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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7일 일요일

“지하철은 과연 안전한가?”


이글은 레디앙 2013-02-14일자 기사 '“지하철은 과연 안전한가?”'를 퍼왔습니다.
[기고] 대구지하철 참사 10주기에 부쳐

*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는 2003년 2월 18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방화로 일어난 화재이다.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로 인해 2개 편성 12량(6량×2편성)의 전동차가 모두 불탔으며 192명 사망, 151명이 부상자가 발생하고,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 사고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최대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뒤 열차는 불에 타 뼈대만 남았고, 중앙로역도 불에 타서 2003년 12월 30일까지 복구를 위해 영업을 중지했다.
이 참사가 일어난 지 만 10년이 되었다. 철도와 지하철은 우리 사회의 기간 교통시설이지만 그 안전성 문제에서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과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 공공성과 안정성 위주의 대중교통이 아닌 민영화나 구조조정과 같은 비용감소의 논리가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는 것이 한국 사회의 모습이다. 이러한 기간 교통시설의 상황과 안정성에 대해 박흥수씨가 글을 투고해서 게재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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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 진입한 열차 승객들은 좀처럼 출발하지 않는 열차 안에서 그대로 앉아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희뿌연 연기가 스며드는 상황에서도 승객들은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고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한 남자가 불붙은 시너 통을 객차 안으로 던져 넣어 맞은편에 정차한 열차에서 불꽃이 튀고 있는 줄은 꿈에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대구지하철은 자동운전 방식에 따른 인력효율화를 명분으로 열차의 맨 앞 운전실에만 기관사가 승무하는 1인승무체제여서 열차 뒷부분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화재가 나자 수백명에서 수천명의 승객이 탑승하는 열차를 오직 한 사람이 상황을 판단하고 구호조치를 해야 하는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지 드러났다. 현장상황에 대한 파악과 관제실과의 무선교신, 승객들에 대한 적절한 안내를 도맡아야 하는 현실에서 피해를 줄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당시의 무선교신 내용을 보면 관제실은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기관사는 점차 악화되는 상황속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마지막 순간에는 전동차를 화재 현장에서 이탈시키려고 움직여 보았으나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이미 화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간파한 승객중의 한명이 닫힌 문을 수동으로 열고 다른 승객들을 대피시켰기 때문이다. 열차의 안전 회로구성상 수동개폐장치에 의해 문이 열린 상태에서는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열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열차 뒤에서 벌어진 이런 상황을 모른 채 기관사는 몇 번의 움직임을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자 열차를 이동시키는 일을 포기한다.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이후 지하철 곳곳에 수동으로 문 여는 방법이 상세히 적힌 안내판이 생겨났지만 당시만 해도 수동으로 문을 여는 것은 열차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이때 수동으로 문을 연 승객은 마침 비번이었던 철도 직원이었다. 이렇게 비상 탈출한 승객들은 가까스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대구지하철 참사는 불이 붙은 열차보다는 맞은편으로 진입한 열차에서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관제실이 상황을 조금만 더 일찍 파악하거나 선제적 안전조치로 맞은 편 열차의 진입을 막았어야 했고 서울 메트로나 코레일의 지하철처럼 열차 뒤에 차장이 탑승하는 2인 승무체제였으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끔찍한 사고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과연 지하철은 안전한 가?
세계 여러 나라의 열차 사고시의 비상 대처 매뉴얼에는 사고나 중대 결함이 발생하면 열차를 바로 정차시키고 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도록 되어 있다.
기차나 항공기는 문제가 생겼을 때에도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개념의 페일세이프(fail safe)개념을 적용하는데 항공기는 문제가 생길 경우에도 비상 착륙시까지의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시키는 게 원칙이고 기차는 이와 반대로 즉시 운행을 정지시키는 페일스탑(fail stop)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승객이 대피할 수 없는 공간이거나 대피를 한다 해도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터널이나 다리 위에서의 사고일 경우에는 안전한 곳까지 운전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1972년 호쿠리쿠 터널에서의 열차화재사고로 30명이 죽고 714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이후 터널이나 다리 위에서의 화재가 발생할 경우에는 열차를 운전해 이동시킨 후 승객들을 대피시키도록 규정을 바꾸었다.

이케부크로 역의 승강장에 설치된 화재시 대피요령을 적은 3개국어로 번역된 상세한 안내문,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 졌다.

바꿔 말하면 터널이나 다리위에서의 화재는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인데 지하철이나 고가형 경전철과 모노레일 등의 교통수단은 상시적 위험구간 위에 운행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더 각별한 사고 대책이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철도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철도가 운행된 이래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철도안전에도 크게 기여해서 차량의 성능 개선에 따른 안전도 향상과 신호시스템의 발달로 이제는 무인운전차량도 운행되는 등 인간의 영역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철도선진국들의 안전원칙은 사람과 시스템의 조화이다. 열차에는 기관사가 졸거나 신체적 이상으로 열차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운전자 경계장치라는 시스템이 동작해 열차를 비상정차시킨다. 인간의 실수나 오류를 시스템이 제어하는 것이다.
반대로 시스템의 오류는 인간에 의해서 교정된다. 이처럼 크로스체킹식 안전확보 시스템은 열차안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시스템이 완벽하다는 이유로 사람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철도운영기관들이 앞 다투어 도입했던 1인 승무제나 역사 무인화는 첨단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 되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열차 맨 뒤에서 승객의 안전을 살피는 차장.(1인승무제가 도입된 한국의 상당수 지하철에서는 볼 수 없다.)

지난 2009년 경기도 연천에서 임진강 물이 갑자기 불어나 강가에서 야영을 하던 시민 6명이 실종됐고, 실종됐던 시민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통일부는 북한의 수공의혹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된 비로 북한의 황강댐이 만수위에 이르러 붕괴위험에 처해 물을 방류한 정황이 담겨있는 위성사진이 나와 수공의혹은 사그라졌다.
사고가 난 원인은 수위 자동 경보장치가 동작하지 않은데 있고 고장 난 채 방치되어 있는 경보장치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으며, 앞으로도 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는데 있다.
원래 임진강 수위는 지차체인 연천군이 관리했는데 관리의 책임이 공기업으로 이전됐다. 국가로부터 이양된 업무는 공기업이 책임을 지고 수행을 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방치가 되었던 것이다.
공기업!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이명박 정권 출범시 부터 공기업 선진화라는 이름 아래 최대의 과제는 비용을 줄여 적자를 면하는 것이 되었다. 먼저 나타나는 현상은 쓸데없는 비용을 줄인다는 것인데, 공기업선진화를 외치는 분들은 쓸데없는 비용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에서 극도의 빈곤함을 드러냈다.
수자원공사에서는 첨단 기법 운운하며 자동 수위경보시스템을 거액을 들여 도입했다.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수자원공사 감사가 있을 때 감사 담당자가 디지털강국인 대한민국에서 막대한 돈을 들여 자동 수위 경보시스템을 갖추었는데도 사람을 두고 감시를 시켰다면, 그것도 수위를 감시하는데 정규직 직원을 적지 않은 연봉을 주며 고용했다면, 예산낭비를 했다며 심각한 질책을 당했을 것이다. 자동 감시 시스템이 있는데 사람을 두면 그 사람은 하는 일 없이 돈만 축낸다고 생각하는 게 소위 공기업 선진화를 외치는 분들의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을 우선시 하는 선진국의 여러 나라는 특히 위험한 분야에서는 인적 감시시스템을 중요하게 본다. 평상시는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중, 삼중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되지 못하면 엄청난 재앙이 온다는 것을 상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육체적 한계에 따른 실수에 대비한 자동화 기기장치와 기기장치의 오류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인간의 대응으로 막아내는 크로스 오버식 이중 안전시스템은 사회가 고도화, 정밀화 될수록 더욱 중요한 것이다.
특히 안전전문가들은 시스템과 사람 중에 안전을 확보하는 최후의 수단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기업 선진화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비용을 줄이라는 지상명령이라면, 공기업의 영업수입이나 가치가 올라갈수록 시민들은 사지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지난 임진강 참사가 웅변해주고 있다.
철도운영기관들은 역을 무인화시켜 예산을 절약한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이용 시민들은 여러 가지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 기존의 2인승무로 운행되는 곳에서도 전동차 차장을 없애고 모든 운행책임을 기관사에게 지우려는 시도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만약 전동차에서 사고가 난다면 시민들이 알아서 생존해야 한다.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 사라지는 공간에서는 참혹한 서바이벌 게임만이 남는다.
철도나 지하철의 적자를 줄이겠다며 제일 먼저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사람이다. 철도공사의 비효율을 질타하며 KTX민영화를 추진하는 국토부도 영업비용 대비 과도한 인건비를 줄이는게 핵심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렇게 사람이 사라지게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필자는 왕십리역을 자주 이용한다. 왕십리역은 서울 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5호선과 서울 메트로가 담당하는 2호선, 철도공사가 책임을 맡은 경원선이 교차하고 최근 분당선이 연장 개통되어 이용객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가장 심도가 깊은 지하를 운행하는 5호선에서 지상의 승강장으로 환승하려면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이 왕십리역에서 환승을 할 때 눈을 씻고 봐도 지하철이나 철도공사의 정규직원을 볼 수가 없다. 지하철 승강장은 열차편성에 따라 125-165미터의 승강장 길이를 가지고 있고 상당수 역은 훨씬 더 긴 200여 미터에 이르는 곳도 있다. 만약 이런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끔찍한 참사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한 방송국 기자의 지하철안전문제 취재 협조를 위해 이 왕십리역의 5호선 승강장을 안내한 적이 있다. 승강장 끝에 서서 “만약 이 자리에서 화재 대피를 해야 하고 연기가 자욱한 상황에서 정전이 되었다면 살아날 자신이 있겠는가”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조명이 확보된 곳과 암흑 속에서의 인간의 대처 능력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게다가 지하철 이용 시민들은 역의 모든 공간을 익숙하게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도 아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방독면이나 공기호흡장치도 승강장 한 두 곳에만 설치되어 있는데 당황한 수만은 인파가 어둠속 연기 속에서 이런 구조용품을 손쉽게 찾을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특히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신속하게 대피를 유도 할 수 있는 야광 띠 안내 표지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웬만한 역 승강장에 철도직원이 서서 시민들을 안내하고 위험을 예방하고 있다. 특히 인파가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는 더 많은 직원들이 배치된다. 열차의 맨 뒤에 승차한 차장들은 홈에 내려서 승객들의 승하차 과정을 지켜본다. 예컨대 왕십리역과 같은 규모의 역에서 지상승강장에서 5호선으로 환승을 한다면 일본의 경우 지상 승강장과 환승통로, 5호선 승강장에서 지하철 직원을 마주칠 수 있으며, 안전요원들은 2인 1조로 순회를 하기도 한다.

2인 1조로 이케부크로 역을 순회중인 도쿄지하철 안전요원

그러나 한국의 경우 정말로 단 한 명의 철도나 지하철 직원도 만날 수 없다. 만일의 사태의 경우 정말로 두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상시 훈련된 직원이 능숙하게 안내하는 지하철 시스템과 관계자가 아무도 보이지 않는 시스템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이며, 천국과 지옥의 차이이다.
지난달 대구방송국(TBc)의 한 프로그램에서 대구에서 모노레일방식으로 건설 중인 도시철도 3호선을 다뤘는데 시 관계자는 무인운전에 따른 경비절감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대구 모노레일은 공중에 떠서 나니는데 다른 모노레일과 달리 비상시 승객의 대피 공간이 없다. 쾌적한 조망을 위해 상판위에 레일을 까는 대신 레일만으로 운행을 한다는 것이다. 건설본부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바로 감지해 자동으로 화재를 진압해주는 첨단 시스템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쿄 이케부크로역에서 승객을 안내하고 있는 역무원

그런데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은 이 첨단 화재 진압장치가 만일 작동하지 않게 되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문제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얼마 전 용인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청년이 실수로 불을 내서 주차되어 있던 차량 80여대가 타버리는 피해를 봤다. 이 아파트 주차장에는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있어 화재 감지시 자동으로 소화가 되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발화지점 밑으로 스프링 쿨러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전기배선이 지나갔고 이것이 타버리는 바람에 스프링클러는 먹통이 되어 피해를 키웠다.
의정부 경전철이나 대구 모노레일이나 모두 최첨단 자동화 시스템을 자랑한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조심해야 할 지점은 이 첨단기술 맹신주의이다. 우리 사회가 첨단이란 말을 바람직한 것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물론 새로운 신기술이 도입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첨단 기술이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공공의 영역에 도입되는 것이라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얼리 어답터라고 전자제품등의 신제품이 나왔을 때 누구보다 앞서서 비싼 비용을 들여서라도 체험하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사람의 생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공공교통수단일 경우에는 다른 차원의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첨단이란 말은 무엇인가? 말 그대로 가장 끝에 와있다는 것이다. 칼끝에 서있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다른 말로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말도 된다.
공공교통수단에 도입되는 기술은 충분한 안정성이 보장되고 입증된 것들이 필요하다. 첨단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신기술을 체험하는 얼리어답터가 아니라 신기술의 실험대상이 되는 마루타가 될 수 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타이타닉호에서 후쿠시마 원전까지 근대 이후 발생한 끔찍한 사고들의 이면에는 첨단기술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숨어있었다.
지하철과 같은 공공교통시설에 위험인자는 무엇일까?
하나는 사회가 필연적으로 발생시키는 소외로 인한 인간의 고립이다. 그동안 기술의 발달은 열차의 운영체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안전요소를 확보해 와서 웬만해서는 중대한 사고로 까지 발전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구지하철 참사의 원인에서 밝혀지듯이 사회로부터 고립된 사람들이 극단적 행위를 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초등생부터 숨막히는 입시전쟁에 내몰려야 하고 청년실업으로 희망을 잃은 젊은이들이 기댈 곳이 없어졌다. 50대까지 회사에 다니면 도둑놈 소리를 듣는 사회다. 골목상권까지 장악해나가는 재벌들에 밀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자포자기 상태가 되었다. 노인들은 사회보장의 언저리에서조차 밀려나 있다. 1대 99의 사회로 불리는 한국 사회 전체가 갈수록 불특정 다수에 대한 원한을 증폭시키는 용광로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전철 승강장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나기도 했다. 승자가 되길 재촉하고 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있는 한국사회의 구조와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공공교통수단에서의 위험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무조건적 비용절감이라는 잣대로 재단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하철 승무체계를 기관사 혼자 책임지는 1인 승무 시스템을 고집하는 것인데 이것은 여러 가지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대구지하철참사 같은 사고가 벌어질 경우에 제대로 대응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일상적으로 기관사에게 과도한 정신적, 육체적 부담을 주어 안전운행에 커다란 장애가 된다. 흐린 조명이 점점이 벽에 붙어있는 어둠속 터널을 전조등에만 의지 한 채 달린다. 지하터널을 받치는 기둥들이 무수히 옆으로 지나다가 갑자기 밝은 빛이 보이면서 승강장이 나타나는 근무환경은 인간의 정신을 충분히 혼미하게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심도가 깊은 지하에서 오염된 공기와 열차운행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터널내의 분진과 고압 전선에 따른 전자파의 영향은 기관사의 피로도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여기에 혼자서 수 천 명에 이르는 승객을 책임져야 하는 부담에 사고를 경험하기라도 하면 그 정신적 충격에서 쉽게 벗어 날 수 없는 현실이다.
최근 기관사들의 공황장애나 심신이상에 따라 자살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지하철 기관사들의 근무환경이나 승무체계를 지금처럼 유지시켜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다. 특히 공황장애의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다.
지난해 공황장애를 앓고 있던 도시철도공사의 기관사가 선로에 뛰어들어 자살한 사건을 두고 많은 다른 기관사들은 자살한 기관사를 비난했다. 선로에 뛰어든 사람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인 기관사들이 사고를 통해 얻는 정신적 트라우마가 얼마나 큰지 잘 아는 기관사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의학전문가들은 공황장애의 증상이 심각하게 발현된 사람의 경우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없고 오직 숨 막히는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피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극에 달해 극단적 행위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자살한 기관사는 자신을 압박하는 지하공간과 탈출이 불가능할 것 같은 한 평 남짓한 운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로위로 뛰어든 것이었다.
노동자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확보되지 않는 공공교통수단은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다. 내가 탄 지하철을 모는 기관사가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과속으로 앞서 진행하고 있는 열차와의 간격을 좁히는 일이 발생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교통수단을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보거나 이윤을 극대화해야야 하는 대상으로 간주하는 정부당국이나 운영기업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

도쿄 지하철 이케부크로역 개찰구의 역무원(자동화 기기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눈에 잘 뛰는 공개된 곳에서 상시적인 근무가 이뤄지고 있다.)

KTX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국토부도 결국은 이윤확보를 최고의 가치로 두고 이를 위해 다른 것들의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모든 지자체의 지하철 운영기간은 비용절감이 최대의 목표였고 이 지상목표아래 다른 가치들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이런 체제가 오래 동안 유지되다 보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체제인양 자리 잡았는데 그 만큼 우리 사회가 치러야할 대가는 커지고 있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 난지 10년이 지났지만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가장 안전해야할 공공교통을 이용하다가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영문도 모르고 숨져간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만 헤아려도 지금의 도시철도체제를 그대로 나둬서는 안 된다. 생명이 이윤에 종속되는 사회만큼 불행한 사회가 또 어디 있겠는가? 언제나 생명이 먼저다.

* 본문의 사진과 아래의 사진들은 박흥수씨가 2008년 1인 승무 체제 연구와 관련하여 일본 지하철 시스템을 조사하면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편집자)

자동화 기기가 있음에도 역무원이 안내를 맡고 있다.

도쿄 시내를 순환하는 전철 역사를 순회중인 JR동일본 소속 안전요원

승강장에서 승객의 안전을 살피는 도쿄 지하철 역무원들

이케부크로역 승강장에서 승객이 승하차 모습을 지켜보는 도쿄지하철 역무원

승강장에서 승객의 안전을 살피는 JR 동일본 소속 역무원

우에노역에서 자동화기기 이용을 돕고있는 역무원

신주쿠 역 승강장에서 승객의 안전을 살피는 역무원

By 박흥수

2012년 5월 8일 화요일

KTX 민영화가 효율적? 신분당선 기본요금 1750원!


이글은 프레시안 2012-05-07일자 기사 'KTX 민영화가 효율적? 신분당선 기본요금 1750원!'을 퍼왔습니다.
[기고] 지하철 동일요금체계 깨는 민영화

지하철 9호선이 발화시킨 민간투자사업의 문제는 껍질을 벗기면 벗길 때마다 그 참혹한 실상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고통 없이 서서히 몸을 갉아먹는 암세포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사회 전반에 탐욕의 블랙홀이 뚫려 버렸다. 권력과 의회와 자본이 하나가 되어 합법적으로 진행된 서민 주머니 털기가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아무 탈 없이 진행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자정기능과 능력이 형편없이 소진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특히 민간투자사업의 실행과정에서 주도하는 측의 장밋빛 전망을 담은 보도자료만 앵무새처럼 공표했던 일부 언론이 이제 와서 심판관의 역할을 자처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움은 더욱 커진다.

공공부문의 몰락은 사회 양극화의 급행열차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경쟁을 통한 효율화이다. KTX 민영화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국토부의 관료들도 경쟁을 통해 독점의 폐해로부터 철도를 구원하겠다는 것을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을 통한 효율화의 결과는 결국 독점으로 귀결된다. 경쟁에서 탈락하는 기업이 몰락할수록 승자는 더 힘이 세지고 과점과 독점으로 이어져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좀먹는 괴물이 되어버린다. 때문에 국가는 시장경제체제의 효율성을 살리는 경쟁을 강조하면서도 그 결과로 나타나는 독점의 비효율을 막아야만 하는 이율배반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했다. 이에 따라 경쟁을 촉진하는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 외에 카르텔이나 독점의 방지를 위한 여러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나라마다 두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산업자본주의시대는 기업활동을 촉진시키는 사회적 인프라를 국가의 몫으로 정하고 사회적 비용을 들여 구축했다. 사회간접자본(SOC)이라 불리는 기반시설들은 거대한 투자비와 그 사회적 성격으로 인해 국가가 감당해야 할 부분으로 인식됐고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SOC분야는 경제성장을 촉진 시키는 것 외에 국가 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에서 꼭 필요한 교육, 에너지, 이동권 등을 보장하는 장치로서 기능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와 이에 따른 이윤율 하락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이윤 창출 창구를 요구했고 마침내 사회기반시설부분의 장악을 통한 이윤확보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거대하게 성장한 산업금융복합 자본들은 충분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으로 정부의 역할 축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게 되었다. 신자유주의의 기본 테마인 '작은 정부', '민영화(사유화)'의 회오리가 전 세계에 자본주의를 구할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되었고 영국의 대처리즘과 미국의 레이거노믹스가 그 깃발의 선두에 섰던 일을 우리는 알고 있다.

대안은 없다며 폭력적으로 진행된 영국과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바로 공공부문의 해체를 통해 구현되었다. 산업전반에 대한 구조조정과 노동조합의 분쇄, 경쟁을 통한 승자 독식의 패러다임이 진행되는 동안 눈에 보이는 실물 경제지표의 반짝 효과와 단기 호황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정당성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었고 사회는 이미 대세로 굳어진 신자유주의 흐름에 밀려 갈 뿐이었다.

신자유주의를 통해 자본은 위기를 극복하고 일부 기업들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어냈으며 국가의 경제지표도 향상되었다. 그러나 그 성장의 열매는 국가의 구성원 중 극히 일부의 거대자본에 집중되었고 어두운 그림자는 대다수 사회 구성원의 몫이 되었다.복지혜택의 축소, 실업, 물가고 등으로 사회전체는 급격하게 양극화의 물살을 탔다. 20:80의 사회라고 불리던 것이 10:90으로 마침내 1:99라는 상징적 슬로건으로 자리 잡았다. 무너지는 공적 시스템과 그에 비례해서 확장되는 사적 이윤체제는 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좀먹는 가장 큰 해악으로 변해가고 있다.

민간투자사업으로 위장한 민영화

한국에서 민간투자사업이 시작된 것은 1994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 유치 촉진법'이 처음으로 제정 되면서였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고속도로가 최초의 민자사업으로 추진되었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니 메니지먼트(PM)니 등의 생소한 용어들이 새로운 경영기법인 것처럼 등장했다. 민자사업은 민영화의 위장잠입(UNDERCOVER)형태이다. 민자사업은 그 대상을 사회간접자본으로 삼아 광범위하게 추진되었다. 포항제철처럼 완결적 구조의 공기업을 민간에 매각하는 전통적인 민영화 방식이 아니라 소유권은 국가가 갖고 운영권만 확보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진행됐다. 이런 이유로 민자사업은 사적기업의 이윤창출 도구로 기능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국가가 관리하고 민간기업의 효율성을 도입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여기에 가장 큰 함정이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회기반시설 전반에 걸쳐 사회적 자산이 사적 수익 창출의 도구로 변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조용하고 서서히 진행되었는데 정부가 촉진하고 법이 보장하면서 당연하고 자연스런 국제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처럼 보이게 했다. 이것은 끓는 물에 닿은 개구리가 놀라 탈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서서히 온도를 높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회 구성원 전체에 부담을 전가했고 그 결과 오늘 날과 같은 숨 막히는 민영화의 압박에 노출되게 된 것이다.

KTX 민영화를 추진하는 국토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수서발 KTX는 절대 민영화가 아니고 민간경쟁체제 도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4일까지 약 8일간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여러분께서는 수서발 KTX운영을 외주화 할 경우 수서발 KTX의 운임이 인하되고 서비스가 좋아질 거라 생각 하십니까?"라며 아예 질문항목을 외주화로 바꾸어 버렸다. 어떻게든 민영화란 프레임을 바꿔보려는 몸부림이다.

철도민영화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나라 영국의 현재 모습이 국토부가 추진하는 민영화 방식이다. 기반시설은 국가가 소유하고 민간이 일정기간 운영권을 갖고 재계약 여부에 따라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다. 국토부의 논리라면 영국의 철도는 민영철도가 아닌 셈인데 이런 주장은 국제적 웃음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 영국철도는 민영화 초기 시설과 운영을 모두 민간에 매각했다. 이런 사실을 들어 지난 2002년 국토부(당시 건교부)가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한국철도의 민영화 모델은 실패한 영국의 모델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영국철도는 민간에 매각했던 시설부분을 정부가 인수하면서 재공영화 되었고 지금 국토부가 추진하는 방식의 구조로 자리잡았다.

철도 민영화와 구조개편 방안을 제출 했던 세계은행은 민간 참여의 방법으로 9가지를 제시했는데 "국가소유 기업에서 운영분야의 개방, 사업권 분할, 서비스 공급계약, 경영위탁계약, 사업권 승인" 등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내용들을 보면 세계은행이 말하는 민영화의 핵심요소들을 모두 담고 있다. 민자사업처럼 가면을 쓴 채 민영화란 맨얼굴을 보이지 않겠다는 것인데 이미 국민들은 진실을 알고 있다.


 ⓒ철도노조

공기업의 비효율을 민간의 효율로 극복한다고?

국토부가 입만 열면 강조하는 '민간의 효율성'이란 말은 언뜻 보면 당연한 명제인 것 같지만 근본주의적 한계를 갖고 있다. 종교적이든 경제적이든 근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무오류주의이다. 우리가 항상 옳다는 신념은 결국 상대에 대한 폭력적 제압을 정당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민간은 정말 효율적인가?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효율적인 민간은 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를 몰고 온 것은 누구인가? 문어발식 확장, 부당한 내부거래, 무리한 인수합병, 탈세와 위장 증여 등 온갖 불법과 탈법의 주범은 바로 민간 기업이 아닌가? 게다가 민자사업 전반에서 드러난 민간기업의 행태는 최소한의 도덕성까지 팽개쳐버리고 있다. 정부의 막무가내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과 민간의 탐욕이 만났을 때 민간이 효율적이란 말은 얼마나 허망한 신기루인지 최근의 사태가 잘 보여준다.

민간의 효율성에 대응하는 말이 공기업의 비효율이다. 공기업은 근본적으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는 정부당국의 주장은 이제 신앙에 가깝다. 그러나 공기업은 정말로 비효율적인가? 시민의 관점에서 보면 공기업은 그 특성상 내재적인 효율성을 이미 담지하고 있다. 투자자와 관리자가 납세자인 시민의 대행자인 정부나 지자체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효용은 모두 시민들의 몫으로 환원되게 되어있다. 특정한 사적인 투자자나 주주 분의 수익을 보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비효율은 관리 대행체제를 맡은 정부로부터 기인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 4대강 사업 같은 공기업 본연의 임무를 방기한 채 정권의 치적을 위해 강요당하는 사업시행, 퇴임 후 고위 관료들의 노후 보장수단, 심지어는 민간기업의 부실 떠안기 등 공기업의 제 기능을 방해하는 거의 모든 일들이 정부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 게다가 이런 문제를 감시하고 제어할 시스템을 만들자는 시민사회의 요구는 정부가 끈질기게 거부하고 있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낸 스티글리츠 박사나 노엄 촘스키 같은 석학도 입을모아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정부의 부패와 무능을 지적하는 것은 모두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네트워크에 침투한 악성 바이러스, 민영화

지하철9호선과 수서발 KTX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거대 네트워크망의 일부분이고 또 그 부분만 최초로 들어온 민간기업이라는 점이다. 서울지하철의 중요성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서울시의 필수 교통수단이다. 여러 개선할 지점에도 불구하고 이 지하철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지하철 노선 전체가 단일한 체계로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서울시와 관계된 지하철 시스템은 5개의 운영기관이 있음에도 상호간 연계와 환승이 가능하고 동일한 요금체계로 시민들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민간이 들어온 부문만 9호선처럼 요금인상 압박을 하거나 신분당선은 아예 비싼 요금(기본요금 1750원)을 받고 있다. 궤도교통의 다른 대체제가 없는 필수 기반시설에 대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일부 특정 시민들만 더 높은 요금을 부담해야 한다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런 일이 한시적이거나 불가피한 일이 아니라 기업들의 수익보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면 민자사업이나 민영화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네트워크 산업의 특징 중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전체가 연결되어 상호 영향을 주는 시스템이기에 어느 특정 부분의 성과나 손실이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는 네트워크망의 일부에 심각한 폐해를 일으킬 수 있는 악성 바이러스가 침투했고 이것이 전체를 감염시키려 하고 있는 게 지하철 9호선이고 KTX 분할 민영화의 본질이다. 이 문제를 치료할 백신은 분명하다. 지하철 9호선은 시민의 것으로 환수하는 것이고 수서발 KTX의 민영화 추진을 당장 중지시키는 것이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

2012년 4월 23일 월요일

지하철 스마트폰 와이파이 "먹통 짜증난다"


이글은 노컷뉴스 2012-04-23일자 기사 '지하철 스마트폰 와이파이 "먹통 짜증난다"'를 퍼왔습니다.
CBS취재진 측정 결과 '전화 모뎀' 수준 속도 나는 곳도 있어

스마트폰 사용자 3,0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이동통신사가 지하철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스마트폰 와이파이가 속도 저하 등 서비스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CBS 취재 결과 확인됐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출근시간. 발 디딜 틈도 없는 '지옥철'의 아비규환 속에서도 시민들이 저마다 손바닥 만한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하는 모습은 더 이상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밤 사이 뉴스를 동영상으로 감상하는 30대 직장인, 실시간으로 최신 유행곡을 다운 받아 감상하는 20대 여성, SNS를 통해 친구들과 소통하는 10대 학생 등 시민들은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노마드(유목민)'로 변신한다.

실제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연구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50세 1,000명 가운데 63.6%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 상반기 중으로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 수가 3,0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동통신사들은 이런 고객들을 겨냥해 주 통근수단인 지하철에서 공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은 각각 'ollehWiFi', 'T wifi zone'이라는 와이파이망을 전 지하철 노선에 깔아 자사 스마트폰 가입자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 KT 'ollehWiFi', SKT 'T wifi zone' "짜증나 못 쓰겠다



문제는 이런 '공짜 와이파이' 품질이 떨어진다는 사용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는 점이다.

출퇴근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확인한다는 회사원 민 모(31·여) 씨는 이제는 아예 와이파이를 꺼놓고 3G로만 인터넷 검색을 한다고 했다.

민 씨는 "광고에서는 와이파이가 잘 터진다고 홍보하지만 속도도 느리고 끊김도 심해 짜증이 난다"며 "이제는 지하철에 탈 때는 와이파이 기능을 'OFF'로 해놓고 3G만을 이용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SNS 상에도 이런 불만은 넘쳐났다. 트위터 아이디 'hae*****'는 "지하철 달리는 중엔 와이파이가 잘 안터지네요"라는 글을 남겼고 'dub***'과 'do***'은 "요즘 지하철 와이파이는 무늬만 와이파이", "지하철 와이파이는 내 인내를 시험한다"는 등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났다.

◈ 다운로드 속도 KT 2.25Mbps, SKT 2.8Mbps '낙제점'



실제로 CBS 취재진이 시민들이 와이파이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 2호선 역과 역 사이 43개 구간 속도를 각각 3차례 측정해 평균값을 구해본 결과 터무니없이 느린 속도가 나타났다.

전 구간 다운로드 속도는 KT 2.25Mbps, SK텔레콤 2.80Mbps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2일 발표한 스마트폰 전체 와이파이 평균 다운 속도 11.3Mbps에 비해 1/3~1/4 수준에 그쳤다.

특히 KT의 경우 방배~사당, 낙성대~서울대입구 등 6개 구간, SK텔레콤은 신촌~이대, 잠실나루~잠실 등 3개 구간에서 1Mbps에도 미치지 못하는 '거북이 속도'를 기록했다.

수치가 작을수록 끊김 없고 빠른 화면 전환을 나타나는 지연율(Latancy Time)도 낙제점 수준이었다.

와이파이의 경우 통상 20~100ms 수치를 정상이라고 판단하는데 KT와 SK텔레콤 지하철 와이파이의 지연율 값은 각각 123.15ms와 136.79ms로 기준치를 밑돌았다.

일부 구간에서는 지연율이 200ms에서 심하게는 400ms를 넘는 곳까지 측정되기도 했다.

이 밖에 업로드 속도도 평균 9.36Mbps에 한참 못 미치는 KT 1.98Mbps, SK텔레콤 1.04Mbps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각 통신사들은 지하철 와이파이의 태생적인 한계를 인정했다.


KT 관계자는 "지하철은 고정형인 와이파이를 이동중에 사용하기 위해 무선 와이브로 신호를 잡아 뿌리기 때문에 유선을 사용하는 다른 와이파이보다 태생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다"며 "기존 와이파이보다 5배 빠른 장비로 교체중"이라고 밝혔다.관련기사"올레 WiFi, 지하철에서 더 빵빵..서울 전역에서 '공짜' 와이파이 즐긴..LG유플러스, 1~8호선 지하철 역사 와..전국 지하철역사 어디든 '와이파이' ..



SK텔레콤 관계자도 "지하철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속도가 낮아지는 현상이 있다"면서 "공공장소 와이파이 품질이 30% 향상된 기술 개발을 완료해 올 상반기까지 6만4,000여곳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통신사들은 지하철에서 안정성과 속도가 높은 프리미엄 와이파이 장비를 확충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지하철에서 와이파이는 터지지 않고 소비자들의 분통만 터지는 일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이대희 기자

2012년 2월 4일 토요일

[사설]지하철 ‘대란’ 또 흐지부지 넘길 텐가


이글은 경향신문 2012-02-03일자 사설 '[사설]지하철 ‘대란’ 또 흐지부지 넘길 텐가'를 퍼왔습니다.
서울 지하철이 엊그제 출퇴근길 고장으로 교통대란을 야기했다. 올 들어 가장 매서운 혹한이 닥친 이날 발생한 지하철 연쇄사고는 철도공사(코레일)의 운영시스템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더욱 큰 문제는 사고가 끊임없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코레일 측은 매번 덜렁 대국민사과문 한 장 던져놓고 흐지부지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사고는 그야말로 지하철 사고의 백화점을 방불케 했다. 오전 7시22분 청량리역 방향으로 운행하던 전동차가 서울역에서 갑자기 멈춰선 데 이어 고장차량을 다른 열차로 미는 과정에서 탈선이 일어났다. 구로역에서는 전력공급이 끊겨 1호선 상·하행선 운행이 중단됐다. 퇴근길에는 경기 파주시 문산역 방향으로 가던 경의선 전동열차가 수색역에서 멈춰섰다. 코레일 측이 갈팡질팡하는 동안 외부 플랫폼에서 추위에 떨었던 시민들은 대체 교통수단을 찾느라 이중·삼중고를 겪어야 했다. 

박승언 코레일 광역철도본부 광역차량처장은 “기온 급강하로 배터리 전압이 방전됐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사고를 일단 날씨 탓으로 돌렸다. 이번 사고는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도 아니고 기상청의 한파주의보가 일찌감치 내려진 상황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1월에도 잇단 엔진고장 사고가 발생했다. 이러다가는 매년 혹한기에 연례행사처럼 사고를 겪어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코레일은 지난 1월2일 KTX의 영등포역 역주행 사고와 지난해 2월11일 KTX의 광명역 탈선사고 등 자칫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사고를 잇달아 내고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넘어갔다. 이는 기본적으로 공기업다운 책임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낙하산 인사에 따른 느슨한 조직문화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선진화’를 명분으로 진행해온 어설픈 경영효율화에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코레일은 2008년 이후 3000명을 감원했고 현재 2000여명을 자연감축 대상으로 정해놓고 있다. 그중 상당수가 정비주기 연장, 시설유지보수업무 민간위탁 등의 조치 탓에 밀려나는 기술직이다. 그 결과는 안전마저 담보하지 못하는 ‘후진화’일 뿐이다. 

코레일은 경영 효율에만 매몰되지 말고 철도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공재로 되돌려놓아야 한다. 또 이번에도 일선 직원 몇명을 징계하는 선에서 사고를 봉합하지 말고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럴 능력이 없다면 코레일이건, 국토부건 누군가 책임지는 모습이라도 보여라. 시민의 분노가 들리지 않는가.