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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7일 수요일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 내륙 6곳 모두 탈락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26일자 기사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 내륙 6곳 모두 탈락'을 퍼왔습니다.

ㆍ한려해상 1곳만 선정… 기준 맞추면 재추진 ‘불씨’ 남겨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 대상지로 해상형인 한려해상국립공원만 유일하게 선정됐다. 환경파괴 논란을 불러온 지리산·설악산·월출산 등 내륙 국립공원 6곳은 모두 탈락했다. 

환경부는 그러나 지리산과 설악산은 해당 지자체가 심의기준에 맞춰 사업계획을 다시 제출할 경우 시범사업 선정을 재추진키로 해 논란의 불씨는 남겼다.

정부는 26일 국립공원위원회를 열고 경남 사천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계획변경안을 가결하고 해상형 국립공원 삭도(索道·케이블카)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전남 구례군과 전북 남원시, 경남 산청·함양군(이상 지리산 권역), 강원 양양군(설악산 권역), 전남 영암군(월출산 권역)이 낸 공원계획안에 대해 “삭도 가이드라인 및 검토기준에 부합하는 사업계획은 없었다”고 밝혔다.

국립공원위원회는 6곳 모두 검토기준인 기술성·공익성·경제성·환경성 등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탈락 사유를 보면 양양군이 제출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계획서의 경우 케이블카가 주요 봉우리인 대청봉과 23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걸어서 쉽게 대청봉 접근이 가능한 거리다. 대부분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산 정상부에 케이블카 이용객이 대거 접근할 경우 훼손이 불가피하다. 산청군이 제출한 계획서에는 지리산 제석봉과 46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으며, 사업예정지 일대에는 반달가슴곰, 삵 등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었다.

환경부는 그러나 “지리산·설악산에 대해서는 향후 환경성·공익성·기술성 등 부적합 사유를 해소하고 사업계획을 다시 제시하는 경우 내륙형 국립공원 삭도 시범사업 선정을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월출산에 대해서는 “1년에 34만명 정도로 내방객이 많지 않아 케이블카를 놓는 게 적합하지 않아 시범사업의 필요성이 없다”고 못박았다. 반면 지리산과 설악산에 대해서는 “지리산은 연간 내방객이 260만명, 설악산은 380만명 수준으로 일부 탐방로 훼손이 높고 쓰레기도 많이 발생한다”며 “케이블카가 관광수요를 충족하고 국립공원을 보호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그러나 “설악산·지리산 5곳 이외에 더 이상의 시범사업 대상지 선정은 없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는 시범사업 부결 결정을 환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의 결정은 우리나라 국립공원에는 더 이상 케이블카가 필요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환경부와 국립공원위원들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이날 부결을 계기로 케이블카 설치를 가능하도록 한 ‘자연공원법’ 재개정 운동을 벌여 추가 설치 논의를 막기로 했다. 지리산생명연대는 “앞으로 케이블카 설치 검토조차 할 수 없도록 현 정부가 개정한 자연공원법을 재개정하는 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들의모임의 윤주옥 처장은 지리산·설악산 케이블카 추가 검토 가능성에 대해 “국립공원에 사람들이 많이 가는 것을 케이블카를 통해 해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2012년 6월 26일 화요일

설악산ㆍ지리산ㆍ월출산…MB 시대 수난


이글은 프레시안 2012-06-26일자 기사 '설악산ㆍ지리산ㆍ월출산…MB 시대 수난'을 퍼왔습니다.
[기고] 등산로 폐쇄한 뒤 돈 내고 케이블카 이용하라고?

환경부는 26일 10시, 국립공원위원회를 열어 일곱군데 지방자치단체가 신청한 공원계획변경신청안에 대한 심사를 할 예정이다. 지리산, 설악산, 월출산,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모두 국립공원을 통과하거나, 정상부까지 향하는 케이블카 건설계획을 세우고 환경부에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 중 해상국립공원인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케이블카가 국립공원 구역을 통과하는 노선이 그나마 짧지만, 다른 육상국립공원들은 그동안 허용되지 않았던 정상봉우리 턱밑까지 케이블카 건설을 할 계획이라 환경훼손 논란과 사회적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추진된 규제완화 정책은 국립공원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2010년 환경부는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해서 결국 각 산의 정상부까지 케이블카가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버렸다. 2010년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내용은 1967년 국립공원제도가 지정된 이후에 처음으로 정상부 지역의 규제를 푼 것이다.

각 산의 정상부는 생태계보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인공시설물을 최소한으로 하도록 해 왔었다. 사실상 모든 국립공원 어디에서든 케이블카가 건설 가능하도록 케이블카 노선길이를 2Km에서 5Km로 연장하고, 정류장높이를 9m에서 15m로 높였다.

상황이 이러하자 지역경제활성화를 명목으로 지방자치단체는 경쟁적으로 케이블카 건설에 뛰어들어, 지리산에는 무려 남원, 산청, 함양, 구례 등 네군데 지자체가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1980년 내장산국립공원에 케이블카 건설 이후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건설된 사례가 없을 만큼, 관광패턴이 변했고 국립공원관리가 보존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케이블카는 국립공원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을 들어 계속 반대해왔다.

 ⓒ연합뉴스

등산로 폐쇄하고 돈 내고 케이블카 이용하라고?

지난 19일, 케이블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공청회에서 지방자치단체 6곳의 케이블카 건설계획은 모두 부실해서, 환경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조차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양양, 영암, 남원, 함양, 산청이 제출한 광장조성계획은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위반하고, 지리산권 4개 지자체(남원, 산청, 함양, 구례)는 상부정류장을 '국립공원 특별보호구' 내에 건설할 계획을 수립해 환경부 가이드라인 중 '정류장 및 지주설치지점 회피지역' 부분에 부합하지 않는다.

더구나 지자체들은 케이블카로 환경훼손 논란이 일자 설악산의 오색구간, 지리산의 백무동, 뱀사골 등 주요 구간 등산로를 폐쇄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1년에 1000만 명 이상이 산을 찾는 현실에서 사회적 합의도 없이 이렇게 유명한 등산로를 폐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등산로 폐쇄하고 돈을 내고 산 정상부로 가는 케이블카를 이용하라고 하는 게 공익성이 있는 일인지도 쟁점이 된다.

경쟁하는 지자체들은 서로 자신들의 계획으로 국립공원도 지키고,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환경정책평가원(KEI)이 분석한 결과, 구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B/C 분석 결과 1을 넘지 못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논쟁은 국립공원관리정책과 긴밀한 연관이 있다. 국립공원은 국토 면적의 약 5%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생물종의 75%를 담당한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 설악산(2005년), 지리산(2007년), 월악산(2009년)은 IUCN(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 세계자연보전연맹)에 의해서, 생태계가 우수하고 잘 관리되고 있으며 자연상태 그대로나 그에 가까운 상태로 유지하도록 관리해야할 가치가 있는 'IUCN 카테고리 2등급'으로 지정받은 곳이다.

'카테고리 2등급'은 '이용'보다는 '보전'에 해당하는 등급이다. 환경부는 설악산, 지리산, 월악산이 보전가치가 높다고 평가하여 이들 국립공원을 IUCN 카테고리 2등급으로 지정받아 놓고서는 이와 모순되게 정상부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국립공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케이블카 추진으로 나타났듯이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 국립공원관리정책은 계속 후퇴했다. 2008년 취임 첫 해, 이명박 대통령은 '희망세상농업포럼'이라는 대선조직에 있었던 엄홍우 씨를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에 임명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켰다. 엄홍우 씨는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전력도 있다.

국립공원, 이명박 대통령 만나 수난

이렇게 시작한 국립공원 관리정책의 비전문성과 후퇴는 지난 5년 내내 이어졌다. 2010년 국립공원구역조정 기간이 아닌데도 앞당겨서 국립공원이었던 곳을 제외한 결과, 육상국립공원 1.7%가 줄어들었다. 보존보다는 이용정책을 강화하다 보니 국립공원 전체에 탐방로가 국립공원 탐방로가 2007년 대비 2011년 30% 늘었지만, 탐방로에 대한 훼손 복구비는 2007년 계획 대비 50% 삭감돼 산사태 위험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작년 2011년에는 새로운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에 촛불 때 경찰청장으로 악명 높은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임명해서 국립공원 업무 전문성을 또 다시 훼손하더니 2개월 만에 경호처장으로 임명해 버리는 일도 있었다.

25일,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 대표발의로 24명 국회의원들은 "국립공원 케이블카 선정 중단 촉구 결의안"을 제출해, "국립공원 내 관광용 케이블카 사업 중단, 국립공원의지속가능한 자연보전정책 강화"를 촉구했다. 6월 19일 공청회가 개최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26일 국립공원위원회를 개최하여 케이블카시범지역을 선정하는 하는 것도 문제고,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건설을 위한 사전조사만 7년 넘게 걸린 호주와는 너무나 대비된다는 주장이다.

환경, 종교단체로 이루어진 국립공원케이블카반대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국민대책위)는 성명서를 통해 "케이블카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과는 어울리지 않는 시설로 국립공원 정상부 훼손을 부채질하고, 생물종다양성 감소에 일조하며, 경관을 파괴하는 대표적 시설"로 "환경부는 스스로 정한 기준을 벗어난 각 지자체의 계획서에 대하여 있는 사실 그대로 국립공원위원회에 전달하여 국립공원위원들이 올바른 심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범국민대책위는 26일 오전 8시 15분부터 공원위원회가 열리는 10시까지 환경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할 예정이다.

 /고이지선 녹색당 정책담당 간사

2012년 5월 22일 화요일

‘반달가슴곰 보호구역’에 케이블카 추진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22일자 기사 '‘반달가슴곰 보호구역’에 케이블카 추진'을 퍼왔습니다.
ㆍ지리산 걸친 남원·산청·함양·구례, 신청기준 어겨
ㆍ환경부 “현장조사·설계도 사실 검증 후 최종 결정”

환경부가 추진 중인 케이블카 시범사업 대상지 가운데 지리산에 설치 의사를 밝힌 4개 지자체 모두 반달가슴곰 특별보호구역 내에 정류소를 설치하겠다는 제안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천연기념물 제329호 반달가슴곰은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환경단체들은 “반달가슴곰 서식지에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신청서를 낸 지자체 4곳(구례·남원·산청·함양) 모두 산 정상부 정류장을 ‘반달가슴곰 특별보호구역’ 내에 설치하겠다고 신청한 것으로 21일 밝혀졌다.

이는 환경부가 제시한 케이블카 설치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정류장 및 지주 설치 지점은 야생동식물특별보호구역과 생태·경관보전구역, 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 등 법정보호종의 주요 서식처·산란처에서 최대한 떨어지도록 규정했다. 그런데도 지자체 4곳이 특별보호구역 내에 상부정류장을 짓겠다는 제안서를 낸 것이다. 

‘특별보호구역’은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종 복원, 외래 동식물 제거를 위해 사람의 출입도 제한하는 곳이다.

환경부는 지리산 반달가슴곰 서식지 약 5950만㎡를 특별보호구역(2007~2026년)으로 지정했다. 2004년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을 처음 방사하고 본격적으로 복원사업을 추진해왔다. 

현재까지 8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다. 현재 곰의 개체수도 27마리에 달한다. 반달가슴곰 50마리가 모이면 자체적으로 증식할 수 있을 것으로 환경부는 보고 있다. 2020년까지 반달가슴곰을 50마리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설악산 등의 백두대간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반달가슴곰을 살리겠다고 보호구역을 지정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는 모순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처장은 “사람의 출입도 통제할 만큼 특별히 보호해야 하는 반달가슴곰 서식지에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것은 말이 안된다. 자연친화적 사업이 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정선화 환경부 자연자원과장은 “케이블카 시범사업 선정 가이드라인에는 정류장과 지주를 특별보호구역에서 최대한 회피하기로 돼 있는 것이 맞다”며 “현장조사 등을 통해 지자체가 제시한 설계도에 대해 사실 검증을 한 뒤 공원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12월21일 제93차 국립공원위원회에서 ‘국립공원 삭도 시범사업 선정절차’를 발표했다. 

양양(설악산)과 구례·남원·산청·함양(지리산), 영암(월출산), 사천(한려해상) 등 7개 지자체를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했다.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

2012년 1월 29일 일요일

동백나무 숲에 '풍덩', 명품섬 내도 탐방기


이글은 한겨레신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2-01-10일자 기사 '동백나무 숲에 '풍덩', 명품섬 내도 탐방기'를 퍼왔습니다.
 빛이 신비로운 섬, 내도

‘내도 가는 배표, 여기서 사나요?’

‘탐방하러 오셨습니까?’

평범한 질문에 되돌아온 답이 나를 놀라게 했다. ‘탐방’이라니, 10년 넘게 국립공원을 다녔지만 매표원에게선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내도행 배표 매표원이자 내도호 선장인 김명규 님은 그렇게 대답했다. 관광도, 답사도 아닌 ‘탐방’이라 했다. ‘탐방’은 국립공원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로,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국립공원에 오는 사람은 탐방객, 국립공원에 난 길은 탐방로, 국립공원을 안내하는 곳은 탐방안내소, 국립공원 초입에 있는 사무소는 탐방지원센터 등으로 부른다.

내가 국립공원에 있음을 알려준 것은 안내판이나 현수막이 아니라 ‘탐방’이란 단어였던 만큼, ‘탐방’이란 매표원의 말 하나로 내도는 나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섬으로 되어 버렸다.


↑ 몽돌로 인해 더 진한 빛깔을 간직하게 된 내도 앞 바다.

 내도는 섬의 섬이다
거제도는 우리나라 섬 중 해안선 길이가 가장 긴 섬이다. 800리에 달하는 해안선 길이는 지리산 둘레와 맞먹는다. 거제도는 10개의 유인도와 52개의 무인도를 거느리고 있는데, 내도는 거제도에 달린 그러한 섬의 하나로, 말하자면 섬의 섬인 셈이다.

내도로 들어가는 유일한 배편인 내도호는 허리를 곧게 펴기 힘들 만큼 작은 배다. 배가 작으니 바닷물의 흐름이 그대로 전달됐다. 나룻배에 타고 노를 젓는 느낌이었다. 내도호와 함께 바다가 코앞에서 흔들렸다.

거제 구조라항을 떠난 내도호는 끈으로 연결된 듯 스르르 움직였다. 배 한편에 앉아, 바다구나, 비취색 물빛을 하고 있으니 깊겠네, 햇살 받은 바닷물은 따뜻할 거야, 뱃멀미를 하면 어디다 토하나 등 잡스러운 생각에 빠져들려고 하는데 벌써 내도라고 한다. 배 안을 살피기에도 부족한 시간, ‘순간이동을 했나?’ 하고 벙벙한 속에서 내도에 발을 들여놓았다.

내도는 서울시청 앞 광장의 6배쯤 되는 크지 않은 섬이다. 한때에는 22가구, 50여명이 살았고, 구조라초등학교 내도분교도 있었다고 한다. 선생님이 1명이고, 2년마다 신입생을 뽑았던 내도분교 이야기는 지금보다 가난하고 힘겨웠던, 이제는 영화에서나 만날 수 있는 그리운 시절의 이야기다. 지금 내도에는 12가구, 18명이 살고 있다.

내도는 섬 전체가 식물원으로 알려진 외도 옆에 떠 있는 섬이다. 선착장이 있는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리(舊助羅里)에서 바라볼 때 바깥쪽에 있는 게 외도(外島), 안쪽에 위치한 게 내도(內島)다.

내도와 외도는 전설도 공유하고 있는데, 옛날 대마도 가까이에 있던 외도(남자섬)가 구조라 마을 앞에 있는 내도(여자섬)를 향해 떠오는 것으로 보고 놀란 동네 여인이 ‘섬이 떠 온다.’고 고함치자 그 자리에 멈췄다고 한다. 전설은 또 다른 전설로 이어져, 동네 여인네들 모두가 잠들면 내도를 향해 떠오는 또 다른 섬이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도 있다.

   
내도에서 만난 빛은 귀하고 신비로웠다
배에서 내린 나는 선착장과 선착장에 연결된 방파제, 선착장 뒤 펜션을 바라보며 적잖이 실망했다. 김명규 선장이 말한 ‘아시아의 아마존’하고도, 은근히 상상했던 작고 소박한 섬하고도 거리가 먼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 내도 숲 초입에는 동백나무와 삼나무가 어우러져 살고 있다.

선착장에 나온 최철성 자치위원장(55)에게 우선 섬을 돌아보고 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국립공원 안에 있는 마을, 섬 전체가 사유지인 땅, 오랜 세월 사람이 살고 있는 섬에 특별한 기대는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냥 그렇고 그런 섬일 거라고 미리 스스로를 위안했다.

내도 숲은 방파제를 왼쪽에 두고 5분쯤 걸으니 들머리가 나타났다. 내도 숲은 동백나무로 시작해 소나무로 끝난다. 동백나무 사이사이 감탕나무, 까마귀쪽나무, 육박나무 등 상록활엽수도 보이지만 그러곤 또 다시 동백나무다. 바다도 동백나무 사이로 보이고, 새도 동백나무에서 울고, 고라니도 동백나무를 헤치고 뛰어간다. 동백나무의 심연, 빽빽한 동백나무는 하늘도, 세상도 시야에서 차단한다.

그래서 그런가. 동백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한 줄기 빛은 빛답게 환하고 눈부셨다. 내도 동백나무 숲에서 빛은 귀하고 신비로운 존재였다. 동백나무의 정글인 내도 숲은 생태적 가치를 떠나서도 ‘아시아의 아마존’이라 부를 만한 묘한 매력이 있었다.


↑ 동백나무 숲 사이로 들어오는 빛은 귀하여 더욱 신비롭다.

국립공원이긴 하지만 국유지도, 특별한 보호지구도 아닌 내도 숲이 황홀한 동백나무 숲으로 유지된 이유가 뭘까? 대단한 무엇인가가 있을 듯 했다.

‘동백은 가지가 옆으로 퍼지잖아, 가지가 많은 데다가 단단하여 땔감으로는 좋은 나무가 아니야, 땔감으로 안 쓰다 보니 땔감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지, 뭐 특별한 건 없어.’ 마을 어르신은 신성함을 말하지 않았다. 살다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했다. 내도 숲에서 느껴진 자유로움과 충만함은 법이 아니라 일상의 삶이 보전한 숲이기 때문인가 보다.

동백나무 숲이 끝나면 소나무 숲이 나온다. 소나무 숲을 걷다보면 참식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이 보이고, 손에 잡힐 듯 가까이서 외도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내도 숲은 천천히 걸어 2시간쯤 걸린다. 2시간 동안 원 없이 동백나무를 볼 수 있는 곳이 내도다.

동백섬이라 이름 붙여진 곳도 있고, 동백섬을 수식어로 달고 다니는 섬도 있지만 동백꽃이 피고 지는 춘삼월에는 그런 섬보다 오늘 와 본 내도에 다시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뚝뚝 떨어지는 동백꽃은 여기서 봐야 제 맛이 날 것 같았다. 내도는 그렇고 그런 섬이 아니었다.


 10년 후 내도는 어떤 모습일까?
내도선착장엔 ‘자연을 품은 섬, 내도’란 돌비석이 있다. 돌비석은 내도가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 ‘명품섬 BEST 10’에, 그리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추진하는 명품마을에 선정되며 일어난 작은 변화이다.


↑ ‘명품섬 BEST 10’과 명품마을로 내도 곳곳은 공사 중이다.

내도는 ‘명품섬 BEST 10’과 명품마을로 각각 25억 원, 5억 원을 지원받는다고 한다. 지원액을 듣는 순간, 나는 내도가 어떻게 변할지 걱정스러웠다. 명품섬 추진으로 내도에 닥칠 변화, 난개발을 걱정하는 나에게 최 위원장은 내도 사람들도 떼돈 벌 생각이 있는 건 아니라고, 다만 섬을 지키며 살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명품섬도 있는 걸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있는 그대로 유지하려 노력 중이라고, 다만 사람들이 와서 불편하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고, 그러면 다시 올 것이고, 그래야 주민들이 살아갈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 행정안전부 ‘명품섬 BEST 10’ 지원사업을 총괄하는 최철성 자치위원장.

내도의 동백나무 숲에 이미 마음을 빼앗긴 나는, ‘명품섬 BEST 10’도 좋고, ‘국립공원 명품마을’도 좋지만 돈이 섬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내도가 상혼에 오염됨 없이 동백나무와 더불어 언제까지고 소박하고 평화로운 섬으로 남아 있기를 빌면서 돌아 나오는 배에 올랐다.

글·사진 윤주옥/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 이글은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소식지 2012년 1월호에도 실렸습니다.

2011년 12월 6일 화요일

내성천, 어쩌면 마지막 풍경


이글은 레디앙 2011-12-06일자 기사 '내성천, 어쩌면 마지막 풍경'을 퍼왔습니다.
[이상엽의 시선] 그 아름다움을 채 담지 못하는 안타까움

▲내성천 2011 / © 이상엽

안셀 아담스라는 미국 사진가가 있다. 흔히들 예술적인 풍경 사진의 대가라고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삶은 독특한 것이 있다. 어릴적 피아니스트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20대에 사진으로 전향했다. 연초점의 뽀시시한 회화적인 풍경사진에 반기를 들고 사진 스스로가 예술이 되길 원했다.

▲내성천 2011 / © 이상엽

그가 참여했던 그룹의 이름처럼 극사실의 풍경을 사진으로 재현하는데 힘썼으며, 그 사진에 담긴 국립공원의 파괴를 막는 데 헌신했다.

▲내성천 2011 / © 이상엽

흔히 사진은 사물의 표면을 강탈해 오는 특성이 있다. 그 몰염치한 행위가 사진가를 괴롭힐 때 나설 수 있는 행동은 그만한 댓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대상이 사람이건, 풍경이건 만찬가지이다.

▲내성천 2011 / © 이상엽

나의 내성천 사진은 어떠한가? 안셀 아담스처럼 대형 카메라에 존시스템을 사용해 황홀하리만치 찍지 못하는 것이 괴롭다. 그리하여 내성천의 파괴를 막고 그 아름다움이 누대를 갔으면 좋겠지만, 능력의 한계를 알기에 오늘도 그곳에 가서 부지런히 셔터를 누른다. 채 그 아름다움을 찍어보기도 전에 준설과 파괴로 내성천의 본모습이 사라질까 그것이 두려울 뿐이다.

▲내성천 2011 / ©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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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http://blog.naver.com/inpho.do 2011년 12월 06일 (화) 08:59:49

이상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