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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8일 일요일

방송 ‘편성권’, 포털에 넘어가나


이글은 한겨레21 2013-04-29일자 제958호 기사 '방송 ‘편성권’, 포털에 넘어가나'를 퍼왔습니다.
[초점] 스마트TV와 스마트폰 기반으로 방송사 기능할 수 있어 ‘포털용 TV’ 출현 가능… 방송사 쪽 ‘충족시켜야 하는 조건과 의무 다해야 한다’며 견제
이 이야기는 ‘편성’이란 단어에서 시작해야 한다. TV방송도 신문처럼 포털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포털이 TV방송 콘텐츠의 편성권을 가질 때나 한번 언급해볼 만하다. 실제 그런 움직임이 슬며시 감지되기는 한다. 그러나 그전에 일단 이 단어가 등장하기까지의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네이버의 동영상 서비스 ‘TV캐스트’는 방송사 주요 프로그램의 ‘다시보기’(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콘텐츠 제작업체들과 수익을 배분한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도 주요 유통 대상이다. 프로야구나 패션쇼 등은 생중계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한겨레 김명진 기자


유통 권한 나눠주고도 시간표는 양보 없어

신문(인터넷신문 포함)은 포털에 ‘접수’된 지 이미 오래다. 온라인으로 기사를 본 독자에게 ‘그 기사 어디에서 봤어?’ 하고 물었을 때 (한겨레)나 (한겨레21)이라고 매체 이름을 대며 답변하는 경우는 드물다. 간단히 “네이버에서 봤어”라고 대답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다. 심지어 다른 매체에서는 볼 수 없는 특종 기사마저도 ‘네이버’가 전해준 소식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네이버가 이달부터 첫 화면의 뉴스서비스를 ‘뉴스스탠드’로 바꾼 뒤, 모든 언론과 언론학계가 수익 구조 변화와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어떤 서비스 형태가 바람직한지를 따지는 것도, 결국은 신문이 포털에 ‘접수’된 현실의 방증이다.
이제 시선은 TV를 향한다. ‘올드미디어’ 시절, TV는 신문과 더불어 양대 축을 이뤘다. 그 시절 신문은 콘텐츠의 생산(기사 작성 및 종이신문 발행)과 유통(배달)을 모두 장악했고, 방송사도 생산(방송 제작)과 유통(지상파 송출)을 다 거머쥐고 있었다. 기술이 발전하자 신문은 유통 권한을 일부 떼어내 인터넷 포털 서비스에 넘겼다. 그때만 해도 포털의 역량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각 신문의 콘텐츠를 모두 확보한 포털은, 신문 자체망(각 사 홈페이지)보다 오히려 더 매력적인 유통망이 됐다. 슈퍼마켓 여러 곳이 대형마트를 당해낼 수 없듯, 신문은 포털을 이길 수 없었다.
TV는 달랐다. 지상파 방송은 그동안 꽤 다양한 주체들과 유통 권한을 나눠가지면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 인터넷 시대가 개막하기에 앞서 케이블방송이 등장했을 때 방송의 유통 권한 일부는 그쪽에 내줬다. 위성방송이나 IPTV가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유통 권한을 떼어줬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이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편성권’ 덕분이었다. TV방송은 케이블·위성방송·IPTV 등에 유통 권한을 나눠주면서도, 어느 시간대에 어느 프로그램을 방영할지 결정하는 편성권은 양보하지 않았다. 방송사가 만든 프로그램은 어느 경로를 통하건 방송사가 정한 시간표에 맞춰 시청자에게 전달됐다. 유통권이 있어도 편성권이 없으면 개별 콘텐츠(프로그램) 단위로 쪼개서 재배치할 수 없다. 케이블·위성방송·IPTV는 전체 시간표를 1건의 콘텐츠로 계약한 셈이다. 신문의 콘텐츠(기사)가 낱개 기사 단위로 쪼개져서 포털 등의 의도에 따라 편집될 수 있는 것과의 차이점이다.
본론은 여기서부터다. 최근 영상 콘텐츠 업계에선 “네이버가 콘텐츠 계약을 할 때 ‘편성권’을 요구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통적으로 편성권을 가질 수 있었던 곳은 방송사들뿐이니, 네이버가 방송사가 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뒤이어 제기된다. “앞으로는 포털이 방송을 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다시보기 서비스를 생방송으로 편성한다면

네이버에 방송을 운영할 만한 기반은 있을까? 네이버는 ‘TV캐스트’라는 동영상 서비스를 운영한다. TV캐스트는 이용자들이 원할 때(On Demand) 제공하는 ‘다시보기’(VOD·Video On Demand) 서비스가 주요 영역이다. 하지만 프로야구나 패션쇼 중계처럼 특별한 경우엔 생방송도 한다. 필요할 때만 생중계용으로 쓰는 거지만, 거꾸로 나머지 시간대는 비워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 시간대에 네이버가 계약한 각종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잇따라 몇 시간 동안 편성해 방영하면, 사실상 방송과 다르지 않다. 네이버의 TV캐스트뿐 아니라 구글의 유튜브, 다음의 tv팟 등 포털의 동영상 서비스가 모두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컴퓨터 모니터가 아닌 TV에 구현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물론 컴퓨터 본체를 TV에 연결하면 된다. 최근 출시되는 TV 모델은 대부분 컴퓨터 연결 단자를 갖추고 있으니 어려울 건 없다. 그건 TV가 아니라 모니터일 뿐이다. 입력 수단도 키보드와 마우스 등 PC에서와 같고, 이용 방식도 컴퓨터와 같다.
활로를 연 것은 스마트TV와 스마트폰이다. 기존 IPTV도 인터넷에 기반한 방송 서비스였지만, 셋톱박스를 무료로 배포할 수 있는 금액 수준(10만원대 초반)에 묶으려다보니 성능이 낮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스마트TV가 등장하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 20만원짜리 셋톱박스를 통한 방송 서비스(다음TV)를 시작한 포털 다음은 “이용자들이 셋톱박스를 돈 주고 사는 문화가 아니다보니 예상 수준에 그쳤다”고 했다. 이를 반영한 듯, 최근 한 중소기업은 다음TV 서비스를 내장한 스마트TV 모델을 출시하기도 했다.
스마트폰도 포털의 콘텐츠를 TV에 구현해주는 중요한 수단이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 모델엔 영상과 음성을 송수신할 수 있는 ‘고선명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DMI) 단자가 있어 바로 TV에 연결할 수도 있다. 애플의 ‘에어플레이 미러링’ 기술처럼 무선인터넷을 이용해서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TV 화면에 띄울 수도 있다.
기존 IPTV 셋톱박스 성능을 월등히 능가하는 스마트폰의 성능 덕에, 드라마·오락물 등 방송 프로그램과 전자상거래, 게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다양하게 얽히는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특히 편성을 맡게 될 포털은 이미 확보한 전자우편, 카페, SNS 등의 자료를 기초로 각 개인 이용자에 프로그램 장르와 시간대를 최적화해주는 방식으로 편성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정치·사회에 관심 있는 시청자와 경제·문화에 관심 있는 시청자에게 각기 다른 편성표를 제공하는 식이다. 시청자는 어느 방송사의 콘텐츠인지를 따지기보단, 포털의 편성을 수용하게 될 것이다. 사이사이 개인에 최적화된 광고가 들어갈 수 있음은 물론이다. 방송도 포털에 넘어가는 셈이다.
실시간 방송이 이미 가능하고, TV 스크린을 포털에 내줄 수도 있는 환경, 심지어 최적화 방송마저 가능한 여건 속에서 ‘편성권 요구’는 어쩌면 포털로서는 당연한 선택으로 보인다. 네이버 쪽은 이 사실을 부인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우리가 쓰는 ‘편성’이란 개념은 프로야구 중계 때 화면을 분할시켜 동시 중계를 하는 경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확보한 콘텐츠를 이어붙여 실시간 방송을 하는 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지금 이용자들이 그런 방식으로 쓰지 않고 있는데 굳이 먼저 그런 서비스를 내놓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트래픽 관련 통신사와 논의도 필요

그렇다고 네이버가 결심만 하면 만사형통인 것도 아니다. 방송사 쪽에선 “만약 그렇게 해서 네이버가 사실상 방송사업자가 된다면, 네이버에 대해서도 방송사로서 충족시켜야 하는 조건이나 다해야 하는 의무 등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며 사전에 엄포를 놓고 있다. 30인치 이상 화면에서 안정적으로 볼 수 있는 고화질 화면을 계속 송수신하려면 막대한 용량이 필요한 탓에, 인터넷 트래픽을 둘러싸고 통신사와 논의도 필요할 전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털이 방송을 하고 주도권까지 뺏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가설’ 수준일 수도 있다. 우리 주변의 많은 현실이 한때는 그저 가설이었던 것처럼.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2012년 8월 25일 토요일

美법원 "삼성, 애플에 10.5억달러 배상하라"


이글은 뷰스앤뉴스(Views&News) 201`2-08-25일자 기사 '美법원 "삼성, 애플에 10.5억달러 배상하라"'를 퍼왔습니다.
한국법원은 삼성, 미국법원은 애플 손 들어줘

삼성전자와 애플간 소송에서 한국법원은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미국법원은 애플의 손을 들어주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방법원의 배심원단은 24일(현지시간) 평의를 종결하고 갤럭시S를 비롯한 삼성 스마트폰들이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검은색 전면부와 전면 베젤, 아이콘 디자인 등 최소 3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9명의 배심원은 이에 따라 삼성에게 애플에 10억5천185만달러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반면에 애플에 대해선 삼성에 한푼도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평결했다.

애플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자신의 모바일 기기 디자인 특허와 소프트웨어 특허를 침해해 25억달러∼27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소송을 제기했으며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애플이 자신의 무선통신 특허를 위반했다며 4억2180만달러의 특허 사용료를 요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배심원의 평결이 나옴에 따라 이르면 한 달 이내에 공식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앞서 한국 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에서는 삼성이 판정승을 거뒀다. 서울중앙지법은 애플이 삼성의 통신기술 2건을, 삼성은 애플의 바운스백 특허 1건을 각각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삼성과 애플은 현재 한국을 포함한 세계 9개국(미국·영국·일본·독일·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호주)에서 30여 건의 특허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다.

박태견 기자

2012년 7월 15일 일요일

박근혜 '복도 멘트'에 새누리당 발칵, 보수언론도 비판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2-07-14일자 기사 '박근혜 '복도 멘트'에 새누리당 발칵, 보수언론도 비판'을 퍼왔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 스마트폰으로 검색 해프닝… 박근혜 사당화, '가이드라인' 제시 논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새누리당의 ‘박근혜 사당화’를 비판하거나 비꼬는 기사를 내놨다.

동아는 14일자 1면 (‘朴 사당화’ 할말없게 된 새누리)에서 정두언 의원 거취 문제, 이한구 원내대표 사퇴 건에 대해 새누리당이 박근혜 의원의 복도 브리핑대로 의결한 것을 두고 ‘박근혜 사당화’라고 비판했다.

앞서 13일 박근혜 의원은 국회 복도에서 정두언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사과하면서 “정두언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한구 원내대표 사퇴에 대해 박 의원은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마무리를 잘하는 것도 국민에 대한 큰 약속”이라고 발언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에서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한 대국민 사과는 물론 △정 의원 스스로 문제 해결 △이 원내대표 임시국회 이후 사퇴를 의결했다.

동아는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표현하며 ‘박근혜 사당화’를 비판했다. 동아는 의총과 최고위원회의의 의결 내용이 박 의원이 복도에서 한 발언과 일치하다고 지적하면서 “박 전 위원장이 사전에 제시한 대로 최종 결론을 내려 ‘가이드라인’ 논란과 함께 당내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박 전 위원장이 사전에 가이드라인을 준 듯한 모양새가 되자 친박 진영에서조차 ‘박근혜 사당화’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며 ’국민은 당 대표 위에 박근혜 총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난감해했다”고 전했다. 동아는 특히 이한구 원내대표 즉각 사퇴 의견이 많았지만 “당 지도부는 사실상 박 전 위원장의 ‘지침’에 따랐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7월 14일자 1면

조선일보도 3면 (박근혜식 복도 멘트… 해석놓고 우왕좌왕)에서 “(박근혜 의원의) 복도 발언은 이날 내내 당 소속 의원들에게 ‘지침’으로 작용했다”고 봤다. 

조선은 이날 의총 현장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박 의원의 발언 내용을 스마트폰을 검색하고, 의원들끼리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내용을 전달하고, 기자들에게 발언 내용을 묻는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조선은 이어 박근혜 의원이 세종시 수정 논란 때도 복도에서 ‘반대’ 발언을 했고, 친박 의원들이 이를 ‘가이드라인’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의원 쪽은 가이드라인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놨다. 조선은 “구체적으로 말을 하면 ‘리모컨 정치를 한다’고 하고, 말을 안 하면 ‘유력 대선주자가 아무 말도 않는다’고 하니, 적절한 수위에서 말을 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박근혜 의원 측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 조선일보 14일자 3면

박장준 기자 | weshe@mediatoday.co.kr  

2012년 4월 23일 월요일

지하철 스마트폰 와이파이 "먹통 짜증난다"


이글은 노컷뉴스 2012-04-23일자 기사 '지하철 스마트폰 와이파이 "먹통 짜증난다"'를 퍼왔습니다.
CBS취재진 측정 결과 '전화 모뎀' 수준 속도 나는 곳도 있어

스마트폰 사용자 3,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이동통신사가 지하철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스마트폰 와이파이가 속도 저하 등 서비스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CBS 취재 결과 확인됐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출근시간. 발 디딜 틈도 없는 '지옥철'의 아비규환 속에서도 시민들이 저마다 손바닥 만한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하는 모습은 더 이상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밤 사이 뉴스를 동영상으로 감상하는 30대 직장인, 실시간으로 최신 유행곡을 다운 받아 감상하는 20대 여성, SNS를 통해 친구들과 소통하는 10대 학생 등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노마드(유목민)'로 변신한다.

실제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연구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50세 1,000명 가운데 63.6%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 상반기 중으로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3,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동통신사들은 이런 고객들을 겨냥해 주 통근수단인 지하철에서 공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은 각각 'ollehWiFi', 'T wifi zone'이라는 와이파이망을 전 지하철 노선에 깔아 자사 스마트폰 가입자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 KT 'ollehWiFi', SKT 'T wifi zone' "짜증나 못 쓰겠다



문제는 이런 '공짜 와이파이' 품질이 떨어진다는 사용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는 점이다.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한다는 회사원 민 모(31·여) 씨는 이제는 아예 와이파이를 꺼놓고 3G로만 인터넷 검색을 한다고 했다.

민 씨는 "광고에서는 와이파이가 잘 터진다고 홍보하지만 속도도 느리고 끊김도 심해 짜증이 난다"며 "이제는 지하철에 탈 때는 와이파이 기능을 'OFF'로 해놓고 3G만을 이용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SNS 상에도 이런 불만은 넘쳐났다. 트위터 아이디 'hae*****'는 "지하철 달리는 중엔 와이파이가 잘 안터지네요"라는 글을 남겼고 'dub***'과 'do***'은 "요즘 지하철 와이파이는 무늬만 와이파이", "지하철 와이파이는 내 인내를 시험한다"는 등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났다.

◈ 다운로드 속도 KT 2.25Mbps, SKT 2.8Mbps '낙제점'



실제로 CBS 취재진이 시민들이 와이파이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 2호선 역과 역 사이 43개 구간 속도를 각각 3차례 측정해 평균값을 구해본 결과 터무니없이 느린 속도가 나타났다.

전 구간 다운로드 속도는 KT 2.25Mbps, SK텔레콤 2.80Mbps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2일 발표한 스마트폰 전체 와이파이 평균 다운 속도 11.3Mbps에 비해 1/3~1/4 수준에 그쳤다.

특히 KT의 경우 방배~사당, 낙성대~서울대입구 등 6개 구간, SK텔레콤은 신촌~이대, 잠실나루~잠실 등 3개 구간에서 1Mbps에도 미치지 못하는 '거북이 속도'를 기록했다.

수치가 작을수록 끊김 없고 빠른 화면 전환을 나타나는 지연율(Latancy Time)도 낙제점 수준이었다.

와이파이의 경우 통상 20~100ms 수치를 정상이라고 판단하는데 KT와 SK텔레콤 지하철 와이파이의 지연율 값은 각각 123.15ms와 136.79ms로 기준치를 밑돌았다.

일부 구간에서는 지연율이 200ms에서 심하게는 400ms를 넘는 곳까지 측정되기도 했다.

이 밖에 업로드 속도도 평균 9.36Mbps에 한참 못 미치는 KT 1.98Mbps, SK텔레콤 1.04Mbps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각 통신사들은 지하철 와이파이의 태생적인 한계를 인정했다.


KT 관계자는 "지하철은 고정형인 와이파이를 이동중에 사용하기 위해 무선 와이브로 신호를 잡아 뿌리기 때문에 유선을 사용하는 다른 와이파이보다 태생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다"며 "기존 와이파이보다 5배 빠른 장비로 교체중"이라고 밝혔다.관련기사"올레 WiFi, 지하철에서 더 빵빵..서울 전역에서 '공짜' 와이파이 즐긴..LG유플러스, 1~8호선 지하철 역사 와..전국 지하철역사 어디든 '와이파이' ..



SK텔레콤 관계자도 "지하철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속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있다"면서 "공공장소 와이파이 품질이 30% 향상된 기술 개발을 완료해 올 상반기까지 6만4,000여곳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통신사들은 지하철에서 안정성과 속도가 높은 프리미엄 와이파이 장비를 확충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지하철에서 와이파이는 터지지 않고 소비자들의 분통만 터지는 일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이대희 기자

2012년 4월 8일 일요일

놀라운 생산력 뒤 사회적 책임 ‘그늘’


이글은 Economy Insight 2012-03-22일자 기사 '놀라운 생산력 뒤 사회적 책임 ‘그늘’'을 퍼왔습니다.
[Cover Story] ‘글로벌 삼성’의 글로벌 스탠더드- ① 독일 주간지 가 본 삼성


삼성은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세계적 기업이다. 세계 언론들은 삼성의 경쟁력에 놀라움을 표시하는 한편, 삼성의 사회적 책임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등에서 삼성의 성공요인을 분석하는 기사를 다룬 데 이어, 독일 , 프랑스 , 영국 등 유럽 언론들도 지난 2~3월 한 달 사이에 삼성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특히 독일 주간지 는 2월16일 발행된 2012년 8호에서 2쪽에 걸쳐 삼성을 다뤘다. 는 '명령에 의한 성공'(Erfolg auf Befehl)이라는 기사에서 삼성이 애플에 맞설 기업이라고 높게 평가하면서도 백혈병 산재 논란, 무노조 등 아픈 모습도 함께 짚었다.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삼성의 행보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아야 한다. 는 세계 언론이 주목하는 삼성의 빛과 그림자를 분석함으로써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안착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본다. _편집자
는 삼성이 권위적이지만 또한 창의적이라고 평가한다. ‘명령에 의해 창의성까지 만들어내는’ 힘이 삼성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만든 동력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칭찬만 하기에는 삼성의 그림자 또한 작지 않다고 지적한다.
"직원이 배가 고파야만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 삼성 임원들 사이에는 아직도 이런 조롱 투의 말이 나돌고 있다. 삼성이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 말을 자구 그대로 이해하고 실행에 옮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990년대부터 이건희 회장은 점심 식사를 하면서 임원진과 일간회의를 했다. 하지만 실제 점심을 먹은 사람은 이 회장 혼자뿐이었다. 창립자 이병철의 아들이자 삼성전자 회장 및 삼성그룹 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은 세계 막강한 재벌그룹의 실력자다.
삼성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전세계에서 수백만 명이 삼성 스마트폰을 샀다. 삼성 텔레비전과 노트북은 전세계 가정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삼성 제품 사용자 중에 삼성그룹과 삼성가의 실제 모습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업컨설턴트이자 삼성통인 토니 미셸은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토니 미셸은 야심만만한 삼성 임원진의 모습을 다큐멘터리에 담기도 했다. "삼성은 내부 정보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경호가 삼엄한 성채와 같다."
삼성이라는 성채는 물 샐 틈이 없다. 삼성은 저가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업체에서 고부가가치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급부상한 아시아의 재벌그룹 중 대표 주자다. 수평적 위계질서와 최대한의 창의적 상상력을 신봉하는 서구 기업들과 달리, 삼성은 벤처기업의 창의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권위적 특징까지 보인다. 삼성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던 소니 같은 기업체들을 손쉽게 따돌리고, 이제 미국의 애플과 대적하는 상황이다. 이런 삼성을 좀더 알려면 견고한 성채 너머로 엿보는 것 외에 딱히 다른 방법이 없다.
전세계에서 막강한 경제력을 갖춘 삼성의 창업 일가는 혼맥을 통해 정계 인사들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갖추었다. 그래서 이건희 회장은 사법기관의 유죄판결조차 피해가는 막강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민이 지난 2월27일 대형 할인매장 코스트코에서 60인치 삼성 LED TV를 구입한 뒤 트럭에 싣고 있다. 뉴시스 AP

라스베이거스에서 겨우 만난 삼성 임원
취재진은 한국을 직접 방문해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삼성에 요청했으나, 삼성은 이를 거절했다. 몇 주가 지나서야 삼성의 고위 임원과 직접 통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삼성은 여전히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최대한 거리를 두었다. 삼성은 서울 본사에서 9600km 떨어진 미국 모하비사막에서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했다. 취재진이 삼성 쪽 관계자를 만난 것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였다.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에서 삼성이 설치한 부스는 최대 규모였고, 전시 품목도 가장 많았다. 신시사이저에서 흘러나오는 팝송이 컨벤션센터 전시장에 울려퍼졌다. 전시장 천장에는 디지털 시대의 샹들리에인 브라운관 10여 개로 된 구조물이 매달려 있었다. 구름같이 모여든 관람객 사이를 삼성전자 최지성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직원들 한 무리가 힘겹게 지나가고 있었다. 취재진의 이건희 회장에 대한 인터뷰 요청은 두말할 것도 없고, 최지성 부회장의 인터뷰 요청 역시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그나마 박람회장에서 콘크리트 계단을 올라가니 다소 조용했다. 복도에는 짙푸른 삼성 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서 두꺼운 일회용 종이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고 있었다. 임시로 설치한 벽 뒤에는 한 남자가 취재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시몬 성(성일경 상무, 이하 성 상무)이었다.
삼성전자의 TV부문 임원인 성 상무는 앞으로 벌어질 애플과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넥타이와 양복 차림의 성 상무는 여유로워 보였고, 마치 은행 직원처럼 단정하고 보수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스티브 잡스 애플 전 회장도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업계의 풍토에 비추어볼 때, 그의 모습은 다소 의외였다.
몇 년 전부터 삼성과 애플은 해당 분야 1위 자리를 놓고 일전을 벌이고 있다. 올해에도 삼성과 애플은 평화로운 상태를 맞이하지 못할 것 같다. 소문에 의하면,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이어 TV를 출시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지난해 10월 사망 직전 자서전 집필 작가에게 애플사의 TV 출시 계획을 암시했다. 잡스는 당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유저 인터페이스가 설치될 것"이라고 했다. 성 상무는 이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삼성은 애플의 TV 출시에 피하지 않겠다"며 어조는 부드럽지만 전쟁 선포나 다름없는 발언을 했다. "애플이 스마트TV를 출시하면 전체 업계에는 이득이 될 것이다. 애플은 삼성의 또 다른 경쟁사가 되는 셈인데, 오랜 경험이 있는 삼성은 이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제나 만반의 준비 갖추고 있는 삼성
삼성은 언제나 만반의 투쟁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자사 홍보물에서 삼성은 '아이폰 이용자는 애플에 조종당하는 멍청한 노예'라고 조롱했다. 한편, 세계 곳곳에서 삼성과 법정 싸움을 벌이는 것이 애플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그대로 베껴왔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2011년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량이 애플보다 더 많았다. 태블릿의 경우, 삼성은 법정 공판에서 하나씩 승리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애플에 스마트TV가 여전히 미래 비전에 불과한 반면, 삼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삼성은 2008년 세계 최초로 TV에 인터넷을 접목했다. 이전까지 컴퓨터에서만 가능하던 인터넷 서핑, 사진 및 영화 보기가 이제 거실 쇼파에 앉아서 TV 브라운관을 통해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항상 가능했던 것처럼 너무나 손쉽게 말이다. 최신 삼성 TV는 언어나 동작만으로도 조작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모델은 평면 화면과 테두리가 거의 없는 탁월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2004년만 해도 전세계 TV 분야에서 17위에 불과하던 삼성이 이렇게 눈부시게 성장하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당시 삼성은 '기껏해야 저가의 TV를 생산해낸다'는 악평에 시달리고 있었다.
삼성은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2005년 회사의 최고 엔지니어 300여 명을 TV 생산 부문으로 인사발령을 냈다. 이들은 삼성전자에서 최고 실적을 내고 있는 컴퓨터 모니터 부문에 종사하고 있었다. 이건희 회장은 1990년대부터 급격히 부상한 중국의 경쟁업체들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최고 품질'을 구호로 외쳐오던 터였다. TV 부문에 투입된 엔지니어 300여 명은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을 완벽히 이행했다. 이들이 3D TV와 인터넷과 연계된 TV를 개발하는 등 기술 개발의 최정상에 올라서면서, 삼성은 틈새시장 업체에서 일약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떠올랐다.


독일의 대표적 종합 주간지 <디 차이트>가 지난 2월16일 발행된 2012년 8호에서 삼성을 집중 조명했다. 이 기사에서 <디 차이트>는 삼성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사회적 책임 경영에는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성공 비결은 빠른 실행 속도
삼성의 성공은 상명하달식 체계에 기인했다. 삼성은 창의성조차 상부 지시를 통해 뚝딱 만들어내면서 창의력이 부족한 저가 제품 양산 업체의 이미지에서 벗어났다. 삼성보다 TV 판매량이 더 많은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 TV는 이제 어느 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탁월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한때 업계 최강이던 파나소닉이나 소니 등 경쟁업체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동안, 삼성은 독일에서 지난 5년간 LCD TV 평균 가격이 600유로로 반 토막이 나도 경쟁력을 잃지 않았다.
성 상무는 삼성이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비결을 잘 안다. "삼성의 성공 비결은 속도다. 삼성은 결정과 실행이 아주 빠르다." 하지만 성 상무는 삼성의 성공 비결을 더 이상 털어놓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도가 전부는 아니다. 삼성이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비결을 한스 비난츠 삼성 독일 지사 선임부사장이 자세하게 말해주었다. 그도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와 있었다. 비난츠 부사장은 2005년 삼성의 독일 지사에 오기 전까지 10년 이상 일본 가전업체 파나소닉에서 일했다. 삼성그룹의 대다수 임원들과 비교할 때, 그가 삼성의 경쟁사인 일본 가전업체에서 일한 경력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삼성 임원들은 대부분 성 상무처럼 한국에서 이른바 명문 대학을 졸업했고, 삼성이 처음이자 유일한 직장이다. 지금은 양상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존속하는 몇 개월간의 오리엔테이션에 삼성 신입사원들은 기업철학을 체내화해 자신을 삼성이라는 기업체의 일부로 만들도록 훈련받는다. 마침내 삼성 직원들은 '삼성맨'으로 거듭난다.
1분만 성공 즐긴 뒤 59분은 다음 과제 준비
토니 미셸은 "삼성이 해외의 노련한 경영인들을 영입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밖에 안 됐다"고 했다. 한스 비난츠처럼 경쟁사에서 영입된 임원은 삼성이 초일류기업으로 떠오르던 시점에 대대적으로 시작된 삼성의 변화를 대변한다.
한스 비난츠 부사장은 직설적인 사람이었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의 성공이 단순히 속도뿐만 아니라, 감독과 두려움에 기반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삼성에서 속도전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가전제품은 초밥과 같다. 만든 지 오래된 초밥은 팔 수 없다." 삼성 제품 거래 현황을 자동화한 보고 시스템 덕택에 삼성은 글로벌 수요량 추이를 시간대별로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제품의 거래 흐름을 며칠 이내에 조정할 수도 있다.
삼성의 두 번째 성공 비결은 통제 혹은 감독이다. 삼성은 외부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려고 제품 부품을 최대 95%까지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반면 애플은 경쟁업체에서 납품받는 부품에 크게 의존한다. 대표적으로 애플 아이폰4 부품 비용의 25%에 해당하는 저장칩이 바로 삼성 제품이다. 이 비율은 최신 아이폰4S 모델에서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삼성이 납품하는 부품 비율은 높은 수준이다.
삼성의 세 번째 성공 비결은 두려움이다. 한스 비난츠 부사장은 "삼성에서의 1시간은 현재의 성공에 대한 기쁨 1분과 다음 과제 준비 59분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이런 삼성의 분위기에서도 지난 10년 이상 이루어진 변화가 감지된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윤종용 전 부회장과 삼성의 변화를 이끌었다. 윤종용 전 부회장은 1980∼90년대 GE의 최고경영자(CEO)이던 전설적 경영인 잭 웰치 신봉자로 알려졌다. 직원들에게는 엄격하기 그지없던 잭 웰치는 '중성자폭탄 잭'(잭 웰치가 건물은 파괴하지 않고 사람만 살상하는 중성자폭탄처럼 많은 직원들을 정리해고했음을 지적하는 말)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잭 웰치는 위기관리자로도 명성을 날렸다. "어떤 위기도 피 흘리지 않고는 끝나지 않는다"고 했던 잭 웰치는 직원들에게 문제를 외면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윤종용 전 부회장은 잭 웰치처럼 기업의 인수·합병과 대량해고 역시 문제 해결 방법이라는 것을 삼성에 그대로 적용했다. 하지만 한국의 전통적 사고방식에서 대량해고는 드문 방식이었다.
이 시기부터 삼성은 지속적으로 경계 태세에 있는 초일류기업이 됐다. 항상 다음 위기를 방어할 태세를 갖춘 삼성은 혹시 위기 상황을 인지하지 못할까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삼성은 스마트폰과 TV가 과거의 유물이 돼버릴 미래를 대비하는 플랜도 당연히 갖고 있다. 삼성에서 미래의 유망 비즈니스 분야로는 조명과 의료기술이 손꼽힌다. 그리고 삼성은 한번 손에 쥔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키기로 유명하다. 지난 1월 유럽 공정거래감독기관은 삼성이 시장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불공정거래를 저질렀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는 최근 2년 동안 삼성에 대해 벌어지고 있는 두 번째 조사다.
박람회장은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로 시끄러웠다. 최신 TV를 몸의 움직임으로 조작해보는 유리 부스 앞에는 호기심 많은 방문객들이 줄지어 기다렸다. 관람객은 5명 단위로 입장할 수 있었다. 입장한 방문객은 평면 브라운관을 향해 손짓으로 TV 채널을 돌리거나 소리 크기를 조정했다. 삼성의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제품 테스트 부스에 전시된 물건만으로 웬만한 가전제품 마트를 채우고도 남을 듯했다. 이 부스에는 휴대전화, 스피커, 컴퓨터, 카메라, 세탁기, 심지어 인터넷과 연결된 냉장고도 전시돼 있다.
2011년 삼성그룹 홍보 동영상을 보면, 그룹에는 삼성전자 외에 많은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삼성그룹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삼성중공업)와, 세계 최대 규모의 생명보험사(삼성생명)가 있다. 또한 화학업체, 건설업체, 호텔, 현대적인 병원 4개(한국과 두바이 소재), 놀이공원, 경제연구소, 홍보기획사, 한국의 대표적인 야구클럽이 있다. 삼성그룹은 서로 완전히 다른 분야의 계열사 10여 개가 특이한 방식으로 공존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세 번째)은 지난 1월1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멀티미디어 가전 전시회 'CES 2012'를 참관차 방문해 "일본은 힘이 좀 빠진 것 같고, 중국은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뉴시스

삼성 매출 규모, 세계 41위 국가와 맞먹어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삼성이 곧 한국이다. 삼성그룹이 발표한 2010년 그룹 총매출액은 2220억달러로, 이는 한국 국민총생산(GNP)의 5분의 1을 넘는 수치다. 만약 삼성그룹이 국가였다면, 삼성은 국가 경제 규모 순위에서 41위를 차지했을 것이다. 삼성그룹이 계획한 올 한 해 투자액으로 주식을 산다면, 독일 프랑크푸르트 주식시장에서 바이어스도르프와 루프트한자 항공사 전체 주식을 매입하고도 남을 것이다.
한국 경제는 '재벌'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대기업들로 유명하다. 재벌은 창업주 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다. 대표적 재벌인 현대와 LG는 삼성보다 규모가 작다.
공식적으로는 서로 분리된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특이한 방식으로 연계돼 있다. 기업문화와 기업 역사를 공유하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때론 '삼성'이라는 타이틀로, 때로는 상호 출자로 서로 얽혀 있다. 삼성 계열사들은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고 CEO가 다르지만, 삼성의 창업주 일가는 전체 삼성그룹을 예나 지금이나 지배하고 있다.
삼성은 1930년대 후반에 창립됐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아버지 이병철 전 회장은 당시 대구에서 건어물과 채소를 중국에 수출했다. 사업이 번창하자 이병철 전 회장은 창업 뒤 얼마 되지 않아 보험회사와 무역회사를 설립했다. 나중에야 생긴 '삼성'이라는 명칭은 아들을 셋 둔 이병철 전 회장이 '별 3개'라는 의미로 붙인 것이다. 1960년대 이병철 전 회장의 사업은 하락세를 그렸다.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은 이병철 전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박정희 정권은 심지어 이병철 전 회장을 체포하려고 했지만, 결국 이병철 전 회장과 합의를 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랜 기간의 일제 식민지 시대와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한국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빈곤한 국가 경제를 일으켜세우려면 수출을 크게 늘려야 했기에 대기업들을 후원했다. 대기업 후원은 뒷날 민주정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어쨌든 당시, 한국이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대기업 육성뿐이라고 군사정권은 굳건히 믿었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대기업들이 각각 어느 분야에 투자할 것인지도 일부 결정했다. 군사정권의 경제 투자 계획은 예상대로 맞아떨어졌고, 낮은 대출이자와 세제 혜택, 저렴하면서도 열의에 넘치는 노동력 덕택에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은 오늘날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정치권과 재벌 총수들의 관계는 항상 이중적이었다. 권력자들은 재벌이 '국가 안의 국가'로 성장하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또 한편으론 그들의 정치·경제적 목표 달성을 위해 재벌은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정권과 재벌은 지금도 여전히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재벌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에 따르면, 1987년 작고한 아버지 이병철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한 이건희 회장은 개인 자산 86억달러로 한국의 최고 갑부다(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 3월9일 종가 기준으로 이건희 회장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10조1027억원으로 한국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보유 주식 10조원을 돌파했다). 이건희 회장의 여동생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한국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3월9일 종가 기준으로 보유 주식 가치가 1조6700억원이었다)이고,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 사장은 한국의 억만장자 랭킹 4위를 차지했다(3월9일 종가 기준으로 주식 가치는 1조337억원으로, 주식만 따질 때 한국 16위의 주식부자다). 하지만 부유한 삼성가 형제들이 현재 상속유산을 둘러싼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2월 셋쨋주 초 고 이병철 전 회장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 이건희 회장을 고소한 것이다. 이맹희 전 회장은 자신에게 상속된 유산을 받지 못했다며 6억3500만달러에 상당하는 삼성주식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엄청난 부와 경제적 영향력을 등에 업고 삼성가는 정치적으로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됐다. 한국에서는 사법기관조차 이건희 회장 앞에서 굽실거리는 형국이다.
비리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건희 회장은 1990년대 중반 첫 정치적 사면을 받았다. 두 번째 사면은 2009년 연말에 전격 단행됐다.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에게 당시 시장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삼성 주식을 물려준 것에 대해 이건희 회장은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 최대 갑부인 이건희 회장을 바로 사면시켰던 것이다. 당시 겨울올림픽 개최지 후보로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한국을 대표할 사람이 필요했던 한국 정부는 이건희 회장을 사면시켜 그에게서 유죄판결의 오명을 지워주었다. 그리고 2011년 평창은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다.
이건희 회장의 선견지명과 무일관성
'이건희 회장 없이는 겨울올림픽도 없고, 이건희 회장 없이는 삼성도 없으며, 삼성 없이는 한국도 없다.' 어느덧 70살이 된 이건희 회장의 후광은 이런 논리로만 설명될 수 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의 결정은 선견지명이 있다는 인정도 받지만, 일관성이 없다는 혹평을 받기도 한다. 이건희 회장은 과거 삼성그룹이 더 유연할 것을 지시했고, 외부 경영인들에게 삼성그룹의 문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후임은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으로 일찌감치 내정해두었다. 삼성가는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감독권을 지키려고 혈안이 돼 있다.
삼성가가 그룹 전체를 관리하고 있음은 라스베이거스에서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가 열리기 전에 이미 삼성 임원들은 취재진이 인터뷰에서 질문해서는 안 되는 주제를 체크해주었다. 전략적 의미가 있는 질문들은 오로지 한국 본사에 서면으로만 제출할 수 있었다.
여느 박람회에서처럼 취재진은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에서 공식적 일정이 아닌 우연한 계기로 삼성 관계자를 만나게 됐다. 취재진은 예정에 없던 삼성 관계자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대외비를 전제로 삼성그룹이라는 성채의 내부 상황을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삼성의 성공 비결은 속도, 관리와 두려움 외에 엄격한 위계질서라는 또 다른 이유가 더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한 삼성 관계자는 "삼성 임원진은 서구 기업의 특징적인 합의 문화는 약점이 많고, 온갖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시장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또한 삼성에 서면으로 보낸 질문에 대해서도 취재진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세계 NGO, '삼성 무자비하다' 비판
이미 오래전부터 노조와 비정부기구(NGO)들은 삼성이 권위적이고 무자비하다고 비판해왔다. 삼성은 2012년 '공공의 눈 상'(Public Eye Award·그린피스가 2000년 이후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에 맞춰 매년 세계 최악의 악덕기업을 선정해 주는 상)의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기업에 그린피스가 매년 수여하는 불명예 상이다. 올해 삼성은 '공공의 눈 상' 3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에서 기업 자산가치 1위의 삼성은 공장에서 일부 금지된 고독성 물질을 사용하면서도 직원들에게 이를 공지하거나 직원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삼성 직원 최소 140명이 암에 걸렸고, 젊은 직원 최소 50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삼성은 책임을 부인하고 있으며, 암에 걸린 직원들과 사망 직원들을 비롯해 이들의 가족까지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있다." 삼성은 이런 비난에 대해 일절 입을 다물고 있다. 겹겹이 둘러싸인 삼성 성채의 벽은 높고 그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이건희 회장을 둘러싸고 있는 삼성맨들은 시종일관 이런 자세로 여기까지 왔다. 삼성그룹 성공의 그늘에 대한 폭넓고 공개적인 토론은 한국 이외에서는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사람들은 그저 삼성 제품과 삼성의 눈부신 성장에 환호할 뿐이다. '별 3개'라는 의미를 지닌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지난 몇 년간 몇 배로 껑충 뛰었다. 현재 삼성은 전세계 20대 브랜드에 속한다. 이는 아마존과 나이키, 네슬레를 훌쩍 따돌린 눈부신 성적이다.

마르쿠스 로베터 Marcus Rohwetter 경제부 기자

ⓒ Die Zeit·번역 김태영 위원

2012년 2월 4일 토요일

[사설] 정권 비호 위한 군의 ‘종북’ 딱지 남발


이글은 경향신문 2012-02-03일자 사설 '[사설]지하철 ‘대란’ 또 흐지부지 넘길 텐가'를 퍼왔습니다.
서울 지하철이 엊그제 출퇴근길 고장으로 교통대란을 야기했다. 올 들어 가장 매서운 혹한이 닥친 이날 발생한 지하철 연쇄사고는 철도공사(코레일)의 운영시스템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더욱 큰 문제는 사고가 끊임없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코레일 측은 매번 덜렁 대국민사과문 한 장 던져놓고 흐지부지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사고는 그야말로 지하철 사고의 백화점을 방불케 했다. 오전 7시22분 청량리역 방향으로 운행하던 전동차가 서울역에서 갑자기 멈춰선 데 이어 고장차량을 다른 열차로 미는 과정에서 탈선이 일어났다. 구로역에서는 전력공급이 끊겨 1호선 상·하행선 운행이 중단됐다. 퇴근길에는 경기 파주시 문산역 방향으로 가던 경의선 전동열차가 수색역에서 멈춰섰다. 코레일 측이 갈팡질팡하는 동안 외부 플랫폼에서 추위에 떨었던 시민들은 대체 교통수단을 찾느라 이중·삼중고를 겪어야 했다. 

박승언 코레일 광역철도본부 광역차량처장은 “기온 급강하로 배터리 전압이 방전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사고를 일단 날씨 탓으로 돌렸다. 이번 사고는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도 아니고 기상청의 한파주의보가 일찌감치 내려진 상황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1월에도 잇단 엔진고장 사고가 발생했다. 이러다가는 매년 혹한기에 연례행사처럼 사고를 겪어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코레일은 지난 1월2일 KTX의 영등포역 역주행 사고와 지난해 2월11일 KTX의 광명역 탈선사고 등 자칫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사고를 잇달아 내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넘어갔다. 이는 기본적으로 공기업다운 책임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낙하산 인사에 따른 느슨한 조직문화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선진화’를 명분으로 진행해온 어설픈 경영효율화에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코레일은 2008년 이후 3000명을 감원했고 현재 2000여명을 자연감축 대상으로 정해놓고 있다. 그중 상당수가 정비주기 연장, 시설유지보수업무 민간위탁 등의 조치 탓에 밀려나는 기술직이다. 그 결과는 안전마저 담보하지 못하는 ‘후진화’일 뿐이다. 

코레일은 경영 효율에만 매몰되지 말고 철도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공재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또 이번에도 일선 직원 몇명을 징계하는 선에서 사고를 봉합하지 말고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럴 능력이 없다면 코레일이건, 국토부건 누군가 책임지는 모습이라도 보여라. 시민의 분노가 들리지 않는가.

2012년 1월 23일 월요일

팟캐스트 열풍은 스마트 시대 촛불집회


팟캐스트 열풍은 기성 언론권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언론에서는 다루지 못하거나 파헤치지 못한 이슈들을 '나는꼼수다'에서는 수다를 떨면서 들려준다. 나꼼수를 들으면서 '재미'와 '희열'을 느꼈다는 청취자들의 평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람들이 기성 언론권이 아닌 나꼼수를 비롯한 팟캐스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 '소스'를 얻고 신뢰하는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디도스 공격'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은 나꼼수의 위력을 상승시키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청취자들의 신뢰도가 올라가면서 기성 언론권의 보도를 정확하게 보자는 인식까지 심어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성 언론 입장에서는 '위기 의식'을 느낄 만하다. 올드미디어인 TV와 신문도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보는 상황이다. 콘텐츠마저 팟캐스트 등 뉴미디어에 뺏긴다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팟캐스트가 친근한 매체라는 점도 열풍을 일으킨 하나의 원인이다. 팟캐스트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다운받을 수 있는 '개인 라디오'와 같다. 기존 공중파 라디오의 경우 생방송 시간에 맞춰서 들어야 하고, 심의를 받기 때문에 주제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데 팟캐스트는 자신이 설정해 놓으면 언제든지 자동 다운로드 할 수 있다.
30대들의 팟캐스트 청취율이 높은 것은 라디오 세대들에게 팟캐스트가 인기가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 해 10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나꼼수’를 설문조사한 결과 30대의 청취 경험이 19.5%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20대 17.2%, 40대 15.8%, 50대 이상 11.2%로 나타났다. 팟캐스트를 하고 진행하고 있는 한겨레 허재현 기자는 "라디오 시대는 갔다고 하는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며 "라디오를 어떻게 편하게 듣는 것의 문제였지 라디오 시대가 갔던 것은 아니다. 얼마든지 음성이 가진 힘이 있고, 호소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나타난 사회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이 터지면서 시민들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 직접 정치 참여에 나섰지만 통제가 심해진 현재는 '아이폰(팟캐스트)를 들고 방안에 촛불을 드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나꼼수 팀원들이 콘서트를 개최하면 수만명이 모이는 것도 기존의 틀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광우병 파동 당시 대규모 촛불 집회를 일으킨 매개체가 포털 다음의 아고라와 같은 인터넷 토론 공간이었다면 현재는 팟캐스트가 그 공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튠즈 전체 순위에서 뉴스, 정치, 언론 분야 등의 팟캐스트 대부분이 상위에 랭크돼 있는 것도 정치 참여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나꼼수를 비롯해 정치 이슈를 다룬 팟캐스트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학계에서도 팟캐스트에 주목하고 있다. 트윗과 페이스북 등 SNS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분석하는 작업은 많았지만 라디오 매체의 일종인 팟캐스트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상황이다.
심재웅 숙명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민감한 이슈가 많이 터질 가능성이 높고 새로운 매체들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촛불로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냉소주의라고 불릴 만큼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깊었는데 나꼼수와 같은 풍자적 팟캐스트가 정치에 대한 재미를 주고,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면서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적인 전환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11년 12월 29일 목요일

아직도 지상파 뉴스를 보냐는 물음에 건네는 2011년 풍경


이글은 미디어오늘 2011-12-29일자 기사 '아직도 지상파 뉴스를 보냐는 물음에 건네는 2011년 풍경'을 퍼왔습니다.
[2011 미디어 결산]종편 벌한 SNS, 나꼼수 벌하려는 방통심의위

한국 사회에서 1년을 정리하는데 '다사다난'이란 표현은 늘 25.7%쯤 부족하다. 더욱이 올 해의 경우, 한 해의 이슈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일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해 가장 뜨거웠던 미디어 이슈, 변화, 사건을 꼽아봤다. 1위부터 5위까지는 편집국 논의를 통해 결정했으며  나머지는 무순이다. 


▲ 인터넷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이용한 무선인터넷 이용현황은 2010년에 비해 무려 5배 가까이 증가했다
1. 스마트폰 2000만대 돌파, SNS의 시대
‘전통적 개념의 미디어 시대는 끝났다’ 지난 2007년 구글의 부사장인 빈트 서프가 미디어 혁명을 단언했을 때만 해도 그것은 그냥 바다 건너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하지만 바야흐로 2011년 한국 사회도 ‘슈퍼 플랫폼을 든 개인들의 시대’가 전통적 개념의 미디어에게 종언을 고하고 있다.
신문 구독률은 떨어지고, TV시청률 마저 전과 같지 않지만 정보의 유통과 확산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2011년은 한국 사회 미디어 지형에 가장 근본적인 변화가 궤도에 오른 해로 기억될 것이다. 신문도 방송도 보지 않으며 생각 없이 사는 듯 보이는 사람들은 그러나 손엔 하나씩 ‘슈퍼 플랫폼’을 들고 전에 없던 ‘네트워크’를 형성해 오히려 기존의 미디어를 ‘정보빈자’(information poor)로 만들어버리고 있다. 2011년 스마트폰 보급률은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2000만대를 돌파했다.
스마트폰 그리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변되는 SNS시대의 도래는 기존의 언론 구도는 물론 사회적 이슈의 설정 능력, 전통적 방식의 지식 정보 유통에 그야말로 ‘빅 엿’을 먹이며 사회 전체를 격변으로 몰아넣었다. 오세훈 시장의 사퇴를 촉발한 무상급식 주민투표 부결부터 10.26재보선 그리고 최근의 안철수 현상에 이르기까지 2011년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사회적 현상에는 SNS가 있었다. 미디어가 ‘마사지’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SNS는 하나의 미디어라기 보단 이제 미디어 전체를 포괄하는 어떤 상위개념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과 SNS가 촉발시킨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아직 완성형이 아닌 진행형이란 점이다. 내년 선거에서 SNS의 위력은 이제 변수를 넘어 부동의 상수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는 조중동과 지상파로 대변되는 전통적 미디어의 영향력이 실제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최후의 장이 될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새로운 미디어는 언제나 임계점에 이르면 경계를 넘어 이전 미디어를 완전히 낡은 것으로 만들어왔던 점이다.

▲ TV조선은 지난 1일 개국특집 방송으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을 인터뷰하며,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라는 자막을 내보내 엄청난 사회적 힐난과 개그 프로그램의 단골 패러디 대상이 됐다. 종편의 생존 방법은 이제 박근혜 의원이 형광등 100개를 켜준 특혜를 제공하거나 아니면 종편 스스로 기업의 비리를 형광등 100개 켠 밝기로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광고를 약탈하는 것 외엔 딱히 없어 보인다.
2. 창대한 기획, 미약한 시작, 이미 빤한 결과, 종합편성채널
태생적 ‘특혜’, 과정상의 ‘반칙’ 총체적으론 ‘꼼수’. 이명박 출범 이후 언론계를 가장 오래도록 뜨겁게 달구며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죄도 많았던 ‘종합편성채널’이 지난 12월 초 개국했다. 하지만 뭐랄까. 기획은 창대했으나 시작은 미약했고 결과는 벌써 망했다고 해야 할까. 동시 개국한 종편 4사들이 개국 후 한 달 동안 거둔 성적은 초라하다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참담 또 참담한 수준이다.
개국 이후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이 2%였을 정도로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는 종편 채널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평균 시청률 0.3%대를 사이좋게 기록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이 더 낯 뜨거운 것은 그 와중에 서로가 정색하며 ‘내가 1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향력이 너무 미비하여 차마 비판하기도 머쓱한 상황이랄까.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육성’과 ‘여론 다양성의 확보’라고 하는 애초의 추진 목표는 안드로메다로 간지 이미 오래됐다. 현재적 시점에서 종편은 지상파, 케이블 인기 채널 아래에 위치하는 3부 리그 위상 쯤 된다. 물론, 아직 종편이 실패라고 말하기엔 이른 시점이긴 하다.  종편은 추가적인 특혜를 요구할 것이고 그들이 지금까지 생존해 온 과정을 봤을 때, 최후의 순간까지 말이다.

▲ 올 한해 신드롬을 일으킨 '국내 최초 가카의, 가카에 의한, 가카를 위한 가카헌정공연 <나는 꼼수다>(나꼼수)' 의 콘서트 모습. ⓒ오마이뉴스 권우성

3. 나꼼수의, 나꼼수에 의한, 나꼼수를 위한

2011년은 세계 1위 인터넷 팟 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에 의한, 나꼼수를 위한, 나꼼수의 해였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당신은 이미 웃고 있다. 더 설명이 필요한가? 

4. 아직도 지상파 뉴스를 보십니까? 지상파 뉴스 연성화
“여기 아직도 지상파 뉴스를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얼마 전 한 트위터리안이 최근 지상파 뉴스가 ‘멧돼지 뉴스’, ‘체리 뉴스’, ‘45분짜리 날씨 뉴스’라는 볼멘소리를 남기자 이를 RT한 또 다른 트위터리안이 남긴 멘트이다. 이 짧은 언급에는 2011년 지상파 뉴스가 어떤 사회적 취급을 당하고 있는지 함축적으로 담겨져 있다. 시청률 경쟁에 사로잡혀 뉴스 시간대를 오락가락하는 극약처방까지 등장했던 2011년 지상파 뉴스의 사회적 위상은 ‘지체’, ‘낙후’, ‘낙제’ 그 자체다.
2011년 지상파 뉴스는 중요한 것은 후반에 배치하고, 헤드라인에는 정보가, 뉴스 전반부에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말랑말랑한 뉴스들이 자리 잡는 신종 포맷이 방송 3사 모두에 완전 정착된 한 해였다. 메인 뉴스에는 검색어를 노린 리포트를 배치하고  CCTV를 이용한 선정적인 화면은 물론, 뉴스의 가치와 상관없이 ‘시청률’ 상승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싶은 주제들이 알뜰살뜰한 대접을 받은 한 해였다. 뉴스보다 개그콘서트가 더 시사적이고, 기자의 멘트보다 무한도전 자막이 더 날카로웠던 2011년 방송 뉴스는 보도국이 아닌 예능국의 콘텐츠로 손색없었다. 


▲ '봉숭아학당'보다 재밌고 '막걸리 보안법'보다 우스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만든 주역들. 좌로부터 박만 위원장, 권혁부 부위원장, 최찬묵·박성희·엄광석·구종상 위원ⓒ방통심의위

5. ‘봉숭아 학당’ 보다 더 웃겨서 너무 슬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가위질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봉숭아 학당’이 끝난 공백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가 메웠다. 애당초 뭘 하는 기관인지 알 수 없으나 어지간한 우스운 짓에는 반드시 이름을 올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올 한해 에게 시시각각 와라 가라하며 괴롭힌 것을 비롯해 최근에는 SNS 심의 부서를 신설, 일기장 들여다보는 훈육선생처럼 표현의 자유를 향한 드잡이를 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희극이라면, 진짜 비극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면면이 ‘봉숭아 학당’의 맹구, 오서방, 연변총각, 왕년에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에 속았다고 생각하고, SNS에 올린 농담에는 죽자고 덤비지만 종편을 심사할 때만은 무척이나 진지하고 학구적이며 언론의 자유에 유독 강한 신념을 보이곤 했다.
△ KT 2G서비스 종료, 엎치락뒤치락 법원 판결
KT 2G서비스 종료와 관련해 ‘본안판결 선고 시까지 폐지승인 효력을 정지한다’던 법원의 판결은 딱 19일 만에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졌다. 26일 서울고법은 KT의 2G서비스 종료를 중지시켜 달라는 요청에 “신청인들의 손해는 번호통합정책에 따른 것일 뿐 2G망 폐지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방통위와 KT의 손을 들어줬다.
번호통합정책이 2G서비스 종료와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을 간과한 것은 물론, “금전으로 보상하라”는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해준 법원에 감사라도 해야 할 일일까. 2G서비스 이용자 16만 명이 KT와의 계약에 따른 권리는 하잘 것 없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SKT와 LGU+의 4G LTE 서비스 시작에 똥줄 탄 곳은 KT였다. 그리고 지난 주파수 경매에서 일정 정도 양보하게 된 KT에 대한 보상이 조속한 2G서비스 종료와 향후 할당될 주파수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어쨌든, 옳다구나 KT는 1월 3일 2G서비스 종료 4일부터 LTE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타 통신사의 2G서비스 종료와도 연결, 2012년에도 핫한 뉴스가 될 확률은 100%다.
△ “잊지 말아요, 나를 잊지 말아요”…언론5적
시간을 흘렀고, 바야흐로 선거는 다가오고 있다. ‘언론 5적’, 심판의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당초 2009년 이른바 언론악법 날치기로 낙인찍혔던 언론5적은 한나라당 소속 김형오 국회의장,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나경원 문방위 간사, 정병국 미디어특위 위원장, 고흥길 문방위원장이었다. 나열해 놓고 보니 굳이 심판이 필요한 인사는 보이지 않는다. 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제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여러분 가운데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나는 도저히 돌을 던질 수 없습니다”라는 자기고백에 가까운 망언을 퍼부었던 김형오. 정치인으로서 고속행진을 벌였으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똑’ 떨어져 “집에서나 쉬라”는 핀잔을 들어야했던 존재감 줄어든 나경원. ‘자연산’ 발언으로 자리를 내놓게 된 보온상수, 안상수. 문화부 장관 내놓고 총선에 매진하고 있을 정병국. 한마디로 존재감 전무의 고흥길.
그러나 2011년 인원교체가 이뤄졌다. 종편의 개국까지 포함한 ‘언론5적’이 탄생했다. 조중동저지네트워크가 선정한 2011년도 판 ‘언론5적’에는 김형오, 안상수가 빠졌고, ‘재투표’, ‘대리투표’ 논란의 이윤성 전 국회부의장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추가됐다. 조중동 개국에 지대한 공을 세우신 최 위원장은 지금은 종편의 세일즈맨을 자처 대기업들을 두루두루 볶아내고 계신다.
△ 2011년에도 언론인 해고는 “계속됐다”
2011년에도 언론해고자 수가 늘었다. ‘정수재단으로부터의 경영권 독립’을 요구해 왔던 이호진 노동조합 위원장이다.
사태를 간략히 이야기하면 이렇다.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재단. 대세론 잃은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2005년 이사장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자신의 비서였던 최필립 씨를 정수재단 이사장으로 앉혀 실질적 운영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 언론사가 한 정치인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1년이라는 현재에 믿기지 않을 수 있으나 사실이다. 노사는 올해 2월 경영권 독립을 위한 사장추천제 실시에 합의했으나 정수장학회가 노사 합의 사항을 거부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호진 노조위원장은 징계위에 회부 된 이후, 해고됐고 신문은 발행 중단사태까지 이어졌다.
언론인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결자해지! 대선에 나서려거든 박근혜 위원장은 정상화부터 시키는 게 답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속보가 날아들었다. ‘조중동방송 저지’ 등을 내걸고 3차례의 미디어법 총파업을 지휘한 최 전 언론노조위원장에게 SBS 사측이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해고’ 전 단계라는 게 SBS조합원 공통된 의견이다. 그리고 최 전 위원장은 또 다시 투쟁에 나섰다. “쫄지 말자”며.
△ “지역MBC는… 죽었다”, 진주·창원MBC 통폐합
“땅땅땅”, 1968년 5월31일 개국한 진주MBC가 2011년 8월 8일 오전 11시45분 ‘해산’ 됐다.
‘광역화’라는 이름으로 지역MBC 통폐합을 추진한 김재철 MBC 사장과 온갖 위법을 저지르면서 하수인 노릇을 톡톡히 완수한 김종국 진주MBC 사장(전 기획조정실장). 노동자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주·창원 MBC 합병을 또 표결처리로 승인한 방통위. 그들 덕분에 43년 3개월여의 역사를 끝으로 진주MBC는 사라졌다.
‘상호 전략적 사업 성장을 통한 경영 합리화 도모’, ‘경쟁력 강화를 통한 주주 가치의 극대화 추구’라는 장밋빛 미래가 달성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이 있을까. 2011년 미디어 핫뉴스? 한 방송사가 사라진 사건, 진주MBC 통폐합이다.
△ 700㎒ 주파수 재배치, 통신에 퍼주기 논란
이명박 정부 들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던 ‘지상파방송’, 700㎒ 주파수 재배치에서 다시 그 위치를 확인해야만 했다.
완료되지 않은 디지털전환을 빌미로 주파수 재배치 계획이 발표됐고, 방송계는 또 반발했다. 방통위는 지난 26일 470~806㎒ 대역 주파수 회수에 따른 손실 보장 기본계획을 결정했다. 골자는 698~806㎒ 대역의 주파수 가운데 40㎒는 차세대 통신 ‘4G Advanced’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방송에서 사용해왔던 공공재인 주파수를 통신 쪽에 돈 주고 팔겠다는 얘기다. 남은 주파수 박박 긁어 통신 쪽에 주려는 방통위의 큰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종편 챙기듯 알뜰살뜰히 통신을 보살피고 있는 방통위, 이번에도 방송은 깨물어도 안 아픈 손가락이 됐다.

2011년 12월 2일 금요일

[사설]SNS 막는다고 떠난 민심이 돌아오진 않는다


이글은 경향신문 2011-12-01일자 사설 '[사설]SNS 막는다고 떠난 민심이 돌아오진 않는다'를 퍼왔습니다.
우리 헌법은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모든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의 완수를 명시하고 있다. 헌법에 근거해 공동체 내에서 책임과 의무의 적절한 균형이 이뤄지게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따라서 자율과 조화의 원리에도 불구하고 책임과 의무 사이의 균형이 깨어진다면 정부의 개입과 규제는 필요하고도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합리적이고 적절한 규제일 때의 얘기다. 정작 규제해야 할 곳에는 팔짱만 끼고, 자율과 조화의 원리가 작동되어야 할 곳에는 시시콜콜 끼어든다면 정부는 헌법이 정한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비리가 잇따르는 금융·사학·법조 등엔 멀뚱멀뚱하면서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옭아매보겠다고 덤벼드는 정부가 꼭 그 꼴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어제 전체회의를 열고 SNS에 대한 정부 심의를 확정했다. 뉴미디어정부심의팀을 별도로 신설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와 스마트폰의 응용프로그램(앱)에 떠도는 유해·불법 정보를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SNS 사용자와 시민단체는 말이 심의이지 실상은 ‘SNS 옥죄기’이자 스마트폰 시대의 ‘언론 검열’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SNS의 내용을 임의로 판단해 강제 차단까지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심각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것이다. 10·26 재·보선 때 나온 SNS 규제방침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사회적 공론화 과정도 생략한 채 한 달여 만에 속도전 치르듯 시행에 들어갔으니 정부의 정치적 속셈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정부의 SNS 규제는 어설프고 신중치 못한 처사다. 물론 SNS가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벼룩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게 정당화될 수는 없다. 지난 선거에서 SNS를 틀어막을 궁리만 했던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의 행태나, 최근 최은배 판사가 페이스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비판글을 올렸다고 허겁지겁 윤리위원회를 소집하고 법관의 SNS 사용지침을 만들겠다고 나선 대법원의 경솔한 처사도 방통심의위처럼 ‘SNS 규제’ 조급증을 드러낸 것이다. 정권의 눈치만 보고 헌법은 외면한 규제로 뭘 하겠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사회적으로 적절하다는 합의에 바탕을 두지 않는 규제는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현명한 이용에 대한 자율과 조화의 헌법 원리만 훼손한다. SNS를 막아 선거에 이겨보겠다는 심산이라면 정부는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2011년 11월 28일 월요일

"SNS 혁명은 없다: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이글은 프레시안 2011-11-28일자 기사 '"SNS 혁명은 없다: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를 퍼왔습니다.
[의제27 '시선'] "청년들의 손이 아니라 마음을 보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한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의 당선에 기성 정치권에 대한 청년층의 불만을 전파한 SNS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도 SNS를 선점하는 쪽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의 이용자가 폭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과연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세상을 바꾸는 것일까?

SNS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중동의 자스민 혁명, 남유럽의 시위, 미국 월가 시위에서 그 위력을 충분히 발휘했다고 평가한다. 올해 봄 나는 마드리드 시청 앞 광장에서 분노에 찬 대학생들을 만났다.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는 학생들은 노트북, 인터넷, 스마트폰을 들고 있었다. 최근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the Wall Street)'는 구호로 시위가 벌어진뉴욕에서도 스마트폰, 태블릿 등 전자통신기기들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월스트리트 시위는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를 이용해 빠르게 전 세계에 생방송으로 전달되었다.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SNS에 익숙한 청년층이었다.


▲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장면. ⓒAP=연합뉴스

'아랍의 봄'이 발생한 진짜 이유는?

2011년 튀니지 '자스민 혁명'의 시발도 SNS였다. 청과물을 팔던 노점상 청년이 경찰의 단속에 맞서 분신자살을 한 소식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급속하게 퍼졌다. 튀니지 인구 1040만 명 중 60%가 25세 이하의 젊은이들인데, 인터넷 사용자는 350만 명 이상, 페이스북 사용자는 200만 명을 넘었다. 튀니지 정부는 SNS를 통제하지 못했고 반정부 시위는 장기독재 체제를 한 순간에 종식시켰다.

많은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없었다면 이집트 시민혁명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올 해 초 이집트 시민들이 30년 독재자 무바라크를 몰아낼 수 있었던 것도 SNS 덕분이라는 평가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집트 혁명을 '페이스북 혁명'이라고 부른다. 과연 그런가? 수많은 시민의 봉기를 SNS 혁명이라는 부르는 것이 맞는가?

천만에. 우리는 역사의 혁명적 변화를 기술의 발전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정보기술이 등장하지 않았던 1789년 프랑스 시민들은 바스티유 요새를 점령했다. 소셜 미디어가 없었던 1848년과 1968년 세계는 거대한 혁명적 격변을 경험했다. 페이스북이 없이도 1991년 소련은 무너졌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용기이다

최근 이집트 민주화운동을 촉발한 청년단체 '4월 6일 청년행동'의 공동창설자 아흐메드 마헤르 이브라힘 엘탄타위가 한국에 왔다. 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는 하나의 수단이자 도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민주화는 민주주의를 열망해온 수준 높은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소셜 미디어가 이집트 혁명에 미친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SNS 혁명'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기술의 역할을 과대평가한다는 주장이다.

튀니지 사람들은 자신들의 혁명을 '자스민 혁명'이라고 부른다. 자신들의 꽃인 자스민을 손에 들고 시위에 참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집트 혁명의 상징이 SNS인가? 사실 'SNS 혁명'이라는 용어는 서방 언론의 작품이다. 이는 SNS라는 서양 문명의 영향으로 이집트 사회가 변화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매우 정치적 해석이 담겨 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의 퇴진은 미국 행정부에게는 매우 당혹스러운 사건이었다. '테러 전쟁'에서 미국을 도운 무바라크 친미정권의 붕괴는 미국의 중동 정책의 실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미국과 서구의 언론은 이집트의 정권교체를 다른 상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아랍 혁명을 'SNS 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서방 중심적 사고이다.

68혁명, 페이스북 없는 대중운동

1968년 세계를 뒤흔든 학생혁명은 당시 통신수단이었던 전화와 텔렉스가 만든 것일까? 68혁명 당시 서방세계의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은 기득권층이 독차지했다. 학생들은 대자보와 유인물을 만들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 파리, 베를린, 런던, 뉴욕 등 전 세계 대학에서 점거농성이 시작되었다.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권위주의에 저항하고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다. 체코의 '프라하의 봄'과 중국의 '문화혁명'도 폭발했다.

나는 올해 6월 독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개최된 '한국과 독일의 학생운동과 시민사회' 제목의 학술대회에서 독일의 60년대 학생운운동의 주역들을 만났다. 당시 학생운동 지도자였던 클라우스 메쉬케트 사회학 교수는 "독일 대학생들이 나치에 협력한 기성세대에 대한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라인강의 기적'을 이룩하고 경제성장을 이루어졌지만, 젊은 세대의 감수성은 새로운 시대를 원했다. 1980년대의 한국도 고속성장을 이루었지만, 유신독재와 광주학살을 저지른 군사정부는 학생들에게 불신을 받고 권위를 상실했다.

독일 사회주의대학생연합(SDS)의 지도자 루디 두취케(당시 베를린자유대학 사회학과 학생이었다)와 학생들은 정당과 노조의 보스와 달랐다. 이들은 정형화된 지도부를 만들지 않았지만, 점거농성과 대중집회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분출했다. 비폭력, 자발성, 탈중심의 운동을 창조했다. 대학 개혁, 권위주의 타파, 등록금 폐지, 베트남 전쟁 반대 등 요구조건도 다양했다. 이들이 개최한 공개토론회는 지금 기준에서 보면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수평적 의사소통으로 새로운 대중운동의 지평을 열었다.

인간의 삶과 사회구조의 중요성

인터넷은 다수의 대중의 힘을 강화할 가능성을 키운다. 냉전 시대 인터넷은 미국 국방성프로젝트에서 출발했지만, 히피 문화와 사회의식을 가진 해커의 세례를 받아 전혀 다른 성격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곧 바로 대중의 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인터넷 전문가 예브게니 모로조프는 (Net Delusion)이라는 책에서 정보기술이 발전하면서 오히려 민주주의와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이 되는 현실을 보면서 경악했다.

실제로 소셜 미디어가 전 세계에 확산되었지만 모두 아랍과 같은 정치적 격변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2009년 이란의 대통령 선거에서 부정행위에 맞선 청년들의 시위가 발생하자 이란 정부는 시위에 참여한 사람을 색출하기 위해 웹에 올린 사진과 동영상을 이용했다. 독재정부에서 정보통신기술이 민주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순진하다. 모든 독재정부는 대중매체와 인터넷을 장악하여 대중을 통제할 수 있다. SNS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한 사회의 변화를 알기 위해서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아랍 혁명은 사회인구적 변동에 따른 구조적 위기와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특히 젊은 층의 인구 증가와 경제위기가 결합되면서 정치적 갈등으로 촉발되었다. 정치적 갈등이 맨 먼저 발생했던 이집트는 젊은층 인구 비중이 52.3%에 달했다. 튀니지는 42.1%, 리비아는 47.4%에 달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제위기가 심각하고 청년 실업율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이집트는 24%, 튀니지와 시리아는 30%가 넘었다. 젊은이들의교육 수준은 지속적으로 높아졌지만 일자리를 구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당연하게도 상당수의 대졸 실업자들이 대거 시위에 참가했다. 이들의 요구는 권위주의 정부의 장기집권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었다.

그러나 다른 아랍 국가인 알제리에서는 급격한 사회변동이 발생하지 않았다. 알제리 정부는 수십 년 전부터 급진세력의 사회운동을 미리 경험하면서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했다. 올해 1월 알제리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지만, 정부는 공권력 사용을 자제했다. 1992년 '테러 전쟁'에서 시작한 '국가비상사태'를 야당의 요구에 따라 해제했다. 또한 청년고용을 창출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주택난 해소를 위한 정책도 추진했다.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한 정치적 타협을 효과적으로 추진했던 것이다.

치솟는 청년실업, 사회갈등의 폭발

실제로 아랍 혁명이 촉발한 계기는 SNS가 아니라 청년실업이었다. 스페인,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시위도 마찬가지이다. 스페인의 청년 실업율은 45%가 넘는다. 최근 월가 시위 확산의 배경도 일자리 부족과 높은 청년 실업률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가 2008년 위기 이전 수준과 비교해 약 687만 명이 감소했다. 전 세계적으로 실업이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2007년 4.6%에서 2011년 8월 9.1%로 상승한 반면, 고용률은 2007년 63%에서 2011년 8월 58.2%로 낮아졌다.

중국은 어떤가? 최근 QQ 등 SNS가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는 "인터넷이 자유를 쟁취할 가장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왜 중국에서는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민주화운동이 등장하지 않는 것일까? 아직까지는 중국의 고도성장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정부의 철저한 인터넷 감시망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중국 사회가 불안해질 위험은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의 빈부격차가 심각해지고 있다. 높은 교육열에 따라 고임금의 직장을 선호하는 고학력 젊은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교육 수준의 상승과 실업율의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면 사회의 불안은 증폭될 수 있다.

젊은이의 저항이 세상을 바꾼다

한국에서도 'SNS 혁명'과 젊은이들의 저항을 둘러싸고 두 가지 견해가 대립한다. 먼저, SNS가 사회변혁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클레이 셔키 뉴욕대 언론대학원 교수는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중동 시민혁명의 근본적 원인을 '인지 잉여(cognitive surplus)'로 설명한다. "1조 시간을 가진 새로운 대중이 극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음으로, SNS가 쓸데없는 잡담이나 늘어놓고 유언비어나 퍼트리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정반대의 평가가 존재한다. 실리콘밸리의 기업가 앤드류 킨은 `아마추어 숭배'에서 인터넷에 참여하는 대중이 아마추어 지식을 퍼트리면서 질 나쁜 정보를 확산하고 있다는 비판했다. 누가 맞는가? 분명한 것은 SNS 자체는 두 가지 가능성 모두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이다. 진정 중요한 것은 젊은이들의 삶 자체이다.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조건이 그들을 불행에 빠트리는지, 자신들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우려 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지하철과 버스에 몸을 실은 수많은 젊은이들은 SNS를 통해 그저 그런 오락과 소일거리를 찾고 있다. 하지만 언제 그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거리와 투표장으로 몰려나올지 알 수 없다. 대학 등록금은 치솟고 일자리는 찾기 힘든 현실 속에서 젊은이들의 분노가 커져만 가기 때문이다. 물론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과 행동이 없다면 누구도 튀니지 거리, 마드리드 광장, 월스트리트에 모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젊은이들의 손에 있는 기계를 보지 말고 그들의 가슴을 읽어야 한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