마리가 넘는 짐승을 죽이고서야 반년 만에 겨우 구제역이 진정되었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전시의 계엄령을 방불케 했다. 주요 도로의 경계에는 하얀 방역복을 입은 공무원들이 밤낮으로 차량을 향해 석회 가루를 뿜어댔다. 분사되는 방역액 속에 발암 물질이 있느니, 석회액이 바닥나서 수입을 하느니 하던 얘기들이 이제는 기억도 잘 안 난다. 정말 먼 나라 전설처럼 들린다.

과연 그래도 될까?

구제역, 기억도 아스라한 이야기?

며칠 전에 1박 2일 동안 진행된 회의를 끝내고 우르르 식당으로 갔다. 인삼뿌리를 넣은 백숙을 파는 집이었다. 열댓 명의 사람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소주잔을 기울이며 닭다리를 뜯었다. 나를 포함하여 겨우 네 사람만 되돌아 나와서 콩나물 국밥집으로 갔다.

이 단체 사람들은 구제역 때 생매장 되는 돼지들의 영상을 보면서 울먹이던 사람들이었다. 눈발이 휘날리는 야산에 파 놓은 구덩이로 포클레인에 떠밀려 떨어지는 돼지들의 비명 소리는 생지옥 바로 그것이었다. 오죽하면 몰래 잠입하여 촬영하던 동물 보호 단체 활동가의 숨죽인 흐느낌 소리가 돼지들의 비명 소리만큼 비통했을까.

그런데 꼭 이만큼이란 말인가. 2년이 지났으니 다 잊어버리고 달걀에서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되어 도살당하여 백숙 집 가마솥에서 고아져 나온 닭을 먹어야 하는가 말이다.

이제는 귀에 못이 박힐 정도가 되었다. 대한민국 사람 누군들 붙들고 물어보면 모두 정답을 말 하리라 본다. 우리나라 축산의 문제점에 대해서 말이다. 공장식 밀집 축산이 무슨 무슨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알면서도 태연히 고기 밥상 앞에 앉아 "그런 거 다 따지면 뭘 먹나? 죽을 때 죽더라도 먹을 땐 먹고 봐야지" 라는 한 마디 말로 넘길 일인가 말이다.

공장식 축산의 반 생명성에 대해 책도 많이 나왔지만 공중파 방송에서조차 특집 보도가 줄을 이었었다. A4 용지 한 장 크기에 닭 한 마리가 평생을 갇혀 살아야 한다든가 0.7평(2.3제곱미터) 철제 우리 속에서 돼지는 오직 새끼 낳는 기계 취급을 당하면서 갖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3년이 못되어 도살되는 현실을 안다. 이는 평균 수명의 반의 반의 반도 못 살고 죽임을 당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함께 안다.

소나 개도 마찬가지로 자연 상태 평균 수명 반의 반도 못 살고 죽임을 당한다. 짝짓기는커녕 어미와 새끼가 같이 살지도 못한다. 모두가 아는 사실들이다.

공중파 방송에서 '동물 복지'니 '축산업의 실태'니 하는 특별 방송이 줄을 이었고 내로라하는 정규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특집으로 다루었었다. 특히 문화방송(MBC)의 는 충격 그 자체였다. 현대 축산이라는 게 실은 인간이 저지르는 반 지구적인 큰 죄악이라는 사실을 에둘러서 말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게 다 구제역 사태 이후에 가장 보수적인 매체인 공중파 방송에서 내보낸 내용들이고 보면 우리 사회와 우리 지성이 얼마나 경각심을 다해 이 문제를 다뤘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말이다. 적어도 정상적으로 생각을 하는 생명체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자연 수명의 반의 반도 살지 못하는 공장 축산 짐승들

2010년 10월 어느 날. 경상북도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다음 해 5월이 되어서야 종료되기까지 우리 사회는 몸살을 앓았었다. 매몰지의 침출수 문제는 지금까지도 계속 진행 중이다. 이 기간은 축산이란 이름으로 가해진 동물들에 대한 인간의 학대와 고문이 고스란히 인간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현실을 알게 된 기간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처신해야 옳으냐는 것이다. 사료 작물 키우느라 농지들이 박살나고, 산림이 불타고 기상이변이 속출한다는 것을 다 안다. 육식이 건강을 해친다는 것도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다. 몸이 안 좋거나 말기 암 선고라도 받으면 누구나 고기부터 끊는 게 상식처럼 되어 있다.

동물들을 가혹한 환경 속에서 배합 사료와 약물로 키우는 과정에 동물의 몸속에는 코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생겨나고 그것이 그대로 인간 몸속으로 전이되어 스트레스 수치를 올린다는 것도 웬만한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장식 축산은 인류의 식량 부족 문제를 악화시키고 물 부족을 가중시키며 생명 경시 현상을 만연시키고 있다. 이를 누가 모르는가?

그런데도 최근의 통계를 보면 놀랍기 짝이 없다. 2011년 한 해 동안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사람당 41킬로그램 이상의 고기를 먹어치웠다. 전해인 2010보다 3킬로그램 정도 늘어난 수치다. 해산물은 제외하고 말이다. 이것이 구제역 참상을 막 겪고 난 바로 그해의 수치라는 것이 충격이다. 육식이 전혀 줄지 않은 것이다.

구제역 이후, 2년 남짓 되는 사이에 올 초에는 소 파동으로 한우 농가들이 보상을 요구하며 소를 몰고 거리로 나왔고 요즘은 돼지 값 폭락으로 돼지 농가들이 성명서 발표다 시위다 하여 소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 값이 떨어지자 어느 축산 농가에서는 소를 굶겨 죽이기까지 했다. 긴급 구조 조치도 거부하고는 축산 농가를 근본적으로 살려내라며 계속 소를 굶겨 죽였다. 인륜도 천륜도 사라져버린 갈 데까지 간 참상이었다.

이는 축산과 육식을 권장하는 시스템 때문이라고 본다. 구제역 이후에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도대체 대한민국은 구제역 파동을 겪은 나라 같지가 않다. 동물 복지와 환경 얘기가 식상하다면 구제역 당시에 애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죽거나 다쳤는지를 되돌아보면 된다.

중앙재난본부의 집계에 따르면 2011년 3월 말 현재 구제역 방역 작업에 연인원 200만 명이 동원되었고 사상자만 172명이었다. 사망자 10명, 중상자 68명이 포함된 숫자이다. 인적 손실과 방역비를 제외하고 천만 마리가 넘는 짐승 매몰 보상비만 3조 원이 넘었다. 자. 이래도 공장식 축산과 육식 문제가 동물얘기에 불과하고 환경얘기에 불과한가?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 생석회를 제외하고도 길거리와 축사에 뿌려진 소독액은 온 국토를 약물로 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독 발암 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4.8톤이나 뿌려졌고 역시 독극물인 염화벤잘코늄은 12.3톤, 글루타알데히드가 63톤 이상 뿌려진 것으로 집계되어 있다.

방역요원 1인당 평균 40톤의 소독 액을 뿌렸으며 독성 발암 물질만 해도 1인당 0.7톤 이상 뿌린 것으로 나온다. 명칭도 왠지 끔직해 보이는 이런 독극물들이 거리와 차량과 축사에 살포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숨 쉬는 대기 속으로 퍼져 나가고 땅속으로 흡수되어 식수를 직간접으로 오염시켰다고 보면 된다. 규명 해 낼 수 있는 역학 조사가 있었다면 이런 독극물로 인한 인체 손상들이 지속적으로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의 양이다.

구제역은 동물 병이 아니라 지독한 인간 전염병이다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동네마다 축사가 다시 세워지고 있다. 농민 관련 신문은 늘 축산 농가 살려내라고 난리다. 식당마다 여전히 고기 냄새가 진동한다.

이런 마당에 공장식 밀집 축산 실태가 어떻고 생명의 존엄이 어떻다는 얘기를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막강한 세력으로 형성된 육식 산업 동맹이 눈에 선하다. 거리에서조차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면서도 계속해서 그 담배를 나라에서 만들어 팔고 있는 짓과 비슷한 현상이다.

이것은 마치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에 연평도에 투입된 국방 예산이 천문학적인 액수라는 것과 함께 보도되는 불량 군수품 납품 비리 등 국방비 떼어 먹는 도둑놈들 소식과도 같다. 서해 연평도에 긴장을 부추기면서 이익을 보는 동맹 세력과 육식과 밀집 축산의 동맹 세력은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정부의 축산 선진화 대책이 나왔지만 근본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축산 자체를 사양 산업으로 분류하여 극도의 제한을 가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턱도 없이 모자라는 미봉책이다. 그러나 축산 사업가들과 정치인들은 축산 못해 먹겠다며 난리다. 이들은 뻔한 반발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축사 현실도 별로 바뀐 게 없다.

구제역이 가축들이나 걸리는 병이라는 생각에 머물면 안 되고 특급 인간 전염병이라고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어떤 전염병이 이토록 많은 사상자를 만들고 이토록 많은 비용을 물게 했던가?

구제역 사태 2주년이 되는 지난 달 말에 유일한 희망 하나를 발견했다. 직접 가 봤던 어느 동물 농장이었다. 이름은 전남 고흥에 있는 '동물 해원 농장'이다. 여러 동물들이 사이좋게 지내는 작은 동물 농장 뒷산에는 동물 추모탑이 있었다. 이 추모탑을 보고 큰 충격과 함께 위안을 받았다.

구제역 희생 동물들에게 위령제라도…

우리 인간은 태풍이 불어서 사과가 떨어져도 보상이 나오고 홍수가 나서 집이 부서지면 임시로라도 거처 할 곳을 마련해 준다. 돼지나 소는 아무 죄도 없이 집단 살육을 당하지만 보상은 축산업자가 받아먹고 정작 그 동물과 그 동물의 유족(?)들에게는 쥐뿔도 없다. 이 사실을 가만히 되새김질 해 보자. 이게 옳은가를. 지구 차원의 정의에 부합되는가를.

구제역 방역 과정에서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보상이 나오고 추도식이 열렸다. 매년 기제사도 지낼 것이다. 천만이 넘는 동물들은 모두가 다 잊었다. 같은 종의 동물들은 다시 우리에 갇혀 사육되고 있다. 이게 정당한가? 지구 생명계 차원에서 보면 인간이 참으로 못할 짓을 하고 있지 않은가?

바로 그래서 '동물 해원 농장'에 구제역으로 죽어 간 동물 추모탑이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수선재'라는 단체에서 만든 생태 공동체 안에 있다.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아기 돼지의 이야기가 적힌 팻말 앞에서 전 인류를 대신하여 속죄하는 심정이 되었다. 이 추모탑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돌멩이 하나를 올려놓음으로서 추모탑이 최소한 나의 인간된 체면치레라도 하게 해 준다는 기분이 들었다.

이는 아무 원한도 없는 멀고도 먼 나라 베트남에까지 가서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한 한국 군대의 만행을 사죄하고 그 지역 주민들을 치료하고 온 '건강 사회를 위한 치과 의사회'를 보며 안도의 숨을 내 쉴 수 있었을 때와 비슷한 심정이었다는 말이다.

식민 지배를 받았던 한국이 식민지 해방 투쟁을 벌이는 베트남 인민을 학살하고 제대로 된 사죄 한 번 안 했다는 것을 조금만 넓혀 생각 해 보면 이렇다. 2년 전의 구제역을 떠 올리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죽은 동물들에 대한 위령제가 아닐까 싶은 것이다. 사람들의 건강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도 동물 복지가 필요하다는 말은 차마 입에 올릴 수가 없이 부끄럽다.

추모탑 안에 있는 아기돼지 이야기 팻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우리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영문도 모른 채 죽었습니다.극심한 공포 속에서 엄마를 찾았지만 엄마는 저보다 먼저 죽고 말았습니다.흙으로 하늘이 덮이고 숨이 막히자죽음을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죽음보다 더 한 것이 공포였습니다.생명이 사라지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지아무도 모른 채 모두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으니까요.다시 태어난다면 마음껏 뛰어 다니고 싶고까르르르 웃으며 살고 싶습니다.


 /전희식 녹색당 당원·전국귀농운동본부 공동대표

2012년 7월 30일 월요일

4대강 사업 때문에 정말 쫓겨나야 하는 것일까?


이글은 프레시안 2012-07-30일자 기사 '4대강 사업 때문에 정말 쫓겨나야 하는 것일까?'를 퍼왔습니다.
[두물머리, 꼭 그래야 합니까 ·①]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마지막 4대강 사업 지역인 팔당 두물머리에 행정대집행 영장이 발부됐다. 오는 8월 6일 집행 예정이다. 정부는 유기농지로 사용돼 온 두물머리에 자전거도로와 공원을 만든다며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에게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이미 다섯 차례 계고장을 보냈다. 몇 차례 충돌도 빚어졌다.

하지만 이미 30년 넘게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온 농민 입장에선 정부의 일방적인 요구가 답답하기만 하다. 생활 터전을 이루고 살던 곳에서 하루아침에 나가라고만 하는 정부의 방침을 받아들이긴 어렵다.

몇 차례 정부와 대화도 요구했고, 절충안도 제시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되레 무단으로 토지를 점유했다며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견디다 못한 11가구 농가 중 7가구가 대체부지와 저리 융자를 받고 떠났다. 나머지 4가구만이 이곳에서 농사를 짓게 해달라며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들만 싸우고 있는 건 아니다. 이들 싸움에 오랫동안 지지와 연대를 보내온 천주교 신부들과 생협 조합원들, 시민이 함께 이곳을 지키고 있다. 일반 시민은 이곳에 직접 자신들의 텃밭을 가꾸고 있다. 불복종 운동이다.

이런 이들이 30일부터 두물머리에 유기농 텐트촌을 시작한다. 두물머리 행정대집행 하루 전인 8월 5일에는 전야제를 열고 행정대집행이 진행되는 6일 새벽 6시에는 두물머리에서 유기농지 행정대집행 저지를 위한 행동에 돌입한다. 이후 오후 2시에는 두물머리 신양수대교 11번 교각 밑에서 '4대강 회복과 두물머리 보존을 위한 전국 집중 생명평화미사'를 진행한다. (바로가기 ☞ : 두물머리 유기농지 보존작전(두유작전))

이 과정 속에서 종교인, 학자, 일반 시민, 활동가 등이 (프레시안)에 글을 보내왔다. 왜 두물머리에 유기농지가 필요한지, 일방적인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릴레이 기고글이다. (프레시안)은 30일부터 연속해서 이들의 글을 순차적으로 싣는다. (편집자)

"우리 그대로 농사지으며 살게 해 달라"

이 소박한 바램을 짓밟는 포크레인 소리가 전국 여기저기서 들려오려 한다. 지난 1월 70대 농민의 분신에도 불구하고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경남 밀양에서. 그리고 골프장 건설로 농성이 계속되고 있는 강원도에서. 그리고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도 팔당 두물머리에서….

지금 팔당 두물머리의 상황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3년이 넘는 세월 동안 두물머리의 농지와 유기농업을 지키려 했던 노력이 권력의 횡포 앞에 위협받고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두물머리의 친환경유기농업은 이어져왔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수도권 소비자들에게 공급해 왔다. 그러던 농민들에게 4대강 사업은 난데없이 다가왔다. 멀쩡한 농지를 폭7미터의 자전거 도로ㆍ산책로와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자전거동호회 사람들조차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는 곳에 자전거도로를 만들겠다는 이 어처구니없는 계획은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졌다.

단식농성, 삼보일배, 그리고 매일 이어지는 생명평화미사… 농민들과 종교계, 시민사회는 온갖 노력들을 다 했다.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소용이 없었다. 정부는 얘기를 들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농민들은 포기하지 않고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버텨왔다. 그 사이에 많은 가구들이 떠났다. 이제 4가구가 남았다.

남은 농민들은 올 봄에 씨를 뿌릴 것인지? 고민했다. 언제 공사가 강행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는 농사짓는 것 자체를 불법이라고 몰아붙이고 있었다. 벌금을 부과하고 협박을 했다. 그 속에서도 농민들은 올해 농사를 짓기로 했다. 그리고 농민들이 외롭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이 불법을 같이하기로 했다. '두물머리 밭전(田)위원회'가 출범했고, 많은 사람들이 농사에 참여하고 있다.

▲ 두물머리. ⓒ프레시안(허환주)

농지를 없애는 것이 유일한 목적인 사업

그러나 정부는 농민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정부(서울지방국토관리청)는 두물머리 농민들에게 행정대집행을 예고하고 나섰다. 오는 8월 6일 새벽 6시에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대법원에 가 있는 재판도 끝나지 않았지만, 정부는 법원 판결도 나기 전에 집행을 서두르고 있다. 마치 정권이 끝나기 전에 농지를 밀어버리는 것이 유일한 목적인 것처럼….

이것을 정의롭다고 할 수 있을까? 이미 파탄 난 것으로 드러난 4대강 사업 때문에 유기농업을 지어 온 농민들이 쫓겨나야 하는 것일까? 자전거 도로는 왜 반드시 유기농지를 지나가야 하는 것일까? 평소 지어오던 농사를 계속 짓는 게 불법이 되고 강제 철거를 당해야 하는 기막힌 현실을 농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두물머리에 가 본 사람은 안다. 두물머리는 아름답고 비옥한 땅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그 곳에 가 본 사람은 그 평화로움을 잊을 수 없다. 유유히 흐르는 물은 이곳이 콘크리트로 덮일 수 없는 생명의 땅임을 보여주고 있다.

두물머리는 비옥한 농토이기도 하다. 이건 주관적인 주장이 아니다. 7월 22일자 조선일보에는 두물머리에서 농사를 짓다 다른 곳으로 이주해서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이 농민은 두물머리 농지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두물머리는 대한민국에서 신이 내려준 농토예요. 정말 비옥했죠"

신이 내려준 비옥한 농토를 콘크리트로 덮겠다는 것은 만행이다. 그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떤 근거도 정부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설명도 못하고 있다. 남은 것은 '정부가 강행하는 사업이니 복종하라'는 횡포뿐이다.

차라리 공범자가 되겠다

그래서 복종하지 못한다. 아니 불복종한다. 나는 8월 5일 밤 두물머리 농민들과 함께 밤을 보내려고 한다. 8월 6일 아침 행정대집행이 들어온다면, 농민들과 함께 할 것이다. 공무집행방해죄가 된다고 하면 달게 받을 것이다. 비록 4가구이지만, 겸손함과 땅에 대한 애정으로 살아온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범죄라면, 나는 공범자가 될 것이다. 내년에도 두물머리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만 있다면, 그건 전혀 고단한 일이 아니다.

내가 속해 있는 녹색당도 두물머리 농지를 지키는 활동에 참여해 왔다. 당원들이 두물머리 밭전위원회에도 참여해 왔다. 8월 6일로 행정대집행이 예고된 이후에는 지역별로 현수막을 걸고, 8월 첫째 주에 있을 두물머리 텐트촌에도 참여하며, 8월 5일 전야제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10월로 예정된 재창당 작업 때문에 정신이 없는 상황이지만, 녹색당 사무실을 8월 6일부터 일정기간 동안 두물머리로 옮기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비록 작은 힘이지만 두물머리에 보탤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영훈 팔당 공대위 위원장의 글 한 구절을 읽으며 두 손을 가슴에 모은다.

"중장비에 찍혀 버려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을 살리기 위한 농민들의 땀방울은 마르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내년 봄에도 어린이들이 두물머리 딸기를 맛볼 수 있기를 오늘도 간절히 기도합니다"

 /하승수 변호사, 녹색당 사무처장

2012년 6월 26일 화요일

설악산ㆍ지리산ㆍ월출산…MB 시대 수난


이글은 프레시안 2012-06-26일자 기사 '설악산ㆍ지리산ㆍ월출산…MB 시대 수난'을 퍼왔습니다.
[기고] 등산로 폐쇄한 뒤 돈 내고 케이블카 이용하라고?

환경부는 26일 10시, 국립공원위원회를 열어 일곱군데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공원계획변경신청안에 대한 심사를 할 예정이다. 지리산, 설악산, 월출산,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모두 국립공원을 통과하거나, 정상부까지 향하는 케이블카 건설계획을 세우고 환경부에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 중 해상국립공원인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케이블카가 국립공원 구역을 통과하는 노선이 그나마 짧지만, 다른 육상국립공원들은 그동안 허용되지 않았던 정상봉우리 턱밑까지 케이블카 건설을 할 계획이라 환경훼손 논란과 사회적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추진된 규제완화 정책은 국립공원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2010년 환경부는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결국 각 산의 정상부까지 케이블카가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버렸다. 2010년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내용은 1967년 국립공원제도가 지정된 이후에 처음으로 정상부 지역의 규제를 푼 것이다.

각 산의 정상부는 생태계보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인공시설물을 최소한으로 하도록 해 왔었다. 사실상 모든 국립공원 어디에서든 케이블카가 건설 가능하도록 케이블카 노선길이를 2Km에서 5Km로 연장하고, 정류장높이를 9m에서 15m로 높였다.

상황이 이러하자 지역경제활성화를 명목으로 지방자치단체는 경쟁적으로 케이블카 건설에 뛰어들어, 지리산에는 무려 남원, 산청, 함양, 구례 등 네군데 지자체가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1980년 내장산국립공원에 케이블카 건설 이후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건설된 사례가 없을 만큼, 관광패턴이 변했고 국립공원관리가 보존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케이블카는 국립공원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을 들어 계속 반대해왔다.

 ⓒ연합뉴스

등산로 폐쇄하고 돈 내고 케이블카 이용하라고?

지난 19일, 케이블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공청회에서 지방자치단체 6곳의 케이블카 건설계획은 모두 부실해서, 환경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조차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양양, 영암, 남원, 함양, 산청이 제출한 광장조성계획은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위반하고, 지리산권 4개 지자체(남원, 산청, 함양, 구례)는 상부정류장을 '국립공원 특별보호구' 내에 건설할 계획을 수립해 환경부 가이드라인 중 '정류장 및 지주설치지점 회피지역' 부분에 부합하지 않는다.

더구나 지자체들은 케이블카로 환경훼손 논란이 일자 설악산의 오색구간, 지리산의 백무동, 뱀사골 등 주요 구간 등산로를 폐쇄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1년에 1000만 명 이상이 산을 찾는 현실에서 사회적 합의도 없이 이렇게 유명한 등산로를 폐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등산로 폐쇄하고 돈을 내고 산 정상부로 가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라고 하는 게 공익성이 있는 일인지도 쟁점이 된다.

경쟁하는 지자체들은 서로 자신들의 계획으로 국립공원도 지키고,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환경정책평가원(KEI)이 분석한 결과, 구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B/C 분석 결과 1을 넘지 못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논쟁은 국립공원관리정책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국립공원은 국토 면적의 약 5%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생물종의 75%를 담당한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 설악산(2005년), 지리산(2007년), 월악산(2009년)은 IUCN(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 세계자연보전연맹)에 의해서, 생태계가 우수하고 잘 관리되고 있으며 자연상태 그대로나 그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하도록 관리해야할 가치가 있는 'IUCN 카테고리 2등급'으로 지정받은 곳이다.

'카테고리 2등급'은 '이용'보다는 '보전'에 해당하는 등급이다. 환경부는 설악산, 지리산, 월악산이 보전가치가 높다고 평가하여 이들 국립공원을 IUCN 카테고리 2등급으로 지정받아 놓고서는 이와 모순되게 정상부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국립공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케이블카 추진으로 나타났듯이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 국립공원관리정책은 계속 후퇴했다. 2008년 취임 첫 해, 이명박 대통령은 '희망세상농업포럼'이라는 대선조직에 있었던 엄홍우 씨를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에 임명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켰다. 엄홍우 씨는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전력도 있다.

국립공원, 이명박 대통령 만나 수난

이렇게 시작한 국립공원 관리정책의 비전문성과 후퇴는 지난 5년 내내 이어졌다. 2010년 국립공원구역조정 기간이 아닌데도 앞당겨서 국립공원이었던 곳을 제외한 결과, 육상국립공원 1.7%가 줄어들었다. 보존보다는 이용정책을 강화하다 보니 국립공원 전체에 탐방로가 국립공원 탐방로가 2007년 대비 2011년 30% 늘었지만, 탐방로에 대한 훼손 복구비는 2007년 계획 대비 50% 삭감돼 산사태 위험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작년 2011년에는 새로운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에 촛불 때 경찰청장으로 악명 높은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임명해서 국립공원 업무 전문성을 또 다시 훼손하더니 2개월 만에 경호처장으로 임명해 버리는 일도 있었다.

25일,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 대표발의로 24명 국회의원들은 "국립공원 케이블카 선정 중단 촉구 결의안"을 제출해, "국립공원 내 관광용 케이블카 사업 중단, 국립공원의지속가능한 자연보전정책 강화"를 촉구했다. 6월 19일 공청회가 개최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26일 국립공원위원회를 개최하여 케이블카시범지역을 선정하는 하는 것도 문제고,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건설을 위한 사전조사만 7년 넘게 걸린 호주와는 너무나 대비된다는 주장이다.

환경, 종교단체로 이루어진 국립공원케이블카반대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국민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케이블카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시설로 국립공원 정상부 훼손을 부채질하고, 생물종다양성 감소에 일조하며, 경관을 파괴하는 대표적 시설"로 "환경부는 스스로 정한 기준을 벗어난 각 지자체의 계획서에 대하여 있는 사실 그대로 국립공원위원회에 전달하여 국립공원위원들이 올바른 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범국민대책위는 26일 오전 8시 15분부터 공원위원회가 열리는 10시까지 환경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다.

 /고이지선 녹색당 정책담당 간사

2012년 4월 15일 일요일

4·11 후폭풍, 진짜 주인공은 박근혜가 아니다!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15일자 기사 '4·11 후폭풍, 진짜 주인공은 박근혜가 아니다!'를 퍼왔습니다.
[초록發光] 배달 사고가 난 후쿠시마 경고

패배다. 지나친 기대에 따른 실망이며 지난 선거 때보다 나아졌고, 오히려 국민들이 야권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것이라는 낙관적 평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넘어야 할 수많은 산을 앞두고, 힘을 잃지 말고 포기하지 말자는 격려와 자기 다짐에 가깝다. 그렇다고 패배했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의 괴력 앞에 혀만 두르고 있을 일이 아니다. 왜 패배했는지를 냉철히 따져 물어야 한다. 한국사회의 운명을 가를 대선을 앞두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많은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정권 심판과 야권 연대에만 매달려 자기 쇄신도 없고 새로운 비전과 정책도 제시한 것이 없었다. 상호 비방과 막말만 있었을 뿐이다. 그 결과는 낮은 투표율이다. 냉소적인 시민들을 일으켜 세워, 투표장으로 불러내고 세상을 바꾸는 투표를 행사하도록 이끌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간 미수범이나 논문 표절자들까지 당선시켜줬다며 유권자를 욕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며, 동의할 수 있는 평가다.

입만 열면 정권 심판과 교체를 떠들어 왔지만 스스로 지지받은 준비가 되지 않았던 구태의연한 민주통합당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 또 정책 이슈를 선도하고 민주통합당을견인해야 했지만 선거 승리에만 매몰된 통합진보당 역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이쯤에서 멈추자. 맞은 매가 이미 충분했다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한참 남았겠지만, 다른 이들의 몫으로 남겨둔다는 말이다. 달리 이야기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왜 패배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패배했는지 그리고 누가 패배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 모두들 안타깝다는 인사말을 아끼지 않는 진보신당과 녹색당의 패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허용해주지 않은 청소 노동자와 탈핵 운동가의 국회 입성 실패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야기해야만 한다.

가장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하며 불의에 맞서 싸워 온 청소 노동자, 김순자는 무엇이 정의인지 당당히 이야기했다. 왜 청소 노동자의 급여와 기업 CEO의 급여가 수십 배, 수백 배의 차이가 나야 하는지 물었다. 당연히 의문시되어야 했지만 이제껏 금기시되어 왔던 질문을 망설임 없이 꺼내들면서, 우리 사회를 일깨웠다. 그러나 그녀는 국회가 아니라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말았다. '배제된 자들의 서사'를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안타깝다고만 이야기할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무엇을 걷어찼는지 명확히 짚어야만 한다.

솔직히 청소 노동자와 함께 꼭 국회에 입성할 수 있기를 바랐던 또 한명의 후보가 있었다. 탈핵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나선 녹색당의 비례 대표 1번 이유진. 그녀의 좌절은 후쿠시마의 경고가 충분히 많은 수의 시민들에게 배달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핵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투표 행위가 조직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잦은 고장에도 불구하고 30년의 수명을 넘겨서까지 운전되고 있는 낡은 고리 1호기를 멈춰 세우는 일도,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핵발전소 추가 건설과 수출 정책을 막아서는 탈핵·생명의 정치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는 고리 1호기 인근에 거주하는 360만 명의 생명을 구할 기회를 잃은 것일지도 모른다.



ⓒ프레시안

우리가 패배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지 못한 것에만 있지 않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의 뿌리를 캐며 핵 공포로부터 벗어날 단초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 더 뼈아픈 것이며, 더 중대한 패배다. 무엇에 패배했는지 모른 채, 무작정 승리의 방안을 찾아 나서는 것이 우리에게 더욱 큰 패배를 안겨다 줄 것이다.

후쿠시마의 교훈이 배달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실 대규모 배달 사고가 있었다. 후쿠시마 핵 사고를 지켜보면서 한국도 핵 발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광범위한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핵 발전의 대안이 부재한다거나, 특히 아랍에미리트 수출 계약 이후 국익과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그간의 여론이 반전되기 시작하였다.

핵 발전의 위험을 경고하고 대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광범위한 사회 운동의 연대가 형성되면서, 각성된 시민들이 조직되고 동료 시민들을 규합시켜 나갔다. 3월 10일 후쿠시마 1주년을 맞이해서 개최된 대규모 탈핵 집회가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이것을 정치적으로 대변하고 기존 정당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낼 정치인 혹은 정당이 필요했다.

탈핵을 기치로 내건 녹색당이 창당하였고, 진보신당과 통합진보당이 탈핵 정책을 천명하면서 이에 호응했다. 민주통합당도 핵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개정 강령을 채택하기까지 했다. 바야흐로 선거 공간을 통해서 각 정당들이 후쿠시마의 교훈들을―비록 다양한 수준과 방식이겠지만―시민들에게 배달할 때가 왔다. 그러나 급격히 정책 선거의 공간이 줄어들었고, 그 이유에는 야권 연대도 한 몫 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 연대 합의문에서 통합진보당의 2040년 탈핵 시나리오가 사라졌다. 그리고 민주통합당은 녹색당이 지역 후보를 낸 경상북도 영덕·울진·봉화·영양 지역구에 찬핵 인사를 공천했다. 배달할 물건을 다 만들어 놓고도 배달하지 않았거나 엉뚱한 물건을 배달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비례대표 1번으로 여성 핵과학자를 공천했을 때, 그것을 여당의 핵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지 않았다. 그녀도 고리 1호기의 무리한 수명 연장 결정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어느 당도 이점을 쟁점으로 만들지 못했다. 통합진보당 대표 이정희의 부정 선거 논란과 민주통합당 후보 김용민의 막말 파동에 대응하기에 급급했을 뿐이다.

다행히 통합진보당은 비례 후보로 환경운동가 김제남을 선출하였지만, 결과적으로 대규모 배달 사고를 막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신생 정당 녹색당과 원외 정당 진보신당으로는 대규모 배달 사고를 막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마나 정당 투표에서 녹색당을 지지한 10만 명의 시민들만이 온전히 탈핵 주장을 표로 의견을 드러내고 결집할 수 있었을 뿐이다.

10만 명. 한국의 탈핵 운동이 집결시킬 수 있는 표의 규모를 보여주는 숫자다. 새로 시작한 녹색당원들에게는 이마저도 소중한 자산이기는 하지만, 당장 고리 1호기를 중지시키고 신규 핵발전소를 취소시켜야 할 절박한 이들에게는 안타깝고 어쩌면 치명적인 숫자일지도 모른다. 찬핵론자들이 보기에는 반핵 운동이 후쿠시마로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반핵 운동의 지지자들의 규모는 투표자의 0.48퍼센트에 불과한 소수일 뿐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건대, 야권 연대에만 매달리고 정책 선거를 포기하면서 국민들의 안전보다는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먼저 고려한 민주통합당과 그 파트너인 통합진보당의 대규모 배달 사고 때문이 크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탈핵운동 진영과 녹색당(그리고 진보신당)에게 마주 선 장벽이 얼마나 거대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셈이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이 공동으로 기획 진행하는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이런 시도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 성장'이 아닌 '초록 대안'을 찾으려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의 일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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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2012년 4월 14일 토요일

총선 결과에 담긴 국민의 명령


이글은 대자보 2012-04-13일자 기사 '총선 결과에 담긴 국민의 명령'을 퍼왔습니다.
[창비주간논평] 4년 만에 체력 상당히 호전, 떳떳하게 미래 선택 호소해야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했고 야권이 '패배'했는가? 선거의 결과만 놓고 보면 새누리당이 이기고 야권이 진 것이 분명하다. 여당 스스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은 성적표를 받았다고 볼 수도 있다. 야권이 호기롭게 기대했던 것보다 초라한 점수를 받았다고 자책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개별적으로 아쉬운 점이 여러 군데 있었고 진보신당과 녹색당의 부진도 너무 애석하다. 모든 언론과 논평가들은 박근혜의 능력과 야권의 무능함을 지적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분위기가 이러하고 엄정한 자기비판을 반드시 해야 하겠지만, 한번쯤은 정반대로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선거를 평가하는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특정 시점에서의 양적 결과로 볼 수도 있고, 시계열상의 추세로 판독할 수도 있고, 상징성과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우선 시간상의 추세를 보자. 가장 간단한 것은 18대 국회에서의 의석수와 이번 선거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4․11 총선 직전 각 정당의 의원수 분포와 이번 총선 결과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새누리당(162에서 152명: 6% 감소), 민주통합당(80에서 127명: 59% 증가), 통합진보당(7에서 13명: 86% 증가). 이런데도 야권이 일방적으로 패배했다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4년 만에 체력이 상당히 좋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 

이번 선거가 보여주는 희망

그런데도 야권이 '졌다'라고 인식된다면 그것은 전국적 분포에서의 대표성 부족, 그리고 적어도 다수당, 잘하면 과반수 이상 확보도 가능하다고 하는 거품이 자천타천으로 너무 크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8대 총선의 민망한 성적, 그리고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의 압도적 패배를 냉정하게 기억한다면, 그리고 선거 전후한 온갖 악재에도 이만큼이나마 선방한 것은 국민이 야권의 손을 잡아 일으켜준 것으로 해석해야 옳다. 더 나아가 범야권은 140석이라는 의석을 가지고 민간인 불법사찰, 4대강사업 등의 책임을 철저히 추궁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상징성과 의미로 봐서도 야권이 희망을 가질 만한 구석이 적지 않다. 우선 수도권에서의 선전, 몇몇 경합지역에서의 가치있는 승리, 통합진보당의 약진,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정당(민주통합당)과 계급정당(통합진보당) 간 연대의 실험을 들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보아 선거연합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를 상상해본다면 그래도 첫번째 실험으로서 실패라고 보기는 어렵다. 통합진보당이 이만큼이라도 분투한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전례 없이 획기적인 일이다. 보수 일변도이던 우리 정치 스펙트럼에 한줄기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실질적인 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이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정활동의 많은 부분에서 민주통합당과 협력하는 쪽을 택해야 할 것이다. 이 두 정당이 앞으로 여러 차원에서 연대를 해나갈 경우 '민주-진보'가 한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이러한 상호이해를 거쳐 아시아 최초로 사민주의적이면서 동시에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일종의 대연정이 탄생할 가능성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잊어선 안된다. 이번 득표율로 보면 민주와 진보를 합친 것이 46.68%이니 새누리의 42.77%를 앞지른다. 이는 특히 대선을 고려할 때 유의미한 수치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이렇게 본다면 2013년체제를 위한 본격적인 레이스는 4월 12일부터 시작되어 여덟달 동안 계속된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여야 할 것 없이 서로를 상대하는 것만큼이나 자기 내부적으로 복잡한 방정식을 먼저 풀어야 할 과제 또한 짊어지게 되었다. 우선 집권 보수세력 내에서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 사이의 관계 설정이 여전히 복잡하다. 그렇잖아도 단임제 대통령의 마지막 해는 어렵기 마련인데 상당히 기력을 회복한 야권의 공세가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야권 역시 안철수 교수와의 관계설정이 녹록하진 않다. 안교수의 무시할 수 없는 지지기반을 감안할 때 그가 대선 정국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파장이 클 것이다. 안교수가 결국 야권에 힘을 실어주더라도 그것이 민주-진보에게 축복만은 아니다. 그가 내세우는 미래, 합리성, 따뜻함 등의 가치가 그 자체로선 의미가 있으나 그것이 전체적으로 좌클릭된 야권의 지형과 반드시 부합된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이면서도 따뜻한 진보라는 교집합을 통해 안교수가 야권에 합류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안교수의 합류 가능성을 계속 열어놓되, 더 좋기로는 국민정당과 계급정당으로 이루어진 범야권이 대선 국면에서도 연대하는 것이다. 

앞으로 여덟달은 정책과 가치의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보완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권자들 앞에서 떳떳하게 미래의 선택을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이성적 과정으로써 우리 안의 충동과 감성적 경향을 절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속시원한 바람몰이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점도 이번에 우리가 배운 교훈이기 때문이다. 

* 글쓴이는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입니다.* 본문은 디지털 창비(http://weekly.changbi.com) 2012년 4월 12일자 주간 논평입니다. 

2012년 4월 12일 목요일

한나라당 0.9% 지지율, 이름값 했네?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12일자 기사 '한나라당 0.9% 지지율, 이름값 했네?'를 퍼왔습니다.
정당득표율도 새누리당이 압도적 1위… 진보신당·녹색당 등 정당해산 절차 밟을 듯

11일 치러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득표율도 새누리당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오전 2시 현재 85.02% 개표가 진행된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42.50%의 득표율을 보이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36.62%, 통합진보당은 10.31%를 기록했다. 자유선진당이 3.34%를 득표했을 뿐 진보신당이나 녹색당, 국민생각, 친박연합 등은 모두 비례대표 의석을 얻는데 실패했다. 

국민참여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일부가 통합돼 만든 통합진보당의 지지율 10.31%는 과거 진보신당이 떨어져 나가기 전 민주노동당 정당지지율 13.03%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당초 기대와 달리 통합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한편 진보신당은 1.1%를 얻는데 그쳤고 녹색당도 0.47%로 사실상 정당 해산 절차를 밟게 됐다. 영남신당에서 이름을 바꾼 한나라당이 0.87%를 득표한 것도 주목된다.  


정당득표율 현황. 오전 2시 현재. 85.02% 개표율 상황.

허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