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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31일 목요일

한국인, 기업·정부보다 NGO 더 믿는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3-01-30일자 기사 '한국인, 기업·정부보다 NGO 더 믿는다'를 퍼왔습니다.

ㆍ에델만 조사… 기업 신뢰도, 26개국 중 ‘꼴찌’

한국인은 기업, 정부, 미디어보다 비정부기구(NGO)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조사 대상 26개국 중 꼴찌였다.

광고홍보컨설팅 기업 에델만은 ‘2013년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 결과, 기업·정부·미디어·NGO 등 4대 기관 가운데 NGO가 신뢰도 66%로 유일하게 한국에서 신뢰받는 기관으로 조사됐다고 30일 밝혔다. 미디어(49%), 정부(44%), 기업(31%) 모두 신뢰도가 50%에 못 미쳤다. 신뢰도가 50% 미만인 경우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분류한다.


사기행위·부정부패 때문에 정부를 불신한다고 답한 비율은 51%였고, 기업에 대해서도 사기행위·부정부패를 불신 요인으로 꼽은 사람이 44%였다. 투명성 문제가 불신의 요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기업 34%, 정부 18%였다.

한국인의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31%로 조사 대상 26개 국가 가운데 최하위로 나타났다. 미국(62%), 영국(56%), 일본(52%) 등 선진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74%), 브라질(64%), 러시아(40%) 등 신흥국보다도 훨씬 낮았다. 또 중소기업(55%)이 대기업(44%)에 비해 여론주도층 사이에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은 기업 운영보다 직원에 대한 처우 개선, 고객 의견 경청, 문제 또는 위기 대처에 있어 책임 있는 행동, 도덕적·투명적 관행, 수익보다 고객 우선 등이 신뢰도 형성에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전 세계 기업의 경영 추세가 윤리경영으로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사외이사 제도를 두고 있지만 말 잘 듣는 사람만 앉히다보니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민간 기업도 설명회 등을 통해 경영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2013년 1월 26일 토요일

4대강 사업은 ‘F학점’? 찬반 맞장토론


이글은 한겨레신문 2013-01-25일자 기사 '4대강 사업은 ‘F학점’? 찬반 맞장토론'을 퍼왔습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오른쪽 사진)는 지난 24일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주제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열린 토론에서 “경남 합천창녕보에서 파이핑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며 보의 안전성 문제를 거듭 주장한 반면, 심명필 인하대 교수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과장된 표현과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사업수출 앞두고 NGO가 찬물” “점수 주기 어렵지만 F학점”
박창근-심명필, 4대강 맞장토론

‘진실의 물꼬’
4대강 끝장토론
 심명필 전 4대강본부장-박창근 교수 한판 대결

두 사람은 대학 선후배 사이다. 한 명은 환경단체인 ‘환경정의’의 생명의 물 살리기 운동본부장을, 다른 한 명은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지냈다. 둘 다 토목공학계에서 인정받는 학자로 꼽혔다.평생 같은 곳을 바라볼 것 같던 선후배는 이번 정부 5년 동안 극적으로 갈라졌다. 앞의 학자는 지난달까지 4대강 사업 주무부서인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으로 이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심명필 인하대 교수(토목공학)다. 뒤의 학자는 ‘총체적 부실’이라는 취지의 감사원 감사 결과를 훨씬 앞서 주장했던 반대운동 진영의 최고 전문가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다.심명필·박창근 두 전문가가 24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사실상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준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현실적으로 공급 가능한 수량보다 3.6배나 부풀린 수량을 전제로 4대강 사업 이후 수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정부가 예측한 데 대해 심 교수는 “당시는 보를 어떻게 운영할지 기준도 안 만든 상태였다. 주어진 조건이 충분치 않았다”며 사실상 수질 예측의 오류를 인정했다.

심명필(왼쪽) 인하대 교수와 박창근 관동대 교수가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결과에 대한 토론을 하기 위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만나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대학 선후배 사이기도 한 두 사람은 이날 각각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 입장을 펼치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4대강 사업이 녹조현상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감사원은 수온과 영양염류 등 동일한 조건에서 ‘보가 있을 때’와 ‘보가 없을 때’의 수질을 비교·예측하라고 국립환경과학원에 지시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재예측 결과, 연평균 조류 농도는 보 설치 전 5~33㎎/㎥에서 보 설치 후 5~48㎎/㎥로 증가했다. 지난해 여름 녹조사태로 혼란을 겪었던 대구 근처 낙동강 달성보의 조류 농도는 6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영산강 승촌보(광주시)는 2.3배, 한강 이포보(경기 여주)는 1.5배 조류 농도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4대강추진본부 등은 보를 만들면 수질이 좋아진다고 주장해왔다.박창근 교수는 “경남 합천창녕보에서 보 아래로 물길이 생기는 파이핑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며 거듭 보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뒤 국무총리실이 4대강 사업을 재검증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박 교수는 “보 설계기준, 수질, 준설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총리실 주도의 조사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심명필 교수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국민에게 괜한 불안을 심어줄 수 있는 과장된 표현과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남종영 이정애 기자 fandg@hani.co.kr

2013년 1월 16일 수요일

MB "4대강 수출 반대 NGO, 반국가적"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3-01-16일자 기사 'MB "4대강 수출 반대 NGO, 반국가적"'을 퍼왔습니다.
4대강사업 반대 시민단체들을 반국가단체로 매도 파문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사업 수출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을 '반국가적'이라고 원색비난하며 엄정대응을 지시,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은 15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태국 물사업 발주와 관련, “일부 NGO가 한국 기업의 수주를 반대하는 운동을 한다고 들었다"며 "매우 반국가적이고 비애국적인 행동"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대통령이 이어 "NGO의 역할이 아니라고 본다"며 "관계 부처가 체크를 해서 대책을 강구하라”고 엄정대응을 지시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이 반국가적이라고 비난한 NGO는 4백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로, 범대위는 그동안 이 대통령이 밀어붙인 4대강사업을 일관되게 반대해 왔으며 4대강사업을 태국에 수출하려는 데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태국 물관리 사업은 태국판 4대강사업으로 불리는 강유역 정비 사업으로,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태국을 방문해 4대강사업을 자찬하면서 사업 수주에 열의를 보여왔다. 당시 이 대통령은 "한두 달 새 태풍이 3번이나 왔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을 안했으면 대한민국 전체가 물난리가 날 뻔했다"고 주장,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감사원 2차 감사와 환경부의 인수위 보고 등을 통해 4대강사업의 심각한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4대강사업에 반대해온 시민사회단체들을 비애국적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면서 해당단체들의 강력 반발 등 거센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영섭 기자 

2012년 4월 16일 월요일

총선 결과가 보여 준 것 ― 우파 결집과 진보 전진으로 나타난 정치 양극화 민주당에 대한 여전한 불신, 박근혜는 이를 잘 이용했을 뿐


이글은 레프트21 2012-04-14일자 기사 '총선 결과가 보여 준 것 ― 우파 결집과 진보 전진으로 나타난 정치 양극화민주당에 대한 여전한 불신, 박근혜는 이를 잘 이용했을 뿐'을 퍼왔습니다.

이번 총선 결과는 노동계급의 선진 대중과 진보 염원 청년들의 낮은 투표율에서 드러났듯이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이 이들의 급진화와 열망을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함을 보여 줬다. 덕분에 이득을 본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승리할 수 있었다. 민주당이 수용하지 못한 급진화는 통합진보당의 전진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사회 양극화는 좌우 정치 양극화를 낳고 있다.
민주당의 한계가 뚜렷이 드러났다. 정치 양극화 속에서 기회주의적 중도세력의 입지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말 일부 NGO 리더들과 양대 노총 전 위원장들까지 끌어들이는 ‘좌클릭’을 하며 새 출발을 할 때만 해도 민주당의 앞날은 밝아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였다. 


ⓒ사진 이윤선

포퓰리스트(계급 동맹적) 자본주의 정당이라는 민주당의 기본 성격은 변하지 않았고, 과거 정부 10여 년 동안 민주당 세력이 저지른 배신도 너무 최근의 일이어서 대중의 기억에서 쉽게 지워질 수 없었다. 게다가 민주당은 예컨대 김진표 공천 등 공천 과정에서 진보 염원 노동자ㆍ청년의 실망만 자아냈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한미FTA 발효,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우파의 정면돌파에 부딪히자 말바꾸기와 갈팡질팡만 거듭했다. 그래서 많은 반우파 노동자ㆍ청년은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했다. 이번에 투표율이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문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
현 정부의 주요 우파적 정책들에 사실상 반대하지 않는 민주당의 알맹이 없는 ‘정권 심판’론에 많은 노동자ㆍ청년들이 굳이 투표소에 갈 이유를 찾지 못했다. 민주당에 투표했을 때 과연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에 대한 믿음을 그들에게 주지 못한 것이다.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를 통해 민주당의 부족함을 메우려 한 것도 대세를 바꿀 수 없었다.
2010년 지방선거 때도 사람들은 민주당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천안함 북풍 국면에서 수구 냉전 회귀 위험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에 투표소로 몰렸다. 지난해 말 서울시장 선거 때는 NGO 리더 박원순이라는 대안이 있었던 것이 주효했다. 반면 이번에는 그런 요소들이 없었다. 천안함 때와 달리 이번 북한 위성 발사 문제는 진보 지지층의 냉전 위기의식을 크게 일으키진 않았다. 제국주의 압박의 직접적 결과이기보다는 북한 관료의 국내 지배용이라는 점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KBS 파업 노동자들이 폭로한 불법 사찰 사건도 민주당은 활용할 수 없었다. ‘노무현 때도 사찰했다’는 청와대와 박근혜의 물타기에 설득력 있는 변명을 내놓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파의 ‘김용민 막말’ 마녀사냥에도 기회주의적이고 수세적인 태도만 보였다.
그래서 많은 진보 염원 노동자ㆍ청년은 굳이 투표소에 갈 동기와 의욕을 갖지 못했다.
민주당의 꾀죄죄함에서 득을 본 박근혜
디도스와 돈봉투 사건이 잇달아 터진 지난해 연말 우파의 위기는 심각했다. 그러나 이들은 곧 뻔뻔스런 뒤집기 시도에 나섰다.
먼저, 조기등판한 박근혜가 ‘쇄신’ 사기극과 간판 바꾸기를 하며 이명박 색깔 빼기를 했다. 이제 우파의 얼굴과 실질적 주인은 박근혜가 됐다. 이어서 정권은 한미FTA 발효,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을 강행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반우파 정서를 뒤집지 못할 바에야 우파 지지층이나마 확실하게 결집시키려 한 것이다.
언론 파업에 대해서도 무지막지한 탄압을 지속했다. 이런 문제들에 힘을 집중해서 정면돌파하려고 다른 전선에서는 양보를 했다. 학생들의 분노 폭발 위험을 의식해 등록금 찔끔 인하와 청소 노동자 임금 인상 부분 수용을 한 일 등이 그것이다.
무엇보다 우파는 민주당이 한미FTA 등을 시작한 장본인이고 진정으로 반대하지도 않는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나아가 총선이 다가올수록 북풍 몰이, 마녀사냥, 색깔론 등 온갖 구태의연한 수구적 방법으로 우파 결집에 매달렸다.
막판에는 나꼼수 김용민이 예전에 성인방송에서 한 말을 맥락에서 떼어내 공격 소재로 삼았다. 5년 동안 전방위적 개악과 수구적 작태를 자행한 우파 정권에 대한 심판 선거를 난데없이 8년 전 김용민의 실수 심판으로 바꿔치기하려 한 것이다. 여기저기서 흙탕물을 튀기고 악취를 풍기며 젊은층이 ‘더러워서 투표 안 한다’는 심정을 갖도록 애썼다.
우파의 새 얼굴로 등장한 박근혜는 손에 붕대를 감고 전국 ‘대장정’ 유세를 하며 안간힘을 썼다. 박근혜는 부패하고 탐욕스런 1퍼센트만의 대변자라는 ‘이명박근혜’의 본질을 숨긴 채, 우파 지지층의 향수와 동정심, 지역주의 등을 자극하며 표를 결집시켰다. 청년층의 정치적 급진화 속에서도 노동계급의 계급투쟁 수준이 충분히 높지 않은 상황이 지역주의가 먹힐 틈을 제공한 것이다.
우파 거물들의 퇴출
그러나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얻은 성적과 영향력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우파는 이번에 진보 지지 노동자ㆍ청년들이 충분히 투표장에 나가지 않으면서 패배를 모면한 것일 뿐이지 힘을 키운 게 아니다. 실제로 18대 총선과 비교하면, 우파의 득표는 오히려 줄었다.
당시 주요 우파 정당이던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자유선진당은 1백85석을 얻었고, 정당비례에서 9백85만여 표를 얻었다. 그러나 이번에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의 의석은 합쳐서 1백57석이고, 정당비례 득표는 두 당을 합쳐 9백81만여 표에 그쳤다. 투표율이 늘었는데도 정당 득표는 오히려 약간 줄어든 것이다.
우파의 이 성적은 한두 가지 이슈에서 ‘좌클릭’을 하고 빨간 잠바를 입고 다니면서 겨우 지켜낸 것이다. 도 이번 선거에서 “우파 이슈의 실종 사태”를 한탄했다. 홍준표, 홍사덕, 전여옥 등 우파 거물들의 패배와 퇴출도 반가운 일이다.
이 모든 일들은 2008년 촛불항쟁 이후 계속돼 온 급진화의 결과로 진보진영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특히 한국 정치의 중심이고 키를 쥐고 있는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은 거의 2004년 탄핵 때 수준으로 참패했다. 박근혜 대세론을 위협해 온 ‘확장성의 한계’가 여전한 것이다. 박근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가 매달렸던 부산에서도 문재인과 야당 세력이 어느 정도 부상했다.
민주당은 18대 총선 당시 88석에서 이번에 1백27석으로 늘었고, 정당 득표는 당시 4백30만여 표에서 이번에 7백77만여 표로 늘었다. 진보정당의 성장은 더 두드러진다. 18대에 진보정당들은 의석 5개와 정당 득표 1백47만여 표를 얻었는데, 이번에는 의석이 두 배가 넘는 열셋이 됐고, 정당비례 득표율도 2백54만여 표로 4년 전보다 1백만 표가 넘게 늘었다.
현재 불균등한데다 아직 충분히 좌경화되지 못한 청년층 급진화는 박원순, 나꼼수 등으로 상징되는 민주당 왼쪽 스펙트럼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마지못해 차선, 심지어 차악 선택이라는 심정으로 민주당에 투표했을 것이다. 반면 일부 사람들은 급진화 정서를 진보정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로 표출했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이 제3당으로 부상했다.

2012년 4월 8일 일요일

놀라운 생산력 뒤 사회적 책임 ‘그늘’


이글은 Economy Insight 2012-03-22일자 기사 '놀라운 생산력 뒤 사회적 책임 ‘그늘’'을 퍼왔습니다.
[Cover Story] ‘글로벌 삼성’의 글로벌 스탠더드- ① 독일 주간지 가 본 삼성


삼성은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세계적 기업이다. 세계 언론들은 삼성의 경쟁력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한편, 삼성의 사회적 책임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등에서 삼성의 성공요인을 분석하는 기사를 다룬 데 이어, 독일 , 프랑스 , 영국 등 유럽 언론들도 지난 2~3월 한 달 사이에 삼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특히 독일 주간지 는 2월16일 발행된 2012년 8호에서 2쪽에 걸쳐 삼성을 다뤘다. 는 '명령에 의한 성공'(Erfolg auf Befehl)이라는 기사에서 삼성이 애플에 맞설 기업이라고 높게 평가하면서도 백혈병 산재 논란, 무노조 등 아픈 모습도 함께 짚었다.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삼성의 행보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아야 한다. 는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삼성의 빛과 그림자를 분석함으로써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안착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본다. _편집자
는 삼성이 권위적이지만 또한 창의적이라고 평가한다. ‘명령에 의해 창의성까지 만들어내는’ 힘이 삼성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만든 동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칭찬만 하기에는 삼성의 그림자 또한 작지 않다고 지적한다.
"직원이 배가 고파야만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 삼성 임원들 사이에는 아직도 이런 조롱 투의 말이 나돌고 있다. 삼성이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 말을 자구 그대로 이해하고 실행에 옮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990년대부터 이건희 회장은 점심 식사를 하면서 임원진과 일간회의를 했다. 하지만 실제 점심을 먹은 사람은 이 회장 혼자뿐이었다. 창립자 이병철의 아들이자 삼성전자 회장 및 삼성그룹 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은 세계 막강한 재벌그룹의 실력자다.
삼성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전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삼성 스마트폰을 샀다. 삼성 텔레비전과 노트북은 전세계 가정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삼성 제품 사용자 중에 삼성그룹과 삼성가의 실제 모습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업컨설턴트이자 삼성통인 토니 미셸은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토니 미셸은 야심만만한 삼성 임원진의 모습을 다큐멘터리에 담기도 했다. "삼성은 내부 정보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경호가 삼엄한 성채와 같다."
삼성이라는 성채는 물 샐 틈이 없다. 삼성은 저가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업체에서 고부가가치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급부상한 아시아의 재벌그룹 중 대표 주자다. 수평적 위계질서와 최대한의 창의적 상상력을 신봉하는 서구 기업들과 달리, 삼성은 벤처기업의 창의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권위적 특징까지 보인다. 삼성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던 소니 같은 기업체들을 손쉽게 따돌리고, 이제 미국의 애플과 대적하는 상황이다. 이런 삼성을 좀더 알려면 견고한 성채 너머로 엿보는 것 외에 딱히 다른 방법이 없다.
전세계에서 막강한 경제력을 갖춘 삼성의 창업 일가는 혼맥을 통해 정계 인사들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추었다. 그래서 이건희 회장은 사법기관의 유죄판결조차 피해가는 막강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민이 지난 2월27일 대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에서 60인치 삼성 LED TV를 구입한 뒤 트럭에 싣고 있다. 뉴시스 AP

라스베이거스에서 겨우 만난 삼성 임원
취재진은 한국을 직접 방문해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삼성에 요청했으나, 삼성은 이를 거절했다. 몇 주가 지나서야 삼성의 고위 임원과 직접 통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삼성은 여전히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최대한 거리를 두었다. 삼성은 서울 본사에서 9600km 떨어진 미국 모하비사막에서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취재진이 삼성 쪽 관계자를 만난 것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였다.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에서 삼성이 설치한 부스는 최대 규모였고, 전시 품목도 가장 많았다. 신시사이저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이 컨벤션센터 전시장에 울려퍼졌다. 전시장 천장에는 디지털 시대의 샹들리에인 브라운관 10여 개로 된 구조물이 매달려 있었다. 구름같이 모여든 관람객 사이를 삼성전자 최지성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직원들 한 무리가 힘겹게 지나가고 있었다. 취재진의 이건희 회장에 대한 인터뷰 요청은 두말할 것도 없고, 최지성 부회장의 인터뷰 요청 역시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그나마 박람회장에서 콘크리트 계단을 올라가니 다소 조용했다. 복도에는 짙푸른 삼성 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서 두꺼운 일회용 종이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고 있었다. 임시로 설치한 벽 뒤에는 한 남자가 취재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시몬 성(성일경 상무, 이하 성 상무)이었다.
삼성전자의 TV부문 임원인 성 상무는 앞으로 벌어질 애플과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넥타이와 양복 차림의 성 상무는 여유로워 보였고, 마치 은행 직원처럼 단정하고 보수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스티브 잡스 애플 전 회장도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업계의 풍토에 비추어볼 때, 그의 모습은 다소 의외였다.
몇 년 전부터 삼성과 애플은 해당 분야 1위 자리를 놓고 일전을 벌이고 있다. 올해에도 삼성과 애플은 평화로운 상태를 맞이하지 못할 것 같다. 소문에 의하면,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이어 TV를 출시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지난해 10월 사망 직전 자서전 집필 작가에게 애플사의 TV 출시 계획을 암시했다. 잡스는 당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유저 인터페이스가 설치될 것"이라고 했다. 성 상무는 이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삼성은 애플의 TV 출시에 피하지 않겠다"며 어조는 부드럽지만 전쟁 선포나 다름없는 발언을 했다. "애플이 스마트TV를 출시하면 전체 업계에는 이득이 될 것이다. 애플은 삼성의 또 다른 경쟁사가 되는 셈인데, 오랜 경험이 있는 삼성은 이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제나 만반의 준비 갖추고 있는 삼성
삼성은 언제나 만반의 투쟁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자사 홍보물에서 삼성은 '아이폰 이용자는 애플에 조종당하는 멍청한 노예'라고 조롱했다. 한편, 세계 곳곳에서 삼성과 법정 싸움을 벌이는 것이 애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그대로 베껴왔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2011년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애플보다 더 많았다. 태블릿의 경우, 삼성은 법정 공판에서 하나씩 승리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애플에 스마트TV가 여전히 미래 비전에 불과한 반면, 삼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삼성은 2008년 세계 최초로 TV에 인터넷을 접목했다. 이전까지 컴퓨터에서만 가능하던 인터넷 서핑, 사진 및 영화 보기가 이제 거실 쇼파에 앉아서 TV 브라운관을 통해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항상 가능했던 것처럼 너무나 손쉽게 말이다. 최신 삼성 TV는 언어나 동작만으로도 조작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모델은 평면 화면과 테두리가 거의 없는 탁월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2004년만 해도 전세계 TV 분야에서 17위에 불과하던 삼성이 이렇게 눈부시게 성장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당시 삼성은 '기껏해야 저가의 TV를 생산해낸다'는 악평에 시달리고 있었다.
삼성은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2005년 회사의 최고 엔지니어 300여 명을 TV 생산 부문으로 인사발령을 냈다. 이들은 삼성전자에서 최고 실적을 내고 있는 컴퓨터 모니터 부문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건희 회장은 1990년대부터 급격히 부상한 중국의 경쟁업체들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최고 품질'을 구호로 외쳐오던 터였다. TV 부문에 투입된 엔지니어 300여 명은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을 완벽히 이행했다. 이들이 3D TV와 인터넷과 연계된 TV를 개발하는 등 기술 개발의 최정상에 올라서면서, 삼성은 틈새시장 업체에서 일약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떠올랐다.


독일의 대표적 종합 주간지 <디 차이트>가 지난 2월16일 발행된 2012년 8호에서 삼성을 집중 조명했다. 이 기사에서 <디 차이트>는 삼성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사회적 책임 경영에는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성공 비결은 빠른 실행 속도
삼성의 성공은 상명하달식 체계에 기인했다. 삼성은 창의성조차 상부 지시를 통해 뚝딱 만들어내면서 창의력이 부족한 저가 제품 양산 업체의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삼성보다 TV 판매량이 더 많은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 TV는 이제 어느 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탁월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때 업계 최강이던 파나소닉이나 소니 등 경쟁업체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동안, 삼성은 독일에서 지난 5년간 LCD TV 평균 가격이 600유로로 반 토막이 나도 경쟁력을 잃지 않았다.
성 상무는 삼성이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비결을 잘 안다. "삼성의 성공 비결은 속도다. 삼성은 결정과 실행이 아주 빠르다." 하지만 성 상무는 삼성의 성공 비결을 더 이상 털어놓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도가 전부는 아니다. 삼성이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비결을 한스 비난츠 삼성 독일 지사 선임부사장이 자세하게 말해주었다. 그도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와 있었다. 비난츠 부사장은 2005년 삼성의 독일 지사에 오기 전까지 10년 이상 일본 가전업체 파나소닉에서 일했다. 삼성그룹의 대다수 임원들과 비교할 때, 그가 삼성의 경쟁사인 일본 가전업체에서 일한 경력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삼성 임원들은 대부분 성 상무처럼 한국에서 이른바 명문 대학을 졸업했고, 삼성이 처음이자 유일한 직장이다. 지금은 양상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존속하는 몇 개월간의 오리엔테이션에 삼성 신입사원들은 기업철학을 체내화해 자신을 삼성이라는 기업체의 일부로 만들도록 훈련받는다. 마침내 삼성 직원들은 '삼성맨'으로 거듭난다.
1분만 성공 즐긴 뒤 59분은 다음 과제 준비
토니 미셸은 "삼성이 해외의 노련한 경영인들을 영입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밖에 안 됐다"고 했다. 한스 비난츠처럼 경쟁사에서 영입된 임원은 삼성이 초일류기업으로 떠오르던 시점에 대대적으로 시작된 삼성의 변화를 대변한다.
한스 비난츠 부사장은 직설적인 사람이었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의 성공이 단순히 속도뿐만 아니라, 감독과 두려움에 기반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삼성에서 속도전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가전제품은 초밥과 같다. 만든 지 오래된 초밥은 팔 수 없다." 삼성 제품 거래 현황을 자동화한 보고 시스템 덕택에 삼성은 글로벌 수요량 추이를 시간대별로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제품의 거래 흐름을 며칠 이내에 조정할 수도 있다.
삼성의 두 번째 성공 비결은 통제 혹은 감독이다. 삼성은 외부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려고 제품 부품을 최대 95%까지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반면 애플은 경쟁업체에서 납품받는 부품에 크게 의존한다. 대표적으로 애플 아이폰4 부품 비용의 25%에 해당하는 저장칩이 바로 삼성 제품이다. 이 비율은 최신 아이폰4S 모델에서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삼성이 납품하는 부품 비율은 높은 수준이다.
삼성의 세 번째 성공 비결은 두려움이다. 한스 비난츠 부사장은 "삼성에서의 1시간은 현재의 성공에 대한 기쁨 1분과 다음 과제 준비 59분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이런 삼성의 분위기에서도 지난 10년 이상 이루어진 변화가 감지된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윤종용 전 부회장과 삼성의 변화를 이끌었다. 윤종용 전 부회장은 1980∼90년대 GE의 최고경영자(CEO)이던 전설적 경영인 잭 웰치 신봉자로 알려졌다. 직원들에게는 엄격하기 그지없던 잭 웰치는 '중성자폭탄 잭'(잭 웰치가 건물은 파괴하지 않고 사람만 살상하는 중성자폭탄처럼 많은 직원들을 정리해고했음을 지적하는 말)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잭 웰치는 위기관리자로도 명성을 날렸다. "어떤 위기도 피 흘리지 않고는 끝나지 않는다"고 했던 잭 웰치는 직원들에게 문제를 외면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윤종용 전 부회장은 잭 웰치처럼 기업의 인수·합병과 대량해고 역시 문제 해결 방법이라는 것을 삼성에 그대로 적용했다. 하지만 한국의 전통적 사고방식에서 대량해고는 드문 방식이었다.
이 시기부터 삼성은 지속적으로 경계 태세에 있는 초일류기업이 됐다. 항상 다음 위기를 방어할 태세를 갖춘 삼성은 혹시 위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할까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삼성은 스마트폰과 TV가 과거의 유물이 돼버릴 미래를 대비하는 플랜도 당연히 갖고 있다. 삼성에서 미래의 유망 비즈니스 분야로는 조명과 의료기술이 손꼽힌다. 그리고 삼성은 한번 손에 쥔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키기로 유명하다. 지난 1월 유럽 공정거래감독기관은 삼성이 시장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불공정거래를 저질렀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는 최근 2년 동안 삼성에 대해 벌어지고 있는 두 번째 조사다.
박람회장은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로 시끄러웠다. 최신 TV를 몸의 움직임으로 조작해보는 유리 부스 앞에는 호기심 많은 방문객들이 줄지어 기다렸다. 관람객은 5명 단위로 입장할 수 있었다. 입장한 방문객은 평면 브라운관을 향해 손짓으로 TV 채널을 돌리거나 소리 크기를 조정했다. 삼성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제품 테스트 부스에 전시된 물건만으로 웬만한 가전제품 마트를 채우고도 남을 듯했다. 이 부스에는 휴대전화, 스피커, 컴퓨터, 카메라, 세탁기, 심지어 인터넷과 연결된 냉장고도 전시돼 있다.
2011년 삼성그룹 홍보 동영상을 보면, 그룹에는 삼성전자 외에 많은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삼성그룹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삼성중공업)와, 세계 최대 규모의 생명보험사(삼성생명)가 있다. 또한 화학업체, 건설업체, 호텔, 현대적인 병원 4개(한국과 두바이 소재), 놀이공원, 경제연구소, 홍보기획사, 한국의 대표적인 야구클럽이 있다. 삼성그룹은 서로 완전히 다른 분야의 계열사 10여 개가 특이한 방식으로 공존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세 번째)은 지난 1월1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멀티미디어 가전 전시회 'CES 2012'를 참관차 방문해 "일본은 힘이 좀 빠진 것 같고, 중국은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뉴시스

삼성 매출 규모, 세계 41위 국가와 맞먹어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삼성이 곧 한국이다. 삼성그룹이 발표한 2010년 그룹 총매출액은 2220억달러로, 이는 한국 국민총생산(GNP)의 5분의 1을 넘는 수치다. 만약 삼성그룹이 국가였다면, 삼성은 국가 경제 규모 순위에서 41위를 차지했을 것이다. 삼성그룹이 계획한 올 한 해 투자액으로 주식을 산다면, 독일 프랑크푸르트 주식시장에서 바이어스도르프와 루프트한자 항공사 전체 주식을 매입하고도 남을 것이다.
한국 경제는 '재벌'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대기업들로 유명하다. 재벌은 창업주 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다. 대표적 재벌인 현대와 LG는 삼성보다 규모가 작다.
공식적으로는 서로 분리된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특이한 방식으로 연계돼 있다. 기업문화와 기업 역사를 공유하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때론 '삼성'이라는 타이틀로, 때로는 상호 출자로 서로 얽혀 있다. 삼성 계열사들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고 CEO가 다르지만, 삼성의 창업주 일가는 전체 삼성그룹을 예나 지금이나 지배하고 있다.
삼성은 1930년대 후반에 창립됐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아버지 이병철 전 회장은 당시 대구에서 건어물과 채소를 중국에 수출했다. 사업이 번창하자 이병철 전 회장은 창업 뒤 얼마 되지 않아 보험회사와 무역회사를 설립했다. 나중에야 생긴 '삼성'이라는 명칭은 아들을 셋 둔 이병철 전 회장이 '별 3개'라는 의미로 붙인 것이다. 1960년대 이병철 전 회장의 사업은 하락세를 그렸다.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은 이병철 전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박정희 정권은 심지어 이병철 전 회장을 체포하려고 했지만, 결국 이병철 전 회장과 합의를 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랜 기간의 일제 식민지 시대와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한국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빈곤한 국가 경제를 일으켜세우려면 수출을 크게 늘려야 했기에 대기업들을 후원했다. 대기업 후원은 뒷날 민주정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어쨌든 당시, 한국이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대기업 육성뿐이라고 군사정권은 굳건히 믿었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대기업들이 각각 어느 분야에 투자할 것인지도 일부 결정했다. 군사정권의 경제 투자 계획은 예상대로 맞아떨어졌고, 낮은 대출이자와 세제 혜택, 저렴하면서도 열의에 넘치는 노동력 덕택에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은 오늘날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정치권과 재벌 총수들의 관계는 항상 이중적이었다. 권력자들은 재벌이 '국가 안의 국가'로 성장하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또 한편으론 그들의 정치·경제적 목표 달성을 위해 재벌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정권과 재벌은 지금도 여전히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재벌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에 따르면, 1987년 작고한 아버지 이병철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한 이건희 회장은 개인 자산 86억달러로 한국의 최고 갑부다(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 3월9일 종가 기준으로 이건희 회장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10조1027억원으로 한국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보유 주식 10조원을 돌파했다). 이건희 회장의 여동생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한국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3월9일 종가 기준으로 보유 주식 가치가 1조6700억원이었다)이고,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 사장은 한국의 억만장자 랭킹 4위를 차지했다(3월9일 종가 기준으로 주식 가치는 1조337억원으로, 주식만 따질 때 한국 16위의 주식부자다). 하지만 부유한 삼성가 형제들이 현재 상속유산을 둘러싼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2월 셋쨋주 초 고 이병철 전 회장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 이건희 회장을 고소한 것이다. 이맹희 전 회장은 자신에게 상속된 유산을 받지 못했다며 6억3500만달러에 상당하는 삼성주식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엄청난 부와 경제적 영향력을 등에 업고 삼성가는 정치적으로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됐다. 한국에서는 사법기관조차 이건희 회장 앞에서 굽실거리는 형국이다.
비리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건희 회장은 1990년대 중반 첫 정치적 사면을 받았다. 두 번째 사면은 2009년 연말에 전격 단행됐다.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에게 당시 시장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삼성 주식을 물려준 것에 대해 이건희 회장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 최대 갑부인 이건희 회장을 바로 사면시켰던 것이다. 당시 겨울올림픽 개최지 후보로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한국을 대표할 사람이 필요했던 한국 정부는 이건희 회장을 사면시켜 그에게서 유죄판결의 오명을 지워주었다. 그리고 2011년 평창은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다.
이건희 회장의 선견지명과 무일관성
'이건희 회장 없이는 겨울올림픽도 없고, 이건희 회장 없이는 삼성도 없으며, 삼성 없이는 한국도 없다.' 어느덧 70살이 된 이건희 회장의 후광은 이런 논리로만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의 결정은 선견지명이 있다는 인정도 받지만, 일관성이 없다는 혹평을 받기도 한다. 이건희 회장은 과거 삼성그룹이 더 유연할 것을 지시했고, 외부 경영인들에게 삼성그룹의 문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후임은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으로 일찌감치 내정해두었다. 삼성가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감독권을 지키려고 혈안이 돼 있다.
삼성가가 그룹 전체를 관리하고 있음은 라스베이거스에서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가 열리기 전에 이미 삼성 임원들은 취재진이 인터뷰에서 질문해서는 안 되는 주제를 체크해주었다. 전략적 의미가 있는 질문들은 오로지 한국 본사에 서면으로만 제출할 수 있었다.
여느 박람회에서처럼 취재진은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에서 공식적 일정이 아닌 우연한 계기로 삼성 관계자를 만나게 됐다. 취재진은 예정에 없던 삼성 관계자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대외비를 전제로 삼성그룹이라는 성채의 내부 상황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삼성의 성공 비결은 속도, 관리와 두려움 외에 엄격한 위계질서라는 또 다른 이유가 더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한 삼성 관계자는 "삼성 임원진은 서구 기업의 특징적인 합의 문화는 약점이 많고, 온갖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시장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또한 삼성에 서면으로 보낸 질문에 대해서도 취재진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세계 NGO, '삼성 무자비하다' 비판
이미 오래전부터 노조와 비정부기구(NGO)들은 삼성이 권위적이고 무자비하다고 비판해왔다. 삼성은 2012년 '공공의 눈 상'(Public Eye Award·그린피스가 2000년 이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에 맞춰 매년 세계 최악의 악덕기업을 선정해 주는 상)의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기업에 그린피스가 매년 수여하는 불명예 상이다. 올해 삼성은 '공공의 눈 상' 3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에서 기업 자산가치 1위의 삼성은 공장에서 일부 금지된 고독성 물질을 사용하면서도 직원들에게 이를 공지하거나 직원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삼성 직원 최소 140명이 암에 걸렸고, 젊은 직원 최소 50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삼성은 책임을 부인하고 있으며, 암에 걸린 직원들과 사망 직원들을 비롯해 이들의 가족까지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있다." 삼성은 이런 비난에 대해 일절 입을 다물고 있다. 겹겹이 둘러싸인 삼성 성채의 벽은 높고 그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이건희 회장을 둘러싸고 있는 삼성맨들은 시종일관 이런 자세로 여기까지 왔다. 삼성그룹 성공의 그늘에 대한 폭넓고 공개적인 토론은 한국 이외에서는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사람들은 그저 삼성 제품과 삼성의 눈부신 성장에 환호할 뿐이다. '별 3개'라는 의미를 지닌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 몇 년간 몇 배로 껑충 뛰었다. 현재 삼성은 전세계 20대 브랜드에 속한다. 이는 아마존과 나이키, 네슬레를 훌쩍 따돌린 눈부신 성적이다.

마르쿠스 로베터 Marcus Rohwetter 경제부 기자

ⓒ Die Zeit·번역 김태영 위원

2012년 2월 11일 토요일

한국 언론 신뢰도 4년째 추락… 44%에 그쳐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2-10일자 기사 '한국 언론 신뢰도 4년째 추락… 44%에 그쳐'를 퍼왔습니다.
한국의 미디어 신뢰도가 2008년 이후 4년째 떨어져 ‘믿지 못하는 지역’(distrust)으로 분류됐다. 또한 기업,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대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NGO 신뢰도만 72%로 상승해 2010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9일 초국적 PR기업 에델만의 한국법인 에델만 코리아는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Edelman Trust Barometer)의 한국판 보고서를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미디어 신뢰도는 2008년 60%에서 55%, 50%, 50%, 44%로 꾸준히 하향세를 나타냈다.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가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여론주도층(25~64세)의 미디어 신뢰도는 지난해 49%에서 52%로 조금 올랐지만 한국의 경우 53%에서 45%로 크게 하락했다. 에델만측은 한국을 일본, 말레이시아와 더불어 ‘믿지 못하는 지역’(distrust)으로 분류했다.

특히 여론주도층의 미디어산업 신뢰도는 42%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비 16%나 떨어진 수치다. 신문 신뢰도 또한 크게 추락해 ‘아주 많이 신뢰한다’는 사람의 비율은 20%에 그쳤다. 지난해에 31%에 비해 11%나 떨어졌다. 미디어의 메시지를 비롯해 미디어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크게 늘고 있는 걸로 풀이된다.

정부 신뢰도 또한 하락폭이 컸다. 여론주도층의 정부 신뢰도는 지난해 50%에서 올해 33%에 불과했다. 18세 이상 일반대중은 31%만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나라의 상황을 묻는 질문에 여론주도층 70%, 일반 대중 64%가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심각한 붕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여론주도층의 기업 신뢰도는 31%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 62%, 전 세계평균 53%에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일반 대중의 기업 신뢰도도 30%에 그쳐 전 세계 평균 47%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기업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크게 는 것이다.

‘2012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한 달 반가량 전 세계 25개국 일반 대중 2만5천명, 여론주도층 5600명을 대상으로 20분간의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자세한 결과는 홈페이지(www.edelman.com/trust)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미디어와 정부 그리고 기업에 대해 믿지 못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자료: 에델만 코리아 제공)

박장준 기자

2012년 1월 26일 목요일

한국 언론자유지수, MB정부 들어 '꾸준한 하락'


이글은 미디어스 2012-01-26일자 기사 '한국 언론자유지수, MB정부 들어 '꾸준한 하락''을 퍼왔습니다.
RSF 조사 결과 2011년 언론자유지수 전년 대비 2단계 하락


▲ 국경없는 기자회는 25일 발표한 '2011-2012 세계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2011년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를 전년보다 두 단계 하락한 44위로 평가했다.
국제 언론인 인권보호 단체이자 언론감시 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2011년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를 179개국 가운데 44위로 평가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조사하기 시작한 2002년 39위를 기록했던 한국은 2003년 49위, 2004년 48위로 하락했으나 이후 2005년 34위, 2006년 31위, 2007년 39위로 상승하며 30위권대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는 47위로 하락했으며, MBC 제작진 체포 등이 있었던 2009년에는 69위로 곤두박질쳤다. 이후 2010년에는 42위로 다시 상승했으나, 국경없는 기자회는 25일 발표한 '2011-2012 세계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2011년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를 두 단계 하락한 44위로 평가했다.
참여정부 시절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가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보수 성향의 국제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 역시 지난해 5월 한국을 '언론자유국'(free)에서 '부분적 언론자유국'(partly free)으로 강등시킨 바 있기도 하다.
이번 조사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언론자유 지수가 높은 나라는 2010년과 마찬가지로 핀란드였으며, 월가 시위 당시 현장 취재 언론인을 체포한 바 있는 미국의 2011년 언론자유 지수는 전년보다 27단계 하락한 47위를 기록했다.
반정부 시위자들을 유혈 진압한 이집트는 39단계 하락한 166위를 기록했으며, 최근 인터넷 검열과 정보 통제를 강화한 중국은 174위에 올랐다. 북한은 올해에도 최하위권인 178위를 기록했다.
한편, 세계적인 홍보기업 에델만은 25개국 일반인 2만5000명과 지식인 5600명을 대상으로 자국의 정부, 기업, 언론, 비정부기구 등 4개 주요 기관에 대한 신뢰 여부를 묻는 온라인 조사를 실시해 '2012 에델만 신뢰 지표'를 24일 발표했다.
26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자료에서 언론 분야는 25개국 평균 52%(지난해 49%)로 4개 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신뢰도가 상승했으나 한국 언론의 경우 국제 평균에도 못 미치는 45%를 기록하며 1년 전(53%)보다 신뢰도가 하락했다.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 역시 1년 전 50%에서 33%로 크게 하락했다. 국제 평균 하락폭 9%보다 2배 가까이 큰 수치다. 기업 분야에 대한 신뢰도도 전년도 46%에서 31%로 추락했다.
4개 주요 기관 가운데 비정부기구(NGO) 분야의 신뢰도만 62%에서 67%로 올라 한국 시민들은 정부, 기업, 언론보다 NGO를 더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NGO에 대한 25개국 평균 신뢰도 58%를 상회하는 수치다.
종합적으로, 한국 4개 기관의 신뢰도는 44%로 국제 평균(51%)을 밑돌았으며, 순위는 15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