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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6일 일요일

지리산 야생곰과 방사곰, 어디서 사랑 나눴나


이글은 한겨레신문 환경전문 조홍섭기자 블로그 물바람숲 2013-01-04일자 기사 '지리산 야생곰과 방사곰, 어디서 사랑 나눴나'를 퍼왔습니다.

지리산에 야생 반달곰의 숨겨진 아성 있어, 이번에 방사 곰과 2세 봐
정·재계 유력자 청탁으로 밀렵 성행, 웅담 2억 호가하기도…현재 토종과 방사곰 30마리 오손도손

1983년 5월22일 오전 11시45분 설악산 마등령의 범잠바위골. 반달가슴곰이 마지막 토해낸 숨소리가 지켜보던 사람들을 울렸다. 이튿날 ‘반달곰 끝내 숨지다’라는 (경향신문) 1면 기사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설악의 깊은 계곡에 누워 총상의 고통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비운의 반달곰. 부상 2주간의 마지막 고통이 얼마나 심했던지 반달곰은 ‘으엉, 으엉’ 계곡을 뒤흔드는 신음소리를 냈다. 구조반의 긴급출동도 보람 없이 곰은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 밀렵꾼의 총탄에 쓰러진 설악산 반달곰을 최초 보도한 <경향신문>1983년 5월21일 1면 기사. 이 보도를 시발로 신문과 방송이 이 반달곰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국민들이 반달곰의 생사를 지켜봤다.

» 사흘 만에 반달곰은 구조되지 못하고 숨진다. <경향신문> 1983년 5월23일 1면 기사.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야생동물 밀렵에 대한 경각심과 야생동물 보호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다.

밀렵꾼의 총을 맞고 도망친 반달곰은 이곳에 쓰러졌다. 주민들의 신고로 19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들은 깊은 산속에 누워있는 반달곰의 생존을 기원했다. 하지만 반달곰은 사흘 만에 병원으로 옮겨지지도 못하고 숨졌다. 임종식 설악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계장이 말했다. "그 뒤 반달곰 봤다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외설악 공원에는 그 사건을 기려 반달곰 동상이 세워졌고요.” 반달곰 동산은 외설악공원의 명물이 되어왔다. 지금도 관광객들은 이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남한에서 야생 반달곰은 멸종한 걸까? 일반인의 선입견과 달리 그렇지 않다.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 등 중대형 포유류 가운데 많이 살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이 바로 반달곰이다.

1983년 설악산 반달곰 사건에서 숨진 반달곰은 '마지막 반달곰'으로 상징되곤 했으나, 1986년 11월 문화방송 촬영팀이 설악산 권천계곡에서 반달곰을 추가로 촬영하기도 했다. 물론 반달곰은 카메라를 스치고 금방 사라졌기 때문에 1983년 반달곰 사건처럼 부상과 죽음이라는 드라마틱한 장면을 담을 순 없었다.
지난 1일에는 지리산에서 야생 반달곰의 생존을 보여주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지리산에는 2004년부터 인위적으로 야생방사된 반달곰과 새끼 26마리가 산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방사곰(RF-18·식별번호)이 지난해 낳은 새끼곰 한 마리의 아비가 지리산에 사는 ‘토종 반달곰’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RF-18은 2011년 6~8월께 수컷과 교미해, 2012년 1월께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7월 공단 생태복원팀은 새끼 두 마리의 모근을 채취해 유전자를 분석했다. 한 마리의 아비는 ‘옆 동네’에 사는 수컷(RM-19)임이 밝혀졌으나, 다른 한 마리의 아비는 확인되지 않았다(반달곰의 수정란은 착상이 느려, 다른 아비의 새끼를 한 배에 임신할 수 있다).

공단은 지리산에 방사된 모든 곰의 유전자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새끼곰의 아비는 ‘소재 불명’이었던 것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생태복원팀의 양두하 박사가 말했다. "지리산에 야생곰이 산다는 걸 보여줍니다. 우리가 풀어놓은 반달곰(RF-18)이 야생 반달곰과 교미한 거죠.”

» 2002년 환경부 무인카메라에 찍힌 지리산 야생 반달가슴곰. 몸집과 형태를 볼 때 수컷으로 추정된다. 2000년 진주 <문화방송> 촬영팀에서 찍힌 것은 암컷이었다. 두 반달곰이 찍힌 장소는 대성골 주변이다.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 지난해 지리산에 야생방사된 반달곰 RF-18이 낳은 새끼 두 마리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직원이 들고 있다. 이 두 마리의 모근을 채취해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한 마리의 아비가 야생방사된 방사곰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RF-18의 서식지 등을 감안할 때, 아비는 원래부터 지리산에서 살던 야생 반달곰으로 추정된다.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 야생 반달곰이 가장 최근에 확인된 건 2002년 환경부 무인카메라에서였다. 2000년에는 진주 문화방송 촬영팀의 무인카메라에도 포착됐다. 최소한 두 마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환경부와 공단은 다른 지역에서 반달곰을 들여와 야생방사하기로 결정했다. 지리산, 북한, 러시아 등 고향은 달라도 사이좋게 짝짓고 번성하라는 ‘지리산 반달곰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이렇게 2004년부터 36마리의 반달곰이 지리산에 풀렸다. 대부분 적응에 성공했고 10마리의 새끼도 탄생했다. 반면 지리산의 주인인 야생곰의 소재는 2002년 이후 수수께끼였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중반까지 지리산에 많게는 10~20마리의 야생곰이 살았다고 말한다. 당시 반달곰 보호운동을 벌인 우두성 지리산생태보존회 대표가 당시 상황에 대해서 설명했다.

1996년만 해도 지리산에 전문 사냥꾼이 다섯 팀 있었어요. 설악산 반달곰 다 잡고 백두대간 타고 내려온 거지. 아예 지리산 부근으로 이사를 와서 곰 잡아서는 개인택시에 싣고 서울로 부산으로 가서 팔고. 그 사람들 감자폭탄도 썼어요. 대구사람들이 대성동 골짝에 엄청 깔아놨죠. 거기서 곰이 많이 죽었어요.”

» 밀렵꾼들이 곰을 잡을 때 쓴 일명 '감자 폭탄'. 밀랍과 꿀 안에는 폭약이 들어있다. 사진=우두성

» 지리산 야생 반달곰이 나무 속의 벌꿀(목통)을 잡아먹은 흔적. 나무를 부숴 꺼내 먹는다. 새끼 곰은 힘이 없어 이런 흔적을 남기지 못한다. 사진=우두성

» 곰 배설물. 우두성 지리산생태보존회 대표는 "멧돼지 배설물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곰 배설물은 먹이가 한 종류만 들어있다. 곰이 서서 집어먹기 때문에 곰털도 간혹 나온다"고 말했다. 반달곰은 대개 이런 바위 난간에 배설물을 남기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1996년 조사 당시 이 배설물은 일본의 연구기관으로 보내져 반달곰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이를 확인할 만한 기관이 거의 없었다. 사진=우두성

일반적으로 곰 포수들은 정계나 재계의 유력자에게 청탁을 받고 곰을 잡았다. 잡힌 곰에게서 채취된 웅담은 권력자에게 뇌물용이나 진상용으로 쓰였다. 주민들이 곰 밀렵이 있다고 경찰에 신고를 하면 오히려 경찰서장실에서 조인트를 까이던 시절도 있었다고 우 대표는 말했다.

설악산 반달곰 사건 때문에 곰 사냥꾼들의 신경이 곤두섰다. 곰 사냥꾼들은 지리산에 내려와 있었다. 지리산에선 눈에 띄는 사냥총보다는 올가미와 감자폭탄을 썼다. 물에 불려 말린 딱총 화약을 벌집에서 채취한 밀랍으로 싸서 감자처럼 만든 게 감자폭탄이었다. 꿀을 발라 나뭇가지에 실로 걸어놓으면, 이를 낚아채 씹던 곰이 ‘펑’ 터져 뇌진탕으로 죽었다. 우 대표는 감자폭탄이 국립수사과학원에서 '인마살상용 화기'라는 확인도 받았다고 말했다.  

지금은 중국, 타이에서 오니까 웅담이 똥값이지만, 그때만 해도 최소 2000만원, 많게는 2억원 받았어요. 한 마리 잡으면 집 한 채 사거든. 곰사냥꾼들이 기를 쓰고 달려든 거죠. 우리가 밀렵 감시 운동 벌이면서 그 사람들 검찰에 잡혀가서 혼도 나고 그랬어요. 그 사람들한테 지금 곰 몇 마리 없지 않느냐, 더 잡으면 멸종한다, 더 이상 하지 말라고 설득했죠. 곰 생태조사 하는데 도움을 주신 분도 있어요.”

1990년대 후반 우 대표와 지리산생태보존회는 곰사냥꾼들을 어르고 달래 지리산에서 내보낸다. 그리고 동면굴과 배설물, 곰털 등을 공개해 지리산에 야생 반달곰이 산다는 사실을 알리고, 환경부와 공단이 반달곰 복원 사업을 추진하도록 이끌어낸다. 최소 5마리, 최대 10마리 이상이 산다는 게 당시 이 단체의 조사 결과였고, 환경부는 이를 용역 보고서에서 받아들인다. 우 대표에게 물었다.

"그럼 그 야생곰들은 지금 어디 살고 있나요?”

방사곰들이 아직도 못 들어가는 곳이 있어요. 거기에 야생곰들이 살지요. 곰 관리팀(공단)에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거야. 굉장히 넓은 지역인데, 그 곳은 아직도 (방사곰이) 못 들어가거든.”
반달곰 복원사업이 진전된 최근에 방사곰 26마리는 지리산 전역에 흩어져 산다. 지리산 동부와 북부 몇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골짝에 터전을 잡았다. 하지만 야생곰의 서식지는 2002년 마지막 카메라로 포착된 이후 분명치 않다. 양두하 박사가 말했다. 양 박사는 2005년부터 반달곰 복원작업에 참여해온 전문가다.

야생 반달곰이 어디에 사는지도 계속 찾아봤죠. 무인카메라를 여러 곳 설치했지만 한번도 안 찍혔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방사곰들은 지리산 북동부엔 잘 안 갔어요. ○○골, ◇◇골, □□골은 가더라도 곧바로 쫓겨났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기에 야생곰이 살 거라고 생각해요.”
 방사곰들이 못 들어가는 제한구역이라도 있단 말인가요?”

그래도 많이 바뀌었어요. 방사곰들이 많아지면서 조금씩 (야생곰의) 서식지를 치고 들어갔어요. 과거엔 덩치나 힘이 밀려서 못 들어갔다면, 지금은 8~9살 다 컸으니 터전을 넓힌 거죠. 이번에 새끼를 낳은 RF-18도 지리산 동부에서 활동한 놈이거든요. 2~3년 전만 해도 방사곰은 바로 쫓겨나오던 골짜기인데.”
"거기가 어디죠?”

"말하면 안 돼요”

지리산에는 수많은 세월 동안 산을 지켜온 곰들 그리고 인간이 외지에서 들여온 곰들이 함께 산다. 현재 활동하는 방사곰이 26마리이니, 1990년대 살던 야생곰들이 그대로 남아있다면, 지금 지리산에 사는 반달곰은 30여마리다.

불행하게도 지리산의 주인인 토종 야생 반달곰은 소수로 전락했다. 자기 터전을 야금야금 쳐들어오는 이주민들이 밉겠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새짝이 생겼는데.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남종영 한겨레신문 기자2001년부터 한겨레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에서 환경 기사를 주로 썼고, 북극과 적도, 남극을 오가며 기후변화 문제를 취재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 종단 환경 에세이인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지었고 『탄소다이어트-30일 만에 탄소를 2톤 줄이는 24가지 방법』을 번역했다. 북극곰과 고래 등 동물에 관심이 많고 여행도 좋아한다. 여행책 『어디에도 없는 그곳 노웨어』와 『Esc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을 함께 냈다.이메일 : fandg@hani.co.kr       블로그 : http://plug.hani.co.kr/isoundmysight

2012년 6월 28일 목요일

'지리산댐 운명 달린' 용유담 명승 지정 6개월 보류


보류가 아니라 댐건설은 취소되어야 한다!!!
이글은 오마이뉴스 2012-06-27일자 기사 ''지리산댐 운명 달린' 용유담 명승 지정 6개월 보류'를 퍼왔습니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분과위, 26일 결정... "국토해양부 자료 보완 위해"

[기사 보강 : 27일 오후 8시 20분]

함양 지리산 용유담의 국가명승 지정이 6개월간 보류됐다. 문화재청은 27일 덕수궁에서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용유담은 지리산댐(문정댐) 건설 예정지 안에 있어, 용유담이 명승으로 지정되면 댐을 건설할 수 없게 된다. 이로써 명승 지정 여부뿐만 아니라 지리산댐 건설 여부도 뒤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분과위원회는 "문화재 보존과 댐 계획 조성, 찬성-반대 양론의 갈등 조정과 국토해양부로부터 자료 보완을 위해 문화재 지정 심의를 6개월간 보류한다"고 결정했다.

▲ 지리산 용유담 전경. ⓒ 함양군청

또 문화재청 천연기념물분과위원회는 "문화재 보존은 용유담의 원형보존을 의미하며, 국토해양부, 한국수자원공사는 이 기간 중 문화재에 위해가 되는 어떠한 조치나 결정도 하여서는 아니된다"며 "만약 이 기간 중 문화재에 악영향을 미치는 위해 행위가 있을 때에는 문화재청은 용유담의 명승 지정을 즉시 추진한다"고 결정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2월 8일 용유담에 대해 국가명승 지정 예고를 했다. 그런데 한국수자원공사와 함양군이 이 지역에 홍수조절용 댐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며 명승 지정 반대 의견을 냈던 것이다.

이에 문화재청은 지난 4월 심의해서 명승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연기했고, 이날 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지리산댐(문정댐)을 건설해 부산권·동부경남권의 식수원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지리산댐 건설 여부와 함께 용유담의 명승 지정 여부로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분과위원회가 회의를 여는 이날도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었다. 종교시민사회단체와 이학영(민주통합당), 강동원(통합진보당), 김제남(통합진보당) 국회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유담 명승 지정과 지리산댐 건설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 지리산 용유담 전경. ⓒ 함양군청

이들은 "문화재청이 2011년 용유담을 국가지정 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한국수자원공사와 함양군이 지리산댐 건설을 이유로 명승 지정을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댐 건설 계획은 전면 재검토하고 백지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서울 대한문 앞에서는 '지리산공동행동'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용유담의 명승 지정을 기원하는 1000번 절하기를 하기도 했다.

함양 휴천면 일부 주민들은 홍수 때마다 피해가 심각했다며 댐 건설을 바라고 있다. 주민들은 그동안 문화재청 앞에서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국비 9857억 원을 들여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 문하마을 인근에 높이 141m, 길이 896m 규모의 '문정 홍수조절용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찬반 입장 팽팽 ... 논란 더 증폭될 수도

이번 문화재청의 심의 결과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지리산댐 추진을 바라는 함양군청 관계자는 "심의 결과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심의 참여자들의 의견을 들어본 뒤에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태오 '지리산 문정댐 추진위' 위원장은 "또 싸울 것이다. 장난도 아니고, 6개월이 뭐냐"면서 "조그마한 개울인데 명승 지정은 말이 안된다. 비가 200mm만 와도 주민들은 대피를 한다. 사람 생명이 중요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환문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은 "문화재청이 용유담의 문화재 가치적 인정한 것은 바람직 하지만, 그런데도 결정을 하지 못한 것은 국토부와 수공 등에서 얼마나 위원들에 대한 설득과 압력을 행사했겠느냐고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결정이라 볼 수 없다"면서 "앞으로 양측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거나 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논란은 더 증폭될 수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윤성효 (cjnews)

2012년 6월 27일 수요일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 내륙 6곳 모두 탈락


이글은 경향신문 2012-06-26일자 기사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 내륙 6곳 모두 탈락'을 퍼왔습니다.

ㆍ한려해상 1곳만 선정… 기준 맞추면 재추진 ‘불씨’ 남겨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 대상지로 해상형인 한려해상국립공원만 유일하게 선정됐다. 환경파괴 논란을 불러온 지리산·설악산·월출산 등 내륙 국립공원 6곳은 모두 탈락했다. 

환경부는 그러나 지리산과 설악산은 해당 지자체가 심의기준에 맞춰 사업계획을 다시 제출할 경우 시범사업 선정을 재추진키로 해 논란의 불씨는 남겼다.

정부는 26일 국립공원위원회를 열고 경남 사천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계획변경안을 가결하고 해상형 국립공원 삭도(索道·케이블카)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전남 구례군과 전북 남원시, 경남 산청·함양군(이상 지리산 권역), 강원 양양군(설악산 권역), 전남 영암군(월출산 권역)이 낸 공원계획안에 대해 “삭도 가이드라인 및 검토기준에 부합하는 사업계획은 없었다”고 밝혔다.

국립공원위원회는 6곳 모두 검토기준인 기술성·공익성·경제성·환경성 등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탈락 사유를 보면 양양군이 제출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계획서의 경우 케이블카가 주요 봉우리인 대청봉과 23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걸어서 쉽게 대청봉 접근이 가능한 거리다. 대부분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산 정상부에 케이블카 이용객이 대거 접근할 경우 훼손이 불가피하다. 산청군이 제출한 계획서에는 지리산 제석봉과 46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으며, 사업예정지 일대에는 반달가슴곰, 삵 등의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었다.

환경부는 그러나 “지리산·설악산에 대해서는 향후 환경성·공익성·기술성 등 부적합 사유를 해소하고 사업계획을 다시 제시하는 경우 내륙형 국립공원 삭도 시범사업 선정을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월출산에 대해서는 “1년에 34만명 정도로 내방객이 많지 않아 케이블카를 놓는 게 적합하지 않아 시범사업의 필요성이 없다”고 못박았다. 반면 지리산과 설악산에 대해서는 “지리산은 연간 내방객이 260만명, 설악산은 380만명 수준으로 일부 탐방로 훼손이 높고 쓰레기도 많이 발생한다”며 “케이블카가 관광수요를 충족하고 국립공원을 보호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그러나 “설악산·지리산 5곳 이외에 더 이상의 시범사업 대상지 선정은 없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는 시범사업 부결 결정을 환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의 결정은 우리나라 국립공원에는 더 이상 케이블카가 필요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환경부와 국립공원위원들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이날 부결을 계기로 케이블카 설치를 가능하도록 한 ‘자연공원법’ 재개정 운동을 벌여 추가 설치 논의를 막기로 했다. 지리산생명연대는 “앞으로 케이블카 설치 검토조차 할 수 없도록 현 정부가 개정한 자연공원법을 재개정하는 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들의모임의 윤주옥 처장은 지리산·설악산 케이블카 추가 검토 가능성에 대해 “국립공원에 사람들이 많이 가는 것을 케이블카를 통해 해결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2012년 5월 24일 목요일

“지리산이 품은 비경, 이대로 물에 잠기나”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23일자 기사 '“지리산이 품은 비경, 이대로 물에 잠기나”'를 퍼왔습니다.
ㆍ문정댐 건설로 수몰 위기 처한 ‘용유담’ 르포

경남 함양군 휴천면 운서마을에서 나고 자란 강학기씨(55)는 평생 벼농사와 감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최근 강씨는 마을을 지나는 임천강 상류에 댐이 생긴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자신의 논밭이 있던 바로 옆의 터가 수몰지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는 “평생 강을 벗삼아 살아왔는데…댐이 생기고 나면 평생 짓던 농사를 망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임천강에 추진 중인 문정홍수조절댐(일명 지리산댐)이 주민들의 터전을 앗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뿐만 아니다. 임천강 상류에 있는 바위 연못 용유담(龍遊潭)도 수몰 위기에 처해 있다. 옛날 용이 뛰놀던 깊은 연못이라는 뜻에서 이름 붙은 용유담은 조선시대 현감이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다. 가파른 산 사이에 깊숙이 위치한 연못은 주변의 바위와 자갈 무더기가 빚어내는 절경으로 유명하다.

용유담 인근 운서마을에 사는 주민 손영일씨가 용유담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중턱에서 문정댐이 건설될 경우 수몰되는 지역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 황평우 소장 제공

▲ 작년 12월 명승 지정 예고
국토부 요청에 보류 판정
마을엔 찬·반 현수막 걸려
반달곰 이동통로도 잃게 돼

지리산 용유담을 지난 22일 찾았다. 함양군에서 소나무 숲이 우거진 산속을 차로 20분간 달려 도착했다. 울창한 산속에 위치한 연못은 회백색 돌무더기로 둘러싸인 채 힘차게 물을 내려보내고 있었다. 돌무더기 곳곳에는 작은 자갈이 부딪쳐 생긴 원형의 구멍이 움푹 패어 있었다. 주민들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검은색 둥근 돌을 ‘용의 배설물’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용유담 주변에 걸려 있는 현수막들은 아름다운 경치와는 대조를 이뤘다. 문정댐 건설을 놓고 찬성과 반대로 갈린 구호들이 무언의 시위를 하고 있었다.

국토해양부는 함양군의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문정댐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해발 288m 지점에 건설되는 문정댐은 높이만 약 140m에 달한다. 이 댐이 건설되면 용유담 수면 위 약 70~80m까지 물이 차오른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용유담을 지난해 12월 명승지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용이 남긴 흔적을 연상시키는 화강암 암반과 배설물을 연상시키는 바위들이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댐 건설 때문에 명승지 지정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4월 국토부가 문화재청에 명승지 지정 보류 요청 공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댐 건설을 위해 간이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 중”이라며 “문화재청이 용유담을 명승지정 예고해 댐 계획과 문화재 지정이 상충된다는 내용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위원회는 국토부의 의견서가 접수된 뒤 명승지정 보류 판정을 내렸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예산을 들여 용역작업을 통해 명승지정 예고된 곳을 댐 건설이라는 이유로 물속에 사장시키려는 수자원공사와 국토부의 발상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곳은 생태적 가치도 높은 지역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08년 용유담 일대가 멸종위기종이자 환경부에서 종복원사업을 실시하는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이동통로라는 보고서를 냈다. 용유담이 수몰되면 반달가슴곰은 이동통로를 잃어 지리산 일대를 방황하게 될 판이다. 멸종위기종인 수달도 용유담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댐이 세워지면 수달의 집도 물에 잠기게 된다.

용유담의 운명은 다음달로 예정된 정부의 명승지정 해제 여부 결정에 따라 판가름나게 된다.

함양 |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

2012년 5월 22일 화요일

‘반달가슴곰 보호구역’에 케이블카 추진


이글은 경향신문 2012-05-22일자 기사 '‘반달가슴곰 보호구역’에 케이블카 추진'을 퍼왔습니다.
ㆍ지리산 걸친 남원·산청·함양·구례, 신청기준 어겨
ㆍ환경부 “현장조사·설계도 사실 검증 후 최종 결정”

환경부가 추진 중인 케이블카 시범사업 대상지 가운데 지리산에 설치 의사를 밝힌 4개 지자체 모두 반달가슴곰 특별보호구역 내에 정류소를 설치하겠다는 제안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천연기념물 제329호 반달가슴곰은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환경단체들은 “반달가슴곰 서식지에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신청서를 낸 지자체 4곳(구례·남원·산청·함양) 모두 산 정상부 정류장을 ‘반달가슴곰 특별보호구역’ 내에 설치하겠다고 신청한 것으로 21일 밝혀졌다.

이는 환경부가 제시한 케이블카 설치 가이드라인에 어긋나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정류장 및 지주 설치 지점은 야생동식물특별보호구역과 생태·경관보전구역, 멸종위기종·천연기념물 등 법정보호종의 주요 서식처·산란처에서 최대한 떨어지도록 규정했다. 그런데도 지자체 4곳이 특별보호구역 내에 상부정류장을 짓겠다는 제안서를 낸 것이다. 

‘특별보호구역’은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종 복원, 외래 동식물 제거를 위해 사람의 출입도 제한하는 곳이다.

환경부는 지리산 반달가슴곰 서식지 약 5950만㎡를 특별보호구역(2007~2026년)으로 지정했다. 2004년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을 처음 방사하고 본격적으로 복원사업을 추진해왔다. 

현재까지 8마리의 새끼가 태어났다. 현재 곰의 개체수도 27마리에 달한다. 반달가슴곰 50마리가 모이면 자체적으로 증식할 수 있을 것으로 환경부는 보고 있다. 2020년까지 반달가슴곰을 50마리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았다. 이를 바탕으로 설악산 등의 백두대간까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반달가슴곰을 살리겠다고 보호구역을 지정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는 모순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처장은 “사람의 출입도 통제할 만큼 특별히 보호해야 하는 반달가슴곰 서식지에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것은 말이 안된다. 자연친화적 사업이 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정선화 환경부 자연자원과장은 “케이블카 시범사업 선정 가이드라인에는 정류장과 지주를 특별보호구역에서 최대한 회피하기로 돼 있는 것이 맞다”며 “현장조사 등을 통해 지자체가 제시한 설계도에 대해 사실 검증을 한 뒤 공원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12월21일 제93차 국립공원위원회에서 ‘국립공원 삭도 시범사업 선정절차’를 발표했다. 

양양(설악산)과 구례·남원·산청·함양(지리산), 영암(월출산), 사천(한려해상) 등 7개 지자체를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했다.

목정민 기자 mok@kyunghyang.com

2012년 4월 5일 목요일

지리산 자락에 50층높이 댐 밀어붙인다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2-04-04일자 기사 '지리산 자락에 50층높이 댐 밀어붙인다'를 퍼왔습니다.


환경단체, 정부사업문서 공개경남 함양에 최대 규모로홍수조절 목적 내세워 추진용유담·289가구 수몰 위기“4대강으로도 모자라나”

※50층높이

정부가 지리산권역에 국내 최고 높이의 댐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단체들은 환경 파괴와 생태계 훼손 우려를 제기하며 댐 건설 사업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남환경운동연합, 지리산생명연대 등은 4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리산에 50층 빌딩 높이의 다목적댐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며, 정부에 댐 건설계획의 실체 공개와 사업 백지화를 요구했다.
환경단체들이 공개한 기획재정부의 ‘2011년도 하반기 예비타당성 조사 및 간이예비타당성 대상 사업 통보’ 문서를 보면, 정부는 국비 9857억원을 들여 지리산자락인 경남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 문하마을 인근에 높이 141m, 길이 896m 규모의 ‘문정 홍수조절댐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정댐의 높이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높은 평화의 댐(125m)보다 16m 더 높으며, 길이는 진주 남강댐(1126m)에 이어 두번째로 길다.
정부는 10여년 전부터 지리산권역의 홍수조절용으로 높이 103m, 길이 400m 크기로 문정댐 건설을 검토했으나, 지난해 12월 ‘기후변화 대응 재난관리 개선 종합대책’에 이 구상을 포함시키면서 규모를 키웠다. 이렇게 바꾼 계획에 따라 댐을 건설하면, 최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지정 여부로 논란을 빚고 있는 용유담을 포함한 경남 함양군 휴천면·마천면 일대 4.2㎢가 물에 잠기게 된다.
이에 따라 주민 289가구가 이주해야 하고, 지리산 도로 11.2㎞도 물에 잠겨 끊기게 된다.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곰의 이동통로 역시 일부가 물에 잠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1월 ‘용유담의 명승 지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문화재청에 내면서 “지질·지형·지역여건 등을 고려할 때 댐을 건설할 다른 지점을 찾을 수 없다”고 밝힌 사실도 드러났다. 수공은 홍수조절용으로 총저수량 1억7000만t으로 짓겠다는 문정댐에다 항상 9000만t 이상 물을 가둬두겠다는 계획을 밝혀, 낙동강 수질 악화에 대비한 식수확보가 또다른 목적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환문 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과 지류의 홍수 조절 기능이 개선된 상황에서 부산 식수 취수원 확보 등 다른 목적이 없다면 이렇게 댐의 규모를 키울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가뭄에 대비해 항상 일정량의 비상용수를 저장하기 위해 규모를 키운 것일 뿐 결코 식수공급 등의 다목적댐으로 건설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댐을 건설하더라도 지리산국립공원을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타당성조사와 설계 과정에서 규모와 위치는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