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28일 토요일
가차없이 도려내야 한다.
이글은 프레스바이플 2012-04-28일자 기사 '가차없이 도려내야 한다.'를 퍼왔습니다.
암담한 민주·진보 진영의 미래
민주통합당 내에 이해찬계니 박지원계니 하는 말은 들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두 정치인 모두 실무형 정치인으로서 각인되어 있을 뿐… 필자가 잘 몰라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총선에서 이들이 당의 전략적 판단 등에 깊숙이 개입한 흔적 또한 전혀 찾을 수 없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아예 배제되었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기대에 못 미치는 총선 결과가 한명숙 전 대표만의 책임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위에 언급한 두 사람도 아니고, 어떤 일이 있었기에 민주통합당은 마치 표류하는 난파선처럼 총선을 치르게 된 것일까? 속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바깥에서 보았을 때 당의 중심이 거의 해체된 상태에서 총선을 치렀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 수 있다. 당의 대표, 총선기획단, 공천심사위 등 수많은 사람이 있었을진대,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총선을 치렀다면 과연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그건 아니다.
친노의 이미지를 가진 한명숙 대표는 집단지도체제의 대표였고 당내 세력 분포로 보면 직접적 계보가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소양은 언제든지 자리를 내놓을 결심으로 원칙과 상식을 고수하는 총선 지휘가 필수적이었지만, 한 전 대표는 이에 실패했고, 이런 상황을 가져오게 한 수많은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이들이 누구인지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이들은 "공보다 사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일 것이 분명하다. 대가리만 어디에 처박으면 자기가 남의 눈에 안 보이는 줄 아는 꿩 수준의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다.
상왕, 수렴청정 등의 단어가 난무할 때 사람들은 그런가 보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진상을 알게 된다. 총선이 지난 후 선관위에 요구해 모든 총선후보자의 후원회장 명단을 입수한 후 하나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이것만이 민주통합당 등 정당 내의 계보라면 계보, 또는 주도권의 현재 위치 등을 객관적으로 유추해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취재를 거친 결과, 민주통합당의 공천 과정에는 꼼수가 난무했고, 당의 대표와 공천심사위원 등은 온갖 요구에 시달리다 지쳤음은 물론, 철학 부재는 물론 시의적절한 전략과 마땅한 전술도 하나 없이 총선을 치르다 지리멸렬하는 꼴을 보였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그럼에도, 책임을 진 사람은 당 대표와 그나마 총선 중간에 구원으로 등판해 고생한 사무총장뿐이었다는 사실이다. 민주적 절차의 약점을 민주통합당 내 기득권들은 철저히 이용했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사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실체 없는 ‘보이지 않는 손’에 책임을 떠넘겼다. 사실과 다르니 누구라고는 지적하지 못하고, ‘당의 총선 실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니 ‘대주주’니 하는 말들을 이즈음에도 입에 담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바로 이들, 이들과 몸을 섞은 이들이 이번에는 이해찬, 박지원 두 사람의 만남과 합의를 두고 ‘구태’라는 언급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대가리 처박는다고 몸통이 숨겨질까? 이렇게 떠드는 사람들이 바로 실패의 몸통들이며, 깃털들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기자들은 더 잘 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은 사실임에도 입에 담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온갖 인연으로 묶여 있어서이기도 하고, 이해관계에서 사실의 왜곡이 오히려 이익을 얻는 경우 또한 많기 때문이다. 특히 수구 언론들은 그야말로 이때다 싶은지 간만에 민주통합당 관련 기사로 지면을 도배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민주통합당의 최대 문제는 조직의 과잉이다. 과거로부터의 인연에 따라, 대권과 당권의 추이에 따라 온갖 동아리(?)가 존재하는 곳이 바로 민주통합당이다 보니 아마도 의원의 총수보다 더 많은 수의 의원 모임이 존재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곳이 바로 민주통합당이다. 이러니 영이 제대로 설 리가 만무하다. 소집단 이기주의의 온갖 구태가 나열된 전시장이라고 하면 너무도 과한 표현일까?
486이니 하는 그룹으로 분류되는 정치인 중 일부의 꼼수 정치는 이제 신물이 나서 보아주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으니 생물학적 나이로 구태를 규정하는 것조차도 어려워진 곳이 바로 민주통합당이다. 그들의 무능은 이미 익히 알고 있는 터라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이들의 완장 질과 패거리 질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아니면 '완장 운동권 키드의 생애'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면 적절할 정도다.
어제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민주당이 모바일 경선 석 달 만에 이제 체육관 선거로 가느냐.”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원로와 계파 보스들이 밀실에서 대선 후보, 당 대표, 원내대표 등의 자리를 나눠 갖기로 하고, 군사정권 시절에나 있던 '체육관 선거'를 치르겠다니 어안이 벙벙하다"나?
사돈 남 말 하는 것도 아니고 이걸 사설이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런 사설이 가능하게 한 원인은 고스란히 민주통합당 내에 있다. 바로 이번 총선을 기대에 못 미치게 한 주범들이 바로 그 원인들이고, 그들의 입을 빌려 조선일보가 지껄이니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밤에 난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딱 맞다 할 것이다. ‘상왕’, ‘수렴청정’에서 나아가 ‘대주주’, ‘담합’으로 발전하는 그들의 입놀림은 비민주적 의식 수준을 스스로 자백하는 일일 뿐, 이 바람에 그 원인들은 점차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다.
염불보다 잿밥에 눈이 멀었다는 속담처럼, 총선을 시작하기도 전에 대권이니 당권이니 다음의 일을 미리 걱정했던 정치인들의 입에서 험한 말이 흘러나오는 이유는 대개 똑똑하다 자부하는 사람들이 남이 뭐 하는지는 정작 모르고 헛다리 짚는 경우와 비슷한 것… 이해찬, 박지원, 이들 정도면 그런 것쯤에 흔들릴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은 익히 알 수 있는 일이니, 오늘날 벌어지는 일들은 만시지탄이지만 본질적 문제를 지금이나마 짚어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크게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느낌이다.
전해 들은바 다소 의외이지만, 이 두 정치인은 서로의 나이도 정확히 몰랐으며, 그나마 생전 처음으로 단둘이 마주앉았다고 한다. 두 사람이 나눈 이야기가 무엇이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후 나이 70에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하던 박지원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민주당의 수위라도 하겠다."라는 심정을 토로했다고 한다. 절박감이 넘쳐나는 말이다.
출마를 선언하면 자동으로 당선되는 것이냐면 그렇지도 않다. 원내대표 선거는 당선자 전원의 투표로 결정되고, 당 대표 선거는 국민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경선을 거쳐야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담합이니 뭐니 하는 험담으로 자신들이 속한 정당을 수구 언론의 아가리에 쳐넣어 정치적 손해를 끼치고, 이미 경선에 들어간 와중임에도 최고위원회에서 막말을 늘어놓는 이들은 이미 최소한의 정치적 상식마저 저버렸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얼굴이 사라진 패거리질, 꼼수가 판치는 정치질이 이제는 도를 넘어 아래위도 몰라볼 정도로 횡행하니, 민주통합당의 장래는 실로 암담하다 할 수밖에 없다. 상대의 시각에서 자기편을 돌아보는 냉정함이 조금이라도 존재한다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은 물론 통합진보당의 부정 경선 논란 등, 오늘날 보여주고 있는 민주·진보 진영의 자화상은 한마디로 추하기 그지없어 창피하다 하지 않을 수 없으니, 여기에서 얻은 결론이 있다면 진정한 적은 정작 내부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들은 이참에 가차없이 도려내야 한다. 내 안의, 우리 안의 모순을 보자는 말이다.
끊임없이 혁신하는 것은 생명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아울러 혁신과 진화는 인간이라는 개체가 생태계에서 생존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 점에서 변하지 않는 개개의 생각들이야말로 진정한 적이고 암적 요소이다. 암은 나이순으로 오는 것이 아니다!
박정원 편집위원 | pjw@pressbyple.com
2012년 4월 17일 화요일
MB정부 "총선 결과 보니…KTX 민영화 추진"
이글은 프레시안 2012-04-17일자 기사 'MB정부 "총선 결과 보니…KTX 민영화 추진"'을 퍼왔습니다.
철도노조 "지하철 9호선을 보라…총파업도 불사"
임기 10개월 남은 이명박 정부가 총선이 끝나자마자 KTX 민영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17일 국토부에 따르면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KTX의 운영권 개방을 위한 사업제안서(RFP)가 이르면 이번주 안에 발표될 예정이다.
국토해양부 권도엽 장관은 총선 전에 "4월 말까지 KTX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사업제안서를 확정해 발표하고 올해 상반기 중 사업자 선정을 마치겠다"고 밝혔었다. 사실상 집권당의 총선 승리를 전제한 발언이었다.
이후 4.11 총선에서 유권자는 집권 새누리당에 과반 의석을 넘는 152석을 안겨줬다. 정부 입장에서는 명분이 생긴 셈이다. 실제 김한영 국토부 교통정책실장은 와 인터뷰에서 "총선 결과도 야권에 치우치지 않아 계획대로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발표할 사업제안서에는 요금 인하율 요건이 기존 10%보다 늘어난 15% 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영 KTX에 대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지분율을 49%로 제한했고, 나머지 51%는 국민 공모주, 철도 관련 공기업, 중소기업 등에게 할당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두산, 금호아시아나, 동부그룹 등이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1월 12일 KTX 민영화와 관련해 "국민의 우려가 높기 때문에 당정협의에서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일주일 후 박근혜 위원장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지 민영화를 먼저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톤을 낮췄다. 등 보수 언론이 "새누리당 비대위가 트위터에 휘둘린다"고 지적한 이후였다.
박 위원장이 KTX 민영화와 관련해 향후 어떤 입장을 보이게 될지 주목된다.
ⓒ철도노조
철도노조 "지하철 9호선을 보라…총파업도 불사"
전국철도노조는 민영화 강행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영익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마지막 발악을 할 모양이다.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KTX 민영화를 강행할 태세"라며 "KTX 민영화 저지를 위한 쟁의행위 찬반 총투표를 내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1일에는 철도노동자 3차 총력결의대회가 개최된다.
노조 측은 서울 지하철 9호선의 '요금 폭탄'을 KTX 민영화의 미래라고 주장하고 있다. 총선이 끝난 지 3일 만에 서울시 민자도시철도인 '서울메트로 9호선'은 운임 500원 인상을 공고했다. 지하철 요금이 150원 인상 된 지 2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다.
노조 측은 "KTX 민영화 논리에서 국토부, 교통연구원이 가장 중요한 논리적 근거로 활용하며 국민을 설득했던 서울지하철 9호선이 50% 요금 인상 폭탄으로 돌아왔다. KTX 민영화의 결과는 9호선의 사례와 같다. 민간 운영의 효율성은 고사하고 공기업의 운영보다 못한 결과로 그 부담을 고스란히 국민이 져야 할 판"이라고 주장했다.
/박세열 기자
2012년 4월 16일 월요일
총선 결과가 보여 준 것 ― 우파 결집과 진보 전진으로 나타난 정치 양극화 민주당에 대한 여전한 불신, 박근혜는 이를 잘 이용했을 뿐
이글은 레프트21 2012-04-14일자 기사 '총선 결과가 보여 준 것 ― 우파 결집과 진보 전진으로 나타난 정치 양극화민주당에 대한 여전한 불신, 박근혜는 이를 잘 이용했을 뿐'을 퍼왔습니다.
이번 총선 결과는 노동계급의 선진 대중과 진보 염원 청년들의 낮은 투표율에서 드러났듯이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이 이들의 급진화와 열망을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함을 보여 줬다. 덕분에 이득을 본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승리할 수 있었다. 민주당이 수용하지 못한 급진화는 통합진보당의 전진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사회 양극화는 좌우 정치 양극화를 낳고 있다.
민주당의 한계가 뚜렷이 드러났다. 정치 양극화 속에서 기회주의적 중도세력의 입지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말 일부 NGO 리더들과 양대 노총 전 위원장들까지 끌어들이는 ‘좌클릭’을 하며 새 출발을 할 때만 해도 민주당의 앞날은 밝아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였다.
ⓒ사진 이윤선
포퓰리스트(계급 동맹적) 자본주의 정당이라는 민주당의 기본 성격은 변하지 않았고, 과거 정부 10여 년 동안 민주당 세력이 저지른 배신도 너무 최근의 일이어서 대중의 기억에서 쉽게 지워질 수 없었다. 게다가 민주당은 예컨대 김진표 공천 등 공천 과정에서 진보 염원 노동자ㆍ청년의 실망만 자아냈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한미FTA 발효,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우파의 정면돌파에 부딪히자 말바꾸기와 갈팡질팡만 거듭했다. 그래서 많은 반우파 노동자ㆍ청년은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했다. 이번에 투표율이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문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
현 정부의 주요 우파적 정책들에 사실상 반대하지 않는 민주당의 알맹이 없는 ‘정권 심판’론에 많은 노동자ㆍ청년들이 굳이 투표소에 갈 이유를 찾지 못했다. 민주당에 투표했을 때 과연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에 대한 믿음을 그들에게 주지 못한 것이다.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당의 부족함을 메우려 한 것도 대세를 바꿀 수 없었다.
2010년 지방선거 때도 사람들은 민주당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천안함 북풍 국면에서 수구 냉전 회귀 위험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에 투표소로 몰렸다. 지난해 말 서울시장 선거 때는 NGO 리더 박원순이라는 대안이 있었던 것이 주효했다. 반면 이번에는 그런 요소들이 없었다. 천안함 때와 달리 이번 북한 위성 발사 문제는 진보 지지층의 냉전 위기의식을 크게 일으키진 않았다. 제국주의 압박의 직접적 결과이기보다는 북한 관료의 국내 지배용이라는 점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KBS 파업 노동자들이 폭로한 불법 사찰 사건도 민주당은 활용할 수 없었다. ‘노무현 때도 사찰했다’는 청와대와 박근혜의 물타기에 설득력 있는 변명을 내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파의 ‘김용민 막말’ 마녀사냥에도 기회주의적이고 수세적인 태도만 보였다.
그래서 많은 진보 염원 노동자ㆍ청년은 굳이 투표소에 갈 동기와 의욕을 갖지 못했다.
민주당의 꾀죄죄함에서 득을 본 박근혜
디도스와 돈봉투 사건이 잇달아 터진 지난해 연말 우파의 위기는 심각했다. 그러나 이들은 곧 뻔뻔스런 뒤집기 시도에 나섰다.
먼저, 조기등판한 박근혜가 ‘쇄신’ 사기극과 간판 바꾸기를 하며 이명박 색깔 빼기를 했다. 이제 우파의 얼굴과 실질적 주인은 박근혜가 됐다. 이어서 정권은 한미FTA 발효,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을 강행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반우파 정서를 뒤집지 못할 바에야 우파 지지층이나마 확실하게 결집시키려 한 것이다.
언론 파업에 대해서도 무지막지한 탄압을 지속했다. 이런 문제들에 힘을 집중해서 정면돌파하려고 다른 전선에서는 양보를 했다. 학생들의 분노 폭발 위험을 의식해 등록금 찔끔 인하와 청소 노동자 임금 인상 부분 수용을 한 일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우파는 민주당이 한미FTA 등을 시작한 장본인이고 진정으로 반대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나아가 총선이 다가올수록 북풍 몰이, 마녀사냥, 색깔론 등 온갖 구태의연한 수구적 방법으로 우파 결집에 매달렸다.
막판에는 나꼼수 김용민이 예전에 성인방송에서 한 말을 맥락에서 떼어내 공격 소재로 삼았다. 5년 동안 전방위적 개악과 수구적 작태를 자행한 우파 정권에 대한 심판 선거를 난데없이 8년 전 김용민의 실수 심판으로 바꿔치기하려 한 것이다. 여기저기서 흙탕물을 튀기고 악취를 풍기며 젊은층이 ‘더러워서 투표 안 한다’는 심정을 갖도록 애썼다.
우파의 새 얼굴로 등장한 박근혜는 손에 붕대를 감고 전국 ‘대장정’ 유세를 하며 안간힘을 썼다. 박근혜는 부패하고 탐욕스런 1퍼센트만의 대변자라는 ‘이명박근혜’의 본질을 숨긴 채, 우파 지지층의 향수와 동정심, 지역주의 등을 자극하며 표를 결집시켰다. 청년층의 정치적 급진화 속에서도 노동계급의 계급투쟁 수준이 충분히 높지 않은 상황이 지역주의가 먹힐 틈을 제공한 것이다.
우파 거물들의 퇴출
그러나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얻은 성적과 영향력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우파는 이번에 진보 지지 노동자ㆍ청년들이 충분히 투표장에 나가지 않으면서 패배를 모면한 것일 뿐이지 힘을 키운 게 아니다. 실제로 18대 총선과 비교하면, 우파의 득표는 오히려 줄었다.
당시 주요 우파 정당이던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자유선진당은 1백85석을 얻었고, 정당비례에서 9백85만여 표를 얻었다. 그러나 이번에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의 의석은 합쳐서 1백57석이고, 정당비례 득표는 두 당을 합쳐 9백81만여 표에 그쳤다. 투표율이 늘었는데도 정당 득표는 오히려 약간 줄어든 것이다.
우파의 이 성적은 한두 가지 이슈에서 ‘좌클릭’을 하고 빨간 잠바를 입고 다니면서 겨우 지켜낸 것이다. 도 이번 선거에서 “우파 이슈의 실종 사태”를 한탄했다. 홍준표, 홍사덕, 전여옥 등 우파 거물들의 패배와 퇴출도 반가운 일이다.
이 모든 일들은 2008년 촛불항쟁 이후 계속돼 온 급진화의 결과로 진보진영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특히 한국 정치의 중심이고 키를 쥐고 있는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은 거의 2004년 탄핵 때 수준으로 참패했다.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해 온 ‘확장성의 한계’가 여전한 것이다. 박근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가 매달렸던 부산에서도 문재인과 야당 세력이 어느 정도 부상했다.
민주당은 18대 총선 당시 88석에서 이번에 1백27석으로 늘었고, 정당 득표는 당시 4백30만여 표에서 이번에 7백77만여 표로 늘었다. 진보정당의 성장은 더 두드러진다. 18대에 진보정당들은 의석 5개와 정당 득표 1백47만여 표를 얻었는데, 이번에는 의석이 두 배가 넘는 열셋이 됐고, 정당비례 득표율도 2백54만여 표로 4년 전보다 1백만 표가 넘게 늘었다.
현재 불균등한데다 아직 충분히 좌경화되지 못한 청년층 급진화는 박원순, 나꼼수 등으로 상징되는 민주당 왼쪽 스펙트럼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마지못해 차선, 심지어 차악 선택이라는 심정으로 민주당에 투표했을 것이다. 반면 일부 사람들은 급진화 정서를 진보정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로 표출했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이 제3당으로 부상했다.
2012년 4월 14일 토요일
총선 결과에 담긴 국민의 명령
이글은 대자보 2012-04-13일자 기사 '총선 결과에 담긴 국민의 명령'을 퍼왔습니다.
[창비주간논평] 4년 만에 체력 상당히 호전, 떳떳하게 미래 선택 호소해야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했고 야권이 '패배'했는가? 선거의 결과만 놓고 보면 새누리당이 이기고 야권이 진 것이 분명하다. 여당 스스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나은 성적표를 받았다고 볼 수도 있다. 야권이 호기롭게 기대했던 것보다 초라한 점수를 받았다고 자책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개별적으로 아쉬운 점이 여러 군데 있었고 진보신당과 녹색당의 부진도 너무 애석하다. 모든 언론과 논평가들은 박근혜의 능력과 야권의 무능함을 지적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분위기가 이러하고 엄정한 자기비판을 반드시 해야 하겠지만, 한번쯤은 정반대로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선거를 평가하는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특정 시점에서의 양적 결과로 볼 수도 있고, 시계열상의 추세로 판독할 수도 있고, 상징성과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우선 시간상의 추세를 보자. 가장 간단한 것은 18대 국회에서의 의석수와 이번 선거 결과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4․11 총선 직전 각 정당의 의원수 분포와 이번 총선 결과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새누리당(162에서 152명: 6% 감소), 민주통합당(80에서 127명: 59% 증가), 통합진보당(7에서 13명: 86% 증가). 이런데도 야권이 일방적으로 패배했다고 할 수 있는가? 오히려 4년 만에 체력이 상당히 좋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
이번 선거가 보여주는 희망
그런데도 야권이 '졌다'라고 인식된다면 그것은 전국적 분포에서의 대표성 부족, 그리고 적어도 다수당, 잘하면 과반수 이상 확보도 가능하다고 하는 거품이 자천타천으로 너무 크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8대 총선의 민망한 성적, 그리고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의 압도적 패배를 냉정하게 기억한다면, 그리고 선거 전후한 온갖 악재에도 이만큼이나마 선방한 것은 국민이 야권의 손을 잡아 일으켜준 것으로 해석해야 옳다. 더 나아가 범야권은 140석이라는 의석을 가지고 민간인 불법사찰, 4대강사업 등의 책임을 철저히 추궁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상징성과 의미로 봐서도 야권이 희망을 가질 만한 구석이 적지 않다. 우선 수도권에서의 선전, 몇몇 경합지역에서의 가치있는 승리, 통합진보당의 약진,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정당(민주통합당)과 계급정당(통합진보당) 간 연대의 실험을 들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보아 선거연합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를 상상해본다면 그래도 첫번째 실험으로서 실패라고 보기는 어렵다. 통합진보당이 이만큼이라도 분투한 것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전례 없이 획기적인 일이다. 보수 일변도이던 우리 정치 스펙트럼에 한줄기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실질적인 계기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이 독자적인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정활동의 많은 부분에서 민주통합당과 협력하는 쪽을 택해야 할 것이다. 이 두 정당이 앞으로 여러 차원에서 연대를 해나갈 경우 '민주-진보'가 한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이러한 상호이해를 거쳐 아시아 최초로 사민주의적이면서 동시에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일종의 대연정이 탄생할 가능성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잊어선 안된다. 이번 득표율로 보면 민주와 진보를 합친 것이 46.68%이니 새누리의 42.77%를 앞지른다. 이는 특히 대선을 고려할 때 유의미한 수치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이렇게 본다면 2013년체제를 위한 본격적인 레이스는 4월 12일부터 시작되어 여덟달 동안 계속된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여야 할 것 없이 서로를 상대하는 것만큼이나 자기 내부적으로 복잡한 방정식을 먼저 풀어야 할 과제 또한 짊어지게 되었다. 우선 집권 보수세력 내에서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 사이의 관계 설정이 여전히 복잡하다. 그렇잖아도 단임제 대통령의 마지막 해는 어렵기 마련인데 상당히 기력을 회복한 야권의 공세가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야권 역시 안철수 교수와의 관계설정이 녹록하진 않다. 안교수의 무시할 수 없는 지지기반을 감안할 때 그가 대선 정국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파장이 클 것이다. 안교수가 결국 야권에 힘을 실어주더라도 그것이 민주-진보에게 축복만은 아니다. 그가 내세우는 미래, 합리성, 따뜻함 등의 가치가 그 자체로선 의미가 있으나 그것이 전체적으로 좌클릭된 야권의 지형과 반드시 부합된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이면서도 따뜻한 진보라는 교집합을 통해 안교수가 야권에 합류할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안교수의 합류 가능성을 계속 열어놓되, 더 좋기로는 국민정당과 계급정당으로 이루어진 범야권이 대선 국면에서도 연대하는 것이다.
앞으로 여덟달은 정책과 가치의 교류를 통해 서로를 이해-보완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권자들 앞에서 떳떳하게 미래의 선택을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그러한 이성적 과정으로써 우리 안의 충동과 감성적 경향을 절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속시원한 바람몰이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는 점도 이번에 우리가 배운 교훈이기 때문이다.
* 글쓴이는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입니다.* 본문은 디지털 창비(http://weekly.changbi.com) 2012년 4월 12일자 주간 논평입니다.
2012년 4월 13일 금요일
YTN, 총선결과 상관없이 6차 파업 돌입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4-13일자 기사 'YTN, 총선결과 상관없이 6차 파업 돌입'을 퍼왔습니다.
사측 인사위 회부 압박에도 강행…“원충연 통화 간부나 징계하라”
전국언론노조 YTN지부가 13일 6차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6차 파업은 오는 16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16일에는 불법사찰과 연루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원충연 조사관과 통화한 간부들을 불법사찰 증거인멸 방조 등의 혐의로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할 예정이다.
사측이 이번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지난 12일 2명의 노조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대응수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TN노조는 이에 개의치 않고 파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YTN 지부는 “임단협 승리 등을 위한 합법 파업에 대해 사측이 거듭 ‘불법 파업’ 운운하며 압박에 나섰지만 사측의 억지 주장이 정당성이 전혀 없음을 이미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고, 서로를 향한 믿음 위에, 아래 파업 일정과 프로그램을 숙지해 한 치 흐트러짐 없이 대오를 유지하자”고 강조했다.
YTN노조는 조합원들의 인사위 회부에 대해 “원충연에게 전화 건 간부들이나 징계하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12일 성명을 통해 “불법사찰 증거인멸 기간에 원충연과 집중적으로 통화한 간부들의 해명은 앞뒤도 맞지 않고 어느 한 구석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며 “간부들은 원충연이 ‘법률자문’을 구했다지만 원충연은 이미 자신의 변호인과 통화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노조는 이들의 행위에 대해 사측이 적극적으로 두둔하고 나선 데 대해 눈과 귀를 의심했다”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즉각 자체 조사를 벌이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정작 징계해야 할 사람들은 두둔하면서 배석규는 ‘징계’의 칼날을 다른 곳으로 겨누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인사위에 회부된)조합원들은 인사위에 출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담담히 입장 표명을 대신했다”며 “간부 3인의 ‘통화’를 두둔하고 조합원들에게는 시종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출해온 사람이 인사위원장인데, 무엇을 바라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징계는 막판까지 몰린 배 사장과 그를 둘러싼 극소수 간부들이, 자신들만을 위해 전체 조직에 상처만 더 남기려는 ‘될 대로 되라’식의 몸부림에 불과하다”고
정상근 기자
김두관 "국민이 여당 심판 못한 야당을 먼저 심판한 것"
이글은 민중의소리 2012-04-12일자 기사 '김두관 "국민이 여당 심판 못한 야당을 먼저 심판한 것"'을 퍼왔습니다.
ⓒ뉴시스 김두관 도지사가 24일 산청엑스포 조직위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4.11 총선 결과에 대해 "국민들은 새누리당을 제대로 심판하지 못한 야당을 먼저 심판한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총선결과에 대한 논평을 내고 "정부ㆍ여당의 국정운영을 심판하려는 국민의 열망이 뜨거웠지만 민주통합당이 이를 제대로 받들지 못해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도록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김 지사는 여당의 '텃밭'인 부산ㆍ경남지역 총선 성적에 대해 " 야권이 기대했던 의석수를 얻지는 못했다"라면서도 "그러나 야권 후보들이 영남유권자들로부터 받은 높은 득표율은 지역구도 극복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성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지사는 "이번 선거결과는 국민들이 정부ㆍ여당뿐만아니라 야당에게도 성찰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민주당 당원으로서 이 같은 결과를 누구보다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통렬한 자기 성찰과 반성을 통해 거듭나지 않으면 어느 정당, 어떤 정치세력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세운 기자 ksw@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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